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IT 통신'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9.12.12 [이상엽의 공학이야기]4차 산업혁명 시대, 9가지 혁명적 기술
  2. 2019.11.20 [기고]아세안과 함께 동반성장 꿈꾸는 ‘5G 세상’
  3. 2019.11.11 [사설]‘통신사-케이블SO’ 합병, 공공성·다양성 침해 경계해야
  4. 2019.09.19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제조업의 변혁
  5. 2019.07.10 [기고]‘정보보호’, 안전한 5G 세상을 위한 다짐
  6. 2019.02.11 [사설]‘화웨이 포비아’ 확산, 한국도 사이버 안보 검증 필요하다
  7. 2018.11.26 [사설]KT 화재 사태, 국가기반 통신시설이 이토록 취약하다니
  8. 2018.03.22 [사설]빅데이터 시대의 그림자,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9. 2018.01.30 [기자칼럼]달라진 페북 타임라인
  10. 2017.11.13 [여적]킬러로봇
  11. 2017.11.09 [최희원의 IT세상]네이버와 여론조작
  12. 2017.10.31 [기자칼럼]게임판의 농단 ‘확률형 아이템’
  13. 2017.10.12 [최희원의 IT세상]한국형 스턱스넷은커녕 댓글조작하는 사이버사령부
  14. 2017.06.15 [최희원의 IT세상]인공지능 시대의 구글과 소니
  15. 2016.06.16 [최희원의 보안세상]확산되는 생체인증
  16. 2016.05.25 [여적]소물인터넷
  17. 2016.05.25 [최희원의 보안세상]감시권력이 인간을 폐허로 만든다
  18. 2016.05.25 [녹색세상]개혁으로 포장된 ‘규제 완화’
  19. 2016.05.05 [최희원의 보안세상]카드 도난 알려준 빅데이터, 설레지만 두려운 미래
  20. 2016.04.07 [최희원의 보안세상]선거판까지 진출한 해커, 보이는 것만 진실일까

2015년 9월7일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인류사회에 미치는 파괴적 혁신의 영향력’을 주제로 강의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정밀의료, 유전체공학 등 떠오르는 기술들이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면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볼 수 있었던 이 명강의는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이었다. 그 후 아부다비에서의 글로벌어젠다카운슬 서밋을 거쳐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의 주제로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지디오 지역에 세계경제포럼의 4차산업혁명센터가 설립되어 떠오르는 기술들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장점과 위협요인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특히 정책, 표준화, 인센티브 등을 설계함으로써 위협요인들은 최소화하고 장점들은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켜 다양한 연구를 해 왔으며, 지난 10월에 그 결과물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산업 변화, 요구되는 인재상, 데이터 자산 확보와 가치화, 스마트 자본으로 대변되는 질적 자본 등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조력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제시했으며 각 세부 분야별 대정부 권고안도 발표했다. 획일적 주 52시간제의 적용이 가져오는 문제, 대학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교육혁신, 혁신적 포용사회 구축, 바이오헬스·제조·금융·물류 등 각 산업별 권고,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버 보안,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 등 지능화시대 혁신 기반에 대한 권고 등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이러한 권고사항들부터라도 정부가 신속히 추진하면 좋겠다.

세계경제포럼의 4차산업혁명센터에서는 9가지의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첫째로 인공지능 분야는 공공 분야에의 인공지능 적용,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지능 표준, 인공지능에 필수적인 데이터의 시장, 인공지능 윤리, 안면인식기술의 책임감 있는 한계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두 번째는 자율 및 도시 이동기술 분야이다. 안전규제, 사회적 이익, 평등과 접근, 기반시스템, 그리고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또는 계획되고 있다. 세 번째는 블록체인 분야인데 공급사슬에서의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뢰받는 새로운 디자인, 블록체인 시대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정부 투명성의 증대, 데이터 소유권과 토큰경제에서의 경제모델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네 번째는 데이터 정책이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듯이, 데이터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공통의 가치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데이터의 원활한 흐름을 위한 데이터 호환 프레임워크 설계, 정밀의학에서의 데이터 문제,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 정책, 그리고 데이터최고책임자(Chief Data Officer)의 필요성과 역할 등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다섯 번째는 디지털 교역인데 현찰 없이 지불하기, 블록체인을 이용한 글로벌 교역, 3D프린팅과 교역 물류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섯 번째는 드론과 미래 항공기술인데 드론 규제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드론 배달, 하늘을 나는 개인 이동수단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일곱 번째는 지구를 위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인데 지속 가능한 수산업, 블록체인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의 스케일업, 복원을 위한 환경데이터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덟 번째는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그리고 스마트시티인데 안전한 사물인터넷 구현을 위한 시장 인센티브 고안, 사물인터넷 기술의 영향력 가속화 전략, 소비자 사물인터넷에서의 신뢰 구축, 사물인터넷을 통해 얻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공통의 가치 구현에 활용하는 전략, 스마트시티를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정밀의학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보다 더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정밀의학은 특히 데이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의료데이터의 장벽 제거, 정밀의학의 더 큰 발전 전략, 임상시험의 새로운 전략, 의료비와 의료보험의 혁신적 재설계, 정밀병리학과 차세대 진단, 병원에서의 유전체학 적용 확대 전략 등을 다룬다. 내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정밀의학카운슬에서는 위 내용에 추가로 윤리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상의 많은 떠오르는 기술들에 대한 글로벌 정책과 표준화 설계는 많은 나라들의 협업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므로 일본, 중국, 인도에는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의 자매센터를 공식으로 출범시켰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다수의 국가에는 부속 센터들을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세계경제포럼의 자매센터나 부속센터 설치는 못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의 노력으로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와 협력하기로 하고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를 카이스트에 설치하고 지난 10일 개소식을 했다. 우리나라 정부 출연연구소들과 대학, 기업 등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센터는 세계경제포럼과 블록체인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을 하며, 정밀의학과 인공지능 분야 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 세계경제포럼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정책과 표준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시민단체 등 많은 이해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뿐 아니라 산업 발전과 건강한 사회 구현에 앞장서 나가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빠르게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기술들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이 모두에게 고루 혜택이 갈 수 있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과 전략 수립에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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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라오스에서 개최된 2019년 한·아세안 정보통신장관회의에 다녀왔다. 그 회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5세대(G)에 대한 아세안 각국의 뜨거운 관심이었다. 이에 한·아세안 5G 대화협의체(5G Dialogue)를 제안해 아세안과 5G의 정책적 논의를 통한 향후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5G 대화협의체가 활성화되면 5G 관련 기업의 아세안 진출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매력적인 지역이다. 6억5000만명이 넘는 인구, 절반이 넘는 30세 이하 인구 비율, 중국에 이은 두 번째 교역·투자 대상이다. 경제성장률도 5%가 넘는다. 또한 업무, 여름휴가나 신혼여행 등으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세안이 가진 이런 매력과 가치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출범 당시부터 아세안을 신남방정책의 핵심지역으로 설정하고, 미래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아세안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협력은 스마트시티, 사이버 보안, 농산물 가공, 수자원 관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에 대응하고자 지난 5월23일 베트남 호찌민에 IT 지원센터를 개소했고, 이전에 하노이, 싱가포르에도 IT 지원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또한 빠른 시일 내로 한·아세안 과학기술협력센터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개소해 아세안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올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한 5G는 아세안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이다. 5G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이다. 아세안이 차세대 신성장의 주역으로 발돋움하려면 우리의 5G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그들도 잘 알기에 이번 한·아세안 정보통신장관회의에서 그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25일과 26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의 5G 기술을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에게 소개할 또 한번의 좋은 기회다. 한국과 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획기적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5G 문화공연과 5G 기술 전시를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가 준비한 공연과 전시가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가 꿈꾸는 5G 기반의 스마트하고 편리한 미래세상을 아세안도 함께 꿈꿀 수 있어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우리는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의 동반자로서 아세안의 가치와 잠재력을 새롭게 인식하고, 함께 더 멀리 나아갈 것이다.

