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명함 스캔본 또는 이력서, 개인정보 활용동의서. 논문 심사를 했더니 심사비를 지급한다며 개인정보를 요청한다. 별생각 없이 보내려다,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내 개인정보를 알려주자니 왠지 찜찜하다. 심사비 안 받을 테니 봉사한 셈 쳐달라고 했다. 더는 연락이 없다. 얼마 전 동료가 들려준 에피소드다. 현장 연구를 위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전화가 왔다. 교인 수첩을 만들려고 하니 주소, 전화번호, 직업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당황한 듯 같은 교인끼리 그것도 안 알려주냐고 되물었다. 교인 수첩이라고 교인만 보라는 법이 어디 있냐고 맞받자, 별 까탈스러운 사람 다 있다며 투덜댔다. 치과에서 흔히 겪는 일 하나. 한 달 전 예약이지만, 손님이 많은지 이..
아르헨티나 정부는 1964년에 캐나다로부터 비버 50마리를 수입해서 ‘티에라델푸에고’(Tierra del Fuego)라는 남쪽 끝 섬에 방목했다. 캐나다 서식지와 비슷한 이 섬의 울창한 숲에서 비버를 키워서 비버 모피산업을 육성할 목적이었다. 그런데 기대와 정반대로 비버 방목은 티에라델푸에고 국립공원의 울창한 숲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북미지역과 달리 비버의 천적인 곰이 없었기 때문에 비버의 개체 수는 급속히 늘어났다. 비버는 나뭇가지 등으로 집을 만들고 나무껍질을 먹기 위해 나무의 밑동을 갉아서 나무를 쓰러뜨린다. 그런데 북미와 달리, 남미의 많은 나무들은 잘린 밑동에 묘목을 심어 나무를 재생시킬 수 없었다. 따라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비버가 훼손한 삼림은 회복 불능한 상태가 되었다. 천적의 존재..
우리나라에는 농업유산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가 있다. 2013년 청산도 구들장논이 제1호로 지정된 이후 올해 강진 병영성 연방죽이 제16호로 지정되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역사성, 생계 유지, 고유 농업기술, 전통농업 문화, 특별한 경관, 생물다양성 등을 고려하여 지정한다. 국가농업유산보다 상위 개념인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도 있다. 세계농업유산제도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02년 도입하였다. 전 세계의 전통농업은 생물다양성 파괴, 문화다양성 상실, 빈곤과 인구 증가, 부적절한 개발계획 등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위협요인으로부터 전통농업을 보전하기 위해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지속가능개발 세계정상회의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가 도입되었다. 200..

어느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배석판사와 밥을 먹으면서 가족 중에 법조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남편이 변호사라고 답하니, 그러면 법조인은 없느냐고 되물었다. 사전을 뒤져보면 변호사는 법조인이 아니다. 재조(在曹)에서 조는 나라, 관직이란 뜻이고 재조는 관리라는 의미가 된다. 재야(在野)는 관직을 그만뒀거나 거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재조 중에 하나가 법조(法曹)다. 따지자면 판사나 검사만 법조인이다. 그러다 의미가 넓어져 변호사, 로스쿨 교수도 포함됐다. 법조에서 재조와 재야의 간격은 넓다. 갈림길인 사법연수원은 판사(그리고 검사)를 선발하는 곳이다. 재조 경험이 없는 한 유명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은 판사가 되는 사람에게 무한한 성취감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깊은 열등감을 안겨주는 곳”이라고 했다. 판사·검사..

혈액만큼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것도 드물다. 저 먼 고대에 피는 인간의 오묘한 정신 작용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붉은색의 신비한 액체는 초월적·영적 대상이었다. 중요 의식에서 빠질 수 없는 매개체였다. 피는 차별과 배척의 혈통주의·인종차별·혈연문화도 낳았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다. 신의 영역을 점차 과학이 차지하는 현대에도 피의 지위는 굳건하다. 생명의 상징이다. 인간의 피는 뼛속의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우리 몸에는 약 4~6ℓ의 피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지구 두 바퀴 반에 이르는 약 10만㎞ 길이의 혈관을 돌아다닌다. 핏속에는 산소와 결합하는 헤모글로빈을 지녀 산소 운반을 맡은 적혈구,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의 공격을 방어하는 백혈구가 존재한다..

코로나 19 로 인해 휴관과 제한 입장을 반복했던 국립해양생물자원관(관장 황선도) 씨큐리움이 온라인 영상을 통한 관람 서비스를 한층 강화했다. 또 중단됐던 현장체험학습은 ‘찾아가는 씨큐리움’ 서비스로 대체한 이동전시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19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전시관 디지털화를 구축, 비대면 전시와 사회적 거리두기 관람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은 전시 및 교육 서비스를 통해 해양생물자원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국내 유일의 해양생물 전문 국립박물관이다. 2015년 개관한 이래 약 120여만 명의 관람객을 맞았다. 3만5000여 명은 해양생물생태계와 해양문화에 관련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자체 영상제작실에서 만든 ‘온라인 씨큐리움’을 개관, 다양한..

“1만년 후에 혹시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이 시대를 뭐라고 할까?” 잘 튀겨진 치킨 한 조각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는데 친구가 불쑥 질문을 던진다. “인류세 아닌가?” 자신 없는 내 대답에 “인류세는 개뿔, 치킨세지!” 하는 친구의 답을 듣고는 푸확, 입안의 파편이 튈 뻔했다. 정말 그렇겠다. 땅을 파면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닭뼈 화석을 보고 지구를 닭의 행성으로 착각할지도. 전 세계 인구가 78억인데 사육되는 닭의 마릿수가 230억마리인 것만 봐도 그렇다. 종교적 금기도 없는 데다 사육이 쉽고 생장도 빨라서 닭은 오랫동안 육류 생산과 소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해마다 6억마리를 먹는다니 5천만 인구가 매달 한 마리는 꼬박 먹고, 연령별 편차를 고려하면 청·장년층은 매주 한 마리를..

이낙연,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공방이 격렬하다. 이번에는 지역주의가 쟁점이다. 몇 합을 겨루었는데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두 캠프는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렇게 된 경위가 뭐든 보기에 안타깝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버스의 한쪽 바퀴가 도랑에 빠진 기분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마음을 졸이는 이유는 이와 관련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호남 지역’ 세력과 ‘개혁 리버럴’ 세력 사이의 하릴없는 싸움으로 망조가 들던 열린우리당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갈등도 지역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핵심 요인이었다. ‘난닝구와 백바지의 대결’이라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계속했던 두 세력의 싸움은 열린우리당이 쫄딱 망해 간판을 내리고 나서야 끝이 났다. 더 내려갈 곳 없는 상황에 이르러 비로소 그 부질없는 갈등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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