사상 첫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파업 첫날에 이어 2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없애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파업은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점거농성 등을 제외하고는 충돌 없이 진행됐다. 전국의 학교 5곳 중 1곳의 급식이 중단되고 돌봄교실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으나 우려했던 급식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학부모·학생 대다수는 불편을 감수했고, 시민사회단체의 파업지지 선언도 잇따랐다. 그만큼 파업의 명분이 설득력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번에 과거와 다른 성숙한 파업문화를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 대신 거리로 나선 데는 정부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였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85만명 중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신분이 달라질 노동자는 43만명에 그친다.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대다수가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이거나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은 여전하다고 한다. 예산 권한을 소속기관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어 임금·복지 등을 놓고 책임 있는 사용자와의 교섭도 불가능하다. 약속은 절반만 지켜졌고, 그나마 생색내기 수준으로 처우가 엉망이다보니 실망하고 분노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82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5명 중 2명꼴이다.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60%에 그치고, 5명 중 2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2%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주장도 어렵다. 그런데 최저임금 속도조절·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으로 ‘노동 존중’ 의지를 의심받던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에 대해 고교생들이 “미래의 우리들 문제”라며 동조 시위를 벌이고, 일부 시민·학부모들이 “내 아이들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또 답해야 한다. 말로만 노동 존중을 외치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읽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를 환영하고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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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조사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연락처에 서비스 관계자들이 많다. 병원, 은행, 로펌, 백화점, 호텔, IT, 통신, 방송사, 운송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기억은 간호사다. 직장생활 중 가장 힘든 일로 밤과 낮이 수시로 바뀌는 3교대 근무를 꼽았다. 학교 졸업 후 병원에서 처음으로 밤 근무를 시작했을 때, 일을 계속할지 고민까지 했었다고 한다. “몇 달간은 우울증도 생겼던 것 같고.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병원 생활 3년째에는 몸도 망가지고, 친구들도 못 만났었다. 쉬는 날이면, 자기계발보다 잠자는 것에 만족했다”는 말에는 힘든 삶이 녹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인’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일 저녁만 되면 다음 날 출근 걱정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람들.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직장 생활은 장시간노동에 2주일 이상의 휴가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현실.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일터는 과연 안전한가. 1년, 2년, 3년을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건강검진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서야 휴직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일을 하며 병들어가야 할까. 출근할 때마다 아파하는 직장인들. 왜 우리는 일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과거 우리 사회에서 진폐(1980), 화학물질중독(1990), 뇌심혈관계질환(2000), 직업성암(2010)과 같은 작업환경 위험성이 시기별로 사회적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도의 변화와 맞물린 결과다. 최근에는 감정노동, 괴롭힘, 플랫폼노동, 디지털건강과 같은 영역들이 새로운 의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모두 비표준적인 계약과 고용으로 안전보건 보호정책의 부족 탓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다. 아직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일터에서 안전보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도 이런 위험을 마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일의 미래를 위한 노동안전보건’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서문에서는 100년 전, 세계는 왜 직업병과 산재사고에 대응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특히 ILO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심리적 위험이나 업무 관련 스트레스 등과 관련된 비감염성질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ILO는 지난 6월 108차 총회에서는 ‘일터에서의 폭력과 괴롭힘’(ILO Convention on Violence and Harassment) 관련 협약(190호)과 권고(206호)를 채택했다. 이날 채택된 협약은 직장에서 근로계약 조건과 상관없이 어떠한 종류의 폭력이나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마침 한국도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 아직 시행도 되기 전부터 기업은 물론 직장의 관리자들은 법률의 포괄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괴롭힘’의 정의 및 종류와 행위에 따라 포괄성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직장갑질119라는 시민단체가 이달 초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니,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았고, 법이 시행되어도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무려 41.9%나 되었다. 기존 관성에서 변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폭력과 괴롭힘을 제거하는 것은 필수적인 시대적 과제다. 

이제 우리도 노동안전의 위험을 예측하고 새로운 미래의 노동에 대처해야 한다. ILO협약에 비해 우리의 법률은 협소하고 제한적이다. 이번 협약에서는 신체적 학대는 물론이고 언어적 학대, 왕따, 폭력, 성희롱, 위협 및 스토킹 등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이나 플랫폼노동을 포함하여 계약상의 지위와 관계없이 직장은 모두 보호받는다. 가해자는 고객이니 서비스 제공 및 환자와 같은 제3자도 고려된다. 

