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는 이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삿포로 고등재판소에서 우익논객 사쿠라이 요시코 등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6일, 패소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한 말이다. 

재판부는 사쿠라이가 쓴 글로 우에무라의 명예가 훼손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쿠라이가 우에무라 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가질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실망스러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1심에 이어 두 번째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이 재판은 단순한 두 언론인 간 다툼이 아니다. 일본의 전쟁범죄와 부끄러운 역사를 파헤친 언론인과 그 역사를 부인하고 다시금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려는 일본의 보수 우익 아베 정권과의 ‘역사적’ 싸움이다. 

우에무라는 1991년 8월11일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구체적 사례를 기반으로 아사히신문에 보도했다. 그의 기사가 기폭제가 돼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 주요 외교현안으로 떠오르고, 1992년 방한한 미야자와 총리의 사죄, 1993년 위안부 강제연행 등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가 발표됐으며,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의 여성 폭력에 대한 결의안 채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6년에 이은 2012년 아베의 집권 후 아사히신문은 과거 역사를 지우려는 보수 우익들의 집중공격 타깃이 됐다. 산케이신문 등의 끈질긴 공격에 2014년 아사히신문은 조선인 여성들의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였던 ‘요시다 증언’에 대한 자사 보도에 일부 오보가 있었음을 인정한 데 이어 그 책임을 지고 사장이 사임하는 등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우에무라 기자도 공격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그해 2월 슈칸분슌은 “위안부 기사를 날조한 아사히신문 기자가 고베의 대학 교수가 되려 한다”는 기사를 썼다. 우익들의 집요한 협박에 쇼인여자학원대학은 결국 그를 채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우에무라는 2015년 자신을 ‘날조기자’로 몬 니시오카 스토무 도쿄기독교대학 교수와 슈칸분슌 등을 도쿄재판소에, 사쿠라이 요시코와 주간 신초 등을 상대로 삿포로재판소에 명예훼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재판은 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아베 정권과의 싸움이었다. 

재판부는 우에무라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재판정은 그를 응원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우에무라재판을 지지하는 시민의 모임’을 비롯한 그의 지지자들이 70석 방청석을 빈틈없이 채웠고, 20여명 변호사들로 변호인석이 비좁을 지경이었다. 삿포로에서 활동하는 900여명의 변호사들 중 107명이 우에무라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한국에서 간 ‘우생모’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임재경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이사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언론자유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이들이 지난해 10월 재판 방청을 시작으로 ‘우에무라를 생각하는 모임(우생모)’을 조직해, 아베 정부와 우익들을 상대로 한 그의 힘겨운 싸움을 응원하러 간 것이다.

과거 역사를 덮고,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른 뒤,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에서 개헌정족수를 확보한다는 게 아베의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판 뒤 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부영 이사장이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고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고 일갈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다음달 3일 우에무라 도쿄재판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고 상고심도 이어질 것이다. 우생모는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시민들과 함께 이 역사적인 재판을 주시할 것이다.

<지영선  생명의숲 공동대표·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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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유 회사에 입사를 한 지 한 달 만에 진만은 사표를 내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뭐야, 잘린 거야?”

편의점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정용은 진만을 보자마자 바로 그 말부터 했다. 진만은 양말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어쩐지 몸이 조금 홀쭉해 보였다. 얼굴은 거무튀튀하게 변해 있었다.

“아니야. 내가 스스로 관둔 거야.”

진만은 몸을 반쯤 일으켰다가 도로 자리에 누웠다. 끙, 작게 신음도 냈다. 그는 한 달 동안 모텔 생활을 하면서 우유 판촉 행사만 하다가 돌아왔다. “어머니, 우유 하나 드세요. 어머니, 이젠 어머니 뼈도 생각하셔야죠.” 진만은 낯선 도시에서 한 달 내내 그 말만 입에 달고 살았다. 처음엔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것이 ‘어머나’로 잘못 발음해서 함께 판촉 활동을 하던 김 과장에게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진만을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모텔 생활이었다. 그는 김 과장과 같은 방을 썼는데, 모텔의 구조상 퀸사이즈 침대에 김 과장과 나란히, 같은 이불을 덮고 잘 수밖에 없었다. 진만은 최대한 침대 가장자리에 붙어서 잤다. 자고 일어나면 늘 목 부위가 뻐근하고 아팠다. 김 과장은 잠들기 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잤는데,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었다. 친화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모텔 옆방에서 생활하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어떤 날엔 진만이 있는 방으로 한국 사람, 베트남 사람, 중국 사람, 몽골 사람이 모두 모여 TV를 크게 틀어놓은 채 술을 마시기도 했다. 진만은 침대에 앉아 멀거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 이게 무슨 아세안 경제장관회의인가, 왜 저 베트남 친구는 저리도 순대를 잘 먹는 것인가.

