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환경과 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733건

  1. 2019.09.25 [김호기 칼럼]기후위기의 생태학적 계몽
  2. 2019.09.24 [박래군 칼럼]‘기후악당국가’ 대한민국
  3. 2019.09.24 [기고]설악산은 케이블카로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4. 2019.09.24 [여적]빙하 장례식
  5. 2019.09.23 [이문재의 시의 마음]그레타 툰베리와 ‘대마 심기’
  6. 2019.09.19 [사설]지금 기후위기 행동 못하면 재앙 피하기 어렵다
  7. 2019.09.17 [기고]기후변화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옳다, 이제 귀 기울일 때
  8. 2019.09.17 [사설]환경부 마침내 케이블카 부동의, 사필귀정이다
  9. 2019.09.11 [정동길에서]올 추석엔 ‘기후위기’를 얘기하자
  10. 2019.09.02 [NGO 발언대]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11. 2019.08.28 [기고]내가 ‘에너지 농사’를 짓는 이유
  12. 2019.08.27 [직설]쓰레기의 시간
  13. 2019.08.21 [사설]전문가들 ‘부동의’ 결론, 설악산 케이블카 중단해야
  14. 2019.08.16 [기고]한전 적자 원인은 탈원전 탓이 아니다
  15. 2019.07.29 [NGO 발언대]설악산 케이블카 ‘불법과 거짓’
  16. 2019.07.25 [경향의 눈]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17. 2019.07.11 [김홍표의 과학 한귀퉁이]폭염에서 우리를 구할 자, 드라큘라
  18. 2019.07.08 [여적]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절규
  19. 2019.06.25 [사설]한빛 원전 사고, 기본 매뉴얼도 안 지킨 인재였다니
  20. 2019.06.24 [NGO 발언대]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생태학은 오랜 관심사의 하나였다. 사회학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그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생태학은 인간과 자연,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모색한다.

생태학 저작들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은 미국 산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알도 레오폴드가 쓴 <모래 군(郡)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1949)다. 이 책 제2부에는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에세이가 나온다. 레오폴드가 산림감독관으로 일했을 때 겪었던 늑대 사냥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즉각 (늑대) 무리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 총이 비었을 때 늙은 늑대는 쓰러졌고, 새끼 한 마리는 빠져나갈 수 없는 돌무더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다리를 끌고 있었다. 늙은 늑대에게 다가간 우리는 때마침 그의 눈에서 꺼져가는 맹렬한 초록빛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눈 속에서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오직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멸하는 초록빛 불꽃을 통해 레오폴드가 발견한 것은 인간이 아닌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었다. 레오폴드는 인간을 넘어선 생태계 전체의 관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말로 은유한다. 늑대와 가문비나무는 물론 거센 강물과 침묵하는 산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다. 레오폴드의 이 선구적 통찰은 환경운동가 존 시드와 심층생태학자 아르네 네스 등이 참여한 저작 <산처럼 생각하기>(1988)의 생태학적 계몽으로 부활한다.

생태학적 계몽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 및 사고의 근본적 변화를 요청한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자연을 인간의 욕구충족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한, 생태위기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권을 이루는 동등한 존재라는 생태학적 계몽에 입각하여 생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 앞에 우리 인류는 위태롭게 서 있다. 이 계몽과 극복은 모든 이념을 아우르는 인식틀이자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폭염·태풍·홍수·한파 등 너무도 분명하다. 생물다양성 감소, 해수면 상승, 미세먼지 악화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란 말로 대체되고 있다. 기후가 처한 현실의 긴박함과 비상상태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기후위기 계몽에는 청소년들의 역할이 크다. 특히 열여섯 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이 눈부셨다. 툰베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등교 거부 운동을 주도했고, 지난 8월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보름 동안 대서양을 횡단해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해 힘을 더했다. 23일 열린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 앞에서 “당신 지도자들은 우리 모두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기후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1일 330개 단체로 이뤄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서울 대학로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속 가능한 저탄소 경제로의 조기 전환을 위한 방안 모색,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의 2배 증액,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의 2020년 서울 개최를 약속했다. 더해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

2009년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위험의 실체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기후변화의 예방 및 대응책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변화는 위기로 바뀌고, 그 위기는 다시 대재난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는 결국 정치적 결단과 행동을 요구한다. 기후행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재적 과제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생명의 지구를 물려줘야 할 엄중한 책임이 우리에겐 존재한다.

<모래 군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로 돌아가면, 레오폴드는 말한다. “오직 산만이 늑대의 울부짖음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 왔다.” 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그 주인은 인간과 늑대와 산을 모두 자신의 식구들로 넉넉히 품어 안은 지구 그 자체이자 전체다. 이 아름다운 생명의 지구를 생각하고 또 행동할 수 있는 한 주가 되길 소망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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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라는 용어는 기후변화로, 기후변화는 다시 기후위기로 바뀌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남태평양의 키리바시국과 인도양의 몰디브 같은 섬나라들은 바닷물에 가라앉게 되자 인근 섬을 매입했다. 몇 년 안에 전 국민을 집단 이주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홍수가 빈발하고, 대규모 산불이 곳곳에서 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북극곰이 사라진다고 해도, 폭염의 여름을 견디면서도 기후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을 때 잠시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다가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잊는다. 기성세대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아무래도 둔감하다.

그러다 지난 3월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지난 3월15일 세계 105개국, 1650곳에서 청소년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 광화문에서 청소년들이 학교를 결석하고 시위에 나섰다. 그들은 ‘멸종위기종 전시’라고 써 붙인 팻말 뒤에 나란히 섰다. 자신들이 곧 멸종위기에 몰린 종이라는 것이었다. 수십년 내에 닥칠 기후재앙으로 자신들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었는데 기성세대들은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다시 오는 9월27일 세계의 청소년들과 연대하는 기후 파업을 벌인다. 학교를 가지 않고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비상행동에 나선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의 주창자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2003년생이다. 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다. “저는 어른들이 우리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의 이 시위는 급격하게 세계로 번져갔다. 이 시위가 준 영향으로 유엔은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열기 전 지난 21일 ‘청년 기후정상회의’를 열었다. 여기에는 툰베리를 비롯한 세계에서 온 수백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고, 우리나라도 4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 칼럼을 쓰는 시간 유엔에서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다. 그 회의가 어떤 합의를 이룰지는 아직 모른다. 과연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각국 대표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할까? 특히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어떤 약속을 내놓을까?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청소년들은 2030년에 주목한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1.5도 높아지는 정도에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해에 2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0.5가 무슨 대수냐고 하지만 1.5도는 지구가 유지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 마지노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탄소 배출 제로를 실행해도 늦는다. 그만큼 지구의 기후위기는 심각한 상황인데 우리는 너무 느긋하다.

기후위기는 단지 더운 여름과 홍수와 산불, 빙하가 녹아내리는 일로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겪어온 어떤 인권침해보다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40만명 이상이 죽었고,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분쟁의 배후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과 사막화가 크게 작용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생명권-건강권-생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분쟁과 폭력이 증가하면서 약자들에게 심각한 기후 차별을 부여하고, 이는 곧 법치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인권전문가인 조효제 교수는 역설한다.

기후위기는 곧 인류 문명 자체를 파괴할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백세 시대가 아니라 당장 10년 뒤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후세대가 살 수 없다면 인류의 멸종이 아닌가. 이런 위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위기다.

