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8일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발표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4대강사업에 실시한 수차례의 감사원 감사 결과는 ‘총체적 부실’ ‘입찰 비리’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 같은 말로 요약된다. 4대강사업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결론이지만 16개의 보는 4대강을 가로막은 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보 해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내놓은 ‘금강·영산강 보 2개 해체, 1개 부분해체, 2개 상시개방’이라는 처리방안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보 해체 반대를 떠받들고 있는 강력한 논리 중 하나는 ‘돈’이다. 잘못된 사업이라고 해도 기왕 엄청난 돈을 들여 지어놓은 걸 어떻게 할 것이냐, 다시 비용을 들여 해체하느니 잘 사용하자는 것이다. 복원을 전제로 가리왕산에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만들어놓고도 복원 약속을 가볍게 무시하고 버티는 강원도가 믿는 구석도 결국은 돈의 논리다. 

돈타령은 법원에서도 잘 먹힌다. 지난 2월14일 서울행정법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는 위법이지만, 취소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건설허가 취소로 예상되는 1조원의 손실이 판결의 주된 근거였다. 2017년 공론화에서 ‘탈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라는 묘한 결론의 배경에도 수조 원으로 추정되는 매몰비용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돈의 승리다. 일단 일을 크게만 벌여놓으면 법과 규정을 어겨도 사업은 가게 되어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밖에 없다. 돈 앞에서 법과 규정은 점점 무력해진다. 얼마 전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작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논의는 이런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작년에 강원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 건설부지에서 지질학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천연동굴 2개가 발견되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천연동굴 발견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문화재 지표조사에서도 동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실한 평가와 조사로 볼 수밖에 없다. 사업자의 의뢰로 작성된 ‘기초조사 의견서’는 동굴 내부에서 인위적인 요인일 수 있는 균열과 훼손을 확인했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도 ‘기왕’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16일 양양군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완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이미 조작과 부실 판정을 받았던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다. 설악산 보전의 필요성과 케이블카사업 진행 과정의 부당함은 이미 차고도 넘치게 밝혀졌다. 보완이 가능할 수 없는 사안이고,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만이 답이다.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의 시행은 전국의 산지관광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산에서 4대강사업의 재현을 막고 개발의 탐욕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노선 길이를 2㎞에서 5㎞로 늘려놓은 자연공원법의 수상한 시행령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

법은 머릿속이 아니라 누군가를, 무언가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생겨난 것이다. 규정은 그것이 없으면 피해를 입게 되는 존재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현실을 살피고 법과 규정을 적용할 때의 마음가짐으로는 ‘기왕 돈이 들어갔으니’가 아니라 ‘설사 돈이 들어갔더라도’가 맞다. 4대강 보 해체에는 돈이 든다. 하지만 ‘이런’ 돈은 ‘그런’ 돈과는 다르다. 그럴 가치가 충분한 사회적 비용이다. 돈에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우리를 점점 더 지배한다. 새로움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현실에 대한 복종과 순응만 남는다. 이런 현실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보 해체와 설악산 케이블카사업 폐기는 이제는 돈타령이 아니라 돈으로 파괴되는 생명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겠다는 사회적 반성이다. 체념과 무기력으로 죽어가는 사회를 살리겠다는 결단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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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동력은 다소 잃었으나 ‘기득권 카르텔형 부패국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 보입니다. 비록 가시적 성과는 흐릿해도 초심으로 제시했던 핵심공약 대부분이 시도되었고 지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약 이후 전혀 실천할 맘이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국토 환경개선의 근간인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자연자원 총량관리제도’와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이 그것입니다. 실천은커녕 논의조차도 없습니다. 이 제도는 지금도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전문가를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정부 논리로는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법은 없어도 됩니다. 가방끈이 조금 긴 자가 개발예정지역을 잠시 둘러보고 상상으로 조사서류를 작성하면 가장 힘든 조사과정이 쉬이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1인이 단 3시간 만에 방대한 지역에 7개 분야 전문조사를 마쳤어도 정당하답니다. 그 전문가의 눈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늪지대에 널린 수달과 삵의 배설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혹여 누군가가 문제를 밝혀도 일부 부족했다고 간단히 인정하면 됩니다. 조사 당시 안 보였을 뿐이니까요. 문제를 만든 사람만 괜한 짓 한 게 됩니다. 심지어 계약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전문 ‘조사자’로 버젓이 내밀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궤변의 논리까지 정부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성실한 전문가는 정말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앞으로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목록은 모두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떠한 개발로도 멸종되지 않고 알아서 잘 살기 때문입니다. 모든 멸종위기 동물은 다리가 달려 서식처가 파괴되면 알아서 제 살 곳을 찾아가고, 식물은 옆으로 옮기면 됩니다. 보존할 가치가 높은 지역은 한반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토록 대단하다고 자랑했던 설악산 정상부 고산지대도 가치가 없답니다. 산양은 딴 데 가서 산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갈까요? 

개발에 의한 환경영향을 줄이려는 법률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한데 정작 이 법의 해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의 환경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요식행위가 되었습니다. 법률의 허우대는 멀쩡합니다만 이는 다만 의미 없는 검은색 글자일 뿐입니다. 법으로 환경의 가치가 강화됨에도 왜 그 중요한 야생생물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대학교 전공은 대부분 사라졌을까요? 열심히 하면 일자리를 뺏기는 이상한 법 때문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니 배움의 열정과 자긍심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러니 대학에서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성실하면 일할 수 없는 이상한 법 때문에 ‘복붙’의 비양심적 업체들과 무늬만 전문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이제는 학문의 근간이 되는 생물분류군별 조사자조차 섭외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환경의 현 주소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열악해지는 ‘오염국가 대한민국’에서 왜 병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네들은 거짓과 진실도 다수결로 판정한답니다. 짐짓 점잔을 빼고, 권위를 내세우는 판정단에는 거짓말한 당사자가, 거짓을 묵인했던 사람이 들어와도 무방하답니다. 이렇게 거짓은 또 진실이 됩니다. 그리고 항변할 수 없는 생물들은 사라집니다.

최악의 환경오염 국가에 살지만 이들에게 표를 주는 우리가 정부를 욕하면 안됩니다. 우리 동네가 개발되면 잘살 것이라는 허상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국정농단을 겪고 탄생한 정부조차 이 공약의 먼지를 털지 않아도 되는 이유겠지요. 정치가는 정권을 잡기만 하면 공익은 접어두고, 소위 통 큰 개발로 주민을 기망하여 표를 구걸해야 하니 자본과 권력의 지향점이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표, 최순실표 막개발이 멈추지 않는 이유이겠지요. 

눈앞의 욕심은 질병으로 돌아옵니다. ‘생태계 보전’ 공약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시간입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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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인 6월1일, 천안 계성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이 열렸다. 4월29일에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전국 각지에서 성별 연령별 분포를 고려하고 학력과 직업도 추가로 고려해서 선발된, 그리고 참여하겠다는 자발적 참여 의지와 희망을 표명한, 500명이 모였다. 국민을 대표해서 이들이 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학습하고 토론하고 숙의해서 정책 아이디어와 국민실천방안을 마련해보자는 거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던 필자가 이번에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으로 다시 행사를 참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행사를 참관할 수 있는 건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그날 계획되어 있던 개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숙의”와 “경청”이란 단어가 좌우 벽면에 붙어 있었다. 

대강당은 참여자들의 의욕과 책임감, 사명감으로 꽉 찬 듯했고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국민정책참여단은 위촉장을 받았고 국민 대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 선서도 했다. 각 연령대별로 대표자들이 나와서 참여단에 임하는 소감과 각오도 발표했다. 모두가 사뭇 진지했다. 청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시민 각자가 미세먼지 피해자이면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고백, 그래서 직접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고 싶고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6월에 제1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리고 9월에 제2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어떤 제안이 나올까, 국민 참여와 숙의의 결과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

그런데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이 공론화 과정에 충실하려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이런 상황을 잘 보도해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가주면 좋겠지만 이제 굳이 언론의 매개가 필요하지만도 않다.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는 늘 열려 있다.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좋겠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란 코너가 있고 “국민생각함”이 있다. 정부를 향해, 시민을 향해, 기업을 향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특히 국민정책참여단에는 19세 이상 성인만 참여하기 때문에 온라인 토론회에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 어떨까?

