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740건

  1. 2019.12.06 [사설]추미애 법무장관 내정, 검찰개혁 완수 책임 무겁다
  2. 2019.12.06 [사설]청와대·여당, 검찰 수사 조용히 지켜보라
  3. 2019.12.05 [경향의 눈]12월의 데자뷔
  4. 2019.12.04 [정동길에서]“바닥이 다 드러났어, 싹 물러나야 돼”라는 그 말
  5. 2019.12.04 [사설]검찰의 청 특감반원 사망사건 수사 전담 재고해야
  6. 2019.12.04 [이대근 칼럼]사랑하기엔 멀고, 미워하기엔 가까운
  7. 2019.12.04 [사설]또 ‘군함도 보고서’에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 뺀 일본
  8. 2019.12.03 혁신하는 자가 이긴다
  9. 2019.12.03 [사설]청 특감반원 죽음 부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10. 2019.12.03 [사설]‘내년 7월 도시공원 해제’, 대책 없이 방치할 건가
  11. 2019.12.03 [여적]예산안 법정 시한
  12. 2019.12.02 [정동칼럼]언제까지 미국에 끌려다닐 건가
  13. 2019.12.02 [사설]자유한국당은 국민을 공격했다
  14. 2019.11.29 [사설]나경원의 ‘북·미 정상회담 자제’ 요청, 제정신인가
  15. 2019.11.27 [정동길에서]“KT, 누구 겁니까”
  16. 2019.11.27 [기고]동남권신공항을 둘러싼 오해와 지역갈등
  17. 2019.11.27 [기고]공익을 위한 ‘국가대표선수 대체복무’
  18. 2019.11.27 [김호기 칼럼]‘나 홀로 사회’의 사회학
  19. 2019.11.27 [사설]한·아세안 정상회의, 경제·외교 다변화 기반 되기를
  20. 2019.11.27 [사설]석연치 않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조국 전 장관이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개혁 성향으로 강단을 인정받고,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추 의원의 법무장관 기용은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더욱 강도 높은 드라이브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추미애 카드’로 확인시킨 셈이다. 청와대가 인사 배경으로 “추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내정 소감을 밝히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조국 이후’ 검찰개혁 동력 저하를 우려해 법무부로부터 개혁 방안을 직접 보고받고 챙겨왔다. 앞으로는 추 내정자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은 추 내정자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기 전에 처리 여부가 결정날 수 있다. 추 내정자는 초유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따른 각종 갈등과 이해를 조율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의 대미를 장식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아울러 직접 수사부서 축소, 중요 수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장관 보고 등 남아 있는 제도 개편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특히 검찰이 청와대를 겨냥한 고강도 수사를 벌이는 비상한 시기에, 긴장관계와 파열을 조정하며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리더십도 요청된다.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의 ‘적절한’ 행사도 검찰권력의 제도적 통제를 위해 필요하다. 

사법개혁은 법제화와 제도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법조 내부의 낡은 관행과 오랜 관습을 시대정신에 맞게 끊임없이 혁신해 가야 완성되는 일이다. 추 내정자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대로 사법과 검찰개혁의 시대적 소명을 한시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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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택적 수사’ ‘정치개입’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청와대도 검찰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5일 “존재하지도 않는 선거개입이라는 허깨비만 들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다” “검찰이 청와대 표적수사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도가 지나치다. 

위원회는 대검 차장검사와 경찰청 차장을 불러 ‘울산 사건’ 등에 대한 사실을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 책임자에게 브리핑을 듣겠다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두 사건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당사자이다. 심하면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부적절한 자리는 다분히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겁박’이란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당장 취소해야 한다.

김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 첩보를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초 제보자는 김 전 시장 반대편에 섰던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부시장인 사실이 밝혀졌다. 야당 후보에 대한 비위 첩보를 생산한 사람이 여당 후보의 측근이었다면 누구라도 ‘청부 수사’ 의혹을 가질 것이다. 한데 청와대는 그를 “민정비서관실 파견 공무원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다른 공무원”이라고 했다.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교 친구였다. 이 행정관이 비위 첩보를 재작성·편집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 비서관은 지난달 “첩보는 가공하지 않았으며 단순 이첩했다”고 다른 말을 했다. 입수 경위를 놓고서도 행정관은 비위 첩보를 스마트폰 SNS를 통해 받았다고 하고, 송 부시장은 행정관이 울산 동향을 물어 보내줬다고 한다. 서로 말이 다르다. 이러니 청와대가 뭔가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증폭되는 것이다.  

유재수 전 금융위 국장 사건은 정권 실세들과 친밀한 관계인 공직자의 비리를 청와대가 은폐했는지 여부가 의혹의 핵심이다. 그는 뇌물비리 감찰을 받고서도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검찰은 감찰중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관련 문건을 임의제출 받았다. 범죄가 있는 곳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고, 의혹이 제기된 이상 청와대도 성역이 아니다. 법원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해줬을 것이다. 그런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2017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수사 당시 청와대 측이 특검의 압수수색을 저지하자 “문을 열고 압수수색을 받으라”고 했다. 이번엔 정반대다. 

민주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죽음과 관련해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과 두 사건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현 검찰이 정치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강압수사 의혹은 특별감찰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히면 될 일이지, 다른 두 사건과 한데 묶어 사태를 호도(糊塗)해선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을 남용해 국정을 농단한 과거 정권 관계자들을 무더기 단죄했다. 현 여권 인사도 잘못이 있다면 수사를 받고 응분의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게 정의다. 공정한 검찰을 만들자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신설하려는 것 아닌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가 수사기관을 흔드는 것은 검찰개혁의 명분마저 흐리게 할 뿐이다. 지금 여권의 검찰 공격 행태는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용히 수사를 지켜보는 게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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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5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019년 예산안에 합의했다. 법정처리시한은 12월2일이었다.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각 당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각 당이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예산안 심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2019년 예산안 470조5000억원의 운명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원회(소소위)로 넘어갔다.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소소위로 넘긴 것이다. 소소위에는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만 참석한다. 국회법에도 없는 비공식기구다. 언론 취재도 봉쇄되고 속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깜깜이 심사’로 질타를 받지만 시간에 쫓기면 가동한다. 막판 몰아치기는 졸속·날림 심사로 귀결된다.