<최기영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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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인터넷(IP)TV를 운영하는 국내 1·3위 통신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티브로드 합병 및 CJ헬로 인수를 각각 승인했다. 최종 인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KT·LG·SK 통신 3강 체제’로 재편된다. 인수·합병의 빗장이 풀리면서, IPTV 업체의 딜라이브 등 중소 SO 인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한다. 시장의 80%를 점유할 ‘3사 카르텔’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란 이야기다. 공정위 결정은 유료방송시장이 IPTV 중심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유료방송시장은 2017년 IPTV가 케이블(CA)TV를 추월한 뒤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수익이 급락한 SO업계는 IPTV와의 합병을 원할 정도라고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방송시장에서 IPTV 운영 통신사 권한이 과도해질 때 나타날 우려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공정위는 CA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내놨으나, 기업결합 후 1년이 지나면 이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 교차판매도 허용했다. 소비자 보호범위는 최소화하면서 ‘뒷문’까지 열어놓은 셈이다. 가뜩이나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간 결합상품이 다수인 상황이다. 원하는 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전파의 소유권은 수용자인 국민에게 있다’는 방송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상업적 콘텐츠 범람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신사가 지배력을 앞세워 콘텐츠 유통과 채널 배정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운영하는 IPTV는 PC와 모바일 등을 앞세워 그 영향력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뉴스 하나만 봐도, 이미 디지털이 전파를 추월했다. 통신사 권한을 더 키워줄 ‘망 중립성 폐지’ 논의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제도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급변하는 기술·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나무랄 수는 없다. 혁신경쟁을 촉진하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만 우선하려다 ‘견제와 균형’ ‘공공성’ 등 사회적 가치까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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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신발 제조회사 아디다스는 다른 많은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에서 신발을 생산해 왔다. 2016년 독일의 안스바흐 소재 스피드팩토리를 통해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MFG(Made for Germany)를 출시하며 제조업의 독일로의 복귀를 알렸다. 이 스피드팩토리에서 신발을 제조하는 과정은 기존 공장의 방법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의 공장에서는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다량 만들었다. 스피드팩토리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의 주문을 받아 맞춤형으로 제조한다. 주문을 받고 제조 완료까지 5시간밖에 안 걸리니 아시아에서 위탁생산을 할 때 걸렸던 2~3주보다 훨씬 빨리 제조한다. 제조방식에 이러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몇 가지 요인을 살펴보자.

우선 다음의 사항들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개성 있는 자신만의 신발을 신고 싶은 고객의 요구를 맞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고를 쌓아두지 않을 수 있을까? 패션과 유행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는데 어떻게 하면 빠르게 제조할 수 있을까? 이들을 해결하면서도 신발 가격 경쟁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아디다스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로 일컬어지는 3D 프린팅, 첨단 제조로봇이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결되어 인건비 걱정 없이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의 자동 제조가 가능한 스피드팩토리를 통해 이 문제들을 모두 해결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신발 스타일, 디자인, 소재, 색상, 신발 깔창, 신발 끈 등을 선택하면 그에 맞추어 로봇이 신속하게 제조한다. 이 로봇들은 잠도 안 자고 24시간 신발을 제조한다. 주문을 받고 5시간 만에 제조하여 24시간 내에 배송까지 할 수 있으니 제품 출시까지의 시간 단축은 물론 재고도 쌓이지 않는다. 소위 주문형 대량생산(custom mass production)인 이 제조방식은 몇가지 선택사항들의 조합을 통해 많은 종류의 맞춤형으로 제조하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아디다스는 2018년 미국 애틀랜타에 독일보다 더 큰 스피드팩토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크게 부각한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를 위하여 올 한 해에 회수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1100만켤레의 신발을 만든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change)하는 정도를 넘어 변혁(transformation)의 시대를 맞고 있는 제조업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아디다스의 변혁이 좋은 예이기는 하지만 또 어떠한 사항들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은 가치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제조 공장에서 안전, 건강, 환경은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객들은 고품질은 당연하고 자신만의 제품, 경험, 즐거움을 요구하고 애프터서비스의 강화도 바라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하나뿐인 지구가 강조되면서 지속 가능성, 친환경성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내가 의장을 맡고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 글로벌 퓨처 카운슬을 포함하여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38개의 카운슬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첨단 제조 및 생산 글로벌 퓨처 카운슬이다. 이 카운슬에서는 몇 년간의 전문가 토론과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 의사결정자들의 검증을 받아 제조기술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기술과 시스템들을 7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발표했다.

첫째는 생산철학이다. 순환경제를 위해 리사이클된 소재 활용, 위에 언급한 주문형 대량생산, 제품의 평생 서비스, 유연하고 모듈식인 제조 시스템, 에너지 및 원료 절약형 제조 시스템, 친환경 생산 등이 고려될 생산철학으로 포함되었다. 둘째는 첨단소재로서 초경량 소재,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기반 소재, 유연한 전자제품, 메타물질, 나노엔지니어링 기반 소재 등이다. 셋째는 첨단생산 공정인데 연속제조, 표면제조 공정, 잉크젯프린팅, 유연구조의 제조 등이 포함되었다. 넷째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로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대화 시스템, 사회망, 상황인식 시스템, 다차원 상호작용, 웨어러블 로봇 등이다. 다섯째로 연결과 계산인데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쌍둥이, 기계와 기계의 연결성,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블록체인, 퀀텀 컴퓨팅 등이 포함되었다. 여섯째로는 분석과 지능인데 빅데이터, 데이터마이닝, 지식기반 시스템, 지능형 시스템, 원격 유지보수 시스템, 인공지능, 생물정보학, 인지계산이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물리 시스템으로서 3D 프린팅, 광학, 메카트로닉스, 자율로봇, 협동로봇, 유연하고 조정이 용이한 기계와 로봇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기술들만 조합해도 지금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미래의 공장 모습이 보인다. 한 가지 예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나노와 바이오 기술로 새롭게 만들어진 소재들을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통해 공급받아 인공지능으로 최적화된 첨단로봇과 3D 프린터가 제품을 만든다. 예전처럼 큰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소형 공장들이 들어서서 생산하며 이 모든 소형 공장들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본사에서는 주문-생산-판매-배송-애프터서비스-리사이클까지 전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각 소형 공장들에서의 생산 관리 등에 활용한다.

앞으로 제조업은 큰 문제들, 즉 기후변화 대응, 지속 가능성 추구, 인구 고령화 및 건강 문제, 물, 에너지, 자원 부족 문제뿐 아니라 각 제조업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기반으로 위에 기술한 것들을 포함한 신기술들을 조합하여 각 제조업에 맞게 적용하여 빠르고 과감하게 변혁해야 한다. 여기서 속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뒤늦게 변화하는 기업들은 먼저 변화한 기업을 따라갈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의 CEO들은 기술들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예전처럼 최고기술경영자(CTO)에게 기술을 맡겨 놓는 것으로는 이러한 변혁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모든 기술을 한 기업이 섭렵할 수 없으므로 대학, 연구소, 타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조업의 변혁과정에서 많은 단계와 작업들이 자동화됨으로써 기존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국가와 사회는 구성원들이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하여 새롭게 요구되는 일자리에 적합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변혁의 제조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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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월20일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통제 시스템을 마비시키고자 시도한 사이버공격은 사이버전이 물리공격으로 이어질 뻔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실제 무기 없이도 공격이 가능한 사이버 세상은 범죄와 분쟁을 효과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이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버 세상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이미 지난해 백악관을 중심으로 국가사이버보안전략을 발표하고 사이버보안청(CISA) 신설 등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아세안에서는 싱가포르와 일본 등이 역내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경쟁적으로 자국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서방 주도의 국제사회 규범 형성에 대항하는 규범과 협력체계를 구축 중이다. 

