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400건

  1. 2019.12.09 [사설]김용균 1주기, 아직도 머나먼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2. 2019.12.04 [정동칼럼]산재와 계급 대물림
  3. 2019.12.02 [사설]공공건설도 하청 안전조치 미이행, 민간 탓할 수 있나
  4. 2019.11.19 [기고]낮은 기본급·인정 못 받는 초과수당…이제는 바꿔야
  5. 2019.11.19 [사설]또 주 52시간제 손질, 노동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6. 2019.11.18 [사설]‘무노조 경영’ 삼성전자에 마침내 노조 깃발 올라갔다
  7. 2019.11.13 [정동길에서]‘노동의 빛’, 전태일에서 김용균으로
  8. 2019.11.13 [사설]49년 흘렀어도 ‘전태일’의 아우성 넘치는 노동현장
  9. 2019.11.11 [여적]남자 57세·여자 43세
  10. 2019.11.04 [여적]긱(gig) 노동자
  11. 2019.11.04 [사설]대책 시급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플랫폼 노동자들
  12. 2019.10.28 [사설]김용균재단 출범, “위험의 외주화와 차별 없는 일터 만들자”
  13. 2019.10.23 [정동칼럼]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면
  14. 2019.10.21 [사설]거리로 나온 이주노동자들, ‘위험의 이주화’ 호소 들어야
  15. 2019.10.16 [기고]더 나은 노동조건, 더 좋은 공공서비스 위한 ‘민간위탁 공영화’
  16. 2019.10.15 [사설]1년반 새 노동자 5명이나 숨진 ‘티센크루프’
  17. 2019.10.14 [사설]‘주52시간제 보완’, 노동시간 단축 대의 허물어선 안돼
  18. 2019.10.14 [사설]연소득 300만원 이하 노동자가 250만명이라니
  19. 2019.09.30 [NGO 발언대]톨게이트 노동자 문제의 핵심은 성차별
  20. 2019.09.25 [기고]‘도로공사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반론 -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자회사는 노사합의로 설립”

‘사방이 온통 깜깜했다. 좌우 구조물이 희미하게 보일 뿐 바닥은 가늠조차 어려웠다. 석탄 먼지만 쉴 새 없이 휘날렸다.’ 민주노총이 최근 공개한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석탄발전소의 ‘작업 중 현장’ 모습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대부분 현장도 노동자들이 손전등에 의지한 채 작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 노동자가 숨졌다. 어두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컨베이어벨트 밑에 쌓인 석탄을 긁어모으다 벨트와 롤러에 몸이 끼였기 때문이었다. 조명시설만 있었어도,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오늘도 ‘김용균의 현장’은 그대로인 것이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8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린 1주기 추도식 중 추도사를 읽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물네 살에 한국발전기술 하청업체에 입사한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근무를 서다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영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김씨 사망 후 “발판 하나, 벨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2인1조 의무화, 위험업무 시 설비가동 중지 등 정부 대책도 이어졌다.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국회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연료환경설비운전 노동자 직접고용 등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관계부처·기관은 최대한 권고 내용을 반영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숱한 다짐과 약속은 그러나 말뿐이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2월 6일 (출처:경향신문DB)

2인1조 근무원칙은 일부 현장의 일이고, 정규직 전환은 ‘어려운 일’이 됐고, 노무비 착복 악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중 4개안은 ‘흉내 내기’에 그쳤고 18개안은 먼지만 쌓인 채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재해기업 처벌 방안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외주금지 업종에 발전분야가 제외되면서 김용균법에 정작 ‘김용균’도 빠졌다. 그러다 보니 석탄발전 노동자 상당수는 지금도 2950원짜리 특진마스크 대신 값싼 방진마스크를 쓴 채 작업 전 “안전하게 일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이 이해되는 것이,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3건씩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사업장 대부분은 안전조치에 눈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일 촛불행진에 이어 8일 김용균 추도식이 열렸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너를 살릴 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처럼 삶이 파괴되는 걸 막겠다”며 “엄마는 이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려는 길은 국민 누구나 가야 할 길이다. 김용균을 살릴 수는 없지만, 나는 물론 내 이웃이 일하다 죽지 않을 세상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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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21일 경향신문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명단을 1면에 게재했다. 1면을 꽉 채운 명단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구구절절한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1200명의 명단이 가리키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신문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실업이 문제고 최저임금이 중요한데 왜 산재일까?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51)가 26일 서울 중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재단 출범식에 참여해 자전거 탄 아들 김씨의 그림과 손을 맞대고 있다. 조문희 기자

사실 산재는 노동운동이나 노동연구에서도 주변부에 속한다.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비해 당사자 수가 적은 데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도 사회학자보다 의료인이 쓴 게 많다. 산재추방운동은 현재 노동안전보건운동으로 불리는데 당사자운동에서 대책위 구성 같은 지원활동을 거쳐 노조활동의 일부가 됐다가 최근에는 건강권운동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987년 김성애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전개된 인천지역 산재노동자들의 경인국도 가두시위가 당사자운동에 해당한다면 1988년 문송면 수은중독 사망사건과 원진레이온 산재피해의 진상조사에는 외부 전문가가 대거 결합했다. 또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출범 이후 노동운동 차원에서 전개됐다가 최근에는 산재 당사자와 활동가가 결합한 ‘반올림’ 같은 단체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운동 주체에서도 알 수 있듯 산재 문제는 노동운동의 차원을 넘어선다. 노동을 넘어선,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이자 노동권을 넘어선, 인권의 문제다. 1200명의 명단이 독자들에게 준 깊은 울림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고용과 임금에도 노동자 생존이 걸렸지만 계급 문제, 진영 간의 다툼으로 비치면서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면서도 구의역 김군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의 무참한 죽음엔 쉽게 공감하는 게 사람들의 심리다. 당위적 운동이 아닌 존재론적 인간, 진영을 넘어선 보편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독자들과 공명하겠다는 게 경향의 속셈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산재 문제 또한 계급의 영역이다. 어느 학자는 반올림운동을 일컬어 ‘노동자 육체의 총체적 저항’이라고 했다. 돌려 말하면 산재는 노동자 육체의 숨겨진 미래다. 운이 좋아 피할 수 있을지언정 노동자로 사는 한 노심초사 대비해야 할 숙명과도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재는 노동자 자녀의 숙명이기도 하다. 계급사다리가 걷어치워진 지금 가난하지만 성실한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게 됐다. 가난은 나태와 무능력의 상징이 됐으며 ‘엄친아’라는 단어의 유행은 부잣집에서 태어나면 성격도 좋을 것이라는 암시가 됐다. 매스컴에서는 연예인 엄친아의 조건으로 부모의 배경과 재력을 들고 있으며 부모의 그것은 자식의 상품성을 보증하는 잣대가 됐다. 일하며 공부하는 고학생은 성실의 표본이 아니라 노력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상징이 됐고, 가난은 곧 죄의 다른 말이 됐다.

