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409건

  1. 2020.01.10 [사설]800명대로 줄어든 산재사망, 노동존중사회 갈 길 멀다
  2. 2020.01.09 [사설]최저임금 관련, 기업 부담보다 인간다운 삶 우선한 헌재
  3. 2020.01.08 [정동길에서]주저앉은 유족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노력
  4. 2019.12.31 [기고]이주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특별대책을
  5. 2019.12.31 [사설]제1노총 된 민주노총, 막중해진 사회적 책임 다해야
  6. 2019.12.27 [사설]비중 커진 청소년노동, 정책적 보호 시급하다
  7. 2019.12.26 [사설]‘건강한 노사문화’ 선언한 삼성, 해고자 복직으로 실천하라
  8. 2019.12.19 [여적]‘무노조 삼성’의 사과
  9. 2019.12.18 [사설]삼성 ‘노조 와해’ 단죄, 이래도 무노조 경영 고집할 텐가
  10. 2019.12.09 [사설]김용균 1주기, 아직도 머나먼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11. 2019.12.04 [정동칼럼]산재와 계급 대물림
  12. 2019.12.02 [사설]공공건설도 하청 안전조치 미이행, 민간 탓할 수 있나
  13. 2019.11.19 [기고]낮은 기본급·인정 못 받는 초과수당…이제는 바꿔야
  14. 2019.11.19 [사설]또 주 52시간제 손질, 노동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15. 2019.11.18 [사설]‘무노조 경영’ 삼성전자에 마침내 노조 깃발 올라갔다
  16. 2019.11.13 [정동길에서]‘노동의 빛’, 전태일에서 김용균으로
  17. 2019.11.13 [사설]49년 흘렀어도 ‘전태일’의 아우성 넘치는 노동현장
  18. 2019.11.11 [여적]남자 57세·여자 43세
  19. 2019.11.04 [여적]긱(gig) 노동자
  20. 2019.11.04 [사설]대책 시급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플랫폼 노동자들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로 노동자 855명이 숨졌다고 집계됐다. 2018년 971명에서 116명(11.9%) 줄어든 것이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를 뜻하는 사망만인율도 1년 새 0.51에서 0.45~0.46으로 하락했다. 1999년 1456명으로 잡힌 정부의 산재사망 통계가 시작된 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사고사망자가 800명대로, 사망만인율이 0.5 이하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사망사고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에서 11.8% 줄고, 공공사업장 감소율은 30%에 달했다. 흔히 ‘죽음의 행렬’로 표현되고 ‘OECD 1위’ 멍에를 쓰고 있는 산재 궤적에 큰 변곡점을 찍었다고 볼 만하다.

산재 사망자 격감은 민관의 경각심과 정책집중력이 어우러진 성과물일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안전 비계(작업 발판) 보급과 패트롤(순찰) 감독이 소규모 건설현장 사고를 줄였다고 봤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안전’을 반영한 시책도 효과가 컸다고 짚었다. 멀리는 2018년 12월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작업하다 숨진 ‘김용균 파장’이 만든 첫해 성적표일 수도 있다. 땀과 의지와 지혜를 모으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올해 건설업은 ‘추락’, 제조업은 ‘끼임’ 사고를 표적 삼고 현장 순찰을 위험한 기계·기구가 있는 3만개 공장으로 확대키로 했다. 한 해 100명 넘게 숨지는 이주노동자를 위해 16개국 언어로 된 안전책자를 펴내고, 공공기관 안전 평가 배점도 3배 높인다. 뒷바람 불 때 배를 띄우라 했다. 현장을 바꿀 묘책은 많을수록 좋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하루 사고사망자가 2.7명에서 2.3명으로 줄었을 뿐이다. 855명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산재 사망자를 절반 줄이겠다”며 2022년까지 약속한 숫자는 한 해 505명, 결코 녹록지 않은 숫자다. 정부가 산재 통계를 발표한 지난 8일에도 인천에선 전날 밤 오피스텔 14층 공사장에서 60대 일용직 노동자가 추락사한 소식이 전해졌다. ‘하던 일 마무리하자’며 야간작업을 하다 벌어진 일이다. 한두개 묘책을 넘어 원청 책임을 높이는 게 현장의 안전문화를 바꿀 수 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법원에 내겠다는 공언을 하루빨리 지켜야 한다.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년이고, 오는 16일부터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도 시행되는 올해를 ‘산재와의 전쟁 원년’으로 삼아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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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8일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이하 협회)가 2018년과 2019년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고시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기각 결정한 것이다. 최저임금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환영한다. 

헌재는 “2018년,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은 예년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해 인상 폭이 큰 측면이 있다”면서도 “입법 형성의 재량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하게 설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열악한 상황에 처한 사업자들은 그 부담 정도가 상당히 크겠지만, 최저임금 고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에 일부나마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려는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하여 중대성이 덜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안정성을 기업의 부담보다 더 중시한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 3명도 협회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내는 등 다른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음에도 이를 거치지 않아, 헌법소원 요건상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고용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있어 의미 있는 참여를 보장받지 못하고 과소 대표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보충의견도 제시됐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법률로 강제하는 최저 수준의 임금이다. 최근 가파르게 올랐어도 지난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액수와 비슷한 정도이다. 2018년 국내 1000대 기업 직원들(임원 제외)의 평균 연봉은 5537만원이었다. 2018년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157만3770원이니, 대기업 직원 평균 임금의 34% 수준이다. 이 정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재가 밝힌 대로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려는 공익’에 해당한다. 

