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343건

  1. 2019.02.11 [NGO 발언대]건강 양극화로 이어지는 노동 양극화
  2. 2019.01.31 [사설]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차 노동자 첫 월급 가압류하다니
  3. 2019.01.30 [사설]사회적 대화 의미 퇴색, 민주노총도 정부도 성찰해야
  4. 2019.01.25 [기고]노동자와 뮤지션의 만남
  5. 2019.01.22 [사설]노조파괴 컨설팅업체 고용한 기업 처벌 당연하다
  6. 2019.01.18 [사설]간접고용 350만 ‘김용균들’ 노동권 보장 시급하다
  7. 2019.01.08 [박래군 칼럼]굴뚝에서 밧줄이 내려오지 않던 날
  8. 2019.01.07 [아침을 열며]대의 불충분 또는 불가능성
  9. 2019.01.02 [사설]쌍용차 해고자 출근, ‘사회적 대타협’ 가치 되짚는 계기로
  10. 2018.12.31 [사설]경찰이 돈 받고 삼성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니
  11. 2018.12.27 [기고]김용균씨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
  12. 2018.12.27 [박재현의 한 발 멀리서]김용균씨 어머니와 윤창호씨 친구들을 보며
  13. 2018.12.26 [사설]‘최저임금 마녀사냥’ 이제 그만하라
  14. 2018.12.26 [사설]‘위험의 외주화’ 막을 산업안전법 12월 국회서 처리해야
  15. 2018.12.18 [긴급기고]파인텍 고공농성 402일…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16. 2018.12.18 [사설]정작 근본 처방은 빠진 ‘태안발전소 사고’ 정부 대책
  17. 2018.12.17 [시선]정규직·한국인이 아니란 이유로
  18. 2018.12.17 [사설]또 컵라면 유품, 비정규직 죽음 막을 법 개정 시급하다
  19. 2018.12.14 [시론]고공농성 408일만은 넘기지 않게
  20. 2018.12.14 [사설]노동의 양보 없이는 경제활성화 어려운 건가

처음에는 재수 없게 땀띠와 감기몸살이 함께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허리께에서 시작된 수포와 통증이 온몸으로 번지고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며칠 아침을 울면서 출근했고, 퇴근해서는 울면서 잠들었다. 그제야 내가 대상포진에 걸렸음을 알았다. 병원에서는 한 달을 먹고 자기만 하며 쉬라 권고했지만 회사에 병가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새 일터에 출근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고, 나는 인사고과에 따라 3개월마다 재계약되는 파견직 노동자였다.

제때 쉬지 못해 후유증으로 신경통이 남았다. 자칫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싶은 불안함에 아파도 출근을 선택해야만 했던 것의 대가였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개인에게 아픔을 감내하는 것만이 아닌 죽음을 감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군과 컨베이어벨트를 청소하던 김용균씨가 죽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던 위험한 작업장은 동시에 정규직 전환이란 희망의 갈림길이었다.

겪어보니 알겠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일하고 덜 쉰다. 계약 연장은 물론 그 끝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라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참을 수 없는 일을 참는다. 일이 연장되거나 업무의 강도가 높아져도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권한과 힘이 없으니 결국 해야만 한다. 4대 보험 적용이 되지 않거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일지라도 참아야만 한다.

특수노동으로 분류돼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노동자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하지 않으면 쉴 수 있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통제할 수 없어 자신을 끝까지 소모시킨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니 노동법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수록, 노동 환경의 질이 낮을수록,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아프다. 김승섭, 박주영, 이나영, 윤서현, 최보경이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용 형태와 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37편의 연구 중 35편에서 ‘정규직 노동자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이 유의미하게 나빠짐’이 드러났다. 이들은 음주나 흡연, 사망과 사고 등으로 몸이 아프거나 간접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장애나 만성질환, 우울증 등을 더 쉽게 겪었다.

나아가 이러한 노동 양극화는 건강 양극화로 이어진다. 임금은 적은데 생활비는 많이 들면 대개 식비부터 줄여 영양불균형이 오기 쉽다.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거나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등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위험의 외주화’와 같이 안전 관리가 소홀해진 작업 환경에 노출되면 사망률이나 사고율이 상승한다.

건강이란 실존이자 존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과도 같기에 마냥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 직접고용·정규직화와 동시에 드러나지 않은 노동과 새로운 노동에 대한 인정이 시급하다. 4대 보험의 문턱을 낮추고 혹은 작업 환경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국가 차원의 다면적 제도 마련과 개선이 필요하다.

고용 형태가 우리 삶의 형태를 결정한다면, 삶의 형태가 우리 그림자를 결정하지 않겠는가. 먼저 떠난 그들의 그림자를 뒤따르는 우리를 보아라. 어떤 노동과 어떤 삶을 좇아가고 있는 것 같은가. 이제는 그만 아프고,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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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중 일부가 많게는 첫 급여의 절반가량을 가압류당했다고 한다. 2009년 ‘옥쇄파업’ 당시 경찰이 장비파손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힘겹게 돌아온 일터에서, 그것도 설 명절을 앞두고 받은 첫 월급이 반 토막 난 것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노조원과 쌍용차범대위, 국가손배대응모임 회원들이 30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직 한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가압류를 규탄하고, 국가 손해배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10년간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 일방적 구조조정에 파업·농성으로 맞서다 회사 측의 직장폐쇄와 국가의 무력진압으로 1700여명은 회사를 떠나야 했고, 165명은 해고됐으며, 30명은 극단적 선택이나 병으로 사망했다. 파업이 끝난 뒤에도 국가와 쌍용차 사측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가압류로 노동자들을 괴롭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팀이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 236명의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남성 노동자 10명 중 3명이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3%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주중씨가 손배·가압류에 따른 고통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그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으려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다름없다. 경제·심리적으로 위축시켜 또 다른 비판이나 시위를 막아보려는 ‘겁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29개주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법을 제정했고, 스웨덴은 이를 헌법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국제노동기구도 2017년 정부에 파업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 대한 국가의 손배·가압류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더욱이 “쌍용차 공권력 투입은 정당하지 않다”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론도 나와 있지 않은가.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가압류 해제 여부는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 경찰은 이미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달라는 의견서를 검찰에 전달했다. 쌍용차 사측은 오래전에 소송 및 가압류를 취소했다. 그런데도 국가가 이를 계속 고집한다면 노조활동 방해를 일삼은 ‘창조컨설팅’과 뭐가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제라도 손배·가압류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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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대의원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에 실패한 이후 두번째다.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참여 안건을 상정도 하지 못한 채 폐회했다. 노동계의 중요한 축인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사회적 대화기구의 온전한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화의 길을 스스로 차단한 민주노총의 행보가 안타깝다.

