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칼럼/이범의 진보가 진보하려면'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9.07.17 좌파·우파…저마다의 도덕주의
  2. 2019.06.19 청년들은 왜 혁명을 일으키지 않을까?
  3. 2019.05.22 혁신학교 다음
  4. 2019.04.24 외눈박이 정책
  5. 2019.03.27 ‘실질적 평등’의 법정은 없다
  6. 2019.02.27 노동자야? 노동계급이야?
  7. 2019.01.23 SKY캐슬에서 벗어나고 싶어?

우파 : 야, 너희집 아이는 특목고, 자사고 보내놓고 왜 다른 집 애들은 못 가게 해? 조선일보 사설 보니까 ‘배가 아파서’라던데? 다른 사람들이 못 올라오게 사다리 걷어차는 거 아냐? 

읍읍 : 사다리 안 없어졌는데요? 서울대 3000명, 연고대 8000명, 의대 3000명 입학정원 그대로인데요? 사다리의 구조나 배치가 바뀌는 거지 사다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만일 자사고, 특목고 다 없어지면 사다리 올라가는 비용은 줄어요. 대입 사교육비는 그대로라 할지라도 고입 사교육비는 없어지니까(사다리 불변의 법칙).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파 : 어쨌든 자사고, 특목고 반대하면 자기 아이는 보내지 말아야지! 사람이 도덕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할 거 아냐? 여기서는 이랬다 저기서는 저랬다 하니까 사람들이 진정성을 의심하는 거지, 이 ‘강남 좌파’야. 

읍읍 : 제가 언제 자사고, 특목고가 부도덕하니까 없애자고 했어요? 그런 학교가 많이 있는 고등학교 생태계가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니까 바꾸자는 거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의 문제라니까요(도덕적 기준과 기능적 기준의 구분).

좌파 : 아항~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기능적 문제라고? 참 편리한 사고방식 갖고 계시네, 이 ‘강남 좌파’야. 너 학벌주의 반대한다면서? 그런데 네 아이는 학벌을 위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잖아! 그러니까 도덕적으로 일관성 없는 거 맞네! 

읍읍 : 아니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간 게 왜 학벌주의지? 

좌파 : 어라 ‘좋은’ 대학? 너 이제 보니 학벌주의자 맞구나. 서울대를 최고로 치는 학벌병 환자!

읍읍 : 학생 1인당 투입하는 교육비 통계를 보세요. 서울대는 4334만원, 연세대는 3024만원, 한양대는 2138만원, 중앙대는 1504만원. 이뿐만 아니라 학생 대 교수 비율도 서울대-연고대-서성한-중경외시 서열대로예요. 그러니까 서울대가 제일 ‘좋은’ 대학이잖아요(대학 서열의 물질적 근거). 

좌파 : 그래도 서울대 졸업하면 사람들이 알아주잖아! 실제 실력보다 프리미엄 붙고. 선후배 동문 끼리끼리 뭉쳐서 패악질하고. 

읍읍 :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 그러면 패악질 안 하면 되잖아요? 

우파 : 네 논리대로면 부동산 투기한 고위공직자들도 다 봐줘야겠네? 법은 지키면서 투기했으니까 봐달라는 누구누구하고 네가 뭐가 달라? 

읍읍 : 내가 언제 법만 지키면 된다고 했나?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땅 투기나 주택 투기가 부도덕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렇다고 할걸요. 그러니까 청문회 때 문제가 되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한테 자사고, 특목고나 명문대 가려고 노력하는 게 부도덕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아니라고 할걸요(대중의 도덕 관념에서 부동산과 교육의 차이).

좌파 : 사람들은 1점 차이로 갈라서 합격·불합격을 나누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교육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어! 능력주의는 배제와 차별을 일으키는 기제라고. 

읍읍 : 아니 변별 때문에 경쟁이 생기나? 경쟁은 ‘변별’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격차’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대학들 사이에 격차가 크니까 그만큼 경쟁이 격렬해지는 거죠. 또 그래서 날카로운 변별력이 요구되는 거고(경쟁의 원인에 대한 이해).

좌파 : 천박한 능력주의자 같으니라고. 시험으로 능력 측정해서 사람들을 갈라놓는 차별주의자! 

우파 : 아니 이 무식한 평등주의자야, 능력주의의 반대말이 뭔지 알아? 엽관제(spoils system)야. 자기하고 친하거나 돈 찔러준 사람 막 자리에 앉히는 거. 능력주의가 얼마나 공정하고 좋은 건데? 

읍읍 : 능력주의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능력 측정의 잣대가 별로 합당하지 않다든가, 선발의 결과 나타나는 격차가 너무 커서 문제인 거죠. 공무원 시험 문항들이 공무원으로서의 소양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 보여요. 공무원 되려고 몰리는 이유는 되고 못 되고에 따른 격차가 크기 때문인 거고. 이런 것들을 고쳐야지요. 이런 말 하니까 꼭 내가 우파 같네(시험 및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의 문제점). 