물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들도 나타나고 있다. 고용주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동시간 쪼개기’로 편법 대응하며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 시간당 임금은 늘었지만 월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일례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대로 소상공인들이 겪는 고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발생하는 어려움은 다른 방법으로 푸는 게 맞다. 가뜩이나 양극화가 최대의 갈등요인인 사회에서, 최저임금을 억눌러 쥐어짜는 성장은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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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의 잔인한 그날이 정신없이 지나고 다음날 보고가 왔다.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그 배에 탔다는 소식이었다. 무작정 진도에 내려갔다. 눈에 띄는 게 조심스러워서 작은 차를 하나 구해 타고 조용히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체육관 근처에 가서 전화를 했다. 그러고도 한참이 더 지나 292번째로 아이는 두 달 만에 부모에게 돌아왔다. 그 잔인했던 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 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가끔씩 그 아빠인 직원도 TV 화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소속 계열사 대표를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아빠가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 하도록 내버려두라”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연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계열사 말단 직원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에 무작정 차를 몰고 가서 두 번 만난 얘기며, 많은 이가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자 했던 이야기는 재벌 총수의 자기자랑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러고 싶었다면 5년 만에 사연을 조심스레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랬다면 그 직원은 동지라고 팥죽을 선물로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억울한 죽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용균씨처럼 일터에서 일하다 죽고, 성북구 네 모녀처럼 살아보려 발버둥쳤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죽음은 공평하지 않아서 주로 힘없고, 돈 없고 말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박 회장과 많이 달랐다. 잠시 슬퍼하다가 금세 잊거나 모른 척, 아닌 척, 매몰차게 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9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마공원 소속 기수 문중원씨(당시 40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마사회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겼다. 문씨는 자비로 해외 유학을 다녀와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업무를 맡지 못했다. 빽도 없고 돈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부산경마공원에서는 2004년 개장 이후 기수와 마필관리사 등 7명이 부조리한 구조와 저임금·장시간 노동, 인권유린 등의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마사회는 기수·조교사 면허의 교부와 갱신 권한이 있는 최고의 기관이지만 유족이나 기수들이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씨 아버지는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길거리에 주저앉았지만 유족과 김낙순 마사회장의 만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월 빗물펌프장 배수터널에서 하청업체 직원과 이주노동자, 그리고 이들을 살리러 터널에 들어갔던 현대건설 직원 안모씨가 빗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양천구청과 서울시는 호우주의보에도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사고 수습 후 이주노동자의 분향소는 처음엔 차려지지도 않았다. 찾아오는 이도 드물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흘렀지만 국가는 유족들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 내용도 볼 수 없었다.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고 누가 책임자인지 묻기 위해 안씨 아버지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 같은 죽음의 레이스에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은 사람들의 오늘은 안녕할까.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는 성실한 사람들의 현실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주인공 리키는 택배노동자로, 부인은 방문요양사로 아침부터 밤늦도록  일한다. 그토록 일하는 이유는 내집을 장만하고 자녀들이 학교에서 공부 잘해 대학에 다니는 꿈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할수록 빚은 늘어가고 가정은 위기에 처한다. 강도를 당해 몸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거리에 나앉지 않고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리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새벽에 다시 택배 트럭에 시동을 걸어야 했다.

영화는 현실같고 현실은 지옥같다. 집값은 쉬지 않고 올라 평당 1억원 시대가 됐고, 일자리 규모가 쪼그라들고 질은 떨어지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은 곳곳에 허점이 보인다. 그러나 영화보다는 현실에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다. 리키는 홀로 삶의 전쟁에 나서지만, 유족들은 시민사회와 뭉쳐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혁신과 포용, 공정과 평화를 바탕으로 ‘함께 잘사는 나라’로 나가자고 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렇지만 그 전에라도 주저앉은 아버지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I’ll be by your side.

<박재현 사회에디터 겸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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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3일, 양주 대아산업개발(주)에서 30대 이주노동자인 프레용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회사의 무성의한 태도로 현재도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차가운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사고 원인은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이유와 비슷하다. 컨베이어벨트의 비상장치, 방호장치가 없었고, 안전통로는 확보되지 못했다.

2018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136명, 사고자는 7239명이다. 제조·건설업에서 각각 49명, 61명이 사망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승인된 통계일 뿐, 현실을 반영하진 못한다. 가령 어업의 경우 통계상 연도별 사망자는 0 내지 1인이다. 2011~2015년 어업작업안전재해현황을 보면, 연도별 사망자는 118~183명에 이른다. 어업은 어선원안전보험 가입률이 50% 미만에 불과하고, 이주노동자 어업재해율은 6.75%에 달한다. 어업 사망자 상당수가 누락된 것이다. 자살 사망자도 누락돼 있다. 

해마다 2400여명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그 가운데 10분의 1가량이 이주노동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은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주노동자의 재해, 특히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심각성에도 이를 일관되게 분석·대응하는 기관·부서가 없다. 한때 안전보건공단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해 50% 감소를 목표로 ‘외국인근로자 재해 감소대책’을 수립한 바 있지만, 실행은 흐지부지된 듯하다. 건설·제조·어업 3대 업종에 있어 이주노동자의 중대재해 감소를 위한 기구·부서의 수립 및 관련 법·지침·고시 등의 개정이 시급하다.

일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어업 사고는 감독에서 제외돼 있다. ‘선박안전법 적용 사업’에는 산안법 제23조(안전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령 및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을 개정해, 근로감독이 어업 분야에도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업, 50인 미만 어업, 5인 미만 사업장에 산안법 제31조(안전보건교육) 적용을 제외하는 규정도 삭제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입국 전 안전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고, 입국 후에도 형식적·일률적 교육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교육체계의 대대적 정비도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 및 기초기능 교육시간을 최소 18시간으로 확대해야 한다. 직종별 체험 위주 교육을 통해 현장 안전보건 위험에 대한 인지 능력을 강화하고, 6개월 전 다수 사고의 현실을 반영하여, 배치 후 교육을 통한 위험 및 대응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안전보건 위험에 대한 현실적 대응 방법, 작업중지권, 산업재해신청권 등 권리 인식에 대한 내용 제공이 가장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고용 시 사용자의 안전교육 수강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며, 작업환경측정결과서 등 안전보건정보를 배치 전에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외국인 취업교육기관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이주노동자로서 현장 경력이 풍부한 사람을 강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안전보건공단 자료의 접근성 부족을 감안, 16개 국가별 위기탈출 앱을 개발해 현장 배치 전에 보급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도 이주노동자 중대재해를 줄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당연히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안전에 있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죽으려고 한국에 오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이주노동자의 재해를 방관하지 말고, 적극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권동희 |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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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발표한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97만명으로 한국노총보다 3만명이 많았다. 전년도만 해도 16만명이 적었지만, 한 해 만에 추월했다. 정부 통계는 민주노총이 명실상부한 제1노총 지위에 올랐음을 말해준다. 

