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교육'에 해당되는 글 504건

  1. 2019.10.22 [학교의 안과 밖]요즘 고3 교실, 재구성이 필요해!
  2. 2019.10.18 [사설]미성년 자녀들에게 논문 ‘상속’한 교수들, 교육자 맞나
  3. 2019.10.17 [이상엽의 공학이야기]교육을 바꿔야만 한다, 지금 당장
  4. 2019.10.16 [사설]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과학고도 포함해야
  5. 2019.10.15 [학교의 안과 밖]나뭇잎 같은 시간들
  6. 2019.10.14 [사설]‘학교 밖 청소년’ 41만명 학업·진로 정부 대책 필요하다
  7. 2019.10.14 [학교의 안과 밖]교사를 불신하는 교육정책
  8. 2019.10.01 [기고]입시 공정성,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부터 깨야
  9. 2019.10.01 [학교의 안과 밖]다시 교육의 목표를 묻다
  10. 2019.09.30 [사설]서울 사립학교 10곳 중 1곳 법정부담금 한 푼도 안 낸다니
  11. 2019.09.25 [기고]바른 국사교육을 위한 3가지 정책 방향
  12. 2019.09.24 [학교의 안과 밖]대안학교 졸업생들의 삶
  13. 2019.09.24 [사설]유엔으로부터 정체성 지적받은 한국 교육
  14. 2019.09.20 [사설]정시확대론, 총선 앞둔 ‘교육 포퓰리즘’ 경계해야
  15. 2019.09.19 [경향의 눈]‘교육개혁’이라는 ‘거짓말’
  16. 2019.09.17 [학교의 안과 밖]교실에 필요한 ‘따뜻한 환대’
  17. 2019.09.06 [정동칼럼]대학 구조조정의 외길 해법
  18. 2019.09.05 [사설]대통령 지시 따른 대입 개편, 졸속 아닌 근본적 접근해야
  19. 2019.09.04 [정동칼럼]대입제도 개선만으로는 안 된다
  20. 2019.08.27 [사설]특수학교 나래학교 개교, ‘마음의 장애’ 극복 계기로

9월 초 수시 원서접수가 끝나고 학생들의 빈자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고3 교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일반고의 정시 지원율이 자율고·특목고의 6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고에서 정시(수능)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 반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수능을 목전에 둔 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각자에게 필요한 수능 준비를 한다. 학생들마다 시험과목과 등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사가 자기 수업 들으라고 강요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능 준비생들만 따로 도서실에 모아놓고 공부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 수시에 지원한 대다수 학생들의 면접까지 끝나면 수업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아서 교사들은 시간마다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자리에 앉히느라 애를 먹는다. 학생들은 정해진 출석일수를 채워야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도 없는 교실에서 8교시까지 버텨야 한다.

예체능계 학생들은 아침에 왔다가 일찌감치 조퇴를 한다. 소위 무단조퇴(미인정조퇴)이다. 실기준비를 위한 조퇴를 인정해주면, 수능준비를 위한 조퇴도 인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규정상 진학준비를 위한 조퇴는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조퇴를 인정해준다면 일반고 3학년 2학기 교실에는 남아있을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간·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일정은 1~2학년과 똑같이 진행된다. 이 두 번의 시험성적은 당해연도 대입전형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백지답안을 내거나 답안지에 각종 모양으로 마킹을 해서 내는 학생들도 있다. 2학기에 해야 할 수행평가를 1학기 말, 학생들이 다 있을 때 미리 해놓는 학교도 많다. 학사일정이 완전히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자신들 전형 일정의 편의를 위해 내신성적을 1학기까지만 반영하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공교육의 한 학기가 통째로 희생되고 있다.

초·중·고 12년, 마지막 학기의 교실 풍경은 이렇게 주인 없이 버려진 폐가처럼 황량하기만 하다. 이 황량한 폐가에서 학생들은 각자 홀로 남은 시간을 버틴다. 교실 한쪽에 모여 웃고 떠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 틈바구니에서 밤새 아르바이트하느라 못 잔 잠을 자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은 자다가 깨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교실 풍경이 우리가 원했던 모습인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왜 이러한 교실 풍경이 만들어지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교육당국에 간곡히 요청한다. 고3 2학기 교실이 정상화되도록 현행 입시 제도를 개선해 달라. 최소한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라도 수시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 학생들의 공교육 12년, 마지막 학기를 아름다운 마무리와 축하,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위한 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고3 2학기 교육과정의 개선점을 마련해 달라. 모든 복잡한 사안들이 그렇듯이 교육정책 또한 정치, 경제의 여러 요인과 얽혀있지만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개선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교육부와 대학, 교육청, 학교의 책임 있는 담당자들이 모여 현 시점에서 조율 가능한 최대치를 만들어내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인식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이다. 대학의 편의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 소중한 경험과 시간을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해둘 수는 없다.

<조춘애 광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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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들을 자신의 논문에 공저자로 올린 대학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0여건은 부당하게 이름을 올린 연구 부정행위로 확인돼 입학 취소 등의 조치를 받았다. 나머지 논문들도 부당한 저자 표시 검증과 대학입시 활용 여부를 확인 중이다. 교수 미성년 자녀들의 논문 공저자 등재나 대입 활용은 사실상 자녀에게 논문을 ‘상속’한 연구윤리 실종이다.

