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이별의 풍경도 바꿨다. 장례식장은 한산해졌다. 상주가 장례 일정에 더하여 계좌번호를 함께 알린다.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어도 눈살 찌푸리던 사람들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낯설다. 그나마 임종을 지키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사망하면 장례조차 치를 수 없다. 사망 직후 화장터로 간다. 임종을 지키기는커녕 염습도 할 수 없다. 고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볼 기회조차 없다. 가족들마저 자가격리 중이라면 이별의 모든 과정은 생략될 것이다. 그 감정을 나는 차마 헤아릴 수 없다. 어디 사람과 사람의 이별뿐일까. 오후 9시 영업제한으로 사실상 술집에 갈 수 없고 카페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니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다. 일과 관련된 사람도 카톡이나 짧은 통화로 일 얘기만 할 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곳곳에서 ‘다른’ 대한민국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번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이다. 복지 분야에서 핵심 주제는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이다. 코로나19 재난에서 소득지원이 절실한 불안정 취업자들이 정작 소득보장 제도의 밖에 있다는 문제가 부각된 결과이다.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는 코로나19 재난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노동시장에서 불안정 고용이 늘어나면서 사회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방배동 모자 사건처럼 기초생활보장의 틈새도 여전하다. 알고 있었지만 방관해오던 문제가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지난 1년 내내 대안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우선 기본소득이 힘을 얻고 있다. 모두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을 더욱 상상하게 하였고 국회에는 내년부터 월 30만원..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이 지면을 ‘모두까기’로 채울 수도 있다.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얘기다. 4년 동안 체육회를 이끌어 온 이기흥 후보와 이에 맞서는 3인의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세간의 풍문을 들어봐도 그렇고 언론 보도를 봐도 그렇고, 4인 후보의 철학과 공약을 살펴보는 경우는 드물고, 온갖 험한 말들이 넘쳐나는 형국이다. 이에 편승하여, 그동안 뭐 하다가 선거에 뛰어들었느냐고 힐난할 수도 있고 지난 4년 동안 뭘 했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어쩌랴. 어쨌든 현재 입후보한 4인 중 한 사람이 선택받을 것이고, 그에 의하여 앞으로 21세기의 한국 스포츠가 전개될 터이니 우선 4인의 공약을 검토하는 것이 그래도 선거의 순기능에 부합하는 일이다. 어느 역사가의 말처럼, 냉소가 ..
‘민주적 리더십’을 생각할 때 두고두고 곱씹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2000년 8월7일, 김대중 정부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한 노 전 대통령의 취임사다. “여러분에게 쏟아지는 매는 제가 맞겠습니다. 일하십시오. 자신 있게 일하십시오. 일을 추진하다 생긴 실수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으면 그 모든 책임은 여러분이 져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민주적 리더십’이라는 다소 모순돼 보이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권한은 내리고 책임은 올린다. 리더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으니 현장에서는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리더는 현장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정무적 쟁점을 판단하고 큰 방향을 제시하며 조직을 이끈다. 여기서 핵심은 ‘민주적..
새해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될 공산이 크다. 여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21대 국회 ‘국교위법’ 최우선 처리 공약을 밝힌 후 현재 국회엔 국교위 설치법 4개가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신년사에서 국교위 출범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관련 법안 통과 후 연내 출범에 별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국교위는 교육정책이 정권에 휘둘려 왔다는 비판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립적이고, 일관성 있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자는 기구다. 2001년 보수 성향 교육단체인 한국교총이 초정권적 국교위를 처음 제안하고 이듬해 이회창 후보의 공약을 시작으로 대선 때마다 등장했다. 2017년엔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심상정 등 주요 후보 모두..
한 편의 영화를 빨리감기하여 휙휙 스쳐본 것만 같은 2020년이었다. 그런 가운데도 학교는 오랜 역사와 촘촘히 얽힌 시스템 덕분에 할 건 다 해야 학기가 마쳐지고 방학에 들어갈 수 있다. 해마다 학기말이면 교육과정 평가회를 갖는데 2020년에는 12월 중순부터 세 번에 걸쳐 일 년의 교육과정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 번은 학년을 중심으로 한 통합교육과정에 대한 평가, 또 한 번은 학교 운영 전반에 걸친 조직 진단을 겸한 평가, 마지막으로 학생·교사의 성장 이야기를 듣는 평가의 시간까지 세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평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 일단 그 시간이 즐겁고 감동적이었으며 구성원들 사이에 소통과 이해가 깊어졌고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무언가 가슴 안에 새로운 도전에..

지금도 그렇지만 나이키가 유행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스님들도 흰 고무신에 유성펜으로 나이키를 그려서 신고 다녔다. 나이키가 나오자 짜가 짝퉁 나이스가 뒤따라 나왔다. 변비에 고생인 할아버지는 변소에 앉아 신문을 죄다 읽는데 할매가 두드리면 “나 있수”. 나이키와 나이스, 아니 나 있수가 점령한 세계였다. 요샌 단어가 잘 안 떠올라 발전기까지 돌려도 무리. 일본에 여행을 가면 자주 듣는 말 무리 데스렷다. 캠핑복으로 인기인 파타고니아 상표가 생각 안 나고 파푸아뉴기니가 난데없이 쓩. 아 이건 더 어려운 말인데 떠올라. 생일 선물로 멀리서 파타고니아 털옷을 한 벌 보내왔는데, 거기 “바보들을 투표로 몰아내라(Vote the assholes out)”고 써 있네. 기업들의 슬로건을 믿지 않지만 이건 참 뜻밖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가르칠지 결정하는 교육과정 개편은 흔히 권력투쟁에 비유된다. 국어 교사들은 국어가, 수학 교사들은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사회나 과학도 필요하고, 음악·미술·체육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심지어 같은 과목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미·적분이 중요하다는 목소리와 기하·벡터를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교육과정에는 공동체의 비전과 발전 전략은 기본이고, 학문적 기득권과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보면 그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국가교육과정 개정 때 노동교육 요소를 반영하자고 6일 제안했다. 특정 교과만이 아니라 여러 과목에서 노동의 가치에 대한 비중을 강화하고, 취업이나 적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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