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이다. 폭염보다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외침이 더 뜨겁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과 광복절을 지나며 함성은 더 커졌다. 직접적인 발단은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 보상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아베 정부는 수출규제로 보복을 감행했고,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건 일본 정부만이 아니었다. 2010년과 2015년, 대법원은 현대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끄떡도 없다. 기업이 법 위에 군림한다? 2004년, 고용노동부는 현대기아차의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해놓고도, 여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기업의 눈치를 본다? ‘재벌’이란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노동자들을 제멋대로 고용하고 해고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현대기아차 재벌,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징용으로 사람들을 마구 동원하고 착취했던 일본 제국, 이 둘은 그 본질에서 서로 얼마나 다른가? 문재인 정부가 아베 정부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현대기아차부터 제대로 다룰 일이다.

광복. 일제에서의 해방은 암흑 속에서 빛을 되찾은 기쁨과 감격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벅찬 기쁨과 감격도 일상의 변화로 녹아들지 않으면, 결국 의미 없는 문자만 남게 된다. 해방 후 74년,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왔는가? 성경의 ‘출애굽’은 노예였던 히브리인들이 이집트 제국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해방의 사건, 아니, 해방의 시작이었다. 해방은 이스라엘의 새로운 사회 건설로 완성될 터였다. 이스라엘 율법의 핵심인 안식일, 안식년, 희년 규정에는 모든 인간의 평등과 존엄, 땅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전망이 담겨 있다. 이 전망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현실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해방은 잠시뿐 억압과 수탈의 역사가 반복된다. 이스라엘은 다윗과 솔로몬 왕정 이후에는 줄곧 부패한 왕들의 폭정과 실정에 시달렸고, 결국 아시리아와 바빌론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해방을 가로막는 세력은 안팎에 모두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내부 세력이 더 위험하다.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아베 정권만 위험한 게 아니다. 이 땅의 자본은 기회만 있으면 노동자의 삶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정부는 그런 자본의 요구에 화답해왔다. 일본 경제보복이라는 비상한 상황이니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을 완화하라고 요구한다. 이 법규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불화수소 누출사고 이후 국민 안전을 위해 마련되었다. 얼마나 되었다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예하라고 채근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긴 나라다. 우리나라 토건 세력은 4대강을 16개 보로 찢어놓고도 여전히 목마르고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생태하천이라며 전국의 지천에 보 건설을 계속하고, 양수발전이라며 댐 건설로 지역주민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기 일쑤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며 설악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지에 케이블카를 놓으려 한다. 그 집요함에 소름이 돋는다. 개인과 자연이 자본의 편리한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늘, 자본이야말로 제국이다.  

우리 사회에서 제국 노릇하려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몰아내야 한다. 사람의 존엄과 생명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만큼 우리의 해방은 완성된다. 딱 그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의 한이 덜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부당한 대우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삶이 나아지고, 개발의 발톱에 찢긴 자연이 회복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다짐을 실현하려면 적어도 우리나라 안에서는 제국의 횡포가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잊지 말 일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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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기름을 부은 유니클로 임원의 말은 아마도 그가 장기간 우리 국민을 면밀히 관찰한 데에서 나온 말이리라. 그 임원은 ‘냄비근성’을 부드럽게 표현해 줬는데 우리 국민은 왜 분노한 것일까. 아마도 수많은 사회문제들에 쉽게 끓다가 아무런 해결 없이 잊히고 반복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면이기에, 정곡을 찔린 아픔에 더 분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폭염과 기후재난, 겨울에는 미세먼지, 연중 플라스틱쓰레기와 핵문제, 자연파괴로 이어지는 반복되는 환경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이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가 오염되어 모두가 피해를 받는 상황이 뚜렷해짐에도 점점 관심 밖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폭염은 에어컨, 녹조는 페트병의 생수,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가 해결해주고 쓰레기와 방사능은 나와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외면하지만, 더 이상 진부한 재난영화의 클리셰가 아닌 내 눈앞의 현실임을 주시해야만 한다. 언론을 만들어가는 일부는 외면이 가능하겠지만 많은 서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8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주댐 부근에 짙은 녹조가 끼어 있다. 이곳은 영주댐을 만들고 4년동안 매년 녹조가 발생된 곳으로 수질개선을 위해 만든다는 목적과 다르게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지역으로 내성천 보존회등 환경단체들이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반도 역사상 최대 혈세낭비와 환경파괴 행위인 4대강사업으로 촉발된 ‘녹조라떼’는 한때나마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지금은 마치 강물이 깨끗해지기라도 한 양 관심 밖으로 밀렸지만, 연어도 아닌 것이 물을 거슬러 오르며 확산되고 고도정수에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갈수록 오염이 심해지는 게 현실이다. 4대강 재자연화 촉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루라도 빠른 보의 철거와 강둑의 복원이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건강 위협을 줄이는 일임은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경제부흥을 빙자한 환경파괴 행위인 하천 토건사업이 허상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로도 반드시 빠르게 추진되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보 해체는 지리멸렬하기만 하다. 그런데 복원이 더딘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파괴적 보 조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단물을 다 빼먹은 4대강이 아닌 그 지천으로 옮겨갔을 뿐, 지금 이 시간에도 4대강을 포함해 국토의 모든 강에는 무수히 많은 보가 촘촘히 건설되고 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단순 진리의 검증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썼는데, 이제 또 다른 만고의 진리인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검증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4대강을 막은 16개 보 해체에만 관심을 갖는 사이 국토의 실핏줄이라 할 수 있는 지천에서는 각 지천 하나당 4대강사업 모든 보의 개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보가 지금도 계속 건설되고 있다. 그럴싸한 ‘생태하천 복원’ ‘고향의 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다.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강을 죽이고, 지금은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위대함이 만들어낸 생태기능과 아름다움을 망가뜨리고 있다. 말장난 사업으로 멀쩡한 멸종위기어류의 서식처가 없어지고, 둔치의 자연정화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더불어 상류의 물길까지 막아 물은 4대강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오염된다. 윗물에서 썩은 물이 흘러들어오는데 4대강 보가 해체된들 강물이 깨끗해질 리 만무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천의 수많은 보 조성사업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하류의 4대강에 있는 모든 보를 해체해도 절대 물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4대강 재자연화는 늘 그랬듯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그사이 지천의 보는 셀 수 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루한 논란 끝에 시범적으로 철거한 몇몇 보는 궤변으로 일삼은 4대강 찬성론자들을 다시 수면 위로 불러낼 것이다.

불탄 잿더미 복원을 위한 논쟁보다는 지금 확산되는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벌어진 폭력인 4대강사업보다 현재진행형인 지천에서 자행되는 각종 하천파괴사업 중단이 훨씬 시급하다. ‘녹조라떼’는 후손의 생명을 위해 식지 않는 ‘가마솥’이 되어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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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친구들 몇이서 처음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그 시절 얘길 하다보니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졌는지 감회가 새로웠다. 집마다 어떤 가전기기가 있는지 공개적으로 손을 들라며 조사했던 이야기도 나눴다. 참으로 인권감수성이 없었던 때였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전학 와서 언니 오빠와 대구에서 자취를 했다. 자취집엔 전화기가 없었다. 전화 걸 일이 있을 땐 전화국까지 가야 했다. 신청한 전화번호로 교환원이 전화를 걸어 연결해줘야 통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손엔 스마트폰이 있다. 소형 컴퓨터를 들고다니는 셈이다. 음성통화도, 문자도, 화상통화도 가능하고, SNS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또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은행 업무도 주문도 결제도 할 수 있고, 길찾기 앱으로 아무 데라도 찾아갈 수 있다.

