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환경과 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717건

  1. 2019.10.21 [기고]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의 선결 과제
  2. 2019.10.07 [사설]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국제 공론화 필요하다
  3. 2019.09.30 [양승훈의 공론공작소]기후변화 대응과 ‘21세기형 친환경 조선국가’
  4. 2019.09.26 [사설]‘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16세 툰베리의 ‘기후대응’ 호소
  5. 2019.09.25 [김호기 칼럼]기후위기의 생태학적 계몽
  6. 2019.09.24 [박래군 칼럼]‘기후악당국가’ 대한민국
  7. 2019.09.24 [기고]설악산은 케이블카로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8. 2019.09.24 [여적]빙하 장례식
  9. 2019.09.23 [이문재의 시의 마음]그레타 툰베리와 ‘대마 심기’
  10. 2019.09.19 [사설]지금 기후위기 행동 못하면 재앙 피하기 어렵다
  11. 2019.09.17 [기고]기후변화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옳다, 이제 귀 기울일 때
  12. 2019.09.17 [사설]환경부 마침내 케이블카 부동의, 사필귀정이다
  13. 2019.09.11 [정동길에서]올 추석엔 ‘기후위기’를 얘기하자
  14. 2019.09.02 [NGO 발언대]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15. 2019.08.28 [기고]내가 ‘에너지 농사’를 짓는 이유
  16. 2019.08.27 [직설]쓰레기의 시간
  17. 2019.08.21 [사설]전문가들 ‘부동의’ 결론, 설악산 케이블카 중단해야
  18. 2019.08.16 [기고]한전 적자 원인은 탈원전 탓이 아니다
  19. 2019.07.29 [NGO 발언대]설악산 케이블카 ‘불법과 거짓’
  20. 2019.07.25 [경향의 눈]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나누어 물을 관리해 왔으나 분산된 관리체계로 인한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이 지적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한편 물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류지역의 개발제한과 하류지역의 수질오염 문제로 인해 지역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얽혀 있으며, 여러 이해당사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정부 혼자서 물과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국가물관리위원회와 4개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통합 물관리를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물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 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위원회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4대강 보 처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지혜를 모아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보 존치와 개방의 효과가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채 주민, 환경단체, 정치권의 의견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역물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역 대표들도 주민 및 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공공재인 유역의 물을 가장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를 충실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물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해야 할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충실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 관련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둘째, 물관리위원회는 물 분쟁 조정 결과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이해당사자들이 물관리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 분쟁 조정에 갈등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관련된 전문가 집단도 반드시 조정 과정에 참여해 객관적인 자료 검토에 근거한 합리적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전문적 판단에 근거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셋째, 유역 내의 물 정책과 현안은 우선적으로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각각의 유역은 고유의 환경 특성에 따라 물 현안이 다양하고 상이하다. 유역 물 정책과 현안에 대한 논의는 유역 구성원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역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역 내 논의를 통해서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심화된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합 물 관리기구에 거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복잡하게 얽힌 물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위원회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물 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면, 물 분야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로서 국가 물 관리 선진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윤성택 |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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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국제기구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7~11일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리는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가 무대이다. 이 총회는 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에 관한 당사국의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정부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공조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위험을 회원국들에 알리고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원전 오염수 처리에 나서도록 하려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하루 150t의 오염수가 배출된다. 그런데 저장탱크에 보관 가능한 오염수는 2022년이면 용량을 초과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지하 매립, 수증기 방류, 전기분해 후 수소배출, 해양 방류 가운데 해양 방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오염수를 세슘 흡착과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정화하고, 이를 통해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농도를 희석시켜 해양 방류를 하겠다는 것이다. 돈이 덜 들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전력 내부 문서를 보면 정화처리를 거쳤다고 하는 오염수에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삼중수소는 무해하다’는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이를 장기간 섭취하면 인체에 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는 특히 한국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도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오염수가 있으며, 이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아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이 ‘잘 컨트롤되고 있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한국 등 인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류를 타고 대양을 흐르면서 전 세계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공론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본이 성의 있는 자세로 해결에 나서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 스스로 후쿠시마 원전 환경실태를 공개하고, 피해방지에 적극 나서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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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맞서는 환경파업 집회가 서울에서 21일,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27일 열렸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뉴욕에서 23일 열린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연사로 나와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세계의 청소년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면서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저탄소 경제로 조기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내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민관협력회의인 P4G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푸른 하늘의 날’도 제안했다. 2022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임도 전했다.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1도가량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급증이 주원인이다. 기온 상승은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어떤 지역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극지방은 4도나 상승했다. 해빙은 1979년 이후 연 13%씩 감소하고 있다. 해빙의 감소가 북극항로를 열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이런 현상이 무서운 것은 예측할 수 있는 ‘기후변동’을 넘어선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기여는 95%에 달한다. 현재 기온을 유지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한다. IPCC가 제안하는 것은 2100년까지 1.5도만 높아지는 수준에서 기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로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인위적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는 ‘넷 제로’를 이뤄야 한다고 한다. 

기후과학자들의 예측에 대응하는 정부와 산업계의 전략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기술전망(ETP)을 통해 알 수 있다. 평균기온 상승을 최소 2도, 가능하다면 1.75도까지 억제하는 게 합의 수준이다. 2도로 억제하려면 2060년까지 에너지 총수요를 현재보다 7% 증가에서 억제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에너지 중 74%까지 높여야 하며, 연비도 높여야 하고, 탄소포집 기술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역량을 모두 모아 대응해야 할 만큼 큰 과제라는 뜻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나, 기후변화를 믿지 않고 규제를 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등 세계적인 장애요인을 집어내면서 한국은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좀 더 전향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가져감으로써 산업 차원에서도 큰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선업의 경우 기후변화 의제에서 한국이 선도적이고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조선업 세계 1위 국가이다. 새로 만드는 배 중 3분의 1이 한국의 조선소에서 나온다. 해운은 장거리일수록 저렴하고 대량운송이 가능해, 세계 운송의 다수를 차지한다. 장거리 대량운송에서 선박을 대체할 수단은 없다. 또한 선박은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해상 공해 물질의 40%가 선박에서 나온다. 선박연료는 경유와 중유 혼합물이기에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국내 조선업계의 대응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안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탈황설비 장착, 저유황연료 사용 등 방어적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발전기 연료를 고체산화물연료전지로 교체하는 기본설계를 선급에서 승인받았지만 주연료로 보면 연료전지는커녕 소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에 LNG 연료추진선을 적용하는 수준이다.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만들 파급효과를 검토하면 기후변화협약은 조선업에도 광범위한 혁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연료전지 회사들과 조선업계가 긴밀한 결속을 맺고, 관련 소재와 부품 중소기업 참여를 독려하게끔 인센티브를 주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좋은 정책 방향이다. 연비 개선에도 힘이 부치는 중국 조선업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선박 관련 설계와 고부가가치 장비 기술이 좋은 노르웨이는 100% 전기추진 크루즈 선박 ‘암페어’의 개발을 완료했지만, 아직 대형화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규모로 연구·개발 인력을 뽑고 있는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를 정책이 힘을 주어 견인할 때다.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21세기형 친환경 조선국가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다.

