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환경과 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725건

  1. 2019.12.06 [기고]‘2차 국제 대기질 조사’에 거는 기대
  2. 2019.11.25 [기고]한전공대, 에너지 혁신의 미래 열기를
  3. 2019.11.21 [사설]한·중·일 미세먼지보고서 발표, 문제 해결 계기 돼야
  4. 2019.11.15 [여적]‘암마을’의 경고
  5. 2019.11.13 [기고]‘제2공항 철회’로 제주도의 생명과 평화를 지켜주세요
  6. 2019.11.11 [NGO 발언대]사람도 새도 위험한 ‘성산 제주 2공항’
  7. 2019.10.30 [기고]임박한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끓는 냄비 속 산업부’
  8. 2019.10.29 [기고]전기차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
  9. 2019.10.21 [기고]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의 선결 과제
  10. 2019.10.07 [사설]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국제 공론화 필요하다
  11. 2019.09.30 [양승훈의 공론공작소]기후변화 대응과 ‘21세기형 친환경 조선국가’
  12. 2019.09.26 [사설]‘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16세 툰베리의 ‘기후대응’ 호소
  13. 2019.09.25 [김호기 칼럼]기후위기의 생태학적 계몽
  14. 2019.09.24 [박래군 칼럼]‘기후악당국가’ 대한민국
  15. 2019.09.24 [기고]설악산은 케이블카로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16. 2019.09.24 [여적]빙하 장례식
  17. 2019.09.23 [이문재의 시의 마음]그레타 툰베리와 ‘대마 심기’
  18. 2019.09.19 [사설]지금 기후위기 행동 못하면 재앙 피하기 어렵다
  19. 2019.09.17 [기고]기후변화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옳다, 이제 귀 기울일 때
  20. 2019.09.17 [사설]환경부 마침내 케이블카 부동의, 사필귀정이다

2019년 미세먼지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도, 배출량, 건강피해 등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정부 정책의 추동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문제에 대한 진단이 더 정확해져야 한다.

미세먼지의 복잡성은 배출과 농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초미세먼지나 오존오염 문제는 과거처럼 배출정보만 알아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은 주로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2차적으로 생성된다. 배출-농도 사이에 화학이 들어가면 둘의 관계가 매우 복잡해진다. 배출과 농도는 비선형관계가 된다. 배출을 줄여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야 농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또한 배출 지역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배출-농도의 복잡한 관계식을 풀기 위해 종합관측조사를 실시해 왔다. 3차원 공간에서 배출물질, 생성물질, 산화제, 배출원 지시자 등을 동시에 측정하여 이들의 관계를 추론해 가는 것이다. 탐정이 조각난 단서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듯이 연구자들은 관측 자료들의 퍼즐 조각들을 맞춰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그러나 종합관측조사는 대형 항공기, 첨단 측정기기, 수치 모델, 위성 등 대형 연구 인프라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동안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선진국은 2차 세계대전 중 육안으로 전투기의 위치를 확인해주는 비행운에 대한 연구를 필두로 80여년의 항공 관측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늘을 나는 실험실인 대형 관측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KORUS-AQ’라는 한·미 대기질 공동조사를 수행했다. NASA는 대형 관측 항공기를 활용해 1980년대부터 대기화학 실험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에게 ‘KORUS-AQ’는 대형 관측 항공기와 첨단 측정기기를 동시에 운용하며 우리의 대기를 정밀 진단해 본 소중한 경험이었다. 200개의 오염물질을 동시에 측정하는 대형 비행기 DC-8 1대, 위성시뮬레이터를 탑재한 소형 비행기 1대, 미세먼지 조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소형 비행기 1대가 투입됐고,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보유한 관측선도 참여했다. 전국 32곳에 원격탐사 장비가 설치됐고, 130개 연구그룹의 580명 한·미 과학자들이 종합관측 작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중 70% 이상이 2차 생성되며, 국내외 오염원이 약 5 대 5 수준에서 기여하고, 국외 미세먼지는 지면 가까운 고도로도 장거리 이동하는 게 가능하며,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량이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점 등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새로운 진단이 쏟아졌다.

이제 우리는 2차 국제 대기질 관측조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 초 한국에서 예비관측을 시작으로, 본관측이 2022년과 2023년 겨울철에 아시아를 무대로 펼쳐질 것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 함께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물론 2차 관측은 1차 관측 결과를 토대로 얻은 궁금증을 해소해야 하는 한층 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서해상이나 야간 등 그간 관측의 사각지역 및 시기가 포함되어 있다. 다만 1차 관측과 달리 그간 우리 역시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는 희소식이 있다. 이제는 중형 관측 항공기와 스모그 체임버(대기오염물질의 광화학반응 생성과정 실험 장치)를 갖췄고,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의 발사도 앞두고 있다.

금번 관측조사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세계적 수준에서 규명해 국민들이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이고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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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미래 세대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이 크다. 온실가스는 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증기에너지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석탄과 석유의 사용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생산이 보편화됐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해왔다. 덕분에 인류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이를 충당하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그렇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폭염, 혹한 같은 자연재난의 형태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문명의 편리함과 기후변화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는 에너지 혁신을 위한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 신설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에너지 혁신이란 효율적인 에너지의 저장과 사용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 연구시설을 갖추고, 기존엔 할 수 없었던 혁신적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혁신의 지속적인 동력이 될 고급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결국 에너지 혁신의 주체는 지식 창출과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대학보다는 에너지에 특화된 공과대학 신설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기존의 많은 대학이 에너지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왔고, 우수한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기술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자원을 최대한 집중시키는 게 핵심인데, 기존 종합대학들은 아무래도 특정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기존 대학의 교육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술혁신을 위해선 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고급인력의 지속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전달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영국의 진공청소기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인 제임스 다이슨이 ‘다이슨 기술대학’을 설립해 전문지식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공학 전문가 양성을 추진한 사례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에너지 혁신의 필요성과 대학의 역할, 기존 대학들의 한계를 모두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한전공대(가칭) 설립의 적기다. 우수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집중해 에너지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한전공대의 청사진이 현실화할 수만 있다면, 한전공대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걸음을 막 뗀 한전공대가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앤 웹 | 영국 맨체스터대 공과대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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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이 함께 연구한 첫 미세먼지 공동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2000년부터 각국 연구자들이 대기오염물질 연구를 시작하고 최신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해 19년 만에 내놓은 첫 보고서다. 한계가 없지 않지만 중국이 처음으로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의 중국 영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권, 기본적인 삶의 질 문제인 만큼, 각국이 미세먼지 감축에 긴밀히 협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3개국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의 자체 기여율은 한국이 연평균 51%, 중국 91%, 일본 55%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국내 요인이 절반가량이지만, 중국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내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한계도 있다. 우선 미세먼지 요인의 일별, 월별 통계는 잡아냈지만, 민감한 고농도 시기(12~3월)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연평균을 기준으로 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만 따지면 중국발 요인은 7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 리스크’가 급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점도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보고서 발간은 중국 측 주장으로 한 해 미뤄졌다.

