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에 해당되는 글 2061건

  1. 09:51:59 [정동칼럼]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면
  2. 2019.10.22 [학교의 안과 밖]요즘 고3 교실, 재구성이 필요해!
  3. 2019.10.21 [기고]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의 선결 과제
  4. 2019.10.21 [사설]거리로 나온 이주노동자들, ‘위험의 이주화’ 호소 들어야
  5. 2019.10.18 [사설]미성년 자녀들에게 논문 ‘상속’한 교수들, 교육자 맞나
  6. 2019.10.18 아마존 시노드, 새 길을 찾다
  7. 2019.10.17 [이상엽의 공학이야기]교육을 바꿔야만 한다, 지금 당장
  8. 2019.10.17 [여적]기괴한 축구
  9. 2019.10.16 [기고]더 나은 노동조건, 더 좋은 공공서비스 위한 ‘민간위탁 공영화’
  10. 2019.10.16 [사설]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과학고도 포함해야
  11. 2019.10.15 [정윤수의 오프사이드]‘모든 사람’을 위한 스포츠기본법
  12. 2019.10.15 [학교의 안과 밖]나뭇잎 같은 시간들
  13. 2019.10.15 [사설]1년반 새 노동자 5명이나 숨진 ‘티센크루프’
  14. 2019.10.14 수소차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15. 2019.10.14 [사설]‘주52시간제 보완’, 노동시간 단축 대의 허물어선 안돼
  16. 2019.10.14 [사설]‘학교 밖 청소년’ 41만명 학업·진로 정부 대책 필요하다
  17. 2019.10.14 [학교의 안과 밖]교사를 불신하는 교육정책
  18. 2019.10.14 [사설]연소득 300만원 이하 노동자가 250만명이라니
  19. 2019.10.07 [사설]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국제 공론화 필요하다
  20. 2019.10.04 [이기호의 미니픽션]할아버지의 기억법

사람들이 말한다. 이제 조국대전에서 민생대전으로 가야 한다고. 이는 누구보다 국정을 운영하는 문재인 정부에 절박한 과제일 것이다.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새삼스러운 방향은 아니다. 2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재정을 대폭 늘리는 제이노믹스를 주창했고, 민생 역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소득주도성장의 가치이다. 

이번에는 민생을 기대해도 좋을까? 문재인 정부를 보면 늘 허전한 구석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 주제가 주변화된다. 노동존중사회를 말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정규직화를 추진하더라도 자본주의에서 노동존중의 뿌리는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노동권’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보자. 내수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에 힘쓰겠단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을 진행했다. 물론 전향적인 정책들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목표인 ‘임금 격차 해소’는 정부가 직접 주관하는 대책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에서 임금이 결국 자본과 노동의 교섭에서 결정된다면 관건은 시장에서 노동자의 교섭력을 키우는 일이다.

헌법에 노동3권이 명시돼 있다. 이는 과거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역사적 성과이지만 현실에서 저절로 구현되는 건 아니다. 이를 행사하려면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고 실질적인 교섭권을 지녀야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펴낸 2018년 비정규직 보고서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2.1%에 그친다. 퇴직금을 받는 노동자는 37%에 불과하고, 유급휴가는 25%, 시간외수당은 20%만이 받고 있다.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노동조합이 곁에 있었더라면 상황은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미국이 대공황 시기에 펼친 뉴딜정책의 한 축도 노동권 강화였다. 노동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증했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엄격히 제한했다. 위로는 정부가 공공투자를 주도하고 복지를 확대하면서 아래로는 노동자가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민생이 살아난다고 보았고 이 방향은 유효했다.

문재인 정부는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보호하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는 건 고사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지는 직업”이라고 버젓이 이야기하는 지경이다. 일자리가 없어져도 그 자리에 노동자가 남아있다면 그의 역할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심해야 ‘노동존중사회’ 아닌가? 아무리 혁신경제가 장밋빛이고 플랫폼 자본주의가 다가오더라도 어디에서든 사람이 있음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사람중심경제’ 아닌가? 

그래도 당사자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근래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파업은 거의가 급식노동자, 요양보호사, 시설관리자, 택배노동자, 톨게이트 수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선 경우이다. 파업 자체에 비판적 시선이 강한 우리나라이지만 이들의 단체행동에 대해선 여러 시민들이 응원한다. 함께 나서진 못하지만 나와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한 활동이라 여기기 때문이리라. 

조직화도 앞으로 가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현황을 보면, 3년 전 약 70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으로 약 30만명 늘었고, 새로 가입한 노동자 중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전체 조합원 중 비정규직의 비율도 어느새 3분의 1이 되었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고 현장 간부들이 묵묵히 땀 흘린 결과라고 여겨진다. 지난 9일에는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라는 조직도 발족했다. 5인 미만 사업장, 임시직 등 노동의 권리가 취약한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단결하며, 다음 대선까지 1000일 운동을 벌이겠단다. 정부가 노동존중을 잊어가는 시간에도, 이렇게 노동자들은 한 걸음씩 노동권을 세워가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옹호해 가자. 노동하고 있다면 모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교섭도 실질적 의미를 지녀야 한다. 영세사업장, 하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기업별 교섭체제는 사실상 교섭권을 무력화하는 장벽이다. 초기업 교섭, 즉 업종 혹은 산업별로 교섭해야 노동자 연대도 강화되고 기업 간 공동책임도 이루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는가? 그렇다면 당장 톨게이트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하라. 그리고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들이 사용자들과 연합교섭을 벌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라. 이게 민생대전의 진정한 출발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9월 초 수시 원서접수가 끝나고 학생들의 빈자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고3 교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일반고의 정시 지원율이 자율고·특목고의 6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고에서 정시(수능)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 반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수능을 목전에 둔 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각자에게 필요한 수능 준비를 한다. 학생들마다 시험과목과 등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사가 자기 수업 들으라고 강요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능 준비생들만 따로 도서실에 모아놓고 공부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 수시에 지원한 대다수 학생들의 면접까지 끝나면 수업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아서 교사들은 시간마다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자리에 앉히느라 애를 먹는다. 학생들은 정해진 출석일수를 채워야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도 없는 교실에서 8교시까지 버텨야 한다.

예체능계 학생들은 아침에 왔다가 일찌감치 조퇴를 한다. 소위 무단조퇴(미인정조퇴)이다. 실기준비를 위한 조퇴를 인정해주면, 수능준비를 위한 조퇴도 인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규정상 진학준비를 위한 조퇴는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조퇴를 인정해준다면 일반고 3학년 2학기 교실에는 남아있을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간·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일정은 1~2학년과 똑같이 진행된다. 이 두 번의 시험성적은 당해연도 대입전형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백지답안을 내거나 답안지에 각종 모양으로 마킹을 해서 내는 학생들도 있다. 2학기에 해야 할 수행평가를 1학기 말, 학생들이 다 있을 때 미리 해놓는 학교도 많다. 학사일정이 완전히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자신들 전형 일정의 편의를 위해 내신성적을 1학기까지만 반영하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공교육의 한 학기가 통째로 희생되고 있다.

