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스키 1인자였던 미국의 린지 본은 올해 초 은퇴하면서 “그동안 열몇 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려니 내가 너무 늙은 기분이었다”는 말을 했다. 본은 1984년생, 만으로 34세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1980년대 후반생이 중고참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3월 이후 출생한 선수들이 올해 프로에 입단했으므로 1980년대 후반생이 맏형이 되어가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어느덧 우리는 2000년대생이 스포츠 무대에서 입신양명하는 시대에 와 있다.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이 2001년생이다.

누구나 ‘요즘 애들’과 세대 차이를 경험하는 순간이 있다. 지난해 출간된 <90년생이 온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지의 세대와 소통해야 할 필요가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어린 선수들에게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이끌어내야 하는 스포츠 지도자들이야말로 ‘요즘 애들’과의 소통 기술이 요구되는 사람들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트래킹 데이터 장비로 투구 궤적과 회전율을 파악하고 타구 발사각을 측정해 선수 훈련과 전력 분석 등에 활용하는 게 유행이다. 감독과 코치 대다수는 이런 데이터 없이도 삼진을 잡고 홈런을 쳤던 세대지만 젊은 선수들은 다르다. 이들은 코치의 경험보다 데이터를 더 신뢰한다. 코치가 투구나 타격 메커니즘 등을 지도할 때 자신의 주장을 데이터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선수를 설득하기 어렵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동료인 1994년생 선발투수 워커 뷸러도 이런 부류다. 이닝 수와 실점 등 경기 결과보다 데이터상 공의 움직임과 회전율에 일희일비한다. 마운드에서 8실점을 했어도 데이터가 만족스럽다면 “오늘 대단했다”며 좋아한다. 

메이저리그의 어른들은 이런 선수들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애틀랜타의 1952년생 론 워싱턴 코치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요즘 선수들은 직업윤리라는 게 뭔지 모른다”고 한탄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1955년생 감독 네드 요스트도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는 “예전엔 감독이 호통쳐도 선수들이 다 귓등으로 흘려들었지만 요즘 선수들은 2주일은 침울한 기분으로 지낸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 감독과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우리 때는 데이터 없이도 잘했다’거나 ‘너희들은 너무 유약하다’고 훈계했다면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선수들의 신망을 잃고 현장을 떠나야 했을 것이다. 현실은 그 반대다. 이들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법을 적극 공부하고 선수들과 격의 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U-20 월드컵 대표팀의 성공 비결 중 하나도 소통이다. 정정용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전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술 전개와 옵션을 상세히 설명한 ‘마법노트’를 만들어 나눠줬다. 선수들은 이것을 보며 전술을 몸에 익히고 실전에서 활용했다. 선수들을 다독이고 격려했던 정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팀을 뭉치게 했다.

책을 읽어가며 탐구해야 할 정도로 낯선 세대가 스포츠 주역이 되는 시대에 체육 정책과 체육계 어른들이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4일 정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학교 스포츠 정상화 권고안을 발표하자 경기단체 등 현장 체육인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권고안 철회를 촉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학교 스포츠의 문제점, 인구 감소에 따른 선수 수급의 어려움,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세대의 등장 등을 고려하면 현행 제도에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무작정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하지만 정부의 방향이 옳다 해도 현장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실행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상호 소통의 기술이 필요한 때다.

<최희진 스포츠부>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출발은 나빴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나선 한국 대표팀은 예선 첫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패하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물리쳤으나 본선 진출은 장담할 수 없었다. 3차전 상대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였다. 이기기 어려울 것 같던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승리해 16강에 올랐다. 지난달 31일에 전해진 16강 진출 낭보는 하루 전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의 참사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겐 더할 수 없는 위로가 되었다. 

이강인(가운데) 등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마친 후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우치 _ 연합뉴스

그런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죽음의 조’에서 벗어난 대표팀은 “애국가를 크게 불러달라”던 16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꺾었고,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혈전 끝에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이어 재치가 빛을 발한 에콰도르전을 기어코 승리로 장식하며 남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리고 16일 새벽,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대낮처럼 밝았다. 전국의 도심 광장과 주요 월드컵경기장은 ‘붉은 악마’들의 함성으로 뜨거웠다. 전 국민의 43%가 TV 앞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막말과 망언으로 싸워왔던 정치권마저 하나로 뭉치게 했다. 대표팀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그러기에 아쉬운 역전패에도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정정용 감독(왼쪽)이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패한 뒤 이재익을 위로하고 있다. 우치 _ AP연합뉴스

폴란드에서 열린 축구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정정용 감독과 이강인 등 선수들이 17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2017년 5월 출범한 ‘정정용호’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강인을 제외하면 알 만한 선수도 코치진도 없었다. 그들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 프랑스 툴롱컵, 미얀마 알파인컵 등을 거치면서 그들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단단한 ‘원팀’(One Team)이 되어갔다. 그리고 월드컵 결승 진출이라는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물했다.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과 베스트 골에 빛나는 조영욱과 최준, 선방쇼를 펼친 이광연이라는 스타플레이어도 탄생시켰다. 원팀이 국민에게 준 선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희망’이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청년들의 도전이 가져온 결과다. 그들은 자율 속에서도 규칙과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선수를 위로하고, 동료를 탓하는 대신 다독인다. 좌절하지 않고 두려움을 모르고 끊임없이 승리를 위해 두드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확인한 것이다. ‘멋지게 놀 줄 아는 그들’ 덕에 국민들은 지난 20여일간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전 세계가 온실가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한국도 그 몫을 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이 최근에 내놓은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은 석탄과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040년에는 최대 3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요하고도 현명한 전환 조처로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는 것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열과 풍력을 활용하는 핵심 기술을 획득하고, 이동 수단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배터리 관련 기술을 촉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험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해 과감한 조처를 단행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필요성은 최근 유엔 사무총장이 내놓은 요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2020년부터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새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도록 한국 내에서 불필요한 석탄 사용에 제동을 걸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관련 분야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에너지 경제 분야의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한국은 석탄으로 인한 좌초자산 발생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좌초자산은 시장 환경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손실액은 10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석탄발전을 선호하는 현재 한국의 정책이 안고 있는 규제상 허점 때문이다. 기후 관련 조처들이 가속화되고 재생에너지 기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미 쇠퇴한 석탄산업을 붙들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이와 같은 잠재적 피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논란을 빚고 있는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찌레본 2호기 석탄발전소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한국 정부가 소유한 한국전력은 베트남의 응이손 2호기 석탄화력발전소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인도네시아의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 프로젝트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10년 이후 주로 동남아 지역의 석탄발전소 프로젝트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다. 