국제 비영리 환경연구단체인 콜스웜에 따르면, 중국은 2~3년 내 석탄발전소 464기를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동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내 가동 중인 전체 석탄발전소(78기)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경기 부양을 위해 미세먼지 저감조치 일부를 완화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각국이 ‘더 파란 하늘’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자국민은 물론 이웃 국가 국민의 건강마저 심각하게 위협하는 세상이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 때마다 중국 쪽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중국정부는 이를 외면해 왔다. 이번에 중국이 제한적이나마 오염 영향을 인정한 것을 문제 해결의 새로운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보고서를 지렛대 삼아 기술, 정책 협력 등 ‘자유롭게 숨쉴 권리’를 위한 모든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 오염 영향을 저감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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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로 악성신생물이라 불리는 암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3년 이래 36년째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29만8820명 중 암 사망자가 7만9153명으로 30%에 육박한다. 사망 원인 2위부터 4위까지인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사망자를 다 더해야 암과 비슷해질 정도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민들이 기대수명(82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라고 한다. 인구의 3분의 1은 암을 예방할 수 있고 다른 3분의 1은 완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암은 여전히 불치병의 대명사이자 공포의 질병이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왼쪽 사진)에서 나온 발암물질인 것으로 공식 확인된 14일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용근 기자·연합뉴스

환경부가 괴담처럼 떠돌던 전북 ‘암마을’의 비극의 실체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마을 옆 비료공장이 연초박(담뱃잎찌꺼기)을 건조하면서 나온 1급 발암물질들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오염시설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전북 익산의 한 마을. 2001년 이 공장이 들어서며 비극이 싹텄다. 한 집 걸러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 22명이 암에 걸렸고 14명이 사망했다. 건강한 30대 젊은이에서 70대까지 목숨을 잃었다. 간암, 피부암, 담낭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의 발병률이 전국 표준인구집단보다 많게는 25배까지 높았다고 한다. 저수지 물고기가 집단폐사하고 시체 썩는 것보다 역겨운 악취가 난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공장과 관계기관들은 되레 고발과 무성의로 대응했다. 공장은 영업을 계속하다 2년 전에야 폐업했다. 암마을이 아니라 ‘암공장’이었던 셈이다. 재앙이 장점마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연초박을 퇴비로 쓰기 위해 반입한 공장이 전국 곳곳에 많다고 하니, 혹여라도 불법적인 발암물질 배출은 없었는지 전수조사도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암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30%)과 식이요인(30%), 만성감염(10~25%) 등을 꼽는다. 국가암정보센터는 흡연, 음주 금지와 균형 잡힌 식단, 운동 등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암마을’의 진실을 보면 이런 수칙들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환경파괴라는 더 큰 상수와, 별문제 없다며 근 20년을 버텨온 ‘암적 존재’들이 있으니 말이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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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광장 앞에서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위한 9일 기도를 했습니다. 제주의 ‘생명을 살려달라’는 우리의 기도가 세상 곳곳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100배를 하며, 이제라도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모아 매일 기도와 미사를 드렸습니다. 아울러 매일 아침 ‘제주 제2공항 철회’의 뜻을 담아 청와대에 청원서를 접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지요? 우리의 기도가 그곳까지 닿고 있는지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는 주민과 함께하자고 맘먹고 강정에 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나이도 팔십을 훌쩍 넘어 하루하루를 길 위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은 노인이 됐습니다. 미약하지만 저는 ‘생명, 평화’의 가치를 위해 마지막 제 삶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생명, 평화가 존중되는 세상은 저의 신앙이며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다시 힘든 몸을 끌고 청와대 앞으로 오게 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이유는 생명과 평화에 반하는 잘못된 국책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길 위의 신부’로 살아오면서 매향리에서 대추리로, 대추리에서 용산 철거 현장으로, 군산에서 제주 강정으로, 다시 제주 제2공항의 현장으로. 삶의 거처를 수없이 옮겨가면서 제가 목격하고 경험한 일입니다. 언제나 사람들이 쫓겨나고, 주민들의 뜻이 배척당하고,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고, 공권력이 주민들에게 모욕을 주고, 국가는 무책임합니다. 소수의 재벌 토건기업들은 이익을 누리고, 힘있는 자들이 생명을 훼손하고, 평화를 빼앗습니다. 제2공항 추진과정 역시 똑같습니다. 제2공항의 타당성이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도민을 찬성과 반대 두 쪽으로 갈라놓고, 반대하는 도민 여론을 묵살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출처:경향신문DB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가을에 강정에 와서 주민들에게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그와 똑같은 일이 제2공항 건설과정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섭습니다. 이대로라면 그 끔찍하고도 괴로운 일이 제주의 성산에서 또 벌어질 테니까요. 

노상에서 9일 기도를 드리는 동안 제주도민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을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는 청와대를 보며 ‘어쩌면 이럴 수 있는가?’ 하는 한탄이 올라옵니다. 국가라는 것은, 정부라는 것은 뭐든 해야겠다고 하면 도저히 바뀔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환경파괴, 세금 낭비, 주민 간의 갈등을 만들어 놓고도 ‘제2공항 건설’이라는 목적만 달성하면 그뿐이라고 여기는 것인가? 그러니 우리들은 상처가 더 커질 뿐입니다.