우파 : 우파는 무슨 우파? 격차를 줄이자고? 이게 줄어?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나는 거는 자연법칙이고 인간 본성이야,

좌파 : 무슨 소리? 차이가 차별을 일으키는 거야, 차별을 막으려면 차이를 일으키는 행위에 동참해서는 안돼. 

읍읍 : 그러면 차별을 일으키지 않는 차이는 어디부터인가요? 

좌파 : 하여튼 서울대는 안돼. 최고 학벌의 상징이잖아. 

읍읍 : 그러면 연고대는? 

좌파 : 연고대도… 서성한도 곤란해!

읍읍 : 그럼 중경외시? 동건홍숙?… 아니면 혹시… 지잡 읍읍?

<이범 |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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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들이 왜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지 궁금해. 너희들 국민연금 내기만 하고 못 받잖아. 40년 뒤에 기금 고갈된다잖아. 뭐? 적립식을 부과식으로 바꾸면 된다고? 그러니까 세금으로 노인세대를 부양하면 된다고? 2020년엔 청장년 100명이 40명을 부양해. 2060년엔 청장년 100명이 100명을 부양해.(15~64세 인구 대비 14세 이하+65세 이상 인구비율) 세금으로 국민연금 주려면 세율 엄청 높아져. 그때의 젊은 세대가 제정신이라면, 부과식을 거부하고 국민연금 파산시킬걸. 그러니까 지금 청년들은 국민연금 못 받을 거야. 

40년이나 남지 않았냐고? 아냐, 25년밖에 안 남았어. 그때까지는 기금을 쌓아가는데, 그때부터는 기금을 팔아야 하거든. 국민연금을 주식시장에서 빼내야 하거든. 저성장만 예약된 게 아닌 거지. 금융공황도 예약되어 있는 거지. 그런데도 소득대체율 높이자는 사람이 있더라고. 국민연금 혜택 늘리자는 얘기지. 주장이야 제 맘대로지. 그런데 그러려면 적어도 ‘진보’라는 간판은 떼고 말해야지. 염치가 없잖아.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2015년에 민주당, 정의당이 임금피크제 반대했잖아. 2013년에 정년연장을 법제화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년 전 몇년간 임금을 깎기로 했었거든. 이게 임금피크제거든. 그런데 민주당은 임금피크제 법제화에 반대하면서 노사 자율로 맡기자며 우물쭈물했고, 정의당은 거세게 반발했지. 심상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사자후를 토했고. 그런데 그때 청년 대상 여론조사를 해보니 임금피크제 찬성률이 얼마였는지 알아? 70%(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조사)였어. 계산이 뻔하거든. 정년이 연장되면 임금피크제라도 해야 청년고용을 조금이라도 늘릴 여지가 생기거든. 

요새 다시 정년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오더라고. 그런데 어차피 사오정 오륙도 인생인데, 누가 혜택 보겠냐고? 정년이 보장된 분들 있잖아. 은퇴를 앞둔 586세대들, 아니, 그중에서도 운 좋은 사람들. 이미 보호받지만, 더 보호받고 싶은 분들. 정년연장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겠지. 신규고용 줄이겠지. 청년들 일자리가 줄어들겠지. 주장이야 제 맘대로지. 그런데 그러려면 적어도 ‘진보’라는 간판은 떼고 말해야지. 염치가 없잖아. 

요새 추경을 앞두고 정부 재정을 조이자, 풀자 말이 많더라고. 조이자는 분들, 더 조여서 저출산 더 심해지면 어떡하시려고요. 그대들이 몇십년 뒤에 제 인생 대신 살아줄 건가요? 풀자는 분들, 아동수당 찔끔 주는 식으로 뭐가 달라지나요. 신혼부부한테 집 한 채씩 팍팍 안겨주시죠? 몇 년 전에 법안도 냈으면서 왜 이리 졸보처럼 구시나.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팍팍 늘리고, 도시 과밀지역 학교 더 짓고, 대학 평준화도 하세요. 서울·수도권 사립대는 통째로 사기 어려우니까, 재정지원하는 대가로 입학권을 사세요. 그리고 말로만 찔끔거리는 호봉제 개혁 빨리 하시고. 공무원연금 개혁 빨리 하시고. 이쯤 되어야 ‘진보’라는 간판을 달 만한 거 아닌가요. 염치도 없으셔라. 

현충일에 대통령이 한 말씀 하셨더라고요.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 와 정말 좋아요. ‘애국보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애국진보’도 있나 보네요. 그런데 제가 바로 ‘미래의 대한민국’이걸랑요. 애국하는 셈치고 저희를 위해 양보 좀 해주세요. 싫다고요? 애국의 이름으로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가치와 명분 앞에서 양보할 건가요?

