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355건

  1. 2019.04.22 [사설]현대차 노조의 의미있는 원·하청 ‘임금 연대’ 실험
  2. 2019.04.16 [여적]4457일간의 복직투쟁
  3. 2019.04.15 [사설]고용위기지역 연구가 제시한 일자리 교훈
  4. 2019.04.12 [기고]특수진화대 뒷북 정규직 추진에 박수 칠 수 없는 이유
  5. 2019.04.10 [송현숙의 내일]좋은 일자리는 좋은 노조가 만든다
  6. 2019.03.18 [양승훈의 공론공작소]생산직 노동자의 위상
  7. 2019.03.12 [사설]소외계층 배제하는 경사노위 의결 방식 변경 안된다
  8. 2019.03.11 [기고]‘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 강행 멈춰라
  9. 2019.03.07 [기자메모]김용균씨 사망에도 정신 못 차린 태안화력
  10. 2019.03.05 [사설]노동자가 일하다가 얻은 질병은 모두 직업병 아닌가
  11. 2019.02.22 [사설]또 외주업체 노동자 사망, 또 컨베이어벨트라니
  12. 2019.02.19 [사설]과제를 안은 채 국회로 공 넘어간 탄력근로제
  13. 2019.02.11 [NGO 발언대]건강 양극화로 이어지는 노동 양극화
  14. 2019.01.31 [사설]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차 노동자 첫 월급 가압류하다니
  15. 2019.01.30 [사설]사회적 대화 의미 퇴색, 민주노총도 정부도 성찰해야
  16. 2019.01.25 [기고]노동자와 뮤지션의 만남
  17. 2019.01.22 [사설]노조파괴 컨설팅업체 고용한 기업 처벌 당연하다
  18. 2019.01.18 [사설]간접고용 350만 ‘김용균들’ 노동권 보장 시급하다
  19. 2019.01.08 [박래군 칼럼]굴뚝에서 밧줄이 내려오지 않던 날
  20. 2019.01.07 [아침을 열며]대의 불충분 또는 불가능성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의 원·하청 간 하후상박 임금 연대가 눈길을 끈다. 현대차 정규직의 임금은 적게 올리는 대신 중소협력업체와 비정규직의 임금을 인상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시작한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연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인상분의 차이가 크지 않아 당장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4만5000원 인상된 반면, 115개 하청업체는 평균 5만6106원 인상됐다.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는 1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매년 ‘임금 연대’ 전략을 지속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기업 노동자와 협력 원·하청 사이에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실천에 옮긴 사례는 매우 적다. 2015년 SK하이닉스 노사가 임직원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내용의 ‘노사 사회적 책임 실천협약’을 채택한 게 눈에 띌 정도다. 포스코와 협력사 노사가 지난달 ‘상생협력합동연구반’을 구성해 원·하청 격차 해소에 나섰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연대임금’ 실천은 선구적 역할로 환영할 만하다. 노조는 또 조합의 임금 인상률을 낮추면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고 하니, 상생 사회를 위한 또 다른 노력도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는 제조업 분야에서 최대 규모다. 조합원 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고용 세습’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사상생의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이다. 노조가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내걸었을 때 내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양극화, 임금격차 심화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9일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상생 실험이 임금뿐 아니라 고용·복지 등으로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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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앞서 3만달러 소득을 달성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뿐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세계 7위 경제대국을 실감하기 어렵다. 노동조건이 특히 그렇다. 직장인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에서 최고수준인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최하위다. 

고용불안과 노사갈등도 심각하다. 노사 분규가 몇 년씩 지속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복직판결을 받은 KTX 여승무원들은 해고에서 복직까지 12년간의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지난 1월 복직한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은 75m 굴뚝에서 426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목숨을 건 투쟁이었지만, 그들의 요구는 노조 인정, 고용 승계 등으로 소박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사회원로들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9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정부가 만든 정리해고제를 없애고, 최장기 정리해고 사업장 콜텍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라”며 정부에 콜텍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백 소장을 비롯해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이 참가했다. 2007년 정리해고돼 13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콜텍 노동자들은 2009년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콜텍 노사는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8차례 교섭을 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권도현 기자

어제 기타 제조업체인 콜텍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회사 측과 복직을 위한 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2007년 4월 공장을 떠났으니 13년째이고, 4457일이 흘렀다. 그들은 한때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겨 복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혀 무위로 끝났다. 해고노동자들은 시위, 단식, 길거리 농성, 고공농성 등 온갖 투쟁을 다 벌였다. 중년이었던 그들은 머리가 허연 ‘늙은 노동자’가 됐다. 지난해 정부의 중재로 쌍용차와 KTX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했다. 콜텍과 마찬가지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을 받아왔던 사업장들이다. 콜텍에도 정부의 역할론이 제기됐던 이유다. 

