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티칸에서는 10월6일부터 27일까지 ‘아마존 지역을 위한 특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열리고 있다. ‘아마존, 교회와 통합 생태(integral ecology)를 위한 새로운 길’을 주제로 한 이번 시노드에는 아마존 9개국의 주교들을 중심으로 원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석하고 있다. 2년 전, 프란치스코 교종은 위기에 처한 아마존 원주민과 열대우림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시노드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교회 현안이 아니라 이번처럼 ‘아마존’이라는 특정 지역에 관한 시노드를 개최하는 것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아마존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종의 관심과 우려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적 원리에 기초해, 프란치스코 교종은 자연생태계를 환경의 차원만이 아닌 경제, 사회, 문화,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파악하는 “통합 생태”를 제안한다(<찬미받으소서>). 통합 생태의 관점에서,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원주민은 불가분의 공동 운명체다. 지난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마존의 불’은 그곳의 열대우림을 놀라운 속도와 규모로 집어삼키고 있다. 올해 브라질 아마존에서는 근 8만건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해에 비해 84%나 늘어난 불은 주로 축산업에 필요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화로 일어났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국이다. 열대우림의 위기는 곧 원주민의 위기를 뜻한다. 아마존의 일부로 살아온 원주민들은 숲이 소실되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원주민의 저항은 생명의 위협을 불러오기 일쑤다. 이렇게, 아마존을 가장 잘 알고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아마존 열대우림 소수민족 대표들과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시노드)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개막 미사에서 최근 발생한 아마존 대화재를 언급하며 아마존 보호를 위한 성직자들의 과감한 행동을 촉구했다. 바티칸 _ AFP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는 원주민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위기다. 기후위기 시대에 아마존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써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열대우림이 불에 타 없어지면서 머금고 있던 탄소를 뱉어낸다. 숲을 없애고 들어선 축산업도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온 상승은 가뭄 발생을 촉진하여 땅을 건조하게 하고, 마른 땅은 불에 더 취약해진다. 오늘 우리가 아마존의 악순환에서 목격하는 것은 “환경위기와 사회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다(<찬미받으소서>). 

아마존의 불은 형태만 달리하여 세계 곳곳을 삼키고 있다. 이 불을 지피고 퍼뜨리는 것은 제어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다. 끝없는 경제성장과 개발의 환상에서 깨어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불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걸어온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라는 이 시대의 종말론적 징표다. 과학은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의 길은 인간이 자초한 ‘종말’로 가는 길이고, 종착지는 그리 멀지 않다고.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은 과학이 던지는 이 선명하고도 섬뜩한 경고에도 막무가내다. 눈을 감고 보려 하지 않는다.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안’을 찾자는 제안에는 종종 어떻든 현재의 삶의 방식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들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은 오래된 길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삶의 방식의 근원적 전환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탐욕에 물들지 않은 맑은 눈은 현실을 직시하고, 분노하고 항의한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초래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기술적으로만 해결하겠다고 하는가(그레타 툰베리). 아무 일도 없는 척, 지금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기득권의 위선과 기만을 집어치우라는 질책은 새로운 길을 찾자는 절박한 호소이기도 하다. 이 질책과 호소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아직은 우리가 희망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부끄러움이 우리를 움직인다면 말이다. 우리가 그만큼은 성숙했으면 좋겠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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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1일 지면게재기사-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기업이 외면하는 사이 그 피해의 중심에서 살아갈 10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의 툰베리 연설은 환경운동의 시대적 흐름이 바뀌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 그가 변화를 외친 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친환경을 앞세운 수소자동차 밀어붙이기가 국회 내 수소충전소 설치로 브레이크 없는 급가속 채비를 마련한 것이다. 수소에너지가 ‘궁극의 친환경’이라는 이 허황된 구호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가는 굳이 따지지 않는다. 수소사회를 대한민국을 구할 미래과학이라 포장하는 이들이 일반인의 기본적 상식에 비춘 몇 가지 물음에 어떤 답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다는 따위의 얘기는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이 꼴찌인 나라에서 하지는 말자. 수소가 자동차의 주 연료인 석유보다 최소한이나마 친환경이려면 물의 전기분해까지는 아닐지라도, 다른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의 수소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부생수소도 석유산업에서 생성되니 소위 말하는 친환경은 아닐뿐더러 지금과 같은 화석에너지임에는 변함없지만 말이다. 수소사회를 얘기하는 이들은 부생수소를 마치 버려지는 에너지인 것처럼 말한다. 여기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 석유화학산업이다. 그 석유화학산업 공정 중에 수소가 만들어졌다면, 그리고 그걸 이용해 친환경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왜 굳이 전기가 필요한 그곳에서 즉시 전환해 사용하지 않고 온갖 복잡한 기계장치를 만들고, 또 다른 과도한 화석에너지와 운송비를 들여 자동차에 옮겨 전기를 만들어 써야 할까? 수소가 만들어진 그 자리에서 발전을 한다면 온갖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뿐더러 2040년에야 실현된다고 하는 규모의 경제를 당장 실현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실로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고 왜 굳이 힘들게 특수트럭으로 옮겨와, 다시 작은 자동차에서 전기로 전환해야만 한단 말인가?

다음으로는 충전소 설치의 확산 가능성이다. 고압가스를 다루는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은 차치하고라도, 충전소 한 곳을 만드는 데 3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내 평균 땅값을 고려하면 충전소 1곳을 만들려면 최소 100억원이 든다. 이렇게 만든 충전소에서 하루 약 250㎏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국가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에 수소 1㎏당 가격을 4000원으로 낮춘다고 하니, 1일 매출은 완판 시 100만원이다. 시골 편의점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소를 무료로 준다고 해도 운영은 불가능하다. 과연 이런 영업장이 전국에 확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세금으로 운영보조금을 지급해줄 차례이다. 세계 1위 기술력을 통한 미래 먹거리? 미래수출산업? 우리나라야 눈먼 세금으로 조성비와 운영적자를 메운다고 하겠지만,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인 미국을 생각해 보자. 미국이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해 이익창출은커녕 최저임금 노동자 1명도 고용할 수 없는 충전소를 세금으로 지어줄까?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국민 세금으로 미국에 충전소를 지어줄 수 있을까?

