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395건

  1. 11:26:55 [사설]‘패스트트랙’ 나 홀로 반대하는 한국당의 자가당착
  2. 10:46:52 [조호연 칼럼]‘차명진들’
  3. 2019.04.23 정체성 폐쇄의 정치
  4. 2019.04.23 [사설]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 선거제 개혁으로 결실 맺어야
  5. 2019.04.22 [여적]사마르칸트의 고구려인
  6. 2019.04.22 [정동칼럼]문민 국방부 장관이 필요한 때다
  7. 2019.04.22 [사설]황교안의 비전도 대안도 없는 색깔론 장외 정치
  8. 2019.04.19 [기고]출연연구기관을 대하는 정부의 ‘난센스’
  9. 2019.04.19 [이중근 칼럼]누구도 자기 재판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
  10. 2019.04.19 [사설]박근혜 형집행정지 신청, 일고의 가치도 없다
  11. 2019.04.18 [사설]무엇보다 출범이 중요한 5·18 진상조사위
  12. 2019.04.17 [정동칼럼]‘부자 정권’ 시즌 2
  13. 2019.04.17 [사설]4월 국회도 가물가물, 선거제 개편이라도 결론 내라
  14. 2019.04.17 [구혜영의 이면]김부겸, ‘하로동선’과 결별하라
  15. 2019.04.16 [기고]이미선 후보자를 위한 변론
  16. 2019.04.16 [사설]세월호 5주기인데 아직도 진실규명 작업 중이라니
  17. 2019.04.15 패스트트랙, ‘상인적 현실감각’ 필요
  18. 2019.04.11 [사설]소방관 국가직화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키기를
  19. 2019.04.11 [사설]이미선 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의혹’ 명확히 해소돼야
  20. 2019.04.10 [사설]한국당, 조양호 회장 죽음마저 정쟁 도구로 이용하나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3일 각각 의총을 열어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합의안을 추인했다. 바른미래당은 일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이었지만 진통 끝에 가결됐다. 이번주 안에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총선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4당의 추인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87년체제’의 제도적 유산인 선거제와 검찰개혁을 위한 역사적 발걸음은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당은 “의회 쿠데타”라는 등의 거친 비판을 쏟아내며 총력 저지투쟁을 선언했다. 황교안 대표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면 거리로 나갈 것이고,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장외투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회 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고 했다. 한술 더 떠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결국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훈을 조선반도에 실현해서 소위 고려연방제를 하겠다는 게 목표”라며 “이번 패스트트랙 시도는 좌파정변이자 좌파반란”이라고 했다. 참으로 황당한 색깔공세다.

23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근 기자

패스트트랙은 2012년 한국당이 여당일 때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한다’는 명분으로 국회 선진화법에 새로 만든 제도다. 이미 세월호 참사 2기 특조위 구성과 ‘유치원 3법’을 지정한 2건의 선례도 있다. 이번 패스트트랙 추진 역시 국회법에 규정된 입법절차에 한치 어긋남이 없다. 더구나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에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다른 4당이 한국당을 ‘패싱’한 건 선거제 개혁을 외면해온 한국당이 자초한 면이 크다. 여기에 좌파 딱지를 붙여 비난하는 건 명분도 없고 납득하기도 어렵다.

절차를 떠나 선거제도 개혁은 사표를 줄이고, 지역주의를 완화하며, 승자독식형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 개혁을 위한 시대적 과제다. 결코 정치적 유불리나 지지층 결집 여부를 따질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선거제는 게임의 규칙인 만큼 모든 정당의 합의를 토대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한국당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 반대든 보완이든 자신의 주장을 법안에 반영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 본회의 처리까지 최장 330일간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이도저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외치며 장외로 나가겠다는 건 시민들에게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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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적 트라우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 싫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더구나 참사가 발생한 지 5년, 시간이 기억과 다짐을 부식시켜왔다. 그날의 충격과 분노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생업의 무거움은 핑계가 된다. 그 틈을 타고 가해자들이 날뛴다. 진실을 왜곡하고 유가족을 비방·조롱한다. 시민의 공감을 희석시키고 피해자 집단을 공동체로부터 분리시키려 한다. 이 시도를 막아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다른 국가 권력의 피해자들이 진영 논리와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세월호 망언’을 ‘인간이기를 포기한 일개인의 만행’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의 뒤에는 공감 세력이 상당히 존재한다. 공개 지지 입장을 밝힌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런 ‘차명진들’ 중 한 명이다. 이 끝없는 질곡을 끊으려면 먼저 차명진의 논리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된다. 1. ‘(유가족들이) 자식 시체 팔아 생계 챙긴다.’ 어디서 들어본 듯하지 않은가. 맞다. 참사 직후 ‘김지하 시인의 세월호 비판’이란 이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돌아다닌 글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게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하늘이 안다. 문제는 패륜적 발상이다. 홀아비, 미망인은 있어도 자식 잃은 부모는 호칭이 없다고 한다. 어떤 언어로도 그 고통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성을 내놓지 않고서야 이같이 모욕할 수 없을 터이다. “그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 세상이 싫다.” 한 유가족의 소회가 가슴을 파고든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18일 (출처:경향신문DB)

2.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 역시 왜곡과 모욕이 뒤섞인 언어폭력이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유가족 책임이라니 언어도단이다. 더구나 박근혜, 황교안 두 사람은 세월호와 관련해 사과했다. 본인들도 인정하는 연관성을 차명진은 부정한다. 황교안의 방패 역할을 자청함으로써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눈도장을 받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발언 파문이 증폭되면서 그는 다른 의미의 눈도장을 받게 됐다.

두말할 것도 없이 세월호 참사는 국가 범죄다.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박민규 시인)이다. 그럼에도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여객선이 침몰해 승객이 사망한 교통사고 맞지 않나’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는 세월호가 기울기 이전까지 유효할 수 있다. 이후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단 1%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난을 재앙으로 끌고갔다. 만약 당시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늦어도 8분 안에 다수를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세월호는 100분 동안이나 물 위에 떠 있었으니 시간은 차고 넘쳤다. 이것만 해도 국가 범죄인데, 비난이 일자 박근혜 정권은 무능과 실패를 은폐하고자 사건을 정치적으로 분탕질했다. 정권의 친위세력과 특정 매체들은 거짓말과 선동을 통해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모욕했다.