강산이 변했고 정권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사용자의 노사관, 그리고 노사관계였다. 콜텍은 13년간 교섭이 거의 없었다. 협상이 열려도 회사 대표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 교섭이 진척될 리 없었다. 지난달 12일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씨가 단식에 돌입했다. 정년을 3년 남긴 그는 ‘명예복직’이라도 해야겠다고 했다. 단식 한 달이 지나고 여론이 움직이자 협상이 재개됐다. 국내 최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인 콜텍은 국민소득 3만달러인 대한민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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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조선이나 자동차 등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분야의 고용부진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이 14일 내놓은 ‘고용위기지역 산업의 일자리 이동지도 구축 기초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연구는 2010년 통영지역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했던 조선업 종사자 7573명의 고용을 2018년까지 추적한 결과다. 고용위기지역의 현실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연구결과는 호황산업의 침체가 근로자와 지역경제에 주는 충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일자리를 떠났거나, 고용보험이 유지되지 않는 일자리로 이동했다. 고용보험은 ‘좋은 일자리’를 말할 때 최소한의 조건인 만큼 상당수 근로자가 저임금 일자리로 추락했음을 의미한다. 또 연구결과를 보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절반 정도만이 조선업에서 살아남았고 나머지는 전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항공부품 및 첨단분야에 취업한 것이다. 이는 산업구조조정에도 유관산업에 취업할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들 일자리는 구직자가 스스로 찾은 것이라고 한다. 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통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공동화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영은 세 차례나 반복적으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역공동화를 막기 위해 지역에 맞는 신산업 발굴의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용위기지역은 전국에 통영·거제·군산·목포 등 8곳에 이른다. 대부분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재지정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 위주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다. 차제에 정부가 세금으로 주는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청년추가고용 장려금, 퇴직자를 고용한 사업주 지원 등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이와 함께 실직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연관업종 알선과 맞춤형 재교육 방안도 찾아야 한다. 실직자에게 도움이 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고용위기지역 문제 해결은 지역경제뿐 아니라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절실하다. 미래지향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없이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일자리 문제 해결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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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산림청은 산불 진압을 위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운영하며, 이들은 소방청의 경방대원(화재 진압)과 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소방관은 정규직이지만 특수진화대원은 매해 10개월씩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다. 이들은 산불이 날 때 재난지역에 투입되지만 그때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일한다. 산불 진화훈련, 산불예방 순찰활동, 논·밭두렁 소각행위 단속, 불법 임산물 채취자 단속 및 입산자 통제, 산사태 예방, 임도 및 등산로 주변 풀베기와 잡목 제거 그리고 산불감시초소 및 임도차단기 보수작업, 농업폐기물 수거 및 인화물질 제거작업 등 쉴 틈이 없다. 즉 이들이 계약직 기간제 근로계약을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경남 김해 분성산에서 3차례(2018년 12월25일과 30일, 2019년 1월6일) 산불이 났지만, 특수진화대의 현장투입은 한 차례뿐이었다. 12월30일과 1월6일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특수진화대원 총 10명은 현장 산불 진화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특수진화대원들이 단기 계약직으로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1월6일 발생한 산불은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기 어려워 완전히 불을 끄는 데 11시간이나 걸렸다. 특수진화대원을 정규직이 아닌 단기 기간제로 운영한 결과다.

지난 4일 발생한 고성, 인제, 강릉 등 강원도 지역의 산불로 특수진화대가 기간제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특수진화대가 기간제일 뿐 아니라 일당 10만원이라는 열악한 처우가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자 산림청은 특수진화대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산림청의 뒷북 정규직 전환 추진 입장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왜냐하면 특수진화대는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되어야 한다”며 기간제 노동자는 가급적 2017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특수진화대와 유사업무인 산불감시원, 산불예방전문대 등을 상시 지속 업무로 판단한 바 있다.

정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합동지침에도 특수진화대는 정규직 전환이 진행 중이거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그럼에도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은 매해 2월에서 12월 사이 10개월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왔다.

결국 산림청이 당연히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할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을 속이고 반복해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 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산림청 공무원들의 무지와 정부 지침 위반으로 만성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일당 10만원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린 것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처리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또 다른 꼼수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정부와 산림청은 특수진화대를 계속 기간제 노동자로 채용한 것은 스스로 정부의 지침을 어긴 행위이며, 심지어 불법의 소지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수진화대원을 처우 개선 없는 무기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비용 절감과 탄력적 인력 운용을 위해 무한정 늘린 비정규직이 사회 양극화의 핵심적인 원인이 되어 왔다고 진단하면서 정부와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진짜 그러고 있는가? 수도검침원, 도서관 연장 개관, 건강가정 및 다문화가족 지원, 아동복지교사, 생활체육지도자 활동지원 그리고 특수진화대. 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다.

<김성환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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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사회 전체의 화두다. 국가, 가정, 개인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자리는 우리 사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아침마다 전국사회부의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기사보고들에도 수식어만 바뀔 뿐 며칠 걸러 거의 빠짐없이 일자리 관련 대책들이 등장한다. 

일자리 대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단연 광주다.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계의 ‘인기 브랜드’다. 정부가 상반기 중 2곳을 더 선정한다고 하자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지자체들의 유치 움직임이 뜨겁다. 

‘상생형 일자리’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한마디로, 임금을 낮추는 대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초유의 노사정 상생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상생의 한 축엔 노조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 없다. 부재를 넘어 민주노총은 아예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한 3년 투쟁 돌입까지 선언한 상태다. 며칠 전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적극 추진했다는 이유로 광주공장 전임 지회장 2명에 대한 제명을 결의했다.  

이유가 뭘까.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 하향 평준화를 불러오며 나쁜 일자리가 확산되고, 지역별로 저임금 기업유치경쟁을 초래해 자동차산업 자체를 공멸시키는 치킨게임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우려다.   

이에 대한 반론은? “30년 가까이 노동운동의 결론을 담아 밤낮없이 뛰며 만들었는데, 민주노총은 얘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광주형 일자리는 비단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시간 고임금 일자리가 과연 좋은 것인지 등 미래 일자리의 가치, 노동과 인권, 여성, 소외계층 문제도 함께 얘기하고 풀어가자는 것이다.” 조합원 제명이 결의된 전임 지회장 중 한 명인, 광주형 일자리의 산파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의 말이다.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월급이 적은 대신,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교육과 보육, 주거 등 복지수준을 정부와 지자체가 상당 부분 사회적 임금으로 보전하기로 한 광주형 일자리는 젊은이들이 바라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미래 일자리 가치와도 닿아 있다. 

민주노총과 광주형 일자리가 상생하는, 제3의 길은 없을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이자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 이사장인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 ‘광주형 일자리’ 협약 자체는 상당히 위험요소가 많지만, 그렇다고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질타했다. 성과에 대해서는 완성차업체가 원·하청 이윤공유를 통해 협력업체들의 이윤율을 제고하고, 낮은 임금수준에 대해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며 구체적 추진전략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서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더 강한 정책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31일 오후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외에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개선’ 등을 4대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노조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화가 핵심인데, 철학의 공유 없이 외양만 베낀 짝퉁이 여기저기로 퍼질까봐 박병규 특보는 걱정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일 제68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3월 기준으로 조합원이 100만3000명”이라며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투쟁에 앞장서는 민주노총에 한국 사회 노동자들이 운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 임금노동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287만원,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이의 소득인 중위소득은 210만원으로 나타났다. 150만~250만원 미만을 받는 이들이 25.1%로 가장 많았고, 85만원 미만(16.8%), 85만~150만원 미만(15.9%), 250만~350만원 미만(14.9%) 순이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하다. 조합원 100만 돌파로, 제1의 노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민주노총은 월급 250만원 안되는 절반 이상의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는가. 또 하나, 민주노총의 가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강원도 산불의 와중 시민들은 훌륭했다. 위험 앞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서로 손을 내밀었다. 시민들은 서로 연대해 위기를 극복했다.   

