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거리 두기’라는 생소한 말이 어느새 일상어가 되었다. 거리 두기는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국경의 빗장을 잠그는 등 문단속에 들어간 나라가 벌써 여럿이다. 국가 간 거리 두기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시·공간의 압축을 추구하며 고도의 교통·통신 기술로 세계 전체를 빠르고 긴밀하게 연결해온 세계화인 듯하다. 국제적 거리 두기는 세계화와 정반대 움직임을 뜻한다.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항공, 여행, 관광, 숙박, 식당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파편이 튀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실물경제가 출렁대니 금융경제도 휘청댄다. 

코로나19 사태를 보며 찰스 페로가 주창한 개념 ‘정상 사고(normal accidents)’를 떠올린다. 정상 사고는 “상호작용의 복잡성과 긴밀한 연계성이라는 시스템의 속성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를 가리킨다. 시스템 속성상 예상할 수는 없어도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는 의미에서 정상적인 사고다. 세계화의 전형적 속성이 고도의 상호작용과 긴밀한 연계성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재난은 세계화의 현실에서 불가피한, 일어나는 것이 정상인 그런 사고다.  

정상 사고는 사소한 발단으로 시작되어 거대한 사태로 내달린다. 코로나19가 어떻게든 인간에게 옮아간 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우연히 일어난 나비효과가 아니라 일어날 수밖에 없는 나비효과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꼭 발단일 필요도 없다. 정상 사고는 안전장치로 막을 수 없다. 안전장치를 설치할수록 복잡성과 연계성이 늘어나 사고 발생의 가능성만 높아진다. 답은 긴밀한 연계를 느슨한 연계로 바꾸는 근본적 전환이다. 세계화에 코로나19가 주는 경고는 분명하다. 세계화 체제에서 세계적 재난은 불가피하다. 대책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그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세계화가 벗어나야 할 길이라면, 가야 할 길은 ‘지역화’다. 세계화로 가장 세계화된 것은 자본의 전 세계 이동이 자유로워진 경제다. 자본의 논리를 구현하는 최적의 환경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노동환경은 혹독해졌고 자연환경은 황폐해졌다. 세계화 경제는 지역 생산이 가능한 것도 이익만 나면 지구 반대편에서 수입하는 ‘미친’ 교역도 불사해왔다. 일정 수준의 자급자족을 기초로 하는 지역화는 불필요한 국제 교역을 없앨 것이다. 지역화로 상호의존의 규모가 세계에서 지역으로 줄어들고 긴밀한 연계가 느슨한 연계로 바뀌면 도미노로 인한 세계적 재난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지역화는 경쟁과 지배가 아닌 협력과 연대를 우선적 가치로 삼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 간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혼자 움직이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온 것은 인간의 활동으로 연결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동물의 개체수를 변화시켜 감염병 발생에 영향을 준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다른 곳에서 온 바이러스가 쉽게 자리를 잡도록 도와준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도 병원균의 번식에 적합한 온상을 마련한다. 세계화 경제는 지역 환경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만, 지역화 경제는 그렇지 않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거리 두기를 세계화를 지역화로 바꾸는 분수령으로 삼아야 한다.

<조현철 |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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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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