해양수산부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 확보 지원 사업에 85억원, 노후 예인선 LNG 연료 추진 전환 사업에 2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연 5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산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예산치고는 초라하다. 한국은 GDP의 30%를 제조업이 만들어내는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이다. 한국의 ‘푸른 하늘’은 화석연료 발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제조업 공정과 공장에서 나온 제품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완전해진다. 툰베리는 영국 플리머스부터 뉴욕까지 갈 때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운송수단을 찾다가 무동력 요트를 9일간 탔다. 세계의 선박을 책임지는 한국의 조선소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배를 만들어 툰베리에게 선물로 주면 어떨까.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전환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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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분노의 연설로 기성세대를 질타했다. 세계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연단에 오른 툰베리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당장 기후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툰베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는 장기적으로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낮출 확률을 50%로 설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나머지 50%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당신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우리 세대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6세 툰베리는 북받치는 감정을 때론 감추지 않은 채 절박한 어조로 4분간의 연설을 이어갔다. “당신들이 정말로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악마나 다름없습니다.” 

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왼쪽)를 비롯한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프랑스·독일 등 5개국 정부를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세계기상기구는 ‘2015~2019 전 지구 기후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 추세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성년이 된 시기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툰베리의 말대로 인류는 이미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지 모른다. 자연은 매년 폭염과 홍수, 태풍과 한파의 형태로 ‘반격’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행동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긴급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한국의 기후변화 속도와 온실가스 증가 폭은 세계 평균보다 가파르다. 한국의 최근 5년 평균기온은 이전 5년보다 0.3도 상승해 지구 평균(0.2도 상승)을 앞질렀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도 전 지구 평균(2.3PPM)보다 높은 2.4PPM이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기후악당’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호주 출신의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온실가스의 과다배출을 속도제한이 있는 분주한 쇼핑거리에서 자동차를 전속력으로 모는 것에 비유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시늉에 그친다면 그 차에 우리 아이들이 치이고 만다. 툰베리는 “지금 당장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으라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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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은 오랜 관심사의 하나였다. 사회학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그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생태학은 인간과 자연,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모색한다.

생태학 저작들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은 미국 산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알도 레오폴드가 쓴 <모래 군(郡)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1949)다. 이 책 제2부에는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에세이가 나온다. 레오폴드가 산림감독관으로 일했을 때 겪었던 늑대 사냥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즉각 (늑대) 무리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 총이 비었을 때 늙은 늑대는 쓰러졌고, 새끼 한 마리는 빠져나갈 수 없는 돌무더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다리를 끌고 있었다. 늙은 늑대에게 다가간 우리는 때마침 그의 눈에서 꺼져가는 맹렬한 초록빛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눈 속에서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오직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멸하는 초록빛 불꽃을 통해 레오폴드가 발견한 것은 인간이 아닌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었다. 레오폴드는 인간을 넘어선 생태계 전체의 관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말로 은유한다. 늑대와 가문비나무는 물론 거센 강물과 침묵하는 산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다. 레오폴드의 이 선구적 통찰은 환경운동가 존 시드와 심층생태학자 아르네 네스 등이 참여한 저작 <산처럼 생각하기>(1988)의 생태학적 계몽으로 부활한다.

생태학적 계몽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 및 사고의 근본적 변화를 요청한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자연을 인간의 욕구충족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한, 생태위기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권을 이루는 동등한 존재라는 생태학적 계몽에 입각하여 생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 앞에 우리 인류는 위태롭게 서 있다. 이 계몽과 극복은 모든 이념을 아우르는 인식틀이자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폭염·태풍·홍수·한파 등 너무도 분명하다. 생물다양성 감소, 해수면 상승, 미세먼지 악화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란 말로 대체되고 있다. 기후가 처한 현실의 긴박함과 비상상태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기후위기 계몽에는 청소년들의 역할이 크다. 특히 열여섯 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이 눈부셨다. 툰베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등교 거부 운동을 주도했고, 지난 8월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보름 동안 대서양을 횡단해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해 힘을 더했다. 23일 열린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 앞에서 “당신 지도자들은 우리 모두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기후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1일 330개 단체로 이뤄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서울 대학로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속 가능한 저탄소 경제로의 조기 전환을 위한 방안 모색,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의 2배 증액,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의 2020년 서울 개최를 약속했다. 더해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

2009년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위험의 실체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기후변화의 예방 및 대응책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변화는 위기로 바뀌고, 그 위기는 다시 대재난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는 결국 정치적 결단과 행동을 요구한다. 기후행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재적 과제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생명의 지구를 물려줘야 할 엄중한 책임이 우리에겐 존재한다.

<모래 군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로 돌아가면, 레오폴드는 말한다. “오직 산만이 늑대의 울부짖음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 왔다.” 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그 주인은 인간과 늑대와 산을 모두 자신의 식구들로 넉넉히 품어 안은 지구 그 자체이자 전체다. 이 아름다운 생명의 지구를 생각하고 또 행동할 수 있는 한 주가 되길 소망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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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라는 용어는 기후변화로, 기후변화는 다시 기후위기로 바뀌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남태평양의 키리바시국과 인도양의 몰디브 같은 섬나라들은 바닷물에 가라앉게 되자 인근 섬을 매입했다. 몇 년 안에 전 국민을 집단 이주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홍수가 빈발하고, 대규모 산불이 곳곳에서 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북극곰이 사라진다고 해도, 폭염의 여름을 견디면서도 기후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을 때 잠시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다가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잊는다. 기성세대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아무래도 둔감하다.

그러다 지난 3월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지난 3월15일 세계 105개국, 1650곳에서 청소년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 광화문에서 청소년들이 학교를 결석하고 시위에 나섰다. 그들은 ‘멸종위기종 전시’라고 써 붙인 팻말 뒤에 나란히 섰다. 자신들이 곧 멸종위기에 몰린 종이라는 것이었다. 수십년 내에 닥칠 기후재앙으로 자신들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었는데 기성세대들은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다시 오는 9월27일 세계의 청소년들과 연대하는 기후 파업을 벌인다. 학교를 가지 않고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비상행동에 나선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의 주창자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2003년생이다. 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다. “저는 어른들이 우리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의 이 시위는 급격하게 세계로 번져갔다. 이 시위가 준 영향으로 유엔은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열기 전 지난 21일 ‘청년 기후정상회의’를 열었다. 여기에는 툰베리를 비롯한 세계에서 온 수백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고, 우리나라도 4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 칼럼을 쓰는 시간 유엔에서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다. 그 회의가 어떤 합의를 이룰지는 아직 모른다. 과연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각국 대표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할까? 특히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어떤 약속을 내놓을까?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청소년들은 2030년에 주목한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1.5도 높아지는 정도에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해에 2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0.5가 무슨 대수냐고 하지만 1.5도는 지구가 유지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 마지노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탄소 배출 제로를 실행해도 늦는다. 그만큼 지구의 기후위기는 심각한 상황인데 우리는 너무 느긋하다.

