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강동구의 한 폐지 수거업체.처리가 된 폐지묶음이 차에 실리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20년 전 새벽 4시 영하 15도의 골목길을 기억한다. 싼 맛에 구입한 새벽 비행기를 타러 공항 가던 길, 폐지 줍는 할머니를 보았다. 그는 75도쯤 굽은 등으로 쓰레기를 매만져 자기 몸체만 한 폐지를 구원해냈다. 누가 감히 게을러서 가난하다고 하는가. 고 노회찬 의원은 새벽 4시 구로에서 강남 가는 6411번 버스를 타는 청소 노동자에 대해 말했었다. 한겨울 새벽길에는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이 세계의 평온을 몸으로 떠받치는 사람들.

2018년의 ‘쓰레기 대란’이 폐지로 돌아왔다. 똑같은 전개다. 전 세계 50%의 폐기물을 수입하던 중국이 이를 금지했다. 폐기물을 떠넘길 곳이 없어지자 폐기물 가격이 폭락한다. 그 결과 재활용의 춘추전국시대 혹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 약육강식시대가 도래한다. 오로지 돈 되는 재활용품만 살아남는다. 돈 안되는 재활용품을 처리해봤자 운반비도 안 나온다.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재활용품을 수거하려면 돈을 내라고 한다. 결국 수거업체들이 “안 가져갈 테니 알아서들 하세요”라고 답한다. 수거가 중단되고 우리 동네에 ‘쓰레기 산’이 쌓일 찰나, 우유팩에는 닭 뼈와 휴지가 꾸역꾸역 담겨 있고 박스에는 택배 송장과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재활용 업체는 이 ‘쓰레기’들을 외면하고 질 좋고 저렴한 외국산 폐지를 사서 쓴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 금지를 더 강력히 시행하면 폐기물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폐지를 줍던 사람들은 어찌 될까. 소설가 백영옥은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린 예술가를 “사람들이 기피하는 불편하고 후진 지역에 들어가 더러운 거 다 먹어 치우고 깨끗하게 해놓으면 땅값이 올라 자신들은 떠나야 하는 미생물 같은 존재”라 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쓰레기를 구원하는 사람이야말로 도시 삶을 떠받치는 필수 유익균 같은 존재가 아닐까. ‘충북인’에 따르면 청주에서 이들이 사라지면 소각·매립에 100억원 이상이 든다. 폐지 줍는 사람들은 1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아낀 대신 시간당 750~1000원을 벌었다. 2020년 최저시급은 8590원이다. 환경운동가 짐 퍼킷의 말처럼 “쓰레기는 늘 가장 저항이 적은 경제적 경로를 따라 흘러내린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는 질 낮은 혼합 폐지에 처리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1년 전 인도에서 만난 쓰레기 줍는 ‘웨이스트 피커’는 주정부로터 발급받은 ‘직업 카드’와 복지 혜택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그때 우리말에는 웨이스트 피커를 번역할 적당한 단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폐지만 줍거나 노년층만 하는 일도 아니건만 ‘폐지 줍는 할머니’ 외에 그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존재는 투명하게 지워진다.

삶이 쓰레기가 되는 순간은 일의 가치를 인정받지도, 보상을 받지도 못할 때다. 지금이라도 공공자금을 쏟아 멸종위기에 처한 폐지 줍는 사람들과 지구를 살려야 한다. 우리 스스로는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서 타인의 노동과 지구를 갉아먹지 말고, 기업은 재활용이 쉽도록 물건을 만들어 해당 물건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다 귀찮고 싫다면 집 앞에 쓰레기 산을 껴안고 살든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빅맥지수(Big Mac index)’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인 빅맥(Big Mac)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의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지수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데, 맥도날드가 전 세계에 진출해 있고, 빅맥이 표준화돼 있어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기본 전제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기준 120개 국가에서 3만7000여개 매장, 한국엔 400여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빅맥지수 1위는 스위스(6.71달러), 2위 노르웨이(5.97달러), 3위 미국(5.67달러)이었다. 한국은 17위(3.89달러)였고, 일본 26위(3.54달러), 멕시코 42위(2.66달러) 등이었다. 표준화된 비교가 가능하니 최저시급으로 빅맥을 몇 개나 사 먹을 수 있는지, 최저시급의 상대적 수준도 쉽게 알 수 있다.

맥도날드는 노동과 관련해서도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옥스퍼드 사전에도 실린 ‘맥잡(McJob, McDonald+Job)’이라는 단어는 임금이 낮고 전망 없는 일자리라는 뜻이다. 미국의 노동·사회단체들은 지난 2009년부터 펼치고 있는 최저시급 인상 운동 ‘15달러를 위한 투쟁’의 주 타깃을 맥도날드로 잡았다. 질 낮은 일자리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주주총회를 점거해 대규모 시위도 벌였다. 노력은 주효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15달러를 달성한 시애틀에서 맥도날드 사업장은 시급을 16달러로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앞으론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 저지를 위한 로비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16일 정의당이 공개한 맥도날드의 시급제 크루·라이더 등에 대한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업무의 시작과 종료 등을 사용자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위법·부당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빅맥지수’가 물가와 통화가치를 비교하듯, 조금 더 나은 노동의 표준화를 위한 ‘취업규칙 빅맥지수’를 상상해 본다. 세계 각국이 매년 발표되는 표준화된 노동조건과 환경을 쉽게 비교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방법은 없을까. 201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맥도날드 알바노조가 탄생할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맥잡을 굿잡으로”였다.

<송현숙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유 회사에 입사를 한 지 한 달 만에 진만은 사표를 내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뭐야, 잘린 거야?”

편의점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정용은 진만을 보자마자 바로 그 말부터 했다. 진만은 양말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어쩐지 몸이 조금 홀쭉해 보였다. 얼굴은 거무튀튀하게 변해 있었다.

“아니야. 내가 스스로 관둔 거야.”

진만은 몸을 반쯤 일으켰다가 도로 자리에 누웠다. 끙, 작게 신음도 냈다. 그는 한 달 동안 모텔 생활을 하면서 우유 판촉 행사만 하다가 돌아왔다. “어머니, 우유 하나 드세요. 어머니, 이젠 어머니 뼈도 생각하셔야죠.” 진만은 낯선 도시에서 한 달 내내 그 말만 입에 달고 살았다. 처음엔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것이 ‘어머나’로 잘못 발음해서 함께 판촉 활동을 하던 김 과장에게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진만을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모텔 생활이었다. 그는 김 과장과 같은 방을 썼는데, 모텔의 구조상 퀸사이즈 침대에 김 과장과 나란히, 같은 이불을 덮고 잘 수밖에 없었다. 진만은 최대한 침대 가장자리에 붙어서 잤다. 자고 일어나면 늘 목 부위가 뻐근하고 아팠다. 김 과장은 잠들기 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잤는데,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었다. 친화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모텔 옆방에서 생활하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어떤 날엔 진만이 있는 방으로 한국 사람, 베트남 사람, 중국 사람, 몽골 사람이 모두 모여 TV를 크게 틀어놓은 채 술을 마시기도 했다. 진만은 침대에 앉아 멀거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 이게 무슨 아세안 경제장관회의인가, 왜 저 베트남 친구는 저리도 순대를 잘 먹는 것인가.