그땐 주말마다 ‘비둘기호’란 완행열차로 고향집엘 다녀왔다. 지금은 KTX로 17분 걸리는 그 길이 두 시간 넘게 걸렸고 그런 열차조차 하루에 두세 번밖에 없었다. 엄마가 매주 싸주시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해야 해서 자취방엔 자그마한 중고 냉장고가 있었다. 요즘 흔한 양문형 냉장고 용량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몇 년간 자취방에 TV가 없어서 주말에나 볼 수 있었다. 리모컨도 없었던 시절, 채널권을 두고서 얼마나 다퉜던지….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개인 시청까지 가능한데 말이다. 중2 때였나, 컬러 TV시대가 열렸다. 얼마나 놀랍던지!

올해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꼭 40년이 되었다. 친구들과 얘길 나누며 다시금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락하게 바뀌어왔는지 새삼 느꼈다. 게다가 이런 변화가 한 사람 생애 절반의 짧은 기간 안에 일어났단 사실도 참으로 놀랍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가를 수반한 것이었다. 바로 기후변화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에너지 노예’라 불리는 수많은 기계를 만들었으며 그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왔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특히 석탄 발전 전력을 너무나 쉽게 많이 사용해왔다. 산업화의 빠른 진행만큼 기후변화도 가파르게 진행되어 왔다.

기후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대응수단이 없지 않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이 기후위기, 나아가 고용위기 해결의 현명한 대안들 중 하나다. 이를 위한 기술변화도 사회변화도 가능할뿐더러,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오래 유지해온 전력기술이나 시장구조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술 혁신과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

최근에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자율적인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일명 PPA)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생에너지 100% 전력을 쓰겠다고 선언한 세계 굴지의 RE100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미 191개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이제 협력업체들에도 부품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만들어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기업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RE100에 우리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PPA가 가능한 전기사업법 개정,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여러 문들 중 하나다. 이제 그 문을 열어야 한다.

빠른 변화는 가능할 뿐 아니라 빠른 변화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많은 일들이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거나 상상 속에 머무르기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그로 인해 사회도 바뀌고 사람들 생각도 바뀌어 왔다. 이미 기술은 있다. 이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요구되는 변화를 더 빨리 만들어가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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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기후환경 뉴스 클리핑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주요 후원자께 보내드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2016년 5월26일부터 시작한 게 오늘 아침자로 755호가 되었다. 깜찍한 속셈은 후원자께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비치면서 돈 달라고 하기 민망해서 매일 아침 인사 겸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오전 5시쯤 일어나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는데 6시30분이면 발송했던 문자를 요새는 7시 넘어서야 겨우 완성한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일 때만 반짝 보도되고 기후환경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뉴스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그렇다. 뉴스가 없다고 기후 문제가 없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게 함정이다. 

언론을 흔히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언론 속 기후변화의 빈도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걸까? 모 언론사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빅카인즈’를 이용해 11개 종합일간지에서 기후변화(지구온난화 포함) 관련 기사를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2월까지 꾸준히 늘던 기후변화 기사는 사건 기사처럼 이벤트성으로 바뀌게 된다. 최근 5년간 월평균 기후변화 기사는 161건에 불과한 데 비해 ‘부동산’ 기사는 2209건이나 된다. 그렇다면 11개 종합지들이 한 달에 평균 0.5회 보도한 셈이다. 이슈의 엄중함에 비해 너무 적어서 한숨이 나온다. 

보도량도 문제지만 보도내용 또한 문제다. 미세먼지가 요동을 쳤던 지난 3월에는 2459건이 보도되었는데, 지금은 미세먼지 기사를 찾기도 어렵다. 전 국민이 불안에 떨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기후환경회의까지 만들었는데, 미세먼지가 좀 덜한 지금 이 시점에선 침착하게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는 보도는 찾기도 어렵고, 보도가 된다 한들 주목받지도 못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서야 비로소 보도되었고, 필리핀으로 위장 수출된 건이 드러나자 환경부를 비난하기 바쁘다. 

<팩트풀니스(Factfullness)>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데 특이하게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사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실상을 체계적으로 오해하는 10가지 이유를 ‘사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뉴스 클리핑 경험상 이 10가지 중 ‘부정본능(The Negativity Instinct)’과 ‘비난본능(The Blame Instinct)’이 우리나라 뉴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것 같다. 어느 나라든 뉴스는 극적이고 부정적인 소식을 주로 보도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사고 많은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원인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탐사보다 너무 즉각적인 결론, 몰매 때리기, 편갈라 공격하기로 비난에 그친다는 게 사건보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앞으로 서울의 온도가 40도를 넘기고, 미세먼지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6개월 이상 비가 안 와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쳐 고층아파트가 붕괴된다면… 기사가 넘치겠으나 얼마나 살아남아 기사를 읽어줄지는 잘 모르겠다.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매년 5~6월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왔는데, 이번에는 추천을 넘어 미국의 모든 대학 졸업생들에게 직접 &lt;팩트풀니스&gt;를 구입해 선물했다.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자신의 신념과 실재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확한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리라. 우리도 언젠간 이런 부자 한 명쯤 볼 날 있겠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95~100%다.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팩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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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자 해당 산업 전체가 술렁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본산 비중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90% 이상, 에칭가스가 44% 정도라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 분야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크다. 정부와 기업은 각종 대책 마련에 바쁘고, 일본의 조치를 부당하게 여기는 시민들 사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촘촘한 국제 분업체계로 이뤄진 반도체 같은 산업에서 모든 과정을 국산화할 순 없다지만, 그럴수록 탄탄한 기본의 확보가 더욱 절실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름도 잘 모르는 기본소재에 화려한 첨단산업의 명운이 달렸듯이, 오늘날의 놀라운 발전과 풍요와 편리도 결국 몇몇 ‘기본’에 의존하고 있다. 기본의 위기는 우리의 삶 전체의 위기를 뜻한다. 오늘날 기후변화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면, ‘기후’는 가장 중요한 삶의 기본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현재의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으로 변할 때까지 남은 시간을 10여년으로 추산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느긋하다. 지난해의 살인적인 폭염은 기억 저편에 묻혀 있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없어서인지 기후변화에 관한 기사도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치도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놓고 논쟁 중인데, 한국 정치는 말이 없다.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설마 내가 사는 동안에야 무슨 일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리 위급한 일도 강 건너 불로만 보인다. 안이한 상황 인식에서 진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은 나오지 않는다. 하던 일을 접고, 위험을 알리기 위한 자발적 행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편, 소수이긴 하지만 기후변화를 자신의 문제로 느끼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로 청소년들이다. IPCC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청소년들은 기후재난의 한복판에서 살게 될 사람들이다. 기후변화의 결과는 오롯이 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그래서인가,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저항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점점 많아진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를 시작한 스웨덴 학생 그레타 툰베리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해야 할 것을 하자. 바로 지금 여기서. 사는 규칙을 바꾸자. 행동이 희망을 낳는다.” 이런 요구가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면, 우리가 처한 상황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임을 알아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쉬운 까닭이다. 지금처럼 살면서, 어떻게 해결해보자는 주장이야말로 비현실적이다.

