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은 모든 역량과 자원을 투입하는 총력전이 됐다. 의료진은 1일 8시간 3교대로 말 그대로 ‘갈리고’ 있고, 질병관리본부는 비장하게 전문가들과 함께 방역대책을 매일 갱신한다.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추적 관찰의 대상이 됐다.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방역조치가 숨을 고르는 사이, 콜센터와 요양원,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번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지자체의 재난알림문자가 공포를 키운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한국의 방역은 모범적인 상황에 있다. 치사율을 1.2% 내에서 통제하고 있고, 확진율도 3% 이내로 떨어지고 있다. 광범위한 검사 실시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까지 도입했다. 마스크 대란도 사라졌다. 하루에 수천명씩 확진자가 늘어나고 수백명씩 사망자가 발생하는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볼 때, 한국의 상황은 관리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강권 통제도 없었다. 여론은 시종일관 시끌벅적했다. 처음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가 논란이 됐다. 정부는 입국 금지 대신 외국인을 전부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검역을 강화했다. 곧 마스크가 쟁점이 됐다. 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공적 마스크 판매를 결정했다. 여론은 지속적으로 정책에 반영됐다. 

두 가지 비관론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먼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면 될 것인데, 그렇지 않으니 매번 극성스레 대응하느라 국민이 피곤하다”는 주장이다. 시스템을 갖췄다는 선진국 중 많은 수가 제때 대응을 못해 보건시스템 붕괴를 맞고 있거나, 검사를 제한해 확진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버티고 있다. 모든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불확실한 상황에선 목표를 중심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사실 한국의 방역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틀이 잡혀 있었기에 현재도 작동하는 것이다. 제도적 기초와 유연한 대응전략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다.

두 번째로 서구 시민들의 자유로움과 민주주의에 대한 예찬을 하며 ‘통제’가 작동하는 한국이 전체주의적으로 갈 것이라 비관하는 주장이다. 아파트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탈리아 사람들. 정부가 하지 말라 해도 외출해서 식사를 함께하고 담소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프랑스 사람들.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기본권인 보건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아노미와 과도한 낙관이라 볼 수 있는 건 아닐까.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을 단절의 상징으로 읽는 것도 관성적이다. 마스크를 모두 썼기에 안심하고 외출도 하고 대화도 하고 일도 하는 것이다. 마스크가 소통할 수 있는 신뢰의 자산이 되기도 한 셈이다.


플랫폼 노동자·콜센터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시간 강사…

‘돌봄’으로 극복할 수 없는 육아

코로나19로 드러난 ‘약한 고리들’ 

이 목소리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새로운 사회계약이 생겨날 것이다


그럼에도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첫번째 도전이 방역이었다면 이제는 사회를 어떻게 새롭게 작성할 거냐는 도전이 오고 있다. 서구의 안일해 보이는 태도 뒤에는 단단한 인프라가 있다. 확진자가 폭증함에도 낮은 수준의 치사율을 유지하는 독일은 세계 최고의 보건의료체계와 제약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각국과 미국은 재난상황임을 인지하고 수백조원의 재정을 쓰겠다 한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은 방역뿐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한국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며 후폭풍처럼 다양한 숙제를 제시할 것이다. 배송과 배달음식 주문 폭증은 플랫폼노동자들의 혹사를 드러낸다. 콜센터 집단감염은 아파도 쉴 수 없는 노동자들의 처지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드러내고 있다. 초·중·고 개학 연기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와 ‘돌봄 지원’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육아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대학은 인터넷 강의를 지원하지만,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장애인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하는지는 누구도 확인하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은 학생들과의 관계성도 사라진 채 인터넷 강의만 저장되어 자리가 사라질까 불안해한다.

드러난 약한 고리는 전과 같은 방식으로 봉합될 수 없다. 대통령, 장관, 도지사가 임금을 반납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재난기본소득이나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부채 탕감, 육아와 일자리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득 보전 등 담대한 정책을 쓰는 것이 국가의 일이다. 사람들이 온라인 새벽 배송을 신청하지 않거나, 콜센터 노동자가 열악한 공간에서 일한다며 민원을 넣지 않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플랫폼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계약을 바로 세워야 문제가 풀린다. 개학 연장을 반복하며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 학기를 멈추고 9월 학기제를 고민하며 판을 새로 짜야 다음이 보인다.

