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시설에서 지난해 말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2일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 방사성 핵종이 연구원 내 자연증발시설 주변 우수관으로 방출됐다는 보고를 21일 받았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2월30일 연구원 정문 앞 하천 토양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난 6일 분석한 결과 방사능 농도가 최근 3년 평균치의 59배(25.5㏃/㎏)로 측정됐다.

자연증발시설은 실험과 연구과정에서 나온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태양열로 증발시키는 시설로, 연구원은 여기서 처리되는 방사성폐기물은 극저준위 수준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이 시설 앞 맨홀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세슘134, 137과 코발트60 등이 측정된 것은 연구원의 안전관리에 다시금 의문을 품게 한다. 핵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세슘137은 인체에 위험한 인공 방사성물질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다량 검출된 바 있다.

대전시는 사고에 유감을 표시하고, 신속·정확한 조사와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자치단체가 보도자료까지 내 유감을 표시한 것은 연구원에서 수년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원에는 연구용 원자로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등이 있는 데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성물질의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2017년에는 방사성폐기물의 분류·처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콘크리트·토양·오수 등을 무단으로 폐기한 사실이 적발됐고, 2018년 1월과 11월에는 두 차례나 화재가 발생해 방사성폐기물이 불에 탔다.

연구원은 검사 결과 외부를 흐르는 하천의 방사능 농도는 평상시 수치라고 밝혔지만, 지역 환경단체는 그동안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이 얼마나 외부로 흘러나갔는지 알 길이 없다며 역학조사에 나서라고 했다. 연구원은 방사성 측정 나흘 뒤인 10일 원안위에 1차 보고를 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름이 지나 공개된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사건·사고가 잦다보니 주민들이 연구원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연구원과 원안위는 이번 사고의 원인·진상을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공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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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아마겟돈의 한 장면과 같았다”고 증언할 만큼 거대한 화마가 호주 대륙을 휩쓸던 시간. LA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영화 <조커>로 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는 남다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축산업과 기후변화 문제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행사 식단을 모두 채식으로 준비해주신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감사한다.” “또한 오늘 많은 분들이 호주 산불을 걱정하는데, 위기의식과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행사를 위해 전용기를 타고 오는 행동은 하지 말자.”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 영화 '조커'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방송을 본 후 기사를 찾아봤다. 오랜 시간 채식운동을 해온 그가 직접 주최 측인 HFPA에 제안한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트럼프 정권에 소신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트위터를 통해 감사를 표했는데, 그 역시 2016년 아카데미에서 주연상을 수상할 때 환경문제를 언급했었다. 디캐프리오의 자동차 3대는 모두 전기차이거나 하이브리드 기종이고,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에코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배우 제인 폰다도 최근 ‘금요일마다 체포되는 사람’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가 이끄는 기후변화 관련 시위를 매주 금요일 워싱턴 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고 경찰에 잡혀가기를 반복해서다. “82세는 감옥 가기 딱 좋은 나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의 곁에 많은 유명인이 함께했다. 호아킨 피닉스도 참가해 체포되었다.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가축사육이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이며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의 총 배출비율보다 많으므로, 세계인이 10~15년 정도만 채식을 한다면 지구 평균온도를 다시 안정화할 수 있다고 한다. 

심란해진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배송상품은 자제하고, 가까운 매장이나 재래시장에 가서 내 장바구니에 담아 걸어온다. 차도 없애고 대중교통만 이용한 지도 오래다. 내 돈 주고 묵는 여행지 숙소의 전기와 수도도 아끼고, 며칠 묵을 때도 매일 수건과 시트를 갈지도 않고, 세면도구도 반드시 챙겨 일회용품도 낭비하지 않는다. 남은 음식은 싸오고, 내 몸 하나 가꾸고 안락하자고 하는 행위가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도 절제한다. 그런데 이제 가끔씩 즐기는 식도락의 소소한 행복마저 포기할 때가 온 것일까. 경제는 괜찮은 걸까.   

산불이 휩쓸고 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버종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불에 탄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이 조금 안 남았다고 경고한다. 불지옥이 된 호주는 2016년 비영리 단체들로부터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기후 악당 4개국’ 중 한 곳으로 지목되었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 호주는 기후자살을 하고 있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인과응보라는 이야기다. 한국 역시 기후 악당국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기후 문제가 특히 안타까운 것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고위도의 일부 선진국들은 적정 온도대에 진입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반면, 열대 쪽의 저개발국들은 더욱 빈곤에 빠진다는 점 때문이다. 환경 파괴의 주범보다 피해자들이 설상가상의 고통을 치르는 아이러니에 죄책감이 든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한 집에서 산다. 삶은 불공평하지만 파국은 냉혹하게 공평할 것이다. 환경 운동가인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말한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어요.” 불타는 지구에서 뛰어내릴 곳은 없다. 당신이 재벌이든, 팍스 아메리카나의 대통령이든.

<박선화 마음탐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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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 사회 생태 이슈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전환’일 것이다. ‘전환’은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찾는 일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과 ‘생태 전환’의 관점으로 올해를 예측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이끌었던 화석연료 및 핵 기반의 에너지원을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생태 전환은 개발주의 이면의 환경 훼손을 생태적으로 재자연화, 복원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에너지 전환의 주요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해결의 답은 에너지 전환에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가지 문제의 원인은 석탄화력발전소, 그리고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 선박 등 내연기관이다. 문재인 정부가 화석연료를 폐기할 수 있을지는 올해가 갈림길이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선포하는 국제사회에 ‘기후 악당’인 한국이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반기문 위원장이 이끄는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올해 석탄발전소 퇴출, 전기요금 합리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 ‘전환’을 위한 중요하고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 생태계든 주민이든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입지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4월 총선, 정치가 에너지 전환에 응답해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 새만금 해수 유통, 용산미군기지 오염 정화, 평창 동계올림픽 가리왕산 복원, 비무장지대 생태보전 등 몇 가지를 2020년 생태 전환의 주요 과제로 예측할 수 있다. 올해 총선 전후로 금강,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이 확정된다.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낙동강, 한강 재자연화 방안도 결정된다. 새만금사업 2단계 수질 개선 평가 용역도 완료된다. 더 나은 수질을 장담할 수 없다면 결국 새만금 수문을 영구적으로 열어야 할 것이다. 용산미군기지 반환 협상도 올해 개시된다. 국가공원에 대한 열망에 앞서 기름과 화학물질에 오염된 토양, 지하수를 오염자인 주한미군이 책임질지가 관건이다. 정부와 지자체, 학계와 시민사회가 합의한 가리왕산 ‘온전한 복원’이 강원도의 약속 파기와 정선군 투쟁위원회의 농성으로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가리왕산의 운명도 곧 판가름 난다.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에 대한 북한의 호응도 관심사다. 이 외에도 제주 제2공항 등 중대한 현안이 발등의 불이다.