초·중·고 12년, 마지막 학기의 교실 풍경은 이렇게 주인 없이 버려진 폐가처럼 황량하기만 하다. 이 황량한 폐가에서 학생들은 각자 홀로 남은 시간을 버틴다. 교실 한쪽에 모여 웃고 떠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 틈바구니에서 밤새 아르바이트하느라 못 잔 잠을 자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은 자다가 깨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교실 풍경이 우리가 원했던 모습인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왜 이러한 교실 풍경이 만들어지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교육당국에 간곡히 요청한다. 고3 2학기 교실이 정상화되도록 현행 입시 제도를 개선해 달라. 최소한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라도 수시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 학생들의 공교육 12년, 마지막 학기를 아름다운 마무리와 축하,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위한 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고3 2학기 교육과정의 개선점을 마련해 달라. 모든 복잡한 사안들이 그렇듯이 교육정책 또한 정치, 경제의 여러 요인과 얽혀있지만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개선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교육부와 대학, 교육청, 학교의 책임 있는 담당자들이 모여 현 시점에서 조율 가능한 최대치를 만들어내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인식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이다. 대학의 편의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 소중한 경험과 시간을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해둘 수는 없다.

<조춘애 광명고 교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나누어 물을 관리해 왔으나 분산된 관리체계로 인한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이 지적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한편 물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류지역의 개발제한과 하류지역의 수질오염 문제로 인해 지역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얽혀 있으며, 여러 이해당사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정부 혼자서 물과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국가물관리위원회와 4개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통합 물관리를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물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위원회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4대강 보 처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지혜를 모아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보 존치와 개방의 효과가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채 주민, 환경단체, 정치권의 의견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역물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역 대표들도 주민 및 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공공재인 유역의 물을 가장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충실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물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해야 할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충실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 관련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둘째, 물관리위원회는 물 분쟁 조정 결과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이해당사자들이 물관리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 분쟁 조정에 갈등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관련된 전문가 집단도 반드시 조정 과정에 참여해 객관적인 자료 검토에 근거한 합리적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전문적 판단에 근거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셋째, 유역 내의 물 정책과 현안은 우선적으로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각각의 유역은 고유의 환경 특성에 따라 물 현안이 다양하고 상이하다. 유역 물 정책과 현안에 대한 논의는 유역 구성원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역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역 내 논의를 통해서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심화된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합 물 관리기구에 거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복잡하게 얽힌 물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위원회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물 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면, 물 분야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로서 국가 물 관리 선진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윤성택 |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한복판에 모였다. 나들이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대책을 촉구하고자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날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는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네팔,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등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이들은 더 이상 노예노동을 감수할 수 없다며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외국인에게도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당당한 외침이다. 

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9개 시민단체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석우 기자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소식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7월 이후만 꼽아도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영덕 오징어젓갈공장 지하탱크 질식사고, 속초 아파트건설현장 추락사고 등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최근 5년간 산재사망 이주노동자는 모두 557명. 한 달에 8명꼴이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주목할 점은 전체 산업재해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주노동자 산재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력난을 겪는 3D 업종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떠안으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는 최하위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갑질 등에 시달리면서도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고용허가제는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농업·어업 분야에 해외 노동력을 원활히 공급하려는 취지로 2004년 도입됐다. 그러나 사업장을 옮길 때에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인권 침해 요소가 적지 않다. 사업장이 위험해도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없다. 사업주에게 안정적인 노동력을 공급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국제노동기구(ILO)조차 문제를 지적한 사항이다. 시행 15년이 된 노동허가제는 이제 개선할 때가 됐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다. 이미 100만명이 넘었고 매년 10만명 안팎의 신규 노동자가 유입된다. 이주노동자도 인격과 노동권이 존중돼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적·인종·종교에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성년 자녀들을 자신의 논문에 공저자로 올린 대학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0여건은 부당하게 이름을 올린 연구 부정행위로 확인돼 입학 취소 등의 조치를 받았다. 나머지 논문들도 부당한 저자 표시 검증과 대학입시 활용 여부를 확인 중이다. 교수 미성년 자녀들의 논문 공저자 등재나 대입 활용은 사실상 자녀에게 논문을 ‘상속’한 연구윤리 실종이다.

17일 교육부는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서울대 등 대학 14곳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진행된 3차례의 실태조사에서 논문 부정 사례가 많거나, 부정 사례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대학들이다. 감사 결과 115건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사례가 추가로 발견됐다. 감사대상이 아닌 대학에서도 130건의 미성년 논문이 더 접수돼, 지난해 발표한 549건까지 더하면 현재 확인된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총 794건이다. 이 중 서울대 ㄱ교수는 부정한 공저자 논문을 통해 자녀가 강원대 수의학과에 편입학한 사실이 확인돼 입학취소 처리됐다. ㄱ교수 자녀는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과 대학원 입학과정에서의 의혹도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교육부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조사는 2년 전 시작됐다. 언론 보도로 연구윤리 위반 가능성이 지적된 이후다. 2017년 연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대학 자체 전수조사가 이뤄졌고, 지난해 이를 취합한 1차 발표가 있었다. 이번 특별감사에서는 3차례 대학 자체조사에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사실을 보고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교육부는 매년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시효를 늘리는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법령상 교원 징계 시효가 3년이어서 연구 부정행위로 판명돼도 징계할 수 없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수 자녀에 대한 논문 공저자 등재, 대학입시 활용은 부모 지위를 이용해 자녀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국민 상식에 어긋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검증하고 각 대학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잘못을 뿌리 뽑아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교수사회도 교육·사법 당국의 적발에 앞서 윤리실종의 오명을 씻는 자정노력을 벌이기를 고대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금 바티칸에서는 10월6일부터 27일까지 ‘아마존 지역을 위한 특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열리고 있다. ‘아마존, 교회와 통합 생태(integral ecology)를 위한 새로운 길’을 주제로 한 이번 시노드에는 아마존 9개국의 주교들을 중심으로 원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석하고 있다. 2년 전, 프란치스코 교종은 위기에 처한 아마존 원주민과 열대우림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시노드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교회 현안이 아니라 이번처럼 ‘아마존’이라는 특정 지역에 관한 시노드를 개최하는 것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아마존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종의 관심과 우려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적 원리에 기초해, 프란치스코 교종은 자연생태계를 환경의 차원만이 아닌 경제, 사회, 문화,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파악하는 “통합 생태”를 제안한다(<찬미받으소서>). 통합 생태의 관점에서,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원주민은 불가분의 공동 운명체다. 지난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마존의 불’은 그곳의 열대우림을 놀라운 속도와 규모로 집어삼키고 있다. 올해 브라질 아마존에서는 근 8만건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해에 비해 84%나 늘어난 불은 주로 축산업에 필요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화로 일어났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국이다. 열대우림의 위기는 곧 원주민의 위기를 뜻한다. 아마존의 일부로 살아온 원주민들은 숲이 소실되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원주민의 저항은 생명의 위협을 불러오기 일쑤다. 이렇게, 아마존을 가장 잘 알고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아마존 열대우림 소수민족 대표들과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시노드)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개막 미사에서 최근 발생한 아마존 대화재를 언급하며 아마존 보호를 위한 성직자들의 과감한 행동을 촉구했다. 바티칸 _ AFP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는 원주민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위기다. 기후위기 시대에 아마존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써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열대우림이 불에 타 없어지면서 머금고 있던 탄소를 뱉어낸다. 숲을 없애고 들어선 축산업도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온 상승은 가뭄 발생을 촉진하여 땅을 건조하게 하고, 마른 땅은 불에 더 취약해진다. 오늘 우리가 아마존의 악순환에서 목격하는 것은 “환경위기와 사회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다(<찬미받으소서>). 