거짓으로 밀어가고 있는 제2공항을 막고자 지금 제주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단식을 합니다. 제주도에 있어야 할 주민들이 세종로 농성 천막을 지키고 있습니다.그 어떤 권력도 제주의 생명을 파괴하고 삶의 터를 마음대로 할 권한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께 묻고, 또 묻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줄 수는 없는가? 아무리 거짓을 들춰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진정 제주도민 그리고 국민과 함께할 수는 없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답을 기다립니다.

<문정현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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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제주행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 2분 만에 긴급 회항했다. 김포공항 이륙 도중 새가 빨려 들어갔고, 펑, 펑 소리와 함께 비행기 엔진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기엔 승객 188명이 타고 있었다. 새가 항공기와 충돌하는 ‘조류충돌’은 항공기 운항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국회에 제출된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발생한 조류충돌은 총 1459건에 달했다. 한 해 평균 260건, 매달 22번꼴이다. 엔진충돌, 조종석 전면 유리충돌 등 다수가 아찔한 상황이었다.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2009년 뉴욕 허드슨강의 항공기 비상착륙도 조류충돌이 원인이었다.

전국 3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연 뒤 제2공항 신설 강행 중단과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공신력 있는 검증 실시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신규 공항을 지으려면, 항공기와 조류 또는 야생동물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국토교통부 고시)을 준수해야 한다. 조류를 유인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공항에서 3㎞ 이내에는 양돈장, 과수원, 승마연습장, 경마장, 야외극장, 드라이브인 음식점, 식품가공 공장을 설치할 수 없다. 8㎞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 사냥금지구역,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없어야 한다. 공항으로부터 13㎞ 이내의 ‘공항 주변’은 조류충돌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활주로를 횡단할 우려가 있는 곳’에 조류 유인시설은 철저히 금지된다. 

2014년 영국 템스강 하류 신규 공항 건설에 대해, 영국 왕실조류학회는 강력한 ‘입지 부동의’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공항 위치가 철새 이동 경로상에 있어 조류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공항으로부터 13㎞ 이내 조류 이동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점, 사업자의 조류충돌 방지대책은 결국 철새를 쫓아버려 국제적 생태보호지역을 조류가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꿀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제주 최대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짓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 제주 제2 공항 예정지인 성산 입지는 어떨까.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산-남원 등 4곳의 철새도래지는 모두 제2 공항 예정지 반경 3~5㎞에 위치한다.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은 10~11월 제2 공항 예정지 상공을 이동 경로로 해서 도착해 2~4월에 번식지로 북상한다. 봄과 가을엔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저어새, 큰고니, 노랑부리백로, 팔색조,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천연기념물도 발견된다. 광어 양식장, 양돈장과 과수원, 채소밭, 대형 횟집 등 각종 조류 유인시설이 즐비하다.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제주 제2 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 검토의견에서 조류충돌 위험성을 특히 강조했다. 즉 “많은 철새의 주요 월동지 및 중간기착지로서 생태 보전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공간”이기에 제2 공항 성산 입지는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도 “현 제주공항 개선으로 국토부가 제시한 장래 제주도 항공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제2 공항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제주 제2 공항 성산 입지는 사람도, 새도 죽이는 ‘킬링필드’가 될 것이다. 1.8㎏짜리 새가 시속 960㎞ 항공기와 충돌하면 64t의 충격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철새 보호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든, 0.1%의 조류충돌 가능성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애초 성산 일대는 공항으로 불가능한 곳이다. 재앙을 부를 제주 제2 공항 계획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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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재생에너지총회(KIREC)가 10월23~25일 서울에서 열렸지만 기대와 달리 무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2017년 멕시코에서 열린 이전 총회에서 한국이 차기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정부는 관련 산업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이번 총회는 소리소문 없이 시작하고 무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홈페이지는 한국어로 서비스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였던 걸까?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재생에너지가 우리 미래의 활력”이라는 진부한 슬로건만 제시했을 뿐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혁신 덕에 태양광 전기료가 10년 전에 비해 6%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자랑했다. 가격이 떨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표방하지만 어이없는 규제를 유지하여 에너지전환을 막고 있다.


그는 또 “한국은 석탄, 석유, 가스 같은 부존자원 없이 오로지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도대체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건가? 한국은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다섯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다.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의 기준을 특정 연도 배출량 기준이 아니라 배출전망치(BAU) 기준으로 제시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후변화를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하고 탄소세를 현행 2달러에서 75달러까지 올릴 것을 주창했다. 한국 산업부는 이 시나리오를 감당할 수 있나? 전 세계는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 상당수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어 해외 거래처와 계약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무역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 경제가 기후위기 탓에 받을 타격을 산업부는 내다보고 있는가? 재생에너지 전환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임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번 총회에서 보인 산업부의 행태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계재생에너지총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해를 넓히며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고민하는 현장이다. 하지만 서울 총회는 달랐다. 나는 이번 총회에 고위급 패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곳에서 10년 전부터 반복되는 논의를 듣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한 참석자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유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에 재생에너지는 허울 좋은 말잔치일 뿐이다. 석탄이 수익이 된다는 말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심지어 동남아에 수출까지 한다. 또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를 모두 다 사주는 전력 시스템을 유지하고, 산업부는 여전히 세금으로 석탄 발전 보조금을 챙겨주는 게 현장에서 보는 현실이다. 이 같은 산업부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기후위기는 소리 없는 위협이다. 산업부는 이 위협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구조가 탄소제로체제로 재편되고 있지만, 산업부는 아무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물이 끓어 죽게 될 처지를 모르고 냄비 속에 앉아 있는 개구리처럼.


