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대형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오는 주일 예배를 포함한 모든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한다고 28일 결정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 천주교가 당분간 전국 16개 전 교구의 미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한 달간 전국 2000여 사찰의 법회와 성지순례 등 종교행사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전국의 미사가 한꺼번에 끊기는 일은 한국의 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이다. 조계종이 감염병을 이유로 모든 사찰의 산문을 걸어 잠그는 것 역시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개신교에서도 주중 또는 주일예배를 중단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부목사와 교인이 각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명성교회와 소망교회는 주일예배를 포함한 종교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금란교회, 새문안교회, 온누리교회 등 서울의 유명 교회들도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교회들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배를 중단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사례에서 보듯이 교인들이 밀집해 예배를 치르는 교회당은 어느 곳보다 전염병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신교 내 일부 교회의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서울을 비롯한 국내 일부 대형교회는 주일예배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적 교인 56만여명으로 국내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6일 오전 수요예배를 강행했다. 순복음교회는 이번주 새벽예배와 주일예배를 이어갈 계획이다. 등록 교인이 각각 10만여명인 서울 강남 광림교회와 사랑의교회 역시 주일예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교회 예배는 성경 봉독, 찬송가 합창 등으로 어느 집회보다도 높은 감염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예배 참석 시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고 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신교가 천주교나 조계종처럼 종교활동 전면 중단 조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교단이 수직 구조가 아닌 교회 연합 형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기독교교회연합회와 한국교회총연합은 일제히 산하 교회에 주일예배 중지, 소모임 중단 등을 권유했지만, 강제력은 없다. 27일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를 찾아 협소한 공간에서의 종교행사를 중단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교회가 종교집회를 강행한다면 시설 폐쇄와 같은 행정력을 발동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월한 가치는 없다. 교회는 당장 주일예배를 중단하는 게 옳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폭이 무섭다. 지난 18일 31번째 확진자 발생으로 대구·경북 지역감염 양상을 띠었고, 20일 하루 확진자 100명 돌파 이후 세 자릿수의 확진자 증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하루 144명이던 추가 확진자 수는 26일 284명으로, 27일엔 500명을 돌파했다. 26일 1000명을 넘은 전체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2000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중국 우한 사례를 볼 때 한동안 확진자 수 급증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국적인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방역체계의 전환이 시급하다. 

당장 병실대란, 의료대란이 발등의 불이다. 27일 대구에선 병상이 없어 집에서 입원대기하던 70대 확진자가 숨졌다.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 명단에 포함돼 지난 23일 진단검사를 받은 후 25일 양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 사망했다. 대구에서는 병상이 부족해 절반 이상의 확진자가 집에서 대기 중이라고 한다. 부족한 인력과 자원을 어떻게 분류하고 분배할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환자가 적어 엄격하게 관리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기준을 낮춰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역당국은 중증환자는 국가지정음압병상에, 경증환자는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또 연령·기저질환·맥박 등을 고려해 중증도를 분류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시·도 단위의 분류팀도 만든다고 하는데, 서둘러야 한다. 오염·비오염 지역이 섞이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도 관건이다.   

의료진과 검사인력, 음압병상 등 가용자원이 얼마인지도 파악해 가능한 선에서 지역별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음압병상은 1077개다.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은 대구의 음압병상은 54개뿐이다. 공공병원의 일반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식으로 병상 마련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구시는 다른 지역에서 환자진료를 함께 맡아주길 요청했지만, 확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끼리 최대한 협조하되 지역별로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선 안된다. 시·도와 중앙 정부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보호도 중요한 문제다. 의료진 감염은 그 자체로 문제이거니와 의료 부족 상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들의 연쇄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의료진의 마스크나 방호복 등 보호장구가 부족해선 안된다. 또한 긴급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부족한 의료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세계화가 새로운 초국적 협치체제를 만들 거라는 주장이 한동안 유행했다. 절대주권을 가진 국가가 명확하게 구획된 영토 안에 사는 자국민을 통치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섣부른 주장도 나왔다. 영토의 경계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사회적 삶이 그러한 주장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었다. 이주의 지구화, 기업의 초국적 활동,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가능해진 초국적 공론장, 온난화와 같은 지구적 환경문제, 초국적 테러리즘 등이 그러한 예다. 낙관적 전망과 달리 아직 이에 대처하기 위한 초국적 협치체제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초국적 재난이 주기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이번 전 세계의 문제가 된 코로나19도 그러한 재난의 하나다. 초국적 협치체제가 부실한 틈을 타고 재난의 당사자가 누구인가 정의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먼저 코로나19를 특정 지역주민의 문제로 지역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일부 언론이 코로나19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국지적인 폐렴으로 프레임했다. 코로나19의 전파자인 중국 우한 주민의 입국을 원천 봉쇄하자는 주장을 쏟아냈다. 정부가 이러한 프레임을 따르지 않자 코로나19 확산을 친중좌파 정권의 눈치보기와 무능력의 문제로 정치화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작게는 우한 주민, 크게는 중국 국민 전체를 바이러스를 무차별적으로 퍼트리는 미개한 인종으로 비하했다.

감염자 수가 한동안 통제되는 듯하자 이러한 인종주의 프레임이 잦아들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규모로 나왔다. 이미 이단으로 낙인찍힌 신천지교회를 사회악을 퍼트리는 괴기한 밀교 집단으로 프레임했다. 사회에 복된 소리를 전하는 미션을 다하고 악한 소리를 쏟아내는 주류 종교집단이 선봉에 섰다. 누가 이단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기는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절대악으로 몰릴 지경에 이르자 신천지교회가 부랴부랴 정부에 협조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제 감염원인 신천지 교인만 격리, 전수조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대구·경북에 감염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여러 나라에서 한국 국민의 입국을 막았다. 어떤 나라는 대구·경북에서 온 지역민만 콕 골라내 입국을 막았다. 자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코로나19 감염원을 한국으로 지역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국내에서도 대구·경북을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서울특별시민만 국민이냐는 볼멘 반론이 나왔다. 이참에 정치권은 지역감정과 진영논리를 부추기며 정치적 이득 추구에 몰두했다. 그러자 SNS가 혐오의 언어로 도배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특유의 보수성으로 시간의 실향민 취급받던 대구·경북이 졸지에 코로나19의 창궐지역으로 오염되었다. 대구·경북 주민은 공중위생을 관리할 역량조차 없는 냄새나고 지저분한 토착민으로 전락했다.

갈수록 일상의 삶이 탈영토화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탈영토화란 상호 연계와 의존의 네트워크가 급속히 발전하고 그 안에서 개인적, 사회적,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지구적 차원들이 상호작용하는 밀도가 높은 상태를 말한다. 원인과 결과라는 선형적 모델을 통해 상호작용의 과정과 후과를 예측·통제하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는 전례가 없어 누가 당사자인지 가늠하기 더욱 힘들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특정한 인종, 종교, 지역에 당사자를 한정하고 혐오와 배제의 언어를 쏟아내면 안된다. 인종, 종교, 지역과 상관없이 원치 않아도 영향받는 사람이라면 모두 당사자다. 개인적 차원에서부터 지구적 차원까지 모두 포괄하는 다차원적인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당사자인 우리가 서로 연대와 포용의 언어를 써서 소통하고 이를 통해 함께 문제 상황을 정의하고 해결해야 한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일반 칼럼 > 세상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다움  (0) 2020.03.06
대규모의 의학  (0) 2020.03.03
우리 모두가 당사자  (0) 2020.02.28
누가 우물에 독을 풀었나  (0) 2020.02.25
‘배제된 청년’에게 평등한 노동시장의 권리를  (0) 2020.02.21
발견을 기획하다  (0) 2020.02.18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때 잡힐 것 같던 코로나19 감염병이 2월19일경부터 빠르게 확산되더니 열흘 만에 매우 긴장된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 추적에 성공적인 편이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최선을 다하고 운도 따라준다면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예방의학자는 방송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방역당국이 그만큼 잘 찾아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지나친 공포는 금물이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악되지 않은 감염원에서 다발적이고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환자가 초기 증상을 스스로 느끼기 힘든 시점에도 감염력이 높다고 하니 늘어나는 발병국가들에서 입국할지 모르는 감염자 외에도 지금 대규모로 입국하고 있는 중국 출신 유학생이 큰 걱정거리이다.

