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노동, 비정규직'에 해당되는 글 365건

  1. 2019.05.31 [사설]현대중공업 노사, 생산적 대화로 상생의 길 찾기를
  2. 2019.05.22 [공감]우리 사회 숨은 조력자 집배원의 죽음
  3. 2019.05.16 [사설]버스파업은 모면했지만 문제는 남았다
  4. 2019.05.15 [사설]과로사 속출하는 집배원 노동체계 당장 바꿔야
  5. 2019.05.08 [사설]20조 투입하고도 실업자 양산, 일자리사업 재검토해야
  6. 2019.05.08 [사설]인천지하철, 과로로 쓰러지는 기관사들 방관만 할 텐가
  7. 2019.05.02 [사설]경사노위 공전 속에 맞이하는 착잡한 노동절에
  8. 2019.04.29 [아침을 열며]김태규의 이유 있는 죽음
  9. 2019.04.29 [사설]여전한 ‘직장 갑질’, 근본적 대책 마련을
  10. 2019.04.24 [사설]콜텍 ‘최장기 투쟁’ 끝났지만, 멀기만 한 노동존중사회
  11. 2019.04.22 [사설]현대차 노조의 의미있는 원·하청 ‘임금 연대’ 실험
  12. 2019.04.16 [여적]4457일간의 복직투쟁
  13. 2019.04.15 [사설]고용위기지역 연구가 제시한 일자리 교훈
  14. 2019.04.12 [기고]특수진화대 뒷북 정규직 추진에 박수 칠 수 없는 이유
  15. 2019.04.10 [송현숙의 내일]좋은 일자리는 좋은 노조가 만든다
  16. 2019.03.18 [양승훈의 공론공작소]생산직 노동자의 위상
  17. 2019.03.12 [사설]소외계층 배제하는 경사노위 의결 방식 변경 안된다
  18. 2019.03.11 [기고]‘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 강행 멈춰라
  19. 2019.03.07 [기자메모]김용균씨 사망에도 정신 못 차린 태안화력
  20. 2019.03.05 [사설]노동자가 일하다가 얻은 질병은 모두 직업병 아닌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놓고 노사 간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노조는 3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승인하는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5일째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수천명은 농성장 안팎에서 연대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은 주총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간 충돌 우려도 있다.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과 영남지역 노동자들이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법인 분할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건물 출입문을 막고 농성 중인 이들은 주총 당일에도 사측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기로 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계획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합병 후 회사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겠다며 31일 주총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이후 생산성 증대, 원가 절감 등을 위해 물적분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물적분할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의한 사항이며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찬성했다며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 반대는 확고하다. 회사가 분리되면 부채를 사업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이 떠안아 임금삭감과 함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조는 신설 사업회사로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이전하면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담화문을 통해 임금이나 복지 등의 단체협약 승계를 노조에 약속했으며 인위적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추진하는 물적분할을 탓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사측이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킬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2017년 현대중공업을 4개 회사로 분할할 때 내건 ‘근로조건 유지’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여전히 회사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불신의 원인을 찾아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적분할에 대한 울산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노조 역시 사측에 대한 무조건 반대보다는 대화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노사 모두 파국을 자초하는 치킨게임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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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그림자를 보는 것은 가슴 먹먹한 일이었다.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M87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가 드러난 4월10일 밤, 우주의 광대함에 압도되기보다는 내가 우주의 한 존재라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블랙홀이 관측된 후, 나는 이 일이 가능하기까지 전 세계 과학자 200여명이 어떻게 협력했는지를 촬영해 유럽남부천문대(ESO)가 공개한 17분여 분량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았다. 몇 번을 보아도 뭉클해지는 장면은 관측에 동원된 여덟 개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었다.

블랙홀 관측에 가장 적합한 조건은 사람이 견디기에는 가장 힘든 환경이었다. 도시의 빛이 관측을 방해하지 않도록 문명세계로부터 먼 것은 기본조건이다. 해발고도 5000m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과학자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했다. 겨울이면 몇 달씩 밤이 계속되는 남극은 관측에는 최적의 입지이지만, 햇빛 없는 나날을 살아야 하는 연구진은 심리적 압박과 싸워야 했다.   

특히 남극의 데이터는 다른 일곱 개 망원경에서 관측된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조각이었다. 2017년 10월경 일곱 개 망원경에서 관측된 데이터의 1차 정리가 끝났지만, 연구진은 남극 데이터가 도착하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남극에서 측정이 끝난 것은 그해 4월이었고, 페타바이트(10의 15제곱 바이트)급의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저장됐다. 그러나 2월부터 10월은 남극의 비행기 운항이 통제되는 기간. 마침내 11월 초 남극을 떠난 데이터가 미국 보스턴 MIT의 헤이스택(Haystack) 천문대에 도착한 것은 12월13일이었다. 

남극 데이터가 도착한 이틀 후 연구 책임자가 연구진에 보낸 메일에는 페덱스의 배달원이 대형 화물 트럭에서 하드디스크가 담긴 나무상자들을 내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담겨있다. 페타바이트급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비행기, 배, 기차 그리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5500만 광년 저편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인류가 볼 수 있었던 데는 안전하게 데이터를 옮긴 페덱스 배달원의 기여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13일 새벽 어머니와 살던 세종시 자택에서 과로로 숨진 30대 비정규직 집배노동자 이은장씨가 이른 출근을 위해 전날(12일) 밤 거실에 미리 준비해 둔 집배원 조끼. 조끼 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잔돈, 우편물도착안내서, 볼펜, 매직, 자동차 키, PDA 배터리 등이 들어 있었다. 정대연 기자

5월12일과 13일, 불과 이틀 동안 3명의 우체국 집배원이 지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블랙홀 연구의 숨은 조력자였던 페덱스의 배달원을 떠올렸다. 세상을 떠난 세 집배원 중 두 명은 돌연사였다. 전국집배노조는 2018년 한 해에만 25명의 집배원이 안전사고, 과로사, 자살로 사망했다고 밝혀왔다.

