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3월2일 (출처:경향신문DB)

대구의 코로나19 경증 환자 7명이 4일 광주의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사흘 전 광주시·의회·대학·병원·518단체가 “대구의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공동 특별담화를 낸 후 두 가족의 환자 이송이 시작된 것이다. 이 행렬은 광주시가 “광주·대구 환자들이 절반씩 쓰겠다”고 약속한 2개 감염병전문병원의 105개 병상이 찰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영호남이 맞잡은 연대의 손길이 대구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구·경북의 생활치료센터 교통정리도 순조롭게 가닥이 잡혔다. 소규모 100병상인 문경 서울대병원인재원은 경북도가 활용하고, 입원 대기자만 2200명이 넘는 대구 확진자들이 영덕·경주·칠곡 등지 시설을 쓰기로 했다. 일부 지역 간 오해가 돌출해 걱정했지만, 급박한 대구 상황이 합리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그사이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일반 정신질환자 20명은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으로 전원했다. 국립의료원 상황실이 지휘하는 지역 간 ‘병상 연대’가 조금씩 틀이 잡히고 효과를 내기 시작하는 셈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000명이 입소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는 구해졌다”고 밝혔다. 구체적 장소를 밝히지 못한 것은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기 시 더욱 빛을 발하는 상부상조의 전통에 따라 시민들의 성숙한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지자체 간 정보 교류와 협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시작된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열흘 새 전국 48곳으로 확장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이장을 통해 전 가구에 마스크를 나눠준 부산 기장군의 무상 직배는 연제구가 이어간다. 줄 서서 마스크를 사고 오랜 시간 검사를 받는 고충을 지자체가 앞장서 덜어준 것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지혜와 맞춤형 대책은 현장에서 나올 때 효과도 크다. 지자체의 창의성과 협력이 중요하며, 중앙 정부는 이런 좋은 방안들을 확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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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DB)

정부가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을 4일 심의, 의결했다. 앞선 두차례 지원 규모까지 보태면, 코로나 사태 해결에 모두 30여조원을 투입하게 된다. ‘코로나 추경’은 방역 빈틈을 없애고 서민·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8조5000억원을 방역체계 고도화 및 경제 살리기, 민생·고용 안정 등에 지원했다. 또 세제지원 등에 따른 부족분 3조2000억원은 세입경정으로 메워 재정확대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했다. 

정부는 추경예산 중 10조3000억원을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한다. 비상시기를 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국가채무가 815조원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0.5%)에 한참 못미치지만, 염두에는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단 한 푼의 추경예산도 낭비되지 않도록 적재적소에 쓰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 대응 정부 대책은 이번이 3번째다. 1·2차는 방역대응, 피해 업종·기업 지원, 소비·수출 제고에 맞춰졌다. 이번에도 방역 및 의료 시설 확충, 마스크 무상 제공과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 완화, 경제 활성화에 5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주목되는 것은 민생·고용 안정에 가장 많은 3조원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기초생활수급계층과 아이돌봄에 현금 복지를 제공하고, 청년구직에 초점이 맞춰졌다. 의미 있는 지원으로 신속하게 집행돼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가사·돌봄·보험설계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비정규직 상당수 및 영세기업 종사자 등은 대책에서 소외됐다. 이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은 융자지원과 영세사업장 노동자 임금보조가 거의 전부다. 앞서 내놓은 ‘5종 소비쿠폰’ 등도 이들의 생계유지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들 노동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입이 10분의 1로 줄면서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감이 줄어 해고 위험에 놓인 이들도 부지기수다. 환자 발생 시 ‘재택근무체제’로 전환하는 대기업의 실태는 영세기업 노동자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국회 추경 심사 과정에서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받는 이들을 위한 대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계상황에 놓인 중소·영세기업을 유지하고, 취약계층 시민들이 마음 편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면 예산을 더 늘려 휴업수당, 영업손실 보전, 현금지원 등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OECD도 “코로나 영향이 큰 국가는 현금이전을 통한 가계지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비상시국을 이겨내기 위한 더욱 비상한 대책, 더 진력을 다하는 총력대응이 필요하다. 