‘차명진들’이 다수 포진한 한국당은 재난과 관련이 깊다. 포항 지진을 보자. 이명박 정권이 학계 반대에도 지열발전소를 짓고, 박근혜 정권은 학계 경고에도 뜨거운 물을 과다 주입해 재앙을 초래했다고 의심받는다. 그러나 한국당은 의례적인 유감표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런 세력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있으니 이런 적반하장이 또 없다. “문재인 정부를 북적북적(북한과 적폐밖에 모른다는 뜻) 정부로 부르는 등 배배 꼬아 말짓기를 잘하는 ‘나경원 어법’대로라면 한국당은 ‘재앙 정당’쯤 되겠다.” 한 누리꾼의 비유가 통렬하다.

정신과 의사 주디스 허먼에 따르면 가해자는 은폐와 침묵을 시도한다. 은폐에 성공하지 못하면 피해자의 신뢰성을 공격한다. 때에 따라 아무도 피해자의 말을 들을 수 없도록 언론을 통제하려 든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차명진들’의 행태와 놀랍도록 닮지 않았는가.

허먼이 말하는 가해자의 마지막 수법은 망각이다. 과거는 잊고 미래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인 셈이다.

하지만 가슴이 아파도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안타까운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추모하고, 유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레테의 강(망각의 강)을 건너면 안된다. 적어도 가해자들이 조롱을 멈추고 진지하게 사과할 때까지는. 그리고 모든 시민이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국 사회가 쇄신될 때까지는.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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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치 그만둘래.” 알고 지내는 정치인들로부터 가끔 듣게 되는 말이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것으로 들린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를 계속해주었으면 싶은 정치인들 중에서 정치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 몇몇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는데, 오늘은 자유한국당 이야기를 할 생각이어서 원래 그 당 출신 중에 꼽자면 얼마 전 정계를 은퇴하고 스타트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한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떠오른다. 나는 그와 정치적 견해를 온전히 같이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가 꽤 괜찮은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는 정치의 의미와 그 부끄러움에 대해 사유하는 것을 아주 멈춘 적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좋은 정치인일수록 정치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정치를 왜 하는 것일까? 내가 지켜본 정치인의 삶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일정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회의는 무의미하기 일쑤이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가짜 신념이 진심인 척해야 하고, 운 없으면 밤 늦은 시간 술 취한 시민에게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적어도 지금 한국의 정치는 자신의 행동이 가지는 의미와 그 부끄러움에 대해 사유하는 것을 아주 멈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내면의 고통을 강요한다. 괜찮은 정치인일수록 정치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것은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가 하면 그런 사유를 아주 멈춰버린,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사유를 단 한 번도 시작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정치를 더 열심히 한다. 내면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다. 10여년 전 나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쓴 책에서 오늘날 한국인들이 겪는 마음의 병을 ‘정체성 폐쇄(identity foreclosure)’라고 진단한 적이 있다. 학벌경쟁의 최정상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조차 자신이 왜 열심히 공부했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입학한 후에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공부해서 무엇을 하려는지, 왜 그것을 하려는지 모른다. 의미가 없는데도 안 하면 불안하니까 계속 열심히 한다. 입시공부하느라 나는 누구인지, 내가 욕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닫혀버린 것이다. 정체성 폐쇄는 미처 자아가 성숙하기 이전부터 부모가 너는 이다음에 커서 판사가 되어야 한다, 의사가 되어야 한다 같은 목표를 계속해서 주입하면 흔히 나타난다. 나만의 정체성이 형성될 기회가 미리 차단되어 버리는 것이다. 정치의 의미와 그 부끄러움에 대해 사유하는 것을 한 번도 시작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정치인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정치인 중에서 정체성 폐쇄의 대표적 사례를 꼽으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당대표 시절에도, 대선후보 시절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는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 아버지 이외에 대통령에게 주어진 막중한 공적인 책무가 무엇인지 사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 제한된 인식의 틀 안에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탄핵당했다. 영어의 몸이 된 지금 그는 매우 혼란스러울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인식의 지평 속에서 자신이 왜 갇혀있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정치시평이라는 것을 쓰다보면 집권여당의 책임에 먼저 화살을 돌리게 되는 것이 순리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자유한국당의 폭주는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이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말 한국당의 광화문 집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자. “좌파천국” “김정은의 대변인” “대북 제재 풀어달라고 구걸” “베네수엘라행 특급 열차” “종북 굴욕외교” 같은 것들이다. 현 정부의 정책에 잘못이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정책들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그것이 건강한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정말로 이 나라에 평화체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언어의 천박함은 둘째 치고 제1야당으로서의 어떠한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 

100년 전 이 땅에서 3·1운동이 있기 한 달 전,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을 통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설파했다. 종북 타령이 진짜로 그들의 신념인지도 확실치 않지만, 그 책임윤리의 완벽한 결여에 이르면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그래도 그들은 열심히 한다. 정체성 폐쇄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의 부끄러움에 대해 한 번도 사유를 시작해 본 적이 없는 그들의 정체성 폐쇄는 우리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 허탈한 것은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왜 그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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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안을 도출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회동에서 선거제 단일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에 대해 타결지었다.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관련 사건에만 기소권을 갖는 바른미래당의 절충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진 것이다. 내홍이 극심한 바른미래당을 필두로 각당의 추인 과정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선거법 패스트트랙 ‘골든타임’을 가까스로 지켜낸 셈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각당의 추인을 거쳐 오는 25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작업을 완료키로 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데 최소 270일,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이대로 패스트트랙에 태운다 해도 빨라야 내년 1월 중순에 선거법 개정이 이뤄진다. 지역주의와 기득권에 기반한 거대 정당의 대결정치를 끝내기 위한 정치개혁의 ‘최고’인 선거제 개혁, 그 최후의 기회를 살렸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권호욱 선임기자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선거제 개혁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줄이고 다양한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방점이 찍혀 왔다. 이러한 개혁 방향은 여야의 대국민 약속이기도 하다. 여야 4당은 물론 한국당도 지난해 말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제 개혁 법안을 1월 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어깃장만 부리며 선거제 개혁의 발목을 잡아온 탓에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이라는 수단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여야 4당이 지난달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으로 하고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단일안을 마련하자, 한국당은 뒤늦게 의원정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안을 내놨다. 위헌적일 뿐 아니라 선거제 개혁의 본령을 저버리고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극한으로 몰고가는 반동이다.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무산의 본색을 노골화한 상황에서 여야 4당의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합의는 4월 국회가 아니라 20대 국회 전체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의 룰’인 선거제를 여야 합의가 아닌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만든 건 한국당 책임이다. 패스트트랙은 분명 국회법에 따른 절차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의 반대에 흔들리지 말고, 선거법 개정안을 차질없이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한다. 특히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내부의 반발로 정치개혁의 대의가 좌초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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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사람들은 자연환경과 생활양식에 따라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면 당시엔 세 가지 종류의 모자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수건을 머리에 매는 두건 형태의 것인 책(), 태양을 가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입(笠),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모자로 고깔 형태인 절풍(折風) 등이다. 절풍 가운데 새 깃털 장식을 단 것을 조우관(鳥羽冠)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고구려인을 구별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자였던 것 같다.