결국 저출산이 문제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가 이구동성이더라고. 저출산 지속되면 2030년대 경제성장률 1%대,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 국민연금 유지 어려움, 심지어 건강보험도 유지 어려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움. 북한? 개방돼서 북한 투자 늘어나면, 남한 출산율은 더 낮아질 수도 있어. 

방법은 한 가지.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사회투자를 통해 저출산을 역전시키면서,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의 보릿고개를 견딜 준비를 해야지. 이를 위해서 사회 곳곳의 양보를 조직해야지. 뭘 가치로? ‘애국’을 가치로. 이런 플랜에 반대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일 거야. 미래 생각 안 하는 사람이거나, 나라 생각 안 하는 사람. 아니면 둘 다이거나. 

무엇보다 외치고 싶어. 한국의 청년들이여, 단결하라! 일베도 워마드도 탈조선 이외에는 이 방법밖에 없다! 사회를 갈아엎어라! 

싫어요. 우리는 결혼 같은 거 먼 나라 얘기고요. 그리고 여자는 아기 낳는 도구가 아니에요.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라니깐요. 

아, 잠깐. 당신 자꾸 ‘나라’ 찾는 걸 보니 꼰대 아니면 국뽕 아냐?

<이범 |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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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창의적 교육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이야기하는 사람들. 난 당신들 보면 웃겨. 아무도 교사 얘기를 안 하잖아. 창의적 교육을 하려면, 교사가 창의적일 수 있어야겠지? 그런데 1반부터 끝반까지 교과서 똑같아야 해. 1반부터 끝반까지 진도 똑같아야 해. 1반부터 끝반까지 시험문항 똑같아야 해. 그래 놓고 창의적 교육을 하래. 좀 웃긴 거 아냐? 똑같은 식재료, 똑같은 레시피, 똑같은 조리도구 나눠주고는, 창의적 요리를 하라는 거잖아. 그 와중에 학교당 1년에 공문 1만건씩 쏟아지고. 

이런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온 혁신학교 선생님들에게, 일동 박수. 하지만 계속해서 고군분투하라는 교육감들에게, 일동 야유. 역풍을 일으키는 제도들은 그대로 둔 채, 교사들의 피땀으로 순풍을 일으키라네. 이거 뭐 시시포스의 노동이야? 제일 웃기는 구호가 ‘혁신학교 일반화’. 혁신학교는 공모사업인데, 이걸 어떻게 모든 학교가 하지? 슬슬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대놓고 거부하는데, 이제 혁신학교 10년 돌아봐야겠지?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사회를 지탱하는 두 축이 ‘문화’와 ‘제도’라면, 혁신학교는 ‘문화’를 바꾼 셈이잖아. 이제 핀란드의 ‘제도’를 한번 들여다보자. 어, 그래 핀란드. 경쟁 없어도 교육이 잘나간다는, 그저 이런 이미지로 소비되어 버린 나라. 

우리는 높으신 분들께서 교육과정 성취기준 수백개 나열해서 내려보내잖아. 헐! 핀란드는 교육과정 무지 단순해. 그저 몇 학년 때 1차 방정식 가르치라는 식이야. 어떻게 가르칠지는 교사가 알아서 하라는 거야. 대충 요리 이름만 지정해 놓고, 식재료하고 레시피하고 조리도구는 교사에게 맡기는 거지.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준 교과서를 쓰게 되어 있잖아. 헐! 핀란드는 교사가 교과서를 집필할 수도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6개국에서 한다는 교과서 자유발행제. 레시피를 교사가 만드니까, 당연히 요리책을 교사가 쓸 수도 있어야 하는 거잖아. 교과서로 뭘 선택할지 아니면 직접 집필할지 교사가 정하는 거지. 

우리는 신학년 시작하기 2~3주 전에야 교사가 담당할 과목과 학년을 알게 되잖아. 그나마 1주일 전이던 걸 요새 겨우 좀 앞당겼잖아. 헐! 핀란드는 2~3개월 전에 알아. 심지어 초등은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알아. 

우리는 기초학력 보완교육 하려고 방과후에 남기려면 온갖 눈치 보고 민원에 시달려야 하잖아? 헐! 핀란드는 교사에게 그냥 맡겨. ‘나머지 공부’ 경험하는 애들이 무려 70%야. 우리는 일제고사 다 없앴잖아? 헐! 핀란드는 중3 의무교육 끝날 때 일제고사 봐. 우리는 수업시간 내내 잠자도 졸업장 받잖아? 헐! 핀란드는 고3 졸업할 때 인증시험 봐. 논술형 시험을 과목별로 치르고 점수 낮으면 낙제. 