기후변화가 기후재앙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다면, 방식만 다를 뿐 우리는 어차피 변하게 되어 있다. 파국이 닥치기 전에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다. 파국이 닥치고 나면 더 이상 선택의 기회는 없다. 우리는 강제로 변하게 된다. 양쪽 모두 고통이 따르지만, 강제되는 변화의 고통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거기서는 변화의 의미를 찾을 수도 부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발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 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계속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시해온 그 어떤 것도, 경제발전도 풍요와 편리도, 삶의 기본인 기후를 대신할 수 없다. 툰베리의 말대로, 생존의 문제에서 “중간지대”는 없다. 우리가 변화하든 기후가 변화하든 둘 중 하나다. 우리 앞에는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 축복과 저주가 놓여 있다.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기>)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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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늪은 지구상에서 단일 생태계 유형 중 영양물질이 가장 풍부한 곳이다. 당연히 생산성과 생물종다양성이 높다. 이곳을 논으로 만들면 상대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풍부한 수확을 올릴 수 있다. 대략 한 말의 볍씨를 심어 벼 4가마를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인 ‘마지기’는 약 150~300평까지 지역마다 다른데, 한 마지기 면적이 150평으로 가장 작은 동네는 오랜 세월 동안 하천이 범람하던 늪지대를 낀 지역이다. 땅에 양분이 풍부하면 벼를 촘촘히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 한 톨의 쌀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늪지를 메워 논경작지로 만드는 일은 국가와 개인 모두 절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였다. 범람을 거듭하며 수만 년의 에너지가 응축된 늪지에 제방을 쌓아 풍부한 수확을 올려 배고픔을 탈출한 경험은 당시를 산 어르신들이라면 온몸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토건장비들이 여의치 않을 때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말 그대로 순수 노동으로 제방을 쌓아 왔던 어르신들의 헌신으로 그 많던 범람원 늪지대는 빠르게 사라졌다. 어르신들에게 늪지대란 훌륭한 논이 되어야 할 곳이 버려진 안타까운 곳이며, 이곳에 터를 잡은 수많은 새들과 동물들은 곡식을 훔쳐가는 유해조수일 뿐이다. 늪지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배고픔을 기억하는 새마을운동세대들에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경제적 행위인 것이다. 이미 쌀이 넘쳐나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고, 심지어 논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만 해도 돈을 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늪지대를 없애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제방을 쌓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렇게 늪지대를 없애는 사업은 4대강사업을 통해 분명 실이 훨씬 큼을 확인했음에도 지금도 멈추지 않고 모든 지천으로 확장되어 늪지대를 없애고 있다.

생산량이 많은 토지는 적은 노력으로 풍부한 먹이를 사냥할 수 있으니 동물 입장에서도 훌륭한 서식처가 된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살던 늪지를 사람이 차지했으니 당연히 야생동물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늪지가 주된 서식지인 동물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새마을운동이 활발해질 즈음 한반도에서 사라진,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담긴 처량한 목소리의 주인공 ‘따오기’도 사람과의 경쟁에서 도태된 종 중 하나이다.

늪지를 메우던 새마을운동과 함께 사라진 따오기 40마리가 10년의 노력 끝에 지난 5월 우포늪 사육장에서 야생으로 날았다. 따오기 서식처인 늪지를 꾸준히 확장하겠다는 창녕군의 의지와 함께 말이다. 야생에서 발견된 지 40년이 넘은 멸종종의 복원이니 창녕군의 노력에 너무 감사하며 이 아이들이 잘 적응하길 바라 본다. 그런데 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이율배반적 늪지훼손을 다른 이도 아닌, 10년간 따오기를 증식, 방사한 경남 창녕군이 진행하고 있다. 따오기가 새장에서 나오면 곧바로 찾을 것이라 예상한, 우포늪에서 불과 10㎞ 남짓 떨어진 대봉늪 한가운데를 막는, 자연습지를 훼손하는 제방공사가 따오기 방사와 함께 진행 중인 것이다. 제방공사를 위해 축구장 22개 크기의, 나라에서 인정한 몇 안되는 1등급 습지를 단 3시간 만에 조사한 후 환경적 가치가 없다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예상대로 방사한 따오기 중 한 마리는 공사로 인해 훼손돼가는 열악한 여건에도 대봉늪을 찾았고 그곳에는 지금도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 흔적이 널려 있다. 발 달린 동물은 그 어떤 개발에도 다른 곳에 가서 잘 산다는 환경영향평가는 대체 왜 하는지? 거짓으로 포장한 늪지대 훼손공사를 멈춰야 하는 이유로 무엇이 더 필요할까?

홍수와 재난을 막기 위해 이미 70년대부터 하천 제방을 제거해 온 독일과는 반대로 지금도 전국 지천의 제방은 높아져만 가고 홍수를 막는, 따오기의 서식처 늪지대는 사라지고 있다. 새장 밖을 나온 따오기를 맞이하는 곳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죽음의 함정이 아니길 바란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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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막연한 위험이 아니라 임박한, 아니 현재 진행 중인, 실질적 위험의 시대다. 때 이른 6월 폭염으로 유럽이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우리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다. 매년 최고기온을 갈아치우고 있어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얼마 전 영국에선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란 단체의 비준법 저항운동이 연이어 벌어졌다. 멸종저항은 현재의 기후위기를 우리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임박한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지난해 8월 출범한 단체다. 올 4월 멸종저항운동가 수천명이 런던 시내 주요 시설에서 점거 시위와 의도적인 교란을 펼쳤고 두 주간 10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영국 역사상 최대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해 정치권의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영국 의회는 5월1일 기후위기를 인정하면서 ‘기후변화 국가비상사태’ 선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적극적인 기후 대응을 촉구하면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란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24일 ‘기후파업’이란 이름의 등교거부 행사가 있었다. 막연한 우려를 넘어 긴급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시민사회 요구가 세계 곳곳에서 드세지고 있다.

이런 시민사회의 움직임과 함께 최근 여러 국가들에서는 눈에 띄는 정책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들은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아니라 반드시 줄여야 할 규범적인 목표를 먼저 정하고 목표 달성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줄이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수요관리 강화로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었다.

영국은 G7 국가들 중 최초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영(0)으로 줄이기로 공식 선언했다. 영국에선 이미 2015년에 재생에너지발전이 석탄발전을 처음으로 추월하더니, 올해 5월 들어서는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주 동안 석탄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 신기록을 세웠다. 독일은 2022년 원전 제로, 2038년 석탄발전 제로, 2050년 재생가능에너지 80%,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80~95% 감축을 내걸었다. 독일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고 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이 4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일본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파리협정을 탈퇴했지만 캘리포니아주가 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목표로 하는 등 주 차원의 대응이 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정책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는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송부문에선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 빠르게는 2024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과 100% 전기차를 선언했다.

거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만큼 세계적 대응은 날로 강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몇몇 언론의 가짜뉴스 유포나 부처이기주의적 규제 강화, 안일한 행정 편의주의, 환경보전과 재생가능에너지 설치를 둘러싼 녹녹갈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애물로 에너지전환이 더디기만 하다. 기후변화 자체도 문제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정책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기후변화 이전에 경제가 교란되면서 우리 삶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이제 경제문제이자 생존문제가 되었다. 폭염의 시대, 에너지전환의 긴급성을 더 뜨겁게 느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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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옥(inferno). 

스페인 공영방송(RTVE)의 기상캐스터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이름으로 유럽의 때 이른 6월 폭염 소식을 트윗으로 전했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에서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며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는 스페인 북동부와 프랑스 남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고되었다. 만일 이 온도가 현실이 된다면 프랑스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2003년 8월12일 44.1도를 경신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그해에 프랑스인 1만5000명을 포함, 유럽에서 7만명이 사망하였다. 대부분 대책 없이 더위를 견뎌야 했던 노약자와 빈곤층들이었다. 

유럽이 이 정도인데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지난 6월17일 인도 동부의 비하르주에서는 섭씨 45도의 폭염으로 184명이 사망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인도 첸나이주에서는 폭염으로 36명이 사망하였고, 가뭄으로 물이 없어 호텔과 식당이 문을 닫기까지 하였다. 죽은 사람도 애통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도 견디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스’지에 실린 영국 브리스틀대학의 기상학자 유니스 로 팀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섭씨 3도 이상 상승하면 LA에서만 2500여명이, 뉴욕에서는 6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폭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되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폭염은 주로 노약자와 야외 노동자, 빈곤층에 큰 위협이 되며 특히 포장도로와 고층 빌딩들이 밀집된 대도시는 도심 열섬이 형성되는 탓에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고 보고하였다. 

지난 25일 유엔에서 필립 알스턴 유엔 빈곤·인권 관련 특별보고관은 “부자들은 더위, 기아,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나머지 세계는 극심한 고통을 받는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시나리오의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2012년 뉴욕시에 허리케인 샌디가 몰아쳤을 때 수천명의 저소득층이 며칠 동안 전기와 의료서비스 없이 방치되는 동안 뉴욕 맨해튼 골드만삭스 본사에서는 수만개의 모래주머니가 준비되고 사설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했던 사례를 들었다. 

