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열 |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미국 언론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초강대국 정치(superpower politics)’로 불렀다. 미국은 중국에 초강대국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었다. 대신 경제·군사·안보·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이 초강대국에 걸맞게 책임있는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이 과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처럼 “협력의 정신과 우호적 경쟁”을 펼쳐 지구촌의 공생과 번영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

美·中, 경제·군사 패권 경쟁 가열

지난 한 해 양국은 남중국해와 센카쿠 도서분쟁,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등을 둘러싸고 많은 긴장과 갈등을 겪었다. 중국은 자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포위·봉쇄 전략이라 비난한 반면, 미국은 중국이 자국을 동아시아로부터 몰아내려는 공세로 받아들였다. 또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난해왔고, 중국은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달러를 남발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양국 간 긴장과 불신은 상대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차원이 아니라 세력 전이에 따른 구조적 현상이다. 따라잡으려는 국가와 따라잡히지 않으려는 국가 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안인 것이다. 그런 만큼 양국은 초강대국으로서 국제 공공재의 제공을 위한 협력보다는 자기중심 손익계산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이 공세적으로 제기한 중국의 급속한 군비 증강과 투명성 문제, 한반도 핵 문제, 환율조정, 인권 문제 어느 하나도 정상회담은 전향적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자국의 성장을 최우선시하는 중국의 강고한 입장도 있지만 미국의 정책적 우선순위 탓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번 정상회담의 헤드라인은 북핵도 인권도 아닌 경제 문제였다. 미국 경제는 작년 2.6%의 완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개월 연속 9%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공황 이래 초유의 사태이다. 재선 가도가 위태로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진입했으며 일자리 창출에 올인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는 환율과 같이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문제보다 450억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 구매, 중국의 대미 투자 약속 등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련된 조치가 이루어졌다. 나아가 미국은 수출 증대를 위해 중국에 시장개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할 것이다.

두 초강대국이 실리에 기반한 전략적 경쟁을 지속한다면 한국은 힘겨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깊은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에 있으므로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군사안보 목적으로 활용해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 전략에서는 두 가지 문제점이 제기된다. 첫째, 경제적으로는 중국,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 가까이 하려는 이중전략이 성립하려면 미·중관계가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데 있다. 양자가 갈등을 넘어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몰릴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비공식 만찬을 나누기 위해 
                            백악관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 | 신화연합뉴스



한국 ‘양다리 전략’ 궁지 몰릴 수도

둘째, 미국은 상대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동맹국에 안보 제공의 대가를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중국과의 버거운 경쟁 속에서 미국의 지원을 얻는 대가로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주민의 비원을 저버리고 미국의 이전안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국 역시 연평도의 포연이 채 가시기 전에 미국의 이해를 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미군을 더 원할수록 미국민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한국이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미·중 경쟁을 완화시키고, 제도적 틀 속에서 힘겨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한국은 차가운 머리로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미국과 대면할 준비를 해야 한다. 2011년은 여러모로 벅찬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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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


7년간 3조5000억원이 투자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국회 날치기 때 통과됐다. 법에 의하면 과학벨트의 위치는 과학기술위원회 주관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청와대 담당자는 전국이 입지 후보지라고 했고 여당의 유력인사는 정치적 입김을 줄이고 정부에 선정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과학벨트 문제는 ‘제2 세종시 사태’로 치닫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벨트가 충청권에 들어설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이 ‘충청권 입지’ 약속은 물론 유령도시가 될 세종시를 구할 처방으로 일찍이 제안했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부결됐지만, 그래서 충청권 약속을 지킬 것이란 게 보통사람들의 기대였다.

그러나 세종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듯이 현 정부는 과학벨트 약속도 없었던 것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의 미래와 국익을 고려해 입지가 선정돼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만 던져 놓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과학계에 맡겨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정하자는 예의 추렴을 넣고 있다.

과학벨트는 첨단과학시설을 담는 곳이다. 그 속의 활동은 과학자의 몫이지만 입지 선정과 조성은 도시계획가의 몫이다. 따라서 과학계에 맡겨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선정하자는 것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속보이는 짓이다.

더욱 입지 선정이 새로운 게 아니다. 대통령 공약과 세종시 원안 논쟁을 통해 ‘충청권 입지’에 관한 기억과 기록이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모두를 망각하고 새로 하자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기만일 뿐이다. 입지 평가만 하더라도 정부는 2년 전 국토연구원을 통해 과학적 방식으로 실시했고 세종시가 최고 입지라고 낯뜨거울 정도로 선전했다. 물론 정부부처가 가는 대신 과학벨트를 넣는 게 더 낫다는 세종시 수정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그래서 정부안 부결로 과학벨트의 세종시 입지가 백지화됐다는 핑계를 들어 입지 선정 재실시를 강변한다. 하지만 이는 감정적인 이유일 뿐 합리적 사유가 결코 못 된다.

                          대덕특구 내 대덕특구인쇄출판산업단지추진조합 등의 노조원들이 최근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전시 제공


원안에 따라 12부9처9청이 이전하면 세종시의 과학벨트 입지 여건은 좋아져도 한참 더 좋아지게 된다. 세종시에는 과학벨트를 세울 수 있는 첨단지식기반지구 360만㎡가 이미 확보돼 있고 중이온가속기 설치에 필요한 지질 안정성도 입증돼 있다. 여기에 정부기관들이 들어오면서 갖추어질 교육, 의료, 문화, 국제교류의 서비스 인프라는 과학벨트에 필요한 최고의 입지 환경이 된다. 원안에서 2015~2020년은 자족성숙단계인 만큼 의지만 있다면 현 정부는 과학벨트를 주력사업으로 해 세종시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다.

세종시에다 과학벨트를 넣는 것은 이명박식 세종시 원안이다. 후보시절 이 대통령은 ‘세종시의 자족능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 국제과학기업도시 기능을 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행정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과학도시 트라이앵글을 형성해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심장부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세종시+과학벨트’는 이렇듯 이 대통령이 만든 충청권 맞춤형 개념이다. 수정안 좌절로 원안으로 돌아간다면 ‘세종시+과학벨트’가 이 정부의 원안이다.

정치적 논리를 버리고 다시 선정하자는 주장은 과학의 미래를 앞세운 저열한 정치적 꼼수로 세종시를 두 번 죽이는 처사다. 과학은 지혜와 정직에 기반한다. 술수와 기만에 기반한 과학벨트는 어느 곳에나 세워질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엔 과학다움이 없고 과학벨트를 통해 열려는 과학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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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경향신문 정치부장


그가 무도한 정권에 의해, 국가의 폭력으로 사법살인된 지 반세기하고도 2년이 지났다. 그 무참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세상은 여전히 그가 지향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여전히 냉전의 기운 속에서 전쟁마저 운위되고, 서민의 기본적 생활권을 확보하는 복지의 문제를 놓고도 오도된 이념의 시비가 횡행하고, 진보의 정치는 분열과 기득권의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때에 그의 죽음이 정적을 죽이려는, 이 땅의 진보정치 싹을 자르려는, 부패한 보수 독재권력에 의한 정치살인이었음을 확인하는 대법원의 재심 판결이 나왔다. 진보당 중앙위원장 죽산 조봉암 선생이 서대문형무소에서 국가보안법의 간첩죄로 사형당한 지 반세기가 넘은 2011년에서야 그때의 사형 판결이 잘못된 것으로 바로잡힌 것이다.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임에도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다. 재심 판결로 뒤늦게나마 그 잘못을 바로잡는다”면서 대법원이 52년 만에 판결을 교정한 것은 값있는 것이지만, 너무도 늦은 후대의 속죄는 무참하기 짝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1958년 진보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죽산 조봉암.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럼에도 세상은 너무 조용했다. 반세기 만에 바로잡힌 국가폭력과 사법살인의 결과에 대해 정부도, 정치도, 언론도 별 일 아닌 듯 넘어갔다. 그가 죽음으로써 씨를 뿌리고자 했던 진보정치도 예상된 논평을 빼고는 ‘아무 일’ 없었다.

이런 침묵과 무사는 조봉암과 함께 진보당 사건으로 법정에 섰던 이들이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난, 그 긴 50여년의 세월 때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조봉암의 죽음과 반세기 만에 이뤄진 ‘잘못된 죽임’이라는 판결은 한 개인의 신원 차원으로 끝날 수 없기 때문이다.

2대와 3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승만 독재의 최대 위협이 된 그가 탄압과 죽음이 예비된 진보당을 창당한 것은 무엇을 위해서였나.


‘반세기 만의 복권’ 반성없는 정치

누대에 걸친 독재의 정권도 지울 수 없었던 역사의 기록 일단을 복기해봐도 그것은 선명하다.

진보당이 창당하면서 내건 5대 강령은 이랬다.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의 달성, 공산독재 및 자본가와 부패 분자의 독재 배격과 혁신정치 실현, 생산 분배의 합리적 계획을 통한 민족자본 육성과 농민 노동자 등의 생활권 확보, 평화적 방식에 의한 조국 통일 실현, 교육체계의 국가보장제 수립 등이다.

1956년 창당대회 개회사에서 조봉암은 진보당의 과업으로 민주수호와 조국통일을 내걸었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자유와 평등과 사람다운 생활을 보장하여 줄 진정한 대중적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것만으로도 조봉암의 명예회복과 복원이 단순히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을, 그것도 한참 뒤늦게 바로잡는 것만으로 마무리될 수 없음을 가리킨다.

그가 극복하고자 했던 현실은 지양되었는가. 그가 가고자 했던 진보정치의 길은 진전되었는가. 그가 꿈꾸었던 평화와 복지의 사회는 이루어졌는가.

아버지가 참혹한 죽음을 당한 후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살아온 팔순의 딸은 대법원의 무죄 재심 판결이 난 다음 “이제 죽어서 아버지를 뵐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다”라고 말해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그리고 “그래도 세상이 조금 바뀐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그에게는 너무도 무력했을 지난 반세기를 정리했다.

평화통일과 복지사회를 주창하고, 그를 위한 정당을 만든 것 때문에 간첩죄로 사형당한 세상은 이제도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그가 죽은 지 반세기가 지나서도 평화와 민주가 흔들리고 부정당하고, 기본적 복지의 문제마저 편협한 색깔로 난도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조봉암은 1959년 7월31일 사형당하기 직전에 짧은 유언을 남겼다.


그가 뿌린 평화 씨앗 어디 있나

“결국엔 어느 땐가 평화통일을 할 날이 올 것이고 바라고 바라던 밝은 정치와 온 국민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네. 씨를 부린 자가 거둔다고 생각하면 안되지. 나는 씨를 뿌려놓고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네.”


그가 죽음으로써까지 뿌린 ‘씨’는 어느 만큼 거두어지고 있는가. 52년이 지나서야 그의 죽음을 신원시킨 지금, 우리 사회가 묻고 대답해야 할 건 이것이다. 무참한 죽음의 사유를 기록할 수 없어 여태껏 공백으로 남겨둔 망우리 산마루 묘비 뒷면, 거기에 ‘평화통일과 온 국민이 잘사는 나라의 씨를 뿌리셨다’고 새길 수 있어야 진정한 조봉암의 시대적 복원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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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 전 이프 편집장

중·고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에 우리는 종종 운동장에서 달리기나 토끼뜀을 했는데, 그때 뒤처진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처벌은 꼴찌 그룹을 면할 때까지 운동장을 더 뛰는 것이었다. 햇볕 뜨거운 여름날, 이를 악문 채 몇 번이고 운동장을 돌아야 했던 아이들이 느꼈던 모욕감, 수치심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한 명이라도 더 제쳐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달리기를 하게 된다. 속된 말로 군기가 잡히는 것이다.

대학교 때는 연극반에서 활동했는데, 그때 연출을 맡았던 한 선배는 연기연습을 하기 전 한도 끝도 없이 체력훈련을 시켰다. 토끼뜀,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등은 기본이고, 바닥에서 개구리헤엄치기, 김밥 말기 등 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 위주로 운동을 시켰다. 후배들의 얼굴이 오기로 일그러진다 싶으면 운동장으로 내보내 몇 시간이고 운동장을 돌게 했다.

