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385건

  1. 2019.04.18 [사설]무엇보다 출범이 중요한 5·18 진상조사위
  2. 2019.04.17 [정동칼럼]‘부자 정권’ 시즌 2
  3. 2019.04.17 [사설]4월 국회도 가물가물, 선거제 개편이라도 결론 내라
  4. 2019.04.17 [구혜영의 이면]김부겸, ‘하로동선’과 결별하라
  5. 2019.04.16 [기고]이미선 후보자를 위한 변론
  6. 2019.04.16 [사설]세월호 5주기인데 아직도 진실규명 작업 중이라니
  7. 2019.04.15 패스트트랙, ‘상인적 현실감각’ 필요
  8. 2019.04.11 [사설]소방관 국가직화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키기를
  9. 2019.04.11 [사설]이미선 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의혹’ 명확히 해소돼야
  10. 2019.04.10 [사설]한국당, 조양호 회장 죽음마저 정쟁 도구로 이용하나
  11. 2019.04.09 [양권모 칼럼]지금 ‘도덕적이고 겸손’한가
  12. 2019.04.09 [사설]논란 속 김연철, 박영선 장관 임명, 업무로 자질 입증하라
  13. 2019.04.09 [사설]5·18 때 ‘시체’ 김해 이송 의혹, 더는 진상 규명 피할 수 없다
  14. 2019.04.08 [아침을 열며]오만은 모든 것을 삼킨다
  15. 2019.04.08 [사설]한국당은 국가적 재난이 반가운가
  16. 2019.04.05 [사설]유독 종교인 과세에 관대한 정치권
  17. 2019.04.05 [사설]청와대·여당, ‘민심의 경고등’ 엄중히 받아들여야
  18. 2019.04.05 [편집국에서]문재인 정부의 ‘4월’
  19. 2019.04.04 [사설]‘딸 특혜채용 의혹’ 김성태, 진상 고백하고 사죄하라
  20. 2019.04.04 [사설]문 대통령, ‘인사 파문 수습’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배워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진상조사위 조기 구성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5월18일이 오기 전에 진상조사위 구성을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9월 출범했어야 하지만 여태껏 구성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월 그들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2명을 재추천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한 채 꿈쩍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이 추천한 조사위원 3명 가운데 권태오 전 한미연합사 작전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해 자격요건 미달을 이유로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원은 법조인, 교수, 법의학 전공자, 역사연구가, 인권활동가 등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한다. 두 사람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조사위원이 될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홍 원내대표는 “군 경력도 조사위원 자격요건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출신 조사위원 포함을 주장하는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만큼 조사위 구성을 속히 마무리짓고 진상조사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군 출신이라고 해서 안될 이유는 없다. 진상규명 대상이 대부분 군과 관계된 부분이어서 어쩌면 군 출신이 보다 전문성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역사적 진실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인물이냐는 점이다. 두 사람이 문제가 됐던 것은 자격요건보다 그들의 역사관과 행적 등을 볼 때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여당이 한 걸음 양보한 마당에 한국당도 더 이상 조사위 출범을 지연시킬 명분이 없다. 이제는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공방은 자제하고 객관적·합리적인 인물로 조사위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5·18 진상조사에 발벗고 나선다면 시민들은 한국당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고 또다시 편협된 인사를 고집하면 시민의 공분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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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인사 실패’는 단순히 검증시스템의 문제이거나 ‘인사 라인’의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사 조국·조현옥 수석이 물러나도 문제는 쉬 교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 현 정부를 받치고 있는 세력의 근본적 한계와 인사권자의 관점 문제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연속된 ‘인사 실패’가 발하는 정치적 효과가 무엇인지 정부·여당만 모르고 있다. “위법이 아니다”라는 변명은 사실일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무능한 헛소리다. 어떤 논자들은 위법이 아니라는 말에 “법이 아니라 국민 감정이 문제”라고 반박했지만 이 또한 부족한 말일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의 삶의 경험이 반영된 집합적 이성과 공동체의 공통감각이다. 한국 사회의 세대와 계층 사이에 깊게 파인 불평등 해소의 방향 문제다.

총선을 딱 1년 앞둔 지금, 다시 냉소와 정치혐오가 번져간다. 10% 부자 정당 민주당도, 1% 수구 부자 자유한국당도 지지할 수 없는 청년과 서민들은 마음을 줄 데가 없다. 일전에 만난 한 20대 대학원생은 폐부를 찔렀다. 나름 열심히 촛불을 들었었다는 그는 조금 귀찮다는 듯 말했다. “결국 문재인 정권은 부자정권 시즌 2 아닌가요?” 

김용균씨는 월급 211만원을 받으며 일하다 24세의 나이에 죽었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15시간씩 일하고 월급 15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이번주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는 데 일조한 특수진화대 소방관들은 하루 일당 1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이런 이들이 얼마나 일하고 어떻게 해야 돈을 모으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 촛불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합의한 ‘기준’이지, 청와대의 수십억 자산가들이 35억원 주식 투자자에게 발부하는 ‘합법’이 기준이 아니다. 그들 사이의 정쟁 중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보 문제를 둘러싼 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법-불법’ 말싸움도 정치의 본질을 가린다. 10% 부자들의 당이 ‘진보’를 표방하고 그보다 더 한 토호와 투기세력의 당인 한국당이 서민을 대변하는 양 쇼하는 정치가 지겹다. 

2년간 ‘적폐청산’이 귀가 따갑게 외쳐지는 와중에도 한국당은 ‘협치’의 대상이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암묵적 야합은 모든 개혁 과제를 허공에 날렸다. 이제 선거법 개정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상속받은 재산과 세습된 기회를 잘 굴리고 금융자본주의에 편승하여 부를 이루는 것을 ‘능력’이라고 부르는 이데올로기와, 세습형 또는 건물주형 ‘능력자’가 법·정치권력·명예 등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사회를 바꿔보자는 것이, 그리고 노동의 권리와 혁신의 가치로 사회를 다시 디자인하자는 것이 촛불 아니었나.     