“나, 몸이 안 좋아.”

진만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가?”

“열도 나고, 목도 아프고….”

“감기인가 보네.”

정용은 추리닝으로 갈아입으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진만이 돌아왔으니, 이제 한 사람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야 했다. 까짓것, 내가 자지, 뭐. 정용은 그렇게 양보했다.

“나, 그거일지도 몰라….”

진만은 그러면서 자신이 전염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사람과 몇 번 접촉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얼른 자라. 우리 편의점에도 하루 대여섯 명씩 중국 사람들 꼭 온다.”

“아니야. 나 진짜 심각하다고. 몸에 힘도 하나 없고, 막 어지럽고 그래… 나 사실… 자가격리하려고 회사 그만둔 거야.”

“자가격리?”

진만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린 방도 하나뿐인데?”

정용은 그렇게 말하면서 또 한편 ‘자가격리’라는 단어가 참 이상한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집도 없고, 자기만의 방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가격리를 하는가? 뭐, 마음으로 하는 건가?

“그러니까 네가 더 조심하라고….”

이게 무슨… 정용은 대꾸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진만이 계속 소리 내 기침을 하자, 정용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병원부터 가봐. 괜히 걱정하지 말고.”

“갔다가 정말 전염병이면 어쩌라고.”

“어쩌긴? 치료받는 거지.”

정용의 말에 진만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다시 말했다.

“조금만 더 버텨 보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정용은 그날 평상시보다 일찍 자취방에서 나왔다. PC방이라도 갔다가 편의점으로 출근할 작정이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아예 찜질방이라도 가서 자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그게 서로에게 더 나은 거 아닌가? 진만이 자가격리할 수 있도록… 그러다가 정용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건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짓이 아니던가? 옮았으면 벌써 옮고도 남았을 텐데, 이제 와서 자가격리는 무슨… 정용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전염병이 자꾸 들춰내는 것만 같았다. 마음을 들키는 것만 같았다. 그게 불편하고, 또 화가 났다.

정용은 편의점에서 퇴근하자마자 체온계와 마스크, 생수와 컵라면들을 사 들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진만은 어디서 구했는지 이미 마스크를 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손에는 위생장갑을 끼고 있었다.

“뭐 좀 먹었어?”

정용도 마스크를 쓴 채 물었다.

“응. 컵라면하고 삼각김밥.”

“왜? 뭐라도 시켜 먹지?”

“한 그릇을 어떻게 시켜….”

진만은 계속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정용은 체온계를 천천히 진만의 귀에 가져갔지만 이내 손을 거두었다. 진만이 몇 번 기침을 했기 때문이다.

“돼지들은 말이야….” 

기침이 잦아들자 진만이 입을 열었다.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돌면 그냥 다 파묻어버리잖아. 옆에 있는 애들까지 싹 다….”

정용은 대꾸하지 않고 다시 조심조심 진만의 귀에 체온계를 넣었다.

“걔네들은 왜 격리시키지 않고 다 묻어버리는 걸까? 그게 돈이 덜 드나…?”

진만이 베고 있는 베개에선 시큼한 땀 냄새가 났다. 그러겠지, 아마도 돈이 덜 들어서겠지. 정용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정말 정말 못됐어. 그치?”

진만이 그렇게 말했을 때, ‘삐’ 하고 체온계가 소리를 냈다.

36.7도. 

정용은 체온계를 바라보다 마스크를 풀었다. 진만도 힐끔 체온계를 바라보았다.

“너도 참 네가 못났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진만은 계속 웅크린 채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몇 달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부터 타오르던 불길은 캘리포니아 호화주택까지 태워 간담을 서늘케 만들더니, 털이 그을린 코알라며 캥거루들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 호주 산불이 잦아들기도 전에 코로나19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얼어붙은 마음이 환호로 뒤바뀌는 중이다. 숨차다. 심장이 널뛰는 가운데 몇 가지 두서없는 통찰이 있었다.

화마가 덮친 브라질 북부 파라주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8월 26일 재와 연기로 뒤덮여 있다. AP연합뉴스

첫째, 사람도 동물이구나. 그런데 대체로 망각하고 산다. 코로나19는 동물을 매개로 전염되었고, 이는 메르스, 사스 등 대규모 전염병들의 공통점이다. 사람과 동물의 감염병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사람, 동물,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는데 나 혼자 건강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왜 자꾸 잊게 되는 걸까? 긴급구호전문가이자 작가인 한비야는 지구촌이 아니라 ‘지구집’이라고 강조한다. 나도 박쥐도 젖소도 소나무도 한집에 사는 식구라는 걸 바이러스에게 새삼 배웠다.

둘째,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구나.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가 악몽의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 인체는 병원성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체온을 올려 대응해왔다. 높은 온도에서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병원균들도 높은 온도에 적응하게 되어 우리 면역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고, 백신마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북극의 영구동토 아래 잠자고 있는 미지의 병원균, 밀림 속에서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병균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는 건 영화 속의 좀비가 문밖에 서 있는 꼴이다.

셋째, 봉준호의 저력은 혼자 있는 시간에서 나왔구나.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즉각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시간은 빈둥거림으로 죄악시돼 왔다. 그러나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무리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고, 중요한 순간일수록 혼자가 되라고 했다. 격리가 아니라 성찰과 몰입의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리라. 텅 빈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면 타인의 목소리, 특히 큰 목소리에 가린 힘없는 이들의 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다. 다른 말로 하면 공감의 시간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거친 영화판에서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밥때를 놓치지 않으며 노동력에 정당하게 보상하는 ‘착한 거장’이 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수상소감은 호아킨 피닉스가 더 멋있구나. “우린 자연과 많이 단절돼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갖고 있고, 우리가 우주 중심이라 믿고 있죠. 우린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을 침범하고 착취하죠. 우린 소를 인공임신시킬 권리가 있다고 느끼고, 어미의 울부짖음에도, 송아지를 훔치며, 송아지 몫인 우유를 가져다 우리의 커피와 시리얼에 넣죠.”(목수정 번역)

봉 감독 덕분에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100년 만에 폭설이 내릴 정도로 기후변화 좀비들은 지구집 창가에 어른거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코로나19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들과 치료에 헌신하는 ‘지구집 식구’들의 쾌유를 빌어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집에 관한 두서없는 통찰  (0) 2020.02.14
‘신종 코로나’로 본 세상  (0) 2020.02.07
마블 슈퍼히어로 vs 환경영향평가  (0) 2020.01.31
상식과 현실  (0) 2020.01.10
올해는 송편이 먹고 싶다  (0) 2020.01.03
새해엔 에너지 전환 도약을  (0) 2019.12.27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인류의 문명은 지식공유를 통해 성장해왔다. 지식은 나눌수록 퍼져나가고, 이 과정에서 사회는 발전한다. 그런 점에서 지식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닮았다. 둘 다 격리되는 순간 소멸이 시작된다. 다만 바이러스는 퍼져나갈수록 인류를 위협하지만 지식은 퍼져나갈수록 인류를 풍요롭게 한다.

학교체계는 지식공유를 위해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그리고 대학은 그런 지식공유의 사다리 맨 꼭대기에 놓여 있다. OECD 교육통계를 보면 주요 국가들의 25~64세 인구 평균 고등교육 이수율은 이미 50%에 근접하거나 넘어서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고등교육 보편화시대”에 살고 있다.