30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노총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임무로 노조 조직률 확대, 사회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1.8%다. 2000년 이후 최고치라고 하지만, 60%대의 북유럽 국가에는 턱없이 못 미치고 일본·싱가포르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대다수 노동자가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현실에서 노조 조직률은 지속적으로 제고돼야 한다. 영세 사업장의 조직률을 높이는 일은 노동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다. 현재 300인 이상 기업은 조직률이 50.6%지만,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대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출범한 이후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줄곧 불참해 왔다. 물론 주 52시간제 유예, 탄력근로제 연장 등에서 보듯이 가이드라인을 정한 채 대화를 하자는 정부의 자세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노동문제를 투쟁 일변도로 풀어갈 수는 없다. 민주노총이 배제된 경사노위는 유명무실했다.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경사노위는 더욱 의미가 없다. 꼭 경사노위가 아니어도 된다. 정부와 민주노총은 지금부터라도 다각적인 사회적 대화 틀을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 위험의 외주화 근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정착 등 노동계의 현안은 넘쳐난다. 내년은 민주노총 25주년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를 맞는 해다.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의 행보는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유연하면서도 생산적이어야 한다. 정부 역시 민주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적인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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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절반은 반말을 해요” “예뻐서 그러니 술을 따라보라며 신체를 접촉했어요” “우울감에 수면 시간이 배로 늘어났고 자주 울었어요”. 청소년노동조합인 청소년유니온이 청소년노동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사례와 설문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청소년노동은 늘어나고 있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일터에서 성희롱과 폭언, 폭력 등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유니온이 26일 발표한 만 15~18세 청소년노동자 대상 감정노동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52명 중 62%(156명)가 일터에서 고객·상사·동료로부터 웃음, 친절 등의 감정노동을 ‘매우 많이’ 또는 ‘많이’ 요구받는다고 답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응대 상황에서 상사 및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69명(27%)에 달했고, 응답자 절반 이상인 133명(53%)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었다고 했다. 심층 인터뷰에선 다짜고짜 햄버거 봉지를 던진 고객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해야 했던 경험이나, 식당 손님이 팁을 주면서 신체 부위를 만지고 과일을 깎아달라고 요구했다는, 잊기 힘든 상처들이 밝혀졌다. 청소년유니온 측은 “청소년들은 미성년자란 이유로 ‘모두가 가르칠 수 있는,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당하곤 한다”며 “부당한 요구나 과도한 지시에 쉽게 노출되고 순응할 것을 요구받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의 전체 인구 중 비율은 2015년 6.3%에서 2017년 5.7%로 줄었지만, 이 기간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8%에서 9.2%로 높아졌다. 2017년 현재 청소년노동 인구는 27만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청소년 일자리도 늘어나며 일하는 청소년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하는 청소년들은 제대로 권리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인 만큼 이들을 위한 특별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의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 연구> 책임자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황진구 연구위원은 “성인과 동일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한국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청소년을 보호하는 독일의 청소년노동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또 제대로 하소연할 곳이 없는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이 청소년노동자의 60%가량 되는 만큼 상황별로 세분화된 지원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청소년노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정치력 부재라는 점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투표권 등 논의로 본인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정책참여의 장을 열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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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들이 휴일을 만끽하던 25일,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는 여느 때처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교통관제탑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25m 높이의 철탑 아래에서는 또 다른 삼성 해고노동자 이재용씨가 천막을 치고 지지농성을 벌였다. 시민들은 농성 현장에서 삼성 해고노동자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성탄절, 서울 강남 한복판의 풍경이다.