<이현숙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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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3000억원! 환경부가 2020년 미세먼지 관련 예산으로 편성한 액수다. 올해보다 35%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미세먼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에 동의한다. 오히려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과 불편을 생각하면 더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예산의 세부내역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조5300억원을 전기차 구입 지원,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에 배정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차인 전기차를 보급하고 노후된 경유차의 폐차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기차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고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자동차로부터 발생되는 미세먼지의 약 90%는 비배기가스가 발생원이다. 자동차 미세먼지는 배기통이 아닌 타이어, 브레이크, 도로포장, 도로재비산먼지가 원인이다. 연구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결과는 유사하다. 연구뿐 아니라 유럽환경청(EEA), 미국환경부(US EPA),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등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독일환경청에서는 향후 자동차 미세먼지 중 비배기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을 93%까지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처리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그래도 전기차가 디젤차보다 최소한 10%는 미세먼지를 더 적게 발생시키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무게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차는 같은 브랜드의 차종 중 가솔린차 대비 300㎏ 정도 더 무겁다. 중량이 더 무거우니 타이어, 브레이크 등에 더 큰 부하를 줘서 배기가스 저감량을 상쇄하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왜 미세먼지의 구세주가 되었을까? 그리고 경유차는 왜 낙인찍혔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짐작하건대, 미세먼지 측정방식 때문이다. 환경부가 인용하는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는 배기가스만을 대상으로 측정한다. 배기가스만을 대상으로 했으니 내연기관차는 높게 나오고 전기차는 없는 것이다. 한때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 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과 판박이다.

원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책 또한 유럽이나 미국의 그것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교통부문의 공기질 정책에서는 자동차를 줄이고 녹색수단을 장려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말이다. 올해 영국 정부에서는 향후 20년간 약 25조원을 자전거 활성화에 투입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 대책의 이름은 다름 아닌 ‘맑은 공기전략’이다. 대책에 전기차는 없다. 문제는 같은데 방법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맑은 공기를 위해 외국에서는 자동차를 줄이자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앞장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비용까지 지원하겠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국제기구들이 자전거 활성화에 거액을 투자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주무부처 자전거 예산은 10억원이 안된다. 전기차 지원예산의 0.07%이다. 미세먼지 정책의 심각한 오류이며, 방치를 넘어 고의적 폐기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산업적 측면에서 전기차가 대책으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전기차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교통부문 미세먼지를 감축하고자 한다면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도록 정책과 예산을 집중하는게 맞다. 그것이 곧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책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며, 지속 가능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재영 |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교통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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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나누어 물을 관리해 왔으나 분산된 관리체계로 인한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이 지적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한편 물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류지역의 개발제한과 하류지역의 수질오염 문제로 인해 지역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얽혀 있으며, 여러 이해당사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정부 혼자서 물과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국가물관리위원회와 4개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통합 물관리를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물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위원회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4대강 보 처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지혜를 모아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보 존치와 개방의 효과가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채 주민, 환경단체, 정치권의 의견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역물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역 대표들도 주민 및 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공공재인 유역의 물을 가장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충실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물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해야 할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충실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 관련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둘째, 물관리위원회는 물 분쟁 조정 결과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이해당사자들이 물관리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 분쟁 조정에 갈등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관련된 전문가 집단도 반드시 조정 과정에 참여해 객관적인 자료 검토에 근거한 합리적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전문적 판단에 근거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셋째, 유역 내의 물 정책과 현안은 우선적으로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각각의 유역은 고유의 환경 특성에 따라 물 현안이 다양하고 상이하다. 유역 물 정책과 현안에 대한 논의는 유역 구성원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역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역 내 논의를 통해서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심화된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합 물 관리기구에 거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복잡하게 얽힌 물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위원회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물 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면, 물 분야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로서 국가 물 관리 선진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윤성택 |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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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국제기구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7~11일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리는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가 무대이다. 이 총회는 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에 관한 당사국의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정부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공조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위험을 회원국들에 알리고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원전 오염수 처리에 나서도록 하려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하루 150t의 오염수가 배출된다. 그런데 저장탱크에 보관 가능한 오염수는 2022년이면 용량을 초과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지하 매립, 수증기 방류, 전기분해 후 수소배출, 해양 방류 가운데 해양 방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오염수를 세슘 흡착과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정화하고, 이를 통해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농도를 희석시켜 해양 방류를 하겠다는 것이다. 돈이 덜 들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전력 내부 문서를 보면 정화처리를 거쳤다고 하는 오염수에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삼중수소는 무해하다’는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이를 장기간 섭취하면 인체에 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는 특히 한국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도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오염수가 있으며, 이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아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이 ‘잘 컨트롤되고 있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한국 등 인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류를 타고 대양을 흐르면서 전 세계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공론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본이 성의 있는 자세로 해결에 나서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 스스로 후쿠시마 원전 환경실태를 공개하고, 피해방지에 적극 나서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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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맞서는 환경파업 집회가 서울에서 21일,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27일 열렸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뉴욕에서 23일 열린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연사로 나와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세계의 청소년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면서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저탄소 경제로 조기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내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민관협력회의인 P4G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푸른 하늘의 날’도 제안했다. 2022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임도 전했다.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1도가량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급증이 주원인이다. 기온 상승은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어떤 지역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극지방은 4도나 상승했다. 해빙은 1979년 이후 연 13%씩 감소하고 있다. 해빙의 감소가 북극항로를 열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이런 현상이 무서운 것은 예측할 수 있는 ‘기후변동’을 넘어선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기여는 95%에 달한다. 현재 기온을 유지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한다. IPCC가 제안하는 것은 2100년까지 1.5도만 높아지는 수준에서 기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로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인위적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는 ‘넷 제로’를 이뤄야 한다고 한다.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에 대응하는 정부와 산업계의 전략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기술전망(ETP)을 통해 알 수 있다. 평균기온 상승을 최소 2도, 가능하다면 1.75도까지 억제하는 게 합의 수준이다. 2도로 억제하려면 2060년까지 에너지 총수요를 현재보다 7% 증가에서 억제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에너지 중 74%까지 높여야 하며, 연비도 높여야 하고, 탄소포집 기술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역량을 모두 모아 대응해야 할 만큼 큰 과제라는 뜻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나, 기후변화를 믿지 않고 규제를 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등 세계적인 장애요인을 집어내면서 한국은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좀 더 전향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가져감으로써 산업 차원에서도 큰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선업의 경우 기후변화 의제에서 한국이 선도적이고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조선업 세계 1위 국가이다. 새로 만드는 배 중 3분의 1이 한국의 조선소에서 나온다. 해운은 장거리일수록 저렴하고 대량운송이 가능해, 세계 운송의 다수를 차지한다. 장거리 대량운송에서 선박을 대체할 수단은 없다. 또한 선박은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해상 공해 물질의 40%가 선박에서 나온다. 선박연료는 경유와 중유 혼합물이기에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국내 조선업계의 대응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안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탈황설비 장착, 저유황연료 사용 등 방어적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발전기 연료를 고체산화물연료전지로 교체하는 기본설계를 선급에서 승인받았지만 주연료로 보면 연료전지는커녕 소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에 LNG 연료추진선을 적용하는 수준이다.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만들 파급효과를 검토하면 기후변화협약은 조선업에도 광범위한 혁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연료전지 회사들과 조선업계가 긴밀한 결속을 맺고, 관련 소재와 부품 중소기업 참여를 독려하게끔 인센티브를 주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좋은 정책 방향이다. 연비 개선에도 힘이 부치는 중국 조선업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선박 관련 설계와 고부가가치 장비 기술이 좋은 노르웨이는 100% 전기추진 크루즈 선박 ‘암페어’의 개발을 완료했지만, 아직 대형화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로 연구·개발 인력을 뽑고 있는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를 정책이 힘을 주어 견인할 때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21세기형 친환경 조선국가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다.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 확보 지원 사업에 85억원, 노후 예인선 LNG 연료 추진 전환 사업에 2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연 5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산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예산치고는 초라하다. 한국은 GDP의 30%를 제조업이 만들어내는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이다. 한국의 ‘푸른 하늘’은 화석연료 발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제조업 공정과 공장에서 나온 제품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완전해진다. 툰베리는 영국 플리머스부터 뉴욕까지 갈 때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운송수단을 찾다가 무동력 요트를 9일간 탔다. 세계의 선박을 책임지는 한국의 조선소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배를 만들어 툰베리에게 선물로 주면 어떨까.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전환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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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분노의 연설로 기성세대를 질타했다. 세계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연단에 오른 툰베리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당장 기후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툰베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는 장기적으로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낮출 확률을 50%로 설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나머지 50%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당신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우리 세대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6세 툰베리는 북받치는 감정을 때론 감추지 않은 채 절박한 어조로 4분간의 연설을 이어갔다. “당신들이 정말로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악마나 다름없습니다.” 