얼마 전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2018년 국민환경의식 조사에 따르면 가장 불만족도가 높은 환경문제가 바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질 문제였다(매우 불만족 27.9%와 불만족 12.8%).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질 개선이 단연 1위였다. 미세먼지 문제는 결코 소수의 사람이, 단기간에, 풀 수 없다. 배출원이 너무나 다양하고 지금의 에너지 소비와 육식 등 삶의 양식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친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갈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같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해도, 심지어 배출량이 줄어들어도, 대기 정체시간이 길어져 고농도가 여러 날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비상저감대책이 필요한 시기는 이제 지났다. 에너지 소비 규모는 물론 기상상황과 연결되어 있기에 계절적 편차가 크지만, 문제 발생 당시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비상상황이 오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서 시행해야만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전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에, 미세먼지 공론화 과정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모두의 현명한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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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심상찮다. 더위도 안 타고 자연에 순응하자 주의라 평생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 작년엔 쪄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한 대 들여놓고야 말았다. 올해는 5월 초부터 햇살이 예사롭지 않더니 첫 폭염주의보가 5월15일 광주에서 울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폭염주의보는 7월15일에 발령되었건만 올해는 두 달이나 빨라졌다. 그새 광주에는 두 번째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등도 섭씨 40도에 육박하여 역대 5월 기온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 홋카이도 사로마에서도 기온이 39.5도까지 올라 역대 5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을 포함, 국내외 과학자들도 올해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록이 한번 깨지면 우연이지만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에 계속 쌓이면서 이런 기상이변은 계속될 텐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11일 1958년 관측 이후 처음으로 415ppm을 돌파하며 인류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CNN에 따르면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진화한 80만년 만에 가장 높은 CO2 농도란다. 이런 빅뉴스가 우리나라에서는 해외토픽처럼 스쳐지나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최근 3년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되레 증가했다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세계 196개국이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고 협약까지 했는데 말이다.  

폭염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인당 전기 소모량은 역대 최고기록을 세워 2000년과 비교해 무려 2배나 썼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 많이 썼고, 가격이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싼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왜 해결에 진전이 없는지 쉽고도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소위 기든스 패러독스라고 일컬어지는데,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심리학 실험실에서 말하는 마시멜로 효과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보통 미래에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보다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성된 시민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문제가 국내적이건 국제적이건 간에 언제나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만 실질적인 대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정책과 제도와 그것을 수용하고자 하는 사회적 여론 조성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책장을 덮으며 밖을 본다. 유럽에서는 녹색당이 약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떨까. 더운 날씨, 플라스틱 컵에 빨대를 든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SNS를 타고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를 쓰겠다는 약속이 넘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보기 어렵다. 작년 8월부터 커피숍에서 일회용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유리찻잔이 손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원하니까 강제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은 만들었지만 단속을 안 하기에 장식용 법처럼 보인다. 플라스틱 사용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썼던 언론사 1층 커피숍에도 여전히 일회용만 출렁인다. 법을 만든 국회에서도 행사가 열리면 일회용품을 당연히 쓴다. 기후변화 같은 주제는 의제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명사’의 세계에 살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은 ‘동사’로만 가능한데 말이다. 시민환경단체가 건널목이 되고 싶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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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칭)를 “우리 사회 각 부문을 대표하는 중립적 전문가 15인”으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핵발전소 지역과 시민사회단체는 여기에 반대해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 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따라 추진되는 재검토위원회에 그 이해관계자가 빠진 것이다. 이해당사자 포함을 강하게 요구했던 지역과 시민사회의 의견이 거부된 셈이다.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면 결국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격렬한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안면도, 굴업도, 위도가 말해준다. 핵폐기물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논의 결과가 자신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지역주민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역주민이 배제된 채 구성하여 운영되는 위원회는 아무리 중립적이어도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중립적’이란 말 자체도 애매하고 공허하다. 에너지처럼 중차대한 문제에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이 중립적 인사라면, 그 중립이야말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아닌가. 중립적 전문가는 찾을 수도 없고, 찾아낸다고 해도 문제다.

재검토위원회 구성과 별개로 반드시 먼저 해결할 것이 있다. 관리정책을 논의하기 전에 고준위핵폐기물이란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한쪽에서는 1m 앞에 노출되면 누구나 1분도 안 걸려 사망하고, 10만년 이상 완벽한 격리 보관이 필요해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 독성물질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이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반박한다. 이런 상태로는 관리정책을 제대로 논의할 수 없다. 먼저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중립’을 내세워 침묵하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지난번 ‘재검토준비단’에 사용되었던 ‘고준위방폐물’이란 표현이 이번 ‘재검토위원회’에서는 ‘사용후핵연료’로 바뀌었다. 이유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관리할 대상의 위험성이 가려지고 한층 깔끔하고 얌전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세계에 아직 영구처분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준위핵폐기물의 성격은 분명해진다.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다면, 핵폐기물은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비현실로 치부된다. 어느 누구도, 어떤 정부도 그 정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언젠가 핵폐기물 처리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말은 미래를 담보로 내뱉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인정하면, 가능한 한 핵발전소 조기폐쇄로 핵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태도다. 핵발전소와 고준위핵폐기물은 동전의 양면이다. 따로 떼어서 생각해선 안된다.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른 핵발전소는 폐쇄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에 하나, 임시저장소가 포화되기 전에 논의를 마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재검토위원회는 임시저장소를 확충해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기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해진다. 탈핵 정부가 핵발전을 추진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영광 한빛1호기에서 제어봉 과다 인출로 인한 출력 급증 사고가 며칠 전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에는 운전자 실수와 규제기관의 대처 미숙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고 탈핵을 선언했으면, 정부는 이제라도 자기 소신에 좀 더 과감하고 충실하길, 아무리 급해도 핵발전소 수출 같은 자가당착의 행보는 그만두길 바란다. 좌고우면하는 사이 2년이 지났다. 시간이 별로 없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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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설문조사에서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국민이 80%를 넘었다. 지금 동일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90%는 족히 넘을 것 같다.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단순 팩트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1995년 서울의 PM10 농도는 80㎍/㎥에 근접했다. 다른 대도시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높던 미세먼지 농도는 2010년에 50㎍/㎥ 아래로 내려갔고 이후에도 이 수치를 유지했다. 20년이 채 안 걸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30% 이상 줄인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비난받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단순 측정자료까지 믿지 않고 언론은 연일 미세먼지 공포를 조장한다. 왜 그럴까? 마스크가 잘 팔리는 것 외에 공포마케팅을 통한 이익도 별로 없어 보이는 데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밀접한 질병은 폐질환과 심혈관질환이다. 대도시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상 개선되었으니 관련 질환도 많이 줄었을까? 결론은 반대다. 미세먼지와 관련이 높다는 허혈성심장질환은 이 기간 동안 유병률이 약 250%나 증가했고 폐렴사망률은 무려 700%가 넘게 증가했다. 폐암환자 또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이다. 주변에 호흡기, 심혈관질환자 및 사망자가 몇 배나 증가했는데 어찌 믿을 수 있을까. 질병, 사망과 관련한 기억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관련 질병 자료만을 분석하면 관련된 질병을 줄이려면 미세먼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괴상한 결과를 얻게 된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상관관계이니 아이러니다. 통계의 한계쯤 되려나? 좀 돌려 생각해보면 이 자료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비록 미세먼지가 관련 질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나, 미세먼지를 압도하는, 해당 질병을 유발하는 다른 오염물질이 증가했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압도적 질병유발물질은 미국의 조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차량 외 디젤차량이 극소수인 미국에서 디젤이 차지하는 미세먼지 발생량은 15% 정도이다. 반면 암의 조기발병 영향은 모든 대기오염물질 중 무려 8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디젤차는 2000년 360만대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 말 1000만대에 근접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수도권에서 디젤차가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량은 전체 오염원의 23%나 된다. 왜 미세먼지가 줄었음에도 관련 질병이 이렇게 폭증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대기 중 발암물질량의 80%를 훌쩍 넘게 발생시키는 디젤엔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 사람들이 오염물질의 과다배출을 앎에도 불구하고 디젤차를 선호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최근 출시된 고가의 SUV는 판매량의 약 80%가 디젤엔진이니 말 다했다. 