시민들이 민주노총에 바라는 것도 연대의 힘이다. 전체 노동자의 대표라 말만 하지 말고, 일하는 모든 이들을 품으라고, 취업난에 신음하는 예비노동자들까지 품으라고, 노조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반대는 쉽다. 그러나 시민들이 기대하는 건 장외에서 훈수 두고, 판을 깨는 노조가 아닌, 함께 희망을 얘기하고, 나와 내 이웃을 지켜주는 노조다. 반대해야 할 때도 협상 테이블에서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조를 시민들은 원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도 나쁜 일자리도 될 수 있다. 좋은 일자리는 좋은 노조가 만든다.

<송현숙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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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 빅딜, 수소경제, 삼성르노자동차 파업. 최근 경제 현안에서 제조업 이야기를 빼놓긴 어렵다. 중요한데 늘 빠져 있는 것은 내부에서 일하는, 특히 기술과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좋은 일자리라는 평판을 좌우하는 것 중 큰 건 임금이다. 노동사회학 연구들을 살펴보면 임금은 크게 두 가지의 구조적 영향을 받는다. 먼저는 직장의 크기이다. 계약직, 촉탁직 등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크면 임금이 더 크다. 그래서 부모들과 선배들은 대기업에 가라고 한다. 두번째는 노동조합의 유무다. 노조원이면 임금단체협상을 통해서 노조가 없는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임금 차원에서 손해를 덜 볼 수 있다. 고용 보장을 위해서도 노조가 있는 게 낫다. 시간이 누적될수록 노조가 있는 회사를 다니는 것이 편차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그 전제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회사가 도산할 수 있고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 멀쩡한 대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도 낯설지 않다. 앞으로의 기대수익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려고 한다. 정리되는 부문의 일자리가 정리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개별 사업장 노조의 힘은 줄어든다. 공적자금 투입 정도의 상황이 되면 손을 쓸 수 없다. 두 가지 구조적 변수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든다.

좀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내생 변수, 즉 사람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생산직 숙련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생산방식을 ‘기민한 생산방식’이라고 한다. 한편에선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니즈에 최소 비용으로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생산직들의 숙련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전엔 차 한 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동자 한 명이 몇 달이고 선배 노동자의 작업을 보고 일머리를 익혔다면, 지금은 며칠이면 누구나 작업할 수 있게 현장이 재편되어 있다. 작업대 위에 걸린 화면의 설명을 보고 단순한 조립만 하면 되게 바뀌었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은 엔지니어들의 고민과 엄청난 설비투자에서 나오게 됐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졸 엔지니어가 정비와 개선을 맡는다. 생산직들의 자율성도 함께 줄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나 폭스바겐은 여전히 생산직 노동자들의 숙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으나, 한국의 대기업들은 1990년대 이후 전면적인 설비투자로 다른 길로 향했다. 용접부터 시작해 가장 많은 부분이 생산직들의 숙련에 의지한다는 조선업 역시 생산기술 투자가 많이 전개됐다. 중소 조선소가 빅3의 생산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숙련도 차이가 아니라 생산효율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생산의 다수를 차지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은 임금을 잘 주고 처우를 잘해주면 빅3와 중소 조선소 어디로도 이직하기에 노동자들의 숙련도 차이가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회사들은 가능하면 연공서열제를 가지며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정규직 생산직을 뽑지 않으려고 한다. 50대 생산직들의 퇴직 날짜만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10명이 정년퇴직 하면 2명만 뽑고, 급한 생산라인은 사내하청에 넘긴다. 생산량에 따라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고 이제는 숙련의 부재가 두렵지 않다. 전환배치가 노사 간의 첨예한 쟁점이 되는 이유다.  새로 공장에 갈 고졸 생산직의 미래는 선배들이 받아온 ‘노동계급 중산층’이라는 시샘만큼 밝지 않다.

대졸 엔지니어의 일자리와 숙련 문제는 어떨까. 기업들은 생산직보다 엔지니어를 뽑는 것을 선호한다. 생산보다 개발과 설계 단계에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쪽으로 제조업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시제품 생산에 필요한 생산직만 정규직으로 운영하려는 것은 제조 대기업이 꿈꾸는 미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립스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는 오롯이 시제품 생산만 한다.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들만 로봇이 할 일을 저임금 노동자들이 맡는다. 단가 후려치기 외에도 생산성 향상이 실제 문제가 된다. 정부가 스마트팩토리를 괜히 도입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산업 고도화가 생산직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생성되는 엔지니어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 든다.

산업 고도화로 노동의 양상과 직무와 직군별 위상이 바뀌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앞으로도 한국의 제조업 공장에 불이 꺼지진 않을 것 같지만, 공장을 채우는 인력의 구성이 바뀌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생산에 있어서 자율적인 생산직들의 숙련보다 엔지니어들의 치밀한 공정설계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1990년대까지 국가가 ‘인력 충원계획’을 세우면서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려 했던 고졸 생산직의 지위를 대졸 엔지니어가 대체한 거 아닌가 싶다. 

