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901건

  1. 2020.03.27 [사설]고위공직자 30%가 다주택자, 이래서 주택정책 신뢰하겠나
  2. 2020.03.27 [사설]미래통합당 공천 ‘막장 드라마’, 이게 혁신인가
  3. 2020.03.27 [사설]국제연대 선언 G20 정상회의, 코로나 조기 극복 출발점 되길
  4. 2020.03.27 [정동칼럼]민관 협치를 통한 저작권법 개정
  5. 2020.03.27 [편집국에서]희한한 선거는 그만
  6. 2020.03.26 [사설]선거판 망치는 폭력·혐오 표현, 용서할 수 없다
  7. 2020.03.25 [사설]100조원 긴급 투입, 기업 살리기로 이어져야
  8. 2020.03.25 [사설]입국자 유럽 3배, 이젠 미주발 검역 강화할 때
  9. 2020.03.25 [사설]결국 ‘의원 꿔주기’ 경쟁까지 나선 최악의 비례대표 공천
  10. 2020.03.24 원 플러스 원 정당들의 대결
  11. 2020.03.20 [이기수 칼럼]굿바이 김종인
  12. 2020.03.20 [사설]시동 건 비상경제회의, ‘전시체제’ 수준으로 대응하라
  13. 2020.03.19 [사설]도박판의 ‘타짜’도 혀를 내두를 비례정당 꼼수
  14. 2020.03.17 [기고]공무원 불법 선거개입 엄단의 무거움
  15. 2020.03.17 [양권모 칼럼]‘위성정당’은 빼고
  16. 2020.03.17 [사설]미래한국당 비례공천 혼선, 위성정당 꼼수의 필연적 결과다
  17. 2020.03.16 [정동칼럼]탄핵 음모와 ‘재난 뉴딜’ 정치연합
  18. 2020.03.16 [사설]코로나 속 총선 D-30, 정책과 인물 차분히 따져야
  19. 2020.03.16 [사설]사법농단의 핵심 임종헌 보석, 이런 법원 누가 신뢰하겠나
  20. 2020.03.13 [기고]온·오프라인서 공약 비교 ‘정책선거’로 가는 길

(출처:경향신문DB)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은 다주택 보유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 공개를 한 정부 고위공직자 750명 중 248명(33.1%)이 다주택자이고, 3주택 이상 보유자도 52명에 달했다. 청와대에선 비서관급 이상 49명 중 16명(32.6%), 국회의원 287명 중 100명(34.8%)도 다주택자였다. 청와대·정부·국회 예외 없이 다주택자가 3분의 1인 것이 공교롭다. 해마다 사람이 바뀌었지만, 2018년 30.1%이던 다주택 고위공직자 비율은 2019년 26.8%로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석달 전 고강도의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청와대-경제부총리-국토부 장관-여당 원내대표가 쏟아낸 ‘고위공직자 1주택 보유’ 권고가 모두 무색해진 상황이다. 

유독 눈총을 받는 곳은 청와대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내 2채 이상 보유한 수석·비서관에게 ‘이른 시일 내 1채만 남기고 팔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지목된 11명 중 7명은 지금도 수도권 내 2주택자, 9명은 수도권·투기과열지구에 2주택자로 남아 있다. 공직 기강을 감독하는 김조원 민정수석도 본인·부인 명의로 강남구 도곡동·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 2채를 신고했다. 처분 권고 닷새 전엔 청와대 참모 65명의 부동산 가격이 3년 새 3억2000만원이나 올랐다는 시민단체 발표가 있었다. 여론은 들끓고 청 내부적으로 승진·임용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엄포도 놨지만 공염불이 된 것이다. 김현미 장관이 “1채만 남기고 팔라”고 권고한 국토부와 산하기관에서도 고위공직자 12명(36%)이 다주택자였다.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은 서울 마포·대구·대전에 4채를 보유했다. 주택정책을 지휘할 청와대와 국토부로선 ‘말이나 하지 말지’ 소리를 들어도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아무리 공직자라고 해도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나라에서 집을 팔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청와대가 ‘솔선수범’을 권고하고, 홍남기 부총리도 “공직사회에 비슷한 원칙이 적용되는 게 맞다”고 호응했을 것이다. 노부모 봉양을 이유로 댄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 다주택자는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와 따로 움직였다. 공직자의 신뢰가 정책의 신뢰도를 가르는 세상이다. 다급할 때 내뱉은 대통령비서실장의 말이 허언이 되어선 안된다.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다주택 처분 권고는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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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3월27일 (출처:경향신문DB)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끝내 막장 드라마로 대미를 장식했다. 통합당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무효 처리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의견은 손바닥 뒤집듯 무시됐다. 교체된 자리에는 컷오프(공천배제)된 TK·친박계 의원에게 부활의 기회를 줬다. 공관위가 청년 후보로 내세운 경기 의왕·과천과 화성을 2곳은 친황(황교안)계 후보들로 채워졌다. 당 안팎에선 총선 이후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친황계의 되치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 등록일 하루 전 공천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을 놓고 ‘호떡 공천’이란 말이 나온다. ‘청년 공천’ 대신 ‘중년 공천’이라고도 한다. 이석연 공관위원장 권한대행은 “이런 당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 말에 더 보탤 게 없다. 

더 가관인 것은 민경욱 의원의 생환이다. 그는 20대 국회 최악의 막말 정치인으로 꼽힐 만큼 지탄을 받았던 인사다. 세월호 참사, 헝가리 선박사고, 강원 산불, 노회찬 전 의원 사망, 대통령 모친상까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일삼았다. 공관위의 거듭된 공천 취소 결정을 최고위는 번번이 뒤집었다. 그는 황교안 대표의 대변인을 지낸 ‘황교안의 사람’이다. 아무리 자기 사람 챙기기가 우선이라 해도 유권자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공천(公薦)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명백한 사천(私薦)이다. 이럴 거면 공관위는 뭐하러 만들었나. 

황 대표는 “당 대표로서 권한을 내려놓고 공관위가 자율적으로 공천을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그런데 잘못된,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간 통합당은 ‘김형오 공관위’ 출범 이후 혁신 공천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한데 이제 와선 공관위 판단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기 입맛에 따라 공천의 성패를 가르는 식이다. 앞서 황 대표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자, 한국당 지도부와 공관위를 전원 교체하기도 했다. 지지율이 좀 나아졌다 싶으니 다시 제 잇속 챙기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통합당은 혁신 공천을 통해 보수쇄신과 세대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결과는 잡음과 혼란만 난무했을 뿐 쇄신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 기득권을 지키고, 총선 후 대선 주자 경쟁을 위한 지분 챙기기로 마무리됐다. 이 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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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TV 모니터를 활용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과 특별화상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26일 특별화상정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세계적 대유행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정신에 입각해 투명하고, 강건하며, 조정된, 대규모의, 그리고 과학에 기반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공동의 위협에 대항하여 연합된 태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요국 정상들이 팔을 걷고 나선 만큼 이번 공동선언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상들은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함에 있어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역학 및 임상 자료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G20 정상들이 확진자가 50만명에 이를 정도로 팬데믹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의 대응법을 봉쇄가 아닌 연대에서 찾은 것은 무엇보다 환영할 일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금 바이러스의 전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완전한 봉쇄는 불가능하다.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공동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치료 능력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들에 대한 진단시약과 의료장비, 의료인력의 지원은 절실하다. 인도주의 실현뿐 아니라 개별 국가의 방역을 위해서도 지원은 시급하다. 코로나19 백신의 신속한 개발·제조·유통을 위한 공조 강화도 약속했다. 또 국제기구와 협력을 약속한 것은 이에 대한 실효성을 담보하는 조치로 평가한다. 