세계 2위와 3위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충청남도 당진과 태안에 있다. 한국의 석탄발전소 절반이 모인 이곳 충남은 2026년까지 14기의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키기로 했으며, 재생에너지를 촉진하여 에너지의 절반가량을 충당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야심찬 석탄 퇴출 계획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과 사학연금도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대신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처는 석탄으로부터 탈출하는 국제적 투자 추세를 따른 것이다. 이미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금융기관들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에서 이탈했다.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은 새로운 석탄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또 세계 최대 연기금 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42억달러에 이르는 석탄 관련 투자와 80억달러에 이르는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투자를 곧 중단한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금액 200억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정부 연금 펀드인 한국의 국민연금공단도 이러한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석탄발전소의 40% 이상이 이미 수익 중단 상태일 뿐만 아니라 투자금을 잡아먹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진정나아가려면, 한국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지속하고 있는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중단하고 석탄발전을 비호하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들여 조성한 정부 자금을 석탄 관련 좌초자산의 덫에 빠뜨려 날려버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온실가스 탈출 여정을 선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석탄에서 태양광과 풍력으로 투자를 빠르게 전환하고 그 이익을 취하여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일본과 중국을 압도하는 주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대로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제를 이행하는 기회가 되고,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성화를 밝히는 주역이 될 것이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동력은 다소 잃었으나 ‘기득권 카르텔형 부패국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 보입니다. 비록 가시적 성과는 흐릿해도 초심으로 제시했던 핵심공약 대부분이 시도되었고 지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약 이후 전혀 실천할 맘이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국토 환경개선의 근간인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자연자원 총량관리제도’와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이 그것입니다. 실천은커녕 논의조차도 없습니다. 이 제도는 지금도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전문가를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정부 논리로는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법은 없어도 됩니다. 가방끈이 조금 긴 자가 개발예정지역을 잠시 둘러보고 상상으로 조사서류를 작성하면 가장 힘든 조사과정이 쉬이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1인이 단 3시간 만에 방대한 지역에 7개 분야 전문조사를 마쳤어도 정당하답니다. 그 전문가의 눈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늪지대에 널린 수달과 삵의 배설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혹여 누군가가 문제를 밝혀도 일부 부족했다고 간단히 인정하면 됩니다. 조사 당시 안 보였을 뿐이니까요. 문제를 만든 사람만 괜한 짓 한 게 됩니다. 심지어 계약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전문 ‘조사자’로 버젓이 내밀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궤변의 논리까지 정부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성실한 전문가는 정말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앞으로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목록은 모두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떠한 개발로도 멸종되지 않고 알아서 잘 살기 때문입니다. 모든 멸종위기 동물은 다리가 달려 서식처가 파괴되면 알아서 제 살 곳을 찾아가고, 식물은 옆으로 옮기면 됩니다. 보존할 가치가 높은 지역은 한반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토록 대단하다고 자랑했던 설악산 정상부 고산지대도 가치가 없답니다. 산양은 딴 데 가서 산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갈까요? 

개발에 의한 환경영향을 줄이려는 법률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한데 정작 이 법의 해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의 환경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요식행위가 되었습니다. 법률의 허우대는 멀쩡합니다만 이는 다만 의미 없는 검은색 글자일 뿐입니다. 법으로 환경의 가치가 강화됨에도 왜 그 중요한 야생생물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대학교 전공은 대부분 사라졌을까요? 열심히 하면 일자리를 뺏기는 이상한 법 때문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니 배움의 열정과 자긍심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러니 대학에서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성실하면 일할 수 없는 이상한 법 때문에 ‘복붙’의 비양심적 업체들과 무늬만 전문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이제는 학문의 근간이 되는 생물분류군별 조사자조차 섭외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환경의 현 주소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열악해지는 ‘오염국가 대한민국’에서 왜 병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네들은 거짓과 진실도 다수결로 판정한답니다. 짐짓 점잔을 빼고, 권위를 내세우는 판정단에는 거짓말한 당사자가, 거짓을 묵인했던 사람이 들어와도 무방하답니다. 이렇게 거짓은 또 진실이 됩니다. 그리고 항변할 수 없는 생물들은 사라집니다.

최악의 환경오염 국가에 살지만 이들에게 표를 주는 우리가 정부를 욕하면 안됩니다. 우리 동네가 개발되면 잘살 것이라는 허상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국정농단을 겪고 탄생한 정부조차 이 공약의 먼지를 털지 않아도 되는 이유겠지요. 정치가는 정권을 잡기만 하면 공익은 접어두고, 소위 통 큰 개발로 주민을 기망하여 표를 구걸해야 하니 자본과 권력의 지향점이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표, 최순실표 막개발이 멈추지 않는 이유이겠지요. 

눈앞의 욕심은 질병으로 돌아옵니다. ‘생태계 보전’ 공약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시간입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지 쌓인 환경·생태 공약  (0) 2019.06.14
‘미세먼지 공론화’ 모두의 참여로  (0) 2019.06.07
말뿐인 ‘1회용품 줄이기’  (0) 2019.05.31
핵폐기물 재검토위  (0) 2019.05.24
디젤엔진을 줄여라  (0) 2019.05.17
소비문화와 이별하자  (0) 2019.05.10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고재현 김세윤 김정민 김주성 김현우 박지민 박태준 엄원상 오세훈 이강인 이광연 이규혁 이상준 이재익 이지솔 전세진 정호진 조영욱 최민수 최준 황태현 그리고 공오균 김대환 오성환 인창수 정정용. 

그들은 원팀(One Team)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으로 단단하게 묶여 있다. 형은 동생을 믿고, 동생은 형을 따른다. 감독은 말한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그림을 그려라. 그리고 즐겨라.” 믿음은 통합과 뒷심을 끌어냈다. ‘흥(興) 축구’는 압박을 잊게 하고, 그라운드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만들어냈다. 폴란드에서 열리고 있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그 무대이다. 원팀은 지더라도(포르투갈 0-1) 좌절하지 않았고, 질 것 같은 경기는 뒤집었으며(세네갈 3-3, 승부차기 3-2), 강팀을 만나도 두려움이 없었고(아르헨티나 2-1, 에콰도르 1-0), 이겨야 할 팀(남아공 1-0, 일본 1-0)에는 어김없이 승리했다. ‘1983년 4강’을 넘어선 사상 첫 남자팀 FIFA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2일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정정용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기뻐하고 있다. 루블린 _ 연합뉴스

스무살 청년들의 도전이 놀랍다. 그들은 엄격함과 위계질서 속에 축구를 ‘전투’로 여기는 시대에 종언(終焉)을 고했다. 재미로 시작했고, 재기발랄함을 그라운드에 쏟아내는 축구를 한다. 4강전 승리 뒤 라커룸이 감독과 선수들의 막춤으로 뒤엉킨 ‘클럽’이 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율 속에 지키는 규칙은 확실했다. 위기는 잊고, 포기는 더더욱 없었다. 다 진 줄 알았던 세네갈전의 후반 연장 8분의 동점 극장골이 그랬고, 1·2번 키커가 거푸 실축한 승부차기에서 기어코 역전을 이뤄낸 것도 마찬가지였다. 포르투갈전 패배 때 고개를 숙이는 대신 “졌지만, 경기장 밖에서 응원해준 형들이 고맙다”는 청년들이다. 국민들에게 “애국가를 크게 불러달라”는 당찬 주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강인·오세훈·최준 등의 골과 절묘한 연결, ‘빛광연’으로 불리는 골키퍼 이광연의 선방쇼로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다. 