이런 간단한 의문들에 뭐 하나 긍정적인 답이 없다. 아무리 수소 관련 미래전망을 뒤지고 헤매도 답들은 주지 않는다. 미래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 알아서 다 해결된다는 허상 말고는 말이다.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실천하는 16세의 거인, 툰베리의 연설과 같이 “당장에 닥친 지구온난화의 세계적 문제에는 관심 없이, 자신들의 배만 부르게 만드는 끝없는 경제성장만을 얘기하는” 우리의 이 상황이 부끄럽다. 친환경은 세계 1위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으로 포장한 허상으로 미래세대를 실망시키지는 말자.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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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가을 태풍이 잦아지고 있다. 링링과 타파, 미탁에 이르기까지 9월 이후 태풍 영향을 세 번이나 받은 건 1959년 이래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 기록은 머지않아 깨질 것이다. 기후위기가 원인이기에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넘기 위한 기후행동이 절실한 때이다.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렸다. ‘행동’이란 말을 내건 최초의 기후변화 관련 유엔정상회의였다. 이 행사에서,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1인 시위를 벌여 전 세계 133개국 160만여 명이 동참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을 이끌어낸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기후행동정상회의 직전, 20~21일에 걸쳐 160여개국 수천개 도시와 마을에서 약 400만명이 ‘글로벌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에 참가하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9월21일에 서울과 부산, 대구, 창원, 청주, 홍성 등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로 열린 ‘기후파업(Climate Strike)’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고 외치며 정부의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를 요구했다. 27일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광화문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가졌다. 이제 시민들이, 특히 미래세대 대표인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 참여는 이런 집회나 캠페인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시민 목소리로 직접 대안을 제안하는 여러 자리가 마련되고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서 정부 대책을 뛰어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온실가스 감축, 시민이 답하다!’란 주제로 시민대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시민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주요 거버넌스 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에너지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상향식 숙의 행사였다. 8월13일부터 9월10일까지 거의 한 달에 걸쳐 10개 구를 돌아가며 10차례의 릴레이 워크숍을 연 후 열린 마지막 전체 토론회였다. 참여 시민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강력한 시민행동을 지지하였다. 보다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이용을 위해 자동차 유류세와 전기 요금 인상, 화석연료에 탄소세 부과, 가짜뉴스 퇴치와 시민의식 제고 등을 제안하였다.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 실천에만 기대는 건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가격과 요금체계가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세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9월30일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국민정책참여단의 학습과 숙의, 여론조사, 국민대토론회와 권역별 토론회 등 “국민 스스로 정책을 수립하는 상향식 정책결정 방식”을 거쳐서 마련한 국민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12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 시즌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겨울철(12월~다음해 2월)에는 9~14기, 봄철(3월)에는 22~27기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하였다. 국민정책참여단의 93%가 동의했다고 한다. 매달 전기요금을 2000원까지 인상하는 데는 75%가 동의하였다. 두 방안 모두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완화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 누구도 비켜가기 어려운,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바뀌어야 할 것은 기후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와 정치다. 아니,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이다. 지금 작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위험과 피해로부터 우리와 미래세대를 구할 수 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없다. 깨어 있는 기후시민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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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내전(內戰)이다. 50일 넘게 세상 시끄러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모임에서나 사이버 공간에서나 일단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의견이 다르면 집중포화가 시작된다. 싸움이 싫은 사람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싸울 때는 싸워야겠지만 싸움에도 경중이 있다. 작금에 가장 우선순위 높게 싸울 일은 무엇인가?

지난 23일 뉴욕에서 유엔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파리협약을 통해 지구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약속했건만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줄지 않고, 2015~2019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1~2015년 사이 배출량보다 무려 20% 이상 증가한 상태여서 위기감에 소집된 회의다. 지난 6월 유럽의 기온이 46도까지 오르고, 미국은 9월 초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도리언’으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지경이니 이 기후재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각국의 정상이 해결책을 갖고 모였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38년까지 탈석탄국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과는 무역거래를 하지 않겠다”고까지 하였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파리협약에서 탈퇴했고 중국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예상대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왼쪽)를 비롯한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프랑스·독일 등 5개국 정부를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이 시점에서 월드워치연구소의 창립자 레스터 브라운의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를 새삼 들쳐보며 불편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달래본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기후재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그의 결론은 경제다. 세계경제를 개조하는 데 모두 함께 나서자는 것이다. 각국의 군사예산 가운데 13%를 새로운 경제개혁에 투자하면 지구의 환경을 소생시킬 수 있고 기아, 문맹, 질병, 빈곤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주 작은 예로,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유류에 포함된 교통환경세가 연간 7조원 정도인데 그중 70% 이상을 도로 항만 등 토목공사에 사용한다. 그 예산의 일부라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쓴다면 국제무대에서 낯부끄러운 일은 줄어들 것이다. 반기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문제를 주로 해외 연설에서만 언급했다. 부동산 기사보다도 보도량이 적었던 기후재난 기사는 내전 탓에 더 줄었다.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 BBC나 CNN에선 한국 언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후문제를 많이 다룰 뿐 아니라 톱뉴스로 올리고 있다. 한국은 왜 그럴까? 댓글이 함정이다. 사이버 시대에 댓글은 민심의 거울이고, 그래서 누군가는 기사 밑에 달리는 ‘좋아요’에 목숨을 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뉴스는 묻히고 만다. 조국 법무장관 사태 와중에 지지자들은 댓글로 사이버 대리전을 치르느라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떠나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이유에 눈 돌릴 새가 없다.

유엔기후정상회담에서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당신들이 어떻게 감히 이럴 수 있냐”며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고, 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여러분은 오직 돈과 영구적 경제성장에 관한 동화를 이야기할 뿐”이라고 환경문제에 무감한 세계 정상들을 질타했다. 선출 권력은 유권자의 관심 외엔 관심이 없다. 민(民)이 원하지 않는데 관(官)이 왜 먼저 바뀌겠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까. 환경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이 알려주었다. ‘문명을 구하는 전사’의 자세로 개개인이 함께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찬바람이 조금씩 거세지는데 아이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지구에서 좋은 대학이 뭔 소용이랴, 고3 엄마는 오늘도 전투복을 챙긴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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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 결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요구다. 절박함이 느껴진다. 기후 문제의 대명사로 사용되던 ‘기후변화’는 문제의 심각성을 왜곡한다는 인식 때문에 사용이 뜸해졌고, 대신 기후위기·기후폭력·기후재난·기후붕괴 같은 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후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커졌음을 뜻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1.5도로 막아야 하며, 2도 상승은 기후파국을 뜻한다고 경고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1.5도 상승까지는 12년 정도가 남았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국제사회의 정책 결정에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1년 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약속했고, 작년 여름 살인적인 더위가 덮치자 폭염은 재난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기후위기의 근원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2020년의 감축목표는 슬그머니 폐기되었고, 2010년 대비 2030년의 감축목표는 국제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관심은 한·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그런 우리나라가 2018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OECD 4위, 10년간 증가율 2위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국가’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우리는 몸에 조금만 열이 있어도 힘들어하지만 열로 끙끙대는 지구에는 무심하다. 규모가 너무 커서 실감을 못할 수도 있고, 모두의 문제니 누군가 알아서 할 거라 믿을 수도 있고,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 함께 죽는다는 것이니 무서운 느낌이 없을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사이 기후는 악화일로에 있다.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lt;구약성경&gt; 신명기) 사람이 살려고 하는 건 당연한데도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살기 원한다면서 생명 대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주의 길을 축복의 길로 착각한다. 착각한 줄 알고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고, 알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생활양식을 근원적으로 전환해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요구된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중독된 우리에게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삶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현실을 외면하고, 침묵한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같은 대책으로 ‘화답’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기후재난이 자신들의 미래를 앗아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청소년들이 밖으로 나와 외치기 시작했다.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파업 시위로 물꼬를 텄다. 청소년이나 기후난민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후 문제는 화석연료를 적게 쓰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쪽이 피해를 더 많이 보는 구조다.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국가, 집단, 개인은 아직은 피해에서 벗어나 있다. 기후재난은 공정하지 않다. ‘조국 사태’는 우리가 불공정에 얼마나 민감하고 분노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런 우리가 원인과 결과에서 모두 불공정한 기후위기에 침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다.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종은 툰베리에게 지금 가는 길을 계속 가라고 격려했다. 지금은 다수가 외면하고 소수만이 걷는 그 길이 바로 생명과 축복의 길이기 때문이다. 9월21일은 ‘기후위기비상행동의날’이다. 이제는 우리 다수가 침묵을 떨치고 힘을 모을 때다. 모두 함께 기후비상을 외치고, 정부와 기업에 비상대책 수립을 요구할 때다. 내가? “그렇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당장? “그렇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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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국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지속성장 방안 마련 세미나’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포함해 박주선, 염동열, 황영철 등이 참석했다. 여야 가릴 것이 없었다. 이때 전경련이 제시한 ‘설악산 종합관광 구상도’에는 오색케이블카를 중심으로 설악의 심장인 대청봉 주변에 호텔과 레스토랑 조성안을 담았는데, 설악산을 동네 뒷산보다 못한 흉물로 만들기에 충분해보였다. 개인적으로 유독 눈이 간 것은 모두가 분개한 대청봉의 대규모 호텔이 아니라, 설악이 품은 마을 오색을 거대하게 잠식한 승마체험장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소속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벌로 처리한 다른 시설과는 달리 커다란 동그라미로 구역을 표시해 더욱 눈에 띄었다. 왜 뜬금없이 국립공원에 승마장을 만들까라는 당시의 헛웃음은 이듬해 말에야 자연스레 풀렸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이 사랑하는 승마, 삼성이 조아리며 바친 말 3필의 뇌물을 보면서 말이다.