김용희씨는 지난 6월10일 철탑에 올라 26일 고공농성 200일을 맞았다. 김씨는 1991년 삼성항공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 해고됐다. 해고 무효 확인소송을 벌이며 3년 뒤 복직했으나 1년 만에 다시 쫓겨났다. 이재용씨는 1997년 삼성중공업에서 해고됐다. 두 사람은 모두 만 60세로 농성의 와중에서 정년을 맞았다. 그러나 삼성으로부터 불법 해고에 대한 사과와 복직을 받아내지 않고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해고 20여년, 철탑에 오른 지 200일이 됐지만 삼성은 이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이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방해공작을 단죄함으로써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공공연하게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루 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의 사과문 발표는 이례적이었지만, 추상적이고 모호한 입장 표명으로 그쳤다. ‘노조 인정’과 같은 노사상생의 구체적 표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그룹 총수일가는 아직 ‘노조 와해’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원 판결은 삼성으로 하여금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수립하라는 명령이다. 삼성은 더 이상 우물쭈물해서는 안된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조 설립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노동조합을 동등한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조와 상생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과거 노동조합 활동으로 해고되거나 탄압받은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삼성이 진정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만들겠다면 해고노동자들을 명예롭게 복직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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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죄송합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18일 머리를 숙였다. 닷새 전 삼성에버랜드, 전날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공작이 줄줄이 단죄를 받은 뒤다. 삼성의 주력사·지주사가 노사 문제의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첫 대국민사과문을 낸 것이다. 사과문도 그간 노동 이슈나 판결에 보였던 것과 두 가지가 달랐다.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자성이 등장했고, 1심 뒤에 빠르게 사과한 것도 이례적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 노조는 안된다.” 고 이병철 창업주의 유지가 80년 넘게 흐르던 삼성에 변곡점이 생길지 눈이 쏠린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관련 1심 선고가 내려진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 등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까지 삼성은 지속가능보고서에 ‘노조를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적었다. 임금·복지를 선제적으로 챙기겠다는 뜻이다. 무노조가 논란이 된 그해, 삼성의 노조관(觀)은 ‘근로자 대표를 경영파트너로 인식한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은 법도 세상의 눈도 개의치 않는 ‘그들만의 불문법’으로 지속됐다. 12월 서울중앙지법 두 법정에선 “증거가 넘친다”고 했다. 삼성에선 노조 설립 징후만 포착되면 대응TF와 상황실을 차리고, 동향을 감시하고, 표적감사·해고·위장폐업시키는 공작이 이어졌다고 했다. 급해지면, 노동부·검찰·경찰에도 손을 내밀었다. 6년 전 심상정 의원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한 뒤에도 겁먹지 않았고, 그 문건대로 그룹 미래전략실이 진두지휘했다. ‘무노조’가 열일 제쳐두고 지켜갈 도그마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그에겐 빛과 그림자가 교차했다. 반도체 신화와 백혈병이다. 그 자각이 지난해 삼성이 고 황유미씨에게 11년 만에 사과하는 반전의 출발점이 됐음직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는 수리기사들을 직고용하며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지난여름 파업을 했다. 취업규칙만 따지지 말고 단협을 맺자고 한 것이다. 노조 와해 단죄를 받은 삼성은 “미래전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가겠다”고 사과문을 맺었다. 진정한 사과는 여기저기서 움트는 노사관계 정상화가 될 터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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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노무 지휘부’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더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과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노사업무를 총괄한 강경훈 부사장이 징역 1년6월씩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나흘 전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에서 징역 1년4월이 선고된 강 부사장은 구속의 굴레가 씌워졌고, 노사전략 수립·실행에 간여한 노무사·경찰도 구속됐다. 이들에겐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되자 ‘그린화 작업’이란 노조와해 전략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실행한 혐의가 적용됐다.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를 구속시키며 협력업체가 고용한 수리기사들이 불법파견 관계에 있는 점도 처음 인정했다. 잇단 ‘노조 와해’ 재판에 연말 인사도 미뤘던 삼성으로선 하루에 7명이 수감되고 26명이 줄줄이 유죄로 엮이는 심판을 받은 셈이다.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재판에선 삼성의 탈법적 노무 행위가 총체적으로 단죄됐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하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폭로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구속력 있는 지침이었음이 6년 만에 인정됐고, 미전실이 무노조 경영 사령탑 역할을 한 죄를 물었다. 노조 움직임이 포착되면 대응TF를 짜서 동향을 감시하고, 표적감사·해고·위장폐업을 통해 와해 공작을 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삼성이 경찰 등에 뒷돈을 주고 염호석씨 시신을 탈취해 ‘노동조합장’을 ‘가족장’으로 바꾼 일도 처벌됐다. 삼성을 편든 노동부, ‘S문건’ 수사를 덮었던 검찰, 탈법을 도운 경찰의 민낯이 법정에서 모두 베일을 벗은 셈이다.

지난달 한국노총에 가입한 삼성전자 노조가 첫 출범했고, 삼성 계열사에 3개의 소노조가 둥지를 틀고 있다. 80년 넘게 이어진 ‘무노조 경영’에도 변화의 물결은 시작된 것이다. 삼성의 무노조를 ‘불편한 진실’로 바라보는 눈은 나라 안팎에서 늘고 있다. “1993년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첫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을 ‘훈계’하면서 한 말이다. 삼성의 답이 여러 갈래이겠지만,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도 거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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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온통 깜깜했다. 좌우 구조물이 희미하게 보일 뿐 바닥은 가늠조차 어려웠다. 석탄 먼지만 쉴 새 없이 휘날렸다.’ 민주노총이 최근 공개한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석탄발전소의 ‘작업 중 현장’ 모습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대부분 현장도 노동자들이 손전등에 의지한 채 작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 노동자가 숨졌다. 어두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컨베이어벨트 밑에 쌓인 석탄을 긁어모으다 벨트와 롤러에 몸이 끼였기 때문이었다. 조명시설만 있었어도,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오늘도 ‘김용균의 현장’은 그대로인 것이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8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린 1주기 추도식 중 추도사를 읽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물네 살에 한국발전기술 하청업체에 입사한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근무를 서다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영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김씨 사망 후 “발판 하나, 벨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2인1조 의무화, 위험업무 시 설비가동 중지 등 정부 대책도 이어졌다.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국회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연료환경설비운전 노동자 직접고용 등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관계부처·기관은 최대한 권고 내용을 반영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숱한 다짐과 약속은 그러나 말뿐이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2월 6일 (출처:경향신문DB)

2인1조 근무원칙은 일부 현장의 일이고, 정규직 전환은 ‘어려운 일’이 됐고, 노무비 착복 악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중 4개안은 ‘흉내 내기’에 그쳤고 18개안은 먼지만 쌓인 채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재해기업 처벌 방안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외주금지 업종에 발전분야가 제외되면서 김용균법에 정작 ‘김용균’도 빠졌다. 그러다 보니 석탄발전 노동자 상당수는 지금도 2950원짜리 특진마스크 대신 값싼 방진마스크를 쓴 채 작업 전 “안전하게 일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이 이해되는 것이,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3건씩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사업장 대부분은 안전조치에 눈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일 촛불행진에 이어 8일 김용균 추도식이 열렸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너를 살릴 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처럼 삶이 파괴되는 걸 막겠다”며 “엄마는 이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려는 길은 국민 누구나 가야 할 길이다. 김용균을 살릴 수는 없지만, 나는 물론 내 이웃이 일하다 죽지 않을 세상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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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21일 경향신문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명단을 1면에 게재했다. 1면을 꽉 채운 명단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구구절절한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1200명의 명단이 가리키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신문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실업이 문제고 최저임금이 중요한데 왜 산재일까?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51)가 26일 서울 중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재단 출범식에 참여해 자전거 탄 아들 김씨의 그림과 손을 맞대고 있다. 조문희 기자