추경이 효과를 내려면 적시 집행이 관건이다. 여야는 합의한 대로 오는 17일까지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특히 야당은 발목 잡기로 예산 집행의 적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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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권의 단일대오를 촉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국회 정론관에서 이런 편지를 읽으며 “상당히 오랜 기간 다듬으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감옥에서까지 총선 지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파렴치한 정치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일부 친박계 정치인들은 ‘태극기부대’를 바탕으로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 앞다퉈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태극기세력을 향해 제1야당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결국 이 세력, 저 세력을 다 합쳐 ‘도로 친박당’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자숙하고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옥중에서 이제껏 탄핵 이전으로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궁리나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냥 한풀이로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참으로 기가 막힌 망동(妄動)이요, 아직도 자신이 감옥에 왜 갇혀 있는지 모르는 한심한 작태다. 국정농단에 이어 또 새로운 국기문란 행위를 저지르는 꼴이다. 

헌법재판소는 3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미 진행된 법원의 형사재판에서도 뇌물 등 거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중형이 선고됐다. 그는 헌법재판소와 검찰·법원에 이르는 동안 소환에 불응하는 등 사법절차를 깡그리 무시해왔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나라의 장래가 염려된다”고 하니 소도 웃을 노릇이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상황을 맞아 온 시민들이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국가위기를 무슨 호재라도 잡은 듯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할 기회로 삼으려는 그 뻔뻔한 태도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그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정치에 개입하려는 건 한국 정치의 불행이요, 탄핵을 이끈 다수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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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2월24일 (출처:경향신문DB)

잘 억제되던 코로나19가 막 확산세로 돌아선 지난주 두 일간신문에서 읽은 논설위원들의 칼럼은 야비하고 역겨운 내용들이었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더욱 공포를 부채질하고,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까지 욕보이는 칼럼이었다. 역겹지만 제목이나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 전체가 세월호다”와 “대구 사람들 참 점잖다”라는 칼럼이다.

이 칼럼들의 논지는 참 비슷하다.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전문가’나 언론의 말은 듣지 않고 오히려 중국 혐오가 퍼질 것만 우려하며 국민을 방치하는 정부야말로 나라 전체를 세월호로 만들고 있는 정부 아니냐는 것이다. 마스크 수급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구=신천지=야당의 프레임이나 만들고 있는 정부 앞에서 점잖게 참는 대구 시민들이 감탄스럽다는 것이었다. 과연 혐오와 선동의 부채질은 누가 하고 있는가? 

이 글들의 가장 악질적인 점은 기왕의 피해자들을 정치적 선동에 이용하는 데 있는 듯하다. 정부 비난의 정치적 선동에 난데없이 소환된 세월호 희생가족과 감염증 확산의 직접적 피해자인 대구 시민들은 이 글들로 또 한 번 독 묻은 비수에 찔린다. 코로나19의 원천지인 중국에 대해 아양이나 떠는 친중국 좌파 정부, 중국에 줄 마스크는 챙기면서 국내 수급도 못하는 무능 정부라는 프로파간다를 강화하려는 것 외에 이 칼럼들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과학과 통계적인 사실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①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중국 입국 확진자는 단 한 명, 그보다는 국내 전파가 주원인이다. ②국내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은 모 변수인 검사수와 검사범위에서 한국이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③국내 확진자수도 신천지 교인과 관련 접촉자가 93%를 차지할 만큼 특정 범위로 한정되어 있다. ④관련학회와 WHO는 마스크 착용이 일반인에게는 필요 없거나 천 마스크로도 충분하다고 권고한다. 여기서 한마디 덧붙이자. 동업자 직능단체에 불과한 대한의사협회와 달리 전문학회인 한국역학회와 대한예방의학회는 중국 봉쇄가 아무 효과도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엄연한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공포가 가라앉지 않는다는 데 있을 것이다. 공포의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이 아닌 ‘인포데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가 정부 불신을 조장하는 위의 칼럼들이다. 둘째는 이미 이 사회가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는 시민들의 상호불신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감염을 막아줄 마스크를 사겠다고 감염을 불사하고 약국 앞에 선 긴 줄이 그것을 말해준다.