정부·여당은 노동법 개악마저 시도하고 있으니, 이 정부는 촛불정부가 아니라 촛불횡령정부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30%대로 회복된 한국당의 지지율이 보여주듯, 세대·계층·지역을 넘어 부패하고 무능한 ‘부자정권 시즌 1’(시즌 1은 조금의 단속(斷續)을 거쳐 70년째 지속되고 있다)을 잠정 중단시켰던 촛불의 동맹은 와해되고 말았다. 그 와해의 책임은 물론 비핵화 문제 이외엔 아무 일도 안 한 현 정부·여당에 있다.(한귀영,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엄중한 민심’ 한겨레 2019·4·5)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을 바라는 마음은 집권당과 기득권체제에 기만당하고 있다. 제도개혁이 또 무산됐으니 다시 아래로부터의 힘겨운 운동이 필요해진다. 환멸을 견디며 촛불의 가치를 중심으로 또 시민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더 많은 여영국들이, 그리고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새롭고 당찬 반기득권 젊은 정치인도 필요하다. 29세의 여성 정치인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미국의 젊은 세대에 큰 공감을 일으키고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그의 소수성이나 가난한 바텐더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적 민주주의(민주사회주의)의 보편적 가치와 대학 등록금 무상화 및 부유세 같은 청년세대에 희망을 주는 진보적 정책 덕분이다. 

우리 사회에도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인재가 많이 있을 것이다. 1년 남은 총선에 대비하여 새 청년 정치인 진출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될 때가 아닌가? 언론인·지식인들은 그들을 찾아내고 부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청년들도 단결해서 자신들의 대표자들을 국회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부유세, 토지공개념, 기본소득, 성평등, 환경정의 같은 가치로 단결하여 1% 특권계급과 10% 부자들의 카르텔에 파열구를 내도록 힘을 합쳐 지혜를 짜야겠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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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시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비례 75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제 단일안에 합의했다. 선거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최소 270일, 최대 330일 이상이 소요된다. 내년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이번주 중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여야 4당이 국민의 정치열망을 받드는 결단을 내릴 것인지, 이대로 개혁을 포기할 것인지 (이번주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최후통첩한 바 있다. 

그러나 선거제 단일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과 함께 묶이면서 사실상 표류 중이다. 바른미래당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기소권 없는 공수처’를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선거제 개편안은 뒤로 밀리면서 총선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도 지키지 못했다. 이번 총선 역시 후보자들은 자신의 출마 지역이 어떻게 될지 확실히 알지도 못한 채 득표 경쟁을 벌일 판이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두고 정쟁만 벌이는 현실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4월 국회는 개회 1주일이 지나도록 의사일정도 잡지 못한 채 공전 상태다. 국회는 올 들어 1, 2월에는 장외싸움에 몰두하다 본회의 한번 열지 못했고, 3월 임시국회도 파행을 거듭하다 비쟁점 법안 몇 개 처리하고 막을 내렸다. 4월 국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이번 국회마저 여야 대립으로 민생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회는 돌팔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근본 이유는 유권자의 지지만큼 의회 권력을 배분하자는 데 있다. 표심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거제 개혁은 여야의 대국민약속이기도 하다. 바뀐 선거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더 지체할 수 없다. 민생·개혁법안을 쌓아놓고 힘겨루기만 벌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지겹다. 시민은 정쟁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원한다. 4월에는 제발 일하는 국회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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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비상등이 켜졌다. 4·3 재·보선 결과가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대한 경고라는 데 반론을 찾기 어렵다. 문제는 방법과 실행이다. 때맞춰 당으로 돌아온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하 김부겸)이 조명되고 있다. ‘김부겸 역할론’이다. 

김부겸은 여러모로 애매한 정치인이다. 28년 정치이력에도 한마디로 리더십을 규정하기 어렵다. 물론 스스로도 경계인을 자처했다. 민청학련 세대와 86 전대협 세대의 틈에 있었다. 민청학련 선배들처럼 사형선고도 받지 않아 극적 스토리도 없고, 86그룹 후배들처럼 노선투쟁도 하지 않아 탄탄한 조직도 없다. 구시대의 막내도, 새시대의 맏형도 되지 못했다. 김부겸은 보수의 엘리트로 꼽히는 대구 경북고 출신이다. 그러나 서 있는 곳은 개혁 진영이다. TK(대구·경북) 주류지만 실존적으론 비주류다. 1991년 ‘꼬마’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출신 이미지가 강하다. 평생 불일치의 연속이다. 게다가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의 아들도 아닌 ‘아버지 없는’ 당내 유일한 대선주자다. 눈칫밥에 익숙하다. 김부겸의 장점인 통합·갈등조정 능력이 생존술로 치부되고, 1순위(주류)가 성에 차지 않아야 찾게 되는 2순위(비주류)였다. 

‘김부겸 역할론’은 기대치일까, 실체가 있는 걸까. 김부겸은 오랫동안 여권의 하로동선(夏爐冬扇·훗날을 위해 급하지 않은 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당장 쓸모없지만 나중엔 필요한 존재. 여권은 당장 필요하고 쓸모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플랜A’와 완전히 다른 ‘플랜B’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김부겸은 하로동선(기대치)에서 플랜B(실체)로 가는 길목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면 ‘정치하는’ 의원이 보이지 않는다. 민심 체감도가 높은 초선 의원들조차 입을 다물고 있고, 유력 대선주자 대부분은 당 밖에 있다. 4선 의원, 장관 이력까지 더한거물급 정치인으로 당 존재감 부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김부겸 복귀의 첫 기대치다. 대구·경북에 대한 여권의 위기의식은 4년 전보다 커졌다. 지역에선 “문재인 정부에 근본적 불신이 커졌다”고 토로한다. 내년 대구 총선이 김부겸에게는 생존 바로미터, 여당엔 전국정당 교두보, 문재인 정부엔 탈87체제 출발선이라는 것. 두번째 기대치다. 정부 부처가 청와대에 가려져 있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는다. 민주당 정부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럼에도 재난 대응, 불법 동영상 유통 대책 등 김부겸 장관이 이끈 행정안전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씨 뿌렸던 시스템정치를 싹 틔웠다.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당에 접목할 수 있으리란 전망, 세번째 기대치다.

