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14년 9월부터 이달까지 돈을 주고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사람을 정보원 삼아 수십명의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5년 가까이 그의 보고서에 담긴 사람들은 과거 같은 학생운동조직에 있었던 교수·변호사·기자·노무사·영업사원·농민·시민단체 인사였다. 사찰 정황과 증거 물품도 함께 제시됐다. 사실로 밝혀지면, 민간인 사찰을 끊었다는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다짐과 약속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다.국정원에서 ‘김대표’로 불렸다는 정보원의 폭로는 구체적이다. 그는 언론에 “운동권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알려주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국정원 경기지부 공안2팀의 ‘사업’ 제안을 받고 응했다고 밝혔다. 매달 기본급 200만원, 보고서 작성 때나 시민단체에서 간부 승격 시 50만~300..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2~3일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증인 채택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모친과 부인, 자녀, 동생, 동생의 전부인 등 87명에 달하는 증인을 요구했다가 25명으로 압축했다. 거기에도 가족들은 그대로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의 가족을 증언대에 세우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사모펀드 약정, 웅동학원 채무변제, 딸의 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논문, 장학금 수령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문회는 바로 이런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자리다. 한국당이 28일 조 후보자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며 ‘청문회 보이콧’을 논의했다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
보름달이 뜬 어느 저녁에 딸과 산책하러 나갔다. 날이 흐린 탓에 보름달인데도 영 밝지가 않아 입김이 서린 창 너머에 떠오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우리는 함께 고개를 들어 달을 보았다. 달이 어떻게 보이는지 말해주고 싶었기에 무슨 표현을 고르면 좋을지 잠시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산문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솥에 든 찐빵 같다거나 야단맞고 나와 시무룩해 보인다는 식의 긴 묘사문들만 떠올랐다. 어쨌든 그럴듯한 비유를 찾아보려 애쓰는데 딸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거였다. 아빠, 달이 녹았어. 아이의 그 한마디에 혀끝에 맴돌던 모든 말들이 스르르 녹아 버렸다. 그래, 달이 녹았구나. 그보다 더 그럴듯하고 적확한 표현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
영화 을 보면서 거슬리는 장면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comfort woman.’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영어 표기다. CNN같은 뉴스 매체는 물론 집회를 알리는 영문 플래카드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다.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나 ‘일본군 성노예’의 영어식 표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왜 서구언론은 위안부 피해자를 ‘comfort woman’이라고 부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위안부’ 연구에서 우리 학계가 일본에 완패했기 때문이다.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은 한·일 양국에 큰 파장을 불렀다. 그러나 학계의 반응은 대조적이었다. 일본 학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 반면 우리는 조용했다. 요시미 요시아키 등 일본학자들이 등을 냈을 때 한국 역사학자들은 수수방관했다. 국내에서 관심을 가진 곳은 한국정신..
카뮈의 소설 에는 버스를 타고 가는 풍경이 펼쳐진다. “나는 버스를 놓칠까봐 허겁지겁 뛰어갔다. 숨차게 올라탄 뒤끝에다 버스 배기통에서 나는 기름 냄새, 격한 진동, 도로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 그 모든 것들에 혼미해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버스를 타는 내내 졸았다. 깨고 보니 내가 한 군인의 어깨에 파묻혀 있었다. 군인은 겸연쩍게 웃으며 어디서 오는 길이냐 물었다. 대답하기 쑥스러워, 가볍게 얼버무렸다.”지난여름 동안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이자 가수 김현성 형이랑 음반 녹음작업을 했다. 음반 제목은 ‘심야버스’. 내가 지은 시들에다가 형이 곡을 붙이고 노래를 하는 음반. 우린 20년도 넘은 오랜 인연이다. 우정의 결실 하나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가을에 출시하고 공연도 같이할 예정..
얼마 전 집안 어른이 문제가 생겨 급하게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게 됐다. 증상이 심각해 응급병동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됐는데, 이 병동 규칙이 ‘보호자 1명 24시간 상주’였다. 어른의 반려자도 몸이 불편해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인 것은 노부부에겐 3명의 아들딸이 있었다. 한 명이 반려자를 24시간 돌보고, 나머지 자녀 부부가 번갈아가며 병 수발을 들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앞으로 한국의 노인들은 아파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병에 따른 고통에 자식 없는 설움까지 더해질 듯싶었다.합계출산율 0.98명.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2018년 출생통계 확정치다. 15~49세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출생아 수가 한 명도 안되는 것이다.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1명까지..
신경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가소성이다. 가소성이란 신경계의 모양과 활동 특성이 경험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 신경세포는 모양도 변하고,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과 연결 세기도 변한다.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의 종류도 변하고, 신경세포에서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도 변하며, 신경세포의 활동성도 달라진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나기도 하며, 유전자 발현 양상도 변한다. 신경계에서는 도대체 변하지 않는 게 있기는 할까 싶을 만큼 많은 것들이 변한다.더욱이 이런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신경세포들이 인접하여 신호를 주고받는 부위인 시냅스의 모양은 초 단위로도 변할 수 있다. 시냅스의 모양이 변하면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 세기가 변하므로, 신경계의 반응 ..
다큐멘터리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진 8월이었다.광복절 전후로는 과 을 봤다. 도 시의적절한 영화였지만, 둘 중 하나만 봐야 한다면 을 추천하고 싶다. 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극우세력의 주장을 비친 뒤 곧장 반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수족이 구속되거나 철창 안에 갇혀있지 않았는데 무슨 강제동원된 ‘성노예’냐고 비웃는 극우 인사의 발언 뒤로, 여성들의 자유의지가 침해된 여러 정황들과 ‘노예’라는 언어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법학자의 발언이 뒤따르는 식이다.방대한 정보와 치고받는 대화(처럼 편집된 각자의 인터뷰)의 끝에 다다른 영화의 결론은, 세계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일본의 우익 세력을 압박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며, 정치적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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