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초청, 이들의 어려움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니 다소 의외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카드사들의 높은 문턱 때문에 수수료 인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제로페이는 홍보 부족과 사용의 어려움으로 무용지물에 가깝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 신청도 못한다” 등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7조원 규모의 금융지원과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보호 확대 등이 추진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기대 이하였던 셈이다. 해당 부처 장관 등은 문제해결을 약속했고, 문 대통령도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직접 설명까지 했다고 하니, 뒤늦게라도 잘못이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이 자리에선 최저임금 동결 주문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결정 과정에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으나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속도는 조절하겠으나 정부정책의 일관성은 지켜나가겠다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 대화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마친뒤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만남은 중소·벤처기업, 대·중견기업, 혁신벤처기업에 이은 경제계와의 4번째 소통자리로 소상공인연합회 등 36개 관련 단체와 자영업자 등 총 16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영업자의 고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는 670여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10곳 중 7곳은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600조원이 넘고, 증가율도 가파르다. 생존하더라도 대출금·임대료·인건비 부담 때문에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만~200만원 수준이다. 말이 좋아 ‘사장님’이지 실상은 ‘질 낮은 노동 현장의 저임금 노동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를 자영업자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18조원 규모의 전용상품권 발행, 30곳의 구도심 상권개발,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 100% 확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도 약속했다.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은 보호와 지원 등 전 부문에 걸쳐 망라돼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없으면 공염불이다. 정조 임금은 “백성이 배고프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의 목숨이 달려있는 사안이라면 잠시라도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들도 자영업자 대책에 모자란 것은 없는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피고 또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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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4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5·18 망언’을 한 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내놨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는데,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유보했다. ‘전당대회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를 유예받는다’는 당 선출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당은 설명했다. 두 김 의원이 오는 27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와야 징계한다는 것이다. 피 흘려 민주주의를 사수한 시민을 모독한 의원들에 대해 당규를 내세워 보호막을 치다니 너무나 안일하다. 진정성 없는 ‘징계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의원에 대한 제명은 당 징계위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징계는 당 소속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해야 효력이 생긴다. 그런데 이 의원에 대한 당내 동정론이 만만치 않아 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이 의원은 당에서 제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두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유예는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당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징계위에 회부했다면 한심하다. 알았다면 후보로 등록할 때까지 이들에 대한 징계를 늦춰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이들이 당선되어도 문제다. 한국당은 과연 제명 처분 대상자를 당 대표나 최고위원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15일 (출처:경향신문DB)

더욱 경악할 일은 이들 징계에 대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내부의 인식이다. 김 위원장은 징계유예를 비판하자 “국민의 대표인 의원에 대한 징계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따져가며 처리해야 한다”면서 “인민재판식으로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반박했다. 망언 파동 초반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더니 끝까지 시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당의 단합을 거론하면서 이번 징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망언 파문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을 보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태도가 공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시민들은 5·18 망언을 보면서 한국당을 향해 민주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당이 진정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세 의원 모두 깨끗이 제명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퇴출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동참하는 게 맞다. 제1야당이 5·18 망언 의원들을 감싸면서 정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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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얘기에 뭐 그리들 조심스러운지. 속 시원히 말하지만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 차 뒷자리에서 죽은 여자의 수가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인보다 많습니다.” 2017년 개봉된 영화 <나는 부정한다(Denial)>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영국의 사학자 데이비드 어윙(티모시 스폴 분)의 연설로 시작한다. 그는 “히틀러의 부관 루돌프 헤스는 독일의 영웅이자 순교자이고, 아우슈비츠엔 가스실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정론’은 실화를 옮긴 <나는 부정한다>의 ‘데자뷔’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우파는 5·18 문제만 나오면 꼬리를 내린다. 힘 모아 투쟁하자”고 했다. 이종명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했고,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으로 세금을 축낸다. 명단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하나같이 역사를 비틀려는 망언들이다. 극우논객 지만원씨는 “전두환은 영웅이다. 5·18은 북한군이 주도한 게릴라전이다”라는 궤변을 쏟아냈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다양성의 일환이다”라는 한국당 지도부의 두둔 발언도 이어졌다. 이 정도면 ‘5·18 부정론’은 고개를 든 수준이 아닌, 대놓고 부정하겠다는 ‘시위’ 수준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14일 (출처:경향신문DB)

이들은 부정의 근거로 “북한 인민군의 최근 사진 속 인물들이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과 일치한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발포명령을 한 바 없다” 등 주장을 편다. 이는 “히틀러의 유대인 몰살 명령서는 없다” “가스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이 지어낸 괴담으로 보상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다” 등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 늘 하던 말이다. “국가나 군이 ‘위안부’ 제도에 관여했다고 증명할 문서 기록이 없으므로 일본군 위안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일본 부정론자들의 주장도 다를 바 없다.

역사적 진실을 폄훼하는 부정론은 왜 제기되는 걸까. 최근 <기억 전쟁>을 펴낸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역사적 진실이라는 기억에 흠집을 내려는 ‘기억 정치’”라며 “부정론자들은 자신의 말이 틀리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 혐의를 진실에 덧씌우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부정한다>로 다시 돌아가보자. 어윙은 “나를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로 언급, 모욕했다”며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데보라 립스타트 교수(레이철 바이스 분)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다. 이후 4년간 32차례의 법정다툼이 벌어진다. 어윙의 역사 부정은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슨 분)에 의해 차례차례 허물어진다. “가스실에 구멍이 없으니 아우슈비츠에는 가스실이 없다”는 주장은 “가스실은 영안실과 나치 친위대 대피소였다”는 어빙 자신의 비논리적 진술로 무너진다. 일기에 적은 ‘난 유대인도 혼혈도 아닌 아리아인 아기. 유인원이나 흑인과는 결혼할 생각 없네’라는 어린 딸의 시 내용 때문에 어윙이 인종주의자, 반유대주의자라는 사실도 들통난다. 램프턴은 어윙이 저지른 25개 이상의 역사왜곡 사실을 들어 고소의 부당함을 지적했고, “어윙은 고의적으로 증거를 왜곡하고 조작했다”는 역사적 판결에 다다른다.

법정공방의 결론으로 홀로코스트 부정론이 사법적으로 단죄됐다는 점은 통렬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 도중 판사가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때문에 고심하는 것에서 확인되듯, 학문의 영역 내에 있어야 할 역사적 주의·주장을 사법적으로 정의했다는 오류를 범한다. 이는 어윙이 법원 판결 직후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마치 승리자인 양 말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부정론자들은 혐의 덧씌우기와 법정다툼을 통해, 역사적 진실에 흠집을 내는 데 성공했다고 자위하는 것이다.