김부겸은 하로동선에 머물지 않고 플랜B가 될 수 있을까. ‘대선주자의 귀환’이라는 첫 기대치부터 짚어본다. 무엇보다 결기가 필요하다. 당 대표 출마 문제를 대통령에게 떠넘겼던 그런 정치력으론 대선은 힘들다. 의원들의 당부를 옮긴다. “관계에 너무 치중한다. 조정자 말고 추진자가 돼라” “무게에 맞는 브랜드를 만들어라” “과감해져라. 그래야 (김부겸) 사이즈를 가늠하고 지지자들도 결집한다”….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은 영남 개혁세력과 호남 지지층의 결합을 이뤄내는 최상의 대선 전략이다. 중도·개혁 보수층 확장의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남은 민주당에 가혹한 현실이 됐다. 김부겸도, 지도부도 당 영남특위 강화를 우선 목표로 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부겸’이라는 인물 효과가 지난 총선 이후 3년 동안 세력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객관적 환경도 좋지 않다. 합리적 보수라면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막말하는 극우정치에 등 돌릴 법한데도 한국당 지지율은 상승세다. 합리적 보수·중도층은 현실정치에서 발언권이 없거나 허상이 아닐까 의아할 정도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패배한 정당에 승리하는 개인은 없다. 대구에서 ‘김부겸 플러스알파’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정권 재창출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장관 출신이라는 기대치다. 김부겸에겐 신한국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닌다. 자서전 제목도 오죽하면 <나는 민주당이다>일까. 장관 2년의 소회를 물었다. 곧바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막중해졌다”고 답했다. ‘손님’이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당청은 ‘민주당 정부’라는 대선 공약이 무색할 만큼 주종관계로 굳어졌다. 김부겸 ‘장관’의 복귀가 당청에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학습효과가 있다. 각자도생하다 폭망한 두려움이지. 당이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면 집단적 목소리를 모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다. 다만 절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차별화에만 급급하면 우리의 가치는 물론 세력 전체가 엉망이 된다”고 짚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다. 한국당 일각에서 ‘징하게 해처먹은 세월호 유족들’이란 망언을 쏟아냈다. 좋은 정치의 부재를 통탄했던 지난 5년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크로케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란 말을 새긴다. 세월호 참사는 좋은 정치의 가능성을 여전히 묻고 있다. ‘플랜B’는 정치권 모든 ‘김부겸(들) 역할론’의 미래여야 한다.

<구혜영 정치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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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과다 보유와 거래 행태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의혹 제기는 크게 설득력이 없다. 

우선, 부동산 비중이 평균 70%로 높은 일반적인 국내 가계와 달리 주식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후보자 부부의 경우가 이상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선택의 문제다. 오히려 한국 가계의 부동산 편중이 심각한 편이다. 가계의 부동산과 금융 자산 비중이 3 대 7 정도로 한국과는 거의 정반대인 미국에서라면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는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 후보자 부부는 15년간 축적한 주식자산 규모가 35억원인데, 대부분 소득으로 형성됐을 뿐, 투자로 크게 불리지도 못한 것 같다. 2010년부터 변호사로 일한 남편 오충진 변호사의 연봉을 포함해 이 후보자 부부의 합산 근로소득은 지난해 기준 세전 6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이 부부는 소득으로 주식에 ‘저축’한 것일 뿐이다. 또한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자산을 아내 명의로도 분산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것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오 변호사가 이 후보자 증권계좌에 넣은 금액은 5억원. 부부 간 증여 비과세 기준인 6억원 이하여서 세금을 안 냈더라도 문제가 없다. 주식을 잘 모르는 아내를 대신해 남편이 거래와 관리를 한 것도 국내 가정에서는 흔한 일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물론 주식 자산을 축적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이해충돌이나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면 당연히 결격사유다. 그런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제기된 내용을 살펴보면 이 후보자 부부가 주식을 보유한 이테크건설이 소송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어서 정황상 이해충돌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 변호사가 주식을 여러 번 사고 파는 과정에서 삼광글라스의 거래정지 2주 전에 매도한 거래를 두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 모양이다. 그런데 거래정지 소식을 미리 알았다면 당시 보유한 주식 전량(7121주)을 팔지 왜 절반가량인 3589주만 팔았겠는가. 

오 변호사의 주식 거래가 작전세력의 패턴을 보인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작전세력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거나 협력하는 수십~수백개의 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단순히 가진 주식이 좀 많다고 해서 오 변호사와 같은 한 개인이 실행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무엇보다 오 변호사는 전체 보유 주식의 68%를 차지하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특히 이테크건설에선 마이너스 15%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정말 내부정보를 빼내고 작전세력처럼 움직였다면 그가 손실을 봤을까.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주식목록을 보면 두 기업 외에도 삼진제약, 한국기업평가, SK텔레콤, 한국쉘석유, 네이버, 아모레G우선주 등 실적이 꾸준한 배당주나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주식들을 선호하는 일관성을 보인다. 주식을 투기적으로 접근한 경우도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비중을 높인 것도 군장에너지라는 자회사의 상장 이슈가 알려졌는데도, 두 회사가 여전히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단타매매까지는 아니어도 한 종목을 가격 등락에 따라 자주 사고파는 오 변호사의 행태 때문에 오해받을 소지는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주식투자자들 상당수의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해서 크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맡지 못할 어떤 도덕적 하자나 불법적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자기 소득으로 합법적으로 주식투자를 한 게 고위 공직자의 결격사유는 아니지 않은가.

