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정확한 진상이야 알 수 없다.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좇는 것도 힘들다. 싸움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복잡하지만 양상은 대개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부산시 경제부시장 유재수가 뇌물을 받는 등 범죄 혐의가 짙은데도 그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에 의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청와대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 끝에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를 낙선시켰다는 것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의혹의 핵심은 모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이건 물론 검찰이 짜놓은 판이다.

공방이 오가는 중에 청와대에 파견 나와 일했던 검찰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무거운 부담을 느낀 탓이겠지만, 그 실체가 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고 가족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전해질 뿐이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은 죽은 자의 휴대전화를 놓고 뺏고 빼앗기는 희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비밀번호를 걸어둔 최신형 아이폰이라 들여다볼 수 없다면서도 그런다. 아무튼 검찰 수사로 시국은 난국이 되었다. 

윤석열 총장이 취임한 건 지난 7월 말이었다. 겨우 넉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검찰은 빠르게 ‘윤석열 검찰’로 재편되었다. 그동안 했던 일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거악의 핵심인 것처럼 수사력을 집중하는 거였다. 청와대가 가장 심각한 부패집단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대통령에 대한 충정으로 주변의 부패세력을 내치기 위해서인지 아무튼 검찰은 청와대 주변만 맴돌고 있다. 

당장 청와대 압수수색만 해도 그렇다.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고 폭로한 사람은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다. 그는 자신이 소속되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그 때문에 지난해 12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결과는 별게 없었다. 검찰은 이번에도 김태우의 입에 기대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청와대 직원들도 범죄를 저지르면 수사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정 최고책임자의 집무실이 이렇게 쉽게 털리는 건 차원이 다르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마구잡이로 휘둘러도 되는 칼이 아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물론 합리적인 판단도 거쳐야 하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 

아무 때나 영장을 통한 강제수사를 해선 안된다. 증거인멸 우려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앞뒤를 살펴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여러 대학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대학들은 조국 일가 때문에 업무방해 등의 피해를 입은 기관들이었다. 그래도 그냥 영장 들고 쳐들어가는 방식을 반복했다. 대학들은 범죄기관 취급을 당했지만, 가장 힘센 기관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영장을 통한 강제수사 이전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먼저다. 검찰에서는 학문의 전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피해 기관에 대한 도리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들에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그때 가서 강제수사를 해도 된다. 강제수사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그렇다. 이미 지난해 12월 엇비슷한 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게다가 지난 몇 달 동안 ‘조국 사태’의 한복판에서 검찰을 예의주시했던 터였다. 

검찰이 지목하는 것처럼 어떤 청와대 직원이 범죄와 관련되었다면 수사의 단서, 그것도 자신의 감옥 문을 열게 될 자료들을 컴퓨터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지는 않을 거다. 유재수, 김기현에 조국까지 세상을 매일처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았을 게다. 그러니 청와대 압수수색은 형사법상 증거 확보를 위한 법률행위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정치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고, 나아가 직접 정치를 하는 행위는 심각한 일탈이다. 문제는 그런 일탈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거다. 

검찰이 왜 난리를 치는지, 왜 나라를 어지럽히는지 짐작하는 건 쉽다. 당장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올라 있으니, 이 판을 흔들고 싶을 게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지적처럼 지난 1년6개월 동안 전화 한 통화 없던 검찰이 갑자기 청와대 하명 사건 운운하고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참 지난 다음에 법원 판결을 통해 검찰의 의혹 제기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도, 검찰로서는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수사과정에서 특히 검찰이 흘리는 온갖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는 지금의 언론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 인권의 수호자, 법률 전문가로서의 역할은 다 제쳐두고 자기 조직의 기득권을 위해 정치적 퍼포먼스를 남발하고 있다. 

록히드 사건의 주임검사로 검사들의 상징처럼 존경받았으며 일본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을 지낸 요시나가 유스케가 평소 강조했던 말이다. “검사는 수사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생각하면 안된다. 수사로 세상이나 제도를 바꾸려 하면 검찰 파쇼가 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오물이 고여 있는 도랑을 청소할 뿐이지 그곳에 맑은 물을 흐르게 할 수는 없다.” 한국 검찰, 특히 ‘윤석열 검찰’은 온통 거꾸로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일개 외청에 불과한 검찰청이 매일처럼 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사실 청와대가 만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꼽으라면 얼마 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또 법무부 장관이었던 조국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다. ‘윤석열 검찰’을 낳은 것은 청와대였고, 지금 ‘윤석열 검찰’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도 유일하게 청와대뿐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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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미세먼지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도, 배출량, 건강피해 등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정부 정책의 추동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문제에 대한 진단이 더 정확해져야 한다.