‘승마체험장’의 동그라미 하나가 보여준 힘은 거침없었다. 세미나가 있은 불과 한 달 후,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은 환경부 차관과 말을 맞춘 듯, 케이블카 예정노선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충족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위원이 다수인 위원회에서 투표로 의결해버렸다. 자료의 의혹을 지적한 소수의 반대를 ‘조건부’라는 그럴싸한 말꼬리를 달아서 말이다. 양양군은 1년이 넘게 걸릴 ‘조건’의 검토는 무시한 채, 그해 말 일사천리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설 승인이 당연히 통과되리라, 동그라미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정부의 거짓을 막아보겠다는 저항으로 환경영향평가서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이듬해 가을까지 계속되었지만, 환경부는 국가의 기준과 원칙을 눈감은 채 사업을 통과시키려 형식적 절차 완성에 급급해했다.

당시까지 관찰한 관계자들의 이상한 행동들은 이후 모두 이해가 가능했다. 승마장 표지와 연결된 비선 실세의 막강한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관부처도 아닌, 사실상 비선의 영향에 놓여 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케이블카와 관계된 5개 부처를 불러 모아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비밀 TF’를 만들어 대책을 모의한 것이다. 왜 이토록 작은 사업에 절대권력이 집착했을까? 이 사업은 단순한 케이블카 사업이 아니라, 국토 유린의 지렛대를 위해 우리나라 모든 보전법이 응집된 철벽 요새의 심장을 뚫어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업이 승인된다면 보전관련법은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 당연히 국가의 원칙과 기준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외치며 탄생한 정부는 비선권력에 의한 부정한 결과인 오색케이블카 문제를 올바로 되돌려 놓으리라 의심치 않았다. 2018년 3월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가 오색케이블카의 불공정 실체를 확인한 이후 곧바로 ‘정의’라는 이름의 철퇴를 기대했지만 소시민의 순진한 상상이었을 뿐이다. 정부의 부정한 결정이 파기되지 않은 것은 물론, 급기야 올해 5월 양양군이 보완서를 제출했고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수많은 거짓과 부실, 부정의 결과 외에 어떤 다른 내용을 확인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가가 만든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기준마저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당 도지사 한 명의 힘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또 다른 최순실이 어른거리는 이유이다. 이 지난한 과정만으로도 최소한 환경부 장관보다 강력한 비선의 존재는 확실해 보인다.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는 측은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기준과 원칙을 무시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부정과 불법을 통해 지나간 과정은 그것이 밝혀진 이상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단지 숙원이라는 이유가 기준을 어긴 잘못된 절차를 인정하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 만들어진 기준의 적용은 엄정해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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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산불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인데 우리 관심이 너무 인색하다. 무려 한 달 가까이 산불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언론재단의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 카인즈로 검색해보니 한 달간 보도 기사량이 59건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도 3주째로 접어든 8월22일에나 기사로 등장했다. 지난 4월15일 노트르담 성당 화재 때는 그날부터 한 달간 총 기사량이 1081건이었다. 프랑스를 넘어 인류 문화자산의 파괴문제라 그 정도 보도량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견줘 아마존 산불에 대해선 너무 무심하다. 노트르담 화재 기사량의 0.1%에도 못 미친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발 빠른 대응이 없다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14년 제5차 종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산림파괴를 포함한 토지 이용 변화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총 온실가스의 11%에 달한다. 탄소 흡수원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서울시 면적의 15배, 아마존 열대우림의 15%가량이 한꺼번에 잿더미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었을까? 아마존 우림은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파라주 알타미라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고 있는 가운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알타미라 _ AFP연합뉴스

브라질은 쇠고기와 닭고기, 대두 생산 세계 2위, 옥수수 생산 세계 3위 국가이자 대두와 육류 제품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우림의 나무를 없앤 후 소를 방목하거나 가축 사료로 쓸 콩과 옥수수를 생산한다. 식용동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전체 온실가스의 14%에 달한다. 더 많은 식용동물과 사료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숲들이 불태워진다. 나무를 베어 없애는 건 힘들고 시간이 걸리기에 불을 내서 한꺼번에 태워버린다. 

그래서 아마존 우림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지구 산소 공급이나 이산화탄소 흡수 차원을 넘어서더라도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식품 수입국 중 하나로 브라질 농축산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아직 브라질로부터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지만 지난해부터 돼지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량 중 브라질산이 최고로 많다. 브라질로부터의 수입이 한국 전체 농산품 수입의 5% 정도이지만 옥수수와 콩 자급률이 2016년에 각각 0.8%, 7.0%였으니 갈수록 수입이 늘 것이다.

302만마리, 1127만3000마리, 1억7055만1000마리. 무슨 숫자일까?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키웠던 식용 소와 돼지, 닭의 마릿수다. 우리는 한 사람당 고기를 얼마나 먹을까? 2018년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소 11.3㎏, 돼지 24.5㎏, 닭 13.3㎏으로 총 49.1㎏이었다. 2000년에는 각각 8.5㎏, 16.5㎏, 6.9㎏으로 총 31.9㎏이었으니, 그사이 53.9%나 증가한 것이다. 2017년 이 세 육류의 자급률이 66.7%였고 쇠고기는 41.0%로 더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 2017년 한국인 1인당 총 육류 소비는 58.0㎏, OECD 평균(69.4㎏)보다 낮지만 세계 평균(34.7㎏)보다 월등히 높다. OECD 평균이 기준이 될 수 없다. 육류 수입은 갈수록 느는데, 사육에서만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처럼 멀리서 수입해올수록 냉동에도 이동에도 더 많은 에너지가 쓰여서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유럽에선 육류세 도입이 늘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2016년부터 도입되었고 영국은 도입을 준비 중이다. 독일에서는 육류 제품 판매세 인상 법안이 발의되었다.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국민 건강과 가축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서란다. 우린? 당장은 육류세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지구 환경문제와 우리 삶의 연결성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모두가, 매 끼니, 채식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육식을 피하는 건 어떨까?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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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두 번째,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Begin with the end in mind)이다. 1996년 스티븐 코비사의 한국 파트너 회사에 입사하느라 무심히 읽다가 내 인생을 처음으로 되돌아보게 한 전환의 책이었다. 1994년 출간 당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초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고 있는 걸 보면, 저자가 언급한 습관은 여전히 유효한가 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좌우 정권을 떠나 이런 장면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의문이 든다.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가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한다. 의사가 되려면 의사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공무원도 다르지 않다. 다 필수과목이 있다. 비록 유한하긴 하나 어마어마한 예산과 법을 정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정치인의 필수과목은 무엇인가? 

아주 오래전에 미국인 대학생과 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었다. 왁자지껄 음주가무가 이어지는 가운데 누군가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대학생 왈, 자기는 앞으로 정치인이 될 거라 이런 유흥 장면이 찍히면 안된단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술이 확 깬 경험이 있다. 불과 20대 대학생이 이런 처신을 할 수 있게 만든 건 무엇일까?