중국 출신 유학생은 전국에 7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 상당수가 스스로 휴학을 택해 입국을 포기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수만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입국하여 기숙사나 학교 인근의 숙소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며 이상 여부를 가린 후에 정상적으로 학업에 임하게 돕는 것은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이미 여러 대학이 공항에 전세버스를 보내 유학생을 별도로 학교까지 이동시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수많은 유학생을 돌볼 인력, 예산, 지원체계 확보는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한국 대학으로서는 숨 가쁜 일이다. 고향에 다녀온 대구·경북 지역 출신 학생들도 보살펴야 한다. 2주 개강 연기로 충분할지도 걱정이며, 다수의 확진자 발생에 대한 민첩한 대응책이 사전 준비되어야 한다.

중국, 베트남 등의 유학생들을 정성껏 배려함으로써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유학생에게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준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두고두고 대한민국의 자산이 될 성과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합심하여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현대문명이 자초한 신종 질병을 이겨내는 일인 동시에, 우리의 포용력과 국격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기회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고통받고 주로 희생당하는 쓰라린 현실을 극복하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대처 능력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밀접하다. 새 감염병 발견을 처음 알린 의사인 고(故) 리원량의 경고에 중국 당국이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 세계는 훨씬 평안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우한의 실태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던 기자들마저 재갈을 물렸다. 권위주의적 경향이 날로 심해지는 시진핑체제가 시험에 들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다른 이웃나라 일본의 실상도 마찬가지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정치적 활용에 골몰하며 후쿠시마의 계속되는 후유증도 덮고 코로나19 사태도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뜸 동양인 등교금지 조처를 내렸던 로마의 유명한 음악학교의 무감각이 유럽에서 확진자가 유독 많은 이탈리아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고, 이란은 환자 규모 축소 의혹을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주무부서 차관이 연신 기침을 하다가 다음날 확진자가 되는 해프닝을 벌였다. 민주주의가 망가진 후진국이라 할 트럼프의 미국도 확산세가 빨라질 위험성이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정부의 기만적인 대응이 떠오른다. 2015년 6월 대책 발표 현장에서 당시 부총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누군가에게 전달받아 훑어본 후 넘긴 쪽지를 그대로 읽었다. 언론 카메라에 잡힌 메모에는 환자가 경유한 병원은 감염 우려가 없다고 말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이 적혀 있었다. 당시 청와대가 과학적 근거 없이 환자가 경유한 병원이 안전하다고 우긴 일이었지만, 바로 다음날 해당되는 병원 네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지금 코로나19 극복의 최전선에 선 한국 대학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이미 반발이 심했던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의 틀을 공청회를 열기 힘든 상황임에도 일방적으로 확정하는 모양새이며, 논란 많은 정시 확대 정책을 위한 당근으로 700억원을 책정했다. 또 작년 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죄 없는 대학 구성원에게 피해가 없도록 경영진의 비리가 밝혀진 사립대에 기계적으로 불이익이나 제재를 가하는 매뉴얼을 연말까지 개선하도록 권고했지만, 교육부는 모르쇠로 버티며 대학 정상화를 위해 분투하는 대학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하지 못하면 방역망에도 구멍이 뚫린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2월 28일 (출처:경향신문DB)

“야야, 여기는 엉망이다.” 엊그제 경상북도에 있는 고향집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또 발생했다길래 통화한 어머니의 첫마디다. 주변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웬만해선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동네 분위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어머니는 통화를 끝낼 즈음 “마스크는 꼭 쓰고 다녀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경향신문 편집국 회의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얼굴을 반쯤 가리고 얘기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2m 내에서 접촉한 사람을 ‘접촉자’로 분류한다. 마스크는 그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다. 불편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기본적 예방수칙임을 이해한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됐지만 국가 방역체계의 부족함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고, 무엇보다 의료현장에서 장비와 인력이 달린다. 코로나19 퇴치에 특화된 백신은 아직 없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대통령은 이번주가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는 변곡점이 돼야 한다고, 국무총리는 4주 내 대구를 안정적 상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집집마다 학교 개학이 일주일 늦춰졌다고 좋아하던 아이들은 다니던 학원이 문을 닫고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자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종교행사 축소, 재택근무 확대, 회식 자제 등 ‘거리 두기’로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대구와 서울이 따로 없고, 정부와 국민이 따로 없다.

국민 행복과 안전은 정부의 궁극적 목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국민 불안감을 덜어주고,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집권여당 대변인의 “대구·경북 봉쇄” 표현이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 언급은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과 세심함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달리 적극적인 정보 공개로 투명성을 높인 것을 해외 언론이 긍정 평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코로나19는 신종플루와 비교해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 확진자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정부의 초기 대응을 두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중국 국적자,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을 막았더라면 한 달 만에 확진자가 1700명을 넘는 급속한 확산을 피할 수 있었을까. 정부는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의학계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지만, 한국에서 감염이 확인된 중국 국적 확진자는 초기 단계에서 나왔고 무게중심은 대구로, 신천지 교회로 이동한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사회 감염이 방역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보고,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요구가 끊이지 않자, 27일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5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야당이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하는 것은 중국 눈치보기와 사대 굴종 때문이고, 그 결과 방역에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몰아세우는 식은 과도하다. “숙주는 박쥐가 아니라 바로 문재인 정권과 그 밑에 있는 여러분들”(미래통합당 정갑윤 의원)이라는 식의 자극적 언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를 계기 삼아 ‘기-승-전-문재인 정부 비판’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는 것이라면 경계해야 한다. 중국의 태도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한풀 꺾였다고 한국의 대응에 훈수를 두는 중국 매체 보도는 한국을 배려하는 자세가 아니다. 중국의 여러 성(省)에서 잇따르는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중국인 봉쇄로 맞대응하는 것이 코로나19 종식의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건 관련 국제기구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해선 봉쇄가 아닌 국제적 연대가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분명한 건, 이 사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정부를 비판할 때 하더라도 지금은 좀 참아달라. 장수의 투구를 벗기지 말아달라”고 했다. 정부 대응에 대한 종합적 평가는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킨 후에 해도 된다. 그때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안홍욱 정치·국제에디터>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방위비 분담 압박은 미국이 이제 더 이상 혈맹이나 우방이 아닌 부자가 빈자의 고혈을 짜내는 약육강식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한·미국방장관회의에서 다뤄질 예상 내용으로 방위비 분담금 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발사대의 추가·전진배치에 관한 논란으로 부상했다.

지난 화요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대응 신뢰도가 59%란다. 2016년과 2017년 OECD 발표 우리나라 정부신뢰도가 24%였으니 지금 국민이 정부에 보내는 지지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당시 정부가 발표하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던 때였다. 사드기지 논란이 극에 달한 시점도 이 정부 불신 시기이다.