미세먼지의 복잡성은 배출과 농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초미세먼지나 오존오염 문제는 과거처럼 배출정보만 알아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은 주로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2차적으로 생성된다. 배출-농도 사이에 화학이 들어가면 둘의 관계가 매우 복잡해진다. 배출과 농도는 비선형관계가 된다. 배출을 줄여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야 농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또한 배출 지역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배출-농도의 복잡한 관계식을 풀기 위해 종합관측조사를 실시해 왔다. 3차원 공간에서 배출물질, 생성물질, 산화제, 배출원 지시자 등을 동시에 측정하여 이들의 관계를 추론해 가는 것이다. 탐정이 조각난 단서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듯이 연구자들은 관측 자료들의 퍼즐 조각들을 맞춰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그러나 종합관측조사는 대형 항공기, 첨단 측정기기, 수치 모델, 위성 등 대형 연구 인프라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동안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선진국은 2차 세계대전 중 육안으로 전투기의 위치를 확인해주는 비행운에 대한 연구를 필두로 80여년의 항공 관측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늘을 나는 실험실인 대형 관측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KORUS-AQ’라는 한·미 대기질 공동조사를 수행했다. NASA는 대형 관측 항공기를 활용해 1980년대부터 대기화학 실험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에게 ‘KORUS-AQ’는 대형 관측 항공기와 첨단 측정기기를 동시에 운용하며 우리의 대기를 정밀 진단해 본 소중한 경험이었다. 200개의 오염물질을 동시에 측정하는 대형 비행기 DC-8 1대, 위성시뮬레이터를 탑재한 소형 비행기 1대, 미세먼지 조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소형 비행기 1대가 투입됐고,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보유한 관측선도 참여했다. 전국 32곳에 원격탐사 장비가 설치됐고, 130개 연구그룹의 580명 한·미 과학자들이 종합관측 작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중 70% 이상이 2차 생성되며, 국내외 오염원이 약 5 대 5 수준에서 기여하고, 국외 미세먼지는 지면 가까운 고도로도 장거리 이동하는 게 가능하며,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량이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점 등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새로운 진단이 쏟아졌다.

이제 우리는 2차 국제 대기질 관측조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 초 한국에서 예비관측을 시작으로, 본관측이 2022년과 2023년 겨울철에 아시아를 무대로 펼쳐질 것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 함께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물론 2차 관측은 1차 관측 결과를 토대로 얻은 궁금증을 해소해야 하는 한층 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서해상이나 야간 등 그간 관측의 사각지역 및 시기가 포함되어 있다. 다만 1차 관측과 달리 그간 우리 역시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는 희소식이 있다. 이제는 중형 관측 항공기와 스모그 체임버(대기오염물질의 광화학반응 생성과정 실험 장치)를 갖췄고,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의 발사도 앞두고 있다.

금번 관측조사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세계적 수준에서 규명해 국민들이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이고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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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의 교사, 교육전문가, 개별 대학, 교육시민단체 등이 새 대입정책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교사, 학부모, 학생, 대학과 사교육 시장까지 제각기 적응 방법을 놓고 주판알을 튀기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실망이 커서 이 논란에 말을 보태기 싫다. 그러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삶이 걸린 문제일뿐더러 현 정부의 국민적 지지를 갉아먹을 중대사인지라 몇 가지를 짚어 보자.

첫째, 새 대입정책은 명백히 졸속한 정책 전환이었다. 상당한 갈등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작년 여름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변수 탓에 느닷없는 변화를 교육현장에 강요한 셈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과 의지가 작용했다는 점도 정권에 큰 부담거리다.