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왼쪽)를 비롯한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프랑스·독일 등 5개국 정부를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세계기상기구는 ‘2015~2019 전 지구 기후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 추세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성년이 된 시기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툰베리의 말대로 인류는 이미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지 모른다. 자연은 매년 폭염과 홍수, 태풍과 한파의 형태로 ‘반격’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행동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긴급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한국의 기후변화 속도와 온실가스 증가 폭은 세계 평균보다 가파르다. 한국의 최근 5년 평균기온은 이전 5년보다 0.3도 상승해 지구 평균(0.2도 상승)을 앞질렀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도 전 지구 평균(2.3PPM)보다 높은 2.4PPM이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기후악당’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호주 출신의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온실가스의 과다배출을 속도제한이 있는 분주한 쇼핑거리에서 자동차를 전속력으로 모는 것에 비유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시늉에 그친다면 그 차에 우리 아이들이 치이고 만다. 툰베리는 “지금 당장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으라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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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은 오랜 관심사의 하나였다. 사회학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그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생태학은 인간과 자연,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모색한다.

생태학 저작들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은 미국 산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알도 레오폴드가 쓴 <모래 군(郡)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1949)다. 이 책 제2부에는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에세이가 나온다. 레오폴드가 산림감독관으로 일했을 때 겪었던 늑대 사냥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즉각 (늑대) 무리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 총이 비었을 때 늙은 늑대는 쓰러졌고, 새끼 한 마리는 빠져나갈 수 없는 돌무더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다리를 끌고 있었다. 늙은 늑대에게 다가간 우리는 때마침 그의 눈에서 꺼져가는 맹렬한 초록빛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눈 속에서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오직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멸하는 초록빛 불꽃을 통해 레오폴드가 발견한 것은 인간이 아닌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었다. 레오폴드는 인간을 넘어선 생태계 전체의 관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말로 은유한다. 늑대와 가문비나무는 물론 거센 강물과 침묵하는 산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다. 레오폴드의 이 선구적 통찰은 환경운동가 존 시드와 심층생태학자 아르네 네스 등이 참여한 저작 <산처럼 생각하기>(1988)의 생태학적 계몽으로 부활한다.

생태학적 계몽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 및 사고의 근본적 변화를 요청한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자연을 인간의 욕구충족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한, 생태위기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권을 이루는 동등한 존재라는 생태학적 계몽에 입각하여 생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 앞에 우리 인류는 위태롭게 서 있다. 이 계몽과 극복은 모든 이념을 아우르는 인식틀이자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폭염·태풍·홍수·한파 등 너무도 분명하다. 생물다양성 감소, 해수면 상승, 미세먼지 악화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란 말로 대체되고 있다. 기후가 처한 현실의 긴박함과 비상상태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기후위기 계몽에는 청소년들의 역할이 크다. 특히 열여섯 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이 눈부셨다. 툰베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등교 거부 운동을 주도했고, 지난 8월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보름 동안 대서양을 횡단해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해 힘을 더했다. 23일 열린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 앞에서 “당신 지도자들은 우리 모두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기후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1일 330개 단체로 이뤄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서울 대학로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속 가능한 저탄소 경제로의 조기 전환을 위한 방안 모색,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의 2배 증액,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의 2020년 서울 개최를 약속했다. 더해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

2009년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위험의 실체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기후변화의 예방 및 대응책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변화는 위기로 바뀌고, 그 위기는 다시 대재난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는 결국 정치적 결단과 행동을 요구한다. 기후행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재적 과제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생명의 지구를 물려줘야 할 엄중한 책임이 우리에겐 존재한다.