기후위기는 단지 더운 여름과 홍수와 산불, 빙하가 녹아내리는 일로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겪어온 어떤 인권침해보다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40만명 이상이 죽었고,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분쟁의 배후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과 사막화가 크게 작용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생명권-건강권-생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분쟁과 폭력이 증가하면서 약자들에게 심각한 기후 차별을 부여하고, 이는 곧 법치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인권전문가인 조효제 교수는 역설한다.

기후위기는 곧 인류 문명 자체를 파괴할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백세 시대가 아니라 당장 10년 뒤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후세대가 살 수 없다면 인류의 멸종이 아닌가. 이런 위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위기다.

기후위기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산업혁명 이후 주로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급격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었고,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앞으로 1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기준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각 나라의 계획을 만드는 중요한 회의다. 세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한다면 이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세계 탄소 배출량 7위를 기록하는 고탄소배출국가, 그래서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되기도 한 나라치고는 목표도 너무 느슨하고, 그 목표조차 이루기 위한 정책 수단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이한 정부와 달리 시민사회는 9월21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섰다. 태풍이 몰려오는 중에도 시민들은 모였고, 이번주 결석투쟁에 청소년들이 모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불타는 지구’의 온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18%가 육식 때문이라고 하니 이 기회에 육식을 줄이는 것,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것,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등등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다.

그렇지만 개인들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줄일 수 없다. 탄소 배출 제로를 과감하게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를 실천에 옮기도록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자. 내년 총선 주요 공약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도록 정당들을 압박하자. 기후악당국가였던 호주와 네덜란드도 2030년 탄소 배출 제로화를 선언했다. 지금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 당장 하지 않으면 우리는 청소년들을 멸종위기종으로 만드는 공범자가 된다. 청소년들은 말한다. “우리 미래를 가지고 도박하지 말라”고.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4·16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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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결과, 최종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40여년 가까이 사회적 갈등을 빚어온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에 드디어 그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자연·생태계와 수려한 경관을 대표하는 민족의 영산 중 하나이다. 그 특별함에 걸맞게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녹색목록(Green list)에 등재돼 있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보호지역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검색창에 ‘설악산’을 입력하면 그 연관 검색어에 ‘케이블카’가 먼저 나타난다. 설악의 이름이 케이블카에 덮여 설악 비경의 진수라 일컫는 울산바위, 공룡능선, 토왕성폭포 등이 가려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케이블카 관광지는 스위스 알프스이다. 남한 면적의 절반도 안되는 나라에 약 2500개나 되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융프라우, 루체른 등 세계적인 케이블카 관광지가 즐비하고, 해마다 3200만명이 방문한다니 언뜻 들으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스위스도 자연·생태계의 가치가 뛰어난 스위스국립공원(Swiss National Park)에는 케이블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즉, 스위스 사람들도 자연·생태계를 온전히 지켜야 할 곳은 확실히 지키면서 그 밖의 지역에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31개 국립공원 중 12개 공원에 24개의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 케이블카의 대부분이 1970년 이전에 설치된 것이고 최근 들어서는 새롭게 설치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가 흐르면서 국립공원을 관광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세대를 위해 물려줘야 할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지속 가능한 이용의 대상으로 인식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지난 4월 산악전문 잡지인 ‘월간 산’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 결과, 산 방문목적은 등산(48%)보다 트레킹(51%)이 더 많았다. 국립공원공단이 실시한 2017년 ‘국립공원 여가휴양 실태조사’ 결과 주된 동반 유형은 가족(40.1%), 친구·동료·연인(33%), 등산·산악회(14%) 순으로 나타난다. 방문동기도 ‘휴양·휴식·치유’ 목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가 종전의 ‘단체·관광 중심’에서 ‘가족·힐링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대신하여 지역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지원 사업은 국립공원을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를 바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원도의 뛰어난 자연·생태계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개발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달콤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쓴물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소모적인 갈등과 날선 공방은 거두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세계 최초로 알프스를 오른 등산가 앨버트 머머리는 설악산 케이블카 갈등을 일단락 지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을 남겼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이다.” 설악산은 정상을 정복해야만 아름다운 산이 아니다. 산 정상만을 향했던 우리의 시선을 산 아래로 내려놓으면 어떨까? 설악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에게 위안과 힐링의 손을 내밀고 있었다.

<조우 |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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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46억년 전쯤 태어났다. 10억년이 지나 비로소 원시 생명이 탄생했다. 언제부터인가 빙하시대가 도래했다. 처음에는 수억년을 주기로 빙하기가 찾아왔다. 200만년 전부터는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짧아졌다. 빙하기에는 육지 면적의 3분의 1이 얼음으로 덮였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지혜로운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빙하기를 견디고 간빙기에 들어서면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북극의 빙산과 남극의 만년설 등 대륙빙하는 빙하시대의 표상이다. 오늘날 빙하 면적은 약 1억5000만㎢로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한다. 남극과 북극의 대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알프스나 알래스카의 높은 산지의 만년설도 빙하다. 이들 산악빙하는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곡빙하, 산기슭을 덮는 산록빙하로 나뉜다. 빙하는 지구 담수의 75%를 품고 있다. 지구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약 60m 상승한다.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의 방스 지역에서 환경운동가들이 피졸 빙하의 ‘사망’을 추모하는 장례식을 열고 있다. 방스 AP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빙산이 녹아내리거나 사라지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셰브네카이세산의 남봉은 산꼭대기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최고봉’의 자리를 이 산의 북쪽 봉우리에 내주었다. 남봉 높이는 50년 전만 해도 2105m였으나 최근 2095.6m로 주저앉아 흙산인 북봉(2096.8m)보다 1.2m 낮아졌다. 앞서 2014년에는 아이슬란드의 오크산 정상을 덮은 ‘오크예퀴들’ 빙하가 소멸 판정을 받았다. 16㎢에 달했던 거대한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린 것이다.  