둘째, 결과론이지만 교육당국과 교육운동단체 등 전문가집단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부정적인 여론을 과소평가한 점도 있다. 돈과 인맥과 문화자본으로 가능한 비교과영역의 각종 ‘스펙’, 달리 말해 공교육과 교사가 책임질 수 없는 범위의 활동이 반영되는 입시는 평범한 서민에게 ‘금수저’를 위한 전형, 상위권 대학의 은폐된 고교등급제가 작동하는 ‘깜깜이’ 전형일 수밖에 없다. ‘조국사태’에 앞서 일부 교수가 어린 자녀를 학술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연구부정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터라 여론은 더욱 냉랭했다.

셋째, 그렇다고 정시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더 나은 대안이 아님도 분명하다. 정시 확대가 ‘금수저’에게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법 나와 있지만, 수능성적 위주의 입시가 새 시대의 바람직한 제도가 되기는 어렵다. 김종엽 교수의 지적처럼 대학입시의 ‘공정성’은 매우 편협하게 해석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대략 상층 20%의 관심거리가 아닌 것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기란 무척 어렵다”(‘창작과비평’ 2019 겨울)는 점을 입증했다. ‘공정성’이란 이름 아래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격하며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편협함과 동일한 현상이었다.

넷째, 중요한 대선 공약인 고교체제 개편이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공언했지만, 그것은 다음 정권의 일이다. 현 정부는 당장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했던 과제를, 학교 평가를 통해 폐지를 결정하는 기존 제도를 어정쩡하게 따름으로써 이미 공약을 어겼다. 불과 얼마 전에 전북 교육청의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교육부가 막아섰던 일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이대로라면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해도 헌법소원에서 정부가 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선의 자녀 교육을 위해 능력껏 애쓸 권리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고교체제 개편은 어쩌면 학종의 폐해 극복보다 한층 절실했다. 정책 당국이 우리의 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의지가 확고했다면, 최소한 이명박 정부 이후 난립한 ‘자율형 자사고’들을 일괄해서 없앤 후 단계적으로 더 오래된 학교들을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나아갔어야 한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는 “현행 객관식 평가방식으로는 미래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어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교육 비전과 이를 담아낼 새로운 수능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 수능체계는 2025년에 전면 실시할 계획이라는 고교 학점제에 발맞춰 2028학년도부터 도입한다고 하지만,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일정이다.

유일한 해법은 현장 교사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북돋우는 길이다. 교육부도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정규교과과정 내의 비교과영역은 대입에 반영한다고 밝혔지만, 학종을 없애고 수능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전부 바꾸더라도 공교육 교사의 진취적 노력이 숨쉴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고등학생들이 문제풀이와 점수따기에 질리는 와중에도 양서를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길이며, 그나마 고교 학점제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물론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사회의 상층 20%가 무관심한 개혁 과제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의 ‘흙수저’ 청년들은 전문대학에 많이 다닌다. 전문대학의 절대 다수는 사립이며, 일반대학도 80%가 사립이다. 따라서 ‘공영형 사립대 사업’으로 이들 교육기관의 질을 높이고 대학의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해내야 한다. 대입 문제를 대입제도 개편으로 풀 수는 없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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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조국 전 장관이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개혁 성향으로 강단을 인정받고,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추 의원의 법무장관 기용은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더욱 강도 높은 드라이브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추미애 카드’로 확인시킨 셈이다. 청와대가 인사 배경으로 “추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내정 소감을 밝히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조국 이후’ 검찰개혁 동력 저하를 우려해 법무부로부터 개혁 방안을 직접 보고받고 챙겨왔다. 앞으로는 추 내정자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은 추 내정자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기 전에 처리 여부가 결정날 수 있다. 추 내정자는 초유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따른 각종 갈등과 이해를 조율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의 대미를 장식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아울러 직접 수사부서 축소, 중요 수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장관 보고 등 남아 있는 제도 개편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특히 검찰이 청와대를 겨냥한 고강도 수사를 벌이는 비상한 시기에, 긴장관계와 파열을 조정하며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리더십도 요청된다.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의 ‘적절한’ 행사도 검찰권력의 제도적 통제를 위해 필요하다. 

사법개혁은 법제화와 제도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법조 내부의 낡은 관행과 오랜 관습을 시대정신에 맞게 끊임없이 혁신해 가야 완성되는 일이다. 추 내정자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대로 사법과 검찰개혁의 시대적 소명을 한시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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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택적 수사’ ‘정치개입’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청와대도 검찰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5일 “존재하지도 않는 선거개입이라는 허깨비만 들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다” “검찰이 청와대 표적수사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도가 지나치다. 

