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온실가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한국도 그 몫을 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이 최근에 내놓은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은 석탄과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040년에는 최대 3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요하고도 현명한 전환 조처로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는 것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태양열과 풍력을 활용하는 핵심 기술을 획득하고, 이동 수단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배터리 관련 기술을 촉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험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해 과감한 조처를 단행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필요성은 최근 유엔 사무총장이 내놓은 요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2020년부터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새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도록 한국 내에서 불필요한 석탄 사용에 제동을 걸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관련 분야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에너지 경제 분야의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한국은 석탄으로 인한 좌초자산 발생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좌초자산은 시장 환경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손실액은 10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석탄발전을 선호하는 현재 한국의 정책이 안고 있는 규제상 허점 때문이다. 기후 관련 조처들이 가속화되고 재생에너지 기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미 쇠퇴한 석탄산업을 붙들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이와 같은 잠재적 피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논란을 빚고 있는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찌레본 2호기 석탄발전소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한국 정부가 소유한 한국전력은 베트남의 응이손 2호기 석탄화력발전소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인도네시아의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 프로젝트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10년 이후 주로 동남아 지역의 석탄발전소 프로젝트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다. 

세계 2위와 3위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충청남도 당진과 태안에 있다. 한국의 석탄발전소 절반이 모인 이곳 충남은 2026년까지 14기의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키기로 했으며, 재생에너지를 촉진하여 에너지의 절반가량을 충당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야심찬 석탄 퇴출 계획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과 사학연금도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대신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처는 석탄으로부터 탈출하는 국제적 투자 추세를 따른 것이다. 이미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금융기관들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에서 이탈했다.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은 새로운 석탄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또 세계 최대 연기금 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42억달러에 이르는 석탄 관련 투자와 80억달러에 이르는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투자를 곧 중단한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금액 200억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정부 연금 펀드인 한국의 국민연금공단도 이러한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석탄발전소의 40% 이상이 이미 수익 중단 상태일 뿐만 아니라 투자금을 잡아먹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진정나아가려면, 한국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지속하고 있는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중단하고 석탄발전을 비호하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들여 조성한 정부 자금을 석탄 관련 좌초자산의 덫에 빠뜨려 날려버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온실가스 탈출 여정을 선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석탄에서 태양광과 풍력으로 투자를 빠르게 전환하고 그 이익을 취하여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일본과 중국을 압도하는 주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대로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제를 이행하는 기회가 되고,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성화를 밝히는 주역이 될 것이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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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맥주를 기어이 구독 리스트에 올리고 말았다. 술 사랑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그 구독 사이트는 술 말고도 다른 것으로 마음을 움직였다. 하얀 고래 한 마리다. 이 업체는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위기에 근접한 벨루가 고래 한 마리를 세계자연기금으로부터 입양했다고 한다. 물론 진짜 입양은 아니다. 멸종위기 근접종 또는 멸종위기종의 개체 유지 및 보호 활동에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한주 전쯤 맥주와 함께 벨루가 한 마리가 활짝 웃는 모양의 스티커가 배송돼 왔다. ‘고래야, 미안해!’

아이를 키우면서 겁이 많아졌다. 우리 아이가 살아가야 할 환경이 더 나빠질 일만 남은 것인지 두렵다. 거북이가 빨대의 바다를 헤엄치고, 북극곰이 삶의 터전을 잃는 곳.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하고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곳. 그런 지구에서 아이들이 살아가야 한다는 게 화가 난다. ‘얘들아, 미안해!’

두렵다면, 미안하다면 바꿔야 한다. 많은 이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홍대 일대에선 ‘플라스틱 컵 어택’이 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쓰레기덕질’이 중심이 된 행사로 홍대 인근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줍고 이를 해당 매장에 돌려주는 환경활동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 운동이 된 ‘플라스틱 어택’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에선 쇼핑을 하고 나서 과대포장된 비닐, 플라스틱 포장지를 해당 매장 카트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어택’이 이뤄진다. 같은 날 한강에선 플로깅(plogging) 행사도 개최됐다. 플로깅이란 영어 조깅(Jogging)과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kka Upp)’의 합성어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한다. ‘나와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지킨다’는 주최 측의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그보다 앞서 ‘전지적 바다거북이 시점’이라는 행사에선 참가자가 ‘거북이’가 되어 빨대로 가득 찬 바다를 헤엄쳐보는 체험행사도 열렸다. 청년 비영리 단체 ‘통감’은 이 행사를 시작으로 매월 11일엔 빨대를 사용하지 말자는 플라스틱 빨대 퇴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한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4월 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레타 툰베리 페이스북 캡처

쓰레기 덕후들과 플로거들, 청년 활동가들이 유난스러운 것 같다고, ‘프로불편러’ 아니냐고 느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프로불편러가 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 비닐봉지 대신 플라스틱 용기를 들고 정육점이나 김밥집에 가보기, 텀블러에 커피 담아보기, 물티슈가 아니라 손수건 사용해보기…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항목들이다. 텀블러를 깜빡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사서 나온 경험, 장바구니를 챙기지 못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본 적이 있을 거다.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등교 거부 운동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웨덴의 16세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11월 공개된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78년에 저는 75번째 생일을 축하하게 될 거예요. 자녀나 손주가 있다면 함께 생일을 보내겠지요. 아마 2018년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묻겠지요. 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요. (중략) 우리가 지금 당장 한 일들 또는 하지 않은 일들은 저와 제 세대가 미래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점점 불편해지려고 한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능하면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에코백과 장바구니를 챙기고, 공정무역 상품에 관심이 간다. 빨대를 다회용으로 바꿨고,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친환경적 마인드를 갖고 있거나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기업의 제품에 손이 간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행동은 힘이 세다. 툰베리는 말한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해요. 하지만 희망보다 필요한 건 행동입니다. 행동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지선 뉴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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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호기에서 최악의 안전관리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국수력원자력이 한빛 1호기 제어능력 시험 도중 열출력에 이상이 발생했으나 12시간 가까이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어서면 즉시 수동으로 정지시켜야 하지만 계속 가동됐다고 한다. 열출력이 높아지면 ‘원자로 폭주’로 이어져 자칫 원자로가 폭발하는 대형사고로 확대될 수 있다. 시민단체는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폭주로 갈 뻔한 사고”라고 말하고 있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원안위는 한빛 1호기 사용을 정지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에 특사경이 투입되는 것은 1978년 원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처음이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서 개최한 ‘한빛 1호기 긴급정지 사건 해설’ 설명회에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한 소장 왼쪽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오른쪽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이번 사태 경위를 보면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한수원의 운영기술지침서에는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하면 즉시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가동중단은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매뉴얼에 따를 것을 지시한 뒤에야 이뤄졌다. 한수원은 “원자로가 위험수준에 이르기 전에 자동정지되도록 설계돼있다”고 했지만, 불의의 사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2012년 고리 1호기에서 작업자들이 실수를 은폐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사고를 숨긴 채 어물쩍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원전의 안전관리도 주먹구구식이었다.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전문가가 제어봉을 조작하는가 하면, 감독의무자는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아닐 수 없다.