출처:경향신문DB

졸속 심사를 부추기는 것은 국회 각 상임위에서 올라오는 증액요구다. 지난해 상임위가 요구한 증액의 규모는 10조원에 달했다. 대부분 민원성 지역예산이다. 철도, 도로 등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실적을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이다. 지역 퍼주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예산을 감액하겠다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헌법에는 국회가 예산을 늘릴 수 없도록 돼 있다. 방법은 상임위에서 늘린 예산만큼 정부안에서 ‘칼질’을 해야 하는 것이다. 칼자루는 소소위가 쥐고 있다. 소소위에서는 ‘힘 있고 빽 있는’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춤을 추었다.

지난해 국회는 정부 예산안에서 5조2000억원을 삭감하고 상임위의 증액요구분 중 3조1000억원을 반영했다. 삭감액과 증액요구분의 차이는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전체 예산 규모는 정부안에서 조금 줄어든 수준이었다. 한국당은 20조원을 줄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말뿐이었다.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올해는 달라졌을까. 이미 예산안의 법정시한(2일) 내 국회 통과는 물 건너갔다. 올해의 논란은 검찰개혁법과 선거법 개정이었다. 한국당이 민주당을 포함한 나머지 정당들과 샅바싸움을 벌이면서 국회의 예산안 심의도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달 예산소위의 1차 감액심사 결과 여야는 상임위의 삭감 의견이 올라온 651건 가운데 169건(약 5000억원)만 확정했다. 나머지 482건은 ‘보류’했다. 예산소위는 지난달 27일 가까스로 교섭단체 3당 간사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소소위 구성을 의결했다. 심의 과정 공개요구도 있었지만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올해도 각 당 간사 3명이 밀실에서 예산심사를 마무리 짓게 됐다.

상임위의 증액요구도 달라진 게 없다. 17개 상임위 가운데 합의를 마친 12개 상임위의 예비심사에서만 증액 규모가 10조6000억원에 달한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증액에는 혈안이다. 내년에 총선용으로 활용할 업적 쌓기다. 지역 민원 해소용 예산 챙기기에 여야가 없고, 중진일수록 증액요구도 크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399억원) 등 500억원이 넘는다. 김재원 예결위원장(한국당)은 경북 낙동~의성 국도 개량공사(176억원) 등 370여억원에 달한다. 여야 의원이 함께 낸 증액요구액도 천문학적 수준이다. 증액을 받아들이려면 그만큼 기존 정부안에서 깎아야 한다.

지난해처럼 올해에도 소소위에서 예산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쪽지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당은 정부의 2020년 예산안(513조5000억원)을 슈퍼예산이라면서 14조5000억원을 삭감하겠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예산의 기본틀을 망가뜨리는 것’ ‘내년 재정 역할을 마비시키겠다는 선전포고’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국당 의원들도 예산을 줄이려는 의지가 없다. 애당초 대규모 감액 다짐은 허풍이었다. 

매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통과된 적이 없다. 예산안 심사는 초읽기에 몰려 예산소위에서 정체불명의 소소위로 넘어갔다. 심의 수준은 심의 기간에 비례한다. 심의 기간이 짧다보니 졸속·부실 심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산 증액은 의원들의 지역민원 해결 수단으로 전락했다.

내년부터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한다. 국가채무비율이 40% 미만이라고 하지만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가계의 부채를 모두 합하면 200%를 넘어선다. 빚은 언젠간 갚아야 한다. 지금 빚은 미래세대에 짐이다. 내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활력을 찾도록 예산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국회가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것은 낭비를 막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졸속·부실 심사가 관행이 된 지 오래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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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플레이션 지긋지긋해서 문 정권을 지지했었는데, 싹 이번에 다 물러나야 돼. 여당이나 가릴 것 없이 싹 물러나야 돼. 바닥이 다 드러났어. 용서할 수가 없어요.”

강렬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즈음해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방송된 한 시민의 울분에 찬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분노가 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이제 좌절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감정원 발표를 보면, 지난달 서울 집값은 전달보다 0.5% 올라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정부 규제책에도 끄덕하지 않고 있다. 전셋값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은 0.14%로 최근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집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꿈틀대기 시작했다. 당시엔 정치적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많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9·13 대책 등 규제책이 나올 때마다 잠시 주춤했을 뿐 상승세는 계속됐다. 그렇게 내내 가격이 오르면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로또복권 1등이 돼도 사지 못할 수준이 됐다. 당첨 확률이 814만분의 1인 로또복권 1등보다 뽑힐 가능성이 더 높고 받는 돈도 더 많으니 서울 강남권 청약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그날 국민을 향해 “더 강력한 방법으로 부동산은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었을까. 정부는 대대적인 실거래가 단속을 펼치며 탈세 의심사례를 적발해냈다. 지난 8~9월 서울에서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2만8140건 중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이 의심되는 2228건을 가려낸 것이다. 그런데 거래 대상의 10% 정도인 위반 의심사례 모두가 투기적 거래라고 해도 또 그걸 강력히 처벌한다고 해도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나머지 90%는 계속 집을 사러 다닐 것이다. 집을 사려는 이유는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시장 참여자들의 확신 때문이다. 단속과 처벌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 결국 시장의 기대심리를 제어하지 못하는 정책은 또 다른 변죽만 울릴 게 뻔하다.

정부의 단속 결과는 부동산에 대한 서글픈 단면도 확인시켰다. 부동산이 투기 수단을 넘어 부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된 것이다. 실제로 한 미성년자는 부모와 친족에게서 6억원을 증여받고 서울 서초구의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했다. 강남4구와 마포·용산 지역에 이런 의심사례가 집중됐다고 한다. 집 하나가 재산 증식, 노후 대비, 상속까지 해결해주니 집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종합적이지도 포괄적이지도 그렇다고 세밀하지도 않다. 여론이 아우성치면 그동안 만지작거리던 대책주머니에서 구슬 하나 꺼내는 모양새다. 시장을 만족시키지도, 놀라게 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정책에 대한 내성만 키워 ‘백약이 무효’일 정도다.