위원회는 대검 차장검사와 경찰청 차장을 불러 ‘울산 사건’ 등에 대한 사실을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 책임자에게 브리핑을 듣겠다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두 사건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당사자이다. 심하면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부적절한 자리는 다분히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겁박’이란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당장 취소해야 한다.

김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 첩보를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초 제보자는 김 전 시장 반대편에 섰던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부시장인 사실이 밝혀졌다. 야당 후보에 대한 비위 첩보를 생산한 사람이 여당 후보의 측근이었다면 누구라도 ‘청부 수사’ 의혹을 가질 것이다. 한데 청와대는 그를 “민정비서관실 파견 공무원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다른 공무원”이라고 했다.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교 친구였다. 이 행정관이 비위 첩보를 재작성·편집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 비서관은 지난달 “첩보는 가공하지 않았으며 단순 이첩했다”고 다른 말을 했다. 입수 경위를 놓고서도 행정관은 비위 첩보를 스마트폰 SNS를 통해 받았다고 하고, 송 부시장은 행정관이 울산 동향을 물어 보내줬다고 한다. 서로 말이 다르다. 이러니 청와대가 뭔가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증폭되는 것이다.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사건은 정권 실세들과 친밀한 관계인 공직자의 비리를 청와대가 은폐했는지 여부가 의혹의 핵심이다. 그는 뇌물비리 감찰을 받고서도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검찰은 감찰중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관련 문건을 임의제출 받았다. 범죄가 있는 곳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고, 의혹이 제기된 이상 청와대도 성역이 아니다. 법원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해줬을 것이다. 그런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2017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수사 당시 청와대 측이 특검의 압수수색을 저지하자 “문을 열고 압수수색을 받으라”고 했다. 이번엔 정반대다. 

민주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죽음과 관련해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과 두 사건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현 검찰이 정치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강압수사 의혹은 특별감찰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히면 될 일이지, 다른 두 사건과 한데 묶어 사태를 호도(糊塗)해선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을 남용해 국정을 농단한 과거 정권 관계자들을 무더기 단죄했다. 현 여권 인사도 잘못이 있다면 수사를 받고 응분의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게 정의다. 공정한 검찰을 만들자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신설하려는 것 아닌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가 수사기관을 흔드는 것은 검찰개혁의 명분마저 흐리게 할 뿐이다. 지금 여권의 검찰 공격 행태는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용히 수사를 지켜보는 게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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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진보는 아재요, 보수는 노땅이다. 둘 다 청년을 가르치려 드는데 ‘진보아재’의 설교는 거짓 위선으로 비치고 ‘보수노땅’의 훈시는 아예 헛소리로 들린다. 진보아재가 잘하는 거라곤 뒤늦게 헛웃음 나오게 하는 말장난 개그뿐이요, 보수노땅이 내세울 거라곤 남들 다 먹는 나이밖에 없다. 진보아재는 정치민주화한답시고 일상의 악습에 젖어들었고, 보수노땅은 경제성장한답시고 인간의 염치를 놓아버렸다. 자기들은 다르다고 항변하는데 서로 욕하고 싸우면서 닮아갔다. 작은 일상도 도덕으로 재단하는 진보아재가 큰 염치를 잃어가니 분노가 치밀고, 대놓고 아랫사람 깔아뭉개는 염치없는 보수노땅이 일상의 악습을 바꾸자고 하니 꼴불견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현실 권력을 두고 다투는데 마치 누가 먼저 소멸하나 내기하는 것 같다.

진보아재는 자칭 민주주의자다. 부당한 위계 없는 소통문화 만든답시고 틈만 나면 아재개그를 날린다. 비가 한 시간 오면? “추적 60분!”, 울다가 그친 사람은? “아까운 사람!”. 듣는 순간 ‘이게 뭐지?’ 어벙벙해지는데 집에 가서 누우면 뒤늦게 킬킬대느라 잠을 설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얻은 소득을 주로 해서 국민을 성장시키는 정책은? “소주성!” 최저임금 ‘쬐끔’ 올리면 국민이 성장한다는 아재개그를 날려 순간 ‘벙찌게’ 만들더니 지금까지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헛웃음을 온 국민에게 안겨주었다.

