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가명) 어머니는 무심했다. 예민하고 강박적 행동을 하는 예나가 걱정되어 연락하면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때마다 자신이 예나를 잘 알고 있으며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강조했다. 6학년이 되자 예나의 체중이 심각하게 줄었다. 친구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섭식장애를 앓게 된 것이다. 예나의 섭식장애 기저에는 애착(attachment) 문제가 있었다. 존 볼비는 주 양육자와 아이가 맺는 애착이 정서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안정형 애착 관계를 맺는 양육자는 아이의 요구를 즉시 알아차리고 민감한 감수성으로 대응한다. 아이의 욕구를 수용하거나 자제시키며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면 아이에게는 안전기지(secure base)가 생긴다. 낯선 놀이에 ..
오디오로만 소통하는 클럽하우스가 인기입니다. 특정 운영체제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기에 ‘인싸들의 SNS’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개발사가 한 가지 운영체제로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은 꽤 많았고 초대장 가입 방식은 구글의 G메일도 십수년도 전에 쓴 방식이며 성공한 SNS는 대부분 트렌디한 사용자들로 출발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관심을 끈 것은 아이언맨의 현실판이라 불리는 외국의 유명 CEO가 가입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해외 주식 열풍에 그가 만든 회사의 주식을 잔뜩 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애플리케이션이 알려진 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들이 참여하며 가입자가 폭증하자 우리 사회에도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에서 ..
올겨울도 조류 인플루엔자로 가금류 2540만마리가 ‘살처분’ 당했다. 그런데 이제는 별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듯하다. 고기는 가축을 길러 얻는 게 아니라 돈으로 사는 상품이 되었다. 편리해졌지만 그 고기가 한때는 우리 같은 ‘생명’이었음을 알기 어려워졌다. ‘예방적’ 살처분은 대부분 생매장이고, 생매장은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품의 재료에 생긴 문제의 확산을 원천 봉쇄하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처방으로 묵인된다. 어릴 때, 길에서 파는 병아리가 너무 예뻐 집에 사 온 적이 있다. 식구들 먹이려고 닭을 쳐본 적이 있던 엄마는 그런 병아리는 얼마 못 산다고 하시면서도 그 병아리를 정성껏 키우셨다. 엄마의 정성으로 병아리는 무럭무럭 자라 중닭이 되어 손바닥만 한 시멘트 마당을 푸드덕대며 뛰어다..
설 명절 연휴 때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로버트 D 퍼트넘의 이란 책을 빌려왔다. 연휴에 틈을 내어 읽었지만 책은 절반 정도에서 멈췄다. 하지만 얼른 시간을 내어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다. 퍼트넘은 1940년대 출생하여 ‘사회적 자본’에 관한 이론으로 명성을 날린 미국의 사회학자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나 규범 혹은 연결망 등으로 해서 갖게 되는 힘이 실제 자본처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퍼트넘의 이 책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하는데 사람들 사이의 이런 긍정적 관계가 어떤 힘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은 1950년대만 하더라도 인종에 크게 관계없이 마을 아이들 모두가 어렵지 않게 주변 어른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봄이다. 입춘이 지나고 언 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사한 꽃으로 봄을 알리는 구근의 새싹들이 여기저기 삐죽이 내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생함을 여린 새순들, 개나리, 진달래의 화사한 모습으로 떠올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너희들이 와야 학교는 봄’이라는 현수막이 떠오른다. 작년 봄 코로나로 개학이 늦어지며 아이들을 기다리며 교문에 걸려 있던 이 문구가 얼마나 마음을 울렸던지. 드문드문 학교에 다녀가는 아이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아니라 학교 여기저기서 들리는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웃음소리가 혈관의 맥박처럼 우리 사회 생기의 근원이었음을 깨닫는다. 작년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이게 뭐지?’ 하며 대응하다 끝났지만 올해는 새 학기 준비를 두 가지 버전으로 하면서..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그동안의 공이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잘하는 것 못지않게 잘못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작금의 언론은 오보를 줄이려는 노력을 포기한 듯해 참으로 우려스럽다. 인터넷이 기사 유통의 기본 경로가 되면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것이 오타이다. 기사에 오타 하나 있는 게 대수냐고 반문하는 언론인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오타 기사에는 기자의 수준을 의심하는 댓글이 달린다. 언론의 신뢰를 갉아 먹는 하나의 요인이다. 그런데 하루 이상이 지나도 그 오타를 수정하지 않는다. 교열기자가 초긴장하여 오타·비문을 잡아내고, 신문이 국어 교과서라는 불리던 과거의 영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오타·비문이 수시로 나오는 기사를 보면서 수용자가 언론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
1988 서울 올림픽 개최 7년 전인 1981년 9월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84차 총회. 꿈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일찌감치 올림픽 개최를 선언하며 준비해온 일본 나고야를 누르고 대한민국 서울이 개최 도시로 선택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올림픽 유치에 고무된 우리 정부는 1982년 3월 한국 체육행정을 총괄할 체육부를 창설하고 5공화국 2인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후 체육부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1988 올림픽뿐 아니라 1986 서울 아시안게임까지 관장하며 한국 체육사에 있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다. 2개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시키면서 국가 브랜드 상승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체육 강국으로서 입지를 굳힌 것은 익히 아는 바이다. 그러나 ‘..
친척들을 만나지 않은 채로 명절이 지나갔다. 연휴 내내 미세 먼지가 많았어도 춥지는 않았다. 나의 외할머니 이존자씨라면 충청도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가. 날이 푹햐.” 존자씨 때문에 나는 어려서부터 ‘푹하다’라는 말이 좋았다. 겨울날이 퍽 따뜻할 때 푹하다고 소리내어 말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 말을 얼굴 보고 들을 수 없어서 전화를 걸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다 같이 모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존자씨는 살다 살다 이런 세상은 처음이라며 탄식했다. “입을 아주 틀어막는 세상이자녀.” 그게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임을 한발 늦게 알아듣고 나는 막 웃었다. “울애기, 많이 웃어.” 그는 아직도 나를 ‘아가’ 혹은 ‘울애기’라고 부른다. 세상은 세상이고 울애기는 참말로 기특하다고, 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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