보편화시대 대학의 사명은 대학이 보유한 고급 지식을 보다 넓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쟁과 사회선발, 학위와 졸업장 중심의 대학과는 다른 모형이 필요하다. 지식을 개방하고 연결하며 융합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사회에 전파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지식공유의 필요성은 평생학습과 계속교육의 차원에서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산업 4.0시대에는 더 이상 학부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문과 출신들이 공학을 다시 공부한다든지 구조조정되는 인력들이 다른 영역으로 전환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현재 대학 구조는 이런 변화를 받아내기 어렵다. 또한 대학원은 비싸기도 할뿐더러 대부분 학위를 위해 무늬로만 존재할 뿐이다. 재직자들이 다시 빅데이터교육이나 생명과학교육을 받고 싶지만 대학 문을 다시 두드리기에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렇다고 유튜브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19년 우리나라 평생학습 참여율은 역대 최고치인 43%를 기록했지만, 그 가운데 형식교육(학력 혹은 학위과정)에 참여하는 비율은 1%에 머물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말은 곧 평생학습에 대학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형식교육 비중이 10%를 넘는 덴마크, 영국, 핀란드 등에 비해 적어도 너무 적다.

우리나라 대학의 계속교육 혹은 재교육 기능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는 대학이 너무 학위과정, 전일제학생, 청년층교육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일반 재직자교육, 비학위과정, 시간제등록 등은 정규과정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이제 대학의 ‘학점’과 ‘강좌’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위과정을 넘어 비학위과정에 대한 전향적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학위과정 중심의 대학체계는 지식공유를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제한한다. 사회 계층사다리일지는 모르지만 지식공유에 유리한 방식은 아니다. 예컨대 서울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은 소수 엘리트 학생들만의 독점물일 수 없다. 국민 누구나 그 지식에 접근하고 학습할 기회를 만드는 것도 대학의 사회적 책무이다. 학위와 상관없이 새로운 차원에서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비학위과정 모형을 창조할 수 있다. 

최근 고등교육에서의 일련의 변화들, 예컨대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LiFE), 대중온라인개방강좌(MOOCs), 대안대학의 등장 등은 이런 흐름을 반영하지만, 이들은 모두 대학의 정규과정을 전일제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는 고전적 기본전제를 그대로 묵인하는 한계를 가진다. 그 뒤에는 여전히 대학=학위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한다.

정규강좌를 대중에 개방하고 학점을 줄 수 있으며, 외국에는 그런 경우가 많다. 학위과정이 아닐 뿐 강좌를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지식공유이다. 그 학점의 누적을 통해 단기실용자격과정들을 만들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의 입학처 홈페이지에 가면 학부, 대학원과 더불어 성인계속교육 입학 항목이 있다. 정규학생과 비정규학생의 구분이 희미해진다. 

현재 우리 고등교육법은 학점을 곧 학위과정의 전유물로 전제하며, 공개강좌는 학점을 부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인 대상의 공개강좌는 정규강좌와 별도로 개설하며, 학점은행제로 따로 묶는다. 시간제 학생의 숫자를 비현실적으로 제한한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시장에서 가치있는 지식들은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전유물이 되고, 그 외곽에 있는 사람들은 맛보기 버전만 들을 수 있는 차별이 나타난다. 지식 불평등이 대학과 학위제도를 중심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학과 학점에 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지식공유를 위해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이 만나는 접점을 재설계할 때가 되었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요즘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미세먼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와 함께 지구촌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남긴 유언장에는 인류가 앞으로 100년 안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 지구를 떠나지 않으면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가 들어 있다. 그 원인으로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원자력발전소와 핵폭탄, 사람들의 건강 악화 그리고 소행성 충돌을 들었다. 소행성 충돌을 제외하곤 모두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도 당장의 돈벌이에만 혈안인 머니좀비(money zombie)들과 이들과 한통속인 정치인들에겐 기후변화도 부정의 대상이어서 10년 뒤 지구의 운명이 정말 걱정이다. 이들에게 지구를 맡기기보다는 지구촌 시민들이 직접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최근 잇따르는 폭염과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겪으면서 환경파괴에 의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이미 기후재앙은 살벌한 현장을 일상화하고 있다. 얼마 전 들이 건조해지자 들불이 발생해 해안선을 따라 전 국토로 번지면서 몇 달째 화염에 휩싸인 호주 해안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확산되는 화염과 여기서 나오는 연기의 띠는 불길한 전조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재앙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만일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10년쯤 뒤엔 전 세계가 봄마다 화염에 뒤덮이고 여름엔 태풍에, 겨울엔 한파나 온난화 등 이상기후에 시달릴 것이다. 인간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인명손실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기후변화협약이 무색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에 비해 무려 60%나 증가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각 나라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0% 이행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에는 역부족이라 각 나라가 지금부터 2030년까지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2100년까지 갈 것 없이 10~20년 안에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로에 선 지구를 살리는 일은 과학기술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온실가스를 크게 줄여야 하는데 지구촌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물과 전기를 아끼고 특히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의 사용을 자제해 자원 낭비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를 매년 100억t 이상 배출하는 가축 사육을 억제하려면 육식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소한 채식 중심으로 식단을 바꿔야 한다. 이를 지키면 자연히 음식물쓰레기도 줄어들 것이다. 쓰레기 분리와 재활용은 물론이고 특히 평소에 전기와 물을 아끼기 위해 냉난방을 자제하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애용해야 한다. 독성 쓰레기 투기나 폐수 방류 등 환경파괴범을 보면 즉시 128로 신고해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

정책적으로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나무를 곳곳에 많이 심고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 화석연료를 줄여나가야 한다. 환경 선진국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이미 20%를 넘어섰는데 한국은 겨우 1%를 넘어서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일상에서 지구를 살리는 일들을 실천하려면 자연의 순리를 존중해 자연스럽고 검소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이기영 |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호서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버그가 2020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패널 세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이 6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법인과 전직 임직원들에게 각각 벌금 260억원과 징역 1~2년 및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 기준치를 초과한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경유차 12만대를 들여와 이 중 상당량을 판매한 혐의다. 지은 죄에 비해 벌금의 규모나 형량이 가벼운 것은 아쉽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모 전 사장 등은 법정구속을 면했고, 독일로 도피한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은 선고가 연기됐다. 