당시 사드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성주와 접한 김천 수도산에서 지리산에 방사한 곰인지, 탈출한 사육곰인지, 야생곰인지 알 수 없는 반달가슴곰이 발견된 것이다. 급히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팀의 전문가들이 출동해 포획했는데, 잘 모르겠단다. 양쪽 귓불에 커다랗게 매단 추적기가 떨어졌다면 당연히 크게 흔적이 있었을 텐데 왜 몰랐을까? 베테랑이 이런 기본적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의문이 시작된다. 작년 11월 이곳과 가까운 덕유산에서 또 다른 반달곰이 포착되었다. 이때는 환경부가 영상만 보고도 귀발신기 흔적이 없는 야생곰이라 발표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포획해서 눈으로 확인해도 모르는 것을 흐릿한 무인카메라 촬영결과로 확인된다? 의문은 더해진다.

빠르게 유전자검사가 이어졌고, 정부는 방사 후 한 번도 지리산 남부를 떠난 적이 없던 KM-53이 직선거리 80㎞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이 비상식적 발표를 믿어야 할까? 24% 신뢰도의 정부 발표를?

곰의 이동은 주로 짝짓기, 동면, 먹이활동을 위한 것이며, 단연 짝짓기 이동이 대부분이라 한다. KM-53은 왜 그 먼 곳으로 갔을까? 곰은 일반적으로 6세 정도가 돼야 짝짓기를 하니 나이를 봐서 배제해도 된다. 동면을 위해 이동했다면? 이미 겨울을 훨씬 지난 시점이니 돌아왔어야 마땅하고 굳이 한겨울에 따뜻한 남쪽 저지대를 두고 험준한 북쪽 산을 넘어갔다는 가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후각이 발달한 곰이 먹이를 찾아 수㎞를 이동하는 것은 보고되고 있는데 역시 환경여건상 수도산으로 이동했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물론 이 또한 다시 돌아왔어야 맞다. 동물의 이동 자체가 본능이니 이유없는 이동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이동은 거의 보고된 바 없다.

서식지라고 한 지리산 남쪽에 풀어놓은 KM-53은 견딜 수 없었는지 빠르게 수도산으로 이동했다가 잡히기를 반복한다. 왜? 동물의 귀소본능이라면 쉽게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원래 수도산에 살던 아이였다면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불신정부라 하더라도 수도산에 사는 곰을 굳이 지리산곰이라 발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짝짓기를 할 나이인 KM-53이 작년 6월 김천 금오산에서 발견되었다. 수도산과 금오산이 연결되는 한가운데에 사드기지가 있다. 당시도 지금도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환경영향평가이다. 혹여 있을지 모를 ‘멸종위기종 서식처’ 논란을 원천 차단하려 했다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월20일, 한국에서 첫 확진자 발생. 2월11일, 청도대남병원 정신의학과 폐쇄병동 환자 102명 중 40여명의 발열 증상에도 코로나19 검사 하지 않음. 병원 밖 31번 환자 발생 소식에 18일 무작위로 2명만 검사. 19일 폐쇄병동 환자 ㄱ씨(63·무연고자) 사망(사후확진, 국내 첫 사망자). 20년 넘게 시설에 갇혀 산 체중 42㎏의 그는 사망 직후 장례 없이 화장. 같은 병동 두 번째 사망자 ㄴ씨(55·여)는, 치료를 위해 10년 넘게 갇혔던 병동을 나서며 “바깥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돌아오지 못함. 27일 현재 폐쇄병동 환자 102명 중 101명 감염, 7명 사망. 장애인과 노인 등 집단수용시설에 대해 보건당국은 봉쇄와 감금을 핵심으로 하는 ‘코호트 격리’ 고수. 예천 ‘극락마을’, 칠곡 ‘밀알사랑의집’,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 등 집단수용시설에서 확진 판정이 이어지고 있음.  

공중보건과 전염병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등장이 재앙의 서막이라고 경고하면서, 바이러스 재앙의 근본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라고 설명한다. 환경 변화로 서식지에서 쫓겨난 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하는 횟수가 늘었으며, 과거에는 낮은 온도에서만 발견됐던 일부 병원균들이 점차 따뜻한 기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중 상당수가 빙하의 해빙, 대형 산불,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감염에 더 취약해진 상태에서 인간과 가깝게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일요신문 1월31일자에서 발췌). 

한편,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이 ‘보통’ 이상이다. 요즘 대체로 ‘좋음’이었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2월3일부터 16일까지)에 비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5%, 이산화질소 배출량은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장 조업 중단과 교통 통제 덕이다(경향신문 2월21일자). 아마도 당분간 같은 경향일 거다. 

경기둔화가 걱정이라고 하지만,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생태파괴로 여겨지는 코로나19는 인류가 나아갈 길이 ‘탈성장’임을 강변하고 있다. 나눠 먹을 작정을 하면 같이 살고, 아니면 순서만 다를 뿐 죽음의 길을 계속 내닫는 거다. ‘STOP’하지 못하는 인류에 맞서 자연이 강제하는 파업이며, 세상의 맨 끝에 선 예언자들이 죽음으로 외치는 단말마다. 

지구에 인간보다 더 고등한 생물종이 있어 인간종을 지배한다면, 작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고등종은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종을 살처분하고 생매장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 인간종이 가축에 번진 바이러스 때문에 소와 돼지와 닭들에게 했듯이.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중심·성장중심의 과학기술,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이에 공조한 우리들의 일상이 만든 인과응보다.

맨 끝자리에서 봐야, 사회가 나아갈 길이 제대로 보인다. 

하룻밤을 꼬박 폐쇄병동 첫 사망자의 원혼에 붙들린 듯,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아팠다. 원혼이 내 안에서 웅얼거린 말은 “이제야 내 명복을 빌지 마라. 내 혼을 달래지 마라. 나를 먼저 죽인 너희의 과학과 편리와 발전, 효율과 무관심, 은혜롭고 풍요로운 일상이, 결국 너희도 죽일 것이다. 너희와 자손들의 죽음을 미리 애도하라”였다. 

인류의 종말은 우리 안 가장 끝자락에서부터 이미 시작됐다. 초유의 사태는 더 큰 혼돈 속에 거듭 갱신될 것이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당사자들은 절박했다. 그제 국가인권위원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구제조치를 요구했다. 폐쇄병동에서 집단 격리, 집단 치료는 곤란하다는 거다. 시설 수용자도 다른 환자들처럼 안전한 치료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거다. 상황은 엄중하고 요구는 절박했지만 인권위는 아직까지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건강권’에 대한 중요한 현안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은 많았지만 인권위는 능동적 대처, 원활한 해결과는 거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를 빌리면 “침체하고 존재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는 건, 인권위가 뭔가 해줄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긴급구제조치 권고를 통해 수용자의 구금 또는 수용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인권위는 김대중 정부 시기였던 2001년 11월 출범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논란의 한복판에서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의견 표명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입장에선 성가신 존재였다. “정부의 인권 침해 사례를 적시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결정이 빈번했다. 그 호통이 때로는 날카롭고, 자못 난감한 경우가 있었지만 나는 싫지 않았다.” <김대중 자서전>의 한 대목이다. 김대중 대통령다운 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조직 축소와 위상 격하를 겪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금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었다. 