그때 그 체육선생님, 연극반 선배의 공통적인 특징은 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조건 명령한다. 뛰어, 꿇어, 굴러, 엎드려, 쉬어…. 물론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는 일을 왜 굳이 처벌처럼 했을까. 친절하게 말로 설명하면 안됐을까? 체력훈련을 하는 데는 적극성과 도전정신이 필요해, 그러니 조금더 긴장해 보자. 많이 뛸수록 근력이 좋아지고 날씬해지니 더 뛰는 건 벌이 아니고 상이다. 표현력이 강화되려면 몸과 마음의 경직성, 오기, 자존심 같은 것들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으니 그것을 풀기 위해 운동을 해보자, 라고 설명했더라면 혈기왕성한 우리는 스스로 더 강력한 운동에 도전했을지도 모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무튼 그래서였을까?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못한 나는 운동, 하면 좌절감, 낭패감, 불안감 등등의 감정과 함께 언제나 처벌을 떠올린다. 그런 내가 운동을 좋아할 리 없고, 경쟁하는 게임이나 운동경기를 좋아할 리 없다.

심리학에서 몸은 무의식의 영역이며, 무의식은 우리가 인식하기도, 통제하기도 어려운 심리영역이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인 고통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용됐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에는 입문식을 하게 될 때,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 없도록 극도로 형식화한 의례에서 사용하게 했다. 이제 부모의 세계를 떠나 독립적인 성인이 되었음을 알릴 때 황야로 내보내 굶기거나 잠을 재우지 않거나 몸에 문신을 새김으로써 말이다. 그때 경험하는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 처벌이 아니다.

최근까지 한국사회에서 육체적 처벌이 무지막지하게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알고 있다.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때리는 것이고, 학교에서도 집단으로 개인적으로 체벌이 가해진다. 어떤 선생님의 매질엔 개인적인 분노가 실려 있다. 아니, 아무리 성숙한 인간이라도 손에 폭력적인 도구가 쥐여있을 때는 대부분 흥분하게 되고, 이성을 잃게 된다.

성인상담을 해보면 특히나 한국남성들의 삶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가정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학교와 학원에서 그리고 군대에서 그들은 무력하게 폭력과 폭력적 처벌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심리적 상처도 깊고, 분노도 그만큼 강렬하다. 그들의 몸에 가해진 그 분노의 문신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육체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대부분은 의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무서운 일이다.

이즈음 체벌금지가 마치 망국적 교육정책이라도 되는 양 통탄해하며 반성할 줄 모르는 사회분위기와, 결국은 간접체벌이라는 대안 아닌 대안을 내놓은 한국의 교육현실이 가슴 아프다. 나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육체에 처벌의식과 분노를 각인시키는 체벌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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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야생초 편지' 저자)

        

몇 달 전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던 중 갑자기 원자력발전소를보고 싶다고 하기에 지역의 시민감시단에 있는 친구를 불러내 함께 찾아간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오랫동안 반핵운동을 해온 경력을 살려 일본인 방문객들에게 친절하고 자상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원래 외국인 방문객이 찾아오면 홍보담당 직원이 안내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날은 우리가 가이드를 달고 왔으므로 홍보직원은 뒷전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윽고 방문이 끝나 막 나가려 하자 담당 직원이 배웅인사 겸 홍보성 발언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러자 다혈질인 우리 측 가이드와 직원 사이에 최근의 지역현안을 두고 말싸움이 벌어졌다. “뭐, 파워 업그레이드? 지역민들이 촌놈이라고 무시하는 거냐? 어따 대고 그따위 영어를 써서 사람들을 홀리려 드냐! 그러면 우리들이 못 알아먹을 줄 아냐?”
내용인즉슨 영광원자력발전소가 원전 1, 2호의 발전용량을 4.3% 증강하려 하는데 여기에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주민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출력 증강’이라는 말 대신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를 사용하여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시단 친구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출력 증강에 의한 해수온도 상승 피해에 대한 우려보다 발전소 측의 지역민 무시 태도에 더 격분한 듯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출력 증강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무산되고 영광군의회가 반대성명서를 발표하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주민 동의가 필수사항이 아니라며 강행의지를 표시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 DB | 2009-12-04)


사실 이런 일은 어제오늘 불거진 게 아니다. 수년 전부터 곪아 오다가 토목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꺼번에 터지고 있는 중이다.
강원 삼척에서는 주민들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고, 충남 서산의 가로림만에서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성명서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에는 반드시 그로 인해 피해 보는 주민들의 반대가 있게 마련이지만, 최근의 사태는 단순히 흘려듣는 지역뉴스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바로 에너지 문제를 대하는 정부와 국민의 태도이다. 국가주도 성장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태를 지역이기주의의 병폐로 보고 여기에 관여하는 열성분자들을 보상금이나 올려먹으려는 비양심적인 세력으로 매도하기에 급급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야말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아주 억압적인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GNP)이 2만달러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나라이다. 그러나 양적으로만 선진국에 올라섰지 질적으로는 아직도 후진국 소리를 면치 못하는 분야가 너무도 많다.
그 중 하나가 에너지에 대한 태도이다. 이미 대다수 선진국은 원자력의 비중을 줄이면서(최근 탄소 배출 감량 문제로 원전 건설이 재개되는 경향이 있음) 재생에너지로 주력을 이동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많을수록 좋다”이다.
정부는 에너지 사용의 증가가 마치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주요 지표인 양 발전설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1인당 전력소비량이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보다 한참 앞서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영광원자력발전소 홍보관을 나서며 출력 증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홍보직원의 능글맞은 미소를 잊지 못한다. “국민들이 전기를 작작 써야지….” 국민들의 소비행태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흥청망청하는 국민들 덕에 우리가 산다는 표정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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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연세대교수·사회학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21세기 첫 번째 10년을 말한다. 누구는 2000년부터 새 시대를 얘기하지만, 새로운 세기의 출발이 2001년부터라면 바로 오늘이 21세기 첫 번째 10년을 마감하는 날이다.


세계사적으로 지난 10년은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알리는 시대로 기록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 피로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결정적 위기를 맞이했다. 1950~70년대 ‘진보의 시대’에 뒤이어 1980년대에 등장한 ‘보수의 시대’가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더불어 새로운 전환점에 위태롭게 서 있다.


‘포스트 신자유주의’ 불안한 전환점

문제는 이 ‘포스트(post) 신자유주의’ 국면이 상당히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면 교체가 막 시작됐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고수하려는 세력과 넘어서려는 세력 간의 경쟁 및 갈등이 치열하다. 이른바 ‘파국적 균형’이 진행되고 있다.

둘째,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발전패러다임이 명확하지 않다. 패러다임 교체의 최후 승인이 국민적 집합의지에 달려 있다면, 국민적 관점에서 대안 패러다임은 여전히 모호하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의료개혁을 성취했으나 신자유주의의 중핵을 이루는 금융부문 개혁은 지체돼 있다. 일본의 경우는 아동수당은 지급했으나 국가 재정이 상당한 위험을 노정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와 올해 독일과 스웨덴의 선거에서 보수 세력이 선전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은 것은 아니다.

내가 주목하려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국면사적 시각에서 신자유주의에서 포스트 신자유주의로의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가마다 그 변동은 상이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왼쪽으로 이동해 왔다면, 유럽은 오른쪽으로 이동해 온 것이 포스트 신자유주의 국면의 정치적 풍경이다.

둘째, 이러한 지구적 변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다.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 국면적 전환을 강제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였지만, 올해 무상급식을 둘러싼 토론과 그 연장으로서의 6·2 지방선거 결과는 포스트 신자유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 상징적 징표다.

                                                          부와 빈곤이 교차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마을 너머로 솟아있는 타워팰리스가 구룡마을 판자촌과 대조를 이룬다.<권호욱 기자>


평화·민주·생활 ‘3대 위기 극복’ 숙제로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2011년 새롭게 열릴 우리 사회의 정치구도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국면이라는 ‘구조적 강제’와 정치사회 및 시민사회의 ‘경로의존성’ 속에 조건지어져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정치의 양대 과제는 국가비전의 제시와 사회갈등의 조정이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사회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하고 인간성의 파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이며, 이를 거시적 국가비전과 미시적 정책대안으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정치 본연의 역할이 놓여 있다.

바로 이점에서 2011년에는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일대 논쟁이 펼쳐질 것이다.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이른바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 국면이 일찍 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진보개혁 세력이다. 진보개혁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평화의 위기, 민주의 위기, 생활의 위기라는 ‘3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장 올해만 돌아봐도 연평도 포격으로 상징되는 한반도 평화공존의 위기, 민간인 사찰로 상징되는 민주주의 후퇴의 위기, 양극화 심화로 상징되는 서민과 중산층 경제생활의 위기야말로 우리 사회의 우울하고 참담한 현주소다. 위기는 불안을 낳고, 그 불안이 다시 위기를 강화하는 악순환 속에 다수의 국민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 길 몰라 서성거리고 있다.

진보개혁 세력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먼저,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포스트 신자유주의 아래서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국가비전과 정책대안 제시다. 괜찮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를 할 것인가, 아동수당 등 보편적 복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등에 대해 진보개혁 세력 내에서, 나아가 보수 세력과의 치열한 미래 논쟁을 벌여야 한다.


이러한 논쟁 가운데 복지국가를 둘러싼 토론은 그 중핵을 이룰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새삼 복지국가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강화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돼 왔다.
둘째, 특히 올해 무상급식을 둘러싼 토론은 복지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산업화 시대의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의식에서 세계화 시대의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의 문제의식에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복지에 대한 이러한 높은 관심이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이미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은 ‘한국형 복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야권의 주요 후보들 역시 ‘보편적 복지’, ‘역동적 복지국가’, ‘사회투자국가’ 등 다양한 담론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복지담론의 르네상스가 열리고 있다.

복지국가의 지구적 경향을 지켜볼 때 진보개혁 세력은 한국 사회의 역사적, 구조적 조건 아래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복지는 ‘경제적 교환’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교환’, 다시 말해 정치세력 간의 ‘역사적 타협’이다.

이러한 타협에서 사회적 약자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적 선택을 진보개혁 세력은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

첫째,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복지 강화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의 확보를 위한 증세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이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통적 복지국가’ 구축과 ‘적극적 복지국가’ 모색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세계화의 진전과 정보사회의 강화라는 외적 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복합적인 정책대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 비전 제시와 더불어 정치의 시민주체성 또한 회복해야 한다. 지난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그리고 6·2 지방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시민주체성이 온전히 발휘될 때 진보개혁 정치가 주목할 성과를 이뤘음을 기억해야 한다. 진보개혁의 관점에서 오늘날 그 어떤 정치적 기획도 참여민주주의를 경유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민주대연합이든 진보대연합이든 새로운 정치 모델의 구성은 무엇보다 시민주체성의 열망을 구체화해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8월 13일 저녁 서울 정동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정지윤기자>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 위기에 빠진 진보개혁 정치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은 것은 2008년 촛불집회였다. 보수적 권위주의 정치, 신자유주의 경제경책, 그리고 생명부정의 반인간주의에 의연히 맞서고자 했던 것이 촛불의 정신이었다면, 주인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 오만한 대리인을 책망하고 바로 잡으려는, 직접행동의 시민불복종, 시민행동의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 촛불의 방법론이었다.

진보개혁 정치가 국민다수로부터의 지지를 다시 획득하기 위해서는 바로 촛불집회에 담긴 시민주체성의 열망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대중의 정치적 자발성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정당조직 내부 개혁, 공직 후보 선출방식 개발, 그리고 정당-시민사회 간의 네트워크 및 거버넌스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 간 쌍방향의 이른바 ‘이중적 토론정치’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진보개혁 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우리 정치는 이제 새로운 미래 논쟁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기대로, 불안을 희망으로 변화시킬 21세기 두 번째 10년의 첫 해를 열어야 한다. 오늘밤이면 제야의 종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진다. 오래전 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느니라.’ 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종이여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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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세계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개최된 G20 서울정상회의 이후 정부의 각종 보도자료나 홍보물에서는 G20개최국에 걸맞는 ‘국격’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예 정부차원에서 국격 제고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녹색성장’‘공정사회’도 이명박 정부의 국정이념을 상징하는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 사회통합적인 측면을 아우르는 이 세 단어는 어느 정권이나 정당이든 부정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여당 단독 예산안 강행 처리,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으로 촉발된 국가의 안보위기, 행복도시 수정안의 졸속 입안과 폐기, 민간인과 정치인에 대한 불법 사찰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 등 올 한 해 동안의 굵직한 사건들과 겹쳐보면, 이 용어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사찰·인권 후퇴’ 품격과 거리 멀어

국격, 즉 나라의 품격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라도 품위와 격조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다. 품격을 갖춘 사람을 존경하듯, 품격을 갖춘 나라도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많고 잔치를 많이 벌인 사람을 존경하지 않듯이 국가의 경제력이나 국제회의 개최만으로 국가의 품격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고 국민의 인권이 보호되고 문화와 가치를 중시하는 국가가 품격있는 국가가 아닐까?