핀란드 제도의 철학은 ‘무지하게 확장된 교권’과 ‘복지국가적 책무성’의 결합. 혁신학교가 교사 학습공동체를 지향했다면, 핀란드는 교사 학습공동체가 전제. 혁신학교가 배움 중심 교육을 지향했다면, 핀란드는 배움 중심 교육이 전제. 혁신학교가 선진화된 교권을 지향했다면, 핀란드는 선진화된 교권이 전제. 이게 이미지로 소비되어 버린 핀란드 교육의 실체.

제주하고 대구에서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도입한다지? 이거 무지 핀란드적인 제도야. IB는 교사가 교육과정(성취기준) 만들고, 교과서 자유발행제이고, 교사는 자기가 담당한 학생만 평가해(교사별 평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시험삼아 해볼 만한 일 아니겠어? 혁신학교 문화하고 잘 들어맞잖아. 문화 없는 제도는 공허하지만, 제도 없는 문화는 맹목이잖아. 

교육감 너무 믿지 마. 진보도 기득권이야. 교육부 권한을 교육청으로 이양하라고? 허허. 교육부가 하면 갑질이고, 교육청이 하면 갑질 아닌가? 교육부가 내려보내면 잡무고, 교육청이 내려보내면 잡무 아닌가? 게다가 그러면 교사는 국가직 공무원에서 지방직 공무원으로 바뀌어야 할 텐데, 아무도 이런 얘기는 안 하더라고? 잘 들어. 교육부 권한은 ‘이양’하는 게 아니라 법제도를 정비해서 ‘소각’해야 하는 거야. 공문놀음 시수놀음 교과서놀음 이원목적분류표놀음에서 벗어나려면, 무언가를 한참 불태워 없애 버려야 하는 거야. 

나는 원래 이 글 안 쓰고 싶었어. 혁신학교 교사들이 얼마나 개고생해 왔는지 알거든. 평론가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 미안하지. 하지만 혁신학교가 제도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교육감과 교육청이라는 시야에 갇히고, ‘구성’이 아니라 ‘재구성’에 스스로를 제한한다면, 나는 감히 혁신학교에 미래가 없다고 말하겠어. 아니, 진보교육 진영 전체에 미래가 없다고 말하겠어.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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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 때 민주당 의원과 점심을 먹었어. 그는 민주당 의원 중 3대 경제통, 총선 본부 정책 책임자. 나는 당시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민주당에 굴러들어온 외부자. 내가 말했어. 최저임금 공약 문제 있어요. 한국엔 자영업자가 25%가 넘어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네 번째로 많아요. 

그의 눈빛이 흔들리던 걸, 나는 알아차려 버렸어. 그가 처음 들어본 얘기라는 걸. 오히려 나에게 물었어. 한국보다 많은 나라가 어디에요? 아 그건요 그리스, 터키, 칠레…. 

외눈박이들에게 이론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 청와대 정책실장 하던 장하성 교수. 그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그래서 재벌 개혁운동 선구자. <한국 자본주의>로 기업의 양극화 고발, <왜 분노해야 하는가>로 노동의 양극화 고발. 기업이 양극화되어 있으니, 노동도 양극화된다는 얘기. 이론적으로 양극화 입증, 정치적으로 민주당 입당. 

그의 이론에서 뭐가 빠졌게? 아예 고용 안된 사람들, 기업의 밖에 있는 자영업자들,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사람들…. 그는 자신의 이론에 대해 100% 자신. 나는 그가 이 사람들 걱정 1도 안 했다고 확신. 

2018년 최저임금 시원하게 16% 올렸지. 그런데 1분기 저소득층 소득이 줄었단 통계가 나왔지. 대통령은 “그래도 90%는 좋아졌다”고 말했어. 기자들 청와대에 질문, 그 근거가 뭔가요? 홍장표 경제수석 답변, 이 자료를 보세요. 그런데 ‘국민’의 90%가 소득이 늘었단 자료가 아니네? 그 대신 ‘근로자’의 90%가 소득이 늘었단 자료네? 근로에서 탈락해서 물에 빠진 사람들이 걱정되는데, 계속 배에 잘 타고 있는 사람 통계를 보여준 거야. 스스로 외눈박이임을, 불현듯 자백한 거지.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장면 둘, 산업정책. 2015년 국회에서 토론회가 있었어. 유명한 진보 경제학자들이 모였어. 토론회 말미에 내가 물었지. 현대차가 좋든 싫든 국민기업이잖아요. 전기차다 자율주행이다 패러다임이 바뀐다는데, 산업정책이 필요하지 않나요. 탈핵도 재생에너지도 제대로 해내려면, 산업정책이 필요하지 않나요. 

발제하던 사람 말씀인즉, 산업정책은 개발독재의 산물. 이제 정부가 그런 거 하면 금물. 정부가 산업을 이래라 저래라 끌고 가면 안됨. 민주당도 집권해서 그렇게 하면 안됨. 옆에 있던 장하성 교수는 적극 동조. 그 옆에 있던 김상조 교수는 침묵. 이제 알겠지? 왜 장하성 정책실장이 물러나고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정책 꺼내들었는지. 왜 탈핵 논쟁에서 밀렸는지, 왜 갑자기 수소차가 튀어 나왔는지. 