일터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미래의 노동에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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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테러(white terror)’는 극우 또는 우익에 의한 테러로, 좌익 세력에 의한 테러인 ‘적색 테러(red terror)’와 대비된다. 백색 테러는 프랑스 혁명기인 1795년 혁명파에 대해 왕당파들이 가한 보복 행위를 지칭한 것이 기원이다.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자코뱅파의 거두 로베스피에르가 이끌던 공포정치가 끝나자 전국 각지에서 자코뱅파에 대한 왕당파의 조직적, 비조직적 테러가 자행됐다. 당시 유럽에서는 신분과 파당을 나타내는 코케이드(cockade·모표)를 모자에 꽂고 다니는 게 유행했는데, 왕당파들이 흰색 코케이드를 달고 다닌 것에서 ‘백색’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당시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표장이 흰 백합이었던 것이다. 1871년 자유를 요구하는 민중의 파리코뮌이 실패로 돌아간 뒤 1주일간 베르사유 정부에 의해 또 다른 백색 테러가 자행된다. ‘파리의 다리 아래에는 강물이 아니라 시신이 흐를’ 만큼 그 결과는 참혹했다. 

적색 테러는 러시아 혁명기 볼셰비키에 의한 테러가 그 시초다. 볼셰비키의 공안기구 체카(checka)는 체제 수호를 명분으로 반혁명 세력인 백군을 색출, 처단했다. 100년 전 프랑스 왕당파의 백색 테러를 모방한 전술이었다. 이런 적군을 상대로 백군도 백색 테러를 자행했다. 

백색 테러는 남의 일이 아니다. 1947년 7월19일 해방 공간에서 좌우합작에 매진하던 몽양 여운형이 백주에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극우파의 총격을 받아 절명했다. 그리고 2년 뒤 백범 김구 역시 서대문 경교장에서 백색 테러에 희생됐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백색 테러와 달리 이 땅의 백색 테러는 정치 흐름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색 테러의 음습한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일 정의당 원내대표인 윤소하 의원실로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는데, 흉기와 죽은 새, 협박 편지가 나왔다. 자칭 ‘태극기 자결단’이라는 발신인은 편지에서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고 협박했다. 정의당은 “명백한 백색 테러”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온갖 막말에 과거로 회귀하는 저열한 보수 정치권의 행태가 이런 망령을 불러낸 건가. 발신자를 끝까지 찾아내 엄단해야 한다. 이런 일을 용인한다면 민주사회가 아니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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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막연한 위험이 아니라 임박한, 아니 현재 진행 중인, 실질적 위험의 시대다. 때 이른 6월 폭염으로 유럽이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우리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다. 매년 최고기온을 갈아치우고 있어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얼마 전 영국에선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란 단체의 비준법 저항운동이 연이어 벌어졌다. 멸종저항은 현재의 기후위기를 우리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임박한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지난해 8월 출범한 단체다. 올 4월 멸종저항운동가 수천명이 런던 시내 주요 시설에서 점거 시위와 의도적인 교란을 펼쳤고 두 주간 10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영국 역사상 최대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해 정치권의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영국 의회는 5월1일 기후위기를 인정하면서 ‘기후변화 국가비상사태’ 선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적극적인 기후 대응을 촉구하면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란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24일 ‘기후파업’이란 이름의 등교거부 행사가 있었다. 막연한 우려를 넘어 긴급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시민사회 요구가 세계 곳곳에서 드세지고 있다.

이런 시민사회의 움직임과 함께 최근 여러 국가들에서는 눈에 띄는 정책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들은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아니라 반드시 줄여야 할 규범적인 목표를 먼저 정하고 목표 달성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줄이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수요관리 강화로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었다.