출근길에 끝내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공주우체국 소속의 서른 네 살 상시계약직 집배원의 곁에는 출근 준비해둔 옷과 집배원 가방, 정규직 응시원서가 놓여 있었다. 응시원서에는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가 적혀 있었다. 

고인의 형이 올린 청와대 청원에는 고인의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였지만 근무시간 안에는 도저히 하루 1200여통의 우편물 배달을 마칠 수 없어 집에서까지 우편물 분류작업을 했다는 고된 일상이 담겨있다. 

우편집배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은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임금 노동자 연평균 노동 시간인 2052시간(2016년 기준)과 비교하면 하루 8시간 노동을 한다고 했을 때 87일을 더 일한 셈이다.

메신저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e메일이 우편을 대체한 지 오래인 것 같은 세상이지만, 집배원들의 일은 인터넷 시대에 오히려 늘었다. 등기나 택배처럼 사람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고 전달해야 하는 우편물을 보내거나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만큼의 수고인지를 안다. 

5500만 광년 저편 우주의 일도, 배달원의 노동 없이는 드러날 수 없었다. 지상에서 한 집배원이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것은, 한 우주의 상실이다.

<정은령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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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출근길 ‘버스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15일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전국의 대부분 지역 버스노조가 파업을 철회·유보했다. 전국 버스노사는 협상 끝에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분 보전과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당장의 불은 끈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버스요금을 올리고, 광역버스에도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라고 하지만 결국 돈으로 해결한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예견된 사태에 수수방관하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 개정 때 노선버스 기사들은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당연히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버스기사는 임금 보전을, 버스회사는 새로운 기사 채용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구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런데 1년여간을 수수방관했다. 정부는 전국 버스노조 파업 선언에 ‘주 52시간제와 관계없는 임금협상용 카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지자체는 정부에 재정을 통한 보전비용 요구로 맞섰다. 그러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결국 승객과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버스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거나 보류한 15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버스들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번 버스노사 합의로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경기지역 버스요금은 200~400원 오른다. 충남과 충북, 세종과 경남도 올해 안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또 정부는 광역버스를 준공영화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버스 등 대중교통은 준공영제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비용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세금이나 요금 인상 외의 방법은 없다. 준공영제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입에 발린 말로 성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과 동떨어지면 역풍을 맞는다. 버스기사들의 주 52시간제 도입은 당연하다. 버스기사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자 복지증진이며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이 부담하는 교통요금이 늘고,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원금을 받는 버스회사들의 회계가 불투명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 52시간제는 2년 뒤 5인 이상 사업장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이중고가 예상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취지를 살리되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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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공주우체국 집배원 이모씨(34)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이씨 사망 하루 전에도 집배원 2명이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다. 집배원들의 잇단 죽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망한 우정사업본부 소속 노동자는 331명에 달한다. 이 중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82명이 숨졌다. 34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집배원이라고 한다. 

집배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나쁜 노동조건과 저임금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2016년 자료를 보면, 집배원들은 한 해 평균 2888시간을 일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보다 800여시간이나 더 길다. 그럼에도 상당수 집배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고용의 외주화’에 있다. 전국의 집배원 2만여명 중 35%는 별정국 집배원, 상시계약 집배원, 특수지 집배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하는 일은 국가공무원인 우정직과 다를 바 없는데도 직군에 따라 절반도 안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새벽 어머니와 살던 세종시 자택에서 과로로 숨진 30대 비정규직 집배노동자 이은장씨가 이른 출근을 위해 전날(12일) 밤 거실에 미리 준비해 둔 집배원 조끼. 조끼 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잔돈, 우편물도착안내서, 볼펜, 매직, 자동차 키, PDA 배터리 등이 들어 있었다. 정대연 기자

인력을 늘리고, 임금 차별을 해소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우정사업본부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매년 4000억~50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인력 충원을 머뭇대는 것은 법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은 우편사업과 금융사업 간 교차 보조를 허용하고 있는데, 정작 우정사업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황당한 것은 우정사업본부가 매년 수백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12년간 총 7200여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출자자인 정부에 대해 일종의 ‘배당’을 한다는 것인데, 집배원들은 늦은 밤까지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부가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니 온당치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퇴직공무원의 자리 보존을 위한 산하기관 내 ‘자리’를 늘리고, 이들 기관에 과도한 위탁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말까지 무기계약직인 상시계약집배원 30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공무원 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린다고 한다. 다행스럽다. 그런데 이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장 모자라는 인원을 충원하고 임금 차별을 해소, 집배원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돌려줘야 한다. 잘못된 재정 구조도 현실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집배원들의 계속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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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7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 및 개선방안’을 보면 지난해 정부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사람은 831만명으로, 한 해 전보다 33% 급증했다. 생산가능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이 수치만 보면 한국에서 일자리는 차고 넘쳐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는 9만7000명에 불과했고, 실업자는 107만여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실업률도 3.8%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사업에 2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이처럼 심각한 고용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정부의 일자리사업 정책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일자리사업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뒤 6개월 이상 일하고 있는 사람은 65만여명에 그쳤다. 짧은 일자리 경험을 징검다리 삼아 민간기업 취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직접 일자리사업’에 81만여명이 참여했으나 취업률은 17%에 그쳤다. 직업훈련 참여자 346만명 중 실업상태에 있던 사람은 30만명이었고 이 중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46%에 그쳤다. 고용장려금 참여기업이 실제 고용한 인력도 13만여명이었고 이 중 15%는 6개월 안에 일터를 떠났다. 고용·새일 센터를 통해 44만명이 취업했으나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6개월도 채우지 못했다. 장년고용안정지원금과 고용안정장려금 사업 등 내용은 같으면서 이름만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자리사업이 중복지원에 ‘알바’ 수준의 단기 일자리 제공에 그치고, 취업상담·고용유지 수준에 머물렀다면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도 올해부터 중복사업을 통폐합하고, 저성과사업은 ‘일몰제’를 도입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지하는 등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을 25조원으로 대폭 늘리면서도 직업훈련 예산은 4.8%를 줄여 2조1700억원만 편성했다고 한다. 정부의 일자리사업은 취약계층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주목적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사업 등 새로운 기술문명이 산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은 인력이 고용시장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돈만 쏟아부어 질 낮은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효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숫자에만 매몰되지 말고, 고용난을 타개할 현실적인 일자리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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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하철 노동자들이 위험하다. 지난달 27일 인천지하철 1·2호선을 관리·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 소속 기관사 최모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최씨는 오전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 휴게실로 들어간 뒤 변을 당했다. 지난 3월에는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하던 기관사가 온몸이 마비되는 증세를 호소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기관사뿐 아니라 지하철 승객 모두 위험에 처할 뻔한 상황이었다. 