바이러스, 신천지, 대구, 그리고 중국 등의 의미 연결망은 다시 한번 새로운 불안과 공포가 퍼지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 같다. 그러잖아도 매일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뉴스 댓글과 광화문의 군중들 사이에서 흉흉하게 퍼지던 소문과 가짜뉴스의 전파 환경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공포가 더 확대된다면 중세의 흑사병처럼 유대인과 마녀를 제물로 요구할 수도 있고, 1923년의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때처럼 조선인의 피를 원할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의 좋은 정치는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음습한 정치가 아니라, 이 사회의 무너진 신뢰를 걱정하고 그것을 재건할 방법을 궁리하는 정치일 것이다. 예컨대 당장의 경기 위축과 일거리 단절로 하루를 버티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파격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재난기본소득’(경향신문 3월3일자 1면 보도)을 고민하는 정치일 것이다.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짜 정치이다.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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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오늘의 사태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한 달 반 만에 확진자 5000명을 훌쩍 넘겼다. 1월20일 질병관리본부가 첫 확진자 발생을 알렸을 때만 해도 놀라지 않았다. 30대 중국 여성이었다. 보건당국이 위기경보를 ‘주의’로 올렸지만, 의례적인 방역조치라 여겼다. 그때만 해도 ‘발등의 불’이 아닌 ‘강 건너 불’이었다. ‘우한 폐렴’이라 부르며 ‘중국에서나 발생하는 감염병’이려니 생각했다.

설 연휴가 1차 고비였다. 중국에서는 춘제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들불처럼 번져갔다. 한국도 하나둘 감염자가 나오면서 연휴 마지막날 4명이 되었다. 같은 날 중화권의 감염자는 2744명, 사망자는 80명으로 폭증했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한국의 위기경보가 ‘경계’로 상향됐고,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가동됐다. 사람들은 잠시 사스와 메르스의 공포를 떠올렸다. 이후 소강 상태가 지속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2월 중순까지 추가 확진자는 하루 한두 명 정도였다. 없는 날도 있었다. 모두들 ‘의료 선진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대는 1주일 만에 무너졌다. 2월19일, 하루 확진자가 20명으로 늘어났다. 두번째 고비였다. 다음날 첫 사망자가 나왔다. 확진자는 하루 세 자릿수로 늘었다. 국내 확진자가 600명을 넘고, 사망자 5명으로 확인된 23일, 정부는 최고 위기경보 단계인 ‘심각’을 선포했다. 이후 한국 사회는 경보대로 정말 심각해졌다. 마스크 대란, 병상 부족, 학교 휴업, 공장 폐쇄, 한국인 입국금지와 같은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지금 한국은 감염병과 전쟁 중이다.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감염병은 바이러스가 왕관(코로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코로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스, 메르스도 코로나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는 감염경로, 잠복기, 치사율 등 질병 양상이 다른 ‘신종’이다. 실체는 모른다.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코로나19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의학적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발병 두 달이 지났지만 감염원이 어디인지, 숙주가 무엇인지, 무증상 감염이 있는지, 공기 전파가 가능한지, 어느 것 하나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은 코로나19가 잠복기나 무증상 기간에 전염 가능성이 있으며, 치사율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낮다는 정도다.

