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374건

  1. 2019.08.19 [여적]고용허가제
  2. 2019.08.09 [사설]‘서서 대기’ 강요하는 유통업 노동환경 개선해야
  3. 2019.08.06 [사설]내년 최저임금 확정, 최고임금제 논의할 때가 됐다
  4. 2019.07.24 [여적]택배 없는 날
  5. 2019.07.05 [사설]비정규직 파업 지지 여론과 노동존중 공약 사이
  6. 2019.07.02 [사설]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여전한 차별해소가 관건이다
  7. 2019.06.28 [사설]최저임금위 또 파행, 최저임금 취지 중요성 되새겨야
  8. 2019.06.28 [사설]김명환 석방, 애당초 무리한 구속이었다
  9. 2019.06.24 [사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노·정관계 파국 우려한다
  10. 2019.05.31 [사설]현대중공업 노사, 생산적 대화로 상생의 길 찾기를
  11. 2019.05.22 [공감]우리 사회 숨은 조력자 집배원의 죽음
  12. 2019.05.16 [사설]버스파업은 모면했지만 문제는 남았다
  13. 2019.05.15 [사설]과로사 속출하는 집배원 노동체계 당장 바꿔야
  14. 2019.05.08 [사설]20조 투입하고도 실업자 양산, 일자리사업 재검토해야
  15. 2019.05.08 [사설]인천지하철, 과로로 쓰러지는 기관사들 방관만 할 텐가
  16. 2019.05.02 [사설]경사노위 공전 속에 맞이하는 착잡한 노동절에
  17. 2019.04.29 [아침을 열며]김태규의 이유 있는 죽음
  18. 2019.04.29 [사설]여전한 ‘직장 갑질’, 근본적 대책 마련을
  19. 2019.04.24 [사설]콜텍 ‘최장기 투쟁’ 끝났지만, 멀기만 한 노동존중사회
  20. 2019.04.22 [사설]현대차 노조의 의미있는 원·하청 ‘임금 연대’ 실험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되고 네팔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되었습니다. 통장에 남은 320만원은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세요.” 2년 전 이맘때 한국의 부품 제조 공장에서 하루 2교대로 1년7개월을 일하며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던 27세 네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이주노동자 단체가 그가 남긴 유서를 한국말로 번역해 공개하면서 죽음이 알려졌다. 게시글 제목은 “고용허가제 때문에 한 사람이 죽었다”였다.

2004년 8월17일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소위 3D 국내 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외국인 노동력을 고용할 수 있게 허가해 준 제도다. 중소제조업과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어업, 농축산업 등 5개 업종에 한해 양해각서를 맺은 16개국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외국인력을 ‘초청’했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자들(대졸 이상 74.5%)로, ‘코리안드림’을 안고 왔지만, 현실은 열악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사업장을 옮길 자유가 없다. 폐업이나 반복적인 임금체불 등의 경우에만 아주 예외적으로 이동이 허용되지만, 이때도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최대 이동 횟수도 3회뿐이다. 불안한 상황을 악용한 사업주의 부당한 처우에도 참고, 불법이 발생해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다.

각종 사고의 끝자락에서 ‘위험의 외주화’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마주한다. 가축 분뇨에 질식해 숨지거나, 저류소 물에 휩쓸리고 공사장에서 추락해 사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들의 산업재해 건수는 내국인의 6배에 달한다. 참다못해 사업장을 무단이탈하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10년 가까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지만 가족들과 살 수 있는 기본권도 누리지 못한다.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18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는 ‘고용허가제 시행 1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요구는 매년 한결같다. ‘사업장 이동권 달라.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이들의 당연한 요구에, 우리가 필요해서 부른 이들의 착취 수준의 노동권 침해에 더는 귀 막고 눈감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인 고용허가제 개선책이 필요하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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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등 유통업계 종사 노동자들에게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서 있는 자세로 대기하도록 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 증진·노동환경 개선 등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몇 차례 현장 조사를 통해 드러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노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강제하는 움직임이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4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업장 내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묵묵부답인 백화점·면세점 업주들를 규탄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인권위는 산업부 장관에게는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적용대상·범위 확대 검토, 휴게시설 등 작업환경에 관한 사항을 실태조사에 포함하고 ‘유통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시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부 장관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을 신설하고, ‘서서 대기자세 유지’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등의 관행을 점검·개선할 것과 미이행 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지난해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의 화장품 판매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에선 백화점·면세점의 화장품 판매 노동자가 하지정맥류나 방광염 등 각종 신체 질환이나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2배에서 최대 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는 백화점과 면세점 내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관행이 노동자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진정이 인권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사실 현재도 큰 틀에서 관련 법규는 갖춰져 있다. 2011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마트 내 노동자를 위한 의자 비치를 의무화했고, 2018년 노동부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와 ‘서서 일하는 근로자 건강가이드’ 등을 마련해 유통업체에 권고했다. 다만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관련 부처에 세부기준 마련과 이행 현황 점검 조항 신설, 과태료 신설 검토 등 내용이 구체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를 표방한다. 해당 부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과 고객도 ‘고객이 왕’이기에 앞서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녀’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화장실 가게 해 달라는 요구를 외면하고,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도 마시지 못하는 후진적인 노동환경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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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8590원을 최종 확정했다. 최저임금의 의결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노총이 제기한 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2.87%)을 정하면서 산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은 문제가 있었다. 사용자 측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업종별·규모별로 차등 적용하자며 논의를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의 ‘을들의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동자 임금 결정에 개입하여 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최저선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또 사회불평등 해소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소득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그러나 최저임금 논의는 그 취지와 달리 ‘시장 논리’에 압도돼왔다. 사용자 측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와 고용 악화를 초래했다며 동결을 요구해왔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 수준으로 오르면서 계층 간 임금 불평등은 고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최고임금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퇴직한 한 대기업 총수는 퇴직금과 연봉으로 456억원을 받았다. 정보통신기술 업체 대표는 연봉으로 138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최저임금(약 1890만원)의 2474배, 730배 많다. 최고임금제는 재벌총수, 기업 대표·임원들의 과다한 임금을 줄여 최저임금과 함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제도다. 