원팀의 승리는 ‘막말’과 망언이 난무하는 정치권에 질린 국민들에게 더없는 위로였다. 팍팍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희망을 선물했다. 이제 원팀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하나만 남았다. 우승이다. 최선을 다한 그들이다. 내친김에 우승으로 열매 맺기를 간절히 기대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이미 그들은 자신들과 국민이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은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단언컨대, 이렇게 심장을 쫄깃하게 한 축구 경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36년 전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멕시코에서 4강 신화를 쏘던 때도 이 정도로 승부가 극적이지는 않았다. 이날 최고의 패배자는 생중계를 보다 승부가 기울었다며 성급히 TV를 끈 시청자였다. 주인공은 당연히 젊은 태극전사들이다. 이강인, 오세훈 등은 더 이상 틀에 짜맞춘 전술로 무장한 ‘한국형’ 전사가 아니었다. 높은 수준의 기술에 창의력까지 장착한 ‘발칙한’ 전사들이었다. 하지만 이날 승부의 또 다른 주역은 비디오판독(VAR·Video Assistant Referee)이었다. 

9일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연장 전반 조영욱이 역전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VAR은 고비 때마다 승부의 균형추를 바로잡았다. 후반 14분 이지솔이 상대 수비수에게 밀려 넘어진 것을 심판이 VAR로 확인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0여분 뒤에는 반대로 한국 수비수의 핸드볼 반칙을 잡아냈다. 이날 VAR은 모두 7번 가동됐는데, 심판이 손동작으로 사각형을 그리며 VAR을 선언한 뒤 TV 화면에 ‘check / possibly penalty(페널티킥 가능성)’라는 표시가 뜨면 모두가 가슴을 졸여야 했다. 특히 한국이 2 대 1로 뒤지던 후반 막판 세네갈이 골문에 추가로 넣은 골이 VAR로 취소되지 않았다면 승부는 진작 끝났을 것이다. VAR의 역할은 심판 판정을 돕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제축구평의회는 이번 대회부터 페널티킥 키커가 공을 차기 전 골키퍼의 두 발이 모두 골라인에서 떨어질 경우 반칙으로 규정했는데, VAR은 어김없이 이를 잡아냈다. 후반 29분 이광연 골키퍼가 막은 세네갈 선수의 첫번째 페널티킥과 승부차기 때 오세훈의 첫번째 킥을 막아낸 세네갈 골키퍼의 선방이 모두 반칙으로 선언됐다.

당초 축구계 일각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VAR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VAR이 경기의 재미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오히려 오심 논란을 잠재우고 ‘축구 정의’를 구현한다고 보는 게 옳다. 이제 축구 경기에 새로운 풍경이 추가됐다. 골을 먹었다고 마냥 실망하거나 반대로 골을 넣었다고 기뻐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VAR로 바로잡아야 할 곳이 어디 축구의 골뿐이랴.

<이중근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토요일인 6월1일, 천안 계성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이 열렸다. 4월29일에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전국 각지에서 성별 연령별 분포를 고려하고 학력과 직업도 추가로 고려해서 선발된, 그리고 참여하겠다는 자발적 참여 의지와 희망을 표명한, 500명이 모였다. 국민을 대표해서 이들이 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학습하고 토론하고 숙의해서 정책 아이디어와 국민실천방안을 마련해보자는 거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던 필자가 이번에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으로 다시 행사를 참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행사를 참관할 수 있는 건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그날 계획되어 있던 개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숙의”와 “경청”이란 단어가 좌우 벽면에 붙어 있었다. 

대강당은 참여자들의 의욕과 책임감, 사명감으로 꽉 찬 듯했고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국민정책참여단은 위촉장을 받았고 국민 대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 선서도 했다. 각 연령대별로 대표자들이 나와서 참여단에 임하는 소감과 각오도 발표했다. 모두가 사뭇 진지했다. 청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시민 각자가 미세먼지 피해자이면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고백, 그래서 직접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고 싶고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6월에 제1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리고 9월에 제2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어떤 제안이 나올까, 국민 참여와 숙의의 결과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

그런데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이 공론화 과정에 충실하려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이런 상황을 잘 보도해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가주면 좋겠지만 이제 굳이 언론의 매개가 필요하지만도 않다.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는 늘 열려 있다.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좋겠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란 코너가 있고 “국민생각함”이 있다. 정부를 향해, 시민을 향해, 기업을 향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특히 국민정책참여단에는 19세 이상 성인만 참여하기 때문에 온라인 토론회에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 어떨까?

얼마 전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2018년 국민환경의식 조사에 따르면 가장 불만족도가 높은 환경문제가 바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질 문제였다(매우 불만족 27.9%와 불만족 12.8%).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질 개선이 단연 1위였다. 미세먼지 문제는 결코 소수의 사람이, 단기간에, 풀 수 없다. 배출원이 너무나 다양하고 지금의 에너지 소비와 육식 등 삶의 양식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친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갈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같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해도, 심지어 배출량이 줄어들어도, 대기 정체시간이 길어져 고농도가 여러 날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비상저감대책이 필요한 시기는 이제 지났다. 에너지 소비 규모는 물론 기상상황과 연결되어 있기에 계절적 편차가 크지만, 문제 발생 당시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비상상황이 오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서 시행해야만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전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에, 미세먼지 공론화 과정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모두의 현명한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지 쌓인 환경·생태 공약  (0) 2019.06.14
‘미세먼지 공론화’ 모두의 참여로  (0) 2019.06.07
말뿐인 ‘1회용품 줄이기’  (0) 2019.05.31
핵폐기물 재검토위  (0) 2019.05.24
디젤엔진을 줄여라  (0) 2019.05.17
소비문화와 이별하자  (0) 2019.05.10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얼마 전 맥주를 기어이 구독 리스트에 올리고 말았다. 술 사랑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그 구독 사이트는 술 말고도 다른 것으로 마음을 움직였다. 하얀 고래 한 마리다. 이 업체는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위기에 근접한 벨루가 고래 한 마리를 세계자연기금으로부터 입양했다고 한다. 물론 진짜 입양은 아니다. 멸종위기 근접종 또는 멸종위기종의 개체 유지 및 보호 활동에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한주 전쯤 맥주와 함께 벨루가 한 마리가 활짝 웃는 모양의 스티커가 배송돼 왔다. ‘고래야, 미안해!’

아이를 키우면서 겁이 많아졌다. 우리 아이가 살아가야 할 환경이 더 나빠질 일만 남은 것인지 두렵다. 거북이가 빨대의 바다를 헤엄치고, 북극곰이 삶의 터전을 잃는 곳.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하고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곳. 그런 지구에서 아이들이 살아가야 한다는 게 화가 난다. ‘얘들아, 미안해!’

