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영화 <킹스 스피치>에는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던 조지 6세가 연설문을 읽거나 대화를 할 때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노래를 부를 때는 가사를 더듬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노래는 말과 미묘하게 다르다. 둘 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노래에는 가사만큼이나 가락이 중요하다. 가사는 별로지만 가락이 좋아서 자주 듣는 노래들이 있다. 반면에 말에서는 가락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 중국어처럼 성조가 중요한 언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 표준어에서는 높낮이가 없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어색한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가락은 알아들을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음치여도 가사는 알아듣는 경우를 보면 노랫말과 가락의 인식은 다르다. 뇌는 말과 가락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할까?

■ 노랫말과 가락

말이나 가사를 인식할 때는 짧은 시간 동안 들리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문’과 ‘지문’은 첫 글자 하나만 다르다. ‘신문’을 ‘지문’과 구별해 들으려면 ‘신’이라고 발음하는 짧은 시간 동안의 소리를 정확히 인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시간 흐름과 관련된 소리 정보를 시계열 정보라고 부르기로 하자. 반면 가락을 인식할 때는 음의 고저와 박자가 더 중요하다. 노래 잘 못하는 사람을 왜 음치 또는 박치라고 하겠나. 음의 고저와 장단, 박자 등은 소리의 주파수와 관련이 깊으므로 이걸 주파수 정보라 부르기로 하자. 노래는 가사와 가락을 담고 있으므로, 노래를 들으려면 시계열 정보와 주파수 정보 둘 다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소리에서 시계열 정보와 주파수 정보를 동시에 뽑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뇌가 어떻게 이 문제를 계산적으로 해결할지를 두고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오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이 논쟁과 관련해서 알부이(Albouy) 등 학자들이 지난달에 논문을 출간했다. 저자들은 10개의 새로운 문장과 10개의 새로운 가락을 만든 뒤, 이 둘을 조합해서 100개의 자연스러운 아카펠라 노래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 노래에서 시계열 정보를 조금씩 다른 정도로 손상시킨 샘플 두 개를 만들어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들려주고, 두 노래의 가사가 같은지 다른지(혹은 두 노래의 가락이 같은지 다른지)를 판단하게 했다. 주파수 정보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예상했던 대로 가사를 들을 때는 시계열 정보가 더 중요하고, 가락을 알아들을 때는 주파수 정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연구자들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사용해서 소리에서 시계열 정보가 손상되거나, 주파수 정보가 손상되어감에 따라 뇌 활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펴보았다. 특히 좌뇌와 우뇌의 차이에 주목했다. 언어의 사용은 우뇌보다 좌뇌에 더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좌뇌에서 소리 인식과 관련된 부위의 활동량과, 우뇌에서 같은 부위의 활동량을 단순하게 비교했을 때는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계 학습을 사용해서 뇌의 활동 양상이 시계열 정보의 손상 정도(혹은 주파수 정보의 손상 정도)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살펴봤더니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났다. 좌뇌 청각 부분의 활동 양상은 시계열 정보의 손상과 더 긴밀한 관계가 있는 반면, 우뇌 청각 부분의 활동 양상은 주파수 정보의 손상과 더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또한 가사의 인식은 좌뇌와, 가락의 인식은 우뇌와 더 깊은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조심할 점은, 이 연구가 ‘좌뇌는 이성과 언어를, 우뇌는 음악과 감성을 관장한다’거나 ‘온갖 다양한 사람들을 좌뇌형과 우뇌형으로 양분할 수 있다’는 가짜과학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사를 구별할 때라고 우뇌가 꺼져 있거나, 가락을 들을 때라고 좌뇌가 꺼져 있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일상 언어에서도 운율이 중요하듯이 말에서도 가락이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한다. 좌뇌가 노랫말의 인식에, 우뇌가 가락의 인식에 더 중요하긴 하지만 무 자르듯 나누기는 어렵다고 보면 되겠다.