당초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 방침을 대의원대회에서 추인받으려 했으나 내부 반발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대화기구 참여를 통한 협상과 조직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구성원 설득에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경사노위 참여 반대파들은 민주노총이 ‘정부의 들러리’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대의원대회에서는 노동 현안에 대한 여러 의견과 해법이 제시됐다. 민주노총 지도부로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가 무산되면서 파업이나 집회와 같은 투쟁 전략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정부와의 대화 노력을 포기하면 안된다. 자칫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줄곧 민주노총의 대화기구 참여를 독려해왔다. 지난 2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민주노총의 대화 참여를 중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 무산은 당혹스러운 소식일 수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제 이원화 등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한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 침체를 빌미로 재벌개혁과 노동존중 정책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정은 정부의 노동개혁 후퇴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에 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얼마나 대화의 장을 조성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에 상관없이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로 경사노위가 진행된다면 정부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정해놓은 뒤 경사노위를 거쳤다고 노동계를 압박한다면, 이것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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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배우고 싶어 무작정 기타 책을 사서 연습을 했다. 책 맨 뒤에 코드 연습을 위한 표가 있다. 그 표 위에는 늘 ‘cort’라는 표시가 있다. 그래서 콜트(Cort)기타를 안다. 돈 없고 가난한 시절 콜트기타는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에겐 소중한 기타였다. 중저가 브랜드 중에선 최고였다.

문화연대가 지난 13년간 콜트콜텍과 연대하면서 만난 가수 중 대부분은 콜트기타를 알고 있었다. 지금도 처음 기타를 배울 때 썼던 콜트기타를 가지고 있다는 뮤지션도 있었다. 소중한 추억의 기타가 노동자의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가수 이한철은 “예술은 감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기타를 생산한다는 것은 예술과 만나는 것이다. 예술은 감성이 결여된 사람이 하기엔 역부족이다. 박영호 사장처럼 노동을 부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그는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은 예술이며 예술은 계산기로 두드려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도 했다.

밴드 한음파는 “음악인으로서 콜트콜텍과 같은 일에는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기타를 만드는 사람과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공생 관계로 노동자의 착취는 결국 뮤지션에 대한 착취다. 늘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겠다. 박영호 사장이 버틸수록 연대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의 톰 모렐로(Tom Morello)와 잭 드라 로차(Zack De La Rocha), MC5의 웨인 크레이머(Wayne Kramer) 등 세계적 뮤지션들도 “기타는 착취가 아니라 자유를 의미한다”며 자신의 기타가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들어졌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콜트악기의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시나위의 신대철을 비롯해 사랑과평화의 최이철, 한상원밴드, 게이트 플라워즈는 사측이 만든 콜트문화재단의 공연 섭외에 좋은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다가,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즉각 사과를 했고,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 후원공연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2007년 당시 콜트악기와 콜텍은 전 세계 기타 시장의 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재무상태도 안정적이었고, 10년 동안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국내 공장을 폐업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한 이유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콜트콜텍은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 펜더, 알바레즈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다량의 기타를 납품하고 있었다. 박영호 사장은 30년 동안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을 쥐어짜 자산규모가 1000억원대에 이른다. 한국 부자순위 140위가 되었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박 사장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1993년 인도네시아 공장, 1999년 중국 공장을 설립하고는 천천히 국내 생산라인을 축소시켜 나갔다. 

2007년 4월에는 인천 콜트악기 노동자 56명을 정리해고하고, 7월에는 계룡시에 있는 콜텍악기를 위장폐업하고 남아있던 67명 전원을 정리해고했다. 2008년 8월에는 인천 콜트악기마저 폐업했다. 생산 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빼돌리고, 서류상 경영위기를 만들어 정리해고와 폐업의 명분으로 삼았다.

올해로 정년을 맞이하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는 13년의 긴 투쟁을 끝내고 싶다고 한다. 정년이 되기 전에 복직해 아빠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저항의 목소리를 냈지만 확고부동한 부의 소유자 박영호 사장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콜텍은 여전히 기타산업 1위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대전에서 콜텍 본사가 있는 등촌동을 거쳐 부평으로, 여의도에서 광화문을 거쳐 최근 등촌동으로 농성장을 옮겼다. 올해가 지나면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복직의 꿈을 찾아서, 일상의 삶을 돌려받기 위해서 말이다.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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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노동조합 파괴 전문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컨설팅 명목으로 13억원을 건넨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노조파괴를 위한 컨설팅비를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보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경찰의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다”며 설 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창조컨설팅은 노사분규가 일어난 회사에 ‘노조를 파괴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거액을 챙겨온 회사로 유명하다.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등 14곳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고 노조 와해에 관여해왔다. 이를 계기로 노조파괴를 꾀하는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  