사실 산재는 노동운동이나 노동연구에서도 주변부에 속한다.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비해 당사자 수가 적은 데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도 사회학자보다 의료인이 쓴 게 많다. 산재추방운동은 현재 노동안전보건운동으로 불리는데 당사자운동에서 대책위 구성 같은 지원활동을 거쳐 노조활동의 일부가 됐다가 최근에는 건강권운동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987년 김성애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전개된 인천지역 산재노동자들의 경인국도 가두시위가 당사자운동에 해당한다면 1988년 문송면 수은중독 사망사건과 원진레이온 산재피해의 진상조사에는 외부 전문가가 대거 결합했다. 또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출범 이후 노동운동 차원에서 전개됐다가 최근에는 산재 당사자와 활동가가 결합한 ‘반올림’ 같은 단체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운동 주체에서도 알 수 있듯 산재 문제는 노동운동의 차원을 넘어선다. 노동을 넘어선,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이자 노동권을 넘어선, 인권의 문제다. 1200명의 명단이 독자들에게 준 깊은 울림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고용과 임금에도 노동자 생존이 걸렸지만 계급 문제, 진영 간의 다툼으로 비치면서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면서도 구의역 김군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의 무참한 죽음엔 쉽게 공감하는 게 사람들의 심리다. 당위적 운동이 아닌 존재론적 인간, 진영을 넘어선 보편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독자들과 공명하겠다는 게 경향의 속셈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산재 문제 또한 계급의 영역이다. 어느 학자는 반올림운동을 일컬어 ‘노동자 육체의 총체적 저항’이라고 했다. 돌려 말하면 산재는 노동자 육체의 숨겨진 미래다. 운이 좋아 피할 수 있을지언정 노동자로 사는 한 노심초사 대비해야 할 숙명과도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재는 노동자 자녀의 숙명이기도 하다. 계급사다리가 걷어치워진 지금 가난하지만 성실한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게 됐다. 가난은 나태와 무능력의 상징이 됐으며 ‘엄친아’라는 단어의 유행은 부잣집에서 태어나면 성격도 좋을 것이라는 암시가 됐다. 매스컴에서는 연예인 엄친아의 조건으로 부모의 배경과 재력을 들고 있으며 부모의 그것은 자식의 상품성을 보증하는 잣대가 됐다. 일하며 공부하는 고학생은 성실의 표본이 아니라 노력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상징이 됐고, 가난은 곧 죄의 다른 말이 됐다.

최근 한 아이돌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제작자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어느 기사에서는 그를 “유전자부터 남달랐다”고 표현했다. 부친은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고 친척 형은 유명 게임업체 의장, 외삼촌은 전 국회의원이다. 이들이 좋은 유전자의 출처라면 1200명은 좋지 않은 유전자의 소산이거나 출처인 셈이다. 좋은 유전자와 좋지 않은 유전자가 아예 분리돼 섞이지 않고 살아가면 그나마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좋은 유전자의 배경에는 좋지 않은 유전자의 희생이 있다는 게 문제다.

1999년 6월22일 대우중공업 노동자 이상관이 산재사고로 입원 중 강제퇴원조치를 당한 뒤 음독자살했다. 강제퇴원조치는 ‘IMF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대책’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532억원을 줄이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당시 공대위는 공단 이사장의 화형식을 거행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임명된 이사장은 1993년 노동부 국장으로 있을 때 불법취업 외국인이 임금체불이나 산재보상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강제출국 조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서울고법이 불법취업 외국인에게도 산재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한 뒤 하루 만의 일이다. 톨게이트 노동자와 관련해 기시감이 드는 일이다.

연좌제를 끄집어내려는 게 아니다. 거꾸로 연좌제가 없어졌으니만치 유전자, 엄친아 운운하며 계급대물림을 비호하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다른 언론사와의 차별성을 진영논리를 넘어선 보편적 정의를 지향하는 것에서 찾으려는 것 같다. 쉽지 않은 길이다. 최초의 진영논리는 계급전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투를 빈다. 지금의 진영논리는 많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정의의 지향이 오히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위한 계급전선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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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사내 하청노동자가 많은 공공발주 건설현장 115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한 결과 77곳에서 268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고 1일 밝혔다. 정부 불시 안전점검은 이들 공공발주 사업장과 노동자 100인 이상 민간사업장 284곳 등 총 399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353곳에서 1484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돼 사용중지·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조치 이행 점검이 목적이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킨 사업장이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문제는 공공발주 건설현장 10곳 중 7곳 이상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가 한 해 1000명 정도다. 상당수는 사업장 안전대책 부실이 원인이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 등도 ‘노동자 일터 안전’에 눈감기는 마찬가지였다니 기가 찬다.