17일 교육부는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서울대 등 대학 14곳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진행된 3차례의 실태조사에서 논문 부정 사례가 많거나, 부정 사례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대학들이다. 감사 결과 115건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사례가 추가로 발견됐다. 감사대상이 아닌 대학에서도 130건의 미성년 논문이 더 접수돼, 지난해 발표한 549건까지 더하면 현재 확인된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총 794건이다. 이 중 서울대 ㄱ교수는 부정한 공저자 논문을 통해 자녀가 강원대 수의학과에 편입학한 사실이 확인돼 입학취소 처리됐다. ㄱ교수 자녀는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과 대학원 입학과정에서의 의혹도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교육부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조사는 2년 전 시작됐다. 언론 보도로 연구윤리 위반 가능성이 지적된 이후다. 2017년 연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대학 자체 전수조사가 이뤄졌고, 지난해 이를 취합한 1차 발표가 있었다. 이번 특별감사에서는 3차례 대학 자체조사에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사실을 보고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교육부는 매년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시효를 늘리는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법령상 교원 징계 시효가 3년이어서 연구 부정행위로 판명돼도 징계할 수 없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수 자녀에 대한 논문 공저자 등재, 대학입시 활용은 부모 지위를 이용해 자녀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국민 상식에 어긋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검증하고 각 대학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잘못을 뿌리 뽑아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교수사회도 교육·사법 당국의 적발에 앞서 윤리실종의 오명을 씻는 자정노력을 벌이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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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말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은 전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들이 모여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토론을 통해 세계경제의 전망과 여러 정책들의 방향 등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는다. 중국이 세계 2강으로 부상하면서 2007년부터는 하계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새로운 챔피언들의 연례총회가 다롄과 톈진에서 매년 번갈아 가며 개최되어 왔다. 하계 다보스포럼의 특징은 혁신, 과학기술, 창업가 정신이 주요한 주제들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혁신에 중요한 교육에 관한 주제들도 그간 많이 다뤄져 왔다. 내가 계속 참여했던 이 교육 세션들 중에서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되었던 적이 있다. 10여년 전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여러 나라 교육부 관계자들과 함께한 세션에서 “앞으로는 학교에는 숙제하러 가고 집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즉, 숙제할 때 잘 몰라서 선생님이 필요한데 집에는 선생님이 없으니 학교에 가서 숙제하고, 공부는 집에서 교과서, 참고서 등을 보며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교실에서 칠판만 쳐다보고 하는 것이 생각해 볼 점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유튜브나 무크, 코세라, 테드 등을 통해 세계적인 학자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고, 그 외 많은 지식들을 본인이 쉽게 찾아서 습득할 수 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은 검색엔진에 물으면 어느 정도 수준의 답은 대부분 얻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 전 세계 전문가들과의 연구를 통해 21세기 더욱 벌어질 기술격차 문제와 그 문제를 풀기 위하여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을 위한 새로운 비전: 기술의 가능성을 풀기’라는 리포트를 발간하였다. 우선 21세기 필요한 기술을 크게 세가지 특성으로 구분하고 16가지 매우 중요하게 습득해야 할 세부 내용들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학생들이 핵심기술들을 매일매일 풀어야 할 과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 지식이다. 이 기초적 지식과 소양에는 문해력, 수학, 과학, 정보통신기술, 금융, 문화 시민의식의 6가지가 강조되었다. 둘째는 학생들이 어떻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한 능력이다. 이에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소통력, 협업능력의 4가지가 포함되었다. 셋째로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요구되는 개개인의 질적 역량이다. 이에는 호기심, 목표설정 및 추진능력, 끈기, 변화 적응력, 리더십, 사회문화적 인식능력의 6가지가 포함되었다. 

이 중에서도 미래 인재의 핵심인 소통, 협업, 문제해결 능력은 어떻게 함양할 수 있을까? 답은 2010년 설립되어 2014년 첫 신입생들을 받은 미네르바 스쿨에서 일부 찾을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캠퍼스가 따로 없으며 학생들은 세계를 돌며 글로벌 기업들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로 성장한다. 교수와 화상수업을 하며 인턴십, 토론, 많은 양의 과제 수행을 통해 수업만이 아닌 학생의 경험 전체를 교육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효과적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함양 습득 발전시키며, 자연스럽게 협업능력을 배양한다. 하버드대나 MIT보다도 입학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미네르바 스쿨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또한 사회적 능력과 감성적 능력이 중요하다. 미래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된다. 미래의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평가할 때 지식의 수준을 시험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그룹으로 협업을 한 뒤 그 협업의 결과물의 우수성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 과정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그들이 가질 직업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 또한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이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리가 다 알면서도 실제 학교 교육에 적용하지 못했던 것들부터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공감능력, 상호존중, 협상능력, 감정조절능력, 실패로부터 배우는 능력, 성공을 위한 자신감, 자기결정능력 등을 함양시키도록 해야 한다. 좋은 문제를 찾는 능력과 그렇게 문제를 찾기 위한 충분한 전공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이러한 21세기 필요 인재들을 길러내는 데 적합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는 학생들과 원하는 인재를 찾을 수가 없다는 기업. 이러한 불일치는 이미 우리 교육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오래전부터 말해 왔다. 우리가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았을 뿐.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업들은 미래 신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하여 자체 교육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인적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신사업 업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및 연구 통합 플랫폼인 SK유니버시티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기업과 대학이 특정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을 이용한 계속교육과 평생교육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교육방식이 될 것이다. 당연히 대학들도 변신을 하여야 한다. 카이스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에듀케이션 4.0과 융합기초학부 프로그램은 미래에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한 시스템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혁하는 미래시대에 필수적인 문제해결능력과 협업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매우 우수하며 무한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내 제자들만 봐도 그렇다. 이미 졸업을 한 많은 제자와 지금의 제자들을 보면 내가 그들 나이 때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결국 교육시스템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미래 경쟁력을 갖기 위해 초·중·고 및 대학교 교육시스템을 지금 당장 혁신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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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학교가 설립목적대로 운영되기보다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통로로 기능하며 고교서열화와 공교육 황폐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 때문이다. 중등교육은 물론 유치·초등 단계의 조기 입시과열 문제에도 일정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다.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서열화의 정점이자, 외고와 같이 특목고에 해당하는 과학고를 논의에서 뺀 것은 한계다. 

최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대입제도 개편 관련 당·정·청 회의에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계획이 논의됐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은 교육부가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의 맞춤형 교육으로 자사고·특목고의 다양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권학교 폐지와 고교서열화 해소는 현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최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결과 특권 대물림 교육 해소 방안으로 고교서열화 해소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8%에 이를 만큼 여론의 지지도 높다. 현재의 교육현장 황폐화엔 자사고 100곳 지정 등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이 큰 이유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별한’ 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기며 입시 연령이 낮아졌고, 원하는 고교에 가지 못하고 일반고에 진학한 아이들이 일찍부터 열패감을 느끼며 일반고 황폐화가 가속화됐다. 

고교서열화 철폐와 공교육 정상화가 목적이라면 과학고와 영재학교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른바 ‘스카이대’와 의대 입시에 최적화된 교육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부르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들이 제외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되레 이 학교들로 몰리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된다. 시민단체의 제안대로 영재 위탁교육 기관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정부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 강남 쏠림, 고교학점제와 고교 내신 절대평가 안착 방침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빈틈없이 준비하되,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살리는 교육다운 교육이라는 목표를 뒷받침할 만한 현장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굳이 시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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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장애인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중학교 때 반장의 오빠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정도다. 친구 아버지는 아들의 존재가 집안의 수치여서 학교에 안 보내고 집에서만 지내게 했다. 어느 날 집에만 갇혀 있던 오빠가 발가벗은 채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사건이 생겼다. 그날 이후 반장은 급격히 말수가 줄었고 그 일이 없던 것처럼 반장을 대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브린 브라운은 수치심이란 단절에 대한 공포라고 말한다. 나의 약점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나와 관계를 끊을지 몰라 두렵다. 수치심은 취약성에서 비롯되기에 우리는 완벽해지려 애쓰고 부모는 아이의 불완전함을 고치려 하고 숨긴다. 그런데 취약성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서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진정한 기쁨과 사랑, 창의성, 소속감의 원천이 된다. 반장의 아버지가 “이대로 충분해,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하는 용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 사회의 성숙도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분리, 단절시키고 격리,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초등 시절부터 아이들은 교과서 지식보다 사회와 삶 속에서 더 강렬한 배움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인 부모나 교사와 같은 어른들이 우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예민하게 감지하며 자신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내 어릴 적 어른들은 외면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 대답해야 할 상황을 맞이했다. 학급에서 민수(가명)를 만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좋아하고 만 단위 이상 큰 수를 잘 아는 민수는 시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귀여운 아이다. 박자 감각이 좋고 잘 웃는 민수를 사람들은 그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려워 수업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고 수시로 “지금 몇 시야?”라고 묻지만 친구들은 그런 민수를 자상하게 돌봐주고 챙겨주었다. 통합학급에서 아이들은 모든 것을 해주지 않되 필요할 때 도울 수 있는 알맞은 거리를 체득하는 지혜를 배운다. 개별화 수업 갈 때 민수가 훌쩍이며 안 가려고 하자 친구들이 달래서 복도 끝에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언젠가 책을 읽어주는데 듣고 있지 않는 것 같던 민수가 아파트 10층을 걸어 올라갔다는 부분에서 “(계단 올라가면) 힘들어”라고 툭 던졌을 땐 다 같이 웃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민수로 인해 우리 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학예회, 운동회, 체험학습, 급식시간 등 ‘민수 입장에서 어떨까?’ 하는 배려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민수를 보듬는 따스함이 교실을 훈훈하게 덥히면 우리들 사이에는 조용한 자부심이 차올랐다.

