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콜린스 사전과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각각 ‘기후파업’과 ‘기후비상’을 선정했다. 올해 이 두 단어의 사용 빈도가 이전에 비해 100배 정도 늘었다는 선정 이유는 세계적으로 기후에 관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높아졌고 기후 관련 담론도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도 이런 변화의 반영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 정상들로부터 기후비상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찾아보기는 여전히 힘들다. 2년 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치자.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에서 노후석탄화력발전소 4기 감축과 2022년까지 6기 감축 계획을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발표했지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의 추가 건설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내게는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을 향해 반복해 외쳤던 “How dare you?”라는 날선 비판이 ‘올해의 말’로 남는다. 영상에서 본 툰베리의 눈빛과 표정과 억양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한 세계에 대한 원망과 분노, 반드시 변화를 만들겠다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자신들의 삶을 더 이상 빼앗지 말라며 세계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멸종위기’를 외치는 현실이 보여주듯, 기후위기를 우려하고 대책을 말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늘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뿌리인 우리의 삶의 양식을 바꾸자는 생각과 의지는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시사주간 타임이 지난 11일 공개한 타임 표지. AFP연합뉴스

온실가스를 에너지 쓰레기로 보면, 우리는 자원의 한계 이전에 자원을 소비한 결과인 쓰레기의 한계에 먼저 봉착한 것이다. 온실가스만 한계가 아니다. ‘5초-20분-500년’ 1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빨대의 평균 생산-사용-분해시간을 상징하는 숫자다. 플라스틱 제품은 20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니,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소각된 것을 제외하면 지구 어딘가에 고스란히 쌓여 있을 것이다. 코카콜라 회사가 매년 생산하는 플라스틱 병만으로도 지구를 700번 감을 수 있다고 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 형성된 쓰레기 더미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여, ‘GPGP’라는 태평양의 쓰레기 더미는 그 크기가 한반도의 6배가 넘는다. 핵발전소의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사용후핵연료를 쌓아온 핵발전소의 임시저장소 포화율은 평균 90%다. 조만간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할 곳이 없는 핵발전소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핵발전에 대한 근원적 고민은 없고, 임시저장소를 늘릴 생각만 한다. 쓰레기의 근원인 ‘소비주의’ 생활양식은 바뀔 기미가 없다. 생산과 소비는 진작되어야 하고,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쓰레기의 경고는 분명하고 단호하다. “더 이상, 이렇게 갈 수 없다.” 이런 규모의 쓰레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생산과 소비,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아니, 인류의 존속 자체가 지속 불가능하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조만간 기후붕괴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은 허황된 위협이 아니라, 오랜 연구 결과에 근거한 과학적 경고다. 우리의 문제는 놀랍게 진보한 기술의 결과라는 사실은 기술의 진보로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지극히 비현실적임을 보여준다. 이 길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호소와 주장이 현실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성장도 기술의 진보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가야 할 새로운 길을 볼 수 있게 된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새해에는 이 말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문제를 근원적으로 보고 현실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눈과 마음을 청한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툰베리의 “How dare you?”  (0) 2019.12.13
풍수지리와 미세먼지  (0) 2019.12.06
환경교육은 교육부의 의무다  (0) 2019.11.29
기후변화에 맞서는 길  (0) 2019.11.22
제주공항과 제주의 미래  (0) 2019.11.15
이익의 10%가 만들어낸 변화  (0) 2019.11.08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5년 9월7일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인류사회에 미치는 파괴적 혁신의 영향력’을 주제로 강의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정밀의료, 유전체공학 등 떠오르는 기술들이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면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볼 수 있었던 이 명강의는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이었다. 그 후 아부다비에서의 글로벌어젠다카운슬 서밋을 거쳐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의 주제로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지디오 지역에 세계경제포럼의 4차산업혁명센터가 설립되어 떠오르는 기술들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장점과 위협요인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특히 정책, 표준화, 인센티브 등을 설계함으로써 위협요인들은 최소화하고 장점들은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켜 다양한 연구를 해 왔으며, 지난 10월에 그 결과물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산업 변화, 요구되는 인재상, 데이터 자산 확보와 가치화, 스마트 자본으로 대변되는 질적 자본 등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조력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제시했으며 각 세부 분야별 대정부 권고안도 발표했다. 획일적 주 52시간제의 적용이 가져오는 문제, 대학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교육혁신, 혁신적 포용사회 구축, 바이오헬스·제조·금융·물류 등 각 산업별 권고,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버 보안,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 등 지능화시대 혁신 기반에 대한 권고 등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이러한 권고사항들부터라도 정부가 신속히 추진하면 좋겠다.

세계경제포럼의 4차산업혁명센터에서는 9가지의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첫째로 인공지능 분야는 공공 분야에의 인공지능 적용,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지능 표준, 인공지능에 필수적인 데이터의 시장, 인공지능 윤리, 안면인식기술의 책임감 있는 한계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두 번째는 자율 및 도시 이동기술 분야이다. 안전규제, 사회적 이익, 평등과 접근, 기반시스템, 그리고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또는 계획되고 있다. 세 번째는 블록체인 분야인데 공급사슬에서의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뢰받는 새로운 디자인, 블록체인 시대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정부 투명성의 증대, 데이터 소유권과 토큰경제에서의 경제모델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네 번째는 데이터 정책이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듯이, 데이터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공통의 가치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데이터의 원활한 흐름을 위한 데이터 호환 프레임워크 설계, 정밀의학에서의 데이터 문제,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 정책, 그리고 데이터최고책임자(Chief Data Officer)의 필요성과 역할 등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다섯 번째는 디지털 교역인데 현찰 없이 지불하기, 블록체인을 이용한 글로벌 교역, 3D프린팅과 교역 물류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섯 번째는 드론과 미래 항공기술인데 드론 규제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드론 배달, 하늘을 나는 개인 이동수단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일곱 번째는 지구를 위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인데 지속 가능한 수산업, 블록체인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의 스케일업, 복원을 위한 환경데이터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덟 번째는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그리고 스마트시티인데 안전한 사물인터넷 구현을 위한 시장 인센티브 고안, 사물인터넷 기술의 영향력 가속화 전략, 소비자 사물인터넷에서의 신뢰 구축, 사물인터넷을 통해 얻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공통의 가치 구현에 활용하는 전략, 스마트시티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정밀의학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보다 더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정밀의학은 특히 데이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의료데이터의 장벽 제거, 정밀의학의 더 큰 발전 전략, 임상시험의 새로운 전략, 의료비와 의료보험의 혁신적 재설계, 정밀병리학과 차세대 진단, 병원에서의 유전체학 적용 확대 전략 등을 다룬다. 내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정밀의학카운슬에서는 위 내용에 추가로 윤리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상의 많은 떠오르는 기술들에 대한 글로벌 정책과 표준화 설계는 많은 나라들의 협업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므로 일본, 중국, 인도에는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의 자매센터를 공식으로 출범시켰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다수의 국가에는 부속 센터들을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세계경제포럼의 자매센터나 부속센터 설치는 못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의 노력으로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와 협력하기로 하고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를 카이스트에 설치하고 지난 10일 개소식을 했다. 우리나라 정부 출연연구소들과 대학, 기업 등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센터는 세계경제포럼과 블록체인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을 하며, 정밀의학과 인공지능 분야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 세계경제포럼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정책과 표준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시민단체 등 많은 이해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뿐 아니라 산업 발전과 건강한 사회 구현에 앞장서 나가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빠르게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기술들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이 모두에게 고루 혜택이 갈 수 있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과 전략 수립에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다시, 유럽의 축구장이 인종차별로 혼란스럽다. 수년 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이 축구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행위를 근절하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이 끔찍한 악행이 근절될 수 없는 역병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지난 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프레드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연거푸 모욕을 당했다. 코너킥을 차려는 그에게 맨시티 팬은 원숭이 소리를 내며 조롱했고 어디선가 라이터까지 날아왔다. 성난 얼굴을 한 동료 린가드가 프레드는 감싸안으며 위로했지만 프레드의 고통은 단지 라이터에 맞은 외상만은 아니었다. 안정을 되찾은 프레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 어두운 면이 있다. 지금은 2019년이다. 피부색, 머리카락, 성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프레드를 모욕한 남성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맨시티는 “우리 홈구장 출입을 영원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상대팀 감독인 과르디올라도 경기 후 프레드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위로했다. 