정부가 발주한 경남 고성의 한 화력발전소는 석탄운반용 컨베이어 장비 아래에 노동자의 접근을 막는 ‘방호울’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을 때도 현장 컨베이어 장비에 방호울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산업현장 안전불감증에 대해 정부가 민간에 대해 뭐라고 할 만한 처지가 못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은 건설현장의 일만이 아니다.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내달 시행된다. 그런데 이름만 ‘김용균법’이지 정작 김씨와 같은 발전소·지하철·철도, 조선업 등은 도급 금지대상에서 빠졌다. 또한 기업이 온갖 예외·단서 조항들을 포함시켜 결국 ‘누더기 법안’이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 개선, 불법파견 근절, 사내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것도 정부의 이런 안일함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 노동자 10명 중 4명 이상이 비정규직인 나라다. 이들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으면서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한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30~40%에 그친다. 그런데 정부마저 비정규직 보호에 소홀하다면 이들이 원하는 안전한 일터는 누가 가꾸고 지켜준단 말인가. 정부는 당장 공공건설 현장부터 선도적으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외주화된 위험’을 뿌리 뽑을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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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는 2008년 대정부 교섭 합의사항으로 ‘공무원 보수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산하기구인 ‘초과근무수당 개선 실무협의회’를 올해 8월부터 본격 추진해왔다. 전문가위원과 정부위원, 그리고 노조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근무수당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공무원노조는 노사교섭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협상에 임해왔지만, 10월 중순경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전문가그룹의 중재안 일체를 거부하고 ‘재탕 삼탕식’의 연구용역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중재안은 법적 근거 없는 감액조정률 55%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그 대신 초과근무 상한시간을 축소하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보편적인 수당 단가 지향,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조항도 추가로 포함됐다. 전문가 그룹의 중재안대로라면 민간 대비 절반 이상의 수당 단가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십수년간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공무원의 임금은 100인 이상 민간사업장과 비교할 때 79%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기본급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각종 수당을 임금 보전 형태로 지급해왔다. 공무원의 임금 인상이 민간기업 임금 인상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기본급 인상을 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 수당의 확대는 낮은 기본급에 기초해 시간외근무를 조장하는 효과가 있다. 시간외근무를 추가 소득을 위한 공무원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은 현재의 임금구조가 왜곡되어 있고 열악한 상태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근로기준법은 연장노동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한다. 하지만 공무원은 최저 기준인 근로기준법 적용조차 받지 못한다. 2017년 헌법재판소는 ‘공무원 근로관계의 특수성’과 ‘예산의 한계’로 근로기준법 미적용이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최근 국제노동기구의 공무원 노동기본권에 대한 기준에 위배되므로 재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지난 2009년 초과근무수당 관련 최초 승소 이후 대법원은 계속해서 공무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소방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을 실제 일한 만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자체들은 소방공무원에게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을 근거로 실제 초과근무시간에 못 미치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각 지자체가 실제 초과근무한 시간 전체에 대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노조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초과근무수당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재난재해, 방역업무 등의 비상근무와 휴일근무를 해도 4시간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무조건 공제하는 것은 일종의 임금체불이다. 일을 시켰으면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이치에 맞다.

출장여비 또한 구조적 문제다. 공무원노조는 행안부와의 정책협의체 안건으로 여비체계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으나 행안부는 개선안 수용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12월1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현재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여비에 대한 노사 간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공무원을 세금도둑으로 몰면서 정부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오는 30일 다시 광장에서 민중들과 함께 촛불을 들 것이다. 잘못된 수당체계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당당한 공직사회의 주체로, 국민의 공무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승애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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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부터 50~299인 중소기업으로 확대시행할 주 52시간제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18일 발표했다. 단속과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뜻이다. 계도기간은 지난해 대기업에 부여한 9개월(6개월+3개월 연장)을 준용하고, 소기업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장관은 시행규칙을 고쳐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재난 등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한도(1주 12시간)를 넘겨 집중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경영상 사유로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는 기업들이 남용·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0월까지 노동부 인가를 받은 특별연장근로는 작년보다 4배 늘어난 787건에 달한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도 현장 준비를 제대로 못한 정부, 법·제도 미비점을 방치해온 국회는 회초리부터 자청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 설명응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는 사회적 대화를 거친 주 52시간제 보완대책 밖에 있는 사안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2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국회에 권고했다. 9개월간 논의가 서 있다가 지난 14일 환노위에서 자유한국당은 ‘하루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대폭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가 그중에 특별연장근로 물꼬를 열고 ‘경영상 사유’라는 포괄적인 잣대를 추가한 셈이다. 중소기업 노조 조직률은 대기업(57.3%)과 달리 100~299인 기업이 14.9%, 30~99인 기업은 3.5%에 그친다. 사업주가 임의로 노동시간을 변형·확대시켜도 노동자 개인이 뿌리치기 힘든 구조다. 탄력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모두 수용되면, 12주 기간 단위로 주 6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노동자 건강권 보호조치도 위험해져 주 52시간제 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댈 ‘뉴라운드’가 늘고 있는 셈이다.

내년부터 2만7000개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만 39%는 “준비를 못했다”고 정부에 답했다. 한 쪽을 연 댐에는 물이 더디게 차는 법이다. 계도기간이 공개된 후 현장 준비는 더 겉돌고 지체될 테다. 정부는 오늘 보완대책에 넣은 외국인·동포 고용 확대와 인력 채용 인센티브,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까지 현장 준비와 독려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대통령의 ‘노동존중’ 약속이 무너졌다는 노동계 목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노사가 손뼉을 마주쳐야 속도를 내고 안착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합의선을 조율하고, 법·제도 대안을 모색하는 노동계와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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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철칙처럼 지켜왔다. 그러나 이제 삼성은 이를 폐기해야 할 것 같다. 삼성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에 노조가 결성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삼성전자 노조)이 지난 16일 공식 출범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50년 역사를 지닌 삼성전자에 첫 노조 설립이라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자 굴지의 글로벌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성공 배경에는 백혈병 피해 사망자 황유미씨 같은 노동자들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다. 특히 ‘무노조 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조합 결성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노동자들은 단결권·단체교섭권 등의 권리도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무직노조, 구미지부노조 등 노동조합 3곳이 결성됐지만 조합원 수가 각각 30명도 안되는 데다 상급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아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한국 노총 산하에 전국 단위로 출발한 삼성전자 노조가 사실상 첫 노조이자 대표노조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뿐 아니라 노동계에 미치는 의미와 영향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자조합 출범식에서 진윤석 삼성노조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원은 현재 5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10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노동자 수를 감안하면 극히 적다. 노조는 18일 삼성전자 전국 사업장에서 조합원 1만명 확보를 목표로 조직 확대에 나선다.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노사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진윤석 초대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소통과 설득이 없는 사내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출범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기업문화가 한층 성숙해지길 바란다. 

