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뛰기는 맨몸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운동이다.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의 장애물인 바(bar)를 더 높이 넘으려는 도전이다. 어느 국내 육상인은 높이뛰기를 가리켜 ‘떨어지는 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라고 칭송했다. 1865년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의 육상 대회에서 165㎝를 넘은 것이 첫 공식 경기 기록이다. 높이뛰기는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의 높이뛰기 역사도 깊다. 한국 근대육상의 시초로 여겨지는 개화기 학교 ‘화류회(花柳會)’에서 달리기·던지기·멀리뛰기 등과 더불어 공식 경기로 치러졌다. 화류회는 지금의 운동회 격인데 정부 대신과 외교관들도 관람하는 대회였다. 1896년 5월 관립 영어학교가 첫선을 보인 뒤 일제가 조선인 운동회를 금지한 1910년까지..

정확히 53년 전인 1969년 4월28일,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바로 전날 실시한 개헌(지방행정 및 상원 개혁안) 찬반 국민투표에, 드골 자신의 신임 여부를 결부시킨 결과였다. 유권자 52.4%가 반대함으로써 드골의 마지막 승부수는 빗나갔다. 1958년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사퇴할 때까지 드골은 11년 동안 모두 다섯 번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드골은 수세에 몰릴 때마다 국민투표를 실시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해나갔는데, 마지막에 발목이 잡혔다. 바로 그해 한국에서도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4년 중임제의 재선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는 추가 집권을 위해 3선 연임 개헌안을 국민투표(10월17일)에 부쳤다. 박 전 대통령은 네 번(처음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의 국민투표를 실시했..

정치가 연예 프로그램과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들어 정치 풍자가 허용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최병서 등 개그맨들이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치인의 본격적인 예능 출연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1996년 MBC 는 야당 총재였던 DJ의 일산 자택을 찾았다. DJ로서는 민주 투사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였다. 훗날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들을 보고 “DJ가 위험한 빨갱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들이 대중적 호감도를 얻는 데는 예능 출연만 한 게 없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예능 출연에 더욱 몸이 단다. 2012년 대선 당시 여야의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는 SBS 에 차례로 출연했다. ..

현대는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의식주 생활에 플라스틱 제품이 빠진 곳은 거의 없다. 다양하게 모양을 낼 수 있고 내구성이 좋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다 쓰고 난 뒤 버려도 분해되지 않아 계속 쌓이게 된다. 대기와 물, 땅을 오염시키고 인간과 동물 체내에 축적돼 생태계를 교란한다.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최근엔 인간과 지구를 해치는 주범으로까지 여겨진다. 시민사회가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활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주요 기준으로 대두되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병 재..

한국의 등록 장애인은 263만여명이다. 주요 유형별로는 지체·청각·시각·지적 장애인이 각각 120만·39만·25만·21만명 등이다. 전체 인구의 5% 정도다. 실제로는 10% 안팎으로 추정한다. 세계적으로도 전 인구의 약 15%(12억명)가 장애인으로 집계된다. 국제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장애인 차별 철폐 및 장애 인식개선 운동의 이름이 ‘위더피프틴(#WeThe15)’인 이유다. 한국에도 많은 장애인이 살아간다. 그런데 스웨덴 같은 유럽 선진국과 달리 장애인이 적어 보인다. 길거리나 지하철·버스·공연장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장애인을 만나기 쉽지 않다. 한국의 장애인 수가 적기 때문인가. 아니다. 장애인들이 기본권인 대중교통 이용의 권리를 누리기 어렵고 문화생활도 즐기기 힘든 환경이어서다. 차별과 배제로 분리..

사회학·심리학·경제학·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개념 ‘프레이밍(framing)’은 ‘틀짓기’로 번역된다. 분야별로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를 설명하는 유명한 비유가 있다. 물이 절반쯤 들어있는 컵을 보며 A는 ‘절반이나 남았네’, B는 ‘절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하는 경우다. 같은 양의 물을 보고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현상을 해석하는 기반이 되는 인식 틀(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문제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해보라. 앞으로 프레임 하지 말고 검증하시라. 지금 기자들이 얘기하는 게 전부 다 프레임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18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발끈하며 한 말이다. 앞서 배현진 당선인 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물리적 거리 두기 조치가 18일부터 전면 해제된다. 2년1개월 만의 일상회복을 앞두고 소비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만에 반등하며 소비 부활을 예고했다.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소비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실제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이달 1~16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일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행과 항공 관련주 강세가 뚜렷하다. 코로나19는 소비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복소비’ 행태가 두드러진다. G마켓과 옥션이 지난 3월11일부터 한 달간 해외 항공권 판매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3위가 비행시간 6시간 이상인 곳이었다. 코로나..

2010년 8월16일, 임기 반환점을 막 돌고 있던 이명박(MB) 대통령이 장차관급 인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MB는 이 자리에서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씨는 없는데…”라고 농담투로 말했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언론이 ‘왕차관’으로 부르며 비판하자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당시 박 차관은 실세 중의 실세였다. MB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 직책이 기획조정비서관일 때부터 ‘왕수석’으로 통했다. 총리실 국무차장이 되자 ‘왕차관’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님을 통하면 된다)’하던 시절이니 그가 하는 일은 곧 이 의원, 나아가 MB의 뜻이 실린 것으로 간주됐다. 당연히 정부 전체가 왕차관의 입만 쳐다보았다. 하지만 권한이 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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