최근 한 아이돌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제작자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어느 기사에서는 그를 “유전자부터 남달랐다”고 표현했다. 부친은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고 친척 형은 유명 게임업체 의장, 외삼촌은 전 국회의원이다. 이들이 좋은 유전자의 출처라면 1200명은 좋지 않은 유전자의 소산이거나 출처인 셈이다. 좋은 유전자와 좋지 않은 유전자가 아예 분리돼 섞이지 않고 살아가면 그나마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좋은 유전자의 배경에는 좋지 않은 유전자의 희생이 있다는 게 문제다.

1999년 6월22일 대우중공업 노동자 이상관이 산재사고로 입원 중 강제퇴원조치를 당한 뒤 음독자살했다. 강제퇴원조치는 ‘IMF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대책’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532억원을 줄이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당시 공대위는 공단 이사장의 화형식을 거행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임명된 이사장은 1993년 노동부 국장으로 있을 때 불법취업 외국인이 임금체불이나 산재보상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강제출국 조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서울고법이 불법취업 외국인에게도 산재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한 뒤 하루 만의 일이다. 톨게이트 노동자와 관련해 기시감이 드는 일이다.

연좌제를 끄집어내려는 게 아니다. 거꾸로 연좌제가 없어졌으니만치 유전자, 엄친아 운운하며 계급대물림을 비호하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다른 언론사와의 차별성을 진영논리를 넘어선 보편적 정의를 지향하는 것에서 찾으려는 것 같다. 쉽지 않은 길이다. 최초의 진영논리는 계급전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투를 빈다. 지금의 진영논리는 많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정의의 지향이 오히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위한 계급전선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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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사내 하청노동자가 많은 공공발주 건설현장 115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한 결과 77곳에서 268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고 1일 밝혔다. 정부 불시 안전점검은 이들 공공발주 사업장과 노동자 100인 이상 민간사업장 284곳 등 총 399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353곳에서 1484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돼 사용중지·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조치 이행 점검이 목적이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킨 사업장이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문제는 공공발주 건설현장 10곳 중 7곳 이상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가 한 해 1000명 정도다. 상당수는 사업장 안전대책 부실이 원인이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 등도 ‘노동자 일터 안전’에 눈감기는 마찬가지였다니 기가 찬다.

정부가 발주한 경남 고성의 한 화력발전소는 석탄운반용 컨베이어 장비 아래에 노동자의 접근을 막는 ‘방호울’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을 때도 현장 컨베이어 장비에 방호울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산업현장 안전불감증에 대해 정부가 민간에 대해 뭐라고 할 만한 처지가 못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불감증은 건설현장의 일만이 아니다.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내달 시행된다. 그런데 이름만 ‘김용균법’이지 정작 김씨와 같은 발전소·지하철·철도, 조선업 등은 도급 금지대상에서 빠졌다. 또한 기업이 온갖 예외·단서 조항들을 포함시켜 결국 ‘누더기 법안’이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 개선, 불법파견 근절, 사내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것도 정부의 이런 안일함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 노동자 10명 중 4명 이상이 비정규직인 나라다. 이들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으면서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한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30~40%에 그친다. 그런데 정부마저 비정규직 보호에 소홀하다면 이들이 원하는 안전한 일터는 누가 가꾸고 지켜준단 말인가. 정부는 당장 공공건설 현장부터 선도적으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외주화된 위험’을 뿌리 뽑을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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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는 2008년 대정부 교섭 합의사항으로 ‘공무원 보수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산하기구인 ‘초과근무수당 개선 실무협의회’를 올해 8월부터 본격 추진해왔다. 전문가위원과 정부위원, 그리고 노조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근무수당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공무원노조는 노사교섭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협상에 임해왔지만, 10월 중순경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전문가그룹의 중재안 일체를 거부하고 ‘재탕 삼탕식’의 연구용역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중재안은 법적 근거 없는 감액조정률 55%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그 대신 초과근무 상한시간을 축소하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보편적인 수당 단가 지향,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조항도 추가로 포함됐다. 전문가 그룹의 중재안대로라면 민간 대비 절반 이상의 수당 단가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십수년간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공무원의 임금은 100인 이상 민간사업장과 비교할 때 79%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기본급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각종 수당을 임금 보전 형태로 지급해왔다. 공무원의 임금 인상이 민간기업 임금 인상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기본급 인상을 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 수당의 확대는 낮은 기본급에 기초해 시간외근무를 조장하는 효과가 있다. 시간외근무를 추가 소득을 위한 공무원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은 현재의 임금구조가 왜곡되어 있고 열악한 상태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근로기준법은 연장노동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한다. 하지만 공무원은 최저 기준인 근로기준법 적용조차 받지 못한다. 2017년 헌법재판소는 ‘공무원 근로관계의 특수성’과 ‘예산의 한계’로 근로기준법 미적용이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최근 국제노동기구의 공무원 노동기본권에 대한 기준에 위배되므로 재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지난 2009년 초과근무수당 관련 최초 승소 이후 대법원은 계속해서 공무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소방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을 실제 일한 만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자체들은 소방공무원에게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을 근거로 실제 초과근무시간에 못 미치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각 지자체가 실제 초과근무한 시간 전체에 대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노조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초과근무수당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재난재해, 방역업무 등의 비상근무와 휴일근무를 해도 4시간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무조건 공제하는 것은 일종의 임금체불이다. 일을 시켰으면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이치에 맞다.