지난 22일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피졸산(2700m) 정상 아래에서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2006년 이후 빙산의 80~90%가 녹아내려 ‘사망 선고’를 받은 피졸 빙하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날 검은 옷 차림의 참석자들은 추모사 낭독, 헌화 등으로 사라져가는 빙하를 애도했다. 기후변화로 매년 2520억t의 빙하가 소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까지 알프스 빙하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빙하기’를 견디며 살아남은 ‘지혜로운’ 인간들의 탐욕이 도리어 자신들을 옥죄고 있다. 당장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인간도 곧 공룡이나 시조새처럼 소멸될지 모른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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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넘어 이제는 기후재앙 단계라고 열을 올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퍼스트 리폼드>라는 영화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제목부터 생소하다고 했더니 친구가 줄거리를 일러줬다. 미국의 젊은 환경운동가 부부가 2세 출산을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임신한 아내는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만 심각한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는 행동주의자 남편은 아이를 낳지 말자고 한다. 아내는 평소 존경하는 목사를 찾아가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한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인터넷에서 영화를 찾아보았다. 결국 남편은 자살하고, 남편을 잃은 아내를 도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목사는 서서히 변화한다. 목사는 교회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기업과 결탁하는 것을 목격하고 환경운동가 남편이 생전에 만들다 그만둔 폭탄조끼를 완성한다.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았다. 

친구는 내게 <퍼스트 리폼드>를 추천하면서 “그러다가 우울증에 걸린다. 조심해라”라고 덧붙였다. 흰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묵시록적 사건’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연일 알려지면서 기후위기가 우리 내면으로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뜨거워지는 지구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쉽지 않다. 6차 대멸종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외면한다. 여의도와 청와대를 바로잡는 게 더 시급하다며, 먹고사는 문제가 더 절박하다며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웃은 물론 기업과 국가 또한 기후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올리지 않는다. 이런 사태가 쌓이고 쌓여 내면을 위축시킨다.

기후로 인한 무기력증은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하게 하고 청년들에게 미래의 꿈이 뭐냐고 묻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먼저 산 사람으로서 자녀세대에게 ‘온전한 천지자연’을 물려줄 수 없게 됐다는 자책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우울증의 문턱에서 서성거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을 향해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동참했다. (이런 표현을 쓰기가 민망하지만) 지식인(교수) 사회가 이른바 ‘조국사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와중에 지구 차원의 이슈를 제기한 동료 교수들이 남달라 보였다.

기후행동 성명서에 서명하기 이전부터 내 무기력증을 달래준 또 다른 ‘희망의 증거’가 있다. 기성세대, 특히 정치인들을 향해 ‘우리의 미래를 돌려달라’며 등교를 거부해온 스웨덴의 여고생 그레타 툰베리다. 툰베리의 외로운 싸움은 한 해가 지난 지금 전 세계 청소년과 시민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21일부터 일주일간 펼쳐지는 국제기후파업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비롯, 전 세계 청년 400만명이 ‘우리 집(지구)이 불타고 있다’며 기후 재앙에 적극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주말 국내에서도 서울을 비롯해 경기 수원, 충남 천안, 대구, 경남 창원 등지에서 학생과 시민이 모여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오는 27일에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청소년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며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전개되는 미래세대와 시민사회의 연대 소식과 더불어 며칠 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놀랄 만한 방법’을 접하고 무기력증에서 한 걸음 또 벗어났다. 놀랍게도 대마(大麻)를 심으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마약의 대명사로 알려진 금기 식물이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녹색평론’ 이번 호(9-10월호)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식림(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3분의 2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수치가 굉장히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일반 나무는 성장 속도가 더디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저술가인 엘렌 브라운은 ‘중독성 없는 대마’가 좋은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100일 만에 4m까지 자라는 대마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마는 장점이 많다. 일반 나무와 달리 농경지에서도 키울 수 있고, 다른 작물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대마는 연료로 쓰일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직물, 제지용 펄프, 건설자재 등 많은 부문에서 석유화학 물질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유익한 식물이 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일까. 1930년대 미국에서 대마가 불법화된 것은 목재, 목화, 석유화학, 제약, 신문 산업 등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마를 추방했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대마의 유익한 측면은 결코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며, 새로운 뉴스가 있다면 미국에서 대마 재배가 최근 합법화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녹색평론’ 9-10월호 101~107쪽).

툰베리로 대표되는 ‘행동하는 미래세대’와 함께 ‘중독성 없는 대마 심기’가 지구 전체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대마 재배가 미래세대에게 미래를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싼 방법’ 중의 하나라니! 우리가 정신 차리고 살펴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소환해야 할 ‘오래된 미래’가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친구여, 나는 기후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테니 염려 마시라.

<이문재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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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에서 소집한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가 23일 열린다. 리우(1992)-교토(1997)-코펜하겐(2009)-파리(2015)-인천(2018)에서 변곡점을 찍어온 세계기후회의 공식 명칭에 변화(Change)가 아닌 행동(Action)이 처음 새겨졌다. 뉴욕에서 ‘청년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예정된 21일 서울 대학로에선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된다. 뜻이 모호하고 밋밋한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로 경종을 높인 것이다. 지구촌의 기후행동은 한 달 전부터 달궈졌다.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지난달 13일 뉴욕까지 보름간의 대서양 항해에 나섰다. 닷새 후 아이슬란드에선 700년간 오크화산 분화구를 덮고 있다 사라진 첫 빙하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지난해 8월 스웨덴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진 청소년들의 ‘금요일 기후파업(결석시위)’은 20일 정점을 찍고, 27일 한국에서도 열린다. “기후야 바뀌지 마. 내가 변할게.” 가을 기후행동에 곧잘 등장하는 다짐이다.

기후행동으로의 격상은 예견된 바다. ‘더워지는 지구’가 기록적인 폭염·홍수·태풍·한파·산불을 만들고 있다. 27년 전 리우협약이 경고했고, 2015년 파리협약은 산업혁명 이후의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도로 막지 못하면 파국이 온다고 온실가스 감축을 국제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 숫자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1.5도로 더 낮췄다. 1만2000년간 일정했던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후 100년간 1도 올라 이제 0.5도 남았다는 것이다. 오늘같이 세계가 온실가스를 뿜으면 2031년에 닥칠 일이다. 하지만 2030년까지 세워진 이정표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빅2(미국·중국)의 역주행 속에 빨간불이 켜졌고,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회의에 참석하는 한국도 목표치를 지키지 못하며 탄소배출 세계 6위인 ‘기후악당’으로 분류돼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사람들은 몸으로 알고 있다. 눈앞의 사탕처럼 이산화탄소를 당겨 쓰면 미래세대의 고통과 재앙이 커질 뿐이다. 기후행동이 시급하고 울림이 커져가는 이유다. 정부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후위기를 공인하고, 떨어진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고, 프랑스나 독일처럼 긴 ‘탄소 제로’ 로드맵도 그릴 때가 됐다. 예외 없이 더 늦기 전에 열 받은 지구를 무서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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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기오염은 여러 도시에서 시민들의 목을 조이고 있으며 폭염은 극심해지고 자연재해도 빈번합니다. 100만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후행동에 당장 나서야 할 이유는 이미 명백해졌습니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고르게 미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세대입니다.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끔찍한 사태는 점점 더 늘 것이고 이런 세상에서 살아야 할 이들이 바로 젊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장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최전선에 청년들이 서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날 세계 인구 중 15~24세에 속하는 사람은 12억명입니다. 그저 숫자가 많으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젊은 층은 역사상 최고로 상호연결된 세대입니다.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들에게 주목합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소집합니다. 제가 구테흐스 총장과 협력하여 9월21일 뉴욕에서 사상 최초의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맞서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싸워 온 젊은 활동가, 혁신가, 기업가, 변화의 주창자들이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일정에 함께 참여합니다. 전 세계에서 18~29세 사이의 청년 7000명 이상이 이 회의 참석을 신청했고, 500여명이 실제 참석합니다. 