경향신문 7일자 보도에 의하면, 인천교통공사 노동자들이 만성적인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하철에서는 올 들어 현장 노동자 3명이 숨지고, 열차 지연사고 2건이 발생했다. 인천교통공사 노조는 인력 부족과 설비 노후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력 부족은 2016년 인천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심각해졌다고 한다. 인천도시철도 운영 인력은 지하철 노선 1㎞당 24명으로 서울지하철 노선(57명)의 절반 수준이다. 기관사 예비율 역시 3.9%에 그쳐 서울지하철 1~4호선(8%)이나 5~8호선(13%)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러다 보니 기관사가 운행 중 응급상황이 벌어져도 대체 인력이 없어 그대로 운행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아찔하다.  

문제는 인천교통공사의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인천지하철에는 인력 충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조는 지난해 380명의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인천시는 20명만을 충원했을 뿐이다. 노조는 지난달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적정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럼에도 공사 측은 기존 인력의 ‘직무 전환’만 강조할 뿐 추가 인력 채용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노동자의 건강권이 위협당하고, 대형 지하철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도시 지하철은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의 최우선 덕목은 안전이며, 이를 위한 효율적인 시설관리와 함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지하철 기관사의 적정 인력 확충은 중요하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인력 충원을 미적대고 있지만, 적정 인력은 지하철 안전 운행 차원에서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인천시와 교통공사는 인력 충원을 비롯한 인천지하철 노동조건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더 큰 화를 부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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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용산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같은 날 서울 응암동에서는 불법도급 근절촉구 집회를 개최한 노동자가 하청건설사 간부가 휘두른 흉기에 다쳤다. 노동절을 앞둔 한국 노동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 땅의 노동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통계 속 노동자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민주노총이 지난 1년간 진행한 노동상담 7172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자의 84%는 노조가 없었으며 상담자 72%가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다. 상담 내용은 임금, 해고·징계, 노동시간 순이었다. 많은 상담자들이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서 잦은 임금 체불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기사,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화물운송 노동자 등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가 221만명이나 됐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한국 노동상황을 ‘최악’으로 평가한 것은 당연하다.   

영세사업·특수고용 노동자가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결성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방침에 힘입어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노조 결성률은 아직도 10%대에 불과하다. 20~30%인 유럽의 절반도 안된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3권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 여건상 조직률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현재로서 영세사업장·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일이다. ILO는 고용관계를 떠나 노동자라면 결사의 자유와 단결·단체 교섭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부쳐 논의해 왔다. 경사노위는 지금까지 40여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경영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공익위원 중재안은 노사 양측에서 공격받는 상황이다. 사회적 대화나 노사협의를 통한 노동권 보장은 쉽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의 조직화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 정부도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사회적 대화기구에만 맡길 게 아니라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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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소(한경연)는 2013년 4월25일 ‘바른 용어를 통한 사회통합의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핵심 주장은 ‘사회통합을 위한 바른용어’라는 연구서로도 나왔다. “시장과 정부를 보는 삐뚤어진 시각을 규명하겠다”는 문제의식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1889~1976) 말까지 인용한 보고서는 사뭇 비장하다.

이 보고서가 바른용어 1순위에 올린 게 ‘시장경제’다. 용례는 다음과 같다. “소득격차는 시장경제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의도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과당경쟁, 목따기 경쟁, 먹고 먹히는 경쟁 같은 용어는) 시장경제의 속성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자유경쟁’이라는 용어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로 ‘양극화’의 바른용어는 ‘소득격차’다.

시장경제는 어떤 ‘비뚤어진 용어’를 대체할까? 바로 자본주의다. 전경련과 한경연의 눈엔 ‘정글자본주의’ 같은 말이 뒤틀렸다. 그래서 나온 바른용어가 ‘상생경제’다. 완곡어법으로 점철된 이 보고서의 압권이다.

