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킬로미터. 출퇴근 거리로는 아주 이상적이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등굣길로는 너무 멀다. 학교가 하나밖에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가까운 학교가 있다면, 굳이 ‘머나먼’ 등굣길을 택할 이유가 없다. 초등학교 배정의 제1원칙은 바로 근접성이다. 1951년, 캔자스주 토피카시에 살던 올리브 브라운도 생각이 같았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 린다는 가까운 섬너 초등학교를 두고 한참 떨어진 먼로 초등학교에 걸어가야 했다. 전학을 원했지만, 교육위원회는 허락하지 않았다. 섬너는 백인 전용 초등학교였고, 린다는 흑인이었다. 남북 전쟁 후, 백인과 흑인은 ‘평등’한 기회를 얻었다. 최소한 법적으로는 말이다. 노예제는 폐지되었다. 어떤 이는 흑인을 아프리카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수백년이나..
우리나라의 생존과 발전, 평화의 전략은 미국의 세계전략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자 동맹국인 관계로 그 영향이 때로는 직접적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 온 미국의 세계전략이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신냉전 시대로의 회귀’로 그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세계전략의 특징과 내용,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세계전략과 충돌하고 있는 중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그리고 미·중 간 전략경쟁이 한반도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우선, 최근 미국의 세계전략의 특징과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미국은 세계 강대국 정치 판짜기에서 러시아를 봉쇄하고 고립시키고 있다. 조 ..
도량(度量)이 넓은 김영한이 법정 스님께 시주하여 도량(道場)이 된 길상사. 서울 도심에 있는 사찰이지만, 성북동의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계곡을 끼고 있어 불자가 아니더라도 산책과 사색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계곡을 따라 들어서면 큰 나무들이 제법 울창하여 마치 깊은 산속에 와 있는 듯하다. 그 안쪽의 호젓한 곳에는 법정 스님이 잠시 거처했던 진영각이 있는데, 안에 전시된 원고와 평소 쓰시던 소품 등이 스님의 검박한 품성을 짐작게 한다. 툇마루 옆에는 일명 빠삐용 의자도 놓여 있어 흡사 불일암을 옮겨 온 듯하다. 법정 스님이 오랫동안 기거했던 전남 순천의 불일암. 마당 한쪽에는 스님께서 좋아했던 후박나무가 이제 암자를 지키고 있다. 스님의 글에도 종종 등장하여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바로 그 나무다..
‘덜 악한 놈을 찍어야 한다.’ 한국 선거를 지배해온 차악론이다. 이에 따르면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영원히 지지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한다면, 1987년 민주화를 기준으로, 민주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져온 ‘자유주의정당’이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민정당으로부터 국민의힘으로 이어져온 ‘냉전적 보수정당’보다는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세력이 냉전적 보수세력보다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혁신이다. 2002년 노무현 정부 초기 이회창 후보의 불법 대선 정치자금인 ‘차떼기 사건’이 터지자, 보수세력은 당을 천막당사로 옮기는 극약처방으로 자기혁신의 모습을 보여줬고 200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는 김종인을 영입..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했다. A씨가 지금껏 모은 음성확인서는 60여장. A씨는 밥을 먹고 물을 마시기 위해 음성확인서가 필요했다.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셌던 ‘방역패스’(코로나19 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A씨에겐 1년 넘게 적용됐던 셈이다. A씨는 노숙인이다. 경향신문 ‘K방역에 가려진 사람들’ 기획 시리즈 3회(5월5일자 8면)에 실린 내용이다. A씨는 음성확인서 종이 뭉치를 코로나19 대유행 속 “나의 역사”라고 했다. A씨를 인터뷰한 민서영 기자는 이를 두고 “차별의 역사”라고 썼다. 방역당국은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집단생활을 하는 이들 중 감염자가 나오면 시설 이용자 전체에게 선제검사를 명령했다. 이 조치로 누군가 끼니를 거르고, 누군..

요즘은 모두가 모델이거나 연예인인 듯합니다. 맛집이나 유명한 곳에 가면 잘 차려입은 멋진 젊은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은 다른 이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표정과 동작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어색해도 작은 휴대폰 화면에 멋지게 나올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나 봅니다. 사진 찍을 때의 표정과 찍고 난 후의 표정이 싹 달라질 때는 딴사람 같습니다. 휴대폰 화면 속의 나와 현실의 내가 같은 사람을 찾아보려 주위를 둘러보지만, 유명한 이곳에는 그런 사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김상민 기자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정부는 5월 말까지 쌀값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쌀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 농업인과 감축 약정을 맺고 벼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게 당초 목표였으나 이달 말까지 연장한 상태다. 쌀 생산 감축정책을 보면 2003년부터 3년간 쌀생산조정제, 2011년부터 2년간 논 소득 기반 다양화 사업,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올해는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보다 3만2000㏊ 줄인 70만㏊를 목표로 쌀생산조정제를 시행 중이다. 이러한 쌀값 안정 대책은 농업인의 소득 지지와 과잉 생산에 따른 재고량 관리로 과다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 주된 사유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 등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식량 무기화 ..
이 칼럼이 지면에 실리는 날이 공교롭게도 20대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이 칼럼을 쓰는 필자는 초조하다. 대통령 취임식 준비로 바쁜 국회 2문 앞에서 오늘로 한 달째 단식농성 중인 두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쪽이 됐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나날이 그들의 몸은 말라간다. 독자들이 이 글을 보는 시간에 어쩌면 그들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국회 농성장은 치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평등의 봄’을 맞자는 절실함은 치워버릴 수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 취임식에 방해될 리 무방한 단식농성장이 안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찬성여론 압도적인데 국회만 회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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