루스벨트의 뉴딜연합처럼 위기 가운데 국가가 담대한 정책을 쓰고, 다수의 약한 고리 속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연합을 만들 때 새로운 사회계약이 생겨난다. 그게 ‘뉴 노멀’ 시대에 맞는 대응일 것이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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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가자!’ 서울시 장애인 거주시설 연계사업으로 진행하는 탈시설 활동에 참여하는 거주인들과 만든 단톡방의 이름이다. 채팅과 사진으로 일상을 나누고 관계를 쌓던 공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용해졌다.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전화나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취업을 했던 일터에 나가진 못하지만, 시설 내에서 작업을 한단다. 시설 내부에 머무는 것은 정확하지만, 움직이는 공간과 활동은 정확하지 않다. 작년에도 워크숍이나 외부 일정을 잡을 때 거주시설 내 프로그램이란 이유로 비협조적이었던 시설 측과 탈시설 계획을 논의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당사자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삶의 동선은 더욱 좁아졌을 테지만, 마냥 멈춰 있지 않을 시간과 경험은 기록되어야 한다. 국가가 보호만을 대책으로 내놓기 전에 답답함과 어려움을 세심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당사자들의 언어로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코로나19의 경험이 탈시설을 추진하는 데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시설’이란 장소가 가지는 인권적 취약성이 장애인을 취약한 위치로 고정시킨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신속하게 공개한다. 동선(動線), 말 그대로 움직임을 드러내는 말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있는 확진자들의 동선은 어떨까? 그들의 동선은 멈춰져 있음으로 격리되어 얼어붙은 동선(凍線)임을 보여준다. 시설에서 살아온 수많은 이들은 강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요당한 존재들이다. 격리와 감금이 강요된 시설에서 자율적·사회적 거리 두기는 가능할 수 없다. 그리고 시설 밖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시설화(institutionalization)’된 삶의 장소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드러나고 있다. 벗어나지 못하고 일해야 했던 동선, 정체성이 드러날까 밝히기 어렵거나 밝히기 싫은 동선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은 ‘시설화’된 차별적 구조에 놓여 있다.

지난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보건복지부가 청와대 지시 사항으로 지난 20일 지자체에 ‘장애인 거주시설 1인1실 기능보강 수요조사’를 긴급 요구한 것을 파악하고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요양병원과 장애인 시설의 인권 현실을 해결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선 시설 기능 보강이 아니라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조건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장소를 떠나 다른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고, 거리를 둔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생활치료센터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자가격리, 확진 판정을 받은 장애인의 활동 지원을 강화하는 대안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삶의 동선을 가로막는 시설이란 장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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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가서 마냥 좋다던 동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학교를 안 간 지 3개월이 되어간다. 아침에 몰려오고 오후에 헤어지는 친구들, 넓은 운동장과 실내 체육관, 말끔하게 새로 꾸민 교실과 도서관, 맛있는 밥이 나오는 급식실과 리듬 있게 돌아가는 하루, 그리고 선생님이 살짝 그리운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키운다”고 했는데 지금 학교 환경은 매우 좋아졌고 평온해 보인다.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개학 추가 연기 기간 중에도 꼼꼼하고 촘촘하게 아이들을 챙기겠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까지 시간은 꽤 걸릴 것이다. 상황 변화로 갈팡질팡하지 않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길게 내다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그간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가는 최적의 시간이다. 나는 우선 이번 휴교 상황을 이용해서 학기제 변경을 제안한다. 그간 가을학기제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전 세계 70% 국가가 택하고 있는 가을학기제는 글로벌 시대에 교류, 특히 온라인 수업을 하려면 꼭 필요한 제도 개선이다. 가을학기제로 바꾸고 수업시수를 줄이는 특단의 조치를 시작으로 교육개혁을 단행해보자. 지금 학교는 공부 잘하는 소수 학생들을 키우면서 입시 공부에 관심이 없는 다수 청소년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있는 보호 관리 기관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서 변화가 어렵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가만히 있어주면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고 점심을 먹을 수 있다. 학교 끝나면 남은 시간은 학원을 가고 그 외 시간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마음껏 논다. 이런 리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실은 학교를 가지 않으면 스마트폰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우리는 수차례 기존 직장들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지금 자라는 아이들 대부분 평생직장을 다니지 않을 것이고, 다니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풀면서 창업을 하거나 직업을 만들어갈 것이다. 재난이 닥쳐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익히며 다양한 실험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올해가 그런 전환의 첫해가 되게 하자. 스마트폰과 함께하며 자란 아이들은 일찍이 자기 우주를 가지게 된다. 그 우주를 도피처로 삼기보다 생산적인 작업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분명히 할 것은 하나. 재난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문제 상황을 풀어가는 것이 자신들의 몫임을 분명히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존재로의 인식을 갖게 될 때 이들은 재난 시대에 삶의 중심을 잡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부른 교육 공백 사태를