당장 인력과 예산이 부쩍 늘었다. 예산은 2018년 314억원에서 2019년 366억원으로 늘었다. 16.8% 급증이다. 인건비도 14.4% 늘었고, 주요 사업비는 무려 38.3% 증가했다. 국가기관의 예산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늘어난 사례가 또 있을까. 호시절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권위 위상을 제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고,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하라는 거다. 이명박 정부 때 형식화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 건도 없었던 인권위 특별보고도 정례화하겠다고 했다. 국가기관이 인권위 권고를 잘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약속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비록 정례화는 아니지만, 2017년 12월, 2019년 4월에 대통령 특별업무보고가 있었다. 무엇보다 인력과 예산을 늘려 인권위의 힘을 키운 게 중요했다. 인권위는 모처럼 중흥기를 맞았지만, 좋은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호시절이 허송세월이 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고, 내부는 온통 어수선하다. 직원들은 기운 빠져 보이고 고위직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의 기자회견이 이례적일 정도로 인권위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도 별로 없다. 

인권위의 답답한 모습은 웹사이트만 찾아봐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위원장 활동’은 2019년 9월에 멈춰 있다. 그날 종교인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는 게 마지막이다. 다른 기관도 이럴까. 국민권익위원회를 봤다. 권익위 웹사이트는 위원장 동정을 아예 달력으로 보여준다. 2월 일정은 여백이 별로 없을 정도로 빽빽했다. 이게 공직자의 도리고 기관의 기본이다. 인권위원장의 활동이 5개월 동안 멈춰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신호다. 

국가기관에서 인력과 예산, 그리고 권한이 늘어나는 것처럼 신명 나는 소식은 없다. 그런데도 왜 인권위는 이전 정권 때처럼 침체하고 존재감이 없는 걸까. 내부 평가는 최영애 위원장의 자질을 주목하고 있다. 인권위 노조의 설문에 따르면 직원의 64.2%는 최 위원장이 핵심과제에서의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긍정평가는 겨우 4.9%였다. 인권위가 핵심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위원장의 역량 등 리더십 부족’을 꼽은 사람은 54.1%였다. 

최영애 위원장은 인권위의 요직을 두루 거친 사람이다. 설립준비단 시절부터 사무처 준비단장을 맡았고, 초대 사무총장을 거쳐 상임위원으로 영전했다. 설립 초기 6년 동안 인권위의 정점에 있었다. 2018년 9월 위원장에 취임했다. 사무총장, 상임위원, 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모두 거친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최 위원장에 대해 자질이 없다고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쟁점으로 들어가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인권위는 최근 법무부 교정본부로부터 기동순찰팀 대원들의 명찰 패용 권고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원들이 수용자로부터 협박, 진정, 고소·고발을 당하기 때문이란다. 교정본부가 책임행정의 기본도 지키지 않겠다는데, 인권위는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다. 

진짜 문제는 명찰 패용이 아니다. 무술 유단자 등으로 구성된 기동순찰팀은 2009년 ‘수용질서 확립’을 위해 만들어졌다. 정권 환경과 인권에 관심 없는 법무부 교정본부장의 일탈이 만들어낸 권위주의적 산물이다. 기동순찰팀의 역할은 일상적 무력 과시가 전부다. 인권위라면 마땅히 기동순찰팀 해체를 권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엽적인 명찰 문제에만 매달렸고, 그마저 퇴짜를 당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퇴짜를 당하고도 아무 반응이 없다는 거다. 

권위가 땅에 떨어진 엄중한 상황이지만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토론회를 열 수도 있고, 언론 기고를 하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론에 호소할 수도 있다. 법무부 장관을 만나 자초지종을 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뭐가 되었든 인권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위원장이 조직 장악도 못한다는 평가가 따르는데, 사무총장에도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다.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고위직으로 근사한 대접을 받아서 좋겠지만, 그들에게 좋은 게 인권위에도 좋은지, 나아가 국민들에게도 좋은지는 의문이다. 최영애 위원장의 임기 절반이 훌쩍 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도 어제처럼 별일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일본변호사연합회(이하 일변연)는 2010년부터 위안부, 강제징용 등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교류해 왔고, 매년 양국을 오가며 간담회를 개최해 왔다. 지난해에는 대법원의 2018년 강제징용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일변연 내부 사정으로 간담회가 열리지 못했고, 2년 만인 2020년 2월10일 도쿄 일본변호사회관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일본 변호사 중에는 30년 이상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백발의 변호사는 물론 최근 일본 내 ‘혐오발언’을 계기로 양국의 과거사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젊은 변호사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일본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일제 피해자들의 일본국,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과 20여년 전까지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이 국가로서 가진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것으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해 왔다. 예컨대 참의원 회의록에 기재된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이 1991년 8월2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나 외무성 조약국 법규과장이 1994년 ‘외무성 조사 월보(月報)’에서 한 설명 등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한국 정부나 대법원이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입장을 번복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의 이른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도 소개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헌재에 위 합의의 위헌을 확인해 달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 헌재는 2019년 12월27일 위 합의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위 합의문 내 아베 내각총리대신의 사죄에 대해 피해의 원인이나 국제법 위반에 관한 국가책임이 적시되지 않은 반면, 위 합의 후에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법적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양국이 진정한 사죄를 바탕으로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이 사죄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해결방향을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에, 일본 변호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현재 일본에 아베 총리 및 집권 자민당을 견제할 만한 뚜렷한 정치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아베 정부를 상대로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소송대리인단 및 지원단체들은 공동으로 지난 1월6일 강제징용 문제 해결구상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첫째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에서의 해결, 둘째 진정한 해결을 위해 가해자의 사실 인정 및 사죄, 사죄의 증거로 배상, 사실과 교훈의 다음 세대 계승, 셋째 해결구상 검토를 위한 한·일 협의체 창설 등이다. 

그리고 이번 간담회에서는 일부 변호사의 제안에 따라 공동 해결구상의 후속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 방안은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의 구체적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민간협의체를 신설하고, 이 협의체를 정치, 경제, 법조, 언론, 학계에서 각 1명씩 양측 합계 10명 정도로 구성하되, 협의체의 실무를 맡을 사무국을 만들어 양국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생존 피해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히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을 때이다.

<박동민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닿는다. 정말?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수백만 번 돌멩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다고 해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바로 이 돌멩이도 잠시 뒤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진다. 위로 거꾸로 솟는 것을 본다면 정말 내일 아침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는, 동쪽에서 뜨는 아침 해와 마찬가지의 확실성을 가진다. 이러한 확신의 근거는 무얼까?

뉴턴의 고전역학은 계의 미래를 결정론적으로 기술한다. 고전역학으로 기술되는 자연법칙 자체가 갑자기 변하지 않는 한,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지고, 내일 아침 해는 동쪽에서 뜬다. 물리학이 찾아낸 자연법칙이 우리가 가진 확신의 근거라 할 수 있겠다. 

질문은 계속된다. 만약 물리학의 자연법칙이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근대과학이 태동하기 전의 사람들은 돌멩이가 갑자기 위로 솟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중력법칙을 적용해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푼 것이 아니었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모두 모아서, 서쪽에서 뜨는 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내일도 마찬가지로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예측을 한 것이다. 

경험에 바탕을 둔 통계적 예측을 동역학적인 예측으로 대체한 것이 뉴턴의 고전역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내일 아침 해가 여전히 동쪽에서 뜨는 이유를 “지금까지 늘 그랬으니까”라는 경험적인 예측에서, “지구 자전에 관계된 각 운동량이 보존되니까”라는 물리학의 자연법칙에 기반한 예측으로 바꿨다. 

경험에 기반한 통계적 예측도 물리학에 기반한 동역학적 예측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예측이다. 물론, 확실성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경험을 통해 수없이 확인된 경험적 예측이라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초속 11.2㎞보다 빠른 속도의 돌멩이는 지구를 벗어나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또, 아무리 물리학을 이용해 예측했다 해도 항상 그 예측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떨어지는 돌멩이를 옆 친구가 도중에 손으로 받아낸다면, 돌멩이는 땅에 닿지 않는다. 모든 예측은 가정이 있다. 예측 시점에서 이용한 지금까지의 정보가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는 가정이다. 

