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연구년을 마치고 올해 학교에 복귀한 두 선생님을 만났다. 필자도 연구년을 마치고 대학 강단에 섰다. 일 년의 공백 후 마주한 세 학교의 상황은 엔데믹을 준비하는 교육 현실의 지표일 수 있다. 다소 열악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지역의 초등학교 4학년 교실.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기초학력미달이다. 협동학습을 시도하지만 아직은 잘 안 된다. 수업을 방해하는 정서적 문제를 가진 학생도 있어 학습장애와 함께 정서장애도 대처해야 한다. 학력을 쌓기도, 사회적 관계를 맺기도 취약했던 시기를 보낸 아이들이다. 거리 두기로 단축되었던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이제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 부유한 지역에 위치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 기초학력미달 학생은 없다. 대부분 학력과 인성의 문제가 없고,..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정말 맛있어 보이는 햄버거가 보인다. 끝내주는 먹방이나 레시피 소개를 기다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조리복을 입은 남자가 나와 씩 웃고는 긴 칼로 햄버거를 자른다. ‘폭신.’ 그것은 햄버거가 아니라 케이크였다. 내가 잠시 당황하고 있는 사이 남자는 햄버거가 놓인 접시를 자른다. ‘폭신.’ 접시도 케이크였다. 내가 혼란에 빠진 사이 남자는 무사처럼 햄버거 접시를 올려둔 책상을 반으로 잘랐다. ‘폭신.’ 책상도 케이크였다. 무섭다. 이제 남은 건 남자가 자신을 칼로 갈라 케이크였음을 증명하는 것뿐이기에. 다양한 사물로 정교하게 위장한 케이크를 보여주는 ‘극사실주의 케이크 비디오’는 ‘알고 보니 케이크가 아니었다’ 하는 흥미로운 반전과, 무엇이든 썰어버리는 시각적 만족을 이유로 3년 전부터 각종..

갑오징어 철이다. 인생 갑질 하는 재미야 모른다만 갑오징어 나올 때면 살짝 데쳐 초장이나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순간 일약 미식가 갑으로 등극. 오독오독 씹힐 때 어금니에 닿는 고소한 풍미는 둘이 먹다가 귀신이 죽어도 몰라. 갑오징어를 먹는 순간 내 팔자도 을에서 갑이 되어보누나. 여기에다 갑오징어는 까무잡잡 먹물이 찐득하고 꾸덕해. 이 먹물에다 소면을 삶아 비벼 먹어도 좋고, 오징어살을 찍어 먹어도 맛나. 어딜 가나 먹물들의 싹쓸이 판이렷다. 배운 놈들이 외려 수를 짜고 세를 보태 배나 지독하게 결속한다. 정말 악착같이 덤비고 물어 뜯으니 이생에서 잘들 먹고 산다. 그러니까 죄다 먹물이 돼보려고 발악 피똥을 싸는 거지.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학벌을 만들고, 학위를 자랑하고, 학연으로들 결탁한다. 갑오징어가..
수년 전부터 ‘동네지식인’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 말이 문화판에서 제법 퍼져 첫 발설자로서 보람이 없지 않다. 동네지식인이라는 말은 ‘오지라퍼’의 대명사 격인 ‘홍반장’과는 다르다. 홍반장은 영화와 드라마 의 김두식 캐릭터에서 보듯이 동네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동네지식인은 지역 문제의 해결은 봉사와 나눔의 실천에 국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동네지식인은 ‘무엇이 진짜 앎인가?’ 하는 질문을 담고자 한 말이다. 우리의 앎은 삶을 구원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내 나름대로 응답하고자 한 말이다. 이 말을 구상한 것은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사물을 바라볼 때 ‘낮은 이론가’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 말에서 착상을 얻었다. 시야..
청와대 정문이 74년 만에 활짝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맞춰서다. 새 정부 출범을 알리는 데 청와대 개방만큼 좋은 소재도 드물다. 취임식장에 개방 행사가 생중계된 이유다. 개방 첫날 2만6000명이 찾았다. 반응도 좋다. 윤 대통령은 일단 약속의 하나는 지켰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둘러싼 논란도 묻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여론 수렴도 없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이라는 지적, 제왕적 대통령을 탈피하겠다며 보인 제왕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가실 수는 없다. 어쨌든 ‘권력의 공간’ 청와대가 ‘시민의 공간’이 됐다. 이제 숭례문에서 광화문 광장~광화문~경복궁~청와대를 거쳐 북악산(백악산)까지 한 걸음에 즐길 수 있다. 역대 최고 권력자들의 집무실·관저를, 여러 문화유산과 ..
작가의 책과 삶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럿일 텐데, 그 가운데 가장 자주 실현되는 그리고 주목받는 방식은 탄생이나 서거 100년, 출간 100주년 같은 시간 단위의 기념이다. 이에 비해 그 작가와 그 책을 함께 만들어 세상에 전한 출판사의 시간은 따로 기억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 4월 말 파주출판도시에서 시작한 전시회 ‘사계절40, 책·사람·자연’은 등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의 창립 40주년을 돌아보는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오랜 세월 시대와 호흡하며 꾸준히 독자를 만나온 사계절 출판사의 공과 덕에 전하는 박수뿐 아니라 출판사의 역사를 돌아보는 드문 시도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물론 덜 드러나서 그렇지 이런 시도는 근래 눈에 띄게 늘었는데, 1인 출판사 봄날의책은 지난겨울 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에..

지난 주말 찾은 극장은 모처럼 관객으로 붐볐다. 팝콘을 사려는 사람들 줄이 20~30m는 늘어서 있어 ‘저러다가 상영 시간에 늦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어린이날 징검다리 연휴, 팝콘 취식 허용에다 엔데믹 분위기까지 겹쳐 생긴 일이다. 물론 핵심은 콘텐츠다. 지난 4일 개봉한 마블 영화 (이하 ‘닥터 스트레인지2’)는 1주일 만에 381만 관객을 모았다. 관객 755만명을 모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또 다른 마블 영화 이후 최고 성적이다. 는 2016년 나온 영화의 속편이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4기에 속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멀티버스(다중우주)를 이동할 수 있는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를 만나고,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으려는 악당을 물리치려는 과정을 담았다. 간략한 ..
작년과 재작년, 대안연구공동체에서는 몇몇 대학과 대학원의 강의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갈 곳을 찾지 못한 학자들의 온라인 강의였습니다. 특히 한 학자는 서울대 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 성균관대 대학원 등의 강의를 공동체에서 진행했습니다. 이 학자는 칠판이나 화이트보드에 글씨를 쓰면서 강의를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서울대, 고려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판서를 하면서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학의 무신경과 안이함 탓으로 적어도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서는 작고 가난한 인문학 공동체가 국내 최고의 대학을 앞섰던 겁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토론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수업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강의 시스템을 세팅하며 제도권 대학의 강의를..
- Total
- 6,136,780
- Today
- 1,706
- Yesterday
- 2,537
- 문재인 정부
- 트럼프
- 북한
- 문재인 대통령
- 김기춘
- 자유한국당
- 교육부
- 미세먼지
- 검찰
- 헌법재판소
- 문재인
- 탄핵
- 국정농단
- 새누리당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 청와대
- 박근혜
- 우병우
- 북핵
- 황교안
- 정유라
- 촛불집회
- 세월호
- 사법부
- 블랙리스트
- 촛불
- 성폭력
-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최순실
- 박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