출장여비 또한 구조적 문제다. 공무원노조는 행안부와의 정책협의체 안건으로 여비체계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으나 행안부는 개선안 수용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12월1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현재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여비에 대한 노사 간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공무원을 세금도둑으로 몰면서 정부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오는 30일 다시 광장에서 민중들과 함께 촛불을 들 것이다. 잘못된 수당체계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당당한 공직사회의 주체로, 국민의 공무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승애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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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부터 50~299인 중소기업으로 확대시행할 주 52시간제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18일 발표했다. 단속과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뜻이다. 계도기간은 지난해 대기업에 부여한 9개월(6개월+3개월 연장)을 준용하고, 소기업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장관은 시행규칙을 고쳐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재난 등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한도(1주 12시간)를 넘겨 집중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경영상 사유로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는 기업들이 남용·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0월까지 노동부 인가를 받은 특별연장근로는 작년보다 4배 늘어난 787건에 달한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도 현장 준비를 제대로 못한 정부, 법·제도 미비점을 방치해온 국회는 회초리부터 자청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 설명응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는 사회적 대화를 거친 주 52시간제 보완대책 밖에 있는 사안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2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국회에 권고했다. 9개월간 논의가 서 있다가 지난 14일 환노위에서 자유한국당은 ‘하루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대폭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가 그중에 특별연장근로 물꼬를 열고 ‘경영상 사유’라는 포괄적인 잣대를 추가한 셈이다. 중소기업 노조 조직률은 대기업(57.3%)과 달리 100~299인 기업이 14.9%, 30~99인 기업은 3.5%에 그친다. 사업주가 임의로 노동시간을 변형·확대시켜도 노동자 개인이 뿌리치기 힘든 구조다. 탄력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모두 수용되면, 12주 기간 단위로 주 6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노동자 건강권 보호조치도 위험해져 주 52시간제 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댈 ‘뉴라운드’가 늘고 있는 셈이다.

내년부터 2만7000개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만 39%는 “준비를 못했다”고 정부에 답했다. 한 쪽을 연 댐에는 물이 더디게 차는 법이다. 계도기간이 공개된 후 현장 준비는 더 겉돌고 지체될 테다. 정부는 오늘 보완대책에 넣은 외국인·동포 고용 확대와 인력 채용 인센티브,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까지 현장 준비와 독려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대통령의 ‘노동존중’ 약속이 무너졌다는 노동계 목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노사가 손뼉을 마주쳐야 속도를 내고 안착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합의선을 조율하고, 법·제도 대안을 모색하는 노동계와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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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철칙처럼 지켜왔다. 그러나 이제 삼성은 이를 폐기해야 할 것 같다. 삼성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에 노조가 결성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삼성전자 노조)이 지난 16일 공식 출범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50년 역사를 지닌 삼성전자에 첫 노조 설립이라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자 굴지의 글로벌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성공 배경에는 백혈병 피해 사망자 황유미씨 같은 노동자들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다. 특히 ‘무노조 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조합 결성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노동자들은 단결권·단체교섭권 등의 권리도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무직노조, 구미지부노조 등 노동조합 3곳이 결성됐지만 조합원 수가 각각 30명도 안되는 데다 상급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아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한국 노총 산하에 전국 단위로 출발한 삼성전자 노조가 사실상 첫 노조이자 대표노조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뿐 아니라 노동계에 미치는 의미와 영향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자조합 출범식에서 진윤석 삼성노조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원은 현재 5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10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노동자 수를 감안하면 극히 적다. 노조는 18일 삼성전자 전국 사업장에서 조합원 1만명 확보를 목표로 조직 확대에 나선다.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노사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진윤석 초대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소통과 설득이 없는 사내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출범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기업문화가 한층 성숙해지길 바란다. 

삼성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없어야 처우나 환경에서 더 좋은 조건을 보장한다며 ‘무노조 경영’을 선전해왔다. 그러나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노조 설립을 막는 ‘반(反)노조 경영’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노동조합 결성과 단체교섭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다. 노조는 노동자의 복지 향상뿐 아니라 노동 의욕도 높여줄 것이므로 결국 사측에도 이익이다. 삼성전자는 더 이상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노조를 교섭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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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13일,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불태웠다. 노동법만 불태운 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불살랐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전태일의 죽음은 노동운동의 불쏘시개가 됐다. 그가 남긴 불씨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분출됐다. 전태일은 ‘노동의 빛’이다. 그의 투쟁은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노동자들을 비추고 있다.  

오늘은 전태일 49주기다. 시간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전태일보다 9년 뒤에 숨진 박정희는 박제된 인물이 되어 기념관에 갇혔다. 박정희가 밀어붙였던 10월유신, 새마을운동은 기억의 저편에 아스라하다. 반면 전태일은 사후 반세기가 다됐지만, 여전히 펄펄 살아있다. 이 땅에는 그의 뜻을 좇는 제2, 제3의 전태일, 아니 수만, 수십만의 전태일이 살고 있다. 박정희 시대는 끝났지만, 전태일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정치의 민주화는 이뤘다지만, 노동의 민주화는 아직 요원하다.