시스템과 정책 전환의 기회로

가을학기제·수업시수 축소 개혁

북카페·동네부엌·근처 농장도

모두가 아이들에겐 배움의 장

학교는 시대 공부의 플랫폼 돼야


다행히 지역사회에는 이미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하는 청년들, 시대를 성찰하기 시작한 청년들로 넘쳐난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의 순발력을 키워줄 청년,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한 동네 연극쟁이, 기후위기 워크숍을 마련한 동네 북카페, 감자와 고구마와 무를 심고 기르고 요리해 먹으며 생명의 소중함과 밭일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농장 캠프와 동네 부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꾸준히 아카이빙하면서 개인과 마을의 성장을 느끼게 도와주는 동네 방송국, 동사무소, 예술적인 감수성을 키워 줄 미술과 음악의 집, 동네 미장원과 닭튀김집, 모두가 아이들에게는 배움과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다. 동네를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청년과 세계 방방곡곡을 다닌 청년들이 만나 학교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탁월한 작업을 한다면, ‘안 버림 연구소’를 통해 마을 쓰레기를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래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낸다면 이들은 자부심이 찬 청년들로 자랄 것이다.

한때 나는 학교가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의 ‘평온한’ 학교를 떠올리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이제 시작해야 한다. 학교는 재난의 시대에 마을 주민들의 대피소이자 아이들과 함께 주민들이 시대 공부를 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어린이와 청년과 교사와 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자급자족적 교육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역병의 시대도 지혜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국가를 개조할 이 특단의 작업이다. 무엇보다 이 교육혁신 정책은 경제 부흥을 해낼 탁월한 경기 부양책이기도 하다.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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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배달 주문이 크게 늘면서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택배 상자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겪은 자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외국에 사는 친구들 안부를 물었다. 부자 나라인 미국과 독일로 일찌감치 떠난 친구들은 난데없이 휴지와 파스타면 기근이라 했다. 생필품 사재기가 없는 나라에서 사는 일이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조차도 휴지를 직접 사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부피가 크다보니 주로 인터넷쇼핑으로 구매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없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직접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총알배송, 로켓배송, 새벽배송까지. 사람만 빼고 모든 것이 집 앞까지 배달 가능한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도 직접 사는 것보다는 택배로 시키는 것이 현명한 쇼핑이라 알려진 품목이 쌀과 생수, 고양이 모래라고 한다. 고가의 상품은 아니지만 무거운 탓이다. 반면 택배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품목도 바로 저 세 가지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면 낫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집에 물건들을 업어서 배달하고 나면 하늘이 핑핑 돈다고 한다. 여기에 한여름이기까지 하면 장정 한 명 잡고도 남는다. 오죽하면 한 집에서 무거운 물건을 한꺼번에 배송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하소연까지 하겠는가.

하루 세 끼 먹는다는 ‘삼식이’도 아니고 ‘육식이’ 정도 되는 아이들이 집에만 머문 지 석 달째에 접어든다. 외출도 외식도 부담스러워지면서 집 현관 앞에도 라면부터 온갖 주전부리 택배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 전파 때문에 직접 마주치지 않는 ‘비대면 배송’도 익숙해졌다. 딴에는 사람노릇 한다며 음료수라도 챙겨 택배 기사님들께 드리곤 했었지만 이제 그런 정마저 나눌 수 없게 되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1월 온라인쇼핑 상품거래액은 9조1675억원, 이는 전체 소매 판매액(39조5778억원)의 23.2%다. 온라인쇼핑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비중이다. 소비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전체 소비 5건 중 1건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마트에는 잘 가지 않지만 휴대전화 문자에는 다양한 택배 서비스 관련 문자가 넘쳐난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발표를 보면 택배산업은 2019년 기준 물량 28억개, 매출만 6조3000억원이 넘는 거대 산업으로,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연 53.8회다. 노동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은 99.3회 정도 이용한다. 굳이 마트에 가서 생수나 휴지를 사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택배 서비스 덕분이다.