원전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이미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경험한 바 있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한국 원전시설은 노후화되면서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한빛 2호기와 월성 3호기가 갑자기 가동중단되거나, 불꽃이 일어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사고가 난 한빛 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 원전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과 원전관리자들의 안전교육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원전 안전에 사고예방 이외의 방법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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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 60여년 단절의 역사는 기적처럼 새로운 자연을 태동시켰다. 금단의 땅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보전, 복원되었다. 경기도 파주부터 강원도 철원 고성까지 248㎞를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는 한반도에서 단절되지 않은 유일한 동서 생태축이다. 서부전선의 사천강·사미천·임진강은 습지 생태계의 진수를 보여준다. 중부전선의 너른 평강고원과 철원평야, 한탄강 습지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며 멸종위기 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다. 한북정맥 삼천봉과 적근산,  백두대간 고성재와 삼재령, 고성 건봉산 일대의 동부전선에는 반달가슴곰, 산양, 사향노루가 살고 있다. 국립생태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5929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이 남한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비무장지대,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전쟁과 분단, 냉전의 비극이 역설적으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생명에게 유례없는 낙원을 선사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향한 상당한 진전을 지켜봤다. 상호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하며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겠다는 남북 정상의 합의에 박수를 보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며 비무장지대 안 감시초소를 일부 철수했고, 한강 하구 공동 이용을 위한 수로 조사를 추진했으며 남북 공동 유해 발굴사업을 진행했다. 파주, 철원, 고성 지역의 비무장지대 평화둘레길도 발표됐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복원, 현대화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도 정상화할 것이다.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도 남북 합의에 따라 설치될 것이다. 경제적 번영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원대한 그림이다. 

그런데 작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무장지대 일원의 개발 압력은 폭발적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계획이 평화와 안보의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비무장지대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 개발계획,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 한반도 생태평화관광벨트, 비무장지대 평화둘레길 조성, 문산~개성 고속도로 등 행정부 구상은 ‘생태보전의 원칙’ 없이 중구난방이다. 생명의 땅, 비무장지대가 들썩이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 합의한 ‘한반도 번영과 통일의 평화지대’도 마찬가지다. 경제, 번영, 통일을 명분으로 사업을 밀어붙이지만 ‘생태보전의 원칙’은 없다. 비무장지대 생태·평화 가치에 입각한 범정부 부처의 일관적인 지휘체계도 없다. 통일부와 국방부 주도의 남북 협력사업은 초기부터 공론화되거나 공개되지 않는다. 2006년 수립된 환경부 남북 경제협력 환경 가이드라인은 여태껏 무용지물이다. 평화는 있을지언정 생태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평화의 공간’으로서 비무장지대는 어떠해야 할까. 지금, ‘평화지대’로서 비무장지대에 필요한 것은 내부 탐방이나 관광이 아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번영의 가치도 아니다. 시급히 난개발을 억제할 남북협력 관련 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자. 비무장지대 보전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자. 남북 공동 생태조사를 제안해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밝히고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을 발굴, 보전하자. 남북이 합의한 협력사업 이외의 계획은 멈추고 범정부 차원의 비무장지대 보전체계를 구축하자. 전쟁의 역사를 대자연으로 치유하는 곳. 비무장지대는 한민족이 인류에게 선사하는 미래의 세계유산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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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 정부정책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런데 도시재생은 속도전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섬세하고 다양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장소적 특징과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서울로7017과 뉴욕의 하이라인, 그리고 이런 사업의 원형이 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파사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파리의 경우는 폐철도를 활용해서 부족한 도심 공원 개념을 도입했다. 철도 주변의 중층 주거들은 도심지역의 특성 때문에 공원 같은 시설들이 부족한데, 이를 해결해준 것이다. 

뉴욕 하이라인 역시 지역적 특성과 결합해서 갤러리 중심의 미술유통 산업군이 형성되었고, 패션산업의 유통과 소비공간이 확보되었다. 동시에 공간적·도시적 특징은 뉴욕에서 가장 모험 가득한 지리적 특징으로 나타나 구글 같은 IT산업들이 들어서는 장소가 되었다. 반면에 서울로7017은 이런 장소적 산업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도시 공원이라는 측면만 강조되었고, 남대문 패션시장에 공급하던 다양한 의류산업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만리동 일대는 남대문 패션시장의 제조 공급원이었는데, 서울로7017은 이에 대한 접근이 없었다. 

은 고가도로에서 녹지로 조성된 서울역 앞 ‘서울로 7017’ 개장 1주년인 20일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20일 개장한 서울로를 찾은 방문객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도시재생이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정책 과제인 이유는 산업 생태계나 인문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며, 일자리와 경제적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장점은 톱다운(Top-Down)의 효율성이다. 그런데 도시재생은 복잡해서 톱다운과 지역기반의 다양한 연구와 관찰, 그리고 대안이 요구되는 정책 프로세스의 테마다.

대안은 뭘까? 최근 일본 구라시키를 방문하고,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들었다. 1968년 도시미관이라는 도시계획으로 출발해 약 50년간 진행한 구라시키는 실패를 거듭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진화해왔다. 전형적 지방개발 사업인 티볼리 공원이라는 테마파크는 잠깐 반짝하고 나서 디즈니랜드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들어서면서 망해버렸다. 테마파크는 우리나라의 지자체도 얼마나 많이 발표하는가? 일시적 투자 사업일 뿐이고 지속하기 정말 어려운 사업이다. 대부분 망한다.