■ 힘들 때도 평화로울 때도

지난 한두 달은 노래를 흥얼거리기 힘든 시간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멈춘 듯하면서도 부산했다. 저마다 바깥활동을 줄이고 집 안에 머물며 때로는 불안해하고, 때로는 분통을 터트리고, 때로는 차분하게 배려하며, 어찌 됐든 우리는 이 충격을 견뎌내고 있다. 마트에서 식료품 사재기는 일어나지 않았고, 손 소독제의 도난도 처음에 잠깐 있었을 뿐 드물었다. 코로나19 진단검사가 빠른 시간에 낮은 가격으로 수 만명의 국민들에게 제공되었고, 상황은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웅크린 몸을 일으키느라 잠시 흔들린 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고, 감염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국내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한동안은 신경을 쓰는 게 좋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우리가 맞이할 마지막 전염병도 아닐 것이다. 새로운 전염병은 계속 등장할 것이고, 기후위기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도 아마 잦아질 것이다. 호주 산불이 호주산 쇠고기와 양모, 철광석 수입에 영향을 준 것처럼. 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가면서도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역량, 안정기에 조속하게 회복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질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번 상황에 맞서서 재택근무, 화상강연 등의 대책을 생각해내고, 코로나19 진단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으며, 곧 다시 회복하는 것처럼. 힘들 때도 평화로울 때도, 삶 속에 노래처럼 생명력이 깃들길.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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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배우 진 티어니가 떠오른다. 1943년 임신 중이던 티어니는 풍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그 후유증에 첫아이가 여러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감염경로는 우연히 다시 만난 팬을 통해 밝혀졌다. 과거 본인이 풍진에 걸렸지만 티어니를 만나기 위해 격리소를 빠져 나왔다며 애정을 과시한 것이다. 군부대에 위문하러 온 ‘가장 좋아하는 배우’에게 바짝 붙어 대화하고 신체를 접촉하며 풍진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었다. 이를 들은 티어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뒤 그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을 기도한 바 있다고 전해진다.

좋아하는 배우의 삶을 고통의 수렁으로 밀어넣은 팬. 심지어 본인의 병을 알았고, 의사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접촉했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너무 화가 났다. 나는 다짐했다. 전염력 높은 병에 걸리면 자가격리를 철저히 하여, 타인의 안녕과 공공의 안전을 해치지 않겠다고.

하지만 보균자인지 본인도 몰라 전파자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얻을수록 이와 관련된 걱정이 커졌다. 사스나 메르스는 잠복기에 2차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됐지만, 코로나19는 다르다. 잠복기간 중에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호흡기 증상, 발열, 근육통 등이 없었는데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된 사례도 발견됐다. 두려워졌다. 만약 내가 어떤 우연한 접촉으로 병에 걸렸는데, 증상이 없어 스스로 병자인지 모른 채 돌아다녀 누군가 피해를 입는다면?

확진자가 되면 나이, 성별, 동선 등의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된다는 사실도 두려움을 자극한다. 동선이 공개된 확진자의 일상을 보고 과한 (심지어 감염병과 관계없는) 해석이나 평가를 얹고, 어떤 장소 방문에 대해 비웃거나, 음험하게 추측하며 희롱하는 등의 일이 왕왕 벌어졌다.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었다. 이것을 당사자가 본다면, 가뜩이나 아픈 사람이 더욱 아프겠다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 동네 확진자의 집주소, 얼굴 사진 등을 공유한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었다.

물론 당국에서는 그러라고 공개한 게 아니다. 시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은 방역에 협조하여 함께 병의 확산을 막자는 취지였다. 이에 관해 한국이 잘 대처했다는 유수 외신과 타국 의료계의 평가도 있다. 다만 기존에 시행된 바 있는 체계가 아니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와 성별을 제하고 동선만 공개하자는 의견,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특정인의 동선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힘드니 장소와 시간을 중심으로 취합된 정보를 공지하자는 논의가 지금이라도 반영되길 기대한다.

과도한 비과학적 우려로 자영업자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현상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해당 식당에서 확진자와 겸상했을 시 전염 가능성이 있는데, 동선 발표 뒤 ‘지금은’ 안전한 식당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편견을 가지는 것이다. 방역소독까지 마친 뒤에도.

