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교육'에 해당되는 글 519건

  1. 2019.12.06 [정동칼럼]새 대입제도, 출구는 있는가?
  2. 2019.12.05 [사설]학업성취도 떨어진 것이 진보교육감 탓이라니
  3. 2019.12.03 [사설]서울과학고의 ‘의대 진학 억제’ 결정 확산효과 기대한다
  4. 2019.11.29 [사설]대입 정시 40% 확대, 공교육 훼손이 우려된다
  5. 2019.11.22 [사설]‘인헌고 사태’, 학교 외부의 정치적 개입이 문제였다
  6. 2019.11.20 [여적]1타강사
  7. 2019.11.14 [경향의 눈]수능이 대체 뭐라고
  8. 2019.11.13 [기고]사교육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
  9. 2019.11.13 [정동칼럼]입시 개혁 서두르지 말자
  10. 2019.11.12 [학교의 안과 밖]더 높은 대학을 향한 마음
  11. 2019.11.11 [시선]정시냐 수시냐가 문제가 아니다
  12. 2019.11.08 [정동칼럼]교육부, 대학 민주화를 가로막는가
  13. 2019.11.08 [사설]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흔들림 없이 시행하라
  14. 2019.11.06 [사설]‘고교 서열화’ 부추기는 상위권 대학들, 공교육 해친다
  15. 2019.11.05 [학교의 안과 밖]갈등에 대처하는 자세
  16. 2019.10.22 [학교의 안과 밖]요즘 고3 교실, 재구성이 필요해!
  17. 2019.10.18 [사설]미성년 자녀들에게 논문 ‘상속’한 교수들, 교육자 맞나
  18. 2019.10.17 [이상엽의 공학이야기]교육을 바꿔야만 한다, 지금 당장
  19. 2019.10.16 [사설]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과학고도 포함해야
  20. 2019.10.15 [학교의 안과 밖]나뭇잎 같은 시간들

지난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의 교사, 교육전문가, 개별 대학, 교육시민단체 등이 새 대입정책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교사, 학부모, 학생, 대학과 사교육 시장까지 제각기 적응 방법을 놓고 주판알을 튀기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실망이 커서 이 논란에 말을 보태기 싫다. 그러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삶이 걸린 문제일뿐더러 현 정부의 국민적 지지를 갉아먹을 중대사인지라 몇 가지를 짚어 보자.

첫째, 새 대입정책은 명백히 졸속한 정책 전환이었다. 상당한 갈등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작년 여름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변수 탓에 느닷없는 변화를 교육현장에 강요한 셈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과 의지가 작용했다는 점도 정권에 큰 부담거리다.

둘째, 결과론이지만 교육당국과 교육운동단체 등 전문가집단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부정적인 여론을 과소평가한 점도 있다. 돈과 인맥과 문화자본으로 가능한 비교과영역의 각종 ‘스펙’, 달리 말해 공교육과 교사가 책임질 수 없는 범위의 활동이 반영되는 입시는 평범한 서민에게 ‘금수저’를 위한 전형, 상위권 대학의 은폐된 고교등급제가 작동하는 ‘깜깜이’ 전형일 수밖에 없다. ‘조국사태’에 앞서 일부 교수가 어린 자녀를 학술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연구부정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터라 여론은 더욱 냉랭했다.

셋째, 그렇다고 정시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더 나은 대안이 아님도 분명하다. 정시 확대가 ‘금수저’에게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법 나와 있지만, 수능성적 위주의 입시가 새 시대의 바람직한 제도가 되기는 어렵다. 김종엽 교수의 지적처럼 대학입시의 ‘공정성’은 매우 편협하게 해석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대략 상층 20%의 관심거리가 아닌 것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기란 무척 어렵다”(‘창작과비평’ 2019 겨울)는 점을 입증했다. ‘공정성’이란 이름 아래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격하며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편협함과 동일한 현상이었다.

넷째, 중요한 대선 공약인 고교체제 개편이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공언했지만, 그것은 다음 정권의 일이다. 현 정부는 당장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했던 과제를, 학교 평가를 통해 폐지를 결정하는 기존 제도를 어정쩡하게 따름으로써 이미 공약을 어겼다. 불과 얼마 전에 전북 교육청의 전주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교육부가 막아섰던 일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이대로라면 2025년에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해도 헌법소원에서 정부가 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선의 자녀 교육을 위해 능력껏 애쓸 권리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고교체제 개편은 어쩌면 학종의 폐해 극복보다 한층 절실했다. 정책 당국이 우리의 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의지가 확고했다면, 최소한 이명박 정부 이후 난립한 ‘자율형 자사고’들을 일괄해서 없앤 후 단계적으로 더 오래된 학교들을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나아갔어야 한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는 “현행 객관식 평가방식으로는 미래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어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교육 비전과 이를 담아낼 새로운 수능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 수능체계는 2025년에 전면 실시할 계획이라는 고교 학점제에 발맞춰 2028학년도부터 도입한다고 하지만,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일정이다.

유일한 해법은 현장 교사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북돋우는 길이다. 교육부도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정규교과과정 내의 비교과영역은 대입에 반영한다고 밝혔지만, 학종을 없애고 수능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전부 바꾸더라도 공교육 교사의 진취적 노력이 숨쉴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고등학생들이 문제풀이와 점수따기에 질리는 와중에도 양서를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길이며, 그나마 고교 학점제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물론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사회의 상층 20%가 무관심한 개혁 과제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의 ‘흙수저’ 청년들은 전문대학에 많이 다닌다. 전문대학의 절대 다수는 사립이며, 일반대학도 80%가 사립이다. 따라서 ‘공영형 사립대 사업’으로 이들 교육기관의 질을 높이고 대학의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해내야 한다. 대입 문제를 대입제도 개편으로 풀 수는 없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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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교육감 타령’이 또다시 나왔다. 이른바 좌파교육감(보수층이 진보성향 교육감들을 지칭)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이 계속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일부 언론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 한국의 순위가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2006년까지 좋았던 성적이 2009년부터 추락했다며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좌파성향 교육감들이 성적평가를 없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보수언론들은 ‘2018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생의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대폭 늘었다며 일제히 좌파교육감들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좌파교육감의 잃어버린 10년론’이다.

보수세력이 지칭하는 ‘좌파교육감’의 본격 등장은 2010년부터다. 3년마다 치르는 PISA 평가에서 이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따지려면 2012년 시험부터 얘기해야 한다. 2012년은 2009년보다 성적이 대폭 올랐다. 그 뒤 2015년 시험에선 대폭 떨어졌고, 2018년은 소폭 반등했다. 일관된 하향 추세가 아니다. 보수언론이 주목한 ‘모든 과목 1위 중국’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4개 도시만 참여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비교 대상인지 의심스럽다. 훌륭한 교육으로 자주 소개되는 이스라엘이 3개 영역 모두 하위권이라는 점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보수세력은 좌파교육감들이 일제고사를 표집으로 전환하고, 자유학기제 등의 도입으로 시험이 줄고 경쟁이 사라져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취지인 학습부진아 지원은 유명무실해진 채 성적 공개로 학교별 서열화만 야기했고, 예산과 평가에 연계되며 학교 간 경쟁을 부추겼다. 강제적 문제암기와 시험대비라는 반교육이 횡행하며 초등 일제고사를 표집으로 전환한 것은 박근혜 정부다.