기후위기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산업혁명 이후 주로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급격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었고,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앞으로 1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기준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각 나라의 계획을 만드는 중요한 회의다. 세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한다면 이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세계 탄소 배출량 7위를 기록하는 고탄소배출국가, 그래서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되기도 한 나라치고는 목표도 너무 느슨하고, 그 목표조차 이루기 위한 정책 수단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이한 정부와 달리 시민사회는 9월21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섰다. 태풍이 몰려오는 중에도 시민들은 모였고, 이번주 결석투쟁에 청소년들이 모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불타는 지구’의 온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18%가 육식 때문이라고 하니 이 기회에 육식을 줄이는 것,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것,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등등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다.

그렇지만 개인들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줄일 수 없다. 탄소 배출 제로를 과감하게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를 실천에 옮기도록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자. 내년 총선 주요 공약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도록 정당들을 압박하자. 기후악당국가였던 호주와 네덜란드도 2030년 탄소 배출 제로화를 선언했다. 지금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 당장 하지 않으면 우리는 청소년들을 멸종위기종으로 만드는 공범자가 된다. 청소년들은 말한다. “우리 미래를 가지고 도박하지 말라”고.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4·16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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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결과, 최종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40여년 가까이 사회적 갈등을 빚어온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에 드디어 그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자연·생태계와 수려한 경관을 대표하는 민족의 영산 중 하나이다. 그 특별함에 걸맞게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녹색목록(Green list)에 등재돼 있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보호지역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검색창에 ‘설악산’을 입력하면 그 연관 검색어에 ‘케이블카’가 먼저 나타난다. 설악의 이름이 케이블카에 덮여 설악 비경의 진수라 일컫는 울산바위, 공룡능선, 토왕성폭포 등이 가려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케이블카 관광지는 스위스 알프스이다. 남한 면적의 절반도 안되는 나라에 약 2500개나 되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융프라우, 루체른 등 세계적인 케이블카 관광지가 즐비하고, 해마다 3200만명이 방문한다니 언뜻 들으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스위스도 자연·생태계의 가치가 뛰어난 스위스국립공원(Swiss National Park)에는 케이블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즉, 스위스 사람들도 자연·생태계를 온전히 지켜야 할 곳은 확실히 지키면서 그 밖의 지역에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31개 국립공원 중 12개 공원에 24개의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 케이블카의 대부분이 1970년 이전에 설치된 것이고 최근 들어서는 새롭게 설치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가 흐르면서 국립공원을 관광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세대를 위해 물려줘야 할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지속 가능한 이용의 대상으로 인식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지난 4월 산악전문 잡지인 ‘월간 산’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 결과, 산 방문목적은 등산(48%)보다 트레킹(51%)이 더 많았다. 국립공원공단이 실시한 2017년 ‘국립공원 여가휴양 실태조사’ 결과 주된 동반 유형은 가족(40.1%), 친구·동료·연인(33%), 등산·산악회(14%) 순으로 나타난다. 방문동기도 ‘휴양·휴식·치유’ 목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가 종전의 ‘단체·관광 중심’에서 ‘가족·힐링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대신하여 지역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지원 사업은 국립공원을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를 바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원도의 뛰어난 자연·생태계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개발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달콤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쓴물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소모적인 갈등과 날선 공방은 거두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세계 최초로 알프스를 오른 등산가 앨버트 머머리는 설악산 케이블카 갈등을 일단락 지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을 남겼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이다.” 설악산은 정상을 정복해야만 아름다운 산이 아니다. 산 정상만을 향했던 우리의 시선을 산 아래로 내려놓으면 어떨까? 설악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에게 위안과 힐링의 손을 내밀고 있었다.

<조우 |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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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46억년 전쯤 태어났다. 10억년이 지나 비로소 원시 생명이 탄생했다. 언제부터인가 빙하시대가 도래했다. 처음에는 수억년을 주기로 빙하기가 찾아왔다. 200만년 전부터는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짧아졌다. 빙하기에는 육지 면적의 3분의 1이 얼음으로 덮였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지혜로운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빙하기를 견디고 간빙기에 들어서면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북극의 빙산과 남극의 만년설 등 대륙빙하는 빙하시대의 표상이다. 오늘날 빙하 면적은 약 1억5000만㎢로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한다. 남극과 북극의 대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알프스나 알래스카의 높은 산지의 만년설도 빙하다. 이들 산악빙하는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곡빙하, 산기슭을 덮는 산록빙하로 나뉜다. 빙하는 지구 담수의 75%를 품고 있다. 지구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약 60m 상승한다.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의 방스 지역에서 환경운동가들이 피졸 빙하의 ‘사망’을 추모하는 장례식을 열고 있다. 방스 AP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빙산이 녹아내리거나 사라지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셰브네카이세산의 남봉은 산꼭대기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최고봉’의 자리를 이 산의 북쪽 봉우리에 내주었다. 남봉 높이는 50년 전만 해도 2105m였으나 최근 2095.6m로 주저앉아 흙산인 북봉(2096.8m)보다 1.2m 낮아졌다. 앞서 2014년에는 아이슬란드의 오크산 정상을 덮은 ‘오크예퀴들’ 빙하가 소멸 판정을 받았다. 16㎢에 달했던 거대한 빙하가 완전히 녹아내린 것이다.  

지난 22일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피졸산(2700m) 정상 아래에서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2006년 이후 빙산의 80~90%가 녹아내려 ‘사망 선고’를 받은 피졸 빙하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날 검은 옷 차림의 참석자들은 추모사 낭독, 헌화 등으로 사라져가는 빙하를 애도했다. 기후변화로 매년 2520억t의 빙하가 소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까지 알프스 빙하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빙하기’를 견디며 살아남은 ‘지혜로운’ 인간들의 탐욕이 도리어 자신들을 옥죄고 있다. 당장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인간도 곧 공룡이나 시조새처럼 소멸될지 모른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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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넘어 이제는 기후재앙 단계라고 열을 올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퍼스트 리폼드>라는 영화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제목부터 생소하다고 했더니 친구가 줄거리를 일러줬다. 미국의 젊은 환경운동가 부부가 2세 출산을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임신한 아내는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만 심각한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는 행동주의자 남편은 아이를 낳지 말자고 한다. 아내는 평소 존경하는 목사를 찾아가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한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인터넷에서 영화를 찾아보았다. 결국 남편은 자살하고, 남편을 잃은 아내를 도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던 목사는 서서히 변화한다. 목사는 교회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기업과 결탁하는 것을 목격하고 환경운동가 남편이 생전에 만들다 그만둔 폭탄조끼를 완성한다.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았다. 

친구는 내게 <퍼스트 리폼드>를 추천하면서 “그러다가 우울증에 걸린다. 조심해라”라고 덧붙였다. 흰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묵시록적 사건’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연일 알려지면서 기후위기가 우리 내면으로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뜨거워지는 지구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쉽지 않다. 6차 대멸종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외면한다. 여의도와 청와대를 바로잡는 게 더 시급하다며, 먹고사는 문제가 더 절박하다며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웃은 물론 기업과 국가 또한 기후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올리지 않는다. 이런 사태가 쌓이고 쌓여 내면을 위축시킨다.

기후로 인한 무기력증은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하게 하고 청년들에게 미래의 꿈이 뭐냐고 묻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먼저 산 사람으로서 자녀세대에게 ‘온전한 천지자연’을 물려줄 수 없게 됐다는 자책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우울증의 문턱에서 서성거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을 향해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동참했다. (이런 표현을 쓰기가 민망하지만) 지식인(교수) 사회가 이른바 ‘조국사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와중에 지구 차원의 이슈를 제기한 동료 교수들이 남달라 보였다.

