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만과 정용이 사는 원룸촌에서 십 분쯤 골목길을 내려가면 그제야 큰 도로가 나오는데, 한 달 전쯤 그곳 버스정류장 앞 상가에 새로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라는 곳이 생겼다. 편의점에서 1000원, 2000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400원, 800원으로 50% 넘게 할인해주는 집이었다. 24시간 영업을 했으며,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알바도, 주인도 없는 무인점포로 운영되었다. 그 시간엔 손님이 직접 자신이 고른 아이스크림을 점포 한쪽에 놓인 셀프계산대로 들고 가, 바코드에 찍고 카드를 긁어야 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점포의 규모에 비해 폐쇄회로(CC)TV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셀프계산대 앞에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CCTV’까지 작동되고 있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진만은 말하자면 ‘메가톤바’ 마니아였는데, 날씨가 후텁지근해지는 6월부터 9월까지 거의 ‘1일 1메카톤바’를 실천하곤 했다. 아이스크림이지만, 꾸덕꾸덕하고 쫄깃한 식감까지 나는 그 아이스크림을 진만은 사랑했다. 참고로 그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의 종류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는 버릇까지 있었다. 예를 들자면 ‘메로나’나 ‘서주아이스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담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돼지바’를 선호하는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죠스바’를 고르는 사람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메가톤바’를 택하는 사람은 당연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그건 무슨 근거냐고, 정용이 묻자 진만은 이렇게 대답했다. “더운데 자꾸 따지지 좀 마.”

진만은 보름 전부터 새로 설거지 알바를 시작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삼계탕집에서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는 알바였는데, 일당이 9만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서 꽤 괜찮았다. 설거지야 뭐 다른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하는 마음으로 덜컥 시작했는데, 첫날부터 그는 아, 이곳이 과연 주방인가, 벽돌공장인가, 그도 아니면 그냥 개미지옥인가,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노력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잠시도 쉴 틈 없이 검은 벽돌 같은 뚝배기들이 눈앞으로 밀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아무 기술 없이 하는 것은 맞았지만, 대신 허리가, 팔뚝이, 끊어질 듯 당겨왔다. 얼굴에선 연신 마치 얼음을 가득 담아놓은 컵처럼 저절로 땀이 흘러내렸다. 홀에서 나온 그릇들을 1차 초벌 설거지한 후 식기세척기에 넣고, 다시 꺼내 재차 헹군 뒤 정리하는 것이 일의 순서였다. 진만은 천안 출신의 한 50대 아주머니와 2인 1조로 일했는데, 첫날부터 손발이 잘 안 맞았다. 진만이 초벌 설거지를 하고 식기세척기에 넣는 일까지 하면 그 나머지가 아주머니의 몫이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속도가 자꾸 떨어졌다. 뚝배기를 바로바로 홀로 내보내야 하는데 지체가 생기니, 지배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어쩔 수 없이 진만이 아주머니의 일까지 도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주머니, 왜 이런 일을 하세요? 아무리 일당이 좋아도 그렇죠, 이러다가 아주머니 쓰러져요…. 진만은 그 말을 하고 싶었으나, 차마 꺼낼 순 없었다. 아주머니가 이마에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사실 말할 기분도, 여유도 없었다. 복날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도 그런 상태는 더 나아지지 않았다. 진만은 더 예민해져 갔고, 아주머니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 큰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주머니 대신 식기세척기에서 뚝배기를 꺼낼 때도 그랬고, 시간 내 마무리를 하지 못해 퇴근 시간이 일이십 분 늦어질 때도 그랬다. 진만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쓴 채 아주머니를 바라볼 때도 많았다. 내가 왜? 내가 왜 이 아주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몸도 힘들어 죽겠는데…. 진만은 더 뾰족해져갔다.

사흘 전, 함께 퇴근하던 아주머니는 굳이 마다하는 진만을 데리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만에게 이온음료 하나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아주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지? 미안해. 파스도 이렇게 많이 붙였는데, 아직 일이 손에 안 붙네.”

