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콜린스 사전과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각각 ‘기후파업’과 ‘기후비상’을 선정했다. 올해 이 두 단어의 사용 빈도가 이전에 비해 100배 정도 늘었다는 선정 이유는 세계적으로 기후에 관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높아졌고 기후 관련 담론도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도 이런 변화의 반영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 정상들로부터 기후비상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찾아보기는 여전히 힘들다. 2년 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치자.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에서 노후석탄화력발전소 4기 감축과 2022년까지 6기 감축 계획을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발표했지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의 추가 건설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내게는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을 향해 반복해 외쳤던 “How dare you?”라는 날선 비판이 ‘올해의 말’로 남는다. 영상에서 본 툰베리의 눈빛과 표정과 억양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한 세계에 대한 원망과 분노, 반드시 변화를 만들겠다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자신들의 삶을 더 이상 빼앗지 말라며 세계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멸종위기’를 외치는 현실이 보여주듯, 기후위기를 우려하고 대책을 말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늘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뿌리인 우리의 삶의 양식을 바꾸자는 생각과 의지는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시사주간 타임이 지난 11일 공개한 타임 표지. AFP연합뉴스

온실가스를 에너지 쓰레기로 보면, 우리는 자원의 한계 이전에 자원을 소비한 결과인 쓰레기의 한계에 먼저 봉착한 것이다. 온실가스만 한계가 아니다. ‘5초-20분-500년’ 1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빨대의 평균 생산-사용-분해시간을 상징하는 숫자다. 플라스틱 제품은 20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니,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소각된 것을 제외하면 지구 어딘가에 고스란히 쌓여 있을 것이다. 코카콜라 회사가 매년 생산하는 플라스틱 병만으로도 지구를 700번 감을 수 있다고 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 형성된 쓰레기 더미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여, ‘GPGP’라는 태평양의 쓰레기 더미는 그 크기가 한반도의 6배가 넘는다. 핵발전소의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사용후핵연료를 쌓아온 핵발전소의 임시저장소 포화율은 평균 90%다. 조만간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할 곳이 없는 핵발전소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핵발전에 대한 근원적 고민은 없고, 임시저장소를 늘릴 생각만 한다. 쓰레기의 근원인 ‘소비주의’ 생활양식은 바뀔 기미가 없다. 생산과 소비는 진작되어야 하고,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쓰레기의 경고는 분명하고 단호하다. “더 이상, 이렇게 갈 수 없다.” 이런 규모의 쓰레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생산과 소비,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아니, 인류의 존속 자체가 지속 불가능하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조만간 기후붕괴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은 허황된 위협이 아니라, 오랜 연구 결과에 근거한 과학적 경고다. 우리의 문제는 놀랍게 진보한 기술의 결과라는 사실은 기술의 진보로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지극히 비현실적임을 보여준다. 이 길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호소와 주장이 현실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성장도 기술의 진보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가야 할 새로운 길을 볼 수 있게 된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새해에는 이 말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문제를 근원적으로 보고 현실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눈과 마음을 청한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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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터 잡은 마을에 대대로 살아가는 농경사회에서 살기 좋은 땅, ‘명당’을 차지하려는 욕망은 누구나 강했다.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영화적 상상이 화성 이주를 시도하는 우주시대에도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힘을 발휘하는 이유일 것이다. 부귀의 땅을 찾는다는 단편적 의미로 변질되어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풍수지리(風水地理)는 현대학문인 생태학(風水)과 지리학(地理)이 결합한 융·복합과학이라 할 수 있다. ‘왕을 만드는’ 땅에 대한 탐욕이 아닌 ‘사람 살리는 땅’으로 풍수를 바라볼 때 이 경험과학에 기초한 심층생태학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약자로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는 즉, 삶의 터전에서 최우선으로 피할 것과 얻을 것을 조합한 이름이다. 사계절이 반복되는 우리나라에서 과거 농사를 지으며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 가지는 기근과 혹한이다. 이 기근을 막을 ‘물을 얻는 곳’과 혹한을 견딜 ‘바람을 막는 곳’, 바로 배산임수와 좌청룡우백호라는 말로 함축되는 땅이 바로 명당인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화를 면하고 조금이나마 평안하게 살기 위한 곳을 안내하는 지침으로, ‘잘되자는 것이 아니라 잘못되지 말자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상적 장소는 그리 많지 않고 보통 어딘가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물이 모이는 곳은 필히 빠져나가는 곳이 있기에 대체로 바람막이가 취약한 방향이 생기게 된다. 이 부족의 보완이 풍수의 비보(裨補)로, 보통 찬바람을 막아줄 숲을 마을 외곽에 조성하게 된다. 마을숲은 외부의 찬바람을 막고 마을 안의 온기를 유지하는 곳으로, 모두를 위해 잘 보호되어야 했기에, 많은 전래동화의 소재가 된 토테미즘적 숭배사상이 생겨난다.

생존이 걸린 문제였던 경험과학은 이제 생존이 아닌, 더 잘 살기 위한 선택으로 바뀌었고 비과학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 전통지식을 밀어낸 일등공신은 단연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석연료이다. 문제는 여기서 나타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은 분지형 도시 즉, 바람을 잘 막는 곳이다. 보통 미세먼지 농도는 발생량이 월등히 높은 서울과 경기가 높아야 하는데, 백두대간이 가로막은 강원도 영서지방 소도시들이 자체발생 미세먼지가 적음에도 농도가 높은 날이 많은 이유다.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가두는 것에 더해, 서쪽에서 불어온 외부 오염물질까지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기에 그렇다.