지난 12월8일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는 309조원에 이르는 2011년 예산안이 날치기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었고 폭행까지 벌어져 해외토픽으로 전세계에 전송됐다.

예산안과 함께 처리된 의안에는 친수구역특별법뿐만 아니라 국립대학교의 위상을 변경하는 서울대법인화법, 대한민국의 군대를 아랍에밀레이트(UAE)에 파병하는 해외파병동의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전문가들이 수없이 문제제기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자국의 군인을 해외로 파견하는데 국회에서 논의조차 없이 강행된 국가를 어떤 나라, 어떤 국민이 품격이 있다고 할 것인가?

                              혹한에… 서울대 최갑수 서양사학과 교수(왼쪽)와 최영찬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12월 26일 서울대 법인화법 폐기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한 국가의 인권수준은 국가의 품격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이다. 국가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대부분의 상임위원들과 자문위원들이 사퇴한 가운데 인권상마저 수상자들로부터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그동안 엠네스티와 같은 세계인권기구나 국제언론단체에서는 수없이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수입쇠고기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의 강제진압과 연행, 용산참사로 대표되는 폭력적인 재개발 철거와 인명 희생, PD수첩 담당 PD에 대한 수사,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비롯한 인터넷 기고자에 대한 인신구속 등에 대한 비난이었다.

마침내 미네르바를 구속했던 전기통신법 조항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졌고, PD 수첩팀들도 무죄선고를 받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해 사후에 구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두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얘기할 수 없으며, 국가의 품격을 논할 수 없다.


‘사람’에 배려 없인 공정사회 헛구호

녹색성장은 2005년 서울에서 열린 제5차 환경과 개발에 관한 아태지역 장관회의에서 경제성장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간의 상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경제와 환경문제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 개념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의 경제성장이나 개발 과정에서 드러났던 환경파괴와 사회적 형평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경험을 후진국에게 전수하고 전세계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에서 녹색성장정책은 매우 의미있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는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정책과 ‘4대강 정비’ 등의 건설 분야 사업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경제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그린뉴딜로 발표된 이 정책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축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토목사업에 녹색포장지만 덧씌운 꼴이 되고 말았다.

1992년 리우에서 개최된 세계환경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적 건전성과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개념이었으나,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성장은 경제적 측면을 강조한 반면 환경적인 측면이나 사회적 통합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녹색성장이 환경파괴사업인 4대강 사업을 대표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상 녹색성장은 토목사업을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하게 된다. 지난 27일 국토해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론에 비유하고, 4대강 사업이 국토개조의 대역사임을 강조했다.

국토개조론은 1972년 일본의 다나까(田中) 수상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했던 일본열도개조론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국토전체를 개발열풍으로 몰아넣어 90년대 초반이후 부동산 거품붕괴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8월 8일 경기 여주군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노란 손수건을 흔들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19일째 4대강 반대 농성 중인 환경운동가들을 격려하는 의미로 손수건을 들었다.
<여주 | 김정근 기자 >

올 한해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로 시드니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선정됐다. 결코 쉽지 않은 철학서의 독자층이 이렇게 넓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 국정아젠다로 공정사회를 내건 것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라 할 수 있다. 경쟁력이나 성장이 아니라 새삼 정의나 공정사회를 내건 것은 우리시회에서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 낙후지역, 중소기업에 대해 더 많이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사회취약 계층과 지역, 기업에 대한 배려는 구호나 홍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투자해야 비로소 실행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예산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407조원으로 GDP 대비 36%를 넘어섰으며 2015년에는 500조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복지지출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의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국방예산의 확대까지 필요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난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주거불안정과 사교육비 문제는 저출산을 더욱 구조적인 문제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에 대한 획기적인 재정지출이 불가피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일자리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를 통해 발표한 이른바 부자감세정책을 이번에 강행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변경하지 않았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재정균형을 달성하면서 확대되는 재정지출 수요에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은 증세와 토건사업부문에 대한 축소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감세정책 기조와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토건사업 예산을 건드리지 않는 상황에서 복지예산 축소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것이 예산날치기 통과라는 형태를 통해 실행에 옮겨지게 된 것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없는 공정사회는 공허하다. 사람에 대한 배려없는 공정은 정의롭지 못하다. 4대강 사업이 녹색사업인지, 재난방지와 물부족 해결을 위한 유일한 대안인지의 논란은 접어둔다고 할지라도 왜 4대강 사업을 2012년까지 완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최소한 해명을 해야 한다.

또한 이 사업이 완료되었을 때 청계천이나 한강정비사업 처럼 외형적으로는 번지르르한 모습을 띠게 될지라도 이 사업이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이나 저소득층 아동의 급식지원, 하위 소득 가구들을 위한 양육지원금, 대학생들의 학자금 융자에 대한 이자대납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저소득층, 청년, 중소기업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을 줄이면서 공정한 사회를 주장할 수 없다.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개발공약이 대세를 결정했던 2006년 지방선거와는 달리 무상급식과 보육, 교육과 같은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공약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열망과 호응은 천안함 사건으로 대표되는 신북풍을 극복한 유권자들의 힘의 원천이 되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토건사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주택공급 과잉, 생태환경의 파괴, 사업성 부족으로 인한 기업과 은행의 파산, 시설의 유지와 관리운영을 위한 재정부담을 낳게 된다. 진정으로 녹색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토건사업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정답이다.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는 사람을 배려하고 사람이 존중받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볼 줄 알고 세대를 위해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 존경받듯이 이런 국가가 품격있는 국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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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경제평론가

인간이 자의적으로 유장한 시간의 흐름을 토막낸 탓에, 이즈음이면 흔히 이런 질문을 듣게 된다. “내년 경제, 어떨 거 같아요?” 2007년말부터 내 대답은 같았다. “빚 갚으세요. 집이나 주식이 있다면 파시는 게 나을 거에요.”(실제로 나는 금년 초에 집을 팔았다) 매년 똑같은 답을 했으니 자기 생계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내 무능함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금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마찬가지이다.


내 ‘예측’(?)이 비껴 나간 걸 굳이 변명하자면 2008년말부터 2009년초까지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동시에 돈을 풀고, 또 확대 재정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패닉을 막았고 정부의 지출은 성장률을 높였다. 그러나 돈은 여전히 금융기관에서 단기 금융시장을 오가는 함정에 빠져 있고(유동성 함정) 기대했던 재정의 승수효과(풀린 돈이 소비가 되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것)는 신통치 않았다.

재정 확대의 약발이 떨어지자 미국의 성장세는 움츠려들고 실업율은 여전히 10%를 맴돌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았으며 실업률의 양상은 70년대 이래의 여느 경기침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은 더 심각하다. 아이슬란드, 그리스 그리고 포르투갈로 이어지고 있는 재정위기로 더 이상 유럽의 소비 진작도 불가능하다.



토건에 기댄 장밋빛 전망 위험천만

한국은행은 12월10일 ‘2011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금년 6.1%의 성장보다 다소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4.5% 경제성장을 거둔다니 신통할 정도이다. 수출은 16.1% 증가에서 8% 증가로, 설비투자는 24.3% 증가에서 6.5% 증가로 대폭 둔화되겠지만 건설투자가 -1.5%에서 2.5%로, 그리고 민간소비는 4.2%에서 4.5%로 성장을 이끌 것이란다. 바야흐로 내수가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말이다. 한술 더 떠서 대통령은 작년의 예측이 실적을 밑돌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년에도 5% 이상의 성장을 자신했다. 정부 역시 예산안을 편성할 때 내년 성장률을 5%로 상정했다.

나는 한은을 신뢰하며 그 전망이 맞기를 바란다. 그러나 금년 만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소가 몇군데 발견된다. 한은 전망은 중국의 경제성장율을 9% 내외로 전제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성장 목표치를 8%로 잡았다. 부동산 버블 등 내수 과열의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투자 증가율에 손을 대겠다는 얘기다. 우리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은 근년의 우리 성장률을 좌지우지한다.

한은의 이번 발표에는 이례적으로 연간 평균 환율 가정이 빠져 있다. 최근 OECD는 2007년을 100으로 삼을 경우 한국의 명목 실효 환율지수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절상압력이 거세리라는 걸 의미한다.

산업별로 봐도 한국의 수출증가를 이끌었던 자동차 산업의 경우 28% 수출 증가에서 5.8% 증가로 대폭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세계 반도체 시장도 금년 32.5% 증가에서 5% 증가로 주춤할 것으로 보여 작년에 60~70%나 증가했던 한국 반도체 판매도 당연히 위축될 것이다. 최근 D램 가격이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결국 내년 수출은 한은 전망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폭탄이 터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도 그렇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4월 5일 은평뉴타운 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렇다면 건설투자와 소비가 내년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준공 후 미분양만 5만호 가량, 그리고 전체 미분양이 약 8만호 존재하는 가운데 건설투자가 획기적으로 증가한다는 건 뭘 의미할까? 집값 하락 가능성 때문에 전세 가격은 치솟고 사교육비와 의료비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민간 소비가 과연 금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한은 홈페이지를 보면 스스로의 설립 목표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한은은 이번 발표에서 “금년 4/4분기 이후 중기물가안정목표 중심치(3.0%)를 상회하는 3%대 중반의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왜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가능한 한 끌어 올리고 자신의 존재 이유인 물가 상승에는 달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물가를 잡을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즉 통화증발이 대표하듯 각국에서 지난 2년 동안 풀린 돈이 아시아로 몰려 들고 있다. 한국의 증시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원화는 절상 압력을 받게 된다.

또 모두 원화절상을 예상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은 달러를 보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달러를 계속 사들여서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밖에 없다. 정확히 매키넌이 이름붙인 ‘미성숙 채권국’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투기공격을 유발하며 장차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 한도 설정,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환원 조치, 전성 부담금 정책을 연이어 발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경향신문 12월24일 정태인 칼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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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하효과는 거짓, 부자감세 철회를

한은이 물가와 자산 버블을 걱정한다면 통안증권 등을 팔아 달러와 교환된 원화를 걷어 들여야 한다(불태화 정책). 그러나 수출과 환율이 더 우선이라면 통화량 증가를 방치하게 될 것이다. 왜 한은이 물가 상승에 무덤덤하고 대통령은 고성장을 자신하는가? 한마디로 넘쳐나는 돈을 방치해서 자산거품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원화절상을 최대한 막아서 수출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내년 정부 예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토목 건설에 대한 의존이다. 2009년에 30.1% 증가해서 25.5조원에 달한 SOC 예산은 금년에 25.1조원, 내년에 24.3조원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4대강 예산은 수자원공사 지출까지 포함하면 9.6조원으로 금년에 비해서도 16.8%가 증가했다. 날치기 통과까지 하면서 4대강 예산을 지키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게는 절박한 일이었던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복지국가”라며 증거로 든 복지예산은 어떨까? 2005년에서 08년까지 매년 11.3% 증가하던 복지예산은 2009년 위기 때 18.8% 증가했지만 금년에는 1.0%로 대폭 증가율이 낮아졌고 내년에는 6.2% 증가한다. 그러나 공적 연금 자연증가분 등 의무지출과 주택부문 증가가 내년 예산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실질적인 정책 증가분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물론 이렇게 예산이 빠듯해진 것은 2008년의 영구적 ‘부자감세’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작년의 50조원 적자, 금년의 30조원 적자에 이어 내년에도 25,3조원의 적자를 본다. 정부가 전제로 한 5% 경제성장을 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이며 우리의 예상대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심지어 세계가 더블딥 상황에 빠진다면 적자 문제만으로도 우리는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12월 20일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안상수 대표에게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얘기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즉 정부의 정책이 예상대로 실행된다 해도 우리는 거품과 적자 더미에 빠지게 된다. 시장 임금과 복지가 정체된 상태에서 물가와 자산가격이 오른다면 양극화는 극으로 치달을 것이다. 내년 초에 한·미 FTA까지 통과시킨다면 우리는 돌아갈 길조차 잃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라든가, 복지는 낭비(윤증현)라는 시대착오가 반영구적 정책기조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씨가 “아버지의 궁극적 소원”인 복지국가를 진정으로 이루려면 한·미 FTA 반대의 맨 앞에 서야 한다.