지난 12일,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건물 4층과 5층 사이 계단에서 ‘쿠팡맨’이라 부르는 40대 택배노동자가 숨을 거두었다. 택배노동자의 사망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 이전에도 새벽부터 주말도 없이 가혹할 정도의 노동조건으로 유명한 일이 택배와 화물 노동이었다. 우체국 집배원들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체국 집배원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55.9시간, 사기업의 택배노동은 더욱 혹독하다. 택배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의 2배를 넘어선다. 택배 한 건당 수수료는 비싸봤자 1000원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배송이 빠르게 이루어지려면 택배 분류 업무에 배송기사들이 시달려야 한다. 택배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하루에 6시간 정도는 분류작업에 매달린다. 그만큼 배송 작업에 조급해지고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우체국 택배가 조금 더 비싸고 빠른 이유는 그나마 분류 작업이 도급 형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택배회사들은 집배송 수수료에 이 분류작업 비용을 버무려버린다.

올해는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지 27년째 되는 해다. 편의점을 거점으로 하는 반값 택배도 등장 하고 택배산업의 성장세는 눈부셨지만 이는 누군가의 인생을 사재기해왔던 ‘인간 사재기’의 시장이기도 하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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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관급 공무원 연봉은 1억3164만원, 차관 연봉은 1억2785만원이다. 장관급은 2011년, 차관급은 2012년에 억대 연봉 대열에 들어섰다. 대통령 연봉은 2015년 2억원을 넘었고 올해는 2억3091만원이다. 한국 고위 공무원들의 연봉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USA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봉은 20위권 밖에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를 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장관 등 최고관리직 평균 연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3배로 분석 대상 28개국 중 21위에 해당됐다. 아이슬란드(2.60배)와 노르웨이(3.17배) 등이 더 아래에 있었다.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힘들어질수록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월급에 민감해진다. 임진·병자 양란 후 조선의 왕들이 관리들의 녹봉부터 삭감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금융위기 이후 소외계층을 지원하겠다며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들이 2009년 2월부터 1년간 월급 10%를 반납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는 연봉을 인상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대통령과 3급 이상 공무원들이 인상분을 다시 토해낸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21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들이 4개월간 월급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회의원 세비 반납 청원이 올라오자 찬성이 금세 30만건이 넘었다. 이런 분위기에 놀란 정치권에서도 세비 50% 기부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꼭 가릴 건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사회 각 분야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상부상조가 활성화된다면 반길 일이다. 

지금 공직자들의 할 일이 월급 반납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감염병이란 전례 없는 재난에 맞서 공직자들은 어느 때보다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능력 있고 헌신적인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월급 반납이 아니라 더 주고 싶은 게 시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월급값 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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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추위 지나 오늘은 날이 따뜻합니다

하늘이 낯을 씻은 듯 파랗고

나뭇잎이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소풍 나오려 합니다

긴 소매 아우터를 빨아놓고 흰 티를 갈아입어 봅니다

거울을 닦아야 지은 죄가 잘 보일까요?

새 노래를 공으로 듣는 것도 죄라면 죄겠지요

외롭다고 더러 백지에 써보았던 시간들이 쌓여

돌무더기 위에 새똥이 마르고 있네요

저리 깨끗한 새똥이라면 봉지에 싸 당신께 보내고 싶은 마음 굴뚝입니다

적막을 끓여 솥밥을 지으면 숟가락에 봄 향내가 묻겠습니다

조혼의 나무들이 아이들을 거느리고 소풍 나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씀바귀나물의 식구가 늘어났습니다

내 아무리 몸을 씻고 손을 닦아도 나무의 식사에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밤이 되니 쌀알을 뿌린 듯 하늘이 희게 빛납니다

아마도 당신이 보내주신 것이겠지요

잘 닦아 때 묻지 않게 간직하겠습니다

보내주신 별을 잘 받았습니다.  


이기철(1943~)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잠깐의 추위가 가고 백지와도 같은 볕이 환하게 들고 날이 좀 더 따사롭다. 파란 하늘은 씻은 듯 말끔하게 드러났다. 환복(換服)한 흰색 티셔츠나 깨끗해진 거울은 봄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혼자 먹는 조촐한 밥에도 향긋함이 묻어난다. 묵은 가지에서 새순이 나오고, 봄나물을 캐는 일에도 한가한 느낌이 있어 좋다. 밤하늘에는 별이 쌀알을 뿌린 듯 희고, 또 빛나고, 시인은 이 봄날의 생기와 청초(淸楚)함을 잘 간직하겠다고 말한다. 