정상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장을 회복하는 데 공동대응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방역만큼이나 세계 경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협력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국가 간 무역 장벽을 높이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정상들의 약속은 특히 눈에 띈다. 글로벌 공급 체인 붕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특별정상회의가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점은 평가할 대목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역으로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은 상징적이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한국을 모델로 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정상회의에서 방역과 치료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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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2030년까지 저작권 분야의 성과 목표와 추진 과제를 담은 ‘저작권 비전 2030-문화가 경제가 되는 저작권 강국’을 발표했다. 동시에 문체부는 저작권법 전면 개정 추진도 천명했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실현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화를 경제 아래 종속시키는 고질적 근시안이 부제에서 감지되듯이, 청사진을 읽고 나면 우려가 앞선다. 문화예술계, 학계, 출판계 등 민간의 이해 당사자와 함께하는 민관 협치가 있어야 저작권법 전면 개정과 내실 있는 저작권 보호 사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빠져 있다.

문체부가 정말 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다듬었다면 코로나19가 초래한 세계적 위기 속에 불거지는 저작권 문제에 대해 더 민첩하고 세심한 대응책이 마땅히 나와야 했다. 그러나 각 대학을 통해 개별 교수들에게 전달된 지침은 눈앞의 위기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대학가 신학기 출판물 불법복제 예방 협조 요청’(3월18일)이라는 문체부 공문은 실효성도 떨어지는 불법복제 예방활동을 예년처럼 강조하는 선에서 멈추고 말았다.

현재 우리의 고등교육기관이 모두 감염병 차단을 위해 비대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동영상 강의를 녹화하거나 화상회의 앱을 이용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 이를 위한 교재 스캔 파일이나 파워포인트 자료 탓에 저자와 출판사의 피해가 심각하다. 평소에도 사이버대학이나 원격교육원 강의에서 저작권 침해가 비일비재했는데, 비상시국을 명분으로 교재의 본문 편집파일에 대한 무상 제공 요청까지 출판사에 들어온다고 한다. 대학과 교수부터 저작권 인식이 희박하며, 급변하는 기술적 환경에 맞춘 제도 개선은 더욱 미흡하다.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문체부도 인정한 저작권법뿐 아니라 현장의 지침 또한 저작권 보호에 무력하다. 저작권법상의 수업목적 보상금제도 운영의 심각한 부실은 차치하더라도, 2015년에 만든 수업목적 저작물 지침은 학술서적이나 대학교재를 활용하여 만들어지는 파워포인트 교안에 대해 “일부분의 이용”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같은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한다. 이는 저작권 선진국의 학교 수업용 복제 지침이 허용 가능한 복제 범위와 분량을 상세하게 정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니 국내 불법 복제물 시장이 수천억원 규모라지만 실질적인 해결은 요원하다. 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유명한 해외 출판사가 일부 교재를 잠시 온라인에서 무료 제공하는 일도 있지만, 이런 결정도 철저한 저작권 보호 위에서만 가능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문체부의 계획이 이해 당사자와 함께하는 민관 협치의 비전을 결여한 탓에 빚어지는 심각한 한계 중에서 두 가지만 지적하자.

첫째, ‘저작권 비전 2030’에는 문학과 예술을 중심에 둔 장기적 정책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핵심 저작권산업’ ‘저작권 수출’ ‘저작권 무역수지 흑자’ 등의 표현 앞에서 특허권, 상표권 등의 지적재산권을 관할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와 다른 문체부만의 비전이 궁금하다. 최근 ‘한류’의 선봉에 선 몇몇 대중문화 장르가 성취한 저작권 무역수지 흑자에 고무된 기색은 역력하지만, 모든 창조적 문화 활동의 밑거름임에도 종종 돈과는 거리가 먼 문학과 예술 분야의 창작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비전은 부재하다. 교육부가 관여된 학술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둘째, 이처럼 기초적인 인식과 비전이 탄탄하지 못한 탓에 정책 방향이 자꾸 이해관계를 왜곡한다. 가령 최근 일부 문학 출판사의 불투명한 경영으로 인한 부당한 저작권 침해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자 문체부는 저자와 출판사의 대립구도를 전제한 피상적인 대응에 머물렀다. 불법 복제 등 저작권 침해가 벌어지면 당연히 저작자와 출판사에 똑같이 피해가 간다. 저자와 출판사의 대립만 부각시키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게 되고, 공공대출권 도입, 수업목적보상금 제도 개선 등 저자와 출판계가 함께 요구하는 현안은 쉽게 외면당한다.

합당한 저작권 보호를 통해 저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지 않으면 창조적인 정신 활동은 위축되게 마련이며, 사회 전반의 지적 빈곤, 학문과 문화의 쇠퇴로 이어진다. 또 저작권은 작가의 경제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수단이며, 저작권이 짓밟히면 결국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민주주의마저 쉽게 훼손된다. 민관 협치를 통한 저작권법 전면 개정과 관련 제도의 정비만이 저작자, 출판계, 대학, 공공도서관, 독서운동 등 학계와 문화예술계 전반이 상생하는 건강한 생태계로 가는 길이다.

<김명환 |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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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반칙, 편법, 후안무치, 요지경, 도박판, 개싸움…. 21대 총선 공천 과정을 특징짓는 단어들은 험악하다. 물론 ‘진박 감별사’가 설치던 4년 전 총선 공천도 난장판이란 소리를 들었고, 그 앞선 총선도 시끄럽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희한한 선거가 있었을까 싶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현역 의원의 불출마, 중진 의원의 용퇴 선언이 혁신으로 얘기되기도 했지만 스쳐지나가는 일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그 중심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 여야가 공직선거법을 주무르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됐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장벽을 낮춰 국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만큼은 분명했다. 그러나 거대 정당들은 허점을 공략했다.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선거법 개정에 반대한 미래통합당이 비례정당 창당을 선언했을 때는 설마 했지만 눈앞의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거대 정당은 기득권의 일부라도 소수정당에 떼어주기는커녕, 한 석이라도 더 긁어모으기 위해 혈안이다. 기득권 챙기기에 관해선,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능력자들이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연비제 도입을 두고 으르렁댔다. 미래한국당이 가시화하자 “국민 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해찬 대표)이라던 민주당도 장난질에 가세했다. “(통합당의 꼼수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울 뿐”(이인영 원내대표)이라는 대리 사과는 비난으로 돌아왔다. 서로가 상대를 향해 꼼수라고 비난하고, 자신은 정당방위라고 강변하지만 결국엔 한배를 탄 셈이 됐다. 위성정당 문제에선 ‘적인 듯, 적 아닌’ 사이다. 의원 1명이라도 더 제명시켜 위성정당에 보내려는 꿔주기 경쟁은 비례후보 등록 직전까지 이어질 참이다. 유권자들은 원내 1당인 민주당과 2당인 통합당 이름이 사라진 정당투표 용지를 받게 된다.