두렵다면, 미안하다면 바꿔야 한다. 많은 이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홍대 일대에선 ‘플라스틱 컵 어택’이 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쓰레기덕질’이 중심이 된 행사로 홍대 인근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줍고 이를 해당 매장에 돌려주는 환경활동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 운동이 된 ‘플라스틱 어택’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에선 쇼핑을 하고 나서 과대포장된 비닐, 플라스틱 포장지를 해당 매장 카트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어택’이 이뤄진다. 같은 날 한강에선 플로깅(plogging) 행사도 개최됐다. 플로깅이란 영어 조깅(Jogging)과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kka Upp)’의 합성어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한다. ‘나와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지킨다’는 주최 측의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그보다 앞서 ‘전지적 바다거북이 시점’이라는 행사에선 참가자가 ‘거북이’가 되어 빨대로 가득 찬 바다를 헤엄쳐보는 체험행사도 열렸다. 청년 비영리 단체 ‘통감’은 이 행사를 시작으로 매월 11일엔 빨대를 사용하지 말자는 플라스틱 빨대 퇴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한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4월 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레타 툰베리 페이스북 캡처

쓰레기 덕후들과 플로거들, 청년 활동가들이 유난스러운 것 같다고, ‘프로불편러’ 아니냐고 느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프로불편러가 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 비닐봉지 대신 플라스틱 용기를 들고 정육점이나 김밥집에 가보기, 텀블러에 커피 담아보기, 물티슈가 아니라 손수건 사용해보기…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항목들이다. 텀블러를 깜빡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사서 나온 경험, 장바구니를 챙기지 못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본 적이 있을 거다.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등교 거부 운동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웨덴의 16세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11월 공개된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78년에 저는 75번째 생일을 축하하게 될 거예요. 자녀나 손주가 있다면 함께 생일을 보내겠지요. 아마 2018년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묻겠지요. 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요. (중략) 우리가 지금 당장 한 일들 또는 하지 않은 일들은 저와 제 세대가 미래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점점 불편해지려고 한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능하면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에코백과 장바구니를 챙기고, 공정무역 상품에 관심이 간다. 빨대를 다회용으로 바꿨고,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친환경적 마인드를 갖고 있거나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기업의 제품에 손이 간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행동은 힘이 세다. 툰베리는 말한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해요. 하지만 희망보다 필요한 건 행동입니다. 행동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지선 뉴콘텐츠팀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날씨가 심상찮다. 더위도 안 타고 자연에 순응하자 주의라 평생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 작년엔 쪄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한 대 들여놓고야 말았다. 올해는 5월 초부터 햇살이 예사롭지 않더니 첫 폭염주의보가 5월15일 광주에서 울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폭염주의보는 7월15일에 발령되었건만 올해는 두 달이나 빨라졌다. 그새 광주에는 두 번째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등도 섭씨 40도에 육박하여 역대 5월 기온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 홋카이도 사로마에서도 기온이 39.5도까지 올라 역대 5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을 포함, 국내외 과학자들도 올해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록이 한번 깨지면 우연이지만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에 계속 쌓이면서 이런 기상이변은 계속될 텐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11일 1958년 관측 이후 처음으로 415ppm을 돌파하며 인류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CNN에 따르면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진화한 80만년 만에 가장 높은 CO2 농도란다. 이런 빅뉴스가 우리나라에서는 해외토픽처럼 스쳐지나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최근 3년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되레 증가했다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세계 196개국이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고 협약까지 했는데 말이다.  

폭염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인당 전기 소모량은 역대 최고기록을 세워 2000년과 비교해 무려 2배나 썼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 많이 썼고, 가격이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싼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왜 해결에 진전이 없는지 쉽고도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소위 기든스 패러독스라고 일컬어지는데,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심리학 실험실에서 말하는 마시멜로 효과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보통 미래에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보다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성된 시민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문제가 국내적이건 국제적이건 간에 언제나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만 실질적인 대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정책과 제도와 그것을 수용하고자 하는 사회적 여론 조성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책장을 덮으며 밖을 본다. 유럽에서는 녹색당이 약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떨까. 더운 날씨, 플라스틱 컵에 빨대를 든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SNS를 타고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를 쓰겠다는 약속이 넘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보기 어렵다. 작년 8월부터 커피숍에서 일회용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유리찻잔이 손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원하니까 강제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은 만들었지만 단속을 안 하기에 장식용 법처럼 보인다. 플라스틱 사용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썼던 언론사 1층 커피숍에도 여전히 일회용만 출렁인다. 법을 만든 국회에서도 행사가 열리면 일회용품을 당연히 쓴다. 기후변화 같은 주제는 의제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명사’의 세계에 살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은 ‘동사’로만 가능한데 말이다. 시민환경단체가 건널목이 되고 싶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지 쌓인 환경·생태 공약  (0) 2019.06.14
‘미세먼지 공론화’ 모두의 참여로  (0) 2019.06.07
말뿐인 ‘1회용품 줄이기’  (0) 2019.05.31
핵폐기물 재검토위  (0) 2019.05.24
디젤엔진을 줄여라  (0) 2019.05.17
소비문화와 이별하자  (0) 2019.05.10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놓고 노사 간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노조는 3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승인하는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5일째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수천명은 농성장 안팎에서 연대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은 주총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간 충돌 우려도 있다.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과 영남지역 노동자들이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법인 분할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건물 출입문을 막고 농성 중인 이들은 주총 당일에도 사측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기로 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계획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합병 후 회사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겠다며 31일 주총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이후 생산성 증대, 원가 절감 등을 위해 물적분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물적분할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의한 사항이며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찬성했다며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 반대는 확고하다. 회사가 분리되면 부채를 사업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이 떠안아 임금삭감과 함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조는 신설 사업회사로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이전하면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담화문을 통해 임금이나 복지 등의 단체협약 승계를 노조에 약속했으며 인위적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추진하는 물적분할을 탓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사측이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킬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2017년 현대중공업을 4개 회사로 분할할 때 내건 ‘근로조건 유지’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여전히 회사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불신의 원인을 찾아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적분할에 대한 울산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노조 역시 사측에 대한 무조건 반대보다는 대화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노사 모두 파국을 자초하는 치킨게임은 중단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2월 초,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항간에 ‘엘리트스포츠 죽이기’란 말이 떠돈다. 오랫동안 묵묵히 스포츠에 헌신해온 지도자들과 빛나는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 주변으로 이런 표현이 실체도 없이 어슬렁거리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일부 언론도 이런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있으니 이는 지도자의 헌신과 선수들의 노력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그 땀방울을 볼모로 폐습을 유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게 한다. 이참에 스포츠혁신이 ‘엘리트 죽이기’인지 다함께,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전제가 필요하다. 부정과 비리, 폭력과 반인권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대다수 지도자와 선수들이 언제라도 위험한 상태에 처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살리기냐, 죽이기냐’ 이전의 문제다. 이른바 ‘스포츠 강국’이든, ‘스포츠 선진국’이든 이 반인권적인 상황은 어떠한 이유로도 방치될 수 없다. 이 대전제에 동의하지 않고 ‘죽이기’란 말부터 앞세우면 안된다. 다행히 대한체육회와 진천선수촌, 각 시·도연맹이나 종목단체에서도 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에 대해 제도 개선을 나름대로 도모하고 있으니, 이 점을 재론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만약 이 대전제를 부정하면서 ‘죽이기’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쓴다면 이는 건강한 토론이나 미래지향의 동반이 어렵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다음으로, 혁신적인 제도나 정책에 의하여 ‘올림픽 세계 10위권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올림픽 10위권 유지’는 중요하다. 10위권을 유지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국가주의’는 아니다. 그 종목에 비범한 능력과 큰 뜻을 품은 선수들을 과학적으로 육성하여 세계 무대에서 아름다운 승리와 벅찬 감동을 자아내는 것은 스포츠의 귀한 가치 중 하나다.