부동산값 상승은 무주택 서민들의 실질적인 주거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집이 아닌 방에서 산다. 청년들은 이미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보도한 ‘오! 평범한 나의 셋방’ 기획기사와 동영상을 보면 5평 이하 면적에 부엌, 침실, 화장실을 꾸역꾸역 넣는다. “너무 숨 막히고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 이들은 지낸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발 뻗고 자고, 화장실도 여유롭게 쓰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한 층 16개 방에 화장실과 세면대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1평 고시원 거주자는 방이 아니라 관(棺)에서 자는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뿐 아니다. 계층이동 사다리로 역할을 해온 교육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방향성마저 잃어버렸다. 줄곧 ‘정시 축소·수능 확대’를 내세웠던 정부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론화를 거쳐 지난해 8월 ‘정시 30%’를 내놓았던 정부의 방침을 불과 1년 만에 스스로 허무는 일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과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것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수시 확대 기조를 단번에 바꾸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여전히 공교육의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사교육 시장은 ‘손님맞이’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이 점수에 따른 줄세우기에 그치는 것인가.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선거 공약을 정책으로 구현해 이를 실현시키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목표가 불명확하고 실행은 정교하지 못하다. 지금도 안되는 것이 다음이라고 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언제까지 국회 탓, 야당 탓으로 정책의 빈곤함을 가릴 것인가.

“여당이나 가릴 것 없이 싹 물러나야 돼. 바닥이 다 드러났어. 용서할 수가 없어요.” 넉 달 뒤면 총선이다.

<박재현 사회에디터 겸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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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김기현 측근비리’ 경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사건의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수사관 ㄱ씨의 휴대전화와 메모 등을 확보했다. 이는 청와대 개입 의혹과 사망사건 수사를 위한 것일 터이다. 

사망사건 피해자의 유류품 분석은 사망원인 확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다. 통상의 경우 검찰의 지휘를 받아 경찰이 진행한다. 수사 내용도 검경이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검찰은 휴대전화 포렌식에 경찰 입회는 허락했지만 내용 공유는 거부했다. ㄱ씨 휴대전화는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 측면에서 중요한 열쇠일 수 있다. 하지만 ㄱ씨 사망사건에서는 거의 유일한 증거이기도 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2월 4일 (출처:경향신문DB)

ㄱ씨 사망 배경과 관련해 검찰은 결코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다. 그가 남긴 메모를 보면, 검찰이 별건·강압 수사를 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휴대전화를 독점한 채 수사한다면 ‘셀프 수사’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게 해서 수사 결론을 낸들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경찰은 ‘증거 절도’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리가 있다.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별개로 인권 차원에서 ㄱ씨의 사망 원인 규명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더욱이 지금은 검찰의 강압·밀실 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개혁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는 시점 아닌가.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금 문제는 신속한 압수수색이 아니다. 검찰의 ㄱ씨 사망사건 수사 전담이 과연 합당하냐다. 

가뜩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권에선 검찰의 별건수사 가능성을 흘리면서 검찰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청와대도 ㄱ씨가 동료들과 나눈 통화내역을 공개하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반면 ㄱ씨가 청와대 업무와 요구에 시달렸다는 보도도 나온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서초 경찰서장이 현 정권과 친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다. 조국사태에 이어 ㄱ씨 사망사건을 두고 또다시 국론이 분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ㄱ씨 사망사건은 어느 때보다 한 점 의혹도 없도록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수사 결론에 대해서도 이견이나 논란이 없을 터이다. ㄱ씨 사망 원인 수사를 검찰이 전담하는 방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별수사팀을 구성·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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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집회, 농성, 삭발로 이어진 투쟁의 끝이 단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국회 마비. 하기야 일년 내내 굶주린 말이 이제 와서 힘차게 달리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조국의 법무장관 사퇴도 끝은 아니었다. 유재수 의혹, 하명 수사의혹이 꼬리를 문다. 한국은 2020년이라는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까? 2019년이 출구를 잃고 제자리를 맴돌 것만 같다.

한국 정치로부터 좋은 소식을 듣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느 새 사람에 대한 투자는 SOC 투자 증가로, 재벌개혁은 재벌 중심 성장으로, 양극화 해소는 경제활력 제고로 대체됐다. 평화에 정성을 쏟는데 국방비는 보수집권기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제는 불평등을 얼마나 해소했는지, 보통 사람의 삶이 나아졌는지 따지는 일도 별로 없다. 2019년 경제성장률 2% 달성이 모든 정책의 최종 목표치가 된 마당에 삶의 개선 운운하는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국회를 마비시킨 보수야당의 행태가 말해주는 것처럼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키퍼가 있어서 골을 넣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는 총선에서 시민의 지지를 받겠다고 공천 물갈이 경쟁을 한다. 절반 물갈이를 자랑하기도 한다. 절반을 포기해야 할 만큼 정치에 실패한 정당이라면 간판 내리고 퇴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국 정당은 그러는 대신 절반을 먹잇감으로 내주고 나머지 절반을 두 배로 늘리는 자가 증식을 한다. 물갈이가 변화로 보이도록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주체의 혁신 없이도 기성 정치를 재생산할 수 있다.

저물어가는 2019년의 끄트머리에서 한 해를, 아니 문재인 정부 집권기 전체를 돌아보면 ‘정치는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가’ 하는 생각에 비관주의자가 되기 쉽다. 하지만 비관론에 빠지기 전에 앤서니 다운스의 <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를 펼쳐봤으면 한다. “정당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책을 만든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정책은 득표 혹은 지지율 제고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정당은 오직 공직 획득을 통해 얻게 되는, 소득·명성·권력을 위해 행동한다’는 그의 가설은 현실 정치를 둘러싼 많은 의문을 풀어준다.

가령, 개별 현안에 대한 평가가 낮은데도 국정 전반의 지지율은 높은, 불일치 문제를 보자. 정당은 물론 지지자도 권력 획득과 유지를 더 중시한다. 정책은 부차적이다. 열성 지지자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정책 때문에 집권자를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책과 다른 국정을 편다는 이유로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는 없다.

다운스의 경험. 대학 2학년 때 학생회장에 출마, 10개 정책을 공약했다.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정책을 실현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나의 동기는 특정한 정책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오로지 당선되고자 하는 욕심이었다. 이런 행동은 내가 나중에 발전시킨 이론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당선된 이후 나는 10개 목표를 거의 완수했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무관심했다.”

현실 정치가 본래 그런 것이라면, 한국 정치를 특별히 비관할 이유가 없다. 어떤 이들은 헌법을 개정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지 않는 한 미래가 없다고 한다. 3권 분립 체제에서 권력의 크기는 상대적이다. 국회가 저 모양이라면 대통령 권력은 계속 커 보이겠지만, 제 역할을 하면 작아보인다. 1987년 이후 지금까지 헌법은 그대로지만, 대통령 권력은 점차 분산되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당 총재를 겸하면서 공천권을 독점하고, 사법부·언론을 통제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양당제는 다당제로 변하고, 당내 민주화는 진척됐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한국 정치를 일상의 눈으로 보면, 변화를 느낄 수 없다. 하지만 30년 전체를 보면, 정치발전을 목격할 수 있다. 정치가, 우리가 매일 불평하는 것의 단순 반복이었다면 한국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낙관은 근거가 있다. 