AVK의 행위는 의도적 조작에 의한 환경범죄라는 점에서 그 죄가 무겁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폐암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인 일산화질소 등을 내뿜는다. 한국은 질소산화물을 유럽 배출가스 허용기준(유로)으로 관리한다. 승용차의 경우 2015년 9월 이전까지는 유로5(0.18g/㎞)를, 이후부터는 유로6(0.08g/㎞)를 적용해왔다. 그런데 AVK 배출가스 조작차량은 주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유로5 기준치보다 10배 가까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민을 상대로 ‘가스 테러’를 저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더구나 AVK는 이를 알고도 숨겼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 등에 대해 “관계 법령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검사 시에는 정상 작동시키고 실제 주행 시에는 차량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조작한 것이다. 주행 시 저감장치가 정상 작동하면 연비·출력 등 성능이 떨어지는 점을 막아보겠다는 것인데, 결국 돈벌이를 위해 대기오염에 눈감은 것이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질타했다. 정부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 경유차는 2400만대에 이르는 등록차량의 42%에 달하지만, 소형차까지 포함한 배출가스 관리제도가 본격 시행된 것은 불과 2년여 전이다. 환경 위반 처벌규정은 헐겁기 짝이 없고, 인증검사는 주로 서면으로 진행해왔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며 “이를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악마’나 다름없다”고 했다. 법원 판결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은 ‘지구 오염에 눈감은 악마’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움직임이 세계 전역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바이러스 효과’는 세상을 잇고 있는 연결의 밀도와 강도를 잘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의 빠르고 광범위한 확산은 세계를 촘촘히 이어주는 항공교통 때문이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고 하늘길을 통제하니 당장 관광산업이 주력인 지역들로 불똥이 튄다. 중국 자동차 부품 공장이 휴업을 하니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국내 자동차 공장이 멈춰 서고,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피해를 본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가동을 멈추는 사업장이 많아지면 국제 분업으로 이어진 산업 분야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재난 상황에 필요한 기본 물품의 적절한 공급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신종 코로나 방역에 기본인 마스크는 전에는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1918년 최대 1억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처럼, 훨씬 더 힘센 바이러스가 장기간 창궐하여 철저하고 장기적인 봉쇄와 차단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처음에는 지금처럼 마스크 같은 방역 물품이 중요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식량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원인을 불문하고, 장기간의 극단적인 단절과 고립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먹을거리가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평균 23%로, 평균 자급률이 101.5%에 달하는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식량자급률은 자급률 100%에 이르는 쌀을 포함해도 46.7%에 불과하다. 식량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재난 대비는 ‘0’의 수준에 가깝다.  

항공교통처럼 차단과 단절이 가능한 연결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기후가 그렇다. 모든 생명체는 기후 속에 있고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기후의 변화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되먹임’을 통해 자신의 영향을 증폭하고 변형한다. 기후가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지나 ‘붕괴’되기 시작하면, 붕괴의 결과를 어느 한 지역 내에 차단할 대책은 전혀 없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기후가 ‘이탈’하기 전에 탄소 배출을 가능한 한 속히 줄여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막는 것이다. 바다도 막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은 전 세계에 그 오염수를 뿌리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 한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물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만의 사태 종결은 실제로는 의미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진원지 중국에서 감염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고도의 방역 태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웃이 낫지 않았으면 우리도 나은 것이 아니다. 국내에 필요한 안전 조치에 전력을 다하되, 외국 상황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하는 연유다. 세상에 완벽하게 자립적인 존재는 없다. 살기 위해 외부의 관계를 차단한다고 해도, 더 깊은 차원에서 우리는 외부에 있는 타자가 필요하다, 살기 위해. 타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태도는 우리 자신의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의 문제는 결국 나의 문제고, 그래서 우리의 문제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집에 관한 두서없는 통찰  (0) 2020.02.14
‘신종 코로나’로 본 세상  (0) 2020.02.07
마블 슈퍼히어로 vs 환경영향평가  (0) 2020.01.31
상식과 현실  (0) 2020.01.10
올해는 송편이 먹고 싶다  (0) 2020.01.03
새해엔 에너지 전환 도약을  (0) 2019.12.27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상상해 보자. 전 세계 청년을 상대로 내일 글로벌 선거를 치른다면 제1 공약은 무엇일까. 단연 기후변화가 돼야 할 것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연말 22개국 18~25세 청년 1만896명을 대상으로 현시대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를 물었더니, ‘기후변화’가 41% 응답으로 1위에 꼽혔다.  

환경 운동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공동의 미래를 향한 지속 가능한 방향 구축’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살 여중생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8월의 어느 금요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의회 건물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소식이 보도되며 각국 청소년들이 금요일마다 기후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단체가 결성됐다. 2019년 3월15일엔 전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140만명이 참여한 동맹 휴학이 진행됐고, 5월과 9월, 11월에도 동시다발적인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이 이어졌다. 한국 청소년들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팻말을 들고 동참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툰베리 현상’이 세계를 휩쓸었다. 

기성세대는 기후변화에 그만큼 민감하지는 않다. 어쩌면 각종 국제무대에서 툰베리와 연달아 설전을 벌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가까울지 모른다.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는 트럼프의 입장은 “먹고살기 바빠 기후 문제는 사치”라는 기성세대의 속내와 어느 정도 닿아 있기도 하다. 지난해 4월 유럽의회에서 툰베리는 ‘지금 집에 불이 났어요!’란 연설로 위기를 호소했다. 불타는 지구가 바로 내가 살아야 할 ‘우리집’이라는 연대의식이 세계 젊은 세대들을 하나로 묶었다. 몇 달째 꺼지지 않는 호주 산불, 녹아내리는 빙하, 미세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로 숨 막히는 공기,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쓰레기더미…. 70~80년은 이 ‘집’에서 살아야 할 젊은 세대에게 기후 문제는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무서운 위협이다.

지난달 31일 ‘환경정의 타운홀미팅’에서 청년들이 공룡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인간도 멸종하고 말 것”이라며 쓰러져 죽는 연기를 했다. 각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58위다. 중생대 공룡처럼 인류세의 인류는 청년세대에서 끊어질까. 스스로 ‘멸종위기종’이라 말하는 청소년들의 외침이 절박하다.

<송현숙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혁신위의 시간’이 끝났다. 지난해 초, 우리 사회를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스포츠계 성폭력 사건 이후 이를 구조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발족된 스포츠혁신위원회 활동이 7차례의 권고와 각 권고의 제도적 이행을 확실히 점검하고 마무리되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스포츠기본법 추진, ‘학생 선수’를 포함한 엘리트체육 문화 혁신,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한 제도 권고 등은 향후 한국 스포츠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부터는 ‘문체부의 시간’이다. 장기적으로는 스포츠계 전체가 실질적인 주체이지만, 현재로서는 혁신위의 권고에 따른 법적이고 제도적인 정비 및 인력, 재정, 문화 등에 대한 시스템의 변화를 도모할 단계이고, 이는 당연히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적 의무에 해당한다. 그래서, 어떤 권한의 측면이 아니라 의무의 차원에서 ‘문체부의 시간’이라고 한 것이다.

물론 각 권고를 제도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스포츠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설득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이나 재원에 관련해서는 관계 부처 및 국회와의 밀도 있는 공적 대화가 필요하다. 그렇기는 해도 대통령의 명에 따라 장관이 직접 스포츠계 혁신을 천명하고 차관이 공식 회의에 대부분 참여하여 결정한 7차례의 권고는, 그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문이 아니라, 스포츠인의 인권 향상과 국민의 활기찬 삶을 위한 국가적 결정 사항이다. 따라서 사안에 따른 완급과 경중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인 유보나 변형은 있을 수 없다. 속도는 조절할 수 있지만 방향은 흔들려서는 안된다.

혁신위의 공식적인 권고안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권고’하고 싶은 게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계의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이로써 스포츠가 ‘사회 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는 현재의 참여 구성원 구조, 장기적인 인구학적 재생산 구조, 해당 분야와 다른 분야의 결합 구조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 아니, 동네에 치킨집 하나 개업하려 해도 유동 인구며 그 나이와 성별을 다 살펴본다. 그런데 스포츠계는 사회 전반의 구조 변화 및 문화적 감수성의 변화와 유리된 채 좁디좁은 칸막이 안에 폐쇄적으로 웅크리고 있다.