2016리우올림픽의 국가 순위를 살펴보자. 20위권을 보자. 캐나다, 스위스, 덴마크가 보인다. ‘선진국’이면서 ‘강국’이다. 20위권이 무슨 강국이냐고 힐난한다면 10위권 이내를 보자. 미국과 영국이 1, 2위이고 독일, 일본,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가 있다. 그야말로 ‘강국’이면서도 ‘선진국’이다. 대한체육회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바람직한 해외 사례’를 연구할 때 매번 등장한다. 특히 영국은 일찌감치 인권적이고 과학적인 선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기반 위에서 엘리트를 육성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올림픽 10위권 유지’를 목표로 삼자는 것은 당연히 ‘엘리트 살리기’ 아닌가. 이를 위하여 국가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스포츠계는 이에 적극 동의하여 폐습을 스스로 고쳐야 한다. 그럴 때, 선수의 능력은 더욱 과학적으로 증진될 것이며 지도자의 헌신은 더욱 고결해질 것이며 모든 엘리트의 꿈은 아름답게 실현될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당장 2020도쿄올림픽이 1년여로 다가왔다. 그밖에도 여러 국제대회가 쉼 없이 열린다. 헌신적인 지도자와 꿈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대표를 위하여 지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부분적인 제도 ‘개선’이야 이런 와중에서도 부단하게 추진하는 것이지만 ‘혁신’은 다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그 입법 과정도 혁신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꼼꼼히 추진해야 한다. 방향을 선회하려면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방향 지시등을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켜야 한다. 당장의 올림픽 준비에 곤란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포츠계 일각에서 ‘엘리트 죽이기’ 같은 말을 근거 없이 남발하는 것은 오히려 훈련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할 뿐이다. 

세계스포츠는 급변하고 있다. 급변한다는 것은, 직선으로 저만치 앞서가니 우리도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런 개발주의 상상력으로는 21세기를 살아가기 어렵다. 정치, 경제, 문화, 인종, 젠더, 환경 등의 21세기적 의제들이 스포츠 내부로 들어와 의미 있게 작동한다는 뜻이다. 이 의제들은 ‘만국공통어’의 속성을 지닌 스포츠에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스포츠의 가치, 내용, 형식, 산업 등에 변화를 유발한다. 누구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 의제들을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 IOC로서는 2024파리올림픽에 브레이크댄싱이나 서핑을 포함시키는 것만큼이나 인권, 평화, 젠더 등의 의제가 중요하다. 요컨대 세계사적 변화로부터 스포츠가 고립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엘리트 지도자와 선수들로 하여금 20세기적 스포츠 개념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한편으로는 인권이나 문화의 관점에서 스포츠를 건강하게 혁신하라는 요구이며 동시에 액체처럼 유동하는 지구촌 환경에서 스포츠 종목과 그 산업이 더욱 풍성하게 변화하여 격렬하게 펼쳐질 것이니 선진 시스템으로 준비하라는 요구다. 

우리 사회를 돌아봐도 이는 확인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사회 안전망은 부실하고 사회 관계망은 해체되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은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노동시간은 멕시코와 더불어 가장 길고 자살률은 10여년간 1위다. 이 상황에서 스포츠는, 특히 인간 감정의 극한과 그 복합성을 깊이 익히고 있는 엘리트 출신들은 극심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증대되고 있는 국민의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재능 기부’가 아니라 스포츠 가치가 사회화되는 것이며 동시에 20세기의 스포츠 개념으로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된다. 

요컨대 스포츠를 혁신하여 사회를 혁신하는 것은, 고립을 피하여 연대를 구하는 ‘21세기식 국위선양’인 바, 이는 결코 ‘엘리트 죽이기’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지도자와 선수들이 힘차게 흔들 만한 아름다운 깃발, ‘엘리트 살리기’다.

<정윤수 |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아동은 단순한 양육 대상이 아닌 행복을 누려야 하는 권리 주체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아동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동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바라보면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아동권리 선언’이다. 가정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은 국가에서 보호·양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아동이 행복할 수 있도록 건강권·놀이권을 확대해 가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올바른 인식이고 정책 방향이다. 

정부 아동정책의 기본 방향은 국가 책임 확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이 모든 신생아를 의무적으로 국가에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민간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며, 아동의 창의성·사회성 개발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민법상 규정된 부모의 ‘체벌 권한’을 없애 아동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대목이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폭행해도 처벌받지 않거나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처벌을 받는다.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는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서다. 2013년 1만3000건이던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7년 3만4000건으로 4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부모에 의한 체벌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스웨덴 등 세계 54개국은 아동에 대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2010년 이후 몇몇 지자체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교 체벌을 금지하고 있으나 가정 내 체벌을 막는 방안은 여태 마련되지 않았다.  

가정 내 체벌은 가부장적 유교사회의 인습이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로 여기는 비뚤어진 사고도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사회 민주화가 확산되고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전근대적 체벌과 훈육은 시대착오적이다. ‘사랑의 매’란 없다. 자녀에게 트라우마만 남길 뿐이다. 100년 전 어린이운동을 펼친 방정환 선생은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라’고 말했다. 민법 개정 못지않게 아동권에 대한 사회인식이 시급하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4월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칭)를 “우리 사회 각 부문을 대표하는 중립적 전문가 15인”으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핵발전소 지역과 시민사회단체는 여기에 반대해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 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따라 추진되는 재검토위원회에 그 이해관계자가 빠진 것이다. 이해당사자 포함을 강하게 요구했던 지역과 시민사회의 의견이 거부된 셈이다.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면 결국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격렬한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안면도, 굴업도, 위도가 말해준다. 핵폐기물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논의 결과가 자신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지역주민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역주민이 배제된 채 구성하여 운영되는 위원회는 아무리 중립적이어도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중립적’이란 말 자체도 애매하고 공허하다. 에너지처럼 중차대한 문제에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이 중립적 인사라면, 그 중립이야말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아닌가. 중립적 전문가는 찾을 수도 없고, 찾아낸다고 해도 문제다.

