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388건

  1. 09:51:59 [정동칼럼]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면
  2. 2019.10.21 [사설]거리로 나온 이주노동자들, ‘위험의 이주화’ 호소 들어야
  3. 2019.10.16 [기고]더 나은 노동조건, 더 좋은 공공서비스 위한 ‘민간위탁 공영화’
  4. 2019.10.15 [사설]1년반 새 노동자 5명이나 숨진 ‘티센크루프’
  5. 2019.10.14 [사설]‘주52시간제 보완’, 노동시간 단축 대의 허물어선 안돼
  6. 2019.10.14 [사설]연소득 300만원 이하 노동자가 250만명이라니
  7. 2019.09.30 [NGO 발언대]톨게이트 노동자 문제의 핵심은 성차별
  8. 2019.09.25 [기고]‘도로공사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반론 -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자회사는 노사합의로 설립”
  9. 2019.09.20 [사설]국제노동단체도 나선 도공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문제
  10. 2019.09.19 [사설]‘인구 감소’, 국가운영 패러다임 차원의 논의 시작해야
  11. 2019.09.18 [사설]이주노동자 안전·인권 외면, 노동시장 무너진다
  12. 2019.09.17 [김민아 칼럼]아직도 여성이 ‘상의 탈의’로 저항해야 하는 나라
  13. 2019.09.16 [여적]‘노조원 200만 시대’
  14. 2019.09.04 [사설]또 외주 철도노동자 사망, ‘김용균 죽음’ 헛되이 할텐가
  15. 2019.08.19 [여적]고용허가제
  16. 2019.08.09 [사설]‘서서 대기’ 강요하는 유통업 노동환경 개선해야
  17. 2019.08.06 [사설]내년 최저임금 확정, 최고임금제 논의할 때가 됐다
  18. 2019.07.24 [여적]택배 없는 날
  19. 2019.07.05 [사설]비정규직 파업 지지 여론과 노동존중 공약 사이
  20. 2019.07.02 [사설]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여전한 차별해소가 관건이다

사람들이 말한다. 이제 조국대전에서 민생대전으로 가야 한다고. 이는 누구보다 국정을 운영하는 문재인 정부에 절박한 과제일 것이다.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새삼스러운 방향은 아니다. 2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재정을 대폭 늘리는 제이노믹스를 주창했고, 민생 역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소득주도성장의 가치이다. 

이번에는 민생을 기대해도 좋을까? 문재인 정부를 보면 늘 허전한 구석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 주제가 주변화된다. 노동존중사회를 말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정규직화를 추진하더라도 자본주의에서 노동존중의 뿌리는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노동권’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보자. 내수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에 힘쓰겠단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을 진행했다. 물론 전향적인 정책들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목표인 ‘임금 격차 해소’는 정부가 직접 주관하는 대책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에서 임금이 결국 자본과 노동의 교섭에서 결정된다면 관건은 시장에서 노동자의 교섭력을 키우는 일이다.

헌법에 노동3권이 명시돼 있다. 이는 과거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역사적 성과이지만 현실에서 저절로 구현되는 건 아니다. 이를 행사하려면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고 실질적인 교섭권을 지녀야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펴낸 2018년 비정규직 보고서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2.1%에 그친다. 퇴직금을 받는 노동자는 37%에 불과하고, 유급휴가는 25%, 시간외수당은 20%만이 받고 있다.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노동조합이 곁에 있었더라면 상황은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미국이 대공황 시기에 펼친 뉴딜정책의 한 축도 노동권 강화였다. 노동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증했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엄격히 제한했다. 위로는 정부가 공공투자를 주도하고 복지를 확대하면서 아래로는 노동자가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민생이 살아난다고 보았고 이 방향은 유효했다.

문재인 정부는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보호하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는 건 고사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지는 직업”이라고 버젓이 이야기하는 지경이다. 일자리가 없어져도 그 자리에 노동자가 남아있다면 그의 역할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심해야 ‘노동존중사회’ 아닌가? 아무리 혁신경제가 장밋빛이고 플랫폼 자본주의가 다가오더라도 어디에서든 사람이 있음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사람중심경제’ 아닌가? 

그래도 당사자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근래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파업은 거의가 급식노동자, 요양보호사, 시설관리자, 택배노동자, 톨게이트 수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선 경우이다. 파업 자체에 비판적 시선이 강한 우리나라이지만 이들의 단체행동에 대해선 여러 시민들이 응원한다. 함께 나서진 못하지만 나와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한 활동이라 여기기 때문이리라. 