2020년, 환경을 넘어 생태로의 전환을 바란다. ‘환경’은 자연을 물리적 대상으로서 관리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생태’는 인간 가치와 한 몸으로 자연을 파악하고 삶의 전환을 요구한다. 위기의 세계는 환경론자가 아닌 근본적인 생태주의를 요청한다. 에너지 전환과 생태 전환은 ‘할지 말지’의 선택이 아니라, ‘해야 하는’ 생존 과제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지향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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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기지 여러 곳이 ‘발암물질 범벅’인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5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모린 설리번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의 보고서(2018년 3월 작성)에 따르면 주한 미군기지 5곳의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최대 15배 초과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등 과불화 화합물은 발암물질이다. 이런 유해물질이 미군기지 가운데 대구와 경북의 2곳, 의정부 2곳, 군산 1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이다. 주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관리실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에 있는 캠프 스탠리 주한 미군기지의 문이 15일 굳게 닫혀 있다. 김기남 기자

그동안 국내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는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유류 관련 오염이 대부분이었다. 미군기지 주변 토지와 지하수 오염이 기지 내 기름유출 사고로 다뤄졌기 때문에 과불화 화합물 오염은 생각지도 않았다. 미군기지가 또 다른 유독화학물질로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총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과불화 화합물의 유해성은 끔찍하다. 태아와 어린이의 발달지연, 콜레스테롤 증가, 전립선·신장·고환암 등과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이런 경고는 미 국방부 스스로가 밝힌 위험성이다. 더구나 과불화 화합물은 자연은 물론 인체 내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잔류해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고 한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 추정물질로 분리하고 있다. 또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국제협약인 스톡홀름협약은 PFOS와 PFOA의 제조·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출처:경향신문DB)

이번에 유해물질이 발견된 미군기지들은 미군이 사용 중이다. 미군기지 내 과불화 화합물 오염도가 높은 이유는 이 물질이 포함된 소방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방장비 사용이 계속되는 한 발암물질의 배출은 중단되지 않는 것이다. 비가 올 때마다 미군기지의 유해물질이 스며들어 기지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한 미군기지 내 기준치 이상의 과불화 화합물 검출은 미 국방부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온 것이다. 스스로 환경오염 실태를 밝힌 만큼 왜곡이나 축소는 있을 수 없다. 미국은 미군기지 내 과불화 화합물 오염 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미군기지 인근 지역의 지하수 오염실태를 정밀조사하고 주민건강 영향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피해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차제에 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주한 미군기지라 해도 땅을 빌려주고 오염 뒤처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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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94글자 중 겨우 56자였다. 조금 더하자면 174개 글자다. 합해도 230글자, 전체 글 중 2.6%에 불과하다. 취임 3주년이 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언급한 글자의 개수다. 글자 숫자만 가지고 중요도를 다루기엔 무리가 있지만 빈약한 건 사실이다. 더 놀라운 건 신년 기자회견 당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물은 기자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새삼스러운가!

기후위기는 정치 지도자의 어젠다다. 그저 급작스러운 날씨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2010년 기후위기로 러시아에서 밀 생산량이 25% 줄어 수출이 중단되었다. 이웃 시리아에서 수입의 대부분을 밀값으로 지출하던 서민층이 폭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고, 그 결과 대거 난민과 이슬람국가(IS)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불이 휩쓸고 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버종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불에 탄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의 산불도 산불로 끝나는 게 아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약 5만7000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부국 호주의 시민들이 장기간 지속된 산불과 기후변화의 여파로 기후난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재산상 손해는 44억달러에 달하며 야생동물 10억여마리가 폐사하였다.

지난해 12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진행되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예상했듯이 전체 61위 중 58위로, 지난해 57위에서 한 단계 떨어졌다. 100점 만점에 28.53점. 그런데도 여전히 기후변화를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탄소감축에 관심이 없다. 아직도 석탄발전소는 60기나 가동하면서 오히려 7기를 더 건설하고 있고 동남아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선진국은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증가하여 2018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7억t을 넘겼다.

산불로 부모를 잃은 새끼 캥거루와 왈라비들이 15일(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주 비어와 호주동물원 야생동물병원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쉬고 있다. 호주에선 지난해 9월 이후 심화한 남동부 지역 산불로 남한 면적보다 넓은 땅이 불탔으며 동물 10억마리 이상이 희생됐다. 현재까지 28명이 사망하고, 주민 10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기후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합뉴스

유럽의회는 지난 11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였고, 세계 1200여개 지방정부들도 이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공감하여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신년사에서 ‘지구 온난화는 현실이며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적 능력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지금도 가능하다. 오늘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아서 나타나는 결과는 우리의 자녀, 그리고 손자 세대가 겪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의 총리들의 신년사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각오와 결심이 비장하게 흐르고 있었다.

호주 산불, 미국의 대홍수, 인도의 열파 등 폴 크루그먼의 말대로 우리는 ‘대재앙이 뉴 노멀로 자리 잡은 세계’에 살고 있다. 과연 재난이 우리를 피해갈 것인가.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우리는 누가, 어디에서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지켜줄까.