모두들 힘들고, 그만큼 예민해져 있다. 산업이 위축돼 휴직하는 직장인,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힘든 시기를 버티는 비정규직·프리랜서, 임대료 때문에 막막한 자영업자 등, 이 힘든 시기가 빨리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데 한마음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두려움도 커지는 것 같다. 혹시라도 내가 사태 진화에 걸림돌이 되면,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특히 평소 마스크 잘 착용하고 자주 손 씻으며 철저히 바이러스의 틈입을 막았는데, 무증상 전파자와 겸상 한 번 했다가 덜컥 감염되어 과하게 비난받으면 억울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다른 환자들도 너무 비난하지 않기로 한다.

그나저나 요즘 겸상이 그립다. 정을 나누는 일은 왜 이리 감염에 취약한 것인지. ‘죄인’ 될 걱정 없이 마음껏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봄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혼밥을 뜬다.

<최서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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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경찰이 호흡측정을 통한 감염을 우려해 음주운전 단속을 일제검문에서 선별단속으로 바꾸자 이를 악용한 음주운전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일 한 연예인이 서울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신호대기 중 잠들었다가 적발되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으며, 부산에서는 10일 새벽 한 남성이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에 세워진 차량을 들이받은 뒤 매장으로 돌진하여 차량 4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적발된 도내 음주운전은 6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건 가까이 증가했고 음주운전 교통사고도 19건 늘어 149명이 다쳤다고 한다.

경찰은 음주 의심 차량에 대한 112 공익신고 내용과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주행하거나 지그재그로 차선을 지키지 않는 위험 운전을 하는 음주 의심 차량을 대상으로 선별적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무고한 피해자를 불행하게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코로나19 때문에 음주단속을 하지 않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지 말고,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말아야겠다. 

음주운전을 근절하려면 운전자 스스로 음주 후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며 시민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음주 의심 차량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112에 신고해 주었으면 한다. 지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많은 시민이 동참하고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인 만큼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김영익 | 강원 삼척경찰서 경비교통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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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바다빛깔 블루가 인기라고 한다. 패션과 가구, 그림과 사진, 창틀과 지붕 색깔에도 블루가 자주 눈에 띈다. 승용차 색깔도 블루가 심심찮게 돌아다닌다. 청바지 차림의 선남선녀들이 봄기운을 가득 몰고 왔다. ‘아침이슬’의 가수 양희은씨는 한때 청바지 통기타 세대의 상징이었다. 양희은씨 어머니는 양장점을 하셨단다. 대여섯살 때 육촌 오빠의 닳은 청바지를 물려받았는데, 엄마가 한쪽 무릎에 예쁜 튤립을 수놓아 입혔다고 한다. 고2 생일 때 처음 맘보청바지를 엄마가 사줬는데, 교복 이외엔 그 청바지로 멋을 부렸다고. 엄마의 양장점엔 패션잡지들이 많아서 영화배우 알랭 들롱과 제임스 딘이 즐겨 입던 인디고 블루 청바지 사진을 오려 간직했단다. 그녀는 모교 서강대와 서소문 동양라디오, 노래하던 명동 카페촌, 후암동 자택을 오가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청바지 차림에 기타를 둘러메고 김민기 아저씨 노래들을 불렀다. 그녀가 입은 청바지는 신세대의 강인함과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권위적인 양복과 한복저고리에서 벗어난 평등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불황엔 짠돌이들이 살아남는다지. 누가 불황 탈출비법이라고 몇마디 조언. 술자리가 이어지면 가장 싸게 나온 데서 재빠르게 계산할 것, 선배들을 가까이할 것(한국에선 선배가 주로 계산), 1인분씩 줄여서 주문할 것, 교통비가 싼 한국에선 대중교통이 남는 장사, 냉면사리를 곱빼기로 시킬 것(그래야 고기값을 아낌), 헌 옷을 고쳐 입고 질긴 청바지를 애정할 것, 나돌면 돈이니깐 집에서 가만히 책을 읽고 텔레비전으로 세계 여행, 가진 땅이 없으면 하늘을 자주 쳐다보며 햇볕을 쬘 것(하늘은 당신의 소유). 재밌기도 하고 좀 얍삽하기도 한 그런 소리!  