이러한 일들이 맨시티 구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10월21일, 맨유가 리버풀을 상대로 벌인 홈경기 도중 맨유 팬이 리버풀 수비수 알렉산더 아널드를 향해 거친 욕설과 인종차별 폭언을 자행했다가 즉시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시즌권 소유자인 이 남성은 맨유의 즉각적인 조치에 의해 영구적으로 올드 트래퍼드 출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9월에는 웨스트햄 팬이 홈구장 출입 금지령을 받았고 애스턴 빌라 등 많은 구단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프레드가 또다시 역겨운 말과 추악한 행동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발롱도르(유럽남자축구선수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네덜란드 축구의 ‘레전드’ 마르코 반 바스텐은 생방송 도중 과거 히틀러 나치 시대의 악명 높은 구호 ‘지크 하일(Sieg Heil)’을 외쳐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 11월23일, 네덜란드 축구팀 헤라클래스를 이끄는 독일인 감독과의 인터뷰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물론 그가 축구장 안팎에서 보여준 오랜 활동으로 보건대 ‘나치 추종자’라 볼 만한 여지는 적다. 본인도 네덜란드인 리포터의 어색한 독일어 발음을 놀리기 위해서 그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그날, 네덜란드 선수들은 축구장에서의 인종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킥오프 후 1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침묵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온라인 축구게임사 EA에서는 ‘피파 20’에서 반 바스텐을 삭제하기로 결정했고 폭스스포츠도 1주일간 방송 금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 10월 하순, 잉글랜드 프리미어 사무국은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교육, 단속, 조사 등의 프로그램까지 가동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마스터는 “우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고 공언했으나, 현실은 오히려 가중되는 양상이다. 

11월4일, 손흥민이 에버턴의 미드필더 고메스를 저지하려다 불상사가 벌어진 바로 그 경기에서도 에버턴의 관중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벌였다. 구단은 “그런 행동은 우리 경기장, 우리 클럽, 지역사회 또는 우리 경기 안에 있을 수 없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공인구를 향해 그들은 차별의 언어를 쏟아내고 혐오의 행동을 벌였다. 축구를 모욕하고 선수와 팬들을 모욕하고 자기 자신마저 쓰레기통에 처박는 행동이다.

최근 이런 일이 급증한 것은 유럽 전역에 반난민과 반유럽연합 역풍이 불어닥친 결과로 보인다. 브렉시트 혼란 속에서 지역주의를 우선시하고 있는 잉글랜드나 극우정당동맹이 득세한 이탈리아에서 이 같은 일이 연거푸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된다. 그러나 단언컨대, 브렉시트 혼란에 빠진 모든 잉글랜드 사람이, 극우정당에 가입한 모든 팬들이 다 라이터를 던지고 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사회적 원인을 별도로 하고, 그 행위자는 가려내서 처벌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그와 같은 인종차별 행동이 벌어지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현상적으로는, 우리의 여러 경기장에서 유럽과 같은 인종차별이 확연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 세계 수많은 선수들이 밀집하는 유럽의 경기장과 우리의 현황을 기계적으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본질은 ‘혐오와 차별’이고 나라마다 그것이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지금 바로 당장 인터넷의 스포츠 뉴스 댓글들을 보라. 그야말로 ‘댓망진창’이다. 한 해 농사가 끝난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얼마 전 숨 막히는 시즌이 마무리된 프로축구까지, 그리고 겨울 시즌의 배구와 농구 등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단순한 비아냥을 넘는 인격 모독이 벌어진다. 중국이나 일본의 팬과 선수들에 대해서는 일상에서 써서는 안될 모욕적인 언사가 난무한다.

팬들의 발언이 즉발적이라면 그 종목에 관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랜 위계질서에 따른 폭력적 발언이나 차별의 시선이 구조적으로 드리워져 있다. 생중계 와중에도 거친 말을 하는 감독이 있을 정도이니 일반 팬도 거의 없는 유소년 경기에서는 말해 무엇하랴. 여기에는 단순히 감독과 선수 혹은 선배와 후배라는 위계만 있는 게 아니다. 체육계열 학과에서 ‘여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차별 및 혐오와 배제 또한 심각하다. 방송 중계에서 ‘용병’이란 말이 사라지고 ‘외국인 선수’라는 말로 ‘순화’되었다 해서 우리의 스포츠에서 혐오와 차별이 줄고 있는 게 아니다. 아니, ‘용병’이란 말도 일부 중계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을 보니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 듯하니, 씁쓸하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방이 온통 깜깜했다. 좌우 구조물이 희미하게 보일 뿐 바닥은 가늠조차 어려웠다. 석탄 먼지만 쉴 새 없이 휘날렸다.’ 민주노총이 최근 공개한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석탄발전소의 ‘작업 중 현장’ 모습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대부분 현장도 노동자들이 손전등에 의지한 채 작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 노동자가 숨졌다. 어두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컨베이어벨트 밑에 쌓인 석탄을 긁어모으다 벨트와 롤러에 몸이 끼였기 때문이었다. 조명시설만 있었어도,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오늘도 ‘김용균의 현장’은 그대로인 것이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8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린 1주기 추도식 중 추도사를 읽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물네 살에 한국발전기술 하청업체에 입사한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근무를 서다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영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김씨 사망 후 “발판 하나, 벨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2인1조 의무화, 위험업무 시 설비가동 중지 등 정부 대책도 이어졌다.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국회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연료환경설비운전 노동자 직접고용 등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관계부처·기관은 최대한 권고 내용을 반영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숱한 다짐과 약속은 그러나 말뿐이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2월 6일 (출처:경향신문DB)

2인1조 근무원칙은 일부 현장의 일이고, 정규직 전환은 ‘어려운 일’이 됐고, 노무비 착복 악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중 4개안은 ‘흉내 내기’에 그쳤고 18개안은 먼지만 쌓인 채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재해기업 처벌 방안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외주금지 업종에 발전분야가 제외되면서 김용균법에 정작 ‘김용균’도 빠졌다. 그러다 보니 석탄발전 노동자 상당수는 지금도 2950원짜리 특진마스크 대신 값싼 방진마스크를 쓴 채 작업 전 “안전하게 일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이 이해되는 것이,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3건씩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사업장 대부분은 안전조치에 눈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일 촛불행진에 이어 8일 김용균 추도식이 열렸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너를 살릴 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처럼 삶이 파괴되는 걸 막겠다”며 “엄마는 이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려는 길은 국민 누구나 가야 할 길이다. 김용균을 살릴 수는 없지만, 나는 물론 내 이웃이 일하다 죽지 않을 세상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년 미세먼지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도, 배출량, 건강피해 등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정부 정책의 추동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문제에 대한 진단이 더 정확해져야 한다.