여기에 ‘5·18 부정론’을 마주한 한국 사회의 해법이 존재한다. ‘5·18은 전두환 등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벌인 민주화운동’이라는 진실은 변할 수 없다. 북한군 개입설은 국방부도 “근거가 없다”고 부인한 사실이다. 부정론자들의 의도대로 ‘5·18’을 다시 법정에 세우려 한다거나, 또 다른 혐의를 덧씌우려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더디더라도 학계에서 걸러지도록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편견과 폭력을 부추기는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 포괄적으로 다루면 될 일이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면 기억은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다. 산 자가 죽은 자의 목소리에 응답해서 그들의 원통함을 달래야 한다”는 것이 &lt;기억 전쟁&gt;의 결어다. 곧 활동을 시작할 ‘5·18 진상규명특별위원회’는 물론 살아 있는 우리 국민 모두가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광주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인 것이다.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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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첫번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투자)가 소득 없이 끝났다. 한진그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한항공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3월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이 이사 연임에 나설 경우 반대표 정도는 던질 수 있겠지만 이건 예전부터 해온 일이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선 이사 해임 규정과 관련한 정관변경을 추진키로 했는데, 이 역시 총수 일가 지분이 30%에 달하는 한진칼에서 국민연금 의도대로 정관이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업의 범법행위에 책임을 묻겠다”고 독려했지만 결과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적어도 스튜어드십 코드의 정치적 독립성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으니 반겨야 할 일일까.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일 강경 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눈높이를 올려놓은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애초에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업을 응징하는 ‘정의구현’에 나서겠다는 발상부터 무리수였다. 범죄와 일탈을 일삼는 재벌들을 응징하는 것은 법의 몫이지 국민연금이 할 일은 아니다. 주식을 사고팔아 연금 재정을 늘려야 하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는 양날의 칼이다. 예컨대 가만히 있으면 주식으로 100원을 벌 수 있는 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로 경영참여에 나선다고 가정해보자. 경영참여로 회사가 나아져 100원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오히려 100원보다 더 못한 수익이 돌아올 걱정을 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소득 없이 끝난 가장 큰 이유다.

적어도 정의구현보다는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찾아야 하는 첫번째 교훈이다. 연금으로 경영참여까지 갔을 때 장기적으로 재정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객관적 자료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논의에 참여했던 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은 “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회의자료로 만들어 온 200페이지 분량 자료 중 150페이지가량이 증권사 리포트였다”고 한탄했다. 재벌 눈치를 보는 증권사 리포트가 위원들에게 제대로 된 기업분석 자료를 제공했을 리 없다. 상근직도 아닌 전문위원들이 이렇게 급조된 티가 팍팍 나는 자료를 바탕으로 경영참여에 나서자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번엔 왜 못했냐고 타박할 것도 없다. 연금의 기존 주식관리업무만으로도 정신없는데, 객관적인 리포트를 뚝딱 만들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 단계부터 문제제기 됐던 부분이다. 필요하다면 인력과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보다 양질의 분석자료를 만들어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위를 지원해야 한다.

두번째 교훈은, 예상대로 ‘재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금의 경영참여 여부 논의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말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을 만나 입장을 물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수년째 ‘1000원 배당’으로 유명한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이 배당확대를 요구하자 곧바로 “싫다”고 응수했다. 총수들이 대차게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들이 지분을 틀어쥔 채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스튜어드십 코드로 뭘 하든 별 힘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튜어드십 코드 하나 갖고는 안된다. 재벌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처벌하는 법을 더 만들어야 한다. 국회에 1년 넘게 잠들어 있는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역시 국회에 제출된 상태인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과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이 현 정부의 ‘공정경제’를 실현하기엔 턱없이 함량미달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공정거래법 개정안 작업을 주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내 몇 안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적극적인’ 찬성론자다.

<송진식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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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3일 ‘2019년 1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월 취업자 수는 2623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는 재작년 30만명 수준의 증가에서 지난해 10만명 정도로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올해 15만명 증가를 목표로 했는데, 첫 달부터 암담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연히 실업자 증가와 실업률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실업자는 20만명 이상 급격히 늘면서 122만4000명에 달해 2000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1월 기준)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4.5%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노인일자리사업 조기실시에 따른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고용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모습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한국 경제의 ‘허리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의 고용 악화다. 경제 버팀목들의 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가계를 불안하게 하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악재다. 이번에 청년층의 실업률 하락이란 긍정적 지표도 나왔지만 허리층 붕괴의 충격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제조업 분야의 취업자 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월 감소로 전환된 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올 1월에는 취업자 수가 17만명 줄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작금의 국내외 경제 여건으로 볼 때 조기에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고용정보원은 올해 실업률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실업률 4%를 면하기 힘들게 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일자리 사정 악화가 엄중한 상황임을 피력하면서 “일자리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별 경쟁력 제고방안과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가 일자리위원회까지 만들어 최우선으로 일자리 늘리기를 추진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면서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해를 넘겨서도 성장과 일자리 지표 모두 역주행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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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뒤늦게 사과와 함께 ‘5·18 망언’ 3인방을 당 윤리위에 회부해 뒷북 징계 수순에 들어갔지만, 사과의 진정성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과연 반헌법적 망언의 무게에 걸맞은 강력한 징계를 결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데다 당사자들의 적반하장 행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5·18 망언을 쏟아낸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사죄는커녕 ‘허위 유공자’ ‘북한군 개입’을 들먹이며 망발을 이어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규정한 이 의원은 ‘북한군 개입 검증’과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조건으로 의원직 사퇴를 운위했다. 5·18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매도했던 김순례 의원은 ‘사과문’이란 걸 내면서 “허위 유공자를 걸러내야 한다”고 또다시 희생자들을 욕보였다. ‘5·18청문회’를 주선한 김진태 의원는 “진의가 왜곡됐다”면서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사과 같지 않은 사과 모양새를 취하면서 북한군 개입설과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론, 5·18민주화운동을 끝까지 폄훼하려는 망동이다. 어느 한구석 반성의 기미조차 찾을 수 없는 파렴치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영령들을 모독하는 이런 만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준엄한 단죄가 수반되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5·18 망언을 한 세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찬성하는 여론이 64.3%로 압도적이었다. 한국당이 오매불망하는 대구·경북에서도 제명 찬성이 57.6%에 달했다. 앞서 260개 보수단체들이 “반국가적 행위”라고 규탄할 만큼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옹호한 이들의 행각은 진보, 보수를 떠나 용납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국당은 13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도 당사로 몰려가 ‘징계 반대’ 시위를 벌인 태극기부대 등 극렬층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터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들의 5·18 망언이 ‘헌법적 가치와 법치주의 존중’을 규정한 당 강령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당을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책임도 크다. 출당 등 중징계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만에 하나 물타기식 솜방망이 징계에 머물 경우 분노한 민심은 한국당을 직격하게 될 것이다. 여야 4당은 지난 12일 세 의원의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의원직 제명’ 추진을 천명했다. 광주영령 앞에 무릎 꿇고 속죄하기는커녕, 아직도 궤변으로 5·18 폄훼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들에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신분은 가당치 않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추방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왜곡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제2, 제3의 준동을 막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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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5·18 공청회 문제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희생자·유가족과 광주시민들께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5·18 관련 당의 공식 입장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민주화운동이었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진실을 왜곡하거나 5·18정신을 폄훼하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5·18 망언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처음엔 “당내 문제” 운운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뒤늦게 대국민사과를 내놓은 건 보수단체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2월13일 (출처:경향신문DB)

