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급속히 확대된 재택·원격근무는 더 확산될까. 아니면 다시 이전으로 회귀할까. 국제노동기구(ILO)는 재택·원격근무 비율이 전 세계 고용의 약 7.9%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28개국은 17%였는데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전체 노동자의 약 5.6%로 추정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5년 58만6000명(0.3%)이었으나, 2021년 118만8000명(5.4%)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실 원격근무(telework)는 ‘멀리서(tele)’ ‘일한다(work)’는 의미다. 1973년 미국에서 나온 신조어인데 지금은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21세기 재택원격근무는 기술발전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전화나 팩스로 일하던 제1세대 ‘홈오피스’ 시대(1980~1..
“칼에 찔려 죽을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사람은 죽을 수 있습니다.” 극단 ‘마실’ 손혜정 대표의 고통스러운 호소다. 그는 2015년에 공공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모사업에 신청했었다. 뉴욕 문화원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예술경영지원센터’ 직원으로부터 ‘최종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공연을 위해 영문 번역 등에 들어갔다. 하지만 심사결과 발표가 지연되더니, ‘뉴욕 문화원 공연 지원 사업’ 폐지를 알리는 최종 통보가 왔다. 당시 손혜정 대표는 3개월여 동안 ‘도대체 왜 제외되었는가’에 대해 용기를 내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었다. 하지만 개인이 기관을 상대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손혜정 대표는 2017년에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활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광주의 옛 전남도청. 언제부턴가 도청의 별관 입구엔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복원 추진’이라고 하면, 옛 전남도청 건물이 훼손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1980년 5월 광주’의 상징공간인 도청 건물이 훼손되었다니…. 2002년, 정부는 광주의 아픔을 치유하고 문화적으로 승화하기 위해 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기로 했다. 위치는 옛 전남도청 일대였다. 2005년 공모를 거쳐 설계안이 확정되었다. 2008년 착공 무렵, 4층짜리 도청 별관을 철거하기로 한 설계안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도청 별관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별관 철거안과 별관 존치안이 맞섰다. 논란이 치열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설계 변경을 논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

| 서울 명동 서울 명동은 한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 그러다보니 물건 값도 타 지역에 비해 비싸고 서민들은 구매 불가능한 수입명품 가게들도 많았지만 의외로 허름한 전당포 간판도 보인다. 클래식음악 감상실, 외국잡지 파는 곳, 중국대사관, 문화재급 건물인 국립극장(명동예술극장), 고딕 건축양식의 명동성당 등이 있는 거리를 걷다보면 외국 관광객이 된 기분인데 부동산 시세 가장 높은 명동은,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에 대항하던 집결지였다. 1987년 6월항쟁, 낮 12시 정각에 대학생들은 삼삼오오 명동에 모여들어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내의 한복판 명동은 대학생들이 버스, 지하철로 접근성이 좋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어 여기만큼 반정부 유인물을 살포하기 적합한 곳은 없었다. 전투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
누가 이길까? 큰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결과 예측이 큰 이슈다. 구경 중 제일은 싸움 구경이라지만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 편안하게 감상만 할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선거를 40여일 앞두고서야 막장 소재가 사그라들고 정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후보의 철학이랄까, 각 정당이 추구해온 뿌리 깊은 고민의 흔적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시방 오르내리는 정책 대결, 인물 대결, 정당 간 대결이 과연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헷갈린다. 최근에 미국 대학교수인 후배가 페이스북에 한국 영화의 도깨비와 서양 영화의 마법사를 비교해 놓았다. 그중 우리 도깨비는 개인의 원한이나 사랑이 주요한 모티브라면 서양 마법사는세계의 위기나 평화를 위해 힘을 발휘한다는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힘뺀 농담에 ..
기업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는다. ‘창조적 파괴’로 혁신을 추구하고 ‘야성적 충동’으로 세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 위대한 기업에는 ‘기업가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과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익만 좇는 탐욕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달 초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한 영화 을 보면서 든 의구심이었다. 이 영화는 6개월 뒤 거대 혜성과 충돌해 멸망할 위기에도 선거만 신경 쓰는 정치, 대중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는 언론, 돈벌이 궁리만 하는 기업 등 사회 시스템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영화에서 빅테크 기업인 베쉬의 총수는 혜성에 있는 희귀 광물 가치가 140조달러에 달하니 혜성을 30개로 쪼개 지구에 떨어뜨리자고 한다. “피해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서 “하늘에서..

모든 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게 있다고 한다.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이란다. 그만큼 우리는 세상의 변화, 세상에 대한 내 인식의 변화 속에 살아간다. 물론 인간의 죽음처럼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변하는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 정체성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풍경도 많이 변했다. 삼국시대에 설과 관련된 기록이 있으니 1500여년의 세월 속에 어찌 변하지 않으랴. 농경시대에 설은 한식·단오·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이었다. 설날인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15일 사이에 윷놀이·연날리기·쥐불놀이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가 펼쳐졌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복과 건강, 공동체의 안녕도 기원했다. 산업화를 거쳐 4차 산업혁명에 이른 지금..
너는 달빛의 아이란다. 어머니는 종종 이야기했다. 늑대 울음 같은 바람이 초원을 휘감고 지나가는 밤이었지. 게르의 천장 틈새로 보름의 달빛이 흘러들어 홀로 잠든 나의 배를 어루만졌어. 달빛은 마른 땅에 내린 빗물처럼 스며들었지. 동틀 무렵까지 환한 빛이 곁에 머물렀어. 얼마 뒤 보름달처럼 배가 부풀었고 네가 태어난 거야. 1) 아이는 바람처럼 떠돌고자 했으나,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병든 어머니를 살릴 약초를 찾으러 떠나거나,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맹세하며 떠나거나. 하지만 어머니는 늑대처럼 강인했고, 달빛은 사그라들었다가도 되살아나곤 했다. 아이는 홀로 초원에 섰다. 먼 곳에서부터 풀이 눕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바람을 마주 바라보자, 눈동자가 베인 듯 아팠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다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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