영국은 G7 국가들 중 최초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영(0)으로 줄이기로 공식 선언했다. 영국에선 이미 2015년에 재생에너지발전이 석탄발전을 처음으로 추월하더니, 올해 5월 들어서는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주 동안 석탄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 신기록을 세웠다. 독일은 2022년 원전 제로, 2038년 석탄발전 제로, 2050년 재생가능에너지 80%,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80~95% 감축을 내걸었다. 독일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고 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이 4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일본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파리협정을 탈퇴했지만 캘리포니아주가 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목표로 하는 등 주 차원의 대응이 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정책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는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송부문에선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 빠르게는 2024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과 100% 전기차를 선언했다.

거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만큼 세계적 대응은 날로 강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몇몇 언론의 가짜뉴스 유포나 부처이기주의적 규제 강화, 안일한 행정 편의주의, 환경보전과 재생가능에너지 설치를 둘러싼 녹녹갈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애물로 에너지전환이 더디기만 하다. 기후변화 자체도 문제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정책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기후변화 이전에 경제가 교란되면서 우리 삶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이제 경제문제이자 생존문제가 되었다. 폭염의 시대, 에너지전환의 긴급성을 더 뜨겁게 느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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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중에서 여름 김치로 지겹도록 먹은 양배추 김치, 감자 값 폭락에 몇 달 내내 감자만 먹었다는 이야기가 꼭 나온다. 과장된 면도 있지만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의 소비 진작을 위해 늘 군대가 동원되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근래엔 군부대와 소비자들에게 양파 좀 많이 먹어 달라 호소하고 있다.    

주기적인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것이 한국 농산물의 숙명이지만 이번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락이다. 현재 양파 도매가격이 ㎏당 400원대다. 양파 1㎏이면 주먹만 한 양파 4, 5개가량이고 가정에서 한참 먹을 양이다. 전철역에서 파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이 400원이니, 양파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6월17일 경북 안동시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 가득 쌓여 있는 양파를 농민들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양파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산지 가격이 폭락했고 안동농협에 들어오는 양파 물량도 지난해보다 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올해는 햇양파인 조생종 양파도 출하량이 많아 잔뜩 쌓여 있는데, 6월 들어 중만생종 양파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양파 값이 날개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급하게 정부나 농협은 시장격리(산지폐기)에 나섰지만 조치도 늦었고 그 양도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 사람들은 왜 내 세금을 들여 농가를 지원하느냐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양파 생산이 늘어난 이유로 풍년을 꼽지만 이것 때문만이 아니다. 양파는 따뜻한 날씨에 잘 자라서 주로 남녘에서 길러왔다. ‘창녕양파’ ‘무안양파’처럼 따뜻한 지역이 양파 주산지였고, 귀한 소득 작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득은커녕 빚만 안 지면 다행이다. 기후가 뜨거워지면서 농작물 재배한계선이 북상하고 전국적으로 재배지가 늘어난 품목 중 하나가 양파다. 논에 타작물을 심거나 아예 휴경을 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논 타작물 지원사업도 한몫했다. 논에 심을 수 있는 대표적인 타작물 중 하나가 양파와 마늘이고 몇몇 지자체는 양파를 새로운 쌀 대체작물로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쌀값이 미친 ‘나비효과’다. 

반대로 2015년엔 양파 값이 폭등했다. 당시 20㎏ 한 망에 산지가격이 1만6000원을 웃돌았는데, 지금은 20㎏ 한 망에 5000원도 채 되지 않는다. 그때 양파 농가에서는 돈 좀 만졌을까? 당시 양파 값이 오른 이유는 그 이전에 폭락을 겪은 터라 양파 재배가 줄었고, 날씨도 험해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전거래(밭떼기)를 주로 하기 때문에 돈 만진 건 농민들이 아니었다. 외려 값이 너무 올라 생산자들은 불안해했다. 후년에 많은 농가들이 양파 농사에 뛰어들까봐서다. 농산물 생산과 수요에 대한 국가의 예측이나 권고는 번번이 빗나가고, 믿었다가 낭패를 본 경험들이 있어서 쉽게 믿지 못한다. 농촌에서는 오죽하면 정부가 하라는 것과 반대로 하면 살아남는다고들 할까. 혹자는 이런 반복을 겪으면서도 또 그 작물을 심느냐며 힐난하지만, 다들 더럽고 치사해도 직업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왔던 일을 하는 것뿐이고 고령의 농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작물에 도전하라는 것은 직업을 바꾸란 뜻이다. 은퇴를 해야 할 고령농민들이 생계 때문에 계속 농사를 지으니 생산량 조절도 쉽지 않아 악순환은 반복된다.  

