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안, 검찰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이후에도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 몇 자리를 더 얻겠다고, 끊임없이 개혁안을 후퇴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의 타협 가능성에 미련을 두고 있다.  

그러나 타협이 잘되면 개혁과는 거리가 먼 ‘누더기 입법’이 될 것이고, 타협이 안되면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뿐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자유한국당과 타협을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 의석을 배분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준연동형’으로 축소시킨 장본인도 민주당이다. 정당득표율의 50%만큼만 의석을 우선배분하는 ‘준연동형’은 이미 많이 후퇴된 안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40% 연동형 등 더 후퇴된 제안들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장면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다면, 어떤 얘기를 할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기회만 있으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3년 12월17일엔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4년 실시될 17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당시 한나라당에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래서 2004년 총선 전에 큰 틀의 선거제도 개혁을 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5년 7월엔 한나라당에 ‘선거제도 개혁만 한다면 대연정도 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거제도 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선거제도 개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되니까,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꼭 선거제도는 좀 고치고 싶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이것은 꼭 하고 싶다. 그래서 이 대연정의 제안은 소위 말하는 반대급부의 내용이고, 진정으로 제안한 것은 선거제도 고치자는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내놓더라도 선거제도를 꼭 바꾸고 싶다는 노무현의 꿈은 정치다운 정치를 만들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 염원은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이제 기회가 왔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해도 민주당의 의지만 있다면,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공수처법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는 왜 잔머리를 쓰는가? 내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데, 비례대표 몇 자리를 더 얻겠다고 개혁안을 후퇴시키려 하는가? 

‘합의 처리가 관행’이니 하는 얘기는 하지 말라. 아무런 근거 없는 관행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과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니까, 합의가 필요하다는 엉터리 같은 얘기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야구게임의 룰을 야구선수들끼리 합의해서 정하는가? 사실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의 룰은 국회의원들끼리 정할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기구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다. 그런데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권고했다. 이런 권고를 따르는 것이 맞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려는 것이다. 결국에는 비례대표 몇 자리를 더 얻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 그러나 ‘연동형’ 개념이 도입되면, 정당득표를 많이 하면 의석을 더 얻을 수 있다. 민주당도 내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을 더 끌어올리면, 비례대표 의석을 더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정정당당한 것이지,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꼼수’로 의석을 더 얻겠다는 것이 노무현 정신을 따른다는 정당이 할 일인가?

9일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다는 것도 시기를 미룰 핑계가 될 수 없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원내대표 후보자 가운데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찬성한다는 후보가 없다. 그렇다면 누가 되든, 개혁에 반대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는 역사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 문희상 의장은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9일 본회의에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 유치원3법의 순으로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11일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개혁입법을 완성시켜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어차피 며칠을 가지 못할 것이다.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언제까지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겠는가?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자유한국당은 저절로 흩어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로지 용기와 결단, 책임의식뿐이다. 제발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기억하기 바란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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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진 선거제도 개혁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난생처음 1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매일 녹색당 차원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권을 지적하고, 예산낭비 사례들을 폭로하며, 그간 저질러온 비리와 잘못들에 대해 고발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정치 불신을 더 부추기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대한민국의 정치 불신, 정치 혐오는 이미 극에 달한 지 오래다.

이런 정치 혐오, 정치 불신을 누가 만들었는가? 거대정당들이 장악한 국회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자기들끼리 연봉을 정하고,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국민들에게는 그것을 감춰왔다. 그래서 지금은 문제를 햇빛에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권 폐지는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국회다운 국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국회 앞에 자리를 잡으니,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공무원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해고된 분들이 집회를 했다. 해고된 지 벌써 15년이다. 해고자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복직특별법안이 심의되기를 하루 종일 기다렸다. 그러나 소위원회는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장애인단체들이 예산 확보를 요구하러 왔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문제 때문에 1인 시위도 벌어진다. 토건사업에 쓸 돈은 넘쳐나도, 사람에게 쓸 돈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온갖 특권을 누린다. 어떻게 정치를 불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특권 폐지·선거제도 개혁이 답이다. 문제는 의석수이다. 특권을 폐지하면 국회의원 숫자를 10% 늘리는 것은 현재의 국회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올해 6400억원인 국회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640억원을 삭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당한 특권과 예산낭비를 없애고, 1억5000만원이 넘는 국회의원 연봉을 삭감하고, 9명의 개인보좌진을 7명 수준으로만 줄이면 될 일이다. 이렇게 한 다음에 국회의원 30명을 늘려도, 들어가는 돈은 200억원이 채 안된다. 440억원 정도는 순삭감도 가능한 것이다.

국민세금 440억원을 절약하면서 국회의원 30명을 늘릴 수 있다고 하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렇게 하면 얼마나 감동적인 정치개혁이겠는가?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 의원 숫자를 안 늘리더라도 특권 폐지는 필요한 것이다.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국회의원들의 특권 폐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권 폐지가 중요한 이유는, 진짜 국가공동체를 위해 일할 사람만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어서 할 정책활동보다 국회의원이 되어 누릴 특권과 위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된다.

스웨덴 같은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우리보다 적은 연봉에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특권 폐지를 하면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이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향이지만, 설사 의원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특권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의 플랜 A, B, C도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고 의석수를 330석으로 늘리는 것이 플랜 A이다. 현재 국회 예산의 10%를 줄이고, 국회의원 숫자를 30석 늘려도 국회 예산은 오히려 440억원 정도 줄어든다. 그리고 330석을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80석으로 배분하면 된다. 그러면 농어촌 지역의 지역구를 줄이지 않고도 선거제도 개혁을 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의석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플랜 B라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지역구 의석을 몇 석으로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지역구 240석 대 비례 60석 얘기도 나오고,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 얘기도 나온다.

사실 ‘지역구 대 비례’ 비율보다도 중요한 것이 ‘연동형’이냐 아니냐이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은 여기에서 결판이 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만약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으로 하더라도, 온전한 연동형 방식을 적용하면 비례성은 더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으로 하고 싶으면 ‘준연동형’이 아니라 ‘연동형’을 채택하면 된다. 그것이 개혁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

플랜 C도 있다. 그것은 현행 300석을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으로 나누고 ‘준연동형’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에서도 비례성은 개선된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국민들에게 개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여권의 입법부 장악 시도”라는 자유한국당의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래서 플랜 B, 플랜 C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나 국회의원 특권 폐지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개혁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 민심을 더 공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로 바꾸면서 특권까지 폐지하겠다고 하면, 아무리 가짜뉴스가 판쳐도 국민 여론은 우호적으로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여당의 결단에 달려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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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시국이다. 자칫 대한민국의 역사가 다시 후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촛불의 힘으로 등장한 정권은 지지율이 떨어졌고, 퇴행적 수구기득권 세력은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큰 제도개혁은 여태 이뤄낸 게 없다. 개헌은 작년에 무산됐고, 마지막 남은 게 지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져 있는 검찰개혁(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과 선거제도 개혁(만 18세 선거권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지금은 이 두 가지 입법을 성사시키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이마저 무산된다면, 촛불은 아무런 제도개혁의 성과를 남기지 못한 셈이 된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먼저 할 것인지는 의미 없는 얘기다. 패스트트랙이라는 절차에 올려질 때부터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은 한배를 탔다.

그런데 두 가지를 모두 성사시킬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과의 3+3 협상이다. 이를 보면, 집권여당이 개혁을 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를 묻게 된다. 

지금 한국당은 공수처법과 선거제도 개혁 모두에 명확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온갖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이런 한국당과 협상을 해서 무슨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한국당의 ‘시간끌기’ 전략에 넘어가는 것일 뿐이다. 

지금 집권여당이 해야 할 일은 개혁을 하겠다는 세력과 협력해 국회 본회의 통과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합의했던 정당들과의 협력체계를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지난 10월23일 이들 정당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정치개혁공동행동 및 원외정당들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킬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가칭)대안신당의 유성엽 대표도 참석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에도 유승민 의원, 안철수 전 대표 쪽 의원들을 제외하면 협력이 가능한 상황이다. 집권여당이 의지를 갖고 이들과 협력하면 160석 남짓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검찰개혁, 선거제도 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다.