“시험을 치면 칠수록 학습효과가 높아진다?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는 않는다”(<시험국민의 탄생> 중). 시험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지원인지, 전반적인 성적 상승인지에 따라 면밀한 진단과 지원방법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PISA 2018’에서 소폭 오른 한국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어떻게 평균치까지만이라도 끌어올릴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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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서울과학고(영재고)의 의대 진학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한 개선책을 내놨다. 내년 신입생부터 의대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환수 조치하고 교내대회에서 받은 상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이공계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와는 달리 해마다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이 4~5명에 1명꼴로, ‘의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비판을 받자 내놓은 대책이다. 국비로 지원하는 학교인 만큼 최소한의 책무성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실효성을 담보할 후속 방안 등을 통해 의대 쏠림·과열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일 서울과학고의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에 따르면, 학교는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일반고 학생보다 더 많이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비를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1인당 연간 500만원, 3년 1500만원 내외다. 입학 전형도 변경해 현재 지역별로 1명인 ‘지역인재 우선선발’ 인원을 2021학년도부터는 지역별 2명 이내로 2배가량 늘려 뽑기로 했다.

현재 서울과학고와 같은 전국의 과학영재학교는 모두 8곳이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법에 따라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자 설립,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국비로 지원된다. 그중 서울과학고의 의대 진학률이 가장 높아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왔다. 영재학교 8곳의 의대 진학률은 평균 10%가 되지 않지만,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졸업생 130명 중 30명이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해 23%를 넘었다. 2003년에 설립된 최초의 과학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의대 진학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과 비교된다. 이 학교는 의대에 진학하게 되면 고교 졸업장을 수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의대 진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서울과학고의 개선책은 의대들의 입시 전형 변화와 맞물려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학고·영재고 학생의 의대행은 주로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이다. 따라서 국비지원 학비 환수 등을 감수하고라도 의대 진학을 감행할 경우 사실상 이를 막기 어렵다. 교육부의 보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의대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입서열화의 정점에 의대가 자리 잡았고, 과학고·영재고는 의대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졌다.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학교운영은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교육청과 서울과학고의 조치가 효과를 거두고 다른 영재고로 확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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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8일 교육 불공정·불평등의 해소 대책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대입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고교 비교과활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조국사태’를 계기로 ‘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아온 학종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시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부의 발표는 ‘공정성 강화 방안’이지만, 사실상의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이다. 특히 수시 축소, 정시 확대가 교육 현장에 미칠 파급은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정시비중이 낮은 서울 16개 대학에서 2022년부터 수능으로 신입생 40% 이상을 선발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수시모집에서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비율이 1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정시비율은 50%대로 올라간다. 또한 정시 확대로 교실이 수능을 위한 문제풀이 장소로 변질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교육시장이 활개를 치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교육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수업이 입시준비로 전락하면서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별화교육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필수적인 교사의 권위마저 추락할 터이다. 정시 확대는 곧 공교육 포기다. 

교육부는 학종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자율·봉사·진로활동 등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를 전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술 위주의 전형과 특기자 전형도 점차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학생부 중심의 학종과 수능 위주의 정시로 재편해 입시 전형에서 불공정 요소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과 중심의 학생부와 수능 중심의 전형이 공정하고 평등한가는 의문이다. 비교과 영역 학생활동이 학종에 포함되면서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길러주는 전인교육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능 위주의 입시에서는 학생의 특성을 살리는 개별화교육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진학교육만 판을 칠 것이다.   

이번 입시개편안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철학·정책과도 배치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정시 축소, 수시 확대라는 입시 정책을 견지해왔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논의에서 정시확대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2022년 대입 개편안’에서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정한 것은 수시 전형이 공교육 이념에 부합한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학종 불공정’ 여론을 이유로 ‘정시 확대’로 급선회했다. 교육부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의 이유로 ‘학종·정시의 균형을 맞추라는 국민적 요구’라고 답했다. 무엇이 균형이고, 왜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정시 확대’ 발표에 벌써부터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은 일방적인 입시정책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보수·진보 교육단체 사이의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1년 만에 뒤바뀐 정책 속에서 백년지대계 교육의 미래는 더욱 점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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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1일 ‘인헌고 사태’에 대한 특별장학 결과를 통해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강제, 정치편향 교육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학생 지도 차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교육청은 이와 함께 인헌고 문제는 징계 대상이 아니라면서 행정처분이나 특별감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청이 인헌고 사태에 대해 교육적 판단을 내린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교사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한다.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헌고 사태’는 일부 학생이 ‘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정치편향적 발언과 지도를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학생들은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교사가 수업시간에 ‘NO 일본, NO 저팬’ 구호를 적게 했으며 “조국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냐” 등의 발언을 하며 사상교육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치 선동’ ‘끔찍한 사상교육’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정치편향 교육’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또 우익단체들은 교육청에 ‘정치편향 교육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외부 단체가 정치문제화하면서 교육의 문제가 이념적 이슈로 변질됐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교사와 다른 시각과 생각을 발표할 수 있다. 문제는 학생들의 주장을 이념공세로 연결시킨 외부의 보수세력이다. 특히 보수언론은 일부 학생의 주장을 전체 학생의 의견인 양 왜곡하고, 사건을 전교조와 연결시키며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교사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은 이번 장학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그렇다고 교사의 발언을 특정사상 주입이나 정치편향 교육과 연결시켜 정치쟁점화한 것은 명백한 왜곡이자 억지다. 

헌법 31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조항이 교사의 정치적 논의, 정치 문제에 대한 교육을 금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민주주의의 교육장이다. 교사 역시 정치적 시민이다. 교실에서 하는 교사의 발언에 일일이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일베, 친일·반일 문제는 정치편향이 아니라 교실에서 적극 다루어야 할 주제다.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정치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인헌고 사태는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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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교육

1분기 매출 100억원, ‘계약금 50억원과 인강 매출 35%와 교재 매출 90%’를 받는 계약서, 누적 수강생 220만명, 수학 강사 8년 만에 사들인 320억원짜리 강남 빌딩…. 대형 입시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 회자되는 ‘1타강사’의 전설들이다. 수능 가을걷이가 끝난 입시시장에선 그들을 앞세운 ‘인강 특판’이 시작됐다. 1타강사 평판과 몸값이 매겨지고, 입시학원 사이엔 이적료까지 주고받는 스카우트 경쟁도 벌어진다. 극소수이지만, 프로야구 인기 FA(프리에이전트) 선수가 부럽잖은 ‘스토브리그’가 열리는 셈이다.