대침체기의 정책은 오히려 간단하다. 경제성장이 되면 물이 위에서 흘러 내릴 것이라는, 이른바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이미 거짓으로 판명났다. 아무리 수출을 해도 ‘고용없는 성장’일 뿐이고 돈을 아무리 풀어도 ‘유동성함정’에 빠져 금융기관과 자산시장 안에서만 돈이 돌기 때문이다.

물은 밑에서부터 차오른다. 마찬가지로 돈이 밑으로 돌아가면 국내에서 소비되고 자영업자와 내수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다. 부자감세를 철회해서 그 돈을 서민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특히 교육과 의료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가장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이미 판명났다.

이 정부가 부추기고 있는 사교육과 민간보험이 아니라 공교육과 건강보험이 우리를 구원할 튼튼한 동아줄인 것이다. 거품을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거품을 빼는 정책이야말로 우리의 집과 일자리를 보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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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구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매년 연말에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해왔던 교수신문은 2010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장두노미’(藏頭露尾)로 결정했다. 쫒기던 타조가 급한 나머지 덤불 속에 머리만 숨긴 채 꼬리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이 말은, 이미 그 실상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진실을 감추려 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올해의 세태를 꼬집고 있는 이 말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현실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한다. 여러 측면에서 우리 민주주의가 현저히 후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공정사회’를 강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공정사회’ 강변

이와 관련하여 2010년의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현실에 직면해 있나? 그것은 다음과 같은 세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국가 차원으로, 국가의 공권력이 정상적으로 행사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정치사회 차원으로, 정당과 국회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는 시민사회 차원으로,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세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그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그것은 민주주의의 지체 또는 후퇴를 의미한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이명박정부의 공권력 행사는 어떻게 행사되고 있나? 이에 대해 우리가 무엇보다도 먼저 주목할 것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계기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영포게이트’ 사건이다. 그것은 이 사건이 대통령과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영포회’(영일·포항 공직자 모임) 관련 인사들이 정부 내에 또 하나의 권력층을 이루어 자신들의 사적 이해를 위해 국가의 공권력을 불법적으로 동원했던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청와대의 비호 아래 ‘영포회’ 관련 인사들로 구성되었던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관실은 민간인 불법 사찰을 비롯하여 정부와 사회 곳곳에 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이 같은 사실은 이명박정부 하에서 권력 실세의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김종익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지윤 기자

그러나 이명박정부 하에서 공권력 행사의 난맥상은 여기에서 그치고 않는다. 공권력 행사의 핵심 기구인 검찰조차 ‘영포게이트’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사건 은폐를 위한 공직윤리관실 관련자들의 대포폰 사용 문제를 간과했는데, 이는 검찰이 이 사건의 은폐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야기시키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른 검찰 수사의 편파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투신 사망에까지 이르렀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보복수사 논란, 그리고 청목회 로비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 타당성 논란 등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국가 차원에서 공권력 행사가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을 보여주었다면, 정치사회 차원의 국회와 정당 활동의 문제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 8일 국회에서 발생한 내년도 예산안 날치기 통과는 정치사회 차원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이 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미처 계수 조정도 마치지 못한 내년도 예산을 날치기로 강행 통과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통해 아랍에미레이트 파병안, 친수구역특별법, 서울대법인화법 등 다수 쟁점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 이루어졌던 그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이 폭력이 난무하는 난투장이 되고, 그 결과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음은 물론이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갖는 주요 권능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회의 권능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국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집권여당에 의한 예산안의 날치기 통과는 국회 스스로가 자신의 이 같은 권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국회가 스스로 자신의 권능을 부정하는 이 같은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대통령에 종속되어 있는 한나라당에 있다. 즉,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심의 중인 예산안을 갑작스럽게 강행 통과시키는 집권여당의 이 같은 행동은, 과거 독재정부 시기의 여당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스스로를 대통령의 들러리로 만들었던 것이다.


안보 내세워 권위주의 통치 강화 우려

한편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은 상당히 후퇴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도 시민사회 차원에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는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자유를 제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특히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이명박정부의 시도는 올해에 들어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낙하산 인사를 통해 그리고 종편과 보도 채널 배분문제를 통해 언론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대폭 강화시켰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의 형성과 유포를 제어하고 통제하고자 했던 이명박정부의 이 같은 시도가 시민사회 차원에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했음은 물론이다.


                             전국언론노조와 MBC 조합원들이 2008년 7월 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정치검찰 규탄대회를 열고 
                                                        ‘PD수첩’ 표적수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아마도 이명박정부는 우리 민주주의의 현실을 ‘민주주의의 과잉’으로 이해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민주주의 현실에 대한 이런 이해로 인해 이명박정부는 법의 준수를 강요하는 법치주의를 주장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원래적 의미, 즉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공권력의 행사가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법의 준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명박정부의 이 같은 법치주의는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저항을 봉쇄하고 그들로 하여금 권력에 순치시키는 거꾸로 된 법치주의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시민사회 차원에서 민주주의 후퇴는 시민들에 대한 인권 보호의 약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그 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낙하산 인사를 통해 그 운영을 좌지우지함으로써 현재 야기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 사태는 그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공권력 행사 차원에서, 정치사회의 정당과 국회의 활동 차원에서, 그리고 시민사회의 표현 및 언론의 자유와 인권 보호의 차원에서 야기되고 있는 이 같은 사태들은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급속히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후퇴의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는 이에 대한 진지한 인식과 사려 깊은 이해가 없다. 오히려 그들은 국정의 주요 목표로서 ‘공정사회’의 실현을 내거는 등, 현실과 동 떨어진 구호를 내세움으로써 현실을 호도하고자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현재 ‘장두노미’의 현실, 즉 민주주의가 급속히 후퇴하고 있고 세상이 이를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이를 애써 감추고자 하는 그러한 현실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6·2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고 있듯, 시민들은 급속히 후퇴하고 있는 우리 민주주의의 이 같은 현실에 반발하여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지금껏 이 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야기된 남북관계의 악화는 그 악화의 분위기를 이용한 이명박정부의 ‘안보정치’의 가능성, 즉 안보를 내세워 그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할 가능성조차 시사하고 있다.

점차 임기말에 다가감에 따라 현실적으로 이명박정부가 그러한 유혹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렇다면 내년에 들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최대 과제는 이명박정부의 이 같은 시도를 적극 제어하고 저지하는 것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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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10년은 한반도에 포연이 가득한 한 해였다. 지난 3월 천안함 사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6.25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서 전쟁위기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서해의 포연은 동아시아 국제정치에도 영향을 미쳐 이 지역에서 탈냉전 과도기를 끝내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또한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취한 일련의 계획적인 행동이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북한은 11월에 미국의 한반도 안보관련 전문가 세 팀을 북한에 초청하여 영변 핵단지 내 경수로 건설현장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은 마지막 미국팀이 돌아가자마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연평도를 포격함으로써 한반도에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엄중한 현실을 미국과 전 세계에 주지시켰다. 그런 후 바로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와 CNN 앵커를 북한에 초청하여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력적 조치에 일정 부분 동의함으로써 회담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편,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자 국제사회에서는 한반도의 긴장해소와 전쟁방지가 최우선적 과제로 떠올랐다. 동시에 6.25전쟁이 아직도 종식되지 않고 남북·북미간의 대결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현 정전체제의 문제점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또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정착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관건이라는 인식이 무력충돌의 경험을 통해 널리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제 새해를 맞아 ‘포연의 2010에서 상생의 2011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이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의의는 무엇이며, 북한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팀들과 리처드슨 주지사를 초청하여 새로운 핵시설들을 공개하고 북핵문제 해결책을 논의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 ‘분쟁의 2010년을 넘어, 평화의 위기를 넘어’ 평화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데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며, 상생의 2011년을 이룩해 내기 위해서는 우리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긴장감 흐르는 연평도   우리 군의 연평도 일원 해상사격훈련에 북한군이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한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는 연평도의 모습< AP >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의의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무엇보다도 미중 간의 거대한 ‘힘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발생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탈냉전의 과도기를 끝내고 미중 간에 대결적 구도로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을 가속화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 동안 미국은 ‘군사’와 ‘경제’ 양 분야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전 세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리더십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8년 미국경제의 붕괴는 미국으로 하여금 경제카드를 통한 자신의 힘의 투사를 불가능하게 하였고, 미국에게 남은 카드는 현실적으로 군사안보 카드뿐이었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군사안보 카드를 사용하였다. 미국은 한국정부와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을 처벌하면서 급속도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일종의 ‘예방전쟁’적 성격을 가진 ‘예방적 힘의 투사’를 하였으며, 중국은 이를 자신의 안보이익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동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던 거대한 ‘힘의 전환’과 그에 따른 신질서 형성의 맥락 속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치가 급속히 ‘미국-한국 vs. 중국-북한’의 대결작 구도로 구조화되었다.

한편,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은 북한이 남한의 영토에 대해 직접적으로 저지른 무력도발이었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한반도를 준전시 상태에 빠뜨렸다. 상황이 전쟁 위기로 치닫자,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는, 천안함 사건 때와는 달리, 이 지역의 ‘전쟁과 평화’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해소와 전쟁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2월 10일에는 워싱턴에서 미중 고위급 정기 군사회담이 열려 한반도 위기를 논의했고, 15일에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장관이 한반도정책 관련 팀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하여 한반도 위기 상황과 역내 안보 문제, 북핵문제 등을 협의했다. 남한정부의 연평도 근해에서의 포격 훈련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하는 가운데, 19일에는 러시아의 요청으로 유엔안보리가 소집되어 한반도 긴장해소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미국은 이명박정부와 동맹협력을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남한정부의 ‘전쟁 불사’의 태도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북한의 새로운 핵시설 공개의 이유

북한은 지난 11월과 12월에 미국의 한반도 및 북핵 전문가 세 팀―잭 프리처드(Jack Pritchard)팀, 시그프리드 헤커(Siegfried Hecker)팀, 그리고 모튼 아브라모위츠(Morton Abramowitz)팀―과 빌 리처드슨(Bill Richardson) 미 뉴멕시코 주지사를 초청하여 새로운 핵관련 시설들을 공개하고 북핵문제 해결책을 논의했다.

특히 스탠포드대 핵과학자 헤커박사팀에게는 영변 핵단지 내에서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25-30 메가와트 경수로 외에 그것의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건설했다고 하는 최신식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북한이 이처럼 미국인사들을 초청하여 새로 건설한 핵시설들을 공개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력조치들에 일정 부분 동의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미국과 대화하고 협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서 무엇보다도 주고받기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 조야도 그렇게 해석했다.

북한은 미 방북팀들과의 대화에서 핵문제를 해결하고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기본적인 준거의 틀로서 2000년 10월 북미공동코뮈니케의 의의를 강조했으며, IAEA 사찰팀의 수용, 사용후 연료봉의 대외 반출, 미사용 연료봉의 대남 매각, 남북 간 핫라인 개설 등에 대해 동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일련의 제스처는 기본적으로 북한은 핵시설 추가공개와 연평도 포격사건을 통해 미국에게 한반도가 아직도 언제든지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정전상태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그 해결방법으로서 조속히 6.25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 맺고 관계정상화를 이룩해야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적이고 계획적으로 알린 것이다.

그 메시지는 만일 미국이 협상을 거절하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고, 북핵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경고를 또한 담고 있었다.

 

            북한이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협력안보센터 소장에게 원심분리기 모델로 밝혔다는 네덜란드 알메로(Almelo).


#2011년 한반도 평화를 결정짓는 요인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분쟁의 2010년을 넘어, 평화의 위기를 넘어’ 내년에는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는 데에는 대표적으로 다음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하여 작용할 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대미 관계개선의 노력, 남북한의 상호 관계개선의 노력, 미중양국 간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이다.