손에서 놓은 돌멩이의 운동이나,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방향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다른 예측도 있다. 이미 현재의 상황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만, 우리가 아직 관찰하지 않아 현재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의 예측이다. 내가 자주 하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독자도 한번 따라 해보시길. 1. 한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숫자를 센다. 2. 전체의 10% 정도의 사람이 나의 질문에 손을 들 것이라고 예측해 그 숫자를 모인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100명이 모여 있다면 10명 정도가 손을 들 것이라고 말한다. 3. 혈액형이 AB형이신 분들은 손을 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미 그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혈액형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정보다. 이미 정해져 있지만, 아직 측정하지 않아 모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의 예측을 현재의 예측(prediction of the present)이라 할 수 있겠다. 많은 경우, 현재의 예측은 통계적인 예측의 형태를 띠는데, 데이터의 크기가 커질수록 점점 더 예측이 정확해진다. 우리나라에서 AB형은 약 10%다. 5명 중 AB형이 몇 명인지는 예측하기 어려워도 5만 명이라면 AB형의 상대적 비율은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요즘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통계적 예측의 단점도 물론 있다.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에 대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 위의 간단한 실험에서, 몇 명이 자신의 혈액형이 AB형이라고 손을 들지, 개략적인 통계적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누가 손을 들지는 아무런 예측도 하지 못한다. 

여러 연구들이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도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기본적인 물리학의 몇 원리를 이해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손에서 놓았는데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물체를 화면에 보여주면, 아기들은 이상하게 생각해 아래로 자연스레 떨어지는 물체보다 더 오래 쳐다본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몇 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물리학자다.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적인 관찰 결과를 모아서, 어떤 물리 현상은 가능하고 어떤 것은 불가능한지를 나름 예측한다. 

어린아이뿐 아니다. 우리 모든 인간은 항상 미래를 예측한다. 여러 신경과학자가 사람의 뇌를 ‘예측 기계’라 부르는 이유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의 정보를 모아서 인간은 가까운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쉴 새 없이 예측하고, 현실의 결과와 비교해 끊임없이 수정해 간다. 

우리가 늘 경험하듯이 예측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예측과 현실의 차이는 다음의 예측을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현재의 인공 신경 회로망도 마찬가지의 방법을 따른다. 입력층에 넣어준 정보는 정보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일종의 예측 형태로 출력된다. 예측치와 현실의 정답과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의 지도학습 방법이다. 사람이나 인공지능이나, 정확한 예측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측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경기도 관계자가 25일 오전 과천시 별양동의 한 쇼핑센터 4층에 있는 신천지예수교회 부속시설에서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교회가 지난해 12월까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홍콩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우한 내 신천지 교인이 약 200명으로 지난해 12월까지도 활동을 했고 지난 1월 말 춘제(설 명절) 때 고향으로 흩어졌다는 교인의 증언을 보도했다. 또 다른 교인은 “수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우리에게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면서도 우한 내 신천지 교인이 코로나19 확산 후 한국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간 우한에 교회가 존재하지 않고, 우한을 다녀온 교인도 없다던 신천지 측 주장에 의구심을 키운다. 신천지 우한 교회가 지난해 말까지 활동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 중 일부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한의 포교자 또는 교인이 잠복기 상태로 지난 1월 말 한국에 입국한 뒤 2월 초 신천지 교회 집회에 참석해 대규모 감염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지난 2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환자는 56%에 달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원의 주된 경로가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 및 그들과 접촉한 이들로 보고 있다. 이들이 의료기관이나 시설에서 2·3차 감염을 유발하는 만큼 신천지 교인에 대한 통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신천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협조는커녕 교인들의 거짓 진술을 방치하는가 하면 자신들도 ‘피해자’ 운운하는 태도로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 25일에야 정부에 21만2000명의 교인 명단을 제출했지만, 이들의 비밀주의적 습성으로 볼 때 신빙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신천지가 경기도에 제출한 도내 신천지 관련 시설 목록은 239곳인 반면 경기도가 자체 파악한 시설은 270곳으로 숫자가 맞지 않는다. 25일 확진된 경기 성남시 거주자는 신천지 대구집회에 참석했지만,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에는 누락돼 있다고 한다.

신천지는 이미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많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으며 방역활동에 혼란을 초래했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제대로 사과하고, 방역활동에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도리다. 만약 정부에 제출한 교인 명단과 시설 목록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빠짐없이 제출하고, 우한 교회에 관해서도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1a-1.tistory.com WaO.KF 2020.03.20 1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사기관 고발 안내]

    위 내용은 신천지예수교회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허위사실입니다.

    이 내용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며 신천지교회와 관련이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지어내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전원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형사고소를 준비중임을 알려드립니다.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형법 제307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처벌 등을 원치 않을 경우 위 글을 즉시 삭제 하시기 바랍니다.

    ---------------------------------------------

    Q. 명단 제출 관련

    질병관리본부과 경기도는 2월 25일 총회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개발자가 서버에서 직접 자료를 검출하여 가지고 갔으며, 검색명령어 쿼리문도 확인하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성도 21만2천324명 중 학생‧유년회 파일 1개(1만6천680명)과 그 외 성도(19만5천644명)에 대한 파일 1개로 총 2개로 나눠 USB에 담아갔습니다. 26일 해외 성도 명단 역시 같은 조건으로 제공하였습니다. (해외성도 학생‧유년 205명 그외 3만3,076명, 총 3만3천281명)

    경기도는 2월 25일 1)국내 전체 성도 중 경기도 주소지로 된 명단, 2) 2월 9일과 16일 대구교회 출석자 3) 2월 16일 과천교회 출석자를 확인하여 가져갔으며 2월 27일에는 1차 제공 명단 3만3천582명 중 연락처가 없는 1천74명에 대해 연락처를 추가로 파악해 갔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학생과 유년으로 가족과 부모님의 연락처를 확인하였습니다. 경기도 역시 개발자가 서버에서 자료를 검출하였으며 검색명령어 쿼리문을 확인하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각 지역자치단체로 명단을 전달할 때는 주소지 기준으로 제공이 되고 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성도 분류를 주소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파와 교회 단위로 하기 때문에 지역자치단체에서 교회에 명단 요청을 할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자료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교적부 상 기록된 주소가 현재 성도들이 실제 거주하는 주소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후 이런 혼선을 막기 위해 지파와 교회, 부서 항목이 추가로 명시된 전체 명단을 질병관리본부에 다시 제출하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요청에 따라 2월 27일에는 교육생 명단(총 6만5천127명, 국내 5만4천176명, 해외 1만951명)을 제공하였습니다. 연락처와 주소가 없는 경우는 담당 전도사 이름과 연락처를 포함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이 외에 대구‧경북 지역과 광주교회 출석자 명단 등 각 지역자치단체에서 요청하는 자료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명단을 제공하였습니다.