낙관주의자가 되기에는 현실이 어둡고 멀리 내다볼 여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이 방법을 권한다. 신영복 선생이 제안한 층간 소음 해법이다. 위층 아이를 만날 때마다 사탕을 주고 친해지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소음에도 짜증이 덜 난다고 한다. 정치와 친해보자. 고대 이집트인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했다. 낙관주의자가 될 수 없으면, 낙관적 비관주의자 혹은 비관적 낙관주의자라도 돼 보자. 그러면, 2019년 12월도 그럭저럭 넘길 수 있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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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의 두번째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지난 2일 게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는 일본이 2017년 처음 제출했던 보고서와 달라진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일본은 2015년 7월 하시마(군함도) 탄광 등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유산에 포함된 야하타제철소, 미이케 탄광, 하시마 탄광은 조선 노동자들의 한이 서린 곳이다. 일본은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 등이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 노역한 점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 제출한 첫 이행경과보고서에서 일본은 ‘강제(forced)’라는 표현 없이 “2차 세계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일본 산업을 지원(support)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고 했을 뿐이다. 정보센터도 나가사키현 현지가 아니라 1000㎞ 넘게 떨어진 도쿄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보고서도 2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2001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독일 에센의 촐페어라인 탄광 산업단지에는 “강제 노역은 독일 최대 제조업 공장 안에서 특히 잔인하게 이뤄졌다. 루르 공업 단지에서는 6000명 이상의 유대인이 살해됐다”고 쓰여있다. 독일의 이런 솔직한 고백 덕에 이 시설은 등재 결정도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잘못된 과거라 하더라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주변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모범답안이다. 

지난달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조건부로 유예하고, 일본도 수출규제를 풀기 위한 협의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일관계는 최악의 단계를 벗어날 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감정의 앙금이 두꺼워 언제든 양국관계가 파탄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있다. 이런 시점에 일본이 반성 없는 보고서로 한국인들을 자극한 것은 유감천만이다. 일본은 약속한 대로 한국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한다. 세계유산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주요 당사국인 한국과의 대화에도 나서야 한다. 과거사만 나오면 지우고 감추려드는 태도로는 국제사회의 존중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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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은 그 직전에 잠깐 빠졌던 2~3%포인트를 다시 회복했을 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5월 말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2%였는데 며칠 전인 11월 말 지지율은 23%로 6개월 동안 딱 1%포인트 올랐을 뿐이다(이하 갤럽 자료 기준). 중간에 많이 올랐다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소위 ‘조국사태’가 정점으로 달려가던 10월 중순에 27%를 찍은 것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에 가장 유리한 판국에서도 민주당 지지층 2~3%를 빼앗아 오는 것에 그쳤고, 이들은 한 달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가지 요인의 결합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국정농단과 탄핵을 거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자유한국당은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정치적 시민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거대 보수정당이 이런 처지에 놓였다는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암울한 현실이다. 둘째,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자유한국당은 앞장서서 보수의 혁신을 해나가야 할 텐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답이 없다보니 자꾸만 태극기부대를 곁눈질하면서 퇴행한다. 특히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이다. 황 대표는 원외이자 당내 세력 부재의 한계를 절실히 느낄 것이다. 결국 그의 선택은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는 것인데, 그가 당 대표로 재임한 10개월 동안 국민들이 기억하는 것이라곤 장외투쟁밖에 없을 정도이다. 제1야당의 대표로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이지 못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표 1년간 오직 투쟁 일변도의 선택만 해왔다. 그의 선택을 보다보면 15년 전 4대 개혁입법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데자뷔가 겹친다. 강경투쟁과 종북좌파 몰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그때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몇 가지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내부 분열과 투쟁이 심각했으나 지금의 민주당은 너무 안 싸워서 문제다. 당시에는 과거사법, 사학법, 언론법 등 사안별로 각당과 계파가 조금씩 입장이 달라서 여당은 여러 개의 전선을 동시에 막기가 어려웠으나, 지금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으로 전선이 단순하다. 여당으로서는 비교적 수비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당시 박근혜 대표는 지금의 나 원내대표가 가지지 못한 ‘아빠 찬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뭘 해도 무조건 지지해주는 세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때와 같은 전략은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사실 지지율이 변하지 않는 것은 다른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6개월 전 민주당 지지율은 39%, 엊그제 지지율은 38%이다. 조국사태로 민심 이반이 가장 심각했을 때 36%까지 내려간 것이 전부이고 금방 회복되었다. 11월 마지막 주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8%, 자유한국당 23%, 무당층 24%, 나머지 정당 모두 합쳐 15% 남짓이고, 이것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패턴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쪽 끝에 서있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더 이상의 합의정치적 선택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패턴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36%를 지켰으니 마지노선을 확인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연히 중도적인 모습을 보였다가 지지층 이탈만 불러올 것을 걱정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기댈 데가 태극기부대 밖에 없어서, 민주당은 지지층 이탈이 걱정돼서 각각 자신들의 영역에 머문다. 그러는 사이 민생은 엉망이 된다. 아마도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199개 법안 필리버스터에 공감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민식이법’ 원포인트 국회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여당의 정치력에 점수를 줄 국민이 몇이나 될까. 여야가 합의한 데이터 3법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국회가 성장을 얘기하고 민생을 얘기할 때 공감해줄 국민이 몇이나 될까. 24%의 무당층은 갈수록 더 실망하고 불신을 쌓아간다.