시선(詩仙) 이백은 절풍모를 쓴 고구려인의 춤을 보고 감탄하며 시 ‘고구려’를 지었다. “금 꽃 장식한 절풍모를 쓰고(金花折風帽)/ 백마 타고 유유히 거닐고 있네(白馬小遲回)/ 넓은 소매 너울너울 춤추니(翩翩舞廣袖)/ 해동에서 새가 날아오는 듯하구나(似鳥海東來).” 이백이 시를 지은 때(742년)는 이미 고구려가 망했을 시기다. 고구려인의 기상과 기품을 추억하며 노래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실크로드의 심장’으로 불리는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아브 박물관에서 7세기 바르후만왕 즉위식에 참석한 고대 한국인 사절단 모습이 담긴 벽화를 보며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 _ 연합뉴스

중국 대륙의 서쪽 끝, 실크로드의 서역으로 가는 관문이 둔황이다. 이곳에 1000개가 넘는 석굴이 있어 천불동이라고도 불리는 막고굴이 있다. 4세기 중반부터 13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이 석굴에 고구려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막고굴 제335굴 벽화에는 문수보살과 유마거사가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 가운데 조우관을 쓴 두 사람이 보인다. 둔황을 연구하는 중국학자는 새 깃털 두 개가 꽂힌 푸른색 모자를 쓴 이들을 고구려인과 백제인이라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사마르칸트를 방문했다. 관심은 아프로시아브 박물관 내 벽화실이었다. 벽화 속 사신들은 새 깃털을 장식한 모자를 쓰고 있고, 차고 있는 칼도 고구려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고구려인들이 사마르칸트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만큼 양국 교류의 역사가 깊다”고 말했다.

고구려인들은 1500여년 전에 중앙아시아 심장부까지 진출했다. 수천㎞의 길은 악천후와 질병, 도적떼 등으로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반도의 구석에서 복닥거리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선조들의 호방하고 활달한 기상이 부럽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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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임명된 군수뇌부 신고를 받으며 ‘칼은 칼집에 들어 있을 때 무섭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듣고 우리의 민군관계가 아직까지도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비역 일각의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군 수뇌부에 칼집에 넣어 두고 말고와 같은 정치적인 담론이 아니라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칼날이 시퍼렇게 갈아 놓으라는 군사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발언은 오랫동안 왜곡된 민군관계가 대통령의 무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강한 군대는 훌륭한 장교들이 만든다. 훌륭한 장교는 올바른 민군관계에 바탕한 유능한 전문직업군인을 의미한다. 올바른 민군관계와 훌륭한 장교단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다. 민군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군인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엉뚱한 생각을 한다. 민주국가일수록 정치와 군사의 영역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군의 가치를 존중한다. 그래야 장교들이 국방에 전념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군대는 무적이다. 클라우제비츠가 민주주의 군대를 전제체제의 군대보다 강하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훌륭한 장교단은 첨단장비와 무기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첨단장비와 무기가 많고 목숨을 바쳐 싸우려는 투지에 찬 병사들이 있다하더라도 장교들이 무능하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장교는 아수라장 같은 전장의 혼돈 속에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지적 통찰력, 부하들이 스스로 사지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드는 리더십,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초개처럼 던질 수 있는 희생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자질은 쉽게 갖추어지지 않는다.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이유이다. 

국가가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유사시 전장에서 목숨을 바칠 전투지휘관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관학교 우등생들 중 상당수가 전투지휘관이 아니라 법무장교나 군의관을 희망한다고 한다. 육군의 전방 연대 작전과장 중에서도 육사 출신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가장 고생스럽다는 전방 연대 작전과장이 육사출신 소령급 장교들의 로망이던 적도 있었다. 영관급 장교들은 높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고급사령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하기 위해 안달이라고 한다. 사관학교 졸업생이 법무장교나 군의관을 지망하고 영관급 장교들이 고급사령부와 비서실을 기웃거리는 것은 군의 가치관이 전도되고 있다는 증거다. 가치가 아니라 이익을 탐하는 군대는 썩는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군은 오랫동안 사조직과 연줄, 그리고 파벌로 얼룩져 있었다. 폐해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의 대처는 엄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보정권으로 교체된 이후에도 사조직 출신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등용되었다. 사조직은 정리되는 듯했으나 연줄과 파벌은 교묘하게 작동했다. 대다수의 장교들은 그저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과거 군 수뇌부는 연줄과 파벌인사에 앞장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틈을 타 정치권도 군인사에 개입했다. 보수정권 당시 군의 최고책임자는 진급을 사적관계의 보상으로 이용했다는 내부평가를 듣기도 했다. 육군, 해공군 그리고 해병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상황이 이럴진대 누가 삭막하고 외로운 전방고지와 망망대해 그리고 순간이 생명이 가르는 고독한 하늘에서 청춘을 바치고자 하겠는가?