디젤은 서민을 위한 연료라는 이유로 세금을 낮춰 휘발유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그런데 경차는 모두 휘발유차인 반면, 디젤승용차는 대부분 비싸다. 자동차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야만 하는 이상한 구조로 개편된 지 오래다. 더 이상 디젤의 저가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의 고충을 뒤로하고 경유세를 인상하기는 어려우니 참 난감하다. 역으로 생각하자.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인 최저임금 인상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져가는 지금 국민의 건강과 실질소득 증대를 모두 꾀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휘발유세를 경유세와 같게 낮추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을 위해, 침체된 경제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휘발유를 남용한다고? 더 이상 움직일 여력도 없다. 

조기폐차지원금? 수소차지원금? 걷어서 특정인에 주려하지 말고 걷지 말자. 미세먼지? 대기오염정책 완전히 헛짚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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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일회용품 사용, 이젠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이야기 하나. 얼마 전, 딸아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족발 만들 실력은 못 되니 외식을 해야 했다. 예전에 배달시켰을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나와서 후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직접 가서 먹자는데 한사코 집에서 먹겠단다. 하는 수 없이 전화로 주문하면서 그릇을 가져갈 테니 포장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무려 열 개나 되는, 크고 작은 그릇을 가방 둘에 넣어 가게로 갔다. 

가게에선 규격화된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라 집에서 가져간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게 더 품이 들어 보였다. 번거롭단 내색 없이 까다로운 손님 비위 맞추느라 수고하는 가게 분들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뜩이나 일하느라 바쁜데 성가시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라도 줄여야지 싶어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눌렀다. 웬걸, 가게 주인이 덕분에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되어 고맙다며 음료 하나를 건넸다. 집에서 음식을 펼쳐 놓고 아이에게 말했다, 그냥 배달시켰다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겼을지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둘. 이제 나이가 들어 장례식장에 가는 일이 잦다. 재작년엔 상을 치르기도 했다. 문상을 가면서, 또 조문객을 맞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컵 등 1회용품 때문이었다. 상에는 아예 비닐 커버 수십 장을 깔아두고 손님이 한 차례씩 바뀔 때마다 비닐 커버를 하나씩 벗겨낸다. 심지어 비닐 커버를 보자기처럼 사용해서 상 위에 놓여 있던 일회용기들을 싸서는 한꺼번에 버리기도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 걸 1회용품으로 하게 된 걸까? 어디서나 마주하게 되는 이런 장례문화,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 걸까?

플라스틱·목재 등 쓰레기들이 4월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 더반 항구 주변에 쌓여 있다. 이 지역에 최근 홍수가 나면서 해안을 따라 쓰레기들이 흘러들었다. 당국은 쓰레기 제거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나섰다. 더반 _ AFP연합뉴스

환경부 추산으로 장례식장 한 곳에서 한 해 평균 밥그릇과 국그릇 72만 개, 접시류 144만 개 이상의 1회용품을 쓴다 한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쓰이는 접시류만 연 2억1600만개, 756t으로, 국내 유통 1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에 해당한단다. 정부는 2014년 3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했지만 유족이 장례용품을 사거나 상조회사의 제공을 받을 때는 예외로 해서 실제 별 효과가 없다.

이야기 셋. 지난해 10월 어느 날, 통영 앞바다를 방문했다. 첫날 한국환경사회학회 가을학술대회를 한 후 이튿날 학회 회원들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에 속한 마을 분들이 함께 해양 쓰레기 수거활동에 나섰다. 일부는 뭍에서 작업했고, 일부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갔다. 방화도,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구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배를 매복시켜 둔 섬이란다. 현재 무인도인 그 역사적인 섬에 내려보니, 해안이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 범벅이었다. 더 놀라운 건 발을 디딜 때 해안가 모래밭이 푹신푹신하게 느껴졌다. 양식할 때 사용한 스티로폼 부표가 파도와 바람, 햇살을 받아 부서진 것이 태풍 때 파도를 타고 섬의 해안에 쌓인 탓이었다. 값싸게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해산물 양식이 이런 해양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싸게, 더 편리하게. 우리가 지금 알게 모르게 지향하는 가치, 우리 삶에 배어 있는 가치가 아닌지. 그래서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단계에서 이렇게나 많은 1회용품, 특히 플라스틱 1회용품 남용의 시대가 온 게 아닌지. 세상의 모든 것은 어디론가 가게 되어 있다.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공짜 점심을 부담 없이 즐기는 소비문화 속에 살고 있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소비문화,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삶을 옥죌 것이다. 성찰과 변화가 필요한 때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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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타오르는 태양(버닝썬)’은 손님과 종업원 간의 폭력시비에서 시작돼 마약과 성폭력 가해 연예인 구속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을 태우고 사그라들게 할 기세다. 전혀 모르는 세계를 관전하며 배우 지망생인 아들이 행여 어두운(?) 세계에 발을 디딜까 하여 두려움에 떨었다. 한번 맛보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한다는 그 약물의 세계란 무엇일까. 심리학에서 반대과정이론(opponent-process theory)으로 그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외부 자극에 의해 처음 만들어지는 반응이 끝나면 그것과 상반된 다른 반응 상태가 나타나 균형을 잡아준다.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자극은 이후 혐오적 느낌에 의해 대립되고, 처음에 혐오감을 준 자극은 유쾌한 느낌으로 대립된다. 예컨대 매운 고추를 먹게 되면 우리 뇌는 그것을 통증으로 자각한다. 그리고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일종의 아편물질이 분비되는데 그 때문에 매운 걸 먹고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아찔한 놀이기구를 돈 내고 타는 이유도 극도의 공포 이후 극도의 쾌함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약물에 의존해 쾌락을 맛본 이후엔 그에 대립하는 극도의 불쾌감을 경험하기에 끊을 수 없다 한다.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사용도 일종의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목재 등 쓰레기들이 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 더반 항구 주변에 쌓여 있다. 이 지역에 최근 홍수가 나면서 해안을 따라 쓰레기들이 흘러들었다. 당국은 쓰레기 제거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나섰다. 더반 _ AFP연합뉴스

“생산에 5초, 사용은 5분, 분해는 500년”이지만 플라스틱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알약부터 의류, 신발, 가방, 심지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도 모자라 한 손엔 플라스틱 컵에 빨대까지…. 지난 10년간 전 세계 플라스틱 총생산량은 42%나 증가하였고 현재 바다에는 27만t의 쓰레기가 떠도는 중이며, 2050년엔 해양쓰레기가 3배로 증가하여 ‘물 반 플라스틱 반’이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우주여행도 꿈꾸는 세상에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안은 진정 없는 것일까? 

아일랜드 브랜드 기네스의 모회사인 디아지오는 지난달 15일 맥주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 가능한 생분해성 판지로 대체할 것이며, 이를 위해 1600만파운드(약 238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였다. 아디다스도 2024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하겠다 했고, 이케아는 2020년까지 자사의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약속했다. 우리나라 마켓컬리도 친환경 지퍼백을 도입했고, 배달의민족은 ‘일회용 숟가락 빼주세요’ 옵션을 장착했으나 그 사용량에 비하면 애교로 봐줄 만한 대안이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연 기업체답게 창의적 해결책도 찾아주길 바란다. 플라스틱으로 돈 번 기업이 한둘이 아닐 텐데 여태 대체재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는 지난해 ‘환경분야 노벨상’으로 알려진 ‘에니상(Eni Awards)’을 수상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화학물질을 만드는 시스템 대사공학을 창시한 공로이다. 이 생물공학적 방법을 통해 인류 최대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착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내는 중이다. 세계 최초로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어 희망적이다. 

