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8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처음 마주 앉은 지난달 29일부터 세면 불과 11일 만이다. 2018년에도 그랬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묵묵부답이었다. 12월11일 김용균씨 사망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뒤늦게 의욕을 보인 환노위는 불과 2주 만에 5차례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을 붙여 통과시켰다. 16일 만이었다. 정치권이 여론에 ‘등 떠밀려’ 속전속결로 나서는 패턴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노동계·시민사회 요구로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에 밀려 내내 후순위였다. 물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차례 넘게 ..
학대받다가 죽음에 이른 정인이 가해자인 양부모는 ‘기독교인’ 성찰하지 않는 종교는 허위의식 아이들 얼굴에 ‘표정’을 돌려주자 함석헌 선생은 우리가 세상에 온 것은 참얼굴 하나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 얼굴만 보면 세상을 잊고, 나를 잊게 되는 얼굴. 그 얼굴만 대하면 가슴이 큰 바다 같아지고, 남을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일어나는 얼굴, 마주 앉아 그저 바라보고 싶은 얼굴 말이다. 때로는 햇빛처럼 환하게 빛나고, 풍랑 속에서도 태산처럼 평안히 잠이 들고, 세상의 온갖 아픔을 짊어진 듯 통곡할 줄도 아는 얼굴이야말로 참사람의 얼굴이 아니던가. 신산스러운 삶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들끓던 욕망이 잦아들어 담담함에 이른 얼굴과 마주칠 때가 있다. 세월이 그의 얼굴에 새겨놓은 흔적을 바라보며 우리는 안..
지방대 사회학과 졸업 후 기자를 꿈꾸며 상경해 5년 넘게 인턴과 계약직을 전전하던 오수연은 ‘매일한국’ 인턴으로 입사한다.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지극히 평범한 그의 꿈이 깨진 건 “허접한 지방대 출신”을 팀원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편집국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동료 인턴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그를 탈락시키라는 편집국장 말을 우연히 듣게 된 오수연은 그날, 매일한국 홈페이지에 부고 기사 형태로 자신의 유서를 발행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청년 인턴 오수연의 죽음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턴기자 자살’ 소식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고, 추모 물결이 이어진다. JTBC 드라마 이야기다. 그의 죽음은 ‘기레기’라 자조하며 살던 한준혁 기자를 각성하게 한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었다. 장례식장..
새해 1월1일 0시, SNS에 새 메시지가 떴다. 거리 두기로 취소된 보신각 타종행사 대신 한강 위에서 펼쳐지는 드론쇼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누군가 새해 인사를 정시에 맞춰서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여니 한 청년 기후활동가로부터 연대서명을 촉구하는 선언문이 도착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는 그는 한국이 베트남에 짓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반대운동을 한다. “국내외로부터 수많은 비판과 철회 요구가 있었음에도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은 추진되고 있고, 2021년에는 첫 삽을 뜨게 됩니다. 이를 방조하는 한국이라는 국가가 부끄럽습니다. 2050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추진하며 모순적인 행보를 보인 기후악당 한국정부, 말로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붕앙-2에 참여한 ‘탄소오적’, 한국전..
작년 2월19일 발생한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는 종합병원 정신의학과 폐쇄병동에 20년 넘게 갇혀 산 환자였다. 여드레 뒤 27일자 내 칼럼은 이렇게 이어진다. “현재 폐쇄병동 환자 102명 중 101명 감염, 7명 사망. 장애인과 노인 등 집단수용시설에 대해 보건당국은 봉쇄와 감금을 핵심으로 하는 ‘코호트 격리’ 고수. 예천 ‘극락마을’, 칠곡 ‘밀알사랑의집’,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 등 집단수용시설에서 확진 판정 이어지고 있음.” 그로부터 약 320일간의 혼돈을 지나 3차 대유행이 좀 수그러든다 하고 백신과 치료제가 곧 나온다고 하는 새해 벽두다. 쓸모와 비용을 기준으로 공리(公利)를 타산하는 생체권력에 의해 공(公) 바깥 집단거주시설에서 봉쇄·감금·폐기되는 존재들의 상황은 갈수록 참혹하다. 11..

챗봇은 채팅로봇의 줄임말이다. 사용자와 문자나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컴퓨터 프로그램 또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미 주위에 흔하다. 쇼핑몰·은행 등 사이트의 회원 가입, 상품 소개, 불만 접수가 채팅창에서 이뤄진다. 말귀 알아듣는 휴대전화나 인공지능 스피커에도 수시로 말을 건다. 빅데이터·기계 학습·자연어 처리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점점 더 사람이 응대하는 것과 비슷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소통하며 학습·판단하고 사회적 행위를 표출하는 것이 익숙해진 세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3월23일 공개했다가 16시간 만에 접은 챗봇 ‘테이’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18~24세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트위터 대화용으로 개발됐으나 사용자들이 인종차별, 성차별 ..
아동학대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 사회적 공분과 대책 요구가 빗발치곤 한다. 특히 SNS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해시태그를 이용해 분노를 공유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행동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인아 미안해’는 미루어져 왔던 아동학대 관련 법안에 대해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해시태그 운동은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문제를 다뤄왔던 방식이 지닌 한계 역시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동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참혹한 비극이 발생하면, 시민들이 공분하고, 관련 보도가 폭증하고, 갑자기 입법이 이루어지거나 정부대책이 발표되는 일련의 과정이 그것이다. 아동학대 보도 방식의 문제도 여전하다. 학대 상황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자세..
펀드를 한 적이 있다. 적금을 넣으러 갔더니 은행 창구 직원이 펀드를 권했다. 저축은행이 투자은행으로 변신하여 개인들에게 펀드와 보험을 팔고 카드와 대출을 권하던 시기였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다달이 납입해서 만기에 찾는 방식은 같지만 이자가 좀 더 높을 거란 말에 그냥 ‘펀드로 해주세요’라고 했다. 몇 년을 모아 만기가 도래하고 보니 당초 1000만원을 모을 생각으로 부은 돈이 1200만원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마술에 홀린 것 같았다. 창구 직원은 ‘재테크’를 권했다. 목돈을 깨면 써버릴 것 같아 반신반의하면서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돈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겁이 날 정도였다. 은행에서 받아온 투자안내서에 적혀있던 ‘브릭스(BRICs)’라는 글자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 Total
- 5,625,291
- Today
- 342
- Yesterday
- 1,181
- 우병우
- 자유한국당
- 박정희
- 사법부
- 양승태 전 대법원장
- 북핵
- 교육부
- 북한
- 김기춘
- 문재인 정부
- 검찰
- 세월호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 미세먼지
- 블랙리스트
- 박근혜
- 헌법재판소
- 탄핵
- 촛불
-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 최순실
- 국정농단
- 촛불집회
- 황교안
- 정유라
- 새누리당
- 성폭력
- 문재인
- 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