    3월 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집단 감염의 경로를 확인하고, 기 제출된 자료 누락 및 불일치 의혹제기로 기제출 자료와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 포렌식 분석 담당자들과 함께 총회본부 행정조사에 나와 신천지예수교회 전 성도 및 교육생들 명단, 교회 및 부속 시설현황, 성도 1~2월 예배별 참석자 명단, 교육생 센터 출석자료 등을 확보해 갔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고 감염우려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철저한 조사와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진단 및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입원 및 자가 치료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 하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

    ■ 신천지에 대한 가짜뉴스 팩트체크 공식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https://cafe.naver.com/scjschool/193753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회동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당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회동하기 위해 국회를 찾는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관련 입법·예산 지원에 국회와 여야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기 위해선 바람직한 일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첫 환자 발생 이래 37일 만에 1000명선을 훌쩍 뛰어넘으며,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 나라가 됐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어 전국에 안전지대가 없어졌다. 생산·소비 활동 위축으로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가 비상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역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놓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회동은 그동안의 만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과 장기화를 막기 위한 방역 대책,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 등 논의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피해가 커지고 있는 자영업자와 산업현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편성과 집행은 시급하다. 역대 추경 편성 때마다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나라의 명운이 걸릴 만큼 중차대한 시기이다. 이런 때 여야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번 회동이 갖는 무게와 의미, 중요성부터 엄중하게 인식해 국력 결집의 실마리를 마련토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문 대통령 스스로 다양한 견해와 주문을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는 게 필요하다. 일부 야당이 요구하는 ‘중국인 입국금지’ 대책에 대해서도 현실성과 장단점을 허심탄회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마당에 어떤 논의든 탁자 위에 올려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회동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도록 이끌어갈 우선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책무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회동 결과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명심하기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6일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들이 확진자 이송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7일 만이다. 확산세가 가파르다. 이번주 들어 추가 발생자가 연일 200명 안팎이다. 진단 대상은 2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확진자 폭증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크게 확대한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분명 비상국면이다.

다음주까지가 코로나19 사태 방지의 중대 고비다. 특히 확진자 80% 이상이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은 방역의 최대 승부처다. 정부가 감기 증상이 있는 대구 시민과 신천지 대구교회 전체 교인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등 이 지역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시설과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도 관건이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집단감염된 이후 칠곡 ‘밀알사랑의집’,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 예천 ‘극락마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노인요양·중증장애인 시설 등 집단시설의 감염을 막는 일이 급하다. 취약시설은 확진자가 1명만 발생해도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시설 거주자에 대한 전수조사 등 특단의 방역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개강을 앞두고 속속 입국하는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검역과 관리는 향후 방역의 시금석이다. 입국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각 대학은 이들을 대학 기숙사나 지자체 공동시설에 격리 수용할 방침이지만, 기숙사 입소보다는 별도의 거처에서 자가격리하겠다는 학생들이 많다. 통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고 대학가 주민·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유학생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지도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대비해 전국 어린이집을 내달 8일까지 휴원키로 했다.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매일 마스크 350만장을 약국, 우체국, 농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기업 등에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 원격 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권장했다. 대구에서는 26일부터 1주일간 모든 시내 집회가 금지된다. 이제 코로나19 대응은 통상적 방역대책이어서는 안된다.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방역 계엄령’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시설 폐쇄·검사 강제 등의 행정력을 발동해야 한다. 국민들은 공포에 떨기보다는 정부대책에 호응해 감염병 극복에 나서야 한다. 최소 다음주까지라도 단체 행사나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 착용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실천해 보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임이자 의원의 이름을 알게 된 건 그가 국회의원 4년차인 지난해 4월이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 과정에서 그는 자유한국당 100여명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문 의장이 방을 나가려 하자, 어디선가 들려온 “여성 의원이 막아야 돼”라는 말과 함께 임 의원이 두 팔 벌려 가로막고 나섰고, 문 의장은 한동안 이를 바라보다 임 의원 볼에 양손을 갖다 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렇게 한국노총 여성위원장·부위원장 출신의 임이자는 노동전문가가 아닌, 느닷없이 몸싸움 의원으로 기억에 남았다. 연말엔 문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저지하던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문 의장을 팔꿈치로 치고 나서 “성희롱하지 마”라고 외치다 쓰러진 해프닝도 있었다.

막 내리는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들에 대한 가장 강렬했던 시각적 이미지는 유감스럽게도 이런 것들이다. 성추행, 성희롱이라고 외치는데도, 분노보다 수치심이 밀려온다. 

남성 국회의원들의 여성 비하 발언 대응도 유감이다. 잊을 만하면 막말 대행진이 이어졌지만, 여성 의원들은 ‘함께’ 화내지 않았다. 자기 당엔 침묵했고, 상대 당을 비판할 때만 병풍처럼 둘러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국회에는 300명 중 17%인 51명의 여성 의원이 있다. 적다면 적지만, 역대 최고 숫자다. 여성 의원 수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자고 여성계 모두가 오랫동안 똘똘 뭉쳐 싸우고 밀어올린 결과다. 2000년 16대 국회에서 불과 5.9%(16명)였던 여성 의원 비율이 2004년 여성할당제 도입으로 17대에 13.0%로 뛴 이후, 더디지만 조금씩(13.7% → 15.7% → 17.0%) 늘었다. 그런데 정작 여성 의원들의 초당적 협력으로 뚜렷한 성과를 낸 기억이 딱히 없다. 탄핵 국면과 대선, 개헌 논의라는 상황 속에서 의정활동의 한계는 물론 있었다. 그래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2018~2019년의 거센 미투 운동, 혜화역 시위 등으로 이어진 ‘역사적인 여성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여성 의원 최다인 20대 국회가 이렇게 끝나서는 안됐다. 미투 관련 법안들이 수없이 발의되긴 했지만 결실 없이 멈춰서 있다. 여성들이 뜨겁게 분노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한 ‘장학썬’(고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이라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진실도 묻혀가고 있다. 각 당으로 흩어진 소수의 여성 의원들이 남성중심의 정치문화를 부수지 못하고, 당의 상황에 따라 움직이면서 여성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아재들이 장악한 지독히 남성중심인 국회 구조다. 미투 법안만 해도 여성가족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히고, 본회의의 벽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다시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에서 여성을 불러낸다. 여성 관련 공약들도 쏟아진다. 3월8일 세계여성의날엔 각 정당이 한국 여성들의 열악한 지위에 대해 몰랐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이를 개선하겠다며 한마디씩 할 것이다. 그동안의 말잔치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진작에 북유럽 저리 가라 할, 성평등 국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못한 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애초에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주요 정당들의 외부 영입 여성 인사들을 보라. 권력형 성폭력이나 불법촬영 등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민감하게 느끼는 위협과 제대로 싸울 인사를 찾기 힘들다.

3월8일을 목표로 진행 중인 ‘여성의당’ 창당 움직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현재 5개 시·도당 당원 1000명씩을 모집 중인데, 여성주의 기치에 동의하는 10대에서 80대까지 모든 세대가, 시민들이 함께 뛰고 있다. 촉박한 시간에, 모든 게 설익은 상태임에도, 총선 전에 꼭 정당을 만들자고 나선 이유는, 거리마다 자발적으로 모였던 뜨거운 목소리들을 이대로는 사장시킬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고단하고 억울한 삶이 녹아 있는 각종 차별과 불평등의 숫자들을, 모든 폭력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달라는 강남역과 혜화역의 메아리 없었던 호소들을 실질적인 제도와 법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지방선거에서도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의당’ 창당은 더 열심히 얘기하고 참여하는데도 바뀌지 않는 현실, 이제껏 여성 의제를 후순위로 미뤄놓은 국회에 대한 불신임이다. 남성중심 정치에 끼어드는 게 아니라, 아예 판을 바꿔 인구 절반, 유권자 절반의 몫과 권리를 찾겠다는 출발점이다. 새로운 정치가, 여성주의라는 해일이 몰려오고 있다.

<송현숙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영화 <네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나오는 주연 샌드라 불럭의 일터는 집이었다. 이른바 ‘재택노동자’다. 그녀가 분석을 의뢰받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고 범죄집단에 쫓기다가 어렵게 자신을 되찾는다는 영화로, ‘인터넷혁명’이 가져올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줬던 기억이 또렷하다. 영화가 개봉된 1995년만 하더라도 ‘재택노동’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언급했던 1980년이다. 