시장경제라는 말은 범개혁 진영도 자주 쓴다. 한 예로, 더불어민주당의 논평·브리핑을 검색해보면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두 배가량 많이 나온다. 부정의 맥락에서 쓴 게 아니다. 전경련과 한경연 뜻대로 시장경제란 용어는 어느 정도 ‘통합’을 이룬 셈이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정명(正名)? 헌법재판관 후보로 나온 이미선의 주식 과다 소유·거래가 논란이 됐을 때 자본주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주식거래 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따라가면 자본주의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다. 이미선의 남편인 변호사 오충진은 “주식 많다고 까는 야당 놈들은 한국이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을 망각하는 무뇌아들”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렇다.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 자본주의 국가다. 이미선을 둘러싼 정쟁과 논란에서 건질 게 하나 있다면 현 지배 집단에서 나온 ‘자본주의’라는 말이다. 뜻밖에 나온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라는 정명에서 다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이미선을 옹호하는 말에서 나타났듯,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구한다. 여기에 진정성이니 선의니 하는 아름다운 말들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투자’라는 게 그렇다. 시민들은 종종 악덕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곤 하지만,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한국 자본주의(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이 기업엔 투자하지 않아야겠군’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이미선과 오충진이 주식을 산 이테크건설이 그렇다. 2017년 당시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9월 낸 자료를 보면, 이 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1% 미만이다. SK케미칼 임원이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은폐 혐의로 구속된 다음날도 이 회사 주식은 전일 대비 0.14% 올랐다. ‘바이오중유 연료 상용화’ 기대감 때문에 보합세를 유지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노동자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착한’ 자본주의, ‘나쁜’ 자본주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니, 정의로운 사회니, 공정한 사회니 하는 아름다운 수식의 말과 선언의 말로 쉬이 덮을 수 없는 게 자본주의 문제다. 촛불집회와 정권교체로도 좀처럼 해결할 수 없다. 좌파니 우파니, 빨갱이니 수구꼴통이니 하는 겉으로 드러난 대립 밑에 깔린 공유점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 사수와 옹호’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양분한 세력이 ‘친자본주의’를 공통분모로 한다는 사실은 종종 망각된다.

20대 일용직 노동자 김태규가 지난 10일 아파트형 공장 신축 건설현장에서 화물용 승강기에서 추락해 숨졌다. 안전화 대신 운동화를 신은 채 발견됐다. 시공사는 일용직 노동자라 안전화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화를 아낀 비용은 누군가의 이윤으로, 자본으로 축적됐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4개 하위법령 개정안의 후퇴는 다시 누군가의 이윤으로 돌아갈 것이다. 

경향신문은 최근 김태규의 죽음을 보도하면서 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과 인터뷰했다. 그는 매년 산재 발생 추이를 보면 일정한 흐름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건설경기가 좋으면 건설업에서 그만큼 사망자가 늘고, 침체되면 사망자가 줄어듭니다. 이게 한국의 슬픈 현실입니다.” 이 문장 ‘사망자’ 자리에 ‘이윤’을 넣어보라.

자본주의 모순과 폐해가 가장 비극적으로 드러나는 게 산업재해다.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날이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희생된 수많은 김태규, 김용균의 명복을 빈다.

<김종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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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숨진 송명빈 전 마커그룹 대표의 ‘도 넘은 갑질’은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경영권 박탈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갑질 피해 제보를 받은 결과, 2만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15대 갑질 40개 사례’를 추려 공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기가 찬다. “실수 한 번에 손가락 하나씩을 자르겠다”, (화장실 가는 직원에게) “내가 일어서지 말랬지!”, (술 따르라는 지시를 거부한 여성 직원에게 멱살까지 잡고는) “죽고 싶냐”고 말하는 상사 등 하나같이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폭언과 모욕, 폭행 사례들이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약속한 직장인 관련 공약 70개가 이행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은 사라졌을 것”이라며 “현실은 실제 효력이 없는 10여개만 지켜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약속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근무시간 외 카톡 금지’ 등을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직장갑질 관련 일러스트 (출처:경향신문DB)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등)’ 보완도 시급하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보면, 오는 7월16일부터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책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신고를 받은 사업주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에 괴롭힘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익명 신고자에 대한 신원 보장 방안도 없다. 대표이사·사장의 갑질에 대해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해 조사·징계토록 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해 300만명에 이르는 자발적 퇴사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갑질’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데도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내놓은 취업규칙 표준안에 최근 사회문제가 된 ‘태움 문화’나 ‘회식·장기자랑 강요’ ‘불필요한 야근 강요’ 등도 빠져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최근 5년간 폭력이나 따돌림,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직장 내 갑질은 ‘적폐’다. 이를 뿌리 뽑아야 할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면 바꿔야 한다. 또 노사가 협의를 통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직장 내 괴롭힘’을 명문화하고 강행토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4개 핵심협약 비준이나 10%대에 불과한 노조가입률 제고 등 노동자 권리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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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노동자의 ‘명예 복직’ 등에 최종 합의했다. 4465일간 벌여온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은 끝났다. 42일간 이어진 임재춘 노동자의 단식도 멈췄다. 다행스럽다. “회사가 버티면 노동자들이 알아서 포기한다는 법칙을 깨고 싶었다”는 이인근 콜텍지회장의 말처럼, 이번 합의는 ‘부당한 정리해고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4464일간 이어진 국내 최장기 투쟁 사업장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노동자의 ‘명예 복직’에 합의한 22일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오른쪽)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42일 만에 단식을 풀며 김경봉 조합원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콜텍 노동자들의 저항은 2007년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로 시작됐다. 사측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중국 등으로 옮기면서 공장 폐업과 함께 노동자 89명을 정리해고한 것이다. 당시 콜텍은 수십억원의 순익을 냈으며, 직전 10년간 누적흑자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24조에는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래에 다가올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유효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그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최악의 판결로 꼽은 이 사건의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간 재판거래가 있었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 작성한 문건에 콜텍 정리해고 유효판결이 언급돼있다. 이 때문에 콜텍 노동자들은 13년간 거리에서 힘겨운 복직투쟁을 해야만 했다. 

