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스펙이 논란이 되면서, 과거 나경원 전 의원의 자녀에 이어 미국 대입제도가 다시 입길에 올랐다. 수사라도 이뤄지지 않는 한 구체적인 시비를 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식 입학사정관제 특유의 광범위한 회색지대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술하고 악용되기 쉬운 제도가 왜 오랫동안 한국 교육의 지향점인 것처럼 여겨졌을까? 보수와 진보가 모두 미국발 교육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인’이 외면되고 ‘시험’이 폄하되었다. ‘개인’은 어떻게 외면되었는가? 서구 선진국은 고전적 자유주의가 토대로 깔려 있는 나라들이고, 그만큼 개인이 누리는 권리의 폭이 넓다. 교사는 교재·수업·평가와 관련하여 상당한 자율권을, 학생은 교과목·교육과정 선택과 ..
“선생님!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고 싶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3년째 체험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현진이의 하소연이다. 현진이는 입학하자마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리고 친구들 얼굴도 모른 채 집에서 온라인 수업 수강에 돌입했다. 3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꿈에 그리던 학교를 만나는가 싶었지만, 학교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교육부 방역지침에 따라 학교는 현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옥죄었다. 코로나19를 난생처음 접하게 된 교사도 현진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학생들의 눈을 바라보며 상호 교감하던 수업 방식은 한순간에 박물관으로 사라졌다. 시커멓고 커다란 눈을 부릅뜬 카메라를 응시하며 혼자 진도를..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교육 공약 가운데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 대부분 ‘없다’고 답할 것이다. 무엇보다 뾰족한 대학 개혁안이 나오지 못했는데(발표된 공약은 ‘대학원’ 개혁안에 가까웠다), 이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관계자들을 수평적으로 모아놓은 탓이다. 또한 학부모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정책이 나오지 못했는데, 이는 교육정책단위 구성원 가운데 50·60대 남성이 75%나 된 탓이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아이 교육은 엄마 몫’으로 치부되지 않았던가? 여성의 비율이 75%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사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진보는 사교육의 원인이 ‘서열화’에 있다고 보고, 대학 서열을 완화·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는 사교육의 원인이 ‘공교육 부실’..
텔레비전에서 영양이 표범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보면 약육강식은 자연의 법칙처럼 보인다.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적자생존’ 따위를 배운 사람들은 별 의심 없이 인간사회도 그렇게 돌아간다고 믿는다. 학교에서 배운 인간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자 약육강식의 역사로 보인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권력자들이 핵폭탄에 집착하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일 것이다. 국가들이 앞다퉈 무력을 증강하듯이 개인들도 저마다 좀 더 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부와 권력을 손에 넣고자 기를 쓴다. 하다못해 주먹힘이라도 세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교육 또한 이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학교교육의 기본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름 아닌 ‘필승’일 것이다. ‘홍익인간’은 교과서에나 나오..
왜 세계는 K팝, K영화, K드라마를 주목하면서도 ‘K에듀(교육)’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을까. 이유는 하나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저출생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의 대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학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라는 인류가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고, 저출생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제 개편이 필수적이다. 유치원 1년, 초등 6년, 중학 3년, 고교 3년, 대학 4년으로 돼 있는 현 학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야만 한다. 개편의 방향은 간단하다. 교육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교육에 투여되는 비용을 줄이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빨리 배출하는 것이다. 세부 방안으로 유아학교 과정 1년을 정규과정으..
원하는 대학을 못 간 많은 고3들과 취업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이번 설날에도 친척들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미크론이 그들을 구해주었을까? 우리 사회처럼 나이가 비교 기준이 되는 사회,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10대와 20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저만치 앞서 달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것은 이들의 좌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30~40대가 되어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면, 뭘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에 왜 그렇게 일찍 좌절했던가 후회하게 되지만 당시에는 그런 눈을 뜨기가 힘들다.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한 1..
집과 학교, 학원을 뺑뺑이 돌면서 교과서와 참고서만 들여다보는 아이가 인간적인 성숙의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다. 창의적인 인재가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할 것이다. 시험공부만 한 아이가 자라서 작가가 되기는 힘들다. 삶과 분리된 교육으로는 학습에 흥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다. 입시교육의 한계를 자각한 공교육이 학교 담장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고자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경험교육이 강조되면서 초등학생들의 현장학습이 늘어나고,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체험학습 전문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한두 시간 흙을 만져본다고 도자기 빚는 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도공은 그릇을 빚기 전에 흙 속의 공기를 빼고 조직을 치밀하게 만들기 위해 흙을 치대는 작업을 하고 또 한다. 그 과..

살다 보면 벼락같은 깨달음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10년쯤 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던 시절, 한 교사를 만나 논의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논의를 마친 후 그가 쭈뼛쭈뼛 머뭇거리며 뭔가 다른 얘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몇 학년, 무슨 과목을 담당하게 될지를 신학년 시작하기 겨우 일주일 전에야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벼락에 맞은 느낌이었다. 20년쯤 전 입시학원 강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개강하기 두세 달 전부터 준비했다. 그런데 학교 교사들에게는 준비할 시간을 겨우 일주일밖에 안 준다니?… 아, 한국의 교사에게는 ‘교권’이 없구나. 나의 문제제기에 대한 교육청 내의 반응은 냉담했다. 3월1일자로 인사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고, 여지껏 별 탈이 없었는데 뭐가 문제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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