서울 청계천 다리에서 11일 오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각지대 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지난해 12월10일 숨진 김용균도 전태일이었다. 입사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자신의 일터인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몸이 이지러졌다. 나이 24세. 전태일보다 두 해를 더 살았다. 전태일이 개발 시기인 1960~70년대의 노동자층을 대표한다면, 김용균은 신자유주의 시대 비정규직 노동의 표상이다. 김용균의 꿈은 한전 정규직 취업이었다. 전문대학에서 전자정보통신을 전공한 그는 한전 취업을 위해 관련 자격증을 땄고 토익을 공부했다. 그러나 정규직의 벽은 높았다.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면접만 10차례 넘게 보았다. 하지만 그를 받아준 곳은 한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 그것도 계약직 사원이었다. 실력이 없어 영어를 못해 하청업체의 계약직이 된 게 아니다. 사회가 비정규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2055만명 가운데 36.4%인 748만명이었다. 사용자에게 고용과 해고를 임의로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자본주의가 내린 축복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비정규직은 생존과 죽음 사이를 곡예해야 하는 악마의 선물이다. 김용균은 오랜 취업 준비를 통해 비정규직의 슬픈 현실을 간파했다.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가 갈 길은 경력을 쌓아 정규직이 되는 것뿐이었다. 김용균이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을 눈여겨본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재해로 숨지기 며칠 전 김용균은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김용균의 죽음은 우발적 사고사가 아니다. 한전 하청업체의 산재는 오래전부터 악명이 높았다. 김용균이 죽기 전 5년 동안 한전 계열 발전 5개사에서 21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21명은 모두 협력업체 노동자였다. 우연이 아니다. 김용균의 죽음은 이미 예상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다. 한해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하루 6명꼴. 죽어가는 이들은 거개가 비정규직이다. 

전태일 시대의 노동은 공장 안에서 이뤄졌다. 오늘날 노동은 어디에나 있다. 공장을 넘어 마트, 음식점, 학교, 공항, 톨게이트에도 있고 온라인 플랫폼에도 존재한다. 이른바 ‘유비쿼터스 노동’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비정규직의 증가가 유비쿼터스를 확장시킨다. 노동의 분화도 함께 이뤄진다. 노동의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과 비조직 간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김용균은 하청, 중소기업, 비조직, 비정규직의 노동자였다. 그는 ‘을 중의 을’이었다. 

김용균의 죽음은 ‘을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분노는 힘이 되어 지지부진하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이끌어냈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게 골자다. 그런데 ‘위험 업무 자체에 대한 외주 금지’는 법안에 문서화되지 않았다. 김용균이 일했던 화력발전소 같은 산재 빈발 업체들은 외주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원청 업체의 산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용균법’이 김용균을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달 26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출범했다. 산재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김용균들’이 나선 것이다. 전태일이 몸을 불살라 노동자의 권리를 외쳤다면, 김용균은 죽음으로써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 어젠다로 끌어올렸다. 김용균은 또 하나의 ‘노동의 빛’이다. 오늘의 노동은 더 이상 기업의 문제도, 노사의 문제만도 아니다. 전 사회의 문제다. 노동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김용균재단’으로도,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도 안된다. 사회와 정부가 나서 노동의 양극화를 막고 비정규직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없는 ‘노동 존중’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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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 위에 노동자들이 두세 줄로 섰다. 저마다 하고픈 얘기를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근로계약서도 없이 10년 운전했습니다”(중소병원 운전기사),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사장 맘대로 근무시간이 바뀐다”(화훼단지 노동자), “한글날 쉬었는데 징계. 노동절 유급휴일도 먼 얘기입니다”(50대 경비노동자), “토요일까지 일하는데 월급명세서도 안 줘요”(판매직 여성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결국 해고됐어요”(중소의료제작업 노동자), 보석세공 노동자의 팻말엔 ‘작업환경 측정(5.6%), 퇴직금 미지급(55.1%), 4대보험 미가입(72%)…’으로 이어지는 주얼리노동 실태가 적혔다. 바로 옆 평화시장은 1970년 11월13일 22세이던 전태일이 몸에 불을 지르고 달리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곳이다. 전태일 49주기 하루 전날 척박한 노동현장에 살고 있는 ‘2019년 전태일들’이 다시 모인 셈이다.

12일 오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서울 청계천 다리에 세워진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함께 외친 슬로건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이었다. 이 법엔 맘대로 해고하지 못하고, 노동자라면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쉬며 노동계약사항(근로계약서·월급명세서·취업규칙)을 인지할 기본적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근로기준법마저 적용되지 않고 노조도 없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오늘 전태일다리에 선 것이다. 숫자도 적지 않다. 국내에 등록된 320만개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전체 노동자의 27%인 580만명이 일하고 있다. 대리운전·방문판매·배달처럼 자영업자로 분류돼 사회보험·퇴직금이 없거나 제약받는 특고노동자만 166만~221만명, 스마트폰 앱으로 지시받는 플랫폼(디지털특고) 노동자도 54만명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 78개 상담기관에 접수된 상담 셋 중 둘은 영세사업장·여성·비정규직·청년(단시간) 노동자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지친 ‘전태일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뜻일 테다.

그럼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고노동자는 아직도 30~40%선에 불과하다. 위장도급을 막기 위한 근로감독망을 촘촘히 하고, 업종별 ‘표준협약’을 독려하며, 길게는 유럽처럼 근로형태보다 소득활동을 기준으로 사회보험체계를 확장하는 방안도 모색할 때가 됐다. 49년 전 전태일이 화염 속에 외친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메우고 들여다볼 사각지대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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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27일은 한국 여성노동운동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빨리 퇴직할 이유가 없다, 성차별적 정년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전화교환원 김영희씨가 대부분 여성인 교환직렬 정년을 일반직 55세보다 낮은 43세로 정하고 자신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한 것은 헌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한국통신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를 거뒀다. 7년의 소송에서 노동계·여성계를 중심으로 일터에서의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후원회가 결성됐다. 여론이 뜨거워지며 1989년 12월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으로도 이어졌다. 이 판결은 2008년 사법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바꾼 시대의 판결 12건’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시대적 의의를 지닌다.

