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393건

  1. 2019.04.09 [사설]5·18 때 ‘시체’ 김해 이송 의혹, 더는 진상 규명 피할 수 없다
  2. 2019.04.08 [아침을 열며]오만은 모든 것을 삼킨다
  3. 2019.04.08 [사설]한국당은 국가적 재난이 반가운가
  4. 2019.04.05 [사설]유독 종교인 과세에 관대한 정치권
  5. 2019.04.05 [사설]청와대·여당, ‘민심의 경고등’ 엄중히 받아들여야
  6. 2019.04.05 [편집국에서]문재인 정부의 ‘4월’
  7. 2019.04.04 [사설]‘딸 특혜채용 의혹’ 김성태, 진상 고백하고 사죄하라
  8. 2019.04.04 [사설]문 대통령, ‘인사 파문 수습’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배워야
  9. 2019.04.03 [서민의 어쩌면]여론이 꼭 옳은 건 아니니까
  10. 2019.04.03 [사설]잇단 인사·검증 실패에도 ‘뭐가 문제냐’는 청 소통수석
  11. 2019.04.03 [사설]4·3 71주년, 1년4개월째 표류 중인 특별법 개정안
  12. 2019.04.03 [조호연 칼럼]황교안, 누가 악한 세력인가
  13. 2019.04.02 외교문서 공개, 취지 살리려면
  14. 2019.04.02 [사설]황교안 ‘축구장 유세’, 정치갑질 아닌가
  15. 2019.04.02 [김민아 칼럼]김의겸의 ‘각자도생’
  16. 2019.04.01 [여적]사전투표제와 투표율
  17. 2019.04.01 [사설]잇단 인사 실패, 청와대가 알아야 할 사실 두 가지
  18. 2019.03.29 [사설]황교안 대표, ‘김학의 동영상’에 대한 입장 분명히 밝혀야
  19. 2019.03.29 [사설]청 대변인의 26억 건물 매입, ‘투기 엄단’ 구호가 무색하다
  20. 2019.03.28 [사설]‘무조건 임명’ 거두고 청문 결과 반영해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로 ‘시체’를 옮겼다는 군 기록이 나왔다. 육군본부가 1981년 6월 작성한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문건에는 5·18 당시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이 가운데 5월25일 광주~김해 구간에는 의약품과 수리 부속품을 운송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비고란에 ‘시체(屍體)’라고 적혀있다. 군은 임무 수행 중 사망한 군인을 ‘시체’라고 하지 않고 ‘영현(英顯·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말)’으로 기록한다. 게다가 당시 오인 사격 등으로 사망한 군인 23명의 시신은 모두 성남비행장으로 옮겨졌다. 이 때문에 5·18 당시 공군 수송기가 김해에서 의약품 등을 싣고 광주로 왔다가 돌아가면서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시신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의 한 비석 앞에 국화꽃 한 송이가 놓여 있다. 이 묘역에는 5·18 당시 사라진 뒤 유해를 찾지 못한 시민들의 가묘가 조성돼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충격적인 내용이다. 사실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만에 하나 무고한 시민을 총칼로 죽인 것도 모자라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겨 학살 증거를 숨겼다면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국가범죄가 아닐 수 없다. 해당 문건은 군이 진압 1년 뒤 여러 군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상 운송한 시신은 행방불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광주시가 인정한 5·18 당시 행방불명자는 82명. 이 가운데 6명은 광주 망월동 5·18 무명열사 묘에서 신원이 확인됐다. 나머지 76명의 행방불명자는 지난해까지 암매장 추정지 11곳을 발굴 조사했지만 단 한 명도 찾지 못했다. 

행방불명자 확인 및 유해발굴 등은 지난해 3월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지금까지 가동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월 그들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2명을 재추천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한 채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5·18 망언’ 의원 3명에 대한 징계도 여태껏 뭉개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39년이 지나도록 상당 부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미완으로 남아있다. 헬기 기총사격 여부, 집단발포 책임자 규명, 보안사의 5·18 왜곡 및 조작 경위, 계엄군 성폭행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학살 은폐 의혹까지 새롭게 더해졌다.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다. 한국당은 두말없이 객관적인 진상조사위 구성과 조속한 정상가동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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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생각해도 자유한국당이 잘한 것은 없었다. 태극기 세력에 휘둘린 전당대회 직후 ‘망하는 게 답이다’라는 비판을 받은 게 어제 그제의 일이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라고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냈을 뿐 쇄신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다.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는 차일피일 미뤘다.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나경원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막말이 이어졌다. 탄핵 이후 한 발짝도 못 나아간 한국당 민낯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어떻게 ‘진보 1번지’라는 창원성산에서 선전했는가.  

답은 나와 있다. 여권이 못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평화국면 교착, 경기침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오만했다. 국정을 책임진 세력으로, 어려운 현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해하지 않았다. ‘우월한 우리가 적폐를 청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크게 들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론’,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후 집권여당의 전례 없는 사법부 압박…. “문재인 정부 DNA(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발언에선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 드러났다.

차곡차곡 쌓인 오만의 기운은 ‘인사참사’라는 말을 낳은 이번 개각에서 터졌다. 투기지역에 아파트 3채를 소유한 장관 후보자, 아들의 호화 유학비 충당을 위해 전세 보증금을 올렸다는 장관 후보자…. 흠결 없는 공직자가 드물었던 ‘이명박 때’가 떠올랐을 정도다. 그러나 청와대는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 인색했다. 조동호 전 후보자를 낙마시키면서도 검증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후보자 거짓말 탓으로 돌렸다. 옹색한 변명이다. 만약 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만 돌출됐다면, 청와대는 조 전 후보자를 잘라냈을까.