기후행동 성명서에 서명하기 이전부터 내 무기력증을 달래준 또 다른 ‘희망의 증거’가 있다. 기성세대, 특히 정치인들을 향해 ‘우리의 미래를 돌려달라’며 등교를 거부해온 스웨덴의 여고생 그레타 툰베리다. 툰베리의 외로운 싸움은 한 해가 지난 지금 전 세계 청소년과 시민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21일부터 일주일간 펼쳐지는 국제기후파업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비롯, 전 세계 청년 400만명이 ‘우리 집(지구)이 불타고 있다’며 기후 재앙에 적극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주말 국내에서도 서울을 비롯해 경기 수원, 충남 천안, 대구, 경남 창원 등지에서 학생과 시민이 모여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오는 27일에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청소년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며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전개되는 미래세대와 시민사회의 연대 소식과 더불어 며칠 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놀랄 만한 방법’을 접하고 무기력증에서 한 걸음 또 벗어났다. 놀랍게도 대마(大麻)를 심으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마약의 대명사로 알려진 금기 식물이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녹색평론’ 이번 호(9-10월호)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식림(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3분의 2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수치가 굉장히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일반 나무는 성장 속도가 더디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저술가인 엘렌 브라운은 ‘중독성 없는 대마’가 좋은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100일 만에 4m까지 자라는 대마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마는 장점이 많다. 일반 나무와 달리 농경지에서도 키울 수 있고, 다른 작물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대마는 연료로 쓰일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직물, 제지용 펄프, 건설자재 등 많은 부문에서 석유화학 물질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유익한 식물이 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일까. 1930년대 미국에서 대마가 불법화된 것은 목재, 목화, 석유화학, 제약, 신문 산업 등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마를 추방했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대마의 유익한 측면은 결코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며, 새로운 뉴스가 있다면 미국에서 대마 재배가 최근 합법화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녹색평론’ 9-10월호 101~107쪽).

툰베리로 대표되는 ‘행동하는 미래세대’와 함께 ‘중독성 없는 대마 심기’가 지구 전체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대마 재배가 미래세대에게 미래를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싼 방법’ 중의 하나라니! 우리가 정신 차리고 살펴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소환해야 할 ‘오래된 미래’가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친구여, 나는 기후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테니 염려 마시라.

<이문재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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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에서 소집한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가 23일 열린다. 리우(1992)-교토(1997)-코펜하겐(2009)-파리(2015)-인천(2018)에서 변곡점을 찍어온 세계기후회의 공식 명칭에 변화(Change)가 아닌 행동(Action)이 처음 새겨졌다. 뉴욕에서 ‘청년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예정된 21일 서울 대학로에선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된다. 뜻이 모호하고 밋밋한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로 경종을 높인 것이다. 지구촌의 기후행동은 한 달 전부터 달궈졌다.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지난달 13일 뉴욕까지 보름간의 대서양 항해에 나섰다. 닷새 후 아이슬란드에선 700년간 오크화산 분화구를 덮고 있다 사라진 첫 빙하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지난해 8월 스웨덴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진 청소년들의 ‘금요일 기후파업(결석시위)’은 20일 정점을 찍고, 27일 한국에서도 열린다. “기후야 바뀌지 마. 내가 변할게.” 가을 기후행동에 곧잘 등장하는 다짐이다.

기후행동으로의 격상은 예견된 바다. ‘더워지는 지구’가 기록적인 폭염·홍수·태풍·한파·산불을 만들고 있다. 27년 전 리우협약이 경고했고, 2015년 파리협약은 산업혁명 이후의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도로 막지 못하면 파국이 온다고 온실가스 감축을 국제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 숫자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1.5도로 더 낮췄다. 1만2000년간 일정했던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후 100년간 1도 올라 이제 0.5도 남았다는 것이다. 오늘같이 세계가 온실가스를 뿜으면 2031년에 닥칠 일이다. 하지만 2030년까지 세워진 이정표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빅2(미국·중국)의 역주행 속에 빨간불이 켜졌고,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회의에 참석하는 한국도 목표치를 지키지 못하며 탄소배출 세계 6위인 ‘기후악당’으로 분류돼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사람들은 몸으로 알고 있다. 눈앞의 사탕처럼 이산화탄소를 당겨 쓰면 미래세대의 고통과 재앙이 커질 뿐이다. 기후행동이 시급하고 울림이 커져가는 이유다. 정부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후위기를 공인하고, 떨어진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고, 프랑스나 독일처럼 긴 ‘탄소 제로’ 로드맵도 그릴 때가 됐다. 예외 없이 더 늦기 전에 열 받은 지구를 무서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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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기오염은 여러 도시에서 시민들의 목을 조이고 있으며 폭염은 극심해지고 자연재해도 빈번합니다. 100만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후행동에 당장 나서야 할 이유는 이미 명백해졌습니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고르게 미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세대입니다.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끔찍한 사태는 점점 더 늘 것이고 이런 세상에서 살아야 할 이들이 바로 젊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장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최전선에 청년들이 서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날 세계 인구 중 15~24세에 속하는 사람은 12억명입니다. 그저 숫자가 많으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젊은 층은 역사상 최고로 상호연결된 세대입니다.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들에게 주목합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소집합니다. 제가 구테흐스 총장과 협력하여 9월21일 뉴욕에서 사상 최초의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맞서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싸워 온 젊은 활동가, 혁신가, 기업가, 변화의 주창자들이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일정에 함께 참여합니다. 전 세계에서 18~29세 사이의 청년 7000명 이상이 이 회의 참석을 신청했고, 500여명이 실제 참석합니다. 

기후변화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쳐 폭염 및 대기오염 악화와 같은 사태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두 명의 청년 지도자가 뉴욕의 ‘청년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자로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나의 미래, 우리의 지구’ 캠페인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Youth #ClimateAction Summit’ 문구가 포함된 동영상을 올리고, 기후변화에 맞서 어떤 행동으로 싸워왔는지 표현하며,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노력은 정상회의 개최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각 개인, 기업 경영자, 국가 정상 등은 이러한 청년 지도자들의 활동으로부터 영감을 끌어내야 합니다. 각국 지도자들은 자기네 젊은이들이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토해내는 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기업들은 폭넓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려는 젊은 기업가들의 노력에 동참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구성원 모두는 액트나우(ActNow) 웹사이트를 통해 환경에 덜 해로운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국가 지도자, 기업가, 공동체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꾸준히 촉구할 것을 요청합니다. 결코 패배해서는 안되는 이 생존의 경주에서 우리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바로 그러한 노력입니다.