기업이 노무 전문 컨설팅업체에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돈을 건넸다면 명백한 부당거래다. 이러한 부당거래가 없었다면 ‘유성기업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사태로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34명이 직장을 잃고, 수백명의 노동자가 ‘용역깡패’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조합원들이 1300건에 달하는 사측의 고소·고발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검찰이나 법원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 사용자의 부당한 노동행위에 대해 관대했던 과거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향신문이 대법원과 대검찰청으로부터 입수한 2010~2014년 형사사건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법원의 실형을 받은 사람도 1명뿐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전국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노조활동 방해’를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측의 노조 탄압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한화테크윈 노조 탄압 및 와해에 대한 수사도 전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전히 검찰의 노조활동에 대한 편견을 우려한다. 검찰이 청와대 앞 기습시위를 벌인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로 표현한 것을 그 사례로 든다. 정상적인 노조활동의 보장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출발선이다. 검경은 공정한 수사를 통해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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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와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350만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약 1988만명)의 17.4%를 차지했다. 간접고용은 용역, 파견, 사내하청, 하도급 등 노동자 고용 업체와 실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업체가 다른 고용형태를 가리킨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경비·청소 노동자, 전자제품 수리기사는 모두 간접고용 노동자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획시리즈 ‘마르지 않는 간접고용의 눈물’에는 간접고용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이 생생하다. 위험환경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위험성과 개선방안을 요구하지만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개선 책임이 하청기업이 아니라 원청에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산재 경험 비율은 정규직의 2배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높다. 또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하루 평균 2시간 더 일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처럼 노동조건, 복지, 임금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받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18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1100만 비정규직 촛불 행진'을 열고 정부 차원의 비정규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노동자들이 차별과 불이익에 저항하는 마지막 보루는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원청기업은 계약 파기나 폐업을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무기로 삼는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1%도 되지 않는다. 노조가 결성돼도 사업장 내에 노조 사무실을 가질 수 없다. 정규직 노조가 연대하거나 지원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원청업체와 정규직 간 담합으로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우리는 국민소득 3만달러,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했다. 그 최전선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를 중요 과제로 내걸었지만,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늘고 있다. 고용 형태는 플랫폼·특수고용 등으로 세분화·복잡화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정부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적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고용관계에 상관없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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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에서 내려오던 밧줄은 그들에게는 생명줄이었다. 그 밧줄로 아침과 저녁 밥을 올리고 물을 올렸다. 그런 밧줄을 내리지 않는다는 건, 물도 소금도 없이 고공에서 단식을 한다는 것이고, 그건 지상에서 단식을 하는 일과는 다른 의미다. 곧 생명을 걸겠다는 것,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오늘로 423일, 75m 굴뚝에서 농성을 하는 파인텍 노동자들이 있다. 박준호, 홍기탁은 한국합섬 노동자들이었고, 스타케미칼 노동자였고, 파인텍 노동자였다. 한국합섬을 헐값에 인수한 스타플렉스 사장 김세권씨는 1년8개월간 공장을 가동하다가 이른바 강성노조가 들어서자 갑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했다. 이미 한국합섬 시절에 빈 공장을 5년 동안 지키며 싸웠던 노동자들은 다시 조업을 재개하라며 투쟁에 돌입했고, 그런 가운데 차광호 조합원은 408일 동안 구미 공장의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했다. 김세권씨는 사회적 압력에 못 이겨서 합의를 했다. 노동자들은 그 합의서에 따라 신설된 파인텍이라는 회사로 출근을 했다. 하지만 그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8개월 만에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사는 생산 설비를 모두 빼버리고 공장마저 없앴다. 이 노동자들은 돌아갈 곳조차 없어졌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게 박준호, 홍기탁 두 노동자들이 굴뚝에 올라간 배경이다. 한국합섬부터 스타케미칼, 파인텍에 이르는 20년의 세월 동안 그들에게 노동조합은 생명이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배웠다. 1000명이 넘던 조합원들은 그 세월 동안 모두 흩어져서 이제는 겨우 다섯 명이 남았다. 그들이 보기에 이 세상은 잘못돼도 너무 잘못돼 있다. 노동자만 희생당하는 이건 정의가 아니다. 자신들이 강성노조라고 하지만, 자본은 더욱 강성 아닌가. 자본에는 법과 제도가 있고, 관행이 있고, 사법부의 판례가 있고, 공권력이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박노자 교수는 노르웨이의 사회복지를 소개한 책에서 노르웨이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한국에서 벌어져서 아들을 현장에 데리고 갔다고 했다. 그게 2011년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에 반대해서 김진숙씨가 크레인에 올라가 있던 때였다. 그는 노르웨이 사회복지 모델은 “노동운동이 만들어낸 ‘사회적 책임’과 ‘평등’의 담론”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선망해 마지않는 북유럽의 사회복지국가는 모두 강성노조의 힘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강성노조가 없으면 사회복지국가도 어렵다는 걸 언제 사람들이 인정하게 될까? 강성노조는커녕 노동조합을 할 권리마저 고단한 투쟁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동조합을 지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굴뚝 위에서 밧줄을 내리지 않으며 한 말은 “청춘을 다 바쳤다. 민주노조 사수하자!”이다. 민주노조가 목숨을 걸어야 지킬 수 있는 현실은 비참하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노동조합만 원하는 사회가 이런 참극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김세권씨는 스타케미칼을 폐업할 때도 강성노조 핑계를 댔다. 고분고분 말 잘 듣던 노조와 짜고 고용 문제를 유연화하려고 했는데, 원칙을 강조하는 강성노조가 들어선 뒤 태도가 돌변했다. 노동자 권리를 지키려는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용주는 김세권씨만 아니라 대다수 사용자들이지 않을까?

책임을 져야 할 김세권씨는 이 상황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불법을 저지르고 굴뚝에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고. 또한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제조업 하면 언론에서 악덕한 기업인으로 몬다”고도 항변했다. 그럴 수도 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기업인이 자신만이 아닌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렸다. 합의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그는 협상장에 불려나오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는 4차 협상이 결렬된 지금까지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책임을 면할까에만 골몰한 것 같고, 그게 굴뚝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단식까지 결심하게 만들었다. 

김세권씨가 다섯 명 남은 노동자들을 고용할 만큼의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지난해 7월까지 적립한 사내유보금이 774억원이 넘는다. 그가 지난해 3분기까지 받은 보수 총액은 6억원이 넘는다. 상여금도 7000만원 이상이다. 그가 받는 보수만으로도 5명의 고용은 넉넉히 해낼 텐데도 죽는 소리만 한다. 사실 경제위기라고 하는 지난해에도 재벌과 대기업들은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돈은 재벌과 대기업으로 들어가기만 하고, 사회로 풀리지 않는다. 결국 경제위기는 분배가 되지 않는 분배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묶어두고 안정적으로 착취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려고 하는가. 이게 정상인 나라는 단연코 부정의한 나라다. 

