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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진다. 국가운영 면에서 국회는 예·결산 심의를 할 때, 국방부가 국민들이 전쟁걱정 없이 살도록 예산을 썼는지, 통일부는 안정적인 남북관계 관리를 위해 예산을 썼는지를 따진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비용 대비 효과’ 개념 없이 북한을 압박만 하는 것 같다.

북한이 4차 핵실험(1월6일)을 하자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2월7일)하자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켰다. 북한도 이에 맞서 공단폐쇄와 군사지역화를 선포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우여곡절 끝에 3월3일 가결됐다. 그런데 그날 김정은은 ‘핵탄두 발사 준비’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닷새 후(3월8일) 유엔 제재와는 별개로 4개항의 대북 제재 조치를 추가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틀 뒤 금강산과 개성공단 내 ‘남한자산 청산’을 발표했다. 남북 간에 체결된 경제협력과 교류왕래 관련 합의 무효화도 선언했다. 정치·경제·군사적 보복조치도 연달아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남북이 서로 강 대 강으로 나가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어차피 북한은 정책의 합리성이나 ‘비용 대비 효과’ 같은 건 따지지 않는 체제다. 반면 우리는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라서 정책의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이 가져온 마이너스 효과가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개성과 금강산에 있는 남한자산을 북한이 마음대로 처분하면, 우리는 총 1조4287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고스란히 뺏기게 된다. 그중 민간 기업 자산이 1조52억원이나 된다. 정부를 믿고 북한에 투자한 기업들이 정부의 강경 압박정책 때문에 길에 나앉게 됐다. 1조52억원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하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3일 오전 외신 기자들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중조우의교)의 차량 움직임을 취재하고 있다._연합뉴스

대북 강경정책의 마이너스 효과는 또 있다. 3월7일부터 4월30일까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된다. 한국군 30만명, 미군 1만7000명이 참가한다. B-52폭격기, F-22전투기,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총동원된다.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이번에 경비가 얼마나 드는지 알 수 없지만, 2013년 훈련 때 B-2폭격기 1대, F-22전투기 2대가 불과 몇 분 한반도 상공을 날았는데 6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대북 압박수위와 비례해서 훈련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번 훈련이 역대 최상·최대라 하니 경비도 훨씬 더 들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경비를 들여 겁주고 압박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까?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 49-50항에 대화권고, 9·19공동성명에 대한 지지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제재와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권고하고 있다.

북핵협상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핵 대화는 상호주의보다 북한의 일방적인 항복을 받아내려는 식으로 운영되었기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것이 북핵 문제의 불편한 진실이다.

현 정부는 대북 압박에 몰두하는 자기 정체성 때문에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중·러는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는 전제하에 미국 주도 제재안에 찬성했다. 뿐만 아니라 제재안 통과 다음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같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1일 리퍼트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제재가 대화유도 수단임’을 강조했다. 북핵 관련 정세가 슬금슬금 협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그렇다면 현 정부도 엄청난 비용에 비해 마이너스 효과만 가져오는 강경 압박 정책을 적당한 시점에 거둬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만장일치로 통과된 2270호 결의안에 담긴 대화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것도 결의안 위반이다. 추후에라도 일이 꼬였을 때 남 탓 말고, 미국도 원망하지 않길 바란다.


황재옥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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