이 칸막이를 해체해야 한다. 지금처럼 스포츠계가 장벽을 치고 칸막이를 쳐서 스스로 협소하고 폐쇄적인 ‘이익집단’처럼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스포츠 산업, 과학, 운영, 교육, 국제 관계 등에 지금보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스포츠인들이 각 분야의 세상 속으로 늠름하게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존중받아야 하고 그렇게 사회적 삶을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30, 40대 젊은 스포츠 지도자들을 선진적인 관점에서 양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 세대는 20세기 스포츠의 막차를 타고 각 종목에서 성취를 이룬 세대이자 동시에 21세기의 선진적인 스포츠 문화를 경험한 첫 세대다. 해외 진출이나 지도자 유학 또는 단기적인 해외 대회 참가 등을 통해 이른바 ‘스포츠 선진국’에서 스포츠인들이 어떻게 성장하여 그 지역 사회에서 존중받는 직업인으로 살아가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한 세대다. 

이 젊은 지도자들에게, 혁신위의 권고대로,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계 조건을 마련해주고 이들이 선진적인 스포츠 교육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우리의 스포츠 문화를 저변에서부터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제 외교, 분쟁, 환경, 성, 과학, 도시 재생 등 스포츠가 세상 속에서 수많은 가치들과 결합하고 이로써 더 많은 산업과 직업으로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첫 세대가 되어야 한다. 

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이른바 ‘체육계 현장’이라고 해서 기존의 ‘칸막이’에 따라 견고하게 조직되어 과잉 대표되는 목소리만 들을 게 아니라 그 바깥으로 밀려난 지도자들, 방치된 선수들, 위계질서의 밑바닥에 있는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 이 ‘수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다. ‘혁신위의 시간’은 그것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문체부의 시간’이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선거법 개정으로 올해 고3 학생 중 만 18세가 되는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동등한 정치적 한 표를 가진 학생들이 교실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교사인 나에게도 무언가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 적어도 고3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이전과는 다른 의미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학교는 한동안 그 새로운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만들어가는 경험의 시간을 겪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학생들은 일방적인 가르침의 대상이었다. 그 가르침은 ‘내가 알려줄 테니 너는 그것을 받아들여라’라는 지배적 관계에서 이루어졌다. 봉건사회에서는 권력의 혈통을 가진 귀족들만 ‘말’할 수 있었고 그들의 말은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가 되었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말’은 들려지지 못했다.

지금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말하기를 어려워한다. 이것은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공적 영역에서 ‘말’은 언제나 지위와 힘을 가진 사람들의 것이었고, 학생과 교사들은 ‘듣는 자’로 머물러야 했으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때로는 두려움과 처벌을 감수해야 했다. 들려지지 못한 억압된 목소리는 사적 영역이나 SNS를 타고 비난과 혐오, 거짓과 억측이 되어 우리의 공적인 마음을 분열시키고 아프게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는 막대한 사회적 비효율성을 지속해서 겪고 있다.

안타깝게도 교사 또한 교실에서는 ‘말하는 자’로서 힘을 행사하게 된다. 교사나 교수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 자기 견해를 말하면 학생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것은 주장에 대한 찬반보다도 말하고 듣는 관계의 공정함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표권은 주어졌으나 벌써부터 학생들의 정치적 발언과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염려스러운 것은 기성 사회가 그들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가 서로를 비난하거나 혐오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모든 말이 공정하게 들려질 수만 있다면, 모든 차이는 결국 우리의 이해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해주는 고마운 자원이 된다. 

우리의 염려는 학생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혐오와 억측으로 우리의 공적인 마음이 분열되고 상처받는 것이며, 그 상처가 학교현장에까지 퍼질 것에 대한 염려이다. 이러한 염려 때문에 그들이 생애 처음으로 행사하게 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권리를 선거교육이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제한해서는 안될 것이다.

올해 투표에 참여하게 된 18세 청년 학생들을 환영하며, 기성세대로서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공적인 영역으로 정중히 초대한다면 그들은 우려 대신 우리의 정치 현실에 새로운 역동을 선물할 것이다. 그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가 할 일은 학교의 수업과 지역사회를 통해 서로의 다름이 공정하게 들려질 수 있는 민주적인 참여와 관계를 배울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교육적 경험을 모색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조춘애 광명고 교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망자가 살아와 사업동의서에 서명하고 저승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솔스톤과 등산로 5.7㎞를 단 3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스페이스스톤을 소유한 전문가(AWP양양 풍력사업). 설악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연인원 80명이 투입된 조사를 단 2명이서, GPS보다 수십배 정확한 공간분석능력을 발휘하며 한나절씩 단 이틀 만에 완료하는,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한 괴력의 전문가(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토양미생물 관련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자마자 어류와 저서무척추동물을 혼자 조사하는, 위대한 학습능력의 닥터스트레인지급 천재전문가(낙동강 대저대교). 양서류와 파충류, 어류, 포유류의 모든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브루스 배너급 천재 필드생태학자(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참으로 불가사의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모셔야 할 이들 히어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처우는 너무나도 열악하다. 이런 능력의 소유자는 대한민국에는 너무 흔하니까?

하루 종일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지구 자전을 거부하는 현상(낙동강 대저대교). 서로 다른 지역의 식물개체가 완벽히 일치하는, 컴퓨터의 ‘복붙 능력’을 비웃는 자연의 위대한 복제력(제주 비자림로). 일반인한테는 정체를 쉽게 노출하지만, 유독 슈퍼히어로급 전문가에게만은 흔적까지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전문가를 차별하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완벽한 은신술(제주 비자림로, 거제 남부관광단지, 창녕 대봉늪, 제주2공항 등). 울창한 왕버들군락이 유명한 습지에서, 전문가에게만은 자신을 보여줄 수 없다는 왕버들의 완벽한 은폐술(창녕 대봉늪). 지금까지의 자연과학을 비웃는, 인피니티스톤이 펼치는 우주의 대신비가 한반도에서는 일상처럼 일어난다. 그런데 이 기이한 현상들은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 해가 동쪽으로 지게 만드는 인피니티스톤 하나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야외조사 중 카메라 소프트웨어를 구버전으로, 다시 신버전으로 바꾸는 아이언맨 슈트에 있을 원격 AI 제어기술(낙동강 대저대교). 단 1대로 같은 시간, 서로 다른 3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로키의 분신술을 구현한 오염측정기계(낙동강 대저대교). 80곳이 넘는 양식장 운영에도, 단 두 곳만 전문가들 눈에 노출시키는 닥터스트레인지의 슬링링 기술을 구현한 양식장(제주2공항). 5차, 6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온 미래인류도 울고 갈 이런 과학혁명이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혁신기술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더 혁신적 기술이 대한민국에는 넘쳐나니까?