아마존의 불은 형태만 달리하여 세계 곳곳을 삼키고 있다. 이 불을 지피고 퍼뜨리는 것은 제어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다. 끝없는 경제성장과 개발의 환상에서 깨어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불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걸어온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라는 이 시대의 종말론적 징표다. 과학은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의 길은 인간이 자초한 ‘종말’로 가는 길이고, 종착지는 그리 멀지 않다고.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은 과학이 던지는 이 선명하고도 섬뜩한 경고에도 막무가내다. 눈을 감고 보려 하지 않는다.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안’을 찾자는 제안에는 종종 어떻든 현재의 삶의 방식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들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은 오래된 길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삶의 방식의 근원적 전환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탐욕에 물들지 않은 맑은 눈은 현실을 직시하고, 분노하고 항의한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초래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기술적으로만 해결하겠다고 하는가(그레타 툰베리). 아무 일도 없는 척, 지금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기득권의 위선과 기만을 집어치우라는 질책은 새로운 길을 찾자는 절박한 호소이기도 하다. 이 질책과 호소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아직은 우리가 희망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부끄러움이 우리를 움직인다면 말이다. 우리가 그만큼은 성숙했으면 좋겠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매년 1월 말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은 전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들이 모여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토론을 통해 세계경제의 전망과 여러 정책들의 방향 등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는다. 중국이 세계 2강으로 부상하면서 2007년부터는 하계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새로운 챔피언들의 연례총회가 다롄과 톈진에서 매년 번갈아 가며 개최되어 왔다. 하계 다보스포럼의 특징은 혁신, 과학기술, 창업가 정신이 주요한 주제들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혁신에 중요한 교육에 관한 주제들도 그간 많이 다뤄져 왔다. 내가 계속 참여했던 이 교육 세션들 중에서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되었던 적이 있다. 10여년 전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여러 나라 교육부 관계자들과 함께한 세션에서 “앞으로는 학교에는 숙제하러 가고 집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즉, 숙제할 때 잘 몰라서 선생님이 필요한데 집에는 선생님이 없으니 학교에 가서 숙제하고, 공부는 집에서 교과서, 참고서 등을 보며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교실에서 칠판만 쳐다보고 하는 것이 생각해 볼 점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유튜브나 무크, 코세라, 테드 등을 통해 세계적인 학자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고, 그 외 많은 지식들을 본인이 쉽게 찾아서 습득할 수 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은 검색엔진에 물으면 어느 정도 수준의 답은 대부분 얻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 전 세계 전문가들과의 연구를 통해 21세기 더욱 벌어질 기술격차 문제와 그 문제를 풀기 위하여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을 위한 새로운 비전: 기술의 가능성을 풀기’라는 리포트를 발간하였다. 우선 21세기 필요한 기술을 크게 세가지 특성으로 구분하고 16가지 매우 중요하게 습득해야 할 세부 내용들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학생들이 핵심기술들을 매일매일 풀어야 할 과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 지식이다. 이 기초적 지식과 소양에는 문해력, 수학, 과학, 정보통신기술, 금융, 문화 시민의식의 6가지가 강조되었다. 둘째는 학생들이 어떻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한 능력이다. 이에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소통력, 협업능력의 4가지가 포함되었다. 셋째로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요구되는 개개인의 질적 역량이다. 이에는 호기심, 목표설정 및 추진능력, 끈기, 변화 적응력, 리더십, 사회문화적 인식능력의 6가지가 포함되었다. 

이 중에서도 미래 인재의 핵심인 소통, 협업, 문제해결 능력은 어떻게 함양할 수 있을까? 답은 2010년 설립되어 2014년 첫 신입생들을 받은 미네르바 스쿨에서 일부 찾을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캠퍼스가 따로 없으며 학생들은 세계를 돌며 글로벌 기업들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로 성장한다. 교수와 화상수업을 하며 인턴십, 토론, 많은 양의 과제 수행을 통해 수업만이 아닌 학생의 경험 전체를 교육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효과적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함양 습득 발전시키며, 자연스럽게 협업능력을 배양한다. 하버드대나 MIT보다도 입학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미네르바 스쿨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또한 사회적 능력과 감성적 능력이 중요하다. 미래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된다. 미래의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평가할 때 지식의 수준을 시험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그룹으로 협업을 한 뒤 그 협업의 결과물의 우수성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 과정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그들이 가질 직업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 또한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이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리가 다 알면서도 실제 학교 교육에 적용하지 못했던 것들부터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공감능력, 상호존중, 협상능력, 감정조절능력, 실패로부터 배우는 능력, 성공을 위한 자신감, 자기결정능력 등을 함양시키도록 해야 한다. 좋은 문제를 찾는 능력과 그렇게 문제를 찾기 위한 충분한 전공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이러한 21세기 필요 인재들을 길러내는 데 적합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는 학생들과 원하는 인재를 찾을 수가 없다는 기업. 이러한 불일치는 이미 우리 교육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오래전부터 말해 왔다. 우리가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았을 뿐.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업들은 미래 신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하여 자체 교육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인적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신사업 업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및 연구 통합 플랫폼인 SK유니버시티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기업과 대학이 특정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을 이용한 계속교육과 평생교육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교육방식이 될 것이다. 당연히 대학들도 변신을 하여야 한다. 카이스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에듀케이션 4.0과 융합기초학부 프로그램은 미래에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한 시스템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혁하는 미래시대에 필수적인 문제해결능력과 협업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매우 우수하며 무한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내 제자들만 봐도 그렇다. 이미 졸업을 한 많은 제자와 지금의 제자들을 보면 내가 그들 나이 때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결국 교육시스템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미래 경쟁력을 갖기 위해 초·중·고 및 대학교 교육시스템을 지금 당장 혁신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열린 기이한 경기(미국 워싱턴포스트)”,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경기’로 “중계방송도, 팬도, 외신도, 그리고 골도 없었다(영국 데일리메일)”, ‘기괴한 경기’였으며 “경기 결과는 부차적이었다”(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에 대한 외신들의 표현이다. 29년 만의 축구대표팀 평양 원정 경기가 평창 동계올림픽 때처럼 남북 평화의 물꼬를 틀기를 기대한 것과 너무나 딴판이다.