다만 법안 통과를 위해선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법안들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이 부분은 개혁을 하고자 하는 정당, 시민사회단체들과 협력해 진행하면 된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제도 개혁안은 국회의원 지역구를 현행 253개에서 225개로 줄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역구는 250개 정도로 하고, 전체 의석을 10% 정도 늘리는 게 현실적 개혁안이다. 10%의 의석 증대는 작년 12월15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서에도 ‘검토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던 부분이다. 둘째, 의석 증대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선 내년부터 국회의원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보좌진 규모 축소, 각종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에 대해서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개혁을 하고자 하는 쪽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최근 한국당 측이 퍼뜨리는 가짜뉴스를 보면, 민망할 정도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반부패수사기구는 영국에도 있다.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erious Fraud Office)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나라가 반부패를 위한 기구를 확대하는 추세다. 유엔 반부패협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 등이 체결되면서 전 세계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떻게든 부패를 없애야 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가 심하고, 검찰·국회 등 부패 감시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공수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공수처장 임명 절차는 검찰총장 임명 절차보다 훨씬 까다롭다. 7명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중 6명이 찬성해야만 추천이 가능하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추천을 하지 못한다. 변호사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대한변협 회장도 추천위원인데, 이 정도 추천 절차의 독립성은 확보됐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국회 동의 절차를 추가로 거치게 해도 좋다. 어쨌든 공수처는 지금의 검찰보다는 훨씬 독립성이 확보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런 공수처를 두고, 장기집권을 위한 도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가짜뉴스다. 

한국당 측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서도 ‘입법부 장악 의도’라고 하는데, 한심한 얘기다.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자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이것이 입법부 장악 의도라면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낮은 정당득표율을 얻겠다고 스스로 결심했다는 얘기인가?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정당득표율을 높이면 자기 정당의 의석이 늘어날 텐데, 제1야당이 가짜뉴스나 퍼뜨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한국당과 협상을 하고 있는 집권여당이다. 지금이 합의처리 운운할 한가한 때인가? 역사의 열차가 앞으로 나아가느냐 뒷걸음치느냐의 중요한 순간이다. 집권여당이라면 책임의식을 갖고 어떻게든 일을 되게 만들어야 할 때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개혁, 검찰개혁은 매번 무산되기만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를 잊었는가? 그런데 지금 그 기회가 왔다. 여기에서 머뭇거린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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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인 진술조서 작성이 끝났다. 수사관은 담당검사를 거쳐 부장검사까지 조서를 검토할 것이니 대기실에서 기다려달라 했다. 얼마 후 조서 검토가 끝났다고 해서 검사실로 갔다. 담당검사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다 마지막쯤에 이런 말을 했다. “보십시오. 우리 방에 저하고 수사관 2명밖에 없지 않습니까?” 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검사는 수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순진했다. 

위의 대화는 작년 11월20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의 담당검사실에서 있었던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남부지검의 특수부로 불리는 부서이다. 일반 사건보다는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곳이다.

당시에 내가 고발인으로 진술하러 간 사건도 국회의원들을 고발한 사건이었다.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와 뉴스타파의 오랜 협업으로 밝혀낸 비리 혐의들이었다. 

국회 사무처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행정소송까지 해서 받은 문서들이 증거 서류였다. 그리고 뉴스타파의 보강 취재를 통해서 사실로 확인된 것들만 고발했다. 관련자들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증거들을 바탕으로 11명의 국회의원을 고발 및 수사의뢰했다. 준비단계까지 하면 2년의 노력을 들였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보좌관 지인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서 1000만원의 국회 예산을 받아냈다가 적발됐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선거운동을 도와준 사람에게 수천만원의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연구용역보고서 중에는 다른 보고서를 통째로 베낀 것도 있었다. 실제로 연구를 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 외에 찍지도 않은 정책자료집을 찍었다고 허위로 서류를 꾸민 국회의원도 있었고, 다른 기관의 보고서를 통째로 베껴서 의원실 명의의 정책자료집을 낸 국회의원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돈을 뒤늦게 반환했지만, 그랬다고 죄가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적용 법조문까지 명시해서 고발을 했다. 허위서류로 세금을 빼먹은 국회의원들에게는 사기죄를 적용하면 되고, 통째로 남의 보고서를 베낀 부분은 저작권법 위반죄를 적용하면 됐다. 물론 통째로 베낀 정책자료집은 실제로 발간했는지 의심스러웠다. 발간을 안 했다면 사기죄까지 성립될 수 있다. 

고발인 진술을 마치고 검찰청을 나오면서 그래도 기대를 가졌다. 그후 2019년 1월 추가 고발인 진술을 할 때에도 느낌은 좋았다. 수사관은 매우 충실하게 조서 작성을 준비해 두었다. 내가 본 진술조서 중 가장 정리가 잘된 조서가 아닐까 싶었다. ‘이 정도면 관련 업체들과 국회의원실을 압수수색하겠지’라고 기대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순진했다. 대한민국 검찰은 선별적 수사, 선별적인 기소를 하는 곳임을 잊고 있었다. 촛불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검찰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조직이 아님을….

그래서 조국 장관 수사를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 나에게는 수사인력이 없다고 했는데, 조 장관을 수사하는 것을 보면 검찰의 수사인력은 무제한인 것 같다. 어떤 사건엔 수사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어떤 사건은 수사인력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면, 그것 자체가 검찰권 남용이다. 

일반적인 고소·고발 사건은 3개월 내 처리하는데, 위 사건은 최초 고발로부터 11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수사권도 없는 시민단체와 독립언론이 국회의원 11명의 비리를 찾아내 고발했는데, 검찰이 손놓고 있는 건 직무유기다. 

게다가 공소시효가 지나가고 있다. 지금 고발한 것은 주로 20대 국회 초반 1년치에 대한 것이다. 시민단체와 독립언론의 부족한 인력으로 1년치만 조사했는데도 여러 비리들이 나온 것이다. 만약 사기죄의 공소시효인 10년 내의 건들을 모두 수사하면 어마어마한 비리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고 있고, 오래된 건들은 공소시효가 지나가고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기소하려고 애를 쓰더니, 이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에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다. 

‘검찰사무보고규칙’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범죄는 상급 검찰청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검찰 지휘부가 이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 왜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대규모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것인가? 국회의원도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가? 

검찰이 정치검찰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다면, 국회의원들의 범죄에 대해 제대로 수사부터 해야 한다. 녹색당이 지난 2월 고발했는데, 7개월이 넘도록 고발인 진술조차 받지 않고 있는 최교일 국회의원 건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예산으로 뉴욕 여행을 가서 스트립바까지 출입한 사건에 대해 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가? 최교일 의원이 검찰 고위직 출신이어서 그러는가?

이런 일을 겪으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만약 공수처가 있었다면, 국회의원 비리를 공수처에 고발할 수 있었다.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는 ‘지금 이대로’ 가자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이대로는 정치검찰의 행태를 바꿀 수 없다. 공수처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현실의 문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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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에 여당 관계자를 만났는데, 여당 내부에는 여전히 ‘선거법은 자유한국당과 합의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그 말 자체의 타당성을 떠나 ‘참 현실성 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의 한국당과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합리적 대화가 가능하리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확고한 방향을 정했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통해서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하에서는 최대한 몸집을 키워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당과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가능한가?