“나, 몸이 안 좋아.”

진만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가?”

“열도 나고, 목도 아프고….”

“감기인가 보네.”

정용은 추리닝으로 갈아입으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진만이 돌아왔으니, 이제 한 사람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야 했다. 까짓것, 내가 자지, 뭐. 정용은 그렇게 양보했다.

“나, 그거일지도 몰라….”

진만은 그러면서 자신이 전염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사람과 몇 번 접촉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얼른 자라. 우리 편의점에도 하루 대여섯 명씩 중국 사람들 꼭 온다.”

“아니야. 나 진짜 심각하다고. 몸에 힘도 하나 없고, 막 어지럽고 그래… 나 사실… 자가격리하려고 회사 그만둔 거야.”

“자가격리?”

진만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린 방도 하나뿐인데?”

정용은 그렇게 말하면서 또 한편 ‘자가격리’라는 단어가 참 이상한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집도 없고, 자기만의 방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가격리를 하는가? 뭐, 마음으로 하는 건가?

“그러니까 네가 더 조심하라고….”

이게 무슨… 정용은 대꾸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진만이 계속 소리 내 기침을 하자, 정용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병원부터 가봐. 괜히 걱정하지 말고.”

“갔다가 정말 전염병이면 어쩌라고.”

“어쩌긴? 치료받는 거지.”

정용의 말에 진만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다시 말했다.

“조금만 더 버텨 보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정용은 그날 평상시보다 일찍 자취방에서 나왔다. PC방이라도 갔다가 편의점으로 출근할 작정이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아예 찜질방이라도 가서 자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그게 서로에게 더 나은 거 아닌가? 진만이 자가격리할 수 있도록… 그러다가 정용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건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짓이 아니던가? 옮았으면 벌써 옮고도 남았을 텐데, 이제 와서 자가격리는 무슨… 정용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전염병이 자꾸 들춰내는 것만 같았다. 마음을 들키는 것만 같았다. 그게 불편하고, 또 화가 났다.

정용은 편의점에서 퇴근하자마자 체온계와 마스크, 생수와 컵라면들을 사 들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진만은 어디서 구했는지 이미 마스크를 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손에는 위생장갑을 끼고 있었다.

“뭐 좀 먹었어?”

정용도 마스크를 쓴 채 물었다.

“응. 컵라면하고 삼각김밥.”

“왜? 뭐라도 시켜 먹지?”

“한 그릇을 어떻게 시켜….”

진만은 계속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정용은 체온계를 천천히 진만의 귀에 가져갔지만 이내 손을 거두었다. 진만이 몇 번 기침을 했기 때문이다.

“돼지들은 말이야….” 

기침이 잦아들자 진만이 입을 열었다.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돌면 그냥 다 파묻어버리잖아. 옆에 있는 애들까지 싹 다….”

정용은 대꾸하지 않고 다시 조심조심 진만의 귀에 체온계를 넣었다.

“걔네들은 왜 격리시키지 않고 다 묻어버리는 걸까? 그게 돈이 덜 드나…?”

진만이 베고 있는 베개에선 시큼한 땀 냄새가 났다. 그러겠지, 아마도 돈이 덜 들어서겠지. 정용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정말 정말 못됐어. 그치?”

진만이 그렇게 말했을 때, ‘삐’ 하고 체온계가 소리를 냈다.

36.7도. 

정용은 체온계를 바라보다 마스크를 풀었다. 진만도 힐끔 체온계를 바라보았다.

“너도 참 네가 못났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진만은 계속 웅크린 채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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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관련자로서 “요즘 우리 그림동화 참 좋던데요”라는 칭찬을 들으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이 된다. “우리 그림책 대단하죠”라고 대답하면서 “그림동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아요”라고 표현을 고쳐드리곤 한다. 