남과 북, 0-0 비긴 뒤 악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선수들(흰 유니폼)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북한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상대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연맹 제공

남측 중계진의 방북을 불허할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이날 평양 경기 장면은 상상 이상으로 썰렁했다. 경기 전날 4만명 관중이 구경할 것이라는 북한 측의 귀띔도 지켜지지 않았다. 상대팀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무중계·무관중 경기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자기팀만 응원하기가 멋쩍었던 것일까?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몇 마디 육성과 함께 트위터로 전한, 남북 선수들이 승강이하는 모습은 차라리 정겹게 느껴졌다.

운동 경기는 원래 몰래 하는 법이 없다. 관중은 경기의 흥미를 더 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에는 무관중 경기가 낯설지 않다. 2005년 3월 김일성경기장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 중 북한 선수가 퇴장당하자 관중이 항의하며 이란 선수들을 위협했다. 이로 북한은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아 홈에서 할 예정이던 일본과의 경기를 제3국인 방콕에서 치렀다. 

축구 경기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국가대항전은 가히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축구에 평화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평양 경기가 열린 15일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팀은 요르단강 서안 알람에서 팔레스타인과 원정경기를 치렀다. 사우디가 이곳에서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가들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허가를 받는 것을 기피해 팔레스타인과 제3국에서 경기를 치러왔다. 전날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수도인 동예루살렘도 방문했다. 아랍국가들의 대이스라엘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증좌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린 ‘평양 무관중’ 축구가 더욱 아쉽다.

<이중근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3단계 대상은 민간위탁 종사자다. 2018년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전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위탁 사무는 총 1만99개이며, 종사자는 19만5000여명에 달한다. 사회복지 영역은 민간위탁 중 가장 많은 사무(4769개)와 가장 많은 종사자(7만2552명)가 있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사회복지관, 어린이집, 치매안심센터 같은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제공되는 공공서비스 대부분을 국가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공공서비스 전달을 민간에 맡기는 것을 선호해왔고 이 방식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효율성과 전문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위탁의 장점으로 강조되었지만, 수탁기관의 부정과 부패,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로 인한 서비스의 질 하락 등의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 민간위탁 분야인 사회복지서비스를 국가에서 직접 제공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사례를 보자. 2011년 광산구청은 ‘시민의 복지는 국가 책임이다’라는 기조하에 민간에 위탁했던 사회복지관을 구청 직영으로 전환했다. 민간 사회복지법인 소속으로 일하던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구청 소속 공무직으로 채용되면서 고용을 보장받았다. 노동자들은 공공부문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본연의 업무인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면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 민간위탁 시절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잦은 이직을 초래한 후원금 모금 의무도 없어졌다. 안정된 고용 환경에서 근속기간이 늘면서 공공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과 질도 높아졌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더 나은 노동조건이 광산구 주민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사회복지관 직영 전환 이후 주민들은 자치회를 결성해 복지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공신력 있는 시설 운영에 따라 공공성이 확대되었고, 사회복지서비스 수혜자인 주민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만족도가 향상되었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한 국가의 책무이다.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해 일선에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면 국민의 더 좋은 삶의 보장은 어려울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개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종사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삶의 개선은 물론 서비스 수혜자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에 이득이 될 것이다.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논의의 출발점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국민에게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통해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노동존중 사회’와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기본 전제인 것이다.

<조혁진 |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정부와 여당이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학교가 설립목적대로 운영되기보다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통로로 기능하며 고교서열화와 공교육 황폐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 때문이다. 중등교육은 물론 유치·초등 단계의 조기 입시과열 문제에도 일정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다.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서열화의 정점이자, 외고와 같이 특목고에 해당하는 과학고를 논의에서 뺀 것은 한계다. 

최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대입제도 개편 관련 당·정·청 회의에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계획이 논의됐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은 교육부가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의 맞춤형 교육으로 자사고·특목고의 다양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권학교 폐지와 고교서열화 해소는 현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최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결과 특권 대물림 교육 해소 방안으로 고교서열화 해소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8%에 이를 만큼 여론의 지지도 높다. 현재의 교육현장 황폐화엔 자사고 100곳 지정 등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이 큰 이유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별한’ 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기며 입시 연령이 낮아졌고, 원하는 고교에 가지 못하고 일반고에 진학한 아이들이 일찍부터 열패감을 느끼며 일반고 황폐화가 가속화됐다. 