장면 셋, 부동산. 2017년 8·2 대책, 잘했어. 다주택자 양도세 대폭 높였지. 2018년 9·13 대책, 좋았어. 대출 조여 투기심리 확 꺾었지. 한데 이 둘 사이에 폭탄이 하나 껴 있었어. 임대업자 특혜정책이 슬쩍 놓였어. 8년 넘게만 보유하세요~ 양도세 대폭 깎아드려요~ 다들 앞다퉈 집 사서 임대사업자 등록했지. 서울 집값이 보란 듯 폭등했지. 누가 이 정책을 추진했을까?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 

그가 쓴 부동산 책이 있다. 2012년에 나온 <부동산은 끝났다>. 공공임대주택, 늘려야 한대.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대. 그래서 민간임대주택, 늘려야 한대. 공공이 어려우니 민간에서라도 공급해야 한대. 그래서 임대업자에게 특혜를 주다니? 금리 1%대인 역사적인 저금리 시대에? 너도나도 갭투자 달려드는 시절에? 

장면 넷, 대입. 김상곤 교육부 장관 되자마자 수능 절대평가 추진했잖아. 과목별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 주자는 거잖아. 당연히 이런 질문이 나오겠지? “등급만 주면 정시에서 동점자가 속출할 텐데 합격자는 어떻게 가려요?” 이건 수능이 좋냐 학종이 좋냐는 얘기가 아니잖아. 누구나 품을 만한 상식적인 의문이잖아. 

여기에 답할 방법이 세 가지. 첫째, 면접 허용. 본고사로 비화될 걱정이 있지만 어쨌든 가능. 둘째, 내신 합산. 내신성적을 조금만 섞으면 변별력 생겨. 셋째, 원점수 활용. 우리 대학 공대는 등급으로 동점자 나오면 1순위로 수학 원점수, 2순위로 과학 원점수 깐다는 식으로…. 대선캠프에 첫째, 둘째, 셋째 정리해놓은 보고서도 있었어.

나중에야 알게 됐지, 장관이 아무 생각이 없었단 걸. 국무총리한테 ‘쫑코’ 먹을 때까지, 그저 수수방관했단 걸. 급히 마련한 1안은 절반은 절대평가, 절반은 상대평가. 2안은 대선 공약대로 전 과목 절대평가. 다들 1안이 들러리인 줄 알았지? 사실 2안이 들러리였던 거야. 기본 질문에 대한 답변도 안 만들어 놓았다가, 비판 받으니까 족보도 없는 1안을 급조한 거야. 스텝이 꼬였지. 여론이 폭발했지. 결국 1년 연기하고, 공론화로 갔지. 그 길로 현 정부 대입개혁, 안드로메다로 갔지. 

원리주의, 환원주의, 끼리끼리, 외눈박이. 정당정치나 국가정책에서는, 금물 아니겠어? 그런 의미에서 홍준연 대구시 구의원 제명, 적신호 아니겠어?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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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는 촛불의 후계자야. 일본을 봐. 아베의 측근이 기자를 성폭행했는데, 가해자는 기소도 안되고 오히려 피해자가 놀림감이 되잖아. 중국을 봐. ‘미투’가 아예 인터넷 검열 대상이고, 누리꾼들이 미토(米兎)라고 바꿔 쓰니까 이것마저 검열한다고. 근데 대한민국에서는 미투가 대권주자와 노벨 문학상 후보도 넘어뜨리잖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답지. 여성은 이제야 국민이 되어가는 도중인 거고. 

그 와중에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으로 꽂히네? 민주당 사람들이 나한테까지 왜 그러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때 갤럽 조사에서 40% 밑으로 내려갔거든. 그래서 내가 지지율이 더 낮아질 거라고 했지. 지금은 20%밖에 안되던데. 

첫째는 경제적 문제, 젊은 남자들은 여전히 결혼할 때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고 여기거든. 여성할당제로 여자들한테 밀리고 집값폭등으로 기성세대한테 뜯긴다고 생각하니까 민감할 수밖에 없지. 며칠 전 조사에서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에 ‘잘하고 있다’가 20대 남성은 15%밖에 안돼. 모든 연령별·지역별·성별 집단 중에서 꼴찌.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둘째는 사법적 문제. 여자들한테 소심한 남자들이나 예의를 갖추려는 남자들도 적지 않아. 이들은 자기가 누군가를 성추행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성추행했다가 미투 당할 걱정보다는, 성추행범으로 잘못 몰려서 사법처리 당하는 게 더 공포스러워. 진짜라니까. 초식남과 덕후가, 날라리와 마초와 연대했다는 게 가장 주목할 지점이야. 