아주머니는 그러면서 군대에 가 있는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했다. 진만을 보니까 꼭 아들과 함께 일하는 것 같다고, 든든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만은 아주머니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머니, 왜 아들 같은 사람을 이렇게 고생시키냐고요? 진만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더불어 자신이 이틀 전, 홀 지배인을 따로 만나 아주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을 떠올렸다. 아주머니가 일이 많이 벅차 보여요… 저러다가 무슨 사고라도 날까 봐… 홀 서빙이 차라리 나을 텐데… 진만은 홀 지배인에게 먼저 그렇게 말을 꺼냈다.

바로 어제부터 진만은 자신보다 네 살 어린 남자 대학생과 2인 1조로 일하기 시작했다. 휴학 중이라는 그 친구는 키는 좀 작았지만, 전반적으로 몸이 탄탄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일처리도 빨랐다. 한꺼번에 뚝배기 열 개를 번쩍번쩍 들어 나르기도 했다. 이거 근육 좀 붙겠는걸요. 그 친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진만은 설거지하는 도중 힐끔힐끔 홀을 쳐다보았다. 아주머니의 모습을 찾아보았지만, 그곳에서도 아주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몸은 더 편해졌는데, 뭘. 진만은 자꾸 그 생각을 반복해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진만은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러 ‘메가톤바’를 사 먹었다. 밤인데도 날이 무더워, 매장 안 의자에 앉아 천천히 ‘메가톤바’를 한 입 한 입 베어 물었다. 사람 한 명 없이 아이스크림만 잔뜩 쌓인 매장 안은 밝고 쾌적해 보였다. 사람이 없으니까, 무인이니까…. 진만은 그제야 이곳의 ‘메가톤바’가 왜 다른 곳보다 싼지 깨닫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으면 가격은 내려가는 거구나…. 진만은 계속 ‘메가톤바’를 우물거리면서 생각했다. 근데, 그게 과연 좋은 건가? 진만은 거기에 대해선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메가톤바’는 평상시보다 꾸덕꾸덕한 맛이 덜했다.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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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대세다.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에 의하면 동물 단백질 1㎏을 얻기 위해 돼지와 소는 각각 5㎏, 10㎏의 사료가 필요한 반면 곤충은 1.7㎏의 사료만 필요하다. 사료 효율 면에서 곤충은 다른 가축에 비해 월등히 경쟁력이 높다. 또한 곤충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산이 많아 영양적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FAO는 식용곤충을 인류의 식량난과 환경 파괴를 해결해줄 미래식량으로 제시한 바 있다. 

2016년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곤충 가운데 누에번데기, 메뚜기, 백강잠 등 3개 품목만 법적으로 식용이 가능했다. 과학적 입증을 통해 2016년 갈색거저리를 포함한 4종의 식용곤충이 식품원료로 추가 등록되었다. 갈색거저리는 공모전을 통해 ‘고소애’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우리의 고소애는 ‘밀웜(mealworm)’이란 이름으로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식용곤충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소애는 단백질 53%, 지방 31%, 탄수화물 9%로 다른 육류식품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다. 특히 지방의 경우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 함량이 7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5년간 농촌진흥청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공동연구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고소애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했다. 수술 후 3주 동안 고소애 분말을 섭취한 환자와 기존 환자식을 섭취한 환자를 비교한 결과, 고소애식을 섭취한 환자가 기존 환자식에 비해 근육과 골격이 4.8% 증가했다. 췌담도암과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직후부터 퇴원 후까지 총 2개월 동안 영양과 면역을 살펴보았다. 환자의 영양상태를 나타내는 영양지표 중 건강한 세포막의 상태를 반영하는 위상각(Phase angle)의 변화량이 고소애를 먹은 환자군에서 2.4% 높게 나타났다. 또한, 면역세포 중 암세포에 대항해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자연살해세포(NK cell)와 종양의 진행과 전이 능력을 저하시키는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 활성도가 고소애 섭취 환자군에서 각각 16.9%, 7.5% 증가했다.