콜텍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는 과연 노동을 존중하는가를 되묻게 된다. 합의 내용을 보면, 사측에 일방적이다. 사측은 ‘사과’ 대신 ‘깊은 유감’을 표했다. 복직은 30일 뒤 퇴사하는 형식이어서 노동자는 ‘명예’만 얻었다. 해고기간 임금은 보상이 아니라 합의금으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금속노조 콜텍지회는 합의와 함께 해체된다. 최소한 한국 땅에서는 사측이 그렇게 원했던 노조 없는 회사가 된 것이다.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하는 동안 ‘노동 존중’을 내세운 정부·여당은 뭐 하나 한 것이 없다. 금속노조만이 생계·법률 지원 등에 나섰을 뿐이다. 종교·시민사회 운동가들의 도움이 더 많았다. 완전한 해결도 아니다. 13년간 복직투쟁의 원인이 된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도 물어야 한다. 더 큰 숙제는 한국에서 ‘기업은 누구를 위한 일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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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의 원·하청 간 하후상박 임금 연대가 눈길을 끈다. 현대차 정규직의 임금은 적게 올리는 대신 중소협력업체와 비정규직의 임금을 인상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시작한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연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인상분의 차이가 크지 않아 당장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4만5000원 인상된 반면, 115개 하청업체는 평균 5만6106원 인상됐다.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는 1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매년 ‘임금 연대’ 전략을 지속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기업 노동자와 협력 원·하청 사이에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실천에 옮긴 사례는 매우 적다. 2015년 SK하이닉스 노사가 임직원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내용의 ‘노사 사회적 책임 실천협약’을 채택한 게 눈에 띌 정도다. 포스코와 협력사 노사가 지난달 ‘상생협력합동연구반’을 구성해 원·하청 격차 해소에 나섰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연대임금’ 실천은 선구적 역할로 환영할 만하다. 노조는 또 조합의 임금 인상률을 낮추면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고 하니, 상생 사회를 위한 또 다른 노력도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는 제조업 분야에서 최대 규모다. 조합원 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고용 세습’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사상생의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이다. 노조가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내걸었을 때 내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양극화, 임금격차 심화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9일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상생 실험이 임금뿐 아니라 고용·복지 등으로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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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앞서 3만달러 소득을 달성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뿐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세계 7위 경제대국을 실감하기 어렵다. 노동조건이 특히 그렇다. 직장인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에서 최고수준인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최하위다. 

고용불안과 노사갈등도 심각하다. 노사 분규가 몇 년씩 지속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복직판결을 받은 KTX 여승무원들은 해고에서 복직까지 12년간의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지난 1월 복직한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은 75m 굴뚝에서 426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목숨을 건 투쟁이었지만, 그들의 요구는 노조 인정, 고용 승계 등으로 소박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사회원로들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9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정부가 만든 정리해고제를 없애고, 최장기 정리해고 사업장 콜텍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라”며 정부에 콜텍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백 소장을 비롯해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이 참가했다. 2007년 정리해고돼 13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콜텍 노동자들은 2009년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콜텍 노사는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8차례 교섭을 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권도현 기자

어제 기타 제조업체인 콜텍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회사 측과 복직을 위한 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2007년 4월 공장을 떠났으니 13년째이고, 4457일이 흘렀다. 그들은 한때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겨 복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혀 무위로 끝났다. 해고노동자들은 시위, 단식, 길거리 농성, 고공농성 등 온갖 투쟁을 다 벌였다. 중년이었던 그들은 머리가 허연 ‘늙은 노동자’가 됐다. 지난해 정부의 중재로 쌍용차와 KTX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했다. 콜텍과 마찬가지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을 받아왔던 사업장들이다. 콜텍에도 정부의 역할론이 제기됐던 이유다. 

강산이 변했고 정권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사용자의 노사관, 그리고 노사관계였다. 콜텍은 13년간 교섭이 거의 없었다. 협상이 열려도 회사 대표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 교섭이 진척될 리 없었다. 지난달 12일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씨가 단식에 돌입했다. 정년을 3년 남긴 그는 ‘명예복직’이라도 해야겠다고 했다. 단식 한 달이 지나고 여론이 움직이자 협상이 재개됐다. 국내 최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인 콜텍은 국민소득 3만달러인 대한민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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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조선이나 자동차 등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분야의 고용부진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이 14일 내놓은 ‘고용위기지역 산업의 일자리 이동지도 구축 기초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연구는 2010년 통영지역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했던 조선업 종사자 7573명의 고용을 2018년까지 추적한 결과다. 고용위기지역의 현실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연구결과는 호황산업의 침체가 근로자와 지역경제에 주는 충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일자리를 떠났거나, 고용보험이 유지되지 않는 일자리로 이동했다. 고용보험은 ‘좋은 일자리’를 말할 때 최소한의 조건인 만큼 상당수 근로자가 저임금 일자리로 추락했음을 의미한다. 또 연구결과를 보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절반 정도만이 조선업에서 살아남았고 나머지는 전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항공부품 및 첨단분야에 취업한 것이다. 이는 산업구조조정에도 유관산업에 취업할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들 일자리는 구직자가 스스로 찾은 것이라고 한다. 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통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공동화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영은 세 차례나 반복적으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역공동화를 막기 위해 지역에 맞는 신산업 발굴의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용위기지역은 전국에 통영·거제·군산·목포 등 8곳에 이른다. 대부분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재지정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 위주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다. 차제에 정부가 세금으로 주는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청년추가고용 장려금, 퇴직자를 고용한 사업주 지원 등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이와 함께 실직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연관업종 알선과 맞춤형 재교육 방안도 찾아야 한다. 실직자에게 도움이 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고용위기지역 문제 해결은 지역경제뿐 아니라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절실하다. 미래지향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없이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일자리 문제 해결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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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산림청은 산불 진압을 위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운영하며, 이들은 소방청의 경방대원(화재 진압)과 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소방관은 정규직이지만 특수진화대원은 매해 10개월씩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다. 이들은 산불이 날 때 재난지역에 투입되지만 그때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일한다. 산불 진화훈련, 산불예방 순찰활동, 논·밭두렁 소각행위 단속, 불법 임산물 채취자 단속 및 입산자 통제, 산사태 예방, 임도 및 등산로 주변 풀베기와 잡목 제거 그리고 산불감시초소 및 임도차단기 보수작업, 농업폐기물 수거 및 인화물질 제거작업 등 쉴 틈이 없다. 즉 이들이 계약직 기간제 근로계약을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경남 김해 분성산에서 3차례(2018년 12월25일과 30일, 2019년 1월6일) 산불이 났지만, 특수진화대의 현장투입은 한 차례뿐이었다. 12월30일과 1월6일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특수진화대원 총 10명은 현장 산불 진화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특수진화대원들이 단기 계약직으로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1월6일 발생한 산불은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기 어려워 완전히 불을 끄는 데 11시간이나 걸렸다. 특수진화대원을 정규직이 아닌 단기 기간제로 운영한 결과다.