1타강사는 ‘1등 스타강사’를 뜻한다. 처음엔 1990년대 급팽창한 입시·토익학원에서 수강신청 접수가 제일 먼저 끝나는 강사를 지칭했다. 1타강사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사라진 것은 메가스터디가 2000년 ‘대치동 인기 강사를 전국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는 모토로 인강을 시작하면서다. EBS 수능강의 스타가 이어지고, 교육특구 입시학원엔 선착순 신청을 하거나 강의실 앞자리에 앉으려고 긴 새벽줄도 선다. 실력부터 독설·외모, 삽자루·삼각자 같은 교구, 필기노트나 압축교재까지 주목받는 1타강사 인기는 10대 수험생들에겐 아이돌급이다. 입시설명회에서 사인 받으려는 학생들이 줄을 서고, 시내버스 광고가 등장하고, 수업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만 5분 정도 편집한 ‘썰강’ 영상도 돌아다닌다. 이름 앞뒤에 갓·킹·끝판왕이란 말이 붙고, TV 출연이나 개인 유튜브도 곧잘 화제가 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그 ‘강호무림’ 속 세계엔 그림자도 깊다. 강의 댓글 조작 소송이 벌어지고, 모의고사 출제 문제를 미리 빼낸 ‘족집게 강사’가 실형을 받기도 한다. 소수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인적 교체도 빈번하며, 1타강사 한 명이 입시학원을 살리고 죽이는 과열 경쟁이 빚어낸 풍경이다.

올 수능에선 1타강사가 때아닌 입방아에 올랐다. 신계영의 고전시가(월선헌십육경가) 해석을 물은 국어 25번(2점) 문제의 정답과 대치동 1타강사의 강의 속 풀이가 달라 벌어진 일이다. 이의신청이 제기된 이 문항의 정답은 25일 최종 발표된다. 수능시험 문제나 지문을 맞힌 강사에게 포상금을 내건 학원도 있다. 사교육에 짓눌린 대한민국 교육의 씁쓸하고 아픈 현실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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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이다. 응시생들에게 나눠주는 ‘수능샤프’가 바뀐다는 소문에 청와대에는 제품명을 알려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몇 달간은 학교급식 대신 도시락을 싸는 집도, 며칠 전부터는 실전 과목 순서대로 공부하고 아예 수능일 도시락 메뉴로 ‘실전 적응 훈련’을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모두 오늘 하루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서다. 

1994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름대로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은 ‘대학’에서 ‘큰 배움’을 시작할 준비가 잘되어 있을까. 안타깝게도 10년 이상 이날만을 위해 달려온 아이들은 이미 ‘번아웃(소진, Burnout)’ 상태로 대학문을 연다. 대부분 아이들의 ‘배움’은 이 순간 멈춘다. 교육과 혁신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배움의 흥분이 사라진 맥빠진 수업, 수용적 교육현실을 질타한다. 한숭희 서울대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교육을, 상을 타기 위해 샌드위치를 욱여넣고 돌아서면 다 토해버리는 샌드위치 많이 먹기대회와 비교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수능이 대체 뭐라고 이렇게 아이들을 소진시키는가.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고위험 시험(high risk test)’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학 졸업장보다 셰프 자격증, 독창적인 유튜브 콘텐츠 등이 중요하다. 명문대 졸업 후 전문대에 진학하는 경우도 낯설지 않다. 점점 많은 직장에서 명문대 학위보다 업무능력을 먼저 보기 시작했다. 필요한 능력을 즐겁게 배우는 태도, 열린 마음과 소통 등이 성공의 필수덕목이 되어 가고 있다. 사회는 변하고 있는데, ‘설마 나까진 아니겠지’ 생각으로 물이 뜨거워지는 걸 외면하다 끓는점에 이르러서야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정시·수시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땅을 갈아엎는, 객토 수준의 더 큰 교육개혁을 얘기해야 한다.

새로운 길을 상상해 본다. 수능, 입시의 부담을 여러 번으로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필요할 때 언제든 대학에 갈 수 있고, 일정 기준만 갖추면 원하는 전공, 학교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면. 생계 걱정 없이 업무상 보완해야 할 능력을 한 학기나 한 달간 집중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현재 직업의 전망이 어두울 때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정육점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이가 진로를 변경해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받고 예산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되는 경우도, 간호사로 일하면서 특정 질병에 관심이 생겨 학습 휴직 후 복귀한 경우도, 통계 전공이 맞지 않아 IT 전공으로 옮긴 대학생이 수강한 과목과 학점만으로 평소 가고 싶었던 영화 관련 회사에 취직해 미련 없이 한 학기 남은 대학졸업장을 포기하는 일도 가능한 사회라면. 모두 해외에서 직접 보거나 들은 사연들이다. 이리저리 이동하고 도전하는 가운데, 융합도 틈새도 활력도 생기지 않을까. 요즘 뜨고 있는 소위 ‘컬래버레이션’은 이런 토양에서 만발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 맞춰 교육을 통째로 재구성해야 한다. 누구에게라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열려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교육의 방점을 평생교육에 찍은 지 오래다. ‘수능·학종’이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의 교육개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세 대상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선 늘 수위권에 들지만,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선 평균 이하 점수로 뚝 떨어지는 나라다. 대학 입학까지 죽어라 공부하고, 이후엔 배울 이유가 없는 사회에서 가장 똑똑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멍청한 어른이 되어간다. 개인도 사회도 성장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 학습흥미도 최하위권 사회의 필연적 결론이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저자의 한국교육 평가도 참고하자. 영국의 교사 출신 알렉스 비어드가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며 주요 현장들을 찾는 책 서문엔 3년 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고교 앞에서 지켜본 수능일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는 이날 “그토록 대단한 효력을 보였던 한국의 교육방식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신호를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묻는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시험일까”라고.

날씨까지 추웠던 하루, 몇 시간 후면 장장 8시간의 피말리는 시험을 치른 아이들이 시험장을 나설 것이다. 너무 우쭐하지도, 실망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능력과 가능성을 숫자 몇 개, 대학 합격증에 가두지 말았으면 좋겠다. 뭔가에 도전하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만 놓지 않는다면 역전의 기회들은 넘칠 테니까. 누구라도 각자의 속도에 맞게 꽃피울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같이 만들자. 고생했다, 얘들아.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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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등 세계 37개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무상이며, 그중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가 25개국이나 된다. 미국은 이미 많은 주에서 2년제 전문대가 무상이며, 2017년 9월부터는 뉴욕주의 대학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했다. 일본도 2020년부터 사립대까지 포함해 점차 대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비싸다.

한국도 대학교를 대부분 국립화해 점차 무상교육을 실시하면 대학 서열화가 줄어 사교육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4년엔 사립 4년제 대학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6000억원(국공립대 등록금에서 장학금을 뺀 금액)가량이면 국공립대 무상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니 2020년부터 국공립대부터 무상교육 실시를 제안한다.

2018년 4년제 대학 재적 학생 수의 비율은 국공립대학 23.8%, 사립대학 76.2%이다. 2018년 기준 국공립대 등록금은 약 1조4400억원, 사립대 등록금은 약 10조61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입해 대학 재학생 10명 중 3명이 사립대 평균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받는 등 반값 등록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가장학금 4조원과 향후 투입될 1조원을 더해 국가 세금 5조원, 그리고 현재 대학이 보유 중인 2조5000억원을 보태면 총 7조5000억원이 장학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사립대에 대한 세금 투입보다는 국공립대 무상교육을 우선 실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울러 미국처럼 대학교 학부 전공 후에 의대, 치의대, 로스쿨, 약대 등 전문대학원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육제도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학교에 가서 경쟁하기 때문에 초·중등에서의 경쟁이 줄어들게 되어 사교육 근절효과가 기대된다.