정확히 4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새누리당이 여당이고 20대 총선을 5개월 앞둔 2015년 11월 마지막 주 자료이다. 지지율은 새누리당 40%, 새정치민주연합 23%, 무당층 30%이다. 여야가 바뀌었을 뿐 지지율은 지금과 판박이처럼 똑같다. 총선 결과는 어찌 되었나.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이다. 그 당시 민주당은 대선에서 박근혜를 도왔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혁신으로 지지율 격차를 뒤집었다. 지금 양당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38%이든, 23%이든 지금 가진 것은 총선에서는 의미가 없다. 마침 보수정권과 진보정권 창출에 모두 기여한 경험이 있는 김종인 이사장은 이번에 중도 빅텐트를 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진보, 중도, 보수 중 누가 혁신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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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직속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검찰수사관 ㄱ씨가 숨졌다. ㄱ씨는 지난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가족·측근에 대한 경찰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를 밝혀줄 참고인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가 비리첩보 작성에 간여하고, 경찰수사과정에 개입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그런 그가 검찰 출석 3시간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행한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ㄱ씨 빈소를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ㄱ씨는 지난 1일 검찰 조사 3시간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6시33분쯤 대검찰청 간부들과 함께 병원에 도착한 윤 총장은 오후 9시쯤 빈소를 나왔다. 윤 총장은 빈소를 오갈 때 ‘검찰의 압박수사가 있었다고 보나’ ‘유서에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있는데’ 같은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ㄱ씨 죽음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숨지기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는 메모를 남긴 것을 두고, “검찰이 별건수사로 압박하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도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한다”며 “특감반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 ㄱ씨가 어떤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ㄱ씨 사망 이유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별건수사로 ㄱ씨를 압박한 사실이 전혀 없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은 “(ㄱ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전화가 많이 와서 괴롭다는 심경을 토로했다더라”며 청와대 압박설을 제기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먼저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 ‘김기현 수사’ 역시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검경의 수사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수사는 청와대가 첩보를 건네기 전부터 진행됐다. 검찰이 일부 사안에 대해 내사를 벌이다 종결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왜 청와대 첩보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시점에 전달됐고,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수시로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역시 1년6개월이나 놔두고 있다가 갑자기 수사를 시작해 ‘조국 잡기’ 수사란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에 유리하거나 필요한 사안들을 몇몇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수긍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수록 검찰은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별건수사 금지 등 낡고 못된 수사관행 개선 등 검찰개혁 역시 늦춰서는 안될 일이다. ㄱ씨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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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일몰제에 따라 내년 7월부터 해제되는 도시공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용지매입 예산 지원방안이 무산되면서 전국의 수많은 도시공원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땅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일몰이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일몰이 확정되기 전 자치단체가 매입해 보존하는 것이 순리지만 재정상태가 열악한 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선별적으로 국고를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법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선별적 국고지원 방안이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제외됐다. 사유지가 아닌 국공유지에 한해 도시공원 해제를 10년 유예하는 방안은 의결됐지만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이마저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정부가 선별적 국고 지원에 반대하는 것은 ‘지방사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관할인 도시공원 매입까지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도시공원 조성을 열심히 해온 지방정부와의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한다는 이유도 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의 재정이 구조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데다 지자체 간 격차가 큰 현실에 눈을 감은 형식논리이자 탁상행정일 뿐이다. 

제도적 보완이 서둘러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7월 이후 전국 각지에서 도시공원 용지의 훼손·난개발이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충남 천안시의 경우 시내 일봉산 공원 부지 중 30%를 2400가구 규모의 고층 아파트로 개발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민간사업자에게 도시공원 부지의 30%까지 개발을 허용하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조성토록 하는 방식의 민간공원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전국에 77곳에 달한다고 한다. 

도시공원은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소중한 휴식공간이다. 당장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둘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가 심각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멀쩡한 공원용지를 헐어 콘크리트 건물로 채우는 것을 용납해선 안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도시공원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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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국회는 그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새해 예산안을 가까스로 처리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여권의 ‘4대 개혁 입법’을 예산안과 연계시켜 반대하면서 처리가 늦어졌다. 예산안이 ‘새해’ 하루 전인 세밑에 처리된 것은 1961년 이후 처음이었다. 아무리 늦어도 해를 넘기지는 않은 마지노선이 무너진 건, 최악의 여야 관계였던 2013년도 예산안 처리 때다. 당시 새해 예산안은 세밑 처리가 유력했으나 막판에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를 넘겨 1월1일 오전 6시에 처리됐다. 1960년 헌법에 준예산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새 회계연도 개시일을 넘긴 것이다. ‘처음’만 어려웠던 것일까. 2014년도 예산안은 또다시 자정을 넘겨 1월1일 오전 5시쯤 국회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규탄 문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위 사진).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국회의장과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아래).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뭉개는 것은 물론 해를 넘기는 일이 벌어지자, 여론에 밀린 국회는 마지못해 결단(?)을 했다. 국회선진화법을 만들면서 ‘예산안 자동부의제’를 신설한 것이다. 예산안 심사를 기한(11월30일) 내에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했다. 덕분에 2015년도 새해 예산안은 2014년 12월2일 처리됐다. 2002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헌법’을 준수한 것이다. 그리고 2015년과 2016년 연달아 12월3일 꼭두새벽에 예산안이 통과됐다. 엄밀하게는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본회의 차수 변경을 해서라도 나름 시한을 지키려 한 결과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는 다시 예산안 법정 시한을 무력화시켰다. 2017년에는 공무원 증원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12월6일에야 예산안이 처리됐고, 2018년에는 12월8일로 더 늦어졌다.

올해 다시 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겼다. 정쟁과 태업으로 시간을 허비한 바람에 아직 증감액 심사도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예산안마저 볼모로 붙잡았다. 예산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없지만, 여하튼 비정상적 ‘지각 처리’가 뻔하다. 국회선진화법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또다시 입법부에 ‘헌법을 지키라’고 소리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20대 국회는 정말 최악이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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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관계는 없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국제관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최근 우리는 그동안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한·미관계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한·미동맹은 냉전적 안보상황의 산물이다. 6·25전쟁이 아니었으면 한·미동맹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새로운 안보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통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편향적 태도, 그리고 주한미군 주둔비용 6조원을 요구하는 미국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다. 이런 미국의 태도 변화는 한국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 아니 이미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패권경쟁에 직면한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한·미동맹의 내용과 형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태도를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징벌적 조치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한·미동맹이라는 형식보다는 그 안에 무엇이 어떻게 담기는가가 더 중요하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 국제관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가 없이 GSOMIA를 연장함으로써, 안보상황의 변화에 합당하게 한·미동맹의 형식과 내용을 조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 미국은 최근 들어 부쩍 한·미·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한국과 일본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이 주장하는 한·미·일관계는 우리에게 명백한 손해를 초래한다. 당연한 우리의 몫을 주장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지식인과 위정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과 달리 한국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특히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6조원을 요구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식적 일탈행위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미국에 한국이 과거와 같은 가치동맹이 아니라 강압적으로 눌러서라도 복속을 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엄혹한 국제정치의 무대에서는 미국의 호의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것보다 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더라도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취해야 한다.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된다.