지구한계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스웨덴 환경학자 요한 록스트룀은 <지구한계의 경계에서(Big World Small Planet)>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지배적인 서사는 유한한 지구, 무한한 물적 발전을 골자로 지구와 자연은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줄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제 넘쳐나는 환경적 고난이 사상 최초로 세계경제에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향정신성 약물은 불법이므로 국가가 처벌한다. 플라스틱 중독은 누가 처벌할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답해주셨다. 신은 항상 용서한다. 인간은 때때로 용서한다. 자연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아멘.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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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에서는 부활절 후에 ‘엠마오’를 간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10여㎞ 떨어진 마을로 추정된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후 예루살렘을 떠나가던 제자 두 명이 길에서 만난 예수를 엠마오에서 비로소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루카복음 24장). ‘엠마오’는 이 만남을 기념하는 부활 나들이라 하겠다. 올해는 부활절 다음날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DMZ생태연구소’에 요청해 마련한 비무장지대(DMZ) 생태탐방에 다녀왔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DMZ로 엠마오를 간 셈이다.

민통선 너머에서 만난 숲은 참으로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땅속에 매설된 수많은 지뢰는 비무장지대가 한반도 최고의 중무장지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우리의 평화는 여전히 엄청난 무력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이후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가 급속히 고조되며, DMZ에 매설된 지뢰 제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남북 군사당국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따른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남북의 화해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지만, 지뢰 제거를 위해 해당 지역의 나무와 일정 깊이의 흙을 무차별로 베어내고 헤집는 것은 생태적으로 매우 폭력적이다.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우리가 전쟁으로 황폐하게 만들었고, 자연이 다시 풍요롭게 만든 곳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7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2016년 후반, 광장에 수백만의 촛불이 박근혜 정권을 흔들어놓자 민통선 안의 땅 값도 흔들렸다고 한다. 정권이 교체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가능할 수도 있는 ‘개발’ 기대 때문이다. 웃고 넘겨버릴 얘기만은 아니다. 남북 정상의 만남 이후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필두로 남북 교류와 협력에 관한 제안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DMZ를 둘러싸고 제안되는 사업에는 ‘생태’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어떻게든 개발을 하겠다는 속내만 더 드러나는 듯하다. 이래서야 한반도의 평화는 DMZ에는 폭력이 될 공산이 크다. 돈과 이윤에 사로잡히고 휘둘려 부끄러움을 상실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민통선 안 숲에는 너부러진 채 죽어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하지만 숲속에서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다. 죽은 나무들은 숲에서 다른 생명들이 깃들고 자라는 터전으로, 뭇 생명의 근원으로 새롭게 변화한다. 자기를 내어줌으로써 새 생명을 키운다. 사람이 죽음을 심은 곳에서 자연은 생명을 일구어냈다. DMZ는 부활의 땅이다. 

예수는 못과 창에 찔린 상처를 그대로 지니고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십자가 상처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예수의 삶, 그들의 편에서 불의한 권력에 끝까지 맞섰던 예수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우리를 그 삶으로 초대한다.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숲을 일궈낸 부활의 땅 DMZ에도 상처가 새겨져 있다. 지나친 단순화일지 모르지만, 이 상처는 서로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의 충돌로 생겨났다. 지난 세월, 이 상처는 남북 간에 그리고 우리 남쪽 안에서 계속 깊어져왔다. 지뢰는 상처를 악화시키는 맹목적인 질주를 멈추라고 경고한다. 지뢰는 우리가 남북의 평화를 빌미로 DMZ를 그저 ‘소비’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지뢰는 사람에게 물리적인 제약과 위협이 분명하다. 동시에 지뢰는 효율과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배타적이고 무한한 욕망을 제어하는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다. DMZ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능사도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돈과 이윤이 우리 삶의 원리가 된 지 오래다. 비무장지대라고 우리를 지배하는 삶의 방식에서 예외가 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이럴 바엔 차라리, “DMZ에 지뢰를 허하라.” 엠마오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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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 증명되지 않은 ‘잠재적 위해성’과 ‘환경의 관계성’을 인정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과연 우리 정부가 이런 판결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꽃이 만발하지만 우리 숲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농약으로 얼룩진 침묵의 봄이 이어진다. 이맘때면 계곡물이 모자라게 울어대던 개구리와, 짝을 찾느라 분주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잔인한 엔진톱 소리로 바뀐 지 오래다. 가장 깨끗해야 할 숲속에 화학살충제가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명목으로 하늘소를 죽이기 위해 광범위하게 살포되는 살충제는 하늘소뿐만 아니라 유익한 대다수 숲속 곤충들을 죽이며, 특히 꿀벌집단의 붕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증가율이 가장 높은 암인 유방암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정부는 늘 안전하다고만 한다. 과연 그럴까? 작년 8월 프랑스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산림에까지 뿌리는 이 살충제를 경작지에서조차 전면 금지시킨 것이다. 프랑스의 선택이 주는 의미는 뭘까? 반세기 전 사용이 금지된 DDT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흙에서 닭으로, 다시 달걀로 옮겨가며 ‘살충제 달걀’로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하다던 DDT가 그랬듯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 또한 이미 많은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재선충 발병지역에서 양서류가 사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산림에 광범위하게 뿌려진 살충제는 무차별적으로 곤충을 죽이고, 곤충을 먹이로 하는 개구리들 또한 없애고 있다. 이미 지렁이를 포함한 토양무척추동물에게 강하게 독성이 미치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 남용 문제를 폭로한 이후 이미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당시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을 막기 위한 살충제 남용은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지금의 정부대응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이 책의 몇 단락을 옮겨본다.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은 1930년경 유럽에서 들여온 목재에 숨어서 건너왔다. 느릅나무 껍질에 사는 딱정벌레는 이 병을 다른 나무로 옮긴다.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개체인 딱정벌레를 없애는 방법이 자주 이용된다. 특히 느릅나무가 번성하는 지역에는 약제의 집중 살포가 일상화되었다. 적은 양이 살포된 1954년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곧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죽어가는 울새가 서서히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화학물질이 살포된 지역은 치명적 함정이 되어, 그곳을 찾아온 울새들은 일주일 뒤 모두 죽고 말았다.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들은 그 약품이 ‘새에게는 무해하다’고 강조했지만 울새들은 바로 그 약품 때문에 죽어갔다.”

강력한 농약은 해충인 느릅나무딱정벌레뿐 아니라 가루받이를 돕는 곤충, 포식성 거미 등 모든 곤충을 죽인다. 가을이 되어 땅에 떨어져 축축해진 낙엽은 아주 천천히 분해된다. 지렁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썩은 잎을 먹어치워 분해를 돕는다. 그런데 나뭇잎을 먹은 지렁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살충제까지 흡수하게 되고, 체내에 그 살충제가 농축된다. 물론 많은 지렁이가 죽었지만, 살아남은 지렁이들은 독극물의 ‘생물학적 증폭기’ 구실을 했다. 많은 연구를 통해 해충 억제 측면에서 새들이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조절능력을 화학약품에 흠뻑 젖은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살충제가 해충뿐 아니라 그 천적인 새들도 함께 죽이기 때문이다. 살충제가 뿌려지고 얼마 후엔 벌레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벌레의 수를 조절해줄 새들이 없다.

“해충의 천적들이 농약 때문에 사라진다면, 새로운 해충이 등장해 다른 나무들을 공격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통제할 것인가?”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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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은 지 1년이 지났다. 우린 그동안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난해 8월부터는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번 4월부터는 전국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제 시작일 뿐, 아직도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줄지 않았고 규제에 대한 불평불만도 없지 않다.