소설이나 영화로는 폭망할 황당무계 히어로와 최첨단 과학기술 이야기는 법률에 의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의 결과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서명·공포한 것에 따른 것이니 공신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당연히 이 서류의 분석과 평가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전문가는 한결같이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문외한의 문제제기가 크게 이슈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이거나 정부의 중점추진사업이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 이렇게 정부가 솔선수범하니 힘없는 국민이 어찌 안 따를 수 있겠는가?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집에 관한 두서없는 통찰  (0) 2020.02.14
‘신종 코로나’로 본 세상  (0) 2020.02.07
마블 슈퍼히어로 vs 환경영향평가  (0) 2020.01.31
상식과 현실  (0) 2020.01.10
올해는 송편이 먹고 싶다  (0) 2020.01.03
새해엔 에너지 전환 도약을  (0) 2019.12.27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결론부터 앞세우자. 작년 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입시의 정시 비율 확대 정책은 적절하게 수정해야 한다. 정시 확대는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국민 여론을 거듭 검토한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따라서 교육부는 그 결정에 담긴 타당한 취지를 더 나은 방법으로 대입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서울대는 기회균형 선발제도의 실질적 확대를 통해 자신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대입제도 논란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 시비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식 제도의 이식이라 할 학종이 가진 자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적 의식은 널리 퍼져 있었지만, (선정적 언론보도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여론이 학종을 ‘금수저’ 전형으로서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는 사실에 대해 안이했던 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정시 비율을 확대하면 형식적 공정성은 개선될지 몰라도 고교 서열체제에서 일반고 학생들이 더 불리하다. 교육부는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학종에 반영됨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수능전형에서 더 뚜렷이 반영된다는 객관적 자료가 엄연하다. 지난해 11월 교육부의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조차 수능 위주 전형보다 학종에서 국가장학금 수혜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을 실토한다.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가 공정하다고 말할 근거가 희박해진다. 

정시 확대의 치명적 약점은 미래형의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한 고교 교육과정 혁신 로드맵이 혼란에 빠져 수습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2025년에 고교 학점제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이는 교사별 평가제, 절대평가제와 함께 운영되어야지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가 흔들린다. 점수 따기와 줄 세우기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전면적 혁신을 앞두고 편협하게 해석한 ‘공정성’ 탓에 교육개혁이 퇴행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정시 확대에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이 작용했음은 최근 모 시사주간지에 실린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인터뷰가 재확인해준다. 또 청와대가 4월 총선 득표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국정운영을 위해 총선 승리가 필요하니 이 결정을 무턱대고 비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정권 초기에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에 걸린 제동도 코앞의 국민여론 악화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나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의 입시 개혁안은 너무 이상주의적이라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시 확대는 자승자박이다. 교육이 ‘희망 사다리’가 되기 힘든 현실이며, 대입제도 개편으로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꾀하기 어렵다. 실제 서울대 학부생 중에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인 소득 8분위 이하는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하며, 이 현실은 쉽게 바꿀 수 없다. 역설적으로 바로 여기에 서울대의 할 일이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점수 좋은 학생을 열심히 가르쳐봐야 학문의 길보다는 법학전문대학원이나 (폐지 전의) 의학전문대학원, 고시나 공기업 시험에 몰리는 현실을 이미 겪었다. 그러니 당장의 성적은 떨어져도 잠재력이 큰 학생을 뽑아 학부교육의 활력과 다양성을 강화하면, 특히 기초학문에서 공부의 가시밭길을 택할 후학도 많아지지 않을까. 최소한 현재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며, 다른 대학보다 정부 지원을 훨씬 많이 받으면서도 다수 국민과 동떨어진 귀족학교라는 오명을 피하는 길이다.

가령 기존의 지역균형전형을 강화하여 지난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이 없는 고교나 지역을 대상으로 합당한 절차를 통해 몇 명씩 추천받아 자질과 잠재력을 평가하여 선발하면 어떨까? 첫 단계로 50~100명만 뽑아도 학과별 배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속한 인문대학의 경우 수시 지역균형과 정시 광역에 각각 약 50명 안팎의 입학정원이 있다. 이 정원의 일부를 교수진의 논의를 거쳐 ‘실질적 기회균형’의 뜻에 맞게 배정해도 좋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는 자유전공학부와 어울리는 일이라서 일부 정원을 시범적으로 돌릴 수 있다. 장애물이 적지 않지만, 차차 성과가 입증되어 확대되면 서울대 외의 대학들도 따라오면서 고교교육 정상화를 돕게 된다. 마침내 입학제도가 대학의 자율에 맡겨지는 일도 앞당겨진다.

청와대와 집권당은 왜 제1야당이 객관적 근거도 없이 정시 50% 확대를 당론으로 삼고 보수언론은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지 찬찬히 되돌아봐야 한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총선 출마 포기라는 큰 결단을 내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분발도 기대된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또 쓰러졌다. 이번에도 집배원 노동자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오후 경북의 한 우체국에서 40대 집배원 ㄱ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1주일이 넘도록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료들은 ㄱ씨가 사고 당일 오전 배달 업무를 마친 뒤 오후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쓰러졌다고 전한다. 설 연휴를 앞두고 택배 업무가 늘어난 게 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 

우체국 집배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집배원 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집배원 연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국내 노동자 평균노동 시간보다 30% 이상 많았다. 장시간 노동이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중시켜 질병·사고로 이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이는 집배원의 산업재해율이 전체 노동자의 4배에 달한다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실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총 166명이 사망했다. 매년 17명의 집배원이 각종 질환과 사고로 세상을 뜨고 있다. ㄱ씨의 사고 역시 이 같은 집배원의 장시간·고강도 노동 구조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우체국 집배원노조는 지난해 7월 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을 선언했다. 결국 인력 증원, 토요 업무 점진 폐지 등에 합의하면서 파업을 철회했지만, 노동환경은 체감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도록 인력을 더 늘리고 토요일 택배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우체국특별회계 이익금을 집배원 인력충원에 필요한 재원으로 돌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여유 부서의 인력을 집배 업무로 재배치하는 방법도 있다. 우편빅데이터 분석, 드론 배송 등 배달 장비·시스템 보완을 통해 집배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노력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 세상에 숨길 수 없는 세 가지는 기침, 사랑, 가난이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 가난은 주거형태로 드러나는가 보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짓는 어느 소셜믹스 아파트에서 두 주택 사이에 장벽을 세우고 비상계단을 막아서 주민 갈등이 심해졌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LH 공사에서 지은 아파트에 살면 ‘엘사’, 휴먼시아 아파트에 살면 ‘휴거’, 빌라에 살면 ‘빌거지’라며 놀린다고 한다. 

물질만능주의, 책임의 개인화 사회에서 돈에 따른 차별은 정당한 것이며 가난은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게으름 탓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가난의 원인을 개인의 게으름으로 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사람을 주거형태로 구분하고 그룹화하여 인지하는 것은 ‘우리’와 ‘그들’의 이분법에서 비롯한 집단주의적 사고를 나타낸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우리’의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해 경계 밖의 ‘그들’은 깎아내리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진 생각과 신념은 고착되고 확대 편향되어 반사회적인 어른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혐오는 경멸, 증오, 기피, 불쾌함이 복합된 강한 감정이다. 속으로 생각만 해도 옆에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혐오감이 언어로 표출되고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위험한 징조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언어유희라고 간과했다가는 혐오 표현이 물리적 행위로 이어져 더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 

이미 유럽 주요 국가들은 혐오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만약 우리 반에 가난을 혐오하는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담임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추스르고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첫째,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을 이해해보려고 애쓴다. 재미로 썼을 뿐 잘못인지 몰랐다고 한다면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수업과 반편견 교육이 필요하다. 피해가 될 것을 알고도 썼다면 학생의 내면 상태를 점검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정불화, 원만하지 못한 교우 관계, 부모의 높은 기대감, 공허함 등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나약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 공격적인 언행으로 자존심을 과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반 아이들에게 집으로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진실한 인간관계가 기반이 되는 참된 삶을 가로막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설명해준다.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lt;어린 왕자&gt; 이야기와 더불어 사람이 중심에 있는 세상이 되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토의해 볼 것이다. 