물론 생산직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놓을 수 없다. 한국 산업화 50년의 역사이며, 여전히 지역경제와 제조업을 움직이는 주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산업의 진화와 ‘축적의 길’을 이야기하려면 이제는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더 숙련할 수 있게 할 것인지, 그들에게 어떠한 위상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함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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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11일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할 뜻을 강하게 밝혔다. 의결 구조 개편은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이 경사노위에 불참하면서 본위원회 회의가 잇따라 무산된 데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 위원장은 의결 방식의 구체안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위원회의 파행을 막기 위해 계층별 대표를 본위원회 회의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 위원장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달 19일 경사노위의 첫 합의안인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은 계층별 대표들이 불참함으로써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다. 의결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서는 탄력근로제 합의안은 무위에 그칠 수 있다. 경사노위로서는 의결 구조를 개편해서라도 파행을 막겠다는 절박한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대책이 소외계층 대표를 의결 구조에서 배제하자는 것이라면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6월 노사정위원회를 확대해 청년·비정규직·여성·중소상공인 등 다양한 사회 주체의 이해를 대변하겠다며 출범했다. 경사노위가 의결 효율성을 내세워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배제한다면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다를 바가 없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은 경사노위 불참 사유로 탄력근로제에 대한 보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의결 구조에만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들었다. 거수기가 아닌 진정한 대화 주체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사회적 대화는 여성·청년·비정규직 같은 미조직 노동자에게 더 절실하다. 경사노위는 소외계층을 배제하는 의결 방식 개편보다는 계층별 대표들이 대화기구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 운영 방식부터 고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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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의결하려 했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차 본위원회가 무산됐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대표 3인이 6일 밤 “거수기 구실만 할 순 없다”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노동자대표 3인의 불참을 비난하며 본위원회 개최를 재추진하고 있다. 본위원회 개최 강행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2월20일 탄력근로제를 최장 6개월로 확대한다는 경사노위의 ‘노사정 합의안’ 발표는 처음부터 중대한 절차적 위법성을 안고 있었다. 정부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노사정위원회 대신 출범한 경사노위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대표는 물론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 등을 참여시켜 취약계층의 대표성을 보완한 것이라고 입이 마르게 홍보했다. 따라서 경사노위 합의안으로 발표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대표들이 포함된 본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경총, 대한상의, 한국노총만이 참여한 노동시간개선위원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결과를 본위원회 절차도 없이 경사노위 합의안으로 발표했다. 정부와 재계, 한국노총의 합의를 사회적 합의로 둔갑시켜 관철해왔던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합의안 내용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첫째,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고 했다.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조항은 노동자 90%가량이 무노조인 현실을 감안할 때 절대다수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무의미한 조항이다.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규정은 무력화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둘째,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6개월(26주) 평균하여 노동시간이 1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되므로 13주는 주 64시간, 13주는 주 40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 노동부의 과로사 인정기준인 ‘1주 평균 60시간 초과하는 경우(발병 전 12주 기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과로사 방지를 불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셋째,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의 경우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정하는 대신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그마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근로자대표와 ‘합의’가 아닌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근무일 바로 직전에 일별 노동시간을 통보하면 근로시간은 사용자가 정한 대로 춤을 추게 되고 생체리듬을 교란시키는 불규칙노동은 일상화된다. 넷째, 탄력근로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하여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게 하고 미신고 시 과태료를 부과하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금보전방안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방법과 기준이 없다. 근로자대표와 매월 1원을 보전한다는 합의안을 만들어 신고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6개월간 예전과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최대 3개월분 연장수당에 해당하는 임금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누구를 위한 합의안인지 정체가 분명해졌다. 본위원회 개최 강행을 멈추고 탄력근로제 합의안, 다시 논의하라.

<권영국 |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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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4일 또 발전소 운전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장치에 끼여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김용균씨 사망 이후 생긴 2인 1조 근무수칙이 사람을 살렸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과 부상자 ㄱ씨(48)가 소속된 하청업체 한전산업개발이 사고 처리 과정에서 보인 행태를 보면 이곳이 불과 석달 전 온 나라를 슬픔에 빠뜨렸던 사고가 난 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ㄱ씨는 2호기 내에서 작업하던 중 석탄분배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보행로가 아닌 곳으로 피하려다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동료가 장치를 멈추는 풀코드를 당겨 구조하며 살 수 있었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서부발전이 안전시설을 대폭 보강했지만 사고 지점에는 출입금지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청인 서부발전은 책임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서부발전은 사고 다음날인 5일 “재해자가 보행공간이 아닌 곳으로 피하면서 사고가 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2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하지만 안전시설은 현장 작업자가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산업재해 발생위험 장소에서 작업할 때는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서부발전은 기자들에게 공개한 보도자료에 ㄱ씨의 동의 없이 실명을 기재하기까지 했다.

ㄱ씨가 소속된 한전산업개발의 대처도 허술했다. 한전산업개발은 사고 직후 ㄱ씨가 외관상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보인다며 병원으로 이송하지도 않은 채 사고보고서를 썼다. 사고 1시간40분 만에야 ㄱ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매뉴얼에 따라 구급대원의 안전조치를 받도록 하지 않고 직원 승용차로 이송했다. 태안화력 3호기에서는 2017년 11월 40대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큰 부상을 입었는데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개인차량으로 이송했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일이 있었다. 반복된 사고에서 누구도,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 셈이다.