폭염은 주차장의 자동차도 불붙게 하고, 타이어에도 펑크를 내며 열사병으로 즉각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어째서 미세먼지만큼 관심을 두지 않는 걸까? 우리나라도 벌써부터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있는데 폭염을 미세먼지만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 살면 집, 자동차, 지하철, 백화점, 찻집, 서점 등등에서 즉각 더위를 날려줄 에어컨이 가동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0년간 탄소연료에 과잉 의존한 탓에 지구가 뜨거워졌고 그 여파로 미세먼지도, 폭염도 심해지고 있는데 전기를 더 써서 더위를 막는 게 잘하는 일일까. 안 그래도 너무 값싼 전기요금을 여름에 한시적으로 내린다는데 옳은 결정일까. 

작년 여름 배달 노동자 박정훈씨(35)는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는 1인 시위를 했다. 한여름에 서 있기도 어려운 가운데 일하는 사람을 배려해 달라는 작은 요청이다. 서울 서초구청이 작년 ‘서리풀 원두막’이라는 이름으로 한여름 보행자를 위해 그늘막을 만들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폭염 발생 이후에 대해 실용적인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을 방지하기 위한 예비책에 대해 논의하는 곳은 잘 안 보인다. 아마도 정부와 국회에서 탄소에너지를 자연에너지로 대전환할 에너지기본계획과, 폭염도 재난으로 간주하여 폭염방지법 제정을 통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더위의 기세가 등등한데 국회는 아직도 개점휴업 중이다. 없는 사람은 기후재난 앞에서도 차별받는다. 열받은 유권자들이 폭염보다 더 뜨겁게 응징할 날, 얼마 안 남았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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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8일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발표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4대강사업에 실시한 수차례의 감사원 감사 결과는 ‘총체적 부실’ ‘입찰 비리’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 같은 말로 요약된다. 4대강사업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결론이지만 16개의 보는 4대강을 가로막은 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보 해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내놓은 ‘금강·영산강 보 2개 해체, 1개 부분해체, 2개 상시개방’이라는 처리방안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보 해체 반대를 떠받들고 있는 강력한 논리 중 하나는 ‘돈’이다. 잘못된 사업이라고 해도 기왕 엄청난 돈을 들여 지어놓은 걸 어떻게 할 것이냐, 다시 비용을 들여 해체하느니 잘 사용하자는 것이다. 복원을 전제로 가리왕산에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만들어놓고도 복원 약속을 가볍게 무시하고 버티는 강원도가 믿는 구석도 결국은 돈의 논리다. 

돈타령은 법원에서도 잘 먹힌다. 지난 2월14일 서울행정법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는 위법이지만, 취소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건설허가 취소로 예상되는 1조원의 손실이 판결의 주된 근거였다. 2017년 공론화에서 ‘탈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라는 묘한 결론의 배경에도 수조 원으로 추정되는 매몰비용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돈의 승리다. 일단 일을 크게만 벌여놓으면 법과 규정을 어겨도 사업은 가게 되어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밖에 없다. 돈 앞에서 법과 규정은 점점 무력해진다. 얼마 전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작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논의는 이런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작년에 강원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 건설부지에서 지질학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천연동굴 2개가 발견되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천연동굴 발견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문화재 지표조사에서도 동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실한 평가와 조사로 볼 수밖에 없다. 사업자의 의뢰로 작성된 ‘기초조사 의견서’는 동굴 내부에서 인위적인 요인일 수 있는 균열과 훼손을 확인했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도 ‘기왕’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16일 양양군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완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이미 조작과 부실 판정을 받았던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다. 설악산 보전의 필요성과 케이블카사업 진행 과정의 부당함은 이미 차고도 넘치게 밝혀졌다. 보완이 가능할 수 없는 사안이고,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만이 답이다.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의 시행은 전국의 산지관광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산에서 4대강사업의 재현을 막고 개발의 탐욕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노선 길이를 2㎞에서 5㎞로 늘려놓은 자연공원법의 수상한 시행령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

법은 머릿속이 아니라 누군가를, 무언가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생겨난 것이다. 규정은 그것이 없으면 피해를 입게 되는 존재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현실을 살피고 법과 규정을 적용할 때의 마음가짐으로는 ‘기왕 돈이 들어갔으니’가 아니라 ‘설사 돈이 들어갔더라도’가 맞다. 4대강 보 해체에는 돈이 든다. 하지만 ‘이런’ 돈은 ‘그런’ 돈과는 다르다. 그럴 가치가 충분한 사회적 비용이다. 돈에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우리를 점점 더 지배한다. 새로움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현실에 대한 복종과 순응만 남는다. 이런 현실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보 해체와 설악산 케이블카사업 폐기는 이제는 돈타령이 아니라 돈으로 파괴되는 생명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겠다는 사회적 반성이다. 체념과 무기력으로 죽어가는 사회를 살리겠다는 결단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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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동력은 다소 잃었으나 ‘기득권 카르텔형 부패국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 보입니다. 비록 가시적 성과는 흐릿해도 초심으로 제시했던 핵심공약 대부분이 시도되었고 지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약 이후 전혀 실천할 맘이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국토 환경개선의 근간인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자연자원 총량관리제도’와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이 그것입니다. 실천은커녕 논의조차도 없습니다. 이 제도는 지금도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전문가를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정부 논리로는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법은 없어도 됩니다. 가방끈이 조금 긴 자가 개발예정지역을 잠시 둘러보고 상상으로 조사서류를 작성하면 가장 힘든 조사과정이 쉬이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1인이 단 3시간 만에 방대한 지역에 7개 분야 전문조사를 마쳤어도 정당하답니다. 그 전문가의 눈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늪지대에 널린 수달과 삵의 배설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혹여 누군가가 문제를 밝혀도 일부 부족했다고 간단히 인정하면 됩니다. 조사 당시 안 보였을 뿐이니까요. 문제를 만든 사람만 괜한 짓 한 게 됩니다. 심지어 계약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전문 ‘조사자’로 버젓이 내밀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궤변의 논리까지 정부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성실한 전문가는 정말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앞으로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목록은 모두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떠한 개발로도 멸종되지 않고 알아서 잘 살기 때문입니다. 모든 멸종위기 동물은 다리가 달려 서식처가 파괴되면 알아서 제 살 곳을 찾아가고, 식물은 옆으로 옮기면 됩니다. 보존할 가치가 높은 지역은 한반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토록 대단하다고 자랑했던 설악산 정상부 고산지대도 가치가 없답니다. 산양은 딴 데 가서 산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갈까요? 

개발에 의한 환경영향을 줄이려는 법률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한데 정작 이 법의 해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의 환경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요식행위가 되었습니다. 법률의 허우대는 멀쩡합니다만 이는 다만 의미 없는 검은색 글자일 뿐입니다. 법으로 환경의 가치가 강화됨에도 왜 그 중요한 야생생물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대학교 전공은 대부분 사라졌을까요? 열심히 하면 일자리를 뺏기는 이상한 법 때문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니 배움의 열정과 자긍심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러니 대학에서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성실하면 일할 수 없는 이상한 법 때문에 ‘복붙’의 비양심적 업체들과 무늬만 전문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이제는 학문의 근간이 되는 생물분류군별 조사자조차 섭외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환경의 현 주소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열악해지는 ‘오염국가 대한민국’에서 왜 병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네들은 거짓과 진실도 다수결로 판정한답니다. 짐짓 점잔을 빼고, 권위를 내세우는 판정단에는 거짓말한 당사자가, 거짓을 묵인했던 사람이 들어와도 무방하답니다. 이렇게 거짓은 또 진실이 됩니다. 그리고 항변할 수 없는 생물들은 사라집니다.

최악의 환경오염 국가에 살지만 이들에게 표를 주는 우리가 정부를 욕하면 안됩니다. 우리 동네가 개발되면 잘살 것이라는 허상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국정농단을 겪고 탄생한 정부조차 이 공약의 먼지를 털지 않아도 되는 이유겠지요. 정치가는 정권을 잡기만 하면 공익은 접어두고, 소위 통 큰 개발로 주민을 기망하여 표를 구걸해야 하니 자본과 권력의 지향점이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표, 최순실표 막개발이 멈추지 않는 이유이겠지요. 