미국에 대해 정당한 이익을 따져야 한다고 하면, 미국을 버리고 중국 편을 들자는 것이냐고 몰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과의 이해관계를 합당하게 조정하자는 정당한 주장을 중국 편을 들자는 것으로 치환해버리는 것은, 뿌리 깊은 사대의식의 발로이다. 우리의 지식인과 위정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에 우리가 국권을 상실한 것은 강대국을 확실하게 붙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19세기 말 대한제국은 부지런히 중국, 러시아, 미국 혹은 일본과 굳건한 관계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우리가 국권을 상실한 것은 강대국과 확고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지닌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강력한 강대국인 일본을 꼭 붙잡은 대가는 식민지배였다. 그런 역사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한국의 지식인과 위정자들은 여전히 19세기 말 대한제국의 경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잘나가는 강대국 하나를 꽉 붙잡아야 한다는 사람들은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했거나 아니면 잘못 배운 것이다.

냉전과 달리 미·중 패권경쟁시대에서는 어느 한 편을 든다고 해서 안전을 보장받기 쉽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지금까지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분별력이다. 

독자적인 활동공간과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사고가 중요하다. 어느 한쪽에 속하면 반대급부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편에 지나치게 기울 때 반대급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

내 운명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철수라는 말에 언제까지 끌려다니기만 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다. 그것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미국도 한국을 예측 가능한 상대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순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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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군(9)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차량에 치여 숨졌다. 그래서 만든 게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민식이법’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 198건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했다.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서다. 말만 토론일 뿐, 사실상 정기국회를 올스톱시키겠다는 속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자리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오른쪽).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이 바람에 데이터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데이터 3법’, 대체복무제 관련 법 등 다수의 민생·경제법안 처리가 모두 무산됐다. 이 중 76개는 여야가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해 올라온 이른바 무쟁점 법안이다. 26개 법안은 한국당 의원이 먼저 발의한 것들이다. 한국당은 이마저도 전부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초대형 입법 방해다. 민식이 부모 등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아이들 생명을 지켜달라는 게 협상 카드냐.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했다. 

파문이 일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당장에라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을 지연시키기 위한 ‘필리버스터’는 보장하라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민생·경제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원포인트 본회의 소집을 제안했다. 그렇게라도 어린이·청년·소상공인·포항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2017년 10월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사고를 당한 하준이, 2019년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를 당한 태호와 유찬이, 2019년 9월 충남 아산 스쿨존에서 사고를 당한 민식이의 부모님들과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촉구 기자회견 ‘아이들 생명에 빚진 법안들,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당이 선거법·공수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뭐라 할 게 못된다. 그건 국회법에 보장된 합법적 수단이고 자유다. 여당도 그것까지 막겠다고 하면 지나치다. 민주당도 2016년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9일 동안 필리버스터를 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번 한국당의 행태는 국회의원의 의무인 입법활동을 스스로 방해했다는 점에서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20대 국회는 지난 3년 반 동안 단 한번도 시민을 행복하게 해준 적이 없다. 내리막 경제를 되살리고 민생을 북돋울 조치를 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제1야당은 사회와 산업의 미래를 바꿀 법안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당은 정치를 포기하고 국민을 공격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전략을 인질극에 빗대 ‘법질극’이라 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 야당의 이런 극한투쟁 방식은 우리 정치가 왜 개혁되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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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정부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난 20일 방미 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총선이 있는 내년 4월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국당이 선거에서 불리하니 이를 연기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는 얘기다. 방위비 협상과 관련, 초당적 외교를 하러 간 자리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한국당 선거를 도와달라고 매달린 셈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선거 이해득실 때문에 ‘한반도 평화’마저 미국 측에 거래하고 공작하려 했다니, 참담하기 짝이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나 원내대표는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지난해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같이 다음 정상회담마저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방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때부터 일관되게 미국 측에 이런 요청을 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지방선거 참패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문이라는 인식부터 지독한 민심 오독이지만, 선거에 눈이 멀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마저 반대하다니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1997년 대선 당시 북측에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총풍 사건’을 비롯해 선거 때마다 ‘북풍’을 획책해온 DNA가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에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이다. 이제 북한에는 안되니 동맹인 미국을 통해서라도 한반도 국면을 어렵게 만들어 총선에 활용하려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이라면 일본에는 총선 전까지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풀지 말아 달라’ 하고, 기업들을 만나서는 ‘투자를 하지 말라’고 요청할 판이다. 북·미 대화가 파탄나 한반도 위기가 증폭되고, 경제는 나빠져 민생 불안이 커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당이라면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김세연 의원 불출마 선언문)다. ‘매국 정치’로 국익을 위협하고 국민에 모욕감을 준 나 원내대표는 구차한 변명 늘어놓지 말고 당장 통렬히 사죄하고,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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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으로 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 ‘정권이 바뀌면 바람 앞 등불 신세’ ‘논공행상의 대상’…. 통신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KT 회장 자리에는 이런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02년 완전 민영화 후 정부 지분이 0%인 회사지만 기이하게도 정권 차원의 후원 없이는 오르기 힘든 자리였다는 뜻이다.

KT가 이런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현재 진행 중인 황창규 회장 후임 선출 과정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T처럼 ‘공민기업(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인 포스코 역시 선출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KT 회장 자리는 정권이 바뀌면 바람 앞 등불 신세’란 꼬리표는 뗐다.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이 중도 하차하지 않고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황 회장은 KT 경영고문 부정 위촉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공과에 대해선 논란도 있다. 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감안하면, 정권교체 시 새로운 수장이 위에서 내려오면서 타의로 물러나야 했던 전임 회장들과는 달랐다.

또 하나의 과제는 그간 반복적으로 나타난 권력 개입을 차단할 수 있을지, 정권 실세와 가까운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왔던 과거와 단절하면서 새로운 회장 선출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다. 차기 회장으로는 전·현직 임원과 외부 인사를 포함해 37명이 경쟁하고 있다.

KT 회장 선출의 1차 관문은 현재 진행 중인 이사회 지배구조위원회의 서류 심사다. 몇 명으로 압축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조만간 5명 수준으로 추려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어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를 거쳐 이르면 연내 최종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후보심사위는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KT 안팎에선 아직까지 정권 차원의 노골적 개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KT 관계자는 “청와대는 개입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게 정설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있고, 친여 인사가 입성할 경우 관치인사란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점에서 여당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어른거리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회장후보심사위에 들어가는 김대유·이강철 사외이사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냈고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회장 후보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냈다. 기업 경험 유무가 평가과정에 감안될 것이란 점을 들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할 KT 회장이 정치적 외풍에 휘말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KT 내부 인사들이 주무부처와 정치권에 대한 로비의 필요성 때문에 힘 있는 인사를 원하고 있다면, 겉으로는 기업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물밑에서는 정부와 정치권 줄대기에만 힘을 썼던 과거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KT는 전화국 시절부터 한국통신을 거쳐 현재 42개 계열사, 재계 순위 12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민들이 낸 세금과 전화채권 지원 등이 발판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 후 민영화가 시작돼 2002년 5월 완전 민영화가 이뤄졌으며 국민들의 노후 재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13.05%의 지분을 보유해 1대 주주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KT를 단순한 통신재벌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통신기업은 공공성이 매우 강하다.