보수노땅은 자칭 성장주의자다. 입만 열면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정신으로 이만큼 성장했다고 떠벌리는데 마지막에 가면 결국 “우리 때가 좋았지”로 끝맺는다. 군사작전하듯 주어진 목표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기 위해 초인적인 과잉 노동을 하다 보니 변화하는 세상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염치도 잃어버렸다. 온갖 갑질을 휘둘러대는데 부당하다고 항의하면 “다 원래부터 그래, 어쩔래?” 하며 배째라 나온다.

현재 진보아재는 철지난 수출주도성장을 다시 꺼내들고, 보수노땅은 거리를 점거하고 삭발 단식으로 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다. 경제성장에 젬병인 진보아재와 권위에 찌든 보수노땅이 재벌총수와 민주투사 코스프레를 펼치고 있으니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좋게 봐주자면 상대방의 가치를 수용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참 가상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부터 챙기는 게 먼저다. 진보아재는 정치민주화를 이루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왔다. 그런데 현재 적지 않은 청년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능멸하고 있다. 일부 극우 청년의 일탈이라며 무시하지 말고 민주주의가 왜 가치 있는 것인지 ‘진정성 있게’ 설득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면 삶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보수노땅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현재 적지 않은 청년이 경제성장의 결과를 비난하고 저주하고 있다. 일부 극좌 청년의 선동이라고 몰아붙이지 말고 경제성장이 왜 가치 있는 것인지 ‘성실하게’ 밝혀야 한다. 자식에게 세습질하는 것 말고 성장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 해도 청년이 스스로 이야기해야 한다. 들어주는 사람 없다고 위축되어 입 닫고 가만있으면 안된다. 나이가 젊다고 다 청년이 아니다. 이 땅에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오는 자가 진짜 청년이다. 진보아재는 민주주의 이야기를 가져왔고, 보수노땅은 성장주의 이야기를 들여왔다. 이 이야기가 한계에 처했다면 당연히 이를 넘어서는 보다 호소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평생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온 아재와 노땅에게 청년이 살아갈 새로운 이야기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로 살아왔고, 그 덕분에 나름대로 정치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 이야기가 낡아빠졌다면 청년은 여기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청년이 곳곳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희망은 교육에서 온다. 무엇보다 청년이 주어진 현실 너머 가능한 세계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으로 학교가 거듭나야 한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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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흔히 쓰는 말이지만, ‘청년’은 1910년대 조선에서 ‘힙한’ 단어였다. 1903년 서울에 ‘황성기독청년회’라는 이름으로 YMCA가 탄생한 이후 들불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후에 한국기독교청년회로 명칭이 바뀐 YMCA 운동의 산증인인 고 전택부 전 서울 YMCA 명예총무는 “당시 한국에는 소년이나 장년이란 말은 있었으나 청년이란 말은 없었다. 월남 이상재 선생도 새 개념인 청년이란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YMCA가 ‘청년’을 발견하고 발전시키자 마치 기름에 불붙듯이 사회에 큰 물의가 일어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학비평용어사전>은 ‘소년’이 1900년대의 어휘였다면 1910년 이후의 유행어는 ‘청년’이었다고 평한다. 1920년에서 1921년 새에만 1300개 이상의 청년회가 생겨났다고 한다. 윤봉길은 의거 이틀 전 ‘피끓는 청년제군들은 아는가’로 시작하는 ‘조선청년에게 고함’이란 격문을 남기기도 했다. ‘청년’은 새로움과 민족을 일깨우는 용어로 유행했다.

현대에 와선 청년은 젊음과 도전의 이미지로 구축됐다. 연령 구분은 없었다.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 후 청년 취업난, 빈곤 문제 등이 부각되고 나서야 정책 대상자로서의 연령기준이 필요해졌다. 관련 법규상 아동(0~8세), 청소년(9~24세), 노인(65세 이상)으로 정해져 있으나, 청년은 그때그때 기준을 정했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15~29세),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39세 이하) 등이다. 국회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엔 19~34세다.