청와대는 후보자들의 결격사유를 알고도 이들을 내정하고 국회 청문회 무대에 올렸다고 했다. ‘우리가 이래도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는 오만이 작동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와중에 대통령의 입이라는 청와대 대변인 투기 논란까지 터졌다. 이러고도 선거를 잘 치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여권은 안이했던 것이다. 인사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은 인사참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들은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며 속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좌불안석이어야 한다. 선거 뒤 몰락 징후가 더 또렷해졌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처음 선거에 부담이 됐다는 점을 마음에 담아둬야 한다. 여당 후보들이 청와대 그림자에 숨기만 하면 됐던 지난해 지방선거 때와 반대환경이 된 것이다. 한국당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재인 심판론’을 더욱 쟁점화시킬 것이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경향신문 6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는 ‘반문재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갤럽 등 여러 기관의 정례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 때 득표율(41.08%)에 근접했다. 집권 초반 70~80%를 떠받쳤던 중도보수층이 다 이탈했다. 지지율 하락은 단순히 수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장악력과 직결된다. 구조적으로도, 대통령 영향력은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청와대가 못하면 여당이 나서야 한다. 과연 몸만 무거운 민주당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회의가 앞선다. 오만한 여권 프레임을 자초한 지도부가 그대로다. 간판이 안 바뀌었는데, 어떻게 변화 시그널을 줄 수 있겠는가. 의원 개개인도 남 탓 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 방어에만 거품을 물었을 뿐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령 인사참사에 대해서 어느 누가 공개적으로 ‘대통령님, 이게 아닙니다’라고 했나. 청와대와 경우 없이 맞서라는 게 아니다. 너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하라는 것이다. 여당은 한국당과 맞서 싸우는 데에만 능력을 보였을 뿐 민심을 다독이는 데에는 무능했다. 다 오만해서 벌어진 일이다.

여권에 대한 여론의 호감은 닳아없어지고 있다. ‘내로남불’ 비판에 여러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만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아무리 선의와 진정성을 강조해도 덮일 것이다. 한국당의 비정상적 행태만 두들겨서 넘을 수 있는 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공인된 불량식품을 두고 ‘먹으면 배탈 난다’고 떠들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당 퇴행보다 여권의 오만함이 더 큰 흠결로 비춰지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오만은 그만큼 위험하다. 모든 것을 삼킨다.

<이용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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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국가재난사태로 번지는 동안 자유한국당이 보인 상식 밖의 언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촛불 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 정부’네요.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가 산불, 온 국민은 화병”이라고 썼다. 한때 경기도지사를 지낸 사람의 인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상식 이하 수준이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4일 저녁 강원도 산불이 막 커져가는데도 국가위기관리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운영위에 늦게까지 붙잡아 뒀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파문이 일자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민경욱 대변인은 4~5일 이틀 동안 페이스북에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 “대형산불 발생 네 시간 후에야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는 글을 쓰거나 공유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삭제하기도 했다. 무슨 호재라도 만난 양 대형 산불을 정치공세로 활용하는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불길을 잡겠다고 발벗고 나서 뜨거운 사투를 벌인 시민들 보기에도 부끄럽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8일 (출처:경향신문DB)

산불·홍수·지진 같은 국가재난은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도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 중심에 여당과 제1야당이 있다. 이런 재난을 미리 방비하고, 발생 후라도 신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치고 제도를 마련하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지 못했다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시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우선이다. 한데도 한국당은 재난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정부를 조롱하고 공격했다.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도 시커멓게 탄 이재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할 판에 그렇게 해서 얻을 건 무엇인가. 이런 재난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건 수권정당을 노리는 한국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포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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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5일 종교인 퇴직금 과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법안소위로 넘겼다. 논란이 큰 만큼 한번 더 논의해보겠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종교인의 2018년 1월 이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퇴직소득 과세대상으로 한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교인들은 2017년 이전의 재직기간에 해당하는, 많게는 수십억원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은 또 이미 납부한 퇴직금 소득세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 기간을 줄인 데 대해 ‘소급 과세’라는 이유를 들었다.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시기가 2018년 1월 이후이므로 이보다 앞선 기간까지 소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려는 명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퇴직금 소득 과세 시점은 수입 시기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 부과는 소급 과세가 될 수 없다. 당초 정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 단체가 반대하고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이를 거들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가 후퇴하면 종교인에게 매겨지는 세금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일반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세 평등주의’에 위배된다.

특히 현재의 개정안대로 입법화되면 특혜가 일부 대형 종교단체에 집중된다. 대부분의 소형 교회에 소속된 종교인들은 적립한 퇴직금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교회 소속 종교인의 경우에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으면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리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일부 대형 교회와 종교인을 위한 특혜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그동안 일련의 종교인 과세 법안을 처리하면서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앞서 2015년 종교인 과세는 ‘무늬만 과세’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는 이번 개정안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 3명 가운데 2명이 반대하는 여론을 국민 대표인 국회가 묵살한 것이다. 종교인 과세가 더 이상 후퇴해선 안된다. 국회 법안소위에서는 형평성과 조세정의에 맞는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 형평성을 잃은 법을 만들어놓고 성실납부를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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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 경남 통영·고성에서 자유한국당이 완승을 거뒀고, 창원성산에서는 초접전 끝에 정의당이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외형상으로는 1 대 1 무승부지만 사실상 정부·여당의 패배나 다름없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통영시장, 고성군수를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것과 비교하면 민심 이반은 뚜렷하다.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 세 곳에서도 전패했다. 민주당 절대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전북 전주에서도 민주평화당에 패했다. 불과 10개월 만에 민심이 180도 돌아선 것이다.

민심이 급변한 이유는 활로를 잃은 경제, 더 고달파진 민생, 인사 난맥상 등에 대한 실망감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 중 불거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 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 실패, 시민들의 화만 돋운 해명 등은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진보정치 1번지라는 창원성산에서 후보 단일화 이후 여론조사에서 독주를 해오다 막판에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민심 이반이 얼마나 거셌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을 폄하하는 야당의 자충수가 없었다면 결과는 바뀌었을 수도 있다. 창원성산에서 신승을 거둔 여영국 정의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 같은 게 참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신지이자 정치적 근거지인 PK(부산·경남)지역에서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민심의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두 곳에서 치러진 ‘미니 선거’지만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의미를 담기에 충분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완패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원인을 엄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은 위대하고 민심은 무서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더 겸손하고 진지하게 국정에 임하라는 민심의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그간 국정운영이 시민의 눈에 오만스럽거나 불통으로 비칠 만한 것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청와대와 시민의 눈높이가 안 맞았던 부분은 무엇인지, 시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년 총선까지 꼭 1년이 남았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에 민심은 순식간에 돌아선다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다. 여권이 험악해진 민심에 바짝 긴장하고 시민의 뜻을 잘 헤아려 국정을 일신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싸늘해진 민심을 끝내 외면한다면 총선에서 더 호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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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집권세력이 드물게 ‘날것’ 그대로의 민심을 만나는 통로다. 민심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권력도 선거만큼은 피해갈 수 없다.

