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 ‘수호랑’은 귀여운 백호(白虎)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1988 서울 올림픽 때 ‘호돌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물인 호랑이를 선정한 것이다. 그때 호랑이 대신 진돗개로 마스코트가 바뀔 뻔했던 일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마스코트 선정 마감 두 달 전에 진돗개로 바꾸라는 긴급지시를 내린 것이다. 조양호 평창 대회 조직위원장과 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이 부랴부랴 스위스로 날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 통사정했지만 마스코트 변경은 끝내 불발에 그쳤다. 1896년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마스코트가 처음 공식 채택된 대회는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이었다. 그 대회 마스코트는 독일 사람들이 많이 기르는 개 닥스훈트를..

무려 다섯 개의 전철 노선이 감싸안으며 가로지른다. 상인 포함 약 15만명이 상주하고 하루 유동 인구가 100만명을 넘는 곳, 2호선에서 내리면 10m 거리, 조금 멀다 싶어도 6호선 신당역에서 5분이다. 수십대의 노선버스가 교차하고 택시들이 24시간 왕래하는 곳, 바로 여기에 운동장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프로야구가 열리고 K리그가 열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의 작렬 순간을 만끽한 후, 동대문 일대에 실핏줄처럼 연결된 수많은 문화공간으로 흩어지는 풍경, 이런 상상을 그곳에 갈 때마다 한다. 동대문운동장 이야기다. 어느덧 15년 가까이 흘렀다. 2007년 12월13일 새벽,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 공사에 돌입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서울’ 정책에 따라 1925년 개장 이래 경성운동장, 서울운..
백악관을 배경으로 하는 정치 미드 에는 미국과 인도가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은 이 협정에서 3만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만, 그 대가는 1만7000개에 달하는 미국 내 개발자를 해고하고 인도 현지의 저임금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비서실 차장이 ‘해고’에 반발하자 비서실장은 “1만7000을 잃는 대신 3만을 얻는 것”이라고 시큰둥하게 말한다. 그때 차장이 하는 말. “사람들이에요. 추상적으로 말하지 마세요.”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운동 중 편의점과 대학교에서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의 야간노동에 대한 고충을 들었다는 박 후보가 점주에게 ‘야간 무인편의점 운영’을 건의했고, 번역 일자리가 적어서 걱정된다는 통·번역 대학원 학..
호재(가명)는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 행동이 먼저 나오고 장난이 심했다. 수아(가명)는 호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수아가 학교에 가기 싫어해서 수아 엄마는 담임 교사를 찾아오기도 했다. 어느 날 하교 시간,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교문이 복잡했다. 운동장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아이들 중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호재가 장난감 삽을 빼앗아 수아를 향해 던지듯 팔을 드는 순간, 수아 엄마가 뛰어와 호재를 밀쳐내며 호통을 쳤다. 나중에 온 호재 엄마는 어린애한테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니냐며 소리쳤다. 많은 학부모에게 둘러싸인 두 어머니는 감정이 폭발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학교 보안관의 중재로 싸움은 멈췄으나 어머니들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수아 엄마는 호재에게 당한 일들을 ..
‘LH 분노’가 한 달째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하루하루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온갖 새로운 비리 유형과 비판, 대책이 어지럽게 쏟아진다. 이 속에서 필자의 눈은 줄곧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좇고 있다. 단언컨대 부동산 투기 근절의 가장 효과적이고 상징적인 돌파구는 국회의원 300명과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전수조사’다. 그러니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래서 전수조사는요?”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LH 사태는 기본적으로 신뢰의 붕괴다. 말끝마다 신뢰와 공정을 내세웠기에 정부와 공공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컸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 공복이라는 이들이 그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가능한 최대한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겨왔다는, 믿고 싶지 않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돈 되..

걷는 순서로 존 레넌과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 그리고 조지 해리슨. 런던에 있는 애비 로드(Abbey Road) 횡단보도를 걷는 앨범 재킷 사진을 한 번쯤 봤을 게다. 이 거리는 나도 딱 한 번 방문. 마침 지나는 행인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직업 사진가라며 솜씨 발휘. 아주 잘 찍어주었는데 보통 자기 낯짝이 담긴 사진을 어디다 전시하랴. 외장 하드 어디에 틀어박혔는지 찾을 길도 막막해. 동명의 음반은 근처 음반사에서 녹음되었고, 조지 해리슨의 저 유명한 대표곡 ‘섬싱’이 여기 실려 있다. 면사무소 옆 초등학교엔 횡단보도가 있는데 느림보 거북이 되어 차들이 지나가고, 아이들은 군것질하러 마트로 달려간다. 멀찍이서 엄마 아빠가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곤 한다. 면 단위에 학교가 남아 있는 게 신기하고 ..
요며칠 주변 사람들의 화제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인상이었다. 나름 정책실장의 활동을 오래전부터 접해온 사람들이라 의아하고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처신도 문제지만 ‘자신의 전세금 인상액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렸다’는 해명이 불편했단다. 집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인상 행진에 참여하면서 그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태에 대한 한탄이다. 대통령도 곧바로 정책실장을 경질한 걸 보면 심각성을 크게 느낀 듯하다.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하고 대한민국이 부동산으로 나뉘는 새로운 신분사회가 되었다며 적폐 청산을 거듭 천명했다. 국회도 부동산 투기에 무기징역까지 적용하는 법률을 의결하였고, 과거 투기 이익까지 몰수하는 법안마저 논의하겠단다..
이와이 슌지가 오랜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 가 이와이 슌지의 겨울이라면 봄은 다. 나는 이 영화를 봄이 되면 꺼내 보곤 했었다. 오프닝부터 휘날리는 벚꽃을 보며 여행이 곁에 있던 시절의 일본을 생각하곤 했다. 그 언젠가 처음 가본 요코하마의 흐드러지는 벚꽃을 떠올리곤 했다. 그 시절엔 봄마다 벚꽃을 보는 문화가 우리에게 널리 퍼지지 않았으니, 상춘객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골판지집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도 벚꽃나무 아래서 일요일의 봄을 즐기고 있었다. 계절과 자연이 주는 여유란, 낭만이란 모든 이에게 공평하다 생각했다. 항구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야무졌다. 하얀 꽃잎은 별처럼 흩날렸다. 짧은 며칠 동안의 일정을 취소하고 나도 그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한참을 벚꽃과 상춘객의 풍경..
- Total
- 5,769,623
- Today
- 895
- Yesterday
- 1,422
- 교육부
- 미세먼지
- 성폭력
- 새누리당
- 세월호
- 코로나19
- 블랙리스트
- 촛불집회
- 북핵
- 정유라
- 양승태 전 대법원장
- 김기춘
- 사법부
- 자유한국당
- 헌법재판소
- 최순실
- 문재인 대통령
- 북한
- 황교안
- 우병우
- 박정희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 문재인
- 청와대
- 박근혜
- 검찰
- 문재인 정부
- 탄핵
- 촛불
- 국정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