고교서열화 철폐와 공교육 정상화가 목적이라면 과학고와 영재학교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른바 ‘스카이대’와 의대 입시에 최적화된 교육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부르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들이 제외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되레 이 학교들로 몰리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된다. 시민단체의 제안대로 영재 위탁교육 기관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정부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 강남 쏠림, 고교학점제와 고교 내신 절대평가 안착 방침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빈틈없이 준비하되,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살리는 교육다운 교육이라는 목표를 뒷받침할 만한 현장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굳이 시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20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가 시행된다. 체육계의 자생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체육은, 국가의 막대한 지원과 일정한 통제 아래 발전해왔고, 특히 각 지자체의 산하에 편재되어 어렵사리 버텨왔다. 이제 겸직 금지로 인하여 그 ‘지원’과 ‘육성’이 축소되거나 최소한 다른 형태로 급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의 핵심은 체육계의 자생력 강화이고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스포츠기본법’의 제정이다. 그동안 한국의 체육정책은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하여 왔다. 1962년 제정된 ‘체육진흥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민체육진흥법’은 1982년에, 88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전면 개정을 하였고 그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일부 부분적인 개정이 있었고 이 법을 모법으로 하여 새로운 경향이나 산업을 반영하는 하위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한 세대 전에 제정된 이 법의 목적과 정의는 그 이후 급변한 국내외 스포츠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 법 1조의 ‘목적’에 표현되고 있는 단어들, 예컨대 ‘체력 증진, 건전한 정신, 명랑한 생활, 국위선양’ 등은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하던 무렵에 통용되던 발전주의 국가론의 이념을 반영하고 있는 바, 21세기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화적, 정서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법의 2조에 명시된 ‘체육, 전문체육, 생활체육, 선수’ 등의 개념 정의 또한 오늘날 현대 스포츠의 다양성과 시민 저마다의 문화적 욕망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양상의 스포츠 경향들, 그와 관련된 선수와 팬과 미디어와 시설과 예산 등은 이 법의 바깥에서 배회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37년 전의 법 목적과 정의에 따른 제3조, 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진흥 육성 정책도 구조적인 문제를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을 틀어쥐고 있고 대한체육회와 각 산하 단체와 협회와 지도자들은 그 사슬의 각 위계 단위에 놓여 있어 자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로써 권력과 체육의 복잡한 밀월관계가 형성되고, 하루아침에도 적과 동지가 뒤바뀌는 위계질서의 맨 아래에서는 폭력과 비리가 안개처럼 번져 있게 된 것이다. 당장 석 달 후부터 시행되는 겸직 금지 조치가 그나마 이 오랜 사슬을 끊을 수 있는 뜻밖의 단초가 되고 있어, 이에 ‘스포츠기본법’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기본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최근 몇 해 사이에는 구체적인 법령의 초안까지 제시되었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한체육회에서도 지난 9월 발표한 자체 혁신안에 기본법 제정을 중요하게 담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광위의 일부 의원들도 이에 대한 의견과 방향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체육계의 현안들이 대개 ‘갈등적’이고 ‘대립적’으로 보이기 마련인데 당장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미래가 걸린 ‘스포츠기본법’은 얼핏 보기에 ‘대동소이’한 관점을 가진 듯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연구기관의 보고서나 일부 국회의원들이 마련한 초안을 보면 ‘스포츠기본법’이라는 새 용어를 썼으되 여전히 ‘국민’의 ‘체육’을 ‘진흥’하는 것에 집중된, 지극히 체육 내적인 시각에 머물러 있다. 사회 전반의 역동적인 변화와 국제적인 스포츠 문화 환경의 급변, 이에 따른 젊은 세대의 문화적 욕망과 바로 그 세대 문화에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의 내면을 반영하지 못하였다. 아니, 이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전혀 없는 제안도 더러 있다. 그저 활기찬 신체 활동을 위해 ‘체육인’이 기능적으로 탑재되는 진흥책에 머물고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20세기 중엽의 체육 개념에 근거한 인간 신체에 대한 일방적 기준, 그에 따른 체육의 기능적 효과와 수단, 이를 증진하기 위한 물리적 진흥 제안이 여전하다. 물리적 진흥, 이 길로 계속 가면 또다시 정부 지원에 종속되어 한 줌의 자생력도 남지 않게 된다. 

‘스포츠기본법’에서 ‘기본’은 체육정책을 ‘진흥’하기 위한 기본이 아니라, 인간이 누려야 할 사회적, 문화적 권리라는 가치 측면에서 ‘기본’이다. 이 개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 ‘기본’에 따르면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존엄성 증진, 각종 차별 금지와 혐오 배제, 모든 생명의 존중과 그에 기반한 모든 사람의 여러 신체적 조건에 대한 가치와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특정하게 이념화된 ‘국민’이 아니라 보편 인권 차원의 ‘모든 사람’이 이 법에 해당되며 바로 그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환경과 조건에서 차별 없이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로써 개인의 행복과 사회 관계의 형성이 이뤄지고 나아가 지역사회 및 공동체의 민주적 발전에 스포츠가 기여하는 것이 ‘스포츠기본법’의 입법 취지여야 한다. 

자칫 ‘좋은 말 대잔치’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은 이를 ‘기본’을 삼아야 거시적으로는 국제적인 스포츠 다양성에 적극 부응할 수 있고 일상적으로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체육인의 역할이 인정되는 것이다. 

스포츠를 인간의 기본권이 실현되는 장이며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문화적 욕망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장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럴 때 스포츠 기본권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교육권, 건강권, 노동권 등과 동등한 수준에서 결합되어 심도 깊은 내면과 포괄적인 외연을 갖게 된다. 이 모든 권리와 스포츠권이 결합되어야 이른바 ‘체육인’들의 사회적 위상, 생활 안정, 일자리 창출 등도 연결된다. 

조만간 체육계와 국회 등에서 ‘스포츠기본권’이 활발히 논의될 것인 바, 일부 표현만 조금 바꾼 ‘체육진흥책’이 아니라, 체육인 전체의 미래를 걸고 과감히 사회 속으로 진입해 들어가 ‘모든 사람’들과 역동적으로 성장해가는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장애인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중학교 때 반장의 오빠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정도다. 친구 아버지는 아들의 존재가 집안의 수치여서 학교에 안 보내고 집에서만 지내게 했다. 어느 날 집에만 갇혀 있던 오빠가 발가벗은 채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사건이 생겼다. 그날 이후 반장은 급격히 말수가 줄었고 그 일이 없던 것처럼 반장을 대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브린 브라운은 수치심이란 단절에 대한 공포라고 말한다. 나의 약점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나와 관계를 끊을지 몰라 두렵다. 수치심은 취약성에서 비롯되기에 우리는 완벽해지려 애쓰고 부모는 아이의 불완전함을 고치려 하고 숨긴다. 그런데 취약성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서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진정한 기쁨과 사랑, 창의성, 소속감의 원천이 된다. 반장의 아버지가 “이대로 충분해,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하는 용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 사회의 성숙도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분리, 단절시키고 격리,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초등 시절부터 아이들은 교과서 지식보다 사회와 삶 속에서 더 강렬한 배움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인 부모나 교사와 같은 어른들이 우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예민하게 감지하며 자신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내 어릴 적 어른들은 외면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 대답해야 할 상황을 맞이했다. 학급에서 민수(가명)를 만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좋아하고 만 단위 이상 큰 수를 잘 아는 민수는 시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귀여운 아이다. 박자 감각이 좋고 잘 웃는 민수를 사람들은 그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려워 수업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고 수시로 “지금 몇 시야?”라고 묻지만 친구들은 그런 민수를 자상하게 돌봐주고 챙겨주었다. 통합학급에서 아이들은 모든 것을 해주지 않되 필요할 때 도울 수 있는 알맞은 거리를 체득하는 지혜를 배운다. 개별화 수업 갈 때 민수가 훌쩍이며 안 가려고 하자 친구들이 달래서 복도 끝에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언젠가 책을 읽어주는데 듣고 있지 않는 것 같던 민수가 아파트 10층을 걸어 올라갔다는 부분에서 “(계단 올라가면) 힘들어”라고 툭 던졌을 땐 다 같이 웃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민수로 인해 우리 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학예회, 운동회, 체험학습, 급식시간 등 ‘민수 입장에서 어떨까?’ 하는 배려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민수를 보듬는 따스함이 교실을 훈훈하게 덥히면 우리들 사이에는 조용한 자부심이 차올랐다.