구라시키 역시 망하고 나니 자신들의 지역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도시 계획의 일환이었던 구도심 역사지역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자기의 장점을 찾은 것이다. 중요한 점은 한번에 큰 사업으로 성공하기보다는 지속적 정착을 위한 장기적 시각에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정착 지원도 얼마 안되지만, 2년에 걸쳐서 상담하고 검토함으로써 작은 이익으로 정착할 진짜 주민과 상인을 찾아낸다. 경관을 위해서는 8층짜리 건물용지를 사들여 건물을 높게 짓지 않는다. 이는 장소의 완성도를 위한 일이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내 소상점이나 기업들에는 온라인 판매보다는 지역 판매를 장려하고, 특화 상품화를 지자체가 지원한다.

무엇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2년마다 보직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계속 공유하고 노력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돋보였고, 이들과 함께하는 지역 건축사들의 애정과 성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아직 완벽한 성공이라 보기 어렵지만 50년에 걸쳐서 끝없이 노력하는 구라시키의 태도에서 지역기반의 학습과 관찰, 지속적인 개선이 도시재생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할 수 있었다.

<홍성용 | 건축사·건축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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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물질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국경을 훌쩍 넘어버리는 월경성(transboundary) 오염물질은 관할권의 충돌과 오염원인-피해 간 책임 충돌을 야기한다. 

자연의 원리에 따라 편서풍이라는 바람의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 즉 계절과 대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시아 대륙과 중국에서 미세먼지와 월경성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유입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월경성 오염물질 저감의 비용과 편익, 국력과 여론의 비대칭성은 한·중 간,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환경 협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지역 월경성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비전과 제도를 만들 것인가? 

필자는 2015년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체결된 파리협약(Paris Agreement)과 유사한 제도적 모델을 제시한다. 동북아 대기오염 협약은 생존을 위한 공동 목표 설정,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NDC), 재원 마련, 경험 공유, 이행의 측정·보고·검증(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제협약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환경 협력의 결과물처럼 협력 강화 양해각서, 센터 설립 등의 결과물이 아닌 각 국가에 구속력 있는 다자간 국제협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참여 국가의 책임과 피해 배상이 다자간 국제협약의 주된 내용이 된다면, 협약 자체가 형성되기 힘들 것이다. 

대신 자발적인 국가결정기여, 즉 자국 내에서 어느 정도의 오염물질을 언제까지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을 스스로 결정·공표하고 이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각국의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공동 저감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각국의 구체적인 저감 목표를 설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협력의 내용은 경험 공유, 공동 재원 마련, 측정·보고·검증의 확립이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미세먼지 배출 저감이 가능 혹은 불가능한가에 대한 기술과 정책 공유가 국가 자발적 기여 협약의 중추이다. 

미세먼지 저감의 성공 경험도 중요하지만 실패 경험도 공유될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기술, 정책, 인적 자원의 공유를 위한 재원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 투명성과 측정·보고·검증 방안을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당사자들과 함께 점검할 필요도 있다.

바람의 흐름은 막을 수 없어도, 관할권 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 한 국가가 아닌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하에서 산업계, 시민,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대기 환경을 누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태동 |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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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수산단의 대기업들이 측정치를 조작해 대기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한 사실이 적발되고,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에도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전국 1위인 현대제철은 허용기준의 5배 이상을 초과해 시안화수소를 불법 배출하고, 오염물질 저감장치 고장을 숨긴 채 5년째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안화수소는 흔히 ‘청산가스’라고 불리는 독성물질로 일반적인 대기오염물질보다 인체에 더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환경부의 배출허용기준 강화조치를 무색하게 만든다. 환경부는 금년부터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을 최대 2배 강화했다. 그러나 ‘예외인정 시설’로 삼천포화력 1~6호기, 보령화력 1·2호기, 호남화력 1·2호기, 동해화력 1·2호기, 현대제철 등을 지정했다. 수많은 사업장에 유예나 면제 특혜를 주었다. 심지어 삼천포화력 5·6호기의 경우 강화 전 황산화물 기준이 100 이하인데 현재 140 이하를 적용한다. 

배출기준 자체도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예외적으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 인천 영흥화력보다 여전히 2~4배 느슨하다. 영흥화력의 경우 2003년 강화된 기준이 이미 15년 이상 적용돼왔다는 점에서 전국의 모든 석탄발전소 배출기준을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부터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예외를 금지하며 초과배출 부과금을 현실화해 미세먼지 원인물질의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전국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배출하는 충남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 충남도는 2017년 석탄발전소만을 대상으로 보다 엄격한 배출허용기준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너무 긴 탓에 금년부터 적용된 환경부의 배출기준 강화에 추월당해 적용되기도 전에 사문화될 상황이다. 지난달 늦게나마 제철업, 석유정제업 등을 포함한 것은 다행이지만, 2021년에야 적용될 예정인 조례의 배출기준은 현재 적용 중인 환경부 기준보다 20% 강화된 정도에 불과하다. 겨우 20% 강화로는 환경설비 개선이나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다. 

충남도는 적어도 배출허용기준을 2021년까지는 영흥화력 수준인 현재 환경부 배출기준의 50% 정도까지 낮추고, 2023년엔 30%까지 낮춰야 한다. 환경부도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을 답사해 매연을 맹렬하게 거대하게 내뿜는 굴뚝들을 바라보고, 미세먼지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위해 어떤 배출기준을 설정할지 고민해 보시라.

<신현기 |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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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하나의 수계(水系)별로 관리 및 운영 주체가 서로 다른 다목적 댐과 수력발전 댐이 공존하고 있다. 다목적 댐은 말 그대로 홍수대비 조절과 수질관리, 발전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것이고, 수력발전 댐은 오직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만을 목적으로 하는 댐이다. 다목적 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수력발전 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용한다.

문제는 댐관리가 이원화되면서 물관리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수력발전 댐을 운용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발전이라는 목적에만 집중하다보니 수질관리, 용수관리, 안전관리에 대한 운영 노하우가 매우 부족하다. 수력발전용 댐인 팔당댐만 봐도 매년 대량의 녹조 발생, 수질 악화, 홍수대비 능력 등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땜질대응이라도 해야만 하는 팔당댐 주변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족한 살림에 더 허덕이는 상황이다. 