(출처:경향신문DB)

한국도 그간 축적해온 사이버보안 대응역량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사이버보안 논의에 적극 동참하여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올해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고 5G+전략을 발표하여 ‘가장 안전한 5G 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향유하고, 글로벌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이다. 해킹에 따른 감염 대응·예방 체계를 사전에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융합보안을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고 5G 플랫폼의 안정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먼저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보안 강화를 지원하고, 지능화·대규모화되는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침해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클라우드 보안 및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제 운용에 있어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보안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개선을 추진 중이다. 또한 초연결시대 산업은 물론 국민생활 전반의 보안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 표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전한 5G+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에 기업, 기관, 국민들의 자발적 동참도 더해져야 한다. 제조, 건설, 물류 분야 기업들은 시스템 설계 시부터 보안을 내재화하고 일반기업과 기관들 역시 침해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인적, 물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비밀번호 설정, e메일 발송자 확인, 최신 운영체제 사용 등을 습관화해야 한다. 무인이동체와 자동화기기, 지능형 CCTV 등 새로운 5G 기반 융합기기들도 마찬가지다. 

7월은 정보보호의달이고, 10일은 정보보호의날이다. 7월 한 달간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들은 다양한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5G 상용화 원년인 올해의 주제는 ‘5G+, 초연결사회, 정보보호’이다. 

이번 정보보호의날이 국가 사이버안보 역량을 총결집하고 국민 모두가 정보보호의 기본을 지키고 함께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영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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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장비를 사용하는 데 따른 ‘정보유출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의회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무선통신망에 중국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곧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중국통신기업의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에서 화웨이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비상조치다.

매슈 휘터커 미국 법무장관 직무대행(왼쪽에서 두번째)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장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 국장(왼쪽부터)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멍완저우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이 차세대 통신기술인 5G 네트워크에 장비를 공급한 뒤 이를 통해 기밀을 수집하거나 통신 방해를 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이 미국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들어 화웨이를 제재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영국, 독일, 일본 등 동맹국들의 모바일, 인터넷 업체들이 화웨이가 생산한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을 비롯한 프랑스와 독일 등의 업체들로부터 긍정적인 회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할 처지가 아니다. 국내 통신업체 중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5G 통신망을 구축했다. 국내 인구의 절반이 몰린 수도권에 화웨이 장비가 설치됐다. LG유플러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정보유출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선 장비는 유선 장비에 비해 보안이 허술하다. 또 개발자가 몰래 정보를 유출하는 뒷문을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벽한 보안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화웨이 제재를 놓고 논란도 있다. 차세대 핵심기술인 5G의 패권을 중국에 넘기지 않으려고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아무 증거 없이 추정된 범죄를 정치화하는 데 국가 안보를 활용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될 말이다. 아직 화웨이가 만든 5G 장비의 보안이 확실하다고 믿을 수 없는 상태다. LG는 물론 정부도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꾀할 수 있도록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보유출을 막고 사이버 안보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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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와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안전이 위협받는 재난 수준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4일 발생한 이번 화재로 전화선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세트가 파괴되면서 해당 지역의 KT 이동통신,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카드결제 단말기 등이 먹통이 돼 식당, 상점 등은 영업 손실을 보았다. 특히 병원 전산망이 멈춰서 진료에 차질이 빚어졌고, 경찰관서의 112시스템과 범죄신고 전화까지 불통이 됐다. 사고가 주말이 아닌 주중에 났다면 피해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화재 진압 후 복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단 한 번의 화재로 국가 기능 마비 수준의 사태가 발생하는 취약한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다.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25일 전날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조사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사고 원인으로 통신망에 대한 허술한 방재 시스템이 지적되고 있다. 서울 5개 자치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설비가 설치된 통신구에 화재 방지 장치라고는 있으나마나 한 소화기뿐,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현행 소방법은 통신구의 길이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아현지사 통신구가 이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화재 발생 시 대형 재난이 예상되는 핵심 시설에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은 법체계도 문제지만 자체적으로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KT의 잘못도 크다. 사고 시 가동할 ‘백업(비상가동)’ 통신망을 마련해 놓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문제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다. KT는 일단 보상과 관련해서는 피해를 본 유·무선 고객들에게 1개월치 요금(직전 3개월 평균 사용 요금 기준)을 감면하기로 했다. 이는 약관에 정해진 금액보다는 많은 보상이다. 하지만 막대한 영업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문제다. 이들 상당수가 주말이 대목인 영세상인들이다. 배달앱 라이더나 대리운전 기사들도 손해를 봤다. 과거에도 통신 사고로 상인 등이 피해를 본 적이 있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KT는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통신망이 밀집된 통신구에 화재방지 시설을 확충하고 주기적인 안전점검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필요하다면 소방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사고 발생에 대비한 백업망 설치와 통신사들 간 우회로 확보 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

통신이 국가 기능과 시민들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더 커지면서 이제 통신망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이 됐다. 만에 하나 테러세력 등이 이번 화재와 같은 상황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킨다면 국가적 혼란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통신업계는 철저한 안전·비상대책을 세워 통신망을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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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런던의 데이터 분석회사는 페이스북에 성격검사 앱을 깐 뒤 이를 내려받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이롭게 하는 정보전의 도구로 사용했다. 이들은 앱을 내려받은 27만명의 정보를 기반으로 친구목록 계정까지 5000만명의 정보를 확보했다. 자신은 물론 친구들의 정보가 털리고,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해커의 공격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많았지만 기업에 돈을 받고 판매한 이용자 정보가 3자에게까지 유통된 것은 처음이다.

출처:경향신문DB

정보를 훔친 회사에 우선 책임이 있지만 돈만 내면 무제한 정보접근이 가능토록 길을 열어주고도 데이터 보안에 소홀한 페이스북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시장이 페이스북 주식을 내던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페이스북을 탈퇴하자(#deletefacebook)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이스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구현하는 도구로 인식되면서 창업 13년 만에 월간 이용자가 21억명이나 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공간을 통해 힘이 결집되면서 중동 민주화 바람에 기폭제가 되는 등 긍정적 역할도 컸지만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보안체제와 윤리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실제 페이스북은 돈을 받고 이용자 정보를 팔면서도 매입처가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기업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때마침 유럽연합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강화한 새로운 정보보호법이 5월부터 발효된다. 개인정보 보호 없는 빅데이터가 빅브러더의 등장을 부른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된다는 전제 아래 엄격한 기준과 잣대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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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자주 보이던 게시물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사실 그게 뭐였는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무심결에, 의미 없이 밀어 넘기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몇 개를 곰곰이 꼽아보니 ‘테이스티’라는 ‘먹방’ 영상이 대표적이다. 테이스티는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2015년 7월에 만든 요리·음식 채널이다. 재료를 손질해 조리하고 떠먹기 직전까지 과정을 빠르게 편집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먹음직스럽고 화려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페이스북의 섬세한 알고리즘은 틀림없이 잡아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잠시 일하다 말고, 자기 전 누워서 먹방 영상만 하루에 수십개를 소비했다.