조직화도 앞으로 가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현황을 보면, 3년 전 약 70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으로 약 30만명 늘었고, 새로 가입한 노동자 중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전체 조합원 중 비정규직의 비율도 어느새 3분의 1이 되었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고 현장 간부들이 묵묵히 땀 흘린 결과라고 여겨진다. 지난 9일에는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라는 조직도 발족했다. 5인 미만 사업장, 임시직 등 노동의 권리가 취약한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단결하며, 다음 대선까지 1000일 운동을 벌이겠단다. 정부가 노동존중을 잊어가는 시간에도, 이렇게 노동자들은 한 걸음씩 노동권을 세워가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옹호해 가자. 노동하고 있다면 모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교섭도 실질적 의미를 지녀야 한다. 영세사업장, 하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기업별 교섭체제는 사실상 교섭권을 무력화하는 장벽이다. 초기업 교섭, 즉 업종 혹은 산업별로 교섭해야 노동자 연대도 강화되고 기업 간 공동책임도 이루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는가? 그렇다면 당장 톨게이트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하라. 그리고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들이 사용자들과 연합교섭을 벌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라. 이게 민생대전의 진정한 출발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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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한복판에 모였다. 나들이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대책을 촉구하고자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날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는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네팔,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등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이들은 더 이상 노예노동을 감수할 수 없다며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외국인에게도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당당한 외침이다. 

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9개 시민단체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석우 기자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소식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7월 이후만 꼽아도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영덕 오징어젓갈공장 지하탱크 질식사고, 속초 아파트건설현장 추락사고 등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최근 5년간 산재사망 이주노동자는 모두 557명. 한 달에 8명꼴이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주목할 점은 전체 산업재해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주노동자 산재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력난을 겪는 3D 업종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떠안으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는 최하위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갑질 등에 시달리면서도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고용허가제는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농업·어업 분야에 해외 노동력을 원활히 공급하려는 취지로 2004년 도입됐다. 그러나 사업장을 옮길 때에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인권 침해 요소가 적지 않다. 사업장이 위험해도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없다. 사업주에게 안정적인 노동력을 공급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국제노동기구(ILO)조차 문제를 지적한 사항이다. 시행 15년이 된 노동허가제는 이제 개선할 때가 됐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다. 이미 100만명이 넘었고 매년 10만명 안팎의 신규 노동자가 유입된다. 이주노동자도 인격과 노동권이 존중돼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적·인종·종교에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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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3단계 대상은 민간위탁 종사자다. 2018년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전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위탁 사무는 총 1만99개이며, 종사자는 19만5000여명에 달한다. 사회복지 영역은 민간위탁 중 가장 많은 사무(4769개)와 가장 많은 종사자(7만2552명)가 있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사회복지관, 어린이집, 치매안심센터 같은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제공되는 공공서비스 대부분을 국가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공공서비스 전달을 민간에 맡기는 것을 선호해왔고 이 방식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효율성과 전문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위탁의 장점으로 강조되었지만, 수탁기관의 부정과 부패,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로 인한 서비스의 질 하락 등의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 민간위탁 분야인 사회복지서비스를 국가에서 직접 제공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사례를 보자. 2011년 광산구청은 ‘시민의 복지는 국가 책임이다’라는 기조하에 민간에 위탁했던 사회복지관을 구청 직영으로 전환했다. 민간 사회복지법인 소속으로 일하던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구청 소속 공무직으로 채용되면서 고용을 보장받았다. 노동자들은 공공부문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본연의 업무인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면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 민간위탁 시절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잦은 이직을 초래한 후원금 모금 의무도 없어졌다. 안정된 고용 환경에서 근속기간이 늘면서 공공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과 질도 높아졌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더 나은 노동조건이 광산구 주민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사회복지관 직영 전환 이후 주민들은 자치회를 결성해 복지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공신력 있는 시설 운영에 따라 공공성이 확대되었고, 사회복지서비스 수혜자인 주민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만족도가 향상되었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한 국가의 책무이다.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해 일선에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면 국민의 더 좋은 삶의 보장은 어려울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개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종사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삶의 개선은 물론 서비스 수혜자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에 이득이 될 것이다.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논의의 출발점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국민에게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통해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노동존중 사회’와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기본 전제인 것이다.

<조혁진 |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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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에 깊고 넓게 드리워진 ‘위험의 외주화’가 무섭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가 말해준다. 4년간 한국전력 산하 5개 자회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사상자(271명) 가운데 협력사 직원이 97.7%(265명), 정규직 직원은 2.3%(6명)였다. 협력사 직원의 사고 노출이 정규직보다 44배나 많았다. 지난 6년간 조선업계의 산재 사망자(116명) 중 하청노동자는 84.4%(98명)나 됐다. 또 최근 발생한 코레일 산재 사상자(583명) 가운데 40%(229명)가 외주노동자였다는 통계도 있다. 외주·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은 매일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에서 승강기 설치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승강기 제조업체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티센크루프)의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중 사망한 티센크루프 하청노동자는 지난해 3월 이후 5명이나 된다. 경고음이 계속됐고 대책을 세웠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사고 발생 하루 전인 11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티센크루프 대표를 국정감사장으로 불러 잇단 산재사고의 경위와 대책을 따졌다. 그런데도 사고가 반복됐다. 티센크루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티센크루프처럼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한 해 평균 5건이 넘는다. 업체는 사고 원인을 작업자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리지만, 진짜 원인은 편법 하청구조에 있다. 티센크루프는 이번 승강기 설치공사 사업을 지역 중소업체와 공동 수급방식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엘리베이터 설치공정을 떼어내어 협력업체에 맡기는 외주방식으로 진행됐다. 작업 단가를 낮추고 위험을 떠넘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원청의 책임과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 하도급이다. 노동부는 ‘죽음의 기업’ 티센크루프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서야 한다. 또 국회는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산재 책임을 하청업체에 돌린다면,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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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주52시간제의 보완책을 서두르라고 8일 주문했다. 국회엔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했고, 정부엔 “입법이 안될 경우도 생각해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 “경제계 우려가 크다”고 전제한 데 대해 노동계는 “주52시간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선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현장 안착까지 제도나 준비상황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음직하다. 조국 파동에 묻혀 있는 다급한 ‘국정 뇌관’을 직접 공론화한 셈이다.