시인은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라고 쓴 적이 있다. ‘첫 줄’은 모든 것의 앞쪽이다. 계절의 앞쪽은 봄이다. ‘첫 줄’은 마주 대할 때의 첫인사이고, 얼굴의 표정이다. 봄빛이 우리들 마음의 ‘첫 줄’이었으면 좋겠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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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지난 21일 9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주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0명 안팎이었다. 앞서 한 달 가까이 매일 수백명을 쏟아냈던 것에 비하면 확실한 둔화세다. 격리 해제자도 하루 200~300명씩 늘고 있다. 감염병 방역의 긍정적 신호들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확산이 멎은 게 아니라 확산세가 둔화됐을 뿐이다. 

집단감염은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승부처다. 지난 21일 하루에만 대구의 요양병원 5곳에서 모두 1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경기 군포의 요양원에서는 누적 확진자가 6명으로 늘었다. 집단감염은 병원뿐 아니라 교회·사업장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요양병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집단감염 사례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럽 등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해외유입을 막는 일도 시급하다. 신규 확진자 98명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15명으로 감염원은 대부분 유럽·미주다. 소규모 집단감염이라는 ‘내우’와 해외유입이라는 ‘외환’을 동시에 막아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부터 4월5일까지 15일간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기간’으로 설정하고 외출 자제를 호소했다. 집단시설의 감염 확산, 확진자 해외유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당부다. 아울러 정부는 22일 0시부터 유럽발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들어갔다. 종교시설, 실내체육시설, 콜라텍·클럽 등 유흥시설에는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제한 권고를 내렸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교회와 단체에 집회를 제한한 적은 있으나 중앙정부에서 종교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이용 중단을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부터가 코로나19 방역의 중대 고비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큰 불길을 잡고 잔불 끄기에 들어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남아 있는 불씨는 점화력이 강력하다. 불씨가 큰불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집단감염을 차단하고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진단, 자가격리, 확진자 치료 등 ‘의료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사망자는 110명으로 늘었다. 높아진 치명률(1.23%)을 낮출 수 있도록 중증환자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 시민들은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생활 방역’에 적극 동참하는 게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만과 방심은 금물이다. 긴장감을 갖고 마지막 방역에 전력해야 한다. 앞으로 보름 동안 ‘코로나19 전쟁’의 승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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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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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A씨가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한 이른바 '박사방'이라는 음란 채널에는 미성년자 등 여러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 영상과 사진이 다수 올려졌다. 연합뉴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범행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을 성적 대상물이나 유흥거리로만 취급한 반사회적, 반인간적 범죄에 누구라도 치가 떨릴 것이다. 주범뿐 아니라 이들이 유포한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시청·소지·유포하며 소비한 가담자들도 똑같이 엄벌해야 마땅하다는 분노도 들끓고 있다. 이런 악질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자·관리자 등 범죄집단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신상 공개 등을 포함해 최고 수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의 해당 대화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청원에 100만명 이상이 찬성했다. 당연한 요구라고 본다.

‘박사방’ 운영자 ‘박사’로 불린 20대 남성 주범 조모씨는 아동음란물 제작, 협박 등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경찰은 확인된 피해자 74명 중 16명이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조씨는 피해자들을 유인·협박해 불법촬영물을 찍게 하고 이를 3단계로 나눈 유료 대화방에 유포했다. 단계가 높을수록 입장료를 올리면서 공개 범위를 넓히는 수법이었다.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인 ‘박사방’의 동시 참여 인원은 최대 1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찰은 ‘박사방’에 올라온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도 검거해 엄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한 구경꾼이거나 호기심에 이끌린 가입자로 볼 수 없다. 성착취 불법촬영물이 유포되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기꺼이 입장료까지 지불한 적극 구매자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으로 가입하거나 구경만 했다고 해서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이 솜방망이 처벌만 받거나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현행법상 성인 성착취물을 촬영·배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경우는 처벌 조항이 없다.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소지했을 때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선진국의 징역 5~20년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이러니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하게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발견된 성착취물 공유방 60여곳의 참여자를 단순 합산하면 26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보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데 이런 범죄가 사라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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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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