민수의 담임이 되면서 학교의 의미를 새삼 고민하던 중에 도종환 시인의 ‘나뭇잎 같은 사람 많다’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눈에 뜨이는 화려함이나 돋보이는 빛깔 같은 것을 지니지 못한 나뭇잎’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평범한 이파리들이 가장 오랫동안 나무를 떠나지 않고 나무와 함께 있으면서 기쁨과 고난과 시련을 같이’하듯이 민수와 친구들은 함께하고 있다. 

그런 나뭇잎 같은 나날들이 모여 우리 모두의 삶에 든든한 숲을 드리울 것이라 믿는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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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학교를 떠나는 초·중·고교생이 9만명가량 된다. 학교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를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라고 한다.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가 상당한데도 이들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있는 지원방안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8일 개최한 ‘학교 밖 청소년’ 관련 토론회에서 공개된 ‘서울 학교 밖 청소년 실태와 지원현황 분석’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는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46%)’로 나타났다. 이어 ‘심리·정신적인 문제’ 32%,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22%, ‘학교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아서’ 19%, ‘검정고시를 준비하려고’ 18%, ‘내 특기를 살리려고’ 17% 순이었다. 학업중단 후 겪고 있는 어려움(복수응답)으로는 ‘선입견과 편견, 무시(47%)’ ‘의욕 없음(37%)’ ‘진로 찾기 어려움(36%)’ 등을 많이 꼽았다. 

교육청의 지원 사업을 경험해 본 학교 밖 청소년들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지난 5년간 서울에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를 그만두고 주로 한 일로 검정고시 준비와 대학입시 공부(각각 24.6%)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관련 정보나 지원이 전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국청소년정책원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은 2017년 기준 41만2587명(만 7~18세)으로 추산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늘어나며 2015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소관 부처가 뿔뿔이 나뉘어 이들이 어디서 어떤 지원을 받으며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자발적인 자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기 청소년, 문제아라고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어떤 길을 택하든 이 사회에서 잘 자라 제 몫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전방위적 대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편하게 손을 뻗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각 정부부처, 각 기관에 흩어진 정책들을 통합적·유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 모두의 모든 아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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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여학생을 상담했다. 교실에서도 털모자를 벗지 않았고,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그런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궁금해서 상담을 위한 공감대(라포)가 형성되기를 기다려 물어봤다. 빙긋 웃으면서 모자를 벗는데 놀랍게도 짧게 자른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동전만 하게 머리카락이 뽑힌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다. 용모에 신경을 쓰는 여고생의 모습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모습이라 이렇게 된 이유를 물어봐도 되느냐고 했더니,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학습이나 생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 버릇이 되었단다. 유치원에 다닐 때 자기 앞에서 어머니가 음독자살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정신과 집중치료도 받았고 현재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머리카락에 손을 대는 것만은 끊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학생의 그런 증상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꿈을 사회복지사로 정하고, 자기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면서였다. 자신이 가장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가 진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체험과 탐구를 하면서,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수고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길을 찾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특별한 트라우마가 있는가 하면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추억으로 이루어진 트라우마도 있다. 1980~19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남학생들이 학교 교사들에게 당한 구타나, 여학생으로서 경험한 성적 추행들은 그 세대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트라우마의 근거가 된다.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각목으로 반 전체를 구타하는 모습이나 여학생들의 속옷을 들추고 음담패설을 일삼는 교사들의 모습은 지금 보면 끔찍하지만, 인권의 가치가 무시되던 시절에는 일상이었으니 이제 중년이 된 세대들에게는 교사라는 존재가 어떻게 각인되었을지는 뻔하다. 

문제는 이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기성세대가 현재의 학교현장을 과거의 기억으로 판단하여 교사들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 교육의 기본 틀이 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은 교사들의 주도적 역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의 평가를 대비한 수업이 아니라 수업 자체에서 교육의 효과와 가치를 찾아 평가까지 이루어지는 일체형 교육을 추구하는데, 이런 교육과정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면서 부정하는 흐름이 정치권에 있고, 그 기저에는 앞서의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 이런 흐름은 결국 교육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목소리 큰 학부모들에 끌려다닌 결과이기 때문에 국가교육의 비전보다는 오로지 계층 간, 지역 간 입시경쟁에만 매몰되는 결과가 된다.

앞의 사례와 같이 개인의 트라우마도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극복되었는데, 교육의 미래가 과거의 집단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국가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교사들을 믿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시라. 그들은 정치권이 좋아하는 수능 고득점을 받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믿을 만하지 않은가?

<한왕근 청소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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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딸의 교육 문제로 ‘특권 대물림’에 대한 국민 정서가 차갑다. 그동안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 조국 사태가 결정적 단서가 되어 불만과 분노가 일거에 터진 것이다. 시민들은 불법적 통로만이 아니라 합법적 통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교육 불평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시민들은 대학입시라도 공정하게 치르기를 요구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결과가 정의로울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인 것이다. 이것이 ‘대입 기회와 과정의 공정성’을 요구하고 수능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담긴 뜻이다.

문제는 ‘입시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찾으면 길을 잃는다는 점이다. 대입 공정성은 기껏해야 ‘정시 확대’나 ‘학종 비교과 대폭 삭제’ 정도인데, 정시 확대는 교육의 미래를 볼 때 엄청난 퇴행이다. 수능 문제풀이 암기 수업은 글로벌 교육 경쟁에서 낙오를 의미한다. 학종 비교과 대폭 삭제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시민들의 불공정 불만 대책으로서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입시의 공정성’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 해법, 즉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중단’을 문제 해결의 새 길로 보고, 상응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민들이 “결과가 정의로울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기회와 과정만이라도 평등하고 공정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할 때, 정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회와 과정만이 아니라 결과도 정의로운 길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응답해 시민들의 답답한 맘을 풀어줘야 한다. 즉 ‘최소한’의 공정성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최대한’의 공정성으로 화답해야 한다. 최대한의 공정성이란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자체의 해소’에 있다. ‘영어 유치원→사립초→국제중→자사고·특목고→SKY대→출신 학교를 차별하는 특권직업’이라는 이 특권 교육 트랙을 끊어낼 때가 왔다.