눈앞의 욕심은 질병으로 돌아옵니다. ‘생태계 보전’ 공약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시간입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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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인 6월1일, 천안 계성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이 열렸다. 4월29일에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전국 각지에서 성별 연령별 분포를 고려하고 학력과 직업도 추가로 고려해서 선발된, 그리고 참여하겠다는 자발적 참여 의지와 희망을 표명한, 500명이 모였다. 국민을 대표해서 이들이 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학습하고 토론하고 숙의해서 정책 아이디어와 국민실천방안을 마련해보자는 거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던 필자가 이번에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으로 다시 행사를 참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행사를 참관할 수 있는 건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그날 계획되어 있던 개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숙의”와 “경청”이란 단어가 좌우 벽면에 붙어 있었다. 

대강당은 참여자들의 의욕과 책임감, 사명감으로 꽉 찬 듯했고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국민정책참여단은 위촉장을 받았고 국민 대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 선서도 했다. 각 연령대별로 대표자들이 나와서 참여단에 임하는 소감과 각오도 발표했다. 모두가 사뭇 진지했다. 청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시민 각자가 미세먼지 피해자이면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고백, 그래서 직접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고 싶고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6월에 제1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리고 9월에 제2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어떤 제안이 나올까, 국민 참여와 숙의의 결과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

그런데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이 공론화 과정에 충실하려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이런 상황을 잘 보도해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가주면 좋겠지만 이제 굳이 언론의 매개가 필요하지만도 않다.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는 늘 열려 있다.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국가기후환경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좋겠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란 코너가 있고 “국민생각함”이 있다. 정부를 향해, 시민을 향해, 기업을 향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특히 국민정책참여단에는 19세 이상 성인만 참여하기 때문에 온라인 토론회에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 어떨까?

얼마 전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2018년 국민환경의식 조사에 따르면 가장 불만족도가 높은 환경문제가 바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질 문제였다(매우 불만족 27.9%와 불만족 12.8%).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질 개선이 단연 1위였다. 미세먼지 문제는 결코 소수의 사람이, 단기간에, 풀 수 없다. 배출원이 너무나 다양하고 지금의 에너지 소비와 육식 등 삶의 양식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친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갈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같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해도, 심지어 배출량이 줄어들어도, 대기 정체시간이 길어져 고농도가 여러 날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비상저감대책이 필요한 시기는 이제 지났다. 에너지 소비 규모는 물론 기상상황과 연결되어 있기에 계절적 편차가 크지만, 문제 발생 당시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비상상황이 오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서 시행해야만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전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국민정책참여단 활동에, 미세먼지 공론화 과정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모두의 현명한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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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심상찮다. 더위도 안 타고 자연에 순응하자 주의라 평생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 작년엔 쪄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한 대 들여놓고야 말았다. 올해는 5월 초부터 햇살이 예사롭지 않더니 첫 폭염주의보가 5월15일 광주에서 울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폭염주의보는 7월15일에 발령되었건만 올해는 두 달이나 빨라졌다. 그새 광주에는 두 번째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등도 섭씨 40도에 육박하여 역대 5월 기온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 홋카이도 사로마에서도 기온이 39.5도까지 올라 역대 5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을 포함, 국내외 과학자들도 올해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록이 한번 깨지면 우연이지만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에 계속 쌓이면서 이런 기상이변은 계속될 텐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11일 1958년 관측 이후 처음으로 415ppm을 돌파하며 인류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CNN에 따르면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진화한 80만년 만에 가장 높은 CO2 농도란다. 이런 빅뉴스가 우리나라에서는 해외토픽처럼 스쳐지나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최근 3년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되레 증가했다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세계 196개국이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고 협약까지 했는데 말이다.  

폭염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인당 전기 소모량은 역대 최고기록을 세워 2000년과 비교해 무려 2배나 썼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 많이 썼고, 가격이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싼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왜 해결에 진전이 없는지 쉽고도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소위 기든스 패러독스라고 일컬어지는데,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심리학 실험실에서 말하는 마시멜로 효과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보통 미래에 얻을 수 있는 더 큰 보상보다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성된 시민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문제가 국내적이건 국제적이건 간에 언제나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만 실질적인 대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정책과 제도와 그것을 수용하고자 하는 사회적 여론 조성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책장을 덮으며 밖을 본다. 유럽에서는 녹색당이 약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떨까. 더운 날씨, 플라스틱 컵에 빨대를 든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SNS를 타고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를 쓰겠다는 약속이 넘치고 있는데 실제로는 보기 어렵다. 작년 8월부터 커피숍에서 일회용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유리찻잔이 손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원하니까 강제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은 만들었지만 단속을 안 하기에 장식용 법처럼 보인다. 플라스틱 사용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썼던 언론사 1층 커피숍에도 여전히 일회용만 출렁인다. 법을 만든 국회에서도 행사가 열리면 일회용품을 당연히 쓴다. 기후변화 같은 주제는 의제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명사’의 세계에 살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은 ‘동사’로만 가능한데 말이다. 시민환경단체가 건널목이 되고 싶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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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칭)를 “우리 사회 각 부문을 대표하는 중립적 전문가 15인”으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핵발전소 지역과 시민사회단체는 여기에 반대해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 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따라 추진되는 재검토위원회에 그 이해관계자가 빠진 것이다. 이해당사자 포함을 강하게 요구했던 지역과 시민사회의 의견이 거부된 셈이다.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면 결국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격렬한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안면도, 굴업도, 위도가 말해준다. 핵폐기물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논의 결과가 자신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지역주민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역주민이 배제된 채 구성하여 운영되는 위원회는 아무리 중립적이어도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중립적’이란 말 자체도 애매하고 공허하다. 에너지처럼 중차대한 문제에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이 중립적 인사라면, 그 중립이야말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아닌가. 중립적 전문가는 찾을 수도 없고, 찾아낸다고 해도 문제다.