이제 겨울의 공포는 북풍한파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된 지 오래고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모두를 전문가로 만들 정도다. 그리고 설익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심에 숲을 조성하고 외곽 숲을 간벌하여 밀도를 낮추는 것이다. 오랫동안 외부의 바람을 막고자 숲을 조성해 왔는데 이제 반대로 숲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내보낸다? 숲은 추울 때는 바람을 막고,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바람을 불게 하는 ‘신박한’ 능력을 지닌 것일까? 안타깝게도 추울 때 미세먼지 농도가 덩달아 높다. 과거 땔감의 채취는 숲의 밀도를 낮췄고, 밀도가 낮아진 숲은 바람을 더 잘 막아왔다. 도심 주변의 숲은 더 이상 연료공급원이 아니니 밀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바람이동이 빨라지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숲의 밀도를 낮추는 간벌작업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밀도가 낮은 숲을 도심에 만들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환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작업을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하늘을 보며 남 탓하기 바쁜 계절이다. 비록 3분의 1이 중국발이라 하지만, 역으로 3분의 2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지에서 미세먼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외부의 깨끗한 바람을 얻는, 장풍득수(藏風得水)가 아닌 득풍득수(得風得水)를 위한 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줄 단기 방안은 없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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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능이 끝나고 대입 결과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하는 시기, 다시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어느 때부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입시, 그것도 대입과 등치되어 버렸다. 교육은 우리 국민 최대 관심사 중 하나지만, 교육이 화두가 되면 정시냐, 수시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주를 이룬다.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며칠 전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를 통해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이대로 둔다면 금세기 말 3.2도가량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광범위한 기후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기보다 1도가량 높아졌다. 파리협정을 통해 2도 이내로, 더 노력해서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전 세계가 합의했지만,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별로 많지 않다는 거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런 청소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거나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기후변화만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도 심각하고 폐기물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예전 공해가 심각했을 때는 대부분 산업체가 문제였고 몇몇 기업과 공장을 규제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폐기물 문제는 산업체 책임이 크고 정부 역할이 중요하지만 일반시민 모두가 관여되어 있다.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다. 무엇이 왜 문제인지 알고 해결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에 ‘환경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학교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전등 끄기, 마스크 쓰기 등 필요한 행동수칙을 잘 알려주고 있단다. 환경교육은 그런 것만이 아니다. ‘환경소양’을 갖춘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발생 원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문제가 현세대의 여러 집단과 지역에, 더 나아가 미래 세대와 다른 생물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해결방안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수용성이 높아져 필요한 비용도 기꺼이 부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중등학교 환경교과 선택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7년 20.6%에서 2018년에는 고작 8.4%에 불과했다. 그나마 환경교과 선택 학교에서도 84%가 환경전공자가 아닌 타 교과 교사인 상치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09년 이후 단 한 명의 환경교사 신규 임용이 없었다. 전문지식을 가진 환경교사가 환경교과를 가르쳐야 한다고 하면 교육부, 교육청, 학교는 한결같이 말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할 과목이 너무 많아서 환경교육까지 할 틈이 없다고. 하지만 이제 환경소양은 환경위기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학생 선택에만 맡겨두는 것은 공교육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최근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학교 환경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은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교육부 장관을 만나 기후환경 교과과정을 건의하겠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교육이 대입을 위해서만 존재해서는 곤란하다. 교육은 미래 시민 양성을 위해 마땅히 국가가 해야 할 공공적 임무다. 환경교육은 이제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교육 당국은 지구 상황과 세계적인 흐름을 주시하고, 학교 환경교육의 책임자로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학교 환경교육은 교육부의 의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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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업계 상품기획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과거 데이터가 안 통하기 때문이란다. 최근 2년간 기존 틀과 전년 인기상품 데이터에 의지하는 기획이 시장에서 더 이상 안 먹혀 난리란다. 연간 사업계획대로 움직이기엔 변수도 많고 시즌 구분도 불분명해져서 지금 당장 필요한 아이템을 발굴하느라 매월 분주하다고 한다. 비단 여성복 업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06년도 겨울 무렵 공영방송 9시 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했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구가 더워져 물에 잠기고 태풍 같은 재난도 많아진다는데, 과연 사실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지난 20세기 동안 4배 증가한 인구가 20세기 100년 동안 사용한 에너지의 총량은 그 이전 1000년 동안 사용했던 에너지의 10배나 증가했다. 문명은 에너지 소비와 동의어다. 소비의 와중에 20세기에 환경은 집중적으로 파괴됐다고 J R 맥닐의 &lt;20세기 환경의 역사&gt;를 인용해 답했다. 기자의 얼굴엔 짜증이 묻어났다. “석유석탄 에너지의 부산물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지구를 더 덥게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소나무가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바닷속은 아열대 어종으로 바뀌어서 밥상이…”라고 열을 내며 이야기하는데 기자가 마이크를 껐다. 기자는 “그만합시다. 아니 환경운동이 중요하긴 한데 그렇게까지 과장해가지고 현실성이 있겠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날 뉴스엔 온난화로 재난이 많아진다는 짧은 멘트만 방송되고 말았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지난 11월15일 1966년 이래 최악의 홍수로 수위가 1.54m에 달하면서 도시의 70%가 물에 잠겼다. 공교롭게도 마침 그때 베네치아 지방 시의원들은 페로 피니 궁에서 기후 비상사태에 대해 토론을 마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안을 부결시켰다. 가디안의 보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고, 디젤 버스를 오염이 적은 차량으로 교체하며, 난로를 폐기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포함하는 기후변화 대처안이 부결된 지 몇 분 후의 물난리라니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제 기후 재난이 더 이상 영화가 아니라는 게 으스스할 뿐이다.

2018년 세인트 마크 바실리카성당이 물에 잠겼을 때 수리비가 약 220만유로로 추산됐다. 이번엔 오페라 하우스인 테아트로 라 페니스도 파손됐고 무라노 섬의 성당도 심하게 훼손됐다 하니 천문학적 액수가 들 것이다. 여기뿐일까. 지난 11월13일은 캘리포니아 산불 1주기가 되는 날이다. 85명 사망으로 청구된 보험금만 약 13조원에 달한다.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에서는 기후변화로 지난 5년간 미국 경제에 580조원의 손실이 있었고 방치하다간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연구기관인 EIU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후변화로 향후 30년간 3% 하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이 위협적 현실에 과학자들이 지난 11월6일 행동에 나섰다. 153개국 1만1000여명의 과학자들은 즉시 기후위기에 대응할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막대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미 닥친 기후위기가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가속화하고 있다”며 “환경과 인류의 운명에 대한 위협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EU에서는 2020년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21%의 예산을 책정했고, 이낙연 총리도 제5차 국토종합계획안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상품이 시장의 지지를 받으면 기업은 돈을 번다. 이 세금으로 정부는 많은 활동을 펼친다. 세상에 유익한 화두를 던지고, 위협을 미리 알리고, 인식을 바꿔온 환경단체는 어떤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제성장과 상관없이 여전히 광야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제 후원의밤 시즌이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길, 멀지 않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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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의 하나다. 1~2분에 한 대씩, 거의 쉴 새 없이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이착륙 지연은 일상이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3000만명에 달했고, 국토교통부는 2045년에는 이용객이 4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의 공항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공항을 신설하면 더 많은 사람이 제주에 올 것이고, 그만큼 경제적 효과도 커질 것이다. 대부분의 운항 노선을 제주에 의존하는 지방 공항들도 활성화될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리다. 

제주공항의 수용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조사를 의뢰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기존 공항의 개선과 확장으로 미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용역사업 자체와 보고서가 수년간 은폐되었다는 것이 지난 5월 드러나면서 의문은 증폭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제주공항은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과 그 함의를 외면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 ‘진짜’ 문제는 제주공항의 수용력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섬’의 수용력이다. 제2공항은 제주공항이 아니라 제주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전국 3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연 뒤 제2공항 신설 강행 중단과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공신력 있는 검증 실시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제주는 이미 사회적, 환경적 수용력에서 한계에 이르렀다. 2005년에 500만명 정도였던 관광객이 2015년에 1500만명으로 급증했다. 제주도보다 넓은 하와이나 오키나와의 연간 관광객 900만명보다 훨씬 많다. ‘오버투어리즘’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제주도의 현실을 묘사할 때 으레 등장하는 말이다. 공항을 나서면 교통난과 주차난이고, 거의 언제나 ‘공사 중’이다. 쓰레기매립장은 포화상태이고, 매립하지 못한 쓰레기는 노상에 방치되기 일쑤다. 지난 3월엔 쓰레기를 필리핀에 불법 수출했다가 들통이 나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하지 않은 오폐수를 제주 앞바다에 무단 방출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제주에 사람이 너무 많다. 제주공항보다 제주도가 견디질 못한다. 그런데 공항은 하나 더 지을 수 있어도, 제주도를 하나 더 만들 수는 없다. 기존 공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제2공항 건설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악화이고 확대이다. 지금도 숨이 차 헐떡이는 사람의 숨통을 조이는 격이다. 이렇게 가면 제주에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는 현 정부의 공약이다. 공약이 아니라도, 사회의 안전과 지속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제주의 진정한 안녕과 발전은 공항의 확대가 아니라 섬의 한계를 존중할 때만 가능하다. 제2공항 문제는 ‘성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성장은 무조건 좋은 것인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인가? ‘거인증’은 성장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생기는 질병이다. 한계 없는 성장은 당사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준다. 우리 사회의 성장호르몬은 적정한가? 기후위기와 쓰레기를 비롯해 ‘과잉’의 징후는 이미 도처에서 넘쳐난다. 

지금의 인구만으로도 힘든데, 제2공항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늘어나는 그만큼 제주 주민의 삶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제주의 자연과 생활환경은 더 많이 훼손될 것이다. 관광객들은 망가진 제주의 모습에 실망하고 사람에게 치인 채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항 건설인가? 공항 건설로 누가 혜택을 보는가? 반짝 경기라도 아쉬운 정부인가? 토목건설 업체인가? 공군기지가 필요한 건가? 제주도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공론조사’는 왜 거부하나? 정부는 왜 합리적인 비판에 눈과 귀를 막고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듯 밀어붙이기만 하나? 이렇게 제2공항 사업은 의문투성이다. 그리고 의문을 해소할 책임은 입만 열면 공정과 소통을 강조하는 정부의 몫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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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을 위해 입은 셔츠의 팔꿈치가 닳아 구멍이 뚫려 있었다. 오래 입었나 보다. 주변이 다 해져 꿰매 입지는 못하겠지만 수선을 맡기면 더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옷을 버리지는 않았다. 쓰레기를 손수레로 마을 입구까지 가져다 버려야 하는, 그 흔한 배달음식도 오지 않는 시골에서의 생활은 이전까지 남들에 비해 절제된 소비생활을 한다고 생각했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고 6년이 지난 지금은 종량제봉투가 채워지는 시간이 크게 늘었음에 나름 거창한 일을 하는 듯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있다.