기후변화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쳐 폭염 및 대기오염 악화와 같은 사태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두 명의 청년 지도자가 뉴욕의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자로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나의 미래, 우리의 지구’ 캠페인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Youth #ClimateAction Summit’ 문구가 포함된 동영상을 올리고, 기후변화에 맞서 어떤 행동으로 싸워왔는지 표현하며,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노력은 정상회의 개최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각 개인, 기업 경영자, 국가 정상 등은 이러한 청년 지도자들의 활동으로부터 영감을 끌어내야 합니다. 각국 지도자들은 자기네 젊은이들이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토해내는 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기업들은 폭넓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려는 젊은 기업가들의 노력에 동참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구성원 모두는 액트나우(ActNow) 웹사이트를 통해 환경에 덜 해로운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국가 지도자, 기업가, 공동체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꾸준히 촉구할 것을 요청합니다. 결코 패배해서는 안되는 이 생존의 경주에서 우리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바로 그러한 노력입니다.

<루이스 알폰소 데 알바 | 유엔 사무총장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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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백지화됐다. 정부가 케이블카 설치에 최종 ‘부동의’ 의견을 밝히며 사업 승인 이후 4년여를 끌어온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늦었지만 원칙을 지킨 올바른 결정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원주청)은 16일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업 시행 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원주청이 검토한 환경영향평가서는 강원 양양군이 2016년 11월 제출한 평가서에 국립공원위원회와 국회 지적사항 등을 반영, 2년6개월간 보완작업을 거쳐 지난 5월 제출한 것이다. 원주청은 멸종위기종 보호대책과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대책 등이 충분치 않아 설악산의 동식물과 지형 등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 ‘부동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정치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법과 기준에 따라 결정되도록 보장하고 정치적 개입과 외압 없이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권도현 기자

설악산 케이블카는 양양군이 2011년 설치 계획을 마련한 이후 오랜 기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부결됐다가,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마디로 2015년 7가지 조건을 전제로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허가받았다. 부대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했고, 해당 지역이 5개 보호구역(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인 만큼 엄격한 평가를 거쳐야 했지만, 단계마다 억지논리와 엉터리 보고서까지 동원되며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노선도. 환경부 제공

충분한 보완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국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만큼 부동의 결정은 당연하다. 이번 결정은 향후 개발과 환경이 충돌할 때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친환경’은 타협할 수 없는 세계 공통의 가치이며, 무조건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오랜 기간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사업을 추진한 지역사회에도 장기적으로는 개발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낙심한 주민들을 위로하고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 경제활성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미래지향적 가치와 원칙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한 단계 높은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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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함께 ‘조국 대전’이 끝났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이었다. 아니다. 첫 라운드일 뿐이다. 가을국회, 국정감사, 아니 내년 총선까지 제2, 제3의 ‘조국 라운드’는 이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조국에 매달려 있을 때, 유럽은 기후위기를 토론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달 태양광 요트에 몸을 맡긴 채 대서양을 건넜다. 툰베리가 2주에 걸쳐 항해한 거리는 스웨덴에서 미국 뉴욕까지 4800㎞나 됐다. 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는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요트로 대서양을 건넌 이유다. 

16세 소녀 툰베리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했다. 등교 거부를 통해 기후위기를 경고한 것이다. 그의 투쟁이 알려지면서 툰베리는 단번에 기후운동의 아이콘이 됐다. 그의 영향으로 유럽에서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The Future)’이라는 기치 아래 매주 청소년 기후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벨기에, 영국, 프랑스의 십대가 주축이다. 지난여름 폭염이 휩쓴 유럽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느 전임자보다 기후문제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 바티칸을 찾은 툰베리에게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하며 연대를 표했다. 지난달 28일 요트를 타고 뉴욕에 도착한 툰베리는 오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한다. 

‘조국 사태’에 묻혔지만 국내에서도 기후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등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아직 수는 많지 않지만 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150개 환경·시민단체는 지난 4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했다. 이는 시민단체 차원의 첫 전국 단위 연대기구로, 곧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지난주 창립 10주년 토론회를 열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의 전략을 논의했다.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기후문제를 핵심 의제로 내건 녹색당은 이달 내내 대규모 ‘기후위기’ 캠페인에 들어간다. 지난 9일 국내 학계의 지식인·연구자 664명은 ‘기후 위기’를 선포하고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후·환경단체들에 23일 열리는 뉴욕 기후행동 정상회담은 기후재난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환경단체들은 정상회담을 전후한 20~27일을 ‘글로벌 기후파업’ 주간으로 설정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집중행동에 돌입한다. 이에 맞춰 새로 출범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21일을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날’로 선포했다. 이들은 정당·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이날 정부와 기업에 온실가스 규제 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그럼에도 정부나 기업의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3년 전 호주의 데어빈에서 처음으로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난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가 비상상태에 가세했다. 현재는 18개 국가, 960여개 지방정부로 확산됐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정부나 도시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특별조치, 예컨대 차량통행 금지 등을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앙정부는 물론 어떤 지자체도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영국 ‘기후행동추적(CAT)’은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한 한국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를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했다. 한국은 국가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극 빙하의 감소와 해수면 상승은 이제 과학 상식이 됐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은 개간과 산불로 훼손되고 있다. 2105m의 스웨덴 최고봉 셰브네카이세산 남봉은 빙하가 녹으면서 최근 최고 자리를 북봉(2097m)에 내주었다. 빙산인 남봉은 지구온난화로 정상이 매년 1m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기후과학자들은 기후위기가 곧 인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6차 대멸종’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작게는 개인으로부터, 크게는 자본주의 문명에 이르기까지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지구 생태계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 이성으로 깨닫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감성으로 느끼고 실천해야 한다. 기후행동이 미래세대의 몫일 수 없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과 함께 지구환경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기차를 사용하고 해외여행을 자제하자. 채식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침묵하는 정부와 기업을 압박해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기후위기 특별법을 제정토록 해야 한다. 이번 추석에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자. 그리고 ‘기후위기 비상행동’ 대열에 동참하자.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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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청소년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나선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어른들의 무사안일한 태도’에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철저히 자신의 일로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16세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는 전 세계 40여개 나라 청소년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영국 환경단체 ‘멸종저항’은 의회 광장과 도로, 공항과 방송사를 대규모 인원으로 점거하고 기후위기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상황이 암울하니,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건 정신 차리고, 변화하는 일뿐이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4월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레타 툰베리 페이스북 캡처