재검토위원회 구성과 별개로 반드시 먼저 해결할 것이 있다. 관리정책을 논의하기 전에 고준위핵폐기물이란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한쪽에서는 1m 앞에 노출되면 누구나 1분도 안 걸려 사망하고, 10만년 이상 완벽한 격리 보관이 필요해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 독성물질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이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반박한다. 이런 상태로는 관리정책을 제대로 논의할 수 없다. 먼저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중립’을 내세워 침묵하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지난번 ‘재검토준비단’에 사용되었던 ‘고준위방폐물’이란 표현이 이번 ‘재검토위원회’에서는 ‘사용후핵연료’로 바뀌었다. 이유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관리할 대상의 위험성이 가려지고 한층 깔끔하고 얌전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세계에 아직 영구처분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준위핵폐기물의 성격은 분명해진다.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다면, 핵폐기물은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비현실로 치부된다. 어느 누구도, 어떤 정부도 그 정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언젠가 핵폐기물 처리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말은 미래를 담보로 내뱉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인정하면, 가능한 한 핵발전소 조기폐쇄로 핵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태도다. 핵발전소와 고준위핵폐기물은 동전의 양면이다. 따로 떼어서 생각해선 안된다.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른 핵발전소는 폐쇄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에 하나, 임시저장소가 포화되기 전에 논의를 마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재검토위원회는 임시저장소를 확충해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기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해진다. 탈핵 정부가 핵발전을 추진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영광 한빛1호기에서 제어봉 과다 인출로 인한 출력 급증 사고가 며칠 전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에는 운전자 실수와 규제기관의 대처 미숙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고 탈핵을 선언했으면, 정부는 이제라도 자기 소신에 좀 더 과감하고 충실하길, 아무리 급해도 핵발전소 수출 같은 자가당착의 행보는 그만두길 바란다. 좌고우면하는 사이 2년이 지났다. 시간이 별로 없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세먼지 공론화’ 모두의 참여로  (0) 2019.06.07
말뿐인 ‘1회용품 줄이기’  (0) 2019.05.31
핵폐기물 재검토위  (0) 2019.05.24
디젤엔진을 줄여라  (0) 2019.05.17
소비문화와 이별하자  (0) 2019.05.10
플라스틱 중독  (0) 2019.05.03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블랙홀의 그림자를 보는 것은 가슴 먹먹한 일이었다.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M87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가 드러난 4월10일 밤, 우주의 광대함에 압도되기보다는 내가 우주의 한 존재라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블랙홀이 관측된 후, 나는 이 일이 가능하기까지 전 세계 과학자 200여명이 어떻게 협력했는지를 촬영해 유럽남부천문대(ESO)가 공개한 17분여 분량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았다. 몇 번을 보아도 뭉클해지는 장면은 관측에 동원된 여덟 개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었다.

블랙홀 관측에 가장 적합한 조건은 사람이 견디기에는 가장 힘든 환경이었다. 도시의 빛이 관측을 방해하지 않도록 문명세계로부터 먼 것은 기본조건이다. 해발고도 5000m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과학자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했다. 겨울이면 몇 달씩 밤이 계속되는 남극은 관측에는 최적의 입지이지만, 햇빛 없는 나날을 살아야 하는 연구진은 심리적 압박과 싸워야 했다.   

특히 남극의 데이터는 다른 일곱 개 망원경에서 관측된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조각이었다. 2017년 10월경 일곱 개 망원경에서 관측된 데이터의 1차 정리가 끝났지만, 연구진은 남극 데이터가 도착하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남극에서 측정이 끝난 것은 그해 4월이었고, 페타바이트(10의 15제곱 바이트)급의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저장됐다. 그러나 2월부터 10월은 남극의 비행기 운항이 통제되는 기간. 마침내 11월 초 남극을 떠난 데이터가 미국 보스턴 MIT의 헤이스택(Haystack) 천문대에 도착한 것은 12월13일이었다. 

남극 데이터가 도착한 이틀 후 연구 책임자가 연구진에 보낸 메일에는 페덱스의 배달원이 대형 화물 트럭에서 하드디스크가 담긴 나무상자들을 내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담겨있다. 페타바이트급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비행기, 배, 기차 그리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5500만 광년 저편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인류가 볼 수 있었던 데는 안전하게 데이터를 옮긴 페덱스 배달원의 기여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13일 새벽 어머니와 살던 세종시 자택에서 과로로 숨진 30대 비정규직 집배노동자 이은장씨가 이른 출근을 위해 전날(12일) 밤 거실에 미리 준비해 둔 집배원 조끼. 조끼 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잔돈, 우편물도착안내서, 볼펜, 매직, 자동차 키, PDA 배터리 등이 들어 있었다. 정대연 기자

5월12일과 13일, 불과 이틀 동안 3명의 우체국 집배원이 지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블랙홀 연구의 숨은 조력자였던 페덱스의 배달원을 떠올렸다. 세상을 떠난 세 집배원 중 두 명은 돌연사였다. 전국집배노조는 2018년 한 해에만 25명의 집배원이 안전사고, 과로사, 자살로 사망했다고 밝혀왔다.

출근길에 끝내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공주우체국 소속의 서른 네 살 상시계약직 집배원의 곁에는 출근 준비해둔 옷과 집배원 가방, 정규직 응시원서가 놓여 있었다. 응시원서에는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가 적혀 있었다. 

고인의 형이 올린 청와대 청원에는 고인의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였지만 근무시간 안에는 도저히 하루 1200여통의 우편물 배달을 마칠 수 없어 집에서까지 우편물 분류작업을 했다는 고된 일상이 담겨있다. 

우편집배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은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임금 노동자 연평균 노동 시간인 2052시간(2016년 기준)과 비교하면 하루 8시간 노동을 한다고 했을 때 87일을 더 일한 셈이다.

메신저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e메일이 우편을 대체한 지 오래인 것 같은 세상이지만, 집배원들의 일은 인터넷 시대에 오히려 늘었다. 등기나 택배처럼 사람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고 전달해야 하는 우편물을 보내거나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만큼의 수고인지를 안다. 

5500만 광년 저편 우주의 일도, 배달원의 노동 없이는 드러날 수 없었다. 지상에서 한 집배원이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것은, 한 우주의 상실이다.

<정은령 언론학 박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호기에서 최악의 안전관리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국수력원자력이 한빛 1호기 제어능력 시험 도중 열출력에 이상이 발생했으나 12시간 가까이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어서면 즉시 수동으로 정지시켜야 하지만 계속 가동됐다고 한다. 열출력이 높아지면 ‘원자로 폭주’로 이어져 자칫 원자로가 폭발하는 대형사고로 확대될 수 있다. 시민단체는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폭주로 갈 뻔한 사고”라고 말하고 있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원안위는 한빛 1호기 사용을 정지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에 특사경이 투입되는 것은 1978년 원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처음이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서 개최한 ‘한빛 1호기 긴급정지 사건 해설’ 설명회에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한 소장 왼쪽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오른쪽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이번 사태 경위를 보면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한수원의 운영기술지침서에는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하면 즉시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가동중단은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매뉴얼에 따를 것을 지시한 뒤에야 이뤄졌다. 한수원은 “원자로가 위험수준에 이르기 전에 자동정지되도록 설계돼있다”고 했지만, 불의의 사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2012년 고리 1호기에서 작업자들이 실수를 은폐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사고를 숨긴 채 어물쩍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원전의 안전관리도 주먹구구식이었다.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전문가가 제어봉을 조작하는가 하면, 감독의무자는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아닐 수 없다.