미국정맥경장영양학회(ASPEN)는 수술 후 단백질 공급이 환자의 상처 회복, 면역 기능 보강, 근육과 골격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며, 특히 암환자와 같은 영양 불량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2~3일 이내에 열량 및 단백질 요구량 대비 80%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상처 치유와 체력 회복을 위해 필수아미노산 함유가 높은 양질의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육류나 생선류는 육질이 단단해 치료로 약해진 상태에서 섭취와 소화가 어렵다.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건강에 안 좋은 포화지방산의 동반 섭취도 문제가 된다. 반면, 고소애는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분말 상태로 가공해 요리하지 않고도 때와 장소 구분 없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적은 양으로도 필요한 영양성분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2318개 농가가 곤충을 사육한다. 2016년 기준으로 농가 수가 2배 늘어났다. 이 중 60% 이상이 식용곤충 사육농가다. 이번 연구결과는 수술 후 빠른 회복이 필요한 환자뿐만 아니라 곤충 식용에 대한 친밀도가 낮아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용곤충 사육농가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군 중 가장 많은 종류가 곤충이다. 이 중 1900여종은 인류가 식품으로 활용해 왔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는 5년 후 세계 식용곤충 시장 규모가 7억1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식용곤충이 가진 저분자단백질의 기능성 검정을 통한 환자식 개발과 항비만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연구가 필요하다. 식용곤충의 기능과 가치에 대한 전략적인 연구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농업인의 소득을 제고해야 할 시점이다.

<이건휘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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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기후환경 뉴스 클리핑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주요 후원자께 보내드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2016년 5월26일부터 시작한 게 오늘 아침자로 755호가 되었다. 깜찍한 속셈은 후원자께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비치면서 돈 달라고 하기 민망해서 매일 아침 인사 겸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오전 5시쯤 일어나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는데 6시30분이면 발송했던 문자를 요새는 7시 넘어서야 겨우 완성한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일 때만 반짝 보도되고 기후환경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뉴스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그렇다. 뉴스가 없다고 기후 문제가 없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게 함정이다. 

언론을 흔히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언론 속 기후변화의 빈도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걸까? 모 언론사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빅카인즈’를 이용해 11개 종합일간지에서 기후변화(지구온난화 포함) 관련 기사를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2월까지 꾸준히 늘던 기후변화 기사는 사건 기사처럼 이벤트성으로 바뀌게 된다. 최근 5년간 월평균 기후변화 기사는 161건에 불과한 데 비해 ‘부동산’ 기사는 2209건이나 된다. 그렇다면 11개 종합지들이 한 달에 평균 0.5회 보도한 셈이다. 이슈의 엄중함에 비해 너무 적어서 한숨이 나온다. 

보도량도 문제지만 보도내용 또한 문제다. 미세먼지가 요동을 쳤던 지난 3월에는 2459건이 보도되었는데, 지금은 미세먼지 기사를 찾기도 어렵다. 전 국민이 불안에 떨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기후환경회의까지 만들었는데, 미세먼지가 좀 덜한 지금 이 시점에선 침착하게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는 보도는 찾기도 어렵고, 보도가 된다 한들 주목받지도 못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서야 비로소 보도되었고, 필리핀으로 위장 수출된 건이 드러나자 환경부를 비난하기 바쁘다. 

<팩트풀니스(Factfullness)>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데 특이하게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사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실상을 체계적으로 오해하는 10가지 이유를 ‘사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뉴스 클리핑 경험상 이 10가지 중 ‘부정본능(The Negativity Instinct)’과 ‘비난본능(The Blame Instinct)’이 우리나라 뉴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것 같다. 어느 나라든 뉴스는 극적이고 부정적인 소식을 주로 보도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사고 많은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원인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탐사보다 너무 즉각적인 결론, 몰매 때리기, 편갈라 공격하기로 비난에 그친다는 게 사건보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앞으로 서울의 온도가 40도를 넘기고, 미세먼지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6개월 이상 비가 안 와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쳐 고층아파트가 붕괴된다면… 기사가 넘치겠으나 얼마나 살아남아 기사를 읽어줄지는 잘 모르겠다.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매년 5~6월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왔는데, 이번에는 추천을 넘어 미국의 모든 대학 졸업생들에게 직접 &lt;팩트풀니스&gt;를 구입해 선물했다.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자신의 신념과 실재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확한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리라. 우리도 언젠간 이런 부자 한 명쯤 볼 날 있겠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95~100%다.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팩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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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빠삐용>에는 주인공 빠삐용이 감옥에서 벌레를 잡아먹는 장면이 나온다. 감옥에서 배급하는 음식의 정량이 절반으로 줄자 영양을 보충해 살아남고자 하는 빠삐용이 벌이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한국영화 <설국열차>에서는 꼬리칸에 탄 최하층 사람들에게 ‘단백질 블록’이라는 특수식량이 지급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지지만, 단백질 블록은 바퀴벌레로 만든 식품이다. 