모르는 것은 코로나19만이 아니다. 감염병에 대한 이해도 얕다. 감염병이 인류 역사를 바꿨다는 건 상식이 됐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16세기 초 스페인부대가 남미 대륙에 퍼트린 천연두로 인해 수천 만명의 원주민이 숨졌다고 말한다. 바이러스가 잉카 문명과 아스테카 제국을 무너뜨린 주범이라는 것이다. 1918년 창궐한 스페인 독감으로 희생된 사람은 2000만명이 넘는다. 1차대전으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다. 비잔틴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페스트로 죽을 뻔했다.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영생불사를 꿈꿨던 진시황은 결핵성 수막염으로 숨졌다. 다행히 의학기술의 발달로 천연두 등 적잖은 감염병이 소멸됐다. 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페스트, 에이즈는 더 이상 치명적이지 않다. 문제는 신종·변형으로 출현하는 세균·바이러스 질병이다. 의학 선진국인 미국도, 항공우주 강국인 중국도 감염병 방역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새 감염병이 유행하면 잠시 법석을 떨 뿐이다. 4차산업혁명시대라지만, 감염병 대응은 진전이 없다. 

무지는 공포를 부른다. 코로나19 감염이 대유행(팬데믹)인지, 국지적 유행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신천지 교회와 대구 지역의 대규모 집단감염의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고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 시기는 전문가에 따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6개월로 편차가 크다. 과학적 진단과 예측이 어렵다 보니 정부도, 국민도 과잉 대응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마스크 구입 행렬은 점점 길어지고, 공포, 불안, 충격, 분노와 같은 부정 감정은 높아만 간다. 그러면서도 서로들 “사태가 이대로 계속되지는 않겠죠?”라고 인사를 건넨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섞인 표현이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대결해야 한다. 최근 감염병은 5년 주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다음 감염병을 대처할 수 있다. 의사의 꿈을 접고 작가로서 국민계몽에 나선 루쉰은 말했다.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 분명치 않다. 다만 사람들이 다니면서 생기는 길처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오늘은 희망의 봄을 알린다는 경칩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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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가장 실세라면 신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씨라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행사가 죄다 취소되어 파리 날리겠지만 이미 벌어 놓은 돈이 솔찬하겠다. 이 글을 혹시 본다면 사인본 음반이라도 보내주슈! 가인씨 손전화기 번호가 저장된 사람이라면 실세 중 실세 인정. 그렇지만 사실 나는 이미자 여사의 팬이니까 굳이 팬심을 바꾸고 싶진 않아라. 스캔들 사연이라곤 없는 가수 노사연, 절대로 통통배를 움직이며 해운 사업을 하면 안되는 배철수, 잠이 너무 많은 트로트 뽕짝의 여신 이미자. 누구 말마따나 잠이 보약이고 잠이 최고여서 이름도 이미자.

사회적 거리를 두라길래 집에 가만히 있는데, 막걸리를 받아놓고 파전 김치전에 매생이굴국 끓여먹으면서 국가 지침을 준행하며 지내고 있다. 살이 찐다. 확진자가 아니라 확찐자. 이 사태가 끝나면 살부터 빼야 한다. 심심하니 늘어진 테이프도 당겨서 들어보고 CD, LP 음반도 꺼내어 닦는다. 아는 사람은 아시겠지만, 월드뮤직 선생 소리를 듣고 사는 이 몸. 그러나 남도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즐겨 듣고 부르는 노래는 <KBS 가요무대> 프로에 등장하는 구수한 옛 노래들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마포종점, 향기 품은 군사우편, 과거를 묻지 마세요, 목포의 눈물, 번지 없는 주막, 동백 아가씨, 추억의 소야곡, 삼다도 소식, 하숙생, 단장의 미아리 고개, 홍도야 울지 마라… 좋아 미친다.