주52시간제가 새로 적용될 50~299인 사업장은 2만7000개로 추산된다. 지난해 7월 시작된 300인 이상 사업장 3500개보다 8배 많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정부 실태조사에서 39%가 주52시간제 준비를 못했다고 인정했다. 인건비가 부담되고 업무량도 들쭉날쭉해 인력 채용의 고충이 크다고 토로한 것이다. 한 해 370명이 과로사하는 ‘피곤한 대한민국’의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대기업에서 안착 단계로 접어든 주52시간제가 내년부터 실질적인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52시간제를 준비한 중소기업은 지난 1월 56.7%에서 7월까지 4.3%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1년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도 거북이걸음만 해온 것이다. 정부는 회초리를 자청하고, ‘핀셋 보완책’을 찾아가야 한다. 길이 멀지만, 현실 속 주52시간제는 사회적 대화도 국회 논의도 공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지난 2월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이 참여해 ‘주52시간 적용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냈지만 국회 입법은 7개월째 서 있다. 자유한국당은 ‘1년 연장’을 요구하다 사실상 무제한 연장노동이 가능한 선택근로제 기준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자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재계는 특별연장근로와 노사가 합의한 노동시간만 인정하는 재량근로제 확대를 요구하고, 민주노총은 “모두 개악”이라며 11월 파업을 예고한 터다. 노동계 우려엔 ‘노동존중’을 선언했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배어 있다.

‘저녁 있는 삶’은 시대적 대의이고, 행복의 척도가 됐다. 이제 해법은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는 주52시간제의 문턱이 높은 현실을 인정하고 시민들과 소통·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소기업의 인력 채용 인센티브와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에 총력을 쏟고, 계도기간 고민은 그 판단이 선 후에 내놓는 게 순서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채 주52시간제 근간을 흔들지 말고, 제도적 보완책은 중소기업 수요가 많고 사회적 대화의 첫 매듭인 탄력근로제를 논의 중심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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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8일 지면게재기사-

순수 일용직노동자 절반이 연간 300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한다. 7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도 순수 일용직근로자(사업소득이나 상용소득이 없는 경우) 502만명의 근로장려금 수급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간 소득 1000만원 이하의 일용직근로자가 열에 아홉(86%)이었고, 300만원 이하도 절반(248만명, 49.3%)을 차지했다. 연소득 300만원이면 월 25만원에 불과하다. 과연 경제생활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또 이들 일용직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은 한 해에 직장을 6군데 이상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곤궁하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셈이다.

일용직근로자는 근로기간이나 장소가 불규칙·부정기적이다. 그래서 수입도 매우 불안정하고 낮은 수준인 미숙련 근로자층이 많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해도 이처럼 소득이 낮은 노동자가 많은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서도 소득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양극화 심화가 저소득층 수입이 감소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로 2017년 2분기 이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가구당 소득격차가 확대됐다. 2017년 2분기와 올해 2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을 비교한 결과 상위 10%(10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년간 126만원이 늘었다. 그러나 1·2·3분위(하위 0~30%)의 소득은 각각 6만8000원, 15만8000원, 12만5000원 감소했다. 정부가 보호하려는 저소득층의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건 국제적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일용직근로자들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함께 잘사는 포용적 국가’를 내걸고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와 일자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부의 쏠림에다 저소득층 수입이 줄면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소득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재정을 늘려왔지만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낮다. 대부분이 소득최하위 계층인 일용직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복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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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만약 어느 날 남자가 월경을 하고 여자는 하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스타이넘은  ‘만일 그렇게 된다면 분명 월경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며, 지체 높은 정치가들의 생리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월경불순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는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그녀와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만일 이들이 남성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지난한 싸움의 시작은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한국도로공사가 만들어질 때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는 직접고용 형태였다. 유료도로를 만들었으니 요금수납은 필수이자 핵심 업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고 도로공사는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내보낼 것인가 결정해야 했다.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외주용역으로 전환하고,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를 350여개 톨게이트 영업소의 용역업체 사장으로 배치했다. 구조조정은 했으나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본부장’이던 사람이 ‘사장’으로 직함만 바뀌었을 뿐 그도, 톨게이트 노동자도 어제 하던 일을 똑같이 했다. 이는 톨게이트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대법원 판결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업소 용역업체 사장들은 도로공사만을 상대로 영업했고 특별한 자본 투자나 영업상 위험을 부담하지도 않았으며, 도로공사가 하라는 대로 노동자들에게 일하게 하고 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일정한 이윤을 보장받았다. 명목상 변화일 뿐이다.

반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들었다. 만일 이들이 남성이었다면 외주용역의 대상이 되었을까? 

