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노총, 100만 조합원의 민주노총이 기로에 섰다. 사회적 대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김명환 집행부의 두 번 도전이 모두 실패했다. 결국 김명환은 사퇴했고, 정무직 실장인 나도 민주노총을 떠나 보건의료노조로 복귀한다. 실무에 깊이 관여했던 내게 많은 이들이 질문을 던진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한가? 민주노총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 첫 질문과 관련해 그것이 상당 기간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가 이 땅의 경제민주화와 노동존중사회 실현,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꼭 가야 할 길이라면 노정 모두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22년 만에 다시 시도한 사회적 합의는 실패했지만 가능성도 남겼다. 외형적으로 갈등 확산과 부결로 마무리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일천한..
나이 들면 습관을 만든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1주일 먹을 약을 책상 귀퉁이에 놓는다. ‘내가 약을 먹었나?’ 건망증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생물학적으로는 20대 중반이면 벌써 노화가 시작되지만 40대 중반쯤 노안이 나타나야 노화를 실감한다. 그때쯤이면 기억력도 깜빡깜빡하게 마련이다. 습관, 그것은 고집이자 행동 패턴이다. 침대 맡에 약봉투를 놓아두는 노인에게 식사 후 편안하게 약을 드시라고 약봉투를 식탁 위로 옮겨 놓으면 성질을 낼 수도 있다. “내 물건은 내 자리에 놔두라니까!” 이메일·홈페이지 비밀번호를 3개월마다 바꾸라는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해킹에 대한 안전불감 탓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패턴이 엉키면 헷갈리는 것으로 끝..
어느 작은 마을에서 18년째 아기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그 마을의 초등학교는 7년 전 두 명의 졸업생을 내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폐교됐다. 어린이가 없는 마을은 텅 빈 우물 같았다. 마을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바느질해서 인형을 만들고 폐교의 책걸상을 닦은 뒤 인형을 교실에 앉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흔 개가 넘는, 어린이 몸집만 한 인형들과 함께 운동회를 열었다. 70대와 80대의 주민들은 인형들의 손을 잡고 계주를 벌이기도 했다. 일본 남부 시코쿠섬의 산골마을 나고로에서 작년에 열린 인형들의 운동회 이야기다. 이 인형을 만든 일흔 살의 쓰키미 아야노는 마을에서 어린이를 못 보는 것이 안타까워 인형 아이라도 만들었다고 한다. 기이할 정도로 슬픈 장면이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 갈 일이 있었다. ..
개인적으로 두 가지 큰일이 있었다. 아침마다 환경뉴스 클리핑을 해왔는데 어느새 1000호를 기록했다. 기사를 쓰는 사람도 있는데 남의 글을 옮겨 보낸 걸로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셨다. 심지어 격려 기부금도 내주셨다. 아마도 가장 큰 격려는 기후재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대책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후원자들께 돈 내시라는 말만 하기가 죄송스러운 데다 나름 환경공부도 할 겸 매일 오전 6시에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3년이 다 되는 시간 동안 환경문제에 대한 나의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1000회 환경뉴스 클리핑의 소감은 ‘무섭다’이다. 기후위기가 놀라운 속도로 진행 중임을 연일 체감해서다. 어제 대전에선 자동차가 물에 둥둥 떠내려 갈 정도로 폭우가 내렸다. 부산에선 이 지역 1년 강..
참 수상한 여름이다. 여름이 그 계절 같지 않다. 더위와 장마가 뒤섞인 하루하루는 그대로지만 생활은 모두 엉클어진다. ‘여름, 방학, 휴가, 바다’로 설렘이 파도를 타던 그 여름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방학부터 그 ‘여름의 연상(聯想)’을 툭 끊어 놓는다. 무척 짧기도 하지만, 가족들마다 모두 다르다. 이전엔 학원 등 방학에도 멈출 수 없는 학습 부담 때문이었지만, 올해는 아예 엇갈린다. 막내는 8월 초부터 3주, 교사인 아내는 8월 초부터 2주인데, 고등학생인 둘째는 8월 중순이 되어야 방학이 시작된다. 공유할 시간이 턱없다. 그래서 휴가도 갈피를 잡기 힘들다. 잘 묻지도 않지만, “휴가는…”이라고 주변에 인사치레라도 할라치면 돌아오는 건 오히려 질문이다. “어디로 가야 좋을까요. 갈 수나 있나?” 한..
석 달 전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미래통합당 중진으로서 마음이 복잡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통합당은 주호영 의원님 표현대로 “큰 심판”으로 “폭망 수준의 참사”를 겪었죠. 이후 주 의원께서는 이전 지도부와는 다른 선택을 하셨습니다. “당 일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었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사과했고, 광주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드디어 보수당도 상식선에서 정쟁을 이끌어가려나 보다 하고 반가웠죠. 하지만 요즘 그 기대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장에서 “주체사상에서 전향했느냐”는 마녀사냥에 나선 태영호 의원을 두둔하셨죠. “근거 없는 색깔론은 잘못이지만 … 북한과 교..
변화무쌍한 세상사를 하나의 개념이나 지표, 일관된 이론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사, 우린 모든 걸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기를 꿈꾼다.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지금 같은 시기엔 더더욱 그렇다. 정치철학자였던 이사야 벌린(1909~1997)은 이렇듯 세상 현상을 거대 개념, 이론 등을 이용해 일관된 체계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고슴도치’에 비유했다. 아마도 어둡고 좁은 곳을 찾아 웅크려 있곤 한다는 고슴도치의 습성과 외곬으로 한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닮아서 그렇게 명명하지 않았나 싶다. 반대로 세상사란 게 여러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돌아가니 하나의 고정된 개념이나 이론체계로 모두 설명해낼 수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여우형’이라 칭..
“요즘 만나는 사람 없냐”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질문은 내 ‘구구절절 버튼’을 누르는 경향이 있다. 나는 몇몇 ‘구남친’들이 내 인생에 끼친 악영향을 구구절절 말한 뒤, 연애로 인한 에너지 낭비와 감정 소모를 더는 원치 않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규칙적인 운동과 취미생활에 쓰는 지금 삶의 질이 더 높으므로 웬만하면 앞으로도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를 맺었다. 그러자 다시 질문이 돌아왔다. “그럼 노후 대비는?” 나는 얘기가 왜 이렇게 흐르지 싶어 눈만 끔뻑이며 입을 다물었다. 선뜻 질문을 이해할 수 없으니, 즉각 답이 안 나왔다. 둘만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에 대화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고, 화제는 곧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제때 풀지 못한 의아함만이 나와 함께 남았다. ‘연애’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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