기후위기는 폭염, 한파, 태풍, 산불과 같은 자연재난을 일으키고 식량 부족과 대규모 난민을 만든다. 대기오염이 가중되고 전염병이 만연한다. 기후변화 취약성지수(1997~2016)를 보면 온두라스, 아이티, 미얀마,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등 저개발 가난한 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올해 6월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란드에서 하루 만에 20억t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개썰매는 물 위를 달렸다. 불행하게도, 기후위기는 기후책임이 덜한 도시와 국가, 자연생태계를 가장 먼저 위협한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 낙후된 마을과 도시, 변방의 저개발 국가, 자라나는 아이들, 길 위의 노동자, 밭일하는 농부, 열대 산호 군락지와 녹아내리는 극지 생태계에 더 가혹하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이상기온, 올여름 폭염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지난 8월14일 기상청은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낮 최고기온 35도에 육박한다는 예보였다. 녹색연합 ‘2019 폭염 시민모니터링’에 따르면, 35도라는 기상청 발표와 달리, 길 위의 건설노동자와 택배노동자의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었다. 고용노동부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보면 폭염 시 무더위 시간대 옥외 작업에 대하여 경계단계인 35도에서 중지를 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에게 이 지침은 무용지물이다. 온열질환 산업 재해는 계속 늘고 있는데, 피해는 옥외 작업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멸종의 임계점을 넘을 것이고, 파멸은 일시에 닥칠 것이다. 2015년 파리협약은 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는 2도가 아닌 1.5도로 억제할 것을 요청했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인간과 지구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기후위기 주범들인 선진 대국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은 오히려 무사안일하다.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2030년 5억3000만t 감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어떠한가. 파멸의 절벽에서도 탄소 몰입, 탄소 중독 사회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절망적인 고집뿐이다.

오는 9월21일 연약하고 작은 것들의 큰 연대,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한국에서 열린다. 기후악당은 진실을 감춘다. 그들은 나만 살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며, 심각한 기후 감수성을 외면한다. 학교에 가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아이들, 기후파업을 이끄는 노동자, 연약한 도시와 국가의 연대만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이제, 기후침묵을 깨고 기후위기에 응답하자.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처럼 “큰일을 하는 데 너는 결코 작지 않아!”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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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의 도움을 받아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시민을 에너지농부라 부른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3년 조합원 99명으로 시작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이젠 조합원 400명을 바라본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태양광발전소 5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3기의 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발전소 용량은 큰 것은 100㎾ 수준이며, 작은 것은 50㎾ 안팎이니 5기를 합쳐야 330㎾ 규모이고, 3기를 추가해도 580㎾ 정도이지만 조합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햇빛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농사를 짓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모여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 10여곳 있다. 전국적으로는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이 30곳에 이른다.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그 피해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끔찍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작한 것이 에너지협동조합이고, 태양광발전이다. 비단 핵발전소로부터 나오는 방사능의 위험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위협과 심각한 미세먼지를 보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서울시가 ‘태양의 도시 서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태양광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에너지 소비량의 10% 가까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전력의 95%를 다른 지역에서부터 끌어오고 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전력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핵)발전소로부터 생산된다. 발전소 주변 지역과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수반한다. 서울에서 전력 자립률을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다른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태양광인가? 재생 가능 에너지 중 한국에 가장 어울리는 에너지원이 태양광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조량은 미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태양광발전의 선두주자인 독일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또한 시민들 누구나 참여해 손쉽게 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정쟁화하는 일부 언론과 집단에서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태양광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자파 피해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화재 위험도 태양광발전과는 직접 연관성이 없다. 산림 훼손 등 일부 지역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산지태양광에 대한 가중치를 낮추고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양광에 문제가 있다면, 독일이나 네덜란드, 덴마크와 같은 유럽 선진국들이 어떻게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의 수십%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있다. 조금 더 비용을 내더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방사능 공포를 감당하면서 지낼 것인가? 선택은 우리들에게 달려 있고, 그 결과는 다음 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승국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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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내 손에서는 그랬다. 나는 쓰레기를 잠깐씩만 만져왔으므로. 더구나 쓰레기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직 쓰레기가 아니었으므로. 쓰레기란 내가 원하는 물질을 깨끗하게 감싸던 것. 손과 물건 사이의 얇고 가벼운 한 겹. 버리고 돌아서면 사라지는 기억. 그래서 아주 잠깐이었던 무엇.

그다음 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잊은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는 이들이다. 쓰레기와 관련된 어떤 노동자들은 밤에만 일해야 한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을 보는 것조차 불쾌해할지도 몰라서. 자기 손을 떠난 쓰레기를 곧바로 혐오스러운 남의 일로 여기곤 해서. 나는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르지만 내가 떠난 자리에 그들이 다녀갈 것을 안다.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이 그들에겐 짧지 않을 것을 안다.

또 어떤 쓰레기들이 있는가. 의류 수거함에는 입다버린 옷이나 작아진 옷이나 망가진 옷뿐 아니라 오물이 묻은 수건이나 옷이 아닌 쓰레기도 담긴다. 그 모든 게 한데 모여 ‘자원’이라는 곳으로 옮겨진다. 그곳에 가면 헌옷과 쓰레기만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언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언덕에 올라 일하는 사람들을 안다. 그들 중 하나는 나의 엄마 복희다. 복희는 헌옷으로 된 언덕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일했다. 어떤 버려진 옷은 유달리 더럽다. 어떤 쓰레기가 특히 쓰레기인 것처럼.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것들 속에서 복희는 다시 입을 만한 것을 찾아내 사오고 깨끗이 손질하여 팔았다. 그 일을 하고 온 날에는 몸살을 앓곤 했다. 손이며 무릎이며 온몸이 욱신거린댔다. 나는 복희가 파는 옷들을 주로 입으며 자랐다. 아름다운 옷들도 많았다. 지금까지도 나의 옷장에 남아있는 옷들이다. 너무 많은 옷이 너무 빨리 만들어지고 너무 조금 입은 뒤 너무 쉽게 버려지는 세상이라 복희가 오를 언덕은 언제고 계속 생겨났다.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는 지금도 복희는 새 옷을 잘 사 입지 않는다.