민주당 주변에는 두 개의 위성정당이 돌고 있다. 민주당의 공식 ‘형제정당’은 더불어시민당이다. 민주당은 범진보·개혁 세력의 비례연합정당을 운운하더니 그냥 민주당 색깔로 만들어버렸다. 소수정당을 배려한다는 식의 말은 하지 않는 게 나았다.

난데없이 열린민주당이 끼어들면서 여권의 구도가 복잡해졌다. ‘친문재인·친조국’ 선명성을 앞세운 이들이 선거에 뛰어들면 적어도 5석은 얻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열린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는 만큼 더불어시민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불어시민당의 당선권 후순위에 배치해놨던 민주당 영입인사들의 당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열린민주당은 ‘우리는 한 가족’이라며 총선 끝나고 뭉치자는데, 민주당은 ‘통합은 없다’고 자른다. 이해찬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총선 이후엔 최소한 연합은 해야 한다니, 관계 설정이 미묘하다.

거대 정당 사이에 낀 소수정당들은 씁쓸하다. 선거전이 여러 정당들의 다양성 경쟁이 아니라 양강 구도로 흘러갈수록, 위성정당들의 위력이 커질수록 소수정당의 존재감은 작아질 수 있다. 범여권 비례정당에 불참한 정의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그럴 가능성을 보여준다. 선거판이 기형적으로 짜이면서 소수정당엔 국회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거대 정당들이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원래 지지층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터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니, 뻔히 보이는 반칙에도 역풍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유권자를 얕잡아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정부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정책과 비전이 이렇게 사라져도 되는 것일까. 역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 그 바통을 넘겨받을 21대 국회에 어떤 기대를 가지라는 것인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에 비유된다. 18세 눈에도 그렇게 비칠까.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2002년 4월16일 이전에 태어난 고등학교 3학년, 대략 14만명이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됐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져 마음이 어수선할 터인데 ‘선거라는 게 이런 거였어’라는 인식을 갖게 되기 십상이다. 거대 양당이 기득권 확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도 된다는 식이라면 학생들에게 성적지상주의를 요구하는 것과 다른 게 뭔가. 이런 식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총선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총선의 ‘뉴 노멀’이 되어선 안된다.

<안홍욱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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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사무실에 계란이 투척됐다. 김 후보에 따르면 24일 밤 40대 남성이 김 후보의 지역구 내 선거 사무실에 계란을 던지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종이를 붙인 뒤 달아났다고 한다. A4용지 크기의 종이에는 “문재인 폐렴 대구 초토화 민주당 OUT” “신적폐 국정농단 혁명 문재인을 가두자”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야만적 작태가 벌어지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심야 계란 투척도 어이없지만, ‘문재인 폐렴’ ‘대구 초토화’란 극단적 혐오 표현을 갖다 붙인 것은 더 고약하다. 지금 대구·경북 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지역보다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때 터무니없는 자극적 표현으로 정부와 시민을 이간시키고, 지역 분열을 부추기려 했다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얻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인가. 이는 ‘힘내라 대구’를 외치며 아픔을 함께하고 사랑을 나누는 온 국민의 성원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어리석은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중 폭력과 혐오 표현 등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는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를 나섰다가 괴한에게 문구용 칼로 오른쪽 뺨을 찢기는 테러를 당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엔 서울 지하철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민중당 예비후보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후보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의 침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이번 사건은 미리 비난 문구를 준비해온 것을 보면 우발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범인은 하루만에 붙잡혔다. 경찰은 그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런 선거가 폭력과 혐오를 배설하는 난장판으로 변한다면 민주주의가 온전할 수 없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이자 선거판을 망치는 행동이다.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4·15 총선 유세와 토론회가 본격화된다. 이번 총선은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등 의미가 각별하다. 증오를 부추기는 반민주적 도발이 더는 발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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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100조원 상당의 긴급자금을 기업과 금융시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기업과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가운데 내놓은 비상처방이다. 내역을 보면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대출·보증 등 금융지원이 58조3000억원,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31조1000억원, 증시안정자금 10조7000억원 등이다. 이번 대책은 특히 기업들의 자금경색을 푸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멀쩡하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끊기면서 자금난에 몰려 회사채를 상환하거나 차환(새로운 회사채로 갈아타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시장도 매기가 끊길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자칫 기업부도와 금융부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위기로 번질 위험도 있다. 기업의 도산은 대량 실직을 초래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다. 그런 만큼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2008년 금융위기의 2배 규모인 20조원으로 조성하는 등 규모를 대폭 키워 기업 자금경색을 풀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주식시장도 이날 코스피 지수가 8% 넘게 반등하는 등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문제는 이 위기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필요하면 대기업도 포함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우량 대기업까지 휩쓸려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호텔, 면세점, 항공사 등은 수요가 끊기다시피 한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 등 주력산업 쪽으로도 여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37조원, CP가 79조원에 달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도산이 속출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점까지 시야에 넣는다면 이번 대책으로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업어음은 물론 회사채 직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고, 유럽중앙은행도 기업어음까지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은행도 좌시할 수 없는 처지다. 현행법상 회사채나 CP의 직접매입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정부가 지급보증을 한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지금은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모도 그렇거니와 대처 방식에도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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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작한 2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항공기 탑승객들이 임시생활시설로 향하는 버스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임시생활시설에 1박2일 머무르며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창길 기자

해외에서 유입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3일 신규 확진자 76명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20명으로 29%를 차지했다. 22일은 22%(64명 중 14명), 21일은 15%(98명 중 15명)가 해외유입 사례였다. 최근 국내 확진자는 하루 100명 이하로 줄었지만, 해외유입 사례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감염병 해외유입 차단이 급선무가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조치로 전 세계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 시행에 들어갔다. 22일에는 유럽에서 오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진단검사를 시작했다. 공항 검역이 강화되면서 코로나19 유입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50명에 그쳤던 유럽발 확진자는 24일 기준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는 유럽보다 미주 쪽에 쏠려 있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미국 등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는 2명에 그쳤으나 22일에는 11배가 늘어난 22명이 됐다. 전체 해외 감염유입 사례에서도 미주는 중국을 제쳤다. 유럽에 이어 미국·캐나다를 포함한 미주지역이 새로운 위험지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4만명을 넘어 중국·이탈리아를 뒤쫓고 있다. 감염병을 피해 입국하는 교민들도 늘고 있다. 최근 미주발 입국자는 하루 3000여명으로 유럽발 입국자보다 3배 가량 많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방역망은 오히려 느슨하다.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서는 전원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주발 입국자는 증상여부를 확인하는 특별입국절차를 밟을 뿐이다. 미주 지역의 감염자가 늘고 있는 만큼 검역을 유럽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미국 등에서 들어오는 입국자가 유럽의 두 배가 넘는다며 검역 강화를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유럽발 입국자 진단검사가 아직 순조롭지 않은 데다 검역 인력·장비 등이 충분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해외유입은 국내 감염병 확산의 새 뇌관이 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조속히 미주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진단검사에 나서야 한다. 검진 인력·시설의 효율 제고를 위해 공항 내 ‘워킹 스루’(도보 이동형 검진) 진료소 등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해외 입국자 검역 강화는 코로나19 유입 차단 조치이면서 국외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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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들이 비례대표 순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총선경쟁에 들어갔다. 그런데 목불인견 막장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돕기 위한 선거제 개편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부실검증에 코드공천을 강행하더니 이제는 투표용지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 경쟁에 돌입했다. 정책과 비전 경쟁은 간데없고 온통 꼼수뿐이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역대 최악의 비례공천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은 연일 총선 불출마 의원들을 만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파견을 종용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 등 7명은 위성정당행이 결정됐고 다른 의원들의 추가 결단을 요청 중이다. 보수시민단체가 탈당 강요는 위법이라며 이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원조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현역의원 9명을 보낸 미래통합당도 뒤질세라 10여명 추가 파견을  추진 중이다. 모정당에서 꿔오는 방식으로 현역의원 숫자를 늘려 투표용지의 앞 번호를 차지하겠다는 꼼수다. 