4·3 보궐선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여권 지지층의 마음이다. 단순히 선거 결과로 나타난 패배가 아니다. 경남 통영·고성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받은 표는 4만7000여표다. 지난해 지방선거 지지 표심(4만6000여표)이 고스란히 투표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는 지방선거(4만6700여표)의 반토막에 가까운 2만8400여표(60.8%)에 그쳤다. 여권 지지자들은 표심을 포기하는 것으로 정치적 평가를 한 것이다. 국정 실패는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집권 3년차 봄을 지나고 있는 청와대 주변에선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4·3 보선 결과만큼 침울한 공기가 주변을 감돈다. 그간 국정 지지율 하락에도 하지 않던 토로다. “좀 도와달라”는 호소도 함께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인천 연수구 경원루에서 열린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센트럴파크 전망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현 상태는 5개 정도의 이상증상으로 요약될 듯하다. 무엇보다 ‘민생경제 성적표’가 국정 전체를 짓누르고, 한반도 비핵화의 교착, 검찰·재벌 등 적폐 개혁 부진, 이로 인한 지지율 저하와 국정 자신감 하락이다. 그 결과는 ‘3년차 증후군’으로 이야기되는 조급함과 무기력의 교차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퇴진을 이끌어낸 스튜어드십 코드 등 작은 ‘변화’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개혁정부의 숙명인 도덕성의 부메랑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모도원’(日暮途遠·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문다)의 형국이다.

하지만 위기를 곱씹어 보면 본질은 북·미 대화의 궤도 이탈도, 경제의 어려움 때문도 아니다. 무엇보다 권력 내부의 ‘기능부전’ 징후가 심각하다.

당장 ‘용인(用人)’에서 이상징후가 도드라진다. 지난 주말 청와대 대변인과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성이 발목을 잡았다. 집 3채로 수십억원의 차익을 올린 부동산 정책 주무장관, 아들에게 스포츠카를 사주려 전세금을 올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의 원칙과 검증이 작동하는지 의심받고 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실망감은 더 크다. “혁명이란 게 뭐야? 기껏해야 관청 이름이 바뀔 뿐”이라는 미도리(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의 항변처럼 지지난 겨울의 진통이 그저 몇몇 자리 얼굴이 바뀌는 것으로 끝나는 허탈감이다. 이 경우 민심은 문재인 정부 탄생의 근원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람 하나 마음대로 쓰는 것도 사실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만 5년이었다. 이런저런 신세와 인연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든 정부에서 3년차는 ‘시련’이다. ‘흔들림’의 시작이었다. 집권의 자신감과 참신한 기상은 사라지고 안일이 스며들며, 남은 시간들을 헤아리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과의 전쟁’에 이율배반이었던 김의겸 전 대변인의 고액 부동산 거래는 이미 정권 이후 각자도생의 번뇌가 청와대 공기를 짓누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여기에 정부 초반 국정의 발목을 잡은 ‘트라우마’들도 자리 잡기 시작하는 때다. 노무현 정부의 ‘분열 정치’ 논란,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촛불’,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무능’이 그런 예들이다. 권력은 위기 본능에 깜짝 조치를 내놓지만 ‘신박’한 결과보다는 처참한 실패로 이어지는 게 통상이다. 권력이 이상조짐을 보이면 그 앞에서 풀처럼 가지런히 눕던 ‘관료 정치’의 독성도 머리를 삐죽삐죽 내밀 것이다. 권력 획득을 권위의 획득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지지율’의 껍데기가 걷힐 때 남는 것은 이처럼 스산하다.

실상 모든 개혁은 ‘톱다운’이다. 혁명과 달리 개혁은 리더십에 의해 ‘통제되는 혁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십은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개혁 리더십의 구성요소는 ‘도덕성·실력·용기’다. 도덕성은 반개혁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출발점이고, 실력은 성과를 통해 개혁의 지지를 유지하는 힘이며, 변화를 위한 소통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개혁 권력의 정체성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련에 위축되지 않고 용감하게 도전하던 ‘집권 초 100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 시작점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는 용기일 터다. 당장 일그러진 인사의 책임은 오롯이 인사권자에게 있다. 선출직 권력인 대통령은 참모를 대신 벌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참모를 감싸는 것은 곧 스스로의 허물을 덮는 것이다. 제갈량은 울면서 분신과도 같았던 마속을 베었음(읍참마속·泣斬馬謖)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1년 뒤 4월(21대 총선)’은 개혁정부 지지층에게 전혀 다른 시간이었으면 한다.