지난 4월 부산시에 이어 지난달 경기도 의회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는 ‘최고임금 조례’를 통과시키며 최고임금제 실험에 나섰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고임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청년노동단체들은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의 10분의 1로 맞추자는 ‘1대 10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고임금제와 함께 ‘최고임금위원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은 소극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기업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도록 발의한 ‘살찐고양이법’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지자체 일부에서 싹을 틔운 최고임금제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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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여러분, 더위가 극심하니 혹시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분은 월요일(22일)까지 미뤄주길 당부합니다. 이런 폭염에 범죄를 저지르는 건 단순한 깡패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고, 아주 위험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를 즐기거나, 페이스앱(얼굴을 나이 들게 만들거나 변형시켜주는 앱)을 갖고 놀거나, 지하실에서 가라테 연습을 하세요. 선선해질 월요일에 모두 다시 만나요.”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레인트리시 경찰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이날 브레인트리를 포함한 매사추세츠 동부 지역의 체감온도는 화씨 101도(섭씨 38.3도)를 기록했고 20일에는 화씨 111도(섭씨 43.9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CBS방송은 지난 주말 미 동부와 중서부를 펄펄 끓게 만든 폭염으로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문자 그대로 ‘살인 더위’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너무도 유명한 이 문장은 더위가 불쾌감이나 고통의 차원을 넘어, 인간 존엄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전한다.

‘택배노동자 기본권쟁취 투쟁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여름휴가 보장을 요구했다. 택배사와 홈쇼핑업체, 온라인쇼핑몰을 향해 “8월16~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라”고 촉구했다. 택배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이른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데도 법적으로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나, 휴가를 내려면 자기 돈을 주고 대신 배송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마솥더위가 이어질 8월, 택배노동자들에게 땀을 닦고 숨 돌릴 ‘이틀’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주 신세지는 소비자로서 외친다. “이틀, 아니 1주일쯤 늦게 받아도 괜찮습니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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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파업 첫날에 이어 2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없애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파업은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점거농성 등을 제외하고는 충돌 없이 진행됐다. 전국의 학교 5곳 중 1곳의 급식이 중단되고 돌봄교실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으나 우려했던 급식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학부모·학생 대다수는 불편을 감수했고, 시민사회단체의 파업지지 선언도 잇따랐다. 그만큼 파업의 명분이 설득력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번에 과거와 다른 성숙한 파업문화를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 대신 거리로 나선 데는 정부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였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85만명 중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신분이 달라질 노동자는 43만명에 그친다.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대다수가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이거나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은 여전하다고 한다. 예산 권한을 소속기관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어 임금·복지 등을 놓고 책임 있는 사용자와의 교섭도 불가능하다. 약속은 절반만 지켜졌고, 그나마 생색내기 수준으로 처우가 엉망이다보니 실망하고 분노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82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5명 중 2명꼴이다.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60%에 그치고, 5명 중 2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2%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주장도 어렵다. 그런데 최저임금 속도조절·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으로 ‘노동 존중’ 의지를 의심받던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에 대해 고교생들이 “미래의 우리들 문제”라며 동조 시위를 벌이고, 일부 시민·학부모들이 “내 아이들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또 답해야 한다. 말로만 노동 존중을 외치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읽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를 환영하고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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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1일 정부가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 방안을 내놓지 않고 노조의 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3~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대파업을 선언했다. 현재로서 파업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노총은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0만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파업은 예고된 수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지난해 말 현재 파견용역 비정규직이 있는 공공기관 290곳 가운데 직접고용 전환은 174곳, 자회사 전환은 42곳이다(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사). 미흡한 성과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들어서는 정규직 전환이 더 늦어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정규직 전환 예외 노동자를 포함시키고, 자회사 전환을 통한 정규직화 규정을 넣음으로써 ‘무늬만 정규직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잡월드,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노사분규는 대부분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임금의 50~60%를 받는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위반한 임금 차별이다. 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가 비정규직 노조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5%가 ‘직장 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정규직 전환을 각 기관의 자율적 노사합의에 맡긴 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를 위한 노·정 교섭에 즉각 나서기를 바란다. ‘비정규직 제로’를 실천하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해야 한다. 비정규직 연대파업에는 급식조리원·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5만여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시·도교육청은 학교급식·돌봄교실 운영 등에 차질이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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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인 27일 6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최저임금액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못한 채 심의 시한을 넘기면서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은 속절없이 늦어지게 됐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파행은 전날 5차회의 때 시작됐다. 사용자위원들이 최임위에서 ‘전업종 동일 최저임금’과 ‘최저임금 월 환산액 병기’가 표결로 통과되자 이에 반발해 회의를 보이콧한 게 발단이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들의 보이콧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 최저임금은 지난 30년간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수당이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을 시간급과 함께 월 환산액을 표기해 고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사용자위원들은 표결에 참여해 놓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퇴장하는 비민주적인 태도마저 보였다.