호주산불로 코알라가 새까맣게 타죽고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띄엄띄엄 나오는 가운데 이제 모든 뉴스의 중심은 선거, 선거로 흘러 내 가슴도 타들어 간다. 그러나 선거는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혁신가들이 무대에 오르는 경연장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읽고 대전환을 이끌 기후혁신가들의 등장을 기대한다.

<이미경 |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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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기관들이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서고 있으며, 법정에서는 기후 소송이 진행되는 등 풀뿌리 시민운동도 앞장서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1000명은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바이오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지침은 먼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동시에 강력한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메탄과 블랙카본 등 단기성 온실가스를 신속하게 줄이자는 주장이다. 셋째는 산림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함으로써 이들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큰 몫을 담당하게 할 것, 넷째는 동물성 식품을 덜 섭취하는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다섯째는 탄소 없는 경제로 전환해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풍요의 추구라는 목표에서 탈피하자는 것이고, 여섯째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 하루 20만명 이상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를 안정화시키자는 내용이다.

특히 채식 위주의 식단 변화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과 블랙카본 같은 단기성 온실가스도 현저하게 줄여준다. 블랙카본의 40~50%가 숲과 대초원을 불태우는 데서 배출되고 축산업은 삼림 파괴와 메탄의 주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축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을 식량 재배를 위한 농토를 넓히는 한편 축산업으로 사용되는 농지에 삼림을 조성함으로써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이미 작년 8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는 세계 각국 정부가 승인한 ‘기후변화와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고 화석연료 감축과 함께 토지 이용의 획기적 전환 없이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선진국에서 육류와 유제품 섭취량을 줄일 것을 권고하며, 전 인류가 채식이나 비건(완전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꿀 경우 최대 연간 80억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고, 음식물 쓰레기만 신경 써도 연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경작·혼농임업 등 식량 생산방식을 바꿔도 2050년까지 최대 연간 96억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을 밝혔다. 종합하면 생산에서 폐기까지 먹거리 시스템만 개선해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50% 가까운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식습관 변화를 연결고리로 땅과 동식물들과의 관계를 새로이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및 사막화의 완화, 생물다양성의 복원을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물 부족·인류 건강·식량·양극화 문제의 해결이란 가능성도 확인해 준다. 

인류는 식습관 변화를 통한 악순환과 선순환 가운데 양자택일의 순간에 서 있다. 인간과 지구, 밥상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밥상혁명의 순간이다.

<고용석 |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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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을 했다. 불과 6개월 만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5년도 지나지 않아서 사업을 완료했다. 강바닥을 팠고 보로 막았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강을 살린다고 한다. 맞다. 살려야 한다.

강을 죽인 사람들도, 강을 살리겠다는 사람들도 문제가 있다. 강을 모른다. 강은 콘크리트가 아니다. 생물이다. 물도 살아있고 강바닥도 살아 움직인다. 손을 대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강이, 강바닥의 모래가 마음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들이, 학자들이, 강에 가 보지 않은 사람들이, 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를 없애면 농사를 못 짓는다고 주장한다. 틀렸다. 4대강 준설 때문에 수위가 낮아져서 농사를 못 짓는 것이다. 엄청난 양의 모래를 강에서 파냈기 때문이다. 보만 열고 파헤쳐진 강바닥은 그냥 두겠다고 한다. 물속은 보이지 않으니 모르겠다고 한다. 두고 보자고 한다. 틀렸다. 강바닥은 강의 뼈다. 강의 기반이고 본체다. 4대강 사업은 강의 뼈를 꺾었다. 꺾인 뼈는 내버려둔 채 피부성형만으로 강이 살아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순차적으로 하자고 한다. 어떤 보는 그냥 두고 어떤 보는 철거하겠다고 한다. 틀렸다. 강의 반응은 연쇄적이다. 상류에서 하류, 본류에서 지류까지 모두 서로 영향을 미친다. 한 지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의 수문을 열었더니 모래톱이 생겨나서 강이 살아났다고 한다. 아니다 모래톱은 새로 생긴 게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래가 물이 빠져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래는 4대강 이전의 원래 강바닥이 아니다. 포클레인이 파헤쳐 놓은 상처입은 강바닥이다. 살아난 게 아니라 이제야 눈에 보이게 드러난 강의 속살이다. 강의 상처다.

4대강을 살리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있을 거라고 한다. 틀렸다. 없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의 임무는 보 처리 대책에 한정되어 있다. 환경부는 강물을 관리하고 국토교통부는 강을 관리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4대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없고 마스터플랜도 없다. 큰 그림이 없으니 5년 후, 10년 후 4대강이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

어쩔 것인가? 아직도 문제가 뭔지 모른다. 4대강 사업이 만들어 놓은 상처가 무엇인지 모른다. 강 전체를 살려야 한다. 4대강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강을 살리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보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강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살려야 한다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피만 닦아내자는 것이다.

살려야 한다. 생명이니 생명으로 취급해서 살려야 한다.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유럽에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그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강 전체다. 강의 본류와 지류, 물, 강바닥, 생물, 수질, 지하수는 하나다. 그들은 강을 생명으로 다룬다. 보를 없애고 물길을 돌리고 강바닥의 모래를 살려낸다. 그것으로 부족해 적응관리를 한다. 자연의 생명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열어두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른다. 무지하다.

<김원 |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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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계는 광물자원 전쟁 중이다. 지난 세기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원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자원 확보 전쟁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화석원료를 소비하면서 산업과 사회를 성장시켜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와 연결되어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세계 각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그린에너지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저유가 속에서도 2차전지, 전기차,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등에 이르는 그린에너지 관련 시장의 성장기조는 견고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대표적인 고성장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지난해 15조1000억원에서 올해 25조원으로 1년 만에 약 60% 성장했고, 2023년에는 95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신기후체제가 가동되고 그린에너지 산업에서의 신기술 발달과 규모의 경제가 지금의 추세대로 가속된다면 탈화석시대는 더욱 빨리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관련해 광물자원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노후 전력망의 현대화와 자동차 경량화 등 에너지 소비효율 제고 과정에서 구리와 알루미늄 등 주요 광물의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드론 등 수송 부문에서 전개되고 있는 전동화도 전력 인프라 확충이 필요해 구리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구리 수요의 꾸준한 확대를 예상하고 구리광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구리 매장량 1위인 칠레의 주요 구리광산 지분 약 35%가 일본 기업 소유다.