돌아가신 형님의 외아들 조카가 이번에 섬마을 학교로 발령이 났다. 비금도, 멀기도 한 섬이다. 섬마을 선생님이 된 거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틀어놓고 가사를 음미한다. “구름도 쫓겨가는 섬마을에 무엇 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보는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찬송가보다 뽕짝을 더 애정하는 나는 밖에선 많은 사랑을 받는데, 교인들에겐 많은 미움을 사는 거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교주가 될 팔자는 절대로 아닌 것에.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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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단장들이 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회관에서 긴급실행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예방 관련 정규리그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참석하지 못한 일부 단장들은 화상을 통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2001년 9월11일, 여객기 두 대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했다.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는 “맨해튼에 차가 한 대도 없었다.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고 9·11 직후 분위기를 떠올렸다. 미국 내 모든 것이 멈췄다. 야구도 예외일 수 없었다.

양키스 선수들은 야구장 대신 제이콥 컨벤션 센터를 찾았다. 피해복구 자원봉사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곳이었다. 조 토레 감독은 “우리가 여기에 오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저 야구하는 사람들일 뿐인데”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양키스 선수들을 향해 팬들이 모여 들었다. 사인 요청 사진 속 실종자들은 양키스타디움에 있거나, 양키스 모자를 쓰고 있었다. 토레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물론 야구였다.

야구는 테러 7일 뒤 다시 시작했다. 뉴욕에서의 첫 경기는 테러 10일 뒤 뉴욕 메츠가 먼저였다. 주전 포수 피아자는 그 경기에서 홈런을 때렸다. 양키스는 이기고 또 이겼다. 그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테러 현장에서 몸 바쳐 애쓴 소방관들이 시구를 했다. 양키스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승 116승을 거둔 시애틀도 꺾었다. 월드시리즈 7차전 승부 끝 애리조나에 졌지만, 5차전에서 나온 지터의 끝내기 홈런은 뉴욕 팬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2013년 4월15일, 마라톤대회 결승점에서 폭발물 2개가 터졌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을 향한 테러였다. 3명이 사망했고, 260여명이 다쳤다. 

야구는 계속됐다. 테러범 체포 이후 첫 홈경기였던 4월20일, 보스턴 레드삭스 주장 데이비드 오티스가 마운드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 지금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레드삭스가 아니라, ‘보스턴’이다. XX, 우리가 XX 사랑하는 도시 말이다. 누구도 우리의 자유를 위협할 수 없다. 우리는 강하다.”

테러 다음날 3루수 윌 미들브룩은 트위터에 “우리 보스턴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겠다”며 #BostonStrong을 붙였다. 이는 시즌 내내 팀과 도시의 상징이 됐다. 전년도 꼴찌로 추락했던 보스턴은 하나로 뭉쳤고 진짜로 강해져 월드시리즈 우승을 따냈다. 오티스의 월드시리즈 타율은 거짓말 같은 0.686이었다.

2013년 11월3일, 저팬시리즈 7차전 9회초 마운드에 다나카 마사히로가 올랐다. 전날 6차전에서 160개를 던진 라쿠텐의 에이스였다. 다나카가 요미우리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순간 선수도 팬들도 모두 눈물범벅이 됐다. 라쿠텐은 2011년 닥친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센다이를 연고로 하는 팀이었다. 창단 뒤 첫 우승이었다.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대지진으로 고난을 당한 여러분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지난 3년간을 싸워왔다.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적처럼 찾아온, 3·11 지진 3년 뒤 11·3 우승이었다.

야구는, 스포츠는 힘이 된다.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시즌이 시작되면 삼성 라이온즈의 #힘내자_대구 #힘내자_경북은 진짜 힘이 될 수 있다.

<이용균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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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신천지’의 자체 추산 30만 교인 중에는 특히 청년세대의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다른 교단에 비해 유난한 숫자라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의 학생들 중에도 그 근처까지 갔다가 빠져나온 사례들이 있다.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솔선할 일꾼이 필요하므로 애초부터 젊은층을 타깃으로 포교한다는 것이었다. 취미 활동 혹은 상담 프로그램으로 위장하여 마음의 빗장을 먼저 열고 교리는 그다음에 주입한다고도 했다. 이런 사전 정지(整地) 작업이 있다고는 해도 그다음 단계에 이윽고 접하게 될 그들의 교리는 정상적인 사유 능력의 소유자가 빠져들 법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를 근심하는 한편, 나는 그 청년들에 대해서도 며칠을 생각했다.     