IMF 구조조정 시기, 가장 강력히 작동한 게 ‘남성 가장 이데올로기’였다. 당시 유행한 ‘아빠 힘내세요’ 노래가 상징하듯 남성 가장의 기를 살리는 게 중요했다. 남성 가장을 위해 여성들은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되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남성에게 안정적 수입원을 보장해 주고자 했다. 언젠가는 가장이 될 것이기에 지금 당장 가장일 필요는 없었다. 반면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해 살면 되기 때문에 안정적 일자리도, 생계를 위한 임금도 필요하지 않았다. 여성의 노동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여성이 실질적인 가장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도로공사에서 딱 맞는 구조조정 대상은 어디였을까? 여성들이 가장 많은 곳, 톨게이트 노동자. 그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이 부당한 차별을 인정할 수 없었던 여성노동자들은 2013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다. 6년이 넘는 지난한 투쟁을 통해 드디어 지난 8월29일 대법원의 승소 판단을 이끌었다. ‘남성=부양자, 여성=피부양자’ 위계를 두던 시대는 갔다. 현실도 변했고 인식도 변했다. 90일을 넘긴 캐노피 위에서의 투쟁, 20일 이상 본사 농성을 하고 있는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이 변화의 산 증거다. ‘우리가 옳다.’ 그들의 슬로건이다. 맞다. 그들이 옳다. 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지금 그들은 새로운 여성노동의 역사, 성평등의 역사를 쓰고 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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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자 경향신문에 이양진 민주노동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이 쓴 ‘문재인 정부의 도로공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제목의 기고가 실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돼 도로공사가 그 추진과정의 전략단위로 선정됐으나, 이강래 도공 사장과 정규직의 기득권 유지 욕심이 카르텔을 형성해 일이 틀어졌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9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대에 의해 불법 점거됐다. 중요 국가기간망 중 하나인 고속도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농성장으로 변했다. 국민안전시설을 책임지는 공사 직원들은 공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시위대와 마주해야 했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공사 직원들의 인권은 갑과 을의 논리에 가려 외면당하고 있다.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11일째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 도공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순찰원을 직접고용했다. 하지만 요금수납원의 경우 향후 기술발전 등으로 기능조정이 예상돼 정규직화 예외대상이었다. 그러나 도공은 수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에 합의했다. 자회사 결정은 6514명을 직접고용할 때 예상되는 경영악화와 구조조정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는 이 합의에 따라 출범한 자회사다. 또 요금수납원의 78%인 5097명이 선택한 일터다. 따라서 자회사를 부정하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노사합의와 근로자들의 자율의사를 부정하는 일이다. 노사합의에는 자회사 미동의 근로자의 경우 소송을 통해 직접고용하고 직무는 현장 도로관리 업무인 조무직을 부여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공사는 최근 대법원이 도공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745명 중 자회사 전환 동의, 정년도과, 파기환송 인원을 제외한 499명을 직접고용키로 했다. 직무는 경영권 재량으로 인정받은 대법원 판례와 노사합의에 따라 조무직을 부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을 현재 1·2심이 진행 중인 1100여명 모두에게 적용하고 직무도 수납업무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은 개별소송이란 점에서 법의 확대적용이 어렵다. 특히 2015년 이후 입사한 630명은 파견적 요소가 제거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일해왔기에 최종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또 1·2심은 임금차액청구소송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도공이 소송을 포기할 경우 배임과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자회사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소지가 있다.

민주노총은 줄곧 자회사 반대 원칙을 고수하며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회사라 주장한다. 하지만 도공의 자회사는 고속도로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갖고 출범했다. 요금수납과 콜센터, 교통방송 등 업무범위도 광범위하다. 신분보장을 위한 ‘기타 공공기관’ 지정도 추진된다. 정규직으로 인위적 고용감축의 불안에서 자유롭다. 정년은 61세다. 임금도 기존 용역업체 대비 평균 30% 인상됐다. 용역회사가 아닌 것이다.

노동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이런저런 명분과 구실을 대면서 불법시위를 한다면 국민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또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그 피해를 국민이 떠안게 된다.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결과는 수많은 청년구직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것이다. 민주노총은 자회사를 호도하지 말고 불법점거와 시위가 아닌 정상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강훈 | 한국도로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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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250여명의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 점거 농성이 19일로 11일째를 맞았다. 그사이 열 명이 넘는 노동자가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농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납원 전원을 직접고용하라는 노조원들의 요구와 재판에 승소한 노동자 일부만 직접고용하겠다는 도로공사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11일째 본사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정당·시민단체들의 지지와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9일 김천 농성현장에서 당 상무위원회를 열고 도로공사 사장은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18일에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58개 인권단체가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영남권결의대회를 가진 민주노총은 21일에는 전국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톨게이트 노조원들의 투쟁이 전체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제노동단체도 톨게이트 노조원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국제노총(ITUC)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샤란 버로 사무총장 이름으로 서한을 보내 한국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전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민주노총이 밝혔다. 국제노총은 또 도로공사가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노동쟁의를 형사고발과 경찰의 개입협박에 의존함으로써 공기업 중에서 나쁜 사례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규탄했다. 노동자 인권탄압에 대한 경고다.