첫째, 북한이 올해부터 이미 자신들이 짓고 있는 새 핵시설을 미국인사들을 초청하여 공개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력적 조치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였지만, 이러한 대미협상과 대미개선 노력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소련붕괴 이후 대미관계와 대남관계의 개선을 자신의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축으로 삼는 삼았던 지난 20년간의 ‘남방정책’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폐기하고, 이제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꾀하는 ‘북방정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행동은 북한이 여전히 북미관계 개선을 북중관계 강화와 함께 향후 생존과 발전의 축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둘째, 올 9월 김정은의 후계자 선출, 2012년 강성대국 개막 등을 앞두고 있는 북한은 비록 이명박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지만, 명분과 기회가 주어지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정부도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과 임기 말년의 레임덕 현상이 겹치면서 현재의 상황에서 출구하여 내년에는 대북협력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은 남한과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전략’의 수립과 이행이 불가능하며, 마찬가지로 남한도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평화를 확보할 수 없고 향후 나라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제대로 기약하기 어렵다. 이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통해 이명박정부는 우리가 한반도 전쟁위기에 발목을 잡히면 결코 ‘글로벌 코리아’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내년에는 미중양국 간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책협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양국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남한 vs. 중국-북한’의 대결구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는 한반도 전쟁위기가 자신들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양국 간에 비록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는 차이는 있지만, 긴장해소와 전쟁방지를 위해서는 협력하였다.

중국의 경우,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남한과 북한을 방문하여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의의 개최를 제안했으며, 김정일위원장으로부터 ‘관련 당사국들이 모두 참석할 경우 6자 수석대표 긴급 회동 제안에 응할 수 있다’, ‘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고, 김정일위원장은 다이빙궈에게 북미대화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미국도 스타인버그 국무부장관 일행을 12월 중순에 베이징에 보내 중국과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했으며, 내년 1월에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양국 군사관계, 한반도 긴장해소, 북핵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미중정상회담을 준비한다. 무엇보다도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이뤄지는 미중정상회담은 한반도 위기해소,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6자회담의 재개 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 위의 세 가지 요소의 작동 방향을 종합해 보면, 지금 같아서는 다행히도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정착, 북핵문제 해결에 나름대로 진전이 있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인다. 위기 뒤에 평화가 온다고 할까.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일행을 만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후
                한반도의 긴장완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우리정부의 주인의식 회복과 평화지향적인 노력 필요

그런데 위의 모든 것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정부가 한반도문제에 대한 주인의식과 주도권을 회복해야 하며,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신념과 비전을 갖고 그 방향으로 적극적이고 일관되게 노력해야만 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평화’ 문제는 결코 미국이나 중국, 혹은 북미양국 간에 맡겨놓을 성격이 아니다. 정치라는 것이 내치에서의 정답은 ‘분열’이 아닌 ‘통합’이며, 외치에서의 정답은 ‘전쟁’이 아닌 ‘평화’가 아니던가.

현재 한반도는 한반도에서 긴장해소와 평화정착, 북핵문제 해결 등을 위해 중국, 러시아가 적극 나서고, 북한과 미국도 나름대로 자기 식대로 나서고 있는데, 이명박정부는 ‘전쟁 불사’의 자세로 북한과 ‘기 싸움’을 지속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논의와 진전을 오히려 어렵게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박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민족의 화해협력·평화번영 이니시어티브에 기반하여 키워왔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과 그 주도권으로 확보했던 공간을 상실하고 말았다. 지금은 우리에게 ‘민족’(남북관계)은 사라지고 ‘외세’(국제정치)만 남아 이 양자 간의 균형이 사라짐으로써 우리는 전략적 불구자의 처지로 추락해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한중관계의 악화와 한미동맹의 과도한 군사동맹화, 강성화(强性化)는 향후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11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

결론적으로, 내년 2011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그것은 기본적으로 오는 1월 워싱턴 미중정상회담 결과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이 북핵문제에서 어느 정도로 높은 수준의 진전을 이룩해 낼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한반도 긴장해소의 틀’을 마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내년은 최소한 올해와 같은 포연의 해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국제체제에서의 ‘힘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양국의 대결이 기본적으로 구조화되어 있고, 남북 최고지도자들 간의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에,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일 내년 1월 워싱턴 중미정상회담이 만족스런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북미대화와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는 경우에는,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별로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무력도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제3차 핵실험 등을 통해 또 다시 미국과 남한을 압박하고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내년 1월 워싱턴 중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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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현 인천대 겸임교수,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 대처능력 강조

"위기관리라 하여 거창하게 국가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 큰 조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삶도 위기관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행복한 삶은 위기를 잘 관리할 때 가능합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의 창설 요원으로 활약했던 안철현 전 NSC 국장이 민간인으로 변신해 생활 속의 위기관리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교수로 변신한 그는 인천대학교 행정대학원을 비롯해 서울시립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에서 ‘위리관리론’을 강의하고 있다. 안 교수는 공무원, 기업 사원 등을 대상으로 초청 강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언론학 박사이기도 한 그의 인생 역정은 굴곡이 많다. 그는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통이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위기관리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위기관리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 그는 42세의 나이로 2000년 1월 사직했다. 이후 그는 학업을 병행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위기관리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위기관리 컨설팅 사업은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전 재산의 절반을 날리면서 실패했다.

“국가의 신경망이라고 하는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면서 IMF 구제금융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지켜보고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보기관이 위기의 징후를 제대로 인지하고 이것을 대통령과 관계부처에 제때 알리며,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했더라면 과연 위기가 도래했을까. 이러한 문제를 자문하다가 이러한 부문에서 연구하고 실행해보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국정원서 근무하다 전문가로 나서

안 교수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쳐서 위기관리 분야에서 일한 유일한 사람이다. 특히 그는 참여정부 5년 동안 청와대 내에 설치된 위기관리센터에서 전문가로 맹활약했다.

“당시 위기관리센터는 정부 수립 최초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위기 유형(33개)을 선정하고 유형별로 위기관리 체계를 정립했습니다. 또 이 위기 상황에 대비한 2600여 권의 표준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위기관리센터를 폐지됐고, 이에 그는 몹시 절망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3월 초 이 대통령에게 위기관리센터의 존치의 필요성을 호소한 끝에 가까스로 현재의 ‘위기정보상황팀’으로 명맥을 유지시켜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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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3월 26일 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김태영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위기관리센터가 없어진 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관계가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NSC 위기관리센터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정치적 측면’도 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위기정보상황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그는 지난 7월 청와대를 나왔다. 그는 민간인 신분으로 인천대에서 겸임교수직을 맡으면서 ‘생활 속의 위기관리 전도사’로 변신했다. 그가 청와대에서 나와 위기관리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위기관리에 관한 인식과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 누구에게나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이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그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안 교수는 “안보·재난 같은 국가적 위기도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국민들이 겪는 위기도 다양하다”면서 “기업의 수출 화물이 중간에 도난당한다든지, 집에서 갑자기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할 때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대학교는 내년 3월부터 국내 최초로 행정대학원에 위기관리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인천대는 위기관리학과를 통해 위기관리의 소양과 역량을 구비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안 교수는 “신설되는 위기관리학과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 위기관리 평가지표 만들기 등 위기관리체계를 강의하고 7년 동안의 위기관리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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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전 NSC 사무처 국장


정부는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 현행 대통령실 내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수석비서관급이 실장을 맡는 국가위기관리실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위기관리야말로 대통령의 중요 책무이자 대통령실의 핵심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을 전담하는 국가위기관리실을 수석비서관급으로 격상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세번째인 대통령실 위기관리 조직개편이 이번에는 제대로 이루어져 다시는 부실한 위기관리시스템, 땜질식 개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진행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새로이 부여되는 위기정보 분석 기능이 외교안보수석실과 명확한 업무분장 하에 수행되어야 한다. 국가안보 정책 및 정보를 다루어온 외교안보수석실이 계속 존재하는 가운데 국가위기관리실도 위기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는 양립체제가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내 정보의 공유, 위기정보의 유통이 부실할 경우 위기징후 포착 및 대비태세 부실로 이어져 국가위기관리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가위기 시 대통령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를 면밀히 수립하고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지난 천안함 사태 시의 대정부 불신, 이번 연평도 사태 초기의 메시지 번복과 국민의 혼란 등에서 알 수 있다.
위기가 발생하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 정부성명 내용 중의 단어 하나가 국민의 마음과 사태의 향방을 좌우하며, 특히 안보위기 시에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국가위기 시 대통령과 정부의 대국민·대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전담조직, 관련 인력과 매뉴얼, 전략과 지침, 학습과 준비가 안되어 있는 실정이다.


셋째, 국가 위기관리 분야 전반에 대한 총괄 및 대응지휘 권한이 제도적으로 부여되고 전문 역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군사작전·전시동원 및 비상대비·통합방위·민방위·재난 등의 분야로 구분되어 정부 각 부처에 의해 수행되는 위기관리 업무 전반을 총괄 및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법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계속해서 현안 조정 및 정책 수립을 위해 안보정책 및 정보를 다루게 되는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과의 명확한 업무분장 및 동 수석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부여된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는 국가위기관리실 구성원들의 총괄 및 대응 지휘에 관한 전문적인 역량이 구비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부여된 권한이라 해도 역량이 부족하면 부실을 낳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주재로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경제점검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왼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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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현재와 같은 관계기관 파견인력 중심의 인력 운용보다는 민간 전문인력도 근무하는 명실공히 최고 위기관리 기관이 되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전문 영역이며 지속적인 모니터와 학습, 축적된 경험을 필요로 한다. 국가 최고의 위기관리 기관이 현재와 같이 전원을 1년여 파견 나왔다가 복귀하는 공무원 출신 인력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조직의 비중 및 전문성 제고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섯째,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위기관리담당관(OCM : Officer of Crisis Management)을 지정하여 국가위기관리실과 이들 담당관 간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기적인 관계 속에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가 위기관리는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과 자원의 통합 운용을 요하는 분야이다. 정부 내 위기관리담당관 네트워크는 바로 유기성과 협력성, 자원의 통합적 운용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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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아이패드를 포함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개발에 힘입어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개인 미디어로 자리잡은 소셜 미디어는 우리 사회와 생활 현장에서 이용자들에 의해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어느덧 소셜 미디어는 단순히 개인간의 정보와 사진 교환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뜨거운 토론의 장이 되는 등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트위터에서 촉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마트 피자논쟁, 트위터에 올린 청와대 수석의 글에 영향을 받은 듯 갑작스럽게 판매를 중단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트위터에 올린 블랙리스트 언급으로 인해 경찰서에 들락날락해야 했던 유명 개그우먼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소셜 미디어는 이제 이용자간의 단순한 재잘거림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압력의 수단이요 여론 형성의 수단이 되고 있다. 

트위터로 네티즌과 소통하는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 (사진: 경향신문 DB)

경향신문 2010년10월 6일자에 실린 주요정치인 트위터

              관련기사: [경향신문 64주년 창간특집]과잉권력 직접 견제… 정치공간으로 확장 ‘파괴력’ 


  이처럼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자 기업은 물론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치활동을 적극 홍보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는 정치인들 역시 소셜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에 주목하면서 소셜 미디어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과 온라인 비디오를 선거 홍보물로 활용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보는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존 멕케인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주지사가 소셜 미디어를 자신의 정치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 화제다.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중 하나인 유튜브에서 이미 스타로 통하는 정치인은 바로 미국 뉴저지주의 크리스 크리스티(Chris Christie) 주지사 이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정치 활동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 한 영상물은 무려 77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해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세라 페일린(Sarah Palin)의 활동 영상물보다도 훨씬 더 높은 수치다. 크리스티 주지사  측은 뉴저지주 주지사로 업무를 시작한 지난 1월부터 크리스티 주지사의 정치활동과 메시지를 유튜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전달해 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약 163개의 영상물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영상물이 유튜브에서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정치인들의 홍보 영상물이 대부분 연설이나 인터뷰 등 딱딱하고 정형화된 형식으로 제작되어 따분한 느낌을 준 반면, 크리스티 주지사의 영상물은 연예오락 프로그램처럼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유튜브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동영상은 편집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처럼 리얼한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 주지사와 뉴저지주 교사 노조와의 토론회 장면을 담은 영상물에는 주지사와 교사노조 대표 간에 벌어진 고성을 포함한 치열한 논쟁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치 집에 있는 캠코더를 가지고 토론회 현장을 즉흥적으로 촬영한듯한 느낌으로 제작된 이 영상물은 진지하면서도 간간히 농담을 던지며 토론회를 주도하는 크리스티 주지사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토론회 참가자들의 질문에 자세히 세밀한 부분까지 대답해 주는 크리스티 주지사의 성실한 모습과 앞으로 주정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직설적이면서 확신에 찬 대화법이 유튜브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유튜브 동영상은 이제 뉴저지주 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는 누리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전국적인 정치스타로 발돋움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블로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맺어진 친구들의소개로 접하게 된 영상물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또 다른 친구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 보내주거나 소개한 영상물은 관심을 가지고 보기 때문에 영향력이 일반 텔레비전 프로그램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소셜 미디어는 정치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유권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앞으로 정치인들의 정치활동 성패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꾸밈없는 거친 대화법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사례는 앞으로 소셜 미디어를 정치활동에 사용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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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옥│국제금융협회 연구원(미국 워싱턴디씨)


연평도 사건 이후, 연일 쏟아지는 관련된 기사를 읽노라면 동북아시아권에 새로운 냉전기류를 감지 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 역시 12월6일 부시 정권아래 북한 특사였던 빅터 차(Victor Cha)교수의 “아시아 지역에 미국, 일본, 한국 대 중국, 북한으로 대립되는 새로운 냉전시대가 도래된 것 같다"라는 말을 인용한 기사를 실었다. 과연 현재 이명박 정권이 취하는 현 중원미근(中遠美近)의 편 가르기식 외교정책은 현명한 것일까?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로 타임지  대기자로 활동하는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자신의 기사에서,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 아니 두려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첫째,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정체기의 미국 및 경제 위기로 고군부투 중인 유럽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심히 비교된다. 중국은 2010년 2/4분기에 이미 GDP 성장률로는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세계2위 자리를 지켜왔던 일본을 보란듯이 제쳤다. 더욱이 2010년 상반기,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1%를 초과해, 중국은 아시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자리매김 하였다.