5일 전북도의회에서 조례를 고쳐 현재 18~39세인 청년의 범위를 44세까지로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청년층이 전북을 떠나면서 각종 청년 정책사업의 수혜자를 확대해 유출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전북 청년은 46만명에서 58만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몇 년 전 유엔은 100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연령구분 기준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18~65세는 모두 청년이다. 0~17세는 미성년자,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청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긴 하겠지만, 그 배경과 남겨진 숙제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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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지하철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들면 좋겠지만 요즘은 자꾸 휴대폰으로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된다. 잠깐 본다는 것이 30~40분은 정말 후딱 간다. 그런데 옆사람이 보면 어쩌나 가끔 민망해질 때가 있다. 

첫 화면에서부터 ‘저탄고지의 진실’ ‘중년 뱃살’ ‘엽떡 매운맛 먹방’ ‘심쿵주의 아기시바견’ 등이 줄줄이 추천돼 뜨기 때문이다. ‘친절한 알고리즘씨’가 내가 지난 시간 즐겨 봤던 것을 근거로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만을 골라 보여주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뿐 아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10대 소녀이든, 70대 할머니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취향을 타기팅해 맞춤형 콘텐츠를 완벽하게 추천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나의 취향에서 벗어나 색다른 콘텐츠를 보려면 그만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콘텐츠는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막상 한 가지(성향)에만 노출되니 아이러니다.

콘텐츠가 취향에 머물지 않고 정파성을 띠는 경우라면 어떨까. 보수 성향의 소비자는 더욱 보수 성향의 콘텐츠에, 진보 성향의 소비자는 더욱 진보 성향의 콘텐츠에 노출되게 되며 그 편향성이 스스로 강화된다. ‘에코 체임버 효과’인 것이다. 반향실(에코 체임버)에서 하나의 소리가 울려 증폭되는 것처럼 정보와 신념이 한 가지로 증폭되거나 강화되는 것을 말한다.

뉴스 콘텐츠에서도 이런 현상은 진작부터 우려돼 왔다. 몇 년 전 포털뉴스의 편향성이 자주 도마에 올랐는데 2017년 발표된 논문 ‘인터넷 포털의 경쟁과 뉴스 콘텐츠의 선택’(최동욱 KDI연구위원)에서는 포털의 편향성을 측정한 내용이 있다. 그중 흥미로운 것은 ‘포털뉴스의 편향도와 사용자의 정치성향 간 차이가 클수록 클릭 수는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포털의 뉴스섹션에 게시된 뉴스들이 자신의 성향과 다를수록 해당 페이지에서 추가적으로 뉴스를 덜 선택한다’고 한다.

포털은 수익과 직결되는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소비자 입맛에 맞는 편향된 뉴스를 더 노출시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뉴스의 다양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최근 국내 대표적인 포털이 뉴스 편집 정책을 바꿔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들에 더욱 편집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클릭 수=수익’이라는 구조는 마찬가지여서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포털뉴스의 편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학자 필립 나폴리는 커뮤니케이션 정책수립의 목표로 ‘소스(Source), 프로그램(Program), 노출(Exposure)의 다양성 증가’를 말했다. 관련 정책을 수립하며 다양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최근 가장 문제되는 것은 노출의 다양성일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같은 생각의 페친들에게 둘러싸여 서로가 과신하는 팩트나 신념을 공고히 하는 것도 한 예다.

올해 들어 생경하지만 자주 쓰게 된 단어를 꼽으라면 ‘확증편향’이다.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학술·시사용어로 어렵기만 한 단어였는데 일상어처럼 대화 중에도 불쑥불쑥 쓰게 된다. 정치이슈가 불거지면서 더욱 우리 일상에서 확증편향이 깊어진 탓이다.

편향성 문제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뉴스 노출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사이트 노웨어(Knowhere)는 한 사안을 두고 보도된 수백가지의 뉴스를 취합해 세 가지 버전으로 뉴스를 서비스한다. 진보적 성향의 기사, 보수적 성향의 기사, 스트레이트 기사이다. 비정치적 기사에서는 스트레이트 기사, 긍정적 기사, 부정적 기사로 나눈다. 이 작업은 인공지능(AI)이 맡아 한다. 

노웨어의 공동설립자이자 편집장인 나다니엘 발링은 “우리는 정보 과부하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모든 기사에서 추출한 내용들을 조화시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포괄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언론으로 나아가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말한다. 노웨어의 실험이 성공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정치적 견해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의견 차이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쉽지는 않다. 그동안 알아왔던 것을 믿고 판단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편식이 편하다.

