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달간 시민들의 시선을 강탈한 두 사람의 싸움 때문에 왠지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한 듯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면에서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권의 수많은 공약 중 그나마 진전을 보고 있는 분야이다. 내년 1월1일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 국한하는 법이 시행된다. 최근 법무부는 각 고등검찰청에 꾸릴 영장심의위원회의 구체 내용을 입법예고했다. 검사가 특정사건에서 영장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 신청으로 심의위를 열 수 있다. 이 역시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한다. 결코 작지 않은 변화이다. 특히 영장심의위 설치는 박정희 정권 이래로 한국에만 있는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신청권을 반세..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이 생선이 싸고 가장 맛이 좋을 때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들은 서민들의 저녁 밥상을 지켜주는 든든한 국민 반찬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생선들은 누가 잡을까? 고기를 잡는 어부의 절반은 외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이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발간한 2019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선원 중 외국인의 비율이 원양어선의 경우 10명 중 7명(65%), 20t 이상 연근해어선의 경우 10명 중 4명(38%) 수준이다. 현재 일하는 한국인 선원들이 대부분 50~60대 고령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나라 어선원 중 외국인노동자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은 어떨까? 한마디로 ..

기도 끝으로 돌아가는 돌덩이가 있다 돌 속에서 꽃봉오리 같은 두 손이 불거져나왔다 합장한 손이라 했다 돌마다 손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은 듯 흔들리는 촛불같이 돌은 위태로운 손을 숨기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기도나 하고 있을 거니? 돌은 그때쯤 목소리도 낸다 놀란 손은 제 몸 전체를 다시 눈덩이로 뭉칠 듯이 손가락부터 갈퀴를 붙인다 돌에서 심장이 불거지기도 하고 둥근 배에서 발뒤꿈치가 솟아올라오기도 한다 돌의 태교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옆에 서 있던 돌사자가 사람같이 웃고 있다 나만 웃을 줄 모르는 돌 천수호 (1964~) 기도라는 말에는 인간의 간절함이 배어 있다. 쉽게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위태로운” 일이 촛불에 일렁인다. 더 이상 사람에게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신(神)에게 손을 내밀어 보지만 신은 ..
아이쿠, 오늘도 어김없이 지인들에게 욕먹는 소재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내가 참 싫다. 최근 여야는 인사청문회 ‘개혁’ TF를 구성해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는 안을 다시 논의할 모양이다. 사실 청와대 인사수석의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처럼 인사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 심지어 능력 있는 분들이 거의 6명 이상 고사하는 끝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를 임명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사소한 실수도 마치 파렴치범으로 매도되고 가족들까지 모욕을 당하는 원형 경기장의 무대에 누가 오르고 싶겠는가? 우리 인준청문회의 원형인 미국은 심지어 정쟁으로 1년간 인준이 계류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 집권 정당이 아닌 정의당도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국정을 고민하는 책임 있는 진보로서 비공개 도덕 검증을 당론으로 ..
소위 ‘가짜 뉴스’라는 허위조작정보의 규제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20대 국회부터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는 입법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사실 허위조작정보는 유언비어라는 이름으로 이전에도 있었다. 단지 지금은 유언비어가 더 빠르게 유통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유언비어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언론이 사회의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유언비어를 멀리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한다. 유언비어의 수나 전파력에서 그 하나하나에 대응할 방법이 사실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유언비어는 기존 언론을 신뢰할 수 없을 때 독버섯처럼 더 빠르게 자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언론은 언론 스스로 오보를 생산하는 현실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신입생 입학률,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교육부가 대학에 요구하는 핵심 지표들이고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국립대보다는 사립대가 더 챙기는 지표다. 입학 최종 합격자 중 몇 명이 등록했는지가 입학률, 전체 재학생 정원 중 몇 명이 등록했는지가 재학생 충원율, 전체 졸업생 중 진학자나 입대자를 제외한 사람을 분모로 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 들어간 사람을 분자로 해서 계산하는 것이 취업률이다. 기본은 신입생·재학생. 올해도 입학처의 비장한 당부와 함께 신입학 전형을 진행했다. 인구 절벽에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로 지원자가 급격히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교수들은 입학 면접 때 우수한 학생을 뽑으면서도 내심 나가지 않을 것 같은 학생이 누구일까 타진해본다. 전형이 끝나고 나면 교수가 직..
‘김진숙’. 내가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011년이다. 그녀를 떠올리면 ‘크레인 고공농성’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승리’가 연관 검색어처럼 자동으로 연상된다. 그녀가 309일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의 부당한 해고가 계속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최근 복직투쟁 과정에서 그녀에게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35년, 아니 한진중공업에 입사했을 때부터, 그 긴 세월 동안 그녀가 겪었을 무수한 차별과 폭력, 그 순간들에 느꼈을 분노와 좌절…. 그것들이 그녀의 몸 어딘가에 쌓여 질병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 한진중공업 최후의, 최장기 해고..
최근 항공업계의 화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문제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세계적인 대형 항공사로의 발돋움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1978년 미국은 항공자유화 정책을 단행했다. 주로 항공시장의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일련의 조치였다. 시장은 철저히 경쟁에 노출됐고, 신규 진입한 저비용항공으로 혼탁해진 시장은 가격 경쟁이 최우선 과제였다. 고급 수요층을 대상으로 하던 팬암과 같은 항공사는 쇠락해갔고, 인수·합병이 시장에 고개를 내민다. 항공시장은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며 일반 탑승자들의 운송 수단이 되어갔다. 마일리지 저비용항공, 그리고 ‘허브 앤드 스포크(허브공항과 지선)’를 통한 고객서비스가 더해졌다. 이번 합병은 영국의 IAG 등 외항사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시장규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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