나는 그들 곁에서 동조단식을 한 지 오늘로 22일이다. 배고프고, 기운이 빠진다. 조금 무리하면 부정맥 증상도 재발하고는 한다. 나와 같이 단식 중인 나승구 신부나 박승렬 목사, 그리고 송경동 시인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굴뚝에서 그들이 살아서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창간한 ‘인권운동’ 담론지에서 류은숙씨는 “각각의 고통에는 인간의 지문과도 같은 ‘고유함’이 있는데, 그것을 지우고 편리한 관용구에 그 고통을 가두려 할 때, 고유한 고통들은 박제돼버리고는 한다”고 말했다. 굴뚝 위의 둘과 굴뚝 아래의 세 사람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고유의 고통을 견디는 중이다. 인권은 그 고유한 고통을 겪는 이의 곁을 지켜주는 일이고, 그들의 고통을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일이다. 우리의 단식은 그런 인권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두 노동자는 지금 굴뚝 위, 한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단식을 한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절규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서 권리를 찾는 중이다. 그런 그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일은 민주공화국 시민의 의무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4·16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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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28일 구의역 승강장에서 김모군(19)이 안전문에 끼여 숨졌다. 구의역 사고 이후 정치권에선 노동자 안전사고에 기업 책임을 묻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2007년 영국에서 제정된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을 본뜬 ‘기업살인법’을 추진하겠다는 정치인도 나왔다. 2017년 11월 현장실습생 이민호군(18)이 컨베이어벨트가 역주행하는 바람에 압착기에 눌려 숨졌다. 여야 국회의원이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을 냈다.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24)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죽은 뒤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추진됐다.

실제 산업재해를 제때 제대로 막는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김군 사망 이후 기업살인법이 추진됐다면 김씨의 죽음은 없었을지 모른다. 당시 발의되거나 추진이 발표된 법안들은 2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었다. 이군이 죽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을 냈지만 일부 개정되는 데 그쳤다. 그마저 노동단체로부터는 이전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중 숨진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의료원 상례원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지난달 3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며 아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이야기 하며 복받치는 눈물을 애써 참고 있다. 김기남 기자

연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이 불충분했던 것도 전례로 봐서 이상한 게 아니었다. 28년 만의 개정과 일보 전진에 의미를 두는 평가도 나왔지만, ‘김용균법’이라 이름 붙은 이 법은 정작 ‘김용균’을 보호하지 못한다. 도금, 수은·납·카드뮴 등을 사용하는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 금지했지만, 김씨가 담당했던 발전소 운영이나 정비 등은 여전히 도급계약이 가능하다. 노동자 사망 때 업주를 처벌하는 하한선(징역 1년) 신설 조항도 국무회의를 거치면서 없어졌다. 정부와 국회의 이 문제에 대처하는 ‘노동자의 죽음-법안 발의 추진-법안 축소·폐기’의 도식은 정식처럼 굳어졌다.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입법은 요원하다. 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김군의 동료 박창수씨가 지난 4일에도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주최 추모제에 나와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정규직화를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군과 이군, 김씨의 죽음은 예외적인가? 지난 10년간 태안화력에서만 12명이 사고로 죽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다. 통계가 제공된 1994년 이후 2016년까지 23년 동안 두 차례(2006, 2011년)만 빼고 1위를 차지했다.

노동계는 끊임없이 노동자의 죽음과 소외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 사망 한 달 전부터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노동존중 입법 촉구 투쟁을 벌였다. 김씨도 안전모와 방진모를 쓴 채 지난해 12월1일 태안화력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들 목소리에 즉각적인 응답은 없었다. 이들의 투쟁은 국가 경제 발전을 망각한 ‘노동 기득권’의 ‘촛불 청구서’로 폄훼됐다. 여권 일부 정치인들도 보수 언론의 ‘기득권’ ‘청구서’ 프레임에 올라탔다. 사망자가 10~20대가 아니었다면, 공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유족이 투쟁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 일부 수정의 산안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죽음과 희생을 국가와 기업 발전의 과정에서 파생된 ‘부수적 피해’로 취급한다. 공장을 돌려 이윤을 내 경제적 부를 축적해야 국가도 발전한다는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가 산다’는 논리는 ‘노동자가 죽어도 기업은 살아야겠다’는 불의와 다름없다.

지금의 대의제는 위기 징후가 나타나도, 죽음이 도처에 만연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수십번 관련법을 개정하고, 수십개의 관련법을 제정해도 모자랄 판에 사람이 죽어나야 시늉만 내는 게 지금 대의제의 작동 방식이다. 일련의 죽음에서 ‘대의 불충분’과 ‘대의 불가능’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 불충분과 불가능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자본과 노동 문제를 전 정권보다 더 선의로 대한다 해도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 않다. 선의와 진정성만으로 체제 문제,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시 ‘경제 활력’이란 말이 나온다. 헌법 전문에 나온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겠다던 이 정부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 용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다시 높아진다. 경제와 이윤을 최우선하는 이데올로기는 2018년 역대 최고의 수출액을 달성하고도 멈추지 않는다.

이 글을 마무리할 때 다시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입사 7개월밖에 안된 20대 노동자가 한 금속가공공장에서 고소 작업대(리프트)에 올라 자동문 설치작업을 하다 문틀과 작업대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 죽음의 행렬은 언제 멈출 수 있을까?

<김종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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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71명이 정리해고 사태 이후 9년여 만에 경기 평택시 쌍용차 공장으로 다시 출근했다. 현 쌍용차 노동조합과 해고자로 이뤄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쌍용차 사측,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노사정이 지난해 9월 합의한 복직안이 이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노사정은 남아있는 해고자 119명 전원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킨다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다. 이날 복직하지 못한 나머지 해고자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일터로 돌아가게 된다. 2009년 사측이 2600여명의 노동자에게 구조조정을 통보하며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지난 9년 동안 30명의 해고자와 가족들이 희생되는 등 한국 사회 최악의 노사 문제였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을 장식한 이 비극적인 사태의 종결은 혹독한 세밑 한파를 녹이는 따뜻한 소식이었다.

힘찬 새출발 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31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출근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 대타협이 만들어낸 최초의 성공 사례다. 하지만 지난해 시도된 다른 많은 사회적 대타협들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사정이 힘을 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타결 막판까지 이르렀다가 결렬되고 말았다. ‘카풀(승차공유 서비스)’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출범 직전에 멈춰 섰다.