몇 년 전,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늦은 저녁 한 환경단체 활동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환경보전활동 지원 프로그램 신청서를 영문으로 제출해야 해 영작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출장으로 피곤하기도 했고 좋지 않은 영어실력이기에 사양하려 했으나, 시간은 촉박하고 급히 부탁할 사람이 마땅히 없다기에 수락하면서 어디에 지원하는가를 물었다. 활동가는 ‘파타고니아’라고만 얘기해 주었고 늦은 밤까지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주었다. 작업을 하면서 ‘파타고니아’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이기에, 우리나라 정부도 외면하는 풀뿌리 환경보전활동에 계획서를 심사하면서까지 지원해주는지 궁금한 생각은 들었으나 굳이 찾아보는 데까지의 행동으로 이르지는 못했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되었던 것인데 말이다. 잊을 만할 즈음 그 활동가에게서 펀드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제야 이 나라는 어디에 있으며 왜 우리나라 환경단체에까지 지원을 해 주냐고 물어볼 수 있었다. 돌아온 대답은 등산용품 회사라고.

이후 시간이 지나고 2년 전, 미국 자연공원을 두루 답사하면서 이 브랜드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등산용품에 비해 빛바랜 것 같은 색상과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투박한 디자인에 더해 가격까지 고가인 제품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이 회사가 단순히 매출의 1%를, 이익의 10%를 전 세계 풀뿌리 환경보전활동에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회사 설립 이후 친환경을 위한 일관된 노력이 꾸준하게 축적된 역사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이라도 환경적으로 건전하지 않아 생산을 포기했던 창업주의 의지와, 지구환경 개선을 위한 각종 실험과 실천, 그리고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리라. 이제 이 회사의 빛바래 보이는 제품은 화학염색제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리는 데 더없이 효과적이며, 패스트패션과는 거리를 둔 듯한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은 단순함과 실용성을 위한 지속 가능 패션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그 끝에서 자기네 옷을 사지 말고 수선해 입으라고 당당하게 광고하고 있다.

이익보다 환경보전이 우선인 기업운영의 확고한 신념과 실천으로 만들어낸 지속 가능이라는 ‘가치소비’ 트렌드는 환경에 관심이 없던 다른 회사들까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급기야 올봄에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드는 플리스 조끼를 친환경 기업에만 판매하겠다는, 소비자를 판매자가 선택하겠다는 으름장 선언까지 하고 말았다. ‘가치소비’로 눈을 돌린 많은 젊은 회사원들이 이 조끼를 업무용으로 원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기업이 손님을 가려 물건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 돈으로 점철된 계급이 아닌, 환경보전의 실천이라니 참 부러울 따름이다.

환경문제는 날로 심해지지만 시민과 정부의 환경가치 인식은 더욱 낮아지는 아이러니의 대한민국이다. 사회의 절대약자를 위해 꼭 필요한 보전활동 자체가 소외된 약자가 됐다. 환경을 생각하고 물건을 오래 쓰는 사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존중받는 사회로의 환경가치 인식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학교의 환경교육과 시민들의 풀뿌리 환경활동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꾸준한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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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 지면에 “어떤 ‘에너지 미래’를 만들 것인가”란 주제로 글을 썼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란 그림에서 35년 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걸 보고 우리의 에너지 미래를 상상해 보자고 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흔히 언급하는 2050년은 앞으로 30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앞의 그림에서 내다본 기간보다 5년이 더 짧다. 이 화백이 1965년에 상상한 재생에너지 이용은 기후위기를 주된 동인으로 더 강력하고도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불가피하고도 비가역적인 세계적 흐름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 

오늘은 그런 에너지 전환으로 우리의 일자리가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 내가 어릴 때 동네엔 으레 연탄가게가 있었다. 겨울이면 김장하듯 겨우내 태울 연탄을 집집마다 창고 가득 들여놓는 게 일이었다. 이제 연탄배달부들이 별로 없다. 연탄을 연료로 쓰는 가정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또 좀 더 후엔 프로판가스통 배달부들이 있었다. 프로판가스로 취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그분들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과학기술 발전과 에너지 이용방식 변화는 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일자리도 변화시켰다. 기술 변화에 따른 이런 변화는 막기 어렵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여지가 별로 없다. 이러한 변화는 빨리 감지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사회 혼란과 충격, 고통이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명한 대응은 변화 추세를 먼저 읽어내어 변화 흐름을 좇아가기보다 선도하는 것이다. 변화된 일자리에 맞는 새로운 인력을 길러냄과 아울러 일자리 전환이 기존 일자리 종사자를 실업상태로 몰고 가거나 생계 곤란에 빠지지 않도록 재교육, 재훈련이 필요하고 촘촘한 사회복지 안전망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바로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일자리 변화를 가져올 엄청난 사건이다. 에너지 전환이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주된 에너지원이 단순히 바뀌는 것 이상의 변화다. 공급지향적 중앙집중식 에너지체계에서 수요관리 위주의 분산적 에너지체계로의 전환으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기존 일자리의 축소와 쇠퇴를 동반한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체계에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의 개발과 기기 설계 및 제작, 재생에너지 이용 기술 개발과 설비 설계 및 제조, 제품의 유통과 설치, 운영과 유지, 보수, 폐기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효율 향상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이용이 활발해지고 지역적으로 소형화된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 기술과 전력망 운용기술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수요자원거래시장 운용이 활성화되고 에너지 프로슈머 간 거래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주 열린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여전히 중앙집권화되고, 옛날 방식의 에너지 체계인 원자력과 화석 연료체계를 운영 중인데 이는 곧 쓸모없다는 게 판명날 것”이라며 “태양광과 풍력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저렴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유공장, 파이프라인, 주유소 등은 가동을 멈추고 관련 산업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화석연료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100조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관련 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에 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넷플릭스시대에 비디오에 투자하는 격이란 비유도 있다.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해상풍력 가격은 39~41파운드/MWh로서 힝클리포인트C 원전의 93.5파운드/MWh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래서 만들어질 일자리와 줄어들 일자리가 무엇인지 잘 판단해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기후만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 일자리도 바꾸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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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트 로렌츠(1903~1989)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973년 행동연구가 최초로 노벨상(의학 부문)을 수상했다. 회색기러기가 부화한 후 처음 만난 대상을 어미로 알고 특정 행동을 따라하는 행동, 즉 각인(Imprinting) 학습 현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로렌츠 덕분에 탄생 직후 특정한 시기(critical period)에 익힌 행동은 성장 후의 행동양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주로 종(種)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행동양식들이 이때 최초의 양육자를 통해 전수된다고 한다.

2005년도 스탠퍼드 심리학 연구팀의 결과는 더 재밌다. 음식, 옷이나 음악 취향, 심지어 기부행위까지도 어느 연령대까지 해보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렵다 한다. 대체로 13세에서 28세 정도까지 젊은 시절에 해보지 않으면 나이 먹어서 새롭게 시도하기 어렵다는 장기종단 연구였다. 그만큼 행동변화가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들을 우리는 잘 새기고 있나?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재난 상황이 우리 생존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 맞나?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배운 적 있는지 묻고 싶다. 1995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가 만든 ‘교육학 용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환경교육은 환경에 관한(about), 환경 내의(in) 또는 환경을 통한(through), 환경을 위한(for) 교육이라고 한다. 즉 개인이나 집단이 인류의 생존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환경보존과 사회정의를 위한 가치와 태도를 개발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기술을 함양하는 교육 활동을 말한다. 좋은 뜻은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실제론 어떤가.