아들이 이제 고3이다. 초·중·고를 거치며 학기 초에 꼭 제출해야 하는 설문지에는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요즘엔 희망 대신 장래직업을 묻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 것까지는 좋은데, 학교가 아이가 희망하는 장래직업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자꾸 장래직업을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새로운 직업이 무엇일지 잘 모르는 시대에 사는 터라 설문에 답하자면 한숨이 나온다.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이 7월25일 서울 홍대전철역 근처에서 거북이 분장을 하고 플라스틱이 동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발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쓰레기와 동물과 시’라는 기획을 마련해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바다로 옮기자면 올해 피서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쓰레기는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이다. 1인당 일회용 비닐 사용량 세계 1위도 우리나라다.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우리 밥상에 오른다 해도 올해 추석 선물은 또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물건들을 선택할 거다. 같은 값이면 더 크고 있어 보이는 포장들은 모두 플라스틱인데 말이다. 마지막을 마음에 새기며 시작하지 않기에 촉발되는 대표적인 일이 바로 환경문제다. 

우리는 여태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거창하게 환경교육이라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소비교육이랄까, 자기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소비의 시작점과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교과목에서 요청받은 적도 없다. 교육이란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폐기물, 폭염 등등 환경문제가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알고,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환경교사는 멸종위기종이고 문화적인 방법으로 시민의 환경인식을 드높이고 있는 환경영화제 예산은 계속 깎이고 있다.  

연세대가 내년부터 학부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인권을 교양 기초과목으로 개설한다. ‘인권과 연세정신’이라는 제목의 1학점짜리 강의는 ‘왜 인권인가?’ ‘인권의 역사와 내용’ 등 다양한 주제로 13주간 진행된다. 매우 고무적이고 부러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과 타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에 대해 생각하고 배워본 적이 없다. 쌀이 마트에서 나오는 줄 아는 아이들이 자라서 기재부 공무원이 된다면 어떻게 환경교육 예산을 늘릴 수가 있을까. 대자연의 위용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환경정책 입안자가 돼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스티븐 코비의 말대로 황금알을 얻으려면 거위를 잘 돌봐야 하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성공의 원칙이다. 정치인 걱정은 그만두자. 인권에 이어 어느 대학에선가 기후환경 필수교양과목도 탄생되길 빌어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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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본이다. 폭염보다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외침이 더 뜨겁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과 광복절을 지나며 함성은 더 커졌다. 직접적인 발단은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 보상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아베 정부는 수출규제로 보복을 감행했고,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건 일본 정부만이 아니었다. 2010년과 2015년, 대법원은 현대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끄떡도 없다. 기업이 법 위에 군림한다? 2004년, 고용노동부는 현대기아차의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해놓고도, 여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기업의 눈치를 본다? ‘재벌’이란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노동자들을 제멋대로 고용하고 해고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현대기아차 재벌,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징용으로 사람들을 마구 동원하고 착취했던 일본 제국, 이 둘은 그 본질에서 서로 얼마나 다른가? 문재인 정부가 아베 정부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현대기아차부터 제대로 다룰 일이다.

광복. 일제에서의 해방은 암흑 속에서 빛을 되찾은 기쁨과 감격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벅찬 기쁨과 감격도 일상의 변화로 녹아들지 않으면, 결국 의미 없는 문자만 남게 된다. 해방 후 74년,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왔는가? 성경의 ‘출애굽’은 노예였던 히브리인들이 이집트 제국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해방의 사건, 아니, 해방의 시작이었다. 해방은 이스라엘의 새로운 사회 건설로 완성될 터였다. 이스라엘 율법의 핵심인 안식일, 안식년, 희년 규정에는 모든 인간의 평등과 존엄, 땅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전망이 담겨 있다. 이 전망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현실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해방은 잠시뿐 억압과 수탈의 역사가 반복된다. 이스라엘은 다윗과 솔로몬 왕정 이후에는 줄곧 부패한 왕들의 폭정과 실정에 시달렸고, 결국 아시리아와 바빌론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해방을 가로막는 세력은 안팎에 모두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내부 세력이 더 위험하다.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아베 정권만 위험한 게 아니다. 이 땅의 자본은 기회만 있으면 노동자의 삶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정부는 그런 자본의 요구에 화답해왔다. 일본 경제보복이라는 비상한 상황이니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을 완화하라고 요구한다. 이 법규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불화수소 누출사고 이후 국민 안전을 위해 마련되었다. 얼마나 되었다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예하라고 채근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긴 나라다. 우리나라 토건 세력은 4대강을 16개 보로 찢어놓고도 여전히 목마르고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생태하천이라며 전국의 지천에 보 건설을 계속하고, 양수발전이라며 댐 건설로 지역주민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기 일쑤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며 설악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지에 케이블카를 놓으려 한다. 그 집요함에 소름이 돋는다. 개인과 자연이 자본의 편리한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늘, 자본이야말로 제국이다.  

우리 사회에서 제국 노릇하려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몰아내야 한다. 사람의 존엄과 생명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만큼 우리의 해방은 완성된다. 딱 그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의 한이 덜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부당한 대우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삶이 나아지고, 개발의 발톱에 찢긴 자연이 회복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다짐을 실현하려면 적어도 우리나라 안에서는 제국의 횡포가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잊지 말 일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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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기름을 부은 유니클로 임원의 말은 아마도 그가 장기간 우리 국민을 면밀히 관찰한 데에서 나온 말이리라. 그 임원은 ‘냄비근성’을 부드럽게 표현해 줬는데 우리 국민은 왜 분노한 것일까. 아마도 수많은 사회문제들에 쉽게 끓다가 아무런 해결 없이 잊히고 반복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면이기에, 정곡을 찔린 아픔에 더 분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폭염과 기후재난, 겨울에는 미세먼지, 연중 플라스틱쓰레기와 핵문제, 자연파괴로 이어지는 반복되는 환경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이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가 오염되어 모두가 피해를 받는 상황이 뚜렷해짐에도 점점 관심 밖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폭염은 에어컨, 녹조는 페트병의 생수,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가 해결해주고 쓰레기와 방사능은 나와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외면하지만, 더 이상 진부한 재난영화의 클리셰가 아닌 내 눈앞의 현실임을 주시해야만 한다. 언론을 만들어가는 일부는 외면이 가능하겠지만 많은 서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8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주댐 부근에 짙은 녹조가 끼어 있다. 이곳은 영주댐을 만들고 4년동안 매년 녹조가 발생된 곳으로 수질개선을 위해 만든다는 목적과 다르게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지역으로 내성천 보존회등 환경단체들이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반도 역사상 최대 혈세낭비와 환경파괴 행위인 4대강사업으로 촉발된 ‘녹조라떼’는 한때나마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지금은 마치 강물이 깨끗해지기라도 한 양 관심 밖으로 밀렸지만, 연어도 아닌 것이 물을 거슬러 오르며 확산되고 고도정수에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갈수록 오염이 심해지는 게 현실이다. 4대강 재자연화 촉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루라도 빠른 보의 철거와 강둑의 복원이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건강 위협을 줄이는 일임은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경제부흥을 빙자한 환경파괴 행위인 하천 토건사업이 허상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로도 반드시 빠르게 추진되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보 해체는 지리멸렬하기만 하다. 그런데 복원이 더딘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파괴적 보 조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단물을 다 빼먹은 4대강이 아닌 그 지천으로 옮겨갔을 뿐, 지금 이 시간에도 4대강을 포함해 국토의 모든 강에는 무수히 많은 보가 촘촘히 건설되고 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단순 진리의 검증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썼는데, 이제 또 다른 만고의 진리인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검증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4대강을 막은 16개 보 해체에만 관심을 갖는 사이 국토의 실핏줄이라 할 수 있는 지천에서는 각 지천 하나당 4대강사업 모든 보의 개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보가 지금도 계속 건설되고 있다. 그럴싸한 ‘생태하천 복원’ ‘고향의 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다.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강을 죽이고, 지금은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위대함이 만들어낸 생태기능과 아름다움을 망가뜨리고 있다. 말장난 사업으로 멀쩡한 멸종위기어류의 서식처가 없어지고, 둔치의 자연정화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더불어 상류의 물길까지 막아 물은 4대강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오염된다. 윗물에서 썩은 물이 흘러들어오는데 4대강 보가 해체된들 강물이 깨끗해질 리 만무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천의 수많은 보 조성사업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하류의 4대강에 있는 모든 보를 해체해도 절대 물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4대강 재자연화는 늘 그랬듯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그사이 지천의 보는 셀 수 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루한 논란 끝에 시범적으로 철거한 몇몇 보는 궤변으로 일삼은 4대강 찬성론자들을 다시 수면 위로 불러낼 것이다.