미세먼지의 복잡성은 배출과 농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초미세먼지나 오존오염 문제는 과거처럼 배출정보만 알아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은 주로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2차적으로 생성된다. 배출-농도 사이에 화학이 들어가면 둘의 관계가 매우 복잡해진다. 배출과 농도는 비선형관계가 된다. 배출을 줄여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야 농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또한 배출 지역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배출-농도의 복잡한 관계식을 풀기 위해 종합관측조사를 실시해 왔다. 3차원 공간에서 배출물질, 생성물질, 산화제, 배출원 지시자 등을 동시에 측정하여 이들의 관계를 추론해 가는 것이다. 탐정이 조각난 단서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듯이 연구자들은 관측 자료들의 퍼즐 조각들을 맞춰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그러나 종합관측조사는 대형 항공기, 첨단 측정기기, 수치 모델, 위성 등 대형 연구 인프라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동안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선진국은 2차 세계대전 중 육안으로 전투기의 위치를 확인해주는 비행운에 대한 연구를 필두로 80여년의 항공 관측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늘을 나는 실험실인 대형 관측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KORUS-AQ’라는 한·미 대기질 공동조사를 수행했다. NASA는 대형 관측 항공기를 활용해 1980년대부터 대기화학 실험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에게 ‘KORUS-AQ’는 대형 관측 항공기와 첨단 측정기기를 동시에 운용하며 우리의 대기를 정밀 진단해 본 소중한 경험이었다. 200개의 오염물질을 동시에 측정하는 대형 비행기 DC-8 1대, 위성시뮬레이터를 탑재한 소형 비행기 1대, 미세먼지 조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소형 비행기 1대가 투입됐고,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보유한 관측선도 참여했다. 전국 32곳에 원격탐사 장비가 설치됐고, 130개 연구그룹의 580명 한·미 과학자들이 종합관측 작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중 70% 이상이 2차 생성되며, 국내외 오염원이 약 5 대 5 수준에서 기여하고, 국외 미세먼지는 지면 가까운 고도로도 장거리 이동하는 게 가능하며,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량이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점 등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새로운 진단이 쏟아졌다.

이제 우리는 2차 국제 대기질 관측조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 초 한국에서 예비관측을 시작으로, 본관측이 2022년과 2023년 겨울철에 아시아를 무대로 펼쳐질 것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 함께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물론 2차 관측은 1차 관측 결과를 토대로 얻은 궁금증을 해소해야 하는 한층 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서해상이나 야간 등 그간 관측의 사각지역 및 시기가 포함되어 있다. 다만 1차 관측과 달리 그간 우리 역시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는 희소식이 있다. 이제는 중형 관측 항공기와 스모그 체임버(대기오염물질의 광화학반응 생성과정 실험 장치)를 갖췄고,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의 발사도 앞두고 있다.

금번 관측조사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세계적 수준에서 규명해 국민들이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이고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의 교사, 교육전문가, 개별 대학, 교육시민단체 등이 새 대입정책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교사, 학부모, 학생, 대학과 사교육 시장까지 제각기 적응 방법을 놓고 주판알을 튀기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실망이 커서 이 논란에 말을 보태기 싫다. 그러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삶이 걸린 문제일뿐더러 현 정부의 국민적 지지를 갉아먹을 중대사인지라 몇 가지를 짚어 보자.

첫째, 새 대입정책은 명백히 졸속한 정책 전환이었다. 상당한 갈등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작년 여름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변수 탓에 느닷없는 변화를 교육현장에 강요한 셈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과 의지가 작용했다는 점도 정권에 큰 부담거리다.

둘째, 결과론이지만 교육당국과 교육운동단체 등 전문가집단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부정적인 여론을 과소평가한 점도 있다. 돈과 인맥과 문화자본으로 가능한 비교과영역의 각종 ‘스펙’, 달리 말해 공교육과 교사가 책임질 수 없는 범위의 활동이 반영되는 입시는 평범한 서민에게 ‘금수저’를 위한 전형, 상위권 대학의 은폐된 고교등급제가 작동하는 ‘깜깜이’ 전형일 수밖에 없다. ‘조국사태’에 앞서 일부 교수가 어린 자녀를 학술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연구부정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터라 여론은 더욱 냉랭했다.

셋째, 그렇다고 정시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더 나은 대안이 아님도 분명하다. 정시 확대가 ‘금수저’에게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법 나와 있지만, 수능성적 위주의 입시가 새 시대의 바람직한 제도가 되기는 어렵다. 김종엽 교수의 지적처럼 대학입시의 ‘공정성’은 매우 편협하게 해석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대략 상층 20%의 관심거리가 아닌 것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기란 무척 어렵다”(‘창작과비평’ 2019 겨울)는 점을 입증했다. ‘공정성’이란 이름 아래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격하며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편협함과 동일한 현상이었다.

넷째, 중요한 대선 공약인 고교체제 개편이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공언했지만, 그것은 다음 정권의 일이다. 현 정부는 당장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했던 과제를, 학교 평가를 통해 폐지를 결정하는 기존 제도를 어정쩡하게 따름으로써 이미 공약을 어겼다. 불과 얼마 전에 전북 교육청의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교육부가 막아섰던 일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이대로라면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해도 헌법소원에서 정부가 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선의 자녀 교육을 위해 능력껏 애쓸 권리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고교체제 개편은 어쩌면 학종의 폐해 극복보다 한층 절실했다. 정책 당국이 우리의 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의지가 확고했다면, 최소한 이명박 정부 이후 난립한 ‘자율형 자사고’들을 일괄해서 없앤 후 단계적으로 더 오래된 학교들을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나아갔어야 한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는 “현행 객관식 평가방식으로는 미래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어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교육 비전과 이를 담아낼 새로운 수능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 수능체계는 2025년에 전면 실시할 계획이라는 고교 학점제에 발맞춰 2028학년도부터 도입한다고 하지만,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일정이다.