<김광호 정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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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딸의 KT 채용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 딸의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은 “(구속된)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으로부터 2011년 김 의원에게서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2일 밝혔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KT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이듬해 KT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김 의원이 딸의 최초 입사 때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2012년 공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합격할 때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해 말부터 딸의 부정 채용 의혹을 시종 부인해온 김 의원의 후안무치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김 의원은 딸의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되자 “권력과 언론이 합작한 정치공작”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부각되니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되레 현 정권을 비난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권력형 채용비리”라며 국정조사를 강하게 요구한 것과 너무 비교된다. 뒤로는 자신의 딸을 부정하게 취직시켜놓고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들어 노조원들이 짬짜미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이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달 KT 임원이 구속되었을 때도 김 의원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2일 “소문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출신 의원 여럿도 청탁자 대상에 들어 있다고 한다”며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했다. 자기 허물에 대한 일말의 반성은커녕 남을 물고 늘어지기에 급급한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김 의원 딸의 2011년 채용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2012년 공채비리 의혹은 아직 시효가 남아 있는 만큼 진상을 밝혀야 한다. 더구나 2012년 공채 때 김 의원 딸은 지원자 명단에 없는데도 최종합격했다. 검찰은 김 의원 외에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KT네트웍스 부사장 등도 딸과 지인의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힘있는 사람들이 자녀와 지인들을 특혜 입사시킨 것은 범죄행위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김 의원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KT와 무슨 거래를 했는지 다 밝혀야 한다. 그에 앞서 김 의원은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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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당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추천위 멤버들이 전원 사의를 밝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잘못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신속하게 비판여론을 수용했다. 현재 실시 중인 국회에서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당시 노 대통령이 검증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제도였다. 노 대통령의 인사 파문 뒤처리는 깔끔했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져 사퇴하자 그때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후임 민정수석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부실인사로 인해 반복되는 국정공백과 차질, 혼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지 나흘째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뭐가 문제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한 측면도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의 해명은 실망스럽지만, 이런 입장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보편적 인식이라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 지명 철회를 한 조치와도 모순이요, 인책론을 피하려는 항변이라 해도 시민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나머지 5명의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 후에 닥칠 정국경색과 국론분열이 불 보듯 뻔하다. 걱정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현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이 11명에 달한다는 건 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과정에서 소진된 국정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사과부터 하고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는 게 도리다. 민심을 헤아려 적임자를 찾는 방법이 무엇일지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정파를 뛰어넘는 여론수렴과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는 여론이 차갑게 식고 지지층마저 실망하고 있음을 깨닫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40%대로 추락한 국정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잘못은 누구든 할 수 있다. 잘못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문 대통령은 아직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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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을 일깨우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거기에는 미흡했다.” 음주운전으로 윤창호씨를 죽인 박모씨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을 때, 윤씨의 아버지가 한 말이다. 윤씨의 친구도 비슷한 말을 한다. “한 사람의 꿈을 가져가고 6년을 선고받은 것은 너무 짧다.” 나 역시 이 말들에 동의한다. 정의로운 검사가 되겠다던 스물두 살 청년의 꿈을 짓밟은 행위는 100년의 징역형으로도 용서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은 징역 1년에서 4년6월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판결의 형량은 이례적으로 높았다. 예컨대 2016년 23세의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후자의 청년이라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닐진대, 두 사건에서 다른 판결이 나온 이유는 뭘까? 2년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졌고, 윤창호법이라는 게 생길 정도로 이 사건이 여론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사법부가 예전의 관성대로 1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면, 해당 판사가 판사직을 계속 유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재판은 여론을 반영한다. 법이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라는 점에서, 판결에 여론을 반영하는 것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판결이 무조건 여론을 따라가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대중의 여론은 대부분 강한 처벌을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며칠 전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할아버지가 손녀를 성폭행한 사건에 대한 댓글을 보자. “고작 7년? 그냥 죽여버려라. 인간도 아니다.” “7년이라니? 70년이 아니고?” 이런 여론은 의료사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의료행위의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했을 때, 여론은 들끓는다. 당장 의사면허를 박탈하고, 의사를 구속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판사들이 이 여론을 의식해 의사 구속을 남발한다는 데 있다. 2018년 초, 이대병원 신생아실에서 4명의 아이들이 죽었다는 이유로 의사가 구속됐다. 어차피 차트는 경찰에서 가져갔으니 따로 인멸할 증거도 없고, 계속 진료를 해야 하는 의사의 특성상 도주할 가능성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 감염이 의사의 잘못에 의한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은 영 아쉽다. 

이 점이 참작돼 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것도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횡격막 탈장으로 8세 아이가 사망했을 때, 이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 세 명이 1심에서 한꺼번에 금고 1년~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태권도를 하다가 배를 차였다는 사실을 부모가 얘기하지 않았고, 초기에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 나이 때 복통의 원인으로 흔한 변비로 추정하고 경과를 관찰하자고 한 것이 형을 살아야 할 만큼 중대한 범죄일까? 자궁 내 태아가 사망했을 때 이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분만이 지연되자 지친 산모가 몸에 감은 태아 심박동 검사기를 풀어달라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한 시간 동안 태아의 심박동이 떨어진 탓이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의사에게 금고 8월형을 선고했다. 대중들이 환호했으니 이건 좋은 판결일까? 위에서 예로 든 사건들은 윤창호씨를 죽인 음주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박씨가 음주운전이 살인에 준하는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운전대를 잡았고, 그의 만행이 아니었다면 윤씨가 죽을 일은 없었겠지만, 의사는 가만 놔두면 죽었을 환자들을 살리려고 애쓰다 실패했으니 말이다. 