30여년 만에 이 판결을 떠올리게 하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여성이 대부분인 직렬의 정년을 남성보다 10년 이상 낮게 정한 국가정보원 내부 규정은 합리적 이유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부당한 차별이라 무효라는 내용이다. 국정원에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전산사식 직렬 공채로 입사했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계약직으로 일해 온 ㄱ·ㄴ씨가 퇴직 후 소송을 냈다. 이들은 국정원의 계약직 근무상한연령이 여성이 대다수인 전산사식·입력작업·전화교환·안내 직렬은 만 43세, 남성들만 종사하는 영선(건축물 유지·보수 등)·원예 직렬은 만 57세라는 점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간 지 6년여 만에 1·2심 패소를 힘겹게 뒤집었다.

남녀고용평등법 11조 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6조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당연한 사항을 아직까지 여성들이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최근에도 ‘점수조작으로 채용 성차별’ ‘면접에서의 성차별, 성희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채용에서 정년까지 성차별 사회’다. 대체 여성·남성 직렬의 정년 차이 14년은 어떤 근거로 나왔나. ‘여성 전용 직렬’ ‘남성 전용 직렬’이라는 말을 이처럼 공공연히 써도 되는 것인가. 2019년 한국은 ‘1982년생 김지영’이 크게 공명되는 사회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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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지고 일했다. 이후 산업이 활성화되고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수요에 따라 장기간 고용되는 안정된 일자리가 늘어났다. ‘평생직장’까지 출현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직업 상황도 달라졌다. 자동차 공유회사 집카의 창립자 로빈 체이스는 말했다. “아버지는 평생 한 가지 일만 하셨다. 나는 평생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고, 내 자녀는 동시에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다.” 암울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접속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일자리 중개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대부분 기업은 고객들의 수요에 대비해 직원을 뽑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요구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 출현하고 있다. 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에서 출발해 가사도우미, 간병 및 호스피스, 청소, 경비용역 등 점차 서비스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긱(gig) 노동자’라고 한다. 긱은 영어의 계약(engagement)이란 단어를 줄여 쓴 속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연주자를 섭외해 짧은 공연에 투입하면서 긱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다. 프리랜서·독립계약자·임시직 등 단기 일자리 또는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하는 현상을 ‘긱 이코노미’라고 한다.

2018년 영국 옥스퍼드대는 ‘긱 경제의 근무조건이 직원의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긱 업무의 유연성과 자율성의 대가로 받아들여야 하는 길고 불규칙적이며 경쟁적 성격의 고강도 노동은 웰빙의 저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음식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이 3일 시간제 오토바이 운전자 보험을 이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노사관계를 통해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노동자들을 위한 보험 상품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와 모바일 상거래 시장을 바탕으로 긱 경제 도입·확산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한다. 긱 노동자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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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자를 주문하고 대리운전을 부르지만 ‘플랫폼 노동’은 모른다. 지난달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플랫폼 노동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민 10명 중 9명이 음식배달, 새벽배송 등 모바일 앱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은 플랫폼 노동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3명 중 한 명은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빈약하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식배달 대행,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의 업무 종사자를 일컫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한 달 평균 24.4일, 하루 평균 13.7시간(대기·식사시간 포함) 노동에 종사하지만, 월평균 순수입은 165만원에 불과했다. 설문 대상자의 35%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는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배어 있다.

플랫폼 노동은 음식배달, 퀵서비스처럼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로 일자리를 구해 건당 보수를 받는 노동형태다. 근로계약관계로 거래되는 전통적 노동과 달리 고용계약 없이 노동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신종 노동형태여서 종사자의 구체적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플랫폼 노동자를 국내 전체 취업자의 1.7~2.0%인 47만~54만명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산재보험(15.2%)을 제외하곤 고용보험(8.1%), 직장 국민연금(6.7%), 직장 건강보험(6.3%) 가입률이 모두 한 자릿수였다. 장시간 노동, 저소득,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플랫폼 노동은 노동의 중개방식이나 계약이 전통적 노사관계와 다르다. 이러다 보니 노동법이나 사회보장체제로 포섭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확산되는 ‘디지털 노동’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부 차원의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유형별 실태 조사가 우선이다. 이와 함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에서는 플랫폼 노동 확산을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 국회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보호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프랑스는 이미 3년 전 플랫폼 노동자를 특수형태 노동자로 규정하고 사회보험 적용, 노동3권 보장 등을 노동법에 명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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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이름을 딴 ‘김용균재단’이 지난 26일 출범했다. 비정규직을 철폐해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고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초대 이사장은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맡았다. 아들이 남긴 숙제가 엄마의 삶의 목적이 됐다. 구체적인 활동 목표는 위험의 외주화 근절과 산재 사고 예방·대응, 산재 피해 지원,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일터 연대 활동 등이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51)가 26일 서울 중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재단 출범식에 참여해 자전거 탄 아들 김씨의 그림과 손을 맞대고 있다. 조문희 기자

지난해 12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김용균’은 보통명사가 되었다. 비정규직이라 차별받고, 위험한 일을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했던 하청노동자들의 불안한 삶을 대변하는 이름이 됐다. 외아들을 잃고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아달라 호소한 엄마 덕분에 지난해 말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공개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은 이대로라면 현실을 전혀 바꿀 수 없는 엉터리로 드러났다. 너무 많은 예외조항과 단서들로, 기업과 자본이 다 법망을 빠져나가고, 정작 ‘김용균’들은 보호할 수 없는 누더기 상태다. 그러는 사이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6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외주·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숨졌다. 지난달만 해도 언론에 보도된 산재 사망사고만 40여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고사망률 압도적 1위인 현실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재단 출범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미숙 이사장은 “내가 김용균”이라며 “용균이가 피켓 든 이유를,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가 찾아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지기 며칠 전 김용균씨는 안전모와 흰 마스크를 쓰고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손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아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엄마의 희망이다. 김용균재단에는 정부와 국회가 해결해주지 않는 일들을 끝까지 해보겠다는, 바뀌지 않는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시민들이 연대의 힘을 보태고 있다. 49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헌신했다. 또 한 명의 엄마가 아들의 꿈을 위해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대체 언제까지 우리 어머니들이 척박한 노동현장을 고발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절규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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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말한다. 이제 조국대전에서 민생대전으로 가야 한다고. 이는 누구보다 국정을 운영하는 문재인 정부에 절박한 과제일 것이다.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새삼스러운 방향은 아니다. 2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재정을 대폭 늘리는 제이노믹스를 주창했고, 민생 역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소득주도성장의 가치이다. 