그러나 한국당의 이런 ‘뒷북 사과’는 충분치도 않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당을 대표해 사과한다면서도 망언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 처리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떠넘겼다. 한국당이 추천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후보 3명 중 2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선 건 더 어이가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와대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라고 하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이러니 무슨 사과를 해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문제가 된 진상조사위원들은 지난달 추천 때부터 극우이념 성향으로 부적격자 지적을 받은 인물들이다. 이 중 한 사람은 군 출신 보수인사로, 군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주세력이란 점에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았다. 다른 한 사람은 기자 출신으로 1996년 ‘월간조선’에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라는 기사에서 이미 사실로 드러난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공수부대원들의 성폭행 의혹 등에 대한 보도가 과장·왜곡됐다고 주장했다. 5월단체들은 이들의 과거 경력과 발언에 비춰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추천을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의 거부는 역사적 진실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반발하고 있으니 뭐 싼 놈이 되레 화를 내는 꼴이다.

백 번 사과보다 한 번 행동이 더 중요하다. 한국당이 진정 5·18 망언을 반성한다면 당장 이런 진상조사위원부터 교체하는 게 온당하다. 망언 의원들에 대해서도 최고 수위로 단호히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으로 넘어갔던 게 범죄적 망언을 불러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번 사안을 곧 지나갈 소나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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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을 앞두고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3·1절 특별사면과 관련해 법무부에서 실무 차원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특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에 사면이 실시되면 문 대통령은 2017년 말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째로 특별사면권을 행사하게 된다. 청와대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반대, 사드 배치 반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 및 세월호 관련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참가했다가 처벌받은 사람들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첫 특사가 민생·생계형 사범 중심으로 매우 제한적이었던 데 비해 이번 특사는 대상과 범위가 상당히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행사하는 헌법적 고유 권한이며 통치행위다. 형이 확정된 특정 범죄인에 대해 국회 동의 없이 형 집행을 면제·경감하거나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주는 제도이다. 사면권이 절제되고 엄격하게 행사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일부 대통령이 사면권을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해 국민적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보수진영에서 벌써부터 ‘코드 특사’ 운운하며 공세를 펴는 일은 합리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집행에 반대하다 처벌받은 시민들을 사면하는 것은 법 적용의 오류를 뒤늦게나마 교정하고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온당한 조치다.

더욱이 올해 3·1절의 의미는 각별하다. 대한민국의 뿌리를 이루는 3·1운동이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100년 전 3월 이 땅의 민초들은 모두 거리로 나가 만세를 불렀다. 신분·성별·연령·지역 따위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고 하나가 되었던 그날을 되새기며 통합과 화합 차원의 특사를 단행하는 일은 의미가 작지 않으리라 본다.

청와대는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한다는 대선 공약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칙은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 재벌총수나 정치인, 전직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은전과 시혜를 베푼다면 시민의 상실감이 깊어지고 사법 불신은 심화될 것이다. 이번 3·1절 특사가 사면의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면서 사회통합과 정의실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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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 6명이 10일 2·27 전당대회 일정을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당대회가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겹치면서 베트남발 정상회담 태풍에 전대 컨벤션 효과가 날아갈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당 선관위는 ‘전대 연기 불가’ 결정을 분명히 했다. 만약 이들이 12일 후보등록일까지 전대 불참 방침을 고수한다면 전당대회는 황교안·김진태 두 후보만으로 치러질 판이다. 탄핵을 당하고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겪은 정당이 오랜 지도부 공백을 끝내고 새 출발하는 마당에 이런 문제 하나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심재철 , 정우택 의원이 10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화 통화로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혀 공동 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그렇지 않아도 한국당은 당권 레이스 시작부터 친박·비박계 편가르기를 노골화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황교안 전 총리가 진짜 친박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배박(배신한 친박)’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황 전 총리는 “특검의 1차 수사 종료 후 수사기간 연장을 막아 박 전 대통령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반박했다. 그는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며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고, 특검을 종료하는 게 국정 안정에 바람직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그런데 이제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자기 입으로 실토한 것이다.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이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대의원들의 친박 정서를 업겠다고 시대착오적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이 당은 멀었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당은 당 지지도가 탄핵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해묵은 색깔론에 친박·비박 타령, 수구세력의 재등장으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날조하고 유공자를 모욕한 망언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석방 운운하며 탄핵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5·18을 부정하고 전두환을 옹호하며 5공으로까지 돌아간 것이다. 명색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사람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이런 자리를 만들고, 이런 말을 지껄인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게 한국당의 현주소다. 이러니 백번을 “잘못했습니다”라고 해도 신뢰받지 못하고, 천번을 “다시 태어나겠다”고 해도 외면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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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90.2%!”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기운이 쭉 빠졌다. 2~3주 전만 하더라도 80% 선에 머물던 부정 여론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관련 문항들에 대한 답변을 찬찬히 살펴봤다. 비로소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으로, 응답자(1000명)의 27.4%만이 ‘어떤 조건에서도’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반대 여론의 심층을 훔쳐본 느낌이었다.