이제 위성정당 막장정치의 사례는 더 지적하기도 지친다. 시민사회·소수정당과 함께 플랫폼정당을 표방했던 더불어시민당은 당선권 안에 소수정당 인사 2명만 배정하며 ‘비례민주당’ 본색을 드러냈다. 통합당의 편법을 막겠다는 명분이 무색하다. 여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을 표방하는 열린민주당에서는 코드 공천이 도드라진다.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앞 순번에 배정했다. 미래한국당은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한마디에 비례 순번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렸다. 그것도 친황교안 인사들을 대거 앞세워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단언컨대, 역대 이런 선거는 없었다. 거대 양당이 초래한 혼선과 표심 왜곡은 총선과 정당정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당장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민주당과 통합당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의석수 제1, 2당이 정책과 비전 경쟁을 포기한 것이다. 급기야 모정당들은 선거자금 꿔주기 등 위성정당 선거운동 지원 꼼수 마련에 나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강력한 법 집행으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선거 과정에서 이번 사태의 재현을 방지할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런 후진적 정치가 계속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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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꼼수에 대해 민주당은 세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었다. 최선은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고 미래통합당만 꼼수정당이라는 주홍글씨를 도드라지게 하고, 그럼으로써 집중적 응징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개정선거법의 가치와 집권여당의 명분을 챙기고, 동시에 선거에도 이길 수 있는 상책이다. 물론 위험이 따른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래한국당이 훨씬 많은 비례의석을 가져갈 것처럼 나타나니 입이 마를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대세 물결을 타야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돌이켜보라.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선 투철한 신념이나 담대한 전략 중 최소한 하나는 갖고 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그렇지 못함이 드러났다.

차선은 진정한 의미의 연합비례정당을 창당하는 것이었다. 소수정당의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해주고자 하는 개정선거법의 취지가 제1야당의 몰염치로 인해 훼손된 마당에 집권여당이 중심이 되어 소수정당을 포용하고 일부라도 그 취지를 되살려낸다면 충분히 박수 받을 수도 있었다. 그 대상은 반드시 정의당이나 진보정당으로 국한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소위 제3지대라고 불리던 중도정당까지 포괄할 수 있었다. 범여권 블록 내부의 합의정치를 실험할 수 있고 거기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회의 모습을 보인다면 개헌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중도정당을 포용함으로써 지지기반을 중도층으로 확장할 수도 있었다. 이것을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양보가 필요하다. 꼭 민주당 의석이 아니더라도 정책에 합의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연합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최악은 미래통합당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이었다. 기존 선거법하에서 양대 거대정당은 소수정당의 몫까지 빼앗아 먹으면서 적대적 공생을 해왔는데, 이제는 1 대 1 적대가 아니라 2 대 2 적대가 되었다는 것 말고는 과거와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정당이 원 플러스 원이라니. 정당이 편의점인가. 결정적으로 개정선거법의 정신을 집권여당이 스스로 부정했기에 모든 명분이 사라졌다. 이제는 야당이 ‘4+1’은 공수처법을 위한 꼼수였다고 비난해도, 개정선거법은 처음부터 괴물이었다고 궤변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그게 아니라는 근거를 스스로 없애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창당의 파트너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급조된 친조국, 정확히 말하면 조국 전 장관을 팔아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섞여있는 정당들이다. 이제 서초동 대 광화문의 대결은 선거판으로 옮겨서 그대로 재연될 것이다. 

중도 및 소수 유권자는 정치적으로 대표될 나의 권리를 누가 훔쳐가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파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로 전혀 대표될 수 없었던 소수의 의견이나 중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다. 그런데 두 거대정당이 위장 계열사를 만들어서 골목식당의 먹거리를 싹쓸이해 가려 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위성정당은 소수의견이나 중도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의 권리를 훔쳐간다고도 할 수 있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고 했던가. 21대 국회는 그 이상을 보여줄 것임이 확실하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양대 정당만이 아니다. 관련된 개인도, 소수정당도 책임을 나눠 가지고 있다. 먼저 최악의 꼼수를 들이민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조직과 공천을 떡 주무르듯 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정당법, 선거법, 헌법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인 황교안 대표를 비롯하여 관련된 개인들의 도덕적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이 자신의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하고 열린민주당은 맞다고 흘린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으니 나중에 친자확인소송이라도 할 셈인가. 민주당에서 공천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서초동 대 광화문 대결구도를 끝까지 우려먹겠다는 계산이라고 의심받는데, 사실이라면 이들은 사익을 위해 국민과 문재인 정부를 배신하는 셈이다. 신생정당이 워낙 많다보니 한꺼번에 묶어서 얘기하기 어렵지만, 그들 중 일부는 실제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원 플러스 원 적대의 구도가 짜인 지금 그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될 거라는 점 말고, 창당할 때 내세웠던 가치 중에서 무엇을 실현했느냐고. 각 정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이 와중에 어느 신생정당과 손을 잡아야 나를 중심으로 판이 짜일지 계산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지 않았느냐고.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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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한 사람을 두고 세 번째 글을 쓸 줄은 몰랐다. 그것도 4년 주기로. 2012년 2월 ‘권력을 좇는 자유인, 김종인’을 썼다. 대선주자 박근혜를 택해 새누리당 정강에 경제민주화 그림을 입힐 때였다. 2016년 1월 ‘김종인의 리턴매치’를 썼다. 국민의당이 떨어져나간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무와 선거를 이끌던 시절이다. 대선주자 문재인과 손잡은 선 굵은 월경이었다. 2020년 봄 그가 여의도를 향해 다시 움직였다. 미래통합당의 총선 선대위 ‘원톱’ 자리를 달라고 했다. 또 몰고올 바람과 구름이 있나 싶었다. 보수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황교안이 주도한 18일간의 영입드라마는 불발됐다. 그도 “도와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돌아섰다. 다시 한번 권력자 옆에서 펼쳐보려던 80세 노정객의 꿈과 길은 그렇게 끊겼다.

