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대유행이다. 방역당국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상향조정했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의대생들은 의사국가고시를 거부한다고 선언했고, 대한의사협회는 3차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정부는 협상을 요구함과 동시에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 고소득 전문직의 파업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다. 여러모로 아슬아슬하다. 의료계와 정부가 갈등을 빚은 주요 원인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다. 그리고 그 핵심 주제에 지방의 의료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방의 필수과(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인력 부족을 근거로 정책을 펼치려 하고,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지방의 의..
판자촌 동네에 살던 지적장애 여성이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그녀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동네 작은 공원에 나가서 사람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공원에서 그녀보다 50살 정도 많은 한 남성이 접근해왔다. 그는 이 여성에게 심한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먹을 것과 선물을 사주며 환심을 얻는 데 성공한 그는 급기야 이 여성의 성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사건은 수사기관에 입건되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과 이야기하는 중에 나타났다. “둘이 사귄 것 같은데, 맞다면 고소를 취하하라고 피해자를 설득해 주세요.” 당황스러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으니, 헤어지고 둘이 나눴다는 안부 인사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내밀며, ..
적폐청산이 과거사마저 모두 청산한 듯한 착시를 일으키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는 1987년 8월 노동자의 평화시위를 보장한다던 경찰이 직격으로 발사한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다. 1983년 성균관대생 이윤성은 학생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징집됐다가 신군부의 녹화사업으로 희생됐다. 서슬 퍼런 신군부가 집권하는 동안 이들의 유족이 국가에 맞서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민주화보상법을 도입해 삼선개헌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다가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민주화운동 관련자’라는 명예를 부여하고 보상금도 지급했다. 그러나 그 보상금은 희생자와 가족이 겪은 피해를 회복시키고 고통을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이 재판상 ..
지난 광복절의 광화문 집회는 서울행정법원이 서울시의 집회금지 처분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강행되었다. 해당 재판부 판사의 해임이나 탄핵을 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8월30일 기준 33만명을 넘어섰다. 집행정지 사건을 다룬 신문기사의 인터넷 댓글을 보면 판사가 자신의 우파적 성향에 따라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판사가 법대로 내린 결정을 왜 문제 삼느냐는 주장도 보인다. 판사는 아주 내밀한 사이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관해 말하는 일이 없다. 대법관 후보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결같이 “보수도 진보도 아니며 오직 법에 따라 판단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판사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중립해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확정된 ..
마신 물이 다 눈물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늦은 지하철 안에서 깊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포유류가 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 경전 같은 소리였다. 절박하고 깊은… 태초의 소리였다. 삶을 관통한 어떤 소리가 있다면 저것일까. 일순 부끄러웠다. 나는 신음할 일이 없었거나 신음을 감추었거나. 신음 한번 제대로 못 냈거나… 그렇게 살았던 것이었다. 나는 완성이 아니었구나. 내게 절창은 없었다. 이제 내 삶을 뒤흔들지 않은 것들에게 붙여줄 이름은 없다. 내게 와서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은 모두 무명이다.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을 위해선 노래하지 않겠다. 적어도 이 생엔. 허연(1966~ ) 늦은 시간, 지하철을 탄 시인은 자리에 앉아 눈을 감는다. 하루 치의 피곤이 몰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지목되었다. 내 비늘이 약효가 있다는 거짓된 믿음 때문에 우리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연기를 피우고 숲을 파괴하며 우리를 끌어내린 뒤 잡아 죽인다. 내 비늘은 당신들 머리카락과 같은 성분이다. 하나만 알고 죽자. 이렇게 어리석고 무지한 게 인간이라면 짐승이란 말은 왜 필요한 걸까?” 지난 8월20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천산갑으로 분장한 김한민 작가의 동물 시국선언이다. 돼지, 멧돼지, 오리, 박쥐, 뱀, 사향고양이 등 17종 동물을 대신한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선언을 마친 뒤 죽음을 상징하듯 쓰러졌다. 행사의 제목은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었다. 질병X란 세계보건기구가 2018년 발표한 향후 대유행을 일으킬 미지의 바이러스를 지칭한다. 그런데 왜 ‘절멸..
2주 전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가치와 제도를 사랑하는 이들의 감동적인 고해성사 장이었다. 미국 학계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제도적 애국주의’라 부른다. 제도에 내장된 가치와 윤리규범을 존중하고 이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이성과 감정을 말한다.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는 아직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저소득층 백인들이 기성 제도를 증오하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잘 설계된 제도가 작동하던 ‘정상’ 시대로의 복원? 이미 건국의 시조들이 디자인한 근대 소프트웨어 자체가 금권과 거부권 정치, 그리고 자연 착취 시스템으로 변질되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의 선의와 윤리의식을 존경한다. 민주당 리더들과 콜린 파월 같은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라는 전체주의와의 절박한 싸움을 위해서 자유주의..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보호조치 필요 아동은 4047명이다. 이 아이들의 68%가 보호시설에 입소되고 32%의 아이들만이 입양 또는 가정위탁으로 보호조치됐는데 그중 1003명이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 아동권리협약에 의한 아동 최선의 이익의 원칙에 따라, 국가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방법이 입양이나 가정위탁이다. 보호조치가 필요한 아동의 상당수는 학대나 가정 해체 등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단기 보호대책인 가정위탁 보호가 절실하지만 위탁가정은 적다. 내 아이도 잘 키우기 어려운데 남의 아이를, 그것도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아동보호시설 영·유아 양육실태 및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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