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9가 나던 해 세밑/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4·19 혁명은 5·16 군사쿠데타로 완성되지 못했고, 이 땅의 민주주의는 긴 잠을 자야 했다. 그러나 1987년 정점을 이룬 민주화 운동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고,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첫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냈다. 그 결실들은 정권교체의 뿌리가 됐다. 1980년대 대학생에게는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이들이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경제는 호황이었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낙관적 경기 전망이 대세였다.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당시 30대를 사람들을 ‘386세대’라 불..
서울 변두리에 있는 중학교에 강연하러 갔을 때, 교장 선생님의 첫 마디는 “우리 학교 아이들 대개가 집안 형편이 안 좋습니다”였다. 사실 학교에 강연하러 가면 통과 의례처럼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가정형편이 어떠한지 말해준다. 친절한 사람은 학부모의 직업군과 거주 형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얼마나 되는지까지 알려준다. 그러니 강연할 때 고려하라는 것인데, 고작 두 시간 남짓 책 얘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면 그들은 반드시 보충 설명을 한다. “그러해서 아이들 강연 듣는 태도가 썩 좋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들이 경제 수준으로 아이들을 단박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늘 씁쓸했다.하여간 서울 변두리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친절한 부류여서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말하면서 덧붙..
햇빛의 도움을 받아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시민을 에너지농부라 부른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3년 조합원 99명으로 시작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이젠 조합원 400명을 바라본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태양광발전소 5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3기의 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발전소 용량은 큰 것은 100㎾ 수준이며, 작은 것은 50㎾ 안팎이니 5기를 합쳐야 330㎾ 규모이고, 3기를 추가해도 580㎾ 정도이지만 조합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햇빛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농사를 짓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모여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에너..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가 식인 풍습을 지닌 거인 괴물에게 포로로 잡혔다. 꼼짝없이 잡아먹힐 판이다.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는데 괴물이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물었다. 오디세우스는 본래 이름 대신 우데이스라 답했다. 우데이스는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이다. 괴물이 술에 취해 잠자는 사이 오디세우스는 불에 달군 거대한 나무 꼬챙이로 괴물의 눈을 찔렀다. 도움을 청하려고 괴물이 소리 질렀다. “우데이스가 나를 찔렀다.” 하지만 다른 괴물은 긴박한 외침을 “아무도 나를 찌르지 않았다”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오디세우스가 나를 찔렀다”는 SOS 신호로 들리지만 “아무도 나를 찌르지 않았다”는 그저 술주정 같다. 오디세우스는 꾀를 써서 위험으로부터 빠져나왔다.국립인 어떤 기관의 전시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추석이 다가왔다. 예부터 추석에는 뜨거운 여름 동안 농부가 땀 흘려 지은 햇곡식과 과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족·친지들과 송편을 빚으며 정을 나누어왔다. 3000만~4000만명이 움직이는 ‘민족 대이동’ 기간의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가득 안고 고향을 찾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민족에게 추석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 알 수 있다.하지만 추석 풍경도 변하고 있다. 2017년 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추석에 차례상을 차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1.2%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고, 간편하게 구색만 맞추겠다는 답변도 35%나 차지했다. 핵가족화, 1~2인 가구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정성 들여 키운 농작물이 추석에 많이 소비되기를 기대했던 농업인들의 마음에는 진한 아쉬움..
“주변국과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실망스럽다.”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미국의 논평이다. ‘실망’은 불만을 나타내는 4가지 외교 표현 가운데 두번째로 수위가 높다. ‘규탄’보다 낮지만 ‘유감’이나 ‘우려’보다 높다. 그래서 동맹국에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하자 “강한 우려와 실망”이라고 밝혔다. 심지어는 “한국의 조치가 미군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입장문도 냈다. 주한미군 문제에 민감한 한국인들의 정서를 겨냥한 압박 공세다. 이 정도로 GSOMIA가 미국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지 의문이 든다.미국은 GSOMIA 종료로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균열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
얼마 전 운전 중에 생소한 경고등이 들어와서 당황한 일이 있다. 찾아보니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가동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다. 디젤 엔진에서는 입자상 물질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보호를 위해 D.P.F가 걸러낸 물질을 차량 내부에서 높은 온도의 열로 태워 처리함으로써 외부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이 기능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일정 속도, 일정 시간 이상 달려 줘야 한다. 그런데 장거리 주행을 하지 않고 단거리 이동에만 반복적으로 차량을 이용하다 보니 배출 물질이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버린 것이다.이 사실을 알고도 바쁜 일상 때문에 깜박거리는 경고등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몇 차례 짧은 거리를 오가는 운전을 하다가 문득, 이 경고등이 쳇바퀴 ..
동해의 다른 이름은 ‘경해(鯨海)’다. ‘고래 바다’라는 뜻이다. 우리 옛 문헌에는 동해를 ‘경해’로 표기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고래잡이도 성행해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 포경 기록은 끊이지 않는다. 동해에 고래가 많았다는 사실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다. ‘고래 바다’를 처음 서양에 알린 이는 네덜란드인 하멜이다. 를 쓴 그는 다른 저서 에 “동해에서는 매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작살이 꽂힌 고래가 많이 발견된다”고 썼다. 이후 유럽 포경업자들은 동해를 ‘고래 어장’으로 기억했다.유럽인에 의한 동해 고래잡이는 19세기 중반에 시작됐다. 1846년 10월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가 머나먼 동해로 출항했다. 오호츠크해와 도쿄만에서 포경활동을 마친 리앙쿠르는 동해로 가던 중 지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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