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닿는다. 정말?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수백만 번 돌멩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다고 해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바로 이 돌멩이도 잠시 뒤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진다. 위로 거꾸로 솟는 것을 본다면 정말 내일 아침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는, 동쪽에서 뜨는 아침 해와 마찬가지의 확실성을 가진다. 이러한 확신의 근거는 무얼까?

뉴턴의 고전역학은 계의 미래를 결정론적으로 기술한다. 고전역학으로 기술되는 자연법칙 자체가 갑자기 변하지 않는 한,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지고, 내일 아침 해는 동쪽에서 뜬다. 물리학이 찾아낸 자연법칙이 우리가 가진 확신의 근거라 할 수 있겠다. 

질문은 계속된다. 만약 물리학의 자연법칙이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근대과학이 태동하기 전의 사람들은 돌멩이가 갑자기 위로 솟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중력법칙을 적용해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푼 것이 아니었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모두 모아서, 서쪽에서 뜨는 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내일도 마찬가지로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예측을 한 것이다. 

경험에 바탕을 둔 통계적 예측을 동역학적인 예측으로 대체한 것이 뉴턴의 고전역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내일 아침 해가 여전히 동쪽에서 뜨는 이유를 “지금까지 늘 그랬으니까”라는 경험적인 예측에서, “지구 자전에 관계된 각 운동량이 보존되니까”라는 물리학의 자연법칙에 기반한 예측으로 바꿨다. 

경험에 기반한 통계적 예측도 물리학에 기반한 동역학적 예측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예측이다. 물론, 확실성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경험을 통해 수없이 확인된 경험적 예측이라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초속 11.2㎞보다 빠른 속도의 돌멩이는 지구를 벗어나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또, 아무리 물리학을 이용해 예측했다 해도 항상 그 예측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떨어지는 돌멩이를 옆 친구가 도중에 손으로 받아낸다면, 돌멩이는 땅에 닿지 않는다. 모든 예측은 가정이 있다. 예측 시점에서 이용한 지금까지의 정보가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는 가정이다. 

손에서 놓은 돌멩이의 운동이나,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방향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다른 예측도 있다. 이미 현재의 상황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만, 우리가 아직 관찰하지 않아 현재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의 예측이다. 내가 자주 하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독자도 한번 따라 해보시길. 1. 한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숫자를 센다. 2. 전체의 10% 정도의 사람이 나의 질문에 손을 들 것이라고 예측해 그 숫자를 모인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100명이 모여 있다면 10명 정도가 손을 들 것이라고 말한다. 3. 혈액형이 AB형이신 분들은 손을 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미 그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혈액형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정보다. 이미 정해져 있지만, 아직 측정하지 않아 모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의 예측을 현재의 예측(prediction of the present)이라 할 수 있겠다. 많은 경우, 현재의 예측은 통계적인 예측의 형태를 띠는데, 데이터의 크기가 커질수록 점점 더 예측이 정확해진다. 우리나라에서 AB형은 약 10%다. 5명 중 AB형이 몇 명인지는 예측하기 어려워도 5만 명이라면 AB형의 상대적 비율은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요즘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통계적 예측의 단점도 물론 있다.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에 대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 위의 간단한 실험에서, 몇 명이 자신의 혈액형이 AB형이라고 손을 들지, 개략적인 통계적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누가 손을 들지는 아무런 예측도 하지 못한다. 

여러 연구들이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도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기본적인 물리학의 몇 원리를 이해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손에서 놓았는데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물체를 화면에 보여주면, 아기들은 이상하게 생각해 아래로 자연스레 떨어지는 물체보다 더 오래 쳐다본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몇 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물리학자다.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적인 관찰 결과를 모아서, 어떤 물리 현상은 가능하고 어떤 것은 불가능한지를 나름 예측한다. 

어린아이뿐 아니다. 우리 모든 인간은 항상 미래를 예측한다. 여러 신경과학자가 사람의 뇌를 ‘예측 기계’라 부르는 이유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의 정보를 모아서 인간은 가까운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쉴 새 없이 예측하고, 현실의 결과와 비교해 끊임없이 수정해 간다. 

