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바꾼 것은 우리 일상만이 아니다. 식탁 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직장인은 재택근무,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을 하니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최근 ‘돌밥돌밥’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해야 하는’ 고충을 대변하는 말이다. 음식을 차리는 사람도 지치고, 직장인·아이도 집밥에 물릴 만하다. 반찬 시장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14일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하반기 반찬 매출은 상반기보다 21% 증가했다고 한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반찬류 매출은 전년 대비 28.9% 상승했다. 배달음식은 코로나19 초기부터 계속 호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집으로 음식을 배달시키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반면 점심과 저녁 시간 직장인들로 가득 찼던 도심 음식점의 상인들..

정용과 진만의 대학 동기인 상구는 일찍이 스물여섯 살 되던 해 벤츠 C200 쿠페를 부모 도움 없이 풀 할부로 구입한 진정한 카푸어인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작년 말까지도 계속 그 신세 그대로였다. “차는 말이야, 돈으로 사는 게 아니야. 그냥 용기로 사는 거지.” 정용과 진만은 가끔 그의 차를 얻어 타고 광역시 외곽까지 드라이브를 나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상구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상구는 그때도 하루 여덟 시간씩 편의점 알바로 일하고 있었다. 그렇게 버는 월수입 180만원 중 130만원을 차에 쓰고 있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겨울 파카를 새로 사본 적 없었고, 운동화도 딱 한 켤레만 사봤다고 했다. 만 30세 이하여서 차 보험료만 300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했다. “아니, 꼭 그렇게까지 차를 몰..
“결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 것, 그것이 권력이다.”(한나 아렌트) 연초 청와대가 탈정치를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강하게 부인하지도, 구체적으로 반박하지도 않았다. 단지 “검토한 바 없다”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만 했다. 언론의 넘겨짚기라 해도, 설혹 사실이라 해도 공개적으로 회자돼선 안 될 말이다. 청와대 탈정치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포기 선언이다. 대통령은 시대가 요구하는 모든 가치의 총화이자 국정의 최종 책임자다. 그런데도 이 중요한 역할을 놓겠다는 것 아닌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군림하겠다는 선포다. 권력의 정당한 위임이 정치라면, 정책은 가장 중요한 정치다. 그런데도 정책을 정치와 분리하는 발상은 입헌군주제 왕처럼 권위는 누리되 시민들 삶에는 관..
새해, 여전히 코로나19로 시달리지만 어디선가 ‘희망’을 보고 싶었다. 대통령의 신년사를 읽었다. 글은 ‘바람’으로 가득했고, 희망은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바람을 늘어놓는다고 희망이 생기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해야 할 것을 기억하고 실천할 때,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다. 그 다름, 새로움에서 희망이 움튼다. 희망은 그렇게 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바람은 희망이 아니라 근거 없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신년사에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한 반성이 없다. ‘사람이 먼저’라고, ‘노동 존중’이라 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게’ 하자는 법안을 껍데기만 남겨놓고 통과시켰다. 정부와 합작이다. 원래 국회에 제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을 빼..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관련 소식이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만들었다. 알려진 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아버지 김정일의 직위였던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었다. 반면 동생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제외되었다. 당 중앙위 위원 명단에는 여전히 이름이 올라있다. 하지만 당 직책이 종전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이 확인된 것도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이번 북한 노동당의 주요 당직 인사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점은 북한 외교의 미국통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은 당 국제부장으로 승진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대미 외교라인에게 핵 협상..
몰아친 한파에 아파트니까 괜찮지 않을까 방심을 한 것이 패착이었다.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사람 만나지 말라가 국시가 된 마당에 며칠 씻지 않는다고 큰 불편이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양치를 해도 이가 시리고 고무장갑을 끼었는데도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았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겨울에 온수 쓰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다가 이번 한파에 된통 당했다. 연탄보일러를 때던 시절에는 겨울에 씻는 일은 늘 고역이었다. 엄마가 아침마다 뜨거운 물 한 바가지를 세숫대야에 부어주면 고양이 세수를 했고 머리는 일주일에 한 번 감을까 말까였다. 그러다 연탄불을 갈지 않아도 되는 기름보일러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기름값이 무서워 겨울에는 온 식구가 한 방에 몰아서 지냈다. 온수는 아침에 잠깐 틀어 식구들 한꺼번..

20년 전 미셸 푸코의 첫 부분을 읽다가 모골이 송연해졌다. 프랑스의 대역죄인 다미앙에게 가해진 형벌의 묘사가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 살점을 떼어내고, 유황불로 태우며, 몸을 조각낸다. 인간의 신체적 약점을 이용해 고통을 극한까지 미분하는 형벌을 준 것이다. 책의 집필 의도와 달리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저런 운명에는 놓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은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의 아들인 홍천귀복의 최후다. 열다섯 살에 불과한 이 소년도 다미앙처럼 고통을 극대화시킨 형벌을 받았다. 신체적 고통이란 아이러니하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이 진화 과정에서 신체적 고통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멸종했을 것이다. 더 심한 신체적 고통을 발명한 종이 상처와 죽음을 더 잘 회피함으로써 결국 진화의 승..

‘운전자가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거의 굳어진 공식이다. 자동차는 부품 약 3만개의 복잡한 제품이다. 가느다란 전선 가닥 하나가 끊어지거나 합선이 돼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솔직히 제조사조차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물며 이를 소비자에게 입증하라는 건 무리다. 최근 이런 점을 반영한 전향적인 판결들이 조금씩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11월 BMW 급발진 사건 항소심에서 제조사가 유가족들에게 4000만원씩 배상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과속 범칙금 전력이 없는 60대 운전자가 시속 200㎞ 넘게 질주한 정황을 그 증거로 인정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급발진이 아니란 근거를 BMW가 제시하라’고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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