재검토위원회 구성과 별개로 반드시 먼저 해결할 것이 있다. 관리정책을 논의하기 전에 고준위핵폐기물이란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한쪽에서는 1m 앞에 노출되면 누구나 1분도 안 걸려 사망하고, 10만년 이상 완벽한 격리 보관이 필요해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 독성물질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이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반박한다. 이런 상태로는 관리정책을 제대로 논의할 수 없다. 먼저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중립’을 내세워 침묵하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지난번 ‘재검토준비단’에 사용되었던 ‘고준위방폐물’이란 표현이 이번 ‘재검토위원회’에서는 ‘사용후핵연료’로 바뀌었다. 이유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관리할 대상의 위험성이 가려지고 한층 깔끔하고 얌전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세계에 아직 영구처분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준위핵폐기물의 성격은 분명해진다.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다면, 핵폐기물은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비현실로 치부된다. 어느 누구도, 어떤 정부도 그 정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언젠가 핵폐기물 처리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말은 미래를 담보로 내뱉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인정하면, 가능한 한 핵발전소 조기폐쇄로 핵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태도다. 핵발전소와 고준위핵폐기물은 동전의 양면이다. 따로 떼어서 생각해선 안된다.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이른 핵발전소는 폐쇄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에 하나, 임시저장소가 포화되기 전에 논의를 마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재검토위원회는 임시저장소를 확충해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기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해진다. 탈핵 정부가 핵발전을 추진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영광 한빛1호기에서 제어봉 과다 인출로 인한 출력 급증 사고가 며칠 전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에는 운전자 실수와 규제기관의 대처 미숙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고 탈핵을 선언했으면, 정부는 이제라도 자기 소신에 좀 더 과감하고 충실하길, 아무리 급해도 핵발전소 수출 같은 자가당착의 행보는 그만두길 바란다. 좌고우면하는 사이 2년이 지났다. 시간이 별로 없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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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설문조사에서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국민이 80%를 넘었다. 지금 동일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90%는 족히 넘을 것 같다.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단순 팩트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1995년 서울의 PM10 농도는 80㎍/㎥에 근접했다. 다른 대도시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높던 미세먼지 농도는 2010년에 50㎍/㎥ 아래로 내려갔고 이후에도 이 수치를 유지했다. 20년이 채 안 걸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30% 이상 줄인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비난받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단순 측정자료까지 믿지 않고 언론은 연일 미세먼지 공포를 조장한다. 왜 그럴까? 마스크가 잘 팔리는 것 외에 공포마케팅을 통한 이익도 별로 없어 보이는 데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밀접한 질병은 폐질환과 심혈관질환이다. 대도시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상 개선되었으니 관련 질환도 많이 줄었을까? 결론은 반대다. 미세먼지와 관련이 높다는 허혈성심장질환은 이 기간 동안 유병률이 약 250%나 증가했고 폐렴사망률은 무려 700%가 넘게 증가했다. 폐암환자 또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이다. 주변에 호흡기, 심혈관질환자 및 사망자가 몇 배나 증가했는데 어찌 믿을 수 있을까. 질병, 사망과 관련한 기억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관련 질병 자료만을 분석하면 관련된 질병을 줄이려면 미세먼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괴상한 결과를 얻게 된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상관관계이니 아이러니다. 통계의 한계쯤 되려나? 좀 돌려 생각해보면 이 자료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비록 미세먼지가 관련 질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나, 미세먼지를 압도하는, 해당 질병을 유발하는 다른 오염물질이 증가했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압도적 질병유발물질은 미국의 조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차량 외 디젤차량이 극소수인 미국에서 디젤이 차지하는 미세먼지 발생량은 15% 정도이다. 반면 암의 조기발병 영향은 모든 대기오염물질 중 무려 8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디젤차는 2000년 360만대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 말 1000만대에 근접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수도권에서 디젤차가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량은 전체 오염원의 23%나 된다. 왜 미세먼지가 줄었음에도 관련 질병이 이렇게 폭증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대기 중 발암물질량의 80%를 훌쩍 넘게 발생시키는 디젤엔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 사람들이 오염물질의 과다배출을 앎에도 불구하고 디젤차를 선호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최근 출시된 고가의 SUV는 판매량의 약 80%가 디젤엔진이니 말 다했다. 

디젤은 서민을 위한 연료라는 이유로 세금을 낮춰 휘발유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그런데 경차는 모두 휘발유차인 반면, 디젤승용차는 대부분 비싸다. 자동차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야만 하는 이상한 구조로 개편된 지 오래다. 더 이상 디젤의 저가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의 고충을 뒤로하고 경유세를 인상하기는 어려우니 참 난감하다. 역으로 생각하자.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인 최저임금 인상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져가는 지금 국민의 건강과 실질소득 증대를 모두 꾀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휘발유세를 경유세와 같게 낮추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을 위해, 침체된 경제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휘발유를 남용한다고? 더 이상 움직일 여력도 없다. 

조기폐차지원금? 수소차지원금? 걷어서 특정인에 주려하지 말고 걷지 말자. 미세먼지? 대기오염정책 완전히 헛짚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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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일회용품 사용, 이젠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이야기 하나. 얼마 전, 딸아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족발 만들 실력은 못 되니 외식을 해야 했다. 예전에 배달시켰을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나와서 후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직접 가서 먹자는데 한사코 집에서 먹겠단다. 하는 수 없이 전화로 주문하면서 그릇을 가져갈 테니 포장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무려 열 개나 되는, 크고 작은 그릇을 가방 둘에 넣어 가게로 갔다. 

가게에선 규격화된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라 집에서 가져간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게 더 품이 들어 보였다. 번거롭단 내색 없이 까다로운 손님 비위 맞추느라 수고하는 가게 분들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뜩이나 일하느라 바쁜데 성가시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라도 줄여야지 싶어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눌렀다. 웬걸, 가게 주인이 덕분에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되어 고맙다며 음료 하나를 건넸다. 집에서 음식을 펼쳐 놓고 아이에게 말했다, 그냥 배달시켰다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겼을지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둘. 이제 나이가 들어 장례식장에 가는 일이 잦다. 재작년엔 상을 치르기도 했다. 문상을 가면서, 또 조문객을 맞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컵 등 1회용품 때문이었다. 상에는 아예 비닐 커버 수십 장을 깔아두고 손님이 한 차례씩 바뀔 때마다 비닐 커버를 하나씩 벗겨낸다. 심지어 비닐 커버를 보자기처럼 사용해서 상 위에 놓여 있던 일회용기들을 싸서는 한꺼번에 버리기도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 걸 1회용품으로 하게 된 걸까? 어디서나 마주하게 되는 이런 장례문화,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 걸까?

플라스틱·목재 등 쓰레기들이 4월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 더반 항구 주변에 쌓여 있다. 이 지역에 최근 홍수가 나면서 해안을 따라 쓰레기들이 흘러들었다. 당국은 쓰레기 제거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나섰다. 더반 _ AFP연합뉴스

환경부 추산으로 장례식장 한 곳에서 한 해 평균 밥그릇과 국그릇 72만 개, 접시류 144만 개 이상의 1회용품을 쓴다 한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쓰이는 접시류만 연 2억1600만개, 756t으로, 국내 유통 1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에 해당한단다. 정부는 2014년 3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했지만 유족이 장례용품을 사거나 상조회사의 제공을 받을 때는 예외로 해서 실제 별 효과가 없다.

이야기 셋. 지난해 10월 어느 날, 통영 앞바다를 방문했다. 첫날 한국환경사회학회 가을학술대회를 한 후 이튿날 학회 회원들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에 속한 마을 분들이 함께 해양 쓰레기 수거활동에 나섰다. 일부는 뭍에서 작업했고, 일부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갔다. 방화도,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구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배를 매복시켜 둔 섬이란다. 현재 무인도인 그 역사적인 섬에 내려보니, 해안이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 범벅이었다. 더 놀라운 건 발을 디딜 때 해안가 모래밭이 푹신푹신하게 느껴졌다. 양식할 때 사용한 스티로폼 부표가 파도와 바람, 햇살을 받아 부서진 것이 태풍 때 파도를 타고 섬의 해안에 쌓인 탓이었다. 값싸게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해산물 양식이 이런 해양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싸게, 더 편리하게. 우리가 지금 알게 모르게 지향하는 가치, 우리 삶에 배어 있는 가치가 아닌지. 그래서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단계에서 이렇게나 많은 1회용품, 특히 플라스틱 1회용품 남용의 시대가 온 게 아닌지. 세상의 모든 것은 어디론가 가게 되어 있다.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공짜 점심을 부담 없이 즐기는 소비문화 속에 살고 있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소비문화,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삶을 옥죌 것이다. 성찰과 변화가 필요한 때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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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타오르는 태양(버닝썬)’은 손님과 종업원 간의 폭력시비에서 시작돼 마약과 성폭력 가해 연예인 구속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을 태우고 사그라들게 할 기세다. 전혀 모르는 세계를 관전하며 배우 지망생인 아들이 행여 어두운(?) 세계에 발을 디딜까 하여 두려움에 떨었다. 한번 맛보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한다는 그 약물의 세계란 무엇일까. 심리학에서 반대과정이론(opponent-process theory)으로 그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외부 자극에 의해 처음 만들어지는 반응이 끝나면 그것과 상반된 다른 반응 상태가 나타나 균형을 잡아준다.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자극은 이후 혐오적 느낌에 의해 대립되고, 처음에 혐오감을 준 자극은 유쾌한 느낌으로 대립된다. 예컨대 매운 고추를 먹게 되면 우리 뇌는 그것을 통증으로 자각한다. 그리고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일종의 아편물질이 분비되는데 그 때문에 매운 걸 먹고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아찔한 놀이기구를 돈 내고 타는 이유도 극도의 공포 이후 극도의 쾌함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약물에 의존해 쾌락을 맛본 이후엔 그에 대립하는 극도의 불쾌감을 경험하기에 끊을 수 없다 한다.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사용도 일종의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목재 등 쓰레기들이 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 더반 항구 주변에 쌓여 있다. 이 지역에 최근 홍수가 나면서 해안을 따라 쓰레기들이 흘러들었다. 당국은 쓰레기 제거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나섰다. 더반 _ AFP연합뉴스

“생산에 5초, 사용은 5분, 분해는 500년”이지만 플라스틱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알약부터 의류, 신발, 가방, 심지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도 모자라 한 손엔 플라스틱 컵에 빨대까지…. 지난 10년간 전 세계 플라스틱 총생산량은 42%나 증가하였고 현재 바다에는 27만t의 쓰레기가 떠도는 중이며, 2050년엔 해양쓰레기가 3배로 증가하여 ‘물 반 플라스틱 반’이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우주여행도 꿈꾸는 세상에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안은 진정 없는 것일까? 