우리가 늘 경험하듯이 예측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예측과 현실의 차이는 다음의 예측을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현재의 인공 신경 회로망도 마찬가지의 방법을 따른다. 입력층에 넣어준 정보는 정보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일종의 예측 형태로 출력된다. 예측치와 현실의 정답과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의 지도학습 방법이다. 사람이나 인공지능이나, 정확한 예측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측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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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관계자가 25일 오전 과천시 별양동의 한 쇼핑센터 4층에 있는 신천지예수교회 부속시설에서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교회가 지난해 12월까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홍콩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우한 내 신천지 교인이 약 200명으로 지난해 12월까지도 활동을 했고 지난 1월 말 춘제(설 명절) 때 고향으로 흩어졌다는 교인의 증언을 보도했다. 또 다른 교인은 “수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우리에게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면서도 우한 내 신천지 교인이 코로나19 확산 후 한국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간 우한에 교회가 존재하지 않고, 우한을 다녀온 교인도 없다던 신천지 측 주장에 의구심을 키운다. 신천지 우한 교회가 지난해 말까지 활동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 중 일부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한의 포교자 또는 교인이 잠복기 상태로 지난 1월 말 한국에 입국한 뒤 2월 초 신천지 교회 집회에 참석해 대규모 감염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지난 2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환자는 56%에 달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원의 주된 경로가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 및 그들과 접촉한 이들로 보고 있다. 이들이 의료기관이나 시설에서 2·3차 감염을 유발하는 만큼 신천지 교인에 대한 통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신천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협조는커녕 교인들의 거짓 진술을 방치하는가 하면 자신들도 ‘피해자’ 운운하는 태도로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 25일에야 정부에 21만2000명의 교인 명단을 제출했지만, 이들의 비밀주의적 습성으로 볼 때 신빙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신천지가 경기도에 제출한 도내 신천지 관련 시설 목록은 239곳인 반면 경기도가 자체 파악한 시설은 270곳으로 숫자가 맞지 않는다. 25일 확진된 경기 성남시 거주자는 신천지 대구집회에 참석했지만,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에는 누락돼 있다고 한다.

신천지는 이미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많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으며 방역활동에 혼란을 초래했다.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제대로 사과하고, 방역활동에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도리다. 만약 정부에 제출한 교인 명단과 시설 목록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빠짐없이 제출하고, 우한 교회에 관해서도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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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1a-1.tistory.com WaO.KF 2020.03.20 1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사기관 고발 안내]

    위 내용은 신천지예수교회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허위사실입니다.

    이 내용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며 신천지교회와 관련이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지어내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전원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형사고소를 준비중임을 알려드립니다.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형법 제307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처벌 등을 원치 않을 경우 위 글을 즉시 삭제 하시기 바랍니다.

    ---------------------------------------------

    Q. 명단 제출 관련

    질병관리본부과 경기도는 2월 25일 총회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개발자가 서버에서 직접 자료를 검출하여 가지고 갔으며, 검색명령어 쿼리문도 확인하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성도 21만2천324명 중 학생‧유년회 파일 1개(1만6천680명)과 그 외 성도(19만5천644명)에 대한 파일 1개로 총 2개로 나눠 USB에 담아갔습니다. 26일 해외 성도 명단 역시 같은 조건으로 제공하였습니다. (해외성도 학생‧유년 205명 그외 3만3,076명, 총 3만3천281명)