‘대입의 공정성’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해소를 통해 공정성에 대한 욕구 전체를 수용하자는 것이다. 대입의 공정성만을 주장하게 되면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를 놔두고 그 안에 들어가는 티켓만 공정하게 주자는 것이 된다. 이는 또 다른 재앙이자 문제 해결의 하책에 그친다. 국가가 근본적으로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를 혁신할 때, 대입 공정성 요구에 담긴 국민들의 요구도 더 잘 수용하게 되는 셈이다. 그게 낫다.

정부는 당장 ‘특권 대물림 교육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특권 대물림(교육) 지표’를 발표해야 한다. 대물림 입시 경쟁의 핵심 이유인 ‘수직적 대학 서열구조’ 개혁이 제일 시급하다. 정치의 힘으로 역부족이니 지금껏 방치했다. 이 과제야말로 ‘국민 참여형 공론화 기구’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 출신 학교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 제도’ 법제화는 대학 서열 극복의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 외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새삼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개혁해도 약자들의 삶은 곤궁하다. 그러니 취업과 진학 때 지역·계층 할당제 시행 등 소위 흙수저 계층을 위한 적극적 배려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학종 비교과 폐지 등을 중심으로 한 공정한 입시정책을 추진할 때, 비로소 국민은 안심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이 방향을 선택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송인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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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심의에서 윈터 위원이 한국 정부 대표단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 교육의 목표란 과연 무엇인가. 아동을 통해 돈을 벌려는 것인가, 아니면 아동이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인가?” 그러고는 지나친 입시경쟁 교육에 대해 지적했다고 한다. 아동을 통해 돈을 벌려 한다는 말은 교육을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일종의 학벌투기 현상에 대한 지적으로, 그 흐름 속에 일조하고 있는 한 명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혹자는 그래도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것이 교육열 덕분이고, 작은 나라에서 살아가려면 경쟁이 필수인데 속 모르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학벌투기 과열로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몇 해 전 수업 시간이 생각난다. 7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7교시 마지막 시간이었다.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 대부분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어떻게든 깨워서 수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이쪽 아이 일으켜 놓으면 저쪽 아이 다시 엎드리고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아 어떡하나 고민하다 그 전 주에 가르쳤던 ‘비폭력 대화법’의 느낌말로 자신의 상태를 한 단어로 표현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졸린, 지겨운, 피곤한, 답답한, 돌아버릴 것 같은, 심심한, 배고픈’ 이런 단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느낌 뒤에 충족되지 않은 욕구에 한 명 한 명 공감하니 시들어가는 화분에 물 주면 살아나듯 하나둘씩 아이들의 머리가 들리고 눈빛에 생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아이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했다. 우리 때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고, 누구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하루 7~8시간을 학교가 정한 시간표와 규율 속에서 보내고 대부분 집에 돌아가 3~4시간을 학원에서 보낸다. 이를 견디고 있다. 부모를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미성년이기에 감내한다. 한 아이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특목고를 준비하던 아이였는데 “우리 엄마는 내가 행복한 꼴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사춘기가 반항기라 하더라도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물으니 엄마는 자신이 잠깐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면 예외 없이 ‘그래 가지고 특목고 갈 수 있겠느냐’고 야단을 친다는 것이다. 

이 시대 대한민국 학생들은 대부분 행복하지 않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깃발을 연신 흔들며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고 경주마처럼 달리라고 독려하지만 언제까지 아이들이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속아줄지 모르겠다. 부모세대가 사는 모습을 봤을 때 그렇게 살아도 썩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0.98명이라는 아주 낮은 출산율이 어려운 취업과 높은 집값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삶의 생기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희망을 어디서 붙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교육관료와 교사들은 교육의 목표가 ‘입시 경쟁 교육이다’라고 솔직하게 인정이라도 하자. 그래야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의문에 공감할 수 있고 더 이상 회유와 협박으로 아이들을 현 교육제도에 묶어두려는 공모 행위를 멈추고 새로운 변화를 함께 모색할 수 있지 않겠는가?

<손연일 월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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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사립 초·중·고교 법인이 내야 하는 법정부담금 중 실제 법인이 부담한 비율이 3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곳 중 1곳 이상은 법인에서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사학법인이 미납한 법정부담금은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교육청의 재정결함교부금으로 메우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학의 공공성·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처음으로 법정부담금 법인부담률 실태를 공개한다.

2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이 법정부담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은 사립 초·중·고등학교는 전체 348곳 중 39곳(11.2%)이었다. 전체의 79.6%가 법정부담금을 절반도 내지 않았다. 법정부담금은 사학법인이 학교운영을 위해 꼭 내도록 한 교직원 국민건강보험·사학연금·재해보상부담금·비정규직 4대보험 등이다. 사립학교 법인은 학교를 설립할 때 교육을 위해 필요한 교육용 기본재산과 함께 학교운영을 위해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생긴 수입으로 공과금이나 법정부담금 등을 내야 하는데, 이를 내지 못할 경우 결국 세금이 투입된다. 지난해 서울지역 사립 초·중·고교가 내야 할 법정부담금 총액은 940억원이었지만, 법인이 부담한 액수는 279억원으로 29.7%에 그쳤다.

사학의 법정부담금 법인부담률 저조현상은 서울뿐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시·도교육청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사립학교 평균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17.6%였다. 각 지역 교육청들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이 사립학교 법정부담금 법인부담률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이후 인천·경기·충남교육청 등도 사학 법정부담금 납부현황 공개, 법인 납부율에 따른 인센티브·페널티 강화, 무료 재무컨설팅 마련 등의 방안을 밝혔다.

사학법인들의 법정부담금 문제는 해마다 지적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약속한 금액을 못 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책임을 다하지 않은 법인과 약속을 잘 지키는 법인 사이에 아무 차등도 없다. 차제에 법정부담금 납부율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강화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도 필요하다. 학교를 설립해 놓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학교법인의 재산은 차츰 국가에 귀속시켜 공립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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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든 국가든 과거 활동이 쌓여 현재의 모습을 이루듯이 미래의 모습은 끊임없이 진행되는 현재 활동의 축적 결과와 다르지 않다. 현재의 활동은 현 상황에 대한 인식 여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현 상황 인식은 과거에 대한 인식 여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국가 차원의 과거를 국사라 할 때 국사 인식은 국민 개개인의 현 상황 인식 및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사 인식은 자기 인식이다. 자기를 알고 남을 알면 백전불태라는 손자의 명언도 있거니와 바른 국사 인식은 국가의 안위와도 관련 있다. 바른 국사 인식은 바른 활동의 전제가 되고 현실의 가당찮은 주장을 약화시켜 국력 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국가 차원의 바른 상황 인식을 위해서는 다수 국민의 바른 국사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올바른 국사 인식 여부는 일차적으로 공교육의 책임이 크다. 이와 관련하여 3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유실된 시간과 강역의 복원이다. 고조선과 발해(원명은 대진국) 역사의 교과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연구성과로 상당 부분 복원된 고조선사가 대폭 교과에 반영되어야 한다. 상고사에 대한 선명한 인식만으로도 우리의 정체성은 한결 고양될 수 있다.