요새 여혐과 남혐의 시작은 20대가 아니라 10대라고 봐야 해. 특히 남중-남고(-심지어 공대!) 테크트리를 탄 남자들은 여성을 일본 포르노를 통해 접하는데, 일본 포르노의 특징이 여자들이 강간당하면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처럼 연기하거든. 이걸 보고 남자애들은 여성이 성적 도구일 뿐만 아니라 ‘위선적 존재’라고 느끼게 돼. 따지고 보면 여자들도 남자의 생리작용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 제발 성교육 좀 제대로, 적나라하게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남중-여중, 남고-여고 이런 거 좀 합치면 안될까? 서로를 동료로서 접할 기회를 많이 갖고 같이 일하고 싸우고 부대껴야 할 텐데. 

주변의 586 남자들이 페미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좀 웃기더라고. 자기들이 믿었던 사상도 당시 기성세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거든. 민족의 정통성이 북에 있어?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당시 기성세대는 뒷목을 잡고 쓰러졌지. 미국문화원에 폭탄을 설치하고 막 그랬잖아. 서태지가 데뷔하자 학생운동 저널에 어떤 기사가 실렸는지 알아? “마약 권하는 사회가 권하는 음악, 서태지.” 

일관된 사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당연히 남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586이 젊을 때 딱 그랬어. 페미니즘도 그래서 세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거야. 나는 우리집 애들한테 한번도 “남자가…” “여자가…”라는 말을 안 해 봤거든. 근데 요새 딸한테만 ‘예쁘다’고 말하는 게 정당한 건지 생각해보게 되더라니까. 이것도 따지고 보면 고정적 성역할의 투영이잖아. 불편해진 거지. 

그렇게 일관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다 보면, 시월드는 물론 여혐이고,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모는 것도 여혐이고, 노동시장에서 성차별도 여혐이고, 여성의 섹스어필도 여혐이지. 가족관계, 사법체계, 노동시장, 꾸밈과 치장의 문화 전체가 남성지배-여성혐오적 시스템이지. 난 이런 일관적 비판의식을 버리라는 게 아니야. 오히려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라는 거야. 그래야 뭔가 바뀌어. 586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꿨다면 그건 젊었을 때 열심히 우겼기 때문이거든. 

물론 그 과정에서 운동이 부러지겠지. 난 586의 사상이 어디서 어떻게 부러졌는지가 중요했던 것처럼, 페미니즘도 어디서 어떻게 부러질지가 중요하다고 봐. 대략 페미니즘의 탈근대적 인식론이 근대의 기본 가치와 부딪치는 어느 지점에서 부러지지 않을까 싶어. 예를 들면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고인 권리주장은 근대의 핵심적인 가치거든. 흔히 ‘법 앞의 평등’이라고 말하지. 근대 국가질서에서는 ‘법 앞의 평등’이 ‘실질적 평등’보다 중요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미지들은 여성혐오잖아?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만만찮은 근대적 가치와 교집합을 가지기도 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난감할 거야. 사회운동은 ‘실질적 평등’을 요구하거든. 하지만 근대 국가기구는 어떤 상태가 ‘실질적 평등’인지 몰라. ‘법 앞의 평등’은 명쾌한데, ‘실질적 평등’은 모호하잖아. 설마 무조건 반반은 아니겠지? 그럼 당장 여자도 군대에 가라는 얘기를 들을 거고. 

‘실질적 평등’의 법정은 이 세상에 없어. ‘함께’ 만들어가는 수밖에.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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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1988년 대학에 들어가 보니 선배들이 걸핏하면 계급, 계급 하더라고. 계급이 뭔지 20년쯤 고민했어. 알고 보니 별거 아니던데. 벤츠 매장에 가봐. S클래스, E클래스, C클래스…. 이놈 요놈 저놈은 같은 클래스다, 이게 계급(class)이야. 

이런 크나큰 깨달음을 얻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에는 ‘노동자’만 있더라고. ‘노동계급’은 없더라고. 현대자동차 직원 평균 연봉은 9000만원대야. 1차 하청업체는 5000만원대야. 2차 하청업체는 3000만원대야. 3차 하청업체는 2000만원대야. 하청업체 직원들한테 물어보자. “현대차 직원들이 당신들하고 같은 클래스라고 생각하십니까?”

알고 보니 ‘역사의 필연’ 같은 건 개뿔이더라고.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더라고. 사민주의가 왜 위대한지 알아? ‘클래스가 같아지려는 의지’ 때문이었어. 이 회사 다니는 나, 저 회사 다니는 쟤, 그 회사 다니는 그, 우리 모두 비록 회사는 다르지만 비슷한 월급을 받자는 거잖아. 그래서 임금교섭도 회사별로 따로 하지 말고 한꺼번에 산별교섭을 하자는 거잖아. 우리끼리 임금경쟁 하지 말자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 노동계급을 만들고 유지하자는 거잖아. 사민당의 3대 가치가 ‘자유, 정의, 연대’야. 투쟁으로 하는 연대만이 아니라 제도로 하는 연대. 임·금·연·대.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세상을 등진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씨름한 테마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었어. 물론, 동일한 일에 대해 동일한 대가를 받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지. 하지만 설마 그가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그는 어떻게든 ‘노동계급’을 만들고 싶었던 거야. 