<선대인 |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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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현 한국당 의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17명과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을 세월호 참사 책임자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죄’ ‘진상규명을 방해·은폐한 죄’ ‘재난상황 대응을 잘못한 죄’ 등을 저질렀는지를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유가족 등이 참사 책임자를 지목하고 구체적 혐의까지 들어 수사를 촉구한 것은 참사 후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304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 원인을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중 발간될 정부 차원의 ‘세월호 백서’에는 참사 원인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한다. 진상을 규명해야 할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방해로 최종보고서조차 작성하지 못한 채 2016년 9월 해산됐다. 2017년 3월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도 여객선 결함이나 운항 과실에 의한 ‘내인설’과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외인설’ 등 두 가지 침몰 가능성만 제시한 채 지난해 8월 활동을 종료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까지 수없이 진상규명을 요구해왔다. 그런데도 참사 5년이 지나도록 침몰 원인조차 모른다니, 정부와 국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6일 (출처:경향신문DB)

이렇게 된 데는 과거 정권 차원의 조사 방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의 법정 기록자료’에는 ‘특조위 규모 및 조사기간 축소’ ‘활동 무력화를 위한 대응논리 개발’ ‘파견공무원 철수’ 등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근혜 청와대’가 특조위 활동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해양수산부 관료들과 모의, 사실상 특조위 해체를 위한 대응 TF까지 꾸렸다니 참담하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3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침몰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참사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4월16일 8시49분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대기 지시를 믿고 기다리다 300여명이 죽었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을 죽인 것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처벌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유가족과 국민 모두의 질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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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17일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은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둘러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이견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의 속마음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견을 좁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수처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국회의원도 수사대상이 되는데, 그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공수처를 추진할 때에도 여당 국회의원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는 ‘기소권 있는 공수처’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 같다. 이런 상태는 ‘정치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고민하고, 어떻게든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싸우기도 해야 하지만, 협상도 하고 타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니 피곤한 것은 국민이다. 

이미 개헌은 정쟁으로 흘러서 무산됐고,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조차 무산되면 촛불 이후에도 이 나라의 시스템은 바뀐 것이 없다. 돌아보면 개헌이 무산된 것도 ‘정치의 부재’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진정성 없다고 탓하는 걸로 끝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진정성이 없는 상대방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권력구조에 대해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것은 결국 개헌의 무산으로 귀결됐다. 

개혁 실패 후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변화가 필요 없는 세력은 일이 안 돼도 관계없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지는게 바람직하다 생각하지만, 그것이 개혁 전체를 무산시켜도 좋을 만큼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펼쳤다. 274쪽을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하여 검찰에 이첩해 기소하게 하고, 만약 검찰이 부당하게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원이 기소를 강제하도록 재정신청을 하게 하는 제도”라고 적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되, 1차적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형태를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발의해 놓은 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때는 이 정도가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봤을 수도 있다. 워낙 검찰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설사 기소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공수처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검찰개혁이 완전 무산되는 것보다는 반보라도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보았다. <운명이다> 290쪽을 보면 이렇게 적고 있다.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정치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아마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다. 공수처에서 타협점을 찾아서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든, 아니면 선거제도 개혁안이라도 먼저 패스트트랙에 올리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기회가 다시 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인의 소명이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직까지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인사들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얘기는 자유한국당 복귀파를 제외한 바른미래당의 정치인들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하다. 공수처에 관한 바른미래당의 의견을 고집하다가 모든 개혁을 좌초시키는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책임은 너무나 무거울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패스트트랙이 성사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면,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생적 문제의식’은 원칙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상인적 현실감각’은 타협을 해서라도 일을 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인사들이 가진 공수처에 대한 입장은 ‘서생적 문제의식’이다.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반보라도 전진시킬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한 때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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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을 계기로 지방직 공무원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진복 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국가직이 아니면 불을 못 끄느냐”며 반대했다. 

소방 관련 인력과 예산 편성, 장비 구입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맡은 탓에 지방별로 소방관 처우와 장비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해법에서 여야 간 입장이 갈린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해 11월 관련 부처 간 협의가 덜 되어 있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하더니 이번에는 지방직으로 둔 채 재정 지원을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 고성 산불이 이틀째 번진 5일 오전 동해시 망상오토캠핑장에서 마스크와 방독면을 쓴 소방대원들이 잔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은 이미 지방이 아닌 국가의 사무가 되어 있다. 소방대는 단순히 불을 끄는 조직이 아니라 광역 단위의 특수 재난사고에 대응하는 기관이 된 지 오래다. 또 시민에게 균질한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방을 국가 조직화하는 게 맞다. 지방직으로 둔 채 재정 지원만 강화하자는 해법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비현실적이다. 지방사무 예산은 지방 재정으로 충당한다는 원칙 때문에 재정 투입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한국당은 “경찰은 자치경찰로 가면서 왜 소방직은 왜 반대로 하느냐”고 했다.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억지 주장이다. 소방의 국가직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 일부러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민 10명 중 8명이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보수층에서도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강원 산불을 신속하게 끈 것은 전국의 소방 대원과 장비를 총동원한 덕분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소방관들이 기본적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화재진압에 나서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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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소방관

10일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주식’으로 시작해 ‘주식’으로 끝났다.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여원의 83%인 35억여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한 데다 이들 주식 중 절반가량이 이테크건설이라는 특정 업체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는 “주식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 (투자)종목·수량 선정은 모두 배우자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인 명의 주식이 실재하는 이상, 이 같은 해명으로 시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죽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점이 있다”(백혜련 의원), “판검사는 국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주식을 해선 안된다고 배웠다”(금태섭 의원)는 지적이 나왔겠는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물론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관 자격 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지나치다. 그러나 보유 주식과 법관 직무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은 명확히 해소될 필요가 있다.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지난해 이테크건설이 하도급을 준 공사현장 사고와 관련된 재판을 담당했다. 이 후보자 부부는 당시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후보자의 남편은 재판을 마친 뒤 해당 회사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 후보자는 “이테크건설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며, 판결도 이테크건설 측에 유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애당초 회피신청을 했다면 이해충돌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없었을 터다.