우리가 몰랐던 사이, 우리 사회엔 해결 못하는 쓰레기가 늘어만 가고 있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5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농촌 마을에 재활용을 명분으로 들여다 놓은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보관량(2157t)의 34배가 넘는 분량(17만3000여t)이다. 폐기물이 썩으면서 나온 악취와 침출수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마을주민들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이 ‘쓰레기산’에 불까지 나자 미국 CNN에서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필리핀에 플라스틱 재활용품으로 수출했던 쓰레기가 지역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반송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폐기물 관련 사업장에 쌓아둔 방치폐기물이 85만t, 야산이나 창고에 버려진 불법폐기물이 30만t가량. 모두 소각한다 해도 매해 100억원씩 들여 30년 정도 걸리는 규모이다.

폐비닐은 용융기에서 검은 색소와 섞여 플라스틱 반죽으로 변하고, 4~5㎜ 크기의 플라스틱 펠릿으로 모양이 잡힌다. 자루에 담긴 펠릿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돼 하수도관 등의 재료가 된다. 김정근 기자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재활용 쓰레기 대란 1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방안에 관한 대국민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95% 이상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열에 아홉은 플라스틱 제품 사용 ‘전면 금지’ 같은 강한 규제를 원했다. 소비자 규제를 넘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 규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출처:경향신문DB)

환경부의 규제 조치에 대한 다수 기사들은 조치의 문제점이나 관련 업체들의 불평불만을 주로 전한다. 그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필요하지만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변화란 있을 수 없다. 기사들 아래 댓글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어느 기사에 달린, 아이디 ‘문제없어’란 누리꾼의 댓글이다. “고통 없이는 절대 성공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안 하면 안되는 사업이라 어떤 식으로든 진행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새벽배송업체·대기업의 공산품과 대포장 등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 아닐까요? 생활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분류해보니 재활용으로 90% 이상 나옵니다.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품은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재활용으로 분류해냅니다. 만드는 대기업, 대책 부족한 정부, 항변하는 영세업자 등등을 탓할뿐더러 개인인 나 스스로도 열심히 방법 찾아 동참합시다. 우리 아이들이 쓰레기장에 살게 할 순 없잖아요.” 아이디 ‘티없이살라하네’도 말한다. “문명의 발달로 너무 편리함에 익숙해져 살다 보니 좀 불편하면 힘들어한다. 폐비닐·폐플라스틱이 육지에서는 산을 이루고 바다에서도 섬을 이루어 더 이상 방치한다면 지구는 죽는다. 만들어 쓰고 버릴 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니. 좀 불편하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배달음식 단가 올려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부담하면 되고. 지금 규제를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 대책도 없이 과거에 규제를 하지 않은 일이 더 문제다. 내 집에 쓰레기 더미 안고 산다고 생각하면 규제와 비용 부담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일단 나 자신부터 시작해보자. 할 수 있는 일들, 너무나 많다. 다회용컵(텀블러) 사용하기,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그릇 가져가서 음식 사오기, 과대포장 않는 제품 사기, 다회용품 사용 배달업체 이용하기 등등. 실내 흡연이 당연시되었지만 이젠 실내 흡연은 물론이고 길거리 흡연조차 문제라 본다. 문화가 바뀐 거다. 일회용품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아니라 문제로 보는 문화, 부끄럽게 보는 문화로! ‘내’가 그 변화의 시작이 되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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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다니다 NGO에 들어와 일한 지 17년째 되었다. 어느 해나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요즘엔 옷을 찢고 녹색괴물 헐크가 될 것 같은 때가 종종 있다. 점점 잦아지고 있다.

한 달 전에 환경부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국민의 불안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였다. 회의 주제는 생활용품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관한 것이었다. 환경부 담당자와 산하 연구기관 그리고 외부 연구기관과 생필품 제조사 측에서 참여했다. 장황하게들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이랬다. 환경부는 규제를 만들고 싶지만 EU에서 제시하는 미세플라스틱 관련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겠다는 공복의 자세는커녕 절실함이 1도 안 느껴지는 회의였다. 우리가 언제부터 EU의 기준을 그토록 열심히 따랐다는 것인지…. 내 안의 헐크가 튀어나올 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갤럭시S10을 출시하며 포장을 대폭 줄이고 플라스틱을 없앴다. 실제로 규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보다 먼저 움직였고, 회사 자체적으로 금지예상물질을 지정해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EU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2006년 7월부터 시행한 전기·전자제품에 대한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을 학습한 결과이다. LG생활건강은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섬유유연제를 출시했다. 화장품과 의약외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은 2017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세제 등 생활화학용품엔 아직 규제가 없는 상태임에도 먼저 규제 이상을 지켰다. 세제나 유연제에 향기를 좋게 하기 위해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 캡슐이 물을 오염시키고 사람 몸에 다시 돌아온다는 걸 고려한 조치이다. 규제를 만들어내는 정부보다 먼저 기업이 발 빠르게 변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의 변화와 사람을 읽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사람의 마음을.

지금 유럽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매주 금요일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 숫자가 매주 늘어나서 수만명에 이르고 있고 우리나라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 환경이 기후변화로 나빠지고 있으니 들고일어난 것이다. 뉴욕주에서는 내년 3월부터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이 퇴출된다. 유럽의회도 2021년부터 10종류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법안을 가결하였다. 미국에서는 최초로 하와이 내 모든 식당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쇼핑센터, 소매점 등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플라스틱 소비 1위 국가이며 동시에 국민의 90%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직 어떤 규제도 없는 상태이다. 아마도 작년 4월에 이어 쓰레기 대란이 한번 더 일어나면 그때 범플라스틱 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전문가를 모시고 국민대책회의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이 미세먼지 앞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속에서 헐크로 변하기 전에 미리 그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없을까.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구글 검색이 그토록 귀중한 이유는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솔직한 생각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이야기를 구글, 네이버, 다음과 같은 거대 검색엔진에는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선거는 물론이거니와 주요 정책을 입안할 때 그리고 기업이 마케팅 전략 하나를 세울 때에도 대중이 진정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검색엔진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민이 미세먼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해법을 원하는지 과연 제대로 알고 있을까? 미세먼지 추경예산이 1조원이라던데 이참에 빅데이터 분석으로 먼저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계절상의 이유로 미세먼지가 잠시 잦아들어 우리 관심에서도 일시적으로 사라지기 전에.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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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비나 바람을 기다린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날려 보낼 정도의 비와 바람을 보기도 쉽지 않다. 지난 20일,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전국적으로 내렸다. 기대했던 것만큼 미세먼지를 씻어내진 못했지만, 봄 가뭄만 생각해도 정말 단비였다. 바짝 마른 땅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얼마 전 미세먼지 대책으로 잠시 화제가 되었던 ‘인공강우’가 생각났다. 과연 이런 정도의 비가 인공강우로 가능할까? 인공강우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 기술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개발된 놀라운 기술의 쓰임새를 본다면 이런 짐작도 무리는 아니다. 예상 못한 어떤 결과가 생길지도 모른다. 비 온 후 며칠간, 꽃샘추위를 몰고 온 바람 덕분에 비교적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미세먼지를 날려 보낼 정도의 바람도 인간의 기술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 기술 또한 재앙이 될 확률이 높다. 