최임위가 심의기한을 넘기고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어느 해보다 어려워 보인다.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일찍부터 신경전을 벌여왔다. 사용자 측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을 들어 동결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노동자 측은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이를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논거와 통계 수치를 들이대고 있다. 현재로서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수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생활에 안정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임금 불평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또 노동자 가구의 소득을 높여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많은 나라에서 최저임금을 노동시장 개선과 불평등 완화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들에 대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은 최저임금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인 8월5일에 맞추기 위해서는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도 시간이 부족한 마당에 최임위의 파행은 볼썽사납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제의 엄중한 취지를 되새겨 회의에 복귀해야 한다. 노동자위원들도 최저임금의 단기적 인상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 전망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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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 수감된 지 6일 만에 풀려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27일 구속적부심 심사 뒤 보증금 1억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특수공용물건손상·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김 위원장의 석방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의 석방이 악화된 노·정관계 회복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고, 국가는 방어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27일 오후 조건부 석방된 뒤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문을 나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재판부는 김 위원장을 석방하면서 결정문에 이례적으로 “형사소송법 214조2의 제5항 단서 각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적시했다고 한다. 보증금납입조건 석방의 두 가지 예외 사항으로 증거인멸과 석방 이후 추가 피해 우려에 대한 내용이다. 재판부가 김 위원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고 임의 출석한 점 등으로 미뤄 도주하거나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다고 본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구속적부심 재판부의 결정은 여론 등에 밀려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청구를 한 경찰·검찰의 사법처리절차가 처음부터 무리였음을 방증한다. 이를 발부한 영장실질심사 재판부 결정 역시 마찬가지다. 석방 결정은 뒤늦게라도 이를 바로잡았다는 뜻이 된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혐의는 법정에서 유무죄가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국회 벽을 넘으면서까지 주장했던 문제는 사법적 판단으로 해결할 수 없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및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임금이 줄거나 부당한 노동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역시 노동자의 기본권 확보라는 점에서 조속한 처리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런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1만원 등은 정부의 공약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경제 사정 등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조차 외면하는 것은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민주노총 역시 김 위원장 석방을 계기로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는 단안을 내리기 바란다. 노사정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현안들을 풀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할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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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 수감됐다. 민주노총의 4차례 국회 앞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경찰관 폭행, 장비 파손, 국회 진입을 지시했다는 것이 그에게 적용된 혐의들(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 5가지)이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불법 행동에 대한 법원의 당연한 결정일 수 있다. 국민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고 민주노총 위원장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만큼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에게 발부된 영장에 적시된 구속사유는 ‘도망할 우려가 있다’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소환 불응이나 잠적 등 도망의 낌새조차 없었다. 국가가 방어권 등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의 침해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는 헌법 정신(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노·정관계는 격랑에 휩싸인 분위기다. 연합뉴스