헌법재판소는 각계각층의 견해가 엇갈리는 사안을 판단해 시민의 일상을 규율하고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재판관이 스스로의 이해충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헌재 결정은 신뢰받기 어렵게 된다. 더욱이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보유 논란은 처음도 아니다. 2017년 이유정 후보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비상장기업 주식 매매로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에 휘말려 사퇴한 바 있다. 청와대의 사전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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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반대를 위한 반대라도 유분수다.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해선 ‘양잿물이라도 마실’ 무모야 모를 바 아니지만, 팩트를 왜곡하고 상식을 거스르는 흑색 선동을 접하다 보면 말문부터 막힌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별세를 두고 ‘정권 탓’이라는 주술을 퍼뜨리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9일 한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이사 재선임 저지가 결국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들었다”고 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는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던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덩달아 보수언론들은 적폐청산 차원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간접 살인’ ‘기업가 살해’라는 선정적 주장을 공론장에 펴고 있다. 더욱 한심한 건 한국당 지도부까지 혹세무민에 동참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 노후자금 앞세워 경영권까지 박탈하고 연금사회주의라는 무거운 비판에도 아랑곳않고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렸다”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인민재판, 인격살인이 공공연히 벌어져 인민민주주의의 악이 아니면 뭐냐”고 색깔론까지 들이댔다. 무책임하고도 저열한 선동이다. 조 회장의 딸들과 부인의 각종 갑질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고인도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진그룹 일가의 일탈과 범법 행위들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했기에 고인의 이사 연임이 부결된 것이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외국 연기금, 소액주주 등이 반대했다. ‘제왕적 가족 경영체제’가 빚어낸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주주들의 결정은 정당한 것이다. 명백한 범법 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문제 삼는 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재벌과 그 오너들은 치외법권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고인의 공과는 그것대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공당인 한국당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고인의 죽음을 정치공세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참으로 무도한 짓이다. 국가적 재난인 강원도 산불마저 서슴없이 정쟁에 악용했던 한국당이다. 물불 안 가리고 정부·여당에 흠집만 내면 된다는 한국당의 막가파식 질주는 그 의도가 성공할 리도 만무하지만, 대안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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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인사와 관련한 술회가 없다. 시스템 인사를 정립시킨 참여정부는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한 별도의 ‘인사 실록’을 퇴임 전부터 준비했다. 뒤늦게 2013년 나온 ‘밀실에서 광장으로 참여정부의 인사혁명’이라는 수식이 붙은 <대통령의 인사>(박남춘 대표 집필)가 그것이다. ‘참여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스템 속에서만 인사를 했다. 추천(인사수석), 검증(민정수석), 결정(인사추천위원회) 단계마다 보완·견제 시스템도 촘촘히 가동했다. 추천 단계에서 자문위를 두어 지역·영역별 인재를 발굴해 추천하고, 외부인사까지 참여하는 검증자문위를 두고 공직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자문했다.

시스템 인사의 위력은 결과로 증명된다. 인사청문 대상자 중 낙마한 숫자, 낙마율이 가장 낮은 정부가 노무현 정부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 경우도 제일 적다. 청문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이 병기된 인사의 비율도 가장 낮다. 야당도 ‘적격’이라고 동의한 인사가 많았다는 얘기다. 낙마와 임명 강행을 포함한 ‘인사 논란’ 비율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역대 가장 인사검증을 깐깐히 했던 정부가 참여정부인데, 그 민정수석이 저다. 인사검증에 관한 방대한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나왔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매뉴얼만 따랐다면….”(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신임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 매뉴얼에 충실했을 ‘문재인 청와대’의 인사 성적은 낮은 수준이다. 2년 동안 인사청문 대상자 중 낙마한 인사가 8명이다. 각기 11명씩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는 ‘아직’ 적지만, 참여정부에 비해선 벌써 곱절 이상이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10명에 이른다(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노무현 정부 3명). 지독한 야당을 상대한 탓도 있지만, 대통령의 인사에 독하지 않았던 야당은 없다.

같은 시스템 인사인데 왜 이럴까. 우선 인재 발굴의 치열함이 수반되지 않고, 검증 잣대가 무디어지면 아무리 완비된 시스템일지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여태껏 낙마한 인사들의 흠결은 대부분 청와대가 ‘알고도’ 넘어간 것들이다. 결국은 낙마를 불러온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검증 단계에서 ‘놓친 게’ 아니라 ‘문제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심대한 일이다. 어쩌면 내재화되고 있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택 3채 보유에 ‘뭐가 문제냐’고 따지고, 전세금을 올려 유학 중인 아들에게 포르셰를 사준 것이 ‘무슨 문제였겠느냐’는 동떨어진 인식이 발현됐을 터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재개발지 건물 투기도 ‘위법은 없는 노후대책’으로 ‘이해’하고 싶었을 것이다. 도덕성이 흔들리면 개혁의 당위와 국정 동력의 약화를 불러오게 된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는 힘은 국민 지지밖에 없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도덕성이다.”(2018년 6월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또 하나, 수차례 인사 사고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과한 적도 없다. 책임의 실종이 ‘인사 실패’의 반복을 불러왔다. 2명이 낙마하고 ‘대통령의 입’이 도덕성 문제로 물러났는데도 가타부타 아무 말이 없다. 잘못한 것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가 신뢰를 떨어뜨린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인사권은 책임을 동반한다. 2005년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낙마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국민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 “국민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은 관상용 액자로만 걸려 있어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 뒤에 “두려운 마음”으로 참모들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유능과 도덕성, 겸손함이다. 경제·민생에서 입증될 ‘유능함’은 인내와 시간을 요하지만, 도덕성과 겸손은 다르다. 4·3 보선 결과에 담긴 ‘불편한 진실’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천박한 수구”로 내닫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유권자들이 ‘마음 놓고’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촛불정부’가 도덕적 우위와 겸손함을 의심받게 되면, ‘그놈이 그놈들’이란 냉소와 체념이 나라를 덮게 된다.