나는 어려선 청바지가 별로였는데, 요새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이제서야 청춘인가. 굼뜨고 늦터진 인생. 소문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렷다. 당신이나 나나 조금은 더 ‘전성기’여도 괜찮아.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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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인 에젤딘 바하더는 갓 데뷔한 프로축구 선수다. 자국 3부리그 팀과 올 초에 계약했고 엊그제 첫 공식경기를 치렀다. 90분 풀타임 출전해 페널티킥 골까지 넣어 1-1 무승부에 한몫했다.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장식한 유망주 신인일까. 아니다. 그의 나이 75세. 네 자녀와 여섯 손주를 둔 할아버지다. 역대 최고령 골을 기록한 그는 조만간 한 경기 더 뛰면 ‘2경기 풀타임 출전’ 규정을 둔 기네스북에 역대 최고령 프로축구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현 기록 보유자는 73세 이스라엘인이다. 바하더는 6세 때부터 길거리 축구를 하면서 프로 선수 꿈을 키웠다. 젊은 시절 토목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등으로 일하면서도 아마추어 팀에서 축구를 계속했던 그는 근 70년 만에 꿈을 이뤘다. 그의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바하더처럼, 나이 들었어도 더 씩씩한 노익장의 사례는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계에서 두루 찾아볼 수 있다. 42.195㎞ 풀코스를 완주한 남성·여성 최고령 마라토너는 인도계 캐나다인 파우자 싱, 미국인 해리엇 톰프슨으로 알려져 있다. 싱은 2011년 100세 때, 톰프슨은 2015년 92세 때 각각 8시간11분대, 7시간24분대로 골인했다. 두 차례 암 수술을 이겨낸 톰프슨은 76세 때부터 암 환자 후원 모금을 위해 마라톤에 나섰다. 매년 생일 무렵 더 오래, 더 깊이 잠수하는 자기 기록을 깨고 있는 최고령 스쿠버다이버 레이 울리(영국)는 지난해 96세 때 48분간 잠수로 수심 42.4m에 다다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일요일 낮 TV에서는 <전국노래자랑-노익장편>이 방영돼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팔굽혀펴기 거뜬한 77세, 교복 입고 춤추는 100세 노인과 태안군의 69세 ‘할미넴’(할머니와 래퍼 ‘에미넴’을 합친 별명) 등이 다시 전파를 타며 활력을 선보였다. 지금 주위 노인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집에만 있으라 하니 답답하고, 마스크 사러 밖에 나가도 한참 줄만 섰다가 허탕치기 일쑤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알아보고 물건도 산다는데, 딴 나라 얘기다. 노인 일자리사업이 일시중단돼 먹고살 걱정도 커졌다. 이렇듯 코로나19 속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노익장을 발휘하도록 거들고 돕는 게 가장 시급한 우리 책무가 아닐까 싶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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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3월12일 (출처:경향신문DB)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일 첫 환자가 나온 지 사흘 만에 콜센터 확진자는 100명에 육박했다.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 사례이자 전국적으로는 신천지 교인, 청도대남병원의 집단감염에 이어 세번째 규모다.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늘면서 2600만명이 사는 수도권 전역에 대한 감염병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방역망이 뚫리면 ‘제2의 신천지’로 비화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구로 콜센터는 밀집근무 시설로 확진자가 집중 발생한 코리아빌딩 11층 사무실은 300평이 채 안되지만, 직원 207명이 근무했다. 콜센터가 입주한 빌딩은 서울 교통의 요지인 신도림역 인근에 있다. 직원 대부분이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했다. 확진자가 서울·경기·인천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이유다. 서울 확진자 70명(11일 오후 기준)의 거주지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12곳이나 된다. 직장·가족 감염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통한 불특정 지역사회의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구로 콜센터 감염사례가 “3차 파도의 징조가 될 수 있다”(박원순 서울시장)는 경고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서울·인천시, 경기도와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수도권의 병상 및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나섰다. 또 ‘고위험 사업장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어 밀집사업장에 재택·유연근무제, 좌석 간격 조정, 출퇴근 시간 변경 등을 권유키로 했다. 서울시는 콜센터 입주 빌딩 1~12층을 전면 폐쇄하고 방역에 들어갔다. 또 550명의 콜센터 직원 전원을 자가격리하고 빌딩 앞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 거주민 전원에 대해서도 발열 등 증상을 체크하고 있다. 또 다른 집단감염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에 소재하는 콜센터 417곳에 대한 전수조사에도 착수했다. 정밀한 감염 추적이 필요하다. 