    경기도는 2월 25일 1)국내 전체 성도 중 경기도 주소지로 된 명단, 2) 2월 9일과 16일 대구교회 출석자 3) 2월 16일 과천교회 출석자를 확인하여 가져갔으며 2월 27일에는 1차 제공 명단 3만3천582명 중 연락처가 없는 1천74명에 대해 연락처를 추가로 파악해 갔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학생과 유년으로 가족과 부모님의 연락처를 확인하였습니다. 경기도 역시 개발자가 서버에서 자료를 검출하였으며 검색명령어 쿼리문을 확인하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각 지역자치단체로 명단을 전달할 때는 주소지 기준으로 제공이 되고 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성도 분류를 주소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파와 교회 단위로 하기 때문에 지역자치단체에서 교회에 명단 요청을 할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자료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교적부 상 기록된 주소가 현재 성도들이 실제 거주하는 주소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후 이런 혼선을 막기 위해 지파와 교회, 부서 항목이 추가로 명시된 전체 명단을 질병관리본부에 다시 제출하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요청에 따라 2월 27일에는 교육생 명단(총 6만5천127명, 국내 5만4천176명, 해외 1만951명)을 제공하였습니다. 연락처와 주소가 없는 경우는 담당 전도사 이름과 연락처를 포함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이 외에 대구‧경북 지역과 광주교회 출석자 명단 등 각 지역자치단체에서 요청하는 자료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명단을 제공하였습니다.

    3월 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집단 감염의 경로를 확인하고, 기 제출된 자료 누락 및 불일치 의혹제기로 기제출 자료와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 포렌식 분석 담당자들과 함께 총회본부 행정조사에 나와 신천지예수교회 전 성도 및 교육생들 명단, 교회 및 부속 시설현황, 성도 1~2월 예배별 참석자 명단, 교육생 센터 출석자료 등을 확보해 갔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고 감염우려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철저한 조사와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진단 및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입원 및 자가 치료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 하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

    ■ 신천지에 대한 가짜뉴스 팩트체크 공식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https://cafe.naver.com/scjschool/193753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회동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당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회동하기 위해 국회를 찾는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관련 입법·예산 지원에 국회와 여야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기 위해선 바람직한 일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첫 환자 발생 이래 37일 만에 1000명선을 훌쩍 뛰어넘으며,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 나라가 됐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어 전국에 안전지대가 없어졌다. 생산·소비 활동 위축으로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가 비상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역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놓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회동은 그동안의 만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과 장기화를 막기 위한 방역 대책,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 등 논의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피해가 커지고 있는 자영업자와 산업현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편성과 집행은 시급하다. 역대 추경 편성 때마다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나라의 명운이 걸릴 만큼 중차대한 시기이다. 이런 때 여야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번 회동이 갖는 무게와 의미, 중요성부터 엄중하게 인식해 국력 결집의 실마리를 마련토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문 대통령 스스로 다양한 견해와 주문을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는 게 필요하다. 일부 야당이 요구하는 ‘중국인 입국금지’ 대책에 대해서도 현실성과 장단점을 허심탄회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마당에 어떤 논의든 탁자 위에 올려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회동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도록 이끌어갈 우선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책무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회동 결과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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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들이 확진자 이송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7일 만이다. 확산세가 가파르다. 이번주 들어 추가 발생자가 연일 200명 안팎이다. 진단 대상은 2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확진자 폭증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크게 확대한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분명 비상국면이다.