또 초등학교를 5년, 중학교를 2년으로 하여 각각 1년씩 단축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엔 모든 학생이 2년간 기술·직업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러한 교육제도는 대학 교육 없이도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산학 협동을 이룰 수 있다. 또 독일 등 유럽에서 운영 중인 3~4년제 일반대학과 동급인 3~4년제 기술·직업대학을 도입해 기술·직업을 중시하는 교육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능 대신 지금 대구시교육청과 제주시교육청에서 함께 시범 연구하고 있는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서술형 논술시험인 IB 시험으로 바꿔 대입 제도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 같은 방향의 교육개혁이 이뤄지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사교육 부담 없이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만태 | 전 천안중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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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도 연예인, 부유층 부모들이 관련된 입시 부정이 언론에 회자됐다. 자식들을 유수한 사립대학에 넣기 우해 미국식 수능을 조작하거나 대학의 하키, 조정 등 스포츠팀 코치나 감독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들고일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 기간 미국 사회의 비판적 여론들이 비등했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범법자들이 죄의 경중에 따라 필요한 법적 조치, 즉 실형이나 중한 벌금형, 사회봉사 명령 등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났다. 또한 의회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조치에 들어갔다. 미국 사회 누구도 미국 입시제도 자체를 폐기하고 다른 대안을 들고나오지는 않았다.

한국 사회는 이와 반대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조국사태’로 문제되자 곧바로 학종제도의 개혁을 들고나왔다. 무엇이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가져오는가? 다인종 사회인 미국은 오랫동안 교육과 사회평등 및 공정성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논쟁을 거치면서 교육제도 자체의 즉각적 변경이 구조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듯하다. 동시에 미국 사회는 엄청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자식들의 미래에 개입하는 게 자식의 독립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기본 인식이 깔려 있다.

최근 조국사태가 초래한 직접적 문제는 미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제도의 불법적 운용에 있다. 다만 현 정부는 행위의 불법적 차원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보다 근본적 문제, 즉 합법적 불공정성의 개선을 들고나왔다. 말하자면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이 영향을 덜 미칠 수 있게 학종 비중을 낮추고 정시 비중을 높임으로써 학생 개인 역량 이외의 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한국 사회 구조와 전반적인 에토스(Ethos·사회적 기풍)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거나 위기 상황을 대처해온 과거 한국 정부의 기계적 대응 방식에서 기인한다. 교육제도가 사회를 바꿀 것이냐 아니면 사회가 교육을 지배할 것이냐는 오랜 교육사회적 논쟁 대상이었다. 현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난공불락의 팽배한 가족주의는 어떤 입시 방법을 채택하더라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쉽게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학종에서 벌어진 부모의 영향이 정시에서 좀 다른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는 학종이든 수능이든 부모의 사회적 불평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는 교육제도 변경을 기술적, 기능적으로 접근해 왔다. 숨가쁜 국제 경쟁력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적 현실, 암기위주식 과거 교육행태 등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한국적 현실은 부모들을 더욱 방어적이고 이기적이게 만들었고, 이들의 방어막과 적응력을 깨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조국사태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은 행위의 불법성을 개탄하면서도 동시에 부모로서 조국과 같은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자신들을 원망하는 탄식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교육 문제를 풀기 위해 한국 사회는 엄중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육을 기능적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불평등 구조의 완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교육평등을 이룰 것인지의 선택이다. 또한 미국의 경험이 보여주는 게 있다면 이러한 전략적·정책적 선택 외에 한국 사회에 팽배한 가족 이기주의에 기반해 부모가 끊임없이 자식의 생존에 개입하려는 태도가 현저히 낮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입시제도는 단순한 기술적 측면의 보완을 위한 임기응변적 처방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교육의 문제에 대한 심각한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문제 대응 방식이었던 즉흥적 위기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둘러 행한 부실 공사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나타났다. 준비 없이 선진국병에 걸려 취했던 세계화는 외환위기를 불러와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 넣었다. 꽃다운 어린 생명들이 희생당한 세월호 사건을 수습한다고 내놓은 해경 해체 등은 겨우 3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미국 사회를 경악과 공포로 몰아 넣었던 9·11사태에 관한 보고서를 완성하는 데 3년 넘게 걸린 것과는 엄청난 대조를 이룬다. 위기 상황은 대증적 대응과 근본적 처방을 같이 병행해야 한다. 일어난 불을 끄면서 동시에 화재 원인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교육 문제는 기술적·조작적 차원에서 접근하던 입시개혁에서, 이제는 거시적 문제를 직시할 단계에 와 있다. 이 기회에 학종이나 정시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국가의 생존이 달린 미래 국가경쟁력과 사회형평성을 고려하는 국가적 차원의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입시개혁 논의가 사전에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서둘러 결정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하용출 미국 워싱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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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공부에도 정말 최선을 다했던 학생인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올 1월부터 시작한 재수생활은 집 근처 서울 중계동 재수학원에서 시작하여 대치동의 재수종합반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환경 좋은 강가에 위치한 재수종합학원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스스로 독하게 마음먹고 집에는 거의 다녀가지 않았고, 부모님이 생필품을 공수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큰 비용이 드는 것도 모두 감내할 정도로 온 가족이 혼연일체로 재수생활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무척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높아져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답니다. 뻔한 살림살이에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서 재수생활을 했지만 원하는 수준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합니다. 저도 가끔 만나서 심리상담을 하는데 그때마다 밝은 모습으로 저를 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습니다.

이런 상황의 재수생들이 전국적으로 수만명입니다. 물론 공식적인 재수생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지만 형식적인 재수를 하는 학생들이나 대학을 다니면서 반수를 선택한 학생들의 경우는 다르게 보아야 하니 그 정도가 됩니다. 이들이 재수를 선택한 이유는 다 제각각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철저하게 서열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클러스터 수업으로 여러 학교의 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능 모의고사로 전국 학생들 사이에서 줄을 세워보면 이 학생들의 성적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선 우수 학생들이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해서 이 학생들이 우수하지 않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진로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고 토론하고 탐구학습을 하는 역량은 다른 어떤 학생들과 비교해도 뛰어나다고 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온 가족이 함께 재수 총력전을 치르고 있는 앞서의 그 여학생과 제가 지도하는 클러스터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여러모로 많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 정도 수준의 학생들이라면 목표하는 대학들도 대개 비슷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재수를 하는 그 여학생이 제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지난해 수시전형에서 서울의 상위권 대학 한 곳에 합격했는데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에게도 알리지 않았답니다. 그 학교보다 더 높은(?) 대학을 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그 대학 합격을 주변에 알리면 차마 재수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결단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 여학생은 자신이 다닐 대학의 위상이 자신의 일생을 규정짓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만일 그때 저와 상담을 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요? 1년간의 재수생활이 아니라 대학생활을 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수능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서열화된 사회를 만들어 놓고 그 정상을 향해서 달려가도록 만든 어른들의 욕망에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현실이 마음속을 파고듭니다. 수능시험을 잘 치르라고 환하게 웃으며 응원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를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한왕근 청소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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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클러스터 수업을 몇 해 한 적이 있다. 개설된 다양한 교과를 학생들이 직접 신청하여 참여한다. 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 소논문 작성 등이 기록되고 자기소개서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입시와 무관하지 않으니 강사로서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교사들이 특정 학생에 대한 기대치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토요일 수업이라 교사들이 돌아가며 출근해 공지사항이나 간식을 전달해줬는데, 교실에 들어올 때마다 늘 한 명을 애지중지한다. “착한 예쁜이, 이 수업 들어? 공부도 잘하고 정말 부지런하구나.” 내게도 슬쩍 말을 흘린다. “저 친구 잘하죠? 학교 에이스랍니다.”