환경 교과목이 독립 교과로 시작된 것은 1992년이다. 마땅한 교사들이 양성되어 있지 않아, 교련 선생님이 수업을 담당했다. 수학 전공자가 수학을 가르치고 영어 전공자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마땅하거늘 2009년 이후 10년 동안 환경교사 임용은 0명이다. 환경수업은 선택 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어 채택한 학교도 손꼽을 정도다.

작년 5월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88.8%의 응답자가 기후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경교육의 확산이라고 답하였다. 엊그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2019 탈석탄 기후변화대응 국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성장해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가 됐을 때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환경 교육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모두 당위의 세계, 말의 세계에 살고 있다. 환경부가 환경교육 예산을 아무리 높여봐야 그 몇십억원을 기재부에서 깎는다. 민생에 직접 도움되지 않으면 증액하기 어렵다고 한다. 환경을 뺀 민생이란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정부는 이미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12.9% 늘어난 22조3000억원으로 배정했다. 대부분 철도나 도로 등 토목 공사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환경교사를 늘리고, 공교육을 대신해 민간이 하고 있는 환경교육도 확산하게 지원하면 안되나? 정부 지원 없다고 행동을 멈추랴.

환경운동가들은 환경인지감수성을 높여 행동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고 있다. 예컨대 환경재단이 16년째 해오고 있는 ‘환경영화제’는 복잡한 환경문제를 드라마로 속삭여주는 환경교실이다. &lt;플라스틱 차이나&gt; 다큐 한 편으로 중국 정부는 쓰레기 수입을 중단했다. 망망대해에 한배를 타고 디지털 세계를 떠나 대자연과 교감하며, 선상의 에코라이프를 체험하는 ‘그린보트’는 움직이는 환경학교다. 파도 위에서 자연과 내가 직거래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아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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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티칸에서는 10월6일부터 27일까지 ‘아마존 지역을 위한 특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열리고 있다. ‘아마존, 교회와 통합 생태(integral ecology)를 위한 새로운 길’을 주제로 한 이번 시노드에는 아마존 9개국의 주교들을 중심으로 원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석하고 있다. 2년 전, 프란치스코 교종은 위기에 처한 아마존 원주민과 열대우림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시노드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교회 현안이 아니라 이번처럼 ‘아마존’이라는 특정 지역에 관한 시노드를 개최하는 것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아마존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종의 관심과 우려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적 원리에 기초해, 프란치스코 교종은 자연생태계를 환경의 차원만이 아닌 경제, 사회, 문화, 일상생활의 차원에서 파악하는 “통합 생태”를 제안한다(<찬미받으소서>). 통합 생태의 관점에서, 아마존의 열대우림과 원주민은 불가분의 공동 운명체다. 지난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마존의 불’은 그곳의 열대우림을 놀라운 속도와 규모로 집어삼키고 있다. 올해 브라질 아마존에서는 근 8만건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해에 비해 84%나 늘어난 불은 주로 축산업에 필요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화로 일어났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국이다. 열대우림의 위기는 곧 원주민의 위기를 뜻한다. 아마존의 일부로 살아온 원주민들은 숲이 소실되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원주민의 저항은 생명의 위협을 불러오기 일쑤다. 이렇게, 아마존을 가장 잘 알고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아마존 열대우림 소수민족 대표들과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시노드)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개막 미사에서 최근 발생한 아마존 대화재를 언급하며 아마존 보호를 위한 성직자들의 과감한 행동을 촉구했다. 바티칸 _ AFP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는 원주민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위기다. 기후위기 시대에 아마존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로써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열대우림이 불에 타 없어지면서 머금고 있던 탄소를 뱉어낸다. 숲을 없애고 들어선 축산업도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온 상승은 가뭄 발생을 촉진하여 땅을 건조하게 하고, 마른 땅은 불에 더 취약해진다. 오늘 우리가 아마존의 악순환에서 목격하는 것은 “환경위기와 사회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다(<찬미받으소서>). 

아마존의 불은 형태만 달리하여 세계 곳곳을 삼키고 있다. 이 불을 지피고 퍼뜨리는 것은 제어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다. 끝없는 경제성장과 개발의 환상에서 깨어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불이 초래한 기후위기는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걸어온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라는 이 시대의 종말론적 징표다. 과학은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의 길은 인간이 자초한 ‘종말’로 가는 길이고, 종착지는 그리 멀지 않다고.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은 과학이 던지는 이 선명하고도 섬뜩한 경고에도 막무가내다. 눈을 감고 보려 하지 않는다.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안’을 찾자는 제안에는 종종 어떻든 현재의 삶의 방식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들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은 오래된 길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삶의 방식의 근원적 전환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탐욕에 물들지 않은 맑은 눈은 현실을 직시하고, 분노하고 항의한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초래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기술적으로만 해결하겠다고 하는가(그레타 툰베리). 아무 일도 없는 척, 지금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기득권의 위선과 기만을 집어치우라는 질책은 새로운 길을 찾자는 절박한 호소이기도 하다. 이 질책과 호소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아직은 우리가 희망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부끄러움이 우리를 움직인다면 말이다. 우리가 그만큼은 성숙했으면 좋겠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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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1일 지면게재기사-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기업이 외면하는 사이 그 피해의 중심에서 살아갈 10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의 툰베리 연설은 환경운동의 시대적 흐름이 바뀌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 그가 변화를 외친 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친환경을 앞세운 수소자동차 밀어붙이기가 국회 내 수소충전소 설치로 브레이크 없는 급가속 채비를 마련한 것이다. 수소에너지가 ‘궁극의 친환경’이라는 이 허황된 구호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가는 굳이 따지지 않는다. 수소사회를 대한민국을 구할 미래과학이라 포장하는 이들이 일반인의 기본적 상식에 비춘 몇 가지 물음에 어떤 답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다는 따위의 얘기는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이 꼴찌인 나라에서 하지는 말자. 수소가 자동차의 주 연료인 석유보다 최소한이나마 친환경이려면 물의 전기분해까지는 아닐지라도, 다른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의 수소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부생수소도 석유산업에서 생성되니 소위 말하는 친환경은 아닐뿐더러 지금과 같은 화석에너지임에는 변함없지만 말이다. 수소사회를 얘기하는 이들은 부생수소를 마치 버려지는 에너지인 것처럼 말한다. 여기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 석유화학산업이다. 그 석유화학산업 공정 중에 수소가 만들어졌다면, 그리고 그걸 이용해 친환경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왜 굳이 전기가 필요한 그곳에서 즉시 전환해 사용하지 않고 온갖 복잡한 기계장치를 만들고, 또 다른 과도한 화석에너지와 운송비를 들여 자동차에 옮겨 전기를 만들어 써야 할까? 수소가 만들어진 그 자리에서 발전을 한다면 온갖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뿐더러 2040년에야 실현된다고 하는 규모의 경제를 당장 실현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실로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고 왜 굳이 힘들게 특수트럭으로 옮겨와, 다시 작은 자동차에서 전기로 전환해야만 한단 말인가?

다음으로는 충전소 설치의 확산 가능성이다. 고압가스를 다루는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은 차치하고라도, 충전소 한 곳을 만드는 데 3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내 평균 땅값을 고려하면 충전소 1곳을 만들려면 최소 100억원이 든다. 이렇게 만든 충전소에서 하루 약 250㎏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국가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에 수소 1㎏당 가격을 4000원으로 낮춘다고 하니, 1일 매출은 완판 시 100만원이다. 시골 편의점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소를 무료로 준다고 해도 운영은 불가능하다. 과연 이런 영업장이 전국에 확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세금으로 운영보조금을 지급해줄 차례이다. 세계 1위 기술력을 통한 미래 먹거리? 미래수출산업? 우리나라야 눈먼 세금으로 조성비와 운영적자를 메운다고 하겠지만,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인 미국을 생각해 보자. 미국이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해 이익창출은커녕 최저임금 노동자 1명도 고용할 수 없는 충전소를 세금으로 지어줄까?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국민 세금으로 미국에 충전소를 지어줄 수 있을까?