다음주까지가 코로나19 사태 방지의 중대 고비다. 특히 확진자 80% 이상이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은 방역의 최대 승부처다. 정부가 감기 증상이 있는 대구 시민과 신천지 대구교회 전체 교인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등 이 지역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시설과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도 관건이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집단감염된 이후 칠곡 ‘밀알사랑의집’,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 예천 ‘극락마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노인요양·중증장애인 시설 등 집단시설의 감염을 막는 일이 급하다. 취약시설은 확진자가 1명만 발생해도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시설 거주자에 대한 전수조사 등 특단의 방역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개강을 앞두고 속속 입국하는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검역과 관리는 향후 방역의 시금석이다. 입국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각 대학은 이들을 대학 기숙사나 지자체 공동시설에 격리 수용할 방침이지만, 기숙사 입소보다는 별도의 거처에서 자가격리하겠다는 학생들이 많다. 통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고 대학가 주민·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유학생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지도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대비해 전국 어린이집을 내달 8일까지 휴원키로 했다.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매일 마스크 350만장을 약국, 우체국, 농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기업 등에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 원격 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권장했다. 대구에서는 26일부터 1주일간 모든 시내 집회가 금지된다. 이제 코로나19 대응은 통상적 방역대책이어서는 안된다.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방역 계엄령’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시설 폐쇄·검사 강제 등의 행정력을 발동해야 한다. 국민들은 공포에 떨기보다는 정부대책에 호응해 감염병 극복에 나서야 한다. 최소 다음주까지라도 단체 행사나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 착용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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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의원의 이름을 알게 된 건 그가 국회의원 4년차인 지난해 4월이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 과정에서 그는 자유한국당 100여명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문 의장이 방을 나가려 하자, 어디선가 들려온 “여성 의원이 막아야 돼”라는 말과 함께 임 의원이 두 팔 벌려 가로막고 나섰고, 문 의장은 한동안 이를 바라보다 임 의원 볼에 양손을 갖다 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렇게 한국노총 여성위원장·부위원장 출신의 임이자는 노동전문가가 아닌, 느닷없이 몸싸움 의원으로 기억에 남았다. 연말엔 문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저지하던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문 의장을 팔꿈치로 치고 나서 “성희롱하지 마”라고 외치다 쓰러진 해프닝도 있었다.

막 내리는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들에 대한 가장 강렬했던 시각적 이미지는 유감스럽게도 이런 것들이다. 성추행, 성희롱이라고 외치는데도, 분노보다 수치심이 밀려온다. 

남성 국회의원들의 여성 비하 발언 대응도 유감이다. 잊을 만하면 막말 대행진이 이어졌지만, 여성 의원들은 ‘함께’ 화내지 않았다. 자기 당엔 침묵했고, 상대 당을 비판할 때만 병풍처럼 둘러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국회에는 300명 중 17%인 51명의 여성 의원이 있다. 적다면 적지만, 역대 최고 숫자다. 여성 의원 수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자고 여성계 모두가 오랫동안 똘똘 뭉쳐 싸우고 밀어올린 결과다. 2000년 16대 국회에서 불과 5.9%(16명)였던 여성 의원 비율이 2004년 여성할당제 도입으로 17대에 13.0%로 뛴 이후, 더디지만 조금씩(13.7% → 15.7% → 17.0%) 늘었다. 그런데 정작 여성 의원들의 초당적 협력으로 뚜렷한 성과를 낸 기억이 딱히 없다. 탄핵 국면과 대선, 개헌 논의라는 상황 속에서 의정활동의 한계는 물론 있었다. 그래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2018~2019년의 거센 미투 운동, 혜화역 시위 등으로 이어진 ‘역사적인 여성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여성 의원 최다인 20대 국회가 이렇게 끝나서는 안됐다. 미투 관련 법안들이 수없이 발의되긴 했지만 결실 없이 멈춰서 있다. 여성들이 뜨겁게 분노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한 ‘장학썬’(고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이라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진실도 묻혀가고 있다. 각 당으로 흩어진 소수의 여성 의원들이 남성중심의 정치문화를 부수지 못하고, 당의 상황에 따라 움직이면서 여성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아재들이 장악한 지독히 남성중심인 국회 구조다. 미투 법안만 해도 여성가족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히고, 본회의의 벽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다시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에서 여성을 불러낸다. 여성 관련 공약들도 쏟아진다. 3월8일 세계여성의날엔 각 정당이 한국 여성들의 열악한 지위에 대해 몰랐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이를 개선하겠다며 한마디씩 할 것이다. 그동안의 말잔치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진작에 북유럽 저리 가라 할, 성평등 국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못한 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애초에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주요 정당들의 외부 영입 여성 인사들을 보라. 권력형 성폭력이나 불법촬영 등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민감하게 느끼는 위협과 제대로 싸울 인사를 찾기 힘들다.