동화는 어린이가 읽는 문학에 속한다면 그림책은 그림이 서사의 주도권을 갖고 글과 함께 제3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분야의 현대예술이다. 회화와 문학과 디자인이 어우러져 출판이라는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생산되므로 누구나 가볍게 한 권씩 소장할 수 있다. 어린이만 읽는 책은 아니지만 어린이가 예술의 매력을 만나는 최초 경로이기도 하다. 그림의 역할이 큰 그림책은 국적을 넘어 독자를 만난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장면을 보면서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는 우리 그림책 작가들을 떠올렸다. 그림책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면 1938년부터 시작된 ‘칼데콧(Caldecott) 메달’일 것이다. 2020년 수상작으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를 담은 그림책 <The Undefeated(철인들)>가 선정되었다. 등장인물의 일부가 아니라 거의 전원이 검은 피부를 가졌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그림책에서도 다양성은 뜨거운 이슈다. 그러나 칼데콧 메달은 여전히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미국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작가의 작품만을 고집한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2020년에도 국내 독자는 물론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더 큰 지지를 받는 이수지 작가는 칼데콧의 후보조차 되지 못한다. 최근 평론가들은 뉴욕타임스에 글을 실어 이를 비판하고 국적을 가리지 않는 ‘칼데놋(Caldenott) 메달’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에 수출된 우리 작가 이억배의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 ‘칼데놋 명예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조만간 칼데콧도 비판을 받아들이고 문을 열 것인지 주목된다. 

폐쇄적인 칼데콧 메달에 비해 유연한 유럽의 그림책상에서는 우리 작가의 수상 소식이 꾸준히 들려온다. 올해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도 신인인 안재선 작가가 <삼거리 양복점>으로 오페라 프리마를 수상했고 스웨덴의 피터팬상에서는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과 홍나리 작가의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가 최종후보에 올랐다. 여기서 또 한 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당사자 백희나 작가는 최근 <구름빵>의 저작권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자신의 작품은 물론 그 작품으로 만든 뮤지컬, 속편, 연극, 캐릭터 상품에 대한 어떤 참여의 권리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만약 백희나 작가가 스웨덴에서 <구름빵>으로 상을 받게 된다면 누가 그 상을 받으러 가야 할까? 그림책이라는 콘텐츠의 잠재력은 취하고 싶고 작가의 권리는 거두고 싶은 사회가 수상의 영예를 함께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일까. 

영화가 환호를 받는 중에도 조여정, 송강호, 이정은 등의 배우는 ‘기생충의 배우들’로 집단 호명되기도 했다는 씁쓸한 말을 들었다. 이는 우리 그림책의 현실과 닮았다. 기업의 후원도 없이 정부에 기본적 지원을 요청해가면서 분투하는 그림책 작가들은 ‘그림동화 작가님들’ 또는 ‘아동분야 작가님들’이라는 어이없는 통칭으로 불리는 일이 적지 않다. <구름빵> 사건이 오랜 외면의 항목이 된 사이에 이상문학상 저작권 양도 문제가 터졌다. 어제도 어느 창작동화상 포스터에서 신인작가의 무기한 저작재산권 귀속을 버젓이 명시한 문구를 읽었다. 우리가 존중하지 않는 창작자를 세계에 자랑할 수는 없다. 깨끗이 기쁘지가 않다. 우리는 이것을 독자의 양심이라고 부른다.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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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올해 초 몇 달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부터 타오르던 불길은 캘리포니아 호화주택까지 태워 간담을 서늘케 만들더니, 털이 그을린 코알라며 캥거루들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 호주 산불이 잦아들기도 전에 코로나19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얼어붙은 마음이 환호로 뒤바뀌는 중이다. 숨차다. 심장이 널뛰는 가운데 몇 가지 두서없는 통찰이 있었다.