역시 예상대로 한국당은 전혀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8월29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협력하여 정치개혁특위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처리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11월27일 이후에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재적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면 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된다. 한국당과 그에 동조하는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주목할 것은,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시점이 2020년 예산안 처리 시기와 맞물린다는 것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예산안 처리가 절박한데,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의 협조 없이는 예산안 처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여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예산안, 선거제도 개혁, 검찰개혁을 묶어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은 수동적으로 개혁에 임할 것이 아니라, 개혁을 통해 적극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막상 본회의 표결을 앞두게 되면, 한국당 의원들도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한국당은 총선 때까지 ‘여당 발목잡기’로 일관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 입장에서도 한국당에 더 이상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여당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다. 민주당은 더 이상 ‘한국당과 합의처리’ 운운할 것이 아니라,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개혁연대를 형성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 공수처법 등의 개혁입법을 완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이 두 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 첫째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다. 지금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하려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에는 지역구 숫자를 253개에서 225개로 줄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구 숫자를 28개나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문제지만,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도 반발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구 숫자를 줄이기보다는 전체 국회의원 숫자를 10% 정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원을 330명으로 늘리고, 늘어나는 의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역구를 줄이지 않고서도 ‘표의 등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다. 1억5000만원이 넘는 과도한 연봉을 줄이고, 9명의 개인보좌진도 7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 그 외에도 각종 낭비되는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국회 감사위원회를 신설해서 앞으로 국회의원들의 위법행위, 윤리위반 행위들을 철저하게 감시·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이렇게 하면 10% 정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내년 총선 이후에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개혁의 입구라면, 헌법 개정은 정치개혁의 출구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길을 택하든, 아예 다른 정부 형태를 택하든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시스템을 손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총선 전 헌법 개정은 어렵지만, 총선 후 2020년 말까지 헌법 개정을 완수하겠다는 여당의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당 일부의 안일한 의식이다. 어떤 여당 의원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에게 무슨 특권이 있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야말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말로만 해서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 필요한 것이 내년부터 국회의원 연봉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별도 입법없이도 가능하다. 어차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별표에 나와 있는 국회의원 연간 수당은 1216만8000원이다(월 101만4000원). 그것을 국회 내부 규정으로 인상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문희상 의장이 국회 내부 규정만 바꾸고, 여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합의하여 내년도 국회 예산에서 국회의원 연봉을 대폭 삭감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당이 이 시대적 과제를 거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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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이상 대한민국의 행정부, 국회, 검찰, 사법부, 재벌, 지역적폐 세력을 감시해 오면서, ‘검찰다운 검찰’의 모습을 본 적이 많지 않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윤 총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고 중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설일 시간도 없다. 검찰다운 검찰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 곧바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첫째, 정치부패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는 썩을 대로 썩어 있다. 국회 예산으로 지원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불법으로 사용한 20대 국회의원들이 고발되어 있다. 하지도 않은 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인쇄하지도 않은 정책자료집을 인쇄한 것처럼 꾸며서 세금을 빼낸 사례도 있다. 남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서 정책자료집을 낸 사례도 있다. 정말 죄질이 나쁘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과 11월에 11명의 국회의원이 고발됐지만 아직까지 시간만 끌고 있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등의 사건에서 채용청탁을 한 국회의원들도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불법 농지취득(농지법 위반) 의혹도 있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들의 김영란법 위반 혐의도 있다. 

이런 정치부패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연루되어 있다. 이들을 수사·처벌하지 않고서는 ‘법 앞의 평등’을 얘기할 수 없고, 공정이니 공평이니 하는 말들도 사용할 수 없다. 현재 영등포경찰서가 수사 중인 ‘패스트트랙 당시 국회난동 사건’도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고 영장 청구와 기소에 들어가야 한다. 

둘째, 정경유착과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혹이 있는 재벌들에 대해 과감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코오롱 인보사 의혹은 물론이고, 재벌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 사건들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한 가지 예로, 영풍그룹이 낙동강 최상류에서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 최근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영풍그룹은 불법시설을 설치·운영하면서 카드뮴 등 유해물질들을 대량배출해 왔을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치까지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실무자선만 수사를 받고 있다. 1300만 시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에서 재벌기업이 수십년간 저질러 온 조직적인 범죄행위이다. 그룹 핵심부가 모를 리 없고, 비호세력이 없을 리 없다.  

셋째, 과거 검찰이 은폐한 의혹이 있는 사건들에 대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 특히 고 장자연씨 사건은 당연히 존재해야 할 핵심적인 증거들이 사라진 사건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조선일보 전 사회부장이 작년 10월에 MBC &lt;PD수첩&gt;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한 건은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고, 아직까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조현오 전 청장에게 외압을 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무고죄 수사가 진상규명의 입구가 될 수 있다. 또한 대검 진상조사단의 다수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특수강간 등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범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총장이 의지를 갖고 반드시 재수사를 해야 한다. 

넷째, 지역적폐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이뤄진 적폐청산은 주로 이전 정권에서 저지른 국가 차원의 적폐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에는 수십년간 누적된 적폐들이 흘러넘치는 상황이다. 각종 인허가, 예산, 인사 등과 관련된 비리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 지역이다. 그러나 지역검찰의 칼날은 이런 지역적폐들에 대해 무디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경북 영주시장의 처남이 뇌물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었었는데, 정작 영주시장은 수사조차 받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이런 식이니 지역의 부패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검찰의 자존심을 걸고 지역적폐를 뿌리 뽑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검찰의 수사만으로 이 나라의 뿌리 깊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검찰은 검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까지 해 왔기 때문에 신뢰를 잃은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검찰은 혐의가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수사를 하고 영장을 청구하면 된다. 아무리 국회가 방탄국회를 열어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이 상정되게 할 수 있다. 만약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후안무치하게 동료의원 감싸기를 한다면, 그때는 국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 보더라도, 하반기 국회에는 다수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는 것이 정상이다.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은 검찰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 명령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윤석열 총장의 역할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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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지지여론이 77.5%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기득권 정치는 반응이 없다. 국민소환제를 진지하게 추진하겠다는 움직임도 없다. 국회에 국민소환제에 관한 법률안이 3건 발의되어 있지만,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지역구 관리만 열심히 할 뿐, 국회라는 헌법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설사 협상이 타결돼서 국회가 열린들 며칠이나 가겠는가?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심의를 한들, 여당이 생각하는 대로 결론이 나겠는가?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국회의 모습은 반복될 뿐이다. 지금 미봉책으로 ‘타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문제를 더 곪게 만들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불가역적이고 포괄적인 정치개혁이다. 그것을 위해 필자가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 국민들의 국회 불신을 걷어내려면 국회의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내년 예산부터 국회의원 연봉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리면 가능한 일이다. 현재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별표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월 101만4000원의 수당만 받아야 한다. 그런데 단서조항을 통해 국회규칙으로 수당을 올릴 수 있게 해놓고, 국회규칙에서는 다시 국회의장이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해놓았다. 이렇게 법규정을 변칙적으로 만들어놓고 자기들 맘대로 수당을 올려온 것이다. 수당 외에 별도로 받는 ‘입법활동비’도 월 120만원으로 정해놓았지만, 마찬가지 방법으로 올려서 국회의원 1인당 월 313만6000원씩을 받고 있다. 

국회의장이 한국 정치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다면, 자신의 권한으로 국회의원 수당, 입법활동비 등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 수당, 입법활동비 등을 합쳐서 연 1억5000만원이 넘는 국회의원들의 ‘셀프 연봉’을 대폭 삭감한다면, 정치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반복적인 국회 파행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묻는 의미도 있다.  

둘째, 각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 지도부는 자유한국당과의 어설픈 타협 시도를 중단하고, 원칙대로 패스트트랙 당시의 국회 난동사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개혁에 뜻이 있는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힘을 합쳐서, 과감한 국회 특권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예산의 영수증 첨부 의무화,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연봉을 결정하는 독립기구(국회감사위원회) 설치, 국회의원 징계건을 다루는 기구에 외부위원 절반 이상 참여 보장 등의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이 대안들은 2009년 국회의원들의 예산 부정사용 스캔들이 터졌던 영국에서 이미 도입된 것들이다. 영국 하원의원 46명이 사퇴하고 142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진통을 겪은 후에, 영국은 IPS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라는 독립기구를 설치해서 국회의원들의 예산 사용을 감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 기구에서 국회의원들의 연봉도 조정한다. 2015년에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했고, 올해 5월3일에 첫 번째 소환된 국회의원이 나왔다. 영국 하원에 설치된 윤리위원회는 7명의 국회의원과 7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서 출석정지 10일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자동으로 해당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 절차가 시작된다. 윤리위원회의 징계 외에도 법원 판결에 의해 구금되거나, 예산 부정사용으로 처벌받으면 곧바로 국민소환 절차가 시작된다. 소환 절차가 시작되고 6주 내에 유권자의 10%가 소환 찬성에 서명하면 소환이 이뤄진다. 소환 대상자가 억울하면 그다음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면 된다. 이런 영국의 제도를 따라가기만 해도 대한민국 국회를 확 바꿀 수 있다.  