이런 간단한 의문들에 뭐 하나 긍정적인 답이 없다. 아무리 수소 관련 미래전망을 뒤지고 헤매도 답들은 주지 않는다. 미래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 알아서 다 해결된다는 허상 말고는 말이다.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실천하는 16세의 거인, 툰베리의 연설과 같이 “당장에 닥친 지구온난화의 세계적 문제에는 관심 없이, 자신들의 배만 부르게 만드는 끝없는 경제성장만을 얘기하는” 우리의 이 상황이 부끄럽다. 친환경은 세계 1위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으로 포장한 허상으로 미래세대를 실망시키지는 말자.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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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가을 태풍이 잦아지고 있다. 링링과 타파, 미탁에 이르기까지 9월 이후 태풍 영향을 세 번이나 받은 건 1959년 이래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 기록은 머지않아 깨질 것이다. 기후위기가 원인이기에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넘기 위한 기후행동이 절실한 때이다.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렸다. ‘행동’이란 말을 내건 최초의 기후변화 관련 유엔정상회의였다. 이 행사에서,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1인 시위를 벌여 전 세계 133개국 160만여 명이 동참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을 이끌어낸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기후행동정상회의 직전, 20~21일에 걸쳐 160여개국 수천개 도시와 마을에서 약 400만명이 ‘글로벌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에 참가하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9월21일에 서울과 부산, 대구, 창원, 청주, 홍성 등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로 열린 ‘기후파업(Climate Strike)’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고 외치며 정부의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를 요구했다. 27일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이 광화문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가졌다. 이제 시민들이, 특히 미래세대 대표인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 참여는 이런 집회나 캠페인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시민 목소리로 직접 대안을 제안하는 여러 자리가 마련되고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서 정부 대책을 뛰어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온실가스 감축, 시민이 답하다!’란 주제로 시민대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시민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주요 거버넌스 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에너지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상향식 숙의 행사였다. 8월13일부터 9월10일까지 거의 한 달에 걸쳐 10개 구를 돌아가며 10차례의 릴레이 워크숍을 연 후 열린 마지막 전체 토론회였다. 참여 시민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강력한 시민행동을 지지하였다. 보다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이용을 위해 자동차 유류세와 전기 요금 인상, 화석연료에 탄소세 부과, 가짜뉴스 퇴치와 시민의식 제고 등을 제안하였다.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 실천에만 기대는 건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가격과 요금체계가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세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9월30일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국민정책참여단의 학습과 숙의, 여론조사, 국민대토론회와 권역별 토론회 등 “국민 스스로 정책을 수립하는 상향식 정책결정 방식”을 거쳐서 마련한 국민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12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 시즌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겨울철(12월~다음해 2월)에는 9~14기, 봄철(3월)에는 22~27기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하였다. 국민정책참여단의 93%가 동의했다고 한다. 매달 전기요금을 2000원까지 인상하는 데는 75%가 동의하였다. 두 방안 모두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완화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 누구도 비켜가기 어려운,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바뀌어야 할 것은 기후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와 정치다. 아니,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이다. 지금 작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위험과 피해로부터 우리와 미래세대를 구할 수 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없다. 깨어 있는 기후시민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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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내전(內戰)이다. 50일 넘게 세상 시끄러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모임에서나 사이버 공간에서나 일단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의견이 다르면 집중포화가 시작된다. 싸움이 싫은 사람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싸울 때는 싸워야겠지만 싸움에도 경중이 있다. 작금에 가장 우선순위 높게 싸울 일은 무엇인가?

지난 23일 뉴욕에서 유엔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파리협약을 통해 지구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약속했건만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줄지 않고, 2015~2019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1~2015년 사이 배출량보다 무려 20% 이상 증가한 상태여서 위기감에 소집된 회의다. 지난 6월 유럽의 기온이 46도까지 오르고, 미국은 9월 초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도리언’으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지경이니 이 기후재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각국의 정상이 해결책을 갖고 모였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38년까지 탈석탄국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과는 무역거래를 하지 않겠다”고까지 하였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파리협약에서 탈퇴했고 중국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예상대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왼쪽)를 비롯한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프랑스·독일 등 5개국 정부를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이 시점에서 월드워치연구소의 창립자 레스터 브라운의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를 새삼 들쳐보며 불편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달래본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기후재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그의 결론은 경제다. 세계경제를 개조하는 데 모두 함께 나서자는 것이다. 각국의 군사예산 가운데 13%를 새로운 경제개혁에 투자하면 지구의 환경을 소생시킬 수 있고 기아, 문맹, 질병, 빈곤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주 작은 예로,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유류에 포함된 교통환경세가 연간 7조원 정도인데 그중 70% 이상을 도로 항만 등 토목공사에 사용한다. 그 예산의 일부라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쓴다면 국제무대에서 낯부끄러운 일은 줄어들 것이다. 반기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문제를 주로 해외 연설에서만 언급했다. 부동산 기사보다도 보도량이 적었던 기후재난 기사는 내전 탓에 더 줄었다.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 BBC나 CNN에선 한국 언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후문제를 많이 다룰 뿐 아니라 톱뉴스로 올리고 있다. 한국은 왜 그럴까? 댓글이 함정이다. 사이버 시대에 댓글은 민심의 거울이고, 그래서 누군가는 기사 밑에 달리는 ‘좋아요’에 목숨을 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뉴스는 묻히고 만다. 조국 법무장관 사태 와중에 지지자들은 댓글로 사이버 대리전을 치르느라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떠나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이유에 눈 돌릴 새가 없다.

유엔기후정상회담에서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당신들이 어떻게 감히 이럴 수 있냐”며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고, 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여러분은 오직 돈과 영구적 경제성장에 관한 동화를 이야기할 뿐”이라고 환경문제에 무감한 세계 정상들을 질타했다. 선출 권력은 유권자의 관심 외엔 관심이 없다. 민(民)이 원하지 않는데 관(官)이 왜 먼저 바뀌겠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까. 환경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이 알려주었다. ‘문명을 구하는 전사’의 자세로 개개인이 함께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찬바람이 조금씩 거세지는데 아이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지구에서 좋은 대학이 뭔 소용이랴, 고3 엄마는 오늘도 전투복을 챙긴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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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 결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요구다. 절박함이 느껴진다. 기후 문제의 대명사로 사용되던 ‘기후변화’는 문제의 심각성을 왜곡한다는 인식 때문에 사용이 뜸해졌고, 대신 기후위기·기후폭력·기후재난·기후붕괴 같은 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후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커졌음을 뜻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1.5도로 막아야 하며, 2도 상승은 기후파국을 뜻한다고 경고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1.5도 상승까지는 12년 정도가 남았고,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국제사회의 정책 결정에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1년 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약속했고, 작년 여름 살인적인 더위가 덮치자 폭염은 재난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기후위기의 근원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2020년의 감축목표는 슬그머니 폐기되었고, 2010년 대비 2030년의 감축목표는 국제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관심은 한·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그런 우리나라가 2018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OECD 4위, 10년간 증가율 2위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국가’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우리는 몸에 조금만 열이 있어도 힘들어하지만 열로 끙끙대는 지구에는 무심하다. 규모가 너무 커서 실감을 못할 수도 있고, 모두의 문제니 누군가 알아서 할 거라 믿을 수도 있고,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 함께 죽는다는 것이니 무서운 느낌이 없을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사이 기후는 악화일로에 있다.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lt;구약성경&gt; 신명기) 사람이 살려고 하는 건 당연한데도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살기 원한다면서 생명 대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주의 길을 축복의 길로 착각한다. 착각한 줄 알고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고, 알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생활양식을 근원적으로 전환해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요구된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중독된 우리에게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삶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현실을 외면하고, 침묵한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같은 대책으로 ‘화답’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기후재난이 자신들의 미래를 앗아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청소년들이 밖으로 나와 외치기 시작했다.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파업 시위로 물꼬를 텄다. 청소년이나 기후난민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후 문제는 화석연료를 적게 쓰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쪽이 피해를 더 많이 보는 구조다.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국가, 집단, 개인은 아직은 피해에서 벗어나 있다. 기후재난은 공정하지 않다. ‘조국 사태’는 우리가 불공정에 얼마나 민감하고 분노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런 우리가 원인과 결과에서 모두 불공정한 기후위기에 침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다.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종은 툰베리에게 지금 가는 길을 계속 가라고 격려했다. 지금은 다수가 외면하고 소수만이 걷는 그 길이 바로 생명과 축복의 길이기 때문이다. 9월21일은 ‘기후위기비상행동의날’이다. 이제는 우리 다수가 침묵을 떨치고 힘을 모을 때다. 모두 함께 기후비상을 외치고, 정부와 기업에 비상대책 수립을 요구할 때다. 내가? “그렇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당장? “그렇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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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국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지속성장 방안 마련 세미나’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포함해 박주선, 염동열, 황영철 등이 참석했다. 여야 가릴 것이 없었다. 이때 전경련이 제시한 ‘설악산 종합관광 구상도’에는 오색케이블카를 중심으로 설악의 심장인 대청봉 주변에 호텔과 레스토랑 조성안을 담았는데, 설악산을 동네 뒷산보다 못한 흉물로 만들기에 충분해보였다. 개인적으로 유독 눈이 간 것은 모두가 분개한 대청봉의 대규모 호텔이 아니라, 설악이 품은 마을 오색을 거대하게 잠식한 승마체험장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소속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벌로 처리한 다른 시설과는 달리 커다란 동그라미로 구역을 표시해 더욱 눈에 띄었다. 왜 뜬금없이 국립공원에 승마장을 만들까라는 당시의 헛웃음은 이듬해 말에야 자연스레 풀렸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이 사랑하는 승마, 삼성이 조아리며 바친 말 3필의 뇌물을 보면서 말이다.