또 그랬다. 세 번째도 그는 총선 앞의 난세를 정치복귀 무대로 택했고, 시작부터 풍파가 일었다. 에두르지 않고 바로 찔러가는 직설은 그대로였다. 좌장, 전권, 1인자와의 독대·담판을 요구하는 김종인표 정치도 변함없었다. 그는 막강한 상임선대위원장을 원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지역구(강남갑) 공천을 반대했고, 몇몇 공천자의 교체 권한을 요구했다. “그래야 당을 움직일 수 있다”고, “안 하면 그만”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두 번은 통했다. 8년 전 MB의 새누리당 탈당에 불을 지피고 진보 헌법재판관을 홀로 찬성한 그는 따져 물으려는 의원총회 소환에 불응했다. ‘친문’ 이해찬을 낙천시킨 4년 전엔 비례대표 2번을 셀프공천하고 노욕(老慾) 소리가 나오자 칩거했다. 누구라도 초장에 기를 꺾고 시작하려는 생각이었을 테다. 세 번째 판은 달랐다. 갈라진 당 지도부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그의 몸값을 낮췄고, 태영호는 끝까지 사과를 요구했다. “공천에 관여하지 않겠다.” 김종인의 카리스마와 뚝심도 예전과는 달랐다. 돌이켜보면, 하고 싶다는 신호였다. 한발 물러선 김종인은 그를 부른 당 대표가 약속을 깨고, 선대위 원톱 자리가 무산된 날 판을 접었다. 속이 쓰렸을 게다. 자존심이 센 그는 사람 잘못 봤단 말은 바로 하지 않는다. 정치로부터의 칩거와 침묵은 8년 전, 4년 전에도 그렇게 시작됐다.

첫 손뼉은 마주 쳤을 게다. 황교안에겐 김종인이 여러모로 덧셈일 수 있다. 그의 야인·중도 색깔이 보수통합의 외곽선을 넓히고, 그의 회군이 총선에서 천군만마가 되길 내심 바랐을 게다. 민심을 보는 촉이 있고, 여야를 두루 알고, 정곡 찌르는 헤드라인도 잘 뽑는 정치 베테랑의 경륜이 탐나지 않았을까. 김종인은 그 맘을 보고, 또 한번 자기부정을 하며, 금의환향할 초대장을 구했다. 멀리는 대선주자들이 못 나서는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까지 시야에 뒀을 수도 있다. 내가 읽는 황·김의 독심법은 그렇다. 그 의기투합을 받치기에 황교안의 힘과 리더십이 약했던 셈이다. 김종인의 눈에도 8년 전 박근혜, 4년 전 문재인과 그를 버린 황교안은 다르게 남았을 테다. 

아프게 곱씹을 것은 따로 있다. 김종인이 또 소환된 정치다. 2020년 총선은 정책과 비전이 사라졌다. 무상급식·경제민주화·복지 경쟁이 붙은 2012년, 청년·비정규직·규제완화가 불거진 2016년보다도 선거의 질은 퇴행했다. 작금의 비례대표 꼼수 선거판은 누가누가 못하나 지켜보기도 괴롭다. 이 난장판에 김종인이 늑장 호출된 것이다. 그는 2012년 총선 106일 전, 2016년엔 90일 전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합류했다. 올핸 30일 전 총선을 접었다. 미래통합당 공약·공천은 마무리된 뒤였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도 황교안의 ‘민부론’ 앞에선 길이 없다. 상속·법인세 인하, 일감몰아주기 완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까지 민부론엔 친재벌·반노동 노선이 선연하다. 그가 가려 한 당엔 ‘줄푸세’ 신봉자가 득실하다. 그렇다고 김종인이 황교안에게 약속받았다고 내놓은 정책도 없었다. 얼굴마담과 허깨비만 찾는 정치가 8년째 김종인과 경제민주화를 불렀다 팽(烹)시키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은 전무후무할 정치 궤적을 지녔다. 한 번도 힘들다는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을 했다. 박정희부터 문재인까지 YS·MB를 뺀 일곱 대통령과 정치·정책의 연을 맺었다. 하늘색(민주정의당)-남색(민주자유당)-청록색(새천년민주당)-빨간색(새누리당)-파란색(더불어민주당)이 거쳐간 당 색깔이고, 6번째 핑크색 앞에서 그의 정치시계가 멈췄다. 정치는 생물이지만, 다시 돌아간 보수에서 ‘뒷방 늙은이’ 소리까지 들은 그의 선택지는 협소해졌다. 태영호 소동은 표면적이고, 본질은 피로감이다. 그도 알 것이다. 어지러이 40년을 달려온 ‘자유인 김종인’의 마지막 우회전은 가볍고 허망했다. 2022년 대선 앞에도 김종인표 정치가 등장할까. 나는 ‘X표’를 친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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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1호 조치로 ‘50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9개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집중 지원하고, 주식·채권시장을 안정시켜 기업의 경영난을 더는 것이 골자다. 중기·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제공해 위기상황을 견디게 하는 한편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세우는 방식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절반이 매출 급감으로 도산위기에 내몰린 상황을 감안한 비상경제회의 1호 조치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중기·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5개 지원방안부터 내놓은 것은 옳은 선택이다. 긴급한 지원을 기다리는 취약계층 및 그 가족이 국민의 절반이 넘는다. 긴급 경영자금 12조여원을 연리 1.5% 수준으로 공급, 이자 부담을 덜기로 한 것이나 8조5000억원 규모의 특례·전액보증은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이게 할 것이다. 이번 위기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노래방, PC방 3곳 중 1곳은 이미 휴·폐업 상태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위기에 처한 서민과 기업을 위한 추가 조치도 계속 마련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날 금융시장은 다시 추락했다. 코스피는 10년8개월 만에 15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까지 서킷브레이커에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1300원대 진입을 위협하자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국제유가 역시 18년 만에 최저인 20달러에 근접,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를 대변했다. 세계 증시도 최근 한 달간 30% 안팎 떨어졌다. 비교적 안전자산인 국채·금까지 팔아치우고 있다. 믿을 건 현금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불안감이 크다. 엄중하다는 말로 표현하지 못 할 만큼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렵다. “웬만한 대응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시장 주문이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가 이날 세부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시장은 끝 모르게 추락하는데 대책이 이렇게 굼떠서는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전시체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 매주 한 차례 개최키로 한 비상경제회의도 수시로 열면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책도 적기에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 과감한 대책을 마련해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집행해야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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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친문재인 그룹이 주축이 된 ‘시민을위하여’와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초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만든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비례대표 정당 연합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파트너를 바꾼 것은 목소리가 큰 시민사회계 원로들보다 이쪽이 컨트롤하기 쉽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과 비례연합정당을 만들기로 협약했다. 모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정당들이다. 가자환경당은 시민단체인 페트병살리기운동본부가 주도해 지난달 만든 정당이다. 가자평화인권당은 2016년 총선 직전 만들어졌지만, 그해 총선 정당득표율은 0.1%에 그쳤다. 존재감이 희미한 무늬뿐인 정당들이다. 결국 민주당이 좌지우지할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의 말 따로, 행동 따로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민주당은 보수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비난해오다 선거가 불리해지자 똑같이 그 길을 갔다. 그러면서 “원외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플랫폼도, 참여 정당도 자기 입맛대로 골랐다. 진보·개혁 진영의 제 정당이 참여한다는 비례연합정당의 명분마저 팽개치고 소수정당을 의석 확보의 수단으로 취급한 것이다. 그 와중에 윤호중 사무총장은 성소수자를 비례후보로 배정한 녹색당 등을 겨냥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고작 ‘소모적 논쟁’으로 치부하는 인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비례정당을 둘러싼 꼼수와 반칙, 편법이 21대 총선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인물도, 정책도, 메시지도 찾아볼 수 없다.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연일 갈등을 빚고 있다. 법률상으로 엄연히 독립된 별개의 정당끼리 공천에 간섭하고 싸움을 벌이니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제 민주당은 통합당의 전철을 밟아 비례연합정당 기호를 앞 순위로 당기기 위한 ‘의원 꿔주기’도 결행할 것이다. 선거 후엔 비례의원들을 각당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또 다른 편법이 동원될 게 뻔하다. 