평가 전부터 내 시야는 오염되었다. 그 학생이 대답을 잘하면 ‘역시’라고 생각하고, 망설이면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다. 그나마 나는 속으로 편견을 가졌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거침없다. “똑똑하니 발표도 잘하네!”라는 칭찬과 “긴장하지 말고 다시 해볼까?”라는 배려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에이스가 계속 에이스가 되어 명문대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교사가 경쟁의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했지만, 아무도 공정하지 않다면서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착하고 공부까지 잘해서’ 따라오는 주변의 관심은 자신의 노력에 따른 타당한 보상이라 여긴다.

“걔, 내가 서울대 보냈잖아.” 수년 만에 서울대 합격자를 한 명 배출한 학교의 교사인 친구가 말한다. 그는 두 번이나 학생의 담임을 맡았는데 본인 말로는 ‘내 새끼’처럼 공을 들였단다. 그러면서 친구는 정시전형 확대가 왜 문제인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정시였으면 절대 수능성적으로 강남 아이들을 이길 수 없지만 수시는 빈틈을 본인의 노력 더하기 교사의 선택과 집중으로 메꿀 수 있음을 강조한다. 친구가 아꼈던 학생은 가정 형편도 좋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였던 서울대에, 부잣집 아이들을 보란 듯이 제치고 합격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명문대 진학률이 낮아 그저 그런 취급만 받았던 지역사회에도 일종의 쾌거였다. 친구는 감사패도 받았다.

정시의 확대는 역사의 축에서는 분명 퇴행이다. 하지만 여러 교육단체들이 격렬히 반대하면서 폐단을 아무리 설명해도 정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정시가 본인에게 더 불리하다고 설명해도 그대로다. 바보라고 하면 그만일까?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것과 수시를 거부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담긴 교실 안 불평등의 맥락을 짚어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수시는 기회의 문을 다양한 방법으로 쪼개는 것이기에 자신이 어떤 지역에 사는지, 부모님의 소득이 얼마인지 걱정하면서 지레 포기하지 않을 단서를 제공한다. 정시라면 언감생심인데 수시면 명문대가 가시권인 학생들이 등장하니 교사도 바빠졌다. 힘들지만 관심의 크기만큼 보람이 생긴다. 하지만 이 긍정적인 변화가 교실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받지 못했던 배제된 이들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교사가 ‘우리에게도 기회가 왔다’면서 최선을 다할수록 애초에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다른 학생들은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현실을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3년 내내 마주한다. 상흔의 깊이만큼 차라리 정시가 공정하다는 느낌이 요동친다. 착각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은 묵직하다.

입시가 명문대 진학으로 성패를 구분하는 한 어떤 해법도 무용하다. 정시가 공정하게 보이는 지점과 수시가 불평등을 극복하는 묘수처럼 느껴지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학교가 될 사람만 밀어주는 게 훨씬 효율적인 상황이 존속하는 한 어떤 교육정책도 전인적인 교실을 만들지 못한다. 한 번의 시험으로 사람에게 열등의 딱지를 붙이는 정시에 비해 수시는 분명 좋은 제도다. 하지만 이론이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시가 정의롭다고 착각해선 안된다. 학교에는 우등생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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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등교육의 발전을 훼방 놓는 집단은 다양하다. 사립대의 운영권을 가로채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소유주’로 행세하며 온갖 부정을 저질러온 사학비리집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교수와 직원이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느라 학교가 망가지는 꼴을 수수방관하거나 사학 ‘소유주’에게 붙어 수족 노릇을 한 책임도 무겁다. 비리사학과 얽힌 정치권 일각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공립대이든 사립대이든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뿐더러 일부 관료와 사학의 유착관계가 종종 터져나온 교육부의 책임도 엄중하다.

3년 전 온 국민이 들어올린 촛불에 힘입어 대학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비리를 밝혀내며 학교 정상화의 시동을 건 경우가 적지 않다. 비리집단과 민주화세력이 팽팽하게 맞선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대학도 많다. 민주적 역량이 취약하여 부정한 자들이 건재하거나, 심지어 쫓겨났던 자들이 돌아오거나 돌아오려 하는 대학도 많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침 하나가 엉뚱하게 대학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다. 그것은 교육부가 2016년 2월 제정한 후 두어 차례 개정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이하 ‘매뉴얼’)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정부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꾀하고자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답답하다.

‘매뉴얼’은 재정지원 제한은 개인적 비리가 아닌 대학의 조직적 비리에 한정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경영진의 불법과 비리를 대학 구성원이 스스로 나서서 밝혀낸 경우라도 이는 대학의 조직적 비리로 규정되며, 해당 대학은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학교를 위해 나선 교수, 학생, 직원이 극소수 비리행위자의 잘못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것이다. 대학들이 너나없이 위기에 빠진 현실에서, 이처럼 부조리한 ‘매뉴얼’이 실행되면 구성원은 학교비리의 제보를 주저하게 마련이다. 또 공익제보자는 학교의 재정난을 악화시키는 셈이어서 다른 구성원의 냉대와 공격을 면치 못하게 된다. 흉악한 비리세력이 바라는 바가 아닐 수 없다.

올 초 지난 1월2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학의 재정·회계 부정 등 방지방안’(의안번호 제2019-17호)을 의결했다. 5절 ‘조치사항 및 기한’의 2항 ‘내부신고자 보호시스템 구축’에 “자체감사로 드러난 비리는 부정·비리대학 제한 완화”라는 분명한 표현이 나오며, 이 조치 실행의 대상 기관은 교육부이고 조치기한은 올해 말일까지이다.

그러나 지난 8월6일 교육부가 발표한 야심찬 ‘대학혁신방안’에도 개선책은 없었다. 교육부는 아직 조치기한이 두 달 가까이 남았다고 변명할 작정인가, 아니면 자구에 얽매여 자체감사 아닌 구성원의 검찰 고발 등으로 폭로된 비리는 제재 조치의 예외가 아니라고 우길 작정인가?

조금 더 앞선 지난 7월4일 교육부는 사학혁신위원회와 함께 사학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사학혁신위원회가 권고한 10가지 제도개선안 중에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이 이 문제와 관련이 깊지만, 법령 개정에 국한한 사실에 맥이 빠진다. 교육부는 왜 당장 ‘매뉴얼’의 문제되는 지침을 고쳐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대학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하지 못하는가. 대학 민주화에 대한 교육부의 실천 의지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교육부는 불법·비리집단의 편에 서려는 것인가?

