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에 화장실에 얽힌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단 한 곳뿐인 ‘유색인종 여성용’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날마다 서류뭉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800m의 거리를 질주한다. 어느 날 비를 흠뻑 맞으며 화장실에 다녀온 주인공에게 상사가 그 고충도 모른 채 왜 자꾸 자리를 비우느냐고 따지자 주인공은 폭발하고 만다. 인종과 여성이라는 겹차별의 고통을 드러낸 장면이다. 누구가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하거나, 너무 멀거나, 혹은 화장실에 비어 있는 칸이 없을 때의 심정을. 그런데 이런 고통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4일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개..
학교폭력 사태가 여자 배구 등 체육계를 시작으로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학폭뿐 아니라 비난만 난무하는 정치, 확산되는 가짜뉴스 등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이런 민망한 모습들은 나라의 품격은 물론 차세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시민의 민주의식은 그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있다. 자칫 천민자본주의 나라로 전락할까 심히 염려스럽다. 더 늦기 전에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대학입시제도와 수업방식 개선이다. 우리 교육문화는 4지선다형 학습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수능에 나오지 않는 토론식 문제해결능력 등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학생들이 성장해서 민주시민의 토대인 ..
책장에 오랫동안 박혀 있던 책에서 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했다. 아버지가 책 속에 나온 구절을 필사한 것이다. 얼추 7~8년 전쯤이었다. “요즘 읽을 만한 책 좀 없냐?” 아버지의 요청에 추천한 책이었다. 그때 아버지 나이가 여든 안팎. 아버지는 지금도 틈만 나면 컴퓨터를 익힌다. 사람은 누구나 배움에 대한 욕망이 있다. 앎에 대한 욕망은 본능이다. 앎이 생존 기회를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욕망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만, 배움에 대한 욕망은 다르다. 중년이나 노년의 나이에도 불쑥 솟구쳐 오른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의 생각은 왜 이렇게 다를까?” 이런 생각에 사람들은 다시 공부하고 싶어 한다. 늦게 하는 공부는 먹고사는 데 필요해서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해서 ..
몇 년 전 나는 로마의 캄캄한 콜로세움 앞에 섰다. 하루라도 한식을 먹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 ‘국뽕’ 입맛의 소유자로서, 김치찌개를 얻어먹던 민박집 사장님과 함께였다. 그는 로마에 떼돈을 벌어주는 콜로세움이 왜 음침한 돌무덤처럼 홀대받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후쿠시마 사고 후 핵발전소 반대한다고 난리였어. 원전 못 짓지, 전기 아끼라고 전기세 올리지, 결국 콜로세움을 밝히던 야간 조명도 다 꺼버렸잖아.” 그때 남산N타워는 불야성이었다. 오는 3월11일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대지진으로 전력이 끊기자 발전소의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수소가 폭발했다. 일본은 핵연료를 식힌 냉각수를 바다에 내다 버리기로 했는데, 하필 일본과 가까워서 우리도 방사능에 오염되게 생겼다. 후쿠시..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총장이 포문을 열었고, 일선 검사들도 통신망에 글을 쓰거나 언론을 부추기며 반발하고 있다. 여차하면 집회라도 열 태세다. 일부는 사표를 내면서 의지를 불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반복적이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제회의가 열리는 중이라 당장 그만두지 못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그래도 언성은 높았다. 이번에도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단다. 역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입법 움직임에 대해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이라 규정하나, 서너 달만 있으면 임기가 끝나는 검찰총장 때문에 수사구조의 근간을 다시 짠다..
미얀마 군대의 학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2020년 11월 총선 결과에 군부가 불복,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켰죠. 정치 지도자들을 구금하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 벌써 시민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겨우 이어오던 민주체제의 붕괴, 군부 재집권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쿠데타가 일어난 2월 초, 군부를 비난하고 경제 조치에 나섰습니다. 영국 등 서방국가도 동조하고 있습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도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정치 지도자 석방과 사태 해결을 요구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우려를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공식 입장은..
원활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19의 불길을 잡게 되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며, 마스크 착용은 올해를 넘겨도 상당 기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 대유행의 ‘종식’은 빈곤 국가들에도 백신이 골고루 보급된 후에 가능할 테니 쉽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복귀는 불가능하고 그 삶이 지닌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세상을 이룩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인류는 초대형 산불, 엄청난 홍수, 폭서와 혹한이 빈발하며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어렵고, 장애인·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은 더 큰 고통에 빠진다. 새로운 삶의 건설이 필요함은 교육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우리 교육의 가장 민감한 연례행사인 대학입시는 고3 학생..

“모든 스케줄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수시로 감독했고, 우리들은 딴짓을 할 수 없었다. 선수들이 일탈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통제를 받았다.” 기성용 선수 사건과 관련하여 당시 합숙소 생활을 했던 관계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기성용 선수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이 증언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위와 같은 통제된 생활이다. 일단 기성용 선수와 관련된 직접적인 사안은 좀 더 추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렇다고 사건의 심각한 정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앞 문방구에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통제’된 채 생활했다고 고백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21세기의 벽두에. 이 정황 자체를 중대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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