더 큰 우려는 그의 구속으로 노·정관계가 회복을 장담키 어려운 상태로 악화됐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25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을 이끄는 수장 중 한 명이다. 그는 특히 대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했다. 그런 인물이 구속되면서 정부와 경영계는 중요한 대화 파트너를 잃었고, 정상적인 사회적 대화는 요원해졌다. 이번 사태는 정부 책임이 작지 않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중요 현안 때마다 사회적 합의만을 고집한 것은 정부다. 그러는 사이 개혁안은 후퇴했고, 늦어졌다. 최저임금제 등은 정부·여당이 대놓고 ‘속도조절’ ‘동결’ 등을 주문했다. 민주노총으로선 노동 개악을 우려했고, 몸으로라도 막으려다 위원장 구속이라는 사태까지 빚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를 지키려면 그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하고, 시행해야 한다. 뒷짐만 진 채 사회적 합의만을 기다려서는 노동존중은 이뤄지지 않는다. 당장 노동자들이 왜 국회 진입을 시도했는지부터 살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노총도 강경 대외투쟁만을 고집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는 노사정이 함께 풀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그 첫걸음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기구의 참여를 통해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다. 분하고 억울하다고 장외투쟁만 고집하는 것은 ‘누군가’가 바라는 일일 수 있으나 국민들이 원하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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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놓고 노사 간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노조는 3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승인하는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5일째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수천명은 농성장 안팎에서 연대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은 주총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간 충돌 우려도 있다.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과 영남지역 노동자들이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법인 분할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건물 출입문을 막고 농성 중인 이들은 주총 당일에도 사측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기로 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계획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합병 후 회사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겠다며 31일 주총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이후 생산성 증대, 원가 절감 등을 위해 물적분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물적분할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의한 사항이며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찬성했다며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 반대는 확고하다. 회사가 분리되면 부채를 사업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이 떠안아 임금삭감과 함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조는 신설 사업회사로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이전하면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담화문을 통해 임금이나 복지 등의 단체협약 승계를 노조에 약속했으며 인위적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추진하는 물적분할을 탓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사측이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킬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2017년 현대중공업을 4개 회사로 분할할 때 내건 ‘근로조건 유지’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여전히 회사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불신의 원인을 찾아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적분할에 대한 울산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노조 역시 사측에 대한 무조건 반대보다는 대화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노사 모두 파국을 자초하는 치킨게임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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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그림자를 보는 것은 가슴 먹먹한 일이었다.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M87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가 드러난 4월10일 밤, 우주의 광대함에 압도되기보다는 내가 우주의 한 존재라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블랙홀이 관측된 후, 나는 이 일이 가능하기까지 전 세계 과학자 200여명이 어떻게 협력했는지를 촬영해 유럽남부천문대(ESO)가 공개한 17분여 분량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았다. 몇 번을 보아도 뭉클해지는 장면은 관측에 동원된 여덟 개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었다.

블랙홀 관측에 가장 적합한 조건은 사람이 견디기에는 가장 힘든 환경이었다. 도시의 빛이 관측을 방해하지 않도록 문명세계로부터 먼 것은 기본조건이다. 해발고도 5000m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과학자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했다. 겨울이면 몇 달씩 밤이 계속되는 남극은 관측에는 최적의 입지이지만, 햇빛 없는 나날을 살아야 하는 연구진은 심리적 압박과 싸워야 했다.   

특히 남극의 데이터는 다른 일곱 개 망원경에서 관측된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조각이었다. 2017년 10월경 일곱 개 망원경에서 관측된 데이터의 1차 정리가 끝났지만, 연구진은 남극 데이터가 도착하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남극에서 측정이 끝난 것은 그해 4월이었고, 페타바이트(10의 15제곱 바이트)급의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저장됐다. 그러나 2월부터 10월은 남극의 비행기 운항이 통제되는 기간. 마침내 11월 초 남극을 떠난 데이터가 미국 보스턴 MIT의 헤이스택(Haystack) 천문대에 도착한 것은 12월13일이었다. 

남극 데이터가 도착한 이틀 후 연구 책임자가 연구진에 보낸 메일에는 페덱스의 배달원이 대형 화물 트럭에서 하드디스크가 담긴 나무상자들을 내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담겨있다. 페타바이트급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비행기, 배, 기차 그리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5500만 광년 저편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인류가 볼 수 있었던 데는 안전하게 데이터를 옮긴 페덱스 배달원의 기여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13일 새벽 어머니와 살던 세종시 자택에서 과로로 숨진 30대 비정규직 집배노동자 이은장씨가 이른 출근을 위해 전날(12일) 밤 거실에 미리 준비해 둔 집배원 조끼. 조끼 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잔돈, 우편물도착안내서, 볼펜, 매직, 자동차 키, PDA 배터리 등이 들어 있었다. 정대연 기자

5월12일과 13일, 불과 이틀 동안 3명의 우체국 집배원이 지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블랙홀 연구의 숨은 조력자였던 페덱스의 배달원을 떠올렸다. 세상을 떠난 세 집배원 중 두 명은 돌연사였다. 전국집배노조는 2018년 한 해에만 25명의 집배원이 안전사고, 과로사, 자살로 사망했다고 밝혀왔다.