유일한 해법은 현장 교사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북돋우는 길이다. 교육부도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정규교과과정 내의 비교과영역은 대입에 반영한다고 밝혔지만, 학종을 없애고 수능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전부 바꾸더라도 공교육 교사의 진취적 노력이 숨쉴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고등학생들이 문제풀이와 점수따기에 질리는 와중에도 양서를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길이며, 그나마 고교 학점제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물론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사회의 상층 20%가 무관심한 개혁 과제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의 ‘흙수저’ 청년들은 전문대학에 많이 다닌다. 전문대학의 절대 다수는 사립이며, 일반대학도 80%가 사립이다. 따라서 ‘공영형 사립대 사업’으로 이들 교육기관의 질을 높이고 대학의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해내야 한다. 대입 문제를 대입제도 개편으로 풀 수는 없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번 터 잡은 마을에 대대로 살아가는 농경사회에서 살기 좋은 땅, ‘명당’을 차지하려는 욕망은 누구나 강했다.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영화적 상상이 화성 이주를 시도하는 우주시대에도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힘을 발휘하는 이유일 것이다. 부귀의 땅을 찾는다는 단편적 의미로 변질되어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풍수지리(風水地理)는 현대학문인 생태학(風水)과 지리학(地理)이 결합한 융·복합과학이라 할 수 있다. ‘왕을 만드는’ 땅에 대한 탐욕이 아닌 ‘사람 살리는 땅’으로 풍수를 바라볼 때 이 경험과학에 기초한 심층생태학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약자로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는 즉, 삶의 터전에서 최우선으로 피할 것과 얻을 것을 조합한 이름이다. 사계절이 반복되는 우리나라에서 과거 농사를 지으며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 가지는 기근과 혹한이다. 이 기근을 막을 ‘물을 얻는 곳’과 혹한을 견딜 ‘바람을 막는 곳’, 바로 배산임수와 좌청룡우백호라는 말로 함축되는 땅이 바로 명당인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화를 면하고 조금이나마 평안하게 살기 위한 곳을 안내하는 지침으로, ‘잘되자는 것이 아니라 잘못되지 말자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상적 장소는 그리 많지 않고 보통 어딘가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물이 모이는 곳은 필히 빠져나가는 곳이 있기에 대체로 바람막이가 취약한 방향이 생기게 된다. 이 부족의 보완이 풍수의 비보(裨補)로, 보통 찬바람을 막아줄 숲을 마을 외곽에 조성하게 된다. 마을숲은 외부의 찬바람을 막고 마을 안의 온기를 유지하는 곳으로, 모두를 위해 잘 보호되어야 했기에, 많은 전래동화의 소재가 된 토테미즘적 숭배사상이 생겨난다.

생존이 걸린 문제였던 경험과학은 이제 생존이 아닌, 더 잘 살기 위한 선택으로 바뀌었고 비과학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 전통지식을 밀어낸 일등공신은 단연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석연료이다. 문제는 여기서 나타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은 분지형 도시 즉, 바람을 잘 막는 곳이다. 보통 미세먼지 농도는 발생량이 월등히 높은 서울과 경기가 높아야 하는데, 백두대간이 가로막은 강원도 영서지방 소도시들이 자체발생 미세먼지가 적음에도 농도가 높은 날이 많은 이유다.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가두는 것에 더해, 서쪽에서 불어온 외부 오염물질까지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기에 그렇다.

이제 겨울의 공포는 북풍한파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된 지 오래고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모두를 전문가로 만들 정도다. 그리고 설익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심에 숲을 조성하고 외곽 숲을 간벌하여 밀도를 낮추는 것이다. 오랫동안 외부의 바람을 막고자 숲을 조성해 왔는데 이제 반대로 숲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내보낸다? 숲은 추울 때는 바람을 막고,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바람을 불게 하는 ‘신박한’ 능력을 지닌 것일까? 안타깝게도 추울 때 미세먼지 농도가 덩달아 높다. 과거 땔감의 채취는 숲의 밀도를 낮췄고, 밀도가 낮아진 숲은 바람을 더 잘 막아왔다. 도심 주변의 숲은 더 이상 연료공급원이 아니니 밀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바람이동이 빨라지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숲의 밀도를 낮추는 간벌작업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밀도가 낮은 숲을 도심에 만들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환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작업을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하늘을 보며 남 탓하기 바쁜 계절이다. 비록 3분의 1이 중국발이라 하지만, 역으로 3분의 2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지에서 미세먼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외부의 깨끗한 바람을 얻는, 장풍득수(藏風得水)가 아닌 득풍득수(得風得水)를 위한 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줄 단기 방안은 없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툰베리의 “How dare you?”  (0) 2019.12.13
풍수지리와 미세먼지  (0) 2019.12.06
환경교육은 교육부의 의무다  (0) 2019.11.29
기후변화에 맞서는 길  (0) 2019.11.22
제주공항과 제주의 미래  (0) 2019.11.15
이익의 10%가 만들어낸 변화  (0) 2019.11.08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좌파교육감 타령’이 또다시 나왔다. 이른바 좌파교육감(보수층이 진보성향 교육감들을 지칭)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이 계속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일부 언론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 한국의 순위가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2006년까지 좋았던 성적이 2009년부터 추락했다며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좌파성향 교육감들이 성적평가를 없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보수언론들은 ‘2018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생의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대폭 늘었다며 일제히 좌파교육감들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좌파교육감의 잃어버린 10년론’이다.

보수세력이 지칭하는 ‘좌파교육감’의 본격 등장은 2010년부터다. 3년마다 치르는 PISA 평가에서 이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따지려면 2012년 시험부터 얘기해야 한다. 2012년은 2009년보다 성적이 대폭 올랐다. 그 뒤 2015년 시험에선 대폭 떨어졌고, 2018년은 소폭 반등했다. 일관된 하향 추세가 아니다. 보수언론이 주목한 ‘모든 과목 1위 중국’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4개 도시만 참여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비교 대상인지 의심스럽다. 훌륭한 교육으로 자주 소개되는 이스라엘이 3개 영역 모두 하위권이라는 점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보수세력은 좌파교육감들이 일제고사를 표집으로 전환하고, 자유학기제 등의 도입으로 시험이 줄고 경쟁이 사라져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취지인 학습부진아 지원은 유명무실해진 채 성적 공개로 학교별 서열화만 야기했고, 예산과 평가에 연계되며 학교 간 경쟁을 부추겼다. 강제적 문제암기와 시험대비라는 반교육이 횡행하며 초등 일제고사를 표집으로 전환한 것은 박근혜 정부다.

“시험을 치면 칠수록 학습효과가 높아진다?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는 않는다”(<시험국민의 탄생> 중). 시험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지원인지, 전반적인 성적 상승인지에 따라 면밀한 진단과 지원방법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PISA 2018’에서 소폭 오른 한국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어떻게 평균치까지만이라도 끌어올릴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년 11월21일 경향신문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명단을 1면에 게재했다. 1면을 꽉 채운 명단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구구절절한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1200명의 명단이 가리키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신문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실업이 문제고 최저임금이 중요한데 왜 산재일까?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51)가 26일 서울 중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재단 출범식에 참여해 자전거 탄 아들 김씨의 그림과 손을 맞대고 있다. 조문희 기자

사실 산재는 노동운동이나 노동연구에서도 주변부에 속한다.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비해 당사자 수가 적은 데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도 사회학자보다 의료인이 쓴 게 많다. 산재추방운동은 현재 노동안전보건운동으로 불리는데 당사자운동에서 대책위 구성 같은 지원활동을 거쳐 노조활동의 일부가 됐다가 최근에는 건강권운동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987년 김성애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전개된 인천지역 산재노동자들의 경인국도 가두시위가 당사자운동에 해당한다면 1988년 문송면 수은중독 사망사건과 원진레이온 산재피해의 진상조사에는 외부 전문가가 대거 결합했다. 또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출범 이후 노동운동 차원에서 전개됐다가 최근에는 산재 당사자와 활동가가 결합한 ‘반올림’ 같은 단체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운동 주체에서도 알 수 있듯 산재 문제는 노동운동의 차원을 넘어선다. 노동을 넘어선,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이자 노동권을 넘어선, 인권의 문제다. 1200명의 명단이 독자들에게 준 깊은 울림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고용과 임금에도 노동자 생존이 걸렸지만 계급 문제, 진영 간의 다툼으로 비치면서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면서도 구의역 김군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의 무참한 죽음엔 쉽게 공감하는 게 사람들의 심리다. 당위적 운동이 아닌 존재론적 인간, 진영을 넘어선 보편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독자들과 공명하겠다는 게 경향의 속셈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산재 문제 또한 계급의 영역이다. 어느 학자는 반올림운동을 일컬어 ‘노동자 육체의 총체적 저항’이라고 했다. 돌려 말하면 산재는 노동자 육체의 숨겨진 미래다. 운이 좋아 피할 수 있을지언정 노동자로 사는 한 노심초사 대비해야 할 숙명과도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재는 노동자 자녀의 숙명이기도 하다. 계급사다리가 걷어치워진 지금 가난하지만 성실한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게 됐다. 가난은 나태와 무능력의 상징이 됐으며 ‘엄친아’라는 단어의 유행은 부잣집에서 태어나면 성격도 좋을 것이라는 암시가 됐다. 매스컴에서는 연예인 엄친아의 조건으로 부모의 배경과 재력을 들고 있으며 부모의 그것은 자식의 상품성을 보증하는 잣대가 됐다. 일하며 공부하는 고학생은 성실의 표본이 아니라 노력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상징이 됐고, 가난은 곧 죄의 다른 말이 됐다.