불탄 잿더미 복원을 위한 논쟁보다는 지금 확산되는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벌어진 폭력인 4대강사업보다 현재진행형인 지천에서 자행되는 각종 하천파괴사업 중단이 훨씬 시급하다. ‘녹조라떼’는 후손의 생명을 위해 식지 않는 ‘가마솥’이 되어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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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친구들 몇이서 처음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그 시절 얘길 하다보니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졌는지 감회가 새로웠다. 집마다 어떤 가전기기가 있는지 공개적으로 손을 들라며 조사했던 이야기도 나눴다. 참으로 인권감수성이 없었던 때였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전학 와서 언니 오빠와 대구에서 자취를 했다. 자취집엔 전화기가 없었다. 전화 걸 일이 있을 땐 전화국까지 가야 했다. 신청한 전화번호로 교환원이 전화를 걸어 연결해줘야 통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손엔 스마트폰이 있다. 소형 컴퓨터를 들고다니는 셈이다. 음성통화도, 문자도, 화상통화도 가능하고, SNS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또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은행 업무도 주문도 결제도 할 수 있고, 길찾기 앱으로 아무 데라도 찾아갈 수 있다.

그땐 주말마다 ‘비둘기호’란 완행열차로 고향집엘 다녀왔다. 지금은 KTX로 17분 걸리는 그 길이 두 시간 넘게 걸렸고 그런 열차조차 하루에 두세 번밖에 없었다. 엄마가 매주 싸주시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해야 해서 자취방엔 자그마한 중고 냉장고가 있었다. 요즘 흔한 양문형 냉장고 용량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몇 년간 자취방에 TV가 없어서 주말에나 볼 수 있었다. 리모컨도 없었던 시절, 채널권을 두고서 얼마나 다퉜던지….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개인 시청까지 가능한데 말이다. 중2 때였나, 컬러 TV시대가 열렸다. 얼마나 놀랍던지!

올해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꼭 40년이 되었다. 친구들과 얘길 나누며 다시금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락하게 바뀌어왔는지 새삼 느꼈다. 게다가 이런 변화가 한 사람 생애 절반의 짧은 기간 안에 일어났단 사실도 참으로 놀랍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가를 수반한 것이었다. 바로 기후변화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에너지 노예’라 불리는 수많은 기계를 만들었으며 그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왔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특히 석탄 발전 전력을 너무나 쉽게 많이 사용해왔다. 산업화의 빠른 진행만큼 기후변화도 가파르게 진행되어 왔다.

기후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대응수단이 없지 않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이 기후위기, 나아가 고용위기 해결의 현명한 대안들 중 하나다. 이를 위한 기술변화도 사회변화도 가능할뿐더러,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오래 유지해온 전력기술이나 시장구조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술 혁신과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

최근에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자율적인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일명 PPA)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생에너지 100% 전력을 쓰겠다고 선언한 세계 굴지의 RE100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미 191개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이제 협력업체들에도 부품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만들어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기업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RE100에 우리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PPA가 가능한 전기사업법 개정,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여러 문들 중 하나다. 이제 그 문을 열어야 한다.

빠른 변화는 가능할 뿐 아니라 빠른 변화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많은 일들이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거나 상상 속에 머무르기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그로 인해 사회도 바뀌고 사람들 생각도 바뀌어 왔다. 이미 기술은 있다. 이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요구되는 변화를 더 빨리 만들어가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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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기후환경 뉴스 클리핑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주요 후원자께 보내드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2016년 5월26일부터 시작한 게 오늘 아침자로 755호가 되었다. 깜찍한 속셈은 후원자께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비치면서 돈 달라고 하기 민망해서 매일 아침 인사 겸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오전 5시쯤 일어나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는데 6시30분이면 발송했던 문자를 요새는 7시 넘어서야 겨우 완성한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일 때만 반짝 보도되고 기후환경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뉴스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그렇다. 뉴스가 없다고 기후 문제가 없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게 함정이다. 

언론을 흔히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언론 속 기후변화의 빈도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걸까? 모 언론사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빅카인즈’를 이용해 11개 종합일간지에서 기후변화(지구온난화 포함) 관련 기사를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2월까지 꾸준히 늘던 기후변화 기사는 사건 기사처럼 이벤트성으로 바뀌게 된다. 최근 5년간 월평균 기후변화 기사는 161건에 불과한 데 비해 ‘부동산’ 기사는 2209건이나 된다. 그렇다면 11개 종합지들이 한 달에 평균 0.5회 보도한 셈이다. 이슈의 엄중함에 비해 너무 적어서 한숨이 나온다. 

보도량도 문제지만 보도내용 또한 문제다. 미세먼지가 요동을 쳤던 지난 3월에는 2459건이 보도되었는데, 지금은 미세먼지 기사를 찾기도 어렵다. 전 국민이 불안에 떨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기후환경회의까지 만들었는데, 미세먼지가 좀 덜한 지금 이 시점에선 침착하게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는 보도는 찾기도 어렵고, 보도가 된다 한들 주목받지도 못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서야 비로소 보도되었고, 필리핀으로 위장 수출된 건이 드러나자 환경부를 비난하기 바쁘다. 

<팩트풀니스(Factfullness)>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데 특이하게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사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실상을 체계적으로 오해하는 10가지 이유를 ‘사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뉴스 클리핑 경험상 이 10가지 중 ‘부정본능(The Negativity Instinct)’과 ‘비난본능(The Blame Instinct)’이 우리나라 뉴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것 같다. 어느 나라든 뉴스는 극적이고 부정적인 소식을 주로 보도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사고 많은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원인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탐사보다 너무 즉각적인 결론, 몰매 때리기, 편갈라 공격하기로 비난에 그친다는 게 사건보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앞으로 서울의 온도가 40도를 넘기고, 미세먼지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6개월 이상 비가 안 와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쳐 고층아파트가 붕괴된다면… 기사가 넘치겠으나 얼마나 살아남아 기사를 읽어줄지는 잘 모르겠다.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매년 5~6월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왔는데, 이번에는 추천을 넘어 미국의 모든 대학 졸업생들에게 직접 &lt;팩트풀니스&gt;를 구입해 선물했다.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자신의 신념과 실재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확한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리라. 우리도 언젠간 이런 부자 한 명쯤 볼 날 있겠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95~100%다.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팩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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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자 해당 산업 전체가 술렁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본산 비중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90% 이상, 에칭가스가 44% 정도라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 분야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크다. 정부와 기업은 각종 대책 마련에 바쁘고, 일본의 조치를 부당하게 여기는 시민들 사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촘촘한 국제 분업체계로 이뤄진 반도체 같은 산업에서 모든 과정을 국산화할 순 없다지만, 그럴수록 탄탄한 기본의 확보가 더욱 절실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름도 잘 모르는 기본소재에 화려한 첨단산업의 명운이 달렸듯이, 오늘날의 놀라운 발전과 풍요와 편리도 결국 몇몇 ‘기본’에 의존하고 있다. 기본의 위기는 우리의 삶 전체의 위기를 뜻한다. 오늘날 기후변화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면, ‘기후’는 가장 중요한 삶의 기본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현재의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으로 변할 때까지 남은 시간을 10여년으로 추산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느긋하다. 지난해의 살인적인 폭염은 기억 저편에 묻혀 있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없어서인지 기후변화에 관한 기사도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치도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놓고 논쟁 중인데, 한국 정치는 말이 없다.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설마 내가 사는 동안에야 무슨 일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리 위급한 일도 강 건너 불로만 보인다. 안이한 상황 인식에서 진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은 나오지 않는다. 하던 일을 접고, 위험을 알리기 위한 자발적 행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편, 소수이긴 하지만 기후변화를 자신의 문제로 느끼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로 청소년들이다. IPCC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청소년들은 기후재난의 한복판에서 살게 될 사람들이다. 기후변화의 결과는 오롯이 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그래서인가,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저항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점점 많아진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를 시작한 스웨덴 학생 그레타 툰베리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해야 할 것을 하자. 바로 지금 여기서. 사는 규칙을 바꾸자. 행동이 희망을 낳는다.” 이런 요구가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면, 우리가 처한 상황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임을 알아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쉬운 까닭이다. 지금처럼 살면서, 어떻게 해결해보자는 주장이야말로 비현실적이다.