            세계의 공장, 중국. 막강한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역시 커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둘째, 증강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및 군사력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국가에서 소련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유엔안보리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이다. 또한 군사대국 미국의 이목(耳目)을  끌 만큼 꾸준히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마지막은 중국의 교육에 대한 전례없는 투자이다.  파리드 자카리아의 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대학교수는 두 배로 증가했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1997년 100만명에서 2007년 550만명으로 무려 5배나 증가했다.  그는 예일대 리처드 레빈(Richard Levin) 학장의 연설을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리처드 레빈은  "중국은 거의 10년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중·고등교육기관을 건설 중이다. 또한, 중국의 중·고등교육기관의 등록률이 미국의 그것을 현저히 초과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중국의 교육정책은 부국강병을 위한 전례없는 우수 두뇌양성 프로젝트로, 과감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된 중국의 교육투자 계획은 대한민국 교육부가 1999년 인재 양성 목적을 위해 고안한 두뇌한국 21(Brain Korea 21) 정책과 흡사하다.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낸 것이 우수 인력자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때, 중국이 우수한 두뇌를 가진 인재들에 투자하는 것은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무장하여 동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어깨를 견주고자 하는 국가로서의 야심을 품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방면에걸쳐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현상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권의 중국을 향한 외교정책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중국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현 중원미근(中遠美近)식 외교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보다는 중국과 함께 성장, 발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대상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지표는 한국의 경제가 중국에 수출 의존적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적인 면에 있어 중국과 보다 성숙한 관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성숙한 관계를 통해 강화된 경제력은 우리에게 동북아시아권에서 외교적으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마치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권문제에 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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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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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일문제에 관해서도 북한과 더 많은 접촉을 하고있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핵심세력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북한의 정권붕괴로 인한 통일이 아닌 점진적인 평화통일을 위해서, 한국은 핵심세력인 중국과 심도있는 대화  및 양국이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이고 일관적인 장기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중국의  6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북한이 무슨 속셈을 하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의 거절은 곧 북한과의 대화단절을 의미하는 것인데, 대화없이 평화적으로  어찌 통일을 한단 말인가?

물론,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같은 도발적인 군사공격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특히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킨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따라서 북한에게 사과를 받을 건 받아내고 군사력을 증강해 후에 일어날 수 있는 군사적 도발에 대해 현명히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외교정책은 군사정책과는 다르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장기적인 시각에서 무엇이 한반도을 위한  최선의 외교정책 될 것인지를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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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로 강화되어가는 중-북관계. 올해1월 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평양에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 다가오는 2011년에는 오랜 동맹관계인 미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경제, 외교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대폭적인 정부의  지지아래 전례없는 교육계획으로 인재를 양성하며 더 큰 성장을 꿈꾸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로 주장한다. 이명박 정권은 현재 편 가르기식 외교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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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교수·정치학


 남북관계는 아예 지쳐버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갈등과 대결을 지속하다가 천안함 사태로 전면파탄에 이르더니 급기야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관심조차 없는 무덤덤한 절연관계가 되어 버렸다. 남측은 북과의 대화와 협상이 귀찮기만 하고 북도 남측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이미 오래다.


 때마침 통일부가 발간한 ‘2010 통일백서’는 이 모든 걸 북한과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이 사실상 실패했고 북한은 긍정적 변화 대신 핵개발과 개혁개방 반대를 고수해왔다는 것이다. 만족할 만큼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리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햇볕정책의 문제이고 따라서 지금 이명박 정부가 고집하는 대북 강경정책이 정당함을 주장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본시 햇볕정책은 애물단지 북한을 정상적인 북한으로 전환시키려는 어렵고 힘든 노력이었다. 말 안듣고 속 썩이는 북한을 화해협력과 관계확대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려는 현실적 노선이었다. 그러나 분단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한 포용정책인 탓에 북한의 변화는 더디지만 흡족할 만큼 이뤄지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우리 통제 밖의 북미관계 변수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남쪽에 급속히 통합될 우려 때문에 북은 적극적인 변화를 주저했고 북미관계 교착으로 북은 결국 핵실험을 하고 만 것이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2010sus 7월 2일 인천 중구 영진공사 보세창고에 남북어린이어깨동무의 인도적 대북지원물품이 쌓여있다. /경향신문 DB



 그럼에도 햇볕정책 10년은 남북관계 지속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냈고 어렵고 힘들지만 점진적인 북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통일백서가 비판하고 있는 북한불변과 핵개발은 따라서 햇볕정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분단체제와 한반도라는 특수성에서 배태된 정책적 환경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즉 햇볕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한국판 햇볕정책의 지난함을 반증한 것이었다.


 이를 무시한 채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의 규정 하에 햇볕정책의 실패를 단정하고 자기식의 북한다루기에 나섰다. 관계를 전면 중단하고 일관된 압박과 봉쇄를 통해 북의 변화와 굴복을 얻어내겠다는 접근방식이었다. 실패했다는 햇볕정책 대신 선택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연 성공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지금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비판하는 과거 정부 시기보다 더욱 강경하고 고집스럽고 호전적이다. 2.13 프로세스마저 중단된 채 핵능력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고 천안함에서 보이듯 대남 군사도발과 위협을 서슴치 않고 있으며 개혁개방과 정반대의 정책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압박만 하면 북이 아플 것이고 그래서 결국 북이 굴복할 것이고 끝내는 북이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3대 오해 속에 반포용의 대북강경정책을 지속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전혀 다르다. 관계 중단과 대북 압박은 북을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중국으로 달려가게 만들었고 때문에 북은 굴복하는 게 아니라 켜켜이 대남 적개심을 키워가고 있고 임박한 붕괴가 아니라 3대 세습과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은 전제를 가지고 대북 압박에 나섬으로써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긴장고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대북정책은 결국 애물단지 북한을 다루는 방법이다. 그만큼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다. 밉고 짜증난다고 감정대로 대할 경우 애물단지는 더욱 어긋나게 된다. 더디고 힘들지만 관계개선과 화해협력을 통해 애물단지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인내와 노력이 바로 햇볕정책이다. 대북강경정책은 북한변화는 고사하고 한반도 평화마저 포기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지금의 망실된 남북관계에 대해 훗날 통일백서는 누구 탓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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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전국언론노조KBS본부 사무처장



어제 전국언론노조KBS본부(새노조)의 <추적60분:4대강편> 방송보류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 중 KBS 정치외교부가 작성한 정보보고의 일부가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직자들은 정보보고는 통상적인 수행활동이고 공개되서는 안되는 것이 언론계의 상식이며 이는 불문율이어서 이러한 공개는 만행이라고까지 합니다.


이와 유사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킨바 있는 위키리크스(Wikileaks)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 약 25만건의 공개입니다. 

미국의 재외공관들이 해당국의 주요인사들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그 내용을 주요 정보보고로 문서화하여 본국에 송부했던 것이 공개된 것입니다. 통상 비밀주의가 관행으로 인정되는 외교안보 현안이 통째로 다 알려졌으니, 관련자들은 참으로 곤혹스럽고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불과 채 1달도 되지 않은 11월 29일 전문이 공개된 이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발빠르게 자국 관련 이슈들을 보도했고 KBS 역시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문건을 직접 인용하고 수십차례 관련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특히 문건공개 다음날인 11월 30일 9시뉴스(http://news.kbs.co.kr/world/2010/11/29/2201743.html)에서는 지난 2월 김성환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미 캠벨 차관보의 대화내용을 실명으로 언급하며 2009년 가을부터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한 것에 대해 방송하였습니다. 





공개되지 말아야 할 문서의 공개여부를 두고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당사자와 공개자간의 입장 차이는 매우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KBS보도본부의 입장은 매우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문건 공개 4일 뒤인 12월 3일 KBS의 뉴스(
http://news.kbs.co.kr/special/digital/newscomm/2010/12/03/2203897.html)는 해설을 통해 “당사자인 미국이 한결 같이 폭로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반성하는 빛은 안 보인다”는 방송을 한 것입니다. 뉴스해설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과 관련국이 그렇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 모습에선 외교안보나 국가이익과 관련해서라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는 식의 일방통행식 불감증이 느껴져 섬뜩합니다.
공직에서 일하면서 정보를 독점할 경우 쉽게 빠지게 되는 오류같은 거 말이지요. 소통이 없고 외부 감시가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 중략 ... 그러나 그런만큼 정책결정 관련자들이 대중을 의식하는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현안과 관련한 언행이나 결정 등이 언젠가 공개되더라도 대중의 이해를 구하고 납득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못해서 실패한 역사적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 중략 ... 이런 점에서 최근 위키리크스 공개로 드러난 공직자들의 가벼운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 많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라고 믿고 털어놨는데 상대방은 전부 다 문서로 보고하는 게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리 중요한 국가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도 더 이상 정보의 독점이나 비밀주의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위키리크스 폭로는 던져주고 있습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지요."


 
보도본부가 뉴스로 방송한 내용과 어제 연이어 게시한 보도본부 주요 보직자들의 입장은 왜 현격한 차이가 있을까요? 어떤 것이 우리 KBS 뉴스를 이끌어 가는 철학인가요? 남의 문제는 반성해야 하고 우리 문제는 만행으로 규정해야 하는 것인지요?


새노조가 공개한 내용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무 1비서관이 나옵니다. 추적60분에 대한 분위기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보도에서 스스로를 일개 비서관이라고 스스로를 칭하신 그 분은 사실 고위공무원일 뿐만 아니라 여당 관련 정무를 담당하는 비서관으로 대통령께 보고되는 상당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분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관련하여 불과 이틀 전에 발생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13일 롯데마트가 시중가의 3분의 1인 5천원에 팔아온 ‘통큰치킨’의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한다고 선언을 한 것 입니다. 사업 적절성 여부와는 별개로 사업진출 7일만에 해당기업이 관련 사업을 접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롯데의 치킨사업 진출에 대한 견해를 짤막하게 적은데 대해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이 문자메시지를 정수석에게 보내고 “조만간 사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후 사업을 포기한 것 입니다(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30278&sc=naver&kind=menu_code&keys=2).


뭐 외압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롯데마트는 왜 부랴부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일까요? 왜 관련 사업을 접은 것일까요?