이번 사고 수습과정을 지켜본 한 정부 관계자는 “큰 사건을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다들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남지원 | 산업부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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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보상 중재안에 합의한 이후 추가로 피해를 제보한 사람은 227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중 141명은 삼성전자로부터 어떠한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중재안이 정한 대상 질병·사업장 요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가 산재 신청도 어렵고, 설령 신청해도 보상 산정기간이 짧아 실익이 없다. 이 때문에 신청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올림은 14명에 대해서만 집단 산재 신청을 했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일하다 질병에 걸렸다면 사업주와 국가가 치료하고 보상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보상이 원천 봉쇄되고, 산재 신청조차 어렵다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던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당시 23세)씨의 12주기 추모 행사가 지난 2일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가 마주 보이는 신선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12년 전 설악산 울산바위에 딸의 유골을 뿌려 딸을 이곳에 잠들게 했다. 반올림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반올림의 싸움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 등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사건이 계기였다. 반올림은 지금까지 43명의 산재 인정과 대법원의 ‘삼성 직업병’ 확정 판결 등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11년간 이어온 양측의 다툼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중재안은 대상 질병을 백혈병 등 74종으로, 대상자도 ‘삼성전자 반도체 LCD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및 사내협력업체 현직자와 퇴직자’로 한정했다. 협약 당시 반올림과 피해자 측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했으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삼성전자와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조정위의 압박으로 협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조정위의 중재안은 삼성전자의 보상과 사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중재안으로 인해 보상 대상 밖의 질병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 전·현직 노동자나, 삼성전자 외 사업장 피해자의 보상길이 막혔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사업주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인과관계가 드러나고 사고를 막을 대책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노동당국도 노동자가 일터에서 얻은 직업병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얻은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할 때 ‘제2의 황유미’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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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충남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를 접하는 순간 눈과 귀를 의심했다. 시간과 장소만 바꾸면 두 달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 사고와 판박이다. 숨진 이모씨(50)는 외주용역업체 노동자로 김씨처럼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변을 당했다. 비정규직인 이씨는 제2의 김용균이었다. 어떻게 두 달 만에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된단 말인가. 안타까움을 넘어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씨가 사망한 이후 비정규직들은 “나도 김용균이다”를 외치며 원·하청의 노동차별 금지,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했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식을 미뤄가며 근본적인 대책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 덕에 ‘김용균법’이 통과됐고,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다. 이번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인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씨 가족을 만나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신분보장을 이루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용균법도, 대통령의 약속도 외주업체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죽음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했다. 2007년부터 이번 사고에 이르기까지 모두 36명이 이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27명이 외주업체 노동자였다. 2013년 5월에는 전로제강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가스에 질식돼 숨지기도 했다. 당진공장은 원·하청 노동자 간 차별이 심한 사업장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관할 지방노동청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비정규직 차별금지,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근로감독은 무력했다. 감독과 시정 조치 이후에도 매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노동청의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현대제철은 21일 “사고 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대책 마련 및 안전 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때마다 반복해서 들었던 얘기다. 아직 사고 원인과 경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관계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작업장의 안전장치 미비, 비정규직 차별 실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최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장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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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8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 시행 방안을 논의하며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이날 회의는 탄력근로제를 논의한 경사노위의 마지막 회의였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2월20일 이후 모두 8차례에 걸쳐 탄력근로제를 논의했지만,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했다. 두 달에 걸친 사회적 대화기구의 노사 합의 노력은 무위로 끝나게 됐다. 

탄력근로제란 단위기간 동안 업무량을 조정해 평균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단위기간 최장 3개월 이내에서 평균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해 주 52시간제 전면 실시를 계기로 재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시간 개악에 나선 셈이다.

18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철수 노동시간개선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1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던 회의는 이철수 위원장에게 입장문을 전달하려는 민노총 등 장내 정리를 이유로 2시간 20분여 뒤에 열렸다. 민노총은 결국 경사노위 박태주 상임위원에게 입장문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는 논의 단계부터 신중했어야 한다.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제가 정착되기도 전에 등장했기 때문에 노동자보다는 사업주의 요구를 앞세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탄력근로제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다. 최근 노동자의 잇단 과로사에서 보듯 탄력근로제가 더 많은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 것을 명약관화하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탄력근로제 합의에 앞서 저임금·장시간에 시달리는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동계와 협의했어야 한다.

노동계가 극력 반대하는 탄력근로제를 경사노위에 상정한 것도 따져볼 문제다.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해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하려 했지만, 노사 간 의견차가 너무 컸다. 사회적 대화가 불가능한 사안을 경사노위의 안건으로 올린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런데도 경사노위는 논의 결과를 국회에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한다.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당초 국회는 2월 임시국회 회기 전까지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기를 다투어 처리할 일이 아니다. 국회는 탄력근로제 논의에 앞서 노동계의 입장과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우리 사회의 주 52시간제 정착과 ‘삶의 질 향상’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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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재수 없게 땀띠와 감기몸살이 함께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허리께에서 시작된 수포와 통증이 온몸으로 번지고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며칠 아침을 울면서 출근했고, 퇴근해서는 울면서 잠들었다. 그제야 내가 대상포진에 걸렸음을 알았다. 병원에서는 한 달을 먹고 자기만 하며 쉬라 권고했지만 회사에 병가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새 일터에 출근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고, 나는 인사고과에 따라 3개월마다 재계약되는 파견직 노동자였다.

제때 쉬지 못해 후유증으로 신경통이 남았다. 자칫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싶은 불안함에 아파도 출근을 선택해야만 했던 것의 대가였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개인에게 아픔을 감내하는 것만이 아닌 죽음을 감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군과 컨베이어벨트를 청소하던 김용균씨가 죽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던 위험한 작업장은 동시에 정규직 전환이란 희망의 갈림길이었다.

겪어보니 알겠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일하고 덜 쉰다. 계약 연장은 물론 그 끝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라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참을 수 없는 일을 참는다. 일이 연장되거나 업무의 강도가 높아져도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권한과 힘이 없으니 결국 해야만 한다. 4대 보험 적용이 되지 않거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일지라도 참아야만 한다.

특수노동으로 분류돼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노동자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하지 않으면 쉴 수 있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통제할 수 없어 자신을 끝까지 소모시킨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니 노동법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수록, 노동 환경의 질이 낮을수록,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아프다. 김승섭, 박주영, 이나영, 윤서현, 최보경이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용 형태와 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37편의 연구 중 35편에서 ‘정규직 노동자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이 유의미하게 나빠짐’이 드러났다. 이들은 음주나 흡연, 사망과 사고 등으로 몸이 아프거나 간접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장애나 만성질환, 우울증 등을 더 쉽게 겪었다.

나아가 이러한 노동 양극화는 건강 양극화로 이어진다. 임금은 적은데 생활비는 많이 들면 대개 식비부터 줄여 영양불균형이 오기 쉽다.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거나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등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위험의 외주화’와 같이 안전 관리가 소홀해진 작업 환경에 노출되면 사망률이나 사고율이 상승한다.

건강이란 실존이자 존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과도 같기에 마냥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 직접고용·정규직화와 동시에 드러나지 않은 노동과 새로운 노동에 대한 인정이 시급하다. 4대 보험의 문턱을 낮추고 혹은 작업 환경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국가 차원의 다면적 제도 마련과 개선이 필요하다.

