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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살 일이 많을 때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처럼 이름 붙은 날도 많아서다. 지인들끼리 케이크와 커피 기프티콘이 유독 5월에는 오고 갈 일도 많다. 기프티콘을 선물로 보낼 경우에는 아무래도 매장이 많은 브랜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파리바게뜨도 그중 하나다. 우리 동네에도 파리바게뜨 매장이 세 군데나 된다. 이제 케이크는 특별한 날 아니어도 디저트로도 먹는 음식이지만 여전히 케이크를 들고 가는 누군가를 보면 축하할 일이 있겠구나 싶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파리바게뜨의 불매운동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와 같은 글로벌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SPC그룹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다. 열풍을 몰고 다니는 ‘포켓몬빵’도 SPC그룹 소속의 ‘삼립’에서 나온다. 명실공히 빵과 케이크의 제국이다. 실제로 파리바게뜨는 외식 경영학 논문에서 브랜드 통합마케팅이나 디자인, 프랜차이즈 경영의 사례로 종종 삼는 회사다. 반면 노동과 인권 분야에서도 등장하는 회사다. 파리바게뜨 매장에는 빵과 케이크를 굽는 제빵사들이 있다. 하지만 각 매장에 파견된 제빵사들의 불법파견이 인정되어 2017년 본사가 제빵사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고용노동부가 지시했다.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62억7000만원을 물어 낼 상황이 되자 SPC그룹은 제빵사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돌려 겨우 처벌을 면했다. 이 과정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의 지난한 역사가 시작된다. 노동자로서, 게다가 환영받지 못하는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의 노조원으로서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본사 소속의 제빵사와 같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과 처우개선의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SPC본사의 약속은 한여름 햇빛 아래 케이크 크림처럼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그 이후의 노동탄압 스토리는 빤하다. 회사 말 잘 듣는 중간 관리자들이 중심이 되어 복수노조가 설립되고, 부끄러움도 없이 젊은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부당노동행위가 버젓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노조를 탈퇴하고 한국노총 노조로 넘어오면 케이크 두어개 값의 현금 수당을 주기도 하고, 불복하면 승진에서 누락시키거나 심리적으로 압박을 주는 고전적인 수법을 써왔다. 이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지 1년 만인 지난 4월1일 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자회사 압수수색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결국 사람의 입으로 하는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몸으로 말을 해야만 듣는 척이라도 하는 상황에서 파리바게뜨 노조 임종린 지회장은 3월28일부터 단식 중이다. 초봄에 시작한 단식이 5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그의 단식은 5월12일 기준, 46일째다. 법에 명시된 만큼의 자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그토록 외쳤던 법 테두리 안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 1시간의 점심시간 보장, 아프면 연차를 쓰고 일하다 다치면 산재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족이 상을 당하면 장례에 참석하고, 육아휴직을 쓰면 퇴사를 강요받지 않겠다는 요구일 뿐이다. 이 정도의 요구가 굶으면서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다가도 밥과 빵을 끊는 시간에 대해서 생각한다.

단식은 목숨을 걸겠다는 결연함의 상징이지만 ‘더러운 밥’을 거부하여 해방의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후루룩 마신 점심밥이 위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짤주머니를 들고 자신을 크림 짜듯 쥐어짜온 시간과의 결별이다. 딱 생존할 수 있을 만큼의 더럽고 치사한 밥을 제공받던 ‘먹는 몸’에서 벗어나 ‘굶는 몸’을 기꺼이 택한 자유의 시간. 많은 이들이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으로 모여들어 파리바게뜨의 더러운 빵을 끊겠다는 선언을 보태고 있다. 이는 불매선언이 아니라 자유선언이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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