<모래 군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로 돌아가면, 레오폴드는 말한다. “오직 산만이 늑대의 울부짖음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 왔다.” 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그 주인은 인간과 늑대와 산을 모두 자신의 식구들로 넉넉히 품어 안은 지구 그 자체이자 전체다. 이 아름다운 생명의 지구를 생각하고 또 행동할 수 있는 한 주가 되길 소망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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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라는 용어는 기후변화로, 기후변화는 다시 기후위기로 바뀌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남태평양의 키리바시국과 인도양의 몰디브 같은 섬나라들은 바닷물에 가라앉게 되자 인근 섬을 매입했다. 몇 년 안에 전 국민을 집단 이주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홍수가 빈발하고, 대규모 산불이 곳곳에서 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북극곰이 사라진다고 해도, 폭염의 여름을 견디면서도 기후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을 때 잠시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다가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잊는다. 기성세대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아무래도 둔감하다.

그러다 지난 3월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지난 3월15일 세계 105개국, 1650곳에서 청소년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 광화문에서 청소년들이 학교를 결석하고 시위에 나섰다. 그들은 ‘멸종위기종 전시’라고 써 붙인 팻말 뒤에 나란히 섰다. 자신들이 곧 멸종위기에 몰린 종이라는 것이었다. 수십년 내에 닥칠 기후재앙으로 자신들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었는데 기성세대들은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다시 오는 9월27일 세계의 청소년들과 연대하는 기후 파업을 벌인다. 학교를 가지 않고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비상행동에 나선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의 주창자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2003년생이다. 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다. “저는 어른들이 우리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의 이 시위는 급격하게 세계로 번져갔다. 이 시위가 준 영향으로 유엔은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열기 전 지난 21일 ‘청년 기후정상회의’를 열었다. 여기에는 툰베리를 비롯한 세계에서 온 수백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고, 우리나라도 4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 칼럼을 쓰는 시간 유엔에서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다. 그 회의가 어떤 합의를 이룰지는 아직 모른다. 과연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각국 대표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할까? 특히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어떤 약속을 내놓을까?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청소년들은 2030년에 주목한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1.5도 높아지는 정도에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해에 2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0.5가 무슨 대수냐고 하지만 1.5도는 지구가 유지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 마지노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탄소 배출 제로를 실행해도 늦는다. 그만큼 지구의 기후위기는 심각한 상황인데 우리는 너무 느긋하다.

기후위기는 단지 더운 여름과 홍수와 산불, 빙하가 녹아내리는 일로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겪어온 어떤 인권침해보다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40만명 이상이 죽었고,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분쟁의 배후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과 사막화가 크게 작용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생명권-건강권-생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분쟁과 폭력이 증가하면서 약자들에게 심각한 기후 차별을 부여하고, 이는 곧 법치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인권전문가인 조효제 교수는 역설한다.

기후위기는 곧 인류 문명 자체를 파괴할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백세 시대가 아니라 당장 10년 뒤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후세대가 살 수 없다면 인류의 멸종이 아닌가. 이런 위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위기다.

기후위기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산업혁명 이후 주로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급격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었고,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앞으로 1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기준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각 나라의 계획을 만드는 중요한 회의다. 세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한다면 이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세계 탄소 배출량 7위를 기록하는 고탄소배출국가, 그래서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되기도 한 나라치고는 목표도 너무 느슨하고, 그 목표조차 이루기 위한 정책 수단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이한 정부와 달리 시민사회는 9월21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섰다. 태풍이 몰려오는 중에도 시민들은 모였고, 이번주 결석투쟁에 청소년들이 모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불타는 지구’의 온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18%가 육식 때문이라고 하니 이 기회에 육식을 줄이는 것,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것,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등등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다.

그렇지만 개인들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줄일 수 없다. 탄소 배출 제로를 과감하게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를 실천에 옮기도록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자. 내년 총선 주요 공약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도록 정당들을 압박하자. 기후악당국가였던 호주와 네덜란드도 2030년 탄소 배출 제로화를 선언했다. 지금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 당장 하지 않으면 우리는 청소년들을 멸종위기종으로 만드는 공범자가 된다. 청소년들은 말한다. “우리 미래를 가지고 도박하지 말라”고.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4·16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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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결과, 최종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40여년 가까이 사회적 갈등을 빚어온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에 드디어 그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자연·생태계와 수려한 경관을 대표하는 민족의 영산 중 하나이다. 그 특별함에 걸맞게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녹색목록(Green list)에 등재돼 있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보호지역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검색창에 ‘설악산’을 입력하면 그 연관 검색어에 ‘케이블카’가 먼저 나타난다. 설악의 이름이 케이블카에 덮여 설악 비경의 진수라 일컫는 울산바위, 공룡능선, 토왕성폭포 등이 가려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케이블카 관광지는 스위스 알프스이다. 남한 면적의 절반도 안되는 나라에 약 2500개나 되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융프라우, 루체른 등 세계적인 케이블카 관광지가 즐비하고, 해마다 3200만명이 방문한다니 언뜻 들으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스위스도 자연·생태계의 가치가 뛰어난 스위스국립공원(Swiss National Park)에는 케이블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즉, 스위스 사람들도 자연·생태계를 온전히 지켜야 할 곳은 확실히 지키면서 그 밖의 지역에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31개 국립공원 중 12개 공원에 24개의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 케이블카의 대부분이 1970년 이전에 설치된 것이고 최근 들어서는 새롭게 설치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가 흐르면서 국립공원을 관광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세대를 위해 물려줘야 할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지속 가능한 이용의 대상으로 인식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지난 4월 산악전문 잡지인 ‘월간 산’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 결과, 산 방문목적은 등산(48%)보다 트레킹(51%)이 더 많았다. 국립공원공단이 실시한 2017년 ‘국립공원 여가휴양 실태조사’ 결과 주된 동반 유형은 가족(40.1%), 친구·동료·연인(33%), 등산·산악회(14%) 순으로 나타난다. 방문동기도 ‘휴양·휴식·치유’ 목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가 종전의 ‘단체·관광 중심’에서 ‘가족·힐링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대신하여 지역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지원 사업은 국립공원을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를 바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원도의 뛰어난 자연·생태계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개발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달콤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쓴물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소모적인 갈등과 날선 공방은 거두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세계 최초로 알프스를 오른 등산가 앨버트 머머리는 설악산 케이블카 갈등을 일단락 지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을 남겼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이다.” 설악산은 정상을 정복해야만 아름다운 산이 아니다. 산 정상만을 향했던 우리의 시선을 산 아래로 내려놓으면 어떨까? 설악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에게 위안과 힐링의 손을 내밀고 있었다.