사학혁신위원회의 활동은 나름의 의미가 큰 것이었고, 사학혁신의 노력은 위원회의 해산 후에도 제도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그러나 10가지 제도개선안이 법령 개정에 치중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그 이유는 우선 법령 개정 없이도 교육부의 힘만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일이 넘치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법 개정은 국회에서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국회 안의 수구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당도 사학비리와 자주 얽혀 있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매뉴얼’의 불합리한 지침 변경을 당장 천명해야 한다. 더불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제안처럼 독립적 상설 감사단 설치를 추진해야 마땅하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앞서의 의결에서 ‘외부감사의 실효성 강화’를 조치사항에 포함시켰지만, 실제 교육부 자체 인력으로는 실효성 있는 외부 감사가 역부족이다. 대학 내부고발자의 제보에 즉시 대응할 충분한 인력을 변호사, 회계사 등을 포함하여 상설 조직으로 묶어내야 한다. 대학개혁의 으뜸가는 의제인 ‘공영형 사립대’ 사업도 대학 민주화와 함께 가야만 정부 재정의 효율성도 확보하고 절박한 대학 구조조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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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등 3개 고등학교 유형을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했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 이들 학교는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명문고로 기능하며 학교별 서열화를 유발하고, 사교육 심화와 교육 기회 불평등을 초래한 이른바 ‘특권학교’ 폐지는 올바른 진단이고 필요한 결정이다. 적지 않은 반발이 있겠지만 일관성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이행해야 한다. 

(출처:경향신문DB)

교육부가 7일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이들 3개 유형 학교의 근거조항을 없앤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던 지역 일반고(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유지되지만 선발방식을 개선할 방침이다. 일반고의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는 5년간 약 2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 발표에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은 공론화 없이 갑자기 결정했다는 반발이 극심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일관된 교육정책 기조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전체 학생 수로는 4% 남짓이지만 3개 유형의 고교는 명문대 입학을 주도하며 공교육의 전체 생태계를 흔들었다. ‘고입’을 위한 사교육이 초등, 유치원 단계까지 확대됐다. 일반고의 황폐화와 무력감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의 자사고와 외고 폐지 공약으로 이어졌다. 이들 학교의 명분은 평준화를 보완한 수월성 교육이다. 그러나 엘리트가 사회를 끌고 가던 시대는 지났다. 모두에게 눈을 맞춘 일대일 맞춤형 교육은 선진국들도 지향하는 미래교육의 방향이다. 2025년은 다음 정권 시기이므로 시행령을 번복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전체 교육이 몇 퍼센트 소수에 휘둘려선 안된다. 소수의 학교, 학생을 바라보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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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아온 상위권 대학들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고교 유형별 합격률에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서열화 실태는 명확했다. 각 고교가 제출한 학교 프로파일을 통해 암암리에 특정학교들을 우대한 고교등급제 흔적도 일부 드러났다. 학교 지원에서 등록 단계까지 고교서열화가 심각했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위권 대학들이 교육 주체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공교육 환경 교란을 주도한 셈이다.

5일 교육부의 서울대 등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고교 유형별 합격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고·영재고 > 외고·국제고 > 자사고 > 일반고 순으로 서열화 현상이 뚜렷했다. 지원자 대비 학종 합격률을 보면 과학고에 다닐 경우 일반고보다 13개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2.9배가량 높았다. 특기자전형에서 어학이나 수학·과학 우수자를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외고나 과학고 출신 학생을 70%까지 선발한 대학도 있다. 반면 농어촌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른기회전형’ 선발 비중은 8.3%로, 전국 평균(11%), 수도권 평균(8.9%)보다도 낮았다. 일부 고교는 학교 프로파일에 기재가 금지된 과거 대학 진학실적 등을 편법으로 기재했지만, 대학들이 이를 규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종의 ‘고교등급제’로 활용해 온 정황도 발견됐다. 13개 대학 모두 학생부 기재금지 사항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반이 적발돼도 불이익 처분도 하지 않았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이 제기된 대학 등을 중심으로 추가로 특별감사를 벌인 뒤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조국사태’로 불거진 입시공정성 논란에 대응해 촉박하게 이뤄졌다는 한계가 있다. 전체 대학도 아니고 학종 선발 비율이 높으면서 특목고나 자사고 등 특정학교 출신 선발이 많은 10곳과 올해 종합감사 대상인 3곳이 섞여 있다. 다만 2007년 입학사정관제도 도입 이후 12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진행된 실태조사라는 의미는 있다. 그동안 상위권 대학들은 대학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감시와 견제 없이 손쉽게 우수학생 선점의 권력을 누려왔다.

간단한 첫 실태조사만으로도 작지 않은 부실과 폐단이 드러났다. 학종의 가장 큰 불만으로 꼽혔던 이른바 ‘깜깜이 전형’ 문제부터 보완해야 한다. 평가기준, 배점 공개 방안과 면접 장면 녹화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입에서의 고교서열화는 심각한 문제다. 대학들은 각종 기회균형선발을 대폭 늘리는 등 교육 불평등 해소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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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이 일부 개정되어 시행된다.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중학교 학생부장으로서 내년 개정 ‘학폭법’이 시행되기 앞서 몇 가지 우려점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학폭법’의 성과는 우선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애들이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던 인식도 바뀌고, 집단따돌림 같은 정서적 측면의 상처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죄와 벌이라는 응보적 관점으로 접근해 처벌 중심으로 흐르면서 가해자, 피해자 모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상황들이 생겼다. 이는 민원으로 이어져 학교는 더 힘들어졌다. 교육청은 그 대책으로 더 자세한 매뉴얼을 하달하고, 학교는 자체적으로 소신을 갖고 학생지도를 할 수도 없고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러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교육청 이관이라는 법률 개정이 이뤄지자 일선 교사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학폭법’에서는 신체폭력,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열하지만 어찌 보면 폭력은 대화의 실패이다. 폭력적 언행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할 언어를 자신 안에 갖고 있지 못하거나 이전의 비극적 경험으로 대화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을 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시도하는 비극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습득하고 사회에 나가길 기대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상호 존중과 배려의 자세, 갈등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거나 상대를 공격하여 제압하기보다 대화로 해결하는 의사소통 능력 등을 배우길 바라면서도 갈등이 생겼을 때 참으라고 하거나 이해하라고 훈계한다. 갈등이 폭력적 양상으로 표면화되면 행위의 결과를 중심으로 누가 잘못하고 얼마만큼 잘못했는지 따지고 그에 상응한 적절한 처벌을 하면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잘못을 저지르면 안된다는 것을 배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 학교폭력은 친구관계에서 일어나고 명확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되기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있고, 서로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경우가 많다. 