7월4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앞바다에서 한 어선이 수면 위로 떠오른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날 태안군서부선주협회는 청결한 해양환경 조성을 위해 소속 어선 150여척을 동원해 폐어구, 스티로폼, 플라스틱, 말풀 등 해양쓰레기 30여t을 수거했다.연합뉴스

쓰레기로 된 언덕은 바닷속에도 있다. 거의 모두가 모르고 지나가는 쓰레기다. 바다의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들만이 그 쓰레기를 안다. 나는 아직 이야기로만 들어보았다. 누군가가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메고 몸 여기저기에 납 벨트를 찬 채로 입수한다. 수면 아래로 깊이 내려가기 위해서다. 지상으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 숨을 쉬어가며 바닷속 쓰레기를 치운다. 산업 잠수사들의 일 중 하나다. 그들은 육지에서 하는 대부분의 막일을 수중에서도 할 줄 안다. 나의 아빠 웅이의 직업도 산업 잠수사였다. 바닷속에서 어떤 쓰레기를 보았느냐고 내가 묻자 웅이는 보지 않았고 만졌다고 대답했다. 물속은 아주 탁하고 어둡기 때문이다. 쓰레기는커녕 자신의 얼굴 앞에 가져다댄 자기 손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다. 시야가 나오지 않는 광활한 찬물 안에서 웅이는 쓰레기를 치운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져가며 치운다. “보이지 않아도 만지면 알 수 있어. 자전거구나. 드럼통이구나. 페트병이구나. 캔이구나. 비닐이구나.”

손에 눈이 달렸다는 말은 잠수사들 사이의 관용구다. 웅이는 익숙한 쓰레기들을 바다 위로 올려 보낸다. 그는 생생한 악취를 맡는다. 바닷물의 냄새를. 쓰레기의 냄새를. 오염된 물의 냄새를. 나는 쓰레기 언덕에 올라보지도, 바닷속 쓰레기를 만져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이 내 부모에게 결코 짧지 않았음을 안다.

그리하여 이 쓰레기를 가장 오래 겪을 이 세계를 생각한다. 세계는 우리 모두를 품고 있기 때문이며, 썩지 않은 무수한 것들과 함께 미래로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떤 쓰레기는 거북이의 콧구멍에 꽂히고 바다사자의 목을 조르고 돌고래의 배 속을 채우고 아기 새의 목구멍에 들어간다. 어떤 쓰레기는 수출되었다가 돌아오고 어떤 쓰레기는 방대한 섬이 되고 어떤 쓰레기는 내일도 생산되어 내 손을 잠깐 거친 뒤 잊고 싶은 곳에 쌓여갈 예정이다. 내가 배운 언어가 적힌, 익히 아는 쓰레기들이다.

모두가 버리지만 모두가 치우지는 않는 세계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쓰레기가 잠깐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보는 부모와 자식과 자식의 자식과 노동자와 옷가게 주인과 잠수사와 소설가와 시인과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당신이 있다. 우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생이 스며드는지.

<이슬아 | ‘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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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의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전문가들이 최종적으로 사업 “부동의”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 구성원 14명 중 찬반 양측과 결정권 없는 위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5명 전원이 사업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억지 추진’된 설악 케이블카 사업이 총체적 부정 평가를 받은 셈이다. 사업추진 결론은 이달 말 환경부가 최종 발표한다.  

출처:경향신문DB

20일 바른미래당 이상돈·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공개한 협의회의 최종 회의결과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동식물 전문가 위원 등 중립 성향 기관·전문가 모두가 8개 쟁점마다 근거를 대며 사업추진에 부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양양군이 2011년 설치 계획을 낸 이후 케이블카 사업은 2012년과 2013년 거듭 환경부의 퇴짜를 맞으며 사실상 폐기됐다. 그러나 2014년 강원도를 찾은 박 전 대통령의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는 한마디로 사업이 살아났고, 이듬해 국립공원위원회 승인이 나며 급물살을 탔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역은 5개 보호구역(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이어서 엄중한 단계와 평가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단계마다 사업통과를 위한 거짓과 끼워맞추기, 무리수로 점철되며 논란을 자초했다. 하지도 않은 조사를 한 것처럼 꾸미고, 각종 자료와 보고서를 조작하고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추진 주체가 자신있게 내민 경제성조차 국회 예산정책처가 경제성 분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힐 만큼 엉터리였다.

이제 전문가들의 최종 결론까지 내려진 마당에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환경적인 이유는 물론 경제적 가치도 조작과 허상임이 드러났는데 계속 추진하겠다면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은 다른 국립공원에도 신호탄이 될 수 있다. 5중 보호구역마저 개발이 허가된다면 다른 곳은 어떻게 막겠는가. 잠깐의 과실은 달콤할지 모르지만, 환경훼손의 대가는 길고 쓰라리다. 설악산은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국제적 보호종인 산양의 번식지 가능성으로 세계도 주목하는 곳이다. 자랑스럽진 않아도 부끄러운 세대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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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한전의 적자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주장들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한전의 영업적자를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과연 탈원전 때문에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었는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우선 탈원전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2018년 기준으로 발전 비중이 23%에 달하는 원자력을 일시에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60년에 이르는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수명이 완료된 설비들을 순차적으로 폐쇄함으로써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2018년의 경우 원전 정비과정에서 격납건물 철판이 부식되고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비일정을 연장함에 따라 원전이용률이 일시적으로 저조하였다. 탈원전 차원이라기보다는, 안전한 원전 가동을 위한 측면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원전이용률 하락이 한전 적자의 직접적인 요인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원전이용률이 65.9%로 전년 대비 5.3%포인트 낮아졌고 한전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 기준 원전이용률이 79.3%로 전년 동기 대비 20.5%포인트나 개선되었음에도 영업적자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는 곧 최근 한전 적자 요인이 원전이용률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물론 원전이용률 하락이 한전 영업적자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전의 영업실적은 원전이용률뿐만 아니라, 발전연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유가, 유연탄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원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2019년 상반기에 영업적자가 증가한 것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원전이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미·중 무역분쟁 확대 등으로 같은 기간 1075원에서 1146원으로 71원 상승하는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발전연료 가격이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더불어 봄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하여 석탄발전기의 예방정비를 봄철에 집중하여 시행하는 등 석탄이용률이 전년 동기와 대비해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원·달러 환율, 유가, 유연탄가 등이 전년 동기와 유사하여 발전연료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더라면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다시 흑자로 전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2018년과 2019년 상반기의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며, 환율·유가 상승 등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전력공급원가가 급격하게 변동될 수 있는데, 과거처럼 과도한 흑자가 나도 문제이고, 지금처럼 적자가 발생해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전이 앞으로 국가의 미래 에너지 정책을 구현해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에너지안보 및 지속 가능한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한전의 재무건전성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원인 규명 논란에서 벗어나, 에너지전환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미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도 올바른 가격시그널을 줄 수 있도록 전력공급원가를 합리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요금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정확히 산출하여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등 미래 세대들을 위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한전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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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악의 정상, 권금성에 케이블카가 놓인 건 1971년 일이다. 유신 선포를 얼마 앞둔 박정희는 사위에게 권금성 케이블카를 허가한다. 설악산은 이미 1965년 천연기념물,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명백한 특혜였다. 이곳은 50년 가까이 한 일가가 매년 수십억원의 수익을 남기며 독점 운영하고 있다. 이후 케이블카 추가 설치 요구는 1982년, 2012년, 2013년, 2015년 끈질기게 이어졌고, 대상지는 내설악 보호구역 핵심지역을 향했다. 지금도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오색~끝청 구간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검토 중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50년의 논쟁, 이제는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을 다시 살펴보자. 작년 3월 환경부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는 2012년, 2013년 불허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2015년에 어떻게 통과되었는지 조사해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책 건의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대통령의 지시, 경제장관회의에서의 후속 조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내용이다. 최순실과 연관된 경제인단체가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산악승마와 열차, 정상부 리조트 등 산악관광 활성화를 건의한다(2014년 6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방안’을 지시한다(2014년 8월2일).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지관광 활성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을 중점 과제로 별도 관리하겠다고 발언한다(2014년 8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종 제2차관실 산하 관광레저기획관실 주도로 ‘친환경케이블카 확충 TF’를 이끌고, 2차 회의 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노선으로 오색~끝청 구간을 확정한다(2014년 11월7일).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 완공이 목표였다.