<조우 |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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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46억년 전쯤 태어났다. 10억년이 지나 비로소 원시 생명이 탄생했다. 언제부터인가 빙하시대가 도래했다. 처음에는 수억년을 주기로 빙하기가 찾아왔다. 200만년 전부터는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짧아졌다. 빙하기에는 육지 면적의 3분의 1이 얼음으로 덮였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지혜로운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빙하기를 견디고 간빙기에 들어서면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북극의 빙산과 남극의 만년설 등 대륙빙하는 빙하시대의 표상이다. 오늘날 빙하 면적은 약 1억5000만㎢로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한다. 남극과 북극의 대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알프스나 알래스카의 높은 산지의 만년설도 빙하다. 이들 산악빙하는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곡빙하, 산기슭을 덮는 산록빙하로 나뉜다. 빙하는 지구 담수의 75%를 품고 있다. 지구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약 60m 상승한다.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의 방스 지역에서 환경운동가들이 피졸 빙하의 ‘사망’을 추모하는 장례식을 열고 있다. 방스 AP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빙산이 녹아내리거나 사라지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셰브네카이세산의 남봉은 산꼭대기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최고봉’의 자리를 이 산의 북쪽 봉우리에 내주었다. 남봉 높이는 50년 전만 해도 2105m였으나 최근 2095.6m로 주저앉아 흙산인 북봉(2096.8m)보다 1.2m 낮아졌다. 앞서 2014년에는 아이슬란드의 오크산 정상을 덮은 ‘오크예퀴들’ 빙하가 소멸 판정을 받았다. 16㎢에 달했던 거대한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린 것이다.  

지난 22일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피졸산(2700m) 정상 아래에서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2006년 이후 빙산의 80~90%가 녹아내려 ‘사망 선고’를 받은 피졸 빙하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날 검은 옷 차림의 참석자들은 추모사 낭독, 헌화 등으로 사라져가는 빙하를 애도했다. 기후변화로 매년 2520억t의 빙하가 소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까지 알프스 빙하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빙하기’를 견디며 살아남은 ‘지혜로운’ 인간들의 탐욕이 도리어 자신들을 옥죄고 있다. 당장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인간도 곧 공룡이나 시조새처럼 소멸될지 모른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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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넘어 이제는 기후재앙 단계라고 열을 올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퍼스트 리폼드>라는 영화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제목부터 생소하다고 했더니 친구가 줄거리를 일러줬다. 미국의 젊은 환경운동가 부부가 2세 출산을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임신한 아내는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만 심각한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는 행동주의자 남편은 아이를 낳지 말자고 한다. 아내는 평소 존경하는 목사를 찾아가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한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인터넷에서 영화를 찾아보았다. 결국 남편은 자살하고, 남편을 잃은 아내를 도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목사는 서서히 변화한다. 목사는 교회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기업과 결탁하는 것을 목격하고 환경운동가 남편이 생전에 만들다 그만둔 폭탄조끼를 완성한다.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았다. 

친구는 내게 <퍼스트 리폼드>를 추천하면서 “그러다가 우울증에 걸린다. 조심해라”라고 덧붙였다. 흰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묵시록적 사건’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연일 알려지면서 기후위기가 우리 내면으로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뜨거워지는 지구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쉽지 않다. 6차 대멸종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외면한다. 여의도와 청와대를 바로잡는 게 더 시급하다며, 먹고사는 문제가 더 절박하다며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웃은 물론 기업과 국가 또한 기후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올리지 않는다. 이런 사태가 쌓이고 쌓여 내면을 위축시킨다.

기후로 인한 무기력증은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하게 하고 청년들에게 미래의 꿈이 뭐냐고 묻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먼저 산 사람으로서 자녀세대에게 ‘온전한 천지자연’을 물려줄 수 없게 됐다는 자책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우울증의 문턱에서 서성거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을 향해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동참했다. (이런 표현을 쓰기가 민망하지만) 지식인(교수) 사회가 이른바 ‘조국사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와중에 지구 차원의 이슈를 제기한 동료 교수들이 남달라 보였다.

기후행동 성명서에 서명하기 이전부터 내 무기력증을 달래준 또 다른 ‘희망의 증거’가 있다. 기성세대, 특히 정치인들을 향해 ‘우리의 미래를 돌려달라’며 등교를 거부해온 스웨덴의 여고생 그레타 툰베리다. 툰베리의 외로운 싸움은 한 해가 지난 지금 전 세계 청소년과 시민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21일부터 일주일간 펼쳐지는 국제기후파업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비롯, 전 세계 청년 400만명이 ‘우리 집(지구)이 불타고 있다’며 기후 재앙에 적극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주말 국내에서도 서울을 비롯해 경기 수원, 충남 천안, 대구, 경남 창원 등지에서 학생과 시민이 모여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오는 27일에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청소년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며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전개되는 미래세대와 시민사회의 연대 소식과 더불어 며칠 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놀랄 만한 방법’을 접하고 무기력증에서 한 걸음 또 벗어났다. 놀랍게도 대마(大麻)를 심으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마약의 대명사로 알려진 금기 식물이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녹색평론’ 이번 호(9-10월호)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식림(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3분의 2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수치가 굉장히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일반 나무는 성장 속도가 더디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저술가인 엘렌 브라운은 ‘중독성 없는 대마’가 좋은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100일 만에 4m까지 자라는 대마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마는 장점이 많다. 일반 나무와 달리 농경지에서도 키울 수 있고, 다른 작물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대마는 연료로 쓰일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직물, 제지용 펄프, 건설자재 등 많은 부문에서 석유화학 물질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유익한 식물이 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일까. 1930년대 미국에서 대마가 불법화된 것은 목재, 목화, 석유화학, 제약, 신문 산업 등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마를 추방했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대마의 유익한 측면은 결코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며, 새로운 뉴스가 있다면 미국에서 대마 재배가 최근 합법화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녹색평론’ 9-10월호 101~107쪽).