최근 한 아이돌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제작자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어느 기사에서는 그를 “유전자부터 남달랐다”고 표현했다. 부친은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고 친척 형은 유명 게임업체 의장, 외삼촌은 전 국회의원이다. 이들이 좋은 유전자의 출처라면 1200명은 좋지 않은 유전자의 소산이거나 출처인 셈이다. 좋은 유전자와 좋지 않은 유전자가 아예 분리돼 섞이지 않고 살아가면 그나마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좋은 유전자의 배경에는 좋지 않은 유전자의 희생이 있다는 게 문제다.

1999년 6월22일 대우중공업 노동자 이상관이 산재사고로 입원 중 강제퇴원조치를 당한 뒤 음독자살했다. 강제퇴원조치는 ‘IMF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대책’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532억원을 줄이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당시 공대위는 공단 이사장의 화형식을 거행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임명된 이사장은 1993년 노동부 국장으로 있을 때 불법취업 외국인이 임금체불이나 산재보상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강제출국 조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서울고법이 불법취업 외국인에게도 산재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한 뒤 하루 만의 일이다. 톨게이트 노동자와 관련해 기시감이 드는 일이다.

연좌제를 끄집어내려는 게 아니다. 거꾸로 연좌제가 없어졌으니만치 유전자, 엄친아 운운하며 계급대물림을 비호하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다른 언론사와의 차별성을 진영논리를 넘어선 보편적 정의를 지향하는 것에서 찾으려는 것 같다. 쉽지 않은 길이다. 최초의 진영논리는 계급전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투를 빈다. 지금의 진영논리는 많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정의의 지향이 오히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위한 계급전선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과학고(영재고)의 의대 진학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한 개선책을 내놨다. 내년 신입생부터 의대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환수 조치하고 교내대회에서 받은 상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이공계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와는 달리 해마다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이 4~5명에 1명꼴로, ‘의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비판을 받자 내놓은 대책이다. 국비로 지원하는 학교인 만큼 최소한의 책무성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실효성을 담보할 후속 방안 등을 통해 의대 쏠림·과열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일 서울과학고의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에 따르면, 학교는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일반고 학생보다 더 많이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비를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1인당 연간 500만원, 3년 1500만원 내외다. 입학 전형도 변경해 현재 지역별로 1명인 ‘지역인재 우선선발’ 인원을 2021학년도부터는 지역별 2명 이내로 2배가량 늘려 뽑기로 했다.

현재 서울과학고와 같은 전국의 과학영재학교는 모두 8곳이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법에 따라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자 설립,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국비로 지원된다. 그중 서울과학고의 의대 진학률이 가장 높아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왔다. 영재학교 8곳의 의대 진학률은 평균 10%가 되지 않지만,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졸업생 130명 중 30명이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해 23%를 넘었다. 2003년에 설립된 최초의 과학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의대 진학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과 비교된다. 이 학교는 의대에 진학하게 되면 고교 졸업장을 수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의대 진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서울과학고의 개선책은 의대들의 입시 전형 변화와 맞물려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학고·영재고 학생의 의대행은 주로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이다. 따라서 국비지원 학비 환수 등을 감수하고라도 의대 진학을 감행할 경우 사실상 이를 막기 어렵다. 교육부의 보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의대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입서열화의 정점에 의대가 자리 잡았고, 과학고·영재고는 의대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졌다.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학교운영은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교육청과 서울과학고의 조치가 효과를 거두고 다른 영재고로 확산되기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스포츠 국가 대항전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것은 역시 한·일전이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를 취재하던 기자들의 주요 관심사도 누가 일본전 선발투수로 등판하느냐였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보안상의 이유로 일본전 선발을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기자들은 공 잘 던지기로 이름난 투수들을 유력 후보로 꼽아가며 추리에 열을 올렸다. 대회가 하루하루 진행되던 어느날 문득 한 투수가 홀연히 기자들 사이에서 일본전 선발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누가 봐도 뜻밖이었던 스무 살의 신예였다.

혹시나 했던 일은 일어났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 여유가 생긴 대표팀이 일본전 선발로 이 젊은 투수를 낙점한 것이다. 베테랑 투수가 등판할 것이라 추측했던 한국 기자들과 일본 대표팀의 허를 찌른,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기자들만 깜깜이였을 뿐 코칭스태프는 계획이 다 있었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에 경기 운영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고 남은 경기에 이 투수를 쓰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기자들이 감독의 용병술이나 작전 등 경기 운영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 시시콜콜 비판 기사를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장의 야구인들은 외부인들이 알 수 없는 정보를 손에 쥐고 외부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수 싸움을 한다. 더그아웃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면서 감독에게 섣불리 훈수 두는 것은 실체 없는 허깨비와 씨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야구를 잘 모르는 국회의원 손혜원이 노련한 야구인 선동열을 야구 문제를 두고 질타하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의 병역 특례가 발단이 된 이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은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우승이 어려운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는 모욕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병역 특례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에 편승했던 손혜원은 자신이 ‘야알못(아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증명했을 뿐, 경솔한 언행으로 결국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이 국감에 불려나간 이 초유의 사태는 야구인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는 프리미어12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도 부지불식간 작용했다. 행여 꼬투리 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히 기록 위주로 선수를 선발했다.

그러나 야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에겐 기록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장점은 통계에 오롯이 담기지 않는다. 수비할 때 첫발을 내딛는 방향과 반응 속도, 상대 투수의 버릇을 읽어 2루를 훔치는 눈썰미, 큰 경기일수록 배짱이 두둑해지는 투수의 담력을 숫자는 표현하지 못한다. 기록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려고 하면 오히려 이모저모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배제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가대표 선발의 구체적 기준·과정 및 관련 자료를 대외에 공개하는 등 공정성·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야구도 이 방침을 따르게 될 것이다. 도쿄 올림픽 대표팀 선발의 첫 번째 원칙은 물론 성적이다. 같은 성적이면 병역 미필자를 뽑았던 관행도 국민 정서에 비춰보면 반성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손혜원 프레임’에 갇혀 쓸모 있는 선수를 발탁하지 못하는 것도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표팀 구성은 불가능하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전문가의 시야로, 공정하면서도 소신 있게 선수를 선발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야구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최희진 스포츠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고용노동부는 사내 하청노동자가 많은 공공발주 건설현장 115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한 결과 77곳에서 268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고 1일 밝혔다. 정부 불시 안전점검은 이들 공공발주 사업장과 노동자 100인 이상 민간사업장 284곳 등 총 399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353곳에서 1484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돼 사용중지·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조치 이행 점검이 목적이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킨 사업장이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문제는 공공발주 건설현장 10곳 중 7곳 이상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가 한 해 1000명 정도다. 상당수는 사업장 안전대책 부실이 원인이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 등도 ‘노동자 일터 안전’에 눈감기는 마찬가지였다니 기가 찬다.