한국 기업도 뛰고 있다. 국내 1위의 특수강 전문 기업인 세아베스틸은 지난 10월 글로벌 알루미늄 업체 알코닉의 한국법인 알코닉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다. 알코닉코리아는 항공, 자동차, 방산 등에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정부 방침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세계 10위권 구리광산 업체 코브레파나마의 지분 10%의 전량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21억4000만t으로 추정된다. 2012년 광물공사와 LS니꼬동제련이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20%를 인수했고 2017년 LS니꼬동제련은 보유 지분 10%를 운영사인 FQM에 매각했다. 현재 광물공사는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정가격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하는 바람에 유찰된 상태다. 그런데 지분을 매각한 LS니꼬동제련이 지난 10월 말 광산 운영사인 FQM과 구리 180만t 구매계약을 맺었다. 거래기간은 15년으로 내년부터 매년 12만t의 구리정광을 코브레파나마 광산에서 공급받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기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지분을 팔고 민간 기업은 원료를 사는 형국이다.

자원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며 단순히 금전관계만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자원이 많은 국가와 오랫동안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원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사업이다.

<강천구 | 인하대 초빙교수 에너지자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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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왕국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5년 전 개봉한 <겨울왕국>과 지난달 개봉한 <겨울왕국2>는 모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이다.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를 부각하고, 눈사람 올라프가 코미디를 담당하고, ‘렛 잇 고’나 ‘인투 디 언노운’처럼 많은 이들이 자동적으로 흥얼거릴 만한 주제곡이 있다.

영화 ‘겨울왕국2’ 한 장면.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악당의 유무’다. 전편에는 권력에 눈이 멀어 사랑을 위장한 왕자가 악당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속편에는 이렇다 할 악당이 없다. 거대하고 힘센 바위거인은 딱히 악의를 가진 듯 보이진 않는다. 엘사의 할아버지인 아렌델의 루나드 왕이 자연 친화적인 노덜드라족을 절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민 악당이라 할 수 있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 회상 속에만 등장한다.

<겨울왕국2>에서 굳이 악당을 꼽자면, 루나드 왕이 남긴 제국주의의 유산이다. 루나드 왕은 노덜드라족에게 친선을 목적으로 하는 댐을 지어줬다. 이 댐은 자연환경을 변화시켜 노덜드라족과 자연·정령의 교감을 끊는 동시, 아렌델 왕국의 안위를 지키려는 숨은 용도를 갖고 있었다. 결국 엘사가 무찔러야 하는 것은 교활한 문명이 평화로운 부족 공동체에 제공한 댐이다. 이 댐은 선물을 가장한 덫이다.

<겨울왕국>을 제작한 디즈니는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이다. 보수적인 가족주의를 설파하던 디즈니가 최근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고전적인 영웅 서사를 선보인 <스타워즈> 시리즈는 21세기 디즈니에 의해 제작되면서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이민자에 대한 혐오,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짚었다.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 스튜디오는 흑인 영웅(블랙 팬서), 여성 영웅(캡틴 마블)을 선보였다. 디즈니가 이런 영화들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욕구가 보편적이어서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꽤 급진적으로 보였을 환경주의·반식민주의 메시지를 내장한 <겨울왕국2>가 전 세계 스크린에 깔릴 수 있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기후위기는 현실이고, 환경주의는 보편의 가치라는 믿음이 디즈니 경영진들의 전략 구도에 놓였다.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툰베리가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아무도 툰베리에게 시위를 권하지 않았고, 무엇도 툰베리의 앞날을 보장하지 않았다. 툰베리는 그저 자신을 포함한 미래 세대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를 위해 대책 없는 행동을 시작했을 뿐이다.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AP연합뉴스

1년 남짓한 기간에 툰베리는 환경운동과 청소년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의 지도자들 앞에서 “당신들의 빈말이 내 꿈을 앗아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라고 일갈했다. 교황, 버락 오바마 등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을 만났다. 툰베리의 행동을 따라 한 청소년들의 결석 시위가 전 세계에서 열렸다.

<시녀 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툰베리를 잔다르크에 비유했다. 잔다르크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이득과 세속의 즐거움, 인간적 욕구를 희생한다. 속세에서 나고 자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성의 경지를 엿본다.     

대부분의 세속적 인간은 잔다르크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배척하는 것 역시 인간 세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뒤 재지 않고 지구의 존속을 외치는 툰베리의 헌신도 속세에선 종종 조롱의 대상이 된다. 16세 툰베리에게 악플을 단 유명인사로는 73세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최근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레타는 자신의 분노조절 문제에 애써야 한다. 진정해라 그레타, 진정해!”라고 썼다.

툰베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11세 때 깊은 우울에 빠졌다고 한다.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먹지도 않으려 해 입원할 지경이었다. 온 가족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해 채식을 시작하고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결심한 뒤에야 툰베리는 조금씩 활력을 되찾았다.

유명해진 툰베리는 행복할까. 분노와 걱정에 불타오르는 툰베리의 눈빛을 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엘사는 행복할까. 엘사는 아렌델 왕국의 왕관, 사랑하는 사람과 이루는 화목한 가정을 포기한다. 대신 문명과 자연을 잇는 다섯 번째 정령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 뒤 숲으로 향한다. 동생 안나에게 왕관을 물려준 결말부 엘사의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엘사에겐 외로운 헌신의 길만이 남아있다.

모두가 툰베리나 엘사처럼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툰베리와 엘사에게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게 한 뒤, 나몰라라 흥청망청 즐길 수도 없다.