신앙 없는 문외한이지만 기독교는 이런 것이라고 알고 있다. 우선, 사상으로서의 기독교가 있다. 그것이 말 그대로 종교(宗敎), 즉 큰 가르침인 이유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의미는 삶의 표층이 아니라 깊이의 차원에 있으며 그 차원이 바로 신 그 자체다. “깊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신에 대해 아는 사람”(<흔들리는 터전>)이라는 파울 틸리히의 유명한 말을 나 같은 문외한도 알고 있다. 이 점에서 신학과 문학은 통하는 데가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우리가 소설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가장 심오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평등하며 가장 민주적인 희망”(<소설과 소설가>)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천으로서의 기독교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기독교는 무조건적인 환대로서의 사랑을 지향한다. 가장 으뜸가는 계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예수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마가복음, 12:31). 더 나아가 원수마저도 사랑해야 한다고 하니, 거의 불가능한 사랑을 촉구하는 일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는 위대한 실천이 된다. 나 같은 필부조차도 숨 막히게 되뇌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너희가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稅吏)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자매들에게만 인사를 하면서 지내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 사람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마태복음, 5:46~7) 

그러므로 사상이자 실천으로서의 기독교를 제 삶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포근한 정신적 복지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되는 일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세속적 정신은 가닿을 수 없는 깊은 곳에서 실존의 의미를 추궁한다는 것이고, 평범한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울 이타적인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다. (기복(祈福)과 반공(反共)을 부르짖는 기독교란 그 자체가 일종의 모순이다.) 자부심 넘치는 합리주의자들은 ‘최악의 기독교’를 과녁 삼아 조롱 섞인 논박을 퍼붓고 그런 자신에게 도취되고는 하지만, 나는 이와 같은 ‘최상의 기독교’ 앞에서 내가 신앙을 갖지 않는 데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갖는 데에 실패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려 노력한다. 주변의 겸손하고 헌신적인 신앙인들을 경외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신천지는 저 두 가지 기독교의 본질을 정확히 거꾸로 구현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종교가 현재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제공할 때 나쁜 종교는 미래에 대한 쉬운 답을 제공한다. 신천지는 묵시록 문학 전통에 속하는 요한계시록의 환상적 이미지들을 일대일 번역이 가능한 암호로 취급하는 천진한 성서 해석학을 휘두르며 그렇게 한다. 덕분에 헬조선의 불안한 미래가 장밋빛 종말로 대체될 수 있었다. 또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144,000’이라는 숫자를, 구원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VIP 회원권의 장수로 치환하여 교인들에게 가슴 벅찬 소속감을 부여한다. 사회라는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기는커녕 내부에서 “서로 영광을 주고받으면서”(요한복음, 5:44) 특권의식을 향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가짜 미래의 유혹이 이 나라의 어떤 청년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는 우리 사회가 그 청년들에게 그들이 합리적으로 상상하고 추구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들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문화인류학자 백영경의 강연에서 나는 사회적 위기의 효과 중 하나는 그 위기를 통해 ‘언제나 이미’ 위기 중에 있던 사람들의 존재가 비로소 드러난다는 데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공동체의 어떤 이들은 이미 ‘미래 없음’이라는 재난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중의 일부는 신천지를 찾아 떠나버렸다.) 현재의 재난은 그 재난 속의 재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재난을 극복한 뒤에 할 일은 계속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오랫동안 진행중이었던, 우리의 미래에 관한 재난을.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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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지상파 방송국과 최저임금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는 청년 한명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가 꺼낸 카메라엔 방송국 마크가 찍혀있지 않았다. 외주사 프리랜서 직원이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자들이 받을 피해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걸 찍는 방송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장님이었다. 