둘째, 식민사관의 척결이다. 한반도 주변 강국인 중국과 일본의 역사침탈은 작금의 일이 아니다. 일제의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이 그 예다. 침탈국의 이익을 위해 피침탈국 역사가 왜곡, 축소, 종속되는 식민사관은 용납될 수 없다. 가관인 것은 우리 학계 내 식민사관을 방조, 뇌동, 추종하는 세력의 태도다. 한사군재한반도설이나 임나일본부설 등 학설의 미명 아래 난무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은 원천적으로 추방되어야 한다.

셋째, 편파성의 극복이다. 역사기록은 어차피 기록자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명백한 불공정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사상과 이념을 빌미 삼아 과거 일제에 빼앗긴 국권 회복 운동에 헌신한 독립투사의 혁혁한 공적이 과소평가된다면 우리의 역사 이해는 지극히 분열적이고 편벽될 수밖에 없다. 독립투쟁의 공적이 사상과 이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닌 이상 공정한 잣대로 항일독립투쟁사를 온전하게 재조명해야 한다. 편파적인 국사 인식은 현 상황에 대한 파행적인 인식과 바르지 않은 활동을 초래하여 우리의 미래 모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국사 공교육이 미흡하다면 개선을 촉구한다. 바른 국사 교육은 바른 국사교과서로부터 비롯한다. 바른 국사교과서를 편찬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하고 바른 국사를 교육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국사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른 국사 교육이 바른 상황 인식 및 활동으로 이어지려면 한 세대 이상 걸린다. 갈 길이 멀다.

<김범창 |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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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자가 대안학교 졸업생 현황을 연구하고 싶다고 도움을 청해왔다. 졸업생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었지만 미흡한 여건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터라 제안이 반가웠지만, 한편 조심스럽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어떻게 지내나요?” 대안학교에 관심 있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다. 대안학교 졸업 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말이기도 하고, 그 질문 속에는 그럼에도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숨어 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서른을 넘어선 제자들부터 20대 초반의 제자들 얼굴까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들의 각양각색의 삶이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나면 더욱 함부로 입을 열기 어려워진다.

직종으로 보자면 문화예술 분야나 시민단체, 사회적 경제, NPO(비영리단체) 분야가 많은 편이다. 유학을 간 친구들도 있고, 간혹 공무원이나 회사원도 있다. 길을 찾는 중이지만 남들 보기엔 백수처럼 보이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직업의 종류만으로 그들의 삶에서 ‘대안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수시로 그들의 직업이 바뀐다. 몇해 전 졸업생 당사자 몇명이 졸업생 현황을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그만두었다. 조사하는 동안에도 계속 바뀌는 그들의 직업을 일일이 연구에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20대라 그렇기도 하지만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특성이 그렇기도 하다. 기존의 것에 순응하기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기획자, 창작자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세상은 넓고, 재밌는 일은 많고, 기술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수도 없이 생겨난다.

또 하나 대안학교 졸업생을 제대로 연구하기 어려운 점은 그들의 대안성은 ‘형식’보다 ‘내용’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보다 그들의 생각과 삶을 대하는 태도 속에 더 대안교육의 냄새(?)가 스며들어 있다고 느낀다. 손님에게 거짓말을 종용하는 대표의 지시를 거절하고 사표를 낸 음악사 직원이나, 노래방에서 여직원들에게 치근대는 상사 때문에 회식 보이콧을 선언한 공무원이 그렇다. 어쩌면 대안교육이 기르고자 했던 인간상은 적절히 눈감고 세상에 적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불의와 불화하는 프로불편러가 아닐까 싶다.

도농을 연결하는 청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 제자는 자신이 ‘모범적인 대안의 길’을 걷는 사례로 손꼽혀 이런저런 자리에 초대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자신의 삶으로 대안교육의 훌륭함을 증명해내려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 불평 속에는 무엇이 대안적인 삶인가, 하는 고민도 있다. “일찍 결혼해서 두 아이 엄마가 된 동기 ○○의 삶은 대안적이지 않은가요?”

‘대안적인 교육’은 ‘대안적인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대안학교가 포스트 중등과정을 만들기도 하고, 마을 안에 졸업생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밥벌이의 엄중함을 모르지 않을 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원칙을 지킨다면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간들 어떠랴. 

다만 긴 일생에서 ‘무엇이 대안인가’ 하는 질문을 놓지 않기를, 불투명함이 삶의 본질임을 깨닫고 일렁이는 불안에 몸을 맡기며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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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8~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한국 정부 아동인권협약 이행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위원들은 “한국 공교육의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정확히 꼬집은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정부 대표단과 별도로 제네바에 동행한 ‘유엔아동권리협약 한국 심의 대응 비정부기구(NGO) 연대’(이하 NGO연대)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한국 교육은 아동의 잠재력을 십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한국 정부는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 교육의 목표란 과연 무엇이냐. 아동을 통해 돈을 벌려는 것인가, 아니면 아동이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선거연령 등 아동의 정치 참여권 보장, 스쿨미투, 체벌과 징계권의 남용 등 아동인권 전반을 다뤘다. 아동의견 존중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화할 계획이 있는지, 선거연령 낮추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고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는 다음달 3일 한국에 대한 권고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이후 1996년 1차, 2003년 2차, 2011년 3·4차에 이어 이번에 5·6차 심의를 받았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한강의 기적’을 만든 원동력으로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성과가 장시간의 억압적 교육과 과도한 사교육이라는 허약한 체질 위에 쌓아올린 위태로운 탑이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급기야 국제사회로부터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따끔한 지적까지 받게 됐다. 이미 ‘고비용 저효율 교육’의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변화의 출발점은 ‘교육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눈가리개를 씌우고 입시와 출세라는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경주마의 질주와 채찍질은 이젠 멈춰야 한다. 정부와 교사, 부모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육은 1%, 10%의 아이들에게만 미래를 향한 좁은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 모든 아이들에게 인생을 안내하고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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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정시 확대론’이 분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시·정시 비율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편승하려는 목소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시 확대론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지난 17일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등 한국당 의원 17명은 대학 입시에서 특별전형과 수시모집을 폐지하고 수능 시험만 활용한 정시모집 100%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시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민주평화당도 지난 16일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정시모집 비율을 50%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시 확대론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은 17일 방송 인터뷰에서 “정시를 조금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병욱 의원(성남 분당을)은 최근 “정시 비율을 5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일 “2022학년도 입시는 기존 대입 개편방안 발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당정 회의 후엔 조승래 의원이 “정시·수시 비율 조정 문제는 협의 자체에 포함될 수 없다고 본다”고 정시 확대론을 경계했다.