2년 전쯤 집수리를 해야 해 인테리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던 기록도 페이스북에 포착됐을 것이다. 인테리어가 예쁜 남의 집 사진을 모아서 보여주는 게시물도 내 뉴스피드의 단골이었다. 그리고 하는 일 때문에 ‘좋아요’와 ‘팔로우’를 해둔 미디어의 수많은 뉴스들.

그런 게시물들이 내 타임라인에서 대거 자취를 감췄다. 페이스북이 게시물 정책을 바꾼 결과다. 지난 11일 페이스북은 “친구와 가족들이 올린 게시물이 더 우선적으로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에 “기업, 미디어의 게시물이 개인적인 공간에 넘쳐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정책이 바뀌면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지 몰라도 시간을 더 값지게 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지난해 20억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인터넷을 쓰는 사람 3명 중 2명은 페이스북을 쓴다. ‘지구인 플랫폼’이 된 만큼 문제도 많아지고 책임도 무거워졌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와 확증편향의 논란 한복판에 선 지 오래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이 수많은 페이스북 가짜계정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트위터, 구글과 함께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홍역을 치렀다.

페이스북 라이브가 자살이나 살인을 생중계하는 도구로 쓰이면서 콘텐츠를 어떻게 잘 걸러낼지도 페이스북의 책임이 됐다. 광고와 영상, 기사 말고 볼 게 없다는 비판도 많아졌다. 페이스북 내부의 표현을 빌려 “3초마다 가슴 뛰는” 대신 무의미하고 수동적인 엄지 스크롤만 거듭되는 현상이 생겼다. 페이스북의 전직 임원이었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지난해 1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사회가 작동하는 구조를 망가뜨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선언은 친구들과 ‘연결’되는 재미가 신선하고 쏠쏠하던 그때로, 사용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던 그때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다. 이미 거대한 공적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듯한 공간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8월 퓨리서치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7%가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본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 소셜미디어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중 개인의 일상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스타그램만 성장세를 보였다.

고객과 독자들에게 노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기업과 미디어는 비상이 걸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도 더 많이 잘 보이게 할 것인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련 분석과 주문도 넘쳐난다.

미디어 종사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대책을 생각할수록 계속 본질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지금 왜 소셜미디어를 하는가. 내가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뭘까. 소통과 연결, 정보 민주화와 집단지성의 표상이었던 소셜미디어는 지금도 그러한가. 소셜미디어의 본질이 바뀌었다면 그건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나.

<이인숙 뉴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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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로보캅> 주인공 머피는 일종의 ‘킬러로봇’이다. 치안활동을 벌이다 최악의 경우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그런데 개인적인 감정을 말소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실수로 삽입돼 정체성의 혼돈에 빠진다. 방아쇠를 당길 때 인간처럼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머피가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라는 ‘출생의 비밀’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3년 4월 23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킬러 로봇을 멈춰라’ 캠페인에 등장한 로봇. 출처: Gettyimages이매진

감성(윤리의식)이 거세된 킬러로봇은 이와 다르다. 무고한 인간을 ‘아무런 감정 없이’ 적으로 인식해 공격할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는 묵시론적인 장면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섬뜩하게 그려진 적이 있다. 이를 예견했던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라이어>에서 로봇의 3대 원칙을 만들었다. 요약하면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되고,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이들 두 가지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도 모자랐는지 <로봇제국>에서 ‘로봇은 인류에 해가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추가했다.

킬러로봇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국방부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고위 군 사령관인 카리 야신을 드론 공습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전투용 드론은 원격지에서 조종사들이 조종하는 로봇이다. 또한 미 해병에서는 기관총과 센서를 부착한 무인전투로봇을 실전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AI)의 잠재적인 리스크에 대비하지 않으면 그것은 강력한 자동화 무기나 소수가 다수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13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회의에서 킬러로봇을 주제로 해 논의한다고 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 딥마인드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등 기업인 100여명은 지난 8월 킬러로봇 금지요청 서한을 유엔에 보낸 바 있다. 킬러로봇이 독재자·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거나 해킹을 당하면 대형참사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I가 탑재돼 스스로 움직이는 킬러로봇이 출현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섬뜩할 뿐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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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편집 재배치로 인해 검색 등 네이버 서비스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거의 무너졌다. 네이버가 지금의 네이버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이해진 창업자와 직원들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기여한 수백만명의 사용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네이버 성장의 견인차가 된 지식인 서비스 역시 누리꾼들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기득권이 되면 한순간에 권력과 재벌의 편이 되어 동업자의식을 갖는 우리 사회 추악한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들을 키워준 국민과 누리꾼들을 배신한 것이다. 게다가 기사 재배치 조작이 스포츠에 한정됐다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작태다. 왜 우리는 네이버의 기사 재배치에 이토록 분개하는가. 네이버는 대한민국의 생각과 인식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영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 나는 한 자영업자가 보낸 하소연을 잊지 못한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이트 등록을 했지만 네이버에서 검색이 잘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네이버 고객센터에 수차례 연락과 문의를 했지만 몇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나 답변을 듣지 못해 상심해 있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 것 같아 돈만 내면 초기화면에 실어주는 네이버 파워링크를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무시와 냉대를 받은 것이 너무 억울해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분신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약자에게는 이처럼 무례한 네이버가 권력과 재벌에는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가. 지난 7월 모 신문사가 검찰·특검 수사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삼성이 이재용에게 불리한 기사의 포털 노출을 막았다”는 기사에는 삼성의 한 임원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고 형태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나온다.

“(네이버와 다음) 양쪽 포털사이트에 미리 협조요청을 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고 있지 않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이 퍼지고 있지 않은 추세. 기껏해야 댓글은 10여개.” 이 문자메시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물론 네이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삼성 역시 “담당 임원이 자신이 네이버에 부탁한 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잘못 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우선 삼성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리 협조를 요청해서인지”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또 포털에 노출되지 않을 경우 기사의 가치나 중요성과 상관없이 댓글이 붙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뉴스의 가치나 뉴스를 생산한 신문사나 기자, 칼럼니스트가 누구냐 하는 것과도 상관없다. 오로지 메인화면에 노출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모바일, 즉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소비가 추세인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네이버 초기화면에 뜨는 오로지 5개의 뉴스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네이버 편집자가 메인화면에 뽑은 기사는 대체적으로 이용자들이 많이 본 뉴스가 되며 동시에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기사가 된다. 만일 네이버가 검색조작이나 편향적인 기사편집과 재배치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통제하고 있었더라면 부패한 정권이나 세력들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산처럼 드러나고 있는 적폐 양산의 또 다른 공범자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금의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어떤 면에서 언론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운운하면서 검색과 뉴스 배치에 시스템이 개입돼 있어서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시스템의 오류보다 더 치명적인 인간의 손이 개입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스포츠 기사 재배치 조작 사건이 그저 빙산의 일각이라고 믿고 있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이 만들어준 기사를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면서 권력이나 재벌들과 밀착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냐는 의혹 역시 끊이지 않는다. 뉴스 서비스 외에 검색조작 문제도 네이버가 넘어야 할 산이다. 독재정권은 담론을 만들어, 즉 의미를 생성해내고 그것을 사회구성원들에게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강제로 주입시켜왔다. 실시간검색어의 경우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관심까지 조작할 수 있다. 검색은 인터넷과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로는 우리의 인식 범위를 결정하기도 하고,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책이나 영화, 병원, 학교, 디지털기술 등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한 번도 정부당국의 요청으로 실검을 삭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 바닥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곧이 믿는 사람은 없다. 그동안 검색결과나 조작된 실시간검색어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네이버의 이번 기사 재배치는 화면조작을 한 일종의 피싱에 가까운 범죄라 할 수 있다. 정보 교란행위다.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은 한국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고 있다. 서버를 두지 않는다는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초심을 잃은 구글의 철면피 행각. 구글을 떠올리면서 네이버가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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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등장한 아케이드게임 ‘바다이야기’는 독특한 중독성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바다이야기’나 그 아류 게임기가 늘어선 성인오락실이 주택가 곳곳으로 파고들었고, 어느새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들이 오락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상품으로 주어지던 문화상품권이 현금으로 곧장 환금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뒤늦게 단속에 착수했다. 사전 심의를 받았음에도 사행성이 걸러지지 못한 점은 특혜 의혹으로 번졌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거론된 이른바 ‘바다이야기 게이트’로 일파만파 확산됐다.

