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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와 그린 뉴딜. 뜨겁고 무서운 주제다. 포스트까지 생각할 겨를 없이 코로나19 와중에 모두 어렵다. 그럼에도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이 포함돼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그린 뉴딜이 회자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과연 그 정의가 무엇인지, 대통령의 수사로 끝나지 않게 제대로 이행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통상 뉴딜은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으로 쓰이는데 현재와 같은 경제구조 속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생산활동을 줄이는 건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도 막고 생산활동도 높이는 묘안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특히 정부의 그린 뉴딜 목소리에 어정쩡한 입장에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15년 출간한 스톡홀름 대학 요한 록스트룀 교수의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Big World Small Planet)>가 그린 뉴딜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책에 따르면 2014년 5월에 열린 스톡홀름 식량포럼에서 지속 가능 발전 세계기업위원회(WBCSD) 의장 피터 베커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끝났다”고 선언하였다. 세계 경제의 10%를 좌우하는 200여개 다국적 기업들의 네트워크 수장이 나서서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고 화석연료 탓에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더 이상 지구를 기업 외적인 이슈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2014년 다보스포럼에서 니콜라스 스턴경이 지적한 대로 지속 가능성은 세계 성장의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일한’ 이야기가 되었다. 기후위기의 겨우 한 갈래에 불과한 코로나19로 벌벌 떠는 이 시점에 새길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되고 환경부도 TF를 꾸리고 있는 그린 뉴딜 정책에 기대와 우려가 함께하고 있다. 모든 새로운 것들은 낯설다는 이유로 일단 배척당하고 욕을 먹는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모든 사람이 환영하는 프로젝트라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관성의 허들을 깨고 넘어가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린 뉴딜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구자원을 포함한 환경을 보호의 대상으로 격리시키는 고정관념을 깨는 일일 것이다. 다시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로 돌아가자면 우리는 여태 한쪽에는 자연이 다른 한쪽에는 사회가 자리한 세상에서 살아왔다. 환경 대 발전. 그런데 그 두 가지는 결단코 만나는 법이 없다. 지구자원은 외부 효과가 아니다. 모든 부의 원천인 지구 위에서 살아가면서 그것을 어떻게 ‘외부’라고 선언할 수 있겠나!

사족인데, 2018년도 우리나라 기업이 집행한 사회공헌 예산은 1조7000억원 정도 된다. 그중 환경분야는 동물까지 포함하여 겨우 4%에 불과하다. 그린 뉴딜의 큰 물결 속에서 기업이 정부와 함께 지구자원을 지키면서 새로운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길 바란다. 손톱만 한 사회공헌 예산이지만 이 또한 지구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전환되길 바란다. 이제 지구는 ‘기업과 한 몸’이다. 최고경영자(CEO)의 E는 ‘Ecology(생태)’여야 한다. 죽은 지구에서 기업은 없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green@green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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