토플러의 예언은 적중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채택한 국내 기업은 업종별로 이미 10~30%에 이르고, 중소기업 절반 가까이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재택노동, 원격노동, 시차출퇴근 등을 말한다. 통신과 컴퓨터·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가 가능해진 것이다. 

‘코로나19’가 재택노동 확산의 기폭제가 될까. SK텔레콤 등 대기업, 게임·e커머스 업계,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네이버·카카오 등이 ‘전 직원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위험을 대비한다는 측면이 강한 이런 흐름은 기술의 발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터이다. SK텔레콤은 “공유·협업 플랫폼 팀즈, 사내포털 ‘마이데스크’를 통해 PC·모바일에서 실시간 쌍방·다중 소통은 물론 문서 작성·결재 등이 수월했다. 업무 공백은 없었다”고 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과 커뮤니티 서비스 ‘아지트’로 전 직원 재택노동 첫날을 어려움 없이 보냈다.   

재택노동의 이점은 많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아이·노부모 돌봄이 가능하다. 여성의 경력 중단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도입 중소기업에 시스템 구축과 노동자 1인당 연간 수백만원의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부하직원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상사, 출근 도장을 찍어야 마음 편하다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함께 일할 때 창의성·생산성은 더욱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여기에 ‘재택노동’을 포함한 스마트워크까지 정착된다면 시민의 삶은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김종훈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가 촐촐 내리면 ‘급’ 튀김이 먹고 싶다. 나는 고구마튀김과 오징어다리튀김을 좋아해. 당신은 야채튀김이나 김말이튀김. 섞어서 맛이라도 한번 보자. 선생님은 침 튀김. 강의하실 때 침 튀김이 많은 샘을 만나면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곤욕을 치르게 된다. 무림의 고수 도올 샘은 침 폭탄과 자기 자랑만 덜하시면 얼마나 좋아. 목사 신부는 신도들과 멀리 떨어져 설교를 하니까 침 튀김이 덜해 보일 뿐. 요샌 대형스크린 영상으로 줌을 해서 보여주는데, 가까이 앞줄에 안 앉길 잘했다는 이들이 생긴다.

한 신부님이 하도 담배를 자주 태우셔서 여성 신도 한 분이 한마디. “신부님. 이제 담배 끊으셔야 해요. 매너 없게 숙녀들 앞에 놓고 태우시는 것도 좀 그래욧.” 그러자 신부님은 한 모금 더 쭉 빨더니 “자매님. 천사처럼 아름다운 분들이 이렇게나 많으신데 구름이 빠지면 말이 됩니까. 천사들에겐 구름이 있어야죠.” 허~ 틀린 말도 아니네. 장황한 말로 침 튀김 맛보는 거보다 구름과자가 더 나을 수가 있지. 

사이비 종파나 격정을 다해 암기된 말을 쏟아내는 법. 방송인과 정치인들이 ‘애드리브’로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말들, 억양이 센 침 튀기는 말들도 그래. 마음에도 해롭고 몸에도 해로운 말이다.  

사랑하는 사이는 침을 나누지. 키스를 통해 전염되고 감염된다. 하나의 종말론적(?) 운명공동체가 되는 게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이에서 굳이 침 튀김을 시켜먹을 이유는 없지. 

행여 호흡기로 뭐가 들어올라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옛사람들은 역병이 창궐하면 옷감 베로 얼굴을 전체 가리고 다녔단다. 설렁탕, 곰탕, 매운탕, 내장국, 콩나물국, 김칫국 뜨거운 국물 음식을 두루두루 ‘나눔’하려고 음식이 그리 발달한 것이라 하더라. 우리는 어느 시대나 위기를 헤쳐온 불굴의 깡다구 겨레. 너무 멀어 안 들려서 그렇지 힘내라며 세계의 친구들이 응원 중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일반 칼럼 > 임의진의 시골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진 청바지  (0) 2020.03.12
이미자  (0) 2020.03.05
침 튀김  (0) 2020.02.27
예쁜 조약돌  (0) 2020.02.20
오줌싸개  (0) 2020.02.13
미나리 싹  (0) 2020.02.06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쟁여놓은 마스크가 하나둘 떨어지면서 불안해졌다. 자고 일어나면 확진자가 수백명씩 늘어나고 설마 했던 사망자가 10여명에 이르는 지금,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을 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예방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잠잠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온갖 온라인 쇼핑몰을 들락거렸다. 마스크 판매가 예정된 시간에 맞춰 빠르게 ‘구매하기’를 클릭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웃거린 것도 ‘마스크 대란’을 헤쳐나갈 비법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관련 게시물은 나처럼 마스크 구매에 실패했다는 하소연부터 직접 만드는 마스크 등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마스크 가격을 갑자기 대거 올려 판매하는 공급업체를 비판하는 게시글도 많았다. 1000원 안팎 하던 마스크값이 4000~5000원을 넘어 1장당 1만원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구매한 마스크를 뜯어보니 휴지가 나왔다는 황당 사연도 있었다.

그러다 ‘마스크 나눔’이라는 게시물들이 눈에 띄었다. “대구에 계신 임산부께 마스크 나눔해요” “급한 대로 몇 개라도 나눔 올려요” 등의 제목으로 올라온 이 게시물들은 자신이 확보한 마스크 중 일부를 무료로 내놓는 내용이었다. 대개 대구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섰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이 올린 거였다. 택배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수량이 넉넉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게시물들에는 “따뜻한 마음에 대구 시민들도 잘 이겨낼게요” “저도 작게나마 나눔하겠습니다” 등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게시물과 댓글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선한 영향력’을 활자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한 친구도 생각났다. 친구는 마스크 판매 예정 정보를 친한 이들과 항상 공유한다. 누군가 당장 사용할 마스크가 없다고 하면 쟁이고 있던 물량도 직접 나눠준다. 마스크 대란에 왜 그러냐고 물었다. 친구는 “다 같이 힘든 상황이잖아”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지인도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인근 건물주들이 점포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낮추려 한다는 소식이었다.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이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상가 세입자들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과 대구 서문시장 등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료’ 운동에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건물주들이 알음알음 늘고 있는 것이다.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시력을 잃는 전염병이 퍼지면서 도시가 한순간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 모습을 그렸다. 코로나19 확산이 급속도로 진행된 최근 한국 사회와 꼭 닮아 있다. 소설에서 정부는 시민 보호라는 미명으로 눈먼 자들을 격리하지만 수용소에는 무질서와 약탈, 폭력, 강간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가 난무한다.