이번에는 민생을 기대해도 좋을까? 문재인 정부를 보면 늘 허전한 구석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 주제가 주변화된다. 노동존중사회를 말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정규직화를 추진하더라도 자본주의에서 노동존중의 뿌리는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노동권’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보자. 내수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에 힘쓰겠단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을 진행했다. 물론 전향적인 정책들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목표인 ‘임금 격차 해소’는 정부가 직접 주관하는 대책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에서 임금이 결국 자본과 노동의 교섭에서 결정된다면 관건은 시장에서 노동자의 교섭력을 키우는 일이다.

헌법에 노동3권이 명시돼 있다. 이는 과거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역사적 성과이지만 현실에서 저절로 구현되는 건 아니다. 이를 행사하려면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고 실질적인 교섭권을 지녀야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펴낸 2018년 비정규직 보고서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2.1%에 그친다. 퇴직금을 받는 노동자는 37%에 불과하고, 유급휴가는 25%, 시간외수당은 20%만이 받고 있다.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노동조합이 곁에 있었더라면 상황은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미국이 대공황 시기에 펼친 뉴딜정책의 한 축도 노동권 강화였다. 노동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증했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엄격히 제한했다. 위로는 정부가 공공투자를 주도하고 복지를 확대하면서 아래로는 노동자가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민생이 살아난다고 보았고 이 방향은 유효했다.

문재인 정부는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보호하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는 건 고사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지는 직업”이라고 버젓이 이야기하는 지경이다. 일자리가 없어져도 그 자리에 노동자가 남아있다면 그의 역할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심해야 ‘노동존중사회’ 아닌가? 아무리 혁신경제가 장밋빛이고 플랫폼 자본주의가 다가오더라도 어디에서든 사람이 있음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사람중심경제’ 아닌가? 

그래도 당사자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근래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파업은 거의가 급식노동자, 요양보호사, 시설관리자, 택배노동자, 톨게이트 수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선 경우이다. 파업 자체에 비판적 시선이 강한 우리나라이지만 이들의 단체행동에 대해선 여러 시민들이 응원한다. 함께 나서진 못하지만 나와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한 활동이라 여기기 때문이리라. 

조직화도 앞으로 가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현황을 보면, 3년 전 약 70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으로 약 30만명 늘었고, 새로 가입한 노동자 중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전체 조합원 중 비정규직의 비율도 어느새 3분의 1이 되었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고 현장 간부들이 묵묵히 땀 흘린 결과라고 여겨진다. 지난 9일에는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라는 조직도 발족했다. 5인 미만 사업장, 임시직 등 노동의 권리가 취약한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단결하며, 다음 대선까지 1000일 운동을 벌이겠단다. 정부가 노동존중을 잊어가는 시간에도, 이렇게 노동자들은 한 걸음씩 노동권을 세워가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옹호해 가자. 노동하고 있다면 모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교섭도 실질적 의미를 지녀야 한다. 영세사업장, 하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기업별 교섭체제는 사실상 교섭권을 무력화하는 장벽이다. 초기업 교섭, 즉 업종 혹은 산업별로 교섭해야 노동자 연대도 강화되고 기업 간 공동책임도 이루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는가? 그렇다면 당장 톨게이트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하라. 그리고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들이 사용자들과 연합교섭을 벌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라. 이게 민생대전의 진정한 출발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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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한복판에 모였다. 나들이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대책을 촉구하고자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날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는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네팔,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등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이들은 더 이상 노예노동을 감수할 수 없다며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외국인에게도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당당한 외침이다. 

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9개 시민단체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석우 기자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소식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7월 이후만 꼽아도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영덕 오징어젓갈공장 지하탱크 질식사고, 속초 아파트건설현장 추락사고 등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최근 5년간 산재사망 이주노동자는 모두 557명. 한 달에 8명꼴이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주목할 점은 전체 산업재해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주노동자 산재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력난을 겪는 3D 업종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떠안으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는 최하위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갑질 등에 시달리면서도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고용허가제는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농업·어업 분야에 해외 노동력을 원활히 공급하려는 취지로 2004년 도입됐다. 그러나 사업장을 옮길 때에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인권 침해 요소가 적지 않다. 사업장이 위험해도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없다. 사업주에게 안정적인 노동력을 공급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국제노동기구(ILO)조차 문제를 지적한 사항이다. 시행 15년이 된 노동허가제는 이제 개선할 때가 됐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다. 이미 100만명이 넘었고 매년 10만명 안팎의 신규 노동자가 유입된다. 이주노동자도 인격과 노동권이 존중돼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적·인종·종교에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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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3단계 대상은 민간위탁 종사자다. 2018년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전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위탁 사무는 총 1만99개이며, 종사자는 19만5000여명에 달한다. 사회복지 영역은 민간위탁 중 가장 많은 사무(4769개)와 가장 많은 종사자(7만2552명)가 있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사회복지관, 어린이집, 치매안심센터 같은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제공되는 공공서비스 대부분을 국가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공공서비스 전달을 민간에 맡기는 것을 선호해왔고 이 방식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효율성과 전문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위탁의 장점으로 강조되었지만, 수탁기관의 부정과 부패,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로 인한 서비스의 질 하락 등의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 민간위탁 분야인 사회복지서비스를 국가에서 직접 제공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사례를 보자. 2011년 광산구청은 ‘시민의 복지는 국가 책임이다’라는 기조하에 민간에 위탁했던 사회복지관을 구청 직영으로 전환했다. 민간 사회복지법인 소속으로 일하던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구청 소속 공무직으로 채용되면서 고용을 보장받았다. 노동자들은 공공부문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본연의 업무인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면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 민간위탁 시절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잦은 이직을 초래한 후원금 모금 의무도 없어졌다. 안정된 고용 환경에서 근속기간이 늘면서 공공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과 질도 높아졌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더 나은 노동조건이 광산구 주민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사회복지관 직영 전환 이후 주민들은 자치회를 결성해 복지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공신력 있는 시설 운영에 따라 공공성이 확대되었고, 사회복지서비스 수혜자인 주민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만족도가 향상되었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한 국가의 책무이다.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해 일선에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면 국민의 더 좋은 삶의 보장은 어려울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개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종사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삶의 개선은 물론 서비스 수혜자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에 이득이 될 것이다.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논의의 출발점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국민에게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통해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노동존중 사회’와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기본 전제인 것이다.