1960년대 국가 전체 발전량의 35%까지 담당했던 우리나라 수력발전 댐의 발전 비중은 2018년 기준 0.17%까지 축소되었다. 이는 현재 화력발전의 27분의 1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다목적 댐의 발전량까지 다 합쳐도 수력을 통한 발전량은 국가 전체 발전량의 0.4% 정도인 게 현실이다. 이렇게 미미한 효율을 지속하고자 수력발전 기능 외 다른 여러가지 댐의 장점을 포기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이 때문에 수력발전 댐을 다목적 댐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댐의 다른 기능, 즉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 대응과 녹조나 기타 수질관리상의 이점을 모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 간 영역다툼이나 밥그릇 싸움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수력발전 댐을 다목적 댐으로 전환하자는 얘기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가지고 있는 수력발전 댐의 운용을 한국수자원공사로 넘긴다는 의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2016년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수력발전 댐 관련 업무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수자원공사로 위탁운영하도록 결정하였으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자원공사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을 제시하며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수자원 공사로의 일원화가 아닌 위탁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도 당시 환경부보다 산업자원부의 발언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이 작년 5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관리의 기준을 행정구역별로 나눈다는 건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하나의 수계로 흐르는 게 물이다. 행정구역이 아닌 수계별로 통합 관리를 추진해야 한다. 특히 댐관리 일원화부터 올바로 실행돼야 한다. 일본, 프랑스,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만 봐도 하나같이 댐관리 일원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1960~1970년대 압축성장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수력발전 댐들이지만 이제는 다목적 댐으로 용도가 바뀌어야 한다.

<김순구 | 성결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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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석탄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며 치명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석탄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외 석탄 투자의 큰손인 한국, 중국 등의 나라들은 개발도상국엔 석탄 발전이 유용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도국의 요구에 응답할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 투자는 개도국 경제와 산업에 유익할까?

반부패 시민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최근 인도네시아 석탄 산업과 연계된 비리 조사 보고서 두 편을 발표했다. 수년간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진 조사 결과로, 향후 추가적 증거들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 조사는 한국 정부가 향후 인도네시아 석탄 투자 중단을 고려해야 할 상당한 이유를 제시한다.  

첫 번째 보고서는 지난 17일 열린 인도네시아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했던 정치인 산디아가 우노를 겨냥한다. 우노가 인수한 인도네시아 거대 석탄 기업 ‘베라우 석탄에너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정체불명의 역외 기업 ‘벨로드롬’에 자문료 명목으로 4300만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했다. 베라우 석탄에너지는 이외에도 우노와 연관된 기업에 꾸준히 거액의 자금을 유출했고 베라우는 기업 재정 악화로 수억달러에 이르는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손해는 투자자에게로 돌아갔다. 우노의 부정은 자칫 인도네시아 자국 내의 흔한 부패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위트니스를 비롯한 해외 단체들은 한국과 같은 투자국도 여기에 상당한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거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도네시아 석탄 산업에 관련된 부패는 단순히 정치인 한둘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우노뿐만 아니라 현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의 측근인 해양부 장관 루훗 빤자이딴 또한 석탄 관련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과거 석탄 기업 ‘토바 바라 세하트라’를 익명의 구매자에게 비공개 액수로 판매했는데,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몇 년 전에는 인도네시아 국회의원 여럿이 일본 및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석탄 발전소 증설 계약을 내주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둘째, 한국은 해외 석탄발전 금융지원 규모 세계 2위 국가다. 최근 수주를 알린 두산 자바 9, 10호기 신규 석탄발전소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내 다수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 소유의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이 투자 주체인데, 이 중에는 최초 건설 허가 자체가 불법이라고 판결 난 찌레본2 발전소도 포함돼있다. 현재 찌레본 지역장은 기반시설 사업과 관련하여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셋째, 한국의 석탄발전 투자는 국제적인 평판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석탄발전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앞당기는 데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부패로 얼룩진 인도네시아 석탄 비리를 유지하는 데 연루되는 위험을 자처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인도네시아 석탄 투자는 심각하게 얼룩진 석탄 비리를 심화하는 데 한 요인이 될 뿐이다. 

잇따른 인도네시아 석탄 산업의 부패 의혹들은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정부는 파리협정의 협약국이면서 기후변화 리더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석탄발전 금융지원을 계속하는 이상 한국은 기후변화 리더가 될 수 없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즉각 중단하길 요구한다. 한국 투자자들 또한 여전히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에 재정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면 일련의 사건들을 중대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애덤 맥기번 | 글로벌 위트니스 선임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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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규모라면 신도시 하나는 너끈히 들어가겠다.’ 인천공항에 들어설 때마다 중얼거리곤 한다. 며칠 전 호주에서 귀국하는 친지를 마중하러 갔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1층 입국장과 3층 출국장은 물론이고 지하 주차장에 공항철도역까지 포함하면 실로 엄청난 크기의 실내 공간이다. 거대할 뿐만 아니라 쾌적하고 안전하고 편리하다. 

입국장에 앉아 가까운 미래를 그려보았다. 누군가 기후변화와 같은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유리 돔을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 유리 돔 내부에는 그야말로 조화와 균형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깨끗한 공기와 적절한 온도는 기본이고, 먹을거리는 최적의 상태에서 재배되고 양식될 것이다. 에너지 시스템 또한 재생과 순환이 가능할 것이다. 인구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자립과 자치의 마을 공동체가 뿌리내릴지도 모른다. 

인천공항에서 미래도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 때문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플롯은 단순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최후의 날’에 직면하게 되자 과학자들이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압도적 화면, 정교한 스토리 라인, 과학 지식의 적절한 활용, 인류의 미래를 위한 영웅들의 도전과 희생 등등 완성도가 높은 영화였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우주를 배경으로 인류가 새 행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인터스텔라>.

픽션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실제로 지구 행성을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진전하고 있지만 인류가 ‘또 다른 지구’로 이주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기 전에 인천공항과 같은 ‘유리 돔 도시’가 먼저 생겨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누가 유리 도시에 입주하는가. 또한 지구를 떠날 때 누가 우주선에 탑승하는가. 그리고 새 행성은 어떤 세계를 추구하는가. 몇 년 전 인천공항에서 <인터스텔라>를 떠올리며 붙잡게 된 화두다. 