상투적이나 절실한 진단, ‘초심’을 돌아보자.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돼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약속으로 울림을 던진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이런 다짐도 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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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전날까지 송부해 달라고 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보고서가 기한 내 채택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출국하기 전 장관 인사 문제를 매듭지어 국정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것”이라고 반발하며 정국은 급랭하고 있다. 두 신임 장관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동호·최정호 등 두 후보자 임명을 그만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신임 장관들의 국정수행을 지켜보는 태도가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충무실에서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간담회 장소인 인왕실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 앞에 놓인 한반도 정세는 그의 취임사 그대로 ‘임중도원(任重道遠·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의 형국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비핵화 이전에는 대북 제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강경태도를 굳히고 있다. 반면 북한은 북·미 간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빅딜론’은 무리한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대북 제재 공조를 강조하면서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도 한껏 좁아져 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면서도 북·미 협상을 촉진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 등 유엔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과단성 있게 추진하면서 남북 간의 자율공간을 복원해내는 게 일례일 것이다.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과의 소통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남북관계가 진전할수록 남남 갈등이 격화되면서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영선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맡은 임무도 막중하다. 중소기업들로서는 4선의 여당 중진인 박 신임 장관이 그간의 경제분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제2벤처 붐 조성, 소상공인 육성·지원, 대·중소기업 상생 등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박 신임 장관이 역량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

두 장관의 임명을 두고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있다. 청문회 논란에도 불구, 국정수행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두 신임 장관은 이른 시일 내 역량을 입증해 임명 과정의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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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로 ‘시체’를 옮겼다는 군 기록이 나왔다. 육군본부가 1981년 6월 작성한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문건에는 5·18 당시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이 가운데 5월25일 광주~김해 구간에는 의약품과 수리 부속품을 운송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비고란에 ‘시체(屍體)’라고 적혀있다. 군은 임무 수행 중 사망한 군인을 ‘시체’라고 하지 않고 ‘영현(英顯·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말)’으로 기록한다. 게다가 당시 오인 사격 등으로 사망한 군인 23명의 시신은 모두 성남비행장으로 옮겨졌다. 이 때문에 5·18 당시 공군 수송기가 김해에서 의약품 등을 싣고 광주로 왔다가 돌아가면서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시신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의 한 비석 앞에 국화꽃 한 송이가 놓여 있다. 이 묘역에는 5·18 당시 사라진 뒤 유해를 찾지 못한 시민들의 가묘가 조성돼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충격적인 내용이다. 사실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만에 하나 무고한 시민을 총칼로 죽인 것도 모자라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겨 학살 증거를 숨겼다면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국가범죄가 아닐 수 없다. 해당 문건은 군이 진압 1년 뒤 여러 군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상 운송한 시신은 행방불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광주시가 인정한 5·18 당시 행방불명자는 82명. 이 가운데 6명은 광주 망월동 5·18 무명열사 묘에서 신원이 확인됐다. 나머지 76명의 행방불명자는 지난해까지 암매장 추정지 11곳을 발굴 조사했지만 단 한 명도 찾지 못했다. 

행방불명자 확인 및 유해발굴 등은 지난해 3월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지금까지 가동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월 그들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2명을 재추천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한 채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5·18 망언’ 의원 3명에 대한 징계도 여태껏 뭉개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39년이 지나도록 상당 부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미완으로 남아있다. 헬기 기총사격 여부, 집단발포 책임자 규명, 보안사의 5·18 왜곡 및 조작 경위, 계엄군 성폭행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학살 은폐 의혹까지 새롭게 더해졌다.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다. 한국당은 두말없이 객관적인 진상조사위 구성과 조속한 정상가동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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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생각해도 자유한국당이 잘한 것은 없었다. 태극기 세력에 휘둘린 전당대회 직후 ‘망하는 게 답이다’라는 비판을 받은 게 어제 그제의 일이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라고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냈을 뿐 쇄신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다.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는 차일피일 미뤘다.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나경원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막말이 이어졌다. 탄핵 이후 한 발짝도 못 나아간 한국당 민낯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어떻게 ‘진보 1번지’라는 창원성산에서 선전했는가.  

답은 나와 있다. 여권이 못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평화국면 교착, 경기침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오만했다. 국정을 책임진 세력으로, 어려운 현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해하지 않았다. ‘우월한 우리가 적폐를 청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크게 들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론’,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후 집권여당의 전례 없는 사법부 압박…. “문재인 정부 DNA(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발언에선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 드러났다.

차곡차곡 쌓인 오만의 기운은 ‘인사참사’라는 말을 낳은 이번 개각에서 터졌다. 투기지역에 아파트 3채를 소유한 장관 후보자, 아들의 호화 유학비 충당을 위해 전세 보증금을 올렸다는 장관 후보자…. 흠결 없는 공직자가 드물었던 ‘이명박 때’가 떠올랐을 정도다. 그러나 청와대는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 인색했다. 조동호 전 후보자를 낙마시키면서도 검증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후보자 거짓말 탓으로 돌렸다. 옹색한 변명이다. 만약 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만 돌출됐다면, 청와대는 조 전 후보자를 잘라냈을까.

청와대는 후보자들의 결격사유를 알고도 이들을 내정하고 국회 청문회 무대에 올렸다고 했다. ‘우리가 이래도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는 오만이 작동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와중에 대통령의 입이라는 청와대 대변인 투기 논란까지 터졌다. 이러고도 선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여권은 안이했던 것이다. 인사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은 인사참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들은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며 속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좌불안석이어야 한다. 선거 뒤 몰락 징후가 더 또렷해졌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처음 선거에 부담이 됐다는 점을 마음에 담아둬야 한다. 여당 후보들이 청와대 그림자에 숨기만 하면 됐던 지난해 지방선거 때와 반대환경이 된 것이다. 한국당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재인 심판론’을 더욱 쟁점화시킬 것이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경향신문 6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는 ‘반문재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갤럽 등 여러 기관의 정례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 때 득표율(41.08%)에 근접했다. 집권 초반 70~80%를 떠받쳤던 중도보수층이 다 이탈했다. 지지율 하락은 단순히 수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장악력과 직결된다. 구조적으로도, 대통령 영향력은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청와대가 못하면 여당이 나서야 한다. 과연 몸만 무거운 민주당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회의가 앞선다. 오만한 여권 프레임을 자초한 지도부가 그대로다. 간판이 안 바뀌었는데, 어떻게 변화 시그널을 줄 수 있겠는가. 의원 개개인도 남 탓 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 방어에만 거품을 물었을 뿐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령 인사참사에 대해서 어느 누가 공개적으로 ‘대통령님, 이게 아닙니다’라고 했나. 청와대와 경우 없이 맞서라는 게 아니다. 너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하라는 것이다. 여당은 한국당과 맞서 싸우는 데에만 능력을 보였을 뿐 민심을 다독이는 데에는 무능했다. 다 오만해서 벌어진 일이다.