국회는 군소정당의 사표(死票) 방지와 다당제 확립을 명분으로 선거법을 개정했다. 그게 시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이라고도 했다. 한데 시민에게 약속한 개혁과 쇄신은 오간 데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이미 사라졌다. 대신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한 온갖 당리당략만 난무하고 있다. 도박판의 ‘타짜’들도 혀를 내두를 만한 정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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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다. 4년간 국민을 대표하여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고, 좋은 법률을 만드는 일꾼을 뽑는 날이다.

오랜 기간 선거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총선이 축제의 장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선거 전후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수사와 재판을 받고, 급기야 자격이 상실되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2020년 1월 기준 제20대 국회의원직 상실자는 14명, 제17대 18명, 제18·19대는 각 21명에 이른다).

이번 총선은 선거연령 하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예정 등 예측이 어려운 변수들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법 위반을 둘러싼 다툼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어 여야 간 치열한 경쟁으로 선거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은 총선 대비 회의를 개최하고 3대 중점단속 대상을 발표했다. 여론조작과 금품수수, 공무원과 단체 등의 불법 개입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두 차례의 총선에서 다수 발생한 선거법 위반 유형은 거짓말, 금품, 불법 선전 순이었다. 이번에는 거짓말과 불법 선전을 합해 여론조작으로 분류하고, 공무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중점단속 대상에 포함한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예전에는 통반장이 여당 후보를 위하여 이웃들에게 고무신, 비누 등 생활필수품이나 돈 봉투를 돌리거나, 공개투표와 유사하게 군부대에서의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공무원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정보경찰이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특정 후보에 대한 불법 선거운동 신고나 뚜렷한 첩보 등의 근거 없이 정보 수집이나 불법 선거운동 예방 명목으로 계속 따라다니며 밀착 감시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해당 후보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상대 후보의 당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현 정권의 청와대 전 근무자, 전 지방경찰청장 등을 포함한 13명이 울산광역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위 진박 후보자들을 위하여 제20대 총선 공천에 관여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위 사례처럼 공무원이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면 선거의 중립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고, 선거에 패한 후보는 결과를 승복하기 어려워지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비교적 발생 건수는 적지만, 선거 전체의 공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공무원의 선거 불법 개입 행위를 중점단속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를 엄단하겠다는 대검찰청의 방침은 타당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오는 4월15일 열리는 제21대 총선이 깨끗한 선거로 치러져 국민에게 위안과 희망을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진 |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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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을 향한 기나긴 도정을 돌이켜보면 너무도 허망한 결말이다. 천신만고 끝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 목표는 무너지고 증발했다.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30석의 ‘도둑질’을 노린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전용 위성정당 때문이다. 기득권 거대 정당에 불리한 선거제 개혁을 꼼수와 변칙의 ‘위성정당’ 협공으로 단숨에 무력화시켰다. ‘더티한 승리’ 혹은 ‘원칙 없는 패배’만을 택한 나쁜 정치다.

선거제 개혁의 지향은 분명하다.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막고 정치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 민의가 좀 더 온전히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하자는 취지다. 선거제 개혁은 ‘노무현의 꿈’이었고, 고 노회찬 의원의 필생의 정치적 과제였다.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후퇴를 거듭한 끝에 제한적이나마 비례대표 30석에 연동형이 도입되었다. 30년 넘게 이어져온 기득권 정치의 성채를 허물 30석의 진지가 마련된 것이다. 정치를 바꿀 그 30석의 희망의 터전마저 유린하는 게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놀음이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비례연합정당의 등판은 선거제 개혁 이전보다 비례성을 더 악화시킬 게 뻔하다.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두 영역에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과 독과점 구조가 강화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준연동형 비례의석을 훔치려 기어코 가설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이 정치흑역사의 막을 열었다면, 반칙에 반칙으로 맞선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끝판이다. ‘원조 꼼수’와 ‘정당방위’를 따지는 건 부질없다. 권영길 전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강도냐 도둑이냐’의 논쟁밖에 될 수 없다.

아무리 ‘연합’으로 포장한들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의 사실상 위성정당이다. 빈약한 명분을 벌충하고, 연합의 의미가 최소한 보장받으려면 무엇보다 정의당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데 ‘반동적 보복정치’ ‘부실 상정’ 등 도 넘은 공격으로 정의당의 참여를 압박하던 민주당의 표정이 돌변했다. 정의당을 빼고도 목표 의석이 나온다는 민주연구원의 계산서를 받고나서다. 어쩌면 민주당의 비례정당 개설은 애초 전체 진보개혁 블록의 의석 증가보다 정의당의 연동형 비례의석 줄이기를 전제한다. 여권의 비례정당이 의석수 늘리기의 목적을 이루게 되면 미래통합당의 1당 저지 못지않게 정의당의 부상을 막는 구실을 하기 십상이다. 기본적으로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은 제3, 4당의 비례 몫을 가장 많이 빼앗아 오기 마련이다. ‘비례연합당 논리가 민주당 왼편 정당의 성장을 막는 데 활용된 민주대연합론의 2020년 버전’이라는 진단은 그래서 날카롭다.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흡수하면서 인물, 정책, 구도가 실종된 깜깜이 선거 양상이다. 희한한 선거판에서 비례위성정당 대결 구도만 뾰족하다. ‘비례정당 프레임’이 압도하면 진영 대결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비례투표에서마저 위성정당의 대리전이 펼쳐지면, 선거의 의미는 거대 양당 간의 세력 다툼으로 협소해진다. 본디 선거제 개혁은 양당의 독과점 체제를 분산시키려는 것인데, 거꾸로 더 극단적인 양극 정치를 초대할 판이다.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순간 예견된 결말이다. 이제 ‘미래통합당을 막기 위해 민주당을 찍’거나 ‘민주당을 저지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을 찍’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강요할 터이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적대적 공존 체제와 대결 정치는 21대 국회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비관이 스멀거린다. 정녕 새로운 국회, 정치에 대한 희망의 다리는 끊긴 것인가.