지난 4일 발생한 고성, 인제, 강릉 등 강원도 지역의 산불로 특수진화대가 기간제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특수진화대가 기간제일 뿐 아니라 일당 10만원이라는 열악한 처우가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자 산림청은 특수진화대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산림청의 뒷북 정규직 전환 추진 입장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왜냐하면 특수진화대는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되어야 한다”며 기간제 노동자는 가급적 2017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특수진화대와 유사업무인 산불감시원, 산불예방전문대 등을 상시 지속 업무로 판단한 바 있다.

정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합동지침에도 특수진화대는 정규직 전환이 진행 중이거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그럼에도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은 매해 2월에서 12월 사이 10개월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왔다.

결국 산림청이 당연히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할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을 속이고 반복해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 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산림청 공무원들의 무지와 정부 지침 위반으로 만성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일당 10만원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린 것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처리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또 다른 꼼수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정부와 산림청은 특수진화대를 계속 기간제 노동자로 채용한 것은 스스로 정부의 지침을 어긴 행위이며, 심지어 불법의 소지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수진화대원을 처우 개선 없는 무기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비용 절감과 탄력적 인력 운용을 위해 무한정 늘린 비정규직이 사회 양극화의 핵심적인 원인이 되어 왔다고 진단하면서 정부와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진짜 그러고 있는가? 수도검침원, 도서관 연장 개관, 건강가정 및 다문화가족 지원, 아동복지교사, 생활체육지도자 활동지원 그리고 특수진화대. 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다.

<김성환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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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사회 전체의 화두다. 국가, 가정, 개인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자리는 우리 사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아침마다 전국사회부의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기사보고들에도 수식어만 바뀔 뿐 며칠 걸러 거의 빠짐없이 일자리 관련 대책들이 등장한다. 

일자리 대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단연 광주다.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계의 ‘인기 브랜드’다. 정부가 상반기 중 2곳을 더 선정한다고 하자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지자체들의 유치 움직임이 뜨겁다. 

‘상생형 일자리’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한마디로, 임금을 낮추는 대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초유의 노사정 상생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상생의 한 축엔 노조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 없다. 부재를 넘어 민주노총은 아예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한 3년 투쟁 돌입까지 선언한 상태다. 며칠 전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적극 추진했다는 이유로 광주공장 전임 지회장 2명에 대한 제명을 결의했다.  

이유가 뭘까.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 하향 평준화를 불러오며 나쁜 일자리가 확산되고, 지역별로 저임금 기업유치경쟁을 초래해 자동차산업 자체를 공멸시키는 치킨게임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우려다.   

이에 대한 반론은? “30년 가까이 노동운동의 결론을 담아 밤낮없이 뛰며 만들었는데, 민주노총은 얘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광주형 일자리는 비단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시간 고임금 일자리가 과연 좋은 것인지 등 미래 일자리의 가치, 노동과 인권, 여성, 소외계층 문제도 함께 얘기하고 풀어가자는 것이다.” 조합원 제명이 결의된 전임 지회장 중 한 명인, 광주형 일자리의 산파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의 말이다.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월급이 적은 대신,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교육과 보육, 주거 등 복지수준을 정부와 지자체가 상당 부분 사회적 임금으로 보전하기로 한 광주형 일자리는 젊은이들이 바라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미래 일자리 가치와도 닿아 있다. 

민주노총과 광주형 일자리가 상생하는, 제3의 길은 없을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이자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 이사장인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 ‘광주형 일자리’ 협약 자체는 상당히 위험요소가 많지만, 그렇다고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질타했다. 성과에 대해서는 완성차업체가 원·하청 이윤공유를 통해 협력업체들의 이윤율을 제고하고, 낮은 임금수준에 대해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며 구체적 추진전략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서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더 강한 정책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31일 오후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외에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개선’ 등을 4대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노조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화가 핵심인데, 철학의 공유 없이 외양만 베낀 짝퉁이 여기저기로 퍼질까봐 박병규 특보는 걱정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일 제68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3월 기준으로 조합원이 100만3000명”이라며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투쟁에 앞장서는 민주노총에 한국 사회 노동자들이 운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 임금노동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287만원,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이의 소득인 중위소득은 210만원으로 나타났다. 150만~250만원 미만을 받는 이들이 25.1%로 가장 많았고, 85만원 미만(16.8%), 85만~150만원 미만(15.9%), 250만~350만원 미만(14.9%) 순이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하다. 조합원 100만 돌파로, 제1의 노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민주노총은 월급 250만원 안되는 절반 이상의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는가. 또 하나, 민주노총의 가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강원도 산불의 와중 시민들은 훌륭했다. 위험 앞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서로 손을 내밀었다. 시민들은 서로 연대해 위기를 극복했다.   

시민들이 민주노총에 바라는 것도 연대의 힘이다. 전체 노동자의 대표라 말만 하지 말고, 일하는 모든 이들을 품으라고, 취업난에 신음하는 예비노동자들까지 품으라고, 노조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반대는 쉽다. 그러나 시민들이 기대하는 건 장외에서 훈수 두고, 판을 깨는 노조가 아닌, 함께 희망을 얘기하고, 나와 내 이웃을 지켜주는 노조다. 반대해야 할 때도 협상 테이블에서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조를 시민들은 원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도 나쁜 일자리도 될 수 있다. 좋은 일자리는 좋은 노조가 만든다.