정보보고의 공개여부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추적60분 방송보류 이후 새노조의 첫 공방위는 외압여부보다는 방송보류에 대한 유감표명, 해당 프로그램의 조속한 방송, 재발방지를 위한 제작 책임자에 대한 최소한의 경고에 대한 요구였습니다.
회사측은 최소한의 조치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연 무리한 요청일까요? 매우 이례적으로 방송 당일 시청자에게 예고까지 나간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사전고지도 없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음에도 권한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부 임원진들의 입장은 우선 내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 방송사고에도 엄중한 문책여부가 제기되는 실무 방송제작자나 엔지니어와의 공평에도 맞지 않으며, 무엇보다 권한내에서는 시청자와의 어떤 약속도 무시될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적 60분의 방송보류 여부를 두고 정말 외압이 없었길 바랍니다. 또한 그 결정이 자기검열의 일환이 아니었기 바랍니다. 이런 오해가 불식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프로그램을 바로 방송하는 것입니다.
또한 어떻게 사전에 큐시트도 방송도 보지 않은 관련 책임자가 정보보고가 있었던 12월 3일,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도 모른 채 방송심의규정 조항을 근거로 보류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보다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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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의원이 웹사이트(http://www.mssong.or.kr/)에 "북한의 무력도발시 우리 공군이 전투기로 북측을 폭격하는 방안은 미국의 승인 내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 의원은 우리 땅에 포격한 북한 정권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현실 가능하고 준비된 자위권'을 정부에 주문했습니다. 전문을 옮겨옵니다.

북한, 이대로 둬야 하나? 

북한 정권은 주민을 굶기고 탄압하면서 세습독재를 감행하다 못해, 이제는 우리 땅에 포격하여 군인과 민간인까지 살상하였다. 이대로 둘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정밀타격’ 위주의 자위권 발동을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11월 23일 오후3시 F-15K 전폭기는 적의 공격원점을 폭격할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도발 후, 서해에서 한·미 연합훈련 외에는 한 일이 없다. 국민들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무도한 북한정권으로부터 정부가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자존심을 지킬 태세가 되어 있는지 묻고 있다. 
 
항모전단 조지 워싱턴은 떠났다. 일년내내 한반도 해역에 배치해 둘 수도 없다. 사후조치의 하나인 서해지역 사격훈련도 북한에게 또 다른 도발구실을 줄까봐 연평도 일대에서는 실행치 못했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천안함 이후에도 엄포 놓았던 확성기 방송과 삐라살포를 실시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북한의 조준공격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폐허가 된 연평도 / 경향신문 사진부 http://photo.khan.kr


 
북한은 인구와 국부의 절반이 집중된 우리의 수도권을 인질로 잡고 있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북한의 장사정포, 미사일, 핵무기의 위협 하에 살아야 하나? 중국이 받치고 있어 북한은 쉽게 무너지지도 않고, 설사 무너진다 해도 지금 우리의 외교안보역량으로는 우리 품으로 안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자위권, 준비는 하고 주장하나?
 
우리 정부와 언론들이 지금 다분히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면서 안보를 다지려하고 있다. 감성적 안보 호소로 나라의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지피지기의 자세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그리고 주변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가 이야기하는 자위권 차원의 단호한 대응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F-15K 등 전폭기나 미사일을 이용한 정밀폭격은 단순히 기계적으로만 생각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2차공격을 제압할 태세가 되어있지 않다면 이는 불섶에 기름을 들고 뛰어드는 행동과 같다. 
 
북한이 두려워할만한 사전 억지력을 갖추어 도발을 예방하고, 그럼에도 도발해올 시 압도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태세를 확보했을 때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 자위권의 핵심은 법적인 ‘권리’ 문제 이전에 실제 ‘능력’의 문제이다. 


 
 
단독군사작전능력은 있는가?
 
정밀 보복타격을 실행하려면 북한의 대공미사일, 장사정포, 미사일, 핵무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에스칼레이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육·해·공군이 통합작전능력을 갖고 전면전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한반도와 같은 좁은 전장에서 전면전 대비 없이 제한적 국지전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다. 
 
그간 우리 군은 자체적인 육·해·공 통합작전능력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갖추고 한국 합참이 지난 수년간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금년 6월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 결정함에 따라 올해부터 다시 연합사 주도로 돌아갔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우리의 능력을 후퇴시킨 것이다.



 
자기 군대를 지휘통제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은 군대는 적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 그것이 자위권 행사이건 방어적 공격이건 힘이 실리지 않는다. 
 
 
법적·제도적 권한 및 국제정치상황은 어떠한가? 
 
둘째, 법적·제도적 권한도 없고, 국제정치적 환경도 문제이다. 정부는 교전규칙이 아닌 자위권을 통해 보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전면전 각오를 위해서는 방어준비태세(전쟁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을 현재 4단계에서 3단계, 2단계로 올려야 한다.
 
데프콘을 3단계로 올리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령관(미 합참-국방부-백악관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의 승인이 필요하고, 이 때는 작전지휘통제권을 연합사령관이 갖게 된다.
 
연평도 피폭 직후, 그리고 향후 대응을 두고 우리 공군이 단독으로 폭격할 수 있는가를 두고 아직도 논란이다. 그러나 한반도 공중정보 및 지휘체계를 통제하고 있는 미국의 승인 내지 협조 없는 폭격은 비현실적이다. 
그것은 한·미간에 짜놓은 신호체계의 빨간불을 무단으로 돌파하는 것이고, 그 뒤의 사고와 혼란은 감당키 어렵다. 
 
또한 국제정치 상황을 보더라도 미국이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면전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인가?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간 등 중동에서도 힘든 마당에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쟁 수렁에 빠지려 하지 않는다. 확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F-15K 폭격을 미국이 원치 않는다는 것은 간단한 이치다.
 
8일 미국 합참의장 방한으로 양국 군사당국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을 협의했다고 한다. 한국의 자위권 행사가 타당함을 확인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하면서 한.미동맹의 단호한 의지를 밝히는 것은 적절한 조치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미국은 우리측에게 북한에 대한 도발 구실제공을 자제할 것과 한반도에서의 확전방지를 위한 절제도 종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마땅치 않다.
 
미국은 과거 1976년 북한이 미군장교 2명을 살해한 8.18 도끼만행에 대한 대응으로서 미루나무 한 그루를 절단하는 데에도 데프콘을 2단계까지 올리고 항모전단과 원폭탑재가 가능한 폭격기를 동원해 전면전 각오를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북한이 계산된 제한적 도발을 저질러올 경우, 미국이 이전과 같이 전면전을 각오할 군사력을 동원해 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대통령이 수차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미국이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6.25 전쟁이후 우리 영토가 포격당한 초유의 사태에서도 전쟁준비태세인 “데프콘”이 아니라 우리 군의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데 그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작전권 전환 연기의 실익은 무엇이었나?
 
우리 군은 이미 상당 부분 북한을 제압할 군사력을 키워왔다. 북한 전역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도 지속 개발해 왔다. 
이러한 압도적인 군비를 바탕으로 비상시에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개연성이 높을 때 비로소 북한도 도발의욕이 꺾일 것이다.  도발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는 실제 능력의 과시가 필요한 것이다. 
 
일부에서의 걱정처럼 우리가 전작권을 갖는다고 미군이 떠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한국에 계속 주둔하면서 지원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미국 국가이익에 부합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고식적인 안보의식 때문에 우리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계속 연기하는 것이 우리 군은 무기력하게 만들고, 거꾸로 북한은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 때문에 우리가 작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핵 사용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의 해상 및 공중배치 핵무기 능력을 통한 억지태세를 갖추고 있다. 핵 사용은 확실한 자살행위임을 북측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한국내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은 ?핵무기 없는 세상(Nuclear Free World)?을 주장하는 미국이 수용하기도 어렵고, 북핵 폐기를 요구하는 우리의 도덕적, 논리적 우위를 저해할 뿐 아니라, 현실적 가능성도 없다. 그런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실제 안보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찾아야 한다.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 전환계획은 한국군의 “주도적 작전지휘통제”와 미국의 “지원적 역할수행” 개념에 입각하고 있다. 한·미 양측은 이것이 바로 한·미동맹을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맞게 강화 발전시키는 기초임을 강조해 왔다. 2006년 한·미간 집중협의 당시 미국측은 한국군의 기존 능력과 연습경험에 비추어 아무리 늦어도 2012년이면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전환 연기의 문제점은 강하게 제기되었지만 이미 이명박-오바마 정부는 2015년 말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지금의 합의라도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군당국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 양상에 비추어 볼 때 하루라도 더 앞당겨야 할 것이다. 
 
 
작전권, 평시와 전시 구분 가능한가? 
 
일부에서는 전시작전권을 연합사에 맡기고 우리는 평시작전권으로 만족하면 된다는 주장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 연평도 피폭은 평시인가, 전시인가? 작전권은 본래 그 성격상 평시·전시 구분이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 한국에서 작전권의 전·평시 구분은 군사적 이유가 아니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그 배경이다. 정치적 이유로 편의상 구분한 것이다. 
 
당시 신군부는 전방의 20사단을 동원하여 후방의 광주지역 진압에 투입하였다. 전투부대의 이동을 포함한 지휘권을 갖고 있던 주한미군사령관이 최소한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작전권 문제가 반미감정의 초점이 되었다. 
미국은 한국 국내 정치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작전권을 전시와 평시로 억지로 구분하여 평시 작통권만 우선 우리에게 넘겼던 것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측은 평시에도 위기관리, 작전계획수립, 지휘통제시스템 상호운용 등 작전지휘통제에 필수적인 6개 분야를 연합권한위임사항(Combined Delegated Authority, CODA)이라는 형식으로 연합사령관에게 다시 위임하였다. 즉 쿠데타 등 국내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부분은 한국측에 책임을 넘기되, 전시와 평시를 통틀어 작전통제권의 핵심은 여전히 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지휘통제하는 강한 군대 되어야 
 
군은 스스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연습을 통해 보완·발전시키면서 훈련을 반복할 때 명실상부한 강한 군대가 된다. 그래야 자위권도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우리 군은 1988년 “8.18계획”에 따라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면서 작전권 전환준비를 해 왔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실제 훈련을 착실히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적 이유로 금년 6월 작전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국방부는 전환연기 발표시 “한·미 양국군이 전작권 전환을 충실하게 준비해왔으며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편으로 “양국 지도자간의 정치적 결단”에 따랐다고 밝혔다. 연기 이유가 정치적인 것임을 스스로 시사한 것이다. 
 
미군이 주로 만든 계획에 따라 부분적 훈련만 하고 있으면 우리 군이 스스로 고민하면서 다듬는 야무진 군대로 발전하기 어렵다. 우리 군 내부가 아닌 바깥, 특히 예비역장교들이 주로 80년대 이전의 상황에 젖어있다. 한국군은 미군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의존심이 이들에게는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포는 위험 자체보다 크다”는 말이 있다. 자기 군을 스스로 지휘통제하는 데 대한 공포에 싸여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바로 그 공포 때문에 행동이 아닌 외침만 나오고 있지 않은가. 
 
국가 지도자는 국가안보의 개념과 국방태세의 실상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이 작금의 안보혼란 원인을 정신력 해이에서 찾고 있다.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군은 스스로 지휘통제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충만할 때 비로소 정신력도 강해질 것이다. 미국이 다 해줄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도발을 사전에 억지·예방하고, 사후에 격퇴시킬 태세 없이 말로만 단호한 대응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모습은 종이칼 휘두르는 것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북한은 미국이 전면전 참여 명분을 찾지 못할 만큼의 계산된 도발을 또 해올 것이다. 그 때도 “추가도발하면 응징한다”는 말로 맞설 것인가. 
 
평화는 말이 아닌 행동에 기초한다. 단단한 군사력과 이를 스스로 지휘통제하는 권한과 능력은 전쟁을 예방하는 장치이다. 이는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종국적 통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는 대통령의 희망적 발언으로 불안한 안보를 눈가림할 수는 없다. 국민은 정부를 미덥지 못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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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의 대부분을 술값으로 쓰는 한 남자가 집안 어른들 권유에 맞선 보고 하기 싫은 결혼을 했는데 새 신부가 ‘앞으로는 술값을 줄이고 삼겹살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시부모님 용돈도 드리자’고 한다면 그 새신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1. 맘에 안든다며 집에 안 들어온다. 
2. 협의하여 조정한다 
3. 이혼등 기타. 

짐작하다시피  집안어른은 6.2 지방선거 서울 유권자이고 새 신랑 오시장, 새 신부는 서울시의회이다. 

이 질문에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시장은 1번 답을 택했다. 공생을 하는 큰 정치보다 파행의 작은 정치를 택한 것이다. 

천만 시민의 선거결과에 따라 서로 원치 않았지만 집행부와 의회로 만나게 되었고 공동책임을 지게 됐다. 그런데 최근 조례안제정을 둘러싸고 오시장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의회와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12월 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과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문석 기자



‘이번에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니 서울시 예산만 절감해도 무상급식이 가능한데 망국이라니?  