‘조국사태’로 촉발된 대입제도 개선 논의가 정시 확대론으로 튀고 있는 상황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각 분야의 목소리를 듣고 지난해 마련한 2022년까지 정시 30% 단계 확대 방안이 시행되지도 않은 상태다. 특히 최근엔 계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정시를 선호하며, 하층은 상대적으로 입시 관련 논의에서 배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정시는 상위층과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기존의 실증적 연구 결과도 많다. 대통령의 대입 개선 발언 이후 증권사들은 정시 확대 논의와 교육 테마주의 수혜를 전망했고, 예측대로 사교육 업체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시 확대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수능·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와 배치된다. 

총선이 가까운 시점에서 정시 확대 같은 화끈한 한 방으로 주목받고 싶은 유혹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장·단기 효과에 대한 면밀한 교육적 평가나 비전 없이 정시 확대가 만병통치약인 듯 주장하는 것은 학생·학부모 불안을 야기하고 공교육을 저해하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국회가 할 일은 중구난방 의견 개진이 아닌, 종합적인 비전 마련과 차분한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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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가 느닷없이 쏘아올린 불씨 중 하나는 ‘교육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재검토’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교육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기세다. 맥 빠지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큰 기대는 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4개국의 입시전형을 분석한 &lt;세계 각국의 대학입시제도 연구&gt; 보고서를 보면 주요 대입 전형요소는 몇 가지로 모아졌다. 국가수준 대입시험과 고교 내신, 대학별 고사, 비교과 활동 등 4가지를 혼합하는 방식이다. 어떤 요소들을 택해 어떤 비율로 사용하는지, 대입시험의 성격이 선발인지, 고교 졸업 자격시험인지, 몇 번의 기회가 있는지, 내신이 절대평가인지, 상대평가인지 등 세부 차이만 있을 뿐 하늘 아래 뚝 떨어진 새로운 방법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건 이런 부분이다. 6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1.8%)의 2배에 이르는 고등교육의 민간 부담 비중, OECD 평균(44.3%)보다 한참 높은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이수율(69.6%) 같은 것. 최근 ‘OECD 교육지표 2019’에서 발표된 이 수치들은 뭘 말하나. 대부분 대학교육 이상을 받으니, 대학 졸업장은 아무리 비싸도 기본으로 따 놓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일명 ‘스카이’ 출신들이 각 분야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스카이 공화국’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의원 중 47%(140명), 장차관급과 중앙행정기관 1급 이상 공무원 중 핵심 직위 232명을 대상으로 한 경향신문의 ‘파워엘리트’ 조사(2019년 5월)에선 64.2%(149명)를 이들 3개 대학 출신들이 차지했다. 전국의 4년제 일반대가 201곳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한편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참으로 아득한 사회다. 통계청이 올해 초에 발표한 ‘2017년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노동자 중 가장 소득이 높은 40대의 월평균 소득은 260만원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20대 평균소득(271만원)보다도 낮았다.

우리 모두는 실상을 알고 있다. ‘교육개혁’이라고 말할 때의 관심은 대개 입시와 학벌, 좋은 직업에 진입해 안정적 삶을 보장받기 위한 일종의 ‘증명서’ 받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교육이라고 말하지만 교육의 본질인 ‘배움’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 사회다. 한 번의 성공, 혹은 실패의 대가가 너무 과도하거나 혹독하다. 입시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는 개인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하다.

결론은 뭔가. 여러 얘길 할 수 있겠으나, 우선 한 가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싶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학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직업군의 특권을 내려놓도록 했으면 한다. 의사, 법조인, 대학교수 정도가 대표적일 것이다. 조국 사태가 드러낸 욕망과 질시, 분노의 고리엔 우연히 이 3가지 직업이 겹쳐 있다. 일종의 묵시일지도 모른다. 다들 그렇게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의료사각지대는 왜 그렇게 늘어나고 외과전문의 등 꼭 필요한 의사가 부족해 수술절벽까지 걱정해야 하나. 로스쿨의 도입취지는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대량으로 배출해 법조 문턱을 낮추자는 것인데, 왜 법조인의 문을 다시 좁혔나. 대학교수와 시간강사의 처우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 날 이유가 있나.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대폭 늘려 특권은 줄이고 좋은 일자리는 나눴으면 한다. 나아가 고위공무원이나 정치인, 대기업 직원들의 과도한 특권을 내려놓을 방법도 논의하자.

너무 이상적이라고? 다시 말하지만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 한 교육개혁은 거짓말이다. ‘격차사회’ 완화 없이 학종 몇 프로, 정시 몇 프로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직업세습 2라운드’가 시작될 테니까. 귀화한 러시아 출신 학자 박노자의 표현을 빌리면, 본질을 외면하고 해결책을 찾는 우리 모습은 “정로환으로 암을 치료하는 시도”다.

성공의 관건이 있다. 미국인이 썼지만 한국 상황과 무척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 &lt;20 VS 80의 사회&gt;가 힌트를 준다. 중상위층들은 최상위 1%를 손가락질하며 불평등을 비판하지만 이는 위선이라는 것, 발언권과 정치력을 독점하는 중상위 20%가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이 책의 주제다. 자발적으로 안된다면,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강제하자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사회의 어디쯤 서 있는가. 겉으론 욕하면서 어떻게든 승자독식의 대열에 속하려는 열망을 나와 당신이 고쳐먹지 않는 한, 교육도, 개혁도 기대할 수 없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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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가르치던 학생 중에 은서(가명)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의 옆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그래도 수업시간에는 매번 학습지를 다 채우고 검사를 받으러 나왔다. 그런 은서가 어느 날 수업 내내 엎드려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은서에게 가서 물었다. “은서야, 왜 오늘은 검사받으러 안 나와?” “어, 선생님 알고 계셨네요.” “그럼~ 너 매시간 필기하고 검사받으러 나왔잖아.” “저 사실은 다음주에 전학 가요. 그런데 아무도 몰라요.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은서와 새로 전학 갈 학교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그리고 며칠 뒤 복도에서 다시 은서를 만났다. “은서야, 머리 스타일 바뀌었네?” “어, 선생님 알아보시네요?” “당연하지. 전에는 곱슬곱슬했잖아.” “선생님, 제 머리 곱슬곱슬한 것도 알았어요?” 은서는 내가 말을 걸 때마다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 되물었다. 은서는 자신이 여기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묻고 또 물으면서 스스로 살아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듯했고, 나는 그런 은서를 볼 때마다 그가 달라진 점을 확인해주면서 은서를 응원했다.