정부가 발주한 경남 고성의 한 화력발전소는 석탄운반용 컨베이어 장비 아래에 노동자의 접근을 막는 ‘방호울’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을 때도 현장 컨베이어 장비에 방호울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산업현장 안전불감증에 대해 정부가 민간에 대해 뭐라고 할 만한 처지가 못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은 건설현장의 일만이 아니다.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내달 시행된다. 그런데 이름만 ‘김용균법’이지 정작 김씨와 같은 발전소·지하철·철도, 조선업 등은 도급 금지대상에서 빠졌다. 또한 기업이 온갖 예외·단서 조항들을 포함시켜 결국 ‘누더기 법안’이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 개선, 불법파견 근절, 사내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것도 정부의 이런 안일함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 노동자 10명 중 4명 이상이 비정규직인 나라다. 이들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으면서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한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30~40%에 그친다. 그런데 정부마저 비정규직 보호에 소홀하다면 이들이 원하는 안전한 일터는 누가 가꾸고 지켜준단 말인가. 정부는 당장 공공건설 현장부터 선도적으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외주화된 위험’을 뿌리 뽑을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교육부가 28일 교육 불공정·불평등의 해소 대책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대입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고교 비교과활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조국사태’를 계기로 ‘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아온 학종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시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부의 발표는 ‘공정성 강화 방안’이지만, 사실상의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이다. 특히 수시 축소, 정시 확대가 교육 현장에 미칠 파급은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정시비중이 낮은 서울 16개 대학에서 2022년부터 수능으로 신입생 40% 이상을 선발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수시모집에서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비율이 1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정시비율은 50%대로 올라간다. 또한 정시 확대로 교실이 수능을 위한 문제풀이 장소로 변질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교육시장이 활개를 치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교육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수업이 입시준비로 전락하면서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별화교육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필수적인 교사의 권위마저 추락할 터이다. 정시 확대는 곧 공교육 포기다. 

교육부는 학종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자율·봉사·진로활동 등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를 전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술 위주의 전형과 특기자 전형도 점차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학생부 중심의 학종과 수능 위주의 정시로 재편해 입시 전형에서 불공정 요소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과 중심의 학생부와 수능 중심의 전형이 공정하고 평등한가는 의문이다. 비교과 영역 학생활동이 학종에 포함되면서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길러주는 전인교육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능 위주의 입시에서는 학생의 특성을 살리는 개별화교육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진학교육만 판을 칠 것이다.   

이번 입시개편안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철학·정책과도 배치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정시 축소, 수시 확대라는 입시 정책을 견지해왔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논의에서 정시확대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2022년 대입 개편안’에서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정한 것은 수시 전형이 공교육 이념에 부합한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학종 불공정’ 여론을 이유로 ‘정시 확대’로 급선회했다. 교육부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의 이유로 ‘학종·정시의 균형을 맞추라는 국민적 요구’라고 답했다. 무엇이 균형이고, 왜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정시 확대’ 발표에 벌써부터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은 일방적인 입시정책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보수·진보 교육단체 사이의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1년 만에 뒤바뀐 정책 속에서 백년지대계 교육의 미래는 더욱 점치기 어렵게 됐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대학 수능이 끝나고 대입 결과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하는 시기, 다시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어느 때부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입시, 그것도 대입과 등치되어 버렸다. 교육은 우리 국민 최대 관심사 중 하나지만, 교육이 화두가 되면 정시냐, 수시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주를 이룬다.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며칠 전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를 통해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이대로 둔다면 금세기 말 3.2도가량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광범위한 기후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기보다 1도가량 높아졌다. 파리협정을 통해 2도 이내로, 더 노력해서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전 세계가 합의했지만,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별로 많지 않다는 거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런 청소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거나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기후변화만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도 심각하고 폐기물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예전 공해가 심각했을 때는 대부분 산업체가 문제였고 몇몇 기업과 공장을 규제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폐기물 문제는 산업체 책임이 크고 정부 역할이 중요하지만 일반시민 모두가 관여되어 있다.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다. 무엇이 왜 문제인지 알고 해결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에 ‘환경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학교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전등 끄기, 마스크 쓰기 등 필요한 행동수칙을 잘 알려주고 있단다. 환경교육은 그런 것만이 아니다. ‘환경소양’을 갖춘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발생 원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문제가 현세대의 여러 집단과 지역에, 더 나아가 미래 세대와 다른 생물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해결방안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수용성이 높아져 필요한 비용도 기꺼이 부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중등학교 환경교과 선택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7년 20.6%에서 2018년에는 고작 8.4%에 불과했다. 그나마 환경교과 선택 학교에서도 84%가 환경전공자가 아닌 타 교과 교사인 상치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09년 이후 단 한 명의 환경교사 신규 임용이 없었다. 전문지식을 가진 환경교사가 환경교과를 가르쳐야 한다고 하면 교육부, 교육청, 학교는 한결같이 말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할 과목이 너무 많아서 환경교육까지 할 틈이 없다고. 하지만 이제 환경소양은 환경위기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학생 선택에만 맡겨두는 것은 공교육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최근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학교 환경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은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교육부 장관을 만나 기후환경 교과과정을 건의하겠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교육이 대입을 위해서만 존재해서는 곤란하다. 교육은 미래 시민 양성을 위해 마땅히 국가가 해야 할 공공적 임무다. 환경교육은 이제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교육 당국은 지구 상황과 세계적인 흐름을 주시하고, 학교 환경교육의 책임자로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학교 환경교육은 교육부의 의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툰베리의 “How dare you?”  (0) 2019.12.13
풍수지리와 미세먼지  (0) 2019.12.06
환경교육은 교육부의 의무다  (0) 2019.11.29
기후변화에 맞서는 길  (0) 2019.11.22
제주공항과 제주의 미래  (0) 2019.11.15
이익의 10%가 만들어낸 변화  (0) 2019.11.08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미래 세대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이 크다. 온실가스는 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증기에너지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석탄과 석유의 사용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생산이 보편화됐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해왔다. 덕분에 인류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이를 충당하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그렇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폭염, 혹한 같은 자연재난의 형태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문명의 편리함과 기후변화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는 에너지 혁신을 위한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 신설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에너지 혁신이란 효율적인 에너지의 저장과 사용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 연구시설을 갖추고, 기존엔 할 수 없었던 혁신적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혁신의 지속적인 동력이 될 고급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결국 에너지 혁신의 주체는 지식 창출과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대학보다는 에너지에 특화된 공과대학 신설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기존의 많은 대학이 에너지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왔고, 우수한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기술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자원을 최대한 집중시키는 게 핵심인데, 기존 종합대학들은 아무래도 특정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기존 대학의 교육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술혁신을 위해선 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고급인력의 지속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전달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영국의 진공청소기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인 제임스 다이슨이 ‘다이슨 기술대학’을 설립해 전문지식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공학 전문가 양성을 추진한 사례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에너지 혁신의 필요성과 대학의 역할, 기존 대학들의 한계를 모두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한전공대(가칭) 설립의 적기다. 우수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집중해 에너지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한전공대의 청사진이 현실화할 수만 있다면, 한전공대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걸음을 막 뗀 한전공대가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앤 웹 | 영국 맨체스터대 공과대학 부학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서울시교육청이 21일 ‘인헌고 사태’에 대한 특별장학 결과를 통해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강제, 정치편향 교육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학생 지도 차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교육청은 이와 함께 인헌고 문제는 징계 대상이 아니라면서 행정처분이나 특별감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청이 인헌고 사태에 대해 교육적 판단을 내린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교사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한다.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헌고 사태’는 일부 학생이 ‘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정치편향적 발언과 지도를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학생들은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교사가 수업시간에 ‘NO 일본, NO 저팬’ 구호를 적게 했으며 “조국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냐” 등의 발언을 하며 사상교육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치 선동’ ‘끔찍한 사상교육’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정치편향 교육’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또 우익단체들은 교육청에 ‘정치편향 교육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외부 단체가 정치문제화하면서 교육의 문제가 이념적 이슈로 변질됐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교사와 다른 시각과 생각을 발표할 수 있다. 문제는 학생들의 주장을 이념공세로 연결시킨 외부의 보수세력이다. 특히 보수언론은 일부 학생의 주장을 전체 학생의 의견인 양 왜곡하고, 사건을 전교조와 연결시키며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교사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은 이번 장학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그렇다고 교사의 발언을 특정사상 주입이나 정치편향 교육과 연결시켜 정치쟁점화한 것은 명백한 왜곡이자 억지다. 