양파 값 폭락 문제에는 오래도록 적체된 한국 농업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대책은 약간의 시장격리조치와 보조금이 잔뜩 들어가는 수출 카드, 그리고 소비촉진운동 정도다. 때마침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양파 많이 먹자며 양파를 볶으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따라해 보는 중이지만, 연이어 마늘도 폭락장이다. 그럼 이제 마늘요리 시연이 나올 차례인가? 소비촉진은 대안이 아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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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본 정부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주요 소재에 관한 수출심사를 강화하는 보복조치를 발표했다. 이 보복조치의 배경에는 작년에 나온 강제징용 노동자의 배상판결, 일본 자위대 항공기 접근에 따른 레이더 사용 여부에 관한 논쟁, 위안부 문제 및 일왕의 사죄요구 발언,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관한 일본 정부 및 보수 의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있다.  

올 2월부터 일본 자민당 및 일부 야당의 보수 의원들은 당내의 외무위원회 등에서 ‘한국의 급소를 쳐라’라고 강변하면서, 그 보복수단으로써 반도체산업 소재의 수출제한, 송금 금지, 무비자(90일간)의 일본 입국 조치 취소, 한국선적의 일본 입항 금지 등을 주장하였다. 이런 강경 분위기 속에서 3월12일에는 일본 정부의 2인자로 불리는 재무상(아소 다로)이 의회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의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7월1일의 소재수출에 관한 제재가 ‘제1차’ 보복조치로써 발표된 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사카 _ AP연합뉴스

자유무역 옹호를 선언하는 G20의 종료까지 개최국인 일본이 보복조치의 발표를 미루었지만, 향후 한국의 대응에 따라 계속적인 보복조치를 취할 시나리오를 나름 갖춘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대응에 관한 나의 소견을 몇 가지 내놓고자 한다. 첫째, 7월21일에 있을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WTO 제소와 철회요구(서면 등) 이외의 정부 차원의 ‘공개적인 대응’은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 부족 문제로 곤경에 처한 일본 자민당에는, 한·일 대립이 오히려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둘째, 참의원 선거 후에 보복조치에 상응한 실질적인 대응을 집중적으로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참의원 선거 후의 합의로 연기되어 있는 미·일 간 무역교섭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는 만큼, 일본의 국내 여론이 아베 정권에 비판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에도 정부의 공식적 대응은 보복조치에 상응하는 범위(금액 등) 내로 한정해야 한다. 다만 시민단체의 자발적 행동으로써 자동차 등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보다 효율적인 대응책으로써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불매운동은 10월에 예정되어 있는 소비세(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으로 일본 국내경기의 침체국면이 드러날 올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는 유지되어야 한다. 덧붙이면, 7월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일본 제조업(대기업)의 경기예측도 3개월 전의 조사에 이어 계속 후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셋째, 올해 말까지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 4월에 있을 한국의 21대 총선 무렵 일본은 추가적인 보복조치로써 현 정권에 더욱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법(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도 이미 제출된 상황으로, 공모기간을 거쳐 8월20일쯤 시행된다. 게다가 7월의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내년 도쿄올림픽 종료까지는 선거(중의원)가 없는 만큼, 아베 정권은 국내의 반발을 무시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된다. 마지막으로,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국제정치적 부담 때문에 개최(7월24일) 이전에 일본이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예상되나, 최소한 이때까지는 관계자들이 냉정하게 대응할 자세를 갖추고 피해감수에 대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향후 6개월∼1년 정도 대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치적 및 경제적 대응에서 감성적·낙관적 판단이 아니라 신중하고 중기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결하다. 아울러, 책임 있는 이들 특히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자제되어야 한다. 

한편, 일제의 식민지에서 독립된 지 7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본에 종속된 산업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수출·수입의 일본 의존도를 보면, 전자는 2000년의 11.9%에서 2017년에는 4.7%로 꽤 낮아졌지만, 후자는 같은 기간 19.8%에서 11.5%로 낮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육성을 뒷전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폐해가 이번 사태로 명백히 드러난 이상, 장기적인 대책으로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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