영화 '아바타'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은 ‘사우보나(Sawubona)’라는 인사를 나눈다. 덤불 속에서 부족의 동료들이 보이면 “사우보나!” 하고 소리치는데, 이것은 아프리카 줄루어로 ‘네가 보여’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야보 사우보나!” 하고 외치며 “나도 네가 보여”라고 화답해준다. 나비족의 인사에 담긴 서로에 대한 다가감과 환대는 학교에서 안전하고 풍성한 배움의 공간을 만들어갈 때에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너의 지금 모습 그대로도 괜찮으며 너를 환영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느끼게 될 때, 그들은 비로소 자신을 믿고 배움의 공간에 참여하게 된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은서처럼 ‘나 여기 있어!’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그들 옆에서 ‘네가 보여!’라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너를 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데 익숙해져 있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상대방을 비난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특히 교사나 부모들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예의 바르며 공손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학생들의 존재에 다가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이란 학생들의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며 누구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을 때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흉악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럼 그렇지. 정말 달라지지 않는군.’ 무의식 중에 이런 판단을 갖고 있는 한, 대부분의 교육적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 되고 오히려 서로에게 미움과 상처만 남게 된다.

타인의 존재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신의 기대에 맞추려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 모두에게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 실제로도 늘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조금씩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허용하게 되고 서로의 작은 변화에도 주목하게 된다. 자신들의 작은 변화와 성취를 발견하고 기뻐해주는 따뜻한 시선을 경험하게 되면 학생들은 더 잘해보고자 하는 자발성과 책임을 갖게 된다. 오늘 우리 자신과 아이들에게 따뜻한 환대의 인사를 나누어보자. “사우보나, 네가 보여!”

<조춘애 광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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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고등교육 정부 예산안이 올해의 본예산 대비 7251억원 증가한 10조8057억원으로 편성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증액이라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예산은 없다.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요청한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은 100억원 미만이었지만 모두 삭감되고 말았다. 현 정부 대학정책의 허점이 심각하다.

지난 8월6일 교육부는 ‘인구구조 변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이하 ‘대학혁신방안’)을 내놓았다. 발표자료 첫 장의 첫 문장이 현행 입학정원 49만7000명을 유지하면 2024년에는 약 12만4000명의 입학생 부족이 예상된다는 것이니, 교육부도 곧 닥칠 현실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학혁신방안’을 들여다보면,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은 외면한 채 강제적인 정원 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펴던 당국은 힘이 부친 나머지 드디어 ‘자율’의 명분 아래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아예 내팽개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말 ‘대학혁신방안’대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4, 5년 후부터는 지방대와 전문대부터 문 닫을 학교가 속출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성난 표심을 의식하여 폐교 대상 대학이 생긴 지역 국회의원들은 뒤늦게 서로 힘을 합쳐 정부를 상대로 대책을 내놓으라고 법석을 떨 것이다. 한계사학 ‘소유주’의 다수는 교육부가 도입을 검토한다는 ‘해산 장려금’ 제도의 득실을 계산하며 실질적 자구책 없이 버틸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방 국공립대를 제외하면 대학이 황폐화되며, 이 과정에서 결국 사회적 약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기존의 구조조정 정책도 수도권보다는 지방대,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에 일방적으로 불리했다. 앞으로는 지방대, 전문대 학생들이 운영난에 시달리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심지어 학교가 없어지는 꼴을 더욱 자주 겪게 될 것이다. 여기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은 차기 정권의 심각한 정치적 부담거리이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대책을 마련할 때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외길 해법은 공영형 사립대 사업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2주기 대학평가(2017~2019)의 구분에 따른 소위 ‘자율개선대학’에 끼지 못한 ‘역량강화대학’도 그 책임은 대학 경영진에 있지 교직원은 별로 죄가 없다. 학생이야말로 억울한 피해자이다. 아무리 대학평가결과가 나빠도 촛불혁명의 과정에서 비리집단을 몰아내고 학교를 새롭게 바꿔내고 있다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학이다. 이런 학교들을 지원하여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 지역산업과의 역동적인 연계 또한 강화해야 한다. 입학정원을 줄이더라도 교원 규모를 감축하거나 교육과정과 학생 서비스를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내실을 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계사학들의 규모도 크지 않아 시범사업 예산도 많이 들지 않는다. 학교당 50억원씩 10개교를 시범대학으로 선정해도 연 500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시범사업을 2, 3년만 안정적으로 지속해도 효과가 나올 것이다. 우선 사학의 비리세력은 발붙일 곳이 점점 없어진다. 한계사학의 구성원들은 공영형 사립대 시범대학의 가능성에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위기 상황에서도 대학 민주화가 탄력을 얻는다. 대학 내의 민주적 소통과 의사결정 절차가 확보되면 학과 신설과 폐지, 입학정원 축소, 인근 대학들의 통폐합 같은 난제를 감당할 수 있다.

기재부가 공영형 사립대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국공립이 아닌 사립 고등교육기관 비중이 훨씬 더 높은 경우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뿐이다. 일본은 사립대 운영예산의 상당한 비중을 정부가 지원하지만, 우리는 사학의 등록금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일본 정부의 사립대 지원 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기재부로서는 예산 부담을 우려할 만하다. 그렇다. 예산은 든다. 심지어 서울의 ‘상위권’ 사립대도 자발적 정원 축소를 하면 상응하는 지원을 함으로써 대학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어쨌든 비용보다 혜택이 매우 큰 사안이며, 현재 연 4조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을 통해 재정 절감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일하다 안타깝게 숨진 한 젊은이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유사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젊은이는 월 144만원의 박봉에서 100만원씩을 대학 공부를 위해 저축하고 있었다고 한다. 전국에 이런 청년들이 수없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고등교육 투자 확대는 국가의 큰 책무이지만, 우리의 대학개혁은 이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어야 옳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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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대학입시제도 개편과 관련한 비공개 실무진 회의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주문한 이후 장관이 주재한 첫 회의다. 지난 2일 차관 주재 회의에 이어 대통령의 태국 방문을 수행한 부총리가 귀국 직후 첫 행보로 택할 만큼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한 교육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공성 확보 방안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 대통령의 발언 진의와는 상관없이 대입 관련 논의가 곳곳에서 불붙고 있다. 대입 이슈의 휘발성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논의는 우려스럽다.

유 부총리는 이날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올해 초 업무보고 때부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오전 회의에서도 이 논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초점인 수시와 정시 비율에 대해서는 “대입제도는 중장기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2022학년도 입시는 기존 대입 개편방안 발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의 말대로라면 다행이지만, 대통령이 왜 대입을, 그것도 하필 왜 이 시점에 거론했는지 의아스럽다. 이미 정부 출범 초기 수능 개편안을 추진했다 유보했고, 거센 후폭풍에 몸살을 앓다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가까스로 결정한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원하는 명문대가 정해져 있는 현행 체제에서 대입 정책은 제로섬이고, 모든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이해 당사자들은 유불리에 따라 기를 쓰고 찬성 또는 반대를 할 것이다. 시점도,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은 논의다. “대통령의 대입제도 개편 지시는 부적절하다” “근시안적 대책이다” “교육혁신 의지가 실종된 상황에서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 지시는 ‘조국 사태’라는 소나기를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각계의 논평을 새겨들어야 한다. 

