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백일’이 중요하다. 대통령 취임 후 백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국민통합을 이룬 본보기로 미국에서는 루스벨트를 꼽는다. 그가 1933년 취임하였을 때, 미국 성인의 25%는 실업자였다. 은행조차 망해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리더십이 아직 신선하고 새로울 때를 잘 이용했다. 선거 승리를 쟁취한 권위가 최고조에 달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첫 백일에 약 20개의 ‘뉴딜’ 법률안 입법을 밀어붙였다. 아직도 살아 있는 농가신용법과 긴급은행법, 국가산업부흥법 등이 탄생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지금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그의 첫 백일은 미국을 뭉치게 했다.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고 새로운 미국의 시대를 열었다. 한국의 제20대 대통령이 당선된 지 백일이 ..
나이들수록 좋은 것이 참 많다. 부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나에게 좋은 부모였는가를 넘어 한 인간의 입체성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청년 시절 바라본 아버지는 꽤나 보수적이고 완고해 보여서 반항을 많이 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만화는 유해한 것이라 믿던 시절, 책과 함께 양질의 만화를 자주 사다주셨다. 지금 보니 명작 반열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늘 바쁜 중에도 가족 생일엔 작은 이벤트라도 했고, 정기적으로 맛집, 영화 등 문화경험을 시켜주셨다. 쉬는 주말엔 직접 레시피를 궁리하며 요리를 하셨다. 의견이 달라도 강요보다는 경청하고 토론하셨다. 20세기 중반세대의 고루한 남성성 속에 놀랄 만큼 진취적인 면이 공존했던 분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떻게 그..

말이 씨앗이 된다는 말처럼 말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사람은 어떠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조성되면 그 상황에 따라 행동하곤 한다. 말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에는 이러한 우화가 실려 있다. 하루는 뱀 두 마리가 길 건너편으로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러나 대낮에 길을 건너다보면 사람들의 눈에 띄어 붙잡혀 죽을 게 빤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덩치가 작은 뱀이 꾀를 내었다. 큰 뱀더러 자신을 업고 길을 건너면 사람들이 자신을 신령으로 여겨 함부로 해코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럴듯하다고 여긴 큰 뱀이 작은 뱀을 업고 길을 건넜다. 그러자 정말로 사람들은 신령인가 싶어 손을 대지 못했다. 신령스럽고 영험한 상황이 조성되니 사람들이 그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이번에는 새를 등에 업은 이가 시장에 나타..
정권이 바뀌니 사장이 바뀌느니 마느니 방송계가 술렁인다. 새 정부 시작과 더불어 공영방송 거버넌스 혁신이 또 방송입법의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사장 선임기구인 이사회나 이사 선임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과 조직개편에 대한 개혁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모두 입법에는 좌초되었다. 지금도 상임위까지 통과한 관련 개혁법안 2개가 계류 중이나 시효가 임박해 있다. 여야 이해관계가 개혁법안에 첨예하게 얽혀 있어서다. 공영방송의 존립준거가 국가권력으로부터 방송독립인데, 사장과 그 감독기구인 방통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방송법은, 방송을 국영화하는 악법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사장 등 인사교체 주장도 이런 관점에서 전혀 헛소리만은 아니다. 방송개혁 입법의 불가피성은 또 있다. 통합방..

미국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스펙 쌓기’를 둘러싼 비리와 부정의혹으로 한국 사회가 무척 시끄럽다. 아예 전문 상담업체가 있고 엄청난 액수의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뉴스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원래 제품에 관한 설명서 정도로 이의 내용을 이해했던 ‘스페시피케이션’의 약자인 스펙이 입시나 취직을 준비하는 과정에 그렇게 널리 사용되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에 종종 들를 때면 자녀의 명문대 입학 준비를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일부 한인 사회 안에서 나도는 이 단어를 나도 가끔 들었지만, 반세기 넘게 살았던 독일 사회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용어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이른바 ‘기러기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뜸해졌지만, 아직도 나에게 자식의 조기유학에 대해 조..

차기 주자로 부상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도정 자문을 하려 남경필 전 경기지사를 만나는 장면만큼 야권의 지체된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것도 없다. 8년 전 49세 나이로 경기지사에 당선된 남경필(57)과 김동연(65)은 세대가 다르다. 남경필이 소장·개혁파 활동으로 보수정당에 신풍을 불어넣던 게 20여년 전이다. 정치적 나이로도 김동연과 남경필의 간격은 참으로 멀다. 민주당의 86세대가 “아랫세대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오랫동안 세대교체론을 독점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정당에서 존재 자체가 장강의 물결을 가늠하는 깃발이 될 때가 있다. 과거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존재가 그랬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36세 청년이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가 된 것은 한국 정당의 세대..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민요부터 재즈까지 닥치는 대로 악상을 훔치는 “희귀한 도벽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리투아니아 민요 여럿을 베껴다가 대표작 ‘봄의 제전’으로 다시 빚었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도둑질한 돌을 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남의 작품 베끼기로 악명 높았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파블로 피카소)는 정서는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12음계라는 제약 속에 원작과 다르거나 더 나은 음악을 만들기만 한다면 고유의 창작으로 인정받았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음악산업이 성장하며 강화됐다. 소송에 음악 법의학자들까지 등장했다. 유튜브 최다 조회 100억뷰를 기록한 동요 ‘아기 상어’는 작자미상 구전동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제작사 주장이 인정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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