벌써 10년도 더 된 바다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바다이야기라는 단어가 다시 들려왔기 때문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이었다. 여 위원장은 최근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내놓는 모바일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예고된 바다이야기”라고 했다. 그만큼 도박성과 중독성이 짙고,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확률형 아이템’은 “노력 없이 (좋은 상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돈을 투입하는 뽑기”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러키박스 같은 상품을 구입해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상자를 반복해서 구입하는 게 기본적인 ‘확률형 아이템’의 구조다. 여 위원장은 이를 “완벽한 도박”이라고 했다. 일례로 국감장에서 공개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고급 무기 ‘커츠의 검’ 획득 확률은 0.0001%다. 이는 경마 삼쌍승식(말 10마리가 출전하는 경주에서 1~3등을 한 번에 맞히는 방식) 적중확률 0.139%, 카지노 슬롯머신 잭팟 적중확률 0.0003%보다도 낮은 수준이자 로또 2등에 당첨될 확률과 같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이 뽑기에 한도가 없다는 점이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수백만~수천만원을 써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PC게임의 경우 결제한도가 5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유명무실하다고는 해도 로또와 경마도 게임당 10만원의 구매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게임의 주 소비층은 청소년이다. 현실에서 미성년자는 복권도 마권도 살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확률형 게임을 통해서 도박을 경험한다. 언론에 보도된 1500만원, 4000만원을 날린 초등학생, 중학생처럼 (어린아이들이) 도박에 빠지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는 지적을 지나치기가 어려운 이유다.

게임업체들은 억울해하고 있지만, 인기 있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거래전문 사이트에서 캐릭터나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환금성까지 갖췄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진흥’을 이유로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 규제라는 규제 사각지대로 밀어넣었다. 업계 자율로 게임 내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미준수 게임에 대해 명단을 공개하는 정도다. 강제성도 없고,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미준수 업체 리스트는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표 게임업체들은 전례 없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을 고민하자’는 요청에는 묵묵부답이다.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불응하고, 증인 출석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묻자 여 위원장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의를 할 때마다 공회전이 된다”며 “게임판의 농단이 심각하다”고 했다. 규제를 막으려는 구체적인 움직임과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배를 불리기 위해 청소년을 사행성 중독으로 내모는 세력이라니….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부디 그의 착각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산업부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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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가상세계가 현실세상을 밀어내면서 우리는 긴밀히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 내던져진 채 살아가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그것은 이제 숙명이다. 문제는 글로벌 정보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래문명을 만들어갈 기술기반이 언제라도 붕괴될 위험이 있다.

각국에서 사이버사령부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유는 국가기반시설은 물론 자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킹활동으로 정부, 기업, 군사정보와 관련된 재산권을 침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의 이전을 이룩한 해킹국가(?)다. 여전히 전 세계 사이버 공격 근원지의 40% 이상은 중국이다. 미국 보안업체 맨디언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에 위치한 3500평 규모 12층짜리 빌딩에 있는 61398부대 본부에는 매일 수천명의 직원이 출근해 전 세계 정부, 기업, 개인들을 해킹한다.

이 부대가 중국 사이버사령부 직할부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모든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중동의 골칫거리였던 이란의 핵시설을 목표로 했다. 나탄즈 원전 관제시스템에 스턱스라는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오동작을 유도해 원전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스턱스넷은 부시 대통령하에서 만들어졌고, 물리적인 공격 없이 이란의 핵시설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한 나라의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은 사실 이런 것이다. 사이버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정보전쟁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이버상에서 방어는 물론 공격, 기밀정보 수집 등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적국을 녹다운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교통, 금융, 전력망 그리고 군지휘망까지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이버 역량이 그것이다.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의 컴퓨터에 침투해 사이버 스파이활동을 해온 플레임 같은 악성코드는 이를 수행했던 대표적인 사이버 무기다. 스턱스넷의 20배 용량에 수많은 기능과 그 정교함은 실질적인 사이버전의 서막을 알려주는 무기로 정평이 나 있다. 플레임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처럼 각국은 사이버사령부들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직면할 다음번 진주만 공습이 사이버 공격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10여년 전부터 각국이 사이버전을 준비했고,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은 그때부터 사이버 무기를 개발해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도 이미 정교한 첨단 사이버 공격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사령부는 물론 국가안보국 등이 나서 도·감청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정상들의 통화 내용을 가로챘고, 이를 기반으로 자국민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미국민이 이 같은 불법적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현 정세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처럼 숨막히는 경쟁 속에서 우리의 사이버사령부는 어땠는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정권의 이익을 위해 댓글조작을 통한 여론조작을 한 일 등이 그것이다.

스턱스넷 출현 이후 사이버사령부는 2014년 국회에서 한국형 스턱스넷 개발 계획에 동의했다. 북한의 극도로 고립된 통신네트워크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스턱스넷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핵시설들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한국형 스턱스넷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는 한가. 사이버사령부를 댓글부대로 전락시킨 책임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전쟁을 운운하는 트럼프나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언제까지 움찔해야 하는가.

물론 사이버사령부 전체가 이 일에 전적으로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사이버 테러와 사이버 전쟁 수행을 위해 묵묵히 준비를 하는 사이버 전사들도 있었으리라. 사이버사령부의 주업무는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사령부에서는 댓글부대를 관할하고, 여론조작을 해서 정권유지와 정권의 이익을 위하는 게 우선순위였다.

지난 10여년간 사이버사령부를 댓글부대로 전락시킨 관련자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참담함을 가져다주었다. 21세기 각국이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스파이활동을 하고 기밀정보 수집을 하는 동안 댓글부대 운영과 여론조작을 해왔다는 사실은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과연 그런 과거를 물려받은 우리 아이들이 21세기 4차혁명시대에 우수한 경쟁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폭풍이 몰려오면서 재앙을 알리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이버사령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이버시대 난민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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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5원소>는 200년 후 고층 빌딩이 즐비한 미국 뉴욕이 배경이다.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하늘을 나는 택시를 몰고 경찰과 추격전을 펼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줄 지어 빌딩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이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지능형 교통 시스템’ 덕분이다. 물론 자동차에는 교통상황과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고성능 센서가 탑재돼 있다.

지난 5월 카네기멜런대학의 연구원들은 ‘복합센서’라고도 불리는 ‘슈퍼센서’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는 작은 센서들이 들어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슈퍼센서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여러 용도의 센서로 활용될 수 있다. 소리와 진동, 빛, 전자기 활동, 온도 등을 감지할 수 있다. 게다가 복합센서는 사람처럼 냄새를 맡지도 못하고, 촉각을 느끼지도 못하는 AI가 냄새나 촉각을 느끼도록 해 주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복합센서 기술의 소유권이 일부 구글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구글이 대부분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신 향후 기술에 대한 적지 않은 권리를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슈퍼센서 개발의 의미는 한편으로는 향후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려는 구글의 개가이기도 하다.