<백승찬 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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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조기 폐쇄가 확정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영구정지)’ 안건을 출석위원 7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원안위는 앞서 두 차례 논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자 이날 표결로 영구정지를 확정했다. 노후 원전의 영구정지는 2017년 6월 고리 1호기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다. 월성 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성 평가를 두고 감사원의 감사, 검찰 수사와 재판이 남아있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원안위는 이날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영구정지키로 의결했다. 연합뉴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당초 설계수명(30년)에 따라 2012년 11월 운행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노후설비 등을 교체해 2022년까지 가동하기로 했었다. 안전성만 보완하면 운영을 지속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성 1호기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월성 1호기의 내진 설계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시민단체인 ‘탈핵시민행동’에 따르면 안전성 보완 과정에서 “최신 안전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문제가 드러났다”. 특히 월성 1호기가 들어선 경주지역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곳이다. 불의의 사고가 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전례를 보면 명확해진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도 문제였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발전단가(2017년 기준)는 전체 원전 판매단가의 2배로 드러났다. 이는 석탄은 물론 친환경에너지인 액화천연가스보다도 비싸다. 경제성을 평가한 회계법인은 ‘계속 운전하는 것보다 즉시 중단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정했다. 

원전은 안전성도, 경제성도 확보할 수 없는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청은 2022~2025년쯤에는 핵발전이 액화천연가스는 물론 신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원전 산업을 이끌던 미국·프랑스가 사업을 접었다.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파산했다. 더 이상 과거의 에너지사업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필요가 없다. 월성 1호기의 폐쇄를 탈원전으로 가기 위한 가속페달로 삼아야 한다. 태양광이나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폐로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탈원전이 신산업으로 나아가는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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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의 중국 이름은 장백산(長白山)이다. 당나라 때는 태백산(太白山)이었다. 모두 ‘백산’이다. 겨울 내내 눈에 쌓여 있어서만은 아니다. 용암과 화산재로 덮인 산 정상이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다. 산 명칭이 화산임을 말해준다. 흔적은 백두산 서파·남파 등산로에 남아 있는 탄화목(炭火木), 탄애(炭崖·숯 절벽)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천지다. 분화구에 형성된 천지는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산정호수다.

백두산은 대략 277만년 전부터 21만년 전까지 4~5차례의 화산 폭발로 형성된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추정한다. 백두산과 천지가 만들어진 뒤에도 크고 작은 분화는 계속됐다. 지질학자들은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을 바탕으로 1401년, 1403년, 1597년, 1654년, 1668년, 1702년에 화산이 분출했다고 분석한다. 926년 발해의 멸망이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계가 있다는 학설도 있다. 일본 화산 전문가는 1898년, 1903년, 1925년에 백두산 화산이 분화했다고 주장한다. 이게 맞다면 백두산은 우리가 알고 있던 휴화산이 아니라 ‘마그마가 살아 있는’ 활화산이다.

최근 백두산이 심상치 않다. 2002년 이후 백두산 인근에서만 월평균 200여차례의 지진이 감지됐다. 2010년에는 월평균 300회를 넘었다. 백두산 주변 지형은 천지를 중심으로 한 해 약 3㎝씩 융기하고 있다. 지하 마그마가 커지면서 산 정상부가 부풀어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산 나무들은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화산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말라죽고 있다. 지질학자 윤성효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화산 폭발 징후로 진단한다. 도호쿠 대지진, 피나투보 화산 분출 등 환태평양지진대의 불안정성은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배우 이병헌,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 '백두산'의 한 장면

화산 폭발에 대비하는 연구도 착수했다. 한국지질연구원은 중국지질조사국과 함께 백두산 폭발에 대비하는 공동 지질탐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소방방재청은 ‘백두산 화산대응기술사업단’을 출범시켰다. 화산 폭발을 주제로 한 영화 <백두산>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은 어떨까. 대재앙 앞에 인간이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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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미세먼지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도, 배출량, 건강피해 등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정부 정책의 추동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문제에 대한 진단이 더 정확해져야 한다.

미세먼지의 복잡성은 배출과 농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초미세먼지나 오존오염 문제는 과거처럼 배출정보만 알아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은 주로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2차적으로 생성된다. 배출-농도 사이에 화학이 들어가면 둘의 관계가 매우 복잡해진다. 배출과 농도는 비선형관계가 된다. 배출을 줄여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야 농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또한 배출 지역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배출-농도의 복잡한 관계식을 풀기 위해 종합관측조사를 실시해 왔다. 3차원 공간에서 배출물질, 생성물질, 산화제, 배출원 지시자 등을 동시에 측정하여 이들의 관계를 추론해 가는 것이다. 탐정이 조각난 단서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듯이 연구자들은 관측 자료들의 퍼즐 조각들을 맞춰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그러나 종합관측조사는 대형 항공기, 첨단 측정기기, 수치 모델, 위성 등 대형 연구 인프라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동안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선진국은 2차 세계대전 중 육안으로 전투기의 위치를 확인해주는 비행운에 대한 연구를 필두로 80여년의 항공 관측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늘을 나는 실험실인 대형 관측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KORUS-AQ’라는 한·미 대기질 공동조사를 수행했다. NASA는 대형 관측 항공기를 활용해 1980년대부터 대기화학 실험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에게 ‘KORUS-AQ’는 대형 관측 항공기와 첨단 측정기기를 동시에 운용하며 우리의 대기를 정밀 진단해 본 소중한 경험이었다. 200개의 오염물질을 동시에 측정하는 대형 비행기 DC-8 1대, 위성시뮬레이터를 탑재한 소형 비행기 1대, 미세먼지 조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소형 비행기 1대가 투입됐고,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보유한 관측선도 참여했다. 전국 32곳에 원격탐사 장비가 설치됐고, 130개 연구그룹의 580명 한·미 과학자들이 종합관측 작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중 70% 이상이 2차 생성되며, 국내외 오염원이 약 5 대 5 수준에서 기여하고, 국외 미세먼지는 지면 가까운 고도로도 장거리 이동하는 게 가능하며,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량이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점 등 국내 미세먼지에 대한 새로운 진단이 쏟아졌다.