기후변화가 기후재앙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다면, 방식만 다를 뿐 우리는 어차피 변하게 되어 있다. 파국이 닥치기 전에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다. 파국이 닥치고 나면 더 이상 선택의 기회는 없다. 우리는 강제로 변하게 된다. 양쪽 모두 고통이 따르지만, 강제되는 변화의 고통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거기서는 변화의 의미를 찾을 수도 부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발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 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계속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시해온 그 어떤 것도, 경제발전도 풍요와 편리도, 삶의 기본인 기후를 대신할 수 없다. 툰베리의 말대로, 생존의 문제에서 “중간지대”는 없다. 우리가 변화하든 기후가 변화하든 둘 중 하나다. 우리 앞에는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 축복과 저주가 놓여 있다.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기>)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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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늪은 지구상에서 단일 생태계 유형 중 영양물질이 가장 풍부한 곳이다. 당연히 생산성과 생물종다양성이 높다. 이곳을 논으로 만들면 상대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풍부한 수확을 올릴 수 있다. 대략 한 말의 볍씨를 심어 벼 4가마를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인 ‘마지기’는 약 150~300평까지 지역마다 다른데, 한 마지기 면적이 150평으로 가장 작은 동네는 오랜 세월 동안 하천이 범람하던 늪지대를 낀 지역이다. 땅에 양분이 풍부하면 벼를 촘촘히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 한 톨의 쌀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늪지를 메워 논경작지로 만드는 일은 국가와 개인 모두 절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였다. 범람을 거듭하며 수만 년의 에너지가 응축된 늪지에 제방을 쌓아 풍부한 수확을 올려 배고픔을 탈출한 경험은 당시를 산 어르신들이라면 온몸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토건장비들이 여의치 않을 때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말 그대로 순수 노동으로 제방을 쌓아 왔던 어르신들의 헌신으로 그 많던 범람원 늪지대는 빠르게 사라졌다. 어르신들에게 늪지대란 훌륭한 논이 되어야 할 곳이 버려진 안타까운 곳이며, 이곳에 터를 잡은 수많은 새들과 동물들은 곡식을 훔쳐가는 유해조수일 뿐이다. 늪지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배고픔을 기억하는 새마을운동세대들에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경제적 행위인 것이다. 이미 쌀이 넘쳐나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고, 심지어 논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만 해도 돈을 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늪지대를 없애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제방을 쌓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렇게 늪지대를 없애는 사업은 4대강사업을 통해 분명 실이 훨씬 큼을 확인했음에도 지금도 멈추지 않고 모든 지천으로 확장되어 늪지대를 없애고 있다.

생산량이 많은 토지는 적은 노력으로 풍부한 먹이를 사냥할 수 있으니 동물 입장에서도 훌륭한 서식처가 된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살던 늪지를 사람이 차지했으니 당연히 야생동물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늪지가 주된 서식지인 동물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새마을운동이 활발해질 즈음 한반도에서 사라진,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담긴 처량한 목소리의 주인공 ‘따오기’도 사람과의 경쟁에서 도태된 종 중 하나이다.

늪지를 메우던 새마을운동과 함께 사라진 따오기 40마리가 10년의 노력 끝에 지난 5월 우포늪 사육장에서 야생으로 날았다. 따오기 서식처인 늪지를 꾸준히 확장하겠다는 창녕군의 의지와 함께 말이다. 야생에서 발견된 지 40년이 넘은 멸종종의 복원이니 창녕군의 노력에 너무 감사하며 이 아이들이 잘 적응하길 바라 본다. 그런데 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이율배반적 늪지훼손을 다른 이도 아닌, 10년간 따오기를 증식, 방사한 경남 창녕군이 진행하고 있다. 따오기가 새장에서 나오면 곧바로 찾을 것이라 예상한, 우포늪에서 불과 10㎞ 남짓 떨어진 대봉늪 한가운데를 막는, 자연습지를 훼손하는 제방공사가 따오기 방사와 함께 진행 중인 것이다. 제방공사를 위해 축구장 22개 크기의, 나라에서 인정한 몇 안되는 1등급 습지를 단 3시간 만에 조사한 후 환경적 가치가 없다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예상대로 방사한 따오기 중 한 마리는 공사로 인해 훼손돼가는 열악한 여건에도 대봉늪을 찾았고 그곳에는 지금도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 흔적이 널려 있다. 발 달린 동물은 그 어떤 개발에도 다른 곳에 가서 잘 산다는 환경영향평가는 대체 왜 하는지? 거짓으로 포장한 늪지대 훼손공사를 멈춰야 하는 이유로 무엇이 더 필요할까?

홍수와 재난을 막기 위해 이미 70년대부터 하천 제방을 제거해 온 독일과는 반대로 지금도 전국 지천의 제방은 높아져만 가고 홍수를 막는, 따오기의 서식처 늪지대는 사라지고 있다. 새장 밖을 나온 따오기를 맞이하는 곳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죽음의 함정이 아니길 바란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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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막연한 위험이 아니라 임박한, 아니 현재 진행 중인, 실질적 위험의 시대다. 때 이른 6월 폭염으로 유럽이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우리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다. 매년 최고기온을 갈아치우고 있어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얼마 전 영국에선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란 단체의 비준법 저항운동이 연이어 벌어졌다. 멸종저항은 현재의 기후위기를 우리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임박한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지난해 8월 출범한 단체다. 올 4월 멸종저항운동가 수천명이 런던 시내 주요 시설에서 점거 시위와 의도적인 교란을 펼쳤고 두 주간 10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영국 역사상 최대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해 정치권의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영국 의회는 5월1일 기후위기를 인정하면서 ‘기후변화 국가비상사태’ 선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적극적인 기후 대응을 촉구하면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란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24일 ‘기후파업’이란 이름의 등교거부 행사가 있었다. 막연한 우려를 넘어 긴급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시민사회 요구가 세계 곳곳에서 드세지고 있다.

이런 시민사회의 움직임과 함께 최근 여러 국가들에서는 눈에 띄는 정책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들은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아니라 반드시 줄여야 할 규범적인 목표를 먼저 정하고 목표 달성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줄이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수요관리 강화로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었다.

영국은 G7 국가들 중 최초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영(0)으로 줄이기로 공식 선언했다. 영국에선 이미 2015년에 재생에너지발전이 석탄발전을 처음으로 추월하더니, 올해 5월 들어서는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주 동안 석탄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 신기록을 세웠다. 독일은 2022년 원전 제로, 2038년 석탄발전 제로, 2050년 재생가능에너지 80%,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80~95% 감축을 내걸었다. 독일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고 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이 4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일본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파리협정을 탈퇴했지만 캘리포니아주가 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목표로 하는 등 주 차원의 대응이 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정책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는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송부문에선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 빠르게는 2024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과 100% 전기차를 선언했다.

