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 5년 전, 2016년 12월3일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에 열린 제6차 촛불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232만명(서울 170만명)이 참가했다. 대한민국 사상 시위 참가자 기록을 또 경신한 것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웃었고, 집회에서 노동시간, 일상의 차별, 최저임금 등을 주제로 발언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여학생, 예술가, 주부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반복해서 노래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서의 ‘국민’은 그런 사람들을 의미했다. (요새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아우성친다는 그 ‘국민’이 아니라) 그렇게 촛불은 계급·세대·젠더의 차이를 잊거나 넘어 박근혜 정권의 퇴출만이 아닌, 근본적 사회개혁이라는 대의에 대동단결하는 것처럼 보였다. ..

지난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은행 개장 시간이 늦춰지고 영어듣기 시험 중에는 비행기가 상공에 머물렀다. 수능을 보는 자녀를 둔 친·인척과 직장 동료를 응원한다. 이러한 국민적 행사는 매년 되풀이되고 공유된다. 수능이 처음 실시된 것은 1994년이다. 암기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던 ‘학력고사’를 없애고, 대학 수학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수능’이 도입되었다. ‘대학입시제도’라고 할 때 ‘입시(入試)’는 입학시험의 줄임말이었고, ‘대학입학전형제도’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대학입학을 위한 ‘전형(銓衡)’의 다양한 자료 중 수능 결과가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라는 말은 여전히 남아 있고, 전형자료 중 하나인 수능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과정에서 수능은 ‘공정’의 대명..

미·중 신냉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사실 미국은 3C 정책이라며 글로벌 가치 사슬의 재편 과정에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 대결(Confrontation) 정책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냉전의 의도성을 부인한다. 반면 중국은 대결과 협력이 공존한다는 레토릭 자체가 불순하다며 반발한다. 중국은 대만 문제 등 핵심 이익을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협력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15일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도 분분하다. 시진핑 주석이 대만 문제에 대해서 사용한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타죽는다”라는 강경 표현에 주목해 회담 실패론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패론은 회담 이후 번지는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버스도 만원이다. 흔들리고 부딪치며 타고 내린다. KTX 기차도 승객들로 가득하다. 거리 두기는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선 철저하고 좁은 실내 공간으로 들어오면 쉽게 무화된다. 시내 백화점과 쇼핑몰, 카페와 음식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야구장에는 구름관중이 모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세먼지 속 옥외 전광판에는 ‘위드 코로나’와 함께 ‘신규 확진자 3000명 돌파’ 뉴스가 나온다. 시골에 살다가 오랜만에 도시에 나오면 어지럽다. 거대한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다. 괴이한 모습이지만, 아무도 괴이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 괴이함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라는 것, 그게 ‘단계적 일상 회복’의 의미일까. 소비활동은 장려하지만 정치활동은 엄금한다. 우리의 정치적 삶은 회복해야 할 일상 ..
1999년 6월 홍콩의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마 연평해전이 벌어졌던 날이었을 것이다. 당시 내가 해군장교였던 때문인지 한국에 전쟁 나는 게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나는 평소와는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전쟁이 그렇게 쉽게 나는 것이 아니라며 안심시켰다. 그해 연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친구는 옆에 있던 아시아 총책임자라는 한 외국인에게 얼마 전 도움을 준 해군장교라고 나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내 말을 믿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고 다른 회사들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한국정부가 당신에게 훈장을 주어야 한다”고 엄지를 세웠다. 인사치렌 줄 알면서도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때가 IMF 금융위기로부터 탈출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나는 지방에 거주한다. 지방의 대학에 근무하면서 이주하였고, 지방에 산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현재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단어 중 하나는 ‘지방’이다. 30년 전 서울의 한 대학 같은 학과에서 만난 동기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왔다. 나처럼 서울(수도권 포함)에서 성장한 학생은 전체의 30%가 되지 않았다. 여행도 흔치 않았던 시절, 교과서와 지도에서만 보았던 지명들이 비로소 구체성을 띠고 다가왔다.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서 온 동기에게 명절을 앞두고 “시골에 언제 가니?” 물었다가 “시골 아닌데”라는 답을 듣고 무안하고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가본 적 없고 이름만 알고 있었던 지역이었고, 대도시가 아니면 시골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대학 졸업 후 동기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직장을 잡고 거주하고 있다..

매년 11월 초 핀란드 국세청은 납세 정보를 공개한다.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같은 유명 인사는 물론 평소 궁금했던 동료의 연봉이나 얼마 전 차를 바꾼 이웃의 소득까지 알 수 있다. 물론 남이 나의 소득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동소득인지, 자본소득인지도 나온다. 국세청이 공개한 고소득자 명단을 보며 느끼는 감정 탓일까, 핀란드 사람들은 이날을 ‘질투의 날’이라고 부른다. 이웃 나라 노르웨이, 스웨덴에도 같은 제도가 있다. 북유럽에서 부자는 세금뿐 아니라 벌금도 많이 낸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의 국가는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운전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벌금을 매긴다. 일수벌금제라고 하는데 위반자의 일수, 즉 하루 평균 소득 절반을 기준으로 위반 내용에 따라 매겨진 범칙금을 곱해서 계산한..

10월 국정감사 중에 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은 미성년 논문 공저자가 진학한 대학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최소 30곳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서동용 의원실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 공저자 논문 전체 64건 중 22건이 연구부정 판정을 받았다. 22건의 미성년 공저자는 교수 자녀 4건, 동료교수 자녀 5건이며, 그중 의과대학 소속 교수 논문이 9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이런 부정행위를 저지른 교수들은 대부분 경고나 주의 같은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한다. 그러니까 서울대를 위시한 ‘주요’ 대학에는 또 다른 정경심 교수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왜 언론인들과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더 파헤치지 않는가). 적어도 교수·연구자라면 입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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