한국 사회는 이외에도 노사정의 대화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만도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국민연금 개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문제 등 국민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들이 계류돼 있다. 사회적 대타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를 보다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정부와 노동계, 재계는 한발씩 양보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19년에는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같은 아름다운 사회적 대타협이 더 많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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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노동조합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에서 삼성 측의 편의를 봐주고 뒷돈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관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경남 양산경찰서 하모 전 정보과장과 김모 전 정보계장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부정처사후수뢰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염씨 시신 탈취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의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건 중 하나다.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사측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니 참담하다.

2014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린 염호석씨의 영결식에서 동료들이 염씨를 추모하고 있다. 사측의 노조 탄압으로 염씨는 ‘노조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씨는 2014년 5월 “저 하나로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조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다. 그러나 염씨 부친이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경찰 300여명이 장례식장에 투입됐고, 염씨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져 곧바로 화장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같은 시신 탈취 전 과정에 하 전 과장과 김 전 계장이 개입하고 있었다. 염씨 부친은 삼성 측으로부터 6억8000만원을 받고 마음을 바꿨는데, 이들 경찰관은 염씨 부친과 친한 지인을 동원해 설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 전 과장은 부하 경찰관을 시켜 삼성의 합의금을 염씨 부친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다. 또한 부산으로 옮긴 염씨 시신을 신속히 화장하기 위해 검시 필증이 필요하자 양산경찰서 당직 경찰관이 ‘수사상 필요하며 유족의 요청이 있다’는 취지의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해 필증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삼성은 염씨의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면 사회적 이슈로 커질 것을 우려해 염씨 부친을 사실상 돈으로 매수해 가족장을 치르게 했다. 이 같은 삼성의 부당한 행위에 이들 경찰관은 충직한 손발이 돼 움직였던 것이다.

삼성은 지난 수십년 동안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설립된 노조는 와해시키는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 등 국가기관은 사실상 삼성 편에 서서 편파적인 공권력을 행사해왔다. 이는 삼성이 오랫동안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검찰의 전면적인 노조와해 혐의 수사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는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경찰도 노사 문제에서 그동안의 기울어진 공권력 행사를 반성하고 공정한 법집행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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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노동자가 짧은 생을 마감했다. 지난 11일 자정 무렵 사망한 서부발전 사내하청 노동자 김용균씨다. 어둡고 비좁은 컨베이어벨트 아래서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김용균씨에게 사과하고 싶다.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에 내가 전문가 위원으로 1년간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빨리 마무리됐더라면, 그래서 작업환경이 개선됐더라면, 어쩌면 김용균씨는 생을 달리하는 대신 연말에 가족과 함께 소박하지만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발전5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가 가장 더딘 사업장이다. 연료운전 분야는 1년 동안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을 못 내리고 있고 경상정비 분야는 정규직화 논의를 시작도 못했다. 특히, 김용균씨의 업무였던 연료운전 분야는 원청인 발전소가 생산설비를 소유하고 하청회사가 인력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노무도급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발전소 원청회사들은 최근까지도 연료운전 업무가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라서 정규직 전환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며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를 노무도급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도 단순히 전문적인 업무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해서는 안되며 민간회사가 고가의 시설·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정규직 전환 예외라고 명시해 두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고 김용균 사회적타살 책임자 처벌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발전회사가 하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주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기관 민간위탁을 장려해 온 경우 정규직 예외사유로 정해 놓았는데, 발전회사들은 이를 근거로 발전소 사내하청 민간회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 정책을 꾸준히 확대했다. 발전도 예외는 아니어서 크고 작은 30여개의 민간회사가 발전소의 운전과 정비를 도맡아 하고 있으며 그 인원은 5302명이다. 이는 발전5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의 44%에 해당한다. 따라서 발전회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논의가 속도를 내려면 발전산업의 민간 개방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발전소의 운전과 정비 업무가 민간에 위탁되어 있으나 이들 업무가 국민의 생명·안전업무와 관련되어 있기에 파업권이 제약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료운전의 경우 필수유지율이 100%로 파업이 불가능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한 업무를 과연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철도, 도로, 발전 등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에서 간접고용의 남용이 어떤 사회적 이익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절감도 좋지만 각종 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면, 그리고 누군가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경제적 이득보다 사회적 손실이 크다.

김용균씨의 죽음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애도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약속대로 정규직화 논의를 재개해 조속한 시일 내에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실현하는 것도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 늦었지만, 정부와 발전5사는 정규직이 되길 바라고 열심히 일했던 고 김용균씨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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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엄마에게 남편이었고 아들이었고 가장이었고 대들보였다. 니가 엄마 꿈에 나타나서 나비가 되어 펄럭거리고 날아갔다.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부모 만나서 다시 꽃피거라. 내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해라.”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과 떠난 강릉 여행에서 황망하게 목숨을 잃은 서울 대성고 ㄱ군 어머니의 신문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눈물을 삼켰다. 삶의 무게를 덜어주던 아이의 죽음.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당한 어머니는 더 좋은 부모를 만나기를 기도했다. 아들은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도 합격했다고 했다. “아빠도 아프고 누나도 장애가 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자기가 다 보살피겠다고 했어요.” 그 슬픔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내 가슴은 그럼에도 너무 아렸다.

연말이면 다가올 내년 계획을 일부러라도 거창하게 그려보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크리스마스 때마다 울려 퍼지는 예수 탄생의 의미는 올해도 현실과는 멀기만 하다. 차라리 퇴근 버스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듣는 멜로디 속 가사가 울적한 마음을 달래줬다.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일어나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한때는 사회를 바꿀 것 같은 기대도 있었다. 내가 쓰는 기사에 ‘권력 주변’의 사람들은 즉각 반응했다. ‘내 작은 능력으로 큰 변화를 줄 수도 있겠구나.’ 기자가 됐음을 너무도 고맙게 여겼다. 더 가열차게 매섭게 기사를 쓰면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가 더 빨리 올 것 같았다. 그러나 20년 넘게 그 일을 하고 있지만 세상의 모습은 여전히 아니다. 세상은 그게 당연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게 나이 드는 과정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많이 사람들이 원하는 일은 왜 신기루처럼 아른거리기만 할까.