출근길에 끝내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공주우체국 소속의 서른 네 살 상시계약직 집배원의 곁에는 출근 준비해둔 옷과 집배원 가방, 정규직 응시원서가 놓여 있었다. 응시원서에는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가 적혀 있었다. 

고인의 형이 올린 청와대 청원에는 고인의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였지만 근무시간 안에는 도저히 하루 1200여통의 우편물 배달을 마칠 수 없어 집에서까지 우편물 분류작업을 했다는 고된 일상이 담겨있다. 

우편집배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은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임금 노동자 연평균 노동 시간인 2052시간(2016년 기준)과 비교하면 하루 8시간 노동을 한다고 했을 때 87일을 더 일한 셈이다.

메신저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e메일이 우편을 대체한 지 오래인 것 같은 세상이지만, 집배원들의 일은 인터넷 시대에 오히려 늘었다. 등기나 택배처럼 사람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고 전달해야 하는 우편물을 보내거나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만큼의 수고인지를 안다. 

5500만 광년 저편 우주의 일도, 배달원의 노동 없이는 드러날 수 없었다. 지상에서 한 집배원이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것은, 한 우주의 상실이다.

<정은령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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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출근길 ‘버스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15일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전국의 대부분 지역 버스노조가 파업을 철회·유보했다. 전국 버스노사는 협상 끝에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분 보전과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당장의 불은 끈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버스요금을 올리고, 광역버스에도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라고 하지만 결국 돈으로 해결한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예견된 사태에 수수방관하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 때 노선버스 기사들은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당연히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버스기사는 임금 보전을, 버스회사는 새로운 기사 채용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구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런데 1년여간을 수수방관했다. 정부는 전국 버스노조 파업 선언에 ‘주 52시간제와 관계없는 임금협상용 카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지자체는 정부에 재정을 통한 보전비용 요구로 맞섰다. 그러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결국 승객과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버스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거나 보류한 15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버스들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번 버스노사 합의로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경기지역 버스요금은 200~400원 오른다. 충남과 충북, 세종과 경남도 올해 안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또 정부는 광역버스를 준공영화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버스 등 대중교통은 준공영제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비용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세금이나 요금 인상 외의 방법은 없다. 준공영제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입에 발린 말로 성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과 동떨어지면 역풍을 맞는다. 버스기사들의 주 52시간제 도입은 당연하다. 버스기사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자 복지증진이며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이 부담하는 교통요금이 늘고,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원금을 받는 버스회사들의 회계가 불투명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 52시간제는 2년 뒤 5인 이상 사업장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이중고가 예상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취지를 살리되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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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공주우체국 집배원 이모씨(34)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이씨 사망 하루 전에도 집배원 2명이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다. 집배원들의 잇단 죽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망한 우정사업본부 소속 노동자는 331명에 달한다. 이 중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82명이 숨졌다. 34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집배원이라고 한다. 

집배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나쁜 노동조건과 저임금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2016년 자료를 보면, 집배원들은 한 해 평균 2888시간을 일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보다 800여시간이나 더 길다. 그럼에도 상당수 집배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고용의 외주화’에 있다. 전국의 집배원 2만여명 중 35%는 별정국 집배원, 상시계약 집배원, 특수지 집배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하는 일은 국가공무원인 우정직과 다를 바 없는데도 직군에 따라 절반도 안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새벽 어머니와 살던 세종시 자택에서 과로로 숨진 30대 비정규직 집배노동자 이은장씨가 이른 출근을 위해 전날(12일) 밤 거실에 미리 준비해 둔 집배원 조끼. 조끼 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잔돈, 우편물도착안내서, 볼펜, 매직, 자동차 키, PDA 배터리 등이 들어 있었다. 정대연 기자