셋째,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 정당들은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려져 있는 선거제도 개혁안은 불충분한 점이 많다. 더 나은 방안으로 만들려면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선거제도는 절반짜리 ‘준연동형’이 아니라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추진하고,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전제로 의원 숫자를 증원하는 것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개헌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합리적 보수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개헌을 통해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 확대, 권력 구조의 민주적 재편을 이뤄내야, 국가의 비전이 다시 세워지고 정치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일들을 논의하고 추진하기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범국민 정치개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특정한 정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추진되면 시민들도 지지할 것이다. 특권 폐지-국회개혁-선거제도 개혁-개헌을 통해 불가역적이고 포괄적인 정치개혁을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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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4일부터 4월29일까지 국회는 무법천지였다.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실에 감금당했고, 국회 사무처 사무실들이 점거당했다. 팩스로 접수되던 법안이 훼손됐고, 팩스도 파손됐다. 국회의장이 경호권까지 발동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특수주거침입, 특수감금,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회의방해 등의 죄로 처벌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교사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결사저지’를 지시했고 현장을 격려 방문하기까지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점거 현장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채이배 의원의 감금을 전화로 지시했다. 

조폭 사건에서도 폭력에 직접 참여했든 그러지 않았든 조폭 두목을 더욱 무겁게 처벌한다. 과거 대학생들, 노동자들이 건물 점거를 했을 때에도, 수사기관은 배후세력이라면서 학생운동 지도부나 노동운동 지도부를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가 그런 일을 하던 사람이다. 

문제는 이렇게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까라는 것이다. 제1야당의 대표, 원내대표,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이런 난동사태를 벌이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헌법이 정한 평등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만약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조폭 두목들이 ‘법 앞의 평등’을 외치며 ‘우리만 왜 처벌했냐’고 항의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지금 검찰에겐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남부지검은 국회 난동사태에 대해 녹색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고발한 사건들을 영등포경찰서에 내려보냈다. 검찰은 수사지휘만 하고 실제 수사는 경찰이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너무 소극적인 태도이다.

게다가 문무일 검찰총장은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식의 반응까지 보였다. 국회가 입법권을 통해 검경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집단인 검경을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입법권으로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검찰총장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검찰총장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데 과연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기소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별검사제이다. 그러나 개별 법률로 특별검사법을 제정하는 것은 한국당의 반발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경우에 활용하라고 만들어진 제도가 있다. 바로 2014년에 만들어진 상설특검제이다. 

정식 법률 명칭이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인 상설특검제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아도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박근혜 정권 시절에 입법됐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활용되지 못했다. 그 이후에 있었던 최순실·박근혜 특검이나 드루킹 특검은 국회가 별도의 개별 법률을 만들어 특별검사를 임명한 사례이다.

그러나 상설특검은 활용가치가 있는 제도이다. 별도 법률을 만들지 않아도 국회의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의 판단에 의해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처럼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이 문제되는 경우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임명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다.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 임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국회에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에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하면 된다. 추천위원회는 의뢰를 받고 나서 5일 이내에 추천을 하게 되어 있다. 7명의 추천위원회 구성도 법률로 정해져 있다.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이고, 그 외 4명은 원내교섭단체들이 추천해서 국회의장이 임명한다. 임명된 특별검사는 2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60일간(30일 연장 가능)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국회 난동사건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치니 이 정도 수사기간이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 한국당도 자신들이 폭행당했다면서 고발해 놓은 사건들이 있으니 그 사건까지 묶어서 특별검사를 통해 공정하게 수사를 하자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 또한 이 제도는 박근혜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니,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정치적 시비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청와대나 여당도 당장의 정치적 고민 때문에 상설특검제 활용을 망설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금의 검찰, 경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이 정치적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당 입장에서는 추가경정예산 등 제1야당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있다. 그러나 국회를 며칠 동안 점거하고 난동을 부려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헌법이 파괴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처벌받지 않는다면 헌법 11조 2항이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적당히 정치적으로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국회 난동사태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상설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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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17일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은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둘러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이견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의 속마음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견을 좁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수처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국회의원도 수사대상이 되는데, 그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공수처를 추진할 때에도 여당 국회의원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는 ‘기소권 있는 공수처’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 같다. 이런 상태는 ‘정치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고민하고, 어떻게든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싸우기도 해야 하지만, 협상도 하고 타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니 피곤한 것은 국민이다. 

이미 개헌은 정쟁으로 흘러서 무산됐고,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조차 무산되면 촛불 이후에도 이 나라의 시스템은 바뀐 것이 없다. 돌아보면 개헌이 무산된 것도 ‘정치의 부재’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진정성 없다고 탓하는 걸로 끝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진정성이 없는 상대방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권력구조에 대해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것은 결국 개헌의 무산으로 귀결됐다. 

개혁 실패 후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변화가 필요 없는 세력은 일이 안 돼도 관계없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지는게 바람직하다 생각하지만, 그것이 개혁 전체를 무산시켜도 좋을 만큼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펼쳤다. 274쪽을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하여 검찰에 이첩해 기소하게 하고, 만약 검찰이 부당하게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원이 기소를 강제하도록 재정신청을 하게 하는 제도”라고 적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되, 1차적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형태를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발의해 놓은 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때는 이 정도가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봤을 수도 있다. 워낙 검찰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설사 기소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공수처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검찰개혁이 완전 무산되는 것보다는 반보라도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보았다. <운명이다> 290쪽을 보면 이렇게 적고 있다.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정치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아마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다. 공수처에서 타협점을 찾아서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든, 아니면 선거제도 개혁안이라도 먼저 패스트트랙에 올리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기회가 다시 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인의 소명이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직까지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인사들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얘기는 자유한국당 복귀파를 제외한 바른미래당의 정치인들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하다. 공수처에 관한 바른미래당의 의견을 고집하다가 모든 개혁을 좌초시키는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책임은 너무나 무거울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패스트트랙이 성사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면,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생적 문제의식’은 원칙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상인적 현실감각’은 타협을 해서라도 일을 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인사들이 가진 공수처에 대한 입장은 ‘서생적 문제의식’이다.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반보라도 전진시킬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한 때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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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결정할지가 곧 정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뒤늦게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최근 행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행태가 한국 정치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를 꼭 바꿔야 한다.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약속을 밥 먹듯이 깬다. 작년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내용을 보면 올해 1월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다. 그리고 법으로 정해진 선거구 획정 시한이 다 되어서야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석수 축소라는 진정성이 전혀 없는 안을 내놓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들이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선거제 개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둘째,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수시로 바꾼다. 한국당은 합의처리를 주장하지만, 19대 국회 시절 자신들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에는 ‘무조건적인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의회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법안을 밀어붙이려 해서 물의를 빚었다. 2016년에는 직권상정 요건도 안되는데 테러방지법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게 해서 통과시켰다.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일 때에만 직권상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국회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패스트트랙은 너무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이다. 도저히 합의가 안될 경우에는 패스트트랙을 쓰는 게 당연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개혁,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