곽노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금까지 여론조사들은 의원정수 확대 찬반만 묻고, 그 결과를 피상적으로 해석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은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관련 문항을 추가 설문했다. 반대론자(902명)에게 다시 반대 논거 2개를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두 개의 응답률을 합해 88%는 ‘예산만 축낼 뿐’이라며 반대했고, 이어 ‘의원 수가 늘면 정치투쟁만 강화된다’(43.6%), ‘권력자 수가 늘어나면 국민만 피곤하다’(36.5%), ‘정수를 확대해도 대표의 다양성 확보가 쉽지 않다’(31.9%) 였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조건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표본집단 모두에게 물어봤다. 응답자의 72.6%가 조건부 정수 확대 찬성론자로 드러났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조건부가 35.8%, 증원 비율만큼 의원 세비와 보좌관 수 동시 감축 조건부가 17.4%, 증원 비율만큼 의원 세비만 감축 조건부가 15.8%로 조사됐다. 의원 보수 동결만 해도 정수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3.6%였다.

촛불혁명을 거친 국민들은 직접민주제적 주권자 권리를 너무나도 갈망한다. 국회가 필요한 개헌안을 안 내놓으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고 싶어 한다. 입법에 실패하면 직접 법률안을 발안하고 싶어 하고, 나쁜 법률을 만들어내면 직접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이런 요구가 얼마나 강한지 국민개헌발의권은 78.6%, 국민법안발안권은 82.8%, 신규 법률 거부 국민투표권은 82.4%,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88.0%의 지지를 받았다. 국회의원 선수제한제가 필요하다는 국민들도 68.4%나 됐다. 우리 국민은 국민소환제와 선수제한제,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를 도입해 국회의 일탈과 무능에 철퇴를 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이게 민심이다.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인스턴트 여론조사로 드러난 결과를 ‘민심’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무조건 옳다고 주장해선 안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신줏단지 모시듯 존중하려 한다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 ‘주권자 권리 강화 민심’도 똑같이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조사 결과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자세는 자기중심적으로 여론을 가지고 노는 것일 뿐 여론을 존중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선거제 개혁에 이어서 본격 검토하기로 원내 5개 정당이 합의한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헌’ 테이블에도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카드를 올려놓는 걸 당연시할 게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국민이 국회에 몽땅 넘겨준 헌법 개정 발의권과 입법독점권을 되찾아오는 일이 더 우선이라고 말해준다.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이 의뢰해서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 우리 국민의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입장은 분명하다. 근본적 국회 개혁에 대한 확실한 여야 합의 없이는 의원정수 확대를 결연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임기 중에라도 부패비리 국회의원을 쳐낼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의원 세비와 보좌관을 증원 비율만큼 혹은 절반으로 줄이며, △국민발안권과 국민표결권을 신설해서 국회의 개헌독점권과 입법독점권을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합의하면 의원정수를 확대해도 좋다는 것이다. 요컨대, 작금의 의원정수 확대 반대 컨센서스는 무능국회, 특권국회, 비리국회에 대한 강력한 국민 불신의 표출이자 고강도 국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요구라고 해석된다. 이것이 ‘의원정수 확대 반대 90.2%’ 여론의 참뜻이다. 국회를 리셋하라!

<곽노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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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유한국당‘다운’ 갈라파고스적 상상력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자 ‘신북풍’ 음모론을 꺼내는 발상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전당대회와 정상회담 날짜가 겹친 것에 여러 해석이 있다. 혹여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북풍’이라 함은 북한이 한국당을 견제하려 전당대회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도와주려고 북한이 돌발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가 치열한 협상과 줄다리기 끝에 확정한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한국당 전당대회를 덮으려 했다’는 음모론에 대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당권 주자들의 음모론은 인용하기에도 낯 뜨겁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감쇄)하려는, 북측이 문 정권을 생각해서 한 술책”이라고 했고, 김진태 의원은 “미·북 회담 일정, 하필 한국당 전당대회 날이다.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가 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기껏 한국당 전당대회에 대입하는 과대망상은 그야말로 구제 불능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이 전당대회 일정을 정할 무렵 이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에, 대략 장소는 베트남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북·미 정상회담과 겹쳐 전당대회 흥행에 비상이 걸렸으면 남 탓하지 말고 일정을 조정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자기들만의 잔치로 치르면 될 일이다. 군색해진 처지는 모를 바 아니나, 정쟁에 눈이 멀어 ‘신북풍’ 운운하며 덮어놓고 재나 뿌리자는 몽니를 부릴 일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북풍’ 공작을 일삼으며 선거 때마다 ‘재미’를 봤던 한국당이다. 한국당이 그리 떠받드는 미국이 전당대회 흥행을 깨려는 북한의 술책에 말려 정상회담 일정을 조정했다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꼴이다.

전대미문의 지방선거 참패는 “선거 직전에 열린 미·북 정상회담 쓰나미”(나경원 원내대표) 때문에 당한 게 아니다.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 흐름을 외면하고 “희대의 위장평화쇼”라는 냉전수구의 틀에 사로잡힌 것 때문에 유권자의 버림을 받은 것이다. 변한 것이 없다. 남북 대치와 전쟁 위기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며 생존해온 냉전 보수의 이해에 갇혀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케케묵은 색깔론, 하다 하다 ‘신북풍’ 음모론까지, 한국당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평화 장정에 제동을 거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한국당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지향에만큼은 정략을 넘어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연목구어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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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주 목요일(1월31일)에 임명 사실을 발표한 국립현대미술관장 이야기다. 당시에 기사를 썼지만, 이번 칼럼을 통해 다시 이야기하려 한다. 문체부가 기대한 바와 달리 설 연휴 기간에도 나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선 절차의 문제점을 잊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11월 공모를 시작한 지 2개월여 만이었다. 공식 발표는 임명이 결정된 이날이 아니라 다음날(2월1일)이라고 했다.

‘꼼수’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1일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금요일이었다. 독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금요일이 되면 뉴스를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여기에 설날까지 있으니 뉴스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새로 뽑혔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31일 오전 윤범모 관장에게 내정 통보 사실을 확인한 뒤 부랴부랴 기사를 썼다. 문체부는 내정 사실 보도가 이어지자 이날 오후 새로운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선정됐음을 발표했다.

윤범모 신임 관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1979년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계간미술’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전시기획자 겸 비평가로 발을 넓혔고 가천대(옛 경원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큐레이터협회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등도 지냈다.