연이은 의사들의 구속을 바라보는 동료 의사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이 참담함은 국민들의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산부인과의 숫자는 급감했다. 문을 닫는 산부인과가 늘어나고, 그나마 있는 산부인과도 지방흡입에만 전념한다든지, 부인과 진료만 하는 식으로 업종을 바꾼다. 저출산 탓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산부인과가 의료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그래서 의사가 법정에 서는 일이 가장 많은 과라는 게 더 큰 요인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인구 10만명당 출산하다 숨지는 산모의 수를 뜻하는) 모성사망비가 서울은 3.2명으로 OECD 평균의 절반이지만, 제주 16.7명, 경북은 16.2명으로 엄청 높다. 심지어 두메산골이 많은 강원도는 32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스리랑카보다 높은 수치다.” <지방도시살생부>(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의대생에게 산부인과는 가장 피해야 할 과이고,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등 생명과 직결되는 과들도 인기가 떨어진 지 오래다. 10년이 지나면 분만이나 심장수술을 위해 외국에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괜한 엄살만은 아니다.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구속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의사의 성범죄나 대리수술 같은 범죄에 대해선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처벌이 내려지는 게 맞다. 하지만 환자 진료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할 때는 조금 신중했으면 좋겠다. 여론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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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했으면 ‘인사 참사’에 가깝다.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고, ‘해적 학회’ 참석·자녀 호화 유학 의혹 등이 불거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지명 결정을 번복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흠결 사유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인정한 셈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비리의혹 백화점이 된 장관 후보자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실망감을 헤아렸다면,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엄격한 검증 체계를 마련해 다시는 ‘인사 실패’가 없도록 하겠다고 벼렸여야 할 터이다. 하지만 인사 실패에도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자기합리화와 면피성 해명을 사흘째 되풀이하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은 보기에 한심할 지경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수석은 인사검증 부실을 둘러싼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책임론에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게 없고, 문제가 없으니 특별한 조치도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됐던 부동산 투기나 자녀 호화 유학 논란 등에 대해서도 “지명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나 ‘국민 정서’ 탓에 낙마했다는 투의 어이없는 주장을 폈다.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에 대해선 “주택 세 채를 보유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인지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론’을 말하는 것인가.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자기들만의 ‘이론’을 국민 정서와 견주는 것이라면 오만의 극치다. 윤 수석은 조 후보자의 자녀 호화 유학 논란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조 후보자 아들이 보유한 포르셰 가격이 3500만원이 안되고 벤츠도 3000만원이 안된다고 설명하면서 “가격 기준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벤츠·포르셰를 타는 것이 무슨 문제였겠나”라고도 했다. 윤 수석의 주장처럼 별문제가 아니라면 왜 자진 사퇴에 ‘지명 철회’ 조치까지 취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검증 라인의 문책론을 모면하려 대통령의 지명 철회 결단조차 희화화하고 있는 꼴이다.

잇단 인사 실패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 상식과 거꾸로 가는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없이 ‘뭐가 문제냐’고 대거리하는 걸 보면, 결국 기존 방식과 라인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인사 실패’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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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봄과 함께 4·3 그날이 왔다. 하지만 제주에는 아직 봄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당시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은 71년이 지난 지금도 영면할 수 없다. 정치권이 이들의 ‘해원(解寃)’을 외면하면서 4·3특별법 개정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4·3 70주년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들과 생존 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작업은 지난 1년을 허송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개정안 발의 16개월 만인 지난 1일에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군사재판 무효화가 법적 안전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 1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배·보상액 규모 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사법부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제주지법이 지난 1월17일 4·3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원이 당시 군사재판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생존 수형인들에게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제주 4·3 71주기를 하루 앞둔 2일 제주 4·3 당시 함께 수감됐던 송순희 할머니(오른쪽)와 변연옥 할머니가 생존 수형인 자격으로 처음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도의회 의장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3사건 당시 송 할머니와 변 할머니는 같은 버스를 타고 전주형무소로 이동해 각각 안동형무소와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됐다. 두 할머니는 출소 후 인천과 안양에서 살다 이날 7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제주 _ 권도현 기자

소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2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군사재판이 판결문이 없는 것은 물론 수형자들이 법정에서 선고형량을 듣지 못하고 감옥에 가서야 몇년형을 받았는지 처음 알았을 정도로 불법적이었다고 했다. 법원의 판결은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인 군사재판 무효화에 대한 법적 근거를 부여한 의미가 있다.

4·3은 해방 직후 불안정한 정치상황에서 벌어진 한국 현대사의 최대비극이다. 2003년 정부의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2만5000~3만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됐고, 이 중 3분의 1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 희생자였다. 유족과 직간접적 피해자들의 고통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추념식에서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제주에서 열린 특별법 개정 촉구집회에서 참석자들은 “개정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한 제주의 봄은 요원하다”고 했다. 

4·3 수형인 2500여명 중 생존자는 30여명에 불과하고, 현재 80~90대인 이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4·3의 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개정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다. 정치권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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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에게 ‘김학의 성범죄 사건’ 개입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악한 세력”(페이스북, 3월20일)이라고 규정했다. 기독교 언어를 정치에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황 대표 자신은 의혹을 받는 사람에서 ‘판결자’로 변신했으니 참으로 편리한 방식이다. 문제는 악한 세력은 굴복이나 타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치의 미덕인 타협은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된다.

기독교(개신교) 언어를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야 문제 삼기 어렵다. 하지만 교회 담장을 넘는다면 달라진다.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마귀’ 발언(대형교회 ㄱ목사)처럼 언론과 시민사회를 비난한다면 사회 현안이 된다. 황 대표와 ㄱ목사의 발언은 스스로가 봉착한 세속적 문제를 기독교를 동원해 풀려고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동의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 대화는 어떤가. “황 대표가 나중에 청와대에 들어가더라도 교계 지도를 잘 받아야 한다”(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천만 크리스천들과 함께 뜻을 좀 모아달라”(황 대표). 기독교 일각에서 정치에 뛰어들려 하고 있고, 황 대표는 그 선봉을 자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은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게 될 때 정치적 상대나 정적을 넘어 상대는 악의 차원으로 격하되어 악의 화신이 되고 자신은 선의 차원으로 승화된다고 말했다. 의혹을 합리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악이라고 맞받아치는 황 대표의 모습에서 그 같은 종교적 독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국가 지도자의 종교적 독선은 독재보다 무서울 수 있다.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 대통령 조지 부시는 ‘악의 축’ 구호를 앞세워 이라크를 침공하며 ‘성전’이라고 정당화했다. 그러나 부시가 침공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의 보유는 허구로 드러났다. 황 대표 발언이 내포하는 위험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가 지난 30일 경남FC와 대구FC의 2019 하나원큐 K리그1 4라운드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 안에 들어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연합뉴스]

황 대표는 ‘비종교적’ 정치 행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엔 정치 행위가 일절 금지된 프로축구 경기장에 들어가 선거 유세를 하기도 했다. 어족자원보호선을 넘어가면 만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 그렇게 하면 물고기 씨가 마르고 어장이 황폐화될 터이니 출입금지 규정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서울역 플랫폼 관용차 진입’ 논란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황 대표의 ‘상습적 반칙’의 배경에 기독교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 뒤에 천만 기독교 세력이 있는데 그깟 법·규정 위반이 대수로운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모 정치평론가는 보수 특유의 ‘대한민국 오너’ 심리의 분출로 봤다. 황 대표가 ‘이 나라가 본디 보수 것인데’라고 인식한다면 특권의식과 갑질의 동기가 설명이 된다. 어느 쪽이든 시민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다.