원전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이미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경험한 바 있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한국 원전시설은 노후화되면서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한빛 2호기와 월성 3호기가 갑자기 가동중단되거나, 불꽃이 일어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사고가 난 한빛 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 원전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과 원전관리자들의 안전교육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원전 안전에 사고예방 이외의 방법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스승의날’은 스승을 존경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1982년에 기념일로 제정된 날이다. 

나는 올해 스승의날에 여러 학생, 학부모들에게서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았다. 직접 쓴 손편지와 카드, 작은 꽃다발을 받았고, 한참 전에 졸업한 제자들은 내가 여름마다 고생하는 것을 기억했는지 땀방지제, 손수건도 보내주었다. 

물론 이렇게 스승의날 선물을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신분이 ‘강사’이기 때문이다.

보통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른 교원을 ‘교사’라고 하고, 또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주 스승의날에 선물을 받은 선생들은 ‘강사’, 못 받은 사람들은 ‘교사’라고 구분하면 된다. 

출처_ 경향신문DB

스승의날에 선물을 받아도 되는 강사들의 유형도 무척 다양하다. 학교 밖 사설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강사들과 학교에서 가르치더라도 단기 강사계약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강사라고 하는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계약직 교과 강사들과 학교생활기록부 기록과는 상관없는 방과후 비교과 수업을 담당하는 강사들은 사실상 또 다른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비정규직 강사들은 대학에서도 전체 강의 중 26.9%(2015년 1학기)를 담당할 정도다. 이들의 신분 또한 초·중등 강사들의 입장과 비슷하게 위태로운 상태라서 조만간 대학 강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사들의 처우를 규정한 고등교육법개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량 해고가 진행되고 있어서 강사들을 대우해 주자는 것인지 아니면 몰아내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국어사전에서도 교사의 뜻을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등에서 소정의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거나 돌보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선생의 뜻을 ‘남을 가르치는 사람,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아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가르치는 일을 하는 또 다른 이름인 ‘교수’는 사람들이 일종의 계급적 의미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일반적인 호칭을 ‘선생’이라고 하자는 데는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가르치는 일을 하는 선생들을 위한 기념일의 이름이 ‘스승의날’이다. 인하대 국문학과 김문창 교수는 ‘스승’이라는 말의 어원이 자기보다 ‘높은’ 승려를 일컫는 단어인 ‘사(스승 師)승(스님 僧)’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고, 스승의날에 축하 케이크를 자를 수는 있어도 한 조각도 먹어서는 안되는 날이라면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기념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스승의날은 왜 존재하는가? 또 이날에 감사와 축하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스승의 의미는 무엇인가? 최소한 이런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어야 스승의날을 제대로 기념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사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는 2년째 스승의날을 ‘교육의날’로 변경하자는 청원을 내고 있으니 그들에게 귀 기울여 보자. 선생님들이 쓸데없는 청원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니 말이다.

<한왕근 청소년지도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전쟁 이후 60여년 단절의 역사는 기적처럼 새로운 자연을 태동시켰다. 금단의 땅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보전, 복원되었다. 경기도 파주부터 강원도 철원 고성까지 248㎞를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는 한반도에서 단절되지 않은 유일한 동서 생태축이다. 서부전선의 사천강·사미천·임진강은 습지 생태계의 진수를 보여준다. 중부전선의 너른 평강고원과 철원평야, 한탄강 습지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며 멸종위기 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다. 한북정맥 삼천봉과 적근산,  백두대간 고성재와 삼재령, 고성 건봉산 일대의 동부전선에는 반달가슴곰, 산양, 사향노루가 살고 있다. 국립생태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5929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이 남한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비무장지대,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전쟁과 분단, 냉전의 비극이 역설적으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생명에게 유례없는 낙원을 선사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향한 상당한 진전을 지켜봤다. 상호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하며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겠다는 남북 정상의 합의에 박수를 보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며 비무장지대 안 감시초소를 일부 철수했고, 한강 하구 공동 이용을 위한 수로 조사를 추진했으며 남북 공동 유해 발굴사업을 진행했다. 파주, 철원, 고성 지역의 비무장지대 평화둘레길도 발표됐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복원, 현대화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도 정상화할 것이다.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도 남북 합의에 따라 설치될 것이다. 경제적 번영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원대한 그림이다. 

그런데 작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무장지대 일원의 개발 압력은 폭발적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계획이 평화와 안보의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비무장지대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 개발계획,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 한반도 생태평화관광벨트, 비무장지대 평화둘레길 조성, 문산~개성 고속도로 등 행정부 구상은 ‘생태보전의 원칙’ 없이 중구난방이다. 생명의 땅, 비무장지대가 들썩이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 합의한 ‘한반도 번영과 통일의 평화지대’도 마찬가지다. 경제, 번영, 통일을 명분으로 사업을 밀어붙이지만 ‘생태보전의 원칙’은 없다. 비무장지대 생태·평화 가치에 입각한 범정부 부처의 일관적인 지휘체계도 없다. 통일부와 국방부 주도의 남북 협력사업은 초기부터 공론화되거나 공개되지 않는다. 2006년 수립된 환경부 남북 경제협력 환경 가이드라인은 여태껏 무용지물이다. 평화는 있을지언정 생태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평화의 공간’으로서 비무장지대는 어떠해야 할까. 지금, ‘평화지대’로서 비무장지대에 필요한 것은 내부 탐방이나 관광이 아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번영의 가치도 아니다. 시급히 난개발을 억제할 남북협력 관련 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자. 비무장지대 보전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자. 남북 공동 생태조사를 제안해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밝히고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을 발굴, 보전하자. 남북이 합의한 협력사업 이외의 계획은 멈추고 범정부 차원의 비무장지대 보전체계를 구축하자. 전쟁의 역사를 대자연으로 치유하는 곳. 비무장지대는 한민족이 인류에게 선사하는 미래의 세계유산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도시재생이 정부정책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런데 도시재생은 속도전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섬세하고 다양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장소적 특징과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서울로7017과 뉴욕의 하이라인, 그리고 이런 사업의 원형이 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파사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파리의 경우는 폐철도를 활용해서 부족한 도심 공원 개념을 도입했다. 철도 주변의 중층 주거들은 도심지역의 특성 때문에 공원 같은 시설들이 부족한데, 이를 해결해준 것이다. 

뉴욕 하이라인 역시 지역적 특성과 결합해서 갤러리 중심의 미술유통 산업군이 형성되었고, 패션산업의 유통과 소비공간이 확보되었다. 동시에 공간적·도시적 특징은 뉴욕에서 가장 모험 가득한 지리적 특징으로 나타나 구글 같은 IT산업들이 들어서는 장소가 되었다. 반면에 서울로7017은 이런 장소적 산업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도시 공원이라는 측면만 강조되었고, 남대문 패션시장에 공급하던 다양한 의류산업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만리동 일대는 남대문 패션시장의 제조 공급원이었는데, 서울로7017은 이에 대한 접근이 없었다. 