툰베리로 대표되는 ‘행동하는 미래세대’와 함께 ‘중독성 없는 대마 심기’가 지구 전체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대마 재배가 미래세대에게 미래를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싼 방법’ 중의 하나라니! 우리가 정신 차리고 살펴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소환해야 할 ‘오래된 미래’가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친구여, 나는 기후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테니 염려 마시라.

<이문재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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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에서 소집한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가 23일 열린다. 리우(1992)-교토(1997)-코펜하겐(2009)-파리(2015)-인천(2018)에서 변곡점을 찍어온 세계기후회의 공식 명칭에 변화(Change)가 아닌 행동(Action)이 처음 새겨졌다. 뉴욕에서 ‘청년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예정된 21일 서울 대학로에선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된다. 뜻이 모호하고 밋밋한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로 경종을 높인 것이다. 지구촌의 기후행동은 한 달 전부터 달궈졌다.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지난달 13일 뉴욕까지 보름간의 대서양 항해에 나섰다. 닷새 후 아이슬란드에선 700년간 오크화산 분화구를 덮고 있다 사라진 첫 빙하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지난해 8월 스웨덴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진 청소년들의 ‘금요일 기후파업(결석시위)’은 20일 정점을 찍고, 27일 한국에서도 열린다. “기후야 바뀌지 마. 내가 변할게.” 가을 기후행동에 곧잘 등장하는 다짐이다.

기후행동으로의 격상은 예견된 바다. ‘더워지는 지구’가 기록적인 폭염·홍수·태풍·한파·산불을 만들고 있다. 27년 전 리우협약이 경고했고, 2015년 파리협약은 산업혁명 이후의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도로 막지 못하면 파국이 온다고 온실가스 감축을 국제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 숫자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1.5도로 더 낮췄다. 1만2000년간 일정했던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후 100년간 1도 올라 이제 0.5도 남았다는 것이다. 오늘같이 세계가 온실가스를 뿜으면 2031년에 닥칠 일이다. 하지만 2030년까지 세워진 이정표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빅2(미국·중국)의 역주행 속에 빨간불이 켜졌고,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회의에 참석하는 한국도 목표치를 지키지 못하며 탄소배출 세계 6위인 ‘기후악당’으로 분류돼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사람들은 몸으로 알고 있다. 눈앞의 사탕처럼 이산화탄소를 당겨 쓰면 미래세대의 고통과 재앙이 커질 뿐이다. 기후행동이 시급하고 울림이 커져가는 이유다. 정부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후위기를 공인하고, 떨어진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고, 프랑스나 독일처럼 긴 ‘탄소 제로’ 로드맵도 그릴 때가 됐다. 예외 없이 더 늦기 전에 열 받은 지구를 무서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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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기오염은 여러 도시에서 시민들의 목을 조이고 있으며 폭염은 극심해지고 자연재해도 빈번합니다. 100만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후행동에 당장 나서야 할 이유는 이미 명백해졌습니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고르게 미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세대입니다.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끔찍한 사태는 점점 더 늘 것이고 이런 세상에서 살아야 할 이들이 바로 젊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장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최전선에 청년들이 서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날 세계 인구 중 15~24세에 속하는 사람은 12억명입니다. 그저 숫자가 많으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젊은 층은 역사상 최고로 상호연결된 세대입니다.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들에게 주목합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소집합니다. 제가 구테흐스 총장과 협력하여 9월21일 뉴욕에서 사상 최초의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맞서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싸워 온 젊은 활동가, 혁신가, 기업가, 변화의 주창자들이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일정에 함께 참여합니다. 전 세계에서 18~29세 사이의 청년 7000명 이상이 이 회의 참석을 신청했고, 500여명이 실제 참석합니다. 

기후변화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쳐 폭염 및 대기오염 악화와 같은 사태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두 명의 청년 지도자가 뉴욕의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자로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나의 미래, 우리의 지구’ 캠페인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Youth #ClimateAction Summit’ 문구가 포함된 동영상을 올리고, 기후변화에 맞서 어떤 행동으로 싸워왔는지 표현하며,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노력은 정상회의 개최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각 개인, 기업 경영자, 국가 정상 등은 이러한 청년 지도자들의 활동으로부터 영감을 끌어내야 합니다. 각국 지도자들은 자기네 젊은이들이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토해내는 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기업들은 폭넓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려는 젊은 기업가들의 노력에 동참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구성원 모두는 액트나우(ActNow) 웹사이트를 통해 환경에 덜 해로운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국가 지도자, 기업가, 공동체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꾸준히 촉구할 것을 요청합니다. 결코 패배해서는 안되는 이 생존의 경주에서 우리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바로 그러한 노력입니다.

<루이스 알폰소 데 알바 | 유엔 사무총장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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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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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백지화됐다. 정부가 케이블카 설치에 최종 ‘부동의’ 의견을 밝히며 사업 승인 이후 4년여를 끌어온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늦었지만 원칙을 지킨 올바른 결정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원주청)은 16일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업 시행 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원주청이 검토한 환경영향평가서는 강원 양양군이 2016년 11월 제출한 평가서에 국립공원위원회와 국회 지적사항 등을 반영, 2년6개월간 보완작업을 거쳐 지난 5월 제출한 것이다. 원주청은 멸종위기종 보호대책과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대책 등이 충분치 않아 설악산의 동식물과 지형 등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 ‘부동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정치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법과 기준에 따라 결정되도록 보장하고 정치적 개입과 외압 없이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권도현 기자

설악산 케이블카는 양양군이 2011년 설치 계획을 마련한 이후 오랜 기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부결됐다가,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마디로 2015년 7가지 조건을 전제로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허가받았다. 부대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했고, 해당 지역이 5개 보호구역(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인 만큼 엄격한 평가를 거쳐야 했지만, 단계마다 억지논리와 엉터리 보고서까지 동원되며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노선도. 환경부 제공

충분한 보완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국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만큼 부동의 결정은 당연하다. 이번 결정은 향후 개발과 환경이 충돌할 때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친환경’은 타협할 수 없는 세계 공통의 가치이며, 무조건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오랜 기간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사업을 추진한 지역사회에도 장기적으로는 개발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낙심한 주민들을 위로하고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 경제활성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미래지향적 가치와 원칙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한 단계 높은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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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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