그러나 결과는 알다시피 편식은 건강한 나를 만들지 않는다. 일부러라도 듣기 싫은 얘기도 듣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며 ‘편향된 인간’에서 벗어나자. 다양한 사회가 더 풍요롭고 자유로우니까.

<김희연 오피니언(소통)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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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터 잡은 마을에 대대로 살아가는 농경사회에서 살기 좋은 땅, ‘명당’을 차지하려는 욕망은 누구나 강했다.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영화적 상상이 화성 이주를 시도하는 우주시대에도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힘을 발휘하는 이유일 것이다. 부귀의 땅을 찾는다는 단편적 의미로 변질되어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풍수지리(風水地理)는 현대학문인 생태학(風水)과 지리학(地理)이 결합한 융·복합과학이라 할 수 있다. ‘왕을 만드는’ 땅에 대한 탐욕이 아닌 ‘사람 살리는 땅’으로 풍수를 바라볼 때 이 경험과학에 기초한 심층생태학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약자로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는 즉, 삶의 터전에서 최우선으로 피할 것과 얻을 것을 조합한 이름이다. 사계절이 반복되는 우리나라에서 과거 농사를 지으며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 가지는 기근과 혹한이다. 이 기근을 막을 ‘물을 얻는 곳’과 혹한을 견딜 ‘바람을 막는 곳’, 바로 배산임수와 좌청룡우백호라는 말로 함축되는 땅이 바로 명당인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화를 면하고 조금이나마 평안하게 살기 위한 곳을 안내하는 지침으로, ‘잘되자는 것이 아니라 잘못되지 말자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상적 장소는 그리 많지 않고 보통 어딘가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물이 모이는 곳은 필히 빠져나가는 곳이 있기에 대체로 바람막이가 취약한 방향이 생기게 된다. 이 부족의 보완이 풍수의 비보(裨補)로, 보통 찬바람을 막아줄 숲을 마을 외곽에 조성하게 된다. 마을숲은 외부의 찬바람을 막고 마을 안의 온기를 유지하는 곳으로, 모두를 위해 잘 보호되어야 했기에, 많은 전래동화의 소재가 된 토테미즘적 숭배사상이 생겨난다.

생존이 걸린 문제였던 경험과학은 이제 생존이 아닌, 더 잘 살기 위한 선택으로 바뀌었고 비과학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 전통지식을 밀어낸 일등공신은 단연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석연료이다. 문제는 여기서 나타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은 분지형 도시 즉, 바람을 잘 막는 곳이다. 보통 미세먼지 농도는 발생량이 월등히 높은 서울과 경기가 높아야 하는데, 백두대간이 가로막은 강원도 영서지방 소도시들이 자체발생 미세먼지가 적음에도 농도가 높은 날이 많은 이유다.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가두는 것에 더해, 서쪽에서 불어온 외부 오염물질까지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기에 그렇다.

이제 겨울의 공포는 북풍한파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된 지 오래고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모두를 전문가로 만들 정도다. 그리고 설익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심에 숲을 조성하고 외곽 숲을 간벌하여 밀도를 낮추는 것이다. 오랫동안 외부의 바람을 막고자 숲을 조성해 왔는데 이제 반대로 숲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내보낸다? 숲은 추울 때는 바람을 막고,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바람을 불게 하는 ‘신박한’ 능력을 지닌 것일까? 안타깝게도 추울 때 미세먼지 농도가 덩달아 높다. 과거 땔감의 채취는 숲의 밀도를 낮췄고, 밀도가 낮아진 숲은 바람을 더 잘 막아왔다. 도심 주변의 숲은 더 이상 연료공급원이 아니니 밀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바람이동이 빨라지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숲의 밀도를 낮추는 간벌작업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밀도가 낮은 숲을 도심에 만들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환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작업을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하늘을 보며 남 탓하기 바쁜 계절이다. 비록 3분의 1이 중국발이라 하지만, 역으로 3분의 2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지에서 미세먼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외부의 깨끗한 바람을 얻는, 장풍득수(藏風得水)가 아닌 득풍득수(得風得水)를 위한 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줄 단기 방안은 없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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