은 고가도로에서 녹지로 조성된 서울역 앞 ‘서울로 7017’ 개장 1주년인 20일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20일 개장한 서울로를 찾은 방문객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도시재생이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정책 과제인 이유는 산업 생태계나 인문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며, 일자리와 경제적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장점은 톱다운(Top-Down)의 효율성이다. 그런데 도시재생은 복잡해서 톱다운과 지역기반의 다양한 연구와 관찰, 그리고 대안이 요구되는 정책 프로세스의 테마다.

대안은 뭘까? 최근 일본 구라시키를 방문하고,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들었다. 1968년 도시미관이라는 도시계획으로 출발해 약 50년간 진행한 구라시키는 실패를 거듭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진화해왔다. 전형적 지방개발 사업인 티볼리 공원이라는 테마파크는 잠깐 반짝하고 나서 디즈니랜드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들어서면서 망해버렸다. 테마파크는 우리나라의 지자체도 얼마나 많이 발표하는가? 일시적 투자 사업일 뿐이고 지속하기 정말 어려운 사업이다. 대부분 망한다.

구라시키 역시 망하고 나니 자신들의 지역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도시 계획의 일환이었던 구도심 역사지역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자기의 장점을 찾은 것이다. 중요한 점은 한번에 큰 사업으로 성공하기보다는 지속적 정착을 위한 장기적 시각에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정착 지원도 얼마 안되지만, 2년에 걸쳐서 상담하고 검토함으로써 작은 이익으로 정착할 진짜 주민과 상인을 찾아낸다. 경관을 위해서는 8층짜리 건물용지를 사들여 건물을 높게 짓지 않는다. 이는 장소의 완성도를 위한 일이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내 소상점이나 기업들에는 온라인 판매보다는 지역 판매를 장려하고, 특화 상품화를 지자체가 지원한다.

무엇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2년마다 보직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계속 공유하고 노력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돋보였고, 이들과 함께하는 지역 건축사들의 애정과 성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아직 완벽한 성공이라 보기 어렵지만 50년에 걸쳐서 끝없이 노력하는 구라시키의 태도에서 지역기반의 학습과 관찰, 지속적인 개선이 도시재생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할 수 있었다.

<홍성용 | 건축사·건축공학박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2014년 한 설문조사에서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국민이 80%를 넘었다. 지금 동일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90%는 족히 넘을 것 같다.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단순 팩트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1995년 서울의 PM10 농도는 80㎍/㎥에 근접했다. 다른 대도시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높던 미세먼지 농도는 2010년에 50㎍/㎥ 아래로 내려갔고 이후에도 이 수치를 유지했다. 20년이 채 안 걸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30% 이상 줄인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비난받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단순 측정자료까지 믿지 않고 언론은 연일 미세먼지 공포를 조장한다. 왜 그럴까? 마스크가 잘 팔리는 것 외에 공포마케팅을 통한 이익도 별로 없어 보이는 데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밀접한 질병은 폐질환과 심혈관질환이다. 대도시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상 개선되었으니 관련 질환도 많이 줄었을까? 결론은 반대다. 미세먼지와 관련이 높다는 허혈성심장질환은 이 기간 동안 유병률이 약 250%나 증가했고 폐렴사망률은 무려 700%가 넘게 증가했다. 폐암환자 또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이다. 주변에 호흡기, 심혈관질환자 및 사망자가 몇 배나 증가했는데 어찌 믿을 수 있을까. 질병, 사망과 관련한 기억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관련 질병 자료만을 분석하면 관련된 질병을 줄이려면 미세먼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괴상한 결과를 얻게 된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상관관계이니 아이러니다. 통계의 한계쯤 되려나? 좀 돌려 생각해보면 이 자료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비록 미세먼지가 관련 질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나, 미세먼지를 압도하는, 해당 질병을 유발하는 다른 오염물질이 증가했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압도적 질병유발물질은 미국의 조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차량 외 디젤차량이 극소수인 미국에서 디젤이 차지하는 미세먼지 발생량은 15% 정도이다. 반면 암의 조기발병 영향은 모든 대기오염물질 중 무려 8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디젤차는 2000년 360만대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 말 1000만대에 근접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수도권에서 디젤차가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량은 전체 오염원의 23%나 된다. 왜 미세먼지가 줄었음에도 관련 질병이 이렇게 폭증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대기 중 발암물질량의 80%를 훌쩍 넘게 발생시키는 디젤엔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 사람들이 오염물질의 과다배출을 앎에도 불구하고 디젤차를 선호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최근 출시된 고가의 SUV는 판매량의 약 80%가 디젤엔진이니 말 다했다. 

디젤은 서민을 위한 연료라는 이유로 세금을 낮춰 휘발유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그런데 경차는 모두 휘발유차인 반면, 디젤승용차는 대부분 비싸다. 자동차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야만 하는 이상한 구조로 개편된 지 오래다. 더 이상 디젤의 저가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의 고충을 뒤로하고 경유세를 인상하기는 어려우니 참 난감하다. 역으로 생각하자.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인 최저임금 인상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져가는 지금 국민의 건강과 실질소득 증대를 모두 꾀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휘발유세를 경유세와 같게 낮추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을 위해, 침체된 경제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휘발유를 남용한다고? 더 이상 움직일 여력도 없다. 

조기폐차지원금? 수소차지원금? 걷어서 특정인에 주려하지 말고 걷지 말자. 미세먼지? 대기오염정책 완전히 헛짚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주제별 > 녹색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뿐인 ‘1회용품 줄이기’  (0) 2019.05.31
핵폐기물 재검토위  (0) 2019.05.24
디젤엔진을 줄여라  (0) 2019.05.17
소비문화와 이별하자  (0) 2019.05.10
플라스틱 중독  (0) 2019.05.03
DMZ, 부활의 땅  (0) 2019.04.26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우려했던 출근길 ‘버스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15일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전국의 대부분 지역 버스노조가 파업을 철회·유보했다. 전국 버스노사는 협상 끝에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분 보전과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당장의 불은 끈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버스요금을 올리고, 광역버스에도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라고 하지만 결국 돈으로 해결한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예견된 사태에 수수방관하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 때 노선버스 기사들은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당연히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버스기사는 임금 보전을, 버스회사는 새로운 기사 채용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구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런데 1년여간을 수수방관했다. 정부는 전국 버스노조 파업 선언에 ‘주 52시간제와 관계없는 임금협상용 카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지자체는 정부에 재정을 통한 보전비용 요구로 맞섰다. 그러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결국 승객과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버스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거나 보류한 15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버스들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번 버스노사 합의로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경기지역 버스요금은 200~400원 오른다. 충남과 충북, 세종과 경남도 올해 안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또 정부는 광역버스를 준공영화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버스 등 대중교통은 준공영제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비용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세금이나 요금 인상 외의 방법은 없다. 준공영제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입에 발린 말로 성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과 동떨어지면 역풍을 맞는다. 버스기사들의 주 52시간제 도입은 당연하다. 버스기사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자 복지증진이며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이 부담하는 교통요금이 늘고,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원금을 받는 버스회사들의 회계가 불투명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 52시간제는 2년 뒤 5인 이상 사업장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이중고가 예상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취지를 살리되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