셋째, 국민들을 기만한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위헌이다. 헌법 41조 3항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구를 안 정해도 위헌인 것처럼, 비례대표제를 폐지해도 위헌이다. 헌법은 선거구와 비례대표제의 존재를 전제하고, 구체적인 것은 법률로 정하라고 한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의원수 축소가 아니라 국회의원 특권 폐지인데, 그런 얘기는 쏙 빼놓았다. 국회의원 연봉 대폭 삭감, 국회의원 1명당 9명의 개인보좌진 축소, 국회의 예산 사용을 감시하는 독립기구 설치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당은 여기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넷째, 여성·청년·소수자들을 배제한다. 지금 17%에 불과한 여성의원 비율도 그나마 비례대표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의원들도 시작은 비례대표로 한 경우가 많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그런 경우이다. 전체 여성의원의 83.4%가 비례대표이거나 비례대표 출신이라는 것은 비례대표제가 성평등 친화적인 선거제도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비례대표제 국가인 덴마크는 20·30대 국회의원 비율이 41.3%인데, 대한민국은 1%에 불과하다. 2016년 총선의 경우 253개 지역구에서 당선된 20대는 없었고, 30대도 단 1명이었다. 그나마 만 39세였다.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참여를 위해서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당의 머릿속에는 여성·청년·소수자들은 없다. 한국당은 지역구 여성할당제를 강화하겠다지만, 막상 발의한 법안을 보면 위반했을 때 제재 수단도 없다. 껍데기뿐인 법안이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국회는 더욱 기득권화되고, 여성·청년·소수자들은 더 배제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당의 행태를 볼수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꼭 바꿔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토록 무책임하고 대안 제시 능력도 없으며 기득권화된 정당이 탄생한 것도 지금의 선거제도 탓이다. 국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지역구만 관리하면 재선할 수 있는 선거제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상대방의 발목만 잡아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제도가 지금의 괴물 같은 기득권 정당을 낳은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온갖 갑질·비리·저질행태로 정치를 불신하게 해 놓고, 그 불신을 이용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방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니,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의 국회 불신을 초래한 자신들의 행태에 대한 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반드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해야만, 정당이 책임지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 유권자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당에 책임을 묻기 쉬워진다. 만약 지금의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의 정치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봐야 한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는 이런 정당이 사라질 수 있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선거제도 개혁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야 3당에도 촉구한다. 작은 이익을 탐할 때가 아니다. 지금 한국당의 방해에 밀려 패스트트랙으로 가지 못하면, 그 결과는 파국뿐이다. 완벽한 합의가 어렵다면,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으로 가고 추가 협상을 해도 된다. 최소 270일, 최대 330일 후에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할 시간은 있다. 문제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개혁의 기차는 지금 출발해야 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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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제도 개혁, 검찰개혁 등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2월27일 한국당 대표가 선출되면, 개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황교안, 오세훈 후보 모두 개혁입법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여당과의 정쟁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예견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타격을 입었을 때, 여당은 빠르게 제도개혁을 추진했어야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해 왔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그때가 적기였다. 그러나 여당은 ‘20년 집권론’ 같은 착각에 빠져서 시간을 허비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당론과 대선공약을 뒤집고, ‘짝퉁’ 제도를 제시하는 등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촛불을 통해 열렸던 ‘개혁의 문’이 닫히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한은 2월 말까지다. 어차피 합의처리가 안된다면, 방법은 한국당을 빼고 나머지 정당들이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안건신속처리절차)으로 넘기는 것뿐이다. 패스트트랙으로 넘기면 최대 330일 후에 본회의 표결을 하게 된다. 2020년 1월에 표결을 하게 되면,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정치·검찰개혁을 하고, 내년 총선도 개혁된 선거법으로 치를 수 있다.

한국당과 협상하려 해도, 이 정도의 카드를 밀어붙여야 협상이 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접어들었는데도, 한국당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국당의 의견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국회 본회의 표결은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므로 한국당을 빼고도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당이 이런 상황을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한국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패스트트랙이라는 카드는 불가피하다.

현재 상황에서 칼자루를 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다루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검찰개혁을 다루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만 합의하면 패스트트랙으로 넘기는 데 필요한 위원 5분의 3을 확보할 수 있다. 여당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일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뿐 아니라 만 18세 선거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묶어서 정치·사법개혁법안을 일괄 패스트트랙으로 붙인다면, 국민들 다수는 환영할 것이다. 중요한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입법부와 검찰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들도 체감하고 있다.

야3당도 지금은 패스트트랙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당과 합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감으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순간에, 머뭇거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당을 압박하고 설득해서 패스트트랙을 성사시켜야 한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도 방관해서는 안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추운 겨울에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것은 ‘이게 나라냐’는 탄식과 분노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치의 모습은 무엇이 바뀌었나?

게다가 국회는 국민과의 기본적인 약속도 어기고 있다. 오는 3월15일은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이다. 선거 때마다 임박해서 졸속으로 선거구획정을 하던 것을 고치겠다고 2015년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서 법정시한을 당겼던 것이다. 그래서 총선 13개월 전까지는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던 것인데, 이미 그 시한을 지키는 것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2019년 말까지도 선거구획정은 난항을 겪을 것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보다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하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획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매번 특권을 없애겠다고 약속하지만,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그대로이다. 하루하루 살기가 힘들어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수두룩한데, 국민세금으로 호화로운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니고 ‘갑질’을 하고, 자기들 연봉과 각종 혜택은 절대로 줄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국회가 국민들의 삶에 필요한 입법을 하고 정책을 만들 리 없다.

대한민국이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곳은 국회이고 정치이다. 그 시작이 선거제도 개혁인 것이다. 그리고 ‘권력의 시녀’를 넘어서서 스스로 권력화된 검찰을 개혁하려고 해도 지금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뛰어다닌 필자로서도 마지막으로 하는 제안이다. 만약 패스트트랙조차 성사되지 않는다면 20대 국회에는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회는 제 기능을 계속 못할 것이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입법이나 정책이 국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질 것이고, 발목잡기와 상호비방으로 얼룩진 국회가 될 것이다.

촛불민심이 바랐던 정치의 모습이 이런 것은 아니었다.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은 여야를 불문하고 현재의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두가 질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방해자만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관자도 ‘개혁의 문’이 닫히게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개혁이 무산된다면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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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지인이 카톡을 보내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말바꾸기를 한다는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그가 보낸 카톡의 내용은 작년 10월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이해찬 대표를 만났을 때 들은 얘기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고 의석수도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의석수에서 약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다른 정당과 연정을 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이 대표의 입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논의가 본격화되고,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자,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계속 내비쳤다.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통해 작년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합의문이 작성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여러 핑계를 대며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속도를 붙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다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좌절될 경우, 부메랑을 맞는 쪽은 민주당이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37.5%의 정당득표율로 153석을,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42.8%의 득표율로 152석을 차지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구 승자독식의 선거는 보수 기득권 정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3가지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핑계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망설일 근거가 되지 못한다. 

첫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우리 당에 손해다’라는 핑계는 그만 대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된다. 가장 공정한 방식이다. 이런 공정한 방식을 택할 경우 자기 당의 의석이 줄어든다면, 그것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부당하게 이익을 보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불공정으로 인해 받았던 이익은 보호대상이 아니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정치를 잘하고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당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정당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의석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치를 잘해서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생각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이 아닐까?

둘째, ‘국민들이 의석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핑계도 그만 대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국회개혁 방안이라도 제시하고 나서, ‘그래도 국민 설득이 안된다’고 얘기한다면 모를까. 지금 민주당은 국회의원 연봉 대폭 삭감, 개인보좌진 규모 축소, 낭비 예산 삭감, 국회 예산 사용의 투명한 공개 등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개혁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있다. 자기 당의 국회의원들이 허위 정책 연구용역, 허위 인쇄계약 등으로 국민 세금을 빼먹은 사례들이 드러나도 침묵하고 있다. 이렇기에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는 것이다.

만약 의석수 확대가 정말 어렵다면 지금의 300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라도 제시해야 책임있는 태도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300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지역구 253석을 그대로 두더라도,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을 ‘연동형’으로 바꾸면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 간의 불일치 현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최소한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하고,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배분받을 수 있다.

셋째, ‘자유한국당 때문에 안된다’는 핑계도 그만 대야 한다. 1월 말까지는 한국당과도 합의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래도 안된다면 국회법에 보장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 사례가 있고, 작년 말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으로 넘긴 바 있다.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보면, 민주당만 동의하면 한국당이 반대해도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18명의 정치개혁특위 위원 중 한국당은 6명이고, 야 3당이 4명, 민주당이 8명이기 때문이다. 특위 위원 중 5분의 3이 동의하면 패스트트랙에 부칠 수 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은 충분히 가능하다. 

‘선거법은 합의처리가 관행’이라는 핑계도 대지 말길 바란다. 헌법이 관행보다 우선이고, 헌법상으로 국회 의결은 만장일치가 아니라 재적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다. 그리고 1월 말로 정한 합의시한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본회의 표결 전에 추가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지정이 일방처리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시한은 정해놓은 협상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르짖던 개혁의 핵심 중 핵심이다. 지금 그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 책임은 민주당이 질 수밖에 없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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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2월24일이 생각난다. 그때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단에 24세의 청년노동자가 올라왔다. 20세에 취직해 4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전기공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궁금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 자기 삶이 나아질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지금, 그 노동자의 삶은 나아졌을까?

정권은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 하루하루 들려오는 소식이 참혹하다. 지난 11일 24세의 청년노동자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라는 어머님의 절규가 가슴을 찌르며 파고든다. 지난 3일에는 3번의 강제집행을 당하며 갈 곳이 없게 된 30대 철거민이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한강에 투신했다. 이것이 2018년 연말을 맞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몫이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철거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고 2019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앞두고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웹자보에서 ‘예산안은 국민 밥그릇이고, 야 3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의원 밥그릇’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국회를 통과한 예산을 보니, 국민 밥그릇을 걷어차버린 것은 그들이었다.