민중미술 계열과 활발히 교류했다. 1980년대 새로운 미술운동을 일으킨 소집단 ‘현실과 발언’ 창립 멤버였고, 민족미술협의회 산하 ‘그림마당 민’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2014년에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로 일했다. 훌륭한 경력을 지닌 기획자이자 미술사학자다. 개인적으로 만나 본 적은 없으나 원만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알고 있다. 취재원들은 대부분 ‘좋은 분’이라고 평했고 미술기자를 한 선배들에게도 나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적인 평가일 뿐이다. 무엇보다 윤범모 관장은 미술관의 관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 다른 행정경험도 없다. 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관 등 4개관을 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예산은 632억원이고 직원도 100명이 넘는다.

이전에 관장 경력이 없다고 해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 수행을 못하란 법은 없다. 정부가 행정업무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고위공무원 역량평가’라는 제도도 있다. 그런데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윤 관장을 포함해 최종후보로 오른 3명에게 역량평가를 면제시켜주려 했다. 윤 관장을 제외한 2명은 전직 미술관장으로 행정경험이 이미 있었다. 경향신문 등이 ‘내정된 특정 후보를 위해 문체부가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체부는 역량평가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역량평가에서 최종후보 3명 중 윤 관장 등 2명이 낙제점을 받았다. 정상적이라면 나머지 1명이 ‘단수후보’로 도종환 문체부 장관에게 추천되어야 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떨어진 2명에게 재평가 기회를 부여했다. 윤 관장은 이번에는 통과했고 최종 낙점을 받았다. 윤 관장은 “역량평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절차를 다 밟았고 다 잘됐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벌써 ‘코드 인사’란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코드 인사’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정권과 호흡이 맞는 인사가 기관장직을 더 잘 수행할 수도 있다. 문제는 ‘코드 인사’가 아니다. ‘꼼수’로 공모절차를 통과한 것이 더 큰 흠이다.

윤 관장이 앞으로 3년간 보란듯이 관장직을 해내길 기원한다. 진심이다. 다만 이것 하나는 기억하겠다. 절차적 정당성에는 분명히 하자가 있다.

<홍진수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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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유죄 판결 및 법정구속과 관련, 여야 정치권의 대응이 저열한 진영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판결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대선 국면에서 댓글순위를 조작하는 등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면 중대한 범죄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민의의 공론장을 유린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반민주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급심 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선 당시 댓글조작 공모 혐의가 인정된 1심 판결만으로도 여권은 사안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대처를 하는 게 마땅하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데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 ‘재판 불복’을 선동하고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이라며 정쟁화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민주당은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란 공식기구까지 꾸려 재판부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특정 판결을 두고 공당이 ‘판사 탄핵’까지 거론하며 사법부를 겁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해치는 처사다. 재판을 담당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2년간 비서실 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문제된다고 판단했다면 사전에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기라도 했어야 한다. 막상 재판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오자 ‘보복 판결’ 운운하는 것은 무능과 태만을 호도하려는 것일 따름이다. 성 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수수 등과 관련해 8년 실형을 선고할 때는 ‘용기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하더니,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적폐 판사’라고 한다. 이율배반이다.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사법부를 온통 자기편으로 구성해 재판이 전부 자기들 뜻대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사법농단이다. 여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이고 억울한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손치더라도 일단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항소심에서 진실을 가리는 게 순서다.

자유한국당이 대선 불복의 프레임까지 꺼내들고 있는 것 역시 꼴사납다. ‘드루킹 사건’은 민간 차원에서 댓글조작을 했다는 점에서 국가 권력기관이 직접 벌인 과거 정권의 사건과는 궤를 달리한다.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 특검’을 운위하는 것부터가 정략적 이용이다. 정치적 이득에 눈이 멀어 정쟁을 부추긴다면 역풍만 불러올 뿐이다. 집권당 시절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은 한국당은 손가락질할 자격이 없다.

여야 공히 진영 논리에 매몰돼 ‘김경수 판결’을 정쟁화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관련 책임자를 낱낱이 가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아직 1심에 불과하다. 최종심까지 증거와 법리를 통해 진실을 다툰 뒤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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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30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댓글조작을 수동적으로 보고받은 데서 나아가 작업할 기사 목록 등을 주고받으며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드루킹 일당도 줄줄이 유죄가 인정됐다. 아직 1심 판결이지만 댓글조작 공모 혐의가 사실이라고 법원은 본 것이다. 선고 뒤 김 지사는 “진실을 외면한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여권의 차기 주자로까지 꼽혔던 그의 구치소행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월 31일 (출처:경향신문DB)

이번 재판의 쟁점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김 지사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을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뿐만 아니라 6·13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김씨가 추천한 사람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겠다고 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혐의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가 진술과 물증의 신빙성을 그만큼 높게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드루킹 사건은 민간차원에서 댓글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정보기관이나 군이 직접 나선 과거 정권 사건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러나 여론을 조작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는 민관을 불문하고 중대범죄다. 김 지사의 유죄 선고로 드루킹 일당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둘러싼 의혹은 다시 불거지게 됐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이에 관여했거나 알았다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자칫 당선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철저히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선고 이후 “사법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판결”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집권 여당이라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법원을 모독하기 앞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엄격하게 대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댓글조작의 ‘수혜자’로 지목된 이상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2016년 홍준표 경남지사가 1심 유죄를 받을 당시 “지사직 즉각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그 주장이 지금 김 지사에게 똑같이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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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 내용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뭘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고향 촌구석에 고속전철역이라니! 9년 뒤면 설, 추석에 편히 갈 수 있다며 설레야 하나. 한편으론 씁쓸하다. 이게 필요한 짓인가 싶어서다.

자, 대한민국 지도를 펴보자. 당신이 대통령, 장관이라면 어디에다 뭘 만들어주겠는가. 일차적 기준점은 비용·편익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권에 뭐든 깔아야 손해를 안 본다. 지방도 대도시 중심으로 엇비슷하다.

왜냐. 가장 욕을 덜 먹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 비용·편익이 높게 나온다. 이렇게 개발해온 게 그동안의 관성이다. 이런 현실에서 영남 골짜기를 관통하는 고속철이라니,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다. 균형발전을 향한 원대한 기러기, 고니의 뜻을 어찌 제비, 참새가 알겠냐마는.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월 30일 (출처:경향신문DB)

결국 문재인 정부도 “구시대적 토건공화국”이니 하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일단 경제가 안 좋다고들 난리니 몸이 달았다. 사실 지금 경제 문제라는 게 굉장히 구조적인 거란 사실은 솔직히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문재인 정부 잘못만이 아니다. 반도체 고점론이 나오지만 워낙 ‘비정상적 호황’이었다. 위기론에 떠밀려 삼성에 너무 끌려가지 마라. 자동차 산업이 힘든다는 것 또한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논란의 근원도 실은 따로 있다. 과도한 자영업 비중의 구조적 문제 탓이다. 마치 이런 일들 때문에 경제를 망친 정부라는 ‘누명’을 자처하고, 왼쪽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하려는 게 아닌가.