인터뷰는 이야기가 되어, 방송국 비정규직 문제로 이어졌다. 라이더유니온을 시작한 이후에는 특고신분의 라이더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찍고 싶어 하는 방송국 PD와 카메라맨들을 자주 만났다. 하루는 촬영이 밤 10시가 넘어가 슬슬 짜증이 났다. “지금부터 야간출연료 주셔야 하는 거 아시죠?”라고 농담을 던졌더니 “우리는 야간수당 못 받는 프리랜서예요”라고 받았다. 그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돌려 자신을 찍으면 거기에 바로 일 시킬 땐 직원, 문제 생기면 사장님인 프리랜서의 애환이 있었다.

퇴근시간 없는 NGO 활동가의 생활을 촬영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그들에게 미안했다가, 나중엔 내가 아니라 당신들을 찍어야 한다고 능청을 떨었다. PD의 잠긴 눈, 카메라맨의 손목보호대, 막내작가의 갈라진 목소리, 차 안에서 잠든 막내스태프의 돌돌 말린 등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부터 아픈 곳이 있으면 매일매일 기록하세요. 나중에 산재 상담해드릴게요.” “노조 만들고 싶으면 연락주세요. 컨설팅해드릴게요.” “나도 당신들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네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뱉었던 읊조림이었다. 나는 그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지만 보도하지 못했다. 그건 내 일이 아니었고, 그들의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이재학 PD가 죽었다. 청주방송국 PD였던 고인은 14년 동안 오르지 않은 임금의 인상을 요구했다. 그의 한 달 수입은 160만원이었다. 후배들인 조연출과 방송작가, 촬영스태프들의 처우는 더 열악하니 개선해 달라고 했다. 방송 만들 때 필요한 적정인원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국 회의에서 튀어나온 그의 말은 그야말로 수습이 불가능한 ‘방송 사고’였다. 회사는 그 자리에서 일을 그만두라고 통보했다. 이재학의 건당 인생에서 건이 사라졌다. 부당해고라고 생각한 고인은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청했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프리랜서라면 해고가 아니라 계약해지일 뿐이다.

방송국에서 그의 별명은 라꾸라꾸였다. 회사에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숙식을 해결하며 정규직 PD의 두 배 이상의 일을 했다. 같은 방송국에서 일하다 과로로 사망한 조연출도 근로자판결을 받았다. 동료들도 형식은 프리랜서지만 회사의 업무지시를 받으며 근로자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증언했다. 방송국은 증언을 해준 동료 중 한명을 회유해서 진술을 번복시켰고, 노무법인에 의뢰한 근로자성 검토 자료는 숨겼다. 

법원은 방송국노동자들이 필요하면 펴고 필요 없으면 접어버려도 되는 라꾸라꾸라고 판결했다. 이재학이 만든 프로그램은 청주방송의 것이었지만,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방송국 사람이 아니었다.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2020년 2월4일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기록이다.