지난해 12월13일자 이 칼럼난에 현장실습에서 다쳐 사망한 당시 19살 이민호씨에 대해 썼다. “곳곳이 ‘세월호’이고, ‘구의역’이다. 소중한 아이들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SOS를 보내는 학생들을 우리 사회는 온전히 구할 수 있을까. 차별과 서열, 불평등이 고착화한 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맺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토론회'에서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현장 점검을 하던 김용균씨는 스물넷 나이에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인 1조 근무 규정은 비용 절감이라는 원칙 아래 지켜지지 않았다. 발전소 측은 사고를 인지한 후 5시간 동안 경찰과 병원에 알리지 않고 대책회의를 했다고 한다.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은 사고 발생 닷새 만에 사과문을 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한 컵라면은 서글픈 유품으로 남겨졌다.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숨진 19세 노동자 사고 때와 무엇이 달라졌나. 정치권과 정부는 누군가의 죽음이 있고 나서야 움직였다. 구의역 김씨의 사망 사고 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는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10개월이 지나서야 여야가 이를 논의한 것은 김용균씨 사망이 계기였다. 그나마 “용균이와 같은 아이들,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살리고 싶다”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호소가 있었기에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기득권의 저항을 헤쳐나갔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운전자의 BMW 승용차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안을 석달 만에 이뤄냈다. 국회가 십수년간 못한 일이었다. 고인의 중·고등학교 동창부터 대학 친구 10명은 슬픔에 젖어있는 대신 행동에 나섰다. “어느 날 다 같이 침통하게 병원에 모여있는데, 누군가 ‘창호라면 이럴 때 당장 피켓 들고 국회를 찾아갔을 텐데’라고 한 게 시작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창호는 부당한 일, 억울한 일이 생길 때 좌절하기보다 그걸 변화의 계기로 삼을 사람이 분명하더라고요. 그러면 우리가 창호라면 했을 일을 대신 하자.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슬픔보다 행동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은 언제나 세상을 바꿔왔다. “지극히 평범한 그들의 일상과 노력이 비범한 세상을 여는 열쇠임을 다시 깨닫는 연말이다. 지금 당장 속단하기는 이를지 모르지만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안간힘,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음들이 모여서 변화는 시나브로 온다.”

※이 글은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프레시안,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 매체의 기사들을 참고·인용하였습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척박해지는 언론 환경 속에서 세상을 바꿀 사실을 찾아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의 노고에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재현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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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일 최저임금 관련 시급 산정에 법정 주휴시간은 포함하되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 시간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결정했다. 당초 정부안은 약정휴일도 시급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재계 등에서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해 이는 제외했다. 하지만 약정휴일의 시간과 수당이 모두 제외되기 때문에 시급 산정은 당초 안에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30년간 행정해석으로 적용해 온 월급제 노동자의 시급 전환 산정 방식을 법제화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시행령 개정으로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다고 주장해 왔다.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경총이 주장하는 ‘근로 제공 없이 임금만 주는 시간’은 주휴시간을 겨냥한 것이다. 주휴시간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 도입된 것으로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하루(8시간)의 ‘유급휴일’을 주는 제도다.

재계 주장대로 하면 노동자들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주휴시간이 노동시간에서 제외돼 시급이 높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적은 임금으로도 최저임금을 충족시키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실제 주휴시간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월급제 노동자는 임금의 16%가 삭감돼도 최저임금에 위반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결국 재계의 주장은 최저임금 논란을 계기로 ‘유급휴일’ 제도를 사실상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입된 지 65년 된 유급휴일 제도의 개편은 논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과 별개로 노동급여의 기본 체제를 바꾸는 일이다.

재계는 산정방식 등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연봉 5000만원을 넘게 줘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이들 대기업이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여금을 대폭 늘린 임금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연봉 5000만원이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개선해 해결할 문제다. 재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을 ‘만악의 근원’으로 모는 행태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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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범국민추모제가 지난 22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3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시민들은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목놓아 외쳤다. 범국민추모제를 주최한 시민대책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해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추모제에서 김용균씨 어머니는 눈물로 호소했다. “이 나라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까닭으로 스물네살 꽃다운 청춘이 무너져내린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비록 우리 아이는 원통하게 갔지만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는 아들 동료들이 하루빨리 위험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광장의 절박한 외침에 아랑곳없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안을 두고 여야는 때늦은 공방만 벌이고 있다. 김씨 사망사고 직후 성난 여론에 놀라 “12월 임시국회 처리”를 다짐했던 때와는 온도가 달라졌다. “법 개정을 더 미룬다는 건 직무유기”라더니, 막상 법안 심의에 들어가자 정쟁 거리로 삼고 있다. 돌이켜보면 정치권이 마땅한 책무를 다했다면 김씨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년 전 ‘구의역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치권은 앞다퉈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패키지로 내놨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이들 법안 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하나도 없다.

휴면 상태의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을 되살린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김씨의 애꿎은 죽음이 계기가 됐다. “국회의 태만이 꽃 같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절규를 직시해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범위 확대, 산재 사망사고 시 사업주 처벌 강화, 위험한 작업의 원칙적인 하청 금지 등이 담겼다.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하지만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저항하는 재계와 그들의 눈치를 보는 보수야당 때문에 연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더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약한 노동자들을 죽음 앞으로 내모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여야는 12월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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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하는 기도문 중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늘을 바라보고 갈망하던 일들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동방박사의 먼 길을 가능케 했습니다. 수많은 예언자들이 하늘을 보며 기도했던, 수많은 선의의 사람들이 땅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던 내용입니다. 그렇게 하느님이 사람이 되기를, 하늘의 위대한 존재가 땅에 발을 딛기를 기도하며 지내는 시기입니다. 그런 성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늘의 일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성탄입니다. 땅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억울함이, 고통이, 절망이, 불평등이, 불의가 씻기듯 사라져 하늘의 맑음이 펼쳐지는 것이 성탄입니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저는 하늘 감옥에 있는 홍기탁, 박준호 두 분이 땅에 발을 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족하지만 기도의 마음으로 12월 18일 오늘부터 무기한 연대단식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2015년에도 408일에 이르는 고공농성을 해야 했습니다.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승계하겠다는 모회사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의 약속을 믿고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고향 구미를 떠나 찾아간 자회사 파인텍은 강제수용소, 격리소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최저임금도 안되는 처우이기도 했답니다. 다시 약속을 지켜라고 2017년 11월 12일,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75m 공장 굴뚝에 오른 지 오늘로 402일째입니다. 그들이 다시 고통의 408일을 맞지 않고 이 땅 위로 내려오게 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마침 408일이 되는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이라는 아픈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 하늘 위의 마굿간 같은 곳에 있는 그들이 기적처럼 12월 24일 이 땅 위로 내려올 수 있게 대통령과 정부, 국회 등 모두가 함께 나서달라는 간절함이기도 합니다. 