국제노동단체가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한국의 노동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출범 당시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국제단체로부터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받았다는 것 자체가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증거다. 앞서 용역업체로 파견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1심과 2심에서 한국도로공사 소속 직원이라는 지위를 확인했다. 또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도공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법원 판결까지 거스르며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도로공사는 일방적인 자회사 추진을 중단하고 법원 판결을 존중해 재판 승소자 300명뿐 아니라 해고 노동자 1200명 전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노동 존중’ 정부임을 확인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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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8일 생산연령(15~64세) 인구 확충 등 4대 핵심전략을 담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줄어드는 인구로 경제는 물론 국가존망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정책의 방향은 출산 장려정책은 계속 추진하되, 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은 완화하고 적응능력은 키우는 데 맞춰졌다. 정부 대책은 역대 정부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이날 4대 핵심전략 중 첫번째로 생산연령인구 확충방안을 발표했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확대키로 했다. 기업이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연장 방안을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절대인구 감소 충격완화’ ‘고령인구 증가대응’ ‘복지지출 증가 관리’ 등 나머지 3개 핵심 전략에 따른 정책과제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의 인구정책은 지금까지 ‘낳지 말아라’ ‘더 낳아라’ 등 출산대책에만 집중됐다. 그마저 예측이 실패, 인구절벽 위기를 자초했다. 최근 10년간 저출산 완화에 15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까지 떨어졌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소멸되는 첫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의 예측이 떠오른다. 이번 대책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향신문은 올 신년기획 ‘다시 쓰는 인구론’을 통해 “사회가 달라져야 인구가 변화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인구 감소가 기회일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세대·계층 간 갈등 해소’ ‘분배·복지 강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사회’ ‘모두가 일할 수 있는 사람 키우기’ 등을 주문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세계 경제 역시 둔화 국면으로 ‘경기침체 공포’마저 대두되고 있다. 경제불확성은 크고, 우리 사회의 묵은 갈등은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 인구 대책은 인구 감소·고령화 대응에 치우쳐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당장 이날 발표한 대책에서도 청년 일자리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제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기 과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래와 현재, 사회와 경제상황 전반을 아우르면서 세대와 계층 간 합의와 공감을 얻는 인구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기왕 인구정책을 정립하기로 했다면 국가운영의 패러다임까지 바꾸겠다는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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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를 국내 사업장에 배정할 때 ‘점수제’를 도입한 게 2012년이다. 한겨울·한여름에도 사업주들이 고용허가신청서를 들고 밤새 줄서기 경쟁하는 불편과 혼선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고용이 절박하고 모범적인 사업장을 가려 우대한다는 뜻도 담겼다. 그러나 7년 넘게 정부가 정한 배점에서 안전 문제는 도외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주노동자 재해사망 때 사업주가 받는 감점은 1점이고, 2명 이상 숨져도 2점에 그쳤다. 성폭행(10점)이나 폭언·폭행·성희롱(5점), 툭하면 일어나는 임금체불(3점)보다도 턱없이 낮게 책정된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목숨값’을 경시하고 산업재해를 방치한 탁상행정의 민낯이다.

출처:경향신문DB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이주노동자의 질식사와 추락사가 줄잇고 있다. 올여름에만도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수몰사고의 희생자가 됐고, 경북 영덕의 오징어젓갈공장 폐기물 지하탱크에서 4명이 질식사했다. 광복절 전날 강원 속초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한 외국인노동자 2명은 병원이송 중 잠적했다. 가스 질식사는 3년 전 경북 고령의 제지공장 원료탱크, 2년 전 경북 군위 돼지축사 사고의 재판이다. 안전 장비·수칙도 없이 작업하다 다수의 피해자가 나왔다. 이주노동자 산재 숫자와 빈도가 커지는 것은 필연이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제조·건설 현장을 떠받치는 사람이 많아지고, 농어촌도 그들이 없으면 제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올해 사계절에 한번씩 입국해 배정되는 신규 이주노동자(E-9)는 4만3000명. 재계약자·불법체류자를 합치면 훨씬 더 많고, 그들에게서 한 해 5000명의 산재와 100명 안팎의 사망사고가 나고 있다. 그럼에도 안전수칙을 어긴 사업주는 수백만원의 과태료, 과실치사도 대체로 실형보다 벌금형(1000만~2000만원)에 처해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위험의 외주화’ 사다리 가장 밑동에 이주노동자가 매달려 있는 셈이다.