영화 <제5원소> 스틸컷

센서는 사물인터넷이 부상하면서 촉망받는 분야였다. 사실 이미 우리 삶 속에 파고든지 오래고, 보이지 않지만 공기처럼 일상 속에서 흘러다녔다. 홍채, 손목 정맥, 음성, 그리고 안면인식까지 신원을 확인시켜주는 생체인증에도 센서는 활약하고 있었다. 4차산업을 이끄는 로봇이나 드론도 센서에 의해 움직인다. 센서 없는 로봇은 무용지물이다. 로봇에 장착되는 센서는 시각, 청각, 후각 등 오감에 의해 물질이나 외부 상태 변화를 알아차리는 인간의 오감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드론도 GPS 등의 위치측정센서에 의해 목표지점으로 날아간다.

벼랑 끝에서 몰락하던 소니가 재기에 성공한 것도 센서 덕분이었다. 그들은 인공지능 시대의 자율주행차에 집중했다. 자율주행차 한 대에 수 백개의 센서가 탑재된 후에야 비로소 완벽한 무인차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센서는 자율주행차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표정 등 피사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돼 있는 ‘이미지 센서’가 소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소를 지으면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도록 하는 것이 이미지 센서 기술이다. 소니는 2년 전 증시에서 공모로 조달한 5조원 대부분을 이미지 센서에 투자했다. 투자는 성공적이었고 그 분야에서는 세계 제일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센서 기술을 갖춘 업체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인데 말이다. 벼랑 끝에 선 소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IT 흐름을 읽고 있었고, 급소를 공략해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태블릿, 휴대폰을 사용할 때 우리는 직접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술이 발전할수록 손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편리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보 습득을 위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정보에 대한 관점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다. 인간과 사물과의 정보나 데이터를 주고받는 형태가 변화하듯, 사물과 사물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센서에 의해 마침표를 찍는다. 20년 전 테헤란밸리에서 IT신화를 완성하던 한국 IT기업들의 기개는 어디에 갔는가. 구글과 애플, 아마존은 물론 이스라엘, 인도 하다못해 중국의 IT기업들은 창조와 혁신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창조경제라는 허울에 씐 채 시간을 낭비했다. 트럼프는 이제 곧 IT분야에 대해서까지 우리를 압박하고 대미협상을 다시 하자고 할 것이다. 구글은 우리의 시장을 잡아먹을 것이고 클라우드 시장 역시 미국의 내로라하는 IT기업들에 빼앗긴다면 한국 IT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우리는 소니에서 부활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마지막 불씨만 남아있으면 언제라도 재기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우리도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최고의 인터넷인프라나 자랑하거나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자랑하는 데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소니 같은 기업들처럼 틈새 속에서 새로운 기업동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 센서제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카네기멜런대학 연구팀을 동원해 슈퍼센서를 개발한 구글. 한국을 둘러싼 IT 환경과 기술들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다. 우리는 소니로부터 ‘이미지 센서’ 그 자체보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열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의 IT산업도 언제 벼랑 끝의 소니처럼 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소니처럼 20년 만에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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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통해 지문, 얼굴, 목소리 등 생체인증이 작동하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플래티나 데이터>는 범죄 방지를 위해 권력이 국민의 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범인을 검거할 목적으로 개발된 DNA 수사시스템에서 권력자들의 자기보호장치도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개발자가 살해되고 권력이 국민의 DNA 정보를 어떤 식으로 남용하면서 관리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은 디지털 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생체정보 관리, 즉 개인정보 문제라는 화두를 던진다.

리서치 전문회사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의 40%가 생체인식센서를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3년 전부터 이를 실행했다. 아이폰5s를 출시하면서 지문인식 시스템을 부착하고 최고의 비밀번호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여전히 구멍은 존재했다. 해커는 지문의 해상도를 높여 촬영한 화면으로 아이폰의 터치 시스템을 해킹했다. 젤리나 실리콘으로 만든 손가락에 지문을 복제한 후 지문인식기를 가뿐하게 통과하는 영화 속의 장면을 보여주었다. 생체인식이 안전하고 편리할뿐더러 기술도 정교해지고 있어 확산되는 추세지만, 해킹, 도난, 유출 시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문이나 홍채 정보가 해킹당했다고 손가락, 눈을 바꿔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밀번호, 암호 패턴을 기억하지 않아도 높은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시스템이라면 빨리 갈아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약점이 존재한다. 생체정보는 비정형 데이터로 상대적으로 암호화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체정보 관리다. 믿을 만한 기관에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와 별 차이 없이 지문 등 생체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되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다.

미국 인사관리처가 자체 서버에서 560만개의 지문 정보를 도난당한 사례가 그것이다. 뚫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곳이 개인정보 유출의 통로가 되고 해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유출된 지문들이 온라인상이나 오프라인에서 범죄자들이나 해커들의 손때를 타고 있다. 지문이 유출된 개인들에게 어떤 비상상황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생체정보는 개인에게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식별정보이며 한 인간의 고유 특성이기도 하다.

해킹 피해자의 경우 본인 아닌 다른 사람이 생체정보를 사용, 피해자의 카드나 통장의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지 모른다. 물론 금융적인 위험은 사소한 사례가 될지 모른다. 평화로운 주말 저녁, 거실에서 가족들과 한가롭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범죄자들이 마음먹고 들이닥칠 수도 있다. 훔친 자들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이는 동안, 피해자는 본인이 하지 않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의 생체 신원을 부인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길가에 설치된 보안카메라를 지나 걸어가기만 해도 신원이 확인되기도 한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같은 안면인식기술은 수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고, 정확도도 매우 높다. 페이스북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다.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은 사람의 뇌보다 정확하며, 미 연방수사국(FBI)보다 정확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나 일리노이주에서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기능을 제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굳이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이나 집의 위치를 자주 노출시키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소설에서처럼 DNA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국가가 관리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DNA야말로 가장 개인적인 정보다. 혹시 어디엔가 우리의 DNA가 수집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찰이 범죄자를 잡기 위해 비공개 DNA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태어나는 신생아들의 경우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의무적으로 중앙데이터시스템에 DNA를 제출하는 것으로 출생신고를 갈음하게 될지 모른다. 물론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DNA 관리 문제다. 생체정보를 분할해 서로 다른 곳에 저장한 후, 인증 시 재결합해 사용하는 분산관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완전한 방법은 아니다.

어쨌든 DNA 분석기업인 앤세스트리(Ancestry)닷컴이나 23andMe 같은 유망 벤처, 그리고 FBI가 생체정보를 제대로 보관할지도 우려스럽다.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영원히 해킹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해킹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생체정보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생체인증이 보안의 새로운 돌파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생체정보의 유출과 해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 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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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장례식장에서는 구두가 뒤바뀌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요즘과 달리 구두 디자인이 다들 비슷해 자신의 낡은 구두를 놔두고 남의 것을 슬쩍 신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대형 식당은 신발 담는 비닐 봉투를 준비하거나, 테이블 밑에 신발 넣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구두 안쪽에 이름을 적어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번 잃어버린 신발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최근에는 자전거 절도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늘고, 고가 자전거가 많아진 탓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 자전거 도난신고는 하루 평균 61대였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절도 건수는 더 많을 것이다. 고가 자전거에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대번호가 있지만, 도둑이 훔쳐간 자전거가 돌아올 가능성은 상하이에서 왕서방 찾기에 비유될 만큼 희박하다.