‘승마체험장’의 동그라미 하나가 보여준 힘은 거침없었다. 세미나가 있은 불과 한 달 후,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은 환경부 차관과 말을 맞춘 듯, 케이블카 예정노선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충족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위원이 다수인 위원회에서 투표로 의결해버렸다. 자료의 의혹을 지적한 소수의 반대를 ‘조건부’라는 그럴싸한 말꼬리를 달아서 말이다. 양양군은 1년이 넘게 걸릴 ‘조건’의 검토는 무시한 채, 그해 말 일사천리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설 승인이 당연히 통과되리라, 동그라미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정부의 거짓을 막아보겠다는 저항으로 환경영향평가서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이듬해 가을까지 계속되었지만, 환경부는 국가의 기준과 원칙을 눈감은 채 사업을 통과시키려 형식적 절차 완성에 급급해했다.

당시까지 관찰한 관계자들의 이상한 행동들은 이후 모두 이해가 가능했다. 승마장 표지와 연결된 비선 실세의 막강한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관부처도 아닌, 사실상 비선의 영향에 놓여 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케이블카와 관계된 5개 부처를 불러 모아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비밀 TF’를 만들어 대책을 모의한 것이다. 왜 이토록 작은 사업에 절대권력이 집착했을까? 이 사업은 단순한 케이블카 사업이 아니라, 국토 유린의 지렛대를 위해 우리나라 모든 보전법이 응집된 철벽 요새의 심장을 뚫어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업이 승인된다면 보전관련법은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 당연히 국가의 원칙과 기준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외치며 탄생한 정부는 비선권력에 의한 부정한 결과인 오색케이블카 문제를 올바로 되돌려 놓으리라 의심치 않았다. 2018년 3월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가 오색케이블카의 불공정 실체를 확인한 이후 곧바로 ‘정의’라는 이름의 철퇴를 기대했지만 소시민의 순진한 상상이었을 뿐이다. 정부의 부정한 결정이 파기되지 않은 것은 물론, 급기야 올해 5월 양양군이 보완서를 제출했고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수많은 거짓과 부실, 부정의 결과 외에 어떤 다른 내용을 확인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가가 만든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기준마저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당 도지사 한 명의 힘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또 다른 최순실이 어른거리는 이유이다. 이 지난한 과정만으로도 최소한 환경부 장관보다 강력한 비선의 존재는 확실해 보인다.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는 측은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기준과 원칙을 무시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부정과 불법을 통해 지나간 과정은 그것이 밝혀진 이상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단지 숙원이라는 이유가 기준을 어긴 잘못된 절차를 인정하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 만들어진 기준의 적용은 엄정해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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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산불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인데 우리 관심이 너무 인색하다. 무려 한 달 가까이 산불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언론재단의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 카인즈로 검색해보니 한 달간 보도 기사량이 59건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도 3주째로 접어든 8월22일에나 기사로 등장했다. 지난 4월15일 노트르담 성당 화재 때는 그날부터 한 달간 총 기사량이 1081건이었다. 프랑스를 넘어 인류 문화자산의 파괴문제라 그 정도 보도량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견줘 아마존 산불에 대해선 너무 무심하다. 노트르담 화재 기사량의 0.1%에도 못 미친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발 빠른 대응이 없다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14년 제5차 종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산림파괴를 포함한 토지 이용 변화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총 온실가스의 11%에 달한다. 탄소 흡수원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서울시 면적의 15배, 아마존 열대우림의 15%가량이 한꺼번에 잿더미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었을까? 아마존 우림은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파라주 알타미라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고 있는 가운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알타미라 _ AFP연합뉴스

브라질은 쇠고기와 닭고기, 대두 생산 세계 2위, 옥수수 생산 세계 3위 국가이자 대두와 육류 제품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우림의 나무를 없앤 후 소를 방목하거나 가축 사료로 쓸 콩과 옥수수를 생산한다. 식용동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전체 온실가스의 14%에 달한다. 더 많은 식용동물과 사료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숲들이 불태워진다. 나무를 베어 없애는 건 힘들고 시간이 걸리기에 불을 내서 한꺼번에 태워버린다. 

그래서 아마존 우림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지구 산소 공급이나 이산화탄소 흡수 차원을 넘어서더라도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식품 수입국 중 하나로 브라질 농축산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아직 브라질로부터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지만 지난해부터 돼지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량 중 브라질산이 최고로 많다. 브라질로부터의 수입이 한국 전체 농산품 수입의 5% 정도이지만 옥수수와 콩 자급률이 2016년에 각각 0.8%, 7.0%였으니 갈수록 수입이 늘 것이다.

302만마리, 1127만3000마리, 1억7055만1000마리. 무슨 숫자일까?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키웠던 식용 소와 돼지, 닭의 마릿수다. 우리는 한 사람당 고기를 얼마나 먹을까? 2018년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소 11.3㎏, 돼지 24.5㎏, 닭 13.3㎏으로 총 49.1㎏이었다. 2000년에는 각각 8.5㎏, 16.5㎏, 6.9㎏으로 총 31.9㎏이었으니, 그사이 53.9%나 증가한 것이다. 2017년 이 세 육류의 자급률이 66.7%였고 쇠고기는 41.0%로 더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 2017년 한국인 1인당 총 육류 소비는 58.0㎏, OECD 평균(69.4㎏)보다 낮지만 세계 평균(34.7㎏)보다 월등히 높다. OECD 평균이 기준이 될 수 없다. 육류 수입은 갈수록 느는데, 사육에서만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처럼 멀리서 수입해올수록 냉동에도 이동에도 더 많은 에너지가 쓰여서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유럽에선 육류세 도입이 늘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2016년부터 도입되었고 영국은 도입을 준비 중이다. 독일에서는 육류 제품 판매세 인상 법안이 발의되었다.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국민 건강과 가축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서란다. 우린? 당장은 육류세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지구 환경문제와 우리 삶의 연결성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모두가, 매 끼니, 채식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육식을 피하는 건 어떨까?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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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두 번째,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Begin with the end in mind)이다. 1996년 스티븐 코비사의 한국 파트너 회사에 입사하느라 무심히 읽다가 내 인생을 처음으로 되돌아보게 한 전환의 책이었다. 1994년 출간 당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초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고 있는 걸 보면, 저자가 언급한 습관은 여전히 유효한가 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좌우 정권을 떠나 이런 장면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의문이 든다.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가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한다. 의사가 되려면 의사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공무원도 다르지 않다. 다 필수과목이 있다. 비록 유한하긴 하나 어마어마한 예산과 법을 정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정치인의 필수과목은 무엇인가? 