<송현숙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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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 빅딜, 수소경제, 삼성르노자동차 파업. 최근 경제 현안에서 제조업 이야기를 빼놓긴 어렵다. 중요한데 늘 빠져 있는 것은 내부에서 일하는, 특히 기술과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좋은 일자리라는 평판을 좌우하는 것 중 큰 건 임금이다. 노동사회학 연구들을 살펴보면 임금은 크게 두 가지의 구조적 영향을 받는다. 먼저는 직장의 크기이다. 계약직, 촉탁직 등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크면 임금이 더 크다. 그래서 부모들과 선배들은 대기업에 가라고 한다. 두번째는 노동조합의 유무다. 노조원이면 임금단체협상을 통해서 노조가 없는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임금 차원에서 손해를 덜 볼 수 있다. 고용 보장을 위해서도 노조가 있는 게 낫다. 시간이 누적될수록 노조가 있는 회사를 다니는 것이 편차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그 전제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회사가 도산할 수 있고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 멀쩡한 대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도 낯설지 않다. 앞으로의 기대수익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려고 한다. 정리되는 부문의 일자리가 정리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개별 사업장 노조의 힘은 줄어든다. 공적자금 투입 정도의 상황이 되면 손을 쓸 수 없다. 두 가지 구조적 변수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든다.

좀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내생 변수, 즉 사람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생산직 숙련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생산방식을 ‘기민한 생산방식’이라고 한다. 한편에선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니즈에 최소 비용으로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생산직들의 숙련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전엔 차 한 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동자 한 명이 몇 달이고 선배 노동자의 작업을 보고 일머리를 익혔다면, 지금은 며칠이면 누구나 작업할 수 있게 현장이 재편되어 있다. 작업대 위에 걸린 화면의 설명을 보고 단순한 조립만 하면 되게 바뀌었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은 엔지니어들의 고민과 엄청난 설비투자에서 나오게 됐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졸 엔지니어가 정비와 개선을 맡는다. 생산직들의 자율성도 함께 줄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나 폭스바겐은 여전히 생산직 노동자들의 숙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으나, 한국의 대기업들은 1990년대 이후 전면적인 설비투자로 다른 길로 향했다. 용접부터 시작해 가장 많은 부분이 생산직들의 숙련에 의지한다는 조선업 역시 생산기술 투자가 많이 전개됐다. 중소 조선소가 빅3의 생산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숙련도 차이가 아니라 생산효율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생산의 다수를 차지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은 임금을 잘 주고 처우를 잘해주면 빅3와 중소 조선소 어디로도 이직하기에 노동자들의 숙련도 차이가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회사들은 가능하면 연공서열제를 가지며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정규직 생산직을 뽑지 않으려고 한다. 50대 생산직들의 퇴직 날짜만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10명이 정년퇴직 하면 2명만 뽑고, 급한 생산라인은 사내하청에 넘긴다. 생산량에 따라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고 이제는 숙련의 부재가 두렵지 않다. 전환배치가 노사 간의 첨예한 쟁점이 되는 이유다.  새로 공장에 갈 고졸 생산직의 미래는 선배들이 받아온 ‘노동계급 중산층’이라는 시샘만큼 밝지 않다.

대졸 엔지니어의 일자리와 숙련 문제는 어떨까. 기업들은 생산직보다 엔지니어를 뽑는 것을 선호한다. 생산보다 개발과 설계 단계에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쪽으로 제조업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시제품 생산에 필요한 생산직만 정규직으로 운영하려는 것은 제조 대기업이 꿈꾸는 미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립스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는 오롯이 시제품 생산만 한다.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들만 로봇이 할 일을 저임금 노동자들이 맡는다. 단가 후려치기 외에도 생산성 향상이 실제 문제가 된다. 정부가 스마트팩토리를 괜히 도입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산업 고도화가 생산직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생성되는 엔지니어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 든다.

산업 고도화로 노동의 양상과 직무와 직군별 위상이 바뀌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앞으로도 한국의 제조업 공장에 불이 꺼지진 않을 것 같지만, 공장을 채우는 인력의 구성이 바뀌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생산에 있어서 자율적인 생산직들의 숙련보다 엔지니어들의 치밀한 공정설계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1990년대까지 국가가 ‘인력 충원계획’을 세우면서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려 했던 고졸 생산직의 지위를 대졸 엔지니어가 대체한 거 아닌가 싶다. 