헌법 31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조항이 교사의 정치적 논의, 정치 문제에 대한 교육을 금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민주주의의 교육장이다. 교사 역시 정치적 시민이다. 교실에서 하는 교사의 발언에 일일이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일베, 친일·반일 문제는 정치편향이 아니라 교실에서 적극 다루어야 할 주제다.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정치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인헌고 사태는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여성복업계 상품기획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과거 데이터가 안 통하기 때문이란다. 최근 2년간 기존 틀과 전년 인기상품 데이터에 의지하는 기획이 시장에서 더 이상 안 먹혀 난리란다. 연간 사업계획대로 움직이기엔 변수도 많고 시즌 구분도 불분명해져서 지금 당장 필요한 아이템을 발굴하느라 매월 분주하다고 한다. 비단 여성복 업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06년도 겨울 무렵 공영방송 9시 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했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구가 더워져 물에 잠기고 태풍 같은 재난도 많아진다는데, 과연 사실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지난 20세기 동안 4배 증가한 인구가 20세기 100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의 총량은 그 이전 1000년 동안 사용했던 에너지의 10배나 증가했다. 문명은 에너지 소비와 동의어다. 소비의 와중에 20세기에 환경은 집중적으로 파괴됐다고 J R 맥닐의 &lt;20세기 환경의 역사&gt;를 인용해 답했다. 기자의 얼굴엔 짜증이 묻어났다. “석유석탄 에너지의 부산물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지구를 더 덥게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소나무가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바닷속은 아열대 어종으로 바뀌어서 밥상이…”라고 열을 내며 이야기하는데 기자가 마이크를 껐다. 기자는 “그만합시다. 아니 환경운동이 중요하긴 한데 그렇게까지 과장해가지고 현실성이 있겠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날 뉴스엔 온난화로 재난이 많아진다는 짧은 멘트만 방송되고 말았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지난 11월15일 1966년 이래 최악의 홍수로 수위가 1.54m에 달하면서 도시의 70%가 물에 잠겼다. 공교롭게도 마침 그때 베네치아 지방 시의원들은 페로 피니 궁에서 기후 비상사태에 대해 토론을 마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안을 부결시켰다. 가디안의 보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고, 디젤 버스를 오염이 적은 차량으로 교체하며, 난로를 폐기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포함하는 기후변화 대처안이 부결된 지 몇 분 후의 물난리라니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제 기후 재난이 더 이상 영화가 아니라는 게 으스스할 뿐이다.

2018년 세인트 마크 바실리카성당이 물에 잠겼을 때 수리비가 약 220만유로로 추산됐다. 이번엔 오페라 하우스인 테아트로 라 페니스도 파손됐고 무라노 섬의 성당도 심하게 훼손됐다 하니 천문학적 액수가 들 것이다. 여기뿐일까. 지난 11월13일은 캘리포니아 산불 1주기가 되는 날이다. 85명 사망으로 청구된 보험금만 약 13조원에 달한다.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에서는 기후변화로 지난 5년간 미국 경제에 580조원의 손실이 있었고 방치하다간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연구기관인 EIU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후변화로 향후 30년간 3% 하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이 위협적 현실에 과학자들이 지난 11월6일 행동에 나섰다. 153개국 1만1000여명의 과학자들은 즉시 기후위기에 대응할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막대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미 닥친 기후위기가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가속화하고 있다”며 “환경과 인류의 운명에 대한 위협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EU에서는 2020년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21%의 예산을 책정했고, 이낙연 총리도 제5차 국토종합계획안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상품이 시장의 지지를 받으면 기업은 돈을 번다. 이 세금으로 정부는 많은 활동을 펼친다. 세상에 유익한 화두를 던지고, 위협을 미리 알리고, 인식을 바꿔온 환경단체는 어떤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제성장과 상관없이 여전히 광야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제 후원의밤 시즌이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길, 멀지 않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수지리와 미세먼지  (0) 2019.12.06
환경교육은 교육부의 의무다  (0) 2019.11.29
기후변화에 맞서는 길  (0) 2019.11.22
제주공항과 제주의 미래  (0) 2019.11.15
이익의 10%가 만들어낸 변화  (0) 2019.11.08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변화  (0) 2019.11.01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진만은 대기실 의자에 앉아 통유리 너머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바로 옆 정수기에 붙어 있는 ‘사용 시 주의사항’ 항목들을 한 자 한 자 읽어나갔지만, 저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사무실 안에는 모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두 명은 평상복 차림이었고, 한 명은 정장 재킷에 넥타이 차림이었다. 넥타이를 한 사람은 바로 좀 전까지 진만의 옆에 앉아 있던 남자였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사무실 안에서는 종종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만은 양 손바닥을 바지에 쓱쓱 문질러보았다. 이제 곧 진만의 차례였다. 안 떨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귓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허벅지 뒤편도 자꾸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진만은 눈을 감은 채 숨 호흡을 길게 한 번 내쉬었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바지 위에 계속 자신의 이름을 써 보았다. 그래도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질 않았다.

이윽고 사무실 통유리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넥타이를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진만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피했다.

“다음, 전진만씨!”

안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진만은 ‘네!’ 하고 오른쪽 손을 번쩍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만이 학교 선배의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주의 일이었다. 이거 원래 이번 졸업생들한테만 소개해주는 건데, 특별히 너한테도 연락해주는 거야. 모교의 학생 취업 담당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는,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 기업 프로젝트’ 사업의 일자리를 소개해주었다.

“지역 기업이면 그게 좀….”

“왜? 그게 지금 걸린다는 거? 네가?”

선배의 목소리가 대번에 굳어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여기서 출퇴근하기가 어떤지….”