고용 형태가 우리 삶의 형태를 결정한다면, 삶의 형태가 우리 그림자를 결정하지 않겠는가. 먼저 떠난 그들의 그림자를 뒤따르는 우리를 보아라. 어떤 노동과 어떤 삶을 좇아가고 있는 것 같은가. 이제는 그만 아프고,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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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중 일부가 많게는 첫 급여의 절반가량을 가압류당했다고 한다. 2009년 ‘옥쇄파업’ 당시 경찰이 장비파손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힘겹게 돌아온 일터에서, 그것도 설 명절을 앞두고 받은 첫 월급이 반 토막 난 것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노조원과 쌍용차범대위, 국가손배대응모임 회원들이 30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직 한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가압류를 규탄하고, 국가 손해배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10년간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 일방적 구조조정에 파업·농성으로 맞서다 회사 측의 직장폐쇄와 국가의 무력진압으로 1700여명은 회사를 떠나야 했고, 165명은 해고됐으며, 30명은 극단적 선택이나 병으로 사망했다. 파업이 끝난 뒤에도 국가와 쌍용차 사측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가압류로 노동자들을 괴롭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팀이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 236명의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남성 노동자 10명 중 3명이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3%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씨가 손배·가압류에 따른 고통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그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으려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다름없다. 경제·심리적으로 위축시켜 또 다른 비판이나 시위를 막아보려는 ‘겁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29개주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을 제정했고, 스웨덴은 이를 헌법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국제노동기구도 2017년 정부에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손배·가압류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더욱이 “쌍용차 공권력 투입은 정당하지 않다”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론도 나와 있지 않은가.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가압류 해제 여부는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 경찰은 이미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달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전달했다. 쌍용차 사측은 오래전에 소송 및 가압류를 취소했다. 그런데도 국가가 이를 계속 고집한다면 노조활동 방해를 일삼은 ‘창조컨설팅’과 뭐가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제라도 손배·가압류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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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대의원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에 실패한 이후 두번째다.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참여 안건을 상정도 하지 못한 채 폐회했다. 노동계의 중요한 축인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사회적 대화기구의 온전한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화의 길을 스스로 차단한 민주노총의 행보가 안타깝다.

당초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 방침을 대의원대회에서 추인받으려 했으나 내부 반발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대화기구 참여를 통한 협상과 조직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구성원 설득에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경사노위 참여 반대파들은 민주노총이 ‘정부의 들러리’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대의원대회에서는 노동 현안에 대한 여러 의견과 해법이 제시됐다. 민주노총 지도부로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가 무산되면서 파업이나 집회와 같은 투쟁 전략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정부와의 대화 노력을 포기하면 안된다. 자칫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줄곧 민주노총의 대화기구 참여를 독려해왔다. 지난 2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민주노총의 대화 참여를 중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 무산은 당혹스러운 소식일 수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제 이원화 등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한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 침체를 빌미로 재벌개혁과 노동존중 정책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정은 정부의 노동개혁 후퇴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에 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얼마나 대화의 장을 조성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에 상관없이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로 경사노위가 진행된다면 정부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정해놓은 뒤 경사노위를 거쳤다고 노동계를 압박한다면, 이것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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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배우고 싶어 무작정 기타 책을 사서 연습을 했다. 책 맨 뒤에 코드 연습을 위한 표가 있다. 그 표 위에는 늘 ‘cort’라는 표시가 있다. 그래서 콜트(Cort)기타를 안다. 돈 없고 가난한 시절 콜트기타는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에겐 소중한 기타였다. 중저가 브랜드 중에선 최고였다.

문화연대가 지난 13년간 콜트콜텍과 연대하면서 만난 가수 중 대부분은 콜트기타를 알고 있었다. 지금도 처음 기타를 배울 때 썼던 콜트기타를 가지고 있다는 뮤지션도 있었다. 소중한 추억의 기타가 노동자의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가수 이한철은 “예술은 감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기타를 생산한다는 것은 예술과 만나는 것이다. 예술은 감성이 결여된 사람이 하기엔 역부족이다. 박영호 사장처럼 노동을 부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그는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은 예술이며 예술은 계산기로 두드려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도 했다.

밴드 한음파는 “음악인으로서 콜트콜텍과 같은 일에는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기타를 만드는 사람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공생 관계로 노동자의 착취는 결국 뮤지션에 대한 착취다. 늘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겠다. 박영호 사장이 버틸수록 연대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의 톰 모렐로(Tom Morello)와 잭 드라 로차(Zack De La Rocha), MC5의 웨인 크레이머(Wayne Kramer) 등 세계적 뮤지션들도 “기타는 착취가 아니라 자유를 의미한다”며 자신의 기타가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들어졌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콜트악기의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시나위의 신대철을 비롯해 사랑과평화의 최이철, 한상원밴드, 게이트 플라워즈는 사측이 만든 콜트문화재단의 공연 섭외에 좋은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다가,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즉각 사과를 했고,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 후원공연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2007년 당시 콜트악기와 콜텍은 전 세계 기타 시장의 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재무상태도 안정적이었고, 10년 동안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국내 공장을 폐업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한 이유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콜트콜텍은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 펜더, 알바레즈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다량의 기타를 납품하고 있었다. 박영호 사장은 30년 동안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을 쥐어짜 자산규모가 1000억원대에 이른다. 한국 부자순위 140위가 되었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박 사장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1993년 인도네시아 공장, 1999년 중국 공장을 설립하고는 천천히 국내 생산라인을 축소시켜 나갔다. 

2007년 4월에는 인천 콜트악기 노동자 56명을 정리해고하고, 7월에는 계룡시에 있는 콜텍악기를 위장폐업하고 남아있던 67명 전원을 정리해고했다. 2008년 8월에는 인천 콜트악기마저 폐업했다. 생산 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빼돌리고, 서류상 경영위기를 만들어 정리해고와 폐업의 명분으로 삼았다.