출처:경향신문DB

정부가 약속했던 교육개혁은 입시를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중장기 교육개혁을 논의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소환할 때다.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과 전문가, 수도권과 지방,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아이들과 부모 등 가급적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아니라 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교육정책에 대해 켜켜이 쌓인 불신을 닦아내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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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순방길의 문재인 대통령이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에게 화두를 던지듯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한번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것을 느낀다.

‘조국 사태’에 쏟아진 그 많은 감정과 말들 중에 공통적이며 공공적인 고갱이가 있다면 바로 ‘교육개혁’일 텐데, 과연 대통령과 ‘당·정·청 관계자’들은 사태와 해법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수시든, 수능이든 대입제도 개편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입제도는 구조적인 교육 ‘불공정’과 경제적 불평등의 한 가지 고리일 뿐이다. 

대통령과 ‘당·정·청 관계자’들(화두를 받은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교육개혁을 책임질 수 있는 분들인가?)은 정권 출범 때 천명한 ‘100대 국정 과제’를 당장 다시 꺼내보시길 바란다. 49번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50번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51번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 52번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 그리고 76번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다. 다 좋은 명제다. 이런 과제들은 서로 얽혀있고 부동산과 지역 불균등 문제까지 연관되어 있다. 저 과제 하나하나가 꾸준히 제대로 실천될 때만 절망적 ‘불공정’과 그에 따른 분노와 환멸은 치유될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데 저 중에서 ‘당·정·청’은 무엇을 했나? 그리고 왜 못했나? 

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교육 부총리는 교육 주체들에게 정말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안 했다. 또는 못했다. 지난 5월2일 유은혜 부총리가 4개 교수 단체들을 한자리에서 처음(그리고 마지막) 만나주었을 때, 참석자들은 유 부총리와 교육부를 심하게 질타했다. 기실 큰 기대가 분노로 바뀌어가던 사람들의 호소였다. 격한 말을 많이 들은 유 부총리는 얼굴까지 붉어졌다. 부총리는 고충을 토로하다가 교육부보다 더 힘센 기재부를 탓하기도 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공영형 사립대 설치를 위한 예산을 800억원에서 0원으로 만들어버렸다. 강사법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예산도 쥐꼬리만큼 배정했다. 교육 불평등이나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무지 때문인지, 적폐세력의 농간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재부만은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교육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정부 청와대에는 교육 문제를 담당하는 수석비서관이 없다!), 교육부 내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 적폐, 그리고 정치인 출신 부총리 스스로의 한계가 겹쳤을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겐세이’는 상수다. 

교육 관련 국정과제와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지, 교육 주체들은 나름 많이 연구하고 계속 이야기해 왔다. 대입 정시 비율을 서서히 높이고 수시 전형을 더 공정하게 하는 것이나 자사고·특목고 등으로 위계화된 고교 제도를 개편하는 것뿐 아니라, 대학 개혁이 더 크다. ‘SKY’로 상징되는 학벌체제를 해체하는 것, 서울대 학부를 폐지하고 서울대를 진짜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하는 것,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국공립대를 육성하는 것, 공영형 사립대 제도를 도입하고, 사학비리를 모조리 캐내 엄단하고 사학법을 개정하는 것 등등이다. 

교육개혁의 방향을 정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어떤 힘으로 어떻게 합의를 도출하고 어떤 수순으로 해나갈 것인가도 난제다. 따라서 ‘당·정·청’의 대오각성뿐 아니라 교육부 자체의 개혁,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창출할 리더십과 논의 구조가 절대 필요하다. 아니라면 ‘수능 대 수시’ 같은 비본질적이고 전제 자체가 잘못된 논란 속에서 시간과 힘을 쓰게 된다.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조국 대란’이란 진통을 겪으며 다시 기회가 왔다. ‘당·정·청’은 과연 교육개혁을 시도할 의지나 능력이 있을까? 나는 아직도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시민들의 여론은 여전히 갈라져 있지만, 논란에서 정략적 이득을 보려는 한국당과 일부 세력을 제하면 시민들의 큰 뜻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촛불을 통해 겨우 물꼬를 튼 사회·경제 개혁을 통해 이 나라를 진짜 평등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환멸과 선동정치의 아수라장 속에 시민들을 방치하지 말고 사즉생의 각오로 개혁을 위한 공감을 다시 아래로부터 모아야 한다. 법만능주의와 ‘강남좌파’의 한계를 넘어 사회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고, 필요하면 교육부총리를 교체하거나 교육수석 자리도 새로 만들어 교육개혁의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효과가 클 것 같다. 위기는 기회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일지 모른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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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 서초구 ‘나래학교’가 다음달 1일 개교한다. 서울에 공립특수학교가 문을 여는 것은 2002년 서울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이다. 애를 태워온 학생과 가족들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다른 특수학교의 더딘 설립 속도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성숙도와 장애인 인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설립 추진 2년10개월 만에 문을 여는 나래학교는 비교적 큰 갈등 없이 추진됐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의 지체장애학생 66명(순회학급 포함 27학급)으로 교육을 시작하며, 향후 직업교육 과정까지 모두 35학급, 140명가량의 학생을 수용할 계획이다. 이곳도 한때는 인근 주민들이 학교 설립 조건으로 일반 건물 층수 제한 완화를 요구했으나, 그 대신 마을에 북카페를 지어주겠다는 교육청의 대안을 받아들여 문제가 해결됐다.

나래학교보다 일찍 설립을 추진한 다른 특수학교들은 아직도 난항 중이다. 2017년 9월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큰 비판을 받았던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당초 지난 3월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주민 민원 등으로 개교가 3차례나 미뤄졌다. 서진학교는 2013년 설립 계획을 세웠지만 이 지역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학교 부지에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총선공약으로 내걸면서 학교 설립이 표류했고, 몇 년이나 지나서 사회적 역풍을 맞고서야 겨우 첫삽을 떴다. 2012년부터 추진해온 서울 중랑구 동진학교는 아직 부지 확정도 하지 못한 상태다. 특수학교가 이처럼 기피시설로 간주돼 지역주민에게 보상을 제공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만큼 더 편한 학습환경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장애학생들은 비장애학생들보다 더 먼 거리를 통학하고 있다.

장애는 성격처럼 개인적 차이일 뿐이다. 장애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소득만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권 존중과 배려가 그 척도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장애와 비장애 학생들 간 벽을 허물고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집값 떨어진다며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언제까지 특수학교 설립이 특별한 뉴스가 되는 ‘비정상 사회’에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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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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