이제 우리는 2차 국제 대기질 관측조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 초 한국에서 예비관측을 시작으로, 본관측이 2022년과 2023년 겨울철에 아시아를 무대로 펼쳐질 것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 함께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물론 2차 관측은 1차 관측 결과를 토대로 얻은 궁금증을 해소해야 하는 한층 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서해상이나 야간 등 그간 관측의 사각지역 및 시기가 포함되어 있다. 다만 1차 관측과 달리 그간 우리 역시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는 희소식이 있다. 이제는 중형 관측 항공기와 스모그 체임버(대기오염물질의 광화학반응 생성과정 실험 장치)를 갖췄고,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의 발사도 앞두고 있다.

금번 관측조사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세계적 수준에서 규명해 국민들이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이고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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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미래 세대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이 크다. 온실가스는 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증기에너지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석탄과 석유의 사용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생산이 보편화됐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해왔다. 덕분에 인류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이를 충당하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그렇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폭염, 혹한 같은 자연재난의 형태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문명의 편리함과 기후변화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는 에너지 혁신을 위한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 신설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에너지 혁신이란 효율적인 에너지의 저장과 사용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 연구시설을 갖추고, 기존엔 할 수 없었던 혁신적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혁신의 지속적인 동력이 될 고급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결국 에너지 혁신의 주체는 지식 창출과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대학보다는 에너지에 특화된 공과대학 신설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기존의 많은 대학이 에너지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왔고, 우수한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기술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자원을 최대한 집중시키는 게 핵심인데, 기존 종합대학들은 아무래도 특정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기존 대학의 교육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술혁신을 위해선 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고급인력의 지속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전달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영국의 진공청소기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인 제임스 다이슨이 ‘다이슨 기술대학’을 설립해 전문지식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공학 전문가 양성을 추진한 사례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에너지 혁신의 필요성과 대학의 역할, 기존 대학들의 한계를 모두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한전공대(가칭) 설립의 적기다. 우수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집중해 에너지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한전공대의 청사진이 현실화할 수만 있다면, 한전공대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발걸음을 막 뗀 한전공대가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앤 웹 | 영국 맨체스터대 공과대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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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이 함께 연구한 첫 미세먼지 공동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2000년부터 각국 연구자들이 대기오염물질 연구를 시작하고 최신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해 19년 만에 내놓은 첫 보고서다. 한계가 없지 않지만 중국이 처음으로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의 중국 영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권, 기본적인 삶의 질 문제인 만큼, 각국이 미세먼지 감축에 긴밀히 협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3개국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의 자체 기여율은 한국이 연평균 51%, 중국 91%, 일본 55%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국내 요인이 절반가량이지만, 중국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내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한계도 있다. 우선 미세먼지 요인의 일별, 월별 통계는 잡아냈지만, 민감한 고농도 시기(12~3월)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연평균을 기준으로 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만 따지면 중국발 요인은 7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 리스크’가 급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점도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보고서 발간은 중국 측 주장으로 한 해 미뤄졌다.

국제 비영리 환경연구단체인 콜스웜에 따르면, 중국은 2~3년 내 석탄발전소 464기를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동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내 가동 중인 전체 석탄발전소(78기)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경기 부양을 위해 미세먼지 저감조치 일부를 완화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각국이 ‘더 파란 하늘’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자국민은 물론 이웃 국가 국민의 건강마저 심각하게 위협하는 세상이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 때마다 중국 쪽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중국정부는 이를 외면해 왔다. 이번에 중국이 제한적이나마 오염 영향을 인정한 것을 문제 해결의 새로운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보고서를 지렛대 삼아 기술, 정책 협력 등 ‘자유롭게 숨쉴 권리’를 위한 모든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 오염 영향을 저감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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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로 악성신생물이라 불리는 암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3년 이래 36년째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29만8820명 중 암 사망자가 7만9153명으로 30%에 육박한다. 사망 원인 2위부터 4위까지인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사망자를 다 더해야 암과 비슷해질 정도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민들이 기대수명(82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라고 한다. 인구의 3분의 1은 암을 예방할 수 있고 다른 3분의 1은 완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암은 여전히 불치병의 대명사이자 공포의 질병이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왼쪽 사진)에서 나온 발암물질인 것으로 공식 확인된 14일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용근 기자·연합뉴스