엊그제 책벌레로 유명한 후배가 “요즘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죠?”라며 신간을 한 권 놓고 갔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조천호 지음, 동아시아). 기후변화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번역서를 읽고 난 뒤여서 얼른 집어 들었다. 기후변화에 관해 평균 이상의 관심을 갖고 있다고 여겨왔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밑줄을 자주 그었다. 무엇보다도 국내에 이런 시야를 가진 기후 전문 필자가 있었구나 하는 반가움이 앞섰다. 추천사에 나왔듯이 “과학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학자”였다.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역임한 대기과학자가 대중들을 위해 쓴 책이지만 그 폭과 깊이가 만만치 않다. 특히 빅 히스토리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기후와 문명의 관계를 조명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4대 문명의 탄생은 물론이고 프랑스대혁명, 산업혁명도 기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명나라에 이어 청나라가 등장한 것이나 조선시대의 개막, 영·정조 시기의 문예부흥 역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 문명이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고 여기는 것은 오만이다. 인류 문명은 홀로세라는 ‘완전한 기후 조건’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우연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홀로세는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진입하고 있다. 인류세란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생태 환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말한다. 현재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 중 하나가 지구 평균 온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향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시기를 기준으로 섭씨 1.5도 이하로 낮추자고 결의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임계치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인류는 홀로세 기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폭염, 한파, 해수면 상승, 농경지 상실, 환경 난민, 기후 전쟁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한꺼번에 작동된다. 

지구가 빨개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는 인류에게 관심이 없다. 미래가 우리 인류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속수무책인가? 그렇지 않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의 저자 조천호 전 원장은 과학계의 경고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과학이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력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독감 약에 빗댄다. 위치정보와 독감 약이 문제를 100%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우리가 신뢰하는 것처럼 과학계의 충고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반세기 전부터 ‘성장’을 멈추고 ‘지속’을 추구해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인천공항에서 상상한 ‘유리 도시’는 이미 곳곳에서 우뚝하다. 하지만 극소수 기득권층을 제외한 대다수가 유리 도시 바깥에 거주한다. 가난하고 힘없고 아픈 대다수 인류가 지구의 역습에 내몰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생태 환경 문제 이전에 정의와 윤리의 문제다. 이대로 가다간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다. 결국 정치의 문제다. 권력에 눈먼 현실정치부터 혁신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지속을 위한 합의를 이뤄낸다면 지구는 다시 푸르러질 것이다. 우리 안에는 아직 홀로세의 ‘파란 마음’이 있다.

<이문재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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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문제가 시급한 사안으로 대두됐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의 난지도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대체매립지로 김포군 검단면 일원(현 인천시 서구)에 조성됐으며,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1992년부터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광역매립장이다.

당초 수도권매립지는 전체 1685만㎡의 부지에 4개의 매립장(제1·2·3·4 매립장)을 만들어 2016년까지 폐기물 매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쓰레기종량제 도입과 폐기물 재활용 증가로 매립량이 줄면서 2010년경 부지의 52.4%만이 매립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매립지공사는 매립기간을 연장하려 했다. 하지만 공유수면 매립면허 관청인 인천시는 계획대로 ‘2016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발표했고, 폐기물 대란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수년간의 갈등 끝에 2015년 6월 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가 인천시에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조건으로 매립기간을 연장하는 4자 합의를 체결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4자 합의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인천시에 대한 경제적 지원으로 제1·2 매립장 매립면허권과 아라뱃길 등 부지 매각대금 인천시 양도, 반입수수료 50% 가산 징수 및 인천시 지원, 매립지 주변 지역 개발 및 경제 활성화 협력 등이다. 두 번째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과 관련된 부분으로 잔여 매립부지(제3·4 매립장) 중 3-1매립장(103만㎡)을 사용하고 3개 시·도는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을 구성해 대체매립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합의사항 중 인천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대체매립지 조성이다. 현재 3개 시·도는 2016년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을 구성하고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속도를 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립을 시작해 향후 7년간 사용할 예정이던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으로 들어오는 쓰레기양이 예상보다 많아 조기에 포화상태에 이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대체매립지 조성에 대한 주민들의 여론이다. 다들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어디엔가는 설치해야 하는 시설임은 안다. 하지만 내 삶의 터전 인근에 설치되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주민 설득에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비선호시설로 꼽히는 환경기초시설은 단순한 보상만으로는 설치하기가 어렵다.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던 싱가포르 정부가 해양 매립지를 조성해 세계적 관광명소와 환경교육의 장으로 변신시킨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본섬과 30㎞ 떨어진 세마카우섬에 쓰레기매립지를 조성한 싱가포르는 원주민을 본섬으로 이주시키고도 해양오염을 우려한 환경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섬 주변의 맹그로브나무 40만그루를 옮겼다가 매립지가 완공되고 난 뒤 다시 옮겨 심을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폐기물 문제에 관한 한 지자체가 중앙정부만 바라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폐기물 처리는 본질적으로 주민 복지 증진에 관한 업무이며, 지방자치법상으로도 자치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문제도 당사자인 3개 시·도가 머리를 맞대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싱가포르 사례처럼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부 등 중앙정부도 지자체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3개 시·도의 지자체장들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눈치만 보며 시간만 흘려보냈다가는 ‘폐기물 대란’으로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소라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생활환경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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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이 잦고, 장기화되고 있다. 물론 중국 탓도 있으나 기후변화로 ‘에어커튼’ 효과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배출원의 미세먼지 유발로 마치 밀폐된 온실에서 연탄을 때는 것처럼 증폭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미세먼지 증폭효과가 가시화된 만큼 주요 배출원인 발전과 수송 부문의 근본적 개선이 절실하다. 특히 석탄발전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40%를 차지하며 미세먼지 유발물질의 주요 배출원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 한해 몇몇 석탄발전소의 출력을 약간 줄이는 것에 머물고 있다. 석탄화력을 퇴출시키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정치권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고립된 국내 전력망에서 출력 조절이 안되는 원전을 더 늘리자는 주장은 마치 기어가 고장난 자동차로 고속도로에 들어가라는 것과 같다. 사실 화력발전소들이 매 순간 전력 수요 변화에 따라 자동출력조절을 하며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간헐적인 재생에너지의 증가 추세에 더해 원전까지 더 늘어나면 전력망 유지가 매우 어려워진다. 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비중이 20%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멀쩡한 ‘디아블로’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배경이기도 하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작대교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에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따뜻한 공기가 서해바다를 지나며 만들어진 안개가 서해안과 내륙지역에 넓게 깔렸다. 포근한 날씨 속에 당분간 미세먼지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_ 연합뉴스