요새 정부·여당 쪽 인사들 움직임을 보면 심히 걱정스럽다. 툭하면 “우리는 반기업이 아니라 친기업”이란 말을 달고 산다. 즉 재벌개혁 하랬더니 그들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모양새다. 우리는 기억한다. 참여정부는 관료와 재벌에 포섭돼 뜻하던 바를 채 이루지 못했다고.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을 개혁해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사회로 대한민국호 방향키를 틀자는 게 2년 전 겨울에 터져나온 서민대중의 절규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얼마나 뛰었는가. 근래 좀 가라앉았다고 안도하고, 성장률 숫자 올리겠다고 땅부터 파겠단다. 성장률 3%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든,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

국토에 삽질을 해대면 당분간 일자리가 늘고 성장률도 올라갈 것이다. 그걸로 총선과 대선을 유리하게 치를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의 예타 면제 명분도 균형발전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쓸 종잣돈을 4대강에 쏟아부었다”며 비판해온 세력이 누구더라. 이런 식이면 유권자들 선택은 늘 빤하다. 그냥 자기 지역에 도로, 철도 많이 깔아주겠다는 놈 찍을 뿐이다. 진보·보수가 무슨 대수냐.

한번 짚어보자. 이른바 7호선의 양주신도시 연장이 왜 필요한가. 광역고속전철인 GTX는 3개나 깔아야 하나. 원인은 베드타운을 너무 크게, 외곽에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지역균형발전은 안 해놓은 채 잠자는 도시만 잔뜩 만든다. 그러곤 ‘균형발전’이란 억지논리를 내세워 도로, 철도를 까는 짓거리를 해온 게 역대 정부다. 예컨대 GTX-B 노선을 깔 게 아니라 인천 남동공단이나 마석 등지에 판교 2테크노밸리 같은 걸 만들어야지. 현실은? 또 GTX 공약을 총선, 대선용으로 우려먹을 일만 남았다. 유권자에겐 ‘희망고문’의 시작이다. ‘이부망천’이란 말이 다시 나돌도록 시민들 판단을 흐리는 정치다.

겉은 생채기가 나도 금방 낫는다. 그러나 속이 허물어지면 간단찮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번 예타 면제는 친기업 행보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루비콘강을 건너는 신호로 보는 이들이 적잖다. 몇 발짝 더 내디디면 돌아나오지 못할 게다. 그 후과는 누구의 몫인가.

<전병역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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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로 갈거나/ 가서는 허기져 콧노래나 부를가나/ 이왕 억울한 판에야/ 우리나라보다 더 억울한 일을/ 뼈에 차도록 당하고 살거나…”(박재삼 ‘서시’) 1950~1960년대 희망이라고는 찾기 힘든 절대적 절망에 빠져 있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을 담은 시다. “이 나라에 사는 것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차라리 남의 나라에 가서, 그것도 이 나라보다 수십 배 수백 배 억울한 일이 벌어지는 그런 나라에 가서, 억울함이 더 골수에 차고 차도록 살아보려 했을까”(송복 &lt;특혜와 책임&gt;). 좌절은 이 지옥 같은 땅을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다는 데서 깊어진다.

‘헬조선’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지옥(hell)과도 같다는 뼈아픈 자조다. 흙수저로 태어나면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도, 인간관계도, 꿈도 포기해야만 하는 젊은이들이 희망 없는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울분과 냉소의 언어다. 현실은 암울하고 미래 비전도 안 보이는 이 사회가 ‘지옥 같은 계급사회’라는 발화다. 여기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식의 위로나, “네가 ‘죽도록 노오력’하지 않았다”는 훈계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헬조선’ 담론이 확산되던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무역진흥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해결이 얼마나 화급한 일이냐, 그런데 국내에만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말할 수 있도록)”라고 외쳤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정부는 그 모든 탓을 청년들에게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비분은 “니가 가라! 중동”이란 말로 집약됐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강연에서 “젊은이들은 여기 앉아서 취직 안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신남방 국가를 가면 ‘해피조선’”이라고 말했다. 취업난도, 헬조선도 진취적이지 못한 청년들 탓으로 돌린 꼴이다. 청년들에게 ‘중동 가라’고 다그치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가 젊은이들이 ‘탈조선’하는 나라인가. 청년들이 아세안을 안 가봐서 ‘헬조선’이란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요. 그러니 청년들이 이리 분노하는 것이다. “니가 가라! 아세안.”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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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좋아하는 지식인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이른바 최애(最愛)하는 지식인은 역사학자 토니 주트(Tony Judt)다. 영국에서 태어난 유대인 주트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공부했고 미국 뉴욕대학에서 가르쳤다. 그는 전후 유럽에 대한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되는 &lt;포스트 워: 1945~2005&gt; 등의 저작들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주트는 학문적 탐구는 물론 대중적 계몽을 중시했다. 시대의 불의에 맞서 공론장에서 사회 정의를 위한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 ‘공적 지식인’으로서의 그의 지성사적 위상은 독특하다. 그는 반신자유주의자이자 반공산주의자였다. 지난 20세기 후반 서구 신자유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격렬히 비판했던 동시에, 동구 공산주의가 가져온 인간적 자유와 민주적 공론장의 훼손 역시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조건 없이 사랑했던 ‘완고한 사회민주주의자’였다.

주트가 남긴 저작 가운데 가장 마음 시린 저작은 &lt;20세기를 생각한다&gt;(2012)다. 자신의 명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는 루게릭병에 걸렸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젊은 동료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와 대화를 나누어 책으로 내놓은 게 이 저작이다. 이 책은 격동의 20세기를 가로질러온 주트의 역사학적·윤리학적 자서전이다.

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주의, 파시즘, 그리고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치열하게 싸우고 숨 가쁘게 이어진 역사가 지난 20세기였다는 게 주트의 진단이다. 이 저작에서 그가 도달한 결론은 명쾌하다.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평등의 삶을 위해선 정치가 중요하고, 그 정치는 사회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누구나 동의할 필요는 없다. 주트의 기대는 ‘소망적 사고’에 가깝다. 서구의 경우 현재 정작 목도하는 것은 사회민주주의의 위기와 좌우를 막론한 포퓰리즘의 발흥이다.