바라건대 황 대표가 항간의 우려를 씻고 정치에 종교를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 문제를 정치 안에서 정치적으로 풀었으면 한다. 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앞서 중요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것은 진짜 악한 세력이 누구인가이다. 본인 말처럼 “제가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개입했다고 왜곡했다고, 허위 사실을 기획하고 조작하고 모략하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국민이 부여한 행정 권력과 금력을 내세워 무고한 여성들을 강제로 짓밟은 세력, 그런 끔찍한 짓을 한 것을 알고도 고위 공직에 기용한 세력, 그것을 묵인·방조한 세력인가. 

도움이 필요한가. “검찰에서는 진실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동영상)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한번 해보시라’고 시키기도 했다.”(김학의 성범죄 사건 피해 여성, KBS) 이런 피해여성이 30명이나 된다. 가해자들은 성폭력을 저지르고 동영상을 찍어 가족까지 협박했다. 피해자들은 10년 넘게 진실을 가려달라고 직접 얼굴까지 공개하며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혐의 처분이었다. 경찰이 “동영상 인물은 확인할 것도 없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했지만 검찰은 “불분명하다”며 부인했다. 김학의 사건은 흔한 사건이 아니다. 박근혜 청와대와 검찰, 경찰에 뿌리박은 거대한 악한 세력이 권력에 취해 악을 악으로 인식 못한 유례를 찾기 힘든 반인권, 반여성, 반국가 범죄다. 

우리는 세금을 낸 시민으로서 황 대표가 당시 법무장관으로서 어떻게 처신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지금도 황 대표는 매년 수백억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제1야당 대표로서 진실을 알리고 사회 정의를 세워야 할 의무가 있다. 간음금지는 기독교의 계율(십계명 중 칠계명, 출애굽기)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로든 종교적으로든 황 대표는 답해야 한다. 누가 악한 세력인가.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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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이면 외교부 기자실은 ‘외교문서 시즌’에 돌입한다. 외교부가 기밀유지 연한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들을 공개하기에 앞서 기사 작성을 돕기 위해 미리 배포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1988년 생산된 외교 문서 25만여쪽을 담은 USB가 전달됐다. 문서량이 엄청나다보니 기자들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2주 남짓 되는 기간 동안 각자 맡은 분량을 샅샅이 검토해서 주요 내용을 요약해야 한다.

의무감과 약간의 호기심으로 작업에 참여했다. 외교 현장을 생생한 육성으로 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없지는 않았다. 사관이 사초를 남긴다면, 외교관은 전문으로 존재를 증명하지 않던가.

그런데 할당된 문서 7500여쪽을 살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문서철 중 일부는 “공란”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부 심사에서 다시 5년간 비공개로 전환된 문서들이었다. 상당수는 이미 일반 문서로 분류된 ‘3급 기밀’에 해당했다. 내용 면에서부터 새롭게 보도할 만한 사실을 찾아내기에 제약이 따랐다. 

인위적으로 공개 시점을 정해놓은 부분도 마음에 걸렸다. 현안을 챙기고 취재원들을 만나는 와중에 2주 동안 방대한 양의 문서를 공들여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교부는 2019년도 외교문서 공개율은 88%로 지난해보다도 약 2% 증가했으며, 개인정보나 상대국에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밀문서 공개율이 70%에도 못 미치는 미국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외교행정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시작된 외교문서 공개 의의를 살리려면, 더 나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선 소수의 퇴직 외교관과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뤄지는 공개 대상 문서 심사에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3년쯤 후에는 매년 공개되는 문서의 양이 지금보다 두 배 늘어나는 ‘외교문서 홍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외교문서 분류·이관을 담당하는 인력 확충도 시급해 보인다.

<김유진 | 정치부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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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경남FC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당과 기호 2번, 이름이 표기된 붉은색 점퍼를 입고 구단 측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안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모든 스포츠는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스포츠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성별, 인종, 종교, 출생지, 학교, 직업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 프로축구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도중 정당 대표와 후보 일행이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하는 걸 상상이라도 할 수 있나. 더구나 일부 유세원들은 “입장권 없이는 못 들어간다”고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갔다고 한다. 선거사에 남을 안하무인격 행태요, 전형적인 정치갑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가 지난 30일 경남FC와 대구FC의 2019 하나원큐 K리그1 4라운드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 안에 들어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이날 경기장에는 최근 침체된 분위기에서 반등하고 있는 경남FC를 응원하기 위해 개막전 때보다 더 많은 유료관중(6173명)이 입장했다. 이런 인파를 예상했기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다른 당 지도부와 후보들도 대거 창원축구센터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만 유세 활동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반면, 황 대표 일행은 경기장 안에서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뜻하는 ‘V’ 표시를 하는 등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구단 제지를 받자 점퍼를 갈아입고 선거운동을 계속했다니 애초부터 이들에겐 선거법이고, 경기장 금지 규정이고 안중에도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이런 경기장 유세 장면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버젓이 홍보까지 했다.

경기장 선거 유세 때문에 홈팀인 경남FC는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잘못은 한국당이 했는데 벌은 구단이 받는 꼴이다. 그런 경남 구단은 “이번 사태를 적극 제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파문이 일자 “선거운동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피해자는 고개를 숙이고, 가해자는 여전히 당당하다.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황 대표의 ‘법치 무시’는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 정치가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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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기자 김의겸은 견결한 진보주의자였다. ‘함께 잘사는 길’을 설득하려 애썼다. 그런 김의겸도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했다. 14억 재산으로도 안심하지 못했다. 은퇴 이후 인생을 서울 흑석동의 낡은 건물에 걸었다. ‘갓물주(God+건물주)’의 유혹에 ‘대통령의 입’이란 본업을 잊었다. 사퇴는 불가피했다.