눈부신 발달을 거듭해왔지만, 인간의 기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정 목적으로 개발한 기술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우리는 잘 모른다. 전기를 생산하려고 만든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의 주범이 될지 몰랐다. 기술의 부산물들이 서로 만나 다시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우리는 잘 모른다. 기후변화가 대기 정체를 일으키고, 대기 정체는 비와 바람을 약화시켜 미세먼지 문제를 악화시킬지 몰랐다. 인간의 기술은 자연 질서를 쉽게 훼손하지만, 훼손된 질서의 복원에는 무력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문제만 기술로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기술로 인한 부작용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문제가 될 때까지. 아무리 놀라운 기술을 동원한다고 해도, 무모하고 미련한 짓이 분명하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도 국내 배출원의 15% 정도를 차지한다는 석탄발전은 좀처럼 줄어들 기세가 아니다. 노후 발전소 10기는 폐쇄키로 했다지만, 7기가 추가 건설 중이라 2030년까지 석탄발전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소의 추가 폐쇄 계획은 없고, 30기 이상의 발전소는 성능 개선으로 수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무엇이 이렇게 석탄발전소의 폐쇄를 가로막고 있는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익은 포기할 수 없다는 집착이나 타성이 아닐까.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배출원은 우리 안에서부터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핵폐기물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니 임시저장소를 더 만들자는 발상도 원인은 놓아둔 채 문제만 해결해보자는, 아니, 일단 문제를 피해보자는 태도다. 핵폐기물 문제의 해결책은 배출원인 핵발전소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 배출원인 핵발전소는 건드리지 말라는 ‘탈원전 반대’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이렇듯 집요하게 탈핵을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핵폐기물의 진짜 배출원도 우리 안에 있지 않을까? 4대강 문제의 근원은 16개의 보에 있으니, 해결책도 보 해체에서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왕 만들었으니, 어떻게든 활용하자는 주장도 원인은 그대로 두고 문제를 무마해보자는 미봉책이다.

미국 대학의 한 연구팀이 대기에 뿌린 미세입자로 햇빛을 차단해서 기후변화를 막는 연구를 한다고 한다. 이 연구도 원인은 놓아둔 채 문제만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이 지구에 미칠 다른 영향은 알 수가 없다. 창의적인지 모르겠지만 무모하고 미련한, 오만하고 섬뜩한 발상임은 분명하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 대면하는 것은 분명히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리 환영받지도 못하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모색하라는 요구를 피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우리 안에서부터 근원을 ‘발본’하고 ‘색원’하지 않는 한, 진정한 문제 해결도 변화도 없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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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렸다. 3인 가족이면 1억원 넘게 벌었다는 얘기다. 선진국 진입의 징표라는 이 기준을, 인구 2000만명을 넘는 국가 중에서는 아홉 번째로 달성했다.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이 호재가 남의 나라 일인 양 조용하기만 하고, 오히려 국민은 정부의 경제무능을 하염없이 탓하여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이 기회를 틈탄 수구세력은 국가위기라 선동하며 극복을 위해 기업의 효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 김용균씨, 고 황유미씨는 그들의 기억에 없다. 최저임금을 낮춰야만 하고 사람의 생명을 돈 몇 푼으로 바라보는 저열한 기업의 노동환경개선 속도를 늦춰야 한단다.

미세먼지와 폭염의 고통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감내해야만 한단다. 기업이 지금보다 돈을 더 잘 벌어야 국민이 잘산단다. 그래서 규제를 타파해야 한단다. 급기야 정부는 타당성도 없는 토건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단다. 기업만 배불린 ‘4대강사업’은 ‘고향의 강’ ‘생태하천’사업으로 둔갑하여 더 빠른 속도로 하천을 유린하고 모든 산에 케이블카를, 모든 지자체에 공항을 건설할 기세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진다. 개인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다반사이고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할 말들로 설명하려 하지만 정작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경제는 더욱 그렇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한국은 자원이 없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한다. 그럼 수출이 잘되면 국민이 잘살아야 하는 것이 기본 이치이다. 작년 한국의 수출은 역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돌파했고 경상수지 흑자는 80개월 넘게 연속되고 있다. 2008년까지 많아야 200억달러 수준이었던 연간 흑자규모는 2009년을 시작으로 가파르게 상승하여 2013년부터는 매년 7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상상하기 어려운 돈을 벌어들이는 동안에도 저축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채무를 늘려 2013년 500조원이 채 안되던 빚이 작년에는 700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무역 흑자는 5000억달러를 넘었고 빚은 200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정부가 돈을 뿌렸는데도 정작 대다수 국민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피폐해지고 빚만 늘어갔다. 대기업의 재산은 주체할 수 없이 늘었는데 일자리는 줄고 실업자가 늘어난다. 파이가 커지는데 국민에 돌아오는 양은 더 작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주류라고 하는 사람들은 기업을, 자본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하고 자본의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만들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게 하면 기업이 힘들고, 돈이 정체되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위기가 온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좀 솔직해지면 안될까? 규제 완화 정책은 극소수의 기득권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이다. 오죽하면 무노동의 건물주가 최고 선망의 직업이 되었겠는가?

낙수효과는 없다. 이제 경제성장이 우리를 잘살게 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기업의, 자본의 효율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시행된 각종 규제 완화로 서민은 더욱 어려워졌음을 인식해야만 할 때이다. 지금 주장하는 효율성 강화는 쉬운 해고와 낮은 임금체계로 노동을 착취하거나 환경파괴행위를 용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강화된 효용은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과 국토는 유린된다. 미국의 리먼사태 이후 경제부양에 쏟아부은 돈의 90%는 정작 위기를 초래한 1%의 부자에게 돌아갔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경제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퍼붓는 토건비용은 부자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언어모순에서 벗어나, 촛불정부의 초심으로 돌아간 ‘나눔주도성장’이 절실해 보인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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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문제 하나 낼까 한다. 다음 중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① 건물 내 금연 ② 커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③ 종량제 봉투로 쓰레기 버리기 ④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 강제 2부제. 아마도 적지 않은 독자들은 ④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① ② ③ 모두 관련 제도 시행 초기에는 반발이 없지 않았다.

며칠 전, 몇 년 전에 나온 한국영화를 보다가 음식점에서 흡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영화 제작연도를 찾아보니 2013년이었다. 건물 내 흡연 금지가 2015년부터 실시되었으니 그때로서는 자연스러웠으련만. 건물 내 금연제 도입으로 영업이 어려워질 거란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지난주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렀는데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작년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 이후 일정 규모 이상 매장에서는 머그잔 사용이 필수가 되었기에 일회용컵 사용이 오히려 낯설고 불편했다. 제도 시행 초기 기사를 찾아보라. 머그잔 사용이 세척공간이나 인력고용문제로 영업에 지장을 줄 거라거나 세척이 잘 안되어 위생문제가 발생할 거란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지금 별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방독면을 착용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석탄발전 OFF 미세먼지 BYE'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더 멀리 가보자. 처음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었을 때 사회적 반발이 적지 않았다. 돈 주고 산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려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 환경부를 비난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너무 당연한 일로, 재활용품 분리배출도 기본 상식이 되었다. 전국 동시 쓰레기 종량제 시행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었다.

이런 거다. 한때 당연하게 생각한 일도 상황이 바뀌면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된다. 우리 시민은 이런 실천으로 문화를 바꿔낸 이력이 있다. 시민을 믿고 정부는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세우면 어떨까? 미세먼지는 이제 사회재난으로 비상 상황에 걸맞은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배출가스 5등급차량 운행제한은 이미 당연한 일이 되었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비상시 차량 2부제를 넘어 대중교통이 닿는다면 아예 자가용 출퇴근 금지도 고려해볼 일이다. 민간차량 2부제도 비상시엔 채택할 만하다. 도시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자 1급 발암물질 배출원인 경유(승용)차 감축과 퇴출을 위해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에 나서야 한다. 흡연권만이 아니라 혐연권이 존중되듯 경유차 배기가스를 마시지 않을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시민도 미세먼지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민 개개인이 미세먼지 피해자일 뿐 아니라 배출원이기도 하다. 전력의 40%가 석탄화력인 상황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봄철 석탄발전소 전면 일시정지에 따른 일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스크 구입이나 공기 청정기 구입·운영 비용보다 더 적은 비용 부담으로 사회 전체 공기를 맑게 할 수 있다. 경유차 운전자라면 지난 정부의 클린디젤정책을 탓할 수도 있지만 비상상황에선 협조가 필요하다.