장교단의 가치관 전도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만든 과거 군수뇌부의 책임이다. 문제는 아래가 아니라 위에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국방예산을 투입해도 밑 빠진 장독에 물 붓기다. 문제는 군 스스로 이런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는 것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원칙이 살아있어야 한다. 국방개혁의 출발점은 문민 국방부 장관 임명부터 시작했어야 한다. 군출신 국방부 장관은 왜곡된 민군관계의 정점을 상징한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연줄과 파벌로 전도된 장교들의 가치관을 바로잡기 어렵다. 혹자는 남북 간 군사정세를 들어 문민 국방부 장관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스운 소리다. 잘못이라면 이제까지 국방부 장관 한 사람 교체된다고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군대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군대라면 지금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장교들이 자신의 헌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국민들이 이를 존중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우리 군의 미래는 없다.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순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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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자 전국의 각 시·도당과 당원협의회에 총동원령을 내려 1만여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천국을 만들었다”면서 “종북굴욕 외교 포기하라”라는 구호까지 선창했다. 해묵은 색깔론에 다시 매달리는 한국당과 황 대표에게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제1 야당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면서 국회를 내팽개친 채 장외 투쟁에 나선 한국당의 처사는 무책임하다. 특히 한국당과 황 대표가 다른 주장도 아닌 색깔론으로 장외 집회를 뒤덮은 것은 공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황 대표가 그날 “청와대와 여당이 5년 전, 10년 전 과거 사건들을 죄다 끄집어내 야당 탄압할 구실만 찾고 있다”고 여권을 비판한 것도 문제가 많다. 자신이 총리를 지낸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해 반성·사죄하는 기미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국정농단 책임론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자신이야말로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는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일반 시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황 대표 오른쪽) 등 지도부와 의원, 당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외 집회를 한 뒤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청와대 방향으로 가두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 문제인 것은 황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 장외 투쟁에 나설 뜻을 시사한 점이다. 황 대표는 행사 말미 “오늘의 투쟁은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기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으로, 앞으로 더 멀고 험한 길에서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문 대통령과 맞섬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황 대표가 비전과 정책으로 정치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답습하는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장외 투쟁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회에서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쓰던 극단적인 방법이다. 지금 여야 간 정쟁이 심화된 데는 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그런 원인을 제공한 한국당이 장외에까지 나선 것은 명분이 없다. 민생을 내팽개친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당이 서 있어야 할 곳은 장외가 아니라 국회이다. 한국당은 당장 4월 국회 일정에 합의해 민생 현안을 챙기고 선거제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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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출연연구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에 정부가 질문을 던진다. 그대들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정부가 목적을 갖고 만든 기관에 거꾸로 정체성을 묻는 경우다. 어처구니가 없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소속되어 있는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지난해 정부가 낸 이 숙제를 하느라 진땀을 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근거로 예산을 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각 기관은 공공성과 수월성 있는 성과를 바탕으로 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새롭게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각 기관은 행여 정부의 정책 방향과 어긋나지 않을까 고심하고,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관의 정체성과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면 지속성을 담보로 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각 연구기관의 역할과 책임 수립과정은 기관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외부에 내세울 만한 대표적 연구성과가 그 기관을 대표하는 색깔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의 수월성 있는 연구성과란 무엇인가? 이것은 대부분 고가의 최신 연구장비, 풍족한 연구비, 많은 참여연구원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연구성과가 해당 연구원의 정체성과 더불어 역할과 책임을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의 질문에 답을 주는 기득권자들은 자신이 가진 장비, 연구비, 그리고 성과물로 포장하여 엉뚱한 답을 정부에 주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관구성원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자신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업이 연구원의 주요 핵심사업이 되는가 하면, 사업을 위한 신규 구매 장비 역시 기득권자들을 위한 개인 연구장비가 연구원의 대표 장비로 포장되는 것이다.

연구원의 핵심사업을 설정하는 과정도 살펴보자. 자신들의 대표적 연구성과가 가령 생명공학과 신약 분야라고 예를 들자. 25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연구원 중 과학기술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한 족히 절반이 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 분야의 핵심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넣었을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중복을 피한 기관 특성별 맞춤형 예산안이 어떻게 그려질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떻게든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업이 최전방에 놓일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초기술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이와 더불어 미래를 바라보며 원천적, 장기적 연구를 수행해야 할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근시안적 결과물에 희희낙락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제시한 안을 전문가 검토를 통해 사업 항목을 세심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역할과 책임을 확정한 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요구안은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다. 아직 확정하지 못한 나머지 기관의 초조함이 읽힌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다루는 정부의 대응방식은 누가 봐도 서툴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국가가 규정하는 것이 맞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각자의 기능에 맞는 비전과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책임과 역할을 다한 기관이 있다면 과감히 정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역할과 책임이 중복된 기관은 통폐합이 답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과제중심제도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언제까지 토론만 하고 있을 것인가. 탁상공론보다는 이제 답을 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예산이라는 목줄을 쥐고 흔들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좌지우지하는 정부가 아니라 진정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정부출연연구기관 수장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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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과 야 3당이 합의한)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제도”라며 “이는 절대적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을 30초만 뒤져봐도 확인되는 가짜뉴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이 채택하고 있다. 소수의견을 반영하고 사표를 줄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가 최근 흐름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보수언론들도 의석 수 증가를 통해 이를 간접 비판할 뿐 비례대표 확대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한다. 이 제도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고 좌파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황당 그 자체다. 이는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 2월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안을 토대로 하고 있다. 지금 한국당이 여당이던 시절, 정치권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제도가 어떻게 좌파연합을 위한 것인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선거 연령을 18세로 한 살 더 낮추자는 논의는 더 말하면 입만 아프다. 한국당은 정치적 식견이 부족한 고3생들이 입시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는데 듣기 민망하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만 투표 가능 연령이 19세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일본은 이미 3년 전, 그것도 20세에서 한꺼번에 두 살이나 낮췄다. 아무 문제 없었다. 

한국당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근거가 하필 ‘선거제도 법정주의’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헌법 41조 ③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에 관한 각종 사항을 법률로 정함으로써 게리맨더링 같은 부조리를 막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규정의 취지는 외면하고 ‘선거제도는 법으로 정한다’는 데만 눈이 멀어 있다. 법을 제·개정할 권한이 오롯이 국회에 있다는 점을 악용해 선거제도를 멋대로 재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그것이 당연한 일인 줄로만 알고 있다. 모두 법정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문제는 이런 폐해가 점점 더 확산·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지방의회의 양당 독식을 막기 위해 1인 선거구를 줄이고 2~4인 선거구를 늘리는 개선책이 제시됐다. 그러나 양당이 지배하는 지방의회가 이를 모두 무산시켰다. 그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이 전체 의석의 90%를 차지했다. 국회의원들을 본받아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제 욕심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사실 나 원내대표식 화법으로 말하면, “선거구제 개편을 놓고 의회가 지겹도록 다투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다”. 일본이 국제적인 흐름과 고령화 추세에 맞춰 선거연령을 낮추듯 대부분 국가들은 선거제 개혁안을 별 이견 없이 수용하고 있다. 이런 과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선진국들은 헌법에 관련 규정조차 없다. 유독 한국에서 이것이 첨예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거대 양당, 그리고 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개혁은 못하면서 개혁 담론만 폭발하는 한국적 상황이 선거제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한때 선거구제 개편에 응할 테니 개헌도 함께하자고 했다. 여야 중진들은 국무총리를 국회가 선출하는 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시민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법권을 남용하면서 행정권까지 넘보겠다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려다 보니 자신들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모르는 데까지 이르렀다. 한국당의 억지는 이미 시민이 위임한 선거제도 법정주의의 범위를 벗어났다. 더불어민주당도 현행대로 가자는 한국당에 내심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안다. 국회의 이런 행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법률 제출권을 줄 수도 있고, 국회에 선거구제 개편을 담당하는 자문위원회를 두되 국회는 그 법안을 통과시키게만 하는 대안도 있다. 지난해 국회 개헌자문위원회 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어 다수 자문위원들이 호응했다. 