아일랜드 브랜드 기네스의 모회사인 디아지오는 지난달 15일 맥주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 가능한 생분해성 판지로 대체할 것이며, 이를 위해 1600만파운드(약 238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였다. 아디다스도 2024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하겠다 했고, 이케아는 2020년까지 자사의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약속했다. 우리나라 마켓컬리도 친환경 지퍼백을 도입했고, 배달의민족은 ‘일회용 숟가락 빼주세요’ 옵션을 장착했으나 그 사용량에 비하면 애교로 봐줄 만한 대안이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연 기업체답게 창의적 해결책도 찾아주길 바란다. 플라스틱으로 돈 번 기업이 한둘이 아닐 텐데 여태 대체재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는 지난해 ‘환경분야 노벨상’으로 알려진 ‘에니상(Eni Awards)’을 수상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화학물질을 만드는 시스템 대사공학을 창시한 공로이다. 이 생물공학적 방법을 통해 인류 최대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착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내는 중이다. 세계 최초로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어 희망적이다. 

지구한계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스웨덴 환경학자 요한 록스트룀은 <지구한계의 경계에서(Big World Small Planet)>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지배적인 서사는 유한한 지구, 무한한 물적 발전을 골자로 지구와 자연은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줄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제 넘쳐나는 환경적 고난이 사상 최초로 세계경제에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향정신성 약물은 불법이므로 국가가 처벌한다. 플라스틱 중독은 누가 처벌할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답해주셨다. 신은 항상 용서한다. 인간은 때때로 용서한다. 자연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아멘.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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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에서는 부활절 후에 ‘엠마오’를 간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10여㎞ 떨어진 마을로 추정된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후 예루살렘을 떠나가던 제자 두 명이 길에서 만난 예수를 엠마오에서 비로소 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루카복음 24장). ‘엠마오’는 이 만남을 기념하는 부활 나들이라 하겠다. 올해는 부활절 다음날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DMZ생태연구소’에 요청해 마련한 비무장지대(DMZ) 생태탐방에 다녀왔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DMZ로 엠마오를 간 셈이다.

민통선 너머에서 만난 숲은 참으로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땅속에 매설된 수많은 지뢰는 비무장지대가 한반도 최고의 중무장지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우리의 평화는 여전히 엄청난 무력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이후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가 급속히 고조되며, DMZ에 매설된 지뢰 제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남북 군사당국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따른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남북의 화해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지만, 지뢰 제거를 위해 해당 지역의 나무와 일정 깊이의 흙을 무차별로 베어내고 헤집는 것은 생태적으로 매우 폭력적이다.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우리가 전쟁으로 황폐하게 만들었고, 자연이 다시 풍요롭게 만든 곳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7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2016년 후반, 광장에 수백만의 촛불이 박근혜 정권을 흔들어놓자 민통선 안의 땅 값도 흔들렸다고 한다. 정권이 교체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가능할 수도 있는 ‘개발’ 기대 때문이다. 웃고 넘겨버릴 얘기만은 아니다. 남북 정상의 만남 이후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필두로 남북 교류와 협력에 관한 제안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DMZ를 둘러싸고 제안되는 사업에는 ‘생태’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어떻게든 개발을 하겠다는 속내만 더 드러나는 듯하다. 이래서야 한반도의 평화는 DMZ에는 폭력이 될 공산이 크다. 돈과 이윤에 사로잡히고 휘둘려 부끄러움을 상실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민통선 안 숲에는 너부러진 채 죽어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하지만 숲속에서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다. 죽은 나무들은 숲에서 다른 생명들이 깃들고 자라는 터전으로, 뭇 생명의 근원으로 새롭게 변화한다. 자기를 내어줌으로써 새 생명을 키운다. 사람이 죽음을 심은 곳에서 자연은 생명을 일구어냈다. DMZ는 부활의 땅이다. 

예수는 못과 창에 찔린 상처를 그대로 지니고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십자가 상처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던 예수의 삶, 그들의 편에서 불의한 권력에 끝까지 맞섰던 예수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우리를 그 삶으로 초대한다.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숲을 일궈낸 부활의 땅 DMZ에도 상처가 새겨져 있다. 지나친 단순화일지 모르지만, 이 상처는 서로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의 충돌로 생겨났다. 지난 세월, 이 상처는 남북 간에 그리고 우리 남쪽 안에서 계속 깊어져왔다. 지뢰는 상처를 악화시키는 맹목적인 질주를 멈추라고 경고한다. 지뢰는 우리가 남북의 평화를 빌미로 DMZ를 그저 ‘소비’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지뢰는 사람에게 물리적인 제약과 위협이 분명하다. 동시에 지뢰는 효율과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배타적이고 무한한 욕망을 제어하는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다. DMZ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능사도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돈과 이윤이 우리 삶의 원리가 된 지 오래다. 비무장지대라고 우리를 지배하는 삶의 방식에서 예외가 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이럴 바엔 차라리, “DMZ에 지뢰를 허하라.” 엠마오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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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 증명되지 않은 ‘잠재적 위해성’과 ‘환경의 관계성’을 인정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과연 우리 정부가 이런 판결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꽃이 만발하지만 우리 숲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농약으로 얼룩진 침묵의 봄이 이어진다. 이맘때면 계곡물이 모자라게 울어대던 개구리와, 짝을 찾느라 분주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잔인한 엔진톱 소리로 바뀐 지 오래다. 가장 깨끗해야 할 숲속에 화학살충제가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명목으로 하늘소를 죽이기 위해 광범위하게 살포되는 살충제는 하늘소뿐만 아니라 유익한 대다수 숲속 곤충들을 죽이며, 특히 꿀벌집단의 붕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증가율이 가장 높은 암인 유방암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정부는 늘 안전하다고만 한다. 과연 그럴까? 작년 8월 프랑스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산림에까지 뿌리는 이 살충제를 경작지에서조차 전면 금지시킨 것이다. 프랑스의 선택이 주는 의미는 뭘까? 반세기 전 사용이 금지된 DDT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흙에서 닭으로, 다시 달걀로 옮겨가며 ‘살충제 달걀’로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하다던 DDT가 그랬듯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살충제 또한 이미 많은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재선충 발병지역에서 양서류가 사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산림에 광범위하게 뿌려진 살충제는 무차별적으로 곤충을 죽이고, 곤충을 먹이로 하는 개구리들 또한 없애고 있다. 이미 지렁이를 포함한 토양무척추동물에게 강하게 독성이 미치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 남용 문제를 폭로한 이후 이미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당시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을 막기 위한 살충제 남용은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지금의 정부대응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이 책의 몇 단락을 옮겨본다.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은 1930년경 유럽에서 들여온 목재에 숨어서 건너왔다. 느릅나무 껍질에 사는 딱정벌레는 이 병을 다른 나무로 옮긴다.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개체인 딱정벌레를 없애는 방법이 자주 이용된다. 특히 느릅나무가 번성하는 지역에는 약제의 집중 살포가 일상화되었다. 적은 양이 살포된 1954년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곧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죽어가는 울새가 서서히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화학물질이 살포된 지역은 치명적 함정이 되어, 그곳을 찾아온 울새들은 일주일 뒤 모두 죽고 말았다.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들은 그 약품이 ‘새에게는 무해하다’고 강조했지만 울새들은 바로 그 약품 때문에 죽어갔다.”