인력을 늘리고, 임금 차별을 해소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우정사업본부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매년 4000억~50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인력 충원을 머뭇대는 것은 법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은 우편사업과 금융사업 간 교차 보조를 허용하고 있는데, 정작 우정사업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황당한 것은 우정사업본부가 매년 수백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12년간 총 7200여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출자자인 정부에 대해 일종의 ‘배당’을 한다는 것인데, 집배원들은 늦은 밤까지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부가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니 온당치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퇴직공무원의 자리 보존을 위한 산하기관 내 ‘자리’를 늘리고, 이들 기관에 과도한 위탁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말까지 무기계약직인 상시계약집배원 30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공무원 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린다고 한다. 다행스럽다. 그런데 이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장 모자라는 인원을 충원하고 임금 차별을 해소, 집배원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돌려줘야 한다. 잘못된 재정 구조도 현실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집배원들의 계속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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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7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 및 개선방안’을 보면 지난해 정부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사람은 831만명으로, 한 해 전보다 33% 급증했다. 생산가능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이 수치만 보면 한국에서 일자리는 차고 넘쳐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는 9만7000명에 불과했고, 실업자는 107만여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실업률도 3.8%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사업에 2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이처럼 심각한 고용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정부의 일자리사업 정책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일자리사업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뒤 6개월 이상 일하고 있는 사람은 65만여명에 그쳤다. 짧은 일자리 경험을 징검다리 삼아 민간기업 취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직접 일자리사업’에 81만여명이 참여했으나 취업률은 17%에 그쳤다. 직업훈련 참여자 346만명 중 실업상태에 있던 사람은 30만명이었고 이 중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46%에 그쳤다. 고용장려금 참여기업이 실제 고용한 인력도 13만여명이었고 이 중 15%는 6개월 안에 일터를 떠났다. 고용·새일 센터를 통해 44만명이 취업했으나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6개월도 채우지 못했다. 장년고용안정지원금과 고용안정장려금 사업 등 내용은 같으면서 이름만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자리사업이 중복지원에 ‘알바’ 수준의 단기 일자리 제공에 그치고, 취업상담·고용유지 수준에 머물렀다면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도 올해부터 중복사업을 통폐합하고, 저성과사업은 ‘일몰제’를 도입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지하는 등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을 25조원으로 대폭 늘리면서도 직업훈련 예산은 4.8%를 줄여 2조1700억원만 편성했다고 한다. 정부의 일자리사업은 취약계층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주목적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사업 등 새로운 기술문명이 산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은 인력이 고용시장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돈만 쏟아부어 질 낮은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효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숫자에만 매몰되지 말고, 고용난을 타개할 현실적인 일자리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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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하철 노동자들이 위험하다. 지난달 27일 인천지하철 1·2호선을 관리·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 소속 기관사 최모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최씨는 오전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 휴게실로 들어간 뒤 변을 당했다. 지난 3월에는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하던 기관사가 온몸이 마비되는 증세를 호소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기관사뿐 아니라 지하철 승객 모두 위험에 처할 뻔한 상황이었다. 

경향신문 7일자 보도에 의하면, 인천교통공사 노동자들이 만성적인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하철에서는 올 들어 현장 노동자 3명이 숨지고, 열차 지연사고 2건이 발생했다. 인천교통공사 노조는 인력 부족과 설비 노후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력 부족은 2016년 인천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심각해졌다고 한다. 인천도시철도 운영 인력은 지하철 노선 1㎞당 24명으로 서울지하철 노선(57명)의 절반 수준이다. 기관사 예비율 역시 3.9%에 그쳐 서울지하철 1~4호선(8%)이나 5~8호선(13%)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러다 보니 기관사가 운행 중 응급상황이 벌어져도 대체 인력이 없어 그대로 운행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아찔하다.  

문제는 인천교통공사의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인천지하철에는 인력 충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조는 지난해 380명의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인천시는 20명만을 충원했을 뿐이다. 노조는 지난달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적정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럼에도 공사 측은 기존 인력의 ‘직무 전환’만 강조할 뿐 추가 인력 채용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노동자의 건강권이 위협당하고, 대형 지하철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도시 지하철은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의 최우선 덕목은 안전이며, 이를 위한 효율적인 시설관리와 함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지하철 기관사의 적정 인력 확충은 중요하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인력 충원을 미적대고 있지만, 적정 인력은 지하철 안전 운행 차원에서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인천시와 교통공사는 인력 충원을 비롯한 인천지하철 노동조건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더 큰 화를 부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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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용산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같은 날 서울 응암동에서는 불법도급 근절촉구 집회를 개최한 노동자가 하청건설사 간부가 휘두른 흉기에 다쳤다. 노동절을 앞둔 한국 노동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 땅의 노동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통계 속 노동자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민주노총이 지난 1년간 진행한 노동상담 7172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자의 84%는 노조가 없었으며 상담자 72%가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다. 상담 내용은 임금, 해고·징계, 노동시간 순이었다. 많은 상담자들이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서 잦은 임금 체불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기사,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화물운송 노동자 등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가 221만명이나 됐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한국 노동상황을 ‘최악’으로 평가한 것은 당연하다.   

영세사업·특수고용 노동자가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결성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방침에 힘입어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노조 결성률은 아직도 10%대에 불과하다. 20~30%인 유럽의 절반도 안된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3권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 여건상 조직률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현재로서 영세사업장·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일이다. ILO는 고용관계를 떠나 노동자라면 결사의 자유와 단결·단체 교섭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부쳐 논의해 왔다. 경사노위는 지금까지 40여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경영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공익위원 중재안은 노사 양측에서 공격받는 상황이다. 사회적 대화나 노사협의를 통한 노동권 보장은 쉽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의 조직화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 정부도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사회적 대화기구에만 맡길 게 아니라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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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소(한경연)는 2013년 4월25일 ‘바른 용어를 통한 사회통합의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핵심 주장은 ‘사회통합을 위한 바른용어’라는 연구서로도 나왔다. “시장과 정부를 보는 삐뚤어진 시각을 규명하겠다”는 문제의식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1889~1976) 말까지 인용한 보고서는 사뭇 비장하다.