“누구도 자기 재판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언(法諺)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적용될 선거구제를 결정하는 것은 이 원칙에 어긋난다. 최근 새로운 문제로 대두된 이해충돌에도 해당한다. 현행 헌법도 대통령 임기를 늘리는 개헌을 할 경우, 개헌안이 제시될 당시 대통령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법을 만드는 게 국회의원이라 해도 이 원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의 뜻을 무시하는 삼류 국회에 온전히 선거구제 개편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던져 놓은 격이다. 헌법 1조를 새기며 진지하게 선거제도 법정주의의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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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전환된 17일 건강 상태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따른 구속기간은 종료됐으나 별개의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기결수 신분이 됐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호전되지 않았다. 불에 덴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석방을 요구했다. 재판을 거부하며 국가 형사사법을 모욕해온 장본인이 이제 와서 형사사법 절차에 따른 은전을 구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형사소송법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형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을 때’ 석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모씨가 허위진단서로 풀려난 사실이 드러난 이후 검찰청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절차가 엄격해졌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박 전 대통령의 수형생활과 관련해 자료를 낸 바 있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매일 적정 시간 취침하고,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1시간 이내로 실외운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이나 이식수술 후 거부반응 같은 중한 질환 외에 디스크 같은 질환으로 형집행정지가 이뤄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18일 (출처:경향신문DB)

유 변호사의 신청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집권한 현 정부가 고령의 전직 여성 대통령에게 병증으로 인한 고통까지 계속 감수하라는 것은 비인도적 처사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몸도 아프고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한 발언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금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해 석방론을 제기하는 건가, 아니면 문재인 정권을 향해 정치투쟁을 벌이는 건가.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부터 법정 출석을 거부하며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이번에는 건강을 이유로 풀어달라고 한다. 대통령 재임 중 그토록 법치를 강조하더니, 자신이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되자 법치를 제 마음대로 유린하려는 형국이다. 실정법적으로나 정치윤리적으로나, 그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한국당도 이른바 ‘태극기부대’를 의식한 석방론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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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진상조사위 조기 구성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5월18일이 오기 전에 진상조사위 구성을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9월 출범했어야 하지만 여태껏 구성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월 그들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2명을 재추천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한 채 꿈쩍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이 추천한 조사위원 3명 가운데 권태오 전 한미연합사 작전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해 자격요건 미달을 이유로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원은 법조인, 교수, 법의학 전공자, 역사연구가, 인권활동가 등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한다. 두 사람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조사위원이 될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홍 원내대표는 “군 경력도 조사위원 자격요건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출신 조사위원 포함을 주장하는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만큼 조사위 구성을 속히 마무리짓고 진상조사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군 출신이라고 해서 안될 이유는 없다. 진상규명 대상이 대부분 군과 관계된 부분이어서 어쩌면 군 출신이 보다 전문성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역사적 진실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인물이냐는 점이다. 두 사람이 문제가 됐던 것은 자격요건보다 그들의 역사관과 행적 등을 볼 때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여당이 한 걸음 양보한 마당에 한국당도 더 이상 조사위 출범을 지연시킬 명분이 없다. 이제는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공방은 자제하고 객관적·합리적인 인물로 조사위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5·18 진상조사에 발벗고 나선다면 시민들은 한국당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고 또다시 편협된 인사를 고집하면 시민의 공분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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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인사 실패’는 단순히 검증시스템의 문제이거나 ‘인사 라인’의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사 조국·조현옥 수석이 물러나도 문제는 쉬 교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 현 정부를 받치고 있는 세력의 근본적 한계와 인사권자의 관점 문제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연속된 ‘인사 실패’가 발하는 정치적 효과가 무엇인지 정부·여당만 모르고 있다. “위법이 아니다”라는 변명은 사실일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무능한 헛소리다. 어떤 논자들은 위법이 아니라는 말에 “법이 아니라 국민 감정이 문제”라고 반박했지만 이 또한 부족한 말일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의 삶의 경험이 반영된 집합적 이성과 공동체의 공통감각이다. 한국 사회의 세대와 계층 사이에 깊게 파인 불평등 해소의 방향 문제다.

총선을 딱 1년 앞둔 지금, 다시 냉소와 정치혐오가 번져간다. 10% 부자 정당 민주당도, 1% 수구 부자 자유한국당도 지지할 수 없는 청년과 서민들은 마음을 줄 데가 없다. 일전에 만난 한 20대 대학원생은 폐부를 찔렀다. 나름 열심히 촛불을 들었었다는 그는 조금 귀찮다는 듯 말했다. “결국 문재인 정권은 부자정권 시즌 2 아닌가요?” 

김용균씨는 월급 211만원을 받으며 일하다 24세의 나이에 죽었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15시간씩 일하고 월급 15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이번주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는 데 일조한 특수진화대 소방관들은 하루 일당 1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이런 이들이 얼마나 일하고 어떻게 해야 돈을 모으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 촛불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합의한 ‘기준’이지, 청와대의 수십억 자산가들이 35억원 주식 투자자에게 발부하는 ‘합법’이 기준이 아니다. 그들 사이의 정쟁 중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보 문제를 둘러싼 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법-불법’ 말싸움도 정치의 본질을 가린다. 10% 부자들의 당이 ‘진보’를 표방하고 그보다 더 한 토호와 투기세력의 당인 한국당이 서민을 대변하는 양 쇼하는 정치가 지겹다. 

2년간 ‘적폐청산’이 귀가 따갑게 외쳐지는 와중에도 한국당은 ‘협치’의 대상이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암묵적 야합은 모든 개혁 과제를 허공에 날렸다. 이제 선거법 개정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상속받은 재산과 세습된 기회를 잘 굴리고 금융자본주의에 편승하여 부를 이루는 것을 ‘능력’이라고 부르는 이데올로기와, 세습형 또는 건물주형 ‘능력자’가 법·정치권력·명예 등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사회를 바꿔보자는 것이, 그리고 노동의 권리와 혁신의 가치로 사회를 다시 디자인하자는 것이 촛불 아니었나.     