타인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 방송노동자들의 존재가 유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엔딩크레디트. 사람들이 영화관을 나가거나, TV채널을 돌리는 찰나의 순간에 그들의 존재가 드러난다. 이제 방송이 끝날 때까지 TV를 보더라도 이재학이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 없다. 그의 얼굴과 그의 주장이 엔딩크레디트가 아니라 TV화면의 한가운데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가 바랐던 ‘노동자’라는 이름이 판결문과, 수많은 비정규직 언론종사자들 앞에 붙을 수 있기를 바란다. TV는 아니지만 신문의 한쪽에 ‘언론노동자 이재학’을 새기는 이유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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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비상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겪었던 바이러스들의 전파속도보다 매우 빠르고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파를 하며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종인 사스(SARS)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그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02~2003년 전 세계적으로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또 다른 감염질환의 원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MERS) 사태를 겪으며 이미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겪은 바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200여 종류가 있는데 라이노바이러스가 가장 흔하며 코로나바이러스는 약 10%의 감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독감이라고 부르는 유행성 바이러스 질환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원인이다. 100여년 전 전 지구상 인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억명을 감염시키고 적어도 500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스페인독감이 대표적이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스페인독감의 원인 바이러스인 H1N1, 1968년 홍콩독감의 원인이었던 H3N2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러한 여러 종류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번갈아 가면서 유행을 하며, 지금도 매년 300만~500만명이 심한 독감에 걸리고 그중 30만~65만명 정도가 사망한다. 가히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감염질환의 원인이라 하겠다. 그간 많은 연구를 통해 백신이 개발되어 있어 예방접종 시 어느 정도 예방은 가능하고 일부 치료약도 개발되어 있다.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의 종류에 따라 DNA바이러스와 RNA바이러스로 나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과 함께 RNA바이러스에 속한다. RNA바이러스는 그 특성상 변이가 더 쉽게 일어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를 감염시키는 종류와 조류를 감염시키는 종류로 나뉘어 있었는데 점점 이 경계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박쥐로부터 유래하여 또 다른 포유류 동물을 중간숙주로 한번 거쳐 사람을 감염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는 박쥐에서 유래하고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을 감염시킨 사스바이러스나 박쥐에서 유래하고 낙타를 거쳐 사람을 감염시킨 메르스바이러스와 유사한 전염경로를 겪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위협적인지 사스와 메르스와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감염속도는 1000명을 감염시키는 데 걸린 시간을 보면, 사스는 130일이 걸렸고, 메르스는 903일이 걸렸는데 코로나19는 48일이 걸렸으니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하겠다. 물론 얼마나 접촉 인구밀도가 높았는지 등에 따라 정확한 속도 비교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겪고 있는 것만 봐도 전파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환자 한명이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수를 말하는 재생산지수를 보면 코로나19는 1.4~2.5로 메르스(0.4~1)보다는 높고 사스(4)보다는 낮다. 전 세계 사망률을 보면 코로나19는 현재 기준으로는 3.4%로 사스 9.7%, 메르스 34%에 비해서는 낮다. 우리나라에서의 사망률을 보면 메르스는 약 21%였고 코로나19는 현재 기준 0.6%로 세계 평균보다는 많이 낮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의료진과 의료시스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면역력이 아주 저하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2~3일이면 낫기도 하는 감기의 원인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이 위협적인 바이러스로 바뀌어 우리를 공격하게 된 걸까?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엔 스파이크단백질이 있다. 이 스파이크단백질은 숙주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침투를 시작하는데, 원래는 박쥐 세포의 표면단백질에 붙도록 특화돼 있던 스파이크단백질이 유전물질 복제과정에서의 돌연변이와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변형돼 인간세포의 표면단백질에 붙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즉, 바이러스는 복제과정에서 지속적인 변이가 일어나며, 이 변종 바이러스들 중에서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변종은 언제든지, 또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더 많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백신 개발이다. 문제는 백신 개발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시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평균 3~5년, 미국의 신속제조 및 임상전략으로도 6개월은 걸린다. 이를 단축하기 위해 유전물질 자체를 백신으로 하는 것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바이러스의 변이이다. 백신을 개발해도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더 이상 백신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생존을 위해 변이가 일어날 수 없는 영역을 이용한 백신, 혹은 여러 변이가 감안된 백신라이브러리의 개발 등이 고안될 수 있으나 쉽지는 않은 일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우리 방역당국에서 하고 있듯이 신속진단에 의한 조치와 사회적 격리가 최선이다. 신속진단의 경우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잘하고 있다. 우리 개개인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 추가 전파를 하지 않도록 자신의 면역력을 높이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라 하겠다.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속히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 당국에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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