민수의 담임이 되면서 학교의 의미를 새삼 고민하던 중에 도종환 시인의 ‘나뭇잎 같은 사람 많다’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눈에 뜨이는 화려함이나 돋보이는 빛깔 같은 것을 지니지 못한 나뭇잎’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평범한 이파리들이 가장 오랫동안 나무를 떠나지 않고 나무와 함께 있으면서 기쁨과 고난과 시련을 같이’하듯이 민수와 친구들은 함께하고 있다. 

그런 나뭇잎 같은 나날들이 모여 우리 모두의 삶에 든든한 숲을 드리울 것이라 믿는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노동현장에 깊고 넓게 드리워진 ‘위험의 외주화’가 무섭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가 말해준다. 4년간 한국전력 산하 5개 자회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사상자(271명) 가운데 협력사 직원이 97.7%(265명), 정규직 직원은 2.3%(6명)였다. 협력사 직원의 사고 노출이 정규직보다 44배나 많았다. 지난 6년간 조선업계의 산재 사망자(116명) 중 하청노동자는 84.4%(98명)나 됐다. 또 최근 발생한 코레일 산재 사상자(583명) 가운데 40%(229명)가 외주노동자였다는 통계도 있다. 외주·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은 매일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에서 승강기 설치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승강기 제조업체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티센크루프)의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중 사망한 티센크루프 하청노동자는 지난해 3월 이후 5명이나 된다. 경고음이 계속됐고 대책을 세웠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사고 발생 하루 전인 11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티센크루프 대표를 국정감사장으로 불러 잇단 산재사고의 경위와 대책을 따졌다. 그런데도 사고가 반복됐다. 티센크루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티센크루프처럼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한 해 평균 5건이 넘는다. 업체는 사고 원인을 작업자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리지만, 진짜 원인은 편법 하청구조에 있다. 티센크루프는 이번 승강기 설치공사 사업을 지역 중소업체와 공동 수급방식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엘리베이터 설치공정을 떼어내어 협력업체에 맡기는 외주방식으로 진행됐다. 작업 단가를 낮추고 위험을 떠넘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원청의 책임과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 하도급이다. 노동부는 ‘죽음의 기업’ 티센크루프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서야 한다. 또 국회는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산재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린다면,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8년 10월 11일 지면게재기사-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기업이 외면하는 사이 그 피해의 중심에서 살아갈 10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의 툰베리 연설은 환경운동의 시대적 흐름이 바뀌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 그가 변화를 외친 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친환경을 앞세운 수소자동차 밀어붙이기가 국회 내 수소충전소 설치로 브레이크 없는 급가속 채비를 마련한 것이다. 수소에너지가 ‘궁극의 친환경’이라는 이 허황된 구호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가는 굳이 따지지 않는다. 수소사회를 대한민국을 구할 미래과학이라 포장하는 이들이 일반인의 기본적 상식에 비춘 몇 가지 물음에 어떤 답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다는 따위의 얘기는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이 꼴찌인 나라에서 하지는 말자. 수소가 자동차의 주 연료인 석유보다 최소한이나마 친환경이려면 물의 전기분해까지는 아닐지라도, 다른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의 수소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부생수소도 석유산업에서 생성되니 소위 말하는 친환경은 아닐뿐더러 지금과 같은 화석에너지임에는 변함없지만 말이다. 수소사회를 얘기하는 이들은 부생수소를 마치 버려지는 에너지인 것처럼 말한다. 여기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 석유화학산업이다. 그 석유화학산업 공정 중에 수소가 만들어졌다면, 그리고 그걸 이용해 친환경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왜 굳이 전기가 필요한 그곳에서 즉시 전환해 사용하지 않고 온갖 복잡한 기계장치를 만들고, 또 다른 과도한 화석에너지와 운송비를 들여 자동차에 옮겨 전기를 만들어 써야 할까? 수소가 만들어진 그 자리에서 발전을 한다면 온갖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뿐더러 2040년에야 실현된다고 하는 규모의 경제를 당장 실현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실로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고 왜 굳이 힘들게 특수트럭으로 옮겨와, 다시 작은 자동차에서 전기로 전환해야만 한단 말인가?

다음으로는 충전소 설치의 확산 가능성이다. 고압가스를 다루는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은 차치하고라도, 충전소 한 곳을 만드는 데 3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내 평균 땅값을 고려하면 충전소 1곳을 만들려면 최소 100억원이 든다. 이렇게 만든 충전소에서 하루 약 250㎏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국가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에 수소 1㎏당 가격을 4000원으로 낮춘다고 하니, 1일 매출은 완판 시 100만원이다. 시골 편의점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소를 무료로 준다고 해도 운영은 불가능하다. 과연 이런 영업장이 전국에 확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세금으로 운영보조금을 지급해줄 차례이다. 세계 1위 기술력을 통한 미래 먹거리? 미래수출산업? 우리나라야 눈먼 세금으로 조성비와 운영적자를 메운다고 하겠지만,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인 미국을 생각해 보자. 미국이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해 이익창출은커녕 최저임금 노동자 1명도 고용할 수 없는 충전소를 세금으로 지어줄까?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국민 세금으로 미국에 충전소를 지어줄 수 있을까?

이런 간단한 의문들에 뭐 하나 긍정적인 답이 없다. 아무리 수소 관련 미래전망을 뒤지고 헤매도 답들은 주지 않는다. 미래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 알아서 다 해결된다는 허상 말고는 말이다.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실천하는 16세의 거인, 툰베리의 연설과 같이 “당장에 닥친 지구온난화의 세계적 문제에는 관심 없이, 자신들의 배만 부르게 만드는 끝없는 경제성장만을 얘기하는” 우리의 이 상황이 부끄럽다. 친환경은 세계 1위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으로 포장한 허상으로 미래세대를 실망시키지는 말자.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주52시간제의 보완책을 서두르라고 8일 주문했다. 국회엔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했고, 정부엔 “입법이 안될 경우도 생각해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 “경제계 우려가 크다”고 전제한 데 대해 노동계는 “주52시간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선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현장 안착까지 제도나 준비상황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음직하다. 조국 파동에 묻혀 있는 다급한 ‘국정 뇌관’을 직접 공론화한 셈이다.