아주 오래전에 미국인 대학생과 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었다. 왁자지껄 음주가무가 이어지는 가운데 누군가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대학생 왈, 자기는 앞으로 정치인이 될 거라 이런 유흥 장면이 찍히면 안된단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술이 확 깬 경험이 있다. 불과 20대 대학생이 이런 처신을 할 수 있게 만든 건 무엇일까?

아들이 이제 고3이다. 초·중·고를 거치며 학기 초에 꼭 제출해야 하는 설문지에는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요즘엔 희망 대신 장래직업을 묻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 것까지는 좋은데, 학교가 아이가 희망하는 장래직업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자꾸 장래직업을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새로운 직업이 무엇일지 잘 모르는 시대에 사는 터라 설문에 답하자면 한숨이 나온다.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이 7월25일 서울 홍대전철역 근처에서 거북이 분장을 하고 플라스틱이 동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발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쓰레기와 동물과 시’라는 기획을 마련해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바다로 옮기자면 올해 피서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쓰레기는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이다. 1인당 일회용 비닐 사용량 세계 1위도 우리나라다.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우리 밥상에 오른다 해도 올해 추석 선물은 또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물건들을 선택할 거다. 같은 값이면 더 크고 있어 보이는 포장들은 모두 플라스틱인데 말이다. 마지막을 마음에 새기며 시작하지 않기에 촉발되는 대표적인 일이 바로 환경문제다. 

우리는 여태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거창하게 환경교육이라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소비교육이랄까, 자기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소비의 시작점과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교과목에서 요청받은 적도 없다. 교육이란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폐기물, 폭염 등등 환경문제가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알고,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환경교사는 멸종위기종이고 문화적인 방법으로 시민의 환경인식을 드높이고 있는 환경영화제 예산은 계속 깎이고 있다.  

연세대가 내년부터 학부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인권을 교양 기초과목으로 개설한다. ‘인권과 연세정신’이라는 제목의 1학점짜리 강의는 ‘왜 인권인가?’ ‘인권의 역사와 내용’ 등 다양한 주제로 13주간 진행된다. 매우 고무적이고 부러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과 타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에 대해 생각하고 배워본 적이 없다. 쌀이 마트에서 나오는 줄 아는 아이들이 자라서 기재부 공무원이 된다면 어떻게 환경교육 예산을 늘릴 수가 있을까. 대자연의 위용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환경정책 입안자가 돼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스티븐 코비의 말대로 황금알을 얻으려면 거위를 잘 돌봐야 하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성공의 원칙이다. 정치인 걱정은 그만두자. 인권에 이어 어느 대학에선가 기후환경 필수교양과목도 탄생되길 빌어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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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본이다. 폭염보다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외침이 더 뜨겁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과 광복절을 지나며 함성은 더 커졌다. 직접적인 발단은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 보상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아베 정부는 수출규제로 보복을 감행했고,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건 일본 정부만이 아니었다. 2010년과 2015년, 대법원은 현대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끄떡도 없다. 기업이 법 위에 군림한다? 2004년, 고용노동부는 현대기아차의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해놓고도, 여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기업의 눈치를 본다? ‘재벌’이란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노동자들을 제멋대로 고용하고 해고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현대기아차 재벌,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징용으로 사람들을 마구 동원하고 착취했던 일본 제국, 이 둘은 그 본질에서 서로 얼마나 다른가? 문재인 정부가 아베 정부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현대기아차부터 제대로 다룰 일이다.

광복. 일제에서의 해방은 암흑 속에서 빛을 되찾은 기쁨과 감격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벅찬 기쁨과 감격도 일상의 변화로 녹아들지 않으면, 결국 의미 없는 문자만 남게 된다. 해방 후 74년,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왔는가? 성경의 ‘출애굽’은 노예였던 히브리인들이 이집트 제국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해방의 사건, 아니, 해방의 시작이었다. 해방은 이스라엘의 새로운 사회 건설로 완성될 터였다. 이스라엘 율법의 핵심인 안식일, 안식년, 희년 규정에는 모든 인간의 평등과 존엄, 땅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전망이 담겨 있다. 이 전망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현실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해방은 잠시뿐 억압과 수탈의 역사가 반복된다. 이스라엘은 다윗과 솔로몬 왕정 이후에는 줄곧 부패한 왕들의 폭정과 실정에 시달렸고, 결국 아시리아와 바빌론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해방을 가로막는 세력은 안팎에 모두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내부 세력이 더 위험하다.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아베 정권만 위험한 게 아니다. 이 땅의 자본은 기회만 있으면 노동자의 삶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정부는 그런 자본의 요구에 화답해왔다. 일본 경제보복이라는 비상한 상황이니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을 완화하라고 요구한다. 이 법규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불화수소 누출사고 이후 국민 안전을 위해 마련되었다. 얼마나 되었다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예하라고 채근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긴 나라다. 우리나라 토건 세력은 4대강을 16개 보로 찢어놓고도 여전히 목마르고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생태하천이라며 전국의 지천에 보 건설을 계속하고, 양수발전이라며 댐 건설로 지역주민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기 일쑤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며 설악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지에 케이블카를 놓으려 한다. 그 집요함에 소름이 돋는다. 개인과 자연이 자본의 편리한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늘, 자본이야말로 제국이다.  

우리 사회에서 제국 노릇하려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몰아내야 한다. 사람의 존엄과 생명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만큼 우리의 해방은 완성된다. 딱 그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의 한이 덜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부당한 대우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삶이 나아지고, 개발의 발톱에 찢긴 자연이 회복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다짐을 실현하려면 적어도 우리나라 안에서는 제국의 횡포가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잊지 말 일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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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기름을 부은 유니클로 임원의 말은 아마도 그가 장기간 우리 국민을 면밀히 관찰한 데에서 나온 말이리라. 그 임원은 ‘냄비근성’을 부드럽게 표현해 줬는데 우리 국민은 왜 분노한 것일까. 아마도 수많은 사회문제들에 쉽게 끓다가 아무런 해결 없이 잊히고 반복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면이기에, 정곡을 찔린 아픔에 더 분노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폭염과 기후재난, 겨울에는 미세먼지, 연중 플라스틱쓰레기와 핵문제, 자연파괴로 이어지는 반복되는 환경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이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가 오염되어 모두가 피해를 받는 상황이 뚜렷해짐에도 점점 관심 밖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폭염은 에어컨, 녹조는 페트병의 생수,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가 해결해주고 쓰레기와 방사능은 나와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외면하지만, 더 이상 진부한 재난영화의 클리셰가 아닌 내 눈앞의 현실임을 주시해야만 한다. 언론을 만들어가는 일부는 외면이 가능하겠지만 많은 서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8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주댐 부근에 짙은 녹조가 끼어 있다. 이곳은 영주댐을 만들고 4년동안 매년 녹조가 발생된 곳으로 수질개선을 위해 만든다는 목적과 다르게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지역으로 내성천 보존회등 환경단체들이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반도 역사상 최대 혈세낭비와 환경파괴 행위인 4대강사업으로 촉발된 ‘녹조라떼’는 한때나마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지금은 마치 강물이 깨끗해지기라도 한 양 관심 밖으로 밀렸지만, 연어도 아닌 것이 물을 거슬러 오르며 확산되고 고도정수에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갈수록 오염이 심해지는 게 현실이다. 4대강 재자연화 촉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루라도 빠른 보의 철거와 강둑의 복원이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건강 위협을 줄이는 일임은 자명하다. 여기에 더해 경제부흥을 빙자한 환경파괴 행위인 하천 토건사업이 허상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로도 반드시 빠르게 추진되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보 해체는 지리멸렬하기만 하다. 그런데 복원이 더딘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파괴적 보 조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단물을 다 빼먹은 4대강이 아닌 그 지천으로 옮겨갔을 뿐, 지금 이 시간에도 4대강을 포함해 국토의 모든 강에는 무수히 많은 보가 촘촘히 건설되고 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단순 진리의 검증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썼는데, 이제 또 다른 만고의 진리인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검증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4대강을 막은 16개 보 해체에만 관심을 갖는 사이 국토의 실핏줄이라 할 수 있는 지천에서는 각 지천 하나당 4대강사업 모든 보의 개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보가 지금도 계속 건설되고 있다. 그럴싸한 ‘생태하천 복원’ ‘고향의 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다.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강을 죽이고, 지금은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위대함이 만들어낸 생태기능과 아름다움을 망가뜨리고 있다. 말장난 사업으로 멀쩡한 멸종위기어류의 서식처가 없어지고, 둔치의 자연정화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더불어 상류의 물길까지 막아 물은 4대강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오염된다. 윗물에서 썩은 물이 흘러들어오는데 4대강 보가 해체된들 강물이 깨끗해질 리 만무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천의 수많은 보 조성사업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하류의 4대강에 있는 모든 보를 해체해도 절대 물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4대강 재자연화는 늘 그랬듯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그사이 지천의 보는 셀 수 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루한 논란 끝에 시범적으로 철거한 몇몇 보는 궤변으로 일삼은 4대강 찬성론자들을 다시 수면 위로 불러낼 것이다.