정부·여당은 노동법 개악마저 시도하고 있으니, 이 정부는 촛불정부가 아니라 촛불횡령정부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30%대로 회복된 한국당의 지지율이 보여주듯, 세대·계층·지역을 넘어 부패하고 무능한 ‘부자정권 시즌 1’(시즌 1은 조금의 단속(斷續)을 거쳐 70년째 지속되고 있다)을 잠정 중단시켰던 촛불의 동맹은 와해되고 말았다. 그 와해의 책임은 물론 비핵화 문제 이외엔 아무 일도 안 한 현 정부·여당에 있다.(한귀영,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엄중한 민심’ 한겨레 2019·4·5)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을 바라는 마음은 집권당과 기득권체제에 기만당하고 있다. 제도개혁이 또 무산됐으니 다시 아래로부터의 힘겨운 운동이 필요해진다. 환멸을 견디며 촛불의 가치를 중심으로 또 시민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더 많은 여영국들이, 그리고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새롭고 당찬 반기득권 젊은 정치인도 필요하다. 29세의 여성 정치인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미국의 젊은 세대에 큰 공감을 일으키고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그의 소수성이나 가난한 바텐더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적 민주주의(민주사회주의)의 보편적 가치와 대학 등록금 무상화 및 부유세 같은 청년세대에 희망을 주는 진보적 정책 덕분이다. 

우리 사회에도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인재가 많이 있을 것이다. 1년 남은 총선에 대비하여 새 청년 정치인 진출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될 때가 아닌가? 언론인·지식인들은 그들을 찾아내고 부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청년들도 단결해서 자신들의 대표자들을 국회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부유세, 토지공개념, 기본소득, 성평등, 환경정의 같은 가치로 단결하여 1% 특권계급과 10% 부자들의 카르텔에 파열구를 내도록 힘을 합쳐 지혜를 짜야겠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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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시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비례 75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제 단일안에 합의했다. 선거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최소 270일, 최대 330일 이상이 소요된다. 내년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이번주 중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여야 4당이 국민의 정치열망을 받드는 결단을 내릴 것인지, 이대로 개혁을 포기할 것인지 (이번주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최후통첩한 바 있다. 

그러나 선거제 단일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과 함께 묶이면서 사실상 표류 중이다. 바른미래당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기소권 없는 공수처’를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선거제 개편안은 뒤로 밀리면서 총선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도 지키지 못했다. 이번 총선 역시 후보자들은 자신의 출마 지역이 어떻게 될지 확실히 알지도 못한 채 득표 경쟁을 벌일 판이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두고 정쟁만 벌이는 현실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4월 국회는 개회 1주일이 지나도록 의사일정도 잡지 못한 채 공전 상태다. 국회는 올 들어 1, 2월에는 장외싸움에 몰두하다 본회의 한번 열지 못했고, 3월 임시국회도 파행을 거듭하다 비쟁점 법안 몇 개 처리하고 막을 내렸다. 4월 국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이번 국회마저 여야 대립으로 민생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회는 돌팔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근본 이유는 유권자의 지지만큼 의회 권력을 배분하자는 데 있다. 표심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거제 개혁은 여야의 대국민약속이기도 하다. 바뀐 선거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더 지체할 수 없다. 민생·개혁법안을 쌓아놓고 힘겨루기만 벌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지겹다. 시민은 정쟁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원한다. 4월에는 제발 일하는 국회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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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비상등이 켜졌다. 4·3 재·보선 결과가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대한 경고라는 데 반론을 찾기 어렵다. 문제는 방법과 실행이다. 때맞춰 당으로 돌아온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하 김부겸)이 조명되고 있다. ‘김부겸 역할론’이다. 

김부겸은 여러모로 애매한 정치인이다. 28년 정치이력에도 한마디로 리더십을 규정하기 어렵다. 물론 스스로도 경계인을 자처했다. 민청학련 세대와 86 전대협 세대의 틈에 있었다. 민청학련 선배들처럼 사형선고도 받지 않아 극적 스토리도 없고, 86그룹 후배들처럼 노선투쟁도 하지 않아 탄탄한 조직도 없다. 구시대의 막내도, 새시대의 맏형도 되지 못했다. 김부겸은 보수의 엘리트로 꼽히는 대구 경북고 출신이다. 그러나 서 있는 곳은 개혁 진영이다. TK(대구·경북) 주류지만 실존적으론 비주류다. 1991년 ‘꼬마’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출신 이미지가 강하다. 평생 불일치의 연속이다. 게다가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의 아들도 아닌 ‘아버지 없는’ 당내 유일한 대선주자다. 눈칫밥에 익숙하다. 김부겸의 장점인 통합·갈등조정 능력이 생존술로 치부되고, 1순위(주류)가 성에 차지 않아야 찾게 되는 2순위(비주류)였다. 

‘김부겸 역할론’은 기대치일까, 실체가 있는 걸까. 김부겸은 오랫동안 여권의 하로동선(夏爐冬扇·훗날을 위해 급하지 않은 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당장 쓸모없지만 나중엔 필요한 존재. 여권은 당장 필요하고 쓸모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플랜A’와 완전히 다른 ‘플랜B’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김부겸은 하로동선(기대치)에서 플랜B(실체)로 가는 길목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면 ‘정치하는’ 의원이 보이지 않는다. 민심 체감도가 높은 초선 의원들조차 입을 다물고 있고, 유력 대선주자 대부분은 당 밖에 있다. 4선 의원, 장관 이력까지 더한거물급 정치인으로 당 존재감 부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김부겸 복귀의 첫 기대치다. 대구·경북에 대한 여권의 위기의식은 4년 전보다 커졌다. 지역에선 “문재인 정부에 근본적 불신이 커졌다”고 토로한다. 내년 대구 총선이 김부겸에게는 생존 바로미터, 여당엔 전국정당 교두보, 문재인 정부엔 탈87체제 출발선이라는 것. 두번째 기대치다. 정부 부처가 청와대에 가려져 있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는다. 민주당 정부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럼에도 재난 대응, 불법 동영상 유통 대책 등 김부겸 장관이 이끈 행정안전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씨 뿌렸던 시스템정치를 싹 틔웠다.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당에 접목할 수 있으리란 전망, 세번째 기대치다.