SK텔레콤이 정부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IoT(사물인터넷) 전국망을 6월까지 구축하겠다고 19일 밝혔다._연합뉴스

통신업체 KT와 자전거업체 알톤 등이 어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을 이용해 자전거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키로 했다. 자전거에 담뱃갑 크기의 단말기를 부착하면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난 사실도 알려준다. 올해 하반기쯤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단말기는 간단한 통신모듈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사물인터넷에 비해 저전력, 저비용, 저용량인 ‘소물인터넷(IoST: Internet of Small Things)’ 전용망을 사용한다.

소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하면 상하이 왕서방은 물론이고 도난당한 자전거가 아프리카로 밀수출되더라도 위치 확인이 가능해진다. 물론 아프리카에 LTE망이 깔려 있고, 단말기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KT는 2018년까지 소물인터넷 연결 사물을 40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배터리를 소형화하면 단말기를 동전보다 작게 만들 수도 있다. 영화 속 첩보원처럼 사람이나 차량 위치추적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사엔 양면이 있는 법. 이 기술은 지구 반대편에서 누구라도 내 동선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편리함인가, 사생활인가. 우리는 곧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안호기 ㅣ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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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에 사는 한 청년은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프로그래머인 그의 휴대폰과 인터넷에 누군가 접근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는 주위에 고충을 토로했다. 문자메시지, 검색기록, e메일, 친구 목록, 위치정보 등이 새고 있고, 통화내역이나 은밀한 사생활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동네 사람들은 멀쩡하던 그가 음모론적 편집증에 빠졌다고 수군댔다. 순식간에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놀랄 만한 반전이 일어났다. 양심적인 경찰에 의해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게 밝혀진 것. 청년은 감시당하고 있었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이 지역에 가짜 기지국을 세웠고, 지역 경찰은 그동안 기밀유지서약에 사인을 한 상태였다.

우리는 현실이나 영화 속에서 때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짜라고 의심하면서 살아가는 편집증 환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누군가 자신을 쫓아다니고,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우리는 그들이 일종의 정신병을 앓고 있고, 음모론에 빠져 환상 속에 살아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에 이 같은 편견은 틀렸다. 우리는 함부로 어느 누구를 편집증이나 피해망상증에 빠졌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누군가 가짜 기지국을 만들어 놓거나 혹은 생각지도 못한 첨단도구를 활용해 우리의 일상을 추적하고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미 중국산 TV나 충전기, 스마트폰 등에서는 감시를 가능케 하는 멀웨어가 발견된 사례가 있다. 영화 <트루먼쇼>의 거대한 세트 위에 가짜 세계에서 살아가는 보험회사 직원처럼, 현실이라는 무대에 자연스럽게 놓인 모든 도구들이 감시도구화된다는 상상을 해보시라.

첨단기술로 둘러싼 세상이 결국은 인간을 옭아매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제4혁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시대에 우리들은 거대한 정보수집 세트들에 둘러싸이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혀 온다.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로봇들, 빅데이터 컴퓨터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주변에 있는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고 수집해 나갈 것이다.

국가안보국(NSA)의 감시와 도청은 강박관념처럼 보인다. 디지털혁명이 이끌어 가는 다음 세계에서도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전 세계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강박 말이다. 보안보다는 감시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NSA는 감시프로그램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데이터서버에 접근했다. 그 후 서비스 이용자의 e메일, 여행일정, 신용카드 거래내역, 위치정보 등을 되는 대로 들쑤셔 놓았고,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무차별 접근했다는 것은 전 세계 시민들의 사생활과 신상정보가 그들 손아귀에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상이 그들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듯이 NSA는 이외에도 취약점을 발견하거나 사들여서 표적컴퓨터를 감청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스카이프 같은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백도어를 심기도 한다. 중국도 해킹과 감청소프트웨어, 첨단 도구 등을 통해 미국과 맞서고 있다. 한때 그리스 총리, 국방부 장관, 외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인사 휴대폰 100여개가 도청당했다. 비슷한 일이 이탈리아에서도 벌어졌다. 독일,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경쟁에서 인간은 그저 사이보그나 기계로 인식될 뿐이다. 인간은 그렇게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미래에 인간은 어떤 모습과 마주하게 될까.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스마트폰과 마주한다. 아이가 우는 것을 달래기 위한 가장 좋은 장난감은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저장돼 있다. 스마트폰은 또 다른 뇌이며 휴대 간편한 제2의 기억장치다. 스마트폰은 곧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철학을 뛰어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공각기동대>의 등장인물처럼 우리의 뇌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사이보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이보그에게 사생활 침해나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유가 미덕인 사회가 될 것이고 개인의 가치는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공각기동대>는 대놓고 “자신을 제약하는 인간성과 정체성을 버리라”고 말한다. 영화는 현실의 인간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닮았다, 껍데기가 된 인간들, 인형이 된 인간들, 이미 프로그램화된 인간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고 있는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은 영혼을 상실한 암울한 우리의 미래다. 그것은 인간을 지배하려는 NSA를 비롯한 정보기관들의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 작동으로 인해 폐허가 된 사람들이 군집한 편집증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최희원|‘해커묵시록’ 작가 ,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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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입니다.” 얼마 전부터 거리 전광판마다 일제히 등장한 글귀다. 왠지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규제 개혁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의도와 생존전략이라는 낱말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규제 개혁이라는 말은 중립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시시비비 대상에서 비켜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외치는 규제 개혁은 반쪽짜리다. 규제 강화는 없고 오직 규제 철폐만 있다. ‘규제는 쳐부술 원수이자 암덩어리’이고, ‘규제를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릴 것’이라던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증명한다.

만일 정부가 규제 개혁을 생존전략으로 인식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생존이 ‘돈벌이’만 뜻하는 게 아니라면, 규제 개혁이 가장 합리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할 곳은 생명안전 분야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미세먼지 공포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이 두 가지 사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국민들의 생명을 갉아먹는 암덩어리는 규제가 아니라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규제 완화’였음이 드러난다.

어찌됐든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구제를 주문하고 미세먼지와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이 사태의 심각성과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처럼 정치적 생색내기나 헛다리짚기가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난으로 기록될 것이다. 피해 규모와 범위가 이탈리아의 세베소 사건이나 스위스의 산도즈 사고, 더 나아가 미국의 러브캐널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망자만 266명에 달하는 이 사건을 국제사회는 ‘한국판 미나마타 참사’로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지만 결국 핵심은 책임 규명,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책 마련 세 가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검찰이 수사 범위를 넓혀 공무원들까지 수사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명단은 이미 나와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피해자 판정과 배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잠재적 피해자 수가 약 80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억울한 사람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특히 3·4등급 피해자들의 구제 여부는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재발방지책 마련은 분리돼 있는 공산품 안전관리와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통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경재난 관점에서 보면 미세먼지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천식과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규명된 지 오래다. 국내외에서 나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내뿜는 초미세먼지만으로도 한 해 최소 1000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유차 등 다른 배출원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습기 살균제는 피해가 확인된 이상 회피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미세먼지 공습은 피하려야 피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더더욱 배출원에 대책을 집중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금지한 것처럼 ‘소리 없는 살인자’들의 손발을 묶어 가능한 한 빠르게 퇴출시켜야 한다. 최대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는 그대로 두고 고등어구이로 초점을 흐리는 얄팍한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미세먼지가 상징하는 복합위기는 이렇게 묻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 생명과 기업 이윤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 나라인가.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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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편의점 900원, B편의점 3000원, 유니클로 2만9000원, 나이키 16만원…. 토요일 아침이었다. 카드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이 지금 카드를 사용 중이냐고 물었다. 서둘러 지갑을 꺼냈다. 카드가 없었다. 그제야 카드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카드를 정지시켜줄 것을 부탁했다. 절도범은 정지된 카드로 백화점 컴퓨터매장에서 100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려다, 정지된 사실을 알고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간을 보기 위해’ 두 곳의 편의점에서 소액을 사용했고 옷가게와 신발가게를 거쳐, 백화점으로 향했다. 카드사 빅데이터는 평상시와는 다른 소비패턴을 인지하면서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었으리라. 결국 비상상황을 고지했고, 직원이 내게 연락을 한 것이다.