반면 가스발전은 석탄 대비 적은 미세먼지 배출과 높은 기동성으로 단기간에 석탄발전을 대체할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독점사업자인 가스공사로부터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야 하는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가스발전으로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없다. 사실 1980년대부터 정부는 신속한 도시가스 보급을 위해 가스공사로 하여금 주택용 가스비용의 상당량을 한전에 전가시키도록 해왔다. 덕분에 국내 주택용 가스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9위로 저렴하고 도시가스 보급률은 세계 3위이다. 하지만 발전용 가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때문에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해외에서 가스를 직접 도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정부 당국은 불허하고 있다. 도시가스 보조가 줄어들면 뒤따를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수송부문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국내 66만여대의 중대형 화물차는 나머지 2200만여대의 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정부가 20년 가까이 이들 중대형 화물차에 연간 1조6000억원대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국내 트럭의 화물수송 분담률이 OECD 최고 수준에 이를 정도로 커진 결과다. 일각에서 경유세 인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자고 하지만, 경유세가 오를수록 화물차 유가보조금도 자동 인상되어 저감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외면한 공허한 주장이다.

결국 정부는 과거의 관행 때문에 최대 미세먼지 배출원이 줄어들지 않게 스스로 옭아매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했다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석광훈 |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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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밀랍으로 만들어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서 크레타섬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하늘 높이 날다,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결국 날개가 녹아 바다로 추락하고 만다. 어쩌면 우리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녹고 있는 밀랍 날개로 하늘을 날고 있는 상태일지 모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00년 이후 ‘가장 뜨거운 해’를 매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전 지구 평균기온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최근 4년(2015~2018년)이 전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해 1~4위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춥고 가장 무더웠던 계절을 겪으며 기후변화를 몸소 체감했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강한 한파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최저기온을 기록했고 여름에는 장기간 폭염 발생으로 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41도, 홍천)하는 등 극한의 기온 변화를 보였다. 또한 최근 들어 이례적으로 태풍 2개(솔릭, 콩레이)가 연이어 한반도에 상륙하여 많은 비를 뿌리는 것을 경험하며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전 세계 기후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후가 이례적인 모습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해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회의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이 보고서는 애초 목표로 삼던 2도 상승으로는 지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 서둘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의 적극적인 감축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2100년 해수면 상승폭을 지구온난화 2도보다 1.5도에서 10㎝ 낮출 수 있고, 1000만명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며,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을 확률을 2분의 1로 줄일 것이다. 아울러 이상기후 현상은 건강, 생계, 식량과 물 공급, 인간 안보 및 경제 성장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0.5도 하향된 지구온난화 목표는 심각한 물 부족에 노출되는 총인구비율이 최대 50% 감소할 정도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기상기구는 2019년 ‘세계 기상의 날’ 주제를 ‘태양, 지구 그리고 날씨’로 정했다. 세계기상기구는 매년 3월23일을 ‘세계 기상의 날’로 정하고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세계 각국의 기상청과 함께 이날을 기념한다.

태양은 지난 45억년 동안 하루, 한 시간, 일 초의 시간도 멈추지 않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에너지원을 제공하며 날씨와 해류의 변화, 물의 순환을 일으켜 인류가 지속하게 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위성관측 결과에 따르면 태양에너지의 양은 변화하지 않고 있으나,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에 의한 결과로 인간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상기후’라는 지구의 경고를 눈으로 보고 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점점 높아지는 온도와 함께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단 이카로스처럼 추락하고 말 것이다. 자연도 인간도 변화에는 관성이 있다. 지금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변화의 속도가 바로 늦춰지는 것은 아니므로, 지금 당장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김종석 |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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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13일 본회의를 열어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대책 법안 8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경우 정부가 예비비를 긴급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또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액화천연가스(LPG) 차량을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가결했다. 정국이 얼어붙은 와중에도 여야가 관련 법안을 의결한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날 법 통과로 미세먼지 대응의 기초는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수도권 지역에만 시행 중인 대기관리권역 지정제도를 지방으로 확대 적용하도록 했다. 미세먼지 배출량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설치·운용도 의무화했다. 미세먼지 배출원과 집중관리구역에 대한 현황 파악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대책도 법안에 반영됐다. 대기관리권역 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한 오염물질 총량 관리제 시행과 대기관리권역 내 경유 자동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조항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이제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를 개정해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기 설치를 의무화한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닷새 연속 시행된 5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 버스정류장을 지나는 시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버스 안 운전사와 승객들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하지만 이날 법 통과는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통과된 법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하고 구체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내놔야 한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가 38%에 이르는 사업장에 대한 엄격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들 사업장에 미세먼지 배출 허용기준보다 30% 더 배출할 수 있도록 특례를 준 것을 재고해야 한다. 당장 산업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면 시한을 정해서라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 경유차를 줄여나가는 방안도 세분화해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5등급 차량 운행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고 차량 2부제도 확대 시행해야 한다. 충남 등 미세먼지 배출요인이 큰 지역에서는 현지 실정에 맞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 법령과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편과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시민들과 기업 등 각계의 협조와 인내가 필요하다. 때마침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포함해 미세먼지 해결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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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2월 런던 스모그 사건이 떠오른다. 단 7일 동안 석탄 연소에 따른 스모그 현상으로 1만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환경 재앙.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고 수도권과 세종, 충청도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발령되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가능한 방안 총동원’을 주문하였다. 7일의 먼지 지옥.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한다. 그 위해성이 명백하다. 1952년 런던의 재앙이 2019년 한반도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비상한 재앙’에 ‘비상한 조치’를 취했는가. 작년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의 52%가 국내에서 생성된 것이었다. 또한 ‘2차 미세먼지, 즉 오염원으로부터 배출된 이후 화학반응을 통해 크게 증가하는 미세먼지는 지역 내 오염원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단일 배출원으로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범은 석탄화력발전소이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별 실효성이 없었던 것은 국내 ‘지역 내 오염원’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곪은 환부를 도려내야 할 큰 수술인데 감기약만 처방하는 꼴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3월6일 (출처:경향신문DB)

미세먼지 재앙은 석탄화력과 경유차, 나아가 화석연료 퇴출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똑같이, 미세먼지는 화석연료의 불편한 찌꺼기 때문에 발생한다. 화석연료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선택해야 한다. 인공 강우를 뿌리고, 대형 공기청정기를 달고, 거리를 청소하는 수준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선포하고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며 강제 차량 2부제, 내연기관 퇴출만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비상조치인 것이다. ‘탈석탄화력, 에너지 전환’의 정책 기조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국가 차원의 ‘탈석탄위원회’ 구성은 시급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국정과제로 걸었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임기 내 폐쇄,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무려 20곳이다. 정부는 석탄발전량 비중을 2017년 기준 45.5%에서 2030년 36.1%로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꾸준히 늘 것이다. 향후 10년, 아니 그 이상이 지나도 우리는 미세먼지 공포 속에 허덕거려야 한다. 독일은 2030년 재생 발전 65%를 목표로 하고, 유럽연합은 2050년 전력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는 2022년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폐쇄한다. 영국은 204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 폭스바겐은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한다. 한국은 어떤가.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 따르면,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5~40%로 제시되었다. 석탄화력은 늘고 재생에너지는 더딘 상황, 한참 잘못되었다.