여권에 대한 여론의 호감은 닳아없어지고 있다. ‘내로남불’ 비판에 여러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만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아무리 선의와 진정성을 강조해도 덮일 것이다. 한국당의 비정상적 행태만 두들겨서 넘을 수 있는 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공인된 불량식품을 두고 ‘먹으면 배탈 난다’고 떠들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당 퇴행보다 여권의 오만함이 더 큰 흠결로 비춰지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오만은 그만큼 위험하다. 모든 것을 삼킨다.

<이용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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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국가재난사태로 번지는 동안 자유한국당이 보인 상식 밖의 언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촛불 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 정부’네요.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가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썼다. 한때 경기도지사를 지낸 사람의 인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상식 이하 수준이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4일 저녁 강원도 산불이 막 커져가는데도 국가위기관리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운영위에 늦게까지 붙잡아 뒀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파문이 일자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민경욱 대변인은 4~5일 이틀 동안 페이스북에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글을 쓰거나 공유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삭제하기도 했다. 무슨 호재라도 만난 양 대형 산불을 정치공세로 활용하는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불길을 잡겠다고 발벗고 나서 뜨거운 사투를 벌인 시민들 보기에도 부끄럽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8일 (출처:경향신문DB)

산불·홍수·지진 같은 국가재난은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도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 중심에 여당과 제1야당이 있다. 이런 재난을 미리 방비하고, 발생 후라도 신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치고 제도를 마련하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지 못했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시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우선이다. 한데도 한국당은 재난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정부를 조롱하고 공격했다.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도 시커멓게 탄 이재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할 판에 그렇게 해서 얻을 건 무엇인가. 이런 재난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건 수권정당을 노리는 한국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포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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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5일 종교인 퇴직금 과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법안소위로 넘겼다. 논란이 큰 만큼 한번 더 논의해보겠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종교인의 2018년 1월 이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퇴직소득 과세대상으로 한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교인들은 2017년 이전의 재직기간에 해당하는, 많게는 수십억원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은 또 이미 납부한 퇴직금 소득세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 기간을 줄인 데 대해 ‘소급 과세’라는 이유를 들었다.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시기가 2018년 1월 이후이므로 이보다 앞선 기간까지 소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려는 명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퇴직금 소득 과세 시점은 수입 시기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 부과는 소급 과세가 될 수 없다. 당초 정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 단체가 반대하고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이를 거들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가 후퇴하면 종교인에게 매겨지는 세금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일반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세 평등주의’에 위배된다.

특히 현재의 개정안대로 입법화되면 특혜가 일부 대형 종교단체에 집중된다. 대부분의 소형 교회에 소속된 종교인들은 적립한 퇴직금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교회 소속 종교인의 경우에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으면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리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일부 대형 교회와 종교인을 위한 특혜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그동안 일련의 종교인 과세 법안을 처리하면서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앞서 2015년 종교인 과세는 ‘무늬만 과세’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는 이번 개정안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 3명 가운데 2명이 반대하는 여론을 국민 대표인 국회가 묵살한 것이다. 종교인 과세가 더 이상 후퇴해선 안된다. 국회 법안소위에서는 형평성과 조세정의에 맞는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 형평성을 잃은 법을 만들어놓고 성실납부를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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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 경남 통영·고성에서 자유한국당이 완승을 거뒀고, 창원성산에서는 초접전 끝에 정의당이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외형상으로는 1 대 1 무승부지만 사실상 정부·여당의 패배나 다름없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통영시장, 고성군수를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것과 비교하면 민심 이반은 뚜렷하다.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 세 곳에서도 전패했다. 민주당 절대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전북 전주에서도 민주평화당에 패했다. 불과 10개월 만에 민심이 180도 돌아선 것이다.

민심이 급변한 이유는 활로를 잃은 경제, 더 고달파진 민생, 인사 난맥상 등에 대한 실망감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 중 불거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 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 실패, 시민들의 화만 돋운 해명 등은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진보정치 1번지라는 창원성산에서 후보 단일화 이후 여론조사에서 독주를 해오다 막판에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민심 이반이 얼마나 거셌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을 폄하하는 야당의 자충수가 없었다면 결과는 바뀌었을 수도 있다. 창원성산에서 신승을 거둔 여영국 정의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 같은 게 참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신지이자 정치적 근거지인 PK(부산·경남)지역에서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민심의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두 곳에서 치러진 ‘미니 선거’지만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의미를 담기에 충분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완패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원인을 엄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은 위대하고 민심은 무서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더 겸손하고 진지하게 국정에 임하라는 민심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그간 국정운영이 시민의 눈에 오만스럽거나 불통으로 비칠 만한 것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청와대와 시민의 눈높이가 안 맞았던 부분은 무엇인지, 시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년 총선까지 꼭 1년이 남았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에 민심은 순식간에 돌아선다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다. 여권이 험악해진 민심에 바짝 긴장하고 시민의 뜻을 잘 헤아려 국정을 일신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싸늘해진 민심을 끝내 외면한다면 총선에서 더 호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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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집권세력이 드물게 ‘날것’ 그대로의 민심을 만나는 통로다. 민심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권력도 선거만큼은 피해갈 수 없다.

4·3 보궐선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여권 지지층의 마음이다. 단순히 선거 결과로 나타난 패배가 아니다. 경남 통영·고성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받은 표는 4만7000여표다. 지난해 지방선거 지지 표심(4만6000여표)이 고스란히 투표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는 지방선거(4만6700여표)의 반토막에 가까운 2만8400여표(60.8%)에 그쳤다. 여권 지지자들은 표심을 포기하는 것으로 정치적 평가를 한 것이다. 국정 실패는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집권 3년차 봄을 지나고 있는 청와대 주변에선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4·3 보선 결과만큼 침울한 공기가 주변을 감돈다. 그간 국정 지지율 하락에도 하지 않던 토로다. “좀 도와달라”는 호소도 함께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인천 연수구 경원루에서 열린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센트럴파크 전망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현 상태는 5개 정도의 이상증상으로 요약될 듯하다. 무엇보다 ‘민생경제 성적표’가 국정 전체를 짓누르고, 한반도 비핵화의 교착, 검찰·재벌 등 적폐 개혁 부진, 이로 인한 지지율 저하와 국정 자신감 하락이다. 그 결과는 ‘3년차 증후군’으로 이야기되는 조급함과 무기력의 교차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퇴진을 이끌어낸 스튜어드십 코드 등 작은 ‘변화’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개혁정부의 숙명인 도덕성의 부메랑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모도원’(日暮途遠·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문다)의 형국이다.