김부겸은 하로동선에 머물지 않고 플랜B가 될 수 있을까. ‘대선주자의 귀환’이라는 첫 기대치부터 짚어본다. 무엇보다 결기가 필요하다. 당 대표 출마 문제를 대통령에게 떠넘겼던 그런 정치력으론 대선은 힘들다. 의원들의 당부를 옮긴다. “관계에 너무 치중한다. 조정자 말고 추진자가 돼라” “무게에 맞는 브랜드를 만들어라” “과감해져라. 그래야 (김부겸) 사이즈를 가늠하고 지지자들도 결집한다”….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은 영남 개혁세력과 호남 지지층의 결합을 이뤄내는 최상의 대선 전략이다. 중도·개혁 보수층 확장의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남은 민주당에 가혹한 현실이 됐다. 김부겸도, 지도부도 당 영남특위 강화를 우선 목표로 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부겸’이라는 인물 효과가 지난 총선 이후 3년 동안 세력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객관적 환경도 좋지 않다. 합리적 보수라면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막말하는 극우정치에 등 돌릴 법한데도 한국당 지지율은 상승세다. 합리적 보수·중도층은 현실정치에서 발언권이 없거나 허상이 아닐까 의아할 정도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패배한 정당에 승리하는 개인은 없다. 대구에서 ‘김부겸 플러스알파’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정권 재창출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장관 출신이라는 기대치다. 김부겸에겐 신한국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닌다. 자서전 제목도 오죽하면 <나는 민주당이다>일까. 장관 2년의 소회를 물었다. 곧바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막중해졌다”고 답했다. ‘손님’이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당청은 ‘민주당 정부’라는 대선 공약이 무색할 만큼 주종관계로 굳어졌다. 김부겸 ‘장관’의 복귀가 당청에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학습효과가 있다. 각자도생하다 폭망한 두려움이지. 당이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면 집단적 목소리를 모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다. 다만 절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차별화에만 급급하면 우리의 가치는 물론 세력 전체가 엉망이 된다”고 짚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다. 한국당 일각에서 ‘징하게 해처먹은 세월호 유족들’이란 망언을 쏟아냈다. 좋은 정치의 부재를 통탄했던 지난 5년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크로케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란 말을 새긴다. 세월호 참사는 좋은 정치의 가능성을 여전히 묻고 있다. ‘플랜B’는 정치권 모든 ‘김부겸(들) 역할론’의 미래여야 한다.

<구혜영 정치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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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과다 보유와 거래 행태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의혹 제기는 크게 설득력이 없다. 

우선, 부동산 비중이 평균 70%로 높은 일반적인 국내 가계와 달리 주식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후보자 부부의 경우가 이상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선택의 문제다. 오히려 한국 가계의 부동산 편중이 심각한 편이다. 가계의 부동산과 금융 자산 비중이 3 대 7 정도로 한국과는 거의 정반대인 미국에서라면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는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 후보자 부부는 15년간 축적한 주식자산 규모가 35억원인데, 대부분 소득으로 형성됐을 뿐, 투자로 크게 불리지도 못한 것 같다. 2010년부터 변호사로 일한 남편 오충진 변호사의 연봉을 포함해 이 후보자 부부의 합산 근로소득은 지난해 기준 세전 6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이 부부는 소득으로 주식에 ‘저축’한 것일 뿐이다. 또한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자산을 아내 명의로도 분산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것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오 변호사가 이 후보자 증권계좌에 넣은 금액은 5억원. 부부 간 증여 비과세 기준인 6억원 이하여서 세금을 안 냈더라도 문제가 없다. 주식을 잘 모르는 아내를 대신해 남편이 거래와 관리를 한 것도 국내 가정에서는 흔한 일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물론 주식 자산을 축적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이해충돌이나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면 당연히 결격사유다. 그런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제기된 내용을 살펴보면 이 후보자 부부가 주식을 보유한 이테크건설이 소송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어서 정황상 이해충돌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 변호사가 주식을 여러 번 사고 파는 과정에서 삼광글라스의 거래정지 2주 전에 매도한 거래를 두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 모양이다. 그런데 거래정지 소식을 미리 알았다면 당시 보유한 주식 전량(7121주)을 팔지 왜 절반가량인 3589주만 팔았겠는가. 

오 변호사의 주식 거래가 작전세력의 패턴을 보인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작전세력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거나 협력하는 수십~수백개의 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단순히 가진 주식이 좀 많다고 해서 오 변호사와 같은 한 개인이 실행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무엇보다 오 변호사는 전체 보유 주식의 68%를 차지하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특히 이테크건설에선 마이너스 15%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정말 내부정보를 빼내고 작전세력처럼 움직였다면 그가 손실을 봤을까.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주식목록을 보면 두 기업 외에도 삼진제약, 한국기업평가, SK텔레콤, 한국쉘석유, 네이버, 아모레G우선주 등 실적이 꾸준한 배당주나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주식들을 선호하는 일관성을 보인다. 주식을 투기적으로 접근한 경우도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비중을 높인 것도 군장에너지라는 자회사의 상장 이슈가 알려졌는데도, 두 회사가 여전히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단타매매까지는 아니어도 한 종목을 가격 등락에 따라 자주 사고파는 오 변호사의 행태 때문에 오해받을 소지는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주식투자자들 상당수의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해서 크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맡지 못할 어떤 도덕적 하자나 불법적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자기 소득으로 합법적으로 주식투자를 한 게 고위 공직자의 결격사유는 아니지 않은가.

<선대인 |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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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현 한국당 의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17명과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을 세월호 참사 책임자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죄’ ‘진상규명을 방해·은폐한 죄’ ‘재난상황 대응을 잘못한 죄’ 등을 저질렀는지를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유가족 등이 참사 책임자를 지목하고 구체적 혐의까지 들어 수사를 촉구한 것은 참사 후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304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 원인을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중 발간될 정부 차원의 ‘세월호 백서’에는 참사 원인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한다. 진상을 규명해야 할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방해로 최종보고서조차 작성하지 못한 채 2016년 9월 해산됐다. 2017년 3월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도 여객선 결함이나 운항 과실에 의한 ‘내인설’과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외인설’ 등 두 가지 침몰 가능성만 제시한 채 지난해 8월 활동을 종료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까지 수없이 진상규명을 요구해왔다. 그런데도 참사 5년이 지나도록 침몰 원인조차 모른다니, 정부와 국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6일 (출처:경향신문DB)

이렇게 된 데는 과거 정권 차원의 조사 방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의 법정 기록자료’에는 ‘특조위 규모 및 조사기간 축소’ ‘활동 무력화를 위한 대응논리 개발’ ‘파견공무원 철수’ 등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근혜 청와대’가 특조위 활동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해양수산부 관료들과 모의, 사실상 특조위 해체를 위한 대응 TF까지 꾸렸다니 참담하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3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침몰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참사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4월16일 8시49분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대기 지시를 믿고 기다리다 300여명이 죽었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을 죽인 것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처벌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유가족과 국민 모두의 질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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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17일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은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둘러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이견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의 속마음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견을 좁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수처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국회의원도 수사대상이 되는데, 그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공수처를 추진할 때에도 여당 국회의원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는 ‘기소권 있는 공수처’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 같다. 이런 상태는 ‘정치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고민하고, 어떻게든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싸우기도 해야 하지만, 협상도 하고 타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니 피곤한 것은 국민이다. 