페이스딜스라는 사이트는 고객이 가게에 도착하면 문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한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이 관심을 보인 제품, 서비스 등을 알려준다.상업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국가나 정보기관, 경찰 등 정부기관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뉴욕 경찰은 곳곳에 설치된 CCTV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가지고 범죄자의 문신인식을 통해 범죄예방률과 검거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원유를 가공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듯, 정보바다에서 건져낸 데이터 역시 무궁무진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빅데이터는 교육, 의료, 범죄 등 미래를 예측함으로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주로 거대 조직이 사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민들의 의사소통을 감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활동은 첨단장치가 그들에 관한 정보를 그들만을 제외시킨 채 주고받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빅데이터가 NSA의 소유이고, 미국민은 빅데이터의 종속물이자, 피해자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주장에 동정론이 일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나 에콰도르 국민들이 겪은 진도 7 이상의 지진만이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기관의 감시, 여론조작, 빅데이터 관련 컴퓨터시스템 오류 및 해킹, 정보유출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이다. 기업은 개인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을 통해 그 정보를 다른 용도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비식별 데이터를 국가나 기업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기변동, 소비심리, 선거결과, 전염병 발생 등을 국내기관이나 연구소, 정부보다 더 빨리 파악,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안전문업체 직원이 악성코드를 이용한 컴퓨터 해킹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_경향DB

미국 정부가 몇 년 전 노후차량 보상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예산 10억달러를 책정, 교체 시 4500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구글은 정부가 예산을 발표하자마자 ‘그 예산은 1주일이면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고, 예측은 정확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조작이나 데이터 오용도 위험을 불러들인다. 아마존의 경우 책을 구입하게 되면 그 밑에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이 다음 책도 구입했다’면서 여러 가지 책을 추천한다. SNS 기능에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명목으로 아는 사람인지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스토커나 특정기호를 지닌 범죄자가 버젓이 연결될 수도 있다.


며칠 전 굴지의 대기업 LG화학이 송금 판매처를 가장한 e메일에 속아 240억원을 해커의 통장에 고스란히 송금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첨단기술과 첨단장치가 쏟아지고 우리의 미래는 안락해지고 있지만 보안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개인정보, 사생활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재벌계열사들은 경품행사에 참여한 고객정보를 수십억원에 팔아버렸다. 그보다 세세한 정보가 담긴 ‘값나가는’ 개인정보가 손아귀에 쥐어진다면 그것 역시 언제 팔아치워버릴지 누가 알겠는가. 개인정보보호법이 감시와 제재를 하고 있지만,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개인정보수집이나 불법유통 활동에 대해서는 시민감시가 필요하다. 권력이나 기업들은 비식별 정보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세세한 정보까지 수집, 정보연동을 통해 개인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암암리에 만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개인의 세세한 질병내역이나 약점을 쥐고 있으면 중요한 순간에 개인의 표현이나 행동의 자유까지 옭아맬 수 있다. 해킹에 속아 240억원을 송금한 LG화학사건은, 누구든지 시공을 초월해 사이버상에서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빅데이터가 미래예측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미래가 마냥 설레기만 하는 건 아니다. 언젠가 빅데이터는 며칠 후, 몇 달 아니 1년 후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까지 예측하게 될 것이다. 순찰 중인 경찰은 한갓진 도로로 들어서는 내가 향후 20분 이내에 신호위반을 할 확률이 80%라고 예측하고 위반지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빅데이터가 가져다줄 또 다른 미래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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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콜롬비아 출신 세풀베다라는 한 해커의 행각이 눈길을 끈다. 그는 멕시코 대선 당시 대통령의 경쟁 후보 2명의 선거본부 컴퓨터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회의 내용, 연설 초안 등 주요 정보를 빼냈다. 도·감청을 통해 약점이나 비리를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3만여개의 가짜 SNS 계정을 운용하면서 여론조작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9개국에서도 경쟁 후보에게 비슷한 방법을 써 의뢰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세플베다의 중개자인 정치컨설턴트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에서 한 주요 대선주자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1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그를 뒤로하고 새로운 해커를 구한 모양이다. 정보와 데이터로 이루어지는 사회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한 해커가 종횡무진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폭로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대규모 내부문건은 대부분 e메일로 구성된 것이었다. 해커가 ‘모색 폰세카’를 노렸고, 결국 해킹된 e메일을 탐사협회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서에는 푸틴, 시진핑, 캐머런 영국 총리는 물론 메시와 청룽 등이 포함돼 있다. 탈세자나 부정축재자들이 드러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킹은 이제 삶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필자는 가끔 해커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의 e메일을 받는다. 하지만 질문과 글의 정서에서 묻어나오는, 해커가 되고 싶은 그들의 의도는 안타깝게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서의 궁금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해커와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가끔씩 자신을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던지는 “해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어딘가 당당하지 못하고 숨겨진 의도가 묻어나오는 질문을 들을 때는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_AP연합뉴스

보안업계에서는 “해킹당한 것을 아는 기업”과 “해킹당한 것을 알지 못하는 기업” 외에 “해킹당한 것을 숨기는 기업” 하나가 더 생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JP모건은 지난해 해킹공격으로 83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고객들에게 이를 숨기기도 했다. 대만의 대형은행 중 한 곳이 수천만달러가 해킹당했음에도 이 사실을 숨겨온 것이 최근에서야 밝혀졌다. 은행만 타깃으로 하는 ‘카바낙’이라는 해커집단이 미국, 영국을 비롯해 유럽 등 전 세계 100여개 은행에서 10억달러를 훔쳤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역시 유명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이 공개한 이후였다. 해킹피해 사실을 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히 은행의 경우 그 자체로 신뢰에 타격을 입고 고객 예치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이 같은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도박이나 마약, 성매매 등 범죄 관련 사이트 등이 주요 타깃이 되는 것도 피해를 당해도 신고할 수 없는 약점 때문이다. 온라인상의 해킹범죄는 초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다크웹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판매되는 해킹툴이 스크립트 키드 수준의 해커도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는 다크웹에서 거래되는 해킹툴은 쇼핑몰의 품목만큼 다양하다. 보안업계에 가장 골칫거리인 랜섬웨어, 그것마저도 초보자들이 다룰 수 있도록 다크웹 암시장에 나온 랜섬웨어 키트는 한 달 렌트비용이 1000달러 정도다. 해킹 문외한이라도 뚝딱 해킹을 해치울 수 있는 해킹툴 ‘익스플로잇 키트’나 도난 신용카드 크리덴셜 등은 10달러에서 100달러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온라인 은행계좌 등은 잔액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도 한번?”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미국, 러시아 등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킹이 체계적으로 비즈니스화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일반 벤처기업처럼 실리콘밸리의 사무실을 빌려 마치 보안솔루션업체나 보안컨설팅업체로 위장, 해킹비즈니스를 하는 해커들이 점차 늘고 있다. 행복할 줄로만 알았던 미래가 난감하게 우리를 옥죄어오는 현실이 때로는 영화 <매트릭스> 안에서 꿈을 꾸는 네오를 연상케 한다. 보이는 건 진실이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말이다. 배후에 해커 같은 세력이 언제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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