독일 노동계급이 왜 위대한 줄 알아? 걔들은 노조가 실업기금을 운영해. 왜? 실업자도 노동계급이거든. 직업교육 정책에 참여해. 왜? 노동계급이 될 아이들이거든. 그런데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해. 왜? 쟤들의 이익이 자기의 불이익이거든. 민주노총은 노동회의소 설립을 반대해. 왜? 노동회의소가 생기면 노조가 없어도 여기서 교육과 서비스를 받게 되거든. 그러지 말고 얼른얼른 ‘노조’를 만들어서 민주노총에 가입하라는 거야.

네이버에 노조가 만들어지네? 잘된 일이지. 대한항공에 새 노조가 만들어지네? 박수칠 일이지. 근데 이렇게 해서 노동계급이 만들어질까? 그건 아닌 것 같아. 산별교섭? 아직도 그 떡밥을 믿어? 막상 산별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쳐봐. 현대차 노조가 반대할 거야. 하청업체들하고 한꺼번에 임금교섭을 하게 되면, 현대차 직원들은 임금 인상률에서 양보를 해야 하거든. 사민주의는 일종의 ‘양보 혁명’이거든. 그런데 생각해 봐. 가뜩이나 양보도 싫은데, 혁명적으로 양보하는 것은 더 싫겠지.

사민주의 정치의 기본은 노동계급이 지지하는 정당이 홀로 집권하거나, 다른 당과 연합해서 집권하는 거야. 옛날엔 농민당과, 요새는 녹색당과. 그런데 한국에는 노동자만 있고 노동계급이 없잖아. 그러면 정의당의 전략은 뭘까? 정의당은 ‘좀 쎈 민주당’인가? 그렇다면 민주당은 ‘좀 약한 정의당’인가? 민주당은 수권정당, 정의당은 등대정당? 노동계급 대신 청년계급이 있기는 하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보다 청년들의 이해관계가 더 통일시키기 쉬울 것도 같거든. 그런데 이건 안될 것 같아. 두 당의 연줄 돈줄을 보아하니 그러기 힘들어. 무엇보다 ‘의지’가 없어.

노동자만 노동계급인 게 아냐. 실업자도 노동계급이야. 가정주부도 노동계급이야. 중요한 산업예비군이거든. 자영업자도 대체로 노동계급이야. 자영업자 중 70%가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다잖아. 학생은 물론 미래의 노동계급이야. 다들 취업하려고 발버둥치잖아. 그런데 이들과 같은 클래스가 되기 싫어? 같은 계급이 될 의지가 없어? 그래도 ‘노동자’ 운동은 해. 좋은 거니까. 지지해줄게. 하지만 ‘노동계급’ 운동인 척하지는 마. 그건 사기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

근데 노동자도 실업자도 주부도 자영업자도 노동계급이 될 수 있다면, 노동계급의 정체는 뭘까? 이건 10년쯤 고민했어. 그런데 뜻밖에, 1988년 선배들이 많이 얘기하던 단어에 답이 있더라고. 그건 ‘민중’이었어.

민중이 별거야? 영어로 그냥 ‘피플’이야. 존 레넌이 노래한 파워 투더 피플. 그런데 피플(people)을 위하는 사상이 포퓰리즘(populism)이라며? 아, 그럼 지금부터 포퓰리즘 해야겠네. 사민주의여, 아듀.

<이범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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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좀 봐. 이제 갈 데까지 갔나봐. 나한테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네? 코디 있냐고? 있어. 연봉 1억원까지는 내가 직접 확인. 수억원인 사람도 있다는데 이건 미확인. 입시가 복잡해져서 애들이 해야 할 게 늘어나잖아. 그러니까 전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잖아. 그걸 외주화한 게 컨설턴트. 컨설턴트가 매니저를 겸하면 코디. 

입시제도 바꾸면? 그다지 좋아지지 않을걸. 글쎄. 변별을 수능으로? 애들이 다 학원으로 가. 변별을 내신으로? 교실이 지옥이 돼. 변별을 비교과로? 이건 너무 불공정하잖아. 이러다간 나라가 망해. 뭔가 근본적인 게 필요해. 

진보 동네에 오래된 떡밥이 돌아다니네. 아직도 이 떡밥을 무는 사람들이 있네. 2012년 대선 공약집에 있었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라고 있었지. 그런데 2017년 공약집에선 사라졌어. 문재인 이념이 우경화 되어서? 민주당 의지가 약해져서?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아냐. 지방에는 국공립대가 많아. 그런데 서울·수도권엔 없어. 서울·수도권 수험생이 30만명이야. 근데 이 지역 국공립대는 겨우 1만명이야. 국공립대 공동입학? 공동학위? 도저히 그림이 안 나와. 그럼 2012년 공약은? 엉터리. 시뮬레이션도 안 해본 엉터리. 