<루이스 알폰소 데 알바 | 유엔 사무총장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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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백지화됐다. 정부가 케이블카 설치에 최종 ‘부동의’ 의견을 밝히며 사업 승인 이후 4년여를 끌어온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늦었지만 원칙을 지킨 올바른 결정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원주청)은 16일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업 시행 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원주청이 검토한 환경영향평가서는 강원 양양군이 2016년 11월 제출한 평가서에 국립공원위원회와 국회 지적사항 등을 반영, 2년6개월간 보완작업을 거쳐 지난 5월 제출한 것이다. 원주청은 멸종위기종 보호대책과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대책 등이 충분치 않아 설악산의 동식물과 지형 등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 ‘부동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정치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법과 기준에 따라 결정되도록 보장하고 정치적 개입과 외압 없이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권도현 기자

설악산 케이블카는 양양군이 2011년 설치 계획을 마련한 이후 오랜 기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부결됐다가,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마디로 2015년 7가지 조건을 전제로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허가받았다. 부대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했고, 해당 지역이 5개 보호구역(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인 만큼 엄격한 평가를 거쳐야 했지만, 단계마다 억지논리와 엉터리 보고서까지 동원되며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노선도. 환경부 제공

충분한 보완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국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만큼 부동의 결정은 당연하다. 이번 결정은 향후 개발과 환경이 충돌할 때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친환경’은 타협할 수 없는 세계 공통의 가치이며, 무조건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오랜 기간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사업을 추진한 지역사회에도 장기적으로는 개발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낙심한 주민들을 위로하고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 경제활성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이 사회 구성원 전체가 미래지향적 가치와 원칙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한 단계 높은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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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함께 ‘조국 대전’이 끝났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이었다. 아니다. 첫 라운드일 뿐이다. 가을국회, 국정감사, 아니 내년 총선까지 제2, 제3의 ‘조국 라운드’는 이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조국에 매달려 있을 때, 유럽은 기후위기를 토론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달 태양광 요트에 몸을 맡긴 채 대서양을 건넜다. 툰베리가 2주에 걸쳐 항해한 거리는 스웨덴에서 미국 뉴욕까지 4800㎞나 됐다. 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는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요트로 대서양을 건넌 이유다. 

16세 소녀 툰베리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했다. 등교 거부를 통해 기후위기를 경고한 것이다. 그의 투쟁이 알려지면서 툰베리는 단번에 기후운동의 아이콘이 됐다. 그의 영향으로 유럽에서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The Future)’이라는 기치 아래 매주 청소년 기후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벨기에, 영국, 프랑스의 십대가 주축이다. 지난여름 폭염이 휩쓴 유럽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느 전임자보다 기후문제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 바티칸을 찾은 툰베리에게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하며 연대를 표했다. 지난달 28일 요트를 타고 뉴욕에 도착한 툰베리는 오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한다. 

‘조국 사태’에 묻혔지만 국내에서도 기후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등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아직 수는 많지 않지만 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150개 환경·시민단체는 지난 4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했다. 이는 시민단체 차원의 첫 전국 단위 연대기구로, 곧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지난주 창립 10주년 토론회를 열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의 전략을 논의했다.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기후문제를 핵심 의제로 내건 녹색당은 이달 내내 대규모 ‘기후위기’ 캠페인에 들어간다. 지난 9일 국내 학계의 지식인·연구자 664명은 ‘기후 위기’를 선포하고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후·환경단체들에 23일 열리는 뉴욕 기후행동 정상회담은 기후재난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환경단체들은 정상회담을 전후한 20~27일을 ‘글로벌 기후파업’ 주간으로 설정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집중행동에 돌입한다. 이에 맞춰 새로 출범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21일을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날’로 선포했다. 이들은 정당·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이날 정부와 기업에 온실가스 규제 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그럼에도 정부나 기업의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3년 전 호주의 데어빈에서 처음으로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난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가 비상상태에 가세했다. 현재는 18개 국가, 960여개 지방정부로 확산됐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정부나 도시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특별조치, 예컨대 차량통행 금지 등을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앙정부는 물론 어떤 지자체도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영국 ‘기후행동추적(CAT)’은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한 한국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를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했다. 한국은 국가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극 빙하의 감소와 해수면 상승은 이제 과학 상식이 됐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은 개간과 산불로 훼손되고 있다. 2105m의 스웨덴 최고봉 셰브네카이세산 남봉은 빙하가 녹으면서 최근 최고 자리를 북봉(2097m)에 내주었다. 빙산인 남봉은 지구온난화로 정상이 매년 1m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기후과학자들은 기후위기가 곧 인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6차 대멸종’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작게는 개인으로부터, 크게는 자본주의 문명에 이르기까지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지구 생태계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 이성으로 깨닫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감성으로 느끼고 실천해야 한다. 기후행동이 미래세대의 몫일 수 없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과 함께 지구환경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기차를 사용하고 해외여행을 자제하자. 채식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침묵하는 정부와 기업을 압박해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기후위기 특별법을 제정토록 해야 한다. 이번 추석에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자. 그리고 ‘기후위기 비상행동’ 대열에 동참하자.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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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청소년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나선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어른들의 무사안일한 태도’에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철저히 자신의 일로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16세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는 전 세계 40여개 나라 청소년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영국 환경단체 ‘멸종저항’은 의회 광장과 도로, 공항과 방송사를 대규모 인원으로 점거하고 기후위기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상황이 암울하니,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건 정신 차리고, 변화하는 일뿐이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4월14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레타 툰베리 페이스북 캡처

기후위기는 폭염, 한파, 태풍, 산불과 같은 자연재난을 일으키고 식량 부족과 대규모 난민을 만든다. 대기오염이 가중되고 전염병이 만연한다. 기후변화 취약성지수(1997~2016)를 보면 온두라스, 아이티, 미얀마,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등 저개발 가난한 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올해 6월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란드에서 하루 만에 20억t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개썰매는 물 위를 달렸다. 불행하게도, 기후위기는 기후책임이 덜한 도시와 국가, 자연생태계를 가장 먼저 위협한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 낙후된 마을과 도시, 변방의 저개발 국가, 자라나는 아이들, 길 위의 노동자, 밭일하는 농부, 열대 산호 군락지와 녹아내리는 극지 생태계에 더 가혹하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이상기온, 올여름 폭염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지난 8월14일 기상청은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낮 최고기온 35도에 육박한다는 예보였다. 녹색연합 ‘2019 폭염 시민모니터링’에 따르면, 35도라는 기상청 발표와 달리, 길 위의 건설노동자와 택배노동자의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었다. 고용노동부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보면 폭염 시 무더위 시간대 옥외 작업에 대하여 경계단계인 35도에서 중지를 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에게 이 지침은 무용지물이다. 온열질환 산업 재해는 계속 늘고 있는데, 피해는 옥외 작업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멸종의 임계점을 넘을 것이고, 파멸은 일시에 닥칠 것이다. 2015년 파리협약은 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는 2도가 아닌 1.5도로 억제할 것을 요청했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인간과 지구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기후위기 주범들인 선진 대국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은 오히려 무사안일하다.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2030년 5억3000만t 감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어떠한가. 파멸의 절벽에서도 탄소 몰입, 탄소 중독 사회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절망적인 고집뿐이다.

