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명칭을 주의 깊게 읽어주기 바란다.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다. 국회에 제출된 중대재해 관련 법안 모두(국민의힘 발의안까지) ‘기업’을 명시했음에도 최종 의결된 안에선 ‘기업’이 행방불명됐다. 법률의 명칭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법의 취지, 정신, 적용 대상 등을 포괄한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다르다. 법률 내용이 정의당 안은커녕 민주당 박주민 의원 안에 비해서도 후퇴한 건 당연한 결과다. 여야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3년간 적용을 미루고,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범위에 ‘안전보건 업무..
일부 이용자들이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성희롱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AI에 대한 성희롱’이란 생소한 문제로 시작, 이루다가 동성애·장애인 혐오 및 성차별까지 학습한 것으로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AI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시대에 사회가 AI의 윤리 문제를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루다를 개발한 스타트업 ‘스캐터랩’은 11일 서비스 잠정 중단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못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듯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지난 8일 “사람들은 또 기발한 방법으로 부적절한 대화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낼 것이다. 그럼 그걸 또 학습 재료로 삼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이루다는 점점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법을 배워갈 것”이..

오랫동안 엘리엇 페이지(개명 전 엘렌 페이지)는 나에게 ‘주노’로 기억됐다. 열 여섯 살에 흥미삼아 친구 블리커와 섹스를 하고 그 결과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소녀. 한국이라면 인생이 끝장날 것 같은 상황이지만 영화 의 전개는 그렇지 않다. 임신테스트를 위해 2.3ℓ의 오렌지 주스통을 손에 들고 끊임없이 들이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에서 주노는 임신을 확인한 후 임신중단을 결심한다. 임신중단을 위해 여성센터를 방문하지만, 그곳에서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친구로부터 “아기에게도 손톱이 있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다. 주노는 아이를 낳은 뒤 양부모에게 입양하기로 결정한다. 주노는 용기를 내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는데, 여기서도 예상밖의 전개가 펼쳐진다. 부모는 혼절하거나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대신 담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아폴로 신의 저주를 받아 불길한 일들을 정확하게 예언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언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는 인물을 비유적으로 일컬을 때 수시로 호명되곤 한다. 카산드라는 정치권을 오가는 ‘폴리페서’보다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꾸준히 내면서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는 ‘공공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 교수가 대표적 ‘21세기 카산드라’이자 공공지식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참사를 예언하는 카산드라 군단들이 곳곳에 있다. ‘정책의병(政策義兵)’들은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논문, 그리고 각종 정책보고서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발신하고 ..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산에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호재를 만난 듯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인권’을 공격무기로 꺼내 들었다. ‘재소자 인권을 강조했던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가 맞나’ ‘선택적 인권 의식’ ‘인권 감각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후진국 수준’ 등.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된 언론기고문도 끄집어내 그 당시 갈수록 악화하는 재소자 인권을 지적했음을 환기했다. 맞는 지적이자 비판이다.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최우선시해 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수치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면서 재소자들이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으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집단감염뿐만이 아니다. 무더위에 열사병으로 죽어 나가고, 지난해 5월 부산구치소에서는 의료진이 없어 제때 진료받지 못한 정신질환 수용자가..
부쩍 청년과 주식이란 단어를 같이 쓰는 글을 자주 본다. 아마 비트코인 가격 폭등 때부터였을 거다. 각종 코인을 포함해 청년 세대가 주식 투자 등을 자본증식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뜻의 ‘빚투’라는 단어엔 그런 우려의 시선이 담겨 있다. 위험한 투자를 즐기는 청년들의 자본증식 방식과 소비패턴이 걱정될 만도 하다. 물론 나에게도 주식 투자는 남의 일이다. 돈이 돈을 벌고, 내 자산의 정도가 성과의 크기를 결정하는 생산(?) 방식은 어쩐지 싫다. 하지만 주변의 주식에 투자하는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주식 투자는 세간의 우려처럼 ‘위험한’ 외줄 타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내가 공부한 만큼 벌 수 있어서..

목욕 후 거울 앞에 서 있는 낯선 나를 보았습니다. 헬스장도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늘어나는 것은 식탐과 몸무게뿐입니다. 마스크 쓰면 숨차서 힘들다는 핑계로 운동도 안 하니 그나마 붙어 있던 근육들은 살이 되어 출렁출렁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흘러내리는 살에 충격받아 큰맘 먹고 운동하러 나가보지만, 엄청난 추위와 미끄러운 눈길, 입김으로 가려져 뿌옇게 된 안경, 답답한 마스크 이 모든 것들을 핑계로 금방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흘러내리는 살들을 부여잡고 다시 예전처럼 마음껏 숨 쉬며 땀 흘리며 소리치며 달려보고 싶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고위공직자를 선임할 때 언론이 소홀히 하는 것이 성향 분석이다. ‘하마평’에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은 ‘마당발’ ‘두주불사’ 등 생활 태도나 학연·지연 등 인맥에 관한 것들이다. 인사청문회 때는 도덕성 검증에 몰두한다. 정파 언론이 반대 정파 후보를 낙마시키는 데는 도덕성 검증이 제일 잘 먹히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공직자의 정치 성향과 정책 지향인데 언론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집권세력 관점에서는 ‘인사 참사’에 해당하는데, 원인은 지독한 검찰주의자인 그의 성향을 꿰뚫어보지 못한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치고 나오자 당원과 의원 상당수가 배신감을 토로했는데 나는 그게 의아하다. 그는 원래 보수성향 인물인데 압도적 표차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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