3월8일을 목표로 진행 중인 ‘여성의당’ 창당 움직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현재 5개 시·도당 당원 1000명씩을 모집 중인데, 여성주의 기치에 동의하는 10대에서 80대까지 모든 세대가, 시민들이 함께 뛰고 있다. 촉박한 시간에, 모든 게 설익은 상태임에도, 총선 전에 꼭 정당을 만들자고 나선 이유는, 거리마다 자발적으로 모였던 뜨거운 목소리들을 이대로는 사장시킬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고단하고 억울한 삶이 녹아 있는 각종 차별과 불평등의 숫자들을, 모든 폭력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달라는 강남역과 혜화역의 메아리 없었던 호소들을 실질적인 제도와 법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지방선거에서도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의당’ 창당은 더 열심히 얘기하고 참여하는데도 바뀌지 않는 현실, 이제껏 여성 의제를 후순위로 미뤄놓은 국회에 대한 불신임이다. 남성중심 정치에 끼어드는 게 아니라, 아예 판을 바꿔 인구 절반, 유권자 절반의 몫과 권리를 찾겠다는 출발점이다. 새로운 정치가, 여성주의라는 해일이 몰려오고 있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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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나오는 주연 샌드라 불럭의 일터는 집이었다. 이른바 ‘재택노동자’다. 그녀가 분석을 의뢰받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고 범죄집단에 쫓기다가 어렵게 자신을 되찾는다는 영화로, ‘인터넷혁명’이 가져올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줬던 기억이 또렷하다. 영화가 개봉된 1995년만 하더라도 ‘재택노동’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언급했던 1980년이다. 

토플러의 예언은 적중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채택한 국내 기업은 업종별로 이미 10~30%에 이르고, 중소기업 절반 가까이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재택노동, 원격노동, 시차출퇴근 등을 말한다. 통신과 컴퓨터·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가 가능해진 것이다. 

‘코로나19’가 재택노동 확산의 기폭제가 될까. SK텔레콤 등 대기업, 게임·e커머스 업계,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네이버·카카오 등이 ‘전 직원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위험을 대비한다는 측면이 강한 이런 흐름은 기술의 발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터이다. SK텔레콤은 “공유·협업 플랫폼 팀즈, 사내포털 ‘마이데스크’를 통해 PC·모바일에서 실시간 쌍방·다중 소통은 물론 문서 작성·결재 등이 수월했다. 업무 공백은 없었다”고 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과 커뮤니티 서비스 ‘아지트’로 전 직원 재택노동 첫날을 어려움 없이 보냈다.   

재택노동의 이점은 많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아이·노부모 돌봄이 가능하다. 여성의 경력 중단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도입 중소기업에 시스템 구축과 노동자 1인당 연간 수백만원의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부하직원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상사, 출근 도장을 찍어야 마음 편하다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함께 일할 때 창의성·생산성은 더욱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여기에 ‘재택노동’을 포함한 스마트워크까지 정착된다면 시민의 삶은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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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촐촐 내리면 ‘급’ 튀김이 먹고 싶다. 나는 고구마튀김과 오징어다리튀김을 좋아해. 당신은 야채튀김이나 김말이튀김. 섞어서 맛이라도 한번 보자. 선생님은 침 튀김. 강의하실 때 침 튀김이 많은 샘을 만나면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곤욕을 치르게 된다. 무림의 고수 도올 샘은 침 폭탄과 자기 자랑만 덜하시면 얼마나 좋아. 목사 신부는 신도들과 멀리 떨어져 설교를 하니까 침 튀김이 덜해 보일 뿐. 요샌 대형스크린 영상으로 줌을 해서 보여주는데, 가까이 앞줄에 안 앉길 잘했다는 이들이 생긴다.

한 신부님이 하도 담배를 자주 태우셔서 여성 신도 한 분이 한마디. “신부님. 이제 담배 끊으셔야 해요. 매너 없게 숙녀들 앞에 놓고 태우시는 것도 좀 그래욧.” 그러자 신부님은 한 모금 더 쭉 빨더니 “자매님. 천사처럼 아름다운 분들이 이렇게나 많으신데 구름이 빠지면 말이 됩니까. 천사들에겐 구름이 있어야죠.” 허~ 틀린 말도 아니네. 장황한 말로 침 튀김 맛보는 거보다 구름과자가 더 나을 수가 있지. 