이 보고서가 바른용어 1순위에 올린 게 ‘시장경제’다. 용례는 다음과 같다. “소득격차는 시장경제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의도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과당경쟁, 목따기 경쟁, 먹고 먹히는 경쟁 같은 용어는) 시장경제의 속성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자유경쟁’이라는 용어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로 ‘양극화’의 바른용어는 ‘소득격차’다.

시장경제는 어떤 ‘비뚤어진 용어’를 대체할까? 바로 자본주의다. 전경련과 한경연의 눈엔 ‘정글자본주의’ 같은 말이 뒤틀렸다. 그래서 나온 바른용어가 ‘상생경제’다. 완곡어법으로 점철된 이 보고서의 압권이다.

시장경제라는 말은 범개혁 진영도 자주 쓴다. 한 예로, 더불어민주당의 논평·브리핑을 검색해보면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두 배가량 많이 나온다. 부정의 맥락에서 쓴 게 아니다. 전경련과 한경연 뜻대로 시장경제란 용어는 어느 정도 ‘통합’을 이룬 셈이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정명(正名)? 헌법재판관 후보로 나온 이미선의 주식 과다 소유·거래가 논란이 됐을 때 자본주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주식거래 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따라가면 자본주의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다. 이미선의 남편인 변호사 오충진은 “주식 많다고 까는 야당 놈들은 한국이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을 망각하는 무뇌아들”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렇다.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 자본주의 국가다. 이미선을 둘러싼 정쟁과 논란에서 건질 게 하나 있다면 현 지배 집단에서 나온 ‘자본주의’라는 말이다. 뜻밖에 나온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라는 정명에서 다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이미선을 옹호하는 말에서 나타났듯,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구한다. 여기에 진정성이니 선의니 하는 아름다운 말들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투자’라는 게 그렇다. 시민들은 종종 악덕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곤 하지만,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한국 자본주의(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이 기업엔 투자하지 않아야겠군’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이미선과 오충진이 주식을 산 이테크건설이 그렇다. 2017년 당시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9월 낸 자료를 보면, 이 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1% 미만이다. SK케미칼 임원이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은폐 혐의로 구속된 다음날도 이 회사 주식은 전일 대비 0.14% 올랐다. ‘바이오중유 연료 상용화’ 기대감 때문에 보합세를 유지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노동자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착한’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니, 정의로운 사회니, 공정한 사회니 하는 아름다운 수식의 말과 선언의 말로 쉬이 덮을 수 없는 게 자본주의 문제다. 촛불집회와 정권교체로도 좀처럼 해결할 수 없다. 좌파니 우파니, 빨갱이니 수구꼴통이니 하는 겉으로 드러난 대립 밑에 깔린 공유점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 사수와 옹호’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양분한 세력이 ‘친자본주의’를 공통분모로 한다는 사실은 종종 망각된다.

20대 일용직 노동자 김태규가 지난 10일 아파트형 공장 신축 건설현장에서 화물용 승강기에서 추락해 숨졌다. 안전화 대신 운동화를 신은 채 발견됐다. 시공사는 일용직 노동자라 안전화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화를 아낀 비용은 누군가의 이윤으로, 자본으로 축적됐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4개 하위법령 개정안의 후퇴는 다시 누군가의 이윤으로 돌아갈 것이다. 

경향신문은 최근 김태규의 죽음을 보도하면서 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과 인터뷰했다. 그는 매년 산재 발생 추이를 보면 일정한 흐름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건설경기가 좋으면 건설업에서 그만큼 사망자가 늘고, 침체되면 사망자가 줄어듭니다. 이게 한국의 슬픈 현실입니다.” 이 문장 ‘사망자’ 자리에 ‘이윤’을 넣어보라.

자본주의 모순과 폐해가 가장 비극적으로 드러나는 게 산업재해다.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날이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희생된 수많은 김태규, 김용균의 명복을 빈다.

