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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정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급박한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는 이미 2014년 12월 체결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MOU)에 의해 공유되고 있다. 정부가 2012년 이 협정을 체결하려다 실패한 이후 4년이 넘도록 방치해 놓은 것만 봐도 이 문제가 화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과 북한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 변화를 감안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일본과 첫 군사 분야 협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민 동의를 얻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앞)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석우 기자

정부는 그동안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설득작업을 한 적이 없고 여론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정황도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이 협정을 강력히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지금은 어렵다’고 하면 그걸 못 들어줄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은 정부의 강행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는 의미다.

정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를 ‘정치적 의도’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 문제를 꺼내고 국정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처럼 박근혜 정부는 식물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협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일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지키기’에 필요하다면 국가안보 사안마저도 얼마든지 불쏘시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지금 당장 퇴진하지 않으면 국가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는 더 이상 엄포가 아니다.

유신모  |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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