한국은 부자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다. 그런데 모두가 전전긍긍이다. 서민층은 물론 김의겸 부부 같은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민의 평균 행복지수(10점 만점)는 5.895점이다. 조사 대상 156개국 중 54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무엇이 우리를 ‘집단 불행 증후군’으로 몰아넣고 있을까.

행복지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구매력기준 GDP)과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내 삶을 선택할 자유, 관용, 부정부패 정도 등 6개 지표를 측정해 종합 산출된다. 한국민은 건강 기대수명(9위)과 1인당 GDP(27위), 관용(40위)에선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사회적 지지(91위), 부정부패(100위), 선택의 자유(144위)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사회적 지지가 취약하다는 건, 연대 가능성이 낮아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선택의 자유가 좁다는 건, 개개인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의미다. 부정부패는 반칙과 불공정이 판치는 시스템을 드러낸다.

행복지수는 유의미하다. 사회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각자도생은 백전백패임을 일러준다. 중산층이 불안과 질투를 동력삼아 피라미드를 한 층 두 층 오르는 동안 서민층은 바닥에서 신음해야 한다. 중산층이라고 꼭대기에 이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압도적 자원을 보유한 ‘1%’는 이미 꼭대기를 차지한 채 ‘전지적 시점’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서로 치고받고 상처 주며 피라미드를 기어오르는 ‘각자도생의 무한 루프’는 끊어야 한다. 피라미드를 깨부수고 항아리 구조로 바꿔야 한다. 개개인이 할 수 없다. 정치의 몫이다.

구조를 바꾸려면? 담대한 상상력과 강한 추진력이 필수다. 미국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상상력의 모범사례다. 29세로 역대 최연소 의원인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그린 뉴딜’로 워싱턴의 정치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그린 뉴딜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고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불균형까지 완화하자는 야심찬 계획이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혁명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며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타임지 인터뷰에서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깝다”고 말했다. 추진력의 모범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에게서 찾고 싶다. 아던 총리는 크라이스트처치 테러가 발생한 지 72시간 만에 내각 차원의 총기규제 강화 방침을 이끌어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 내 25억여원대 복합건물 매입 논란에 휩싸인 지 하루 만인 29일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미 상원이 그린 뉴딜 결의안을 논의할 무렵, 한국 국회의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종교인의 퇴직소득세를 깎아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혜택은 대부분 초대형 교회 목사들에게 돌아간다. 한국 정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문재인 정부가 다음달 10일 출범 2년을 맞는다. 향후 3년간 이룰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가 깊고 넓음도 안다. 그럼에도 ‘각자도생’이라는 대세를 ‘공존공생’ 쪽으로 방향타만 돌려놓을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 믿는다. 초등학생부터 청와대 대변인까지 건물주를 꿈꾸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 부동산 불패 신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공동체의 ‘신뢰 인프라’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 과감한 증세가 절실하고, 필요하다면 사회보험료 인상도 논의해야 한다. 각자도생을 방치하는 건 정치의 직무유기다.

두 달 전 왼쪽 손목을 접질렸다. 정형외과에선 1~2주 물리치료 받으면 나을 거라고 했다. 손목 보호대를 차고, 물리치료도 꼬박꼬박 다녔다. 3주가 지나도 통증은 여전했다. 의사는 비급여 진료인 체외충격파 시술을 권했다. 효과는 좋은데 비싸다며 실손보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평소 건강보험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온 나는 실손보험에 들지 않았다. 1회 7만원씩 내고, 네 번 시술받았다. 손목 상태는 상당히 나아졌다.

이제라도 실손보험에 들어야 할까? 버티고 싶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당당하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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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제는 애초 투표율 제고가 주된 목적의 하나다.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는” 투표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제도이다. 한국에서는 2013년도 상반기 재·보선에서 처음 도입됐다. 평균 투표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6위에 머무른 심각한 투표율 저하가 제도 도입의 동력이 되었다.

역대 재·보선에서 사전투표율과 전체 투표율은 일정한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2013년 4월 재·보선부터 2014년 7월 재·보선까지는 사전투표율이 꾸준히 올랐지만 당일 투표율은 오히려 감소, 전체 투표율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2015년 4월 재·보선은 직전 선거에 비해 사전투표율은 감소하고 당일 투표율은 증가, 역시 전체 투표율은 엇비슷했다. 재·보선은 사전투표소 설치 장소가 해당 선거 지역에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사전투표 효과 측정에 한계가 있다.

사전투표제가 전국적으로 처음 적용된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1.49%로 크게 높아졌으나, 전체 투표율은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20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12.19%를 기록했고, 전체 투표율(58%)은 19대 총선에 비해 3.8%포인트 높았다. 2017년 대선은 사전투표율이 26.06%로 신기록을 썼지만, 전체 투표율은 18대 대선에 비해 1.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높은 사전투표율에 비해 전체 투표율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은 양상이다.

학계에서는 선거때면 ‘사전투표제가 투표율을 높이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왔다. 추세적 하락을 막고 투표율을 반전시킨 점에서 ‘투표율 제고’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평가와, 순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반론이 병존한다. 후자는 사전투표 효과는 ‘새로운 투표자(기권자)를 충원하기보다 기존 투표자를 분산하는 데 그쳤다”고 보는 것이다.

4·3 재·보선의 사전투표율이 14.37%를 기록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포함된 역대 재·보선 중 가장 높은 압도적 투표율이다. 이번에는 사전투표제의 투표율 제고 효과를 증명하게 될까. 분명한 건, 특정 제도에 앞서 당해 선거에 부여되는 ‘심판’의 성격이 ‘참여’를 좌우한다는 불멸의 원리일 터이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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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이 낙마했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된 ‘내로남불’ 인사라는 비판 여론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아들의 ‘황제 유학’,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은 시민 정서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여기에 해외의 ‘해적 학술단체’와 관련된 학회에 참석한 새로운 의혹이 더해졌다. 최 후보자 역시 잠실·분당·세종에 아파트와 분양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23억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얻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딸 부부에게 집을 팔고 월세로 사는 쇼까지 벌였다.