“당연히 멀지. 근데 그게 뭐?”

진만은 주눅 든 목소리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선배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바로 다음날까지 보내라고 했다. 자체 개발한 치즈와 유가공 제품을 판매 유통하는 회사이며, 연봉은 2400만원, 4대 보험이 적용된다고 했다.

“치즈라면 아주 환장한다고 쓰고, 농촌에서 아예 뼈를 묻겠다고 써.”

“정말 그렇게 써요…?”

“비유적으로 그러라는 거지. 비유적으로… 비유적인 게 뭔지 몰라?”

선배는 그러면서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러곤 뜬금없이 ‘우리 잘하자’라고 말했다. 너, 다른 스펙도, 영어 성적도 없잖아? 진만은 가만히 선배의 말을 듣기만 했다.

회사는 군청에서 가까운 신축 건물 이삼층을 통째로 임대해 쓰고 있었다. 이층은 영업부와 관리부였고, 삼층은 사장실과 임원실, 회의실이 위치해 있었다. 면접은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전진만씨는 뭐 다른 자격증이나 경력은 없으시고?”

진만의 맞은편에 앉은 두 명 중 머리가 약간 벗어진 남자가 물었다. 그가 사장이라고 했다.

“네, 뭐… 대신 아르바이트를 좀 많이 했습니다.”

진만은 처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쓸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선배 얼굴을 봐서 서류까지는 제출했지만, 최종 면접까지는 이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력서엔 대학 졸업 외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거기에 삼계탕집 설거지 아르바이트와 택배 아르바이트를 써넣을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최종 면접 대상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게 그제 오후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진만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 우리 회사도 이렇다 할 경력은 없으니까.”

사장이 바로 옆 폴라티를 입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러곤 혼자 우하하하, 큰소리로 웃어댔다.

“주소를 보니까… 저쪽 광역시 쪽이네요. 그럼 만약 입사하게 되면 거처를?”

폴라티 남자가 묻자, 사장이 대신 대답했다.

“거처가 뭔 상관이야? 그런 거 상관하지 않고 지원한 게 훌륭한 거지.”

사장은 진만을 보며 “안 그래요?” 하고 물었다. 그러곤 또 우하하하, 웃어댔다. 저 양반이 뭔 오래된 치즈를 드셨나, 왜 저렇게 웃어대지? 진만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덕분에 긴장은 좀 잦아들었다.

“자, 우선 먼저 하나 말씀드릴 것은…”

폴라 티 남자가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무조건 3개월은 영업을 뛰어야 해요. 그다음에 실무 배치예요. 그게 우리 원칙이죠.”

말인즉슨 3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 단지를 돌며 우유와 요구르트를 팔고 배달 계약을 올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실적을 본 후 다시 부서 배치를 한다고 했다. 물론 그 기간에도 정해진 급여는 보장한다고 했다.

“난 있잖아, 오히려 그게 더 나은 거 같아. 여기 사무실에 매일 앉아 있으면 갑갑하잖아. 군산도 가고, 여수도 가고, 거제도도 가고, 얼마나 좋아? 매일매일 엠티 가는 기분이지 뭐?”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또 웃었다.

“괜찮겠어요?”

폴라티 남자가 재차 물었다. 진만은 잠깐 침묵했다. 에이 씨, 그러면 그렇다고 미리 말을 해주던가… 꼭 면접장에서 그런 걸 묻고… 진만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대답은 전혀 다른 식으로 나왔다.

“네. 뽑아만 주시면 뼈를 묻도록 하겠습니다.”

진만은 자신의 입으로 그렇게 말했으면서도, 그러면서도 정작 계속 억울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물으면,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 진만은 다시 손가락으로 바지 위에 자신의 이름을 조용히 썼다. 그런 진만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사장은 “그거 봐, 다 한다니까. 요즘 애들이 이렇게 훌륭해” 하면서 우하하하, 웃어댔다. 진만은 잠자코 사장의 웃음소리를 듣고만 앉아 있었다.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중·일 3국이 함께 연구한 첫 미세먼지 공동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2000년부터 각국 연구자들이 대기오염물질 연구를 시작하고 최신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해 19년 만에 내놓은 첫 보고서다. 한계가 없지 않지만 중국이 처음으로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의 중국 영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권, 기본적인 삶의 질 문제인 만큼, 각국이 미세먼지 감축에 긴밀히 협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3개국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의 자체 기여율은 한국이 연평균 51%, 중국 91%, 일본 55%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국내 요인이 절반가량이지만, 중국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내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한계도 있다. 우선 미세먼지 요인의 일별, 월별 통계는 잡아냈지만, 민감한 고농도 시기(12~3월)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연평균을 기준으로 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만 따지면 중국발 요인은 7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 리스크’가 급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점도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보고서 발간은 중국 측 주장으로 한 해 미뤄졌다.

국제 비영리 환경연구단체인 콜스웜에 따르면, 중국은 2~3년 내 석탄발전소 464기를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동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내 가동 중인 전체 석탄발전소(78기)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경기 부양을 위해 미세먼지 저감조치 일부를 완화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각국이 ‘더 파란 하늘’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자국민은 물론 이웃 국가 국민의 건강마저 심각하게 위협하는 세상이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 때마다 중국 쪽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중국정부는 이를 외면해 왔다. 이번에 중국이 제한적이나마 오염 영향을 인정한 것을 문제 해결의 새로운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보고서를 지렛대 삼아 기술, 정책 협력 등 ‘자유롭게 숨쉴 권리’를 위한 모든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 오염 영향을 저감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달 25일 라오스에서 개최된 2019년 한·아세안 정보통신장관회의에 다녀왔다. 그 회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5세대(G)에 대한 아세안 각국의 뜨거운 관심이었다. 이에 한·아세안 5G 대화협의체(5G Dialogue)를 제안해 아세안과 5G의 정책적 논의를 통한 향후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5G 대화협의체가 활성화되면 5G 관련 기업의 아세안 진출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매력적인 지역이다. 6억5000만명이 넘는 인구, 절반이 넘는 30세 이하 인구 비율, 중국에 이은 두 번째 교역·투자 대상이다. 경제성장률도 5%가 넘는다. 또한 업무, 여름휴가나 신혼여행 등으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세안이 가진 이런 매력과 가치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출범 당시부터 아세안을 신남방정책의 핵심지역으로 설정하고, 미래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아세안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협력은 스마트시티, 사이버 보안, 농산물 가공, 수자원 관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에 대응하고자 지난 5월23일 베트남 호찌민에 IT 지원센터를 개소했고, 이전에 하노이, 싱가포르에도 IT 지원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또한 빠른 시일 내로 한·아세안 과학기술협력센터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개소해 아세안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올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한 5G는 아세안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이다. 5G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이다. 아세안이 차세대 신성장의 주역으로 발돋움하려면 우리의 5G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그들도 잘 알기에 이번 한·아세안 정보통신장관회의에서 그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25일과 26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의 5G 기술을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에게 소개할 또 한번의 좋은 기회다. 한국과 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획기적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5G 문화공연과 5G 기술 전시를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가 준비한 공연과 전시가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가 꿈꾸는 5G 기반의 스마트하고 편리한 미래세상을 아세안도 함께 꿈꿀 수 있어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우리는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의 동반자로서 아세안의 가치와 잠재력을 새롭게 인식하고, 함께 더 멀리 나아갈 것이다.

<최기영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