<김종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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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숨진 송명빈 전 마커그룹 대표의 ‘도 넘은 갑질’은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경영권 박탈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갑질 피해 제보를 받은 결과, 2만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15대 갑질 40개 사례’를 추려 공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기가 찬다. “실수 한 번에 손가락 하나씩을 자르겠다”, (화장실 가는 직원에게) “내가 일어서지 말랬지!”, (술 따르라는 지시를 거부한 여성 직원에게 멱살까지 잡고는) “죽고 싶냐”고 말하는 상사 등 하나같이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폭언과 모욕, 폭행 사례들이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약속한 직장인 관련 공약 70개가 이행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은 사라졌을 것”이라며 “현실은 실제 효력이 없는 10여개만 지켜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약속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근무시간 외 카톡 금지’ 등을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직장갑질 관련 일러스트 (출처:경향신문DB)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등)’ 보완도 시급하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보면, 오는 7월16일부터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신고를 받은 사업주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에 괴롭힘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익명 신고자에 대한 신원 보장 방안도 없다. 대표이사·사장의 갑질에 대해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해 조사·징계토록 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해 300만명에 이르는 자발적 퇴사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갑질’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데도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내놓은 취업규칙 표준안에 최근 사회문제가 된 ‘태움 문화’나 ‘회식·장기자랑 강요’ ‘불필요한 야근 강요’ 등도 빠져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최근 5년간 폭력이나 따돌림,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직장 내 갑질은 ‘적폐’다. 이를 뿌리 뽑아야 할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면 바꿔야 한다. 또 노사가 협의를 통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직장 내 괴롭힘’을 명문화하고 강행토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4개 핵심협약 비준이나 10%대에 불과한 노조가입률 제고 등 노동자 권리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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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노동자의 ‘명예 복직’ 등에 최종 합의했다. 4465일간 벌여온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은 끝났다. 42일간 이어진 임재춘 노동자의 단식도 멈췄다. 다행스럽다. “회사가 버티면 노동자들이 알아서 포기한다는 법칙을 깨고 싶었다”는 이인근 콜텍지회장의 말처럼, 이번 합의는 ‘부당한 정리해고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4464일간 이어진 국내 최장기 투쟁 사업장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노동자의 ‘명예 복직’에 합의한 22일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오른쪽)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42일 만에 단식을 풀며 김경봉 조합원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콜텍 노동자들의 저항은 2007년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로 시작됐다. 사측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중국 등으로 옮기면서 공장 폐업과 함께 노동자 89명을 정리해고한 것이다. 당시 콜텍은 수십억원의 순익을 냈으며, 직전 10년간 누적흑자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24조에는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래에 다가올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유효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그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최악의 판결로 꼽은 이 사건의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간 재판거래가 있었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 작성한 문건에 콜텍 정리해고 유효판결이 언급돼있다. 이 때문에 콜텍 노동자들은 13년간 거리에서 힘겨운 복직투쟁을 해야만 했다. 

콜텍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는 과연 노동을 존중하는가를 되묻게 된다. 합의 내용을 보면, 사측에 일방적이다. 사측은 ‘사과’ 대신 ‘깊은 유감’을 표했다. 복직은 30일 뒤 퇴사하는 형식이어서 노동자는 ‘명예’만 얻었다. 해고기간 임금은 보상이 아니라 합의금으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금속노조 콜텍지회는 합의와 함께 해체된다. 최소한 한국 땅에서는 사측이 그렇게 원했던 노조 없는 회사가 된 것이다.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하는 동안 ‘노동 존중’을 내세운 정부·여당은 뭐 하나 한 것이 없다. 금속노조만이 생계·법률 지원 등에 나섰을 뿐이다. 종교·시민사회 운동가들의 도움이 더 많았다. 완전한 해결도 아니다. 13년간 복직투쟁의 원인이 된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도 물어야 한다. 더 큰 숙제는 한국에서 ‘기업은 누구를 위한 일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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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의 원·하청 간 하후상박 임금 연대가 눈길을 끈다. 현대차 정규직의 임금은 적게 올리는 대신 중소협력업체와 비정규직의 임금을 인상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시작한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연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인상분의 차이가 크지 않아 당장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4만5000원 인상된 반면, 115개 하청업체는 평균 5만6106원 인상됐다.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는 1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매년 ‘임금 연대’ 전략을 지속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기업 노동자와 협력 원·하청 사이에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실천에 옮긴 사례는 매우 적다. 2015년 SK하이닉스 노사가 임직원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내용의 ‘노사 사회적 책임 실천협약’을 채택한 게 눈에 띌 정도다. 포스코와 협력사 노사가 지난달 ‘상생협력합동연구반’을 구성해 원·하청 격차 해소에 나섰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연대임금’ 실천은 선구적 역할로 환영할 만하다. 노조는 또 조합의 임금 인상률을 낮추면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고 하니, 상생 사회를 위한 또 다른 노력도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는 제조업 분야에서 최대 규모다. 조합원 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고용 세습’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사상생의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이다. 노조가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내걸었을 때 내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양극화, 임금격차 심화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9일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상생 실험이 임금뿐 아니라 고용·복지 등으로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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