그다음 떡밥은 ‘공영형 사립대’. 이걸 또 무는 사람들이 있네. 정부가 돈을 주고 사립대를 사자는 거야. 이사진 절반 이상을 공익이사로 바꾸자는 거야. 이걸 도대체 누가 원한대? 망할 위기에 있는 지방 사립대. 여기에 돈을 퍼주자고? 국민들이 반대해. 그러니 기재부에서 ‘빠꾸’당해. 역시 엉터리. 시뮬레이션도 안 해본 엉터리. 

서울대 폐지론? 박원순이 물었던 떡밥? 서울대 없애 보라지. 연고대가 서울대 되겠지. 왕은 왕이어서 왕이 아니거든. 왕으로 대접받으니까 왕이거든.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카를 마르크스 형님이었던가. 

제발 네 어깨에 힘을 빼. 나도 돈 주자는 데 동의해. 공동입학제에 동의하는 유력 대학에 돈을 주자. 매년 교수 1인당 1억원 비율로 퍼주자. 서울대에 2200억원, 연세대에 1600억원, 고려대에 1400억원, 경북대에 1100억원, 동국대에 700억원…씩 지금보다 더 주자. 그 대신 사립대의 자율권, 인정해 주자고. 학생선발권만 가져오자고. 학생선발권 그냥 뺏어오면 위헌결정 날 거거든. 그러니까 그 대신 돈을 주자고. 그러면 정부 예산의 1%로 해결할 수 있어. 5조원으로 해결할 수 있어. 고졸자 3분의 1 이상 수용하는 전국적 공동입학제 만들 수 있어. 이걸로 인기전공 경쟁은 못 막아. 하지만 인기대학 경쟁은 막을 수 있어. 

대학평준화가 아니야. 대학에 돈을 주는 대신, 교육여건의 ‘하한’만 정하고 ‘평가’만 요구하는 거거든. 나머지 돈은 대학 맘대로 쓰게 해주는 거거든. 대학은 솔깃할 거야. 요새 돈이 없으니까. 돈이 없어서 강사들도 자른다잖아. 

가만히 생각해봐. 누구의 기득권도 해치지 않아. 대학은 정부예산 받아서 돈이 많아져. 학부모는 사교육비 줄여서 돈이 많아져. 학계, 교육계 관료 나으리들 기득권도 그대로. 명문대 동문회는 싫어하겠지만. 쪼끔 더 팬시한 상상 해볼까? 나머지 돈의 일부를 장기연구에 쓰기로 해보자. 노벨상 나올 거야. 어때. 이 정도면 해볼 만하잖아? 

꼰대는 반대할 거야. 사립대와 국립대는 근본부터 다르니라~ 에헴. 유럽식 대학평준화가 답이니라~ 에헴. 미친. 거긴 사립대가 없잖아. 한국은 사립대 비율이 세계 최고야. 미친 체제니까 미친 대안이 나오는 거야. 사학에 왜 국민 세금을 퍼주냐고? 그럼 네 대안을 말해봐. 대안을 말해보라고!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으려면 필요하잖아. 그러니까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모두에게 먹이를 주자. 등소평 선생님 말씀. 내가 살짝 바꿔봤어. 

누구는 대학 서열이 문제가 아니래. 학부모의 욕망이 문제래. 도덕선생님 납시오~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면, 집값이 내려가기라도 해? 학부모 욕망을 비난하면, 입시경쟁이 줄어? 요새 교육경쟁이 쌍팔년도 출세경쟁인 줄 알아? 양극화로 인한 공·포·경·쟁이 겹쳤단 말이야.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경쟁! 그래서 적어도 인서울 지거국 하려는 경쟁. 어휴 지친다. 이런 사람들은 10년 뒤에도 똑같은 소리 할 거야. 설교로 밑밥 깔고 훈계질 계속할 거야. 

나도 알아. 이게 만병통치약은 아냐. 대학 서열로 인한 경쟁은 막을 수 있지만,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한 경쟁은 못 막아. 하지만 적어도 경쟁을 대학입학 이후로 지연시켜. 진보 양반들은 고개를 젓겠지. 무엇보다 내 ‘발상’이 맘에 안 들겠지. 사회적 타협을 돈으로 하자는 거니까. 

돈으로 가치를 사? 제발 그러자. 돈으로라도 가치를 사자. 애들 다 죽잖아. 아니, 아예 애를 안 낳잖아. 제발 이 떡밥 좀 물어. 

물기 싫어?…그럼 그냥 지옥캐슬에서 계속 살든가.

<이범 |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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