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2일은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참사를 계기로 새로운 변혁의 주체들이 한국 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쇠사슬을 온몸에 감은 채 지하철 선로와 버스를 점거하며 이동권을 주장하는 중증장애인들 말이다. 그들에게 쇠사슬은 ‘장애인차별철폐투쟁가’의 가사처럼 “수십 년 세월을 골방에 갇혀 시설에 처박혀” 살아가도록 만드는 이 세계의 억압을 상징했다. 동시에 그 비장애중심주의적 세계를 자신의 몸과 연결해 한 뼘씩 이동시켜내는 무기이기도 했다. 20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기도 했고, 바뀌지 않기도 했다. 대다수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이 도입되었지만, 대도시 이외 지역의 이동권은 처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
어제의 미련에 생각이 머물면 오늘을 온전히 살 수가 없는 것 우리는 많은 불빛 켜놓고 살아 진정한 삶마저 가린 것 아닌지 마음 내려놓아야 선명히 보여 새벽예불을 나서는데 달빛을 받은 기와지붕 위에 소복이 내린 하얀 눈이 반짝입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합니다. 눈 내리는 날 하늘은 푸른 바다처럼 깊고도 별이 더 초롱하다는 것을 가슴 시리도록 좋아했습니다. 마당에도 마치 별들이 밤사이 내려온 듯합니다. 이제 하룻밤만 더 자면 30년을 가꾸어 온 미황사를 떠나 또 다른 수행처를 찾아 걸어가야 합니다. 함께했던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사실 나는 새로운 희망의 일들을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는데 사람들은 벌써 과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까맣게 잊은 이야기들이 문득문득 찾아온 이들의 말에서 튀어나..
작년부터 주변의 작가들을 만나면 인사치레처럼 나누던 말이 있다. “유튜브 안 하세요?” 하는 것이다.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튜브 방송을 해 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해야 할 사람이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누구나 하고 있는 것 같으니 하지 않으면 괜히 뒤처지는 마음이 되거나 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우리 대리운전이나 할까…” 하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그 ‘~이나’의 계보를 유튜브가 이어받은 듯하다. 물론 두 노동이 가진 무게감은 다르지만. 작가들 중 자신있게 “네, 저 유튜브합니다”라거나 “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 주변에서는 그랬고, 실제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에서도 작가들은 거의 검색되지 않았다. 저마다 이유가 있을 테지만, 대개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라는 반응이었다..

은 2016년 8월 일본 인공지능(AI) ‘제로’가 쓴 소설이다. 전자책으로 공식 출간돼 정가 800엔에 판매됐다. 19세기 일본 사상가 2명의 저서와 자료를 딥러닝(학습)해 썼다고 한다. 2018년 10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AI 화가가 선보인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43만2500달러(약 5억원)에 팔렸다. 낙찰 예상가보다 40배 이상 높았다. 프랑스 AI ‘오비어스’가 14~20세기 초상화 1만5000여점을 학습해 새로 그린 작품이었다. 얼굴인식·자율주행·반려로봇 등을 통해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AI 기술이 예술과 창작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소설·시나리오 쓰기, 그림 그리기뿐 아니라 음악 분야에도 성큼 다가와 있다.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직접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
초등학교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금 모으기 운동을 하러 주택은행에 갔던 기억이 또렷하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신 금 모으기 운동으로 화제였고, 나는 국가를 위해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 같은 뿌듯함이 있었다. 그러나 IMF를 극복하기 위해 통과된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 활성화와 같은 일들은 국난 극복을 위해 금 모으던 많은 시민들을 배신했다. IMF는 끝났으나 사라진 일자리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공익근무를 하면서 나는 금 모으기 운동의 패물이 된 것 같다고 느꼈다. 군인은 군인대로, 공익은 공익대로 사회에서 편리하게 쓰였다. 값싸고 젊은 인력들은 제대로 된 대우도 없이 사회에서 기피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고는 했다. 현역 군인들은 재해만 일어나면 수시로 동원되는 자원이었으며, 공익들은 현역 근무에 부적합한 신체적·..
2월2일은 ‘세계 습지의날’이다. ‘람사르 협약’ 사무국에 따르면 습지는 지구 표면의 약 6%를 차지한다. 다양한 동식물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습지는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줄이고 오염을 정화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습지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습지는 ‘탄소 먹는 하마’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온대기후의 울창한 숲은 1년에 1㎡당 약 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습지는 흡수량이 1㎏을 넘는다. 특히 바닷가 습지는 2~3㎏을 흡수한다. 습지(Wetland)는 ‘축축한 땅’을 뜻한다. 지리상으로 보면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뉜다. 한국은 서남해안에 굴곡과 갯벌이 발달되어 있어 습지 최혜국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간척과 매립이 지속되..
이 지면에 칼럼을 게재한 지 꼭 4년이 되었다. 2017년 1월, 대통령 탄핵으로 주말마다 수백만의 인파가 광화문에 집결하던 때였다. 다른 때였으면 원고 청탁을 거절했을 것이다. 때에 맞게, 좋은 글을, 규칙적으로 쓴다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날 청탁을 수락했던 것은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던 함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함성 때문에 더욱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있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그리고 장애인수용시설의 폐지를 요구하며 5년째 광화문 지하를 지키던 사람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서 결심했다. 이 지하 농성장의 볼륨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싸구려 앰프라도 되어야겠다고. 그해 가을, 농성은 마무리되었다.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
최근 법원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하 제품)을 제조, 판매한 애경과 SK케미칼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제품들이 폐 손상, 천식 등을 일으켰다고 볼 만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피해자들의 확실한 개별 인과를 철저히 외면했다. 법원은 CMIT/MIT 화학물질의 독성 평가, 호흡기 흡수, 호흡기로 흡수된 이들 화학물질이 폐포까지 도달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 등 각각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과학의 크고 작은 불확실성과 한계를 무죄의 증거로 사용했다. 판결문 전체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격으로 가득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피해 질환 규명과 판정 방법, 조사, 연구 등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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