파인텍 해고 노동자들이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75m 높이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지 일 년이 되었다. 해고노동자 홍기탁(왼쪽)·박준호씨가 12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이런 기도를 할 자격은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차광호 지회장의 408일의 고공농성 때에는 멀리 구미의 일이어서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광호 지회장이 굴뚝에서 내려왔을 때 이제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가까운 목동에서 파인텍의 홍기탁 박준호 두 분이 75미터 굴뚝에 올라갔을 때, “또 올라갔구나! 곧 내려오겠지!”하며 먼 산 바라보듯 하였습니다. 굴뚝에서 울려 퍼지는 고통의 신음이 계속 되고 점점 커질 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누군가 함께 하겠지 하는 망설임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미사 때마다, “왜 꼭 이 날은 일이 많지?”라며 미루고 또 미루어 왔습니다. 이런 제가 402일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회사의 관계자들을 비난하며 대화와 해결을 요청할 자격이 있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의 단식은 참회입니다. 강도를 만난 이웃을 보고도 바쁘다고, 부정 탄다고 황급히 길을 돌아간 사제와 바리사이의 모습이 바로 저였음을 고백하는 참회입니다. 바쁜 길을 멈추고 환자의 상처를 돌보아 주고 여관까지 데려다 주며 돌아오는 길에 치료비를 지불하겠노라는 이방인 사마리아 사람의 뜨거운 인간애를 보고도 돌아오지 않았으며, 일 년 안에 해결하겠으니 기다려 달라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할 바를 다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음에 대한 반성입니다.

이렇게 부족한 저의 참여라도 두 분의 강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하느님이 땅에 발을 디디신 것처럼 하늘의 두 분이 땅에 발을 디디시기를 특별한 대림의 기도로 올립니다. 이 기도를 통해서 하늘에서 해결되는 인간의 갈등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는 너무나도 당연히 인간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애틋이 아끼는 인류애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공동체의 방식으로 해결되는 세상이 오기를 빕니다.

<나승구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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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는 태안발전소에 대해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키로 했다. 나아가 석탄화력발전소 12곳 모두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위험 설비 점검 시 2인1조 근무 등의 안전사고 방지책을 내놨다. 사고 재발방지 방안이 두루 열거됐지만 합동대책치고는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2월17일 (출처:경향신문DB)

정부 합동대책 발표문에는 ‘엄중한’ ‘고강도’ ‘특별’ ‘긴급’ 등의 수식어가 가득하다. 이번 사고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특별하지도, 긴급하지도 않다. 2인1조 위험시설 점검은 정규직이 일하는 원청 사업체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근무 방식이다. 평상시 발전소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이 이뤄졌다면 긴급 진단도 불필요하다. 정부의 백화점식 대책이 사후약방문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근본적인 처방이 간과된 점이다. 전문가들은 김용균씨 사망의 근본 원인으로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지목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최근 산재 사망의 공통된 특징이 주로 하청 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사실”이라며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도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위험의 외주화’ 대책은 “원·하청 실태 등을 조사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한 문장이 전부다. 구체적인 방안도, 프로그램도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위험업무의 외주 금지법안 마련 등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근본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용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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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는 차 속에서 처음 들었다.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에서 참혹하게 숨진 스물넷 청년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애간장이 끊어지는 부모의 절규도 전해 들었다. 슬프고 미안한 마음보다 부끄러움과 분노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밤늦게 공장을 순찰하며 고속으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주워 담다 사고를 당했다. 혼자 있었다. 옆에 안전스위치를 눌러 기계를 멈출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지하철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꽃다운 청년을 떠나보낸 것이 불과 두 해 전이다. 그도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비정규직이었다. 사고 이후 두 해가 지나는 동안 천만촛불이 광장을 뒤흔들고 정권도 교체되었지만 열악한 노동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위험한 작업은 하청업체에 헐값에 넘겨지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 위험을 혼자 견디며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18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맞이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실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주노동자의 노동현장도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3D업종이 많다. 산업 구조적으로 위험이 많은 일터다. 그런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안전에는 더 취약하고, 위험은 더 증가된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안전교육은 형식에 그칠 때가 많다. ‘화기엄금’ ‘전도주의’와 같이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한자어로만 기재된 안전표시판은 그림 표시가 없는 한 외국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사업주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력을 고용하다보니 안전장비도 충분히 지급하지 않는다. 경기도의 한 가구사업장에서는 외국인에게는 일회용 마스크를 일주일씩 사용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사업장 내에서 가장 위험한 업무는 늘 이주노동자의 몫이 된다.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그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작년에 여주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분뇨를 치우는 작업을 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2명이 황화수소에 중독되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은 황화수소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없이 사용주의 지시에 따라 밀폐된 분뇨 창고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시키지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제 기계가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사업주는 이주노동자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지시를 거부할 최소한의 권리도 없었다.