개정 선거법의 준연동형이 처음 적용되는 총선이다. 거대 정당의 비례위성정당 꼼수로 정치개혁의 소중한 싹이 허망하게 꺾이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한 자릿수를 기록하던 국민의당이 선거에서 정당득표율 2위를 기록했다. 기득권 양당이 반칙에 반칙을 거듭하면 표심은 제3의 길을 찾게 된다. 

짓밟힌 선거제 개혁의 불씨를 살리고 정치변화의 초석을 놓기 위해서는 반칙의 위성정당을 위축시키는 길밖에 없다. 이대로는 지역구는 거대 양당이 나눠 먹고, 비례의석도 독과점이 불가피하다. 방도는 하나뿐이다. 비례대표를 뽑기 위한 정당투표에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을 빼고 투표하면 된다. 정당투표 용지에는 꼭두각시 위성정당을 빼고도 긴 목록이 남아 있다.

<양권모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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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왼쪽 사진)는 17일 다른 비례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최후통첩’했고,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는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맞섰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두고 두 당이 갈등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지난 16일 발표한 비례후보 명부 중 당선권 안에 모정당인 통합당이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한 인사가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례 명부 40번 안에 통합당 영입 인사는 5명만 포함됐고 그나마 모두 20번 밖에 배치됐다. 통합당이 재공천을 요구하자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공관위가 운영된 결과”라고 맞섰다. 그는 “결과를 부정하고 싶다면 날 자르고 다시 공관위를 만들라”고 반발했다. 비례전문 위성정당 창당도 문제였는데, 거기에 본당과 위성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놓고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니 더욱 어이가 없다.

미래한국당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갈등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비례 명부 발표 후 태도를 보면 두 당의 동상이몽이 드러난다. 미래한국당은 서류심사부터 면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점수로 수치화한 뒤 집단합의로 결정했다며 공정한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자당 영입 인사들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난 것을 문제 삼으며 “공천 쿠데타”, 한선교 대표의 ‘옥새파동’이라고 비판한다. 통합당 입장에서 미래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노려 비례대표 의석을 독식하려는 욕심으로 만든 일회용 정당일 뿐인데, 그 꼭두각시 정당이 주제넘게 자율공천을 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래한국당의 독립적인 공천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는데 이를 시도한 셈이다. 꼼수가 필연적으로 또 다른 배신을 부른, 막장정치의 전형이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17일 한 대표와 만나 “잘못된 부분들이 있으면 다시 살펴봐야겠다는 뜻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 대표는 “최고위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물러섰다. 황 대표가 다른 정당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 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달 이를 근거로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비례대표 후보자 전략공천은 위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거법 위반의 여지가 있는 만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미래한국당의 비례 공천 과정을 면밀히 짚어야 한다. 500명이 넘는 지원자들에 대한 3분 면접으로 이뤄진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심사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됐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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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저마다 과거로의 퇴행을 막기 위해 선거 전망과 다양한 비례위성정당 제안을 내놓았다. 난 이 곤혹스러운 고민이 가지는 절실함과 진정성을 믿는다. 다만 그중 일부 논객들은 과거 조국, 지소미아, 코로나19 사태에서 일관되게 일주일 앞도 못 내다본 걸 기억한다. 이분들이 스스로 가장 자랑하는 게 정치 윤리가 아니라 정치 현실주의라는 게 나에겐 기이한 퍼즐이다. 왜냐하면 자주 현실 예측에 실패하는 현실주의는 금시초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떡하든 정치연합을 확대하려 하기보다는 비생산적으로 감정을 건드리고 진보정당의 핵심 지역구 기반을 위협하는 등 정치연합을 축소하는 데 매진하는 건 현실주의가 아니다. 이번엔 이들의 수학적 시뮬레이션 능력이 맞을 것이라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균열이 선거 이후 복합위기의 비상조치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확장된 연합의 걸림돌이 될까 난 두렵기만 하다. 어느덧 현실지형이 되어버린 비례위성정당 추가 논쟁은 비생산적이다. 어떤 선거 참여 형태이든 이제는 시민들의 판단에 과감히 맡기자. 오히려 남은 기간 및 선거 이후엔 다음 공동 행동에 힘을 모으면 어떨까 제안한다.

첫째, 균형예산론 거부 선언과 재난 뉴딜 정치연합을 결성하자.  

오늘날 균형예산은 무책임하고 보수의 철 지난 패러다임이다. 이번 행정부가 보수 정부는 아니지 않은가? 지금 ‘재난 자본주의’ 단계는 팽창이 아니라 수축 국면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넘어 심지어 ‘현대화폐이론’의 완전 일자리 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론까지 논쟁이 되는 세상이다. 이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만큼 현 단계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 국면은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한다. 청와대는 그저 전례 없는 대책을 주문하는 곳이 아니라 전례 없는 대책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당장 추가 추경의 폭에 대한 기술적 논쟁을 넘어 균형예산론자들 및 이와 다른 관점의 진보 경제학자들의 근본적 패러다임 토론부터 벌여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 당장의 한시적인 재난 안정소득에서부터 총선 직후 기본소득과 청년 사회상속제에 이르기까지 ‘뉴노멀과 (그린) 뉴딜 정치연합’을 성사시켰으면 한다. 그린 뉴딜? 그렇다.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감염병 시대는 자연 생태계 파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린 뉴딜에 모른 척하는 건 곧 코로나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에 다름 아닌 반(反)생명 행위이다.    

둘째, 코로나19 사태 직후 다가올 복합위기 예방 TF를 초당적으로 구성하자.

정부가 해외 체류 시민 한명 한명의 생명까지 철저하게 신경을 쓰는 미국을 보며 부러웠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하나도 부럽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전문가 및 의료진들의 세계적 수준과 민주 정부의 투명성, 지자체의 창의성을 가진 대한민국에 사는 게 얼마나 축복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21세기 정치는 위기를 뒤쫓아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 미리 예방적 개입을 하는 소명을 가진다. 지금 청와대와 정치권이 할 일 중 하나는 감염병, 기후파국, 식량 위기, 경제 대위기 등에 대한 전문가 TF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종료 직후부터 닥쳐올 새롭고 더 비극적인 복합위기 개입 패러다임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상조치가 일상인 시대에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적 거리 ‘줄이기’(특히 장애인, 노인, 외국인 노동자 및 취약 직종 노동자 등과의 강한 연결 확대) 사이에 새로운 균형을 발명해야 한다. 때로는 거리두기가 이들의 각자도생과 안전한 공동체에서의 추방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및 정치권이 이 거리두기와 거리 줄이기의 동시병행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전혀 차원이 달라진 국제 정치경제 맥락에 대한 적응과 새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석현 인텔리전스코 파트너가 지적하듯이 기존 경제 가치사슬 파괴와 새로운 재난 보호주의를 극복할 비전과 리더십 말이다. 과거 메르스 직후 백서의 가장 핵심을 휴지 조각으로 만든 정치권과 달리 이번에는 청와대와 뉴노멀 정치연합이 끈질기게 대비책을 만들고 실행을 조기 완료하길 절실히 호소한다.   