대한민국은 고스톱해서 딴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반만년 무수한 역경을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이룩한 나라인데 그렇게 쉽사리 무너지나?  
이렇게 오시장은 유력 대권후보로서 해서는 안될 말, 건너서는 안될 강을 건넌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 발언은 향후 모든 선출직 선거에서 오시장의 발목을 잡아챌 것이다. 
국회에서 맘에 맞지 않는 입법이 되었다고 청와대가 국무를 거부하는 일도 없고 국무총리가 국회출석을 거부하는 일도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무상급식 하기가 이리도 어려울 줄은 미처 몰랐다.
 
2011년 서울시 예산은 20조 6000억원이다. 이중 인건비등 경상 사업비를 빼면 14조원이 남는다. 서울시 초등학생 급식에 드는 돈은 700억원으로서 서울시 전체 사업 예산중 0.5%이다. 
오시장은 2011년 사업예산중 시책사업인 '3무 학교(사교육, 학습준비물, 학교폭력 없는 학교)'에는 전체 사업비의 1%인 1445억원을 편성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시의 의붓자식이 아니다. 지방자치법상 서울시의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항을 전담하기 위한 법적 기관이다. 
서울시민들은 무상 급식제공을 주장한 곽노현 교육감을 선출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급식 지원하느라 교육시설비 예산이 모자라면 예산지원을 해야지 교육시설비 줄였다고 오시장이 비난하는 것은 책임호도인 것이다. 
솔로몬의 재판처럼 애는 하나인데 서로 위하는 방법이 다르다. 선거에서 무상 급식공약을 내세운 서울시내 21명의 구청장이 주민의 선택을 받았지만 기초단체들은 돈이 없다. 광역인 서울시가 기초단체로 사업이관하면서 사업예산은 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는 부자이나 기초단체는 가난한 실정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7월 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의 소리 U-신문고 비전 선포식’에서 함께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 서울시 행정감사를 통해 서울시정을 곰곰이 살펴보니 서울시는 2010년 홍보비로만 800여억원을 지출했다. 
오시장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경기장에 흐르는 광고에 ‘Hi Seoul’ 서울 홍보를 경기 전광판에 단 수십초 흐르게 하는 조건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이런 홍보방식과 지출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것이나 매년 7조원의 흑자를 내는 글로벌 기업 인 삼성도 맨유는 광고비가 비싸서 광고를 포기하고 꺼린다고 하는데 9조 빚더미에 올라앉은 적자 Seoul 이 홍보하기 위해 큰돈을 불사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의원들이 과도한 홍보비 지적을 하자 내년에는 50%를 삭감해 400여억 원을 쓴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 의회 파행으로 시정질의를 절반 밖에 마치지 못했으나 앞으로도 답답한 시민속을 시원하게 긁어줄 예리한 시정 질문이 많이 남아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지 않기 위해 일부 시의원은 질문지도 사전에 배부하지 않았을터이니 의원당 40분씩 일문일답 답변대에선 오시장으로서도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정치가는 시련속에서 성장하는것이니 오시장은 한 가족같았던 과거 서울시 의회의 달콤한 추억과 밀월을 잊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맺음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주식회사도 아니고 서울시민은 그의 고객도 아니다. 의회와 집행부는 서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 단체장은 선거 후 1년이 지나야 법적으로 주민소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오시장이 이 모든 것을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면 서로 원치 않는 일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현명한 천만 서울 유권자가 하리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변화가 빠른 나라이다. 오시장은 오늘 이 순간은 ‘무상급식은 반짝지지,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한국의 저력이면 유럽을 능가하는 복지국가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지원비는 오시장 개인 돈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낸 세금이다. 우리는 우리 세금을 딴 것 아닌 우리 애들의 점심밥으로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내 자식 공짜 밥을 먹이겠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낸 세금을 가든 파이브, 연말 보도블럭 교체로 돌려받지 않고 내 아이, 우리 아이들 점심 밥값으로 돌려 받겠다는 것이다. 결국 ‘무상급식’은 무상급식이 아니고 정당한 시민의 권리인 것이다. 
정릉천 산책길이나 북한산둘레길, 치매노인 재가복지도 결국 내가 낸 세금 내 가족이 돌려받는 것 아니던가? 이렇게 세금은 한번 내면 영영 실종되는 것이 아니라 내는 즉시 존재감을 가지고 우리의 그늘진 곳과 가야할 길을 비춰주는, 예산이 곧 정책인 시대가 된 것이다. 

오시장은 시의회 파행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시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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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서 발견된 북한의 포탄에 적힌 숫자 ①은 천안함 사건 당시 어뢰에 적힌 '1번' 글을 둘러싼 과학적 논란을 반박하는 결정적 증거일까. 조선일보는 2010년 11월 29일자 사설에서 "이번에 북한이 쏜 방사포 포탄의 ‘①’이라는 숫자를 통해 고열(高熱) 폭발에서도 손으로 쓴 잉크 글씨가 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음이 드러났다. 그것도 ‘모의실험’이 아니라 실제 폭발 현장에서 나온 증거"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한인 물리학 교수라는 사람'을 거론하며 미 버지니아대학의 이승헌 교수를 특정해 '그 알량한 물리학 교수와 그의 사이비(似而非) 과학을 떠받들며 북한의 발뺌을 비호하던 친북 좌파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 목소리를 냈다. 
위클리경향은 29일, 이승헌 교수에게 연락해 의견을 요청했다. 이 교수는 지난 11월 중순, '1번 논란' 등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과학논쟁을 다룬 책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이승헌 지음, 창비)를 펴낸 바 있다. 다음은 11월 30일 새벽(한국시간) 이 교수가 위클리경향에 보내온 글 전문이다. <편집자 주>  
 

연평도와 천안함

이승헌 미 버니지니아대학 물리학과 교수 


연평도에 떨어진 북한의 포탄에 있는 숫자들이 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조선일보는 11월 28일자 사설에 그것은 천안함 침몰 사건 때 합조단이 제시한 ‘1번’ 어뢰가 사실적 증거였음을 강변한다고 주장한다. ‘알량한’ 물리학자의 ‘사이비 과학’을 개탄하며.

 포탄의 1번
 어뢰의 1번


과연 그럴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과학으로 돌아가보자. 내가 최근에 쓴 회고록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창비)에 자세히 설명을 하였듯이 합조단이 15g의 폭약으로 한 모의 폭발 실험에서 반경 0.25m 가량의 고압 가스 버블이 생겼다.
근사를 하면, 버블의 반경은 폭약 질량의 1/3승에 비례한다. 따라서 어떤 폭약이 터졌을 때 생기는 고온의 버블의 반경, R은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구할 수 있다.

R=( 폭약 질량/15g)1/3 X 0.25m

천안함 사건 때 제시된 1번 어뢰는 TNT 350kg의 폭약을 지녔다고 했다. 따라서 형성 되었을 고온 버블의 반경은 대략 7.1m이다. "1번"마크는 탄두부에서 5.8m떨어져 있었으니 고온 가스에 휩싸여 탔어야 한다. 이를 입증하듯 "1번" 주변의 페인트는 타버리고 부식의 흔적을 보이고 있다. 타지 않은 "1번"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허깨비였다.

연평도에 떨어진 122mm 포탄의 제원은 현재 알려져 있지 않아 정확한 분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의 여러 군대가 사용하는 포탄의 제원에 기초하여 추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포탄의 길이는 2.8m이고, 탄두부에서 번호가 쓰여진 부분까지의 거리가 최소한 2m가 될 것이다. 폭약의 질량은 122mm포인 경우에는 2~3kg이고, 122mm 로켓인 경우에는 5~6kg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포 포탄인 경우에는 생기는 고온 버블의 반경은 최대 1.5미터이고 로켓인 경우에는 최대 1.8미터일 것이다. 따라서 그 고온 버블이 그 번호에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번호들이 타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과학적인 추론에 따른 결론을 두려워 하는 듯 북한의 군사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즉  28일 국방부는 포탄의 위력이 TNT 10kg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통상적인 122mm 포탄 폭발력의 두배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엄밀한 검증을 필요로 하지만, 이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면 고온 버블의 반경은 2.2m정도가 되므로 번호가 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나 이 주장이 맞다면 국방부는 설명하지 못하는 또 다른 현상에 부닥친다. 1번의 윗쪽에 있는 포탄 몸체 외장 페인트가 전혀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을 보면 번호가 쓰인 부분보다 탄두부에 가까운 몸체에 있는 연한 파란색 페인트로 보이는 것이 전혀 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번호가 쓰여져 있는 부위 어디에도 고열이나 화염의 흔적은 없다. 국방부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조선일보는 정정기사를 내든지, 아니면 나의 이 과학적 의견을 기사화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작금의 한반도에서 높아가는 긴장 상황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그지없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불상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국민 모두, 특히 남북한 정부는 심사 숙고 해야 할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인 남북한 평화 공존을 위해 모두가 이성을 되찾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빌어 마지 않는다. 위기상황을 이용해서 비과학적인 논리로 천안함을 둘러싼 거짓을 덮으려는 시도는 위기의 해결에도, 불상사의 재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실만이 참된 평화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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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 지난 24일 전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측의 우라늄 농축을 알고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의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를 지낸 임동원 전 장관이 26일 `북 우라늄 은폐 주장에 대한 반박문'이라는 자료를 냈습니다. 전문을 옮겨 싣습니다.



‘북우라늄 은폐 주장’에 대한 반박문 (임동원 전 통일외교안보특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은폐해 왔으며, 당시 관련자들은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과거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부정하고 출범한지 벌써 3년이 되어 온다. 도대체 이 정부는 지난 3년간 무엇을 했길래 북한의 농축우라늄 개발을 막지 못했단 말인가? 
2009년 초까지만 해도 없었던 영변의 농축 우라늄 핵시설을 저지하지 못하고 심지어 제대로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했지 않는가? 자기의 책임을 모두 지난 정부에 뒤집어씌운다고 책임을 모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의 농축우라늄계획 의혹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은폐한 적도 없고, 북한 편을 든 적도 없다. 북핵문제의 해결이 중대한 정책목표인데 무엇을 위해 은폐를 하고 북한 편을 든단 말인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계획(HEUP) 의혹은 1997년 미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한미 양 정보기관이 가장 높은 우선수위로 긴밀히 협조하며 추적해 온 사안이었다. 그러나 2002년 여름까지 한미 정보기관은 우라늄농축계획 의혹과 관련된 이렇다 할 확증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다가 2002년 10월초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 일행의 방북을 계기로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이 제기하면서, 같은 달 미국 정보기관은 한국정부에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시설을 지하에 건설 중에 있으며 원심분리기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2005년 초부터는 년 2-3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정보판단을 우리 측에 통보해 왔다. 이 내용은 곧 미 의회 보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북한이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협력안보센터 소장에게
원심분리기 모델로 밝혔다는 네덜란드 알메로(Almelo).




미측의 통보에 대해 국민의 정부의 입장은 분명했다. 우리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에 단호히 반대하지만, 이 문제가 북한 핵활동을 동결시킨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틀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는 확증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정보에 대해 그 신뢰성을 우려하고, 한미 양국 정보기관에 의한 확증 확보 노력을 계속할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하였다. 

국민의 정부가 가장 우려한 것은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이 확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파기되고,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이 아닌 플루토늄으로 핵을 개발하는 사태였다.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는 북한이 플루토늄에 의한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현실로 나타났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은 그 실체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2007년 2월 미 정보당국자는 미 상원에서의 증언을 통해 그 프로그램이 현존하는지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의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신뢰도 등급을 하향하는 발언을 하는 등 그 불확실성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다. (New York Times “U.S. Concedes Uncertainty On Korean Uranium Effort" 2007.3.1.)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부시행정부가 제기한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정보보기관 안에서도 논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2009.2.15) 

북한은 2002년 고농축 우라늄 의혹이 제기된 지 8년이 경과한 지금 자체 기술로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하고, 경수로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전 영변 핵시설을 보고 온 핵문제 전문가 헥커 박사에 의하면, 북한 측이 최근에 확보된 것으로 보이는 새 원심분리기 시설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 계획을 공공연히 발표하고, 그들이 미국 과학자에게 보여준 농축 우라늄관련 시설들이 최근의 것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3년간 무엇을 하고 이를 수수방관했나? 도대체 영변의 농축 우라늄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알기나 한 것인가? 

이 정부는 지난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이렇듯 북한 농축우라늄계획이 최근 1-2년 사이에 진행된 사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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