하지만 위기를 곱씹어 보면 본질은 북·미 대화의 궤도 이탈도, 경제의 어려움 때문도 아니다. 무엇보다 권력 내부의 ‘기능부전’ 징후가 심각하다.

당장 ‘용인(用人)’에서 이상징후가 도드라진다. 지난 주말 청와대 대변인과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성이 발목을 잡았다. 집 3채로 수십억원의 차익을 올린 부동산 정책 주무장관, 아들에게 스포츠카를 사주려 전세금을 올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의 원칙과 검증이 작동하는지 의심받고 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실망감은 더 크다. “혁명이란 게 뭐야? 기껏해야 관청 이름이 바뀔 뿐”이라는 미도리(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의 항변처럼 지지난 겨울의 진통이 그저 몇몇 자리 얼굴이 바뀌는 것으로 끝나는 허탈감이다. 이 경우 민심은 문재인 정부 탄생의 근원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람 하나 마음대로 쓰는 것도 사실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만 5년이었다. 이런저런 신세와 인연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든 정부에서 3년차는 ‘시련’이다. ‘흔들림’의 시작이었다. 집권의 자신감과 참신한 기상은 사라지고 안일이 스며들며, 남은 시간들을 헤아리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과의 전쟁’에 이율배반이었던 김의겸 전 대변인의 고액 부동산 거래는 이미 정권 이후 각자도생의 번뇌가 청와대 공기를 짓누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여기에 정부 초반 국정의 발목을 잡은 ‘트라우마’들도 자리 잡기 시작하는 때다. 노무현 정부의 ‘분열 정치’ 논란,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촛불’,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무능’이 그런 예들이다. 권력은 위기 본능에 깜짝 조치를 내놓지만 ‘신박’한 결과보다는 처참한 실패로 이어지는 게 통상이다. 권력이 이상조짐을 보이면 그 앞에서 풀처럼 가지런히 눕던 ‘관료 정치’의 독성도 머리를 삐죽삐죽 내밀 것이다. 권력 획득을 권위의 획득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지지율’의 껍데기가 걷힐 때 남는 것은 이처럼 스산하다.

실상 모든 개혁은 ‘톱다운’이다. 혁명과 달리 개혁은 리더십에 의해 ‘통제되는 혁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십은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개혁 리더십의 구성요소는 ‘도덕성·실력·용기’다. 도덕성은 반개혁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출발점이고, 실력은 성과를 통해 개혁의 지지를 유지하는 힘이며, 변화를 위한 소통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개혁 권력의 정체성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련에 위축되지 않고 용감하게 도전하던 ‘집권 초 100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 시작점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는 용기일 터다. 당장 일그러진 인사의 책임은 오롯이 인사권자에게 있다. 선출직 권력인 대통령은 참모를 대신 벌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참모를 감싸는 것은 곧 스스로의 허물을 덮는 것이다. 제갈량은 울면서 분신과도 같았던 마속을 베었음(읍참마속·泣斬馬謖)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1년 뒤 4월(21대 총선)’은 개혁정부 지지층에게 전혀 다른 시간이었으면 한다.

<김광호 정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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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딸의 KT 채용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 딸의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은 “(구속된)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으로부터 2011년 김 의원에게서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2일 밝혔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KT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이듬해 KT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김 의원이 딸의 최초 입사 때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2012년 공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합격할 때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해 말부터 딸의 부정 채용 의혹을 시종 부인해온 김 의원의 후안무치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김 의원은 딸의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되자 “권력과 언론이 합작한 정치공작”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부각되니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되레 현 정권을 비난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권력형 채용비리”라며 국정조사를 강하게 요구한 것과 너무 비교된다. 뒤로는 자신의 딸을 부정하게 취직시켜놓고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들어 노조원들이 짬짜미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이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달 KT 임원이 구속되었을 때도 김 의원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2일 “소문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출신 의원 여럿도 청탁자 대상에 들어 있다고 한다”며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했다. 자기 허물에 대한 일말의 반성은커녕 남을 물고 늘어지기에 급급한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김 의원 딸의 2011년 채용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2012년 공채비리 의혹은 아직 시효가 남아 있는 만큼 진상을 밝혀야 한다. 더구나 2012년 공채 때 김 의원 딸은 지원자 명단에 없는데도 최종합격했다. 검찰은 김 의원 외에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KT네트웍스 부사장 등도 딸과 지인의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힘있는 사람들이 자녀와 지인들을 특혜 입사시킨 것은 범죄행위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김 의원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KT와 무슨 거래를 했는지 다 밝혀야 한다. 그에 앞서 김 의원은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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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당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추천위 멤버들이 전원 사의를 밝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잘못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신속하게 비판여론을 수용했다. 현재 실시 중인 국회에서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당시 노 대통령이 검증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제도였다. 노 대통령의 인사 파문 뒤처리는 깔끔했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져 사퇴하자 그때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후임 민정수석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부실인사로 인해 반복되는 국정공백과 차질, 혼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지 나흘째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뭐가 문제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한 측면도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의 해명은 실망스럽지만, 이런 입장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보편적 인식이라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 지명 철회를 한 조치와도 모순이요, 인책론을 피하려는 항변이라 해도 시민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나머지 5명의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 후에 닥칠 정국경색과 국론분열이 불 보듯 뻔하다. 걱정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현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이 11명에 달한다는 건 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과정에서 소진된 국정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사과부터 하고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는 게 도리다. 민심을 헤아려 적임자를 찾는 방법이 무엇일지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정파를 뛰어넘는 여론수렴과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는 여론이 차갑게 식고 지지층마저 실망하고 있음을 깨닫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40%대로 추락한 국정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잘못은 누구든 할 수 있다. 잘못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문 대통령은 아직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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