올해로 정년을 맞이하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는 13년의 긴 투쟁을 끝내고 싶다고 한다. 정년이 되기 전에 복직해 아빠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저항의 목소리를 냈지만 확고부동한 부의 소유자 박영호 사장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콜텍은 여전히 기타산업 1위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대전에서 콜텍 본사가 있는 등촌동을 거쳐 부평으로, 여의도에서 광화문을 거쳐 최근 등촌동으로 농성장을 옮겼다. 올해가 지나면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복직의 꿈을 찾아서, 일상의 삶을 돌려받기 위해서 말이다.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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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노동조합 파괴 전문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컨설팅 명목으로 13억원을 건넨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노조파괴를 위한 컨설팅비를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보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경찰의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다”며 설 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창조컨설팅은 노사분규가 일어난 회사에 ‘노조를 파괴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거액을 챙겨온 회사로 유명하다.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등 14곳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고 노조 와해에 관여해왔다. 이를 계기로 노조파괴를 꾀하는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  

기업이 노무 전문 컨설팅업체에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돈을 건넸다면 명백한 부당거래다. 이러한 부당거래가 없었다면 ‘유성기업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사태로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34명이 직장을 잃고, 수백명의 노동자가 ‘용역깡패’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조합원들이 1300건에 달하는 사측의 고소·고발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검찰이나 법원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 사용자의 부당한 노동행위에 대해 관대했던 과거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향신문이 대법원과 대검찰청으로부터 입수한 2010~2014년 형사사건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법원의 실형을 받은 사람도 1명뿐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전국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노조활동 방해’를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측의 노조 탄압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한화테크윈 노조 탄압 및 와해에 대한 수사도 전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전히 검찰의 노조활동에 대한 편견을 우려한다. 검찰이 청와대 앞 기습시위를 벌인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로 표현한 것을 그 사례로 든다. 정상적인 노조활동의 보장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출발선이다. 검경은 공정한 수사를 통해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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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와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350만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약 1988만명)의 17.4%를 차지했다. 간접고용은 용역, 파견, 사내하청, 하도급 등 노동자 고용 업체와 실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업체가 다른 고용형태를 가리킨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경비·청소 노동자, 전자제품 수리기사는 모두 간접고용 노동자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획시리즈 ‘마르지 않는 간접고용의 눈물’에는 간접고용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이 생생하다. 위험환경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위험성과 개선방안을 요구하지만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개선 책임이 하청기업이 아니라 원청에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산재 경험 비율은 정규직의 2배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높다. 또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하루 평균 2시간 더 일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처럼 노동조건, 복지, 임금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받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18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1100만 비정규직 촛불 행진'을 열고 정부 차원의 비정규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노동자들이 차별과 불이익에 저항하는 마지막 보루는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원청기업은 계약 파기나 폐업을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무기로 삼는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1%도 되지 않는다. 노조가 결성돼도 사업장 내에 노조 사무실을 가질 수 없다. 정규직 노조가 연대하거나 지원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원청업체와 정규직 간 담합으로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우리는 국민소득 3만달러,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했다. 그 최전선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를 중요 과제로 내걸었지만,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늘고 있다. 고용 형태는 플랫폼·특수고용 등으로 세분화·복잡화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정부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적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고용관계에 상관없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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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에서 내려오던 밧줄은 그들에게는 생명줄이었다. 그 밧줄로 아침과 저녁 밥을 올리고 물을 올렸다. 그런 밧줄을 내리지 않는다는 건, 물도 소금도 없이 고공에서 단식을 한다는 것이고, 그건 지상에서 단식을 하는 일과는 다른 의미다. 곧 생명을 걸겠다는 것,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오늘로 423일, 75m 굴뚝에서 농성을 하는 파인텍 노동자들이 있다. 박준호, 홍기탁은 한국합섬 노동자들이었고, 스타케미칼 노동자였고, 파인텍 노동자였다. 한국합섬을 헐값에 인수한 스타플렉스 사장 김세권씨는 1년8개월간 공장을 가동하다가 이른바 강성노조가 들어서자 갑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했다. 이미 한국합섬 시절에 빈 공장을 5년 동안 지키며 싸웠던 노동자들은 다시 조업을 재개하라며 투쟁에 돌입했고, 그런 가운데 차광호 조합원은 408일 동안 구미 공장의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했다. 김세권씨는 사회적 압력에 못 이겨서 합의를 했다. 노동자들은 그 합의서에 따라 신설된 파인텍이라는 회사로 출근을 했다. 하지만 그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8개월 만에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사는 생산 설비를 모두 빼버리고 공장마저 없앴다. 이 노동자들은 돌아갈 곳조차 없어졌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게 박준호, 홍기탁 두 노동자들이 굴뚝에 올라간 배경이다. 한국합섬부터 스타케미칼, 파인텍에 이르는 20년의 세월 동안 그들에게 노동조합은 생명이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배웠다. 1000명이 넘던 조합원들은 그 세월 동안 모두 흩어져서 이제는 겨우 다섯 명이 남았다. 그들이 보기에 이 세상은 잘못돼도 너무 잘못돼 있다. 노동자만 희생당하는 이건 정의가 아니다. 자신들이 강성노조라고 하지만, 자본은 더욱 강성 아닌가. 자본에는 법과 제도가 있고, 관행이 있고, 사법부의 판례가 있고, 공권력이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박노자 교수는 노르웨이의 사회복지를 소개한 책에서 노르웨이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한국에서 벌어져서 아들을 현장에 데리고 갔다고 했다. 그게 2011년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에 반대해서 김진숙씨가 크레인에 올라가 있던 때였다. 그는 노르웨이 사회복지 모델은 “노동운동이 만들어낸 ‘사회적 책임’과 ‘평등’의 담론”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선망해 마지않는 북유럽의 사회복지국가는 모두 강성노조의 힘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강성노조가 없으면 사회복지국가도 어렵다는 걸 언제 사람들이 인정하게 될까? 강성노조는커녕 노동조합을 할 권리마저 고단한 투쟁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동조합을 지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굴뚝 위에서 밧줄을 내리지 않으며 한 말은 “청춘을 다 바쳤다. 민주노조 사수하자!”이다. 민주노조가 목숨을 걸어야 지킬 수 있는 현실은 비참하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노동조합만 원하는 사회가 이런 참극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김세권씨는 스타케미칼을 폐업할 때도 강성노조 핑계를 댔다. 고분고분 말 잘 듣던 노조와 짜고 고용 문제를 유연화하려고 했는데, 원칙을 강조하는 강성노조가 들어선 뒤 태도가 돌변했다. 노동자 권리를 지키려는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용주는 김세권씨만 아니라 대다수 사용자들이지 않을까?

책임을 져야 할 김세권씨는 이 상황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불법을 저지르고 굴뚝에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고. 또한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제조업 하면 언론에서 악덕한 기업인으로 몬다”고도 항변했다. 그럴 수도 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기업인이 자신만이 아닌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렸다. 합의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그는 협상장에 불려나오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는 4차 협상이 결렬된 지금까지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책임을 면할까에만 골몰한 것 같고, 그게 굴뚝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단식까지 결심하게 만들었다. 