오는 9월21일 연약하고 작은 것들의 큰 연대,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한국에서 열린다. 기후악당은 진실을 감춘다. 그들은 나만 살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며, 심각한 기후 감수성을 외면한다. 학교에 가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멈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아이들, 기후파업을 이끄는 노동자, 연약한 도시와 국가의 연대만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이제, 기후침묵을 깨고 기후위기에 응답하자.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처럼 “큰일을 하는 데 너는 결코 작지 않아!”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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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의 도움을 받아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시민을 에너지농부라 부른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3년 조합원 99명으로 시작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이젠 조합원 400명을 바라본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태양광발전소 5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고, 올해 안에 3기의 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발전소 용량은 큰 것은 100㎾ 수준이며, 작은 것은 50㎾ 안팎이니 5기를 합쳐야 330㎾ 규모이고, 3기를 추가해도 580㎾ 정도이지만 조합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햇빛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농사를 짓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모여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 10여곳 있다. 전국적으로는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이 30곳에 이른다.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그 피해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끔찍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작한 것이 에너지협동조합이고, 태양광발전이다. 비단 핵발전소로부터 나오는 방사능의 위험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위협과 심각한 미세먼지를 보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서울시가 ‘태양의 도시 서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태양광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에너지 소비량의 10% 가까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전력의 95%를 다른 지역에서부터 끌어오고 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전력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핵)발전소로부터 생산된다. 발전소 주변 지역과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수반한다. 서울에서 전력 자립률을 조금이라도 높인다면 다른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태양광인가? 재생 가능 에너지 중 한국에 가장 어울리는 에너지원이 태양광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조량은 미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태양광발전의 선두주자인 독일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또한 시민들 누구나 참여해 손쉽게 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정쟁화하는 일부 언론과 집단에서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태양광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자파 피해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화재 위험도 태양광발전과는 직접 연관성이 없다. 산림 훼손 등 일부 지역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산지태양광에 대한 가중치를 낮추고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양광에 문제가 있다면, 독일이나 네덜란드, 덴마크와 같은 유럽 선진국들이 어떻게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의 수십%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있다. 조금 더 비용을 내더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방사능 공포를 감당하면서 지낼 것인가? 선택은 우리들에게 달려 있고, 그 결과는 다음 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승국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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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내 손에서는 그랬다. 나는 쓰레기를 잠깐씩만 만져왔으므로. 더구나 쓰레기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직 쓰레기가 아니었으므로. 쓰레기란 내가 원하는 물질을 깨끗하게 감싸던 것. 손과 물건 사이의 얇고 가벼운 한 겹. 버리고 돌아서면 사라지는 기억. 그래서 아주 잠깐이었던 무엇.

그다음 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잊은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는 이들이다. 쓰레기와 관련된 어떤 노동자들은 밤에만 일해야 한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을 보는 것조차 불쾌해할지도 몰라서. 자기 손을 떠난 쓰레기를 곧바로 혐오스러운 남의 일로 여기곤 해서. 나는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르지만 내가 떠난 자리에 그들이 다녀갈 것을 안다.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이 그들에겐 짧지 않을 것을 안다.

또 어떤 쓰레기들이 있는가. 의류 수거함에는 입다버린 옷이나 작아진 옷이나 망가진 옷뿐 아니라 오물이 묻은 수건이나 옷이 아닌 쓰레기도 담긴다. 그 모든 게 한데 모여 ‘자원’이라는 곳으로 옮겨진다. 그곳에 가면 헌옷과 쓰레기만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언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언덕에 올라 일하는 사람들을 안다. 그들 중 하나는 나의 엄마 복희다. 복희는 헌옷으로 된 언덕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일했다. 어떤 버려진 옷은 유달리 더럽다. 어떤 쓰레기가 특히 쓰레기인 것처럼.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것들 속에서 복희는 다시 입을 만한 것을 찾아내 사오고 깨끗이 손질하여 팔았다. 그 일을 하고 온 날에는 몸살을 앓곤 했다. 손이며 무릎이며 온몸이 욱신거린댔다. 나는 복희가 파는 옷들을 주로 입으며 자랐다. 아름다운 옷들도 많았다. 지금까지도 나의 옷장에 남아있는 옷들이다. 너무 많은 옷이 너무 빨리 만들어지고 너무 조금 입은 뒤 너무 쉽게 버려지는 세상이라 복희가 오를 언덕은 언제고 계속 생겨났다.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는 지금도 복희는 새 옷을 잘 사 입지 않는다.

7월4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앞바다에서 한 어선이 수면 위로 떠오른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날 태안군서부선주협회는 청결한 해양환경 조성을 위해 소속 어선 150여척을 동원해 폐어구, 스티로폼, 플라스틱, 말풀 등 해양쓰레기 30여t을 수거했다.연합뉴스

쓰레기로 된 언덕은 바닷속에도 있다. 거의 모두가 모르고 지나가는 쓰레기다. 바다의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들만이 그 쓰레기를 안다. 나는 아직 이야기로만 들어보았다. 누군가가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메고 몸 여기저기에 납 벨트를 찬 채로 입수한다. 수면 아래로 깊이 내려가기 위해서다. 지상으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 숨을 쉬어가며 바닷속 쓰레기를 치운다. 산업 잠수사들의 일 중 하나다. 그들은 육지에서 하는 대부분의 막일을 수중에서도 할 줄 안다. 나의 아빠 웅이의 직업도 산업 잠수사였다. 바닷속에서 어떤 쓰레기를 보았느냐고 내가 묻자 웅이는 보지 않았고 만졌다고 대답했다. 물속은 아주 탁하고 어둡기 때문이다. 쓰레기는커녕 자신의 얼굴 앞에 가져다댄 자기 손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다. 시야가 나오지 않는 광활한 찬물 안에서 웅이는 쓰레기를 치운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져가며 치운다. “보이지 않아도 만지면 알 수 있어. 자전거구나. 드럼통이구나. 페트병이구나. 캔이구나. 비닐이구나.”

손에 눈이 달렸다는 말은 잠수사들 사이의 관용구다. 웅이는 익숙한 쓰레기들을 바다 위로 올려 보낸다. 그는 생생한 악취를 맡는다. 바닷물의 냄새를. 쓰레기의 냄새를. 오염된 물의 냄새를. 나는 쓰레기 언덕에 올라보지도, 바닷속 쓰레기를 만져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쓰레기가 쓰레기인 시간이 내 부모에게 결코 짧지 않았음을 안다.

그리하여 이 쓰레기를 가장 오래 겪을 이 세계를 생각한다. 세계는 우리 모두를 품고 있기 때문이며, 썩지 않은 무수한 것들과 함께 미래로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떤 쓰레기는 거북이의 콧구멍에 꽂히고 바다사자의 목을 조르고 돌고래의 배 속을 채우고 아기 새의 목구멍에 들어간다. 어떤 쓰레기는 수출되었다가 돌아오고 어떤 쓰레기는 방대한 섬이 되고 어떤 쓰레기는 내일도 생산되어 내 손을 잠깐 거친 뒤 잊고 싶은 곳에 쌓여갈 예정이다. 내가 배운 언어가 적힌, 익히 아는 쓰레기들이다.

모두가 버리지만 모두가 치우지는 않는 세계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쓰레기가 잠깐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보는 부모와 자식과 자식의 자식과 노동자와 옷가게 주인과 잠수사와 소설가와 시인과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당신이 있다. 우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생이 스며드는지.

<이슬아 | ‘일간 이슬아’ 발행인 글쓰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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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의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전문가들이 최종적으로 사업 “부동의”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 구성원 14명 중 찬반 양측과 결정권 없는 위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5명 전원이 사업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억지 추진’된 설악 케이블카 사업이 총체적 부정 평가를 받은 셈이다. 사업추진 결론은 이달 말 환경부가 최종 발표한다.  

출처:경향신문DB

20일 바른미래당 이상돈·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공개한 협의회의 최종 회의결과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동식물 전문가 위원 등 중립 성향 기관·전문가 모두가 8개 쟁점마다 근거를 대며 사업추진에 부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양양군이 2011년 설치 계획을 낸 이후 케이블카 사업은 2012년과 2013년 거듭 환경부의 퇴짜를 맞으며 사실상 폐기됐다. 그러나 2014년 강원도를 찾은 박 전 대통령의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는 한마디로 사업이 살아났고, 이듬해 국립공원위원회 승인이 나며 급물살을 탔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역은 5개 보호구역(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이어서 엄중한 단계와 평가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단계마다 사업통과를 위한 거짓과 끼워맞추기, 무리수로 점철되며 논란을 자초했다. 하지도 않은 조사를 한 것처럼 꾸미고, 각종 자료와 보고서를 조작하고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 추진 주체가 자신있게 내민 경제성조차 국회 예산정책처가 경제성 분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힐 만큼 엉터리였다.