<조혁진 |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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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에 깊고 넓게 드리워진 ‘위험의 외주화’가 무섭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가 말해준다. 4년간 한국전력 산하 5개 자회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사상자(271명) 가운데 협력사 직원이 97.7%(265명), 정규직 직원은 2.3%(6명)였다. 협력사 직원의 사고 노출이 정규직보다 44배나 많았다. 지난 6년간 조선업계의 산재 사망자(116명) 중 하청노동자는 84.4%(98명)나 됐다. 또 최근 발생한 코레일 산재 사상자(583명) 가운데 40%(229명)가 외주노동자였다는 통계도 있다. 외주·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은 매일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에서 승강기 설치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승강기 제조업체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티센크루프)의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중 사망한 티센크루프 하청노동자는 지난해 3월 이후 5명이나 된다. 경고음이 계속됐고 대책을 세웠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사고 발생 하루 전인 11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티센크루프 대표를 국정감사장으로 불러 잇단 산재사고의 경위와 대책을 따졌다. 그런데도 사고가 반복됐다. 티센크루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티센크루프처럼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한 해 평균 5건이 넘는다. 업체는 사고 원인을 작업자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리지만, 진짜 원인은 편법 하청구조에 있다. 티센크루프는 이번 승강기 설치공사 사업을 지역 중소업체와 공동 수급방식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엘리베이터 설치공정을 떼어내어 협력업체에 맡기는 외주방식으로 진행됐다. 작업 단가를 낮추고 위험을 떠넘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원청의 책임과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 하도급이다. 노동부는 ‘죽음의 기업’ 티센크루프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서야 한다. 또 국회는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산재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린다면,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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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주52시간제의 보완책을 서두르라고 8일 주문했다. 국회엔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했고, 정부엔 “입법이 안될 경우도 생각해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 “경제계 우려가 크다”고 전제한 데 대해 노동계는 “주52시간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선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현장 안착까지 제도나 준비상황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음직하다. 조국 파동에 묻혀 있는 다급한 ‘국정 뇌관’을 직접 공론화한 셈이다.

주52시간제가 새로 적용될 50~299인 사업장은 2만7000개로 추산된다. 지난해 7월 시작된 300인 이상 사업장 3500개보다 8배 많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정부 실태조사에서 39%가 주52시간제 준비를 못했다고 인정했다. 인건비가 부담되고 업무량도 들쭉날쭉해 인력 채용의 고충이 크다고 토로한 것이다. 한 해 370명이 과로사하는 ‘피곤한 대한민국’의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대기업에서 안착 단계로 접어든 주52시간제가 내년부터 실질적인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52시간제를 준비한 중소기업은 지난 1월 56.7%에서 7월까지 4.3%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1년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도 거북이걸음만 해온 것이다. 정부는 회초리를 자청하고, ‘핀셋 보완책’을 찾아가야 한다. 길이 멀지만, 현실 속 주52시간제는 사회적 대화도 국회 논의도 공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지난 2월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이 참여해 ‘주52시간 적용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냈지만 국회 입법은 7개월째 서 있다. 자유한국당은 ‘1년 연장’을 요구하다 사실상 무제한 연장노동이 가능한 선택근로제 기준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자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재계는 특별연장근로와 노사가 합의한 노동시간만 인정하는 재량근로제 확대를 요구하고, 민주노총은 “모두 개악”이라며 11월 파업을 예고한 터다. 노동계 우려엔 ‘노동존중’을 선언했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배어 있다.

‘저녁 있는 삶’은 시대적 대의이고, 행복의 척도가 됐다. 이제 해법은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는 주52시간제의 문턱이 높은 현실을 인정하고 시민들과 소통·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소기업의 인력 채용 인센티브와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에 총력을 쏟고, 계도기간 고민은 그 판단이 선 후에 내놓는 게 순서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채 주52시간제 근간을 흔들지 말고, 제도적 보완책은 중소기업 수요가 많고 사회적 대화의 첫 매듭인 탄력근로제를 논의 중심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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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8일 지면게재기사-

순수 일용직노동자 절반이 연간 300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한다. 7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도 순수 일용직근로자(사업소득이나 상용소득이 없는 경우) 502만명의 근로장려금 수급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간 소득 1000만원 이하의 일용직근로자가 열에 아홉(86%)이었고, 300만원 이하도 절반(248만명, 49.3%)을 차지했다. 연소득 300만원이면 월 25만원에 불과하다. 과연 경제생활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또 이들 일용직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은 한 해에 직장을 6군데 이상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곤궁하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셈이다.