가난은 인성 문제가 아니며 집은 생활 공간일 뿐이다. ‘어떤 집에 사느냐?’가 공동체에 소중한 가치를 더하는 것과 무관하다는 신념을 나누면서 말이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시설에서 지난해 말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2일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 방사성 핵종이 연구원 내 자연증발시설 주변 우수관으로 방출됐다는 보고를 21일 받았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2월30일 연구원 정문 앞 하천 토양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난 6일 분석한 결과 방사능 농도가 최근 3년 평균치의 59배(25.5㏃/㎏)로 측정됐다.

자연증발시설은 실험과 연구과정에서 나온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태양열로 증발시키는 시설로, 연구원은 여기서 처리되는 방사성폐기물은 극저준위 수준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이 시설 앞 맨홀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세슘134, 137과 코발트60 등이 측정된 것은 연구원의 안전관리에 다시금 의문을 품게 한다. 핵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세슘137은 인체에 위험한 인공 방사성물질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다량 검출된 바 있다.

대전시는 사고에 유감을 표시하고, 신속·정확한 조사와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자치단체가 보도자료까지 내 유감을 표시한 것은 연구원에서 수년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원에는 연구용 원자로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등이 있는 데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성물질의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2017년에는 방사성폐기물의 분류·처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콘크리트·토양·오수 등을 무단으로 폐기한 사실이 적발됐고, 2018년 1월과 11월에는 두 차례나 화재가 발생해 방사성폐기물이 불에 탔다.

연구원은 검사 결과 외부를 흐르는 하천의 방사능 농도는 평상시 수치라고 밝혔지만, 지역 환경단체는 그동안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이 얼마나 외부로 흘러나갔는지 알 길이 없다며 역학조사에 나서라고 했다. 연구원은 방사성 측정 나흘 뒤인 10일 원안위에 1차 보고를 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름이 지나 공개된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사건·사고가 잦다보니 주민들이 연구원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연구원과 원안위는 이번 사고의 원인·진상을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공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해 12월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은 보수언론과 일부 경제지엔 큰 충격이었나 보다. 그들은 전체 노동조합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특히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수가 한국노총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다뤘다. 노조에 대한 낡은 공포를 조장하고 상투적 반민주노총 선동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노조 가입(률)이 한 사회의 노동자·시민이 얼마나 정당한 임금과 자유로운 사회권을 누리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척도라면, 그래서 실질적 민주주의의 수준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라면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이나 민주노총이 제1노총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은 실속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여전히 ‘노조 할 권리’가 모든 일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과 대기업 노동자의 것일 뿐임이 다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의하면 공공부문 노동자는 약 70%나 노조에 가입돼 있으나, 민간 부문 노동자 중 노조 가입자는 10%도 안된다. 또 300명 이상 기업의 노조 조합원 비율은 전체 가입자의 87.5%나 되지만 30명 미만의 작은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0.1%에 불과했다. 작은 민간기업에 다니는 이 사회의 무수한 사람들은 노조와 인연 자체가 없고, 노동권과 ‘근로기준’을 보장받지 못한 채 불이익을 감당하며, 중소 사업주와 ‘을 대 병’의 갈등을 겪으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체 노조 조직률은 11.8%로 2017년에 비해 단 1%만 늘어났다. 오히려 노동조합 수 자체는 줄었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해 우리가 묻고 생각해야 할 것은 여전히 왜 노조 가입률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11.8%에 불과한지, 그리고 자랑스러운 ‘촛불혁명’을 하고 ‘노동 존중’ 정부 치하에 사는데도 왜 노조 가입률이 단 1%밖에 늘어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세 가지를 떠올려본다.

첫째, 제도적·법적인 문제가 시민과 노동자들을 옥죄고 노동조합을 꺼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독소조항이 가득한 노동법이 노조를 약화시켜왔다고 진단한다. 예컨대 노조 활동 시간의 일정 부분만 임금을 주는 타임오프제는 노조를 위축시킨다. 특히 규모가 작은 노조는 이 때문에 존재 자체가 위태롭다. 또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가 조합원 수가 많은 노동조합만 제1노조로 선택해 교섭을 독점하게 했다. 이는 노조 탄압과 노동자 간 분열을 조장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가진 한계나 부실함 때문일 것이다. ‘촛불혁명’과 ‘민주주의 국뽕’에도 노동권에 관한 한 한국은 ‘선진국 수준’과 큰 거리가 있다. 이번 1월 초에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진전이 없다고 또 지적받았다. 

그리고 정부는 민간 기업의 노동 탄압에 대한 ‘방치’를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법’과 ‘노사 자율’이란 명목이겠지만, 법과 기업의 힘 앞에 절대 다수의 노동자는 힘없는 개인이며 노조 또한 ‘구조적’ 약자다. 바뀌지 않은 이 ‘구조’를 고려하면 정부는 게으르고 무디다. 그래서 한국 노동자들은 오늘도 스스로 목숨을 던지거나 밥을 굶으며, 고공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최대의 인간적 비참을 감당하는 싸움을 벌이고 보여주어야 한다. 노동관계법을 고치고 부당 노동행위를 근절하지 않으면서 ‘공정사회’를 입에 올려도 될까?  

마지막으로, 조직 노조운동과 민주노총에 대한 일부 대중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겠다. 고용불안이 삶의 조건 자체가 된 청년, 광범위하게 비정규직화된 여성, 무권리 상태에 있는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가 확고히 운동의 중심의제여야 하지 않을까? 민주노총이 조금씩 젊어지고 있고 ‘사회연대’에도 노력하겠다는 소식을 가끔 접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보다 깊은 차원에 있다. 민주노총 또한 대기업 공공부문 노동자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과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스스로 나서야 하지만, 그들에겐 이중·삼중의 굴레가 있으니 큰 딜레마다. 민주노조운동과 민주노총은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시민의 조직을 위한 매개나 마중물이 되는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시혜적이고 일관성 없는 ‘노동 존중’을 기다리고 기대할 수 없다. 우리 노동자·시민은 함께 ‘노동 해방’의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겠다. 그 길은 20세기의 그것과는 다른 내용을 가지리라. 노동과 돌봄·가사·서비스 노동에 대한 다른 개념이 필요하고, 불안정 고용 상황에서도 누구나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일하며 하루하루 사는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재분배하는 일 자체가 ‘노동 해방’의 한 방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천정환 민교협 회원·성균관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것은 마치 아마겟돈의 한 장면과 같았다”고 증언할 만큼 거대한 화마가 호주 대륙을 휩쓸던 시간. LA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영화 <조커>로 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는 남다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축산업과 기후변화 문제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행사 식단을 모두 채식으로 준비해주신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감사한다.” “또한 오늘 많은 분들이 호주 산불을 걱정하는데, 위기의식과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행사를 위해 전용기를 타고 오는 행동은 하지 말자.”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 영화 '조커'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방송을 본 후 기사를 찾아봤다. 오랜 시간 채식운동을 해온 그가 직접 주최 측인 HFPA에 제안한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트럼프 정권에 소신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트위터를 통해 감사를 표했는데, 그 역시 2016년 아카데미에서 주연상을 수상할 때 환경문제를 언급했었다. 디캐프리오의 자동차 3대는 모두 전기차이거나 하이브리드 기종이고,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에코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배우 제인 폰다도 최근 ‘금요일마다 체포되는 사람’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가 이끄는 기후변화 관련 시위를 매주 금요일 워싱턴 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고 경찰에 잡혀가기를 반복해서다. “82세는 감옥 가기 딱 좋은 나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의 곁에 많은 유명인이 함께했다. 호아킨 피닉스도 참가해 체포되었다.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가축사육이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이며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의 총 배출비율보다 많으므로, 세계인이 10~15년 정도만 채식을 한다면 지구 평균온도를 다시 안정화할 수 있다고 한다. 