환경부가 괴담처럼 떠돌던 전북 ‘암마을’의 비극의 실체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마을 옆 비료공장이 연초박(담뱃잎찌꺼기)을 건조하면서 나온 1급 발암물질들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오염시설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전북 익산의 한 마을. 2001년 이 공장이 들어서며 비극이 싹텄다. 한 집 걸러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 22명이 암에 걸렸고 14명이 사망했다. 건강한 30대 젊은이에서 70대까지 목숨을 잃었다. 간암, 피부암, 담낭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의 발병률이 전국 표준인구집단보다 많게는 25배까지 높았다고 한다. 저수지 물고기가 집단폐사하고 시체 썩는 것보다 역겨운 악취가 난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공장과 관계기관들은 되레 고발과 무성의로 대응했다. 공장은 영업을 계속하다 2년 전에야 폐업했다. 암마을이 아니라 ‘암공장’이었던 셈이다. 재앙이 장점마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연초박을 퇴비로 쓰기 위해 반입한 공장이 전국 곳곳에 많다고 하니, 혹여라도 불법적인 발암물질 배출은 없었는지 전수조사도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암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30%)과 식이요인(30%), 만성감염(10~25%) 등을 꼽는다. 국가암정보센터는 흡연, 음주 금지와 균형 잡힌 식단, 운동 등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암마을’의 진실을 보면 이런 수칙들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환경파괴라는 더 큰 상수와, 별문제 없다며 근 20년을 버텨온 ‘암적 존재’들이 있으니 말이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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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광장 앞에서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위한 9일 기도를 했습니다. 제주의 ‘생명을 살려달라’는 우리의 기도가 세상 곳곳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100배를 하며, 이제라도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모아 매일 기도와 미사를 드렸습니다. 아울러 매일 아침 ‘제주 제2공항 철회’의 뜻을 담아 청와대에 청원서를 접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지요? 우리의 기도가 그곳까지 닿고 있는지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는 주민과 함께하자고 맘먹고 강정에 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나이도 팔십을 훌쩍 넘어 하루하루를 길 위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은 노인이 됐습니다. 미약하지만 저는 ‘생명, 평화’의 가치를 위해 마지막 제 삶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생명, 평화가 존중되는 세상은 저의 신앙이며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다시 힘든 몸을 끌고 청와대 앞으로 오게 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이유는 생명과 평화에 반하는 잘못된 국책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길 위의 신부’로 살아오면서 매향리에서 대추리로, 대추리에서 용산 철거 현장으로, 군산에서 제주 강정으로, 다시 제주 제2공항의 현장으로. 삶의 거처를 수없이 옮겨가면서 제가 목격하고 경험한 일입니다. 언제나 사람들이 쫓겨나고, 주민들의 뜻이 배척당하고,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고, 공권력이 주민들에게 모욕을 주고, 국가는 무책임합니다. 소수의 재벌 토건기업들은 이익을 누리고, 힘있는 자들이 생명을 훼손하고, 평화를 빼앗습니다. 제2공항 추진과정 역시 똑같습니다. 제2공항의 타당성이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도민을 찬성과 반대 두 쪽으로 갈라놓고, 반대하는 도민 여론을 묵살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출처:경향신문DB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가을에 강정에 와서 주민들에게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그와 똑같은 일이 제2공항 건설과정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섭습니다. 이대로라면 그 끔찍하고도 괴로운 일이 제주의 성산에서 또 벌어질 테니까요. 

노상에서 9일 기도를 드리는 동안 제주도민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을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는 청와대를 보며 ‘어쩌면 이럴 수 있는가?’ 하는 한탄이 올라옵니다. 국가라는 것은, 정부라는 것은 뭐든 해야겠다고 하면 도저히 바뀔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환경파괴, 세금 낭비, 주민 간의 갈등을 만들어 놓고도 ‘제2공항 건설’이라는 목적만 달성하면 그뿐이라고 여기는 것인가? 그러니 우리들은 상처가 더 커질 뿐입니다.

거짓으로 밀어가고 있는 제2공항을 막고자 지금 제주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은 단식을 합니다. 제주도에 있어야 할 주민들이 세종로 농성 천막을 지키고 있습니다.그 어떤 권력도 제주의 생명을 파괴하고 삶의 터를 마음대로 할 권한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께 묻고, 또 묻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줄 수는 없는가? 아무리 거짓을 들춰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진정 제주도민 그리고 국민과 함께할 수는 없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답을 기다립니다.

<문정현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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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제주행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 2분 만에 긴급 회항했다. 김포공항 이륙 도중 새가 빨려 들어갔고, 펑, 펑 소리와 함께 비행기 엔진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기엔 승객 188명이 타고 있었다. 새가 항공기와 충돌하는 ‘조류충돌’은 항공기 운항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국회에 제출된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발생한 조류충돌은 총 1459건에 달했다. 한 해 평균 260건, 매달 22번꼴이다. 엔진충돌, 조종석 전면 유리충돌 등 다수가 아찔한 상황이었다.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2009년 뉴욕 허드슨강의 항공기 비상착륙도 조류충돌이 원인이었다.

전국 3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이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연 뒤 제2공항 신설 강행 중단과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공신력 있는 검증 실시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신규 공항을 지으려면, 항공기와 조류 또는 야생동물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국토교통부 고시)을 준수해야 한다. 조류를 유인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공항에서 3㎞ 이내에는 양돈장, 과수원, 승마연습장, 경마장, 야외극장, 드라이브인 음식점, 식품가공 공장을 설치할 수 없다. 8㎞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 사냥금지구역,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없어야 한다. 공항으로부터 13㎞ 이내의 ‘공항 주변’은 조류충돌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활주로를 횡단할 우려가 있는 곳’에 조류 유인시설은 철저히 금지된다. 

2014년 영국 템스강 하류 신규 공항 건설에 대해, 영국 왕실조류학회는 강력한 ‘입지 부동의’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공항 위치가 철새 이동 경로상에 있어 조류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공항으로부터 13㎞ 이내 조류 이동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점, 사업자의 조류충돌 방지대책은 결국 철새를 쫓아버려 국제적 생태보호지역을 조류가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꿀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제주 최대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짓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 제주 제2 공항 예정지인 성산 입지는 어떨까.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성산-남원 등 4곳의 철새도래지는 모두 제2 공항 예정지 반경 3~5㎞에 위치한다.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은 10~11월 제2 공항 예정지 상공을 이동 경로로 해서 도착해 2~4월에 번식지로 북상한다. 봄과 가을엔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저어새, 큰고니, 노랑부리백로, 팔색조,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천연기념물도 발견된다. 광어 양식장, 양돈장과 과수원, 채소밭, 대형 횟집 등 각종 조류 유인시설이 즐비하다.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제주 제2 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 검토의견에서 조류충돌 위험성을 특히 강조했다. 즉 “많은 철새의 주요 월동지 및 중간기착지로서 생태 보전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공간”이기에 제2 공항 성산 입지는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도 “현 제주공항 개선으로 국토부가 제시한 장래 제주도 항공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제2 공항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제주 제2 공항 성산 입지는 사람도, 새도 죽이는 ‘킬링필드’가 될 것이다. 1.8㎏짜리 새가 시속 960㎞ 항공기와 충돌하면 64t의 충격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철새 보호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든, 0.1%의 조류충돌 가능성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애초 성산 일대는 공항으로 불가능한 곳이다. 재앙을 부를 제주 제2 공항 계획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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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재생에너지총회(KIREC)가 10월23~25일 서울에서 열렸지만 기대와 달리 무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2017년 멕시코에서 열린 이전 총회에서 한국이 차기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정부는 관련 산업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이번 총회는 소리소문 없이 시작하고 무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홈페이지는 한국어로 서비스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였던 걸까?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재생에너지가 우리 미래의 활력”이라는 진부한 슬로건만 제시했을 뿐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혁신 덕에 태양광 전기료가 10년 전에 비해 6%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자랑했다. 가격이 떨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표방하지만 어이없는 규제를 유지하여 에너지전환을 막고 있다.