이미 개헌은 정쟁으로 흘러서 무산됐고,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조차 무산되면 촛불 이후에도 이 나라의 시스템은 바뀐 것이 없다. 돌아보면 개헌이 무산된 것도 ‘정치의 부재’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진정성 없다고 탓하는 걸로 끝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진정성이 없는 상대방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권력구조에 대해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것은 결국 개헌의 무산으로 귀결됐다. 

개혁 실패 후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변화가 필요 없는 세력은 일이 안 돼도 관계없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지는게 바람직하다 생각하지만, 그것이 개혁 전체를 무산시켜도 좋을 만큼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펼쳤다. 274쪽을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하여 검찰에 이첩해 기소하게 하고, 만약 검찰이 부당하게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원이 기소를 강제하도록 재정신청을 하게 하는 제도”라고 적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되, 1차적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형태를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발의해 놓은 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때는 이 정도가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봤을 수도 있다. 워낙 검찰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설사 기소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공수처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검찰개혁이 완전 무산되는 것보다는 반보라도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보았다. <운명이다> 290쪽을 보면 이렇게 적고 있다.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정치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아마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다. 공수처에서 타협점을 찾아서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든, 아니면 선거제도 개혁안이라도 먼저 패스트트랙에 올리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기회가 다시 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인의 소명이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직까지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인사들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얘기는 자유한국당 복귀파를 제외한 바른미래당의 정치인들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하다. 공수처에 관한 바른미래당의 의견을 고집하다가 모든 개혁을 좌초시키는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책임은 너무나 무거울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패스트트랙이 성사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면,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생적 문제의식’은 원칙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상인적 현실감각’은 타협을 해서라도 일을 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인사들이 가진 공수처에 대한 입장은 ‘서생적 문제의식’이다.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반보라도 전진시킬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한 때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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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을 계기로 지방직 공무원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진복 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국가직이 아니면 불을 못 끄느냐”며 반대했다. 

소방 관련 인력과 예산 편성, 장비 구입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맡은 탓에 지방별로 소방관 처우와 장비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해법에서 여야 간 입장이 갈린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해 11월 관련 부처 간 협의가 덜 되어 있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하더니 이번에는 지방직으로 둔 채 재정 지원을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 고성 산불이 이틀째 번진 5일 오전 동해시 망상오토캠핑장에서 마스크와 방독면을 쓴 소방대원들이 잔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은 이미 지방이 아닌 국가의 사무가 되어 있다. 소방대는 단순히 불을 끄는 조직이 아니라 광역 단위의 특수 재난사고에 대응하는 기관이 된 지 오래다. 또 시민에게 균질한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방을 국가 조직화하는 게 맞다. 지방직으로 둔 채 재정 지원만 강화하자는 해법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비현실적이다. 지방사무 예산은 지방 재정으로 충당한다는 원칙 때문에 재정 투입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한국당은 “경찰은 자치경찰로 가면서 왜 소방직은 왜 반대로 하느냐”고 했다.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억지 주장이다. 소방의 국가직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 일부러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민 10명 중 8명이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보수층에서도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강원 산불을 신속하게 끈 것은 전국의 소방 대원과 장비를 총동원한 덕분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소방관들이 기본적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화재진압에 나서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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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소방관

10일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주식’으로 시작해 ‘주식’으로 끝났다.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여원의 83%인 35억여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한 데다 이들 주식 중 절반가량이 이테크건설이라는 특정 업체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는 “주식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 (투자)종목·수량 선정은 모두 배우자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인 명의 주식이 실재하는 이상, 이 같은 해명으로 시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죽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점이 있다”(백혜련 의원), “판검사는 국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주식을 해선 안된다고 배웠다”(금태섭 의원)는 지적이 나왔겠는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물론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관 자격 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지나치다. 그러나 보유 주식과 법관 직무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은 명확히 해소될 필요가 있다.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지난해 이테크건설이 하도급을 준 공사현장 사고와 관련된 재판을 담당했다. 이 후보자 부부는 당시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후보자의 남편은 재판을 마친 뒤 해당 회사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 후보자는 “이테크건설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며, 판결도 이테크건설 측에 유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애당초 회피신청을 했다면 이해충돌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없었을 터다.

헌법재판소는 각계각층의 견해가 엇갈리는 사안을 판단해 시민의 일상을 규율하고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재판관이 스스로의 이해충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헌재 결정은 신뢰받기 어렵게 된다. 더욱이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보유 논란은 처음도 아니다. 2017년 이유정 후보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비상장기업 주식 매매로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에 휘말려 사퇴한 바 있다. 청와대의 사전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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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반대를 위한 반대라도 유분수다.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해선 ‘양잿물이라도 마실’ 무모야 모를 바 아니지만, 팩트를 왜곡하고 상식을 거스르는 흑색 선동을 접하다 보면 말문부터 막힌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별세를 두고 ‘정권 탓’이라는 주술을 퍼뜨리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9일 한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이사 재선임 저지가 결국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들었다”고 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는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던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덩달아 보수언론들은 적폐청산 차원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간접 살인’ ‘기업가 살해’라는 선정적 주장을 공론장에 펴고 있다. 더욱 한심한 건 한국당 지도부까지 혹세무민에 동참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 노후자금 앞세워 경영권까지 박탈하고 연금사회주의라는 무거운 비판에도 아랑곳않고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렸다”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인민재판, 인격살인이 공공연히 벌어져 인민민주주의의 악이 아니면 뭐냐”고 색깔론까지 들이댔다. 무책임하고도 저열한 선동이다. 조 회장의 딸들과 부인의 각종 갑질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고인도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진그룹 일가의 일탈과 범법 행위들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했기에 고인의 이사 연임이 부결된 것이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외국 연기금, 소액주주 등이 반대했다. ‘제왕적 가족 경영체제’가 빚어낸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주주들의 결정은 정당한 것이다. 명백한 범법 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문제 삼는 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재벌과 그 오너들은 치외법권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고인의 공과는 그것대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공당인 한국당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고인의 죽음을 정치공세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참으로 무도한 짓이다. 국가적 재난인 강원도 산불마저 서슴없이 정쟁에 악용했던 한국당이다. 물불 안 가리고 정부·여당에 흠집만 내면 된다는 한국당의 막가파식 질주는 그 의도가 성공할 리도 만무하지만, 대안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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