다만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극한 상황에서도 눈먼 자들을 돕고 의지하며 고통을 함께 나눈다. 작가 조제 사라마구는 “이들에게 있어서 연대의식은 인간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진정한 휴머니즘”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이성희 경제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를 방문했다. 이날 오후 대구의료원을 찾은 문 대통령이 의료진에게 격려의 인사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총력 대응에도 불구하고 감염 확진자가 늘고 있고, 지역사회 감염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국가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높고,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새로운 감염병이다. 대응방법도 달라야 한다. 선제적이고 창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전문가의 협력이 절실하다. 감염병 전문가뿐만 아니라 법 전문가의 자문도 필요하다. 감염병 관련 법에 따르면 확진검사에 불응하는 경우 처벌은 가능하지만 강제검사는 불가능하다. 입법이 불비하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행정기관은 현행법에서도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대응수단을 적극 찾아내야 한다. 자가격리수칙을 위반하거나 검사를 거부하면서 부주의로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확진검사 거부자의 인적 사항이나 방문장소 등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무조건 비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라도 공익이 훨씬 큰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전염 가능성이 높다. 무증상 감염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 확진자뿐만 아니라 합리적으로 감염이 의심되는 자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것은 사전배려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따라 당연히 요구된다. 확진자에 대한 뒷북 대응으로는 통제가 어렵다.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서는 감염 확진자 중심 대응에서 나아가 감염 의심자에 대한 합당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해선 창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이므로 매뉴얼대로만 할 수는 없다. 매뉴얼은 법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일 뿐이다. 기존의 대응 능력과 방식엔 구조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 기존 매뉴얼에 따른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면 매뉴얼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의 적극적 조치는 잘못이 있더라도 면책해줘야 한다. 매뉴얼이나 지침을 즉시 수정하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감염이 의심된다고 직업활동을 전부 멈출 순 없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세밀한 근무수칙과 대응방안이 나와야 한다. 재택근무, 원격회의 등 새로운 근무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는 정부와 국민의 협력이 필요하다.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은 정부의 조치만으로는 통제가 가능하지 않다. 각 병원, 학교는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에 대한 맞춤형 매뉴얼과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국민은 코로나19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보하고,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국민의 제보와 제안을 받고,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코로나19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 국민이 협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

<박균성 | 한국법학교수회장·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내가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종종 만나는 고등학생한테 문자를 했다. 열흘 전 동네에서 만난 그는 친구 집에 간다면서 큰 가방을 걸머메고 있었다. 가방에는 미용 가운과 가발이 들어 있었다. 특성화고 뷰티학과에 다니는 그는 겨우내 미용 시험을 준비하느라 미용학원에 다녔는데, 학원에 못 가는 친구한테 과외 수업을 하러 간다고 했다.

“저도 실기 시험 본 거 떨어질지 모르는데, 누굴 가르쳐 준다는 게 우습죠.”

그는 수줍게 웃으면서 과외비도 받는다고 했다. 얼마나 받느냐고 묻자 아이는 친구가 저녁을 해준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자취하는 친구가 라면은 잘 끓인다고 했다. 그는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친구 집에 갈 테니 나는 시청에서 온 안내 문자를 그에게 전달하면서 꼭 마스크를 하고 다니라고, 웬만하면 집에 있으라고 일렀다. 그러고는 어서 세상이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문자를 보내고 아차 싶었다. 바이러스가 없는 세상은 평화로운 것인가. 그저 인사로 허투루 한 말이었지만, 내내 마음에 걸렸다. 특성화고등학교 실습생들이 열악한 환경에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를 들을 적마다 마음이 아프다던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생각났다. 한 해 동안 산재로 죽은 노동자가 2142명, 언제든 죽음을 맞닥뜨릴 수 있는 노동 환경에 내몰린 실습생이나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새삼스럽지 않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 수가 늘어가는 것은 하루하루 두려움을 갖고 지켜보지만, 하루에 6명꼴로 죽어가는 산재 사망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일상화된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죽음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우리가 노동자의 죽음을 지금처럼 두려움을 갖고 바라본다면,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안전한 세상에서 일하게 한다면, 비로소 세상의 평화는 좀 가까워지지 않을까. 바이러스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노동은 계속될 테니.

<김해원 동화작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터키에선 체즈베라는 황동 용기와 달궈진 모래를 이용해 커피를 만든다. 커피는 아프리카 동북부에서 출발해 터키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으로 전해졌고 흔히 ‘비엔나 커피’라 부르는 비너 멜랑주로 탈바꿈했다. 마르세유를 통해 커피를 받아들인 프랑스는 프렌치 프레스라는 변형된 터키식 커피 추출 방식을 발명했다. 핀란드에서는 치즈 위에 커피를 부어 마시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다방커피 맛을 기반으로 개발된 믹스 커피가 사랑받았고, 외국인 관광객은 이 커피를 특산물이라 여기며 사 간다.

커피를 파는 카페의 문화도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식 카페에는 와이파이와 고객용 플러그가 없으면 안되는데, 이탈리아의 카페엔 의자조차 없는 경우도 흔하다. 의자가 있어도 사용하려면 별도의 자릿값을 내야 한다.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카페를 이용하기에 생긴 관습이다. 이탈리아 사람은 보통 카페에 들러 커피에 빵을 곁들여 먹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오후의 카페 풍경도 우리와 다르다. 커피를 주문해서는 소주를 원샷하듯 서서 단박에 한입에 털어 넣고 재빨리 나간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커피의 기본은 에스프레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폴리의 카페 ‘감브리누스’는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다.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이기에 종업원도 제대로 된 정장을 입고 손님을 맞이한다. 테이블석에 앉으면 무려 5유로의 자릿값을 내야 한다. 물론 서서 마실 수도 있다. 카페 입구에 대형 금속 그릇이 놓여 있다. ‘소스페소(sospeso) 커피’를 위한 영수증을 담는 그릇이다. 여기서 잠깐. 이탈리아 카페는 한국의 카페와 계산방식이 다르다. 계산대에서 커피값을 계산하고 영수증을 받아 바리스타에게 전달하면서 주문한다. 물론 바리스타에게 주문부터 하고 나중에 계산해도 된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커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카페 ‘감브리누스’는 ‘소스페소’라는 커피 나눔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소스페소’란 누군가에게 선물의 형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잠시 맡겨졌다는 뜻이다. ‘소스페소 커피’는 서로 알지 못하는 시민이 커피를 선물하고 커피를 선물받으면서 연대감을 표시하는 인간관계 형식인 것이다. 작동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계산대에서 자신이 마실 커피와 ‘소스페소’를 위한 커피의 수량을 말하고 값을 치른다. 계산원은 ‘소스페소’용 영수증에 손으로 ‘소스페소’라고 써 주는데, 그 영수증을 입구에 있는 ‘소스페소’통에 넣으면 된다. 나도 계산을 하면서 “한 잔은 나의 것이고, 한 잔은 소스페소를 위한 것입니다.(one coffee for me and one coffee for sospeso)”라고 말했더니 뜻이 잘 전달되었다. 영수증을 받아 ‘소스페소’통에 넣고 그다음 날 카페에 들러 통을 확인했다. 어제 내가 넣은 영수증을 누군가 사용했다. 이로써 내가 맡겨둔 커피는 누군가에게 전달되었다.

잠깐! 우리에게 커피는 기호품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필수품이다. 돈이 없어 커피를 못 마신다는 것은 한국에서처럼 기호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하지 못한다는 정도의 강력한 뜻이 된다. 아무리 가난해도 커피는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 ‘소스페소 커피’라는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 친구에게 커피 한 잔 사듯,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커피를 산다는 생각이면 충분하다. 도움을 준다고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도움을 받으려고 인격이 저당잡히는 느낌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으니, 타인의 곤란함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외면하지 않도록 해주는 기발한 시민 사이의 연대 방식 아닌가?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 맛을 자랑한다. 한국의 커피 믹스도 자랑할 만한 독특한 커피 문화이다. 나폴리의 ‘소스페소’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커피맛에 적극적으로 재정의된 시민 간 연대라는 아이디어가 더해진 것이다. 우리에게 커피 믹스는 있다. 이 맛에 어떤 사회적 관계를 추가할 것인가? 현대적 방법으로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재정의해야 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그 대상을 찾아내려면 나폴리가 커피를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요소로 품었던 것처럼, 보다 많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사회가 연대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에 대한 적극적 상상이 필요하다. 그것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전달하려고 맡긴 책일 수도, 생리대일 수도, 스마트폰 데이터일 수도, 방 한 칸일 수도 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