빈곤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자는 예산은 삭감됐고, 3급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하자는 예산도 사라졌다. 추가된 예산도 있었다. 원래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없던 13개의 국도 건설 사업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추가됐다. 이런 후안무치한 정치가 가능한 이유는 선거제도에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어떻든, 자기 지역구만 챙기면 다음에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정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들은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을 폄훼하려고 한다. 그래서 선거제도가 ‘국회의원 밥그릇’이라고 왜곡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든, 외국의 사례를 보든 전혀 그렇지 않다.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 밥그릇을 챙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918년 스위스에서 선거제도 국민투표를 앞두고 만들어진 포스터. 소선거구제를 상징하는 왼쪽에는 자본가가 식탁을 독점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비례대표제를 상징하는 오른쪽에는 5명의 시민이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1918년 스위스 전역에는 한 포스터가 나붙었다. 왼쪽에는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식탁을 독점하면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그림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5명 정도의 사람이 동등하게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그림이 있었다.

이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국민투표를 앞두고 만들어진 포스터였다. 왼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당시 스위스가 채택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오른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 한 장의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이 국민 밥그릇’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는 힘있고 돈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정치가 되는데,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가 가능해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포스터 덕분이었는지 그해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 66.8%가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데 찬성했다. 이 개혁은 오늘날의 스위스를 만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스위스의 포스터가 잘 표현한 것처럼,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다수의 국민들, 특히 약자와 소수자들은 정치의 공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특권과 부패를 낳는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보다 공정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마침 내년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의 문이 어렵게 열렸다. 시민사회의 노력과 야 3당의 단식농성이 만들어낸 결과로 지난 15일 5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문이 작성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해 내년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중요한 일을 국회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국민 밥그릇’을 챙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밥그릇을 챙기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연관된 쟁점인 국회의원 숫자 증원에 대해서도 주권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년도 국회 예산 6300억원으로 300명의 국회의원을 쓰는 것보다 360명을 쓰는 것이 주권자에게는 이득이다. 국회의원 1명이 받는 연봉, 개인 보좌진 규모를 줄이고, 낭비되는 국회 예산을 개혁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물타기를 하고, 쟁점을 흐리는 것은 주로 기득권 정당에 속한 정치인들과 그 동조자들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들의 현명함을 믿는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의외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1표의 가치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로 지금과 같은 사회를 유지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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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전체가 부패했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빼먹는 세금도둑질을 관행처럼 해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연간 86억원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연간 39억원의 정책자료·홍보물 발간비에 대해 불과 1년치만 조사했는데도 예산 낭비를 넘어서서 범죄에 해당하는 건들이 수두룩하다. 뒤늦게 예산을 자진반납한 국회의원이 14명, 반납 액수가 1억81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반납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죄질이 너무 나쁘다.  

하지도 않은 허위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처럼 꾸며서 세금을 빼먹은 사례, 유령연구단체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사례들이 잇따라 적발되었다. 시정잡배들도 하지 않을 일들이다. 이 모든 것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뉴스타파의 협업에 의해 드러난 사실들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에서 디자인인쇄업체에 인쇄비조로 980만원을 지급했다가 인턴비서 통장을 통해 돌려받은 사례가 드러났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사권도 없는 시민단체와 독립언론이 정보공개소송을 해서 밝혀낸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면, 얼마나 많은 세금도둑질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국회의원 300명 중에 누구 하나 이런 비리를 감시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드러난 지금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아마 다른 기관에서 이런 광범위한 비리가 적발됐다면, 국회의원들은 특별검사를 도입하자, 국정조사를 하자 등등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국회의원들의 비리가 드러나자 국회 안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리고 지금도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국민 세금으로 수행된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 용역보고서를 여전히 비공개하고 있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와서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38명의 명단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렇게 썩어 있다는 것은 한심하고 참담한 일이다. 국회를 해산하고 재구성하는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를 해산할 방법이 없기에, 부패한 300명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국회의원들의 연봉, 각종 혜택, 보좌진 규모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대우를 스스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요즘 유행인 공론화 방식을 여기에 도입하면 된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국회의원들의 연봉과 혜택을 다시 정하자. 

둘째는, 부패한 국회를 혁신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지금의 선거제도가 유지되면 부패와 침묵의 카르텔은 그대로 계속될 것이다. 기득권 정당들로 국회가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안은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패에 찌든 기득권 정당들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국회로 더 많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쟁점은 국회의원 숫자 문제로 좁혀져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당선이 어려운 정당들에도 정당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된다. 가령 10%의 정당지지를 받는 정당은 지역구에서는 당선이 어렵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아 10%의 국회의석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배분할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하게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 정도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전체 의석도 360석 정도로 늘어야 한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를 반대할 명분이 없자, 기득권 세력들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국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연봉을 줄이고 특권을 없애는 것만 보장된다면, 국민들도 국회의원 숫자 늘리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라도 부패 없고 밥값 하는 국회를 만드는 게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이득인 것은 분명하다. 

1993년 뉴질랜드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당시에 뉴질랜드의 시민단체들이 내건 슬로건이 있다. ‘99명의 독재보다는 120명의 민주주의가 낫다’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뉴질랜드도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면 국회의원 숫자를 기존의 99명에서 120명으로 늘려야 했다. 물론 그에 대한 저항감은 뉴질랜드에서도 심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국민들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국민투표에서 53.9%가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데 찬성한 것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300명의 부패한 국회를 개혁하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360명으로 늘려야 한다. 부패한 기득권세력들은 여기에 반대한다. 양심적인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들, 그래도 개혁의 편에 서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여기에 찬성한다. 선택지는 명확하다. ‘특권폐지-의석확대-선거제도 개혁’이 답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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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작년부터 국회의 예산 사용실태를 조사하는 일에 참여해 왔다. 내가 속해 있는 ‘세금도둑 잡아라’라는 시민단체와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는 세 단체가 연합을 했다.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까지 협업했다.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정책개발비 등 국회 예산 중에서 엉뚱하게 쓰이고 있을 확률이 높은 예산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국회가 정보를 비공개하면 무조건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로 ‘입법 및 정책개발비’라는 예산 항목부터 자료를 받게 되었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국회의원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말고, 열심히 정책 개발을 하라고 만들어진 예산이다. 2005년부터 국회 예산에 신설됐는데, 1년에 86억원 정도가 책정된다.

그런데 공개된 자료를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 중 일부는 국회의원들이 5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데 사용되는데, 용역을 수행한 연구자들이 전혀 전문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자유기고가, 인턴비서 같은 사람들이 연구자로 되어 있는 용역들이 여럿이었다. 게다가 국가의 보건복지정책 전반에 관한 연구를 제약회사 주임이 하는가 하면, 토목회사 과장이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연구자로 되어 있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들도 밝혀졌다. 이은재, 황주홍 의원은 거짓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명목상의 연구자로부터 돈을 돌려받았다. 백재현 의원은 정체불명의 단체에 8건, 4000만원의 연구용역을 줬는데, 그중 2건은 완전히 다른 기관의 보고서를 베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비리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보인다. 국회가 정책 연구용역 보고서 원문을 비공개하고 있어서, 민간 차원에서 조사를 하는 것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보고서가 공개된다면, 표절 보고서, 엉터리 보고서들이 수없이 발견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연봉이나 지원이 적어 이런 비리를 저질렀을까?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수당을 포함하면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그리고 사무실 운영비, 공과금, 소모품비, 주유비, 차량유지비까지 깨알같이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는다. 9명의 개인 보좌진도 주어진다. 의장단,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같은 보직을 맡으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같은 예산도 쓸 수 있다. 그런데도 뭐가 부족해서 정책 개발에 쓰라고 준 돈까지 빼먹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대한민국 국회는 감시받지 않는 특권집단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는 전면 개혁을 해야 한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립된 감시기구를 두고 감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연봉을 줄이고 개인 보좌진 규모도 줄여야 한다.

흔히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장차관급 대우를 받아야 한다 생각하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국회의원은 행정부·사법부의 엘리트들, 재벌과 같은 자본권력을 견제하고 국민의 시선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연봉은 장차관급에 맞출  게 아니라 노동자의 평균 연봉 수준에 맞추는 게 옳다.