이제 전문가들의 최종 결론까지 내려진 마당에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환경적인 이유는 물론 경제적 가치도 조작과 허상임이 드러났는데 계속 추진하겠다면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은 다른 국립공원에도 신호탄이 될 수 있다. 5중 보호구역마저 개발이 허가된다면 다른 곳은 어떻게 막겠는가. 잠깐의 과실은 달콤할지 모르지만, 환경훼손의 대가는 길고 쓰라리다. 설악산은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국제적 보호종인 산양의 번식지 가능성으로 세계도 주목하는 곳이다. 자랑스럽진 않아도 부끄러운 세대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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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한전의 적자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주장들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한전의 영업적자를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과연 탈원전 때문에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었는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우선 탈원전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2018년 기준으로 발전 비중이 23%에 달하는 원자력을 일시에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60년에 이르는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수명이 완료된 설비들을 순차적으로 폐쇄함으로써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2018년의 경우 원전 정비과정에서 격납건물 철판이 부식되고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비일정을 연장함에 따라 원전이용률이 일시적으로 저조하였다. 탈원전 차원이라기보다는, 안전한 원전 가동을 위한 측면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원전이용률 하락이 한전 적자의 직접적인 요인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원전이용률이 65.9%로 전년 대비 5.3%포인트 낮아졌고 한전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 기준 원전이용률이 79.3%로 전년 동기 대비 20.5%포인트나 개선되었음에도 영업적자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는 곧 최근 한전 적자 요인이 원전이용률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물론 원전이용률 하락이 한전 영업적자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전의 영업실적은 원전이용률뿐만 아니라, 발전연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유가, 유연탄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원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2019년 상반기에 영업적자가 증가한 것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원전이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미·중 무역분쟁 확대 등으로 같은 기간 1075원에서 1146원으로 71원 상승하는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발전연료 가격이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더불어 봄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하여 석탄발전기의 예방정비를 봄철에 집중하여 시행하는 등 석탄이용률이 전년 동기와 대비해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원·달러 환율, 유가, 유연탄가 등이 전년 동기와 유사하여 발전연료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더라면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다시 흑자로 전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2018년과 2019년 상반기의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며, 환율·유가 상승 등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전력공급원가가 급격하게 변동될 수 있는데, 과거처럼 과도한 흑자가 나도 문제이고, 지금처럼 적자가 발생해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전이 앞으로 국가의 미래 에너지 정책을 구현해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에너지안보 및 지속 가능한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한전의 재무건전성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원인 규명 논란에서 벗어나, 에너지전환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미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도 올바른 가격시그널을 줄 수 있도록 전력공급원가를 합리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요금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정확히 산출하여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등 미래 세대들을 위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한전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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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악의 정상, 권금성에 케이블카가 놓인 건 1971년 일이다. 유신 선포를 얼마 앞둔 박정희는 사위에게 권금성 케이블카를 허가한다. 설악산은 이미 1965년 천연기념물,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명백한 특혜였다. 이곳은 50년 가까이 한 일가가 매년 수십억원의 수익을 남기며 독점 운영하고 있다. 이후 케이블카 추가 설치 요구는 1982년, 2012년, 2013년, 2015년 끈질기게 이어졌고, 대상지는 내설악 보호구역 핵심지역을 향했다. 지금도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오색~끝청 구간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검토 중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50년의 논쟁, 이제는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을 다시 살펴보자. 작년 3월 환경부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는 2012년, 2013년 불허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2015년에 어떻게 통과되었는지 조사해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책 건의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대통령의 지시, 경제장관회의에서의 후속 조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내용이다. 최순실과 연관된 경제인단체가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산악승마와 열차, 정상부 리조트 등 산악관광 활성화를 건의한다(2014년 6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방안’을 지시한다(2014년 8월2일).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지관광 활성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을 중점 과제로 별도 관리하겠다고 발언한다(2014년 8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종 제2차관실 산하 관광레저기획관실 주도로 ‘친환경케이블카 확충 TF’를 이끌고, 2차 회의 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노선으로 오색~끝청 구간을 확정한다(2014년 11월7일).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 완공이 목표였다.

생태계 보전의 최일선에 서야 할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은 케이블카 사업을 직접 ‘컨설팅’한다. 환경부는 2015년 별도 비밀TF를 운영하고, 사업자 양양군과 현장 조사계획을 사전에 논의한다. 국립공원위원회 민간전문위원회 현장 조사 및 검토보고서를 양양군이 유리하도록 지원, 점검한다. 해당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도록 환경부가 불법과 거짓에 앞장선 것이다. 당시 양양군은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에 극상림과 아고산대에 대한 잘못된 언급을 하고, 경제성을 부풀리고, 산양 개체 수는 단 1마리로 ‘산양 주 서식지’가 아닌 것으로 기재된 부실한 ‘자연환경영향검토서’를 제출했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은 미리 투표함까지 준비해 사업을 승인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양양군 삭도추진단 공무원 2명은 사문서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감사원은 실시설계 용역계약 부당 체결과 3억원 넘는 예산 손실을 이유로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권고했다.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유령 보고서’ ‘슈퍼맨 보고서’로 불렸는데, 조사자가 없거나 거짓으로 작성된 정황이 확인됐다. 최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보도자료(2019년 7월19일)를 내고 ‘공사구간이 아닌 주변지역에서 식생을 조사한 것’ ‘식생조사와 매목조사 결과가 대부분 불일치’ ‘조사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으며, 상류정류장 희귀식물의 이식계획도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는 8월, 설악산 케이블카 최종 검토와 발표를 앞두고 있다. ‘불법과 거짓’의 과거를 바로잡는 것은 설악산 케이블카 ‘부동의’와 ‘환경부 장관 고시 철회’ 결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설악산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이며, 기본적인 염치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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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이다. 모두들 날씨에 민감하다. 반면 기후변화에는 무관심하다. 날씨와 기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후는 지구온도가 장기간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날씨는 그 균형에서 벗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눈앞의 날씨변화는 쉽게 알아차리지만, 소리 없이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감지하지 못한다. 문제는 미세한 기후변화가 삶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0.5도만 올라도 해수면이 10㎝ 높아져 1000만명이 위험에 빠진다는 통계가 있다.

최근 독일 연구진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동물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인간에 앞서 동물의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불길한 소식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상태로 12년이 흐르면 기후위기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한다고 예측한다. 지금의 탄소에너지 소비를 절반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지구 문명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중국조차 공산당 당헌에 ‘생태문명’을 삽입했을까. 21세기를 충적세와 다른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규정하는 학자도 있다. 인류에 의한 자연파괴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대라는 뜻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대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화두는 기후위기다.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한 이후 30년 가까이 이 문제를 붙잡고 있다. ‘녹색평론’ 최신호(2019년 7~8월호)에는 모두 20편의 글이 실려 있다. 시, 서평, 연재물 등을 빼면 기후위기(6편), 민주주의와 정치(3편), 기본소득제(2편)와 관련된 게 대부분이다. 기후위기 해결이 당면 과제라면 민주주의는 문제 해결의 방법이고,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경제적 삶을 위한 장치다. 비핵화, 한·일관계 등 현안에 관심 있는 이들은 ‘녹색평론’이 비정치적이고 탈시사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녹색평론’만큼 정치적인 잡지도 없다. 김종철은 정치를 다루되 현상이 아니라 근본을 얘기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김종철은 ‘근본적 생태주의자’다. 생태문제를 문명사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녹색사상가’다. 그는 이번호 ‘녹색평론’ 권두에세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를 녹색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모두가 비핵화 논의에 매달리고 있을 때, 김종철은 비핵화 이후,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그리고 있었다. 물론 한반도의 녹색화는 비핵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는 가까운 곳과 먼 곳,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는 복안(複眼)을 가졌다. 황우석 사건이 터졌을 때, 그리고 한·미 FTA가 논의됐을 때 그는 여론과 다른 의견을 냈다. 그때는 호된 비난을 샀지만, 지금은 다르다. 10여년 전 기본소득제를 얘기했을 때도 반향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의제가 됐을 뿐 아니라 일부 농촌은 이미 시행 중이다.