삼성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없어야 처우나 환경에서 더 좋은 조건을 보장한다며 ‘무노조 경영’을 선전해왔다. 그러나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노조 설립을 막는 ‘반(反)노조 경영’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노동조합 결성과 단체교섭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다. 노조는 노동자의 복지 향상뿐 아니라 노동 의욕도 높여줄 것이므로 결국 사측에도 이익이다. 삼성전자는 더 이상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노조를 교섭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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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13일,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불태웠다. 노동법만 불태운 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불살랐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전태일의 죽음은 노동운동의 불쏘시개가 됐다. 그가 남긴 불씨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분출됐다. 전태일은 ‘노동의 빛’이다. 그의 투쟁은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노동자들을 비추고 있다.  

오늘은 전태일 49주기다. 시간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전태일보다 9년 뒤에 숨진 박정희는 박제된 인물이 되어 기념관에 갇혔다. 박정희가 밀어붙였던 10월유신, 새마을운동은 기억의 저편에 아스라하다. 반면 전태일은 사후 반세기가 다됐지만, 여전히 펄펄 살아있다. 이 땅에는 그의 뜻을 좇는 제2, 제3의 전태일, 아니 수만, 수십만의 전태일이 살고 있다. 박정희 시대는 끝났지만, 전태일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정치의 민주화는 이뤘다지만, 노동의 민주화는 아직 요원하다.

서울 청계천 다리에서 11일 오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각지대 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지난해 12월10일 숨진 김용균도 전태일이었다. 입사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자신의 일터인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몸이 이지러졌다. 나이 24세. 전태일보다 두 해를 더 살았다. 전태일이 개발 시기인 1960~70년대의 노동자층을 대표한다면, 김용균은 신자유주의 시대 비정규직 노동의 표상이다. 김용균의 꿈은 한전 정규직 취업이었다. 전문대학에서 전자정보통신을 전공한 그는 한전 취업을 위해 관련 자격증을 땄고 토익을 공부했다. 그러나 정규직의 벽은 높았다.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면접만 10차례 넘게 보았다. 하지만 그를 받아준 곳은 한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 그것도 계약직 사원이었다. 실력이 없어 영어를 못해 하청업체의 계약직이 된 게 아니다. 사회가 비정규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2055만명 가운데 36.4%인 748만명이었다. 사용자에게 고용과 해고를 임의로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자본주의가 내린 축복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비정규직은 생존과 죽음 사이를 곡예해야 하는 악마의 선물이다. 김용균은 오랜 취업 준비를 통해 비정규직의 슬픈 현실을 간파했다.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가 갈 길은 경력을 쌓아 정규직이 되는 것뿐이었다. 김용균이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을 눈여겨본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재해로 숨지기 며칠 전 김용균은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김용균의 죽음은 우발적 사고사가 아니다. 한전 하청업체의 산재는 오래전부터 악명이 높았다. 김용균이 죽기 전 5년 동안 한전 계열 발전 5개사에서 21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21명은 모두 협력업체 노동자였다. 우연이 아니다. 김용균의 죽음은 이미 예상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다. 한해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하루 6명꼴. 죽어가는 이들은 거개가 비정규직이다. 

전태일 시대의 노동은 공장 안에서 이뤄졌다. 오늘날 노동은 어디에나 있다. 공장을 넘어 마트, 음식점, 학교, 공항, 톨게이트에도 있고 온라인 플랫폼에도 존재한다. 이른바 ‘유비쿼터스 노동’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의 증가가 유비쿼터스를 확장시킨다. 노동의 분화도 함께 이뤄진다. 노동의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과 비조직 간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김용균은 하청, 중소기업, 비조직, 비정규직의 노동자였다. 그는 ‘을 중의 을’이었다. 

김용균의 죽음은 ‘을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분노는 힘이 되어 지지부진하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이끌어냈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게 골자다. 그런데 ‘위험 업무 자체에 대한 외주 금지’는 법안에 문서화되지 않았다. 김용균이 일했던 화력발전소 같은 산재 빈발 업체들은 외주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원청 업체의 산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용균법’이 김용균을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달 26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출범했다. 산재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김용균들’이 나선 것이다. 전태일이 몸을 불살라 노동자의 권리를 외쳤다면, 김용균은 죽음으로써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 어젠다로 끌어올렸다. 김용균은 또 하나의 ‘노동의 빛’이다. 오늘의 노동은 더 이상 기업의 문제도, 노사의 문제만도 아니다. 전 사회의 문제다. 노동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김용균재단’으로도,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도 안된다. 사회와 정부가 나서 노동의 양극화를 막고 비정규직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없는 ‘노동 존중’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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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 위에 노동자들이 두세 줄로 섰다. 저마다 하고픈 얘기를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근로계약서도 없이 10년 운전했습니다”(중소병원 운전기사),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사장 맘대로 근무시간이 바뀐다”(화훼단지 노동자), “한글날 쉬었는데 징계. 노동절 유급휴일도 먼 얘기입니다”(50대 경비노동자), “토요일까지 일하는데 월급명세서도 안 줘요”(판매직 여성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결국 해고됐어요”(중소의료제작업 노동자), 보석세공 노동자의 팻말엔 ‘작업환경 측정(5.6%), 퇴직금 미지급(55.1%), 4대보험 미가입(72%)…’으로 이어지는 주얼리노동 실태가 적혔다. 바로 옆 평화시장은 1970년 11월13일 22세이던 전태일이 몸에 불을 지르고 달리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곳이다. 전태일 49주기 하루 전날 척박한 노동현장에 살고 있는 ‘2019년 전태일들’이 다시 모인 셈이다.