시간이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다가올 거대한 복합위기와 파국의 전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제발 이제 남은 에너지는 현재 긴급 과제와 파국적 미래 예방을 위한 넓고 단단하고 안전한 연결망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으면 한다. 이 과정을 잘 관리하면 음험한 탄핵 음모는 감히 발붙일 틈이 없을 것이다. 영화 <활>의 유명한 대사가 있지 않은가?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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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선거운동이 예전처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에서 맞붙게 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방역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21대 총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시선 밖으로 밀려났던 총선이 어느덧 한 달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것이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겨루는 선거는 오는 26~27일 후보 등록을 하고 내달 2일부터 13일간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한다. 감염병 유행 속에서 치르는 첫 전국 선거로 기록될 총선은 예전과 사뭇 풍경이 다르다. 후보들은 지하철역·거리·시장을 누비는 대신 조용히 인터넷과 유튜브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방역 봉사가 새로운 선거운동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거리유세 여부도 코로나19 진정세에 달려 있다. 처음 투표권을 부여받은 18세 표심의 향배도 주목된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선관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는 승부를 가를 가장 큰 변수이기도 하다. 확산세를 잡은 정부 방역, 혼선 부른 마스크 대책, 경기 급랭과 추경 규모까지 국민들이 체감하고 평가하는 코로나19 민심은 표로 옮겨질 것이다. 막말·실언이나 선 넘은 정치공세도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례없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의 출현도 선거구도와 표심의 가변성을 높인다. 보수쪽 미래한국당에 이어 여당과 소수정당들이 참여할 비례연합당도 출범하는 까닭이다.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소수정당 진출 문턱을 낮춘 정치개혁 취지가 허물어지면서 꼼수가 맞서는 퇴행적 선거는 불가피해졌다. 독자 행보에 나선 정의당·국민의당 득표율, 첫 원내 진출을 노리는 소수정당들의 선택, 중도층 표심에도 위성정당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경제와 부동산, 공수처와 검찰개혁, 20대 국회 충돌을 두고 유권자 심판이 정권·야당 중에 어느 쪽으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4·15 총선 성적에 따라 여야, 범진보·범보수의 정국 주도권은 갈림길을 맞는다. 그럼에도 선거에서 정책이나 쇄신은 뒷전에 밀려 있다. 마무리 단계인 양대 정당의 지역구 공천도 당초 약속과 달리 2030세대 비율은 한 자릿수, 여성 공천율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가 이대로 선거를 압도하면 이번 총선은 자칫 선거홍보물만 보고 찍는 ‘깜깜이 선거’로 흐를 수 있다. 선관위는 후보들의 공약과 자질을 드러낼 수 있도록 TV토론을 활성화하고, 유권자들이 쉽게 그 영상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도 출마자의 정책·공약과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가며 한 표의 가치와 방향을 차분히 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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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사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3일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났다. 그의 석방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연루 피고인 전원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1심 재판이 끝난 법관 5명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비위 통보한 66명 중 대법원이 징계를 청구한 법관은 10명뿐이고, 그마저 1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재판을 받는 현직 법관 7명은 진작 재판업무에 복귀했다. 법원이 ‘사법농단 판사 구하기’에 나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정신이며 불구속 재판 역시 피고인의 권리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전 과정을 시행한 핵심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범죄를 시인하고 반성하기는커녕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검찰 주장대로 구속 당시와 비교할 때 보석을 허가할 아무런 사정의 변경이 없다. 풀려나면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구속기간도 4개월이 남아있다. 그런데 법원은 ‘참고인에 미칠 영향력 감소’ ‘일부 증언완료’ 등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했다. “서약서, 주거제한, 보증금 등 조건을 부가하면 죄증인멸을 방지할 수 있다”며 그를 풀어줬다. 법을 수호해야 할 법원이 조직보호에 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3월 16일 (출처:경향신문DB)

시민들은 사법농단 재판이 정의 실현의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이다. 사법농단 법관들이 아무 일 없는 듯 재판을 계속하고, 핵심 피고인들은 풀려났다. 이런 식이라면 남은 재판과 징계 결과도 뻔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일들이 사법부의 신뢰에 미칠 영향이다. 이렇게 제 식구를 감싸는 사법부의 결정에 시민들이 얼마나 수긍하고, 또 사법농단 법관들이 내놓을 재판 결과를 당사자들이 얼마나 승복할지 걱정된다. 더 이상 법원에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여론이 나온다. 신속한 재판과 법관 탄핵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재판 지연으로 정의 실현이 늦춰져서는 안된다. 법관 탄핵은 119명의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제시한 바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연대조직도 출범한 터다. 국회는 법관 탄핵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 신뢰회복은 물론 법과 원칙·증거에 따라 국민 모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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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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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의 급작스러운 확산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고 있지만,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바이러스 대응에서부터 한국 사회의 현안들과 미래의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이슈와 쟁점이 무엇인지, 각 당과 후보자들이 추구하는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왜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정책이 서로 경쟁하며 논의되어 결정되는 정책선거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가.

우선 선거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의 정당 간 합종연횡은 추구하는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가를 논의하기보다, 누가 의석을 더 차지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 속에 선거라는 링 위에 오르는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정당이나 후보가 제시할 정책도 구체적이지 않게 된다.

정당이나 후보자들의 정책이 제시된다고 해도, 이를 비교하고 논의할 장(場)이 별로 없다는 점도 정책선거를 어렵게 만든다. 각 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총선 1호 공약이 무엇인지 아는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청년, 주거, 지역 문제 등 삶에 밀접한 정책 제안이 각 당과 후보마다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정책이 더 나은지 토론하고 논의하는 공간도 거의 없다. 검증되지 않은 공약들은 선거 공보지에 인쇄되고 결국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무엇보다 정책선거를 어렵게 하는 것은 주민들이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하나도 없다는 데 있다. 누가 정책을 만드는가. 공약을 제시한 선거 후보와 정당에 주민들이 투표하면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인가. 주민이 자신의 필요를 주민 청원 등의 형태로 표출하고, 주민 청원을 주민 스스로가 논의하여 선거의 어젠다와 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정책선거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참여 통로의 확보가 시급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앞으로 이와 관련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관계당국, 전문가, 지자체와 함께 시민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주민들이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떤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는지, 지역별·계층별로 어려움과 대안은 어떻게 다른지 등, ‘탁상공약’과 ‘탁상행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직접 하소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 후보, 주민들이 정책이라는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발전시키는 역할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책 설계와 발전이 쉬워진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국민청원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를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중앙 정치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역구와 지자체별로 시민들의 온·오프라인 참여를 통해 주민들이 청원하고 선거의 공약들을 비교하고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거리가 조용하다. 시민들이 차분하게 21대 총선의 정책들을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고민하고 논의하여 정책선거를 가능하게 할 기회이다. 욕설과 상호비방, 가짜뉴스는 빼고.

<이태동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주)우리들의 주민청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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