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마녀사냥은 15~18세기의 광범위한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웃들의 신고로 붙잡힌 마녀들은 특별재판소에서 이단심문관에게 죄를 추궁당하는 과정에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죽거나 살아남더라도 처형되기 일쑤였다. 마녀를 가리는 기준은 야간 집회인 ‘사바트’에 참가했는지 여부였다. 사바트에서는 악마숭배, 유아살해, 인육섭취 등이 저질러졌다고 당시 사람들은 믿었다. 마녀사냥의 극성기인 1560~1660년대는 종교개혁이 한창이었다. 종교개혁의 거센 도전에 위기감을 느낀 가톨릭 교회는 중세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마녀재판과 마녀사냥에 매달렸다. 흑사병을 비롯한 감염병, 경제위기 등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는 데 마녀사냥은 안성맞춤의 제의(祭儀)였다. 마녀사냥으로 대표되는 희생양 찾기는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되..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걸 삼켜버린 듯하다. 경제가 멈춰 서고 거리의 상점과 음식점엔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문화행사와 공연이 취소되고 전국 학교에서도 학생들 모습을 보기 어렵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축제도 미뤄졌다. 코로나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풍경들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데 바이러스 하나로 왜 이런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근원을 찾아가 보면 결국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다. 성장이란 이름으로 마구잡이식의 자연 생태계 파괴와 환경 훼손을 자행한 결과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에 따르면 1만여년 전 야생동물의 가축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인간사회에 전염병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벨탑을 향한 끝없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자연의 영역을 범(犯)해온 결과이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북극 빙하가..

30여년 전의 일이다. 1988년 12월, ‘내재적’ 북한연구 방법을 제기한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나의 짧은 글은 많은 논쟁을 낳았다. 이를 계기로 해서 북한연구에 활력도 생겼지만 일부에서는 단순히 북한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소련이 해체되었고 중국에서도 톈안먼 사태가 발생, 지구적 범위에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완전 승리를 구가하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담론이 풍미하는 분위기 속에서 내재적 연구 방법은 대상이 바로 북한이었기에 예외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회주의 대국이 해체되거나, 아니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작고 낙후한 북한이 결코 더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었다. 단지 그 시기가 언제 올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하..

‘우보만리’라는 말이 있다. 느릿한 소걸음이지만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일의 완수는 속도보다는 성실이 관건이라는 통찰이다. 다만 굼뜸이 문제일 수 있다. ‘빛의 속도’가 상품뿐 아니라 삶의 경쟁력으로도 운위되는 시절이어서 하는 말이다. 우직한 소걸음에 무언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과연 무엇이 더해져야 소걸음이 21세기 디지털문명 시대에도 쏠쏠한 밑천이 될 수 있을까. 공자는 나이 예순에 예순 번 변하였다. 처음에 옳다고 여긴 바를 나중에는 그르다고 여겼으니, 지금 옳다고 여긴 바는 59년 동안 틀리다고 여겼던 바일 것이다. ‘우언’ 편에 실려 있는 장자의 증언이다. 그에 따르면 공자는 해마다 한 번꼴로는 자기 사유를 바꾼 셈이 된다. 곧 공자에게 한 살을 더 먹는다 함은 한 번 더 변한다는 의..
미국의 휴일은 각 민족, 또는 각 인종 간 힘겨루기의 결과다. 전통적 연말 인사인 ‘메리 크리스마스’가 ‘해피 홀리데이즈(Happy Holidays)’로 바뀌기까지는, 12월에 유대교와 아프리카의 휴일도 있는데 기독교의 성탄절만 언급하면 안 된다는 유대인과 흑인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문을 닫는 날은 신년이나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단 9일인데 그중 하나가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MLK day)’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이 중요한 휴일로 인정된 것은 물론 흑인들의 투쟁 결과다. 이탈리아인 중심인 ‘콜럼버스 데이’는 연방 공휴일인데도 주식시장은 쉬지 않는다. 미국의 중요 가치, 즉 포용성과 다양성이 표면적 이유지만 마냥 휴일을 늘릴 수는 없다보니 그 속내에는 ..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진성은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는 “나만 뉴페이스”라고 자부했다. 실제 박원순 시장을 탄생시킨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조연 인물들이 여야 간판만 바꿔 달고 다시 등판했다. 여야의 유력 후보(더불어민주당 박영선·우상호, 국민의힘 나경원·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가 죄다 10년 전 선거에 등장했던 ‘그때 그 사람들’이다. 달라진 건 열 살이 더해진 나이뿐이다. 한국 정치의 지체를, 세대교체와 충원의 실패를 이토록 강렬히 증거하는 선거 대진표도 없다. 등장인물이 도로 그들이라면, 주제와 시나리오라도 혁신적이어야 새로운 선거 드라마가 전개될 터인데 무망하다. 단일화에 목매는 야권의 시나리오는 그대로이고, 주제도 개발과 토건, 부동산 일색이다. 낡고 ..
신상의 변화로 새로운 집을 찾는 중인데, 소문으로 접하던 부동산시장의 살풍경을 온전히 체감하고 있다. 아파트값 10억원은 더 이상 강남이나 강북 노른자위 지역의 일이 아닌 지 오래다. 변두리의 소형 아파트도 7억~8억원이고, 교통과 생활 여건이 무난하면 10억~15억원이 되어 있다. 서울 부동산 급등의 도미노 여파로 직장 가까운 경기도의 아파트 단지도 신축은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부동산 앱을 검색해가며 발품을 팔고 있지만, 온라인 정보보다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세상 탓인지, 내 탓인지 자괴감이 밀려온다. 한동안 거칠어지던 마음과 정신 줄을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 불가해한 현실이 그저 나의 부족함을 탓할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오랜 기간 대기업에서 일을 했고 현재는 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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