심란해진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배송상품은 자제하고, 가까운 매장이나 재래시장에 가서 내 장바구니에 담아 걸어온다. 차도 없애고 대중교통만 이용한 지도 오래다. 내 돈 주고 묵는 여행지 숙소의 전기와 수도도 아끼고, 며칠 묵을 때도 매일 수건과 시트를 갈지도 않고, 세면도구도 반드시 챙겨 일회용품도 낭비하지 않는다. 남은 음식은 싸오고, 내 몸 하나 가꾸고 안락하자고 하는 행위가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도 절제한다. 그런데 이제 가끔씩 즐기는 식도락의 소소한 행복마저 포기할 때가 온 것일까. 경제는 괜찮은 걸까.   

산불이 휩쓸고 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버종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불에 탄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이 조금 안 남았다고 경고한다. 불지옥이 된 호주는 2016년 비영리 단체들로부터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기후 악당 4개국’ 중 한 곳으로 지목되었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 호주는 기후자살을 하고 있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인과응보라는 이야기다. 한국 역시 기후 악당국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기후 문제가 특히 안타까운 것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고위도의 일부 선진국들은 적정 온도대에 진입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반면, 열대 쪽의 저개발국들은 더욱 빈곤에 빠진다는 점 때문이다. 환경 파괴의 주범보다 피해자들이 설상가상의 고통을 치르는 아이러니에 죄책감이 든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한 집에서 산다. 삶은 불공평하지만 파국은 냉혹하게 공평할 것이다. 환경 운동가인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말한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어요.” 불타는 지구에서 뛰어내릴 곳은 없다. 당신이 재벌이든, 팍스 아메리카나의 대통령이든.

<박선화 마음탐구소 대표>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발명왕 에디슨이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2400번의 기회는 있다”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2400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숱하게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회복 탄력성’이라고 부른다. 

현장에서 상담 일을 하다 보면 회복 탄력성이 낮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데 한 번만 실수해도 금방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의 회복 탄력성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강하다. 그런데 약하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약해 보인다. 

아이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려면 부모부터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귀한 자식일수록 천하게 키워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도 강하게 키우려면 비바람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결핍’이다. 조금만 약한 모습을 보여도 부모가 대신해주다 보니 고난을 견뎌내는 힘이 충분히 키워지지 않았다. 맞벌이 부모 중에는 아이에게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과보호나 과소비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필요 없다.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여기까지는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고, 그 이상은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도 아이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건 별로 절실한 게 아니다. 애초부터 대신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즉 다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참고 견디는 것이 부모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일이고, 그게 아이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일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회복 탄력성도 높다. 그렇다고 무조건 칭찬해서는 안된다. 회복 탄력성을 높이려면 ‘잘한다’는 칭찬보다 ‘괜찮아’라는 격려가 더 효과적이다. 실패했어도 다시 도전을 하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칭찬할 때는 사족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잘하기는 했는데 조금 아쉽다. 아까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고 더 잘해보자’라는 식으로 말이다. 격려는 간단명료한 게 좋다. 말이 길어지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아이와 신뢰가 충분히 쌓였다면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거나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부터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자. “넘어진 게 실패가 아니야.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게 실패지. 네가 다시 일어나면 그건 시련일 뿐이야.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봐. 엄마, 아빠도 함께 달려줄게. 포기는 배추 셀 때만 쓰는 말이라는 것 알고 있지?”

아이들의 실패는 경험일 뿐이다. 그러니 아이가 실패라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믿고 기다리자. 그러면 오뚝이처럼 회복 탄력성이 강한 아이로 자라날 거다.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20년, 한국 사회 생태 이슈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전환’일 것이다. ‘전환’은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찾는 일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과 ‘생태 전환’의 관점으로 올해를 예측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이끌었던 화석연료 및 핵 기반의 에너지원을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생태 전환은 개발주의 이면의 환경 훼손을 생태적으로 재자연화, 복원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에너지 전환의 주요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해결의 답은 에너지 전환에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가지 문제의 원인은 석탄화력발전소, 그리고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 선박 등 내연기관이다. 문재인 정부가 화석연료를 폐기할 수 있을지는 올해가 갈림길이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선포하는 국제사회에 ‘기후 악당’인 한국이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반기문 위원장이 이끄는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올해 석탄발전소 퇴출, 전기요금 합리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 ‘전환’을 위한 중요하고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 생태계든 주민이든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입지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4월 총선, 정치가 에너지 전환에 응답해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 새만금 해수 유통, 용산미군기지 오염 정화, 평창 동계올림픽 가리왕산 복원, 비무장지대 생태보전 등 몇 가지를 2020년 생태 전환의 주요 과제로 예측할 수 있다. 올해 총선 전후로 금강,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이 확정된다.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낙동강, 한강 재자연화 방안도 결정된다. 새만금사업 2단계 수질 개선 평가 용역도 완료된다. 더 나은 수질을 장담할 수 없다면 결국 새만금 수문을 영구적으로 열어야 할 것이다. 용산미군기지 반환 협상도 올해 개시된다. 국가공원에 대한 열망에 앞서 기름과 화학물질에 오염된 토양, 지하수를 오염자인 주한미군이 책임질지가 관건이다. 정부와 지자체, 학계와 시민사회가 합의한 가리왕산 ‘온전한 복원’이 강원도의 약속 파기와 정선군 투쟁위원회의 농성으로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가리왕산의 운명도 곧 판가름 난다.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에 대한 북한의 호응도 관심사다. 이 외에도 제주 제2공항 등 중대한 현안이 발등의 불이다.

2020년, 환경을 넘어 생태로의 전환을 바란다. ‘환경’은 자연을 물리적 대상으로서 관리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생태’는 인간 가치와 한 몸으로 자연을 파악하고 삶의 전환을 요구한다. 위기의 세계는 환경론자가 아닌 근본적인 생태주의를 요청한다. 에너지 전환과 생태 전환은 ‘할지 말지’의 선택이 아니라, ‘해야 하는’ 생존 과제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지향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