KT 회장 자리는 특정 정권의 전리품일 수 없으며 낙하산은 또 다른 낙하산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9년 KT 회장에 오른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올래 KT’(외부에서 영입된 임직원)와 ‘원래 KT’(내부 KT 임직원) 간 분열이 극심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KT 차기 회장은 경영혁신을 이끌 비전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의 앞에는 이사회의 내실화를 통한 내부경영 감시 등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벌써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소비자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사이다 인사’를 통해 시민들을 감동시켰지만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KT 회장 자리는 현직 장관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설이 돌았을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역대 정권과는 다른 신선과 파격을 볼 수 있을까. 정치권력은 이제 KT를 놓아줘야 한다. 이번 회장 선출이 KT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확실히 끊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오관철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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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 단체장들은 역내 주민들의 여론에 따라 2018년 10월부터 6개월간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검증하였으나,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국토부와 의견이 대립되어 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의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총리실은 금년 6월 이를 수용하여 현재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세부적인 검증방식에는 합의를 보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이를 지연시켜온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나는 동남권신공항에 대하여 왜곡된 시각을 지닌 수도권 주민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구·경북의 반대 여론이 완고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6년 6월 김해신공항을 지정하고 난 이후 대구시내 소재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경북으로 이전하는 통합신공항 건설을 결정함으로써 영남 5개 시·도의 갈등은 사실상 종료되었다. 대구·경북은 통합신공항 건설에 매진해왔고, 부산시는 김해신공항 추진과정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부·울·경에서는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동남권신공항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분출되었다. 동남권신공항은 다분히 가덕도신공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수도권 주민들은 물론 다수의 지식인들마저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들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우선 동남권신공항 자체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지 김해공항 확장을 대신할 활주로 1본의 국제공항을 건설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 추산에 의하면 김해신공항 건설에 소요되는 7조원 규모이면 가능한 수준이며, 같은 돈으로 소음피해를 없애고 24시간 안전한 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기본계획대로라면 김해신공항은 인천공항이나 무안공항과 달리 신활주로 진입표면의 장애물을 존치하는 위험한 공항이 된다. 김해시가지를 소음지대로 만들고 낙동강 철새들의 서식지를 파괴시키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면서도 공항의 경제성에 필수적인 심야운행이나 대형항공기 이착륙의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개항 후 10년 이내에 여객처리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더라도 확장 가능성이 제로라는 치명적인 한계도 있다.     

대구·경북의 정치권에선 이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동남권신공항 추진이 대구·경북의 이익을 해치는 총선용 전략이라며 민심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면 대구·경북에는 도대체 어떤 불이익을 줄 것이며 주민들의 저항 정도는 어떠할까. 2019년 1월 경북지사는 “통합신공항이 먼저 결정되면 동남권신공항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며 대구시장 역시 공감을 표했다. 또한 최근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구·경북 주민들의 73%가 “통합신공항과 동남권관문공항의 동시 건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동남권신공항이 통합신공항을 위축시킬 거라는 선동과 지역 간 갈등이 실체 없는 허구임을 밝혀주고 있다. 

따라서 총리실에서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김해신공항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관문공항”의 기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판정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분권적 시각에서 부·울·경 주민들의 단합된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박영강 | 신공항교수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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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방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및 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수상한 국가대표선수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 혜택을 골자로 하는 ‘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 현행 유지’ 발표를 했다. 이를 접하니, 안도와 함께 이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감이 교차한다.

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취지는 우수한 선수 육성과 국제대회 입상을 통한 대한민국 위상 제고다. 그리고 이 제도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이 제도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 뒤에는 종종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곤 했다. 특히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종료 후 대체복무를 받게 되는 국가대표선수들을 두고 공정성 및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국방부·병무청·문화체육관광부로 구성된 대체복무 관련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발족돼 최근 개선안이 발표된 것이다. 

병역법에 따라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운동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제도가 처음 시행된 시기는 1973년이다. 당시에는 올림픽,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 등에도 적용되다가 1990년부터 올림픽 동메달 이상 및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대상이 축소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병무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체육요원 대체복무의 수혜자는 예술요원 28명에 비해 10명 적은 18명이다. 연간 2500명 규모의 이공계 대체복무 전문연구요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또한 체육요원 대체복무 편입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한정되어 있어 혜택의 수혜 자체가 다른 대체복무제도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축구의 손흥민, 야구의 류현진 등 대체복무를 한 국가대표선수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 스포츠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선수로서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 현행 유지’ 결정을 토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모든 절차와 내용을 공개하고 이의신청 기간을 운영하는 등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 투명한 제도로 보완해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체육요원의 대체복무 활동을 문체부가 지정하는 공익성 있는 기관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에서 추진 중인 생활체육 사업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농·산·어촌 및 도서 지역의 일반 학생 대상 강습회, 한부모 자녀 1인 1종목 체험, 다문화가정 자녀 운동회 등으로 영역을 확대, 체육요원으로 활동 중인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직접 스포츠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병역 대체복무를 수행할 국가대표선수들은 공익적 성격을 띤 대체복무를 통하여 국가대표로서 받은 관심과 응원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드린다는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체복무를 한 국가대표선수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모든 국민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는 국민의 대표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공감과 성원을 기대한다.