화마가 덮친 브라질 북부 파라주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8월 26일 재와 연기로 뒤덮여 있다. AP연합뉴스

첫째, 사람도 동물이구나. 그런데 대체로 망각하고 산다. 코로나19는 동물을 매개로 전염되었고, 이는 메르스, 사스 등 대규모 전염병들의 공통점이다. 사람과 동물의 감염병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사람, 동물,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는데 나 혼자 건강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왜 자꾸 잊게 되는 걸까? 긴급구호전문가이자 작가인 한비야는 지구촌이 아니라 ‘지구집’이라고 강조한다. 나도 박쥐도 젖소도 소나무도 한집에 사는 식구라는 걸 바이러스에게 새삼 배웠다.

둘째,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구나.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가 악몽의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 인체는 병원성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체온을 올려 대응해왔다. 높은 온도에서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병원균들도 높은 온도에 적응하게 되어 우리 면역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고, 백신마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북극의 영구동토 아래 잠자고 있는 미지의 병원균, 밀림 속에서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병균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는 건 영화 속의 좀비가 문밖에 서 있는 꼴이다.

셋째, 봉준호의 저력은 혼자 있는 시간에서 나왔구나.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즉각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시간은 빈둥거림으로 죄악시돼 왔다. 그러나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무리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고, 중요한 순간일수록 혼자가 되라고 했다. 격리가 아니라 성찰과 몰입의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리라. 텅 빈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면 타인의 목소리, 특히 큰 목소리에 가린 힘없는 이들의 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다. 다른 말로 하면 공감의 시간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거친 영화판에서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밥때를 놓치지 않으며 노동력에 정당하게 보상하는 ‘착한 거장’이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수상소감은 호아킨 피닉스가 더 멋있구나. “우린 자연과 많이 단절돼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갖고 있고, 우리가 우주 중심이라 믿고 있죠. 우린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을 침범하고 착취하죠. 우린 소를 인공임신시킬 권리가 있다고 느끼고, 어미의 울부짖음에도, 송아지를 훔치며, 송아지 몫인 우유를 가져다 우리의 커피와 시리얼에 넣죠.”(목수정 번역)

봉 감독 덕분에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100년 만에 폭설이 내릴 정도로 기후변화 좀비들은 지구집 창가에 어른거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코로나19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들과 치료에 헌신하는 ‘지구집 식구’들의 쾌유를 빌어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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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했다.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겨눈 위성정당이 정당법상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한 것이다. 이 위성정당은 부산·대구·경남 시·도당 주소가 한국당 시·도당사와 같고, 울산시당은 외딴 공터 창고를 당사로 등록해 논란을 빚었다. 선관위는 같은 건물도 층이 다르고, 창고라도 당사무실 용도로 제한하진 않으며, 당원들의 이중당적 여부도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 선관위는 ‘비례한국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며 ‘유권자 혼란’ 외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왜곡’과 ‘선거질서 훼손’도 이유로 꼽았다. 전례 없고 급조된 위성정당에 대해 이번엔 서류상의 기계적·관행적 판단만 앞세운 셈이다. 정치 퇴행을 불러올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자유한국당의 4·15 총선 대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5일 국회도서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한선교 의원(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을 대표로 선출했다. 황교안 대표(첫번째) 등 한국당 지도부도 창당대회에 참석했다. 김영민 기자