불탄 잿더미 복원을 위한 논쟁보다는 지금 확산되는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벌어진 폭력인 4대강사업보다 현재진행형인 지천에서 자행되는 각종 하천파괴사업 중단이 훨씬 시급하다. ‘녹조라떼’는 후손의 생명을 위해 식지 않는 ‘가마솥’이 되어야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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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친구들 몇이서 처음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그 시절 얘길 하다보니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졌는지 감회가 새로웠다. 집마다 어떤 가전기기가 있는지 공개적으로 손을 들라며 조사했던 이야기도 나눴다. 참으로 인권감수성이 없었던 때였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전학 와서 언니 오빠와 대구에서 자취를 했다. 자취집엔 전화기가 없었다. 전화 걸 일이 있을 땐 전화국까지 가야 했다. 신청한 전화번호로 교환원이 전화를 걸어 연결해줘야 통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손엔 스마트폰이 있다. 소형 컴퓨터를 들고다니는 셈이다. 음성통화도, 문자도, 화상통화도 가능하고, SNS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또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은행 업무도 주문도 결제도 할 수 있고, 길찾기 앱으로 아무 데라도 찾아갈 수 있다.

그땐 주말마다 ‘비둘기호’란 완행열차로 고향집엘 다녀왔다. 지금은 KTX로 17분 걸리는 그 길이 두 시간 넘게 걸렸고 그런 열차조차 하루에 두세 번밖에 없었다. 엄마가 매주 싸주시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해야 해서 자취방엔 자그마한 중고 냉장고가 있었다. 요즘 흔한 양문형 냉장고 용량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몇 년간 자취방에 TV가 없어서 주말에나 볼 수 있었다. 리모컨도 없었던 시절, 채널권을 두고서 얼마나 다퉜던지….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개인 시청까지 가능한데 말이다. 중2 때였나, 컬러 TV시대가 열렸다. 얼마나 놀랍던지!

올해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꼭 40년이 되었다. 친구들과 얘길 나누며 다시금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락하게 바뀌어왔는지 새삼 느꼈다. 게다가 이런 변화가 한 사람 생애 절반의 짧은 기간 안에 일어났단 사실도 참으로 놀랍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가를 수반한 것이었다. 바로 기후변화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에너지 노예’라 불리는 수많은 기계를 만들었으며 그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왔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특히 석탄 발전 전력을 너무나 쉽게 많이 사용해왔다. 산업화의 빠른 진행만큼 기후변화도 가파르게 진행되어 왔다.

기후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대응수단이 없지 않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이 기후위기, 나아가 고용위기 해결의 현명한 대안들 중 하나다. 이를 위한 기술변화도 사회변화도 가능할뿐더러,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오래 유지해온 전력기술이나 시장구조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술 혁신과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

최근에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자율적인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일명 PPA)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생에너지 100% 전력을 쓰겠다고 선언한 세계 굴지의 RE100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미 191개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이제 협력업체들에도 부품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만들어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기업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RE100에 우리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PPA가 가능한 전기사업법 개정,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여러 문들 중 하나다. 이제 그 문을 열어야 한다.

빠른 변화는 가능할 뿐 아니라 빠른 변화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많은 일들이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거나 상상 속에 머무르기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그로 인해 사회도 바뀌고 사람들 생각도 바뀌어 왔다. 이미 기술은 있다. 이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요구되는 변화를 더 빨리 만들어가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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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기후환경 뉴스 클리핑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주요 후원자께 보내드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2016년 5월26일부터 시작한 게 오늘 아침자로 755호가 되었다. 깜찍한 속셈은 후원자께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비치면서 돈 달라고 하기 민망해서 매일 아침 인사 겸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오전 5시쯤 일어나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는데 6시30분이면 발송했던 문자를 요새는 7시 넘어서야 겨우 완성한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일 때만 반짝 보도되고 기후환경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뉴스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그렇다. 뉴스가 없다고 기후 문제가 없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게 함정이다. 

언론을 흔히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언론 속 기후변화의 빈도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걸까? 모 언론사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빅카인즈’를 이용해 11개 종합일간지에서 기후변화(지구온난화 포함) 관련 기사를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2월까지 꾸준히 늘던 기후변화 기사는 사건 기사처럼 이벤트성으로 바뀌게 된다. 최근 5년간 월평균 기후변화 기사는 161건에 불과한 데 비해 ‘부동산’ 기사는 2209건이나 된다. 그렇다면 11개 종합지들이 한 달에 평균 0.5회 보도한 셈이다. 이슈의 엄중함에 비해 너무 적어서 한숨이 나온다. 

보도량도 문제지만 보도내용 또한 문제다. 미세먼지가 요동을 쳤던 지난 3월에는 2459건이 보도되었는데, 지금은 미세먼지 기사를 찾기도 어렵다. 전 국민이 불안에 떨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기후환경회의까지 만들었는데, 미세먼지가 좀 덜한 지금 이 시점에선 침착하게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는 보도는 찾기도 어렵고, 보도가 된다 한들 주목받지도 못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서야 비로소 보도되었고, 필리핀으로 위장 수출된 건이 드러나자 환경부를 비난하기 바쁘다. 

<팩트풀니스(Factfullness)>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데 특이하게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사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실상을 체계적으로 오해하는 10가지 이유를 ‘사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뉴스 클리핑 경험상 이 10가지 중 ‘부정본능(The Negativity Instinct)’과 ‘비난본능(The Blame Instinct)’이 우리나라 뉴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것 같다. 어느 나라든 뉴스는 극적이고 부정적인 소식을 주로 보도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건사고 많은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원인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탐사보다 너무 즉각적인 결론, 몰매 때리기, 편갈라 공격하기로 비난에 그친다는 게 사건보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앞으로 서울의 온도가 40도를 넘기고, 미세먼지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6개월 이상 비가 안 와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쳐 고층아파트가 붕괴된다면… 기사가 넘치겠으나 얼마나 살아남아 기사를 읽어줄지는 잘 모르겠다.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매년 5~6월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왔는데, 이번에는 추천을 넘어 미국의 모든 대학 졸업생들에게 직접 &lt;팩트풀니스&gt;를 구입해 선물했다.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자신의 신념과 실재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확한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리라. 우리도 언젠간 이런 부자 한 명쯤 볼 날 있겠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95~100%다.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팩트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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