거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만큼 세계적 대응은 날로 강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몇몇 언론의 가짜뉴스 유포나 부처이기주의적 규제 강화, 안일한 행정 편의주의, 환경보전과 재생가능에너지 설치를 둘러싼 녹녹갈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애물로 에너지전환이 더디기만 하다. 기후변화 자체도 문제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정책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기후변화 이전에 경제가 교란되면서 우리 삶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이제 경제문제이자 생존문제가 되었다. 폭염의 시대, 에너지전환의 긴급성을 더 뜨겁게 느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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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옥(inferno). 

스페인 공영방송(RTVE)의 기상캐스터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이름으로 유럽의 때 이른 6월 폭염 소식을 트윗으로 전했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에서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며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는 스페인 북동부와 프랑스 남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고되었다. 만일 이 온도가 현실이 된다면 프랑스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2003년 8월12일 44.1도를 경신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그해에 프랑스인 1만5000명을 포함, 유럽에서 7만명이 사망하였다. 대부분 대책 없이 더위를 견뎌야 했던 노약자와 빈곤층들이었다. 

유럽이 이 정도인데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지난 6월17일 인도 동부의 비하르주에서는 섭씨 45도의 폭염으로 184명이 사망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인도 첸나이주에서는 폭염으로 36명이 사망하였고, 가뭄으로 물이 없어 호텔과 식당이 문을 닫기까지 하였다. 죽은 사람도 애통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도 견디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스’지에 실린 영국 브리스틀대학의 기상학자 유니스 로 팀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섭씨 3도 이상 상승하면 LA에서만 2500여명이, 뉴욕에서는 6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폭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되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폭염은 주로 노약자와 야외 노동자, 빈곤층에 큰 위협이 되며 특히 포장도로와 고층 빌딩들이 밀집된 대도시는 도심 열섬이 형성되는 탓에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고 보고하였다. 

지난 25일 유엔에서 필립 알스턴 유엔 빈곤·인권 관련 특별보고관은 “부자들은 더위, 기아,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나머지 세계는 극심한 고통을 받는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시나리오의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2012년 뉴욕시에 허리케인 샌디가 몰아쳤을 때 수천명의 저소득층이 며칠 동안 전기와 의료서비스 없이 방치되는 동안 뉴욕 맨해튼 골드만삭스 본사에서는 수만개의 모래주머니가 준비되고 사설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했던 사례를 들었다. 

폭염은 주차장의 자동차도 불붙게 하고, 타이어에도 펑크를 내며 열사병으로 즉각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미세먼지만큼 관심을 두지 않는 걸까? 우리나라도 벌써부터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있는데 폭염을 미세먼지만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 살면 집, 자동차, 지하철, 백화점, 찻집, 서점 등등에서 즉각 더위를 날려줄 에어컨이 가동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0년간 탄소연료에 과잉 의존한 탓에 지구가 뜨거워졌고 그 여파로 미세먼지도, 폭염도 심해지고 있는데 전기를 더 써서 더위를 막는 게 잘하는 일일까. 안 그래도 너무 값싼 전기요금을 여름에 한시적으로 내린다는데 옳은 결정일까. 

작년 여름 배달 노동자 박정훈씨(35)는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는 1인 시위를 했다. 한여름에 서 있기도 어려운 가운데 일하는 사람을 배려해 달라는 작은 요청이다. 서울 서초구청이 작년 ‘서리풀 원두막’이라는 이름으로 한여름 보행자를 위해 그늘막을 만들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폭염 발생 이후에 대해 실용적인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을 방지하기 위한 예비책에 대해 논의하는 곳은 잘 안 보인다. 아마도 정부와 국회에서 탄소에너지를 자연에너지로 대전환할 에너지기본계획과, 폭염도 재난으로 간주하여 폭염방지법 제정을 통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더위의 기세가 등등한데 국회는 아직도 개점휴업 중이다. 없는 사람은 기후재난 앞에서도 차별받는다. 열받은 유권자들이 폭염보다 더 뜨겁게 응징할 날, 얼마 안 남았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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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8일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발표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4대강사업에 실시한 수차례의 감사원 감사 결과는 ‘총체적 부실’ ‘입찰 비리’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 같은 말로 요약된다. 4대강사업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결론이지만 16개의 보는 4대강을 가로막은 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보 해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내놓은 ‘금강·영산강 보 2개 해체, 1개 부분해체, 2개 상시개방’이라는 처리방안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보 해체 반대를 떠받들고 있는 강력한 논리 중 하나는 ‘돈’이다. 잘못된 사업이라고 해도 기왕 엄청난 돈을 들여 지어놓은 걸 어떻게 할 것이냐, 다시 비용을 들여 해체하느니 잘 사용하자는 것이다. 복원을 전제로 가리왕산에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만들어놓고도 복원 약속을 가볍게 무시하고 버티는 강원도가 믿는 구석도 결국은 돈의 논리다. 

돈타령은 법원에서도 잘 먹힌다. 지난 2월14일 서울행정법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는 위법이지만, 취소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건설허가 취소로 예상되는 1조원의 손실이 판결의 주된 근거였다. 2017년 공론화에서 ‘탈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라는 묘한 결론의 배경에도 수조 원으로 추정되는 매몰비용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돈의 승리다. 일단 일을 크게만 벌여놓으면 법과 규정을 어겨도 사업은 가게 되어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밖에 없다. 돈 앞에서 법과 규정은 점점 무력해진다. 얼마 전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작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논의는 이런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작년에 강원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 건설부지에서 지질학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천연동굴 2개가 발견되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천연동굴 발견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문화재 지표조사에서도 동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실한 평가와 조사로 볼 수밖에 없다. 사업자의 의뢰로 작성된 ‘기초조사 의견서’는 동굴 내부에서 인위적인 요인일 수 있는 균열과 훼손을 확인했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도 ‘기왕’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16일 양양군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완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이미 조작과 부실 판정을 받았던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다. 설악산 보전의 필요성과 케이블카사업 진행 과정의 부당함은 이미 차고도 넘치게 밝혀졌다. 보완이 가능할 수 없는 사안이고,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만이 답이다.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의 시행은 전국의 산지관광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산에서 4대강사업의 재현을 막고 개발의 탐욕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노선 길이를 2㎞에서 5㎞로 늘려놓은 자연공원법의 수상한 시행령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

법은 머릿속이 아니라 누군가를, 무언가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생겨난 것이다. 규정은 그것이 없으면 피해를 입게 되는 존재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현실을 살피고 법과 규정을 적용할 때의 마음가짐으로는 ‘기왕 돈이 들어갔으니’가 아니라 ‘설사 돈이 들어갔더라도’가 맞다. 4대강 보 해체에는 돈이 든다. 하지만 ‘이런’ 돈은 ‘그런’ 돈과는 다르다. 그럴 가치가 충분한 사회적 비용이다. 돈에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우리를 점점 더 지배한다. 새로움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현실에 대한 복종과 순응만 남는다. 이런 현실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보 해체와 설악산 케이블카사업 폐기는 이제는 돈타령이 아니라 돈으로 파괴되는 생명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겠다는 사회적 반성이다. 체념과 무기력으로 죽어가는 사회를 살리겠다는 결단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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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동력은 다소 잃었으나 ‘기득권 카르텔형 부패국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 보입니다. 비록 가시적 성과는 흐릿해도 초심으로 제시했던 핵심공약 대부분이 시도되었고 지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약 이후 전혀 실천할 맘이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국토 환경개선의 근간인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자연자원 총량관리제도’와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이 그것입니다. 실천은커녕 논의조차도 없습니다. 이 제도는 지금도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전문가를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정부 논리로는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법은 없어도 됩니다. 가방끈이 조금 긴 자가 개발예정지역을 잠시 둘러보고 상상으로 조사서류를 작성하면 가장 힘든 조사과정이 쉬이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1인이 단 3시간 만에 방대한 지역에 7개 분야 전문조사를 마쳤어도 정당하답니다. 그 전문가의 눈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늪지대에 널린 수달과 삵의 배설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혹여 누군가가 문제를 밝혀도 일부 부족했다고 간단히 인정하면 됩니다. 조사 당시 안 보였을 뿐이니까요. 문제를 만든 사람만 괜한 짓 한 게 됩니다. 심지어 계약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전문 ‘조사자’로 버젓이 내밀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궤변의 논리까지 정부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성실한 전문가는 정말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앞으로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목록은 모두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떠한 개발로도 멸종되지 않고 알아서 잘 살기 때문입니다. 모든 멸종위기 동물은 다리가 달려 서식처가 파괴되면 알아서 제 살 곳을 찾아가고, 식물은 옆으로 옮기면 됩니다. 보존할 가치가 높은 지역은 한반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토록 대단하다고 자랑했던 설악산 정상부 고산지대도 가치가 없답니다. 산양은 딴 데 가서 산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갈까요? 