조동호(왼쪽), 최정호. 출처:경향신문DB


사실 이들의 낙마는 청와대만 빼고 모두 예측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도 청와대는 지명 철회 발표 자리에서까지 안이한 인식을 내보였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의 해외 부실학회 참석에 대해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부실학회 참석 사실을 제외하고는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흠결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예의 사전 파악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변명은 구차하고, 흠결을 알고도 지명했다는 건 오만하게 들린다. 어느 쪽도 시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실패로 낙마한 장차관급만 벌써 10여명에 이른다. 장관 후보가 낙마하면 차기 장관이 나오기까지 수개월간 국정공백은 불가피하다. 이런 국력 낭비는 청와대가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한두 번이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개각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건 청와대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에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말 인사라인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인사 잣대가 내편에만 관대한 온정주의는 없었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매번 책임을 묻지 않고 감싸고 도니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사 때마다 시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뼈저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두 사람의 낙마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내편, 네편 가르지 않고 인사의 폭을 넓히는 등 인사정책의 과감한 반성과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인사참사는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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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을 만나 ‘김학의 성범죄 의혹’ 동영상 CD를 언급하며 김 차관 임명을 만류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27일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데 이어 28일에는 과거 일정표를 공개하며 황 대표 면담 시점을 ‘3월13일 오후 4시40분’으로 특정했다. 황 대표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고, 현재는 제1야당의 대표다. 중대 사안인 만큼 거짓 없이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2013년 3월13일은 박근혜 정부의 첫 차관 인사가 이뤄진 날이다. 청와대는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인사 내용을 오후 2시 발표했고, 2시간여 뒤 박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하지만 김학의 전 차관은 3월15일 공식 취임했다. 박 후보자 주장대로라면 김 전 차관의 직속 상관인 황 대표가 성범죄 의혹 내용과 이를 담은 동영상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이틀 사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황 대표는 “박 후보자를 여러번 만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다 기억을 못한다”고만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런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박 후보자가 제시한 정황이 구체적인 데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당시 박 후보자로부터 ‘황 장관한테 (CD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터다. 2013년 6월17일 법사위 회의록에 드러난,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황교안)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저희가 (황 장관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법사위에서) 질문드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의 성범죄 의혹은 대표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자, 공권력이 피해자의 호소를 짓뭉갠 최악의 인권침해 사례로 꼽혀왔다. 최근에는 ‘박근혜 청와대’가 2013년 김 전 차관을 수사한 경찰에 외압을 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는 ‘핵심 피의자’의 직속 상관이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핵심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할 때 주무 장관이었다. 설령 박 후보자로부터 동영상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해도,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황 대표는 위기를 모면하려고만 하지 말고,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진상규명에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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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1억원을 빌려 공시가격 26억원에 달하는 재개발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서울 집값이 폭등하던 지난해 7월 서울 흑석동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을 샀다고 한다. 이 지역은 매입 두 달 전 롯데건설이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흑석뉴타운 9구역’으로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이 건물을 사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 외에 은행에서 배우자 명의로 10억2080만원을 대출받았고 지인에게 1억원을 빌렸다. 은행금리 4%를 적용하면 매년 이자만 5523만원을 내야 한다. 김 대변인 연봉의 절반 이상이다. 말 그대로 부동산에 올인해 재테크에 나선 셈이다. 

김 대변인은 28일 상가 매입을 놓고 파문이 일자 “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는 자리고, 제 나이에 전세를 살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전날엔 “노후 대책용으로 건물을 매입했다”고 했다. 폭등한 집값 앞에서 절망하는 청년세대나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꿈 같은 얘기다. 군색한 변명은 도리어 시민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대책과 지난해 9·13대책 등 각종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하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흑석동은 8·2 부동산 대책 때 투기과열지구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곳이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투기 억제에 집중할 때 청와대 대변인은 거액의 빚을 내서 재개발지역 노른자 땅을 산 것이다. 투기를 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요, 투기가 아니라 해도 공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이 정부는 다를 거라 믿어 온 시민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대변인은 매일 시민 앞에 나와 대통령과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다. 앞으로 김 대변인의 국정 설명을 과연 신뢰하겠는가. 무엇보다 시민이 정부 정책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 국정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약 25억7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구역의 한 복합건물. 김영민 기자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설 때는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시민은 비 새는 집에서 천장만 바라보는 청백리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말과 행동은 맞아야 한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86명 가운데 25명(29.1%)이 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 전체 가구 중 다주택가구는 14% 정도다. 고위공직자가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시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이러니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고 한들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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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끝났다. 도덕성·자질 흠결로부터 자유로운 후보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의혹 경연장’을 방불케 한 청문회였다.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기피 등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인사검증 기준’에도 저촉되는 후보자들이 태반이고,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 일탈도 수두룩하다.

27일 청문회를 치른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의혹백화점’이라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아들 인턴 특혜 채용, 배우자 농지법 위반, 세금 탈루, 병역특혜, 다주택 보유 등 헤아리기도 벅찰 정도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가 국가연구비 4800만원을 들여 두 아들이 유학 중인 미국 특정 지역에 7차례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를 위해 허위출장 보고서를 작성한 의혹도 나왔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사실이라면 장관은커녕 교수로서의 자격도 없는 불법 행위다. 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딱지 투기’와 이해충돌,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청문회를 거친 후보자들도 단순 의혹 차원을 넘어선 경우가 허다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 6500만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그간 탈세를 저지른 것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4차례 위장전입에다 본인 소득이 있는데도 아들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확인됐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주택정책 총괄 수장으로서의 적격성에 심대한 결함이 드러났다. 그는 전형적인 재건축 투기 의혹에다가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닌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투자, ‘꼼수 증여’까지 부동산 투기의 고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토부 장관처럼 투기하면 되나요?”라는 비아냥을 듣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 “죄송하다”는 사과로 퉁칠 단계는 지났다. 오죽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경실련이 동시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을까 싶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사전에 체크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심각한 법·도덕적 흠결이 확인된 경우는 곤란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하기보다 철회하는 것이 정도다. ‘닥치고 임명’의 오만에 빠지지 말고, 청문 결과를 반영하여 옥석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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