강력한 농약은 해충인 느릅나무딱정벌레뿐 아니라 가루받이를 돕는 곤충, 포식성 거미 등 모든 곤충을 죽인다. 가을이 되어 땅에 떨어져 축축해진 낙엽은 아주 천천히 분해된다. 지렁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썩은 잎을 먹어치워 분해를 돕는다. 그런데 나뭇잎을 먹은 지렁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살충제까지 흡수하게 되고, 체내에 그 살충제가 농축된다. 물론 많은 지렁이가 죽었지만, 살아남은 지렁이들은 독극물의 ‘생물학적 증폭기’ 구실을 했다. 많은 연구를 통해 해충 억제 측면에서 새들이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조절능력을 화학약품에 흠뻑 젖은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살충제가 해충뿐 아니라 그 천적인 새들도 함께 죽이기 때문이다. 살충제가 뿌려지고 얼마 후엔 벌레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벌레의 수를 조절해줄 새들이 없다.

“해충의 천적들이 농약 때문에 사라진다면, 새로운 해충이 등장해 다른 나무들을 공격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통제할 것인가?”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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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은 지 1년이 지났다. 우린 그동안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난해 8월부터는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번 4월부터는 전국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제 시작일 뿐, 아직도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줄지 않았고 규제에 대한 불평불만도 없지 않다.

우리가 몰랐던 사이, 우리 사회엔 해결 못하는 쓰레기가 늘어만 가고 있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5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농촌 마을에 재활용을 명분으로 들여다 놓은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보관량(2157t)의 34배가 넘는 분량(17만3000여t)이다. 폐기물이 썩으면서 나온 악취와 침출수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마을주민들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이 ‘쓰레기산’에 불까지 나자 미국 CNN에서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필리핀에 플라스틱 재활용품으로 수출했던 쓰레기가 지역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반송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폐기물 관련 사업장에 쌓아둔 방치폐기물이 85만t, 야산이나 창고에 버려진 불법폐기물이 30만t가량. 모두 소각한다 해도 매해 100억원씩 들여 30년 정도 걸리는 규모이다.

폐비닐은 용융기에서 검은 색소와 섞여 플라스틱 반죽으로 변하고, 4~5㎜ 크기의 플라스틱 펠릿으로 모양이 잡힌다. 자루에 담긴 펠릿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돼 하수도관 등의 재료가 된다. 김정근 기자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재활용 쓰레기 대란 1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및 해결 방안에 관한 대국민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95% 이상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열에 아홉은 플라스틱 제품 사용 ‘전면 금지’ 같은 강한 규제를 원했다. 소비자 규제를 넘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 규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출처:경향신문DB)

환경부의 규제 조치에 대한 다수 기사들은 조치의 문제점이나 관련 업체들의 불평불만을 주로 전한다. 그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필요하지만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변화란 있을 수 없다. 기사들 아래 댓글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어느 기사에 달린, 아이디 ‘문제없어’란 누리꾼의 댓글이다. “고통 없이는 절대 성공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안 하면 안되는 사업이라 어떤 식으로든 진행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새벽배송업체·대기업의 공산품과 대포장 등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 아닐까요? 생활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분류해보니 재활용으로 90% 이상 나옵니다.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품은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재활용으로 분류해냅니다. 만드는 대기업, 대책 부족한 정부, 항변하는 영세업자 등등을 탓할뿐더러 개인인 나 스스로도 열심히 방법 찾아 동참합시다. 우리 아이들이 쓰레기장에 살게 할 순 없잖아요.” 아이디 ‘티없이살라하네’도 말한다. “문명의 발달로 너무 편리함에 익숙해져 살다 보니 좀 불편하면 힘들어한다. 폐비닐·폐플라스틱이 육지에서는 산을 이루고 바다에서도 섬을 이루어 더 이상 방치한다면 지구는 죽는다. 만들어 쓰고 버릴 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니. 좀 불편하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배달음식 단가 올려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부담하면 되고. 지금 규제를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 대책도 없이 과거에 규제를 하지 않은 일이 더 문제다. 내 집에 쓰레기 더미 안고 산다고 생각하면 규제와 비용 부담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일단 나 자신부터 시작해보자. 할 수 있는 일들, 너무나 많다. 다회용컵(텀블러) 사용하기,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그릇 가져가서 음식 사오기, 과대포장 않는 제품 사기, 다회용품 사용 배달업체 이용하기 등등. 실내 흡연이 당연시되었지만 이젠 실내 흡연은 물론이고 길거리 흡연조차 문제라 본다. 문화가 바뀐 거다. 일회용품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아니라 문제로 보는 문화, 부끄럽게 보는 문화로! ‘내’가 그 변화의 시작이 되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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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다니다 NGO에 들어와 일한 지 17년째 되었다. 어느 해나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요즘엔 옷을 찢고 녹색괴물 헐크가 될 것 같은 때가 종종 있다. 점점 잦아지고 있다.

한 달 전에 환경부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국민의 불안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였다. 회의 주제는 생활용품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관한 것이었다. 환경부 담당자와 산하 연구기관 그리고 외부 연구기관과 생필품 제조사 측에서 참여했다. 장황하게들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이랬다. 환경부는 규제를 만들고 싶지만 EU에서 제시하는 미세플라스틱 관련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겠다는 공복의 자세는커녕 절실함이 1도 안 느껴지는 회의였다. 우리가 언제부터 EU의 기준을 그토록 열심히 따랐다는 것인지…. 내 안의 헐크가 튀어나올 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갤럭시S10을 출시하며 포장을 대폭 줄이고 플라스틱을 없앴다. 실제로 규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보다 먼저 움직였고, 회사 자체적으로 금지예상물질을 지정해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EU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2006년 7월부터 시행한 전기·전자제품에 대한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을 학습한 결과이다. LG생활건강은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섬유유연제를 출시했다. 화장품과 의약외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은 2017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세제 등 생활화학용품엔 아직 규제가 없는 상태임에도 먼저 규제 이상을 지켰다. 세제나 유연제에 향기를 좋게 하기 위해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 캡슐이 물을 오염시키고 사람 몸에 다시 돌아온다는 걸 고려한 조치이다. 규제를 만들어내는 정부보다 먼저 기업이 발 빠르게 변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의 변화와 사람을 읽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사람의 마음을.

지금 유럽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매주 금요일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 숫자가 매주 늘어나서 수만명에 이르고 있고 우리나라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 환경이 기후변화로 나빠지고 있으니 들고일어난 것이다. 뉴욕주에서는 내년 3월부터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이 퇴출된다. 유럽의회도 2021년부터 10종류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법안을 가결하였다. 미국에서는 최초로 하와이 내 모든 식당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쇼핑센터, 소매점 등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플라스틱 소비 1위 국가이며 동시에 국민의 90%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직 어떤 규제도 없는 상태이다. 아마도 작년 4월에 이어 쓰레기 대란이 한번 더 일어나면 그때 범플라스틱 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전문가를 모시고 국민대책회의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이 미세먼지 앞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속에서 헐크로 변하기 전에 미리 그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없을까.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구글 검색이 그토록 귀중한 이유는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솔직한 생각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이야기를 구글, 네이버, 다음과 같은 거대 검색엔진에는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선거는 물론이거니와 주요 정책을 입안할 때 그리고 기업이 마케팅 전략 하나를 세울 때에도 대중이 진정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검색엔진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민이 미세먼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해법을 원하는지 과연 제대로 알고 있을까? 미세먼지 추경예산이 1조원이라던데 이참에 빅데이터 분석으로 먼저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계절상의 이유로 미세먼지가 잠시 잦아들어 우리 관심에서도 일시적으로 사라지기 전에.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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