이틀 전 국회에서 미세먼지 대책 관련법 8개가 본회의를 통과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친환경차를 일정비율 이상 생산·판매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친환경차 의무제 도입 조항이 대기환경보전법에서 빠진 건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현실을 고려한 조치라는데 참으로 근시안적이다. 세계는 경유차를 넘어 내연기관차 퇴출로 가고 있기에, 친환경차 생산시장에 확실하게 진입하지 못하면 자동차산업에 위기가 올 수 있다. 더 기본적으로는 소비자에게만이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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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말씀이 있었다(요한복음 1장 1절). 사회변화를 이끈 시작에도 항상 언어가 있었다. 30여년 전에 ‘환경’을 말할 땐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상식이 되었다. 최근 인구에 회자된 말씀이 있었으니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다. 전도유망했던 정치인의 재판에서 1심을 뒤집고 법정 구속시킨 근거가 될 만큼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인지 감수성은 확장성이 있는 개념이라 ‘환경인지 감수성’으로 응용해 보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수준이 높아졌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일본에서 생산된 것은 먹지도 사지도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으로 일회용 안 쓰기 운동이 SNS상에서 심심찮게 펼쳐진다.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의 환경의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재난을 겪지 않고서 할 수도 있었던 일인데 어째서 대책은 항상 사후약방문이어야만 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늘 새벽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4분 극적인 페널티골을 만들어내며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연패로 부진했던 맨유를 구한 이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대행이다. 어떻게 감독 한 명 바뀐 걸로 마법 같은 드라마가 연출될 수 있을까. 우리도 히딩크 감독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축구만 그런 게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두머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미세먼지 지옥에 갇혀 지낸 동안 정부가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가 세월호 갑판쯤 앉아 있는 것이 아닐까 앞이 캄캄했다. 이게 과장인가? 아니다. 당장 사람이 안 죽어서 그런지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도 없다. 암과 뇌졸중 같은 중증질환을 일으키고 생존과 직결되는 공기의 대재앙이 전 국토에 엄습했는데,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야 가까스로 대책을 ‘지시’하였다. 어린이들에게는 긴급하게 공기청정기를 지급하라고도 하셨고…. 청와대 앞에서 노구를 이끌고 1인 시위를 하는 환경운동가의 갈라진 목소리 사이사이로 깊은 탄식이 배어나왔다. 환경인지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환경은 모든 생명의 기초이며 지구상 모든 생물의 생존에 가장 크고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고 느끼며 실천하는 능력이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안전, 쾌적한 환경을 지켜야 할 위정자의 환경인지 감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도자를 뽑는 사람은 누구인가. &lt;아픔이 길이 되려면&gt; 권두에 저자 김승섭은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고 썼다. 선출직 지도자에게는 유권자의 욕망이 새겨진다. 그러니 이 환경재난 가운데 우리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국민의 불안을 당리당략의 계산 속으로 넣는 세력도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여전히 초미세먼지는 나쁨을 가리키고 있지만 어제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이 정도만 돼도 보통 하늘이 이렇게 감사한 것인 줄 몰랐다는 감격의 언어들이 SNS에서 돌고 있다. 사람들의 이 평범한 일상을 지켜줄 이는 누구인가.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다음 대선 후보자의 지지율이 하루 걸러 발표되고 있다. 이제 4월 지나면 미세먼지는 관심에서 사라질 것이나 연이어 무시무시한 폭염이 기다리고 있다.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선거’인지 감수성만 높은 정치인은 이제 스스로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성질 급한 우리 국민들이 언제 국회를 로봇으로 채울지 모른다. 굿럭!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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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허가는 위법이지만, 취소는 안된다.’ 지난 2월14일 서울행정법원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취소청구소송에서 내린 판결 요지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중대사고’ 고시 누락 등 위법 사항이 있지만, ‘공공복리’를 고려했을 때 건설허가 취소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건설허가 취소로 예상되는 1조원의 손실 등이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위법 내용이 안전에 관련된 것이라면, 오히려 건설허가 취소가 공공복리에 맞지 않을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인 핵발전소 반경 30㎞ 내에 사는 380만 주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공공복리는 없다.

지난 2월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안을 의결했다. 지진 안정성과 다수호기 안정성 평가를 하지 않았고, 가압기 안전방출밸브에서 누설이 발견되는 등 몇 가지 중대한 쟁점 사안이 있지만, 추후 보완을 조건으로 승인한 것이다. 뭐가 급했는지, 설연휴 하루 전날에 9명 정원의 원안위 위원 중 4명만 참석해 결정했으니, 위법은 아니라도 졸속은 분명하다. 탈핵을 선언한 정부에서도 원전을 싸고 도는 원안위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수백만명이 살고 있는 부산과 울산은 운영허가를 받은 신고리 4호기와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로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 되었다. 핵발전소의 절대 안전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 ‘절대’는 없다. 기술적으로 실증되었다는 핵발전소의 안전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이론과 실제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 차이가 재앙이 될 수 있음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이미 ‘실증’되었다. 이론으로 주장하는 안전과 현실로 입증된 사고 가능성 중에서 어떤 것을 더 중시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핵발전소의 안전 불감증 이면에 자본의 논리가 있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온 ‘비정규직’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어 온 것은 그것이 자본의 논리를 관철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산재 사망사고가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에게 일어나도 비정규직이 건재한 것도 그것이 수익의 극대화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핵발전의 기술적 안정성과 경제성 주장 저 밑에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는 자본의 꿈틀거림이 있다. 이익을 위해 사람과 생명을 무시하는 자본의 냉혹함은 경제성과 안전성으로 포장된다. 높은 이익이 보장되는 한, 자본은 결코 핵발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핵발전소에서도 자본의 논리와 생명의 논리가 충돌한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오복음 6, 24).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다. 탈핵은 단지 발전 방식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자본의 폭주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의의 문제다.

중대 핵사고만이 아니라 사용후핵연료도 핵발전의 실체를 폭로해준다.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방출되는 고준위핵폐기물로 핵발전소 내의 임시저장소에 보관해왔다. 임시저장소는 고준위핵폐기물에 요구되는 안전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위험한 공간이다. 더구나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이런 공간마저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이 난감한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려면 핵폐기물은 답이 없고, 핵폐기물을 배출하는 핵발전도 답이 없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겸손’이 절실히 필요하다. 후쿠시마 핵사고 8주기를 앞둔 3월6일, ‘핵폐기물 답이 없다’ 시민선언이 예정되어 있다. 이날은 가톨릭교회가 회개와 정화를 위한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이기도 하다. 이날 신자들은 이마에 재를 받으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창세기 3, 19). 흙(humus)에서 온 사람(human)이 세상에서 취할 근본 태도가 겸손(humility)임을 마음에 새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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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노벨상을 꼭 타겠노라며 과학자가 되겠다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현실은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기에도 힘들다는 것을 알아가지만, 그래도 과학자들이 얘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첨단기술은 마치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대단한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하며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물만 넣으면 움직이는 자동차도 우리를 현혹하는 흔한 미래과학 중 하나였고 그것이 지금 수소전기차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과학혁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둔갑되어 막대한 세금을 허비하기 시작했다. 과학으로 포장한 허상에 사회가 이렇게 조용한 것이 참으로 놀라운 미스터리다. 친환경으로 포장한 4대강이 그랬듯 이미 돌이 굴러갔으니 아마 끝장을 볼 때까지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눈먼 세금으로 하는 일이니 이 일을 진행하는 관료가 나중에 문책을 당할 일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 거대한 돌을 굴리기 전에 과연 어디까지 고민한 것일까? 수소과학이라는 허상이 가지는 친환경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은 물(H2O)에서 산소를 떼어내 얻은 수소를 다시 산소와 결합시키면서 전기를 생산할 때 현실이 된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수소가 결합될 때 전기가 생성된다면 분리시킬 때는 전기를 소비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하다. 그런데 전기로 고생해서 물을 분해하고(수전해) 분해한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들어 자동차를 움직인다? 지금까지의 굳건한 과학이론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깨고, 분리를 위한 전기보다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 전기의 양이 더 많아지는 새로운 법칙이 생긴 걸까? 만약 그렇다면 수소전기차는 한 번 물을 넣어주면 다시는 연료주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만들고, 역으로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만든 전기로 차도 움직이고, 남는 전기로 다시 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무한반복할 수 있기에 그렇다.