몇몇 사업장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2017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산재발생률이 국내 노동자보다 6배 높았다. 이주노동자 중 상당수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업주의 요구에 따라 공상(개인사유에 따른 재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밝혀지지 않은 산재가 더 많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일터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더 많은 위험이 강요되고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모든 사업엔 위험이 따른다. 화력 발전소에는 연료인 석탄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고, 지하철이 운행되기 위해서는 스크린도어가 잘 정비되어야 한다. 식탁에 맛있는 돼지고기가 올라오려면 누군가는 돼지똥을 치워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힘없는 사람에게 강요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그 사업으로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사람이 가장 많이 부담하고 책임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험업무에 대한 외주·하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형식적인 원·하청 관계를 벗어나 사업장 내 안전관리자로서 원청 사용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사업장 내 안전기준의 마련과 교육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더 이상 이런 비극적인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 노동안전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조영관 |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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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과 과자, 손전등, 건전지, 작업복…. 지난 15일 공개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의 유품은 비정규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컵라면은 김씨가 식사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손전등은 열악한 작업장을 대변한다. 김씨는 어두운 작업장 근무에 투입됐지만 헤드랜턴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컵라면 유품은 2년 전 지하철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가방에서도 나왔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유품. 공공운수노조 제공

컵라면은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에게 더 무서운 것은 죽음이다. 기업이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외주화가 만연하면서 비정규직들이 죽어가고 있다. 2012~2016년 발생한 발전소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비정규직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2016년 산재 사망자 40명 가운데 37명(92%)이 하청 노동자였다. 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모군이나 고 김용균씨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12월14일 (출처:경향신문DB)

하청은 위험을 외주화하고, 외주화는 죽음을 부른다. 태안화력 김씨의 사망은 ‘위험의 외주화’가 곧 ‘죽음의 외주화’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김씨의 죽음은 구의역 사고의 판박이이다. 태안 화력발전소는 지난 10월 컨베이어벨트, 비상정지장치, 작업장 통로 등에 대한 안전검사 결과 모든 항목에서 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두 달 뒤 김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부실한 안전검사가 아니라면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고 원인이라는 얘기다. 심야에 혼자 순찰 근무를 했던 김씨 옆에 동료 한 사람만 있었어도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의 죽음은 비용절감을 위해 2인1조 체제를 운영하지 않은 하청업체의 위험한 경영이 부른 것이다.

잇단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가 주범이다. 구의역 사고 이후 국회에는 위험작업 하도급 금지와 안전의무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들이 제출됐다. 하청업체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처리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기업 이해 대변과 무관심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6일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원청 사업주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며 법·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국회는 당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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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라가서 농성을 하는 건 지상에서는 용역들의 폭력에 쫓기고 대화조차 한 번도 못한 채 자신이 살던 집터와 일터에서 쫓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용산참사는 마지막으로 망루를 짓고 올라가서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던 철거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불에 태워 죽인 사건이었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국민으로 대우받지 못한, 비국민(非國民)이었다. 그들은 진압의 대상이었을 뿐, 권리를 가진 국민이 아니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국가는 또 그렇게 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노동권은 헌법에 국가가 보호할 기본권으로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휴지조각일 뿐이었다. 정권과 기업은 한 몸이 되어 노동조합은 깨버려야 할 적으로 삼았다. 노동조합은 인정할 수 없다는 철저한 인식은 경찰도, 검찰도, 사법부마저 그렇게 움직이게 했다. 최근에 드러난 것처럼 재판 결과를 거래하면서까지 노동자들의 권리를 철저하게 빼앗았다. 그런 때에 어디 호소할 곳 없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죽었다. 또는 기약할 수 없는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고, 삼보일배, 오체투지로 땅바닥을 기었다. 그런 것도 아무런 호소력을 갖지 못하자 노동자들은 굴뚝이나 전광판과 같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둥지를 찾아 올라갔다.

12일 서울 한강대교 북단 한강변에 위치한 높이 40m 철탑에서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김충태 수석부지부장과 고진복 서산지회 조직차장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2014년 구미의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는 공장 굴뚝에 올라가 408일 동안 버텼다. 한국합섬 회사가 넘어갈 때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약속받기까지 5년을 텅 빈 공장에서 버티며 싸웠다. 그 고용 승계 약속은 다시 배신당했고,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며 차광호는 굴뚝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중에 집을 짓고 농성에 들어간 노동자의 말을 듣는 사회가 아니었다. 희망버스가 내려가기를 여러 차례 하는 등 사회적 압력이 생겨나자 그때서야 회사는 고용 승계, 노동조합 승계, 단체협상 승계를 약속했다. 굴뚝에 올라갔던 차광호는 그런 회사의 약속을 믿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 약속은 사기였다. 충남 아산의 파인텍 공장에 내려갔을 때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속임을 당했음을 알았다. 스타플렉스는 파인텍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생각이 없었고, 단체협약 승계 약속도 물거품이 되었다.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회장은 차광호의 굴뚝농성으로 사회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무마하려고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해버렸던 것이다.

이에 다시 두 명의 노동자가 스타플렉스 본사가 보이는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갔다. 굴뚝에 올라간 지 12월24일로 408일이 된다.

408일, 4년 전 차광호가 기록했던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이다. 이날만은 넘기지 말고 두 노동자가 땅을 밟게 하자고 지난 12월6일부터 10일까지 청와대에서 목동 굴뚝까지 혹한의 아스팔트를 차광호와 동료들이 오체투지로 기었다. 그리고 차광호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10여년의 세월 동안 힘겨운 싸움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떠나고 이제 5명의 노동자만 남았다. 사회적 합의는 언제나 지켜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에게 철저한 배신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책임질 사람 대신 바지 사장이 나와서 지키지도 않을 단협을 기피하는 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뒷짐 지고 있었다.

이번에 올라간 굴뚝은 지상에서 75m이다. 거기에 폭 1m 정도 되는 공간이 있고, 거기서 두 노동자는 겨울을 보냈고, 봄, 여름, 가을을 보냈고, 다시 겨울을 맞았다. 건강도 좋을 리 없다. 총체적인 무권리 상태에 놓인 그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일은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약속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동안 통신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강대교 통신탑에 올랐고, 태안에서는 만 24세의 비정규직 발전노동자 김용균이 컨베이어벨트에 말려들어가 죽었다.

언제까지 이런 죽음과 이런 고공농성을 보아야 하는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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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 등에 관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기자들에게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이 고용 악화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이 한목소리로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게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재계와 소상공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계는 고용 악화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돌리며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나 고용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조선·철강 산업 등 산업기반 약화와 신흥국의 추격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달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 단위시간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으로 근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노동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개월 확대’는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앞세우고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1년 반을 지나면서 노동정책은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행되지 못한 공약이나 약속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정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하청 및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선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재계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정책이 우회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노동의 양보 없이 경제활성화는 어려운 일일까. 고용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양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이것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묻고 싶다. 노동계의 고충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노동 존중’ 아닌가 싶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현안을 대화로 풀어가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에서 첨예한 현안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도록 재삼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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