김종철은 단순한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환경과 기후의 위기를 문명사적 측면에서 조명하면서 위기의 근원을 근대 문명으로 지목한다. 자본주의의 대량생산에 근간을 둔 산업경제가 지속되는 한 환경과 기후의 위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후위기의 해법은 자본주의 성장과 발전의 고리를 끊는 데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김종철이 여느 환경주의자들과 다른 점은 끊임없이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나선다는 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그의 대안은 ‘소농을 기반으로 한 생태적 순환사회’다. 그가 근대문명이 아닌 소농 중심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은 ‘비근대 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고 인간 본성을 지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마을자치와 협동조합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종철 생태사상론집 &lt;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gt; 참조)

‘녹색평론’은 줄곧 생태에 대한 근본주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전국에서 50여곳의 ‘녹색평론’ 읽기 모임이 운영될 정도로 열성독자도 꽤 된다. 그러나 ‘녹색평론’의 생태주의는 아직 사회의 주류 담론이 되지 못하고 있다. 모두 ‘기후위기’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발등의 불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나선 이후 유럽 전역에서 청소년들의 ‘기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기후 문제에 대해 너무 조용한 한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구약시대의 선지자 이사야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있을 것이라며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은 수백년이 지나 현실화됐다. 세례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선언하고 예수 영접에 나섰다. 김종철과 ‘녹색평론’이 울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음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 그 외침이 도시로, 마을로 울려퍼져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지구의 ‘기후재앙’을 막을 실천에 나서야 한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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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17일부터 사흘간 국제 드라큘라 콘퍼런스가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개최되었다. 15세기에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이 살았다는 곳에서 멀지 않은 도시다. 드라큘라의 역사와 신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하기 위해 1995년부터 국제대회가 열렸다고 하니 호사스러운 인간의 호기심을 판매하는 시장에서 드라큘라에 제법 상품성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드라큘라는 유럽의 역사에서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인 뱀파이어와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이미지를 획득했으며 21세기에 들어서도 영화나 이야기 속에서 여전히 위세를 떨친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기 때문에 햇빛을 싫어하고 빈혈이 심한 데다 잇몸이 점차 줄어들면서 이가 길어지는 현상에 주목한 의학사가들은 드라큘라가 포르피린증(porphyria)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의인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정한다. 짐작하다시피 포르피린증은 인간의 몸에 포르피린이라는 물질이 많아서 생기는 증세를 칭하는 의학 용어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화학과 생물의 경계에서 20년 넘게 공부한 내 입장에서 보면 포르피린(porphyrin)은 우리 인류에게 단연 가장 중요한 화합물 중 하나이다. 간단히 숫자로 예를 들어보자. 우리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 인간이 가진 전체 세포가 약 40조개라면 그것의 절반이 넘는 약 25조개의 세포가 적혈구이다. 순전히 산소의 운반만을 목적으로 진화한 적혈구 안에는 세포라고 규정할 만한 소기관이 아무것도 없다. 유전 정보를 함유하는 핵도 없고 세포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도 없다. 대신 세포 하나당 2억개의 헤모글로빈 분자가 들어 있다. 헤모글로빈(heme+globin)은 네 개의 글로빈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글로빈 하나당 한 개의 헴(heme) 분자가 할당된다. 헴이라는 화합물이 글로빈 단백질 하나와 일대일로 결합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적혈구 하나에는 8억개의 글로빈 단백질과 8억개의 헴이 들어 있다. 적혈구 세포 숫자에 헤모글로빈 분자 수를 곱하면 20,000,000,000,000,000,000,000이다. 0이 무려 스물두개다. 이 계산에 따르면 우리 몸 안에는 최소한 저만큼의 헴 분자가 들어 있다. 

그럼 포르피린은 헴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간혹 나는 수업시간에 포르피린의 화학적 구조가 네 잎 클로버를 닮았다고 비유적으로 말한다. 이 클로버 중앙에 철이 들어가 있는 물질을 우리는 헴이라고 부른다. 헤모글로빈에서 산소와 결합하는 부위가 바로 헴 안의 철이다. 그러니까 헤모글로빈 안에 헴이 그리고 헴 안에 철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헴 안의 철 대신, 눈자위 아래가 파르르 떨릴 때 복용한다는 마그네슘이 포르피린 분자에 들어오면 엽록체라는 화합물이 된다. 동물의 몸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헴과 태양 복사에너지를 수확하는 엽록소의 기본 골격이 바로 포르피린이다. 호흡과 광합성이 없는 다세포 생명체가 없듯이 포르피린이나 헴을 만들지 않는 생명체도 존재하지 못한다. 

상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헴은 세균이나 식물, 동물 모두 몇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매 단계마다 효소가 일을 한다. 따라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완제품인 헴의 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헴 전구체 불량품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증세를 포르피린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햇빛 아래에서 단백질 강보에 싸인 헴은 안정적이지만 자유롭게 활보하는 불량 포르피린은 화학적으로 매우 극성스러워서 세포 입장에서는 위험한 물질이 된다. 또 헴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헤모글로빈의 재료가 적은 포르피린증 환자는 자주 빈혈에 시달린다. 

포르피린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햇빛에 노출되면 살기가 괴로워지니까 빛을 피하는 드라큘라의 행동적 특성은 이해가 간다. 십자가를 기피하는 일은 종교적인 이유가 있다고 해도 드라큘라가 왜 마늘을 싫어하는지는 잘 모른다. 최근에 게재된 한 의학 논문에 마늘 성분이 헴을 분해하도록 도와서 빈혈 증세를 더욱 심하게 할 것이기에 이들이 마늘을 피할 것이라는 자못 ‘비장한’ 추론이 실리기도 했다.

좀 생뚱맞긴 하지만 포르피린증을 앓는 사람들은 잘 먹어야 한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으면 헴을 합성하라는 개시 신호가 전달되고 그에 따라 포르피린의 양이 늘면서 위험 물질이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가 ‘셀’ 자매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18~19세기에 걸쳐 장기간 영국을 통치했던 조지 3세의 행적에서 영양 결핍에 따라 악화되는 전형적인 포르피린증 증세를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소재에 본격적으로 과학적 잣대를 들이댄 매우 흥미로운 결과이기도 했지만 헴의 존재가 생명체의 ‘먹고사는’ 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겠느냐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 멋진 연구였다. 