정부가 내년 산재사고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 목표를 0.39로 정했다. 2016년 0.53에서 2년간 0.02 줄인 숫자를 확 내린 것이다. ‘산재사망 절반 축소’라는 대선공약에 맞췄지만, 거북이걸음에 갑자기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사업주 선의에 맡기고, 사고 후 표본 사업장만 감독하는 정책 의지로는 어림없다. 낯부끄럽게 국제기준을 따질 것도 없다. 산재의 잔혹사를 끊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고 떠받치는 노동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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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보자. 경향신문사가 외주사업체를 설립해 내가 소속된 토요판팀 등 일부 부서 기자들을 보내겠다고 한다. 기사와 칼럼을 쓰는 업무는 그대로다. 외주사업주는 퇴직한 경향신문사 임원이다. 그는 사업자등록부터 채용·노무관리까지 본사 지침대로 한다. 직무와 관련된 지휘·명령도 본사 편집국장을 거쳐 이뤄진다. 외주사업체에 입사한 나는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처지가 된다. 견디다 못해 소송을 낸다.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불법파견이라며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한다. 본사에선 기사·칼럼 작성을 원하면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로 가라고 한다. 직접고용을 원하면 신문제작과 무관한 업무를 맡기겠다고 한다. 나는 입사 이후 29년간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일만 해왔다. 경향신문사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경향신문사는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꼼수를 썼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불매운동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대표이사는 고소당해 검경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9월12일 ㅊ출처:경향신문DB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곳이 있다. 한국도로공사(도공)다.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원래 도공 정규직이었다. 2000년대 외주화가 시작됐고 이명박 정권 때 모두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후 1~2년, 짧게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처지가 됐다. 외주관리자는 대부분 도공 출신 은퇴자들이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2013년 소송을 냈다. 1·2심 모두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도공은 지난 7월 수납 업무 전담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노동자 6500여명 중 5000명가량이 자회사로 옮겼다.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500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상당수가 10~20년 이상 근무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옥상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마침내 지난달 29일 ‘도공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도공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점, 업무 처리 과정을 도공이 관리·감독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노동자들이 사직하거나 해고됐다 하더라도 도공의 직접고용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해 농성 중인 노동자들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시작된 11일 오후 톨게이트 요금수납 해고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 성남시 서울톨게이트 10m 높이 옥상구조물(캐노피) 위에 함께 모여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74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윤중 기자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추석 연휴를 가족과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강래 도공 사장은 기대를 무참히 배신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시선이 쏠려 있던 지난 9일, 그는 승소가 확정된 노동자 등 499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직접고용을 원하는 노동자에겐 버스정류장·졸음쉼터 등의 환경정비(조경·청소) 업무를 맡길 것이라고 했다. 앉아서 일하는 요금수납 노동자 가운데는 장애인이 상당수다. 이들에게 조경·청소 업무를 하라는 건 직접고용을 포기하란 말이나 매한가지다. 수납 업무를 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자회사로 가라는 압박이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경북 김천의 도공 본사로 달려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이틀째인 지난 10일, 경찰은 건물 주변에 에어매트를 까는 등 강제해산 시도에 나섰다. 대다수가 40~50대 여성인 노동자들은 “몸에 손대지 말라”며 일제히 ‘상의 탈의’로 저항했다. 눈물과 비명과 절규가 이어졌다. 1976년 같은 이유로 상의 탈의 시위를 했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을 연상케 했다. 놀란 경찰은 진압을 보류했다.

도공 측은 1·2심 계류 중인 1000여명과는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전국에 산재한 도공 영업소를 통일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성”이 있었음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서울톨게이트 영업소에서 불법파견이 이뤄졌다면, 다른 지역 영업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가 수립된 만큼 하급심에서도 도공이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공은 확정판결 받은 노동자와 1·2심 중인 노동자를 갈라치고, 환경정비 업무를 받아들이는 노동자와 자회사로 가는 노동자를 갈라치려 하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노·노 갈등’을 부추겨 저항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도공은 공공기관이다. 사기업보다 모범적인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야 옳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당연한 조치다. 원래 정규직이었던 만큼, 특혜도 아니고 원상회복일 뿐이다. 이강래 사장은 즉각 노동자들과 교섭에 나서야 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도공 본사 농성을 강제해산할 생각을 접어야 한다. ‘43년 전 동일방직’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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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2일 지면기사-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1848)에 등장하는 이 말은 노동자 단결과 연대를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그러나 노동자의 단결이 인간 기본권으로 존중받기까지에는 7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단결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성문으로 규정한 것은 독일 바이마르헌법이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부터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헌법에 명시했다.

단결권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는 권리다. 노동3권 가운데 으뜸권리다. 단결권이 있어야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노동조합 결성은 많지 않다. 노동자의 각성이 전제돼야 하고, 자본가의 방해와 견제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980년대 중반까지 15%를 밑돌다가 노동자대투쟁 이후 급증해 1989년 18.6%로 정점에 올랐다.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며 한때 10%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다. 

엊그제 민주노총이 지난 4월 기준 소속 조합원이 101만4845명을 기록하며 100만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조합원 100만명은 1995년 출범 이후 24년 만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촛불항쟁 이후 급증했다. 2017년 이후 975개 사업장에서 22만명이 새로 가입했다. 놀라운 성장세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조합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1946년 설립 이후 72년 만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잇따라 100만 기록을 세우면서 노총 조합원 200만 시대가 열렸다.

노조 결성이 늘고 있다지만, 갈 길은 멀다. 조직률 11%대다. 대만(33.2%), 영국(23.2%)보다 크게 낮고 일본(17.1%)에도 미치지 못한다(2016년 기준). 노조 구성도 불균형적이다. 조합원은 대부분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으로, 보호받아야 할 취약 노동자는 배제돼 있다. 최근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가입률은 2.8% 수준이다.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 보장이 시급하다. 양대 노총은 200만 시대에 걸맞은 위상을 갖춰야 한다. 노동자 권익 보호뿐 아니라 다른 소수계층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파행 중인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조운찬 논설위원 sid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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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열차 선로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인근에서 열차에 치여 숨진 정모씨(44)는 18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통신기술자였다. 그는 동료 8명과 함께 열차가 운행하는 낮시간에 광케이블 유지·보수 공사를 하다 전동차에 치였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열차감시 의무 소홀, 기관사의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이 둘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사실은 숨진 노동자가 코레일의 하청을 받은 외주업체의 직원이라는 점이다. 

