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베트 사람들은 아기를 낳은 뒤 엄마 품에 바로 안기지 않고 밀짚 바구니에 담아둔단다. 울 때까지 내버려두는 건데, 살고 싶은 맘이 생길 때 운다고…. 또 고산지대라 공기가 많지 않으니 울도록 두는 게 폐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 떼쓴다고 해서 젖을 물리지 않고, 기진맥진 풀이 죽어야 젖을 물린다. 그러면 호흡이 가쁠 만큼 힘차게 젖을 빠는데, 눈물 콧물도 같이 먹는다. 티베트엔 털이 보송보송한 흰소가 있다. 눈처럼 하얀 털을 바람에 날리며 인가 곁에 머물면서 워워 경을 읊는다. 우이독경이라지만 티베트 흰소는 뭔가 다르다. 곰빠 사원의 고승들이 뿔 나팔을 불고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를 때, 흰소들도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며 하얀 입김을 뿜어댄다. 흰소에 바구니를 매달아 아기를 잠재우기도 한다. 지축이 흔들리..

신입사원이 책상에 곯아떨어져 자자 부장이 책상을 내리쳤는데, 졸다가 벌떡 일어나서 한다는 말. “부장님이 제 집엘 다 찾아오시고, 어쩐 일이시랍니까?” 요전날 오전 약속을 깜빡. 부랴부랴 물티슈로 세수를 해가며 차를 몰았다. 약속을 메모해두지 않으면 깜빡깜빡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은 한 대학교의 요청에 비대면 강의를 만들고 있는데, 날을 까먹어서 실수로 알림을 했다. 그러나 약속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 하루를 벌게 되어 실수라도 즐거운 실수가 되었다. 중동지방 속담에 “낙타에게는 더 가벼운 짐보다 더 듬직한 발목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듬직한 어깨, 초롱한 눈빛과 야무진 마음가짐으로 난관과 실수를 이겨내야 하겠다. ‘실수’ 얘길 하니까 문득 생각나는 이가 있다. 성악가 파바로티다. 아버진 빵집,..

“눈물도 한숨도 나 혼자 씹어 삼키며 밤거리에 뒷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사랑만은 단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거리의 자식이라 욕하지 말라.” 최희준의 ‘맨발의 청춘’을 부르면서 싸돌아다닐 때가 좋았다. 이젠 밤늦게 돌아다닐 데도 어디 없다. 광화문에 탱크가 경비를 서던 통금 시대도 아닌데 이게 뭔 난리통인지. 애달픈 식당들 일찍 문을 닫는 통에 집에서 라면이나 삶아 먹어야 한다. 곰삭은 김장김치에 라면도 맛이 없지는 않으나 내가 해서 먹는 것보다는 남이, 그것도 ‘요리 마스터’가 해 줘야 배로 맛나겠지. 아베 야로의 만화 은 책으로 봐야 오지고 재밌다. 심야식당 주인, 일명 ‘마스터’는 거리의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 책에 나오는 문어 모양 비엔나소시지. 재미있어서 가끔 캔맥주 한 통 들고 안주 삼아 만들어..