12일 오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서울 청계천 다리에 세워진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함께 외친 슬로건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이었다. 이 법엔 맘대로 해고하지 못하고, 노동자라면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쉬며 노동계약사항(근로계약서·월급명세서·취업규칙)을 인지할 기본적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근로기준법마저 적용되지 않고 노조도 없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오늘 전태일다리에 선 것이다. 숫자도 적지 않다. 국내에 등록된 320만개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전체 노동자의 27%인 580만명이 일하고 있다. 대리운전·방문판매·배달처럼 자영업자로 분류돼 사회보험·퇴직금이 없거나 제약받는 특고노동자만 166만~221만명, 스마트폰 앱으로 지시받는 플랫폼(디지털특고) 노동자도 54만명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 78개 상담기관에 접수된 상담 셋 중 둘은 영세사업장·여성·비정규직·청년(단시간) 노동자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지친 ‘전태일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뜻일 테다.

그럼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고노동자는 아직도 30~40%선에 불과하다. 위장도급을 막기 위한 근로감독망을 촘촘히 하고, 업종별 ‘표준협약’을 독려하며, 길게는 유럽처럼 근로형태보다 소득활동을 기준으로 사회보험체계를 확장하는 방안도 모색할 때가 됐다. 49년 전 전태일이 화염 속에 외친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메우고 들여다볼 사각지대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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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27일은 한국 여성노동운동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빨리 퇴직할 이유가 없다, 성차별적 정년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전화교환원 김영희씨가 대부분 여성인 교환직렬 정년을 일반직 55세보다 낮은 43세로 정하고 자신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한 것은 헌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한국통신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를 거뒀다. 7년의 소송에서 노동계·여성계를 중심으로 일터에서의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후원회가 결성됐다. 여론이 뜨거워지며 1989년 12월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으로도 이어졌다. 이 판결은 2008년 사법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바꾼 시대의 판결 12건’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시대적 의의를 지닌다.

30여년 만에 이 판결을 떠올리게 하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여성이 대부분인 직렬의 정년을 남성보다 10년 이상 낮게 정한 국가정보원 내부 규정은 합리적 이유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부당한 차별이라 무효라는 내용이다. 국정원에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전산사식 직렬 공채로 입사했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계약직으로 일해 온 ㄱ·ㄴ씨가 퇴직 후 소송을 냈다. 이들은 국정원의 계약직 근무상한연령이 여성이 대다수인 전산사식·입력작업·전화교환·안내 직렬은 만 43세, 남성들만 종사하는 영선(건축물 유지·보수 등)·원예 직렬은 만 57세라는 점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간 지 6년여 만에 1·2심 패소를 힘겹게 뒤집었다.

남녀고용평등법 11조 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6조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당연한 사항을 아직까지 여성들이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최근에도 ‘점수조작으로 채용 성차별’ ‘면접에서의 성차별, 성희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채용에서 정년까지 성차별 사회’다. 대체 여성·남성 직렬의 정년 차이 14년은 어떤 근거로 나왔나. ‘여성 전용 직렬’ ‘남성 전용 직렬’이라는 말을 이처럼 공공연히 써도 되는 것인가. 2019년 한국은 ‘1982년생 김지영’이 크게 공명되는 사회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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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지고 일했다. 이후 산업이 활성화되고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수요에 따라 장기간 고용되는 안정된 일자리가 늘어났다. ‘평생직장’까지 출현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직업 상황도 달라졌다. 자동차 공유회사 집카의 창립자 로빈 체이스는 말했다. “아버지는 평생 한 가지 일만 하셨다. 나는 평생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고, 내 자녀는 동시에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다.” 암울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접속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일자리 중개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대부분 기업은 고객들의 수요에 대비해 직원을 뽑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요구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 출현하고 있다. 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에서 출발해 가사도우미, 간병 및 호스피스, 청소, 경비용역 등 점차 서비스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긱(gig) 노동자’라고 한다. 긱은 영어의 계약(engagement)이란 단어를 줄여 쓴 속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연주자를 섭외해 짧은 공연에 투입하면서 긱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다. 프리랜서·독립계약자·임시직 등 단기 일자리 또는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하는 현상을 ‘긱 이코노미’라고 한다.

2018년 영국 옥스퍼드대는 ‘긱 경제의 근무조건이 직원의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긱 업무의 유연성과 자율성의 대가로 받아들여야 하는 길고 불규칙적이며 경쟁적 성격의 고강도 노동은 웰빙의 저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음식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3일 시간제 오토바이 운전자 보험을 이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노사관계를 통해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노동자들을 위한 보험 상품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와 모바일 상거래 시장을 바탕으로 긱 경제 도입·확산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한다. 긱 노동자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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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자를 주문하고 대리운전을 부르지만 ‘플랫폼 노동’은 모른다. 지난달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플랫폼 노동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민 10명 중 9명이 음식배달, 새벽배송 등 모바일 앱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은 플랫폼 노동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3명 중 한 명은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빈약하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식배달 대행,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의 업무 종사자를 일컫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한 달 평균 24.4일, 하루 평균 13.7시간(대기·식사시간 포함) 노동에 종사하지만, 월평균 순수입은 165만원에 불과했다. 설문 대상자의 35%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는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배어 있다.

플랫폼 노동은 음식배달, 퀵서비스처럼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로 일자리를 구해 건당 보수를 받는 노동형태다. 근로계약관계로 거래되는 전통적 노동과 달리 고용계약 없이 노동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신종 노동형태여서 종사자의 구체적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플랫폼 노동자를 국내 전체 취업자의 1.7~2.0%인 47만~54만명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산재보험(15.2%)을 제외하곤 고용보험(8.1%), 직장 국민연금(6.7%), 직장 건강보험(6.3%) 가입률이 모두 한 자릿수였다. 장시간 노동, 저소득,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플랫폼 노동은 노동의 중개방식이나 계약이 전통적 노사관계와 다르다. 이러다 보니 노동법이나 사회보장체제로 포섭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확산되는 ‘디지털 노동’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부 차원의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유형별 실태 조사가 우선이다. 이와 함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에서는 플랫폼 노동 확산을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 국회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보호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프랑스는 이미 3년 전 플랫폼 노동자를 특수형태 노동자로 규정하고 사회보험 적용, 노동3권 보장 등을 노동법에 명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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