<김승호 |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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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내년도 트렌드를 예상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트렌드보다 구조, 표층보다 심층에 주목하는 사회학의 특성상 트렌드 예측서에 큰 관심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트렌드는 유행인 동시에 추세다. 유사한 추세가 중첩돼 힘을 이루고, 이 힘이 결국 사회변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트렌드에 내재하는 일관된 흐름을 사회학 연구자로서 눈여겨보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 트렌드 예측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나 홀로 사회’다. 곧 열릴 2020년에도 ‘나 홀로 사회’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넷플릭스, 미(Me)타임, 코인노래방 등 혼자만의 시공간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 예상하고, 다른 이들은 나 홀로 삶이 주는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독서·운동·취향 등을 공유하는 소모임들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나 홀로 사회’는 인구학적으로 1인 가구의 비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인 가구 수는 584만가구를 넘어섰고, 전체 가구 중 29.3%를 차지했다. 갈수록 늦어지는 결혼 연령과 늘어나는 기대수명을 지켜볼 때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학적 시각에서 ‘나 홀로 사회’는 우리 사회 모더니티 전개 과정에서 개인주의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다. 특히 밀레니얼세대의 경우 개인에 따른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밀레니얼세대를 연구한 이은형 교수는 이 세대의 특징 중 하나를 ‘너의 취향도 옳고 나의 취향도 옳다’고 생각하는 다원주의에서 찾은 바 있다. 이른바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내가 주목하려는 것은 ‘나 홀로 사회’의 개인주의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해석이다. 인문학에서 개인주의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담론은 지난 20세기 전반 유행했던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1986)와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의 <나 홀로 볼링>(2000)이 특기할 만하다.

벡이 말하는 위험사회란 위험이 사회의 중심적 현상이 되는 사회를 뜻한다. 위험사회론에서 주목할 통찰 중 하나는 위험사회의 도래가 가져오는 개인의 변화다. 벡에 따르면, 위험사회의 등장은 위험의 개인주의화를 낳는다. 모더니티의 진행 결과로 개인은 독립적 존재가 되지만, 그 독립은 새로운 대가, 즉 전문가에 의존하고 ‘인지적 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노출된다. 지금껏 사회적으로 규정됐던 생애가 이제는 스스로 생산해야 하는 생애로 변화하는 개인주의화의 증가가 위험사회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벡은 분석한다.

퍼트넘은 ‘나 홀로 사회’의 정치·사회적 측면을 주목한다. 퍼트넘이 초점을 맞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시민적 참여와 사회적 자본의 쇠퇴 현상이다. 옛날처럼 ‘더불어’가 아니라 이제는 ‘나 홀로’ 볼링을 친다는 책 제목은 규범·신뢰·네트워크로 이뤄진 사회적 자본의 쇠퇴에 대한 재치 있는 은유다. 퍼트넘은 그 쇠퇴의 원인으로 세대교체와 텔레비전·장거리 출퇴근·맞벌이 부부의 등장 등을 제시한다. 이러한 분석틀은 시민문화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것은 ‘나 홀로 사회’의 개인주의에 대한 두 사람의 대안이다. 벡이 삶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자아의 성찰적 기획을 내놓는다면, 퍼트넘은 훼손된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는 포괄적 개혁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처방에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 개인주의의 확산이 비가역적 현상이라면, 개인적 차원에서 개인의 주체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연대와 협력의 시민문화를 육성하는 것은 당연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 홀로 사회’의 명암이다. 한편에서 나 홀로 삶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나 홀로 삶은 자유로움과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다. 적지 않은 2030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결혼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나 홀로 삶은 결국 외로운 삶이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끝없이 타전하는 트렌드는 그 증거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전우익 선생의 말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취향·개성·자율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의 도도한 흐름을 사회학 연구자로서 나는 거역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개인주의를 공동체적 연대와 어떻게 공존시키고 결합시킬 것인지에 있다. 때로는 ‘나 홀로’, 때로는 ‘더불어’ 볼링을 치는 게 불가능한 미래만은 아닐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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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이틀간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마치고 ‘평화·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성명’과 ‘공동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고 향후 한·아세안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역내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는 한편 보호무역주의 반대 기조를 확인하고 한·아세안 양측 간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약속했다. 한·아세안 정상들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부산선언’의 의의와 향후 이의 실천을 주목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9년 ‘부분적 대화 파트너’로 시작한 한·아세안 관계는 지난 3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양측 간 교역은 20배, 투자는 70배, 인적교류는 40배 이상 늘었다. 한국 국민의 제1위 방문 지역이자 한국의 제2위 교역·투자 상대로 한국의 당당한 경제 성장 파트너이다. 2018년 기준으로 아세안은 인구 6억5000만명과 연 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는 경제 활력을 찾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수출 시장 다변화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 내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나라펀 짠오차 태국 총리 부인,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응우옌 투 베트남 총리 부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리아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인. 뒷줄 왼쪽부터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호 칭 싱가포르 총리 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시엘리토 아반세냐 필리핀 대통령 부인,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시티 하스마흐 말레이시아 총리 부인,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총리, 날리 시술리트 라오스 총리 부인. 부산 _ 김기남 기자

한국의 외교·안보에 있어서도 아세안은 매우 중요하다. 미·중 일변도와 주변 4강 의존도가 높은 외교에서 벗어나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데 아세안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이 세력 확장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지역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충돌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외교를 다변화하기 위해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는 긴요하다. 마침 정부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신남방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아세안의 기여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아세안이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국과 아세안은 지난 30년간의 발전을 토대로 새로운 지평을 열 때가 되었다. 한·아세안은 부산선언에서 교역·투자 활성화 등 경제협력에 대한 의지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첨단산업 발전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반드시 이들 약속을 실천에 옮겨 양측 간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가 한·아세안이 공동번영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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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수수·수뢰후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 때문이다.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당시 건설업체와 자산운영사 등으로부터 차량을 비롯한 각종 편의와 자녀 유학비를 포함해 모두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속 여부, 죄의 유무와는 별개로 그에 대한 청와대 감찰 과정에서 “현 정권 실세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큰 문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2017년 10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리 첩보를 입수했는데 누군가의 압력을 받고 2개월 만에 돌연 감찰을 중단하고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감찰 이후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됐으며, 이어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임명됐다. 비위가 드러난 인물이 파면·수사의뢰 대신 승승장구하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그가 참여정부에서 일한 인연으로 현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있으며, 그것이 감찰 무마의 배경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조국(왼쪽)·유재수

문재인 정부는 권력형 비리의 단죄를 요구한 촛불시민에 의해 탄생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그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 권력행사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그런 정부에서 ‘내편’이라는 이유로 죄를 무마하려 했다면 이는 촛불민심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 된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진실인지를 규명,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기 바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지난해 국회에 출석,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리 첩보를 조사한 결과 비위의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했다. 감찰 중단을 자신이 지시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또 다른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와 함께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지난 2월 이런 의혹을 고발했음에도 검찰이 지금까지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이유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지연 및 늑장 수사 배경에 부당한 목적이 깔려있다면, 그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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