물론 생산직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놓을 수 없다. 한국 산업화 50년의 역사이며, 여전히 지역경제와 제조업을 움직이는 주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산업의 진화와 ‘축적의 길’을 이야기하려면 이제는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더 숙련할 수 있게 할 것인지, 그들에게 어떠한 위상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함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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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11일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할 뜻을 강하게 밝혔다. 의결 구조 개편은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이 경사노위에 불참하면서 본위원회 회의가 잇따라 무산된 데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 위원장은 의결 방식의 구체안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위원회의 파행을 막기 위해 계층별 대표를 본위원회 회의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 위원장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달 19일 경사노위의 첫 합의안인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은 계층별 대표들이 불참함으로써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다. 의결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서는 탄력근로제 합의안은 무위에 그칠 수 있다. 경사노위로서는 의결 구조를 개편해서라도 파행을 막겠다는 절박한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대책이 소외계층 대표를 의결 구조에서 배제하자는 것이라면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6월 노사정위원회를 확대해 청년·비정규직·여성·중소상공인 등 다양한 사회 주체의 이해를 대변하겠다며 출범했다. 경사노위가 의결 효율성을 내세워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배제한다면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다를 바가 없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은 경사노위 불참 사유로 탄력근로제에 대한 보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의결 구조에만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들었다. 거수기가 아닌 진정한 대화 주체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사회적 대화는 여성·청년·비정규직 같은 미조직 노동자에게 더 절실하다. 경사노위는 소외계층을 배제하는 의결 방식 개편보다는 계층별 대표들이 대화기구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 운영 방식부터 고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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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의결하려 했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차 본위원회가 무산됐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대표 3인이 6일 밤 “거수기 구실만 할 순 없다”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노동자대표 3인의 불참을 비난하며 본위원회 개최를 재추진하고 있다. 본위원회 개최 강행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2월20일 탄력근로제를 최장 6개월로 확대한다는 경사노위의 ‘노사정 합의안’ 발표는 처음부터 중대한 절차적 위법성을 안고 있었다. 정부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노사정위원회 대신 출범한 경사노위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대표는 물론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 등을 참여시켜 취약계층의 대표성을 보완한 것이라고 입이 마르게 홍보했다. 따라서 경사노위 합의안으로 발표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대표들이 포함된 본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경총, 대한상의, 한국노총만이 참여한 노동시간개선위원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결과를 본위원회 절차도 없이 경사노위 합의안으로 발표했다. 정부와 재계, 한국노총의 합의를 사회적 합의로 둔갑시켜 관철해왔던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합의안 내용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첫째,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고 했다.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조항은 노동자 90%가량이 무노조인 현실을 감안할 때 절대다수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무의미한 조항이다.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규정은 무력화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둘째,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6개월(26주) 평균하여 노동시간이 1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되므로 13주는 주 64시간, 13주는 주 40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 노동부의 과로사 인정기준인 ‘1주 평균 60시간 초과하는 경우(발병 전 12주 기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과로사 방지를 불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셋째,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의 경우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정하는 대신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그마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근로자대표와 ‘합의’가 아닌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근무일 바로 직전에 일별 노동시간을 통보하면 근로시간은 사용자가 정한 대로 춤을 추게 되고 생체리듬을 교란시키는 불규칙노동은 일상화된다. 넷째, 탄력근로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하여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게 하고 미신고 시 과태료를 부과하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금보전방안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방법과 기준이 없다. 근로자대표와 매월 1원을 보전한다는 합의안을 만들어 신고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6개월간 예전과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최대 3개월분 연장수당에 해당하는 임금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누구를 위한 합의안인지 정체가 분명해졌다. 본위원회 개최 강행을 멈추고 탄력근로제 합의안, 다시 논의하라.

<권영국 |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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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4일 또 발전소 운전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장치에 끼여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김용균씨 사망 이후 생긴 2인 1조 근무수칙이 사람을 살렸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과 부상자 ㄱ씨(48)가 소속된 하청업체 한전산업개발이 사고 처리 과정에서 보인 행태를 보면 이곳이 불과 석달 전 온 나라를 슬픔에 빠뜨렸던 사고가 난 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ㄱ씨는 2호기 내에서 작업하던 중 석탄분배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보행로가 아닌 곳으로 피하려다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동료가 장치를 멈추는 풀코드를 당겨 구조하며 살 수 있었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서부발전이 안전시설을 대폭 보강했지만 사고 지점에는 출입금지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청인 서부발전은 책임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서부발전은 사고 다음날인 5일 “재해자가 보행공간이 아닌 곳으로 피하면서 사고가 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2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하지만 안전시설은 현장 작업자가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산업재해 발생위험 장소에서 작업할 때는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서부발전은 기자들에게 공개한 보도자료에 ㄱ씨의 동의 없이 실명을 기재하기까지 했다.

ㄱ씨가 소속된 한전산업개발의 대처도 허술했다. 한전산업개발은 사고 직후 ㄱ씨가 외관상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보인다며 병원으로 이송하지도 않은 채 사고보고서를 썼다. 사고 1시간40분 만에야 ㄱ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매뉴얼에 따라 구급대원의 안전조치를 받도록 하지 않고 직원 승용차로 이송했다. 태안화력 3호기에서는 2017년 11월 40대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큰 부상을 입었는데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개인차량으로 이송했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일이 있었다. 반복된 사고에서 누구도,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 셈이다.

이번 사고 수습과정을 지켜본 한 정부 관계자는 “큰 사건을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다들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남지원 | 산업부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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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보상 중재안에 합의한 이후 추가로 피해를 제보한 사람은 227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중 141명은 삼성전자로부터 어떠한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중재안이 정한 대상 질병·사업장 요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가 산재 신청도 어렵고, 설령 신청해도 보상 산정기간이 짧아 실익이 없다. 이 때문에 신청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올림은 14명에 대해서만 집단 산재 신청을 했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일하다 질병에 걸렸다면 사업주와 국가가 치료하고 보상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보상이 원천 봉쇄되고, 산재 신청조차 어렵다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던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당시 23세)씨의 12주기 추모 행사가 지난 2일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가 마주 보이는 신선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12년 전 설악산 울산바위에 딸의 유골을 뿌려 딸을 이곳에 잠들게 했다. 반올림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반올림의 싸움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 등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사건이 계기였다. 반올림은 지금까지 43명의 산재 인정과 대법원의 ‘삼성 직업병’ 확정 판결 등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11년간 이어온 양측의 다툼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중재안은 대상 질병을 백혈병 등 74종으로, 대상자도 ‘삼성전자 반도체 LCD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및 사내협력업체 현직자와 퇴직자’로 한정했다. 협약 당시 반올림과 피해자 측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했으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삼성전자와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조정위의 압박으로 협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조정위의 중재안은 삼성전자의 보상과 사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중재안으로 인해 보상 대상 밖의 질병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 전·현직 노동자나, 삼성전자 외 사업장 피해자의 보상길이 막혔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사업주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인과관계가 드러나고 사고를 막을 대책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노동당국도 노동자가 일터에서 얻은 직업병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얻은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할 때 ‘제2의 황유미’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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