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로 이사 간 후, 가장 기뻤던 일이 뭔지 알아? 집주소를 이야기해야 할 때, 그때가 가장 좋았어.” 서울 강남의 한 연립주택에서 전세 생활을 했던 친구의 말이었다. 뭐, 전세인지 자가인지는 잘 묻지 않으니까 말이다. 1980년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저층 연립주택이다. 날림으로 대충 지은 집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보통 가격과 수요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수요의 법칙이다. 그런데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상품도 있다. 베블런 효과다. 1899년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왜 가격이 오르는데, 수요가 증가할까? 흔히 인간의 헛된 허영심이라며 베블런 효과를 격하하곤 한다. 강남 아파트의 가치가 지방 아파트의 가치보다 50배나 높을 리 없다는 것이다. ..
필자가 2000년대 초중반 모 기업연구소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남북협력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자, 연구소는 기존의 북한연구팀을 경제안보팀으로 전환시켰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만큼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명칭이었지만, 남북경제협력보다는 북한발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선회를 발 빠르게 선언한 셈이었다. 경제안보팀으로 명칭이 바뀐 후 연구의 핵심은 경보(warning) 시스템 개발에 두어졌다. 남북협력 전략은 시나리오 플랜의 하나로만 다루어도 충분했고, 더 중요한 것은 북한발 리스크 관리 체제였다. 그 결과 팀의 연구 방향이 남북관계로부터 글로벌 리스크 관리에 관한 주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의 경제안보는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가 되어 있다. ..
2500억원! 지난 5월 중순, 앤디 워홀의 매릴린 먼로 초상화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0세기 미술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경신하였다. 이는 세계 미술 경매 사상 역대 두 번째 가격이다.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마오쩌둥 등 유명인의 초상뿐 아니라, 코카콜라나 캠벨 수프 캔처럼 일상의 소재를 예술로 끌어들인 앤디 워홀. 그는 고상하고 젠체하는 엘리트 중심의 순수예술에 소시민들의 대중문화와 상업주의를 들이민 팝아트의 거장이다. 워홀은 데이지나 장미, 붓꽃 등을 소재로 한 정물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64년에 제작한 ‘꽃(Flowers)’ 시리즈이다. 단순한 듯 화려한 색이 특징인 그의 꽃 작품을 미술평론가 데이비드 부르동은 “마티스가 오려낸 구아슈(gouache)가 모네의 연못에 ..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2연패한 민주당에서는 친문계와 친명계의 책임 공방이 살벌하다. 제도적으로는 당대표 선출 시 현재 대의원 45%, 권리당원 40%로 규정된 반영 비율을 각각 20%와 45%로 조정할 것인가가 뜨거운 쟁점이다. 대의원은 친문계가, 권리당원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유입된 강성 지지층이 두꺼운 친명계가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쪽의 주장은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이 당의 주인인데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이들의 더 많은 지지를 받아도 대의원 지지를 못 받으면 낙선할 수 있어서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다른 나라의 제도와 비교해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떠오르는 질문은 이런 것이..
지난 어린이날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밖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인근에 볼일이 있어 홀로 횡단보도 쪽을 향하던 중 어느 비영리기구의 직원과 맞닥뜨렸다. 30대로 보이는 그 남성 직원은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어린이날 거리에 나왔다며 “한 달 2만원, 하루 700원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며 당장 정기후원 신청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가계운영에 부담되는 금액도 아니고, 기부가 남을 돕는 일을 넘어 개인의 삶을 충만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었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다른 볼일이 급했던 터라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고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직원은 막무가내였다. “나중에 하겠다는 분..
“너 죽고 나 죽자.” 장애를 가진 이들 모두에게 익숙한 표현이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사망 소식을 추도하던 장애인 국회의원조차 가족에게서 “너 죽고 나 죽자”는 내리사랑을 강요당한 적 있다고 고백할 정도이니, 사실상 대한민국 모든 장애인이 ‘너 죽고 나 죽자’는 말을 견디며 살아온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30년 전, 의료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되었다. 당시 20대 나의 부모는 온갖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내몰리던 날이면 너 죽고 나 죽자는 은밀하고 잔혹한 ‘내리사랑’을 예고했다. 내리사랑의 구체적 실천 방식은 다양했다. 어느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떨어져 죽겠다는 계획 아래 조수석에 묶인 채 죽음의 질주를 경험하거나, 두꺼운 부엌칼에 찔리거나 베인 끝에 피를 보는 방식이었다. 유년기 겪었던 의료사고의..

좁고 복잡한 이 땅에서는 탁 트인 풍경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아름다운 서쪽 하늘의 노을에서도, 활기찬 동쪽의 아침에서도, 한적한 시골의 들판에서도 어김없이 복잡한 전깃줄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들과 의미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광고판들이 질서 없이 어지럽게 자연 속에 널려 있습니다. 그것들을 피해 이리저리 시선을 옮겨 보지만, 네모난 화면 안에 그것들을 빼고 담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쩌다 만나게 되는 멋진 풍경 속에는 또 어김없이 먼저 온 사람들의 모습이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나 혼자 바라보고 싶은 욕심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고, 오늘도 소심하게 화면 속의 사람을 잘라내고 억지로 자연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봅니다. 김상민 기자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늘길이 막히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여행은커녕 다 함께 모이기도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무기력함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코로나19의 감소세와 증상 약화 등으로 4월18일부터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으며 하늘길이 열려 해외여행도 다시 가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올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지 계획하는 등 그리웠던 일상을 점차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힐링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으며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이 불안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삭막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 농촌..
- Total
- 6,236,527
- Today
- 909
- Yesterday
- 966
- 트럼프
- 문재인
- 북핵
- 김기춘
- 미세먼지
- 헌법재판소
- 자유한국당
- 북한
- 교육부
- 문재인 정부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 촛불
- 성폭력
- 새누리당
-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정유라
- 우병우
- 박정희
- 박근혜
- 촛불집회
- 문재인 대통령
- 탄핵
- 국정농단
- 블랙리스트
- 황교안
- 사법부
- 세월호
- 최순실
- 검찰
- 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