선로 사망 사고는 2013년 성수역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가 희생된 이래 강남역(2015년), 구의역·KTX김천역(2016년), 노량진역·온수역(2017년) 등에서 계속됐다. 끊이지 않는 ‘죽음의 행렬’이다. 사고 희생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외주업체의 노동자들이다. 산재사망자의 90%가 하청노동자라는 통계와 맥을 같이한다. 이번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선로 작업은 업무 전달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다. 광케이블 공사에 앞서 열차 감시원, 관제센터, 기관사 간에 작업·운전 정보를 제대로 공유했더라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광케이블 작업자들이 외주노동자들이어서 원청인 코레일과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크다. 

3일 고용노동부 조사관들과 코레일 직원들이 전날 사망하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청역 인근 선로에서 사건조사를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2018년 12월 태안화력 비정규직 김용균씨 사망 사건은 외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고 김용균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소 하청 노동자는 사고 및 위험 노출도가 원청 노동자에 비해 9배나 높았다. 반면 연봉은 정규직의 53%에 그쳤다. 다른 외주업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유해·위험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하고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원청업체는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는 게 안전을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선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난 2일,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등 코레일 자회사 지부들은 결의대회를 열고 자회사 노동자 중 안전업무에 종사하는 열차승무원과 차량정비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주장했다. 또 공사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공사의 8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권고했다. 외주노동자의 계속되는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협력사 노동자의 직접고용과 정규직화’가 대안이다. 이것이 김용균씨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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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되고 네팔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되었습니다. 통장에 남은 320만원은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세요.” 2년 전 이맘때 한국의 부품 제조 공장에서 하루 2교대로 1년7개월을 일하며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던 27세 네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이주노동자 단체가 그가 남긴 유서를 한국말로 번역해 공개하면서 죽음이 알려졌다. 게시글 제목은 “고용허가제 때문에 한 사람이 죽었다”였다.

2004년 8월17일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소위 3D 국내 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외국인 노동력을 고용할 수 있게 허가해 준 제도다. 중소제조업과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어업, 농축산업 등 5개 업종에 한해 양해각서를 맺은 16개국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외국인력을 ‘초청’했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자들(대졸 이상 74.5%)로, ‘코리안드림’을 안고 왔지만, 현실은 열악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사업장을 옮길 자유가 없다. 폐업이나 반복적인 임금체불 등의 경우에만 아주 예외적으로 이동이 허용되지만, 이때도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최대 이동 횟수도 3회뿐이다. 불안한 상황을 악용한 사업주의 부당한 처우에도 참고, 불법이 발생해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다.

각종 사고의 끝자락에서 ‘위험의 외주화’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마주한다. 가축 분뇨에 질식해 숨지거나, 저류소 물에 휩쓸리고 공사장에서 추락해 사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들의 산업재해 건수는 내국인의 6배에 달한다. 참다못해 사업장을 무단이탈하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10년 가까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지만 가족들과 살 수 있는 기본권도 누리지 못한다.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18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는 ‘고용허가제 시행 1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요구는 매년 한결같다. ‘사업장 이동권 달라.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이들의 당연한 요구에, 우리가 필요해서 부른 이들의 착취 수준의 노동권 침해에 더는 귀 막고 눈감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인 고용허가제 개선책이 필요하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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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등 유통업계 종사 노동자들에게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서 있는 자세로 대기하도록 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 증진·노동환경 개선 등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몇 차례 현장 조사를 통해 드러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노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강제하는 움직임이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4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업장 내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묵묵부답인 백화점·면세점 업주들를 규탄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인권위는 산업부 장관에게는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적용대상·범위 확대 검토, 휴게시설 등 작업환경에 관한 사항을 실태조사에 포함하고 ‘유통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시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부 장관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을 신설하고, ‘서서 대기자세 유지’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등의 관행을 점검·개선할 것과 미이행 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지난해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의 화장품 판매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에선 백화점·면세점의 화장품 판매 노동자가 하지정맥류나 방광염 등 각종 신체 질환이나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2배에서 최대 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는 백화점과 면세점 내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관행이 노동자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진정이 인권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사실 현재도 큰 틀에서 관련 법규는 갖춰져 있다. 2011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마트 내 노동자를 위한 의자 비치를 의무화했고, 2018년 노동부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와 ‘서서 일하는 근로자 건강가이드’ 등을 마련해 유통업체에 권고했다. 다만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관련 부처에 세부기준 마련과 이행 현황 점검 조항 신설, 과태료 신설 검토 등 내용이 구체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를 표방한다. 해당 부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과 고객도 ‘고객이 왕’이기에 앞서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녀’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화장실 가게 해 달라는 요구를 외면하고,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도 마시지 못하는 후진적인 노동환경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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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8590원을 최종 확정했다. 최저임금의 의결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노총이 제기한 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2.87%)을 정하면서 산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은 문제가 있었다. 사용자 측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업종별·규모별로 차등 적용하자며 논의를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의 ‘을들의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동자 임금 결정에 개입하여 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최저선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또 사회불평등 해소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소득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그러나 최저임금 논의는 그 취지와 달리 ‘시장 논리’에 압도돼왔다. 사용자 측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와 고용 악화를 초래했다며 동결을 요구해왔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 수준으로 오르면서 계층 간 임금 불평등은 고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최고임금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퇴직한 한 대기업 총수는 퇴직금과 연봉으로 456억원을 받았다. 정보통신기술 업체 대표는 연봉으로 138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최저임금(약 1890만원)의 2474배, 730배 많다. 최고임금제는 재벌총수, 기업 대표·임원들의 과다한 임금을 줄여 최저임금과 함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제도다. 