주52시간제가 새로 적용될 50~299인 사업장은 2만7000개로 추산된다. 지난해 7월 시작된 300인 이상 사업장 3500개보다 8배 많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정부 실태조사에서 39%가 주52시간제 준비를 못했다고 인정했다. 인건비가 부담되고 업무량도 들쭉날쭉해 인력 채용의 고충이 크다고 토로한 것이다. 한 해 370명이 과로사하는 ‘피곤한 대한민국’의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대기업에서 안착 단계로 접어든 주52시간제가 내년부터 실질적인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52시간제를 준비한 중소기업은 지난 1월 56.7%에서 7월까지 4.3%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1년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도 거북이걸음만 해온 것이다. 정부는 회초리를 자청하고, ‘핀셋 보완책’을 찾아가야 한다. 길이 멀지만, 현실 속 주52시간제는 사회적 대화도 국회 논의도 공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지난 2월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이 참여해 ‘주52시간 적용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냈지만 국회 입법은 7개월째 서 있다. 자유한국당은 ‘1년 연장’을 요구하다 사실상 무제한 연장노동이 가능한 선택근로제 기준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자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재계는 특별연장근로와 노사가 합의한 노동시간만 인정하는 재량근로제 확대를 요구하고, 민주노총은 “모두 개악”이라며 11월 파업을 예고한 터다. 노동계 우려엔 ‘노동존중’을 선언했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배어 있다.

‘저녁 있는 삶’은 시대적 대의이고, 행복의 척도가 됐다. 이제 해법은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는 주52시간제의 문턱이 높은 현실을 인정하고 시민들과 소통·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소기업의 인력 채용 인센티브와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에 총력을 쏟고, 계도기간 고민은 그 판단이 선 후에 내놓는 게 순서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채 주52시간제 근간을 흔들지 말고, 제도적 보완책은 중소기업 수요가 많고 사회적 대화의 첫 매듭인 탄력근로제를 논의 중심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해마다 학교를 떠나는 초·중·고교생이 9만명가량 된다. 학교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를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라고 한다.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가 상당한데도 이들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있는 지원방안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8일 개최한 ‘학교 밖 청소년’ 관련 토론회에서 공개된 ‘서울 학교 밖 청소년 실태와 지원현황 분석’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는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46%)’로 나타났다. 이어 ‘심리·정신적인 문제’ 32%,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22%, ‘학교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아서’ 19%, ‘검정고시를 준비하려고’ 18%, ‘내 특기를 살리려고’ 17% 순이었다. 학업중단 후 겪고 있는 어려움(복수응답)으로는 ‘선입견과 편견, 무시(47%)’ ‘의욕 없음(37%)’ ‘진로 찾기 어려움(36%)’ 등을 많이 꼽았다. 

교육청의 지원 사업을 경험해 본 학교 밖 청소년들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지난 5년간 서울에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를 그만두고 주로 한 일로 검정고시 준비와 대학입시 공부(각각 24.6%)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관련 정보나 지원이 전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국청소년정책원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은 2017년 기준 41만2587명(만 7~18세)으로 추산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늘어나며 2015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소관 부처가 뿔뿔이 나뉘어 이들이 어디서 어떤 지원을 받으며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자발적인 자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기 청소년, 문제아라고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어떤 길을 택하든 이 사회에서 잘 자라 제 몫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전방위적 대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편하게 손을 뻗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각 정부부처, 각 기관에 흩어진 정책들을 통합적·유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 모두의 모든 아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수년 전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여학생을 상담했다. 교실에서도 털모자를 벗지 않았고,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그런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궁금해서 상담을 위한 공감대(라포)가 형성되기를 기다려 물어봤다. 빙긋 웃으면서 모자를 벗는데 놀랍게도 짧게 자른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동전만 하게 머리카락이 뽑힌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다. 용모에 신경을 쓰는 여고생의 모습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모습이라 이렇게 된 이유를 물어봐도 되느냐고 했더니,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학습이나 생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 버릇이 되었단다. 유치원에 다닐 때 자기 앞에서 어머니가 음독자살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정신과 집중치료도 받았고 현재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머리카락에 손을 대는 것만은 끊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학생의 그런 증상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꿈을 사회복지사로 정하고, 자기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면서였다. 자신이 가장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가 진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체험과 탐구를 하면서,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수고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길을 찾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특별한 트라우마가 있는가 하면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추억으로 이루어진 트라우마도 있다. 1980~19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남학생들이 학교 교사들에게 당한 구타나, 여학생으로서 경험한 성적 추행들은 그 세대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트라우마의 근거가 된다.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각목으로 반 전체를 구타하는 모습이나 여학생들의 속옷을 들추고 음담패설을 일삼는 교사들의 모습은 지금 보면 끔찍하지만, 인권의 가치가 무시되던 시절에는 일상이었으니 이제 중년이 된 세대들에게는 교사라는 존재가 어떻게 각인되었을지는 뻔하다. 

문제는 이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기성세대가 현재의 학교현장을 과거의 기억으로 판단하여 교사들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 교육의 기본 틀이 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은 교사들의 주도적 역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의 평가를 대비한 수업이 아니라 수업 자체에서 교육의 효과와 가치를 찾아 평가까지 이루어지는 일체형 교육을 추구하는데, 이런 교육과정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면서 부정하는 흐름이 정치권에 있고, 그 기저에는 앞서의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 이런 흐름은 결국 교육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목소리 큰 학부모들에 끌려다닌 결과이기 때문에 국가교육의 비전보다는 오로지 계층 간, 지역 간 입시경쟁에만 매몰되는 결과가 된다.

앞의 사례와 같이 개인의 트라우마도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극복되었는데, 교육의 미래가 과거의 집단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국가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교사들을 믿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시라. 그들은 정치권이 좋아하는 수능 고득점을 받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믿을 만하지 않은가?

<한왕근 청소년지도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8년 10월 8일 지면게재기사-

순수 일용직노동자 절반이 연간 300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한다. 7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도 순수 일용직근로자(사업소득이나 상용소득이 없는 경우) 502만명의 근로장려금 수급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간 소득 1000만원 이하의 일용직근로자가 열에 아홉(86%)이었고, 300만원 이하도 절반(248만명, 49.3%)을 차지했다. 연소득 300만원이면 월 25만원에 불과하다. 과연 경제생활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또 이들 일용직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은 한 해에 직장을 6군데 이상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곤궁하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셈이다.