생태계 보전의 최일선에 서야 할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은 케이블카 사업을 직접 ‘컨설팅’한다. 환경부는 2015년 별도 비밀TF를 운영하고, 사업자 양양군과 현장 조사계획을 사전에 논의한다. 국립공원위원회 민간전문위원회 현장 조사 및 검토보고서를 양양군이 유리하도록 지원, 점검한다. 해당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도록 환경부가 불법과 거짓에 앞장선 것이다. 당시 양양군은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에 극상림과 아고산대에 대한 잘못된 언급을 하고, 경제성을 부풀리고, 산양 개체 수는 단 1마리로 ‘산양 주 서식지’가 아닌 것으로 기재된 부실한 ‘자연환경영향검토서’를 제출했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은 미리 투표함까지 준비해 사업을 승인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양양군 삭도추진단 공무원 2명은 사문서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감사원은 실시설계 용역계약 부당 체결과 3억원 넘는 예산 손실을 이유로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권고했다.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유령 보고서’ ‘슈퍼맨 보고서’로 불렸는데, 조사자가 없거나 거짓으로 작성된 정황이 확인됐다. 최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보도자료(2019년 7월19일)를 내고 ‘공사구간이 아닌 주변지역에서 식생을 조사한 것’ ‘식생조사와 매목조사 결과가 대부분 불일치’ ‘조사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으며, 상류정류장 희귀식물의 이식계획도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는 8월, 설악산 케이블카 최종 검토와 발표를 앞두고 있다. ‘불법과 거짓’의 과거를 바로잡는 것은 설악산 케이블카 ‘부동의’와 ‘환경부 장관 고시 철회’ 결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설악산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이며, 기본적인 염치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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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이다. 모두들 날씨에 민감하다. 반면 기후변화에는 무관심하다. 날씨와 기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후는 지구온도가 장기간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날씨는 그 균형에서 벗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눈앞의 날씨변화는 쉽게 알아차리지만, 소리 없이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감지하지 못한다. 문제는 미세한 기후변화가 삶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0.5도만 올라도 해수면이 10㎝ 높아져 1000만명이 위험에 빠진다는 통계가 있다.

최근 독일 연구진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동물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인간에 앞서 동물의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불길한 소식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상태로 12년이 흐르면 기후위기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한다고 예측한다. 지금의 탄소에너지 소비를 절반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지구 문명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중국조차 공산당 당헌에 ‘생태문명’을 삽입했을까. 21세기를 충적세와 다른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규정하는 학자도 있다. 인류에 의한 자연파괴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대라는 뜻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화두는 기후위기다.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한 이후 30년 가까이 이 문제를 붙잡고 있다. ‘녹색평론’ 최신호(2019년 7~8월호)에는 모두 20편의 글이 실려 있다. 시, 서평, 연재물 등을 빼면 기후위기(6편), 민주주의와 정치(3편), 기본소득제(2편)와 관련된 게 대부분이다. 기후위기 해결이 당면 과제라면 민주주의는 문제 해결의 방법이고,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경제적 삶을 위한 장치다. 비핵화, 한·일관계 등 현안에 관심 있는 이들은 ‘녹색평론’이 비정치적이고 탈시사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녹색평론’만큼 정치적인 잡지도 없다. 김종철은 정치를 다루되 현상이 아니라 근본을 얘기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김종철은 ‘근본적 생태주의자’다. 생태문제를 문명사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녹색사상가’다. 그는 이번호 ‘녹색평론’ 권두에세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를 녹색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모두가 비핵화 논의에 매달리고 있을 때, 김종철은 비핵화 이후,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그리고 있었다. 물론 한반도의 녹색화는 비핵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는 가까운 곳과 먼 곳,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는 복안(複眼)을 가졌다. 황우석 사건이 터졌을 때, 그리고 한·미 FTA가 논의됐을 때 그는 여론과 다른 의견을 냈다. 그때는 호된 비난을 샀지만, 지금은 다르다. 10여년 전 기본소득제를 얘기했을 때도 반향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의제가 됐을 뿐 아니라 일부 농촌은 이미 시행 중이다.

김종철은 단순한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환경과 기후의 위기를 문명사적 측면에서 조명하면서 위기의 근원을 근대 문명으로 지목한다. 자본주의의 대량생산에 근간을 둔 산업경제가 지속되는 한 환경과 기후의 위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후위기의 해법은 자본주의 성장과 발전의 고리를 끊는 데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김종철이 여느 환경주의자들과 다른 점은 끊임없이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나선다는 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그의 대안은 ‘소농을 기반으로 한 생태적 순환사회’다. 그가 근대문명이 아닌 소농 중심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은 ‘비근대 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고 인간 본성을 지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마을자치와 협동조합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종철 생태사상론집 &lt;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gt; 참조)

‘녹색평론’은 줄곧 생태에 대한 근본주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국에서 50여곳의 ‘녹색평론’ 읽기 모임이 운영될 정도로 열성독자도 꽤 된다. 그러나 ‘녹색평론’의 생태주의는 아직 사회의 주류 담론이 되지 못하고 있다. 모두 ‘기후위기’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발등의 불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나선 이후 유럽 전역에서 청소년들의 ‘기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기후 문제에 대해 너무 조용한 한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구약시대의 선지자 이사야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있을 것이라며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은 수백년이 지나 현실화됐다. 세례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선언하고 예수 영접에 나섰다. 김종철과 ‘녹색평론’이 울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음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 그 외침이 도시로, 마을로 울려퍼져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지구의 ‘기후재앙’을 막을 실천에 나서야 한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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