일용직근로자는 근로기간이나 장소가 불규칙·부정기적이다. 그래서 수입도 매우 불안정하고 낮은 수준인 미숙련 근로자층이 많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해도 이처럼 소득이 낮은 노동자가 많은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서도 소득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양극화 심화가 저소득층 수입이 감소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로 2017년 2분기 이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가구당 소득격차가 확대됐다. 2017년 2분기와 올해 2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을 비교한 결과 상위 10%(10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년간 126만원이 늘었다. 그러나 1·2·3분위(하위 0~30%)의 소득은 각각 6만8000원, 15만8000원, 12만5000원 감소했다. 정부가 보호하려는 저소득층의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건 국제적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일용직근로자들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함께 잘사는 포용적 국가’를 내걸고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와 일자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부의 쏠림에다 저소득층 수입이 줄면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소득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재정을 늘려왔지만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낮다. 대부분이 소득최하위 계층인 일용직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복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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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만약 어느 날 남자가 월경을 하고 여자는 하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스타이넘은  ‘만일 그렇게 된다면 분명 월경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며, 지체 높은 정치가들의 생리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월경불순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는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그녀와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만일 이들이 남성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지난한 싸움의 시작은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한국도로공사가 만들어질 때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는 직접고용 형태였다. 유료도로를 만들었으니 요금수납은 필수이자 핵심 업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고 도로공사는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내보낼 것인가 결정해야 했다.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외주용역으로 전환하고,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를 350여개 톨게이트 영업소의 용역업체 사장으로 배치했다. 구조조정은 했으나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본부장’이던 사람이 ‘사장’으로 직함만 바뀌었을 뿐 그도, 톨게이트 노동자도 어제 하던 일을 똑같이 했다. 이는 톨게이트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대법원 판결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업소 용역업체 사장들은 도로공사만을 상대로 영업했고 특별한 자본 투자나 영업상 위험을 부담하지도 않았으며, 도로공사가 하라는 대로 노동자들에게 일하게 하고 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일정한 이윤을 보장받았다. 명목상 변화일 뿐이다.

반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들었다. 만일 이들이 남성이었다면 외주용역의 대상이 되었을까? 

IMF 구조조정 시기, 가장 강력히 작동한 게 ‘남성 가장 이데올로기’였다. 당시 유행한 ‘아빠 힘내세요’ 노래가 상징하듯 남성 가장의 기를 살리는 게 중요했다. 남성 가장을 위해 여성들은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되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남성에게 안정적 수입원을 보장해 주고자 했다. 언젠가는 가장이 될 것이기에 지금 당장 가장일 필요는 없었다. 반면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해 살면 되기 때문에 안정적 일자리도, 생계를 위한 임금도 필요하지 않았다. 여성의 노동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여성이 실질적인 가장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도로공사에서 딱 맞는 구조조정 대상은 어디였을까? 여성들이 가장 많은 곳, 톨게이트 노동자. 그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이 부당한 차별을 인정할 수 없었던 여성노동자들은 2013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다. 6년이 넘는 지난한 투쟁을 통해 드디어 지난 8월29일 대법원의 승소 판단을 이끌었다. ‘남성=부양자, 여성=피부양자’ 위계를 두던 시대는 갔다. 현실도 변했고 인식도 변했다. 90일을 넘긴 캐노피 위에서의 투쟁, 20일 이상 본사 농성을 하고 있는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이 변화의 산 증거다. ‘우리가 옳다.’ 그들의 슬로건이다. 맞다. 그들이 옳다. 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지금 그들은 새로운 여성노동의 역사, 성평등의 역사를 쓰고 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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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자 경향신문에 이양진 민주노동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이 쓴 ‘문재인 정부의 도로공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제목의 기고가 실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돼 도로공사가 그 추진과정의 전략단위로 선정됐으나, 이강래 도공 사장과 정규직의 기득권 유지 욕심이 카르텔을 형성해 일이 틀어졌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9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대에 의해 불법 점거됐다. 중요 국가기간망 중 하나인 고속도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농성장으로 변했다. 국민안전시설을 책임지는 공사 직원들은 공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시위대와 마주해야 했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공사 직원들의 인권은 갑과 을의 논리에 가려 외면당하고 있다.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11일째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 도공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순찰원을 직접고용했다. 하지만 요금수납원의 경우 향후 기술발전 등으로 기능조정이 예상돼 정규직화 예외대상이었다. 그러나 도공은 수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에 합의했다. 자회사 결정은 6514명을 직접고용할 때 예상되는 경영악화와 구조조정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는 이 합의에 따라 출범한 자회사다. 또 요금수납원의 78%인 5097명이 선택한 일터다. 따라서 자회사를 부정하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노사합의와 근로자들의 자율의사를 부정하는 일이다. 노사합의에는 자회사 미동의 근로자의 경우 소송을 통해 직접고용하고 직무는 현장 도로관리 업무인 조무직을 부여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공사는 최근 대법원이 도공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745명 중 자회사 전환 동의, 정년도과, 파기환송 인원을 제외한 499명을 직접고용키로 했다. 직무는 경영권 재량으로 인정받은 대법원 판례와 노사합의에 따라 조무직을 부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을 현재 1·2심이 진행 중인 1100여명 모두에게 적용하고 직무도 수납업무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은 개별소송이란 점에서 법의 확대적용이 어렵다. 특히 2015년 이후 입사한 630명은 파견적 요소가 제거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일해왔기에 최종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또 1·2심은 임금차액청구소송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도공이 소송을 포기할 경우 배임과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자회사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소지가 있다.

민주노총은 줄곧 자회사 반대 원칙을 고수하며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회사라 주장한다. 하지만 도공의 자회사는 고속도로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갖고 출범했다. 요금수납과 콜센터, 교통방송 등 업무범위도 광범위하다. 신분보장을 위한 ‘기타 공공기관’ 지정도 추진된다. 정규직으로 인위적 고용감축의 불안에서 자유롭다. 정년은 61세다. 임금도 기존 용역업체 대비 평균 30% 인상됐다. 용역회사가 아닌 것이다.

노동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이런저런 명분과 구실을 대면서 불법시위를 한다면 국민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또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그 피해를 국민이 떠안게 된다.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결과는 수많은 청년구직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것이다. 민주노총은 자회사를 호도하지 말고 불법점거와 시위가 아닌 정상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강훈 | 한국도로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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