그는 또 “한국은 석탄, 석유, 가스 같은 부존자원 없이 오로지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도대체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건가? 한국은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다섯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다.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의 기준을 특정 연도 배출량 기준이 아니라 배출전망치(BAU) 기준으로 제시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후변화를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하고 탄소세를 현행 2달러에서 75달러까지 올릴 것을 주창했다. 한국 산업부는 이 시나리오를 감당할 수 있나? 전 세계는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 상당수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어 해외 거래처와 계약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무역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 경제가 기후위기 탓에 받을 타격을 산업부는 내다보고 있는가? 재생에너지 전환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임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번 총회에서 보인 산업부의 행태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계재생에너지총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해를 넓히며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고민하는 현장이다. 하지만 서울 총회는 달랐다. 나는 이번 총회에 고위급 패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곳에서 10년 전부터 반복되는 논의를 듣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한 참석자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유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에 재생에너지는 허울 좋은 말잔치일 뿐이다. 석탄이 수익이 된다는 말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심지어 동남아에 수출까지 한다. 또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를 모두 다 사주는 전력 시스템을 유지하고, 산업부는 여전히 세금으로 석탄 발전 보조금을 챙겨주는 게 현장에서 보는 현실이다. 이 같은 산업부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기후위기는 소리 없는 위협이다. 산업부는 이 위협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구조가 탄소제로체제로 재편되고 있지만, 산업부는 아무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물이 끓어 죽게 될 처지를 모르고 냄비 속에 앉아 있는 개구리처럼.


<이현숙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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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3000억원! 환경부가 2020년 미세먼지 관련 예산으로 편성한 액수다. 올해보다 35%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미세먼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에 동의한다. 오히려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과 불편을 생각하면 더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예산의 세부내역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조5300억원을 전기차 구입 지원,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에 배정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차인 전기차를 보급하고 노후된 경유차의 폐차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기차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고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자동차로부터 발생되는 미세먼지의 약 90%는 비배기가스가 발생원이다. 자동차 미세먼지는 배기통이 아닌 타이어, 브레이크, 도로포장, 도로재비산먼지가 원인이다. 연구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결과는 유사하다. 연구뿐 아니라 유럽환경청(EEA), 미국환경부(US EPA),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등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독일환경청에서는 향후 자동차 미세먼지 중 비배기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을 93%까지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처리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그래도 전기차가 디젤차보다 최소한 10%는 미세먼지를 더 적게 발생시키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무게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차는 같은 브랜드의 차종 중 가솔린차 대비 300㎏ 정도 더 무겁다. 중량이 더 무거우니 타이어, 브레이크 등에 더 큰 부하를 줘서 배기가스 저감량을 상쇄하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왜 미세먼지의 구세주가 되었을까? 그리고 경유차는 왜 낙인찍혔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짐작하건대, 미세먼지 측정방식 때문이다. 환경부가 인용하는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는 배기가스만을 대상으로 측정한다. 배기가스만을 대상으로 했으니 내연기관차는 높게 나오고 전기차는 없는 것이다. 한때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 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과 판박이다.

원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책 또한 유럽이나 미국의 그것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교통부문의 공기질 정책에서는 자동차를 줄이고 녹색수단을 장려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말이다. 올해 영국 정부에서는 향후 20년간 약 25조원을 자전거 활성화에 투입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 대책의 이름은 다름 아닌 ‘맑은 공기전략’이다. 대책에 전기차는 없다. 문제는 같은데 방법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맑은 공기를 위해 외국에서는 자동차를 줄이자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앞장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비용까지 지원하겠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국제기구들이 자전거 활성화에 거액을 투자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주무부처 자전거 예산은 10억원이 안된다. 전기차 지원예산의 0.07%이다. 미세먼지 정책의 심각한 오류이며, 방치를 넘어 고의적 폐기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산업적 측면에서 전기차가 대책으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전기차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교통부문 미세먼지를 감축하고자 한다면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도록 정책과 예산을 집중하는게 맞다. 그것이 곧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책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며, 지속 가능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재영 |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교통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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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나누어 물을 관리해 왔으나 분산된 관리체계로 인한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이 지적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한편 물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류지역의 개발제한과 하류지역의 수질오염 문제로 인해 지역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얽혀 있으며, 여러 이해당사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정부 혼자서 물과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국가물관리위원회와 4개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통합 물관리를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물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위원회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4대강 보 처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지혜를 모아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보 존치와 개방의 효과가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채 주민, 환경단체, 정치권의 의견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역물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역 대표들도 주민 및 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공공재인 유역의 물을 가장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충실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물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해야 할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충실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 관련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둘째, 물관리위원회는 물 분쟁 조정 결과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이해당사자들이 물관리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 분쟁 조정에 갈등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관련된 전문가 집단도 반드시 조정 과정에 참여해 객관적인 자료 검토에 근거한 합리적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전문적 판단에 근거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셋째, 유역 내의 물 정책과 현안은 우선적으로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각각의 유역은 고유의 환경 특성에 따라 물 현안이 다양하고 상이하다. 유역 물 정책과 현안에 대한 논의는 유역 구성원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역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역 내 논의를 통해서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심화된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합 물 관리기구에 거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복잡하게 얽힌 물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위원회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물 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면, 물 분야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로서 국가 물 관리 선진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윤성택 |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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