일용직근로자는 근로기간이나 장소가 불규칙·부정기적이다. 그래서 수입도 매우 불안정하고 낮은 수준인 미숙련 근로자층이 많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해도 이처럼 소득이 낮은 노동자가 많은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서도 소득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양극화 심화가 저소득층 수입이 감소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로 2017년 2분기 이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가구당 소득격차가 확대됐다. 2017년 2분기와 올해 2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을 비교한 결과 상위 10%(10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년간 126만원이 늘었다. 그러나 1·2·3분위(하위 0~30%)의 소득은 각각 6만8000원, 15만8000원, 12만5000원 감소했다. 정부가 보호하려는 저소득층의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건 국제적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일용직근로자들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함께 잘사는 포용적 국가’를 내걸고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와 일자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부의 쏠림에다 저소득층 수입이 줄면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소득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재정을 늘려왔지만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낮다. 대부분이 소득최하위 계층인 일용직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복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해양수산부가 국제기구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7~11일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리는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가 무대이다. 이 총회는 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에 관한 당사국의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정부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공조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위험을 회원국들에 알리고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원전 오염수 처리에 나서도록 하려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하루 150t의 오염수가 배출된다. 그런데 저장탱크에 보관 가능한 오염수는 2022년이면 용량을 초과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지하 매립, 수증기 방류, 전기분해 후 수소배출, 해양 방류 가운데 해양 방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오염수를 세슘 흡착과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정화하고, 이를 통해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농도를 희석시켜 해양 방류를 하겠다는 것이다. 돈이 덜 들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전력 내부 문서를 보면 정화처리를 거쳤다고 하는 오염수에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삼중수소는 무해하다’는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이를 장기간 섭취하면 인체에 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는 특히 한국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도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오염수가 있으며, 이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아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이 ‘잘 컨트롤되고 있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한국 등 인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류를 타고 대양을 흐르면서 전 세계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공론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본이 성의 있는 자세로 해결에 나서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 스스로 후쿠시마 원전 환경실태를 공개하고, 피해방지에 적극 나서는 것이 정도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진만은 집안 분위기가 어딘가 모르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가구도, 벽지도 그대로였는데, 그런데도 그 느낌을 지울 길 없었다. 뭐지? 진만은 마치 마감 후 물품이 맞지 않은 알바생처럼 다시 한번 찬찬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변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지은 지 삼십 년 된 방 두 칸짜리 연립주택이었다. 군데군데 금이 간 마룻바닥과 누리끼리하게 변한 싱크대 위 타일들, 그리고 흐릿한 형광등 불빛까지, 모두 예전 그대로였다. 이상하네? 진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거기, 침대 바로 앞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예전에 방영되었던 사극이었다. 진만은 가만히 할아버지를 따라 TV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야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삼계탕집 주방 알바를 그만두고 진만은 오랜만에 아버지와 할아버지, 단둘이 살고 있는 안양집에 들렀다. 그가 근무했던 삼계탕집은 추석 당일 하루만 쉬었다. 그러니 어디 갈 수가 있나? 생각해보니 설날에도 그랬고, 여름휴가 때도 그랬다. 알바는 남들 쉴 때 더 일이 많은 법. 꼭 일 년 만에 가는 안양집이었다. 같은 계절이어서 그런가, 별다르게 다른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봄에 오면 좀 다르려나? 진만은 그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 어디 안 좋으세요?”

진만은 마침 앉은뱅이 밥상에 이른 저녁을 차려 안방으로 들어오던 아버지에게 물었다. 연립주택 인근 오피스텔 야간경비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는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밥상에는 진만이 왔다고 그랬는지 제육볶음과 쌈이 올라와 있었다. 

“왜? 뭔 일 있었어?”

그의 아버지가 할아버지 쪽을 힐끔 한번 바라보고 되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저를 보고도 통 말씀이 없으셔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만은 다른 것을 묻고 싶었다. 이 냄새, 예전과 달리 집에서 나는 이 냄새는 과연 무엇인가? 비릿하고, 고릿하기도 한 이 냄새가 왜 계속 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예전엔 저만 보면 계속 이 말 저 말 물었는데….”

아버지는 묵묵히, 그러나 바쁘게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몰라. 요즈음 저렇게 자꾸 깜빡깜빡하셔.”

“병원엔 안 가보셨고요?”

진만은 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할아버지는 계속 TV를 보며 느릿느릿 숟가락을 들었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야. 나도 깜빡깜빡하는데, 뭘….”  

그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진만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팔십대, 그의 아버지도 이미 육십대였다. 냄새에는 아마 그 두 사람의 것이 다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출근한 후, 진만은 설거지를 마치고 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 재밌어?”

TV에선 계속 사극이 방영되고 있었다.

“응. 궁예가 이제 막 다른 미륵이 있다고 왕건을 의심하기 시작할 거야.”

진만은 멀거니 TV 속 애꾸눈 궁예를 바라보았다.

“네 아빠도 이 할아비를 자꾸 의심해.”

할아버지는 마치 은밀한 소식이라도 전하듯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말했다.

“아버지가요?”

“응. 내가 가짜 가시오가피즙을 산 거라고… 자꾸 날 의심해.”

진만은 곰곰 따져 보았다. 분명 그런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무슨 문화홍보업체에 속아 삼백만원어치 가시오가피즙을 사 들고 들어왔을 때가…. 하지만 그건 진만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었다. 그게 벌써 십 년도 더 지난 일인데.

“의심하는 게 아니고 할아버지…그냥 너무 비싸니까 속상해서 그랬지.”

“나도 속상하거든. 그게 뭐 나 먹으려고 산 건가? 고생하는 우리 아들 먹이려고 한 거지.”

진만은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할아버지는 옛일을 추억하는 걸까? 그도 아니면 지금을 옛날로 믿고 있는 걸까? 진만은 어쩐지 꼭 후자일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선 어떻게 저렇게 방금 당한 일처럼 속상해할까? 진만은 그 생각을 하니까 왈칵 겁이 났다.

“할아버지, 요샌 뉴스 안 봐?”

“안 봐.”

“왜? 할아버지 맨날 뉴스만 봤잖아?”

“보면 속상해. 맨날 디제이만 나오고… 디제이 대통령 된 거 꼴 보기 싫어서 아예 안 봐.”

TV에선 다시 궁예가 자신을 보고 미륵이 아니라고 말하는 고승에게 마군이구나, 노여워하는 모습이 잡혔다.

다음날 오전, 진만은 퇴근한 아버지를 잡고 말했다.

“할아버지 아무래도 병원 모시고 가야 할 거 같아요.”

“왜? 너한테 뭐라고 그러셔?”

“자꾸 옛날 일만 말하세요.”

아버지는 잠옷으로 갈아입다가 잠깐 진만을 바라보았다.

“그게 뭐? 잘못된 거야?”

진만은 아버지의 반응에 조금 당황했다. 아니, 그게 그냥 놔두면… 진만은 거기까지만 말하고 말끝을 흐렸다.

“놔둬. 병원에 가봐야 약도 없고… 우리 둘 사는데 옛날 일 말한다고 잘못될 것도 없어.”

진만은 그런 아버지 앞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속상한 거 있으면 속상해하고, 화낼 거 있으면 화도 내야지.”

아버지는 잠옷 차림 그대로 할아버지의 아침 밥상을 차렸다. 

“걱정 말고 너도 밥 먹고 얼른 내려가. 아직까지 아무 문제없어. 태조 왕건도 있고… 저 드라마 계속 재방송해. 그러니까 괜찮아.”

진만은 아버지를 도와 밥상에 수저를 놓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무엇이 속상했을까? 나는 또 나중에 그 속상함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만은 그게 막막하기만 했다.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