올해 회복적 서클이라는 갈등 당사자 간 대화 모임을 수차례 가졌다. 사이버폭력, 집단따돌림, 신체폭력 등 여러 유형의 갈등이었지만 아이들은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용서와 화해에 도달했다. 웃으며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특히 기쁜 것은 이 경험이 아이들에게 앞으로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폭력이나 회피보다는 대화라는 가능성을 추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정 ‘학폭법’이 담당교사의 업무를 줄여줄 것인가? 학부모 민원이 줄어들 것인가? 학교폭력이 더 공정하게 처리될 것인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 처리절차가 한 단계 늘어남으로써 더 복잡하고 문제가 더 꼬이게 되지 않을까? 처음에야 변호사를 위시한 전문가 집단의 권위에 수긍할지 모르지만 곧이어 학부모들도 변호사를 대동하게 되면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게 될 것인가? 아니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길 바라는가? 깊이 숙고하면서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공동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다.

<손연일 월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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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수시 원서접수가 끝나고 학생들의 빈자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고3 교실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일반고의 정시 지원율이 자율고·특목고의 6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고에서 정시(수능)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 반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수능을 목전에 둔 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각자에게 필요한 수능 준비를 한다. 학생들마다 시험과목과 등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사가 자기 수업 들으라고 강요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능 준비생들만 따로 도서실에 모아놓고 공부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 수시에 지원한 대다수 학생들의 면접까지 끝나면 수업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아서 교사들은 시간마다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자리에 앉히느라 애를 먹는다. 학생들은 정해진 출석일수를 채워야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도 없는 교실에서 8교시까지 버텨야 한다.

예체능계 학생들은 아침에 왔다가 일찌감치 조퇴를 한다. 소위 무단조퇴(미인정조퇴)이다. 실기준비를 위한 조퇴를 인정해주면, 수능준비를 위한 조퇴도 인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규정상 진학준비를 위한 조퇴는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조퇴를 인정해준다면 일반고 3학년 2학기 교실에는 남아있을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간·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일정은 1~2학년과 똑같이 진행된다. 이 두 번의 시험성적은 당해연도 대입전형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백지답안을 내거나 답안지에 각종 모양으로 마킹을 해서 내는 학생들도 있다. 2학기에 해야 할 수행평가를 1학기 말, 학생들이 다 있을 때 미리 해놓는 학교도 많다. 학사일정이 완전히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자신들 전형 일정의 편의를 위해 내신성적을 1학기까지만 반영하기 때문에 3학년 2학기, 공교육의 한 학기가 통째로 희생되고 있다.

초·중·고 12년, 마지막 학기의 교실 풍경은 이렇게 주인 없이 버려진 폐가처럼 황량하기만 하다. 이 황량한 폐가에서 학생들은 각자 홀로 남은 시간을 버틴다. 교실 한쪽에 모여 웃고 떠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 틈바구니에서 밤새 아르바이트하느라 못 잔 잠을 자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은 자다가 깨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교실 풍경이 우리가 원했던 모습인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왜 이러한 교실 풍경이 만들어지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교육당국에 간곡히 요청한다. 고3 2학기 교실이 정상화되도록 현행 입시 제도를 개선해 달라. 최소한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라도 수시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 학생들의 공교육 12년, 마지막 학기를 아름다운 마무리와 축하,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위한 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고3 2학기 교육과정의 개선점을 마련해 달라. 모든 복잡한 사안들이 그렇듯이 교육정책 또한 정치, 경제의 여러 요인과 얽혀있지만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개선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교육부와 대학, 교육청, 학교의 책임 있는 담당자들이 모여 현 시점에서 조율 가능한 최대치를 만들어내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인식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이다. 대학의 편의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고3 마지막 학기, 소중한 경험과 시간을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해둘 수는 없다.

<조춘애 광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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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들을 자신의 논문에 공저자로 올린 대학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0여건은 부당하게 이름을 올린 연구 부정행위로 확인돼 입학 취소 등의 조치를 받았다. 나머지 논문들도 부당한 저자 표시 검증과 대학입시 활용 여부를 확인 중이다. 교수 미성년 자녀들의 논문 공저자 등재나 대입 활용은 사실상 자녀에게 논문을 ‘상속’한 연구윤리 실종이다.

17일 교육부는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서울대 등 대학 14곳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진행된 3차례의 실태조사에서 논문 부정 사례가 많거나, 부정 사례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대학들이다. 감사 결과 115건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사례가 추가로 발견됐다. 감사대상이 아닌 대학에서도 130건의 미성년 논문이 더 접수돼, 지난해 발표한 549건까지 더하면 현재 확인된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총 794건이다. 이 중 서울대 ㄱ교수는 부정한 공저자 논문을 통해 자녀가 강원대 수의학과에 편입학한 사실이 확인돼 입학취소 처리됐다. ㄱ교수 자녀는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과 대학원 입학과정에서의 의혹도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교육부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조사는 2년 전 시작됐다. 언론 보도로 연구윤리 위반 가능성이 지적된 이후다. 2017년 연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대학 자체 전수조사가 이뤄졌고, 지난해 이를 취합한 1차 발표가 있었다. 이번 특별감사에서는 3차례 대학 자체조사에서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사실을 보고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교육부는 매년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시효를 늘리는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법령상 교원 징계 시효가 3년이어서 연구 부정행위로 판명돼도 징계할 수 없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수 자녀에 대한 논문 공저자 등재, 대학입시 활용은 부모 지위를 이용해 자녀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국민 상식에 어긋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검증하고 각 대학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잘못을 뿌리 뽑아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교수사회도 교육·사법 당국의 적발에 앞서 윤리실종의 오명을 씻는 자정노력을 벌이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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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말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은 전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들이 모여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토론을 통해 세계경제의 전망과 여러 정책들의 방향 등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는다. 중국이 세계 2강으로 부상하면서 2007년부터는 하계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새로운 챔피언들의 연례총회가 다롄과 톈진에서 매년 번갈아 가며 개최되어 왔다. 하계 다보스포럼의 특징은 혁신, 과학기술, 창업가 정신이 주요한 주제들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혁신에 중요한 교육에 관한 주제들도 그간 많이 다뤄져 왔다. 내가 계속 참여했던 이 교육 세션들 중에서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되었던 적이 있다. 10여년 전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여러 나라 교육부 관계자들과 함께한 세션에서 “앞으로는 학교에는 숙제하러 가고 집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즉, 숙제할 때 잘 몰라서 선생님이 필요한데 집에는 선생님이 없으니 학교에 가서 숙제하고, 공부는 집에서 교과서, 참고서 등을 보며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교실에서 칠판만 쳐다보고 하는 것이 생각해 볼 점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유튜브나 무크, 코세라, 테드 등을 통해 세계적인 학자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고, 그 외 많은 지식들을 본인이 쉽게 찾아서 습득할 수 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은 검색엔진에 물으면 어느 정도 수준의 답은 대부분 얻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 전 세계 전문가들과의 연구를 통해 21세기 더욱 벌어질 기술격차 문제와 그 문제를 풀기 위하여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을 위한 새로운 비전: 기술의 가능성을 풀기’라는 리포트를 발간하였다. 우선 21세기 필요한 기술을 크게 세가지 특성으로 구분하고 16가지 매우 중요하게 습득해야 할 세부 내용들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학생들이 핵심기술들을 매일매일 풀어야 할 과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 지식이다. 이 기초적 지식과 소양에는 문해력, 수학, 과학, 정보통신기술, 금융, 문화 시민의식의 6가지가 강조되었다. 둘째는 학생들이 어떻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한 능력이다. 이에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소통력, 협업능력의 4가지가 포함되었다. 셋째로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요구되는 개개인의 질적 역량이다. 이에는 호기심, 목표설정 및 추진능력, 끈기, 변화 적응력, 리더십, 사회문화적 인식능력의 6가지가 포함되었다. 