내가 주목하려는 것은 21세기에 대한 주트의 관찰이다. “우리는 공포의 시대에 다시 진입했다. (…) 성공적인 직업 경력을 쌓은 뒤 은퇴하여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의 확실성은 사라졌다.” 주트는 21세기가 열린 후 등장한 미지의 이방인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미지의 미래에 대한 공포를 환기시킨다. 정부를 위시해 그 누구도 더 이상 인류의 개인적 행복을 보호하기 어려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주트의 전망이다.

한 역사가에 대한 개인적 추억이 다소 길어졌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주트의 전망이 21세기가 진행돼 오면서 더욱 강화돼 왔다는 점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정치적 극단주의의 부상, 혐오와 차별 문화의 확산, 그리고 공론장을 뒤흔드는 가짜 뉴스의 범람이 21세기 지구적 풍경의 현주소이다. 이 현상들을 관통하는 정서가 바로 ‘공포’다. 문제는 이 공포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안은 정치가 정작 그 공포를 선동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지구적 현실은 우리 시대를 더욱 비관적으로 독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돌아보면, 1919년 3·1운동에서 시작한 지난 100년 우리나라 현대사는 ‘한국적 시간’과 ‘지구적 시간’의 격차를 줄여온 역사였다. 우리에게 중심을 이룬 한국적 변동의 시간과 변방에 놓인 지구적 변동의 시간이 가까이 다가와 중첩됐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와선 그 두 시간 사이의 거리가 이젠 사라졌다. 당장 2008년 금융위기, 미·중의 갈등과 협력, 그리고 ‘미투 현상’에서 볼 수 있듯, ‘지구적 현상’은 곧 ‘한국적 현상’이었다. 사회변동에서 안과 밖의 경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2019년 올해 우리 사회에 부여된 과제 중 하나는 과거 100년의 역사를 성찰하고 미래 100년의 전망을 모색하는 데 있다. 앞서 말했듯, 불평등, 극단주의, 혐오와 차별, 그리고 위기의 공론장은 세계사회의 현재이자 한국사회의 현재다. 지난 100년 ‘압축 발전’의 결과 우리 사회에선 이 현상들이 더욱 또렷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미래 100년의 설계에는 이 문제들에 대한 지속가능하고 실현가능한 해법들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제 다음주 2·8독립선언 100주년 기념식으로 시작해 지난 100년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행사들이 잇달아 열린다. 우리 사회를 연구해온 사회학자로서 나는 올해가 ‘기억에서 미래로’ 가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 국가적 차원은 물론 지구적 차원을 시야에 넣은 미래 100년의 비전 및 전략에 대한 국민적 토론이 풍성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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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평소 정치에 참여하는 비율은 물론이고, 가장 소극적인 정치참여인 투표에서도 20대의 무관심은 두드러졌다.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거의 모든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으니 말이다. 원래 선거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뽑는 일이기도 하니,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 한 요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투표 불참을 이렇게 변명하곤 했다. “바빠서 못했다.” “그놈이 그놈이다.” “누굴 뽑아도 바뀌는 게 없다.” “청년 후보가 없고 다 나이든 후보뿐이다.” 그러다 보니 조성주 같은,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물론 도덕성과 능력이 부족한 보수후보가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이 현상이 극복된 것은 박근혜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전 대통령 덕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보면서 젊은층은 잘못 선출된 권력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몸소 체험했는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대통령 하야를 외치던 장면들은 그들에게 더없이 좋은 민주주의 교육이었다. 이제 20대는 누구보다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집단이 됐다.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대형 커뮤니티의 최다 추천 글은 대부분 정치 관련 이슈로 채워진다.

아쉬운 점은 그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의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보고, 당선된 이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를 감시하는 게 제대로 된 관심이건만, 그들은 당파성에 빠져 편가르기에 매몰돼 버렸다. 자신들이 반대하는 진영의 의혹에 대해서는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이런 행태는 최근 화제가 됐던 손혜원 의원의 의혹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손 의원은 자신의 조카와 보좌관 등 지인들에게 목포의 건물을 사게 했다. 그 뒤 그는 문광위 위원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 해당 지역이 문화재거리로 지정되게 한다. 물론 그는 순수한 문화재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며, 투기가 전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의 선의를 십분 인정한다 해도, 그건 공직자로선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된 뒤 내가 소속된 단국대에 자금을 몰아주고, ‘대학 살리기의 일환이었다’라고 발뺌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손 의원의 부친이 독립유공자에 선정된 것도 석연치 않다. 손 의원은 부친 손용우씨를 독립유공자에 포함시켜 달라며 6차례나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현 정부 들어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손 의원이 피우진 보훈처장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했고, 둘은 국회에 있는 손 의원의 방에서 보훈신청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 뒤 보훈처는 심사기준을 변경해 손용우씨를 유공자로 만든다. 손 의원은 “어떤 특혜도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공직자로서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

이쯤 되면 “제가 공인으로서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 정도는 하는 게 정상이지만, 손 의원은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손 의원의 행동이 ‘이해충돌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지만, 손 의원은 흔들림이 없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며 SBS와 금태섭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자신이 뽑은 선수들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동열 감독에게 “사과하든지 사퇴하든지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광경을 떠올리면, 손 의원이 갖고 있는 사과의 기준이 궁금해진다. 손 의원이 이렇게 버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젊은이들이 손 의원을 편들어 주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점령한 그들은 ‘건물 값이 안 올랐으니 투기가 아니다’ ‘SBS는 적폐언론이니 믿어선 안된다’며 여론몰이를 했고, 손 의원 공격에 동조하는 이들을 ‘알바’로 몰아붙였다. 심지어 ‘부자라 돈에 관심이 없다’는 손 의원에게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주기까지 했으니, 손 의원이 의기양양할 만도 하다. 손 의원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정말 그가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손 의원이 만일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면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테니, 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비단 손 의원뿐이 아니라,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전 기재부 공무원 신재민의 폭로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다면, 지금처럼 그가 돈에 미친 사람으로 매도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게 진영싸움으로 귀결되는 게 해로운 이유는, 이런 상황에선 제대로 잘잘못을 가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 편의 비리는 무조건 옹호하고,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욕하는 현실에서, 당사자의 잘못은 온데간데없어지니 말이다. 정치에 대한 이런 식의 관심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며,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젊은층이 정치에 무관심했던 때가 더 나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성보다 당파성에 매몰된 관심이라면, 없는 게 나으니까.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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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손혜원 의원에 이어 자유한국당 장제원, 송언석 의원도 국회의원의 권한을 사적 이익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 예결위 간사로 활동하면서 역량강화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지정한 30개 역량강화대학 중 장 의원의 형이 총장으로 있는 동서대도 포함돼 있었다. 송언석 의원도 김천역을 지나는 남부내륙철도 사업 추진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왔다. 김천역 인근에는 송 의원 가족 명의의 상가 건물이 있다. 두 의원 모두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아니냐는 지적에 펄쩍 뛰고 있지만 세간의 시선은 따갑다.