당연히 말이 안된다. 그래서 수소생산 방식은 친환경적인 수전해가 아니라 화석연료의 주성분인 메탄(CH4)에서 탄소를 분리시켜 얻는다. 방법도 쉽고 수전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메탄 생산과정에서 발생한다. 땅속에서 가스를 추출할 때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강력한 온난화물질인 메탄이 대기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반환경적 방법을 쓰는데도 아직까지 매우 비싸다. 동일하게 세금을 낸다면 먼 미래에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도 수소의 단가는 휘발유보다 싸지기 어려우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면서도 다른 친환경에너지보다 저렴하지도 않은 데다, 비싸고 복잡한 기계장치를 추가해야만 하는 것이 수소차의 본질이다. 여기에 정부가 제조기업에 차량 한 대당 최대 4000만원을 세금으로 안겨준다. 이 돈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로 만든 전기차 구매와 이 차가 평생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햇빛발전소를 지을 거금이다. 폭염시대에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값비싼 자동차를 지원하는 것이 옳을까, 같은 돈으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지원하는 것이 옳을까? 수소자동차에 지원할 세금을 헬조선에 지친 청년들이 쇠퇴한 지역사회로 돌아가 마을을 활성화할 진취적 일꾼이 될 수 있도록 무료로 전기차를 지원해주는 정책은 어떨까?

탈원전과 탈화석, 친환경을 앞세운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역사는 되풀이된다. 공론화 없는 수소사회로의 급진적 방향전환은 마치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보는 듯하다. 당시 전문가들이 했던 말 중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이 허탈한 궤변이 현재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수소는 궁극의 친환경에너지’와 무엇이 다를까?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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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아시아의 에너지전환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워크숍에 참가하느라 도쿄에 다녀왔다. 거리의 차들을 보니 경차가 많고 경유차는 눈에 띄지 않았다. 요즘 미세먼지 탓에 다른 나라에 가면 대기질에 민감해진다. 도쿄의 공기는 서울보다 한결 좋았다. 과거에는 나빴다가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확연히 개선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5년부터 PM10 기준 25㎍/㎥ 이하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만찬자리에서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의 “노(No) 디젤카” 정책을 지목했다. 한·일관계나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인물이지만, 이시하라 지사는 경유차 그을음을 페트병에 넣어 다니면서 유해성을 시민들이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중앙정부보다 앞서 신차에만 적용되던 배출가스 규제기준 미충족 경유차를 아예 운행하지 못하게 하면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비용을 지원하고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했다.

당시에도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보다 낮았지만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차가 제작·시판되는 시기와 맞물려 연료비 절감을 위해 굳이 경유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일본의 휘발유가격 대 경유가격은 100 대 84로 100 대 86인 우리보다 약간 더 낮다. 게다가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경유 승용차를 만들지 않아 국산차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이 외제차인 경유차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강력한 정책과 기술 발전, 시민 인식과 소비자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지금의 우린 어떨까? 한국에서도 경유차는 도시 미세먼지의 주요 원천이다. 2015년 기준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원의 22%는 경유차로 비중이 가장 높다. 게다가 경유차 미세먼지는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자동차는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이동하는 생활공간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의 경우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우려가 심각한데도 2018년 12월 말 현재 국내 경유차 등록대수는 993만대로 전체 차량 2320만대 가운데 42.8%였다. 역대 최고치다. 1년 만에 무려 35만대가 늘었다. 경유차 중 화물차 비중은 33.8%인 데 비해 승용차가 58.1%에 달한다. 연료로서 경유 제조단가가 높음에도 휘발유보다 상대가격을 낮춘 건 경유차가 대부분인 화물차 물류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승용차, 특히 SUV 차량 비중이 더 높아져 버렸다. 화물차의 경우, 경유 이외 대안이 별로 없다. 소형 화물차는 LPG 차량이 시판되고 있고 전기차도 일부 있지만 중대형 화물차를 대체하기 위해선 기술발전을 얼마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승용차는 굳이 경유차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휘발유차가 있고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다. 대중교통이란 대안도 있다. 2018년 이런 친환경차는 46만대, 총차량의 2.0%로 전년 대비 12만대가 늘었을 뿐이다.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약칭 미세먼지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같은 법 10조에 따라 미세먼지특별위원회가 이날 자로 출범한다.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의 신뢰를 높이면서 다양한 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시민인식도 함께 가야 한다. 경유차를 유지하거나 늘리면서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건 연목구어다. 내가 모는 경유차가 시민 건강을 해친다면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 경유의 상대가격을 조정해야겠지만 그 이전에도 취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있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과 도보를, 자가용을 몰아야 할 상황이라면 작은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다. 미세먼지 해결은 시민 실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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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김용균 청년의 죽음으로 비정규직 제도가 첨예한 사회적 의제로 다시 떠올랐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답인지 알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몰리는 산재 사망사고의 근본 대책으로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지만, 검토하겠다는 말만 들려온다. 누구나 돈보다 사람이,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반대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며칠 전, 정부는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23개 재정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정부는 예타 면제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는 4대강사업을 의식한 듯, “지역 전략산업 육성 관련 사업”이 다수 포함되었고,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주도 방식의 사업이라며 과거와 다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차이가 어떻게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으려는 예타의 면제 사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사업 내용을 보면 도로와 철도 건설에 20조원 정도가 투입되는 전형적인 토건 사업이다. 정말 이 프로젝트로 국토균형발전이 이루어지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까? 단기간의 경기부양에 그치고 남는 건 결국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만을 남겼던 과거가 되풀이되는 건 아닐까?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자본의 논리가 압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현실이 ‘철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철벽으로 보면, 현실은 ‘원래 그런 것’이다. 현실은 이의를 제기할 수도 변화시킬 수도 없는 것, 그저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인식한 현실에 희망을 위한 자리가 있을 리 없다. 현실의 부당함도 원래 그런 것이려니 여기고 체념할 뿐이다. 기존의 부당한 현실과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의지는 꺾여버리고,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은 잘려나간다. 하지만 만연해 있다고 해도,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인식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현재는 과거와 다르다. 그 차이는 나와 우리의 노력과 헌신이 만들어낸 변화의 결과다.

철벽과 대조적인 현실 인식도 가능하다. 현실을 ‘약속’으로 보는 것이다. 약속으로 보면, 현실은 변화의 씨앗을 품고 있는 미완의 가능성이다. 현실에 내재하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 인식은 아무리 강고한 현실도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의 못자리가 된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은 완전하지도 않고 부족한 점도 많다. 그렇다고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속의 성취에 대한 기대에서 희망을 길러낸다.

현실이 약속보다 철벽으로 보일 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현실을 변화의 가능성이 내재된 약속으로 보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이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는 현실의 어떤 부분들이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비현실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바꾸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당장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직선이 아니라 다양한 굴곡을 그리며 진행되어 서로의 인과관계를 알아차리기 힘들 뿐이다. 심지어 우리는 실패와 패배와 좌절을 통해서 성공하고 승리하고 전진해왔다. 오늘의 변화된 현실이 바로 그 증거다. 여기에 현실을 약속으로 볼 수 있는 역사적 근거가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의 강고함에 굴하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다.

철벽같은 현실 앞에서 다짐해본다. 첫째,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기. 둘째, 현실에 압도되지 않기. 셋째, 현실을 바꾸기 위한 최선의 길을 식별하기. 넷째, 식별한 길을 전력을 다해 걸어가기. 그러고는 진인사 대천명! 희망의 설, 보내시길 빕니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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