그 직전에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다.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며 미래한국당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에서 개최한 ‘5·18 공청회’에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당 비상대책위에서 제명한 뒤에도 1년간 의총 추인을 뭉개다가 뒤늦게 위성정당 이적용 제명은 속전속결로 마친 것이다. 공당이 한 일로 보기엔 블랙코미디일 뿐이다. 위성정당 이적은 네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사과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이 대표가 됐고, 불출마하는 김성찬 의원과 제명된 조훈현 의원이 뒤를 따랐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또 옮길 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차차”라고 했다. 미래한국당을 정당투표 기호 2번으로 만들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일 게다. 보수통합 신당을 추진하며 맨 앞에 내세운 ‘혁신’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거듭 말하거니와 미래한국당이 한국당을 위한, 한국당에 의한, 한국당의 ‘아바타 정당’인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두 당도 자인한 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5일 미래한국당 창당식 축사에서 “한마음 한몸으로 움직여서…”라고 공언했다. 한선교 대표는 “공약이 따로 없다”며 비례대표 면면이 공약이라고 했다. 헌법대로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지 않고, 정당법이 규정한 자발적 조직과도 먼 ‘꼼수정당’이 태동한 셈이다. 정치를 희화화한 ‘자유·미래’ 한국당은 우롱당한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맞다.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은 미래한국당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란 의심마저 지우기 어렵다. 선관위의 기계적 해석은 헌법이 보호하는 정당정치 본령과 시민 상식에 벗어나 있다. 마지막 심판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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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했다.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겨눈 위성정당이 정당법상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한 것이다. 이 위성정당은 부산·대구·경남 시·도당 주소가 한국당 시·도당사와 같고, 울산시당은 외딴 공터 창고를 당사로 등록해 논란을 빚었다. 선관위는 같은 건물도 층이 다르고, 창고라도 당사무실 용도로 제한하진 않으며, 당원들의 이중당적 여부도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 선관위는 ‘비례한국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며 ‘유권자 혼란’ 외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왜곡’과 ‘선거질서 훼손’도 이유로 꼽았다. 전례 없고 급조된 위성정당에 대해 이번엔 서류상의 기계적·관행적 판단만 앞세운 셈이다. 정치 퇴행을 불러올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그 직전에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에서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다.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며 미래한국당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에서 개최한 ‘5·18 공청회’에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당 비상대책위에서 제명한 뒤에도 1년간 의총 추인을 뭉개다가 뒤늦게 위성정당 이적용 제명은 속전속결로 마친 것이다. 공당이 한 일로 보기엔 블랙코미디일 뿐이다. 위성정당 이적은 네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사과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이 대표가 됐고, 불출마하는 김성찬 의원과 제명된 조훈현 의원이 뒤를 따랐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또 옮길 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차차”라고 했다. 미래한국당을 정당투표 기호 2번으로 만들기 위해 ‘의원 꿔주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일 게다. 보수통합 신당을 추진하며 맨 앞에 내세운 ‘혁신’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거듭 말하거니와 미래한국당이 한국당을 위한, 한국당에 의한, 한국당의 ‘아바타 정당’인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두 당도 자인한 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5일 미래한국당 창당식 축사에서 “한마음 한몸으로 움직여서…”라고 공언했다. 한선교 대표는 “공약이 따로 없다”며 비례대표 면면이 공약이라고 했다. 헌법대로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지 않고, 정당법이 규정한 자발적 조직과도 먼 ‘꼼수정당’이 태동한 셈이다. 정치를 희화화한 ‘자유·미래’ 한국당은 우롱당한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맞다.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은 미래한국당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란 의심마저 지우기 어렵다. 선관위의 기계적 해석은 헌법이 보호하는 정당정치 본령과 시민 상식에 벗어나 있다. 마지막 심판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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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8명에 머물렀다. 반면 완쾌돼 퇴원한 환자는 모두 7명이 됐다. 조만간 병원문을 나서는 확진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방역은 안정적인 방역체계 안에서 통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달 말이 되어야 확산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 질병관리본부도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한다.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방역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국내 코로나19 관리의 마지막 관문은 대학가가 될 수 있다. 개학을 앞두고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들의 대책이 통일된 기준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파악하고 있는 중국 국적 유학생은 7만1000여명이다. 대부분 대학들은 개학을 연기하거나 중국 유학생을 최장 2주 동안 기숙사에 머물게 하면서 감염 여부를 확인한 뒤 수업에 참여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식당 등 학생활동 공간 격리를 놓고는 대학마다 엇갈리고 있다. 또 기숙사에 입소하지 못한 자취생들에게는 자율 격리를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될지 불투명하다. 

교육부가 13일 중국 입국 유학생 지원·관리를 위해 정부·지자체·보건당국의 공동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대학의 협조를 당부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 발생에 대비해 대학-지자체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기숙사 등 수용능력이 부족한 대학이 협조를 요청할 경우 지자체에서 중국 유학생 숙박시설을 제공해 등교중지 기간에 활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에 대학 기숙사, 대학생 밀집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방역도 당부했다. 시의적절한 조치다. 교육부의 유학생 대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뿐 아니라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에는 국내 중국 유학생만큼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 있다. 인종주의는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감염병 진원지라고 중국인을 차별하고 배제해선 안된다. 철저한 검역·방역을 거친 뒤 함께 가야 한다. 우리가 먼저 그들을 껴안을 때 그들도 환대로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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