콜센터 집단감염의 관건은 대중교통을 통한 2차 감염 확산 여부다. 다행히 11일까지 지하철 등을 통한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방역의 강도를 최고조로 높여야 한다. 콜센터 확진자 동선 공개와 신도림역 열화상카메라 설치 등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총동원해야 한다. PC방, 스포츠센터, 클럽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한 방역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시설 폐쇄 등 행정 강제력도 발동해야 한다. 확산 추세가 꺾이는 속에서 수도권은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승부처다. 수도권이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린다는 자세로 당국은 방역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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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DB)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으로 2월 일시휴직자가 1년 전보다 14만여명 늘어나 증가율이 30%에 달했다. 또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고용이 악화된 것으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확인됐다. 국내에서 확진자가 2월 하순부터 급증했던 점을 고려하면 3월 이후의 고용 상황은 한층 심각해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계마저 꾸리기 힘든 상황으로 몰려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11조7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중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3조2000억원을 빼면 실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메르스 때의 6조2000억원보다 2조원 많다지만 경기 회복기조이던 당시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경제계는 40조원으로 대폭 증액하라(박용만 상공회의소 회장)는 목소리를 낼 정도로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추경예산안의 과감한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이 바로 그 위기상황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 전망이 짙어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입을 충격은 상상을 넘어설 수 있다. 추경 확대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 야당이 재정건전성 운운하며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당치 않다. 야당은 비판을 접고 추경안이 이번 회기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문제는 대폭 늘린 추경이 적재적소에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추경안은 금융·세제지원 등에 쏠려 있을 뿐 민생 직접지원은 저소득층 등에 대한 2조4000억원어치 쿠폰에 불과하다. 추경 심의 과정에서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대한 직접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피해자 직접지원이 추경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이다. 미국의 경제석학 폴 크루그먼도 코로나19 경기부양책으로 국민에 대한 현금 지급을 권고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에 4700억원을 배정하는 식의 간접지원이 당장 생계가 어려운 피해자들에게 무슨 실익이 있겠는가. 정부는 타성에서 벗어나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추경 확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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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30만원을 돌파하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교육비 총액도 최대폭의 증가세를 나타냈고, 사교육 참여율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악화된 각종 사교육 관련 지표들을 보면 공교육 정상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 과연 이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지난해 초·중·고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약 21조원으로 2018년의 19조5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7.8%) 증가했다. 1년 새 사교육비 증가액이 1조원이 넘은 건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학생 수가 558만명에서 545만명으로 13만명가량 줄었는데도 총액은 대폭 늘어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년 새 3만원(10.4%)이 올라 32만1000원이 되었는데, 두 자릿수 증가율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교육 참여율(74.8%)도 전년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고교생 사교육비의 급증세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생(36만5000원), 중학생(33만8000원), 초등학생(29만원) 순이었다. 2018년부터 중학생을 앞지르기 시작한 고교 사교육비 지출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대입을 위한 사교육 유발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구간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월 200만원 미만 최소소득 구간과 월 700만원 이상 최고소득 구간 간 5.0배 격차를 나타내 양극화 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교육비가 이렇게 증가하는 것은 정부가 대입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키운 탓이다. 사교육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정부가 입증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각각 3000원, 3000원, 2000원, 1만2000원 오른 1인당 사교육비가 문재인 정부 들어 1만6000원, 1만9000원, 3만원으로 폭등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대로 간다면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과 노후불안 역시 사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정부는 사교육 문제에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 교육부는 10여년의 통계를 제시하며 사교육비가 가구 소득증가분만큼 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안이한 자세다. 사교육비 폭등 현상이 내년에도 반복된다면 ‘사교육대책 실패 정부’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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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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