김세권씨가 다섯 명 남은 노동자들을 고용할 만큼의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지난해 7월까지 적립한 사내유보금이 774억원이 넘는다. 그가 지난해 3분기까지 받은 보수 총액은 6억원이 넘는다. 상여금도 7000만원 이상이다. 그가 받는 보수만으로도 5명의 고용은 넉넉히 해낼 텐데도 죽는 소리만 한다. 사실 경제위기라고 하는 지난해에도 재벌과 대기업들은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돈은 재벌과 대기업으로 들어가기만 하고, 사회로 풀리지 않는다. 결국 경제위기는 분배가 되지 않는 분배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묶어두고 안정적으로 착취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려고 하는가. 이게 정상인 나라는 단연코 부정의한 나라다. 

나는 그들 곁에서 동조단식을 한 지 오늘로 22일이다. 배고프고, 기운이 빠진다. 조금 무리하면 부정맥 증상도 재발하고는 한다. 나와 같이 단식 중인 나승구 신부나 박승렬 목사, 그리고 송경동 시인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굴뚝에서 그들이 살아서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창간한 ‘인권운동’ 담론지에서 류은숙씨는 “각각의 고통에는 인간의 지문과도 같은 ‘고유함’이 있는데, 그것을 지우고 편리한 관용구에 그 고통을 가두려 할 때, 고유한 고통들은 박제돼버리고는 한다”고 말했다. 굴뚝 위의 둘과 굴뚝 아래의 세 사람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고유의 고통을 견디는 중이다. 인권은 그 고유한 고통을 겪는 이의 곁을 지켜주는 일이고, 그들의 고통을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일이다. 우리의 단식은 그런 인권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두 노동자는 지금 굴뚝 위, 한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단식을 한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절규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서 권리를 찾는 중이다. 그런 그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일은 민주공화국 시민의 의무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4·16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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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28일 구의역 승강장에서 김모군(19)이 안전문에 끼여 숨졌다. 구의역 사고 이후 정치권에선 노동자 안전사고에 기업 책임을 묻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2007년 영국에서 제정된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을 본뜬 ‘기업살인법’을 추진하겠다는 정치인도 나왔다. 2017년 11월 현장실습생 이민호군(18)이 컨베이어벨트가 역주행하는 바람에 압착기에 눌려 숨졌다. 여야 국회의원이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을 냈다.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24)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죽은 뒤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추진됐다.

실제 산업재해를 제때 제대로 막는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김군 사망 이후 기업살인법이 추진됐다면 김씨의 죽음은 없었을지 모른다. 당시 발의되거나 추진이 발표된 법안들은 2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었다. 이군이 죽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을 냈지만 일부 개정되는 데 그쳤다. 그마저 노동단체로부터는 이전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중 숨진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상례원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지난달 3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며 아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이야기 하며 복받치는 눈물을 애써 참고 있다. 김기남 기자

연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이 불충분했던 것도 전례로 봐서 이상한 게 아니었다. 28년 만의 개정과 일보 전진에 의미를 두는 평가도 나왔지만, ‘김용균법’이라 이름 붙은 이 법은 정작 ‘김용균’을 보호하지 못한다. 도금, 수은·납·카드뮴 등을 사용하는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 금지했지만, 김씨가 담당했던 발전소 운영이나 정비 등은 여전히 도급계약이 가능하다. 노동자 사망 때 업주를 처벌하는 하한선(징역 1년) 신설 조항도 국무회의를 거치면서 없어졌다. 정부와 국회의 이 문제에 대처하는 ‘노동자의 죽음-법안 발의 추진-법안 축소·폐기’의 도식은 정식처럼 굳어졌다.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입법은 요원하다. 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김군의 동료 박창수씨가 지난 4일에도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주최 추모제에 나와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정규직화를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군과 이군, 김씨의 죽음은 예외적인가? 지난 10년간 태안화력에서만 12명이 사고로 죽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다. 통계가 제공된 1994년 이후 2016년까지 23년 동안 두 차례(2006, 2011년)만 빼고 1위를 차지했다.

노동계는 끊임없이 노동자의 죽음과 소외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 사망 한 달 전부터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노동존중 입법 촉구 투쟁을 벌였다. 김씨도 안전모와 방진모를 쓴 채 지난해 12월1일 태안화력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들 목소리에 즉각적인 응답은 없었다. 이들의 투쟁은 국가 경제 발전을 망각한 ‘노동 기득권’의 ‘촛불 청구서’로 폄훼됐다. 여권 일부 정치인들도 보수 언론의 ‘기득권’ ‘청구서’ 프레임에 올라탔다. 사망자가 10~20대가 아니었다면, 공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유족이 투쟁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 일부 수정의 산안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죽음과 희생을 국가와 기업 발전의 과정에서 파생된 ‘부수적 피해’로 취급한다. 공장을 돌려 이윤을 내 경제적 부를 축적해야 국가도 발전한다는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가 산다’는 논리는 ‘노동자가 죽어도 기업은 살아야겠다’는 불의와 다름없다.

지금의 대의제는 위기 징후가 나타나도, 죽음이 도처에 만연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수십번 관련법을 개정하고, 수십개의 관련법을 제정해도 모자랄 판에 사람이 죽어나야 시늉만 내는 게 지금 대의제의 작동 방식이다. 일련의 죽음에서 ‘대의 불충분’과 ‘대의 불가능’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 불충분과 불가능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자본과 노동 문제를 전 정권보다 더 선의로 대한다 해도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 않다. 선의와 진정성만으로 체제 문제,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시 ‘경제 활력’이란 말이 나온다. 헌법 전문에 나온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겠다던 이 정부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 용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다시 높아진다. 경제와 이윤을 최우선하는 이데올로기는 2018년 역대 최고의 수출액을 달성하고도 멈추지 않는다.

이 글을 마무리할 때 다시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입사 7개월밖에 안된 20대 노동자가 한 금속가공공장에서 고소 작업대(리프트)에 올라 자동문 설치작업을 하다 문틀과 작업대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 죽음의 행렬은 언제 멈출 수 있을까?

<김종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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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