이 중에서도 미래 인재의 핵심인 소통, 협업, 문제해결 능력은 어떻게 함양할 수 있을까? 답은 2010년 설립되어 2014년 첫 신입생들을 받은 미네르바 스쿨에서 일부 찾을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캠퍼스가 따로 없으며 학생들은 세계를 돌며 글로벌 기업들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로 성장한다. 교수와 화상수업을 하며 인턴십, 토론, 많은 양의 과제 수행을 통해 수업만이 아닌 학생의 경험 전체를 교육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효과적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함양 습득 발전시키며, 자연스럽게 협업능력을 배양한다. 하버드대나 MIT보다도 입학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미네르바 스쿨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또한 사회적 능력과 감성적 능력이 중요하다. 미래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된다. 미래의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평가할 때 지식의 수준을 시험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그룹으로 협업을 한 뒤 그 협업의 결과물의 우수성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 과정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그들이 가질 직업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 또한 교육시스템의 혁신을 이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리가 다 알면서도 실제 학교 교육에 적용하지 못했던 것들부터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공감능력, 상호존중, 협상능력, 감정조절능력, 실패로부터 배우는 능력, 성공을 위한 자신감, 자기결정능력 등을 함양시키도록 해야 한다. 좋은 문제를 찾는 능력과 그렇게 문제를 찾기 위한 충분한 전공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이러한 21세기 필요 인재들을 길러내는 데 적합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는 학생들과 원하는 인재를 찾을 수가 없다는 기업. 이러한 불일치는 이미 우리 교육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오래전부터 말해 왔다. 우리가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았을 뿐.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업들은 미래 신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하여 자체 교육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인적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신사업 업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및 연구 통합 플랫폼인 SK유니버시티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기업과 대학이 특정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을 이용한 계속교육과 평생교육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교육방식이 될 것이다. 당연히 대학들도 변신을 하여야 한다. 카이스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에듀케이션 4.0과 융합기초학부 프로그램은 미래에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한 시스템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혁하는 미래시대에 필수적인 문제해결능력과 협업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매우 우수하며 무한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내 제자들만 봐도 그렇다. 이미 졸업을 한 많은 제자와 지금의 제자들을 보면 내가 그들 나이 때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결국 교육시스템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미래 경쟁력을 갖기 위해 초·중·고 및 대학교 교육시스템을 지금 당장 혁신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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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학교가 설립목적대로 운영되기보다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통로로 기능하며 고교서열화와 공교육 황폐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 때문이다. 중등교육은 물론 유치·초등 단계의 조기 입시과열 문제에도 일정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다.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서열화의 정점이자, 외고와 같이 특목고에 해당하는 과학고를 논의에서 뺀 것은 한계다. 

최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대입제도 개편 관련 당·정·청 회의에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계획이 논의됐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은 교육부가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의 맞춤형 교육으로 자사고·특목고의 다양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권학교 폐지와 고교서열화 해소는 현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최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결과 특권 대물림 교육 해소 방안으로 고교서열화 해소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8%에 이를 만큼 여론의 지지도 높다. 현재의 교육현장 황폐화엔 자사고 100곳 지정 등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이 큰 이유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별한’ 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기며 입시 연령이 낮아졌고, 원하는 고교에 가지 못하고 일반고에 진학한 아이들이 일찍부터 열패감을 느끼며 일반고 황폐화가 가속화됐다. 

고교서열화 철폐와 공교육 정상화가 목적이라면 과학고와 영재학교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른바 ‘스카이대’와 의대 입시에 최적화된 교육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부르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들이 제외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되레 이 학교들로 몰리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된다. 시민단체의 제안대로 영재 위탁교육 기관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정부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 강남 쏠림, 고교학점제와 고교 내신 절대평가 안착 방침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빈틈없이 준비하되,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살리는 교육다운 교육이라는 목표를 뒷받침할 만한 현장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굳이 시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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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장애인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중학교 때 반장의 오빠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소문만 들었을 정도다. 친구 아버지는 아들의 존재가 집안의 수치여서 학교에 안 보내고 집에서만 지내게 했다. 어느 날 집에만 갇혀 있던 오빠가 발가벗은 채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사건이 생겼다. 그날 이후 반장은 급격히 말수가 줄었고 그 일이 없던 것처럼 반장을 대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브린 브라운은 수치심이란 단절에 대한 공포라고 말한다. 나의 약점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나와 관계를 끊을지 몰라 두렵다. 수치심은 취약성에서 비롯되기에 우리는 완벽해지려 애쓰고 부모는 아이의 불완전함을 고치려 하고 숨긴다. 그런데 취약성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서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진정한 기쁨과 사랑, 창의성, 소속감의 원천이 된다. 반장의 아버지가 “이대로 충분해,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 하는 용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 사회의 성숙도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분리, 단절시키고 격리,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초등 시절부터 아이들은 교과서 지식보다 사회와 삶 속에서 더 강렬한 배움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인 부모나 교사와 같은 어른들이 우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예민하게 감지하며 자신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내 어릴 적 어른들은 외면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 대답해야 할 상황을 맞이했다. 학급에서 민수(가명)를 만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좋아하고 만 단위 이상 큰 수를 잘 아는 민수는 시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귀여운 아이다. 박자 감각이 좋고 잘 웃는 민수를 사람들은 그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려워 수업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고 수시로 “지금 몇 시야?”라고 묻지만 친구들은 그런 민수를 자상하게 돌봐주고 챙겨주었다. 통합학급에서 아이들은 모든 것을 해주지 않되 필요할 때 도울 수 있는 알맞은 거리를 체득하는 지혜를 배운다. 개별화 수업 갈 때 민수가 훌쩍이며 안 가려고 하자 친구들이 달래서 복도 끝에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언젠가 책을 읽어주는데 듣고 있지 않는 것 같던 민수가 아파트 10층을 걸어 올라갔다는 부분에서 “(계단 올라가면) 힘들어”라고 툭 던졌을 땐 다 같이 웃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민수로 인해 우리 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학예회, 운동회, 체험학습, 급식시간 등 ‘민수 입장에서 어떨까?’ 하는 배려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민수를 보듬는 따스함이 교실을 훈훈하게 덥히면 우리들 사이에는 조용한 자부심이 차올랐다.

민수의 담임이 되면서 학교의 의미를 새삼 고민하던 중에 도종환 시인의 ‘나뭇잎 같은 사람 많다’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눈에 뜨이는 화려함이나 돋보이는 빛깔 같은 것을 지니지 못한 나뭇잎’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평범한 이파리들이 가장 오랫동안 나무를 떠나지 않고 나무와 함께 있으면서 기쁨과 고난과 시련을 같이’하듯이 민수와 친구들은 함께하고 있다. 

그런 나뭇잎 같은 나날들이 모여 우리 모두의 삶에 든든한 숲을 드리울 것이라 믿는다.

<위지영 서울 신남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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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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