공직자는 직무를 수행할 때 공정한 자세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임무·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해충돌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돼 직무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엔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법적 처벌이 없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해 실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장도리]2019년 1월 28일 (출처:경향신문DB)

2012년 당시 19대 국회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입법을 논의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삭제했다.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법안 명칭도 ‘부정청탁금지법’으로 반쪽이 났다. 법이 반 토막 난 이후 자녀·친인척 취업, 공사 특혜 발주, 부동산 투기, 재판 청탁 등 온갖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데도 알맹이가 쏙 빠진 법으로는 정치인의 이런 권한남용을 막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경우 지인 아들의 재판을 청탁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직 사퇴 외에는 아무런 징계조차 없는 상태다. 이제 보니 국회의원들이 이런 단맛을 염두에 두고 이해충돌 조항을 뺀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공직자가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막는 건 반부패 정책의 핵심이자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공직윤리규범이다. 미국 의회는 1962년 제정한 이해충돌 방지법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해충돌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공직자·정치인들을 놓고 사후에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이해충돌 방지법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이를 막는 게 옳다. 차제에 국회의원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반쪽짜리 입법을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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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예비타당성조사)입니다. 국가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재정관리의 절실함을 인식한 1999년에 태어났어요. 무분별한 토건사업의 남발을 막고 공공투자사업의 효율성을 담보하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제도죠. 예타 도입 전에, 정권의 이해와 지역이기가 맞물려 추진된 국책사업이 얼마나 끔찍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지는 당시 지방공항의 실패가 여실히 보여줬어요. ‘유학성공항’(예천공항), ‘노태우공항’(청주공항), ‘김영삼공항’(양양공항), ‘김중권공항’(울진공항) 등으로 불린 지방공항들은 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어요. 1300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취항할 항공사가 없어 개항도 못하고 비행훈련센터로 바뀌었어요. AFP가 2007년에 ‘10대 황당 뉴스’로 꼽았으니 말 다했죠.

예타는 비용편익만으로 타당성을 결정하지 않아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지수를 종합해 판단해요. 이명박 정부에서 예타를 패싱하는 편법이 난무했지만, 1999년 도입 이후 2016년까지 782개(333조3000억원) 대형 사업 중 273건(136조9000억원)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어요. 마구잡이 토건사업을 막는 ‘문지기’ 역할을 한 것이죠.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1월28일 (출처:경향신문DB)

세계적인 재정관리 우수 제도로 평가받던 예타에게 시련이 닥쳤어요. ‘토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요.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타를 거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 항목을 5개에서 10개로 늘려버렸어요. 토건국가로 질주할 고속도로를 뚫은 셈이죠. 이를 앞세워 밀어붙인 게 4대강 사업이었어요. 그뿐이겠어요. 광역별 30대 선도 프로젝트 중 21개 사업을 ‘예타 없이’ 추진했어요. 이명박 정부 5년(2008~2012년) 동안 ‘예타 면제’ 토건사업은 68개, 총사업비는 54조원에 달해요. 노무현 정부에 비해 최소 8배 이상 많은 규모예요.

차마 이럴 줄 몰랐어요. ‘토건 대통령’ 때의 삽질을 문재인 정부에서 겪게 될 줄 짐작이나 했겠어요. 이명박 정부의 광역별 30대 선도 프로젝트 이후 10년 만에 예타를 따돌리고 대규모 토건사업들을 밀어붙인다잖아요. 김경수 경남지사의 1호 공약인 남북내륙철도의 예타 면제를 대통령이 약속하더니, 이내 시·도별로 한 건씩 ‘예타 면제’ 사업을 나눠줄 판이에요. 남부내륙철도는 사업비(5조3000억원)가 올해 철도 전체 예산과 맞먹는 대형 SOC예요. 이걸 예타 면제로 풀어주는 상황이니, 다른 시·도들도 무조건 ‘최대 예산’의 토건사업을 들고 나선 것이죠. 이미 예타에서 탈락한 토건사업들이 수두룩해요. 개발과 토건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자유한국당 뺨치는 것 같아요. 남부내륙철도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어요. 박근혜 정부도 추진하려 했으나 예타에서 탈락해 어쩌지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살아났어요. “박근혜도 MB식 토건사업은 안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는 비판이 나올 밖에요.

모욕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런 토건 잔치는 ‘MB 따라하기’ 같아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예타 면제’ 사업을 광역별로 나눠주는 거나, 대규모 토건으로 단기적 경기 부양을 도모하는 땜질식 처방 모두 ‘MB식’이잖아요. “적폐로 비판해온 이명박 정부를 답습하는 꼴”(경실련 성명)이란 소리를 들어도 싸요. 아무리 지역균형발전이라 포장해도 ‘삽질’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토건에서 나쁘고 좋고의 유전자가 따로 있나요. 이명박도 4대강 사업과 그 많은 토건사업을 ‘예타 면제’로 추진하면서 매번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웠어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런 진단을 한 적이 있어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 정도를 쏟아부었다. 그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여할 수 있는 재정투자가 굉장히 약해졌다. 그 돈을 아마 4차 산업혁명 쪽으로 그 당시에 돌렸으면 지금쯤은 기술 개발이라든가, 인력 양성이 많이 돼서 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좋아졌을 것이다.” 이번에 시·도별로 1건씩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면 총사업비는 4대강 사업에 버금갈 거예요. 이 대표의 진단이 여권에 ‘칼’이 되는 게 아닐까요.

이제 예타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으니, 꼭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박근혜 정부 때 검토되다 흐지부지된 ‘최고정책당국자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것이죠. 정부나 지자체가 시행한 국책사업이 추후 실패한 사업으로 판명날 경우 최고결정자에게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죠. 이번부터 ‘김경수 철도’ ‘송하진(전북지사) 공항’ ‘이철우(경북지사) 고속도로’의 최고책임자들을 분명히 해 두자고요. 이게 유명무실해지는 ‘예타’를 대신해 지역이기주의와 포퓰리즘으로 추진되는 망국적 토건사업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글에서 화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의인화해서 설정한 것입니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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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