개발에 의한 환경영향을 줄이려는 법률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한데 정작 이 법의 해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의 환경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요식행위가 되었습니다. 법률의 허우대는 멀쩡합니다만 이는 다만 의미 없는 검은색 글자일 뿐입니다. 법으로 환경의 가치가 강화됨에도 왜 그 중요한 야생생물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대학교 전공은 대부분 사라졌을까요? 열심히 하면 일자리를 뺏기는 이상한 법 때문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니 배움의 열정과 자긍심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러니 대학에서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성실하면 일할 수 없는 이상한 법 때문에 ‘복붙’의 비양심적 업체들과 무늬만 전문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이제는 학문의 근간이 되는 생물분류군별 조사자조차 섭외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환경의 현 주소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열악해지는 ‘오염국가 대한민국’에서 왜 병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네들은 거짓과 진실도 다수결로 판정한답니다. 짐짓 점잔을 빼고, 권위를 내세우는 판정단에는 거짓말한 당사자가, 거짓을 묵인했던 사람이 들어와도 무방하답니다. 이렇게 거짓은 또 진실이 됩니다. 그리고 항변할 수 없는 생물들은 사라집니다.

최악의 환경오염 국가에 살지만 이들에게 표를 주는 우리가 정부를 욕하면 안됩니다. 우리 동네가 개발되면 잘살 것이라는 허상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국정농단을 겪고 탄생한 정부조차 이 공약의 먼지를 털지 않아도 되는 이유겠지요. 정치가는 정권을 잡기만 하면 공익은 접어두고, 소위 통 큰 개발로 주민을 기망하여 표를 구걸해야 하니 자본과 권력의 지향점이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표, 최순실표 막개발이 멈추지 않는 이유이겠지요. 

눈앞의 욕심은 질병으로 돌아옵니다. ‘생태계 보전’ 공약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시간입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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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인 6월1일, 천안 계성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이 열렸다. 4월29일에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전국 각지에서 성별 연령별 분포를 고려하고 학력과 직업도 추가로 고려해서 선발된, 그리고 참여하겠다는 자발적 참여 의지와 희망을 표명한, 500명이 모였다. 국민을 대표해서 이들이 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학습하고 토론하고 숙의해서 정책 아이디어와 국민실천방안을 마련해보자는 거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던 필자가 이번에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으로 다시 행사를 참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행사를 참관할 수 있는 건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그날 계획되어 있던 개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숙의”와 “경청”이란 단어가 좌우 벽면에 붙어 있었다. 

대강당은 참여자들의 의욕과 책임감, 사명감으로 꽉 찬 듯했고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국민정책참여단은 위촉장을 받았고 국민 대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 선서도 했다. 각 연령대별로 대표자들이 나와서 참여단에 임하는 소감과 각오도 발표했다. 모두가 사뭇 진지했다. 청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시민 각자가 미세먼지 피해자이면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고백, 그래서 직접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고 싶고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6월에 제1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리고 9월에 제2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어떤 제안이 나올까, 국민 참여와 숙의의 결과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

그런데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이 공론화 과정에 충실하려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이런 상황을 잘 보도해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가주면 좋겠지만 이제 굳이 언론의 매개가 필요하지만도 않다.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는 늘 열려 있다.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좋겠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란 코너가 있고 “국민생각함”이 있다. 정부를 향해, 시민을 향해, 기업을 향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특히 국민정책참여단에는 19세 이상 성인만 참여하기 때문에 온라인 토론회에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 어떨까?

얼마 전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2018년 국민환경의식 조사에 따르면 가장 불만족도가 높은 환경문제가 바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질 문제였다(매우 불만족 27.9%와 불만족 12.8%).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질 개선이 단연 1위였다. 미세먼지 문제는 결코 소수의 사람이, 단기간에, 풀 수 없다. 배출원이 너무나 다양하고 지금의 에너지 소비와 육식 등 삶의 양식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친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갈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같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해도, 심지어 배출량이 줄어들어도, 대기 정체시간이 길어져 고농도가 여러 날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비상저감대책이 필요한 시기는 이제 지났다. 에너지 소비 규모는 물론 기상상황과 연결되어 있기에 계절적 편차가 크지만, 문제 발생 당시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비상상황이 오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서 시행해야만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전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에, 미세먼지 공론화 과정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모두의 현명한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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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심상찮다. 더위도 안 타고 자연에 순응하자 주의라 평생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 작년엔 쪄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한 대 들여놓고야 말았다. 올해는 5월 초부터 햇살이 예사롭지 않더니 첫 폭염주의보가 5월15일 광주에서 울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폭염주의보는 7월15일에 발령되었건만 올해는 두 달이나 빨라졌다. 그새 광주에는 두 번째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등도 섭씨 40도에 육박하여 역대 5월 기온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 홋카이도 사로마에서도 기온이 39.5도까지 올라 역대 5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을 포함, 국내외 과학자들도 올해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록이 한번 깨지면 우연이지만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에 계속 쌓이면서 이런 기상이변은 계속될 텐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11일 1958년 관측 이후 처음으로 415ppm을 돌파하며 인류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CNN에 따르면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진화한 80만년 만에 가장 높은 CO2 농도란다. 이런 빅뉴스가 우리나라에서는 해외토픽처럼 스쳐지나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최근 3년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되레 증가했다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세계 196개국이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고 협약까지 했는데 말이다.  

폭염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인당 전기 소모량은 역대 최고기록을 세워 2000년과 비교해 무려 2배나 썼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 많이 썼고, 가격이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싼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왜 해결에 진전이 없는지 쉽고도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소위 기든스 패러독스라고 일컬어지는데,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심리학 실험실에서 말하는 마시멜로 효과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보통 미래에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보다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성된 시민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문제가 국내적이건 국제적이건 간에 언제나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만 실질적인 대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정책과 제도와 그것을 수용하고자 하는 사회적 여론 조성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책장을 덮으며 밖을 본다. 유럽에서는 녹색당이 약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떨까. 더운 날씨, 플라스틱 컵에 빨대를 든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SNS를 타고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를 쓰겠다는 약속이 넘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보기 어렵다. 작년 8월부터 커피숍에서 일회용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유리찻잔이 손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원하니까 강제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은 만들었지만 단속을 안 하기에 장식용 법처럼 보인다. 플라스틱 사용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썼던 언론사 1층 커피숍에도 여전히 일회용만 출렁인다. 법을 만든 국회에서도 행사가 열리면 일회용품을 당연히 쓴다. 기후변화 같은 주제는 의제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명사’의 세계에 살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은 ‘동사’로만 가능한데 말이다. 시민환경단체가 건널목이 되고 싶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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