이렇게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면서, 국회 의석은 늘려야 한다. 내년도 국회 예산이 63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이 돈으로 300명의 국회의원을 쓸 게 아니라, 360명을 쓰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득이다. 개인 보좌진과 연봉을 줄이면서 낭비되는 예산을 없애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어떤 직역이든 숫자를 늘려야 특권이 줄어든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변호사 사무실 문턱이 낮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에,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특권을 더 강화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민주주의가 잘되는 국가들을 보더라도 대체로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숫자가 우리보다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인구 10만명당 한 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선거제도 개혁도 쉬워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회찬 전 의원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라도 선거제도를 개혁하자’고 주장했다.

대안은 나와 있다. 각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대안이다. 이렇게 되면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고,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세력들이 국회에 들어가 서로 감시하게 되므로 부패도 없어질 수 있다. 그러려면 현재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되어 있는 국회 구성을 바꿔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 정도로 늘리고 국회의원 총수를 360석 정도로 하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마침 올해 말까지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어 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없애고 현재의 국회 예산을 동결한 상태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360명으로 늘리자. 그리고 동시에 선거제도를 개혁하자. 이것이 부패 없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지름길이고, 진정한 정치개혁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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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면,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모인 지 2년이 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그 이전부터 쌓여가고 있었다.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소수의 특권층들이 사실상 지배하는 국가가 된 지 오래였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불공정이 심각해졌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정치는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래서 ‘이게 나라냐’는 외침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 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조기 대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변화는 있었다.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그것만 해도 큰 변화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1년을 기념하는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이라고 적힌 컵을 받친 촛불을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러나 국내 문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정치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 행정개혁, 지방분권 등 실질적인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 개혁과제들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개혁들이 실행되지 않으면, 기득권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치솟는 집값은 성실하게 일해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뼈저린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결코 장만할 수 없다는 것만큼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는 일이 또 있을까?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1년 동안 받는 급여보다 1주일 사이에 뛰는 집값이 더 크다는 사실만큼 ‘일할 의욕’을 꺾는 일이 있을까?

더 화가 나는 것은 정부의 고위직과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서울 강남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을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르는 집값의 수혜자가 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행정부보다 더 문제가 큰 것은 국회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에 있는 사람들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골고루 임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전국의 지역구에서 골고루 뽑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 중 64명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강남3구에서 선출되는 지역구 국회의원 정원은 8명인데, 그보다 8배의 국회의원들이 서울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극복할 돌파구는 국회개혁과 정당개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래 국회의원을 선출직으로 뽑는 이유는 민심이 고르게 반영되는 의회를 구성해서 법률을 만들게 하고, 기득권 엘리트화되기 쉬운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의 국회는 행정부보다 더 기득권화돼 있다. 물론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회에 대한 불신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국회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커진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기 5년의 단임제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픈 얘기일 수 있지만, 이제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들도 대통령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대통령이나 주변 참모들도 ‘우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최선을 다하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한계 위에서 출발하고, 후임 정권의 불확실성 속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책의 책임성과 지속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결국 국회이고,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이다. 지금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국회가,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데 있다. 집값이든, 일자리든, 미세먼지든 관련된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해 배분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이다. 그런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니, 대통령에게 모든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국민들의 분노도 국회로 향해야 하는데, 애시당초 기대가 없기 때문에 분노도 그쪽으로 향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정치 선진국의 경우 선출직들은 교체되지만, 정당들이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한다.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들이 치열한 논쟁을 해 가면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당들은 아무런 기능을 못한다. 국고보조금만 받아먹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다음번 선거 승리에만 목을 맨다. 국민들의 삶이 파탄나도 자신들이 권력만 쥐면 된다는 행태다.

이런 국회와 정당을 두고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촛불 2주년의 슬로건은 ‘특권·기득권 국회 개혁’이 돼야 한다. 해법도 이미 나와 있다. 표심을 왜곡시키고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만 유지시켜주는 현행 소선거구 제도를 바꿔야 한다. 각 정당들이 받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 의석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정당들이 책임있게 정책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마침 국회에서도 정치개혁특위 구성이 예정되어 있는 등 선거제도 개혁이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다.

그래서 촛불 2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행동한다면, 광화문이 아니라 국회 앞에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 앞에는 정당들의 사무실도 몰려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곳은 이들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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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심상치 않다. 촛불민심은 이미 잊은 듯하다. 개혁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개혁과제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얄팍한 계산을 튕기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말조차 무시하는 듯하다. 여당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지난 8월16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회동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 얘기를 먼저 꺼냈다. 본인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그 누구보다 일찍 주장해 왔고, 2012년 대선과 작년 대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또한 3월에 발의했던 대통령 개헌안에도 그런 내용을 담았다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먼저 선거제도 개혁 얘기를 꺼낸 것은 파격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한 것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들뿐이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침묵했다고 한다. 과연 여당에 개혁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의 행태만이 아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온 후보들의 발언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후보들 중에 송영길 후보만이 야당들과 협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을 뿐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엄밀하게 해석하면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과 같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지금 개헌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2020년 총선 전에는 개헌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얘기를 조합하면, 결국 지금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진표 후보도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만 따로 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 내에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어렵다고 얘기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올해 하반기가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하는데, 김진표 후보는 올해는 시기가 아니라고 하니, 이것 역시 하지 말자는 얘기다.

사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안 하려 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2015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당론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말로는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실제 속마음은 반대라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얘기는 지금과 같은 국회, 지금과 같은 정치를 그대로 두자는 얘기다. 의정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특권만 누리려고 하는 국회, 우리 삶의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정치, 선거에서 이기면 독주하려 하고 선거에서 지면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정치. 이런 엉터리같은 국회, 비생산적인 정치를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이것이 ‘촛불민심’과 ‘적폐청산’을 얘기하는 정당이 취할 태도인가? 

그리고 이것은 배신이다. 자기 정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대한 배신이고, 그것을 믿었던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지금처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때도 없었다.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함으로써 1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하고, 정당들이 정책경쟁에 몰두하게 하자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늘 자유한국당(전에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좌절되어 왔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 이후에는 한국당조차 반대는 하지 않는 태도로 돌아섰다. 이런 좋은 시기를 놓친다면, 정말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만이 아니라 모든 정치개혁 과제에 소극적인 것이 지금 여당의 태도이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납하겠다고 압박하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폐지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혁 앞에 미적대는 이상 지지율 하락은 계속될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나서서 야당들과 협상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면 된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 역시 대안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면 된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특권이다. 따라서 특권을 없애고, 그렇게 절감한 예산으로 국회의원을 늘린다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했듯이, 국회의 다른 낭비되는 예산을 삭감하고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연봉(수당 포함 연간 1억5000만원)과 개인 보좌진 규모(1인당 9명)도 줄이면 된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국회 예산을 동결한 상태에서 360명 정도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를 넘기면 개혁은 어려워진다. 아마 민주당 내부에도 개혁에 적극적인 국회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우선은 그들부터 침묵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그래서 민주당이 개혁의 편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반개혁세력으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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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탁월한 연설가였다. 그가 했던 연설의 대목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이 연설은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친구에 관해 얘기한 것이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말은 떠듬떠듬 유창하지 않게 원고를 보면서 읽었습니다만,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문재인을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감이 됩니다. 제일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이 제일 좋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에, 그의 친구 문재인은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쓴 책인 <운명>의 제일 마지막 문장은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모시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력을 이어받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여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역사적 과업을 이뤄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숙제 한 가지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한 가지 중요한 숙제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바로 정치를 정상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를 비정상화하고 지역주의를 강화시키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 신념이 너무나 강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그는 2003년 12월 국회에 정치개혁 입법과 관련된 편지를 보냈다. 그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제대로 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시 2005년 7월 선거제도만 바꾼다면 야당에게 총리 추천권을 주는 ‘대연정’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대연정’이 흔한 일이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서는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려 했던 것은 대연정을 해서라도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그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선호하지만 다른 선거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당시 대연정 구상에 대한 반발이 여당 안에서도 거세자 그는 “되물어보고 싶습니다. 이 낡고 고장 난 정치제도로 비정상적인 정치를 계속하자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언제까지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까?”라고 여당 당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런 희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척박한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그의 생각은 너무 앞서나간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이후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선거제도 개혁을 현실로 만들 기회가 왔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 왔던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수도권, 충남, 충북, 강원, 제주, 부산, 울산 등지에서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적은 광역지방의회(시·도의회) 의석을 얻었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대부분의 시·도의원을 뽑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에서 자유한국당은 25.47%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회 의석 중 2.96%(135석 중 4석)만 차지했다. 그동안 90%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해오던 부산에서도 자유한국당은 36.73%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12.77%(47석 중 6석)의 의석만 얻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도 더 이상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합리적 보수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경북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 자유한국당은 극도의 혼란 상태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만 하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이만 한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합의해내고, 개헌 등의 과제에 대해서도 큰 틀의 일정과 원칙 정도라도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제도 개혁은 협상과 타협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이 중대한 일을 국회와 여당에만 맡겨놓아서는 안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290쪽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이런 노무현의 꿈과 신념을 현실로 만들 때가 되었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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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 등 굵직굵직한 이슈에 묻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워낙 중요한 문제이므로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는 촛불 이후에 처음 치르는 지방선거이다. 그리고 이 선거결과는 우리들의 삶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부나 중앙정치의 분위기에만 쓸려가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정치개혁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에 거대정당들이 한 공천만 보더라도 그렇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공천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 덕분에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된다는 인식이 오히려 공천의 문제를 키웠다. 한 가지 예만 든다면, 수뢰 후 부정 처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천안시장을 전략공천했다.