탈석탄화력, 태양과 바람의 길을 갈 것인지 미세먼지 지옥에서 살 것인지, 우리의 삶과 지구의 운명이 걸린 절박한 갈림길이다. 국민 생존권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정치인, 환경 관료가 책임지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민감·취약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와 시민,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사회 대변혁을 강하게 요구할 때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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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에 대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한·중 공동으로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운영하는 한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함께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중국과 함께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정부간 협의를 전제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미세먼지가 지속된 6일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을 지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연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은 40~50%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미세먼지 사태도 국내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축적된 상태에서 미세먼지가 중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입된 것이 주요인이다. 그러나 정부는 역대로 중국의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지 못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중국이 한국의 미세먼지 상황 악화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 책임론을 입증할 근거를 내놓지 못한 탓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얼마나 유입되는지를 알 수 있는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에 대한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없다. 별다른 오염원이 없는데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제주도의 사례를 연구하는 등 중국 책임론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부터 서둘러야 한다. 중국과 인공강우를 공동 실시하는 것은 단기 처방이다. 그보다 중국의 과감한 미세먼지 조치를 배울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대도시 차량 통행 제한과 석탄 난방 금지 등 강도 높은 대기오염방지 5년 계획을 실행해 성과를 거뒀다. 주요 도시 초미세 먼지 농도를 32% 떨어뜨렸다. 중국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요구할 대상이자 협력자인 셈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3월6일 (출처:경향신문DB)

중국을 상대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요구하되 국내 대책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중국 당국자의 입에서 “우리는 대폭 개선됐는데 서울은 거꾸로 나빠졌다. 따라서 서울 미세 먼지는 중국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은 30년 이상된 석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며 추경을 긴급 편성해 미세먼지 감축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전 부처가 나서 총력 대응해야 한다. 정치권도 법령과 예산으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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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미세먼지 상황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5일 전국 곳곳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정지역’ 제주도에서도 지난 4일부터 처음으로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동됐다. 학교에서는 실외수업을 중단하는 일이 속출했고, 상당수 시민들도 약속을 취소하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하지만 실내 미세먼지 농도도 바깥과 다를 바 없어서 시민들은 적잖은 불편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미세먼지의 피해 범주도 확산되고 있다. 1급 발암물질로 인체에 대한 피해는 물론 시야 확보를 방해해 항공기 운항을 지연시키는 등 경제활동 전반에도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다. 곧 본격적인 황사철이 되면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금처럼 계속되면 국민 생명 안전에 지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에 따른 비상저감조치뿐이다. 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서울에서는 총중량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고, 나머지 시·도에서는 공공기관 운행 차량에 대해서만 2부제를 시행한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한 5일 용산 국립박물관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뒤로 남산타워가 안개속에 가린듯 희미하게 보인다. 우철훈 선임기자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경제활동이나 차량운행 제한도 필요할 것 같다”며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전국적인 차량 2부제를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느슨하게 돼 있는 차량 운행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미세먼지를 대량 배출하는 민간 사업장에 대해서도 조업시간이나 가동률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일단 시민이나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뒤 추후에 법제화를 통해 강제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에 이미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만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당장은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고, 시민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하는 판에 불만만 제기할 수는 없다. 이번 미세먼지 사태는 대기 정체로 대기오염 물질이 축적된 상태에서 중국발 스모그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중국 요인이 크지만 중국 탓만 할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대책을 시행해야 중국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 1월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한낱 수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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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주에서 이틀간 52개 학회, 80개 기관이 참석하는 제2회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가 열렸다. ‘혁신적 포용국가와 균형발전’이란 주제로 열린 이 학술대회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제반 문제 해결방안이 논의됐다. ‘사회적 대타협의 길’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김부겸 장관은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지방분권과 자생발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지방재정 확충과 국세이양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GDP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발전 재정확보는 쉽지 않다.

그 대안은 재생에너지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그동안 지역발전이 늦어진 인구 저밀도 지역에 유리한 조건이다. 제주지역의 경우 풍력 273MW와 태양광 160MW로 전체 전력수요의 절반을 감당하는 수준까지 와있다. 2030년에 2350MW로 풍력발전이 늘면 전력에너지 자립도 가능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생산된 재생에너지 수익의 17%가 지역사회로 환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역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경사가 급한 산지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부지가 충분하다. 2017년 국내 전력소비량 534TWh 전부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한다고 했을 때 국토면적의 3.5%면 된다. 임야를 제외하더라도 가용한 농지가 국토면적의 16%다. 이 부지에 영농형 태양광발전을 하면, 농업 생산량은 20% 감소하지만 태양광발전으로 소득이 10배 정도 늘어난다. 전체 농지의 27%가 그 수혜 대상이다. 앞으로 태양광발전 효율이 2배 정도로 늘어나면 필요한 부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원전 4기 용량의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4GW 조성을 계기로 해상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는 제품을 만들 때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구글, 애플 같은 RE100 기업 유치에 안성맞춤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새만금지역과 같이 수심이 낮고 넓은 해상부지가 20여개로, 총면적은 국토의 4.4% 정도다. 이 부지의 절반만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해도 전체 국내 전력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다.