사이비 종파나 격정을 다해 암기된 말을 쏟아내는 법. 방송인과 정치인들이 ‘애드리브’로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말들, 억양이 센 침 튀기는 말들도 그래. 마음에도 해롭고 몸에도 해로운 말이다.  

사랑하는 사이는 침을 나누지. 키스를 통해 전염되고 감염된다. 하나의 종말론적(?) 운명공동체가 되는 게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이에서 굳이 침 튀김을 시켜먹을 이유는 없지. 

행여 호흡기로 뭐가 들어올라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옛사람들은 역병이 창궐하면 옷감 베로 얼굴을 전체 가리고 다녔단다. 설렁탕, 곰탕, 매운탕, 내장국, 콩나물국, 김칫국 뜨거운 국물 음식을 두루두루 ‘나눔’하려고 음식이 그리 발달한 것이라 하더라. 우리는 어느 시대나 위기를 헤쳐온 불굴의 깡다구 겨레. 너무 멀어 안 들려서 그렇지 힘내라며 세계의 친구들이 응원 중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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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여놓은 마스크가 하나둘 떨어지면서 불안해졌다. 자고 일어나면 확진자가 수백명씩 늘어나고 설마 했던 사망자가 10여명에 이르는 지금,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을 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예방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잠잠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온갖 온라인 쇼핑몰을 들락거렸다. 마스크 판매가 예정된 시간에 맞춰 빠르게 ‘구매하기’를 클릭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웃거린 것도 ‘마스크 대란’을 헤쳐나갈 비법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관련 게시물은 나처럼 마스크 구매에 실패했다는 하소연부터 직접 만드는 마스크 등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마스크 가격을 갑자기 대거 올려 판매하는 공급업체를 비판하는 게시글도 많았다. 1000원 안팎 하던 마스크값이 4000~5000원을 넘어 1장당 1만원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구매한 마스크를 뜯어보니 휴지가 나왔다는 황당 사연도 있었다.

그러다 ‘마스크 나눔’이라는 게시물들이 눈에 띄었다. “대구에 계신 임산부께 마스크 나눔해요” “급한 대로 몇 개라도 나눔 올려요” 등의 제목으로 올라온 이 게시물들은 자신이 확보한 마스크 중 일부를 무료로 내놓는 내용이었다. 대개 대구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섰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이 올린 거였다. 택배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수량이 넉넉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게시물들에는 “따뜻한 마음에 대구 시민들도 잘 이겨낼게요” “저도 작게나마 나눔하겠습니다” 등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게시물과 댓글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선한 영향력’을 활자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한 친구도 생각났다. 친구는 마스크 판매 예정 정보를 친한 이들과 항상 공유한다. 누군가 당장 사용할 마스크가 없다고 하면 쟁이고 있던 물량도 직접 나눠준다. 마스크 대란에 왜 그러냐고 물었다. 친구는 “다 같이 힘든 상황이잖아”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지인도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인근 건물주들이 점포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낮추려 한다는 소식이었다.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이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상가 세입자들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과 대구 서문시장 등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료’ 운동에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건물주들이 알음알음 늘고 있는 것이다.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시력을 잃는 전염병이 퍼지면서 도시가 한순간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 모습을 그렸다. 코로나19 확산이 급속도로 진행된 최근 한국 사회와 꼭 닮아 있다. 소설에서 정부는 시민 보호라는 미명으로 눈먼 자들을 격리하지만 수용소에는 무질서와 약탈, 폭력, 강간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가 난무한다.

다만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극한 상황에서도 눈먼 자들을 돕고 의지하며 고통을 함께 나눈다. 작가 조제 사라마구는 “이들에게 있어서 연대의식은 인간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진정한 휴머니즘”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이성희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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