현직시장이 수사를 받고 기소당하는 문제가 있는데도 경선도 하지 않고 전략공천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공천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이다. 공천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도 여럿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그런 사례가 여럿 발생했다.

거대정당들의 공천결과를 보면, 여성, 청년, 소수자들은 이번에도 소외됐다.

전국적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등록한 71명 가운데 여성후보는 6명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0명, 자유한국당은 1명이었고, 나머지는 녹색당 2명, 대한애국당 1명, 민중당 1명, 정의당 1명이었다.

이처럼 촛불 이후에도 한국의 정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거대정당 공천=당선’이면 굳이 선거를 할 의미도 사라진다.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아예 출마를 포기하는 경우들도 생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미 무투표 당선된 후보자가 86명에 달한다.

정책 경쟁도 사라진다. 어차피 거대정당의 공천만 잘 받으면 당선되는데, 굳이 정책에 신경쓸 이유가 없다. 대충 개발공약이나 내세우고 다른 후보들 정책을 참고해서 급조된 공약을 만드는 식이 된다.

이런 식의 선거는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악영향을 끼친다. 지역에 적폐가 쌓인다.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이 엉뚱하게 사용된다. 여기저기서 벌이는 공사로 인해 미세먼지를 들이마시게 되고 생활환경도 악화된다. 비싼 전세, 월세는 해결되지 않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열심히 일해 온 상인들이 쫓겨난다. 부실한 규제로 인해 안전이 위협받는다. 이것이 ‘나쁜 지방자치’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이다.

반면에 지방자치를 통해 문제가 개선된 사례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상급식이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 때 무상급식이 선거이슈가 되었고,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이 확산됐다. 그 외에도 성남시가 시작한 청년배당, 주민들이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 등은 지방자치가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그래서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정당기호만 보고 투표하는 것은 최악이다. 정당과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이 선거이슈가 되어야 선거를 할 의미가 있다. 당선되는 후보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낙선하더라도 의미 있는 정책을 내건 후보가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그 정책에 힘이 실리고, 당선된 후보가 그 정책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무상급식 같은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더라도 그랬다. 처음부터 무상급식이 유권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다. 낙선하더라도 무상급식을 정책으로 내걸었던 후보들이 있었고, 그 후보들의 정책에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들이 있었기에 무상급식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 왔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내 삶을 바꾸려면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방선거의 투표용지는 7장(다만,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은 8장, 제주도는 5장, 세종시는 4장)이나 된다. 분명 그중에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있을 것이다.

최근의 미투운동, 낙태죄 폐지 주장, 불법촬영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책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어떤 문제이든 선거에서 이슈가 되고, 유권자들이 그 이슈에 대한 정당·후보들의 입장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을 때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그래야 그 문제가 정치의 영역에서 진지하게 다뤄질 수 있다.

선거에서 최악은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다. 투표장에 가서 ‘나는 찍을 데가 없다’며 기권표라도 던져야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정당 기호만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정당을 자만하고 방심하게 만들어서, 결국 그 정당을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을 살펴보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7장의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것이다. 7장의 투표용지 중에는 분명 내 삶에 도움이 되는 ‘한 표’가 있을 것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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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6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 필자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준비하는 국민헌법자문특위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보면 아쉬운 부분들도 많다. 국민헌법자문특위에서 제안했던 내용보다 후퇴한 부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직접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개정안 국민발안제가 빠졌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만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헌법개정안 국민발안제는 국회 논의과정에서라도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는 여성의 동등한 참여와 정치적 대표성 확대에 관한 부분이 명시되지 않았다. 교육, 환경 등의 기본권 영역에서도 미흡한 점들이 있다. 지방분권과 대통령 권한 분산의 측면에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기본권 강화와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의미있는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함으로써, 30년 만에 최초로 조문화된 개헌안이 공식문서로 발의되었고, 시한을 둔 개헌논의의 장이 열렸다.

그동안 국회에서 개헌논의는 숱하게 반복되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지어 각 정당은 당론조차 내지 않았다. 정치에서 있어서는 안될 무책임한 행태들만 반복되었다. 그런 속에서 개헌의 동력은 거의 사그라들던 상황이었다.

이번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꺼져가던 개헌의 불씨를 살린 셈이다. 각 정당들이 당론을 정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이미 거두고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무책임하고 격이 떨어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30일 홍준표 대표는 사회주의개헌저지투쟁본부를 구성했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어느 부분이 사회주의라는 것인가?

동일한 노동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주의라면, 임금격차가 적은 유럽의 선진국가들은 전부 사회주의라는 것인가?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독일이 사회주의 국가인가?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되, 부동산 투기나 지나친 소유집중을 막자는 것은 건전한 자본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것이 어떻게 ‘사회주의’일 수 있는가? 보수의 격을 떨어뜨리는 이런 주장을 걸러내지 못하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해야 할 일은 개헌저지 투쟁본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당론을 내놓는 것이다. 막연한 당론이 아니라 조문화된 형태로 당론을 밝혀야 한다. 그럴 능력도 없는 정당이라면, 정당 문을 닫아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도 ‘정치’를 해야 한다. 아무리 상대방이 말이 안되는 얘기를 하더라도, 붙잡고 얘기해서 일을 되게 하는 것이 ‘정치’다. 사회운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정치는 문제를 해결할 때에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개헌에 대한 진정성은 개헌이 되게 하려는 노력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개헌이 되게 하려면 여소야대의 의석분포를 현실로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어느 나라든 개헌은 타협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타협하지 않고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개헌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법은 야당들을 붙잡고 설득도 하고 타협도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개헌시기를 늦추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금 개헌동력이 살아난 것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기 때문인데, 지방선거 동시 개헌국민투표가 무산되면 또다시 기한 없는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2020년 총선이 다가오고, 정당들 간의 이해관계 계산 때문에 개헌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밀실야합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번 개헌은 국민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논의태도를 가져야 한다. 각 정당들이 당론을 내놓으면, 쟁점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에 들어가야 한다. 몇몇이 하는 밀실협상은 곤란하다. 국회에서는 공개토론을 하고, 방송사, 언론사들은 토론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해야 한다. 정당들끼리 도저히 해소되지 않는 쟁점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열고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에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국민헌법자문특위는 ‘숙의형 시민토론회’를 5차례 열었다. 무작위로 추출된 시민들은 6시간 반 동안 진지하게 개헌의 쟁점들에 대해 토론했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토론이 끝난 후에 만족도 조사를 했을 때, 97% 이상의 시민들은 토론이 만족스러웠다고 답했고, 다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토론에서 시민들은 기본권 강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했고, 직접민주제 도입과 지방분권에 찬성했다. 개헌의 최대쟁점인 정부 형태에 관한 토론에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였고 상호 경청하는 태도였다. 끝내 정치권이 합의하지 못하는 쟁점에 대해서는 이런 방식을 참고해서 주권자인 시민들의 의견을 들으면 된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개헌이 실제로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이 되게 하는 정치이다. 그런 정치를 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보고 싶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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