현 시가로 2050년까지 연간 6조원씩 186조원을 투자하면 250GW의 해상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건설된다. 그러면 연간 326TWh를 발전해 1kWh당 100원이라고 하면 약 33조원의 발전 소득이 생긴다. 일자리도 지역 중심으로 250만개가 창출된다. 6년이면 투자비가 회수되고, 25년간 안정적인 지방재정이 확보된다. 이는 주민 1인당 연간 1000만원씩 330만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된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123조원의 에너지를 수입했다. 석탄, 가스, 유류, 원자력 등 전력생산용 연료 수입액만 20조원이다. 시설비, 인건비, 금융비용을 포함한 한전의 전력구입비 기준으로는 42조원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 모두 절감될 비용이다. 만성적인 에너지 수입국가가 에너지 자립국가로 나아가는 것이다. 에너지안보 강화로 국제정치 영향에서도 그만큼 자유로워지게 된다.

에너지수입국이던 독일은 2018년에 전력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40%로 올렸고 프랑스에 남는 전기를 수출하게 됐다. 2050년에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꿀 계획이다. 우리도 전력 수요가 연간 800TWh로 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면, 필요부지는 국토면적의 5% 이하다. 농지와 해상 가용부지 합이 20%가 넘기 때문에 연간 80조원 규모의 제한된 전력시장을 놓고 4대 1 경쟁이 불가피하다.

올해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새로운 해상 재생에너지단지 발굴에 나선다. 11개 광역시·도가 참여 의향을 밝혀온 상태다. 이 중에서 3개 지역을 선정하여 개발 경제성, 환경 영향, 주민 수용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시·도는 RE100 기업 유치 및 지역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연간 10조원대의 안정적 지방재정을 확충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진정한 지방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열 핵심 열쇠는 재생에너지인 것이다.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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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2018년 실적이 발표됐다. 한전은 2018년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2080억원으로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에 따르면 영업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은 지난해 국제 연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설비 신증설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원전 정비일수 증가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국내 최대의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의 실적 부진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전의 실적 부진이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원인을 정부의 에너지전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향후 60여년에 걸쳐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이다. 2024년까지는 4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원전의 발전량과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다. 그럼에도 한전의 2018년 실적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근거 없는 해석에 불과하다.

지난해 원전 정비일수 증가로 이용률이 낮아진 것이 한전 실적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한 것은 지난 정부 시기인 2016년 6월 한빛 2호기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이 발견됨에 따라, 원전 전체에 대한 확대점검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점검 결과 실제로 다수의 원전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결함 등이 발견되면서 국민 안전을 위해 정비일수가 불가피하게 증가한 것이다.

통상 한전의 실적은 국제 연료 가격 변동 등 외부요인에 따른 전력 생산비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국제 유연탄 가격과 국제유가는 2017년에 비해 각각 21%, 30% 가까이 치솟았다. 과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전이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시절에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석탄가와 유가의 동반 급등이었다.

한편, 최근 원전 안전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움직임은 원전 비중을 당장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운영되어야 할 원전이기에, 안전성을 보다 확실히 보장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을 기억하고 있다. 원전 안전성 문제를 덮어두고 원전 가동률을 올린다면 당장 경제적일 수 있지만, 결국 후대의 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원전 안전성은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면밀히 짚어야 할 사안이며, 절충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치솟기만 했던 국제유가가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 등으로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점이다. 또한 주요 원전의 예방정비가 순차적으로 종료되고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환경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에너지전환 정책 또한 당장 원전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에너지와 미래의 에너지를 당분간 공존시켜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루어 가자는 것이다. 이제는 ‘탈원전’이라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해 나아가야 할 정책방향에 대해 발전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희 | 국립목포대 교수 정보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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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경유차에 대한 인센티브 폐기를 발표하면서 ‘클린디젤’ 정책을 포기했다는 비난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디젤, 즉 경유는 한 번도 ‘클린’인 적이 없었음에도 일부 자동차 업체가 경유차 판매 목적으로 ‘클린디젤’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2000년대 초 국내에선 경유차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원래 싼타페 등 8인승 이하 소형 경유승용차는 2002년 배출허용기준이 강화되면 생산이 중단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싼타페는 승용차에서 다목적차로 재분류돼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됐고, 일부 차종은 조건부로 생산이 재개되는 등 규제가 무력화됐다. 이후 경유차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친환경차로 분류돼 각종 혜택을 받았고, 이후 유럽산 경유차도 물밀듯 들어오면서 경유차 점유율이 급속히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경유차는 다시 철퇴를 맞았다. 경유차는 경유의 물리적 특성과 엔진의 작동원리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휘발유(가솔린)와 비교하면 경유는 휘발성이 낮아 인화점이 높은 반면 발화점은 낮다. 이에 따라 디젤엔진은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해 연소실 내부를 고온 조건으로 만들고, 이때 엔진 내부로 경유를 분사하면 스스로 경유가 연소해 폭발하는 압축착화 방식을 채택했다. 고온·고압에서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나는 디젤엔진은 팽창비가 높아 점화플러그를 사용하는 가솔린엔진보다 대개 열효율이 좋다. 그러나 디젤엔진은 경유를 엔진 내부로 직접 분사하기에 완전연소를 위한 공기와 경유의 혼합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디젤엔진은 구조적으로 불완전연소의 가능성이 크며, 특히 고부하 및 급가속 운전 때는 연료가 과잉으로 엔진에 공급되면서 불완전연소가 쉽게 일어난다. 이때는 일산화탄소뿐 아니라, 소위 매연이라 부르는 흑연이 발생한다. 이 흑연은 유기탄소로 불리는 초미세먼지이며,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입자를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한 경유차에서는 질소산화물도 다량 배출된다. 경유 자체에는 질소 성분이 거의 없지만, 고온·고압에서 작동되는 디젤엔진 내부에서는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반응해 질소산화물이 생성되기 쉬운 탓이다. 반면 휘발유차와 LPG차는 이러한 고온 질소산화물의 생성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질소산화물 배출이 낮은 편이다. 질소산화물은 가장 골치 아픈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다. 자체적으로도 독성이 있으며 산성비를 유발하고, 인체에 해로운 지표면 오존의 원인물질이다. 또한 미세먼지와 연관된 스모그의 원인으로도 알려졌으며, 간접 온실가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동차 업계에선 디젤엔진의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매연과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를 개발해 장착했고, 이로 인해 신형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이 점차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불량한 식자재에 인공 감미료를 넣어 억지로 음식 맛이 나게 하는 것과 같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 BMW 화재 사건 등을 보면, 경유차가 얼마나 대기오염 측면에서 관리하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경유차와 관련해 20년 전으로의 정책 회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때 경유차 규제가 엄격하게 시행됐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나라가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에서 세계를 선도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김승도 |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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