지난 4월 부산시에 이어 지난달 경기도 의회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는 ‘최고임금 조례’를 통과시키며 최고임금제 실험에 나섰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고임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청년노동단체들은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의 10분의 1로 맞추자는 ‘1대 10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고임금제와 함께 ‘최고임금위원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은 소극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기업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도록 발의한 ‘살찐고양이법’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지자체 일부에서 싹을 틔운 최고임금제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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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여러분, 더위가 극심하니 혹시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분은 월요일(22일)까지 미뤄주길 당부합니다. 이런 폭염에 범죄를 저지르는 건 단순한 깡패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고, 아주 위험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를 즐기거나, 페이스앱(얼굴을 나이 들게 만들거나 변형시켜주는 앱)을 갖고 놀거나, 지하실에서 가라테 연습을 하세요. 선선해질 월요일에 모두 다시 만나요.”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레인트리시 경찰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이날 브레인트리를 포함한 매사추세츠 동부 지역의 체감온도는 화씨 101도(섭씨 38.3도)를 기록했고 20일에는 화씨 111도(섭씨 43.9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CBS방송은 지난 주말 미 동부와 중서부를 펄펄 끓게 만든 폭염으로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문자 그대로 ‘살인 더위’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너무도 유명한 이 문장은 더위가 불쾌감이나 고통의 차원을 넘어, 인간 존엄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전한다.

‘택배노동자 기본권쟁취 투쟁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여름휴가 보장을 요구했다. 택배사와 홈쇼핑업체, 온라인쇼핑몰을 향해 “8월16~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라”고 촉구했다. 택배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이른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데도 법적으로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나, 휴가를 내려면 자기 돈을 주고 대신 배송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마솥더위가 이어질 8월, 택배노동자들에게 땀을 닦고 숨 돌릴 ‘이틀’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주 신세지는 소비자로서 외친다. “이틀, 아니 1주일쯤 늦게 받아도 괜찮습니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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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파업 첫날에 이어 2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없애고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파업은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점거농성 등을 제외하고는 충돌 없이 진행됐다. 전국의 학교 5곳 중 1곳의 급식이 중단되고 돌봄교실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으나 우려했던 급식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학부모·학생 대다수는 불편을 감수했고, 시민사회단체의 파업지지 선언도 잇따랐다. 그만큼 파업의 명분이 설득력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번에 과거와 다른 성숙한 파업문화를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 대신 거리로 나선 데는 정부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였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85만명 중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신분이 달라질 노동자는 43만명에 그친다.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대다수가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이거나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은 여전하다고 한다. 예산 권한을 소속기관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어 임금·복지 등을 놓고 책임 있는 사용자와의 교섭도 불가능하다. 약속은 절반만 지켜졌고, 그나마 생색내기 수준으로 처우가 엉망이다보니 실망하고 분노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82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5명 중 2명꼴이다.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60%에 그치고, 5명 중 2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2%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주장도 어렵다. 그런데 최저임금 속도조절·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으로 ‘노동 존중’ 의지를 의심받던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에 대해 고교생들이 “미래의 우리들 문제”라며 동조 시위를 벌이고, 일부 시민·학부모들이 “내 아이들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또 답해야 한다. 말로만 노동 존중을 외치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읽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를 환영하고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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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1일 정부가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 방안을 내놓지 않고 노조의 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3~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대파업을 선언했다. 현재로서 파업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노총은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0만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파업은 예고된 수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지난해 말 현재 파견용역 비정규직이 있는 공공기관 290곳 가운데 직접고용 전환은 174곳, 자회사 전환은 42곳이다(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사). 미흡한 성과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들어서는 정규직 전환이 더 늦어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정규직 전환 예외 노동자를 포함시키고, 자회사 전환을 통한 정규직화 규정을 넣음으로써 ‘무늬만 정규직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잡월드,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노사분규는 대부분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임금의 50~60%를 받는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위반한 임금 차별이다. 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가 비정규직 노조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5%가 ‘직장 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정규직 전환을 각 기관의 자율적 노사합의에 맡긴 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를 위한 노·정 교섭에 즉각 나서기를 바란다. ‘비정규직 제로’를 실천하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해야 한다. 비정규직 연대파업에는 급식조리원·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5만여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시·도교육청은 학교급식·돌봄교실 운영 등에 차질이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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