벌레를 먹는 행위를 영화 속 얘기로 치부할 수는 없다.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벼메뚜기나 굼벵이, 번데기를 간식거리나 반찬으로 만들어 먹었다. 지금도 중국, 태국, 라오스에서는 전갈, 귀뚜라미 등으로 조리한 ‘곤충식품’이 성업 중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20억 인구가 1900여종의 곤충을 식용하고 있다고 한다. <성서>에 ‘네 발로 걸으며 날개가 있는 곤충 가운데 다리가 있어 뛰어오를 수 있는 것은 먹을 수 있다’(레위기 11장 21절)는 구절이 있다. 곤충을 식용한 풍습이 오래됐다는 증거다. 곤충식품이 줄어든 것은 축산업이 발달하면서 단백질 공급원이 가축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곤충이 인간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버러지’ ‘해충’의 오명을 벗고 식용곤충, 애완곤충, 약용곤충으로 거듭나고 있다. 곤충을 이용한 관광상품과 콘텐츠 개발이 성행하면서 미래 녹색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39개 현에서 곤충관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영국 요크박물관, 호주 빅토리아박물관은 곤충을 이용한 교재와 놀이기구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곤충사육농장이 늘고 있으며 함평나비축제·예천곤충바이오엑스포 등 지역축제도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법 고시를 개정해 장수풍뎅이, 여치, 왕귀뚜라미, 누에, 호박벌 등 곤충 14종을 가축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곤충이 소, 돼지, 닭과 같은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이들 ‘곤충 가축’을 애완·농업·식용으로 사육하는 농가는 축산농가로 인정받아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국내 곤충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53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곤충치료사’라는 신종 직업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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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도열해 있던 국회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고인이 헌신했던 국회 건물을 방문하는 운구행렬을 맞이하며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그에게 마지막 예를 다했다. 신산한 삶의 흔적을 얼굴에 품은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던 그들은 그 어떤 조객 못지않게 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어느 정치인, 유명인사의 장례식에서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빈소에 끝없이 이어졌던 시민들의 조문도 그러했지만, 슬픔에 잠긴 국회 미화원 노동자들의 모습이야말로 노회찬 정치 이력의 생생한 증언이었다.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공동대표직을 수락하는 자리에서 그는, 새벽 4시에 구로구 거리공원에서 출발하여 신도림, 구로시장에서 벌써 버스를 가득 채우는 승객들을 언급했다. 그 새벽 첫차의 승객들은 강남의 빌딩들을 청소하는 미화원 노동자들로, 대부분 50~60대 여성들이다. 그는 “아들, 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이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 청소되고 정비되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하며, 이름이 있되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존재하되 존재를 가시화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고 외쳤다. 그가 떠난 후에 더욱 유명해진, 이른바 ‘6411번 버스 연설’이다. 

고 노회찬 의원 1주기를 맞아 23일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 안에 있는 노 의원의 묘소를 찾은 유족과 참배객들이 고인을 기리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 1주기인 23일 유족과 참배객들이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의 노 전 의원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실제로 그는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국회 사무처에서 공간부족을 이유로 미화원 노조사무실과 휴게실을 비워달라고 했을 때 자기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자고 했다거나 여성의날에 그들에게 일일이 꽃을 선물했다는 일화는 그가 그들을 언제나 동료로 여겼다는 구체적 사례로 회자된다. 