현재 유럽에선 40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사람의 체온에 육박할 정도의 더운 날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드라큘라처럼 우리도 이젠 여름 햇빛을 피해 다녀야 하나 중얼거리며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드라큘라의 저변에 깔린 생물학에서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힐 어떤 묘수를 깨우칠 순 없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산소와 강하게 결합하는 헴 분자를 개선해 태양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포획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온 식물의 엽록소처럼 포르피린 구조를 흉내 낸 모종의 화합물을 합성할 수는 없을까? 선크림을 바르는 대신 하마처럼 자외선을 차단하는 붉은색 색소를 분비해 태양과 세균으로부터 인류의 피부를 보호할 수는 없을까? 줄기는 모래와 자갈에 꼭꼭 숨겼지만 옥살산 결정의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햇빛을 받아들인 다음 광합성을 수행하는 나미비아 나미브(namib) 사막의 선인장을 어떤 식으로든 모방하는 건 어떨까? 

전 지구적 차원의 오싹한 납량(納凉) 특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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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의 첫 10년을 보내면서 미국 국립해양청(NOAA)은 48개국 300여명의 과학자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기후보고서를 발표했다. 명백히 인류에 의해 초래된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결론지은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는 1880년대 이후 갈수록 더워져 2000년대가 가장 더웠던 10년으로 기록됐다. 당시 영국 기상청의 피터 손은 “보고서는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절규를 나타낸다”고 했다.

그 ‘절규’가 날로 강렬해지고 있다. 사상 최고의 폭염이 한국을 강타한 2018년 지구 평균기온은 14.69도를 기록, 20세기 전체 평균보다 0.79도나 높았다.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4번째 높은 기온이다. 139년의 관측기간 동안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6년이며 2017년, 2015년, 2018년 순이다. 2015년 이후 기록적인 더위의 계속이다. 2018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973년 대비 6월은 1.3도, 7월은 1.1도, 8월은 0.9도 각각 상승했다. 폭염일수는 31.5일, 열대야는 17.7일을 기록했다. 공히 역대 최장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와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은 지난해 8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이례적인 폭염의 지속”을 경고했다. 올해도 벌써 지구촌 곳곳에 폭염의 내습이다.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지난달 40도를 넘는 ‘이른 폭염’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인도는 기온이 50도를 넘어 100여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북극해와 맞닿은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는 지난 5일 기온이 32.2도까지 치솟아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도 지난 6일 36도를 넘으면서 동기 기온으로는 80년 만에 가장 높았다. 폭염경보가 시행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과 중부에 가장 먼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역대 가장 긴 여름’ 예측도 나왔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필연적 현상이 폭염이다. 기상 이변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온이 45.9도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프랑스 남부 마을의 시장은 “우리는 이러한 기후를 견뎌내야만 한다”고 했다고 한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 이제 견뎌내는 것 빼고는 달리 길이 없는 것일까.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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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원자로에서 열출력 급증 현상이 발생한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호기 사고는 결국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한빛 1호기의 열출력 급증의 직접적 원인은 근무자의 계산오류 때문이었다. 원전에서는 핵연료 교체 후 제어봉(자동차의 브레이크처럼 원자로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반응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함)이 원자로 출력을 설계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제어봉 제어능 측정을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원전 측은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해놓고 이 담당자에게 교육시키지도 않았다. 결국 이것이 계산오류로 이어지면서 원자로 출력값이 제한치의 18%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원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황당하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최초에 제어봉을 꺼내게 만든 제어봉의 조작 그룹 간 편차도 조작자의 미숙이 원인이었다. 제어봉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을 똑같이 2회 연속 해야 하는데, 한 그룹에서 1회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측정값이 들쭉날쭉했고, 제어봉을 꺼내 점검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 밖에 불순물 침적 등 기계적인 문제로 인한 원자로 제어 중 제어봉의 고착 현상도 확인됐다. 일반 공장에서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 원전에서 벌어졌다. 여기에 1차 조사에서 드러났듯, 원전 측은 열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치솟았는데도 원자로를 계속 가동했다. 원자력안전법상의 한수원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바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도 12시간 가까이 방치한 것이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감독자의 지시 없이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으면서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묻고 싶다.

다행히 이번 열출력 급증 사고로 인한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었다고 한다. 한수원 측은 이날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사고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질문에 “국내 원전은 출력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운전이 정지되도록 돼 있다”며 안심하라고 했다. 원전은 작은 실수도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완전한 안전 담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원전의 안전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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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1기 설비가 1987년 준공되었으니, 30년이 넘었다. 이곳에서 용광로 안전밸브를 통해 중금속이 포함된 분진과 유독가스가 일상적으로 배출되었다. 한 세대 이상 쉬쉬했던 환경오염사고가 내부 제보로 지난 3월 밝혀진 것이다. 최근 해당 지자체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통지했다. 고의적인 안전밸브 개방에 대해 내려진 30년 만에 최초의 조업정지 조치였다. 환경부도 입장을 내고 대기환경보전법 등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못 박는다.  

포스코는 경제손실이 막대하다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걸겠다고 반발했다. 포스코가 제공한 데이터로 몇몇 언론이 조업정지를 ‘제정신으로 한 일인가’라며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회사는 뒤로 빠지고 ‘경제 파탄’ ‘포스코 죽이기’라며 포스코 협력사를 동원했다.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30년 넘게 벌어진 건강피해와 환경오염 논란에 머리를 숙이는 게 우선 아니겠는가. 주민건강영향조사 실시, 환경오염시설 개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 광양제철소는 5기 설비에 연간 2500만t의 철 생산능력을 갖춘,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포스코에너지는 맹방 해안과 안정산 일대에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 건설 공사를 진행한다. 최근 공사 현장에서 길이 1.3㎞ 이상의 ‘지정 문화재급’ 석회동굴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사업시행자인 포스코에너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문화재지표조사 보고서 어느 곳에도 동굴의 존재는 없다. 부지 전체의 지반 조사, 철저한 문헌 조사와 현장 검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거짓’ 보고서를 제출했고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검증 없이 믿었다. 지금이라도,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

서울그린캠퍼스 홍보대사 대학생들이 4일 서울광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며 노란우산으로 ‘1.5도C’를 표현하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고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에서 요청했다.울그린캠퍼스 홍보대사 대학생들이 4일 서울광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며 노란우산으로 ‘1.5도C’를 표현하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고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에서 요청했다. 김영민 기자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는 발전부문에서 기인하며, 발전부문의 80%는 석탄발전 때문이다. 미세먼지 배출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현재 가동 중인 60기의 석탄발전 배출량은 경유차 930만대보다 많다. 환경비용만 고려해도, 석탄발전은 경제적으로도 최적 전원이 아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도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우리나라 관리 기준을 초과할 것이다. 비소, 벤젠, 카드뮴, 6가크롬 등 발암물질도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고스란히 심각한 건강 피해로 이어진다. 맹방 해안에 매립 중인 석탄 하역부두의 경관 훼손과 생태계 파괴, 비산먼지 등도 문제다. 포스코에너지는 ‘삼척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 등 지역사회와 동반성장’을 홍보하고 있다. 사적 이윤을 볼모로 주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은 광양제철소와 똑같다.

국민의 건강권과 알 권리가 경제 때문에 희생되는 개발 맹신 시대는 지났다. 경제냐 환경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케케묵은 이분법적 논쟁도 적절하지 않다. 2015년 유엔 총회는 글로벌 공동 추진 목표로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채택했다. 슬로건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속성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주민의 건강을 외면하지 않고, 경제와 동시에 환경을, 분배의 정의를,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광양제철소와 삼척화력발전소에 대한 포스코의 겸손한 사과와 전향적인 조치를 바란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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