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복지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예전 두 정부가 출범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새 정부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2012년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복지국가에 소극적이었던 후보가 당선되었어도 복지단체들의 의욕은 강했다. 무상급식 논쟁 이후 보편복지 담론이 부상하고 있었고 박근혜 당선인 역시 ‘한국형 복지국가’를 제시하며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했다며 오랜 기간 낙담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의지를 불태웠다. 박근혜 정부 내내 복지단체들은 복지 활동을 힘있게 펼쳤다. 문재인 정부를 맞아서는 정말 새 세상을 꿈꾸었다. 대통령까지 탄핵하며 무혈의 시민혁명을 이룬 자부심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

봄비가 내려도 세게 내렸을 텐데 올핸 가물다. 선인장이 물을 주지 않아도 오래 잘 사는 것 같아 보일 뿐 속은 안 그렇단다. 선인장도 비가 내리길 누구보다 바라고, 가시 끝에 물방울이 맺히길 소원하는 식물이야. 그런데 뒤터 산밭을 일구는 한 할매는 삭신 쑤시는 게 덜해서 올해 날씨가 매우 좋단다. 비가 올라치면 온몸이 부서질 것 같다던가. 예수님과 부처님의 다른 점을 꼭 꼽으라면 ‘헤어 스타일’ 정도일 텐데, 이 할매는 불교를 믿다가 그도 절집이 멀어 포기. 대신 머리는 보글보글 파마로 볶아설랑 부처님의 두상을 카피 복사하여 사신다. 직업이 목사라 교회를 차리면 이웃지간이니만큼 교회 명절 때 오라는 소리에 거절할 수도 없고 당혹스러울 일. 동네에 ‘교회 같은 거’ 안 차려줘서 고맙다는 소릴 언젠가 하시덩..
중년의 남자에겐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중년에 들어선 지인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만약 나를 위한 아지트를 만든다면 몇 명을 초대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겠냐고. 4명, 6명, 8명…. 대답은 제각각이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분명 ‘나를 위한 아지트’라고 했는데도 다들 사람을 모아 살롱을 구축하려 든다. 2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대가의 작업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어느 날 문득 그 작업실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그들의 작업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초대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공간에서 모임을 할 때는 편안하면서도 뭔가 불편함이 있었다. 주인을 위해 이 공간을 빨리 내줘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그들은 자신이 구축한 아지트를 자랑하지 않는..
사실 이 칼럼 제목은 얼마 전 필자가 참여한 인터뷰의 주제다. 세칭 국내 최고 명문대 학생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며 찾아왔다. ‘공동체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과정을 탐색해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정한 조별 과제가 ‘우리는 왜 부모 되기를 두려워할까’였다.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학생들이 정말 알고 싶었던 건 한마디로 ‘어떻게 부모가 될 결심을 했느냐’였던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부모가 되기로 결정했나, 2명을 낳기로 한 이유가 있나, 두렵진 않았나, 후회한 적은 없나, 부모 됨의 행복감과 부담감에 대해 말해 달라…. 불안과 두려움이 읽혔다. 스웨덴에 머물 때 썼던, 스웨덴과 한국의 양육 환경 비교 기사를 보고 찾아온 만큼 인터뷰의..
“지금 나는 앵꼬/ 사랑에 대해 말할 기운 없다”(‘번아웃’)고 말하는 시집을 읽었다. 권민경의 두 번째 시집 (민음사, 2022). 힘도 기운도 에너지도 없는 나날이 있다. 무언가를 채워넣지 않으면 생활도 사랑도 일도 가동할 수가 없지만 도무지 그럴 수가 없는 나날. 그렇다고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고 자신의 주변을 맴돌면서 자꾸 무너지는 나날. ‘앵꼬’가 난 것은 단지 우울한 기분 때문만은 아니다. 권민경의 이 시집은 인간이란 애초에 얼마나 쉽게 병들고 자주 고통스럽고 금시에 늙고 갑자기 없어지는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잔인한 사실 앞에 쓰러져 청승 떨거나 자기연민에 빠진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심정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어떤 시는 다짜고짜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
작년 12월9일 통계청은 4가지의 인구추계(고위, 중위, 저위, 코로나19 장기 영향)를 발표했다. 보통 3가지 추계를 발표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출생아 수가 통계청의 추계보다 적기 때문에 통계청은 ‘코로나19 장기 영향추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하나 추가해 발표했다. 필자는 통계학자가 아니지만 출생아 수의 약 97%가 공립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가정하에 2032년까지 초등학생 수를 계산해 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코로나19 장기 영향추계로 계산하면 2032년까지 초등학생 수가 47%까지 줄어든다. 저위추계로 계산하면 50%까지 줄고 중위추계로 계산하면 53%까지 준다. 10년 뒤 초등학생 수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1990년생 가임 여성이 1980년생보다 많아서 출생아 수가 2032..
대다수 국민이 울며 겨자 먹기로 대통령선거를 치렀는데 숨 돌릴 새도 없이 우리에게 다시 선택지가 주어졌다. 당장 27~28일 6·1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본 투표는 일주일도 채 안 남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덜 악한 놈을 찍어야 하나’. 지난 대선에서 절반의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처지가 뒤바뀐 양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전’으로 보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유권자가 자신들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새 잊었나 보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점은 정권교체에 동의했든, 동의하지 않았든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직 가늠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답정너’ 문제 반복 풀이의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선 약 3개월 만에 또 투표를..
6·1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과 더불어 지방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도 선출하게 된다. 그런데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시·구(군)의원 선거에는 비교적 관심이 있는 데 비해 교육감 선거에는 의외로 관심이 낮아 직선제 도입 이후 벌써 네 번째 치러짐에도 여전히 ‘깜깜이 선거’ ‘로또선거’가 될 소지가 높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 교직원 인사권과 한 해 90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예산집행권, 교육과정 운영권을 갖고 각종 교육정책과 제도를 시행하는 교육감의 책무는 막중한데 평소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막상 교육감 선출 때에는 정책과 공약에 대한 무관심과 회피로 제대로 된 교육감을 뽑는 데 한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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