그는 그렇게 “투명인간들”을 위한 정치를 다짐했었고 그것을 국회 안팎에서 실천했다. 물론 그 투명인간들이 여성 미화원들만은 아니고 그가 말했듯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 온 수많은” 노동자들 전부였음은 명백하다. 하지만 너무나 비가시화되기 쉬운 저소득층 여성들의 노동을 노동자 현실의 대표적 사례로 표면화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에게 여성 노동자는 상징이나 기호에 불과하지 않았다. 그는 진보진영의 고질적 맹점으로 지적받곤 하는 젠더 문제를 잘 알고 있었고, 그가 남긴 여러 기록과 저술이 증명하듯 여성을 노동, 운동, 정치의 주체로 인식하였으며 여성의 활동을 부각하기 위해 진력하고 고심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에 관한 특별법안, 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관한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등 성소수자의 평등한 삶을 위해 노력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후에 성소수자 인권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반’(동성애자)은 아니지만 ‘일반’(이성애자)의 소수자 배타성을 비판하고 이반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을 ‘삼반’이라 칭했다. 

사람의 귀함과 천함을 너무나 손쉽게 가르는 정서가 점점 모질어지는 세상이다. 여성들과 노동자들, 사회의 구석으로 밀려나기 십상인 수많은 소수자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철학, ‘평등’을 진보의 최상 가치로 믿고 실천하는 데 몸 바쳤던, 든든했던 동지를 잃었다. 정의당원이 아닌 시민들도 그의 예리한 정치적 통찰력과 운동가적 헌신, 기개를 진심으로 아까워한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치인들은 곱씹어보아야 한다. 

그가 떠났으니 “우리 모두가 노회찬이 되어야 한다”던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의 추도사는 상실의 아픔을 변화의 추동력으로 전환하자는 바람이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는 상실한 대상을 내면화하여 그 대상과 동일시하는 것을 멜랑콜리, 즉 우울의 기제라고 설명한다. 떠난 이의 정신을 내면화하고 그에 동일시하는 것 역시 일종의 우울로 볼 수 있다면, 노회찬을 그리워하는 정치적 우울은 지속되고 확산되어도 좋을 법하다. 

하지만 이른바 진보에 대한 지향이 일종의 정치적 우울을 주요 동력으로 삼는다는 사실은 또한 진보세력의 현실적 한계를 노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군사정부 이후 공고해지기만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넘어서고자 열망했던 그의 제7공화국에 대한 비전을 잇는 그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어 제시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시에서 썼듯, 혼탁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상투어구가 진실이 아니라는 비정한 아이러니를 깨닫고 견디는 데 있다. 상실은 돌이킬 수 없고 뒤늦은 말은 소용이 적지만, 그의 1주기를 보내며 이 애사(哀詞)를 뒤늦게나마 고 노회찬 의원의 영전에 바친다.

<윤조원 고려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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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호(號) 검찰’이 25일 닻을 올렸다. 윤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국민’에서 시작해 ‘국민’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권익 침해를 수반한다”면서 “법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희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도 “경청하고 살피며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윤 총장과 함께 환담 장소인 인왕실 쪽으로 걸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총장의 취임사는 전임자들과 차별화된다. 역대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대체로 ‘검찰’을 중심에 놓고 구성되곤 했다.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김진태 전 총장),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문무일 전 총장) 등이 그 예다. 반면 윤 총장의 취임사는 ‘국민’을 키워드로 삼았다. 취임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며 당부한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며 “(검찰)조직의 논리보다는 국민의 눈높이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임명권자와 코드를 맞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본질적인 자세와 인식의 전환”이 검찰에 필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윤 총장은 권력에 굴하지 않는 소신,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에서 보여준 결기로 높은 신망을 얻었다. 그러나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검찰개혁을 두고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구현하려면 이른바 ‘검찰주의자’로 불려온 개인적 신념이나 조직의 이해 따위는 잊어야 한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대로 모든 기준을 ‘국민’에 두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윤 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이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해내야 한다. 거리에 나가면 사인 요청이 쇄도한다는 ‘국민검사 윤석열’이 검찰의 환골탈태를 이뤄낸 ‘국민총장 윤석열’로 기록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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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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