탄줘잉은 중국의 저명한 편집자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몇 가지’를 따복따복 정리했다. 예를 들자면 악기 하나 배워보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부하기, 매일 15분씩 책 읽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하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기, 자신에게 상장 수여식, 부모님 발 닦아 드리기, 동물 친구랑 사귀기, 고향을 찾아 가보기, 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 큰소리로 사랑한다고 외치기, 자서전 쓰기,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어보기, 동창 모임에 찾아가기, 나무 한 그루 심기, 용서하고 용서받기, 약속을 꼭 지키기, 매일 건강에 투자하기, 먼 곳에 사는 친구를 사귀어보기 등등. 여기서 매일 15분씩만 책을 읽으면 한 해에 30권쯤 책을 읽게 된다고 한다. 기독교 책이라면 구약과 ..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호구라 한다. 호구 하나를 골라 예술적으로다가 잘 발라먹는 걸 ‘호구 아트’라 하겠다. 판타지 소설 엔 마법학교 ‘호그와트’가 등장한다. 호그는 수퇘지란 뜻이고 와트는 사마귀란 뜻. 왜 이걸 합쳐 부르는지는 소설가 조앤 롤링이 아니니만큼 난 모르겠다. 암튼 호그와트엔 마법사 지망생들이 수백명 집단 기숙 생활. 요새 문제가 된 미인가 국제학교처럼 어린 학생들이 바글바글. 마법의 주문 영어를 샬라쿵 내뱉더니 급기야 아메리카 유학생이 되는 이적을 일으키면 학부모의 바람은 할렐루야 아멘이 되는 건가. 해외에 있어야 할 선교사들이 국내에 주로 지내며 호구를 물색한다. 호구가 호구인지도 모르게 하는 게 이 마법학교의 기술력이겠다. 다행히 겨울비가 내려쌓더니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돌이..

동네에 담배를 태우는 분들은 멸종 위기의 불을 뿜는 용가리. 굴뚝 연기에 담배 연기도 섞여서 솔솔. 쿠바에 가보면 담배를 문 혁명가들이 벽보를 가득 채우고 있더라. 한번은 아바나 호텔에서 잠깐 봤는데, 텔레비전에 등장한 군복 입은 피델 카스트로가 담배를 태우면서 일장 연설. 금연 시대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담배에 얽힌 농담을 하나 들려주지. 인생이 괴로운 한 사나이가 있었지. 담배 연기를 위로 뿜으면서 “허어. 하늘도 무심하시지. 너무하네 너무해” 푸념. 그러다 담배 연기를 아래로 뿜으며 “귀신은 뭘 하나. 저런 놈들 아직도 안 데려가고”. 담배를 들이마시더니 “에구. 차라리 내가 죽을란다”. 그러다가 담배를 앞으로 훅~ 뿜더니 “아니야. 너 죽고 나 죽자잉”. 상하좌우, 담배로 긋는 성호도 아니고 말이..

언젠가 록밴드 ‘들국화’ 공연을 보러 갔었다. ‘제발’이란 노랠 정말 좋아하는데, ‘제발 숨막혀~’ 하면 진짜 숨이 멎는 느낌. 고인이 된 주찬권 아저씨 드럼 소리와 함께 번지던 노래는 앨범 발매 직후였을까, 학창 시절 YWCA 강당에서도 한 번 만났었지. 팬심은 ‘아미’ 못지않다.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야”라는 고백은 진솔하다. 곡을 만든 최성원은 당시 숨죽이게 했던 군부독재를 비판한 노랫말이라고도 했다. 곡이 수록된 2집은 겨울 풍경이 자욱하다. 노래 ‘1960년 겨울’엔 동요 가락도 담겨 있지. “밖에는 눈. 눈이 오네. 조용히 마당으로 흰 눈이 내리네. 밖에는 눈. 눈이 오네…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 ..

지금도 그렇지만 나이키가 유행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스님들도 흰 고무신에 유성펜으로 나이키를 그려서 신고 다녔다. 나이키가 나오자 짜가 짝퉁 나이스가 뒤따라 나왔다. 변비에 고생인 할아버지는 변소에 앉아 신문을 죄다 읽는데 할매가 두드리면 “나 있수”. 나이키와 나이스, 아니 나 있수가 점령한 세계였다. 요샌 단어가 잘 안 떠올라 발전기까지 돌려도 무리. 일본에 여행을 가면 자주 듣는 말 무리 데스렷다. 캠핑복으로 인기인 파타고니아 상표가 생각 안 나고 파푸아뉴기니가 난데없이 쓩. 아 이건 더 어려운 말인데 떠올라. 생일 선물로 멀리서 파타고니아 털옷을 한 벌 보내왔는데, 거기 “바보들